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남긴 흔적>을 어느정도 마무리 짓느라고
알바를 미뤘습니다.
죄송합니다. - Ja"d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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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최수희 & 90프로
나는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였다. 최수희는 나를 보면서 잠시 눈을 깜빡거리다가 벌떡 일어났다.
"자기 많이 피곤하지? 오늘은 내가 할께."
그녀는 이불을 접어서 벼개와 함께 내 등에 받치게 했다. 나는 벽에 기대고 비스듬히 앉았다. 나는 다리를 주욱 뻗고 최수희는 내 무릎으로 올라앉았다. 최수희의 따뜻한 가슴에서 물씬 풍겨오는 그녀의 살냄새가 나를 자극한다.
"하아. .. 자기야. 빨아줘. .. 아하아아. .."
나는 최수희의 단단한 가슴에 내 얼굴을 묻었다. 최수희의 착한 마음이 최수희의 예쁜 가슴덩어리를 가득 채운 것 같다. 최수희는 착한 마음만큼이나 가슴도 큰 것일까?
나는 바로 내 앞에서 흔들리는 최수희의 가슴을 덥석 물었다. 나는 최수희의 가슴을 빨면서 양 손으로 그녀의 양쪽 엉덩이를 하나씩 잡고 내 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최수희는 고개를 숙여 얼굴을 내 머리에 묻는다. 그녀의 두 팔이 내 어깨를 감싼다.
"아흑. .. 좋아. .. 아하앙. .. 하아앙. .."
나는 한 손으로 최수희의 가슴을 잡고, 내 입 안에 들어온 그 작은 꼭지 알갱이가 단단해지는 것을 혀로 문지르면서, 다른 쪽에 있는 포도알은 두 손가락 사이에 끼고 지긋이 누른다. 최수희의 허리가 뒤틀린다.
이렇게 그녀의 가슴을 빨면서 젖꼭지를 집중적으로 괴롭히자 최수희는 엉덩이를 격하게 흔들면서 거센 반응을 나타낸다. 아까부터 커져있는 내 남성은 그녀의 다리 사이로 껴들어간다. 어느새 단단한 몽둥이로 변해있고, 강력한 파워를 과시할 것 같다. 그녀의 활짝 벌어진 조개가 내 육봉을 끼고 문지르면서 촉촉하게 적신다.
그녀의 입은 내 귀를 빨기 시작한다. 그녀의 입 속에 들어있는 내 귀를 그녀의 혀가 더듬고 다닌다. 귀가 입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나의 결정적인 약점이다. 갑자기 온몸이 짜릿하면서 모든 힘이 나의 그 곳으로 쏠린다.
"하음. .. 아하암. .."
육봉은 최수희의 손에 이끌려 그녀의 젖은 동굴 입구에 도달해있다. 최수희는 엉덩이를 자꾸 들어올리며 조개의 균열진 곳과 그 언저리를 육봉의 끝부분으로 골고루 마사지 하듯 문지르고 있다. 그래서 솟아나는 샘물은 골고루 묻혀진다. 나의 끝부분은 꽃잎을 가르고 들어갈 듯 마는 듯 하면서 그녀의 입구에서 배회한다. 그녀의 그 곳은 갈수록 젖어들고, 나는 금방 초조해지면서 약이 오르기 시작한다.
최수희의 빨간 입술이 열리고 두 눈이 질끈 감긴다. 그런데 최수희의 찡그린 얼굴이 불빛을 받아서 반사하면서 반짝인다. 두 눈은 젖어있고, 양쪽 뺨은 눈물이 번져있다. 최수희는 거친 숨을 신음과 함께 뱉어낸다.
"하아. .. 아하아아. .. 넣는다?"
최수희가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다. 이 말을 하고 나서 최수희는 내 몽둥이를 잡아서 세워놓는다. 그녀의 엉덩이가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페니스는 순식간에 그녀의 깊은 동굴로 파고들어가서 박혀버렸다. 그녀의 엉덩이가 씰룩거리면서 동굴 속에 들어있는 몽둥이를 씹는 것처럼 물고 늘어진다.
"하악. .. 들어왔다. .. 하아아아. .. 자기 느껴져?"
"그래. 자꾸 물지마. 나 얼마 못버텨."
"자기 걱정말고, 하려면 해요. 아아아. ..."
가을 바람처럼 최수희의 청랑한 음성이 내 귀를 울리고, 내 마음과 정신을 움켜쥔다. 요즈음의 나는 낙엽이 비오듯 쏟아지는 가을 밤처럼 마음과 정신이 메마르고 황량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청량한 최수희라는 여인의 음성이 울려 퍼진다.
밖에는 비가 내리는지 침실의 유리창을 쉬지 않고 두들긴다. 마치 내 마음의 창에 와서 부숴지는 달빛처럼, 저 연약한 빗소리와 최수희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서 내 마음을 두들긴다. 내 영혼이 가벼운 회초리로 두들겨 맞는 기분이다.
최수희가 내 귀에 입을 대고 말한다.
"자기야. 내가 자기 없이도 살 수 있을까?"
"누나. .. 홀로 서기는 누구나 해야 하는 과제야. 마음 약하게 먹지 말아요."
