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1장 Rid of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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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Rid of me
내 인생에 가장 죽고 싶은 순간이었다.
처음으로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진 날이다.
난 어쩔 줄 몰랐다.
겨울은 너무 추웠고 형범이의 마지막은 너무나 차가웠다.
우리는 새해를 맞아 같이 데이트를 했고 형범이는 왠일인지 데이트 중에 날 화장실로 끌고 갔다.
화장실에 들어가 내 옷을 강제로 벗기기 시작했다.
“아~ 형범아, 나 아퍼. 여기선 싫어.”
“가만히 있어봐~ 해보고 싶은게 있어서 그래.”
난 결국 못 이기는 척 형범이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화장실에서 모든 옷을 벗고 형범이의 물건을 빨았다.
형범인 바지 지퍼만 내린 채로 물건을 꺼내 내 머릴 잡고 입 안에 피스톤질을 했다.
키스도 없었다.
사실 처음 한 날 이후로 다음 번, 다다음 번, 횟수가 더해질 때 마다 키스가 줄어들고 있었다.
난 아무런 준비도 없이, 아무런 사랑의 징표도 없이, 벌거벗은 채로 공공장소에서 그의 물건을 동물 처럼 빨고 있을 뿐이었다.
형범인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입에 더 빠르게 피스톤질을 하더니 머릴 잡고 내 입에 자신의 물건을 깊숙이 넣어 싸기 시작했다.
난 숨이 막혔고 역겨움이 올라와 죽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정신 없는 와중에 형범의 말이 들렸다.
“뱉지말고 다 마셔야되. 알았지.”
난 그 와중에 고개를 끄덕였다.
형범이가 원하니까. 난 최대한 그의 물건을 흡착하며 입을 땟고 정액을 거의 흘리지 않고 입안에 보존했다.
형범이가 원하니까. 난 눈을 감고 정액을 삼켰다.
그 모습을 본 형범이는 내게 말했다.
“깨끗하게 해줘야지.”
난 형범이의 물건을 다시 빨아서 깨끗하게 해줬다.
구석 구석 한방울도 남지 않게 깨끗하게 빨고 핥아 줬다.
‘형범이가 무슨일이 있나보다. 오늘은 기분 좀 맞춰줘야겠다.’
내게는 그런 생각 뿐이었다.
형범인 휴지로 자신의 물건을 닦더니 바지를 올리고 가자 하며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갔다.
난 깜짝 놀라 형범이가 나간 뒤 얼른 문을 닫았다.
코 끝이랑 입술에 정액을 묻히고 벌거벗은 채로 화장실에 앉아있는 내 모습을 누구에게 들키고 싶겠는가?
난 옷을 입고 물로 입을 대충 행군 후 형범을 따라 나섰다.
“형범아 우리 어디가는거야?”
“근데 우리 정식으로 사귀기로 하진 않았다? 그치?”
“아, 그렇네.”
뜬금없는 그의 말에 어디를 가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왜 그런말을 하지? 혹시 프로포즈 하려고 하나?’
김칫국을 들이키기 시작할 때 우리는 한 카페 앞에 와 있었다.
“너 한테 누구 좀 소개시켜 주려고.”
“누군데?”
“와보면 알아. 너 나 사랑하지?”
“그럼! 사랑하지.”
당연히 사랑했다.
내 인생에 너 같은 남자는 없었다.
“그럼 실수하지말고 행동 잘해야되.”
“누.. 그래.. 알았어.”
누굴까? 무슨일일까? 머릿 속이 복잡했지만 일단 적당히 긴장하며 실수 안하는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가 들어가자 카페 안 쪽 창가에 앉아있던 한 여자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형범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형범이도 미소를 띄며 손을 들어 보이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우리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지만 훨씬 세련된 사람이었다.
날씬했고 예쁜얼굴에 나이 또래 치고 능숙한 화장을 했고 웨이브진 긴 머리는 그녀를 더욱 성숙하게 보이도록 했다.
하늘하늘한 원피스는 그녀를 천상 여자라 말해주었다.
“말씀 많이 들었어요. 지현씨죠?”
