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전에 첫 화만 썼던 글인데, 예전 글 삭제하고 다시 1화에 플러스, 추가내용 올립니다.
재미있게 읽으시고 댓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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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리는 상대방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며 눈을 아래로 떨어트렸다.
마치 물건을 품평하듯 날카롭고 건조한 시선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유리가 우수한 물건인지, 아닌지를 눈으로 평가하던 상대는
이내 입을 열었다.
“몇 살이라고 했죠?”
“스물 넷입니다.”
‘사모님’ 이라고, 유리는 뒷말을 삼켰다.
말을 길게 할수록 책잡힐 것 같았다.
“OO여대 졸업했네요? 괜찮은 학교인데, 왜 이렇게 어린 나이에
가사도우미를 하려고 하죠?”
유리는 침을 삼켰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채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느낌이 왔기 때문이다.
“돈이 필요해서요. 입주 가사도우미를 하면 급여도 좋고,
숙식도 해결되니까요. 집안일이라면 어렸을 때부터 해 왔기 때문에
자신 있습니다......”
잠시 숨을 들이켜고 유리가 이어 말했다.
“사모님.”
사모님이라고 불린 여자는 굉장히 젊어 보였다.
환갑이 다 된 이 집 주인, OO물류의 오너이자 여자의 남편인 O씨를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분명 마흔을 넘은 나이인데도
팽팽한 눈가에는 엷은 선만 보일듯 말듯 자리했을 뿐이다.
하얀 피부에 쌍꺼풀 없이 큰 눈, 이지적인 콧날과 붉은 루즈가 발린
도톰한 입술. 갓 서른을 넘긴 얼굴을 가진 여자는 냉기가 풍기는 목소리로
유리에게 대답했다.
“원래 입주 가사도우미는 소개서 없이는 쓰질 않아요.
하긴, 경험이 없으니 모르겠지. 아가씨 이력이 워낙 특이해서
한번 와 보라고 한 것인데, 뭐 대단한 건 없는 것 같네. 그만 가 봐요.”
“사모님!”
유리의 목소리가 째랑하게 넓은 거실을 울렸다.
“저 정말 잘할 자신 있습니다! 물론 처음이라 서투른 부분도 있겠지만,
그런 부분은 사모님께서 잘 지도해주시면.......
한번 말씀 주신 건 잊지 않고 잘 해낼게요! 뭘 시키셔도 잘할 자신 있습니다!
저 힘도 세고, 꽤 부지런하거든요!”
여자의 눈이 가늘어졌다. 무언가 생각하는 듯, 처음과는 다른 시선으로
유리를 유심히 바라보던 여자가 문득 말했다.
“예쁘네. 아가씨.”
“......네?”
“예쁘다는 얘기 자주 듣죠?”
“어....... 가끔은요. 하지만, 사모님이 훨씬 미인이세요.”
여자는 무릎까지 오는 정장 스커트로 감싼 다리를 가볍게 왼쪽으로 꼬며
몸을 살짝 틀어 앉았다.
“흠. 눈동자도 깊고. 왠지 분위기가 애잔한 게, 사람 맘 끄는 데가 있네요.”
“칭찬 감사합니다......”
여자는 유리의 이력서를 물소가죽 소파 위에 가볍게 내려놓았다.
“경험도 유사경력도 없으니 처음 한 달은 급여의 50%만 주겠어요.
대신 세달 이상 일하면 보너스조로 첫 달 월급의 50%를 더 얹어 주죠.
괜찮겠어요?”
유리는 눈을 크게 떴다. 안 그래도 물기 어린 눈이 더욱 동그래 보인다.
“채용해 주시는 건가요?”
“한 달 동안 잘 해봐요. 그 뒤로 계속 고용할지는 차차 결정하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유리는 몇 번이나 연거푸 허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그래요. 열심히 해야 할 거예요.”
여자의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맺혔다.
“많이 힘들 테니까.”
2.
“새 도우미야?”
남자의 양복 상의를 받아들며 여자는 조용히 대꾸했다.
“네.”
“너무 어린데. 저래가지고 집안일 잘 돌볼 수 있겠나. 왜 채용했어?”