"아니야. 자기 없이 내가 살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나는 벌써 이 회사를 나갔을꺼야."
"누나.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요. 누나 마음이 가는 대로 해.
요양원에 계신 누나 어머님에 대한 걱정 때문이야?"
"오늘 내일 해. 곧 돌아가실 것 같아.
그 엄마. .. 나를 입양시켜서 키워준 엄마야."
"그랬구나. 이상하다 했는데."
"이상해? 뭐가?"
"나이 차이가 좀 심하게 많이 나거든요."
"그 엄마의 아들과 사위가 나를 짓밟았어."
"뭐야?"
"씨X놈들한테 완전 걸레가 돼버린 나를 정말 진심으로 따뜻하게 안아준 사람이 바로 자기야."
"누나. .. .. 최수희. 너 정말. .."
"하아. .. 자기야. 사랑해.
이 말이 내 진심이라는 것을 알겠니?"
"왜 지금까지 숨기고, 가슴에 담고 있었어?
누나는 나를 사랑한다며?
그럼 나한테 진작 털어놨어야지."
"그 더러운 일을 어떻게 내 입으로 말해?"
"그래. 잘했어.
이렇게 지금이라도 나한테 말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야."
"나 .. 이렇게 자기 옆에 있을 수만 있어도 자기는 나를 엄청 사랑하는 거야.
자기 품이 너무 포근해. 꼭 내 집 같아."
가을 바람이 어딘가에서부터 이 비를 몰고 왔나보다. 찬 바람과 찬비가 한데 뒤엉킨다. 이 찬 비바람이 최수희의 말과, 경험과, 기억을 통째로 삼키듯, 그녀의 몸을 뜨겁게 뒤흔들어놓는다. 그녀의 커다란 가슴이 흔들리고, 그녀의 허리가 뒤틀린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듯, 그녀의 몸 전체가 흔들린다. 나는 그녀의 몸을 보면서, 나에게 성욕이 치밀어 오르는 것이 아니라, 가슴이 저며오는 것 같다. 어느 정도는 나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그녀의 입에서 직접 나오는 말을 들으면서 나의 가슴 깊은 곳에서는 분노가 치솟는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였다. 이제야 내 머리 속에서 모든 것이 정리가 되는 것처럼 침착해진다.
그런데 이 비바람이 그녀의 얼굴까지 흔든다. 최수희는 이를 악물고, 얼굴을 찡그리며 몸부림을 한다.
마치 복수의 신내림이라도 겪는 것처럼.
마치 이 일이 끝나고 나면 죽어도 좋다는 듯이.
마치 그녀의 마지막 몸부림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녀의 젖은 눈이 계속 반짝인다. 그녀의 묽은 두 뺨은 마를 새가 없다.
겨울은 누구에게나 춥다. 그런데 잘 사는 사람들에게는 추위가 와도 히터를 틀거나 전기장판을 틀 수도 있다. 그렇지만 똑같은 추위가 와도 못사는 사람들은 전기요금 고지서를 생각하면서 옷을 두껍게 껴입고 참아내야 한다. 그래서 추운 겨울은 못사는 사람들에게 더 혹독하게 오는 것이 아닐까?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어려움은 온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오는 어려움과, 어렵지 않은 사람들에게 오는 어려움은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을까?
그 어려움 중에는 정말 참기 어려운 어려움도 있다. 그냥 단순히 힘든 일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의 육체와 영혼을 피폐하게 하는 어려움 말이다. 이 어려움을 두고 단련을 위한 어려움이라는 개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있기는 있다.
어쨌든 아픈 상처를 남기는 어려움이다. 이 어려움이 지나고 나서 남겨진 상처를 치료해야 하는 것 역시 그 어려움을 겪어낸 그의 몫이다. 또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해결된다. 어려움의 시간이나, 상처를 치료하는 시간이나, 괴로움은 마찬가지이다. 약간은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나 할까?
어쨌든 시간이 지나가면 어려움도 지나간다. 그러면 우리는 그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이야기한다. 입은 달려있다고 말은 잘한다. 극복은 누구에게나 삶의 과제라고 되지도 않는 말을 씨부린다. 이것을 극복했다고 해서 특별한 상이 주어지는 것처럼 떠벌긴다.
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 한 단계 더 성숙이 있다면 다행일까? 극복이든, 지나가는 것이든, 밤이 가면 아침이 오듯이, 어려움은 어떻게 해서든 지나간다. 이것은 색깔이나 모양은 다르다고 해도 최수희에게라고 다를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신은 유독 최수희에게 등을 돌리고 냉정한 것 같다. 최수희가 겪은 성폭행이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이다. 과거에는 그랬는지 몰라도, 이제는 그녀와 그녀의 신이 화해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내 가슴과는 달리, 최수희의 동굴 속에서 내 페니스는 껄떡거리면서 마지막으로 힘찬 용트림을 한다. 역시 나는 한 마리 발정한 수컷일 뿐인가? 이러는 내가 지독하게 한심하고, 너무 동물스럽다. 내가 더럽다는 생각에 치가 떨려온다.