그녀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적당히 높은톤의 밝은 목소리는 듣는 사람을 기분좋게 만들었지만 난 경계심이 먼저 들었다.
“아, 네.. 근데 전 아무런 얘기를..”
“내가 얘기 했잖아. 얘가 서현이야.”
내 말을 끊은 형범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
난 그런 여자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었다.
그럼에도 형범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학교 선배이자, 동아리 선배이자, 앞으로 내가갈 학교의 선배지. 그리고..”
“그리고?”
“우리 사귀기로 했어.”
“어??”
차는 방법도 가지가지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
그의 웃는 얼굴에는 나에게 행동 잘 하라는 모종의 싸인이 들어있었다.
내 자신이 너무 싫게 느껴졌던 건 이 와중에도 난 어떻게 행동해야 자연스러워 보일까를 고민했다는 것이다.
눈 앞이 깜깜했지만 형범이를 곤경에 빠뜨리긴 싫었고 굳이 나에게 이 여자를 보여주는 것은 앞으로도 잘지내자는 뜻인 건지, 아니면 헤어짐을 확실하게 하는 것인지 조차 모르겠었다.
그 날 카페에서 있었던 30분은 30년 처럼 느껴졌고 둘의 애정행각을 라이브로 보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괴로움이었다.
마치 악몽을 꾸며, 악몽인 것을 눈치 챘는데, 깰 수 없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리고 커피는 너무 썼다.
자리를 옮겨 밥까지 먹자는 제안은 다행이 뿌리쳤지만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난 이제 어떻게 살아야하지?
형범이한테 전화 오면 어떻게 해야하지?
우리 관계는 어떻게 된거지?
이 중 두 가지의 고민은 쉽게 해결 됐다.
형범이에게 더 이상의 전화는 오지 않았고 우리 관계는 그렇게 끝이났다.
이제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만 남은 것이다.
그 날 이후 한 달 동안은 패인처럼 살았다.
피워 본 적 없는 담배만 피워댔고 끼니도 거르며 울다 지쳐 잠들었다.
한 달 뒤 우연히 씻으러 가다 거울 앞에 나체로 섰을 때 보였던 내 모습이 너무 야위어 있어 울컥했다.
이대론 안되겠단 결심을 그때 했던 것 같다.
군대를 지원해 가기로 마음을 먹고 2학기는 휴학을 했다.
사실 조금 빡세게 하면 2학기를 듣고 갈 수 있었지만 그냥 쉬기로 했다.
대신 군대 갈 때 까지 돈을 조금 벌어 보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알바 자리를 찾아보았지만 마땅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스트레스 받아서 또 담배나 피고 야한 영상이나 찾다가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저 사람들은 좋겠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그때 다시 머릿 속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 이반 사이트에서 봤던 구직 란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형범이를 만나기 전 만남 글 한번 올리고 무서워서 글을 지워버린 뒤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던 그 사이트를 다시 들어가 봤다.
많이 변해있었다.
그때보다 훨씬 활발해 진 것도 같았다.
쪽지(1)
아, 그때 지우지 않고 남겨뒀던 쪽지였던 것 같다.
지워지 않았 던 단 한통의 쪽지.
그 쪽지를 지우지 않았던 이유는 단 한 가지 였다. 의미심장해 보이는 제목 때문이었다.
‘당신을 여자처럼 써 줄께요.’
근데 쪽지의 제목이 변해있었다.
‘이제 안하는 건가?’
쪽지 제목을 바꿀 수도 있나? 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이제 보니 이건 그때의 쪽지가 아니었다.
그때의 쪽지는 보관 기일을 넘겨서 지워져 버렸고 그 쪽지를 보냈던 사람이 다시 나에게 보낸 겻이었다.
발송시간을 보니 이틀 전에 온 쪽지였다.
수 개월이나 지나서 나에게 다시 쪽지를 보내다니.. 내 글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었나?
뭔가 좋은 마음이 생겨 답장을 보내 봤다.
‘이제 다시 해요.’
난 답장을 보내고 처음 목적대로 구직란을 들어갔다.
