** 초연1969님, 끊임없이 성원해주셔서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글은, 허접하지만, 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초연1969님을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 블루123님, 자유게시판에 등장인물 정리해서 올렸습니다.
=*=*=*=*=*=*=*=*=*=*=*=*
94. 겨울나무
송실장은 나와 최수희를 데리고 밖에 나가서 점심을 샀다. 나는 엄청 매워서 입안이 얼얼하다는 낚지볶음을 먹었다. 두 여자는 순두부 백반으로 주문했다.
"실장님. 태현씨가 뭐라고 했어요?"
"내가 누구야? 하하."
"어머머. 어떻게 해내셨어요?
나도 아침에 얘기를 꺼내봤지만, 태현씨는 아예 말대꾸도 잘 안해주던데. .."
"이제 수희도 자기니 태현씨니 하지 말고 회장님이라고 부르도록 해."
"하아. .. 아직 주주총회까지는 남았잖아요."
"맞아. 임시 이사회를 통과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사모님께서 말씀하셨어."
"자기는 왜 아무 말 안하고 꿀드신 벙어리셔?"
"내 앞날이 걱정돼서 그래요."
"이상하다. 자기는 그런 걱정을 왜 하는 거지?
이번에 회사 일에 자기 학생들 시험까지 겹쳐서 자기가 많이 피로해 있나봐.
이번 주말에는 푹 쉬도록 해요."
"주말에는 은혜 누나가 일을 벌이는데, 어떻게 쉰대요?"
"하긴. .. 그 일도 있네."
점심을 먹고 식당을 나서자 송실장이 나를 집에까지 태워다준다면서 나를 데리고 주차장으로 갔다. 최수희는 한상무에게 연락이 오고 있다면서 회사로 들어갔다. 나는 송실장의 차 안에서 졸면서 집에까지 왔다. 차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송실장이 내 손을 꼬옥 잡으며 말했다.
"김비서님. 이 누나를 믿으시고,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알았어. 나는 내일 장례식장으로 갈께요."
내 오피스텔로 들어서는데, 지혜가 조해수와 같이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다.
"서지혜. 오늘 어땠어? 전부 다 일등급이니?"
"오빠, 나 지금 건드리지 마."
"왜? 오늘 별로였어?"
"수학샘이 완전 치사하게 .."
"문제지 내놔봐."
"열받아서 찢어버렸어."
"이러언. 다른 과목은?"
"영어 4개 틀렸는데, 문제가 어렵고 지문이 길어서 2등급은 나올 것 같고,
화학은 2개 틀렸는데, 아직은 더 기다려봐야 해."
"화학은 왜 그 모양인데?"
"아닌 것, 긴 것을 헷갈리는 바람에."
"유치하다. 밤잠 설치면 그렇다니까."
"내가 밤잠 설친 것은 완전 오빠 책임이야. 알기나 해?"
"그래. 지혜한테 잘못된 것은 다 내 책임이다."
"누가 그렇대?
나는 그런 말 절대 안 했는데, 오빠 괜히 왜 그러는데?
그런데 해수한테는 왜 안물어봐?"
"물어볼꺼야. 우리 해수는 어땠어?"
"속시원히 아는 문제들이 많아서 기분 좋아요."
"아는 문제에서 실수하지는 않았겠지?"
"실수는 없던 것 같은데, 아직 모르겠어요.
나중에 4시 넘으면 학교 홈페이지에 답지 올라와요."
그런데 조해수의 엄마 윤미진이 애들 먹일거라면서 과일을 사들고 들어온다. 그녀는 우리를 식탁으로 불러서 과일을 먹게 하고, 커피를 내린다. 그런데 지혜와 해수는 5시까지는 잠을 자두어야겠다면서, 공부는 저녁에 하자고 했다.
나는 소파에 앉아서 윤미진이 따라주는 커피를 마셨다. 윤미진은 식탁을 정리하고 나서 애들을 데리고 나갔다. 나도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아이린이 들어온다.
아이린은 내 침실로 고개를 들이밀더니 누워있는 나를 발견하고 침대로 왔다. 아이린은 내 옆에 걸터앉아서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내 뺨을 쓰다듬는다. 아이린이 몸을 굽혀서 우리는 짧게 키스했다. 내 손도 아이린의 뺨에서 목을 거쳐, 가슴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비록 남방 위에서이지만 아이린의 훌륭한 가슴이 내 손에 가득 차온다. 저절로 내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아이린의 가슴을 움켜쥔다.
"하아. .. 자기 잘꺼지?"
"응. 5시까지는 자기로 했어요. 지혜 시험 소식 들었어?"
"들렀다 오는 길이야. 망쳤다던데?"
"아무래도 지혜가 뻥치는 것 같아. 지혜 말은 믿을 수가 없어.
지혜가 그렇게 허술하게 하는 애가 아니거든."
"그건 신경쓰지 마요.
시험 끝나면 NEIS에 들어가서 결과를 직접 보면 돼."