최수희는 두 눈을 질끈 감고, 그녀의 온몸이 부르르 떨린다. 그녀의 동굴벽은 내 남성을 꼭꼭 물면서 그녀의 엉덩이가 조금씩 돌아간다. 그녀가 나풀거린다. 그녀의 머릿결이, 그녀의 가슴이 그리고 그녀의 온몸이 흔들린다. 최수희의 엉덩이가 움직이고, 거기에 맞춰서 내 엉덩이도 같이 움직인다. 그렇지만 그녀의 두 뺨은 눈물에 젖는다. 최수희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그녀의 몸은 내게로 무너져 내린다.
그녀가 나를 부등켜 안으며 그녀의 몸이 굳어버린다. 그녀는 내 목을 두 팔로 칭칭 감고, 온몸을 버팅기며 마치 사슬에서 벗어나려는 듯 거친 몸짓을 한다. 그 바람에 나도 폭발해버린다. 내 마음과는 전혀 상관없이, 내 몸이 혼자 하는 짓이다. 미친. .. 아아. 나는 구제불능의 수컷이다. 인간이 되기 위해 내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멀고도 험난한 것 같다.
나는 최수희의 몸을 풀어줄 수가 없다. 최수희도 숨을 할딱이며 나를 놓아줄 생각을 하지않는다. 나는 최수희의 온 몸을 쓰다듬고 어루만졌다. 최수희는 내 가슴에 파고들면서 내 가슴을 혀로 핥는다. 나는 최수희의 머리를 당겨서 그녀의 붉은 립스틱이 거의 벗겨진 입술을 빨았다.
"자기 생각나? 내가 자기한테 처음 안기던 날 걸레라고 했는데. .."
"그 말을 나는 한 순간도 잊어본 적이 없어."
"자기는 날더러 걸레가 절대 아니라고 우겼지만, 그거야 그냥 하는 소리 아니었나?"
"내가 빈 말 하는 것 봤어?
누나를 처음 봤을 때부터 나한테 누나는 깨끗한 천사였어."
"자기 지금 나한테 작업 거니?"
"누나가 나라면, 걸을 필요가 전혀 없는 작업을 무엇하러 걸겠어?"
"하긴. .. 그.. 그건 .. 그렇기는 그렇네."
나는 최수희를 데리고 욕실로 갔다. 나는 최수희의 몸 구석구석을 씻기면서 말했다.
"누나, 나랑 약속해."
"무슨 약속을 해?"
"앞으로는 걸레라는 생각 더 이상 하지 말기."
"자기 앞에서?"
"누구 앞에서든지."
"......"
"누나. 나보고 걸레랑 잠자리를 하란 말이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니야. 그러면 절대로 안되지."
"그럼 내 말대로 해."
"......"
"누나. 잊어야 할 일들은 빨리 잊자.
잊지 말아야 할 일을 오래 기억 속에 간직해야지. 안그래?"
"그래. 자기 말이 맞아."
최수희는 눈물을 흘렸다. 그렇지만 소리 내어 울지는 않았다. 그녀의 얼굴은 애써 웃음을 지으려고 하는 것 같다. 몸은 울고 있지만, 마음만큼은 웃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연습 부족이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최수희는 머지않아 몸도 마음도 같이 웃게 될 것 같다.
나는 최수희를 침대에 눕히고 키스했다. 그녀는 내 손을 잡고 놓지 않는다. 나는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자라고 다독였다.
"갈꺼야?"
"가야지. 지금 너무 늦었어."
나는 그녀의 아파트를 나왔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면서 최은희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거든. 일요일 저녁에 보자."
"안되는데. .. 그렇게 늦었어?"
"새벽 한시야."
"그럼 할 수 없지."
우리는 일요일 밤에 만나는 것으로 어렵게 합의를 했다. 나는 그 길로 집으로 와서 바로 잤다.
다음날 아침에 아이린이 와서 나를 깨웠다. 나는 씻고 나서 아이린이 챙겨주는 검은 슈트와 흰 셔츠 그리고 검은 넥타이를 매야 했다. 조해수의 엄마 윤미숙은 커피를 끓였고, 토스트를 가져와서 같이 먹었다.
우리 세 사람은 아이린의 차로 장례식장으로 갔다. 그런데 그 자리에는 엄청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송실장은 물론이지만 지혜의 아빠 서전무와 조해수의 아빠도 와있다. 나는 송실장의 안내를 받아 그들과 일일이 인사를 했다. 나중에 임영선과 그녀의 엄마는 집안에 아들이 없다면서, 영정 사진을 드는 일을 다른 친척들에게 맡기느니, 내가 하는 것이 좋겠다면서 나에게 부탁했다. 송실장도 그리고 아이린도 그 생각에 동의했다.
장례식이 끝나자 아이린은 집으로 돌아가면서, 자기가 애들에게 간식을 먹여서 대학도서관으로 보내겠다고 했다. 한상무도 의류 시판 때문에 자리를 떴다. 나는 화장이 끝날 때까지 영정 사진을 들고 그 집 식구들과 동행했다. 장례식은 아침 10시에 시작되었으나, 화장이 끝나고 나서 보니까 거의 오후 두시이다.