노래방, 바, 일반 직장 등 여러가지의 직장들이 있었다.
역시나 마음에 딱 들어맞는 직장은 없었다.
물론 내가 딱 들어맞는 구직 대상자의 모습도 아니었다.
160 중반 대의 작은 키와 왜소한 몸, 허여멀건한 피부..
날 원할 사람이 있을까?
일단은 내 간단한 소개와 함께 구직 글을 올렸다.
하고 싶은 일은 이반 관련 업소 일이라는 말로.
그때 쯤 쪽지가 한 통 왔다.
‘반갑습니다!’
그 사람이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나도 반가웠다.
누군지도 모르고 첫 쪽지는 제목만 보았고 두번 째 쪽지는 내용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관심 안에 들어갔다는 사실에 반가움이 생겼던 것 같다.
‘아주 오래 전에 쪽지를 보내긴 했는데 읽지 않음으로 끝났더군요. 최근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다시 쪽지를 보내봤는데 이렇게 답장이 오다니. 기대도 안 했는데 정말 반갑네요.
처음 보냈던 쪽지는 안 읽으셨죠? 혹시나 읽으셨는데 오류가 난 것인지.. 궁금하네요.’
난 답장을 보냈다.
‘기억나요. 솔직히 처음이고 무서워서 모든 쪽지를 지웠어요. 믿으실진 모르겠지만 당신이 보내신 쪽지는 지우지 않았었답니다. 제목이 아마도 당신을 여자처럼 써줄께요 였죠?
왠지 모를 끌림에 그 쪽지만은 지우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강렬했던 당신의 아이디도 기억났고요.’
‘와~ 저의 쪽지에 끌림을 느끼셨었다니 정말 기분 좋네요.^^ 사실 저는 당신이 쓴 글에 마음을 빼앗겨 전전긍긍했었어요. 정말 단순한 글이었는데도 제 마음이 떠나질 않았었죠.
일단 그럼 제 소개를 다시 쓸께요. 전 30대 중반이고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175-73 이에요. 살집은 좀 있지만 뚱뚱한 스타일은 아닙니다. 근육도 있어서 체중이 많이 나가네요.ㅜㅜ
그리고 그때 썼던 글은 당신을 여자 처럼 만들어 주고 싶다는 식의 글이었어요. 제가 코스튬 샵을 해서 좋은 옷가지들이 있거든요. 싫으시면 상관 없어요. 전 그냥 느낌이 좋았기에
쪽지를 보낸 것이었으니까요.’
다른 말엔 집중이 되지 않았다.
여자 처럼 만들어 주고 싶다. 이 말만 머릿 속에 맴돌았다.
코스튬 샵이면 만화에 나오는 옷을 입는 건가?
파란색 가발을 쓰는 건가?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여장을 한다는 것이 또 한번 나에게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문득 형범과 만났던 여선배의 모습도 스쳐지나갔다.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건가?’
온몸이 민망해지며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당연히 그렇게 이쁠 순 없지.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뻐야 사랑 받을 텐데..’
난 쓸때없는 자격지심의 상상과 다른 한 편에서의 판타지 속 즐거운 상상을 오가며 그와의 쪽지 대화를 계속했다.
우리는 몇 차례의 쪽지를 더 주고받은 뒤 만남을 결정했다.
장소는 그의 샵이었고 주말에 쉰다고 해서 일요일 오전에 가기로 했다.
시간은 의외로 빨리 지났고 난 그 동안 거울을 보는 시간이 늘었다.
거울을 보며 여성화 된 나의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그 동안 포르노도 보지 않고 이반 사이트도 들어가지 않았다.
구직 글을 올려논 사실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마음이 들떠 확인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저의 글 ‘통증’은 첫 연재이기 경험담 위주로 썼고 극적인 요소를 더해 각색한 것입니다..
90%는 저의 경험담, 10%는 극적 요소입니다.^^
그럼 즐감 해주시고 문의 사항이나 피드백이라던가 저에 대한 관심은 [email protected] 으로 보내주세요.