"요새 가끔씩 머리 속에서 탱크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요. 하하."
"그렇기도 하겠지. 아무튼 자기 진짜 너무 피곤할테니까.
아까 사모님과 전화하면서 자기가 회장 자리를 승락했다는 얘기는 들었어."
"뭐. .. 실권은 없고, 월급 받는 바지회장이라고 하길래, 그냥 한다고 했어요."
"정말 잘했어. 지혜 아빠가 그 얘기를 듣고 엄청 좋아해."
"그런데 주식은 어떻게 됐죠?"
"회장님 소식이 언론에 나가니까 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고, 조금씩이지만 물량은 계속 쏟아져.
지혜 아빠가 우리 둘 주식 계좌로 계속 쓸어 담는 중이야."
"누나 PC방은요?"
"그게 그렇게 궁금해? 하하.
팔려고 내놨더니, 지금 누가 보러 온다고 하길래 만나러 가려고."
"속이 시원하겠다."
"섭섭하기도 하지.
그 PC방이 바로 우리가 만난 곳인데. .."
"그래도 때가 왔으면 팔아야지.
팔아서 많이 남으면 나한테 맛있는 것 사줄꺼지?"
"내가 자기한테 맛있는 것을 사주기만 할까?"
아이린은 날더러 잘 자라고 말하며 이불을 당겨서 덮어주고, 짧게 키스하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금방 잠들었다. 한참을 자다가 알람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 나는 일어나서 공부할 준비를 했다.
아이린이 지혜와 해수를 데리고 양 손에 도시락을 들고 온다. 우리는 그 도시락으로 내 식탁에서 저녁을 때웠다. 아이린은 일주일 정도 두고 보다가 PC방을 팔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지혜도 섭섭해하는 표정이다.
저녁을 먹었는데, 윤미진이 경식이를 학교에서 데려왔다. 경식이도 조해수 옆으로 앉아서 도시락을 먹는다.
"누나들, 오늘 정의의 심판이 어땠어?"
"나는 제접 괜찮은데, 너네 누나가 꿀꿀인 것 같아. 하하."
"저게 정말. 야! 내가 아무리 갈았어도 너보다는 낫거든."
"하이고오. 그러셔? 서지혜가 기껏 나랑 비교하니? 하하."
"네 말이 맞다. 여신같은 내 미모로 조해수랑 여기 앉아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지."
"요게 진짜 누가 할 소리를 하는거야?"
지혜는 벌떡 일어나더니 소파로 가버렸다. 그런데 조해수는 지혜 옆자리로 따라간다. 둘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소근거리고 깔깔댄다. 지혜가 나를 불렀다.
"오빠, 오늘은 우리 공부할 것도 얼마 안되는데, 도서관에 가서 하면 안돼?"
"밤 11시에 집에 와서 잔다면 오케이야."
“11시는 안되고, 12시까지 오도록 할께요.”
조해수는 경식이를 부른다.
"라블리 연하남. 너도 같이 가자."
"나도?"
“당연히 너지. 내가 너 없이 어떻게 공부해?”
“참나. .. 그럼 누나 시험공부를 위해서 내가 희생하는 건가?”
“하하. 사랑해.”
“하쭈! 요게? 그 손 안치워?
말로만 하는 것은 봐주지만, 만지고 더듬는 것은 안된다고 했잖아!”
지혜의 손바닥이 조해수의 팔을 쳤다. 조혜수가 손으로 경식이의 등을 쓰다듬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해수는 웃고있다.
아이린은 PC방에 정리할 것이 있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아이린은 윤미진에게 오늘 저녁에 애들 수송 문제를 일임해둔다. 윤미진은 알았다고 하면서 애들을 데리고 나갔다. 아이린도 뒤따라 나갔다.
갑자기 방 안이 조용해지고, 나에게는 할 일이 없어졌다. 잠도 충분히 잤기 때문인지, 몸도 정신도 제법 말짱해졌다.
나는 노트북을 켜고 커피를 마시면서 이메일 목록을 들여다보았다. 읽지 않은 메일들의 발신인 중에서 한수정이라는 이름이 보인다. 나는 더블클릭으로 편지를 열었다.
To 사랑하는 태현,
날이 추워졌다. 짧은 가을이 스치듯 지나가고 긴 겨울이 오겠지. 나에게 겨울은 몸도, 마음도, 정신도 또 그리고 영혼까지 얼어붙을 것처럼 추웠어. 이번 겨울이라고 뭐가 다를까?
은희 언니나 기숙이 또 영심이 언니를 통해서 너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은 듣고 있다. 회사와 과외라는 짐을 양쪽 어깨에 하나씩 짊어지고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고 있다니 다행이야.
어쩌면 이번 성탄절에는 토론토가 아닌 서울에서 태현이와 함께 크리스마스 촛불을 밝힐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양초를 태우는 불꽃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태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속삭여주고 싶다. 일단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앞으로 남은 시간 석달 정도를 빡씨게 할꺼야. 신의 은총이 나와 함께 하신다면 이 계획이 거품이 되지는 않겠지.