송실장은 중간에 의류 시판에 대한 소식을 전해주었으나, 아직 좋은 얘기는 없었다. 송실장은 한상무와 최수희 그리고 주은혜가 매장 10군데를 수시로 돌면서 판매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판매 실적이 예상대로 오전에는 부진했으나, 오후가 되면서 양상은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화장까지 끝나고 나서 나는 화장터에서 송실장의 차로 회사로 돌아왔다.
나는 주은혜와 전화 통화를 했다. 판매 실적은 그녀가 기대했던 것과 비슷하다면서, 이 정도면 그리 나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나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랐던 것은 아니지만, 다소 실망스러웠다. 주은혜는 내일 일요일에 기대를 걸어보자면서 오히려 나를 격려했다. 아마 주은혜도 실망스러웠던 것 같다. 송실장은 다른 비서들과 함께 월요일에 있을 임시 이사회 때문에 바쁜 것 같다. 나는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일요일에도 애들은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가겠다고 해서 나는 애들을 차로 태워다 주었다. 나는 갑갑해서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로 출근했다.
점심 시간에 임영선이 나와서 나에게 점심을 샀다. 장례식에서 내가 영정 사진을 들고 따라다닌 것 때문에 친척들은 나를 임영선의 남편감이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영선은 이 이야기를 하면서 얼굴이 빨개졌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가 내 귀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한상무에게 전화를 해서 임영선과 같이 한상무가 있는 매장으로 갔다. 한상무는 우리에게 실제 매장에서 팔리고 있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옷을 구경하고 만져보기는 하지만 사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나와 임영선은 최수희 그리고 주은혜가 잇는 매장들도 찾아갔다. 매장들의 상황은 거의 비슷하다.
나는 임영선을 집에 데려다 주고 약속대로 최은희와 같이 저녁을 먹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의류 판매 얘기를 하면서 내 고민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실적이 좋아야 내일 이사회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을텐데.."
"누나. 내가 꼭 회장을 해야 할까?"
"그 회사 내막을 나는 모르지.
그렇지만 서전무 얘기로는 이번에는 반드시 자기가 회장 자리에 앉아야 한대.
어제 장례식장에서 영정 사진 들고 다닌 것도 그 때문이었대요."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것 같네."
"인생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좋은 기회잖아? 겁먹지 말고 덤벼들어봐."
"겁을 먹은 것은 아니야.
별로 탐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그래."
나는 최은희를 집에 데려다 주고 나도 집으로 돌아왔다. 밤 10시가 넘자 나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나는 주은혜에게 전화를 했다.
"어떻게 됐죠?"
"90% 팔았어."
"어? 어떻게 된 일이지?
낮에 보니까 그럴 것 같지 않던데."
"매장 4군데가 괜찮았고, 나머지는 영 별로였어.
그래서 물량을 몽땅 그 매장으로 집중시켰거든.
저녁 7시가 넘으니까 완전 싹쓸이가 시작됐어."
"가격 할인이나 세일 행사를 한 것은 아니지?"
"아니야. 전혀 그런 일 없어."
"누나. 그럼 잘 된거죠?"
"90%면 엄청 잘 된거지."
"축하해요."
"고마워."
전화가 끝나갈 때 지혜와 해수가 내 오피스텔로 들어왔다. 경식이는 자러 들어갔다고 한다. 해수가 지혜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빨리 말 하라니까."
"싫어."
"그럼 내가 한다?"
"죽고 싶니?"
"응. 죽으면 죽었지 말 안하고는 못살겠다."
"콱! 말 해도 내가 말할 꺼거든."
조해수는 포기하는 것 같고, 지혜는 끝끝내 입을 열지 않는다. 우리는 시험에 대해서 몇가 지 얘기를 한 후에 얘네들도 자러 간다고 내려갔다. 나도 씻고 자리에 누웠다. 의류 사업이 성공적이었다고 하니까 정말 다행이다. 이사회에서 사모님이나 한상무가 힘을 얻을 것 같다.
그런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발걸음 소리가 난다. 나는 일어나서 거실로 나왔다.
지혜가 나에게로 오고 있다.
"잠 안자고 웬일이니?"
"그냥 자려고 햇는데, 도저히 잠이 안오네."
"뭔데 그래?"
"일단 와인 한 잔 주면 안돼?"
"내일 시험인데?"
"아직 12시도 안됐잖아. 많이도 말고 딱 한 잔만."
"해수는 안오고?"
"걔도 쫌 있으면 올 껄?"
우리는 주방으로 갔다. 지혜는 냉장고에서 사과를 꺼내서 깎는다. 지혜가 끝나자 나는 와인 병을 열었다. 지혜가 잔을 두개 꺼내와서, 나는 두 잔에 와인을 따랐다.
"오빠, 위하여 하자."
"무엇을 위하여?"
"여신의 내일 시험을 위하여지."
"좋아. 여신의 내일 시험을 위하여!"
"위하여!"
나는 한 모금만 마셨다. 지혜도 그 정도 마시는 것 같다. 그 때 해수도 들어온다.
"지금 나만 왕따니?"
"계집애. 올 줄 알았어."
"너무 일찍 자려니까 잠이 안오지?"
"오빠, 그게 아냐."
"나는 지혜가 과연 그냥 잘까가 엄청 궁금."
