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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잎새가 질 때까지 - 17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1 23:50 1,247회 0건
17. 위기와 위기



때가 되면 눈이 떠지는 그것은 참으로 신비한 현상이라고 선경은 생각했다. 오늘도 그랬다. 현석의 출근 준비를 위해 새벽이면 깨어나던 습관이 아직도 남아 정확히 6시가 되자 눈이 떠졌다. 지훈은 여전히 잠에 취한 듯 보였다. 그가 깨지 않도록 살며시 일어나 간단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때까지도 지훈은 무슨 꿈이라도 꾸는지 가끔 몸을 뒤척이며 알지 못할 소리를 웅얼거렸다. 그런 그의 모습이 아이처럼 귀여웠다.

(아침 식사를 준비해야 할 텐데……)

창가로 가서 아래를 내려다 봤다. 여명이 밝아오는 저 아래 몇 개의 가게가 보였지만 과연 아침부터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싶었다. 너무나 조용하고 평화롭기까지 한 이 곳. 바로 저 편에 총을 겨눈 적군이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아마도 그래서 전쟁불감증이란 말도 나온 것이겠지.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단지 휴전 상태일 뿐이란 것을 우리는 대부분 잊고 산다.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아침거리를 준비해오는 게 좋지 않을까?)

역시 그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기 옆에 있는 메모지에 간단하게 메모를 했다. 혹여 지훈이 깨어 자신을 찾을까 봐. 그리곤 모텔 창가에서 바라보이던 저 아래 작은 교차로옆 편의점을 향해 모텔을 나와 걸어갔다. 모텔과 모텔이 모인 길을 지나 언덕을 내려오는 사이에 폐에 가득히 들어오는 맑은 공기가 참으로 좋았다. 이래서 귀촌을 꿈꾸게 되는 모양이다 싶었다. 풀냄새 실은 바람이 서늘하게 몸을 감쌌다. 약간은 몸을 사리게 하는 낮은 온도지만 정신을 차리게 하는 좋은 각성제이기도 했다.

편의점까지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었다. 뒤를 한 번 돌아보며 올 때는 그래도 내려오는 길이어서 쉽게 왔지만 갈 때는 택시를 타고 가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이 짧은 거리를 가자고 택시를 부르면 어째 좋아하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그런 생각과 함께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서자 천정에 달린 TV를 보던 늙수그레한 아저씨가 설핏 선경을 바라보더니 건성의 인사를 건넸다.

“어서오세요.”

몇 가지 요기거리 앞에서 아침식사거리로 무엇을 고를까 선경은 고민됐다. 지훈씨는 아침식사로 무얼 좋아할까? 알 길이 없었다. 물어본 적도 없으니까. 아무래도 난제에 봉착한 듯 느껴졌다.

(커피포트는 있었으니까 물만 부으면 되는 커피하고 샌드위치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커피와 샌드위치를 고르고 계산대로 갔다. 들어올 때도 건성의 인사로 천정에 매달린 TV를 보던 아저씨가 역시나 지금도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세상에 참…… 뭐가 그리 급하다고 차를 몰고 한강으로 뛰어들었대!”

무슨 소린가 싶었다. 아저씨의 눈길을 따라 선경도 TV로 눈길을 돌렸다. 그곳에는 크레인으로 들어올려지고 있는 밴이 보였다.

“오늘 새벽 분당에서부터 교통신호마저 무시하고 과속으로 질주해온 것으로 알려진 이 차량은 성수대교 중간 지점에서 다리 난간을 부수고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CCTV에 잡힌 영상으로 판독한 결과 남녀가 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여성 운전자가 운전한 이 차량은 뒤따라 오던 트럭과 시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서 경찰은 이 트럭과 트럭 운전자를 수배하였습니다. 한편 추락한 차량에 타고 있었던 두 사람의 행방은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는데요, 경찰은 실종된 두 사람의 사체가 한강을 따라 떠내려갔을 가능성에 대비해 한강 하류 지점까지 광범위하게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계산대에 물건을 올려놓고 잠깐 함께 TV를 보다 느릿하게 계산하려고 몸을 돌이키는 아저씨에게 선경이 말했다.

“잠시만요. 다른 것도 좀 필요해서……”

(혹시 모르니 삼각김밥도 좀 가져가야지. 그리고 혹시 모르니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과자와 음료수도 좀 사고.)