(혹시나, 아주아주 혹시나 글 속에 나오는 인물이 실제로 이 글을 보게 되서 기분이 나쁘시면 역시 매일로 보내주세요.)
1장 Rid of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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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Rid of me
내 인생에 가장 죽고 싶은 순간이었다.
처음으로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진 날이다.
난 어쩔 줄 몰랐다.
겨울은 너무 추웠고 형범이의 마지막은 너무나 차가웠다.
우리는 새해를 맞아 같이 데이트를 했고 형범이는 왠일인지 데이트 중에 날 화장실로 끌고 갔다.
화장실에 들어가 내 옷을 강제로 벗기기 시작했다.
“아~ 형범아, 나 아퍼. 여기선 싫어.”
“가만히 있어봐~ 해보고 싶은게 있어서 그래.”
난 결국 못 이기는 척 형범이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화장실에서 모든 옷을 벗고 형범이의 물건을 빨았다.
형범인 바지 지퍼만 내린 채로 물건을 꺼내 내 머릴 잡고 입 안에 피스톤질을 했다.
키스도 없었다.
사실 처음 한 날 이후로 다음 번, 다다음 번, 횟수가 더해질 때 마다 키스가 줄어들고 있었다.
난 아무런 준비도 없이, 아무런 사랑의 징표도 없이, 벌거벗은 채로 공공장소에서 그의 물건을 동물 처럼 빨고 있을 뿐이었다.
형범인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입에 더 빠르게 피스톤질을 하더니 머릴 잡고 내 입에 자신의 물건을 깊숙이 넣어 싸기 시작했다.
난 숨이 막혔고 역겨움이 올라와 죽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정신 없는 와중에 형범의 말이 들렸다.
“뱉지말고 다 마셔야되. 알았지.”
난 그 와중에 고개를 끄덕였다.
형범이가 원하니까. 난 최대한 그의 물건을 흡착하며 입을 땟고 정액을 거의 흘리지 않고 입안에 보존했다.
형범이가 원하니까. 난 눈을 감고 정액을 삼켰다.
그 모습을 본 형범이는 내게 말했다.
“깨끗하게 해줘야지.”
난 형범이의 물건을 다시 빨아서 깨끗하게 해줬다.
구석 구석 한방울도 남지 않게 깨끗하게 빨고 핥아 줬다.
‘형범이가 무슨일이 있나보다. 오늘은 기분 좀 맞춰줘야겠다.’
내게는 그런 생각 뿐이었다.
형범인 휴지로 자신의 물건을 닦더니 바지를 올리고 가자 하며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갔다.
난 깜짝 놀라 형범이가 나간 뒤 얼른 문을 닫았다.
코 끝이랑 입술에 정액을 묻히고 벌거벗은 채로 화장실에 앉아있는 내 모습을 누구에게 들키고 싶겠는가?
난 옷을 입고 물로 입을 대충 행군 후 형범을 따라 나섰다.
“형범아 우리 어디가는거야?”
“근데 우리 정식으로 사귀기로 하진 않았다? 그치?”
“아, 그렇네.”
뜬금없는 그의 말에 어디를 가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왜 그런말을 하지? 혹시 프로포즈 하려고 하나?’
김칫국을 들이키기 시작할 때 우리는 한 카페 앞에 와 있었다.
“너 한테 누구 좀 소개시켜 주려고.”
“누군데?”
“와보면 알아. 너 나 사랑하지?”
“그럼! 사랑하지.”
당연히 사랑했다.
내 인생에 너 같은 남자는 없었다.
“그럼 실수하지말고 행동 잘해야되.”
“누.. 그래.. 알았어.”
누굴까? 무슨일일까? 머릿 속이 복잡했지만 일단 적당히 긴장하며 실수 안하는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가 들어가자 카페 안 쪽 창가에 앉아있던 한 여자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형범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형범이도 미소를 띄며 손을 들어 보이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우리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지만 훨씬 세련된 사람이었다.
날씬했고 예쁜얼굴에 나이 또래 치고 능숙한 화장을 했고 웨이브진 긴 머리는 그녀를 더욱 성숙하게 보이도록 했다.