태현아.
떠나온 내가 남아있는 너를 훨씬 더 자주 간절하게 생각하고, 엄청 절실하게 사랑해.
너를 향한 나의 이 사랑이 어서 빨리 너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그런데 토론토에서 출발해서 북미의 대륙을 동서로 횡단하고 또 태평양까지 건너야 너에게 도착하겠지.
이 길은 멀어도 너무 먼 길이야.
그렇다고 해서 나는 절망하거나 지치지 않고 내 길을 갈 것임을 알아줘.
이 길의 저쪽 끝에 네가 있다는 사실이 내 유일한 희망이야.
너라는 이 희망 때문에 나는 여기서 하루하루를 살아서 숨쉬고, 생각할 수 있어.
그래서 나는 너에게 고마워한다. 나에게 태현이가 있어서 정말 고마워.
오늘도 집 앞에 있는 공원에 서서 한숨과 눈물 대신에, 사랑하는 너를 생각하려고 발버둥을 치는 심정으로 해가 지고 있는 서울 쪽으로 서쪽 하늘을 바라본다.
From 사랑과 기다림으로 하루하루를 살고있는 수정.
한수정이 적은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길바닥으로 떨어져서 뒹굴고 있는 빛 바랜 낙엽처럼 내 마음속을 이리저리 뒹굴다가 내 마음 어느 한 구석에 소복하게 쌓인다. 이 낙엽더미를 이루고 있는 낙엽 하나하나가 한수정의 말이고, 내 눈물샘을 여지없이 터뜨린다.
나도 한수정에게 답장을 쓴다.
To 수정
지난 이른 봄의 어느 날.
저 잎은 삭막한 나뭇가지에서 잎눈으로 생겨났겠지.
잎은 나무와 함께 이 해의 봄과 여름 하루하루를 살았겠지.
잎과 나무는 이제 가을을 맞이한다.
가을이 되자 잎은 나무에게 자기가 할 일을 다했다면서 자신이 입고있는 옷의 색깔을 바꾼다.
이것은 잎이 나무에게 하는 작별의 표시가 아닐까?
자신이 붙어있던 나무에게는 한겨울 잘 보내고 살아 남으라고,
또 내년 봄에 다른 잎이 되어 다시 찾아오겠다는
이 말을 남기고 잎은 나무와 이별을 한다.
차디찬 길바닥으로 떨어진 잎은 자람에 이리저리 뒹굴다가
어느 날 길을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의 빗자루질에 쓸려간다.
잎은 뜨거운 화로에서 자신을 불태우고
연기가 되어 하늘로,
또 재가 되어 땅으로 흩어지리라.
잎사귀는 이렇게 죽어가지만, 이것은 영원한 이별을 말하는 죽음이 아니다.
나무는 그 자리에 혼자 남아서 추운 겨울 하루하루를 모두 굳건히 버티고 봄을 기다릴 것이다.
겨울 내내 봄이 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또 봄이 오는 냄새가 나기 시작할 그 날을 하루하루 가슴 조이며 애타게 기다리리라.
기다림의 마지막에 온 어느 이른 봄날.
그 나무 어딘가에 잎눈이 피고, 그 날부터 나무에게는 가슴 설레이는 날이 시작되겠지.
그 잎은 다시 그 나무에게로 잎눈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그 잎눈이 잎으로 피어나는 그 날.
잎은 나무와 함께 또 한 해를 살아갈 생각에 뿌듯해하겠지.
수정아.
수정이 없이 혼자 서울에 남아있는 나 김태현은 나무야.
떠나고 다시 만나는 것을 우리가 피할 수 없다면 우리는 기다림에 익숙해져야겠지.
수정이가 잎으로 나에게 다시 돌아올 그 날을 하루하루 기다릴께.
From 너의 겨울나무 태현.
어느새 나의 두 눈이 뜨겁게 젖어있다.
나는 전송하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노트북을 닫았다.
나는 창가에 서서 동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쪽 끝 어딘가에 토론토가 있고, 그 도시 어딘가에 한수정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휴대 전화기에서 최은희의 전화 번호를 띄워 올리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나 오늘 일찍 끝나서 집에 와서 쉬고 있어.
그런데 서전무한테 들었는데, 자기가 그룹의 회장 된다며?
너무 신기해.”
“회장 이름만 다는 거지 진짜 회장은 아니거든요.”
“지금 시간 되면 빨리 와. 같이 저녁 먹자.”
나는 택시로 최은희의 오피스텔로 갔다. 최은희는 이미 도로에 내려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택시에서 내리자 최은희는 바로 나에게 안겨온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
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태그 | |||
황진이-무료한국야동,일본야동,중국야동,성인야설,토렌트,성인야사,애니야동
야동토렌트, 국산야동토렌트, 성인토렌트, 한국야동, 중국야동토렌트, 19금토렌트 |
추천 0 비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