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시작이 너였잖아.
평일 이른시간의 홍대거리는 한적하다.
주말 저녁의 골목골목 마다 환하게 불을 밝히고 지나는 사람을 붙잡는 풍경과는 달리
큰길가의 학교를 가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조금만 골목으로 들어가도 사람구경하기가 힘들다.
이런저런 악세사리를 파는 노점도, 왁자지껄한 술집도, 음악소리로 사람을 유혹하는 클럽도 없고
동네의 낮 풍경보다도 황량하다.
정처없이 골목을 헤집고 다니던 유선은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를 따라간다.
나무 간판을 달고 있는 레코드 가게는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중고 시디들이 어지럽게 쌓여있다.
"이런데가 있었나?"
영화에나 나올듯한 먼지쌓인 오래된 가게.
진열대 가득한 LP판과 잡음섞인 음악소리..
물론 여기는 LP가 아니라 CD지만
이미 CD도 MP3에 밀려 오래도니 퇴물이된지 오래다.
흘러간 가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있을법한 트롯.
도데체 어느나라 사람들인지 들어본 적도 없는 락.
그렇게 이것저것 뒤적거리다가 익숙한 이름을 발견한다.
스티브 바이..
먼지에 덮힌 시디를 사들고 피씨방으로 향한다.
MP3플레이어에 음악을 집어 넣고는 다시 홍대거리로 나온다.
귓가에 울리는 기타소리는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듯 화려하고
지나가는 풍경역시 유선 자신과는 다른 세계인듯 멀게만 느껴진다.
"모든게 나와는 상관없는거겠지."
괜시리 눈물이 난다.
이럴려고 학교도 안가면서 나온게 아닌데.
길 한가운데 주저앉아 얼굴을 무릎 사이에 파묻지만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미칠듯한 기타 소리를 뚫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누구는 걱정해줄 사람이라도 있구나. 누구에게도 의지 할 수 없는 나와는 달리."
동성의 후배와의 관계, 부끄러운 동영상.
그러면서도 가슴 두근거릴 정도로 해맑은 표정의 인형같은 얼굴.
누구에게 말 할 수 있을까.
"저기요?"
어깨에 닫는 손길에 울찔하며 고개를 든다.
"네? 저요?"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로 당황하며 되물었을 때
한 남자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려다 본다.
"괜찮으세요?"
"아. 네. 괜찮아요."
황급히 일어나 남자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휘적휘적 걸어간다.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마냥 머리속도 엉망이고
그런 자신을 비웃기라고 하듯이 하늘은 구름하나 없이 맑아 햇살이 따갑도록 눈을 찌른다.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기억도 안난다.
뭐였는지 기억도 안나는 영화를 봤었고 아무것도 사지 않으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던것 같다.
그리고 아픈 다리를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하숙집 앞에 한 여자가 서있었다.
멍한 눈으로 화난 표정의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지만 누군지 기억이 안난다.
뇌가 이미 사고를 하기를 거부한 상태.
"선배! 어딜 갔다 오는거에요! 핸드폰도 안받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아아...어제 나를 이런 상태로 만들어 버린 장본인, 가희구나.
근데 왜 자기가 걱정을 하지?
"핸드폰..?"
주머니를 뒤져보지만 아무것도 없다.
"방에 두고 온거 같은데.."
하루종일 현실이 아닌것 같은 것들 사이를 헤메이다
갑자기 가장 현실스러운 그녀가 눈앞에 나타나자 머리가 지끈거리는것 같다.
이마를 찌푸리고 눈 사이를 손가락으로 눌러보지만 쉽게 가시질 않는다.
가희는 유선의 손목을 낚아체듯 잡고는 번화가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우리 술마시러 가요."
술이라도 취하면 좀 괜찮아 질까?
술김에 당한거라고 생각하면 조금 덜 억울할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술 마시고. 그리고 또 그 짓 하려고?"
헛웃음이 나온다.
"그래. 까짓거 마시자."
손목을 잡은 힘이 더 강해진다.
인형같은 가희의 얼굴은 무표정하게 굳어있다.
그렇게 도착한 술집에서 가희는 안주도 먹지않고 한마디의 얘기도 없이
혼자서 연거푸 들이붓더니 이내 소주 한병을 다 마셔버린다.
그제서야 술이 달아올라 빨게진 얼굴로 유선을 바라본다.
"어디 갔었어요?"
"그냥. 여기저기."
가희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순진한 얼굴이, 금방이라도 눈물이 고일듯 빛나는 커다란 눈이.
시선을 피하기 위해 잔을 비운다.
또다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술병이 비워진다.
"연락도 안되고.."
"핸드폰 두고 나왔어."