그렇게 매대로 가서 어떤 종류의 삼각김밥을 고를까 망설이고 있을 때였다. 검은색 승용차 두 대가 편의점 앞에 서더니 한 사내가 차에서 내려 편의점 안으로 들어왔다.

“디스 하나요.”
“여기 있습니다.”

담배를 받아 든 그가 계산을 하고 있을 때 일행으로 보이는 다른 남자가 편의점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야, 라이타 하나 사라. 밤새 배도 안 부른 담배만 폈더니……”
“형님 그럼 컵라면이라도 살까요?”
“됐어. 위치 알았다니 가서 처리하고 먹어도 돼. 아저씨, 이곳에란 모텔이 저 앞에 있는 거 맞죠?”
“네. 직진해서 가시면 올라가서 맨 끝에 있습니다.”
“가자. 마침 차가 흔하지 않은 거라 빨리 찾았지 안 그랬으면 개고생할 뻔 했어, 쓰벌!”
“그러게나 말입니다. 형님.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찾았습니다.”
“마침 똘마니 중에 하나가 여기서 아르바이트 하는 덕이다. 아니면 어디 가서 연놈들을 찾겠냐? 시간 아깝다. 후딱 가자.”
“네. 형님.”

그들이 나가자 마자 선경의 몸은 사시나무 떨 듯이 떨다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곤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제발, 지훈씨! 어서 받아요!)

신호음이 계속 갔지만 지훈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조금 전 그 사내들은 분명이 자신들을 찾아온 자들이 틀림없었다.

(꿈에 차가 지훈씨를 밀더니……)

링컨 컨티넨탈이란 차의 그 특별한 크기는 누가 봐도 금방 눈에 뜨인다는 것이 이제서야 생각이 나다니! 그 흔치 않은 차로는 이목을 피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후회가 밀려왔다.

다시 전화를 했지만 지훈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놀라 마구 뛰어대는 가슴을 누르며 선경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경찰에 연락할까?)

막상 경찰에 무어라고 연락해야 할까? 그리고 경찰이 올 동안 그가 무사할 수 있을까?

(모텔에 연락해서 지훈씨를 일단 피신 시키자.)

선경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은 그것이었다. 114를 통해 모텔이름을 대고 전화통화를 연결했다. 그러나 모텔도 빨리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러다 마침내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네, 모텔입니다.”
“여보세요, 906호실 좀 부탁해요.”
“906호실요?”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 때 수화기 너머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 저기 앞에 세워진 큰 차 있지? 외제차. 그 차 몰고 온 사람들 몇 호실이야?”
“무슨 일이신가요?”
“아, 우리랑 좀 관련이 있어서. 몇 호실인데?”
“죄송하지만 손님에 대한 사항은 알려드릴 수가 없는데요.”
“뭐야? 이게 어디서 까불고 있어? 야, 곱게 말할 때 말해. 여기 다 엉망진창 만들기 전에.”
“이러시면 경찰을 부르겠습니다.”
“뭐야? 경찰? 불러! 불르라고, 씨발! 부를 수나 있을 것 같애? 그 전에 넌 무사하시고? 허!”

그 때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그 아가씨 붙들고 실랑이 하지 말고 아르바이트 한다던 지부 똘마니 누군지 불러. 그 놈이 알겠지.”
“그럴까요?”
“형님들 오셨습니까?”
“어, 전화한 게 너냐?”
“네, 형님.”
“오, 그래 아주 잘……”

그 순간 전화가 신호음으로 바뀌었다.

“여보세요?”
“지훈씨!”
“네, 선경씨. 아침식사는 같이 나가서 해도 되는데……”
“급해요. 지금 우리 찾으러 사람들이 모텔에 갔어요. 어서 피하세요, 어서!”
“네에?”
“어서요! 참, 거기 아르바이트 하는 남자, 그 쪽 사람이니 조심하세요. 어서 피하세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그래야 그도 움직일 것 같았다. 그를 초조하게 기다리며 떨고 있을 때, 누군가 선경의 어깨를 툭 쳤다.

“악!”

놀라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은 선경을 카운터에 있던 아저씨가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아, 글쎄 그 놈이 또 여기 신세를 졌네! 미안해, 아가씨!”
“별말씀을요. 1004호실에 있으니까 데려가세요.”
“진상 짓을 부리진 않았지?”
“뭐 좀 그러긴 했지만…… 어서 데려가 주시면 저희도 좋죠.”
“아, 그래야지. 고맙수, 아가씨. 일 더 벌이기 전에 내 얼른 데려가리다.”