나는 조해수에게도 한잔 따라주었다.
알바를 미뤘습니다.
죄송합니다. - Ja"d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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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최수희 & 90프로
나는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였다. 최수희는 나를 보면서 잠시 눈을 깜빡거리다가 벌떡 일어났다.
"자기 많이 피곤하지? 오늘은 내가 할께."
그녀는 이불을 접어서 벼개와 함께 내 등에 받치게 했다. 나는 벽에 기대고 비스듬히 앉았다. 나는 다리를 주욱 뻗고 최수희는 내 무릎으로 올라앉았다. 최수희의 따뜻한 가슴에서 물씬 풍겨오는 그녀의 살냄새가 나를 자극한다.
"하아. .. 자기야. 빨아줘. .. 아하아아. .."
나는 최수희의 단단한 가슴에 내 얼굴을 묻었다. 최수희의 착한 마음이 최수희의 예쁜 가슴덩어리를 가득 채운 것 같다. 최수희는 착한 마음만큼이나 가슴도 큰 것일까?
나는 바로 내 앞에서 흔들리는 최수희의 가슴을 덥석 물었다. 나는 최수희의 가슴을 빨면서 양 손으로 그녀의 양쪽 엉덩이를 하나씩 잡고 내 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최수희는 고개를 숙여 얼굴을 내 머리에 묻는다. 그녀의 두 팔이 내 어깨를 감싼다.
"아흑. .. 좋아. .. 아하앙. .. 하아앙. .."
나는 한 손으로 최수희의 가슴을 잡고, 내 입 안에 들어온 그 작은 꼭지 알갱이가 단단해지는 것을 혀로 문지르면서, 다른 쪽에 있는 포도알은 두 손가락 사이에 끼고 지긋이 누른다. 최수희의 허리가 뒤틀린다.
이렇게 그녀의 가슴을 빨면서 젖꼭지를 집중적으로 괴롭히자 최수희는 엉덩이를 격하게 흔들면서 거센 반응을 나타낸다. 아까부터 커져있는 내 남성은 그녀의 다리 사이로 껴들어간다. 어느새 단단한 몽둥이로 변해있고, 강력한 파워를 과시할 것 같다. 그녀의 활짝 벌어진 조개가 내 육봉을 끼고 문지르면서 촉촉하게 적신다.
그녀의 입은 내 귀를 빨기 시작한다. 그녀의 입 속에 들어있는 내 귀를 그녀의 혀가 더듬고 다닌다. 귀가 입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나의 결정적인 약점이다. 갑자기 온몸이 짜릿하면서 모든 힘이 나의 그 곳으로 쏠린다.
"하음. .. 아하암. .."
육봉은 최수희의 손에 이끌려 그녀의 젖은 동굴 입구에 도달해있다. 최수희는 엉덩이를 자꾸 들어올리며 조개의 균열진 곳과 그 언저리를 육봉의 끝부분으로 골고루 마사지 하듯 문지르고 있다. 그래서 솟아나는 샘물은 골고루 묻혀진다. 나의 끝부분은 꽃잎을 가르고 들어갈 듯 마는 듯 하면서 그녀의 입구에서 배회한다. 그녀의 그 곳은 갈수록 젖어들고, 나는 금방 초조해지면서 약이 오르기 시작한다.
최수희의 빨간 입술이 열리고 두 눈이 질끈 감긴다. 그런데 최수희의 찡그린 얼굴이 불빛을 받아서 반사하면서 반짝인다. 두 눈은 젖어있고, 양쪽 뺨은 눈물이 번져있다. 최수희는 거친 숨을 신음과 함께 뱉어낸다.
"하아. .. 아하아아. .. 넣는다?"
최수희가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다. 이 말을 하고 나서 최수희는 내 몽둥이를 잡아서 세워놓는다. 그녀의 엉덩이가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페니스는 순식간에 그녀의 깊은 동굴로 파고들어가서 박혀버렸다. 그녀의 엉덩이가 씰룩거리면서 동굴 속에 들어있는 몽둥이를 씹는 것처럼 물고 늘어진다.
"하악. .. 들어왔다. .. 하아아아. .. 자기 느껴져?"
"그래. 자꾸 물지마. 나 얼마 못버텨."
"자기 걱정말고, 하려면 해요. 아아아. ..."
가을 바람처럼 최수희의 청랑한 음성이 내 귀를 울리고, 내 마음과 정신을 움켜쥔다. 요즈음의 나는 낙엽이 비오듯 쏟아지는 가을 밤처럼 마음과 정신이 메마르고 황량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청량한 최수희라는 여인의 음성이 울려 퍼진다.
밖에는 비가 내리는지 침실의 유리창을 쉬지 않고 두들긴다. 마치 내 마음의 창에 와서 부숴지는 달빛처럼, 저 연약한 빗소리와 최수희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서 내 마음을 두들긴다. 내 영혼이 가벼운 회초리로 두들겨 맞는 기분이다.
최수희가 내 귀에 입을 대고 말한다.
"자기야. 내가 자기 없이도 살 수 있을까?"
"누나. .. 홀로 서기는 누구나 해야 하는 과제야. 마음 약하게 먹지 말아요."
