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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잎새가 질 때까지 - 21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1 23:50 1,234회 0건
21. 어제와 다른 오늘



“또 잡혔어요!”
“와!”

선경이 아이처럼 물개박수를 쳤다. 며칠 째 덕구저수지 주변을 산책만 하던 지훈이 낚시를 해보고 싶다고 한 것은 오늘 아침. 쌀쌀해지는 날씨여서 권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쩌면 너무나 무료했을 그를 위해 선경이 주인집에 부탁해 낚시도구를 빌려왔다. 별장식 민박을 운영하는 주인 아저씨는 한 때 낚시광이었다고 했다. 그런 그의 말처럼 정말 많은 낚시도구가 그의 집안에 소장되어 있었고, 그 중에 가방 하나를 통째로 내밀며 가져가라 했다.

원래는 낚시공원이 있었을 만큼 한 때는 제법 많은 낚시꾼들이 모여들기도 했었다 한다. 그러나 지금 낚시공원은 유휴시설이 되었고 간간이 몇 몇의 조사들이 자리를 틀고 있는 소박한 곳이 되었다. 다행인 것은 제법 주변자리가 좋아 휠체어를 탄 지훈도 쉽게 물가로 접근할 수 있다는 거였다.

미끼를 끼우는 수고를 덜도록 루어낚시대를 빌려준 주인집아저씨의 배려가 힘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팔 힘이 강한 지훈은 던지고 당기는 것에 무척이나 쉽게 적응을 하는 듯 했다. 그리고 그런 기초 덕분인지 몇 번 던지지 않아 지훈이 소리쳤다.

“잡았습니다! 잡았어요!”
“정말요? 와, 신기하다!”

휘어진 낚시대 끝에서 점차 끌려나오며 몸부림치는 잉어의 모습이 살아있음이 무엇인지 알려주듯 생동감 넘치게 물방울을 사방에 튕겨냈다.

“와하하하!”

너무나 좋아하는 지훈을 보며 선경은 낚시 하길 잘 했다 생각했다. 그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물살에 비친 햇살만큼이나 환하게 빛났다. 그를 보는 선경의 얼굴에도 아름다운 미소가 걸렸다.

(당신과 이렇게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선경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함을 느꼈다. 그와 함께 생활한 이 며칠이 선경은 더할 수 없이 좋았다. 그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그 식사를 함께 하고 이야기하고 산책하고 그를 씻기고 하면서 아이가 없던 그녀에게 그는 아이 같은 존재가 됐고, 때로 다방면에 해박한 그의 지식이 선생님이 되기도 했다. 밤이 내리면 외따로 떨어진 이 곳에서 그녀를 안심시키는 듬직한 오빠가 되기도 하고 산책을 가면 오랜 친구처럼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 속에서도 때로 흔들리는 물의 표면을 따라 밀려오는 가을바람이 불확실한 차가운 현실을 깨닫게 하곤 했다. 그래서였을까? 선경이 무언가를 결심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 결심을 이루고자 마음 먹었다.




“오늘은 내가 씻으면 안될까요?”

옷을 벗다 말고 선경을 바라보는 지훈의 귓불이 다시 붉어져있었다. 이젠 매일의 일과처럼 되어버린 잠자기 전의 이 시간이 지훈은 아직도 불편하기만 했다. 물론 싫어서는 아니었다. 선경의 부드럽고 따뜻한 손길이 스칠 때의 그 느낌은 너무나 좋기만 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신체의 변화에 있었다. 이상하게도 선경의 손길이 닿기만 하면 금세 몸을 일으키는 그 녀석이 지훈으로서는 골치거리였다. 아무리 다른 것에 신경을 쓰고 생각을 돌리며 평소처럼 녀석이 있게 하려 해도 되지 않았다. 전에는 일부러라도 야한 장면을 보며 그 육체적 반응을 느껴보고 싶었건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소원 같은 그것이 이루어진 지금은 그것이 오히려 밤마다의 고민이 되어버렸다.

“한 두 번도 아니고 매번 이러면 어떻게 해요? 아이도 아니면서.”
“……”

선경의 손길이 거침없이 지훈의 몸을 씻겨 나갔다. 이런 선경도 불편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지훈의 감각들이 빨리 살아나기를 바랬다. 그럴 수만 있다면 이 정도의 불편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역시나 오늘도 지훈의 물건이 고개를 들었다. 어제보다 더 높은 각도와 더 단단함으로. 어느 누구도 이런 모습을 보고 지훈이 하반신 마비라는 사실을 믿지 못할 것 같았다.