머쓱한 얼굴로 바라보는 카운터 아가씨를 향해 손짓을 하고 늙수그레 한 아저씨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런 그를 엘리베이터와 카운터 앞에서 서 있던 건장한 청년들이 웃기다는 듯이 쳐다봤다.

1004호실에 들어가니 역시나 그가 엎어져 있었다.

“에고 이 녀석, 또 여기 와서 엎어졌구먼. 그래 계집이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떠난 계집이 뭐가 그리 대단해서 그래! 다 소용없는 거여. 내 품에 있을 때나 내 꺼지, 남에 품에 안긴 년을 좋아하면 뭐할 거나. 에구 이 녀석아.”

아저씨가 문가를 흘깃 보더니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엎어져 있는 남자의 입가와 옷 등에 뿌렸다.

“얼마나 마셔댔으면 이렇게 떡이 됐누. 자 업자, 업어.”

어렵게 남자를 업은 아저씨가 방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로 오자 그 앞에 언제 쫓아왔는지 아래 층에 있던 자들과 같은 옷차림의 사내 하나가 매서운 눈초리로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앞을 지나 엘리베이터의 스위치를 누르려 하자

“아저씨. 그 친구 얼굴 좀 봅시다.”
“뭐여? 내 자식 얼굴을 당신이 봐서 뭐할라고?”
“뭐 혹시나 내가 찾는 사람인가 해서 말이죠.”
“그래? 우리 아들 친구라도 돼?”
“아니 그건 아니고……”
“근데 니가 왜 우리 아들을 보는데? 이 놈 이렇게 술 쳐 먹인 게 너냐? 엉?”
“그게 아니라 혹시 몰라서 그러니……”
“그래, 봐라! 남에 귀한 자식을 이렇게 반송장 만들고 넌 까딱도 없다 이거냐? 에라이 호로자식 같은 놈아!”
“아저씨! 거 말이 심하네!”
“뭐여? 너 누구네 집 자식이냐? 엉? 빨리 말해 이눔아!”

그 때였다. 후드티를 입고 아저씨의 등에 업혀있던 남자가 토악질을 해댔다.

“끄어억!”

토사물이 아저씨의 등에 붙어 흉하게 흘러 내렸다.

“으이구, 애비 등에다가 이게 뭔 짓이여! 살다 살다 참…… 에구, 이 원수덩이리. 그래, 난 모르겠다. 니가 내 아들 아주 데려가라. 엉! 아, 뭐해? 빨리 데려가라니까!”

그 모습을 보며 인상을 쓰던 사내가 풍겨오는 술냄새와 토사물 냄새에 얼굴을 찡그리며 물러섰다.

“에이씨…… 빨리 가슈!”
“썩을 놈……”

엘리베이터에 남자를 업고 올라탄 아저씨가 사내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프론트 앞을 지날 때도 사내들은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아저씨 등에 붙은 토사물이 풍기는 악취는 옆을 스칠 때마다 그야 말로 가관이었다.

“아가씨, 미안해. 담부턴 아예 여기 받아주질 말구려. 이런 일도 한 두 번이지 이젠 나도 아주 지쳤구만. 알겠지? 부탁해요!”
“네, 아저씨. 어서 데려가세요.”
“그래, 고맙구만. 미안하우.”

어렵게 트럭 조수석에 남자를 태운 아저씨가 등에 묻은 토사물을 한 번 돌아보며 고개를 흔들면서 진저리를 쳤다. 그리곤 운전석에 올라 느긋하게 차를 몰고 사라졌다.

“에이, 더럽게시리. 야, 근데 그 연놈들 못찾았냐?”
“벌써 튄 것 같은데요?”
“뭐야? 차도 버리고 가긴 어딜가? 더구나 사내놈은 휠체어가 없으면 못 움직인다며?”
“그러게 말입니다. 거 참……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방 저 방 다 뒤지기도 어렵고…… 공연히 시비가 되면 경찰 오고 하지 않겠습니까?”
“흠…… 알았어. 그럼 일단 여기 입구에 둘 지키고 나머지 근처 모텔들 수소문 해봐. 혹시 차만 여기 두고 다른 쪽에 피했을지도 모르니까. 저기 모텔촌 들어오는 입구에도 애들 보내서 지키라고 하고.”
“네, 형님!”
“그런데…… 형님!”
“응?”
“좀 전에 그 아저씨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습니까?”
“보긴 뭘 봐? 난 첨 보는 사람인데.”
“아, 그렇습니까? 거 참… 이상하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너 언제 이 동네에 깔 데리고 왔었냐?”
“아, 아닙니다, 형님!”
“새끼! 어서 움직이기나 해!”