“당신 취향이라서요.”
남자가 넥타이를 풀다 여자를 본다. 희끗희끗하게 변한 머리를
깔끔하게 염색했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다는 듯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가득하다. 눈을 찡그리며 남자가 말했다.
“또 실없는 농담. 희진이는 나이가 먹어도 아무튼 여전해.”
여자는 쓰게 웃는다. 넥타이를 풀어 옷장 안에 걸고
남자는 이제 셔츠 단추를 느슨하게 푼다.
“...우리 희진이 미모는 아무리 젊은 애라도 못 쫓아오는데 말이야.”
남자의 팔이 부인의 허리를 능숙하게 감는다. 진한 키스.
침 맛에 흐릿한 담배향이 섞여 난다. 문희진. 그게 여자의 이름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일년도 지나지 않아 남편과 약혼했고, 이듬해에 바로 결혼했다.
OO여대의 여왕으로 불릴 정도의 미모와 배경이었지만 연애다운 연애 한번
못 해보고 결혼했던 것이다.
“침대로 갈까.”
그게 늘 신호였다. 남편은 희진과 부부관계를 하기 전 으레 그렇게 말하곤 했다.
남편의 손에 이끌려 희진은 침대 위에 누웠다. 푹신한 이불 위에 누운
희진의 위로 남편이 올라온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씻지도 않은 남편의 몸에서는
향수 냄새와 땀 냄새가 섞여 난다. 마디에 털이 난 두툼한 손이
희진의 흰 블라우스를 벗긴다. 블라우스 속에서 블라우스보다
한층 더 하얀 피부가 드러났다. 봉긋한 가슴을 가린 민트색 브래지어에는
섬세한 무늬가 수놓인 레이스가 달려있었다.
소녀 같은 취향이라고 생각하며 남자는 웃는다.
“오늘은....... 걸어서 못나갈 생각 하라고.”
3.
유리는 달각거리며 그릇을 씻는다. 깨끗하게 닦이지 않는 기분이
든다는 이유로 이 집 부엌에는 식기세척기가 없다.
사모님에게 차를 내가기 위해서는 커피 컵, 컵받침,
쿠키가 담기는 작은 접시, 티스푼이 필요했다.
건조대 위에 그릇들을 나란히 엎고, 밥솥을 살핀다.
10분 정도 지나면 전기밥솥은 밥을 다 지을 것이다. 유리는 앞치마를
두른 채 거실로 나온다. 여주인의 안내로 집은 이미 모두 둘러본 터다.
널찍한 거실에는 커다란 탁자와 검은 소파, 고풍스러운 가구 몇 점이
놓여 있을 뿐 썰렁해 보일 정도로 살림살이가 없다.
TV조차 없다. 감아 올라가는 우아한 계단으로 이어진 2층도 살림살이가
별로 없기는 마찬가지다. 청소할 때 편하겠군. 유리는 생각했다.
그리고 뒤이어 유리는 이 집의 사모님도 생각했다.
다소 창백하고 담백해 보이는 미인이었다. 이 집처럼.
바로 다음 순간, 유리는 무슨 소리를 들은 듯한 기분에 몸을 움츠렸다.
아니, 그것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사람의 음성.
혹은, 사람의 신음소리.
홀린 듯 유리는 현관과 마주보는 곳에 위치한, 거실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문으로 다가갔다.
이 집 내외가 쓰는 침실이다.
“아아... 아.......”
가느다랗고 아련한 목소리. 이 집 사모님의 음성이 분명했다.
유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침실 문에 귀를 가져다 댔다.
신음소리는 점점 더 격해져 가고 있었다. 사모님의 숨 넘어가듯
자지러지는 소리, 사장님의 웃음이 섞인 천박한 농담,
살 부딪히는 소리도 희미하게 들려 온다.
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다리 사이로 손을 가져갔다.
얇은 면바지 위로 보지를 천천히 문지른다.
“흐음….”
가느다란 숨소리를 내며 유리는 바지 위로 클리토리스를
문질러 자위를 했다. 옷 위로도 미끌미끌한 감촉이 느껴진다.