눈을 감은 지훈은 체념하듯 가만히 있었다. 이 시간이 아주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선경이 마지막으로 욕조의 물을 빼고 샤워기로 지훈의 몸 구석구석과 욕조를 함께 씻어 내렸다. 지훈도 이제 곧 이 부끄러움이 끝난다는 것에 안도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중심은 고개를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참 신기해. 인간의 몸이란 것은. 이 상황에서도 고개를 드는 내 몸이나 그래서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눈을 감아도 자꾸만 떠오르는 선경씨의 몸…… 내 안에서 치솟는 누를 수 없는 이 욕망…… 난감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이것이 내가 인간이란 역설적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오늘은 느낌이 달랐다. 무언가 그 무엇인가가. 그 다른 느낌에 눈을 뜬 지훈은 자신 앞에 보이는 장면에 기절할 듯 놀랐다. 자신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왼 손으로 자신의 물건을 잡고 입안 가득 자신의 물건을 물고 있는 선경!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 지훈의 상체가 격하게 떨렸다.

“서, 선경씨!”

지훈의 말에도 선경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지훈의 물건을 입으로 물었다.

“자, 잠깐만요!”

중심에 닿는 뜨거운 혀의 느낌. 무섭게 치미는 욕정. 더 크고 단단해지는 지훈의 물건. 좁은 욕조 안에서 도망갈 데 없이 갇힌 지훈은 선경의 예상 못한 도전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지훈이 당황과 쾌감에 어쩌지 못하는 동안에도 선경은 입으로의 애무를 계속했다. 처음보다 더 크고 단단해진 지훈의 물건을 입안 가득 베어 문 선경도 그런 지훈의 반응에 놀라고 있었다. 비록 남자에 대한 경험은 남편 현석 외에 없었지만 그래도 결혼 4년이 넘는 동안 부부생활을 해온 그녀였다. 당연히 현석의 물건을 입으로 수없이 물었던 그녀였지만 그의 물건과 지훈의 물건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굵고 이렇게 단단할 수가!)

예상 외의 반전에 선경은 무척이나 놀랐지만 그렇다고 지금 멈출 수는 없었다. 그것이 더 이상하고 어색할 것 같았다. 기왕에 지훈에게 자신의 육체를 주고자 마음 먹은 선경이었다. 그것이 그를 위해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전부와 같다고 여겼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강한 반응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아, 강해! 이런 지훈씨를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선경도 여자로서 자신의 물건에 관심이 없을 수가 없었다. 몇 번인가 자신의 물건이 궁금해 거울을 갖다 대고 본 적도 있었다. 그건 현석의 말 때문이기도 했다. 관계를 할 때마다 현석은 선경에게 자신의 물건을 씹는 것 같다고 말하곤 했다. 그 말이 선경은 조금 웃겼다. 이빨도 없는 자신의 물건이 어떻게 남자의 단단한 그것을 씹을 수 있을까? 그런 궁금함에 확인해본 자신의 물건은 목욕탕에서 보아온 그 많은 다른 여자들과 전혀 다른 것 같지 않았다.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인가?)

선경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 모든 것이 현석의 립서비스일 것이라고. 그러나 그것은 선경이 모르는 사실이었다. 자신의 몸이 남자로 하여금 얼마나 강렬한 느낌을 주게 하는지. 살과 살이 오밀조밀한 그녀의 질은 들어온 무엇이든 밖으로 도로 밀어낼 정도로 힘있게 외부의 침입에 대응한다는 것을. 그래서였을 것이다. 선경이 현석과의 섹스에서 한번도 오르가즘에 이르지 못했던 이유가. 선경이 정점에 오르기도 전에 현석은 사정해버리곤 했으니까. 어쩌면 그래서 깊은 사정을 못한 탓에 아이도 쉽게 들어서지 못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선경이었다.

선경의 오럴은 아주 훌륭하지는 않았다. 스스로 그것을 즐기지도 않았고 더불어 기교를 부릴 만큼 경험도 풍부하지 않았다. 그저 열심히 지훈의 물건을 애무하고자 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열심이 지훈으로 하여금 더욱 더 참을 수 없는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있었고, 지훈도 만약 움직일 수만 있었다면 당장에 선경을 바닥에 눕히고 그대로 끝까지 깊게 삽입하고 싶은 욕구에 미칠 것만 같았다. 가느다란 이성의 끈이 남아있지 않았다면 지훈도 더 이상 참지 못했을 것이다. 그처럼 선경은 열심히 마음을 담아 지훈의 물건을 다루고 있었다.

