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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잎새가 질 때까지 - 12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1 23:50 1,070회 0건
12. 비요일의 기억2



지혜가 나를 몇 번이고 쳐다본다. 알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그녀의 두려움을. 그렇지만 오늘은 그 두려움을 다독여줄 마음의 여유가 내게도 없다. 평소라면 모를까. 비속을 내달리는 차는 언제나처럼 거칠 것이 없지만 운전대를 잡은 내 손에도 조금씩 땀이 배어 나온다. 그래, 나도 그녀처럼 오늘이 두렵다.

(미안하다, 지혜야. 너에게 이런 부탁을 하게 된 것이. 아마도 다시는 이런 어려운 부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내일이면 너는 오늘 이전의 너와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가게 될 테니까. 아무리 힘들어도 너는 그렇게 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네게 바라는 유일한 것이기도 하니까.)

이제 오피스텔 건물이 저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운명의 장소에서 운명의 시간을 너와 나는 맞이 해야 한다. 이것이 어쩔 수 없는 너와 나의 숙명일 게다.)

어쩌다 지혜에게 이런 짐을 지우게 되었을까? 지켜주고자 했던 내 마음과 달리 나는 그녀를 더 위험하고 심지어 치욕스럽기까지 할 더러운 무대로 이끌어야 한다. 그것이 그녀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지 나로선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다만, 지혜의 희생을 담보로 그토록 무거웠던 과거의 짐을 비로소 내려놓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 다음은......

(내가 너의 남은 인생을 모두 책임지마, 지혜야!)

달리는 차를 따라 날카롭게 할퀴어오는 빗줄기가 과거의 흔적처럼 차창에 흐른다. 그러고 보니 비는 지혜와 나를 잊는 오작교와도 같았다. 어쩌면 그런 것이 운명이란 것일 테지.




나는 비가 오는 밤이면 언제나 똑 같은 악몽을 꾸곤 했다. 그것은 아무리 회피하려 해도 어쩔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서의 결전과도 같았다. 결과는 언제나 나의 참패였다. 이겨낼 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두려움의 공포가 나를 짓눌렀고 참다 못해 외마디 소리를 질러내고 나서야 겨우 그 늪 같은 꿈에서 도망칠 수 있었다.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던 그날도 상황은 똑같았다. 비명을 지르며 식은 땀으로 젖은 몸을 일으켰을 때, 내 귀에 들린 것은 무거운 빗소리였다. 분명 자기 전에는 오지 않던 비였는데.

창가로 가서 커튼을 조금 젖혔다. 비에 맞은 유리창들이 아프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멍처럼 가득한 비의 흔적이 점차 내 안에 들어와 점점이 박혔다. 몸살이 든 듯 몸이 떨려왔다. 술이 필요했다.

무작정 차를 몰고 밤거리를 돌아다녔다. 예전 1호차를 운전했을 때와는 다른 보통차의 가벼움이 자꾸만 나를 과속으로 내몰았다. 만약 꿈으로 인해 지친 상태가 아니었다면 미친 듯이 폭주의 광란을 즐겼을 터였다.

“끼이익!”

하마터면 무단 횡단하는 할머니를 칠 뻔 했다. 이렇게 비 오는 밤에 저 할머니는 도대체 어디를 가시려고 무단 횡단을 하고 있었던 걸까? 만약 젊은 사람이었다면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질렀을 터였다. 할머니의 느린 걸음을 지켜보다 다시 차를 출발했다.

“쿵!”
“끼이이익!”

비상등을 켜고 차를 세웠다. 창문을 내리고 고개를 내밀었다. 저기 건너편에 멈춰 선 차의 라이트 앞에 비쳐진 작은 덩어리 하나. 그리고 쏟아지는 비를 따라 바닥에 빠르게 번져가는 붉은 빛. 차에서 내려 건너편으로 뛰어갔다. 운전석에서 내린 한 남자가 주춤거리며 라이트 앞으로 다가가다 멈춰 서는 것이 보였다. 길을 건너 그 사람 뒤편으로 다가갔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남자의 어깨. 남자가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뒤를 돌아봤다. 그의 눈은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의 시선을 따라 그가 내린 차에 시선을 돌렸을 때, 이제 막 실내등을 켠 차 안 뒷좌석에 어린 아이를 부둥켜 안고 있는 한 여자의 놀란 눈이 보였다. 마주보는 얼굴에 서린 조각난 절망의 파편들.