"아니야. 자기 없이 내가 살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나는 벌써 이 회사를 나갔을꺼야."
"누나.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요. 누나 마음이 가는 대로 해.
요양원에 계신 누나 어머님에 대한 걱정 때문이야?"
"오늘 내일 해. 곧 돌아가실 것 같아.
그 엄마. .. 나를 입양시켜서 키워준 엄마야."
"그랬구나. 이상하다 했는데."
"이상해? 뭐가?"
"나이 차이가 좀 심하게 많이 나거든요."
"그 엄마의 아들과 사위가 나를 짓밟았어."
"뭐야?"
"씨X놈들한테 완전 걸레가 돼버린 나를 정말 진심으로 따뜻하게 안아준 사람이 바로 자기야."
"누나. .. .. 최수희. 너 정말. .."
"하아. .. 자기야. 사랑해.
이 말이 내 진심이라는 것을 알겠니?"
"왜 지금까지 숨기고, 가슴에 담고 있었어?
누나는 나를 사랑한다며?
그럼 나한테 진작 털어놨어야지."
"그 더러운 일을 어떻게 내 입으로 말해?"
"그래. 잘했어.
이렇게 지금이라도 나한테 말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야."
"나 .. 이렇게 자기 옆에 있을 수만 있어도 자기는 나를 엄청 사랑하는 거야.
자기 품이 너무 포근해. 꼭 내 집 같아."
가을 바람이 어딘가에서부터 이 비를 몰고 왔나보다. 찬 바람과 찬비가 한데 뒤엉킨다. 이 찬 비바람이 최수희의 말과, 경험과, 기억을 통째로 삼키듯, 그녀의 몸을 뜨겁게 뒤흔들어놓는다. 그녀의 커다란 가슴이 흔들리고, 그녀의 허리가 뒤틀린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듯, 그녀의 몸 전체가 흔들린다. 나는 그녀의 몸을 보면서, 나에게 성욕이 치밀어 오르는 것이 아니라, 가슴이 저며오는 것 같다. 어느 정도는 나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그녀의 입에서 직접 나오는 말을 들으면서 나의 가슴 깊은 곳에서는 분노가 치솟는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였다. 이제야 내 머리 속에서 모든 것이 정리가 되는 것처럼 침착해진다.
그런데 이 비바람이 그녀의 얼굴까지 흔든다. 최수희는 이를 악물고, 얼굴을 찡그리며 몸부림을 한다.
마치 복수의 신내림이라도 겪는 것처럼.
마치 이 일이 끝나고 나면 죽어도 좋다는 듯이.
마치 그녀의 마지막 몸부림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녀의 젖은 눈이 계속 반짝인다. 그녀의 묽은 두 뺨은 마를 새가 없다.
겨울은 누구에게나 춥다. 그런데 잘 사는 사람들에게는 추위가 와도 히터를 틀거나 전기장판을 틀 수도 있다. 그렇지만 똑같은 추위가 와도 못사는 사람들은 전기요금 고지서를 생각하면서 옷을 두껍게 껴입고 참아내야 한다. 그래서 추운 겨울은 못사는 사람들에게 더 혹독하게 오는 것이 아닐까?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어려움은 온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오는 어려움과, 어렵지 않은 사람들에게 오는 어려움은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을까?
그 어려움 중에는 정말 참기 어려운 어려움도 있다. 그냥 단순히 힘든 일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의 육체와 영혼을 피폐하게 하는 어려움 말이다. 이 어려움을 두고 단련을 위한 어려움이라는 개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있기는 있다.
어쨌든 아픈 상처를 남기는 어려움이다. 이 어려움이 지나고 나서 남겨진 상처를 치료해야 하는 것 역시 그 어려움을 겪어낸 그의 몫이다. 또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해결된다. 어려움의 시간이나, 상처를 치료하는 시간이나, 괴로움은 마찬가지이다. 약간은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나 할까?
어쨌든 시간이 지나가면 어려움도 지나간다. 그러면 우리는 그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이야기한다. 입은 달려있다고 말은 잘한다. 극복은 누구에게나 삶의 과제라고 되지도 않는 말을 씨부린다. 이것을 극복했다고 해서 특별한 상이 주어지는 것처럼 떠벌긴다.
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 한 단계 더 성숙이 있다면 다행일까? 극복이든, 지나가는 것이든, 밤이 가면 아침이 오듯이, 어려움은 어떻게 해서든 지나간다. 이것은 색깔이나 모양은 다르다고 해도 최수희에게라고 다를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신은 유독 최수희에게 등을 돌리고 냉정한 것 같다. 최수희가 겪은 성폭행이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이다. 과거에는 그랬는지 몰라도, 이제는 그녀와 그녀의 신이 화해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내 가슴과는 달리, 최수희의 동굴 속에서 내 페니스는 껄떡거리면서 마지막으로 힘찬 용트림을 한다. 역시 나는 한 마리 발정한 수컷일 뿐인가? 이러는 내가 지독하게 한심하고, 너무 동물스럽다. 내가 더럽다는 생각에 치가 떨려온다.