“선경씨, 이제 그만……”

지훈이 애원하듯 말했지만 선경은 요지부동이었다. 할 수 없이 지훈이 선경의 양 어깨를 잡아 일으켰다. 그제서야 선경이 입을 떼고 상체를 세웠다. 더불어 대봉감처럼 봉긋 솟은 선경의 가슴이 아까보다 더한 유혹의 지훈의 눈을 사로잡았다.

선경은 오늘 반드시 그에게 자신을 주기로 마음 먹은 터였다. 용기 없이 미루다 다시 이런 기회가 없을까 두려워서였다. 보수적이고 성에 있어 소극적인 선경이 오늘 이렇게 적극적일 수 있는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상체를 세운 선경이 지훈에게 몸을 붙여왔다. 지훈이 당황하여 선경의 몸에서 손을 뗐지만 이내 선경의 두 젖꼭지가 지훈의 가슴에 와 닿았다. 지긋이 눌러지는 탄력 있고 부드러운 가슴의 느낌. 지훈의 숨이 가빠왔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됐고 시선은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불안하게 이곳 저곳을 움직였다. 그런 지훈을 보며 선경도 붉어진 얼굴로 다가와 자신의 가슴을 지훈에게 기대며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그의 혀를 자신의 혀로 맞이해갔다. 혀와 혀가 엉기고 서로의 타액이 섞이며 두 사람의 육체도 점차 서로를 향해 밀착되어 갔다. 갈 길을 잃었던 지훈의 손이 어느새 선경의 봉긋한 가슴을 움켜쥐었다.

“으음……”

선경의 입에서 단내와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윽고 입을 뗀 지훈이 참을 수 없는 욕구로 머리를 숙여 예쁘게 솟은 선경의 가슴을 한 입 가득 베어 물었을 때

“아아!”

선경의 몸이 출렁이며 한 차례 떨었다. 두 손으로 선경의 등을 감싸 쥔 지훈이 더욱 강하게 선경의 가슴을 빨아들였다가 혀로 돌출된 유두를 빙글빙글 애무해나가자 뒤로 고개를 젖힌 선경은 더욱 신음을 뱉으며 어쩔 줄을 몰라 했고 지훈의 허벅지에 올라탄 선경의 갈라진 곳에서는 점차 흥건한 물이 배어 나와 지훈의 다리를 적셔갔다.

“아흑, 지훈씨!”

선경이 다시금 요동쳤다. 어느 틈엔가 아래로 내려온 지훈의 한 손이 미끌거리며 젖어있는 선경의 아랫도리를 파고들어 갈라진 틈을 쓰다듬었다. 이내 지훈의 손에 선경의 애액이 가득 묻어났다.

선경의 하체가 지훈의 손을 따라 스스로 조금씩 움직였다. 이제 커질 대로 커진 육체의 갈증이 더 큰 해갈을 요구하는 듯했다. 그런 선경의 움직임에 지훈은 막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그런 지훈의 망설임이 선경을 더욱 강한 갈증에 목마르게 한다는 것을 그는 몰랐다.

선경의 손이 아래로 내려와 다시 지훈의 물건을 움켜쥐었다.

“어헉!”

여태 움직임 없던 그의 하체가 꿈틀한 듯 느껴졌다. 그러나 선경의 손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선경이 자신의 몸을 살짝 들어 뒤로 엉덩이를 조금 빼는 듯 하더니 손에 잡은 지훈의 물건을 자신의 갈라진 곳과 일치시켰다.

“아, 안돼요, 선경씨!”

지훈이 놀라 선경의 움직임을 막으려 들었다. 물론 그것은 지훈의 마음뿐, 몸은 그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미안해요, 내가 지훈씨에게 줄 수 있는 게 이거뿐이라서.”
“아닙니다, 아니에요. 우리 이럴 수는 없어요. 선경씨, 이건 아니에요.”

지훈이 다급히 외쳤지만 선경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눈을 감은 선경이 자신의 손에 잡힌 지훈의 중심을 향해 서서히 자신의 몸을 내렸다.

“선경씨, 으흑!”
“아아……”

따뜻한 감촉이 지훈의 중심을 가득히 감쌌다. 갈라져있어 쉽게 들어갈 것 같은 선경의 몸은 그러나 의외로 그리 쉽게 열리지 않았다. 온통 미끌거리는 외부와 달리 내부는 지훈의 물건에 강력히 반발하며 밀어내는 듯 했다. 그러나 그런 몸의 본능적인 방어도 선경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하아악!”

선경이 전율했다. 서서히 자신의 깊은 속을 채우며 들어오는 지훈의 남성이 마침내 선경의 아랫도리를 가득히 채워왔다. 아니 그것으로도 모자라 단 번에 선경의 자궁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만약 지훈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본능에 따른 거친 펌프질을 했더라면 선경은 쾌감보다 고통을 더 느꼈을 터였다.