하늘하늘한 원피스는 그녀를 천상 여자라 말해주었다.
“말씀 많이 들었어요. 지현씨죠?”
그녀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적당히 높은톤의 밝은 목소리는 듣는 사람을 기분좋게 만들었지만 난 경계심이 먼저 들었다.
“아, 네.. 근데 전 아무런 얘기를..”
“내가 얘기 했잖아. 얘가 서현이야.”
내 말을 끊은 형범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
난 그런 여자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었다.
그럼에도 형범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학교 선배이자, 동아리 선배이자, 앞으로 내가갈 학교의 선배지. 그리고..”
“그리고?”
“우리 사귀기로 했어.”
“어??”
차는 방법도 가지가지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
그의 웃는 얼굴에는 나에게 행동 잘 하라는 모종의 싸인이 들어있었다.
내 자신이 너무 싫게 느껴졌던 건 이 와중에도 난 어떻게 행동해야 자연스러워 보일까를 고민했다는 것이다.
눈 앞이 깜깜했지만 형범이를 곤경에 빠뜨리긴 싫었고 굳이 나에게 이 여자를 보여주는 것은 앞으로도 잘지내자는 뜻인 건지, 아니면 헤어짐을 확실하게 하는 것인지 조차 모르겠었다.
그 날 카페에서 있었던 30분은 30년 처럼 느껴졌고 둘의 애정행각을 라이브로 보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괴로움이었다.
마치 악몽을 꾸며, 악몽인 것을 눈치 챘는데, 깰 수 없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리고 커피는 너무 썼다.
자리를 옮겨 밥까지 먹자는 제안은 다행이 뿌리쳤지만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난 이제 어떻게 살아야하지?
형범이한테 전화 오면 어떻게 해야하지?
우리 관계는 어떻게 된거지?
이 중 두 가지의 고민은 쉽게 해결 됐다.
형범이에게 더 이상의 전화는 오지 않았고 우리 관계는 그렇게 끝이났다.
이제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만 남은 것이다.
그 날 이후 한 달 동안은 패인처럼 살았다.
피워 본 적 없는 담배만 피워댔고 끼니도 거르며 울다 지쳐 잠들었다.
한 달 뒤 우연히 씻으러 가다 거울 앞에 나체로 섰을 때 보였던 내 모습이 너무 야위어 있어 울컥했다.
이대론 안되겠단 결심을 그때 했던 것 같다.
군대를 지원해 가기로 마음을 먹고 2학기는 휴학을 했다.
사실 조금 빡세게 하면 2학기를 듣고 갈 수 있었지만 그냥 쉬기로 했다.
대신 군대 갈 때 까지 돈을 조금 벌어 보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알바 자리를 찾아보았지만 마땅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스트레스 받아서 또 담배나 피고 야한 영상이나 찾다가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저 사람들은 좋겠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그때 다시 머릿 속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 이반 사이트에서 봤던 구직 란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형범이를 만나기 전 만남 글 한번 올리고 무서워서 글을 지워버린 뒤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던 그 사이트를 다시 들어가 봤다.
많이 변해있었다.
그때보다 훨씬 활발해 진 것도 같았다.
쪽지(1)
아, 그때 지우지 않고 남겨뒀던 쪽지였던 것 같다.
지워지 않았 던 단 한통의 쪽지.
그 쪽지를 지우지 않았던 이유는 단 한 가지 였다. 의미심장해 보이는 제목 때문이었다.
‘당신을 여자처럼 써 줄께요.’
근데 쪽지의 제목이 변해있었다.
‘이제 안하는 건가?’
쪽지 제목을 바꿀 수도 있나? 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이제 보니 이건 그때의 쪽지가 아니었다.
그때의 쪽지는 보관 기일을 넘겨서 지워져 버렸고 그 쪽지를 보냈던 사람이 다시 나에게 보낸 겻이었다.
발송시간을 보니 이틀 전에 온 쪽지였다.
수 개월이나 지나서 나에게 다시 쪽지를 보내다니.. 내 글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었나?
뭔가 좋은 마음이 생겨 답장을 보내 봤다.
‘이제 다시 해요.’