최수희는 두 눈을 질끈 감고, 그녀의 온몸이 부르르 떨린다. 그녀의 동굴벽은 내 남성을 꼭꼭 물면서 그녀의 엉덩이가 조금씩 돌아간다. 그녀가 나풀거린다. 그녀의 머릿결이, 그녀의 가슴이 그리고 그녀의 온몸이 흔들린다. 최수희의 엉덩이가 움직이고, 거기에 맞춰서 내 엉덩이도 같이 움직인다. 그렇지만 그녀의 두 뺨은 눈물에 젖는다. 최수희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그녀의 몸은 내게로 무너져 내린다.
그녀가 나를 부등켜 안으며 그녀의 몸이 굳어버린다. 그녀는 내 목을 두 팔로 칭칭 감고, 온몸을 버팅기며 마치 사슬에서 벗어나려는 듯 거친 몸짓을 한다. 그 바람에 나도 폭발해버린다. 내 마음과는 전혀 상관없이, 내 몸이 혼자 하는 짓이다. 미친. .. 아아. 나는 구제불능의 수컷이다. 인간이 되기 위해 내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멀고도 험난한 것 같다.
나는 최수희의 몸을 풀어줄 수가 없다. 최수희도 숨을 할딱이며 나를 놓아줄 생각을 하지않는다. 나는 최수희의 온 몸을 쓰다듬고 어루만졌다. 최수희는 내 가슴에 파고들면서 내 가슴을 혀로 핥는다. 나는 최수희의 머리를 당겨서 그녀의 붉은 립스틱이 거의 벗겨진 입술을 빨았다.
"자기 생각나? 내가 자기한테 처음 안기던 날 걸레라고 했는데. .."
"그 말을 나는 한 순간도 잊어본 적이 없어."
"자기는 날더러 걸레가 절대 아니라고 우겼지만, 그거야 그냥 하는 소리 아니었나?"
"내가 빈 말 하는 것 봤어?
누나를 처음 봤을 때부터 나한테 누나는 깨끗한 천사였어."
"자기 지금 나한테 작업 거니?"
"누나가 나라면, 걸을 필요가 전혀 없는 작업을 무엇하러 걸겠어?"
"하긴. .. 그.. 그건 .. 그렇기는 그렇네."
나는 최수희를 데리고 욕실로 갔다. 나는 최수희의 몸 구석구석을 씻기면서 말했다.
"누나, 나랑 약속해."
"무슨 약속을 해?"
"앞으로는 걸레라는 생각 더 이상 하지 말기."
"자기 앞에서?"
"누구 앞에서든지."
"......"
"누나. 나보고 걸레랑 잠자리를 하란 말이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니야. 그러면 절대로 안되지."
"그럼 내 말대로 해."
"......"
"누나. 잊어야 할 일들은 빨리 잊자.
잊지 말아야 할 일을 오래 기억 속에 간직해야지. 안그래?"
"그래. 자기 말이 맞아."
최수희는 눈물을 흘렸다. 그렇지만 소리 내어 울지는 않았다. 그녀의 얼굴은 애써 웃음을 지으려고 하는 것 같다. 몸은 울고 있지만, 마음만큼은 웃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연습 부족이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최수희는 머지않아 몸도 마음도 같이 웃게 될 것 같다.
나는 최수희를 침대에 눕히고 키스했다. 그녀는 내 손을 잡고 놓지 않는다. 나는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자라고 다독였다.
"갈꺼야?"
"가야지. 지금 너무 늦었어."
나는 그녀의 아파트를 나왔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면서 최은희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거든. 일요일 저녁에 보자."
"안되는데. .. 그렇게 늦었어?"
"새벽 한시야."
"그럼 할 수 없지."
우리는 일요일 밤에 만나는 것으로 어렵게 합의를 했다. 나는 그 길로 집으로 와서 바로 잤다.
다음날 아침에 아이린이 와서 나를 깨웠다. 나는 씻고 나서 아이린이 챙겨주는 검은 슈트와 흰 셔츠 그리고 검은 넥타이를 매야 했다. 조해수의 엄마 윤미숙은 커피를 끓였고, 토스트를 가져와서 같이 먹었다.
우리 세 사람은 아이린의 차로 장례식장으로 갔다. 그런데 그 자리에는 엄청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송실장은 물론이지만 지혜의 아빠 서전무와 조해수의 아빠도 와있다. 나는 송실장의 안내를 받아 그들과 일일이 인사를 했다. 나중에 임영선과 그녀의 엄마는 집안에 아들이 없다면서, 영정 사진을 드는 일을 다른 친척들에게 맡기느니, 내가 하는 것이 좋겠다면서 나에게 부탁했다. 송실장도 그리고 아이린도 그 생각에 동의했다.
장례식이 끝나자 아이린은 집으로 돌아가면서, 자기가 애들에게 간식을 먹여서 대학도서관으로 보내겠다고 했다. 한상무도 의류 시판 때문에 자리를 떴다. 나는 화장이 끝날 때까지 영정 사진을 들고 그 집 식구들과 동행했다. 장례식은 아침 10시에 시작되었으나, 화장이 끝나고 나서 보니까 거의 오후 두시이다.