앰블런스가 떠나고 경찰에게 내가 목격한 상황을 설명해주고는 다시 차로 돌아왔을 때, 핸들을 잡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내 손을 봤다. 잊을 수 없는 그 날의 기억들이 다시 밀물처럼 몰려들어왔다. 차를 길가에 그냥 버려두고 눈에 뜨이는 단란주점에 들어갔다. 술을 시켰다. 웨이터가 뭐라고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귀찮았다.

“알아서 가져와.”

상이 차려지고 곧 이어 아가씨가 들어왔다. 나는 얼굴도 보지 않았다. 그저 술이 고팠을 뿐이었다. 내 손으로 술을 따르고 단번에 들이켰다. 찌릿하게 목구멍을 넘어가는 알코올의 짜릿한 자극이 잠깐 나를 몸서리치게 했다.

“무슨 일이 있으신가 봐요.”

고개를 들어 옆에 앉은 아가씨를 봤다. 장소와 어울리지 않게 착하고 순수하게 생긴 얼굴. 세상이란 원래 저런 얼굴이었다가도 한 순간에 마귀처럼 변하기도 한다는 것을 나는 익히 안다. 그럼에도 때로 속게 되는 것은 아직은 내게 남아있는 인간성의 작은 조각 때문이겠지.

대답하기도 귀찮아 그냥 빈 잔에 다시 술을 따른다.

“제가 따라드릴게요.”
“아냐, 됐어.”

아가씨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술병을 기울였다.

(제기랄!)

손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조금 전의 사고와 겹쳐진 그 날의 일들이 자꾸만 떠오른다.




“어때, 생일파티 마음에 들었소?”
“네, 여보. 아주 근사했어요.”
“다행이군. 하하…… 그래, 지훈이는 어땠니?”
“저도 좋았어요, 아빠. 오늘은 엄마가 정말 예뻐보이시더라구요.”
“뭐야? 그럼 엄마가 평소엔 안예뻤다는 거니?”
“아니, 그게 아니고, 엄마. 오늘은 특히 더 예뻐보이셨다는 거라구요.”
“정말이지?”
“그럼요! 세상에 엄마 같은 여자만 있으면 바로 결혼하자고…… 아야! 엄마아!”
“짜식이! 아직 대학도 졸업 못한 주제에 뭐, 벌써 결혼이 어쩌고 어째?”
“아 글쎄 말이 그렇다는 거죠!”
“너 번듯하게 취직해서 기반 잡기 전에는 결혼 꿈도 꾸지 마라.”
“취직이야 아버지 회사에 그냥 들어가면……”
“정식으로 공채입사 안 하면 안받아 준다.”
“아빠! 요새 취업이 얼마나 어려운 데요!”
“실력 없이 낙하산으로 들어와서 나중에 통솔이 되겠냐? 나 살아있는 동안엔 어림도 없다.”
“뭐, 아빠가 안 해주시면 할아버지께 부탁하면 되죠. 헤……”
“너 할아버지가 아무리 널 예뻐하신다고 그런 부탁까지 들어주실 것 같니? 엄마가 미리 말해 두는데 너 그러다가 평생 집에 발도 못 붙이게 될 수 있어.”
“에이, 설마!”
“너 정말! 큰아버지 대신 아빠가 회사를 물려받게 된 이유가 뭔지 몰라서 그러는 거야?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는 할아버지 말씀 새겨 들어둬.”
“네, 알았습니다! 까짓 거 뭐 당당히 시험 봐서 들어가면 되죠.”
“우리 회사 입사가 그리 녹녹하지 않다. 쉽지 않을 걸?”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거죠. 저도 공부는 제법 합니다.”
“어디 기대해보마. 그렇지만 서류나 필기보다 면접이 더 어려울 거다.”
“그건 왜요?”
“우리 회사 전통 알지 않니? 최종 면접은 늘 사장이 직접 한다는 거.”
“그래서요?”
“지훈이가 아직 아빠를 잘 모르는 모양이네. 아빠 마음에 들기가 쉽지 않다는 뜻 아니겠니? 그렇죠, 여보?”
“당신 말이 맞아. 여간 해선 내 마음에 들기 어렵지.”
“에이, 제가 면접 보는 대두요?”
“그러니 더 까다롭게 봐야지. 혈육의 정에 이끌리면 안되지 않겠냐?”
“치!”
“하하하……”
“호호호……”

운전대를 잡은 내 입가에도 웃음이 번졌다. 사장님 가족의 화목함을 나는 늘 부러워했다. 그리고 저들과 가깝게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차가운 내 가슴에도 온기를 주는 것 같았다. 늘 긴장된 생활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한다는 것 이상으로 저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그런 따뜻함이 언젠가는 내게도 찾아올 것 같은 기대를 갖기도 했다. 적어도 그 날, 그 사고가 있기 전까지는.