난 답장을 보내고 처음 목적대로 구직란을 들어갔다.
노래방, 바, 일반 직장 등 여러가지의 직장들이 있었다.
역시나 마음에 딱 들어맞는 직장은 없었다.
물론 내가 딱 들어맞는 구직 대상자의 모습도 아니었다.
160 중반 대의 작은 키와 왜소한 몸, 허여멀건한 피부..
날 원할 사람이 있을까?
일단은 내 간단한 소개와 함께 구직 글을 올렸다.
하고 싶은 일은 이반 관련 업소 일이라는 말로.
그때 쯤 쪽지가 한 통 왔다.
‘반갑습니다!’
그 사람이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나도 반가웠다.
누군지도 모르고 첫 쪽지는 제목만 보았고 두번 째 쪽지는 내용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관심 안에 들어갔다는 사실에 반가움이 생겼던 것 같다.
‘아주 오래 전에 쪽지를 보내긴 했는데 읽지 않음으로 끝났더군요. 최근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다시 쪽지를 보내봤는데 이렇게 답장이 오다니. 기대도 안 했는데 정말 반갑네요.
처음 보냈던 쪽지는 안 읽으셨죠? 혹시나 읽으셨는데 오류가 난 것인지.. 궁금하네요.’
난 답장을 보냈다.
‘기억나요. 솔직히 처음이고 무서워서 모든 쪽지를 지웠어요. 믿으실진 모르겠지만 당신이 보내신 쪽지는 지우지 않았었답니다. 제목이 아마도 당신을 여자처럼 써줄께요 였죠?
왠지 모를 끌림에 그 쪽지만은 지우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강렬했던 당신의 아이디도 기억났고요.’
‘와~ 저의 쪽지에 끌림을 느끼셨었다니 정말 기분 좋네요.^^ 사실 저는 당신이 쓴 글에 마음을 빼앗겨 전전긍긍했었어요. 정말 단순한 글이었는데도 제 마음이 떠나질 않았었죠.
일단 그럼 제 소개를 다시 쓸께요. 전 30대 중반이고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175-73 이에요. 살집은 좀 있지만 뚱뚱한 스타일은 아닙니다. 근육도 있어서 체중이 많이 나가네요.ㅜㅜ
그리고 그때 썼던 글은 당신을 여자 처럼 만들어 주고 싶다는 식의 글이었어요. 제가 코스튬 샵을 해서 좋은 옷가지들이 있거든요. 싫으시면 상관 없어요. 전 그냥 느낌이 좋았기에
쪽지를 보낸 것이었으니까요.’
다른 말엔 집중이 되지 않았다.
여자 처럼 만들어 주고 싶다. 이 말만 머릿 속에 맴돌았다.
코스튬 샵이면 만화에 나오는 옷을 입는 건가?
파란색 가발을 쓰는 건가?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여장을 한다는 것이 또 한번 나에게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문득 형범과 만났던 여선배의 모습도 스쳐지나갔다.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건가?’
온몸이 민망해지며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당연히 그렇게 이쁠 순 없지.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뻐야 사랑 받을 텐데..’
난 쓸때없는 자격지심의 상상과 다른 한 편에서의 판타지 속 즐거운 상상을 오가며 그와의 쪽지 대화를 계속했다.
우리는 몇 차례의 쪽지를 더 주고받은 뒤 만남을 결정했다.
장소는 그의 샵이었고 주말에 쉰다고 해서 일요일 오전에 가기로 했다.
시간은 의외로 빨리 지났고 난 그 동안 거울을 보는 시간이 늘었다.
거울을 보며 여성화 된 나의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그 동안 포르노도 보지 않고 이반 사이트도 들어가지 않았다.
구직 글을 올려논 사실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마음이 들떠 확인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저의 글 ‘통증’은 첫 연재이기 경험담 위주로 썼고 극적인 요소를 더해 각색한 것입니다..
90%는 저의 경험담, 10%는 극적 요소입니다.^^
그럼 즐감 해주시고 문의 사항이나 피드백이라던가 저에 대한 관심은 [email protected] 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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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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