“선경씨…… 으윽……”

지훈의 몸도 진저리를 쳤다. 단순히 지훈의 물건을 밀어낼 듯 물어올 뿐 아니라 마치 진동을 하듯 선경의 몸 속이 꿈틀거렸다. 그것은 지훈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여체의 신비였다. 그 놀라움에 지훈의 이성은 속절없이 무너져갔고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하체를 움직이려 애쓰고 있었다.

선경은 선경대로 너무나 단단하고 굵은 지훈의 물건이 자신을 가득 채우자 그 감각에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더구나 가만히 있음에도 자신의 자궁을 눌러오는 압박감이 처음에는 약간의 고통 비슷하더니 시간이 지나며 점차 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쾌감으로 바뀌고 있었다. 맨 처음 느꼈던 쾌감이라 여겼던 파도가 지나가고 조금 더 큰 파도가 밀려왔다가 곧 다시 더 큰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아, 어떡해”

선경이 몸을 비틀며 어쩔 줄을 몰랐다. 치솟기 시작한 쾌감은 더 큰 쾌감을 원하고 있었고 그에 반해 움직임 없는 지훈의 하체로 인해 선경은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엉덩이를 앞 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선경의 달뜬 신음이 점차 더 높이 더 빠르게 욕실 안을 메워가기 시작했다. 지훈의 어깨를 잡아 자신의 몸을 지탱하고는 선경은 자꾸만 지훈의 물건을 자신 속에 더 깊이 밀어 넣었다. 그러기를 얼마 만에 선경의 몸이 뒤로 넘어갈 듯 허리가 휘어졌다.

“아아아!!!”

처음 느껴보는 높은 쾌감! 절정이었다. 선경의 몸 속에서 무언가가 왈칵 밖으로 쏟아지는 듯 했다. 그때 지훈이 선경의 상체를 자신의 팔로 안으며 잡아당겼다. 선경은 혼미한 정신으로 그저 그의 힘에 이끌려 품 안으로 쓰려지듯 안겼다. 지훈이 다시 선경의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그만……”

그러나 지훈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선경의 몸을 흔들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몸도 움직이려 애썼다. 그러서였을까? 내려오려던 선경의 쾌감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선경의 신음 소리가 다시 또 빠르게 올라갔다.

“지, 지훈씨… 하아아……”

다시 시작된 질주는 선경의 본능을 깨우며 움직이게 했다. 선경의 허리를 잡고 흔들던 지훈의 손놀림과 선경의 움직임이 보조를 맞추며 두 번째 절정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과 달리 두 번째의 절정은 빨리 당도했고, 더불어 지훈도 급격히 차오르는 사정감을 느꼈다.

“선경씨… 나와요! 어서, 빼요! 어서!”

질 안에 사정할까 걱정해서였지만 선경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달리는 말의 고삐를 움켜쥐고 채찍질을 더하듯 더 격정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으허어!”

큰 짐승의 비명 같은 소리와 함께 선경의 몸 깊이 지훈의 정액이 분출해나갔다. 그 뜨거움과 함께 선경도 온 몸의 경련으로 와들와들 떨었다. 하얗게 타버린 이성은 곧 정신을 잃을 것 같이 육체의 쾌감에 잠식되어버렸고 선경은 무너지듯 지훈의 품으로 쓰러졌다. 그런 선경을 지훈이 품에 안았다.

한참 동안 그렇게 서로 살을 맞대고 있던 두 사람은 어느 순간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다. 선경이 땀이 흐르는 지훈의 이마전을 쓰다듬자 지훈이 흐트러진 선경의 머리결을 쓸어 정리해줬다.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애틋함과 만족감, 그리고 서로를 향한 따뜻함이 하나로 엉켜 있었다.




어제와 다른 오늘. 지훈은 그렇게 느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달라져 보였다. 깊이 잠든 선경을 두고 조용히 방을 나온 지훈은 가볍게 휠체어를 밀며 아침 햇살이 일렁이는 물가에 서서 물 위를 스치는 바람을 기분 좋게 맞이했다.

지난 밤의 폭우같던 선경과의 섹스가 다시금 머리에 떠올랐다. 그 열기와 습기, 살과 살이 만나 느껴지던 표현하기 어려운 황홀함, 온 몸의 모든 것을 쏟아낸 듯한 절정과 가득히 채워져 오던 만족감. 그 모든 것이 자꾸만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다.

(세상에 그렇게 사랑스러운 사람은 또 없을 거야!)