“제가 필요 없으실 것 같아요.”

그 말에 정신을 차렸을 때는 술이 잔에서 넘치고 있었다. 일어서는 아가씨의 팔을 나도 모르게 잡았다. 그리고 힘으로 의자에 주저 앉혔다.

“그냥 있어.”

누구라도 좋았다. 그냥 내 옆에 사람이 있어 주기만 해도 좋았다. 그렇지 않다면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혼자 남겨지고 싶지 않았다.

(잠깐 눈만 돌리지 않았어도……)

아주 잠깐의 시간이었다. 뒷좌석에 나란히 앉은 그들의 모습이 좋아 룸미러로 쳐다 본 그 시간은. 그렇지만 그 짧은 시간이 얼마나 큰 갈림길이었는지 아는 것은 오직 나 혼자였다.

(비가 내렸다고 해서… 아니 그 화물차가 커브 길을 돌며 중앙선을 넘어왔다고 해도 평소처럼 긴장만 했으면 피할 수 있었어. 아니 사고를 막지는 못했어도 정면충돌까지 가지 않았을 거야. 그 정도 훈련은 지겹도록 받았었으니까. 그런데... 그런데… 왜 하필 그 순간 한눈을 팔았을까…… 바보같이……)

하얗게 밀려드는 커다란 불빛에 반사적으로 핸들을 돌렸지만 그것은 단지 마음뿐 육체의 반응은 속도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쿠우우우웅!”

차와 차가 부딪혀 내는 소리가 고장난 테잎처럼 길게 늘어져 들렸다. 상대방의 무게감에 튕겨나가는 모습 또한 영화를 보듯 느리게 보였다. 후드가 꺾여 들리며 운전석 앞쪽이 쭈그러들었고 이내 벤츠 특유의 엔진룸 낙하가 느껴졌다. 아마 그렇지 않았다면 엔진룸이 그대로 밀려들어와 내가 이렇게 살아날 확률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튕겨지던 몸이 안전벨트에 걸려 다시 뒤로 제쳐질 때, 본능적으로 뒷좌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가 다 돌아가기도 전에 앞으로 몸이 튕겨지는 사모님의 모습이 보였다. 놀랍게도 그 상황에서도 사모님은 도련님을 품으로 끌어 당기고 있었다. 이미 다 큰 아들을 마치 어린 아이 돌보듯 그렇게. 차가 바이킹처럼 옆으로 회전하며 몸체가 뒤집어지고, 뒤편 문이 열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억지로 고개를 왼편으로 돌리자 마자 저 편 차 밖으로 튕겨나가고 있는 사장님의 모습이 너무도 선명하게 보였다.

(꿈일 거야, 이건! 아주 나쁜 꿈…)

차가 지면에 거꾸로 주저앉으며 도로 위를 미끄러지다 전신주를 들이 박고 멈춰 섰을 때, 필름이 끊기듯 내 의식도 거기서 멈췄다.




“이렇게 하고 있으면 되요?”
“음.”
“그냥 자듯이 가만히?”
“음.”
“그럼 어떻게 되는 데요?”
“아마 누군가 와서 지혜를 데려갈 거야.”
“누가요?”
“있어. 그럴 사람이.”
“데려가면요?”
“말했잖아. 지혜의 몸을…… 취할 거라고.”
“강간… 하듯이?”
“그보다 더.”

지혜의 얼굴이 굳어졌다.

“갱뱅이군요?”
“갱… 뱅?”
“있잖아요, 떼씹!”
“떼… 씹?”
“휴우…… 여러명이서 할 거란 거죠?”
“아…… 아마도.”
“몇이나?”
“글쎄……”
“5명 정도?”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아는 정보로는 그 보다 더 많았다.

“10명?”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뭐야, 그럼! 날 아주 걸레로 만들 거에요?”
“……”
“그렇군요. 그래서 아저씨가 그렇게 어렵게 부탁을 한 거군요.”
“힘들면…… 포기 해도 돼.”
“예전에 윤간 당한 거… 아시잖아요.”
“그래서 더 힘들겠지.”
“그래서 부탁한 건 아니구요?”
“……”
“아니라곤 말 못하죠?”

이럴 땐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그렇다고 하기도 아니라고 하기도 난감한 이런 상황에는. 어느 말도 구차한 말이 될 것 같았다. 어느 말도 그녀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말이 될 것 같았다.