사내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런 모습을 보며 프론트에 있던 아가씨가 등을 돌리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저씨,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조심해서들 가세요.”
“그 놈들이 아저씨를 기억하면 어떻게 해요?”
“걱정 마요. 이제부턴 울 마누라가 가게를 볼 테니. 잠깐 본 사람을 계속 기억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지. 내 걱정 말고 어서들 가요.”
“다음에 꼭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택시를 타고 출발하기까지 아저씨를 향해 몇 번이고 머리를 숙여 감사함을 표했다. 아저씨는 가볍게 손을 흔들고는 다시 자신의 소형 트럭에 올랐다.

택시가 파주시를 지나칠 때까지도 두 사람은 굳어진 얼굴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선경의 떨리는 손을 꼭 잡은 지훈의 손에서도 땀이 배어 나왔다. 택시가 1번 국도에 들어설 쯤에야 지훈이 선경을 향해 말했다.

“걱정 많이 했죠?”
“다행이에요, 정말.”

두 사람은 서로를 그윽한 눈길로 바라봤다.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애정이 가득한 연인의 모습이었다.

“어떻게 눈치를 챈 겁니까?”
“그 사람들이요?”
“아니, 선경씨가 그 사람들을요.”
“아…… 느낌이었어요. 말하는 내용하며 참, 꿈도 생각이 났구요.”
“꿈요?”
“네. 실은 제가……”

꿈 이야기를 들은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때가 있죠. 저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아저씨가 그렇게 큰 도움을 주실 줄 몰랐어요. 그 순간에는 놀라서 그만 주저 앉았거든요. 그런데 아저씨가 무슨 일이냐고 하시고는 도와줄 테니 걱정 말고 기다리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러게 말입니다. 선경씨 문자를 받고 나도 긴가 민가 했는데 방에 들어오시자 마자 숨겨온 술을 제 얼굴과 옷에 뿌리시더군요. 그래서 어떻게 하시려는지 대충 짐작을 했습니다.”
“프론트 아가씨도 참 고마웠어요. 전화를 제 때 연결시켜주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 했어요.”
“네, 그랬습니다. 더구나 청소하시는 분 통해서 1004호로 가 있게 해주지 않았으면 우왕좌왕하다가 들킨 뻔 했습니다.”

정말 모든 것이 간발의 차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도움이 얼마나 절묘했던가 싶었다. 그것은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누군가가 일어날 일을 미리 알고 대처할 방법을 알려주는 느낌이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일단 할아버지께 연락을 해봐야겠습니다.”
“그러다 그분마저 위험하게 하는 건 아닐까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할아버지는 지금 미국에 요양차 가 계신지 꽤 오래 됐습니다. 국내 문제는 모두 이사진과 경영진에게 맡기고 정기적인 경영현황만 보고 받으시죠. 또 주변에 믿을만한 사람들도 있구요.”
“네……”
“할아버지께 연락을 하면 아마 어떤 방법을……”

말을 하다 말고 뚝 끊은 지훈의 얼굴을 선경이 의아한 얼굴로 쳐다봤다. 택시 안에는 기사분이 틀어놓은 라디오 소리만이 정적을 깨고 흘렀다.

“이번 사고는 인양된 1487 스타크랩트 밴 차량과 화물트럭간의 시비가 발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가해차량으로 추정되는 트럭과 차량운전자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로 경찰은 해당 차량과 운전자를 찾기 위해 검문 검색을 강화하고 목격자와 CCTV등의 영상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알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경찰이나 저희 방송사에 제보해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다시 한 번 전해드리자면, 아직까지 두 사람의 탑승자 생존 소식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경찰이 추정하기로는 추락한 차 안에 두 사람이 없는 것으로 봤을 때 사고시 탈출을 했거나, 최악의 경우 이미 사망해서 사체가 물길을 따라 하류로 떠내려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에서는 아직까지 생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 후자에 더 큰 가능성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는 계속해서 해상 수색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상 성수대교에서 차량 추락사고에 대한 현재 상황을……”

하얗게 질린 지훈이 낮게 중얼거렸다.

“아저씨……”

그제서야 선경도 알 것 같았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선경의 손을 잡고 있던 지훈의 손이 안타까울 만큼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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