선경을 생각하면 이렇게 가슴이 들뜨고 즐거울 수가 없었다. 세상 누구보다 아름다운 그 여인이 자신의 여자가 되었다고 하는 만족감은 당장에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뛸 수 있을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했다.

(선경씨가 남편과 정리한 후에는 청혼해도… 될까?)

진심으로 지훈은 선경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그녀를 대신할 수 있는 여자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선경은 지훈에게 어느덧 너무나 소중한 존재가 되어있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는 지훈으로서는 하나의 짐을 더 가지게 된 셈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바퀴를 굴리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휠체어를 멈췄을 때는 숙박지로부터 꽤나 멀리 떨어져있었다.

(그래, 선경씨가 눈을 뜨면 그 말부터 해줘야지!)

갑자기 지훈이 휠체어를 돌려 돌아가기 위해 서둘렀다. 선경이 잠에서 깨기 전에 서둘러 그 옆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그 때였다. 차도를 따라 달려온 검은색 승용차 한대가 막아서듯 지훈의 휠체어 앞에 섰다. 그리고 뒤쪽 차창이 내려지며 누군가 지훈에게 말을 던졌다.

“오랜만이구나.”

그를 본 지훈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큰… 아버지?”
“넌 아직 여전하구나. 하하……”

지훈의 몸에 한 가득 소름이 돋았다. 애써 떨림을 감추며 지훈이 차갑게 말했다.

“무슨 일이신가요?”
“너와 할 말이 있어서 왔는데 그럴 필요까진 없을 것 같구나.”
“무슨 뜻입니까?”
“곧 알게 될 게다. 전화할 테니 기다리도록 하고. 그럼 또 보자.”

떠나는 차와 함께 창문도 올라갔고 묘한 웃음소리만이 허공에 남겨졌다.

“흐허허허……”

(설마!)

지훈이 있는 힘껏 휠체어를 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급히 숙소로 들어갔을 때 선경이 보이지 않았다.

“선경씨! 선경씨!!”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 때 지훈의 핸드폰이 울렸다.

“누구……?”
“나다.”

큰아버지였다.

“네 여자친구가 나와 함께 있는데 인사도 못한 모양이더구나. 아무리 그래도 서로 인사는 하고 헤어져야지. 자 아가씨, 인사해요.”
“선경씨?”
“지훈씨!”
“괜찮아요?”
“난, 괜찮……”
“선경씨!”
“인사했냐? 그럼 내가 할말이 있는데 좀 들어줘야겠구나.”

터질 듯한 분노를 누르며 지훈이 말했다.

“뭡니까?”
“네 명의의 회사지분 말이다. 그거…… 내게 양도해주었으면 하는 데 말이다. 어떠냐? 회사를 위해서도 그것이 좋을 것 같은데. 뭐 그렇다고 그냥 달라는 건 아니고 적당히 너 생활할 만큼은 내 주도록 하마. 어떠냐? 그러면 여기 있는 이 예쁜 여자친구와 같이 지낼 수 있도록 내가 배려해주마.”
“치사한……”
“인생이란 게 원래 그렇지 않냐? 뭐 생각할 시간은 그래도 필요하겠지? 흠… 그래 오늘 밤 12시까지로 하자. 생각이 정리되면 집으로 들어오너라. 마침 네 짐도 가져가야 할 테고. 준비는 다 해놨으니까.. 와서 양도문서에 사인만 하면 된다. 변호사도 대기중이고.”
“할아버지께서 아시면 가만히 있지 않으실 겁니다.”
“살아계셨다면 그렇겠지만 이미 세상에 없으신 분께서 뭘 어쩌시겠냐? 하하하!”
“뭐…라구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구요?”
“시간 지키도록 해라. 그리고 재복이란 친구도 아직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어쩌면 이미 할아버지 옆에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하하…… 참… 네 여자친구가 아주… 예쁘더라, 탐이 날만큼. 그래서 말인데…… 만약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아무래도 내가 좀 맛을… 봤으면 하는데. 괜찮겠지?”
“뭐라구요?”
“어떠냐? 네가 시간 안에 안 온다는 건 결국 네 여자친구를 포기한다는 뜻 아니겠냐? 그러니 나라도 거두어줘야지. 아, 물론 나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젊고 예뻐서 아무래도 힘들겠지만. 그래도 걱정할 건 없다. 내 주변엔 힘세고 젊은 친구들도 아주 많으니까. 하하하하…….”
“이 나쁜 인간!!”

전화는 이미 끊긴 상태였다.

“으아아아아~~~~~~~~!”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지훈이 피를 토하듯 소리를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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