이후로도 유리는 주인 부부가 섹스 중일 때 슬그머니 올라가
엿듣곤 했다. 유리의 방은 1층이었기 때문에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숨을 죽이고 발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곤 했다.
다행이 들킬 염려는 없을 것 같았다. 사모님의 신음소리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서 터졌다. 입주 도우미로 들어간 지 세 달,
슬슬 일이 손에 익을 때쯤, 잠시 쉬고 있는 유리의 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새빨개진 얼굴의 사모님이 들어왔다.
“유리씨, 얘기 좀 할까요.”
가슴이 덜컹 내려앉은 유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트위터 아이디, 유리 씨 맞죠?”
“네? 어떤…….”
사모님은 유리의 침대 위로 노트북을 편 채로 던졌다.
“이거 뭐 실명만 안 쓰면 다인 줄 알아요? 읽어보니 딱 우리 얘기던데요.”
유리의 얼굴이 붉어졌다. 실제로 유리는 자신의 세컨아이디로
트위터를 하면서, 자신이 입주해서 일하고 있는 집의 주인부부 이야기를
외설적으로 써서 올렸던 것이다. 실명을 쓰지 않아서 들킬 염려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집의 위치라든지 근처 음식점을 언급한 것 때문에
탄로가 난 것 같았다.
“사모님…….”
“역시 근본 없는 것들은 가망이 없네요. 두말할 것도 없어요. 짐 싸요.”
“사모님!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제가 너무 생각 없이 행동했어요.”
“우리가 부부 관계할 때마다 엿들었다니, 세상에, 뭐 이런 경우가 있죠?”
유리는 죄책감과 수치심에 어찌할 줄을 모르며 사모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사모님, 죄송해요.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 사모님께서 시키시는 건 다 할게요.
뭐든지 할게요…….”
순간 유리를 내려다보던 사모님의 눈빛이 약간 변했다.
“……뭐든지?”
“네, 사모님. 저 시키는 대로 다 할게요. 이제 겨우 3개월 채웠는데
또 다른 곳으로 갈 수는 없어요…….”
“……좋아요. 방금 그 말, 잊지 말아요.”
사모님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각오가 어떤지 볼까. 일단 옷부터 벗어봐요.”
재미있게 읽으시고 댓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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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리는 상대방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며 눈을 아래로 떨어트렸다.
마치 물건을 품평하듯 날카롭고 건조한 시선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유리가 우수한 물건인지, 아닌지를 눈으로 평가하던 상대는
이내 입을 열었다.
“몇 살이라고 했죠?”
“스물 넷입니다.”
‘사모님’ 이라고, 유리는 뒷말을 삼켰다.
말을 길게 할수록 책잡힐 것 같았다.
“OO여대 졸업했네요? 괜찮은 학교인데, 왜 이렇게 어린 나이에
가사도우미를 하려고 하죠?”
유리는 침을 삼켰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채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느낌이 왔기 때문이다.
“돈이 필요해서요. 입주 가사도우미를 하면 급여도 좋고,
숙식도 해결되니까요. 집안일이라면 어렸을 때부터 해 왔기 때문에
자신 있습니다......”
잠시 숨을 들이켜고 유리가 이어 말했다.
“사모님.”
사모님이라고 불린 여자는 굉장히 젊어 보였다.
환갑이 다 된 이 집 주인, OO물류의 오너이자 여자의 남편인 O씨를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분명 마흔을 넘은 나이인데도
팽팽한 눈가에는 엷은 선만 보일듯 말듯 자리했을 뿐이다.
하얀 피부에 쌍꺼풀 없이 큰 눈, 이지적인 콧날과 붉은 루즈가 발린
도톰한 입술. 갓 서른을 넘긴 얼굴을 가진 여자는 냉기가 풍기는 목소리로
유리에게 대답했다.
“원래 입주 가사도우미는 소개서 없이는 쓰질 않아요.
하긴, 경험이 없으니 모르겠지. 아가씨 이력이 워낙 특이해서
한번 와 보라고 한 것인데, 뭐 대단한 건 없는 것 같네. 그만 가 봐요.”
“사모님!”
유리의 목소리가 째랑하게 넓은 거실을 울렸다.