송실장은 중간에 의류 시판에 대한 소식을 전해주었으나, 아직 좋은 얘기는 없었다. 송실장은 한상무와 최수희 그리고 주은혜가 매장 10군데를 수시로 돌면서 판매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판매 실적이 예상대로 오전에는 부진했으나, 오후가 되면서 양상은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화장까지 끝나고 나서 나는 화장터에서 송실장의 차로 회사로 돌아왔다.
나는 주은혜와 전화 통화를 했다. 판매 실적은 그녀가 기대했던 것과 비슷하다면서, 이 정도면 그리 나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나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랐던 것은 아니지만, 다소 실망스러웠다. 주은혜는 내일 일요일에 기대를 걸어보자면서 오히려 나를 격려했다. 아마 주은혜도 실망스러웠던 것 같다. 송실장은 다른 비서들과 함께 월요일에 있을 임시 이사회 때문에 바쁜 것 같다. 나는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일요일에도 애들은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가겠다고 해서 나는 애들을 차로 태워다 주었다. 나는 갑갑해서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로 출근했다.
점심 시간에 임영선이 나와서 나에게 점심을 샀다. 장례식에서 내가 영정 사진을 들고 따라다닌 것 때문에 친척들은 나를 임영선의 남편감이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영선은 이 이야기를 하면서 얼굴이 빨개졌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가 내 귀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한상무에게 전화를 해서 임영선과 같이 한상무가 있는 매장으로 갔다. 한상무는 우리에게 실제 매장에서 팔리고 있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옷을 구경하고 만져보기는 하지만 사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나와 임영선은 최수희 그리고 주은혜가 잇는 매장들도 찾아갔다. 매장들의 상황은 거의 비슷하다.
나는 임영선을 집에 데려다 주고 약속대로 최은희와 같이 저녁을 먹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의류 판매 얘기를 하면서 내 고민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실적이 좋아야 내일 이사회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을텐데.."
"누나. 내가 꼭 회장을 해야 할까?"
"그 회사 내막을 나는 모르지.
그렇지만 서전무 얘기로는 이번에는 반드시 자기가 회장 자리에 앉아야 한대.
어제 장례식장에서 영정 사진 들고 다닌 것도 그 때문이었대요."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것 같네."
"인생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좋은 기회잖아? 겁먹지 말고 덤벼들어봐."
"겁을 먹은 것은 아니야.
별로 탐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그래."
나는 최은희를 집에 데려다 주고 나도 집으로 돌아왔다. 밤 10시가 넘자 나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나는 주은혜에게 전화를 했다.
"어떻게 됐죠?"
"90% 팔았어."
"어? 어떻게 된 일이지?
낮에 보니까 그럴 것 같지 않던데."
"매장 4군데가 괜찮았고, 나머지는 영 별로였어.
그래서 물량을 몽땅 그 매장으로 집중시켰거든.
저녁 7시가 넘으니까 완전 싹쓸이가 시작됐어."
"가격 할인이나 세일 행사를 한 것은 아니지?"
"아니야. 전혀 그런 일 없어."
"누나. 그럼 잘 된거죠?"
"90%면 엄청 잘 된거지."
"축하해요."
"고마워."
전화가 끝나갈 때 지혜와 해수가 내 오피스텔로 들어왔다. 경식이는 자러 들어갔다고 한다. 해수가 지혜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빨리 말 하라니까."
"싫어."
"그럼 내가 한다?"
"죽고 싶니?"
"응. 죽으면 죽었지 말 안하고는 못살겠다."
"콱! 말 해도 내가 말할 꺼거든."
조해수는 포기하는 것 같고, 지혜는 끝끝내 입을 열지 않는다. 우리는 시험에 대해서 몇가 지 얘기를 한 후에 얘네들도 자러 간다고 내려갔다. 나도 씻고 자리에 누웠다. 의류 사업이 성공적이었다고 하니까 정말 다행이다. 이사회에서 사모님이나 한상무가 힘을 얻을 것 같다.
그런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발걸음 소리가 난다. 나는 일어나서 거실로 나왔다.
지혜가 나에게로 오고 있다.
"잠 안자고 웬일이니?"
"그냥 자려고 햇는데, 도저히 잠이 안오네."
"뭔데 그래?"
"일단 와인 한 잔 주면 안돼?"
"내일 시험인데?"
"아직 12시도 안됐잖아. 많이도 말고 딱 한 잔만."
"해수는 안오고?"
"걔도 쫌 있으면 올 껄?"
우리는 주방으로 갔다. 지혜는 냉장고에서 사과를 꺼내서 깎는다. 지혜가 끝나자 나는 와인 병을 열었다. 지혜가 잔을 두개 꺼내와서, 나는 두 잔에 와인을 따랐다.
"오빠, 위하여 하자."
"무엇을 위하여?"
"여신의 내일 시험을 위하여지."
"좋아. 여신의 내일 시험을 위하여!"
"위하여!"
나는 한 모금만 마셨다. 지혜도 그 정도 마시는 것 같다. 그 때 해수도 들어온다.
"지금 나만 왕따니?"
"계집애. 올 줄 알았어."
"너무 일찍 자려니까 잠이 안오지?"
"오빠, 그게 아냐."
"나는 지혜가 과연 그냥 잘까가 엄청 궁금."
나는 조해수에게도 한잔 따라주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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