자꾸만 그녀에게 끌려다니는것 같아 차갑게 대꾸한다.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애초에 시작이..."
시작이 너였잖아.
너 때문에 이렇게 된거 아냐?
병주고 약주는거니?
차가운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니, 목까지 나왔다가 가희의 얼굴을 보고는 다시 들어가버렸다.
금방이라도 흘러내릴듯 눈물이 그렁그렁한 커다란 눈이,
그러면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애써 입술을 깨물며 참는 모습이
그러말을 하지 못하게 한다.
"넌 언제나 도망만 다녀.
아무것도 부딛히려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해결하려 들지 않고.
그렇게 늘 시간이 수습해 주기만을 기다리면서.
그때는 그런 식으로 무마했지만 이번엔, 이번엔 그렇게 안될꺼야."
어디선가 들어봤던 말이다.
언제였는지 누구에게선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그 말이 가희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얼마나 더 술을 먹었는지 모르겠다.
뇌를 알콜에 담궈놓은듯 어지럽다.
비틀대며 기어가듯 집까지 걸어갔고
먹었던 술을 모조리 게워냈다.
조금 정신을 차리지만 여전히 머리속에서 웅웅대는 소리가 나는것 같다.
토사물 냄새도, 지독한 술 냄새 보다도 체리향이 느껴지는것 같다.
흥청망청대는 거리의 소리보다도 따뜻한 울림의 기타소리가 들리는것 같다.
빠른 심장박동이 느껴진다.
뜨거운 피를 온몸으로 보내 손끝부터 발끝까지 뜨거워진다.
춤추듯이 옷을 벗는다.
음악은 이미 흘러나오고 있었다.
빠른 비트의 심장소리와 귓가에 맴도는 기타소리.
욕정이 아니다.
그저 춤이 추고 싶었을 뿐이다.
흐느적 거리며 춤을 추고 몸을 더듬어 간다.
가슴에 땀이 맺힌다.
방안은 열기로 가득하다.
혼자만의 축제!
음악 소리에 맞추어 몸을 흔들고
음악 소리에 맞추어 환호를 지른다.
"으음...으으..."
격한 춤사위.
흐르는 것은 땀만이 아니다.
"하아...하악....아아!"
샴페인을 터트리듯 물이 솟구친다.
음악과 술과 광란의 축제는 그렇게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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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은 축제철이죠?
저도 오랜만에 좀 많이 마셨더니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ㅠㅠ
평일 이른시간의 홍대거리는 한적하다.
주말 저녁의 골목골목 마다 환하게 불을 밝히고 지나는 사람을 붙잡는 풍경과는 달리
큰길가의 학교를 가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조금만 골목으로 들어가도 사람구경하기가 힘들다.
이런저런 악세사리를 파는 노점도, 왁자지껄한 술집도, 음악소리로 사람을 유혹하는 클럽도 없고
동네의 낮 풍경보다도 황량하다.
정처없이 골목을 헤집고 다니던 유선은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를 따라간다.
나무 간판을 달고 있는 레코드 가게는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중고 시디들이 어지럽게 쌓여있다.
"이런데가 있었나?"
영화에나 나올듯한 먼지쌓인 오래된 가게.
진열대 가득한 LP판과 잡음섞인 음악소리..
물론 여기는 LP가 아니라 CD지만
이미 CD도 MP3에 밀려 오래도니 퇴물이된지 오래다.
흘러간 가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있을법한 트롯.
도데체 어느나라 사람들인지 들어본 적도 없는 락.
그렇게 이것저것 뒤적거리다가 익숙한 이름을 발견한다.
스티브 바이..
먼지에 덮힌 시디를 사들고 피씨방으로 향한다.
MP3플레이어에 음악을 집어 넣고는 다시 홍대거리로 나온다.
귓가에 울리는 기타소리는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듯 화려하고
지나가는 풍경역시 유선 자신과는 다른 세계인듯 멀게만 느껴진다.
"모든게 나와는 상관없는거겠지."
괜시리 눈물이 난다.
이럴려고 학교도 안가면서 나온게 아닌데.
길 한가운데 주저앉아 얼굴을 무릎 사이에 파묻지만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미칠듯한 기타 소리를 뚫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누구는 걱정해줄 사람이라도 있구나. 누구에게도 의지 할 수 없는 나와는 달리."
동성의 후배와의 관계, 부끄러운 동영상.
그러면서도 가슴 두근거릴 정도로 해맑은 표정의 인형같은 얼굴.
누구에게 말 할 수 있을까.
"저기요?"
어깨에 닫는 손길에 울찔하며 고개를 든다.
"네? 저요?"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로 당황하며 되물었을 때
한 남자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려다 본다.
"괜찮으세요?"
"아. 네. 괜찮아요."