“저 정말 잘할 자신 있습니다! 물론 처음이라 서투른 부분도 있겠지만,
그런 부분은 사모님께서 잘 지도해주시면.......
한번 말씀 주신 건 잊지 않고 잘 해낼게요! 뭘 시키셔도 잘할 자신 있습니다!
저 힘도 세고, 꽤 부지런하거든요!”
여자의 눈이 가늘어졌다. 무언가 생각하는 듯, 처음과는 다른 시선으로
유리를 유심히 바라보던 여자가 문득 말했다.
“예쁘네. 아가씨.”
“......네?”
“예쁘다는 얘기 자주 듣죠?”
“어....... 가끔은요. 하지만, 사모님이 훨씬 미인이세요.”
여자는 무릎까지 오는 정장 스커트로 감싼 다리를 가볍게 왼쪽으로 꼬며
몸을 살짝 틀어 앉았다.
“흠. 눈동자도 깊고. 왠지 분위기가 애잔한 게, 사람 맘 끄는 데가 있네요.”
“칭찬 감사합니다......”
여자는 유리의 이력서를 물소가죽 소파 위에 가볍게 내려놓았다.
“경험도 유사경력도 없으니 처음 한 달은 급여의 50%만 주겠어요.
대신 세달 이상 일하면 보너스조로 첫 달 월급의 50%를 더 얹어 주죠.
괜찮겠어요?”
유리는 눈을 크게 떴다. 안 그래도 물기 어린 눈이 더욱 동그래 보인다.
“채용해 주시는 건가요?”
“한 달 동안 잘 해봐요. 그 뒤로 계속 고용할지는 차차 결정하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유리는 몇 번이나 연거푸 허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그래요. 열심히 해야 할 거예요.”
여자의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맺혔다.
“많이 힘들 테니까.”
2.
“새 도우미야?”
남자의 양복 상의를 받아들며 여자는 조용히 대꾸했다.
“네.”
“너무 어린데. 저래가지고 집안일 잘 돌볼 수 있겠나. 왜 채용했어?”
“당신 취향이라서요.”
남자가 넥타이를 풀다 여자를 본다. 희끗희끗하게 변한 머리를
깔끔하게 염색했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다는 듯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가득하다. 눈을 찡그리며 남자가 말했다.
“또 실없는 농담. 희진이는 나이가 먹어도 아무튼 여전해.”
여자는 쓰게 웃는다. 넥타이를 풀어 옷장 안에 걸고
남자는 이제 셔츠 단추를 느슨하게 푼다.
“...우리 희진이 미모는 아무리 젊은 애라도 못 쫓아오는데 말이야.”
남자의 팔이 부인의 허리를 능숙하게 감는다. 진한 키스.
침 맛에 흐릿한 담배향이 섞여 난다. 문희진. 그게 여자의 이름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일년도 지나지 않아 남편과 약혼했고, 이듬해에 바로 결혼했다.
OO여대의 여왕으로 불릴 정도의 미모와 배경이었지만 연애다운 연애 한번
못 해보고 결혼했던 것이다.
“침대로 갈까.”
그게 늘 신호였다. 남편은 희진과 부부관계를 하기 전 으레 그렇게 말하곤 했다.
남편의 손에 이끌려 희진은 침대 위에 누웠다. 푹신한 이불 위에 누운
희진의 위로 남편이 올라온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씻지도 않은 남편의 몸에서는
향수 냄새와 땀 냄새가 섞여 난다. 마디에 털이 난 두툼한 손이
희진의 흰 블라우스를 벗긴다. 블라우스 속에서 블라우스보다
한층 더 하얀 피부가 드러났다. 봉긋한 가슴을 가린 민트색 브래지어에는
섬세한 무늬가 수놓인 레이스가 달려있었다.
소녀 같은 취향이라고 생각하며 남자는 웃는다.
“오늘은....... 걸어서 못나갈 생각 하라고.”
3.
유리는 달각거리며 그릇을 씻는다. 깨끗하게 닦이지 않는 기분이
든다는 이유로 이 집 부엌에는 식기세척기가 없다.
사모님에게 차를 내가기 위해서는 커피 컵, 컵받침,
쿠키가 담기는 작은 접시, 티스푼이 필요했다.