“아저씨는 다른 사람을 일부러 아프게 할 사람은 아니라는 거 난 알아요. 그런데도 내게 이런 일을 부탁하는 건… 아마도……”

지혜의 눈빛이 자꾸만 부담스럽다.

“아마도…… 뭔가 큰 마음의 결심을 해서 그런 것 아닐까 싶어요.”

지혜가 상상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녀가 상상하는 것 중 진실에 접근하는 것도 조금은 있을까?

“그게 저한테도 좋은 일이면… 좋겠어요.”

하마터면 와락 지혜를 끌어안을 뻔 했다. 사랑스러운 아이. 어두운 내 세상에 유일한 빛과 같은 아이. 그 아이를 제물로 삼은 내 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얼마나 나를 던져주면 그 빚을 다 갚을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자꾸만 입술을 깨문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싶었다. 벌써 자정이 넘은 시간. 이 시간 정도면 그들이 올 것 같은데. 모니터를 바라보는 눈이 뻑뻑해져 온다. 계속된 긴장감에 몸이 뻐근하다. 졸음도 조금씩 밀려온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깜빡 졸았던 모양이었다. 퍼뜩 눈을 뜨고 모니터를 보니 없다! 지혜가 없다!

시계를 보니 대략 내가 졸은 시간이 15분 정도. 갑작스럽게 가슴이 두근거려온다. 급하게 모니터를 되돌려 본다. 금새 나타난 세 인물들. 그들이 마지막 방을 나간 시간이 약 2분 전. 그 시간이면 벌써 한참을 갔을 시간인데…… 주차장 입구에 설치된 모니터를 확인해본다. 2분 전부터 지금까지 빠져나간 차량은 단 한대. 흰색 SUV.

(이런, 제기랄! 서둘러야 해. 잘못하면 지혜가 위험해져.)

서둘러 운전석으로 옮겨 탔다. 그러나 막상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었다.

(생각을 해야 해, 생각을!)

머리 속에 주변의 도로가 그려졌다. 이곳은 사장님이 도련님의 대학시절에 도련님의 독립심을 키운다며 사모님의 반대에도 반강제적으로 내보내 생활하게 했던 곳. 그러면서도 도련님의 생활을 확인하기 위해 내가 자주 살피러 왔던 곳이다. 그래서 이곳의 주변 도로상황은 손금 보듯 환했다.

(마취제를 사용한 것 같은 데 그렇다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 정도로 무리한 운전을 하지는 않았을 거야.)

지금까지 내가 추적해서 얻은 정보에 따르면 매번 장소를 달리하는 그들 모임의 특징 중 하나는 서울에서의 이동 시간이 그리 멀지 않고 교통도 편리한 곳이면서 외곽에 위치해 사람들의 이목을 피할 수 있는 곳이었다는 거다. 지금도 그들이 지혜를 납치해서 데려가려는 곳은 그런 곳일 테고. 여기서 교외로 빠져 나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머리 속에 떠오르는 한 방향.

(가보자. 모든 건 운명에 맡길 수 밖에.)

거칠게 차를 몰아 주차장을 빠져 나갔다. 신호를 무시하며 달려 터널을 지나 자동차 전용도로 위를 미친 듯 달려간다. 머리 위에서 과속위반 카메라가 붉은 빛을 번쩍였다. 물론 그런 따위는 상관없다. 이제 조금 더 가면 시흥사거리. 거기까지 가서도 그 차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등골이 오싹하다. 지혜의 눈이 떠오른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죽을 때까지 나를 원망하게 될 것이다.

길이 내려서기 시작하고 저기 앞에 시흥사거리 지하차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 길이 맞다 해도 분당쪽으로 이미 빠져나갔을 수도 있고, 지하차도로 계속 진행했을 수도 있을 터.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망설이는 사이 지하차도가 바로 앞에 있다. 바깥쪽으로 나가 분당으로 들어설까 하는데 앞 차에 가려졌다가 나타나 이제 막 지하차도로 모습을 감추는 흰색 SUV가 보였다. 급하게 핸들을 꺾었다.

“빠바방!”

하마터면 옆에서 오던 차와 추돌할 뻔했다. 간신히 비켜지나 지하차도로 들어가 앞에 가는 흰색 SUV 뒤에 따라 붙는다. 차량 번호를 살펴본다. 4599. 주차장입구 모니터에서 얼핏 봤던 차량의 번호가 무엇이더라? 그 번호가……

(그래, 99!)

틀림없었다. 바로 저 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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