황급히 일어나 남자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휘적휘적 걸어간다.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마냥 머리속도 엉망이고
그런 자신을 비웃기라고 하듯이 하늘은 구름하나 없이 맑아 햇살이 따갑도록 눈을 찌른다.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기억도 안난다.
뭐였는지 기억도 안나는 영화를 봤었고 아무것도 사지 않으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던것 같다.
그리고 아픈 다리를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하숙집 앞에 한 여자가 서있었다.
멍한 눈으로 화난 표정의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지만 누군지 기억이 안난다.
뇌가 이미 사고를 하기를 거부한 상태.
"선배! 어딜 갔다 오는거에요! 핸드폰도 안받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아아...어제 나를 이런 상태로 만들어 버린 장본인, 가희구나.
근데 왜 자기가 걱정을 하지?
"핸드폰..?"
주머니를 뒤져보지만 아무것도 없다.
"방에 두고 온거 같은데.."
하루종일 현실이 아닌것 같은 것들 사이를 헤메이다
갑자기 가장 현실스러운 그녀가 눈앞에 나타나자 머리가 지끈거리는것 같다.
이마를 찌푸리고 눈 사이를 손가락으로 눌러보지만 쉽게 가시질 않는다.
가희는 유선의 손목을 낚아체듯 잡고는 번화가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우리 술마시러 가요."
술이라도 취하면 좀 괜찮아 질까?
술김에 당한거라고 생각하면 조금 덜 억울할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술 마시고. 그리고 또 그 짓 하려고?"
헛웃음이 나온다.
"그래. 까짓거 마시자."
손목을 잡은 힘이 더 강해진다.
인형같은 가희의 얼굴은 무표정하게 굳어있다.
그렇게 도착한 술집에서 가희는 안주도 먹지않고 한마디의 얘기도 없이
혼자서 연거푸 들이붓더니 이내 소주 한병을 다 마셔버린다.
그제서야 술이 달아올라 빨게진 얼굴로 유선을 바라본다.
"어디 갔었어요?"
"그냥. 여기저기."
가희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순진한 얼굴이, 금방이라도 눈물이 고일듯 빛나는 커다란 눈이.
시선을 피하기 위해 잔을 비운다.
또다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술병이 비워진다.
"연락도 안되고.."
"핸드폰 두고 나왔어."
자꾸만 그녀에게 끌려다니는것 같아 차갑게 대꾸한다.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애초에 시작이..."
시작이 너였잖아.
너 때문에 이렇게 된거 아냐?
병주고 약주는거니?
차가운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니, 목까지 나왔다가 가희의 얼굴을 보고는 다시 들어가버렸다.
금방이라도 흘러내릴듯 눈물이 그렁그렁한 커다란 눈이,
그러면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애써 입술을 깨물며 참는 모습이
그러말을 하지 못하게 한다.
"넌 언제나 도망만 다녀.
아무것도 부딛히려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해결하려 들지 않고.
그렇게 늘 시간이 수습해 주기만을 기다리면서.
그때는 그런 식으로 무마했지만 이번엔, 이번엔 그렇게 안될꺼야."
어디선가 들어봤던 말이다.
언제였는지 누구에게선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그 말이 가희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얼마나 더 술을 먹었는지 모르겠다.
뇌를 알콜에 담궈놓은듯 어지럽다.
비틀대며 기어가듯 집까지 걸어갔고
먹었던 술을 모조리 게워냈다.
조금 정신을 차리지만 여전히 머리속에서 웅웅대는 소리가 나는것 같다.
토사물 냄새도, 지독한 술 냄새 보다도 체리향이 느껴지는것 같다.
흥청망청대는 거리의 소리보다도 따뜻한 울림의 기타소리가 들리는것 같다.
빠른 심장박동이 느껴진다.
뜨거운 피를 온몸으로 보내 손끝부터 발끝까지 뜨거워진다.
춤추듯이 옷을 벗는다.
음악은 이미 흘러나오고 있었다.
빠른 비트의 심장소리와 귓가에 맴도는 기타소리.
욕정이 아니다.
그저 춤이 추고 싶었을 뿐이다.
흐느적 거리며 춤을 추고 몸을 더듬어 간다.
가슴에 땀이 맺힌다.
방안은 열기로 가득하다.
혼자만의 축제!
음악 소리에 맞추어 몸을 흔들고
음악 소리에 맞추어 환호를 지른다.
"으음...으으..."
격한 춤사위.
흐르는 것은 땀만이 아니다.
"하아...하악....아아!"
샴페인을 터트리듯 물이 솟구친다.
음악과 술과 광란의 축제는 그렇게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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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은 축제철이죠?
저도 오랜만에 좀 많이 마셨더니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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