건조대 위에 그릇들을 나란히 엎고, 밥솥을 살핀다.
10분 정도 지나면 전기밥솥은 밥을 다 지을 것이다. 유리는 앞치마를
두른 채 거실로 나온다. 여주인의 안내로 집은 이미 모두 둘러본 터다.
널찍한 거실에는 커다란 탁자와 검은 소파, 고풍스러운 가구 몇 점이
놓여 있을 뿐 썰렁해 보일 정도로 살림살이가 없다.
TV조차 없다. 감아 올라가는 우아한 계단으로 이어진 2층도 살림살이가
별로 없기는 마찬가지다. 청소할 때 편하겠군. 유리는 생각했다.
그리고 뒤이어 유리는 이 집의 사모님도 생각했다.
다소 창백하고 담백해 보이는 미인이었다. 이 집처럼.
바로 다음 순간, 유리는 무슨 소리를 들은 듯한 기분에 몸을 움츠렸다.
아니, 그것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사람의 음성.
혹은, 사람의 신음소리.
홀린 듯 유리는 현관과 마주보는 곳에 위치한, 거실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문으로 다가갔다.
이 집 내외가 쓰는 침실이다.
“아아... 아.......”
가느다랗고 아련한 목소리. 이 집 사모님의 음성이 분명했다.
유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침실 문에 귀를 가져다 댔다.
신음소리는 점점 더 격해져 가고 있었다. 사모님의 숨 넘어가듯
자지러지는 소리, 사장님의 웃음이 섞인 천박한 농담,
살 부딪히는 소리도 희미하게 들려 온다.
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다리 사이로 손을 가져갔다.
얇은 면바지 위로 보지를 천천히 문지른다.
“흐음….”
가느다란 숨소리를 내며 유리는 바지 위로 클리토리스를
문질러 자위를 했다. 옷 위로도 미끌미끌한 감촉이 느껴진다.
이후로도 유리는 주인 부부가 섹스 중일 때 슬그머니 올라가
엿듣곤 했다. 유리의 방은 1층이었기 때문에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숨을 죽이고 발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곤 했다.
다행이 들킬 염려는 없을 것 같았다. 사모님의 신음소리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서 터졌다. 입주 도우미로 들어간 지 세 달,
슬슬 일이 손에 익을 때쯤, 잠시 쉬고 있는 유리의 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새빨개진 얼굴의 사모님이 들어왔다.
“유리씨, 얘기 좀 할까요.”
가슴이 덜컹 내려앉은 유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트위터 아이디, 유리 씨 맞죠?”
“네? 어떤…….”
사모님은 유리의 침대 위로 노트북을 편 채로 던졌다.
“이거 뭐 실명만 안 쓰면 다인 줄 알아요? 읽어보니 딱 우리 얘기던데요.”
유리의 얼굴이 붉어졌다. 실제로 유리는 자신의 세컨아이디로
트위터를 하면서, 자신이 입주해서 일하고 있는 집의 주인부부 이야기를
외설적으로 써서 올렸던 것이다. 실명을 쓰지 않아서 들킬 염려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집의 위치라든지 근처 음식점을 언급한 것 때문에
탄로가 난 것 같았다.
“사모님…….”
“역시 근본 없는 것들은 가망이 없네요. 두말할 것도 없어요. 짐 싸요.”
“사모님!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제가 너무 생각 없이 행동했어요.”
“우리가 부부 관계할 때마다 엿들었다니, 세상에, 뭐 이런 경우가 있죠?”
유리는 죄책감과 수치심에 어찌할 줄을 모르며 사모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사모님, 죄송해요.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 사모님께서 시키시는 건 다 할게요.
뭐든지 할게요…….”
순간 유리를 내려다보던 사모님의 눈빛이 약간 변했다.
“……뭐든지?”
“네, 사모님. 저 시키는 대로 다 할게요. 이제 겨우 3개월 채웠는데
또 다른 곳으로 갈 수는 없어요…….”
“……좋아요. 방금 그 말, 잊지 말아요.”
사모님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각오가 어떤지 볼까. 일단 옷부터 벗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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