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惡魔)의 유혹>- 4부
김필중의 다이어리 1.
4
성준이 녀석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굳어졌다.
[제끼자. 너만 도와주면 성공한다.]
난 다시 힘주어 녀석을 설득했다. 얼음처럼 굳어있는 녀석의 표정에 난 다급해졌다. 하지만, 이미 뱉어버린 이상
모 아니면 도였다.
[명분... 명분이 없잖아요 형님.]
한참만에야 그의 음성이 들렸다. 깍지 낀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어 지금 그의 감정이 엿보인다.
[명분은 만들기 나름 아니냐. 그러고 우리가 뺑이쳐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호위호식 하는 꼬라지 보고 싶지 않고
그 돈으로 밑에 애들 자리나 마련해준다 하면 모양새는 갖춰질것 같지 않아?]
[동방파 큰형님께는 어떻게 말씀 드리려구요. 거기서 뺀찌 놓으면 우리 다 죽습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녀석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가며 말을 이어갔다. 나도 두려운데 녀석이라고 별수 있겠나
싶었다. 그래도 여기서 물러나면 죽도 밥도 안된다.
[큰형님 회유(懷柔)할 사람은 따로 있다. 거기서 연락만 오면 실행한다 난.]
[미...믿을수 있는겁니까?]
[이미 너에게 말을 뱉은 이상 허튼 소리 안할란다. 난 이미 마음 굳혔으니 너만 결정해주면 된다.]
실내에 담배연기가 자욱해져갔다.
성준이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고민된다는걸 왜 모르랴. 실패냐 성공이냐가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인데
누구라도 당연한 반응일것이다.
침묵이 흐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냉랭한 분위기가 숨통을 조이는 기분이다.
[형님...]
서너잔의 소주를 마실때 즈음, 성준이가 나즈막하게 날 불렀다.
[술 한잔 주슈.]
녀석이 내미는 잔에 소주병을 기울인다.
한번에 털어 놓고 잔을 내려놓은 녀석이 내 눈을 노려보듯 쏘아본다.
[해 봅시다.]
난 그의 손을 있는 힘껏 움켜 잡는다. 마주보는 눈에 핏발이 섰다.
주사위는 던져 졌다. 이제 죽느냐 죽이느냐만 남았다.
아니, 며칠전 강상철이 내 앞에 나타났을때 내 운명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던것인지도 모른다.
##
[수 쓰는거라면 사람 잘못 고른거야.]
[그럴 생각을 할만큼 생각이 여유롭지 않소. 나도.]
[널 잡으려고 눈탱이 벌게서 다녔는데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서 할 얘기란게 도대체 뭐냐?]
[당신 조직에서 당신이 넘버 원이 되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이해 하시겠소?]
[뭐? 뭔 개 뼉다귀 같은 소리야?]
[알아 볼만큼 알아봤소 나도. 요 근래에 굴러온 돌 하나 때문에 심기가 많이 불편하시지 않소?]
[그건... 그건 그년 때문인거지 내가 넘버원이 되는거랑 뭔 상관이야?!]
[상관이 아주 많지... 당신에게는 특히나...]
[이런 썅! 나랑 장난하자는거야?!]
[끝까지 들어보시오. 난 금전적인 능력은 도와줄수 없는 입장이지만 다른 능력이 좀 있다오.]
[......]
[지금 저기 들어간 당신네 넘버원이랑 그 옆의 괴물...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데리고 살던 사람이지... 내 직업이
성형외과 의사였소. 저 괴물도 내 솜씨요. 덕분에 쫓겨났지만...]
[내 알바 아니고 하고자 하는 말이 뭐야? 좆 같은 소리만 자꾸 지껄이면 정말 뒤진다!]
[성격이 급하시구만. 좋아. 각설(却說)하고 난 당신이 저 두사람을 죽여줬으면 좋겠소.]
[뭐? 뭐?]
[물론, 나도 돕겠소. 특히, 당신 조직 상부에는 또 다른 큰 조직이 있는걸 알고 있소. 거기 보스가 누군지도 알고...
난 그사람으로 하여금 당신을 돕게 하겠다는거요. 그럼 당신은 날개를 달게 되는거지. 손 쉽게 조직을 장악할수
있고...]
[무슨...개...같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생각해봐. 당신은 조직을 얻고 난 당신 손을 빌려 저 괴물을 죽이면 되고...]
[그게 말...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잖아!]
[내가 돕겠다지 않소.]
[큰 형님쪽은 허락하지 않을꺼다. 지금 넌 미친 소리를 하는거라고. 알아?!]
[당신이 말하는 그 큰형님도 내가 선물한 물건에 빠져 내 솜씨를 인정하는 사람중 한명이외다. 차차 그 점은 알게
되겠지만 그 점에 대해선 나도 확신하고 있소.]
[그렇다고...아무리...]
[이걸 받으시오. 두어 방울이면 코끼리도 잠들게 할수 있소. 접근하기 편한 당신이라면 식은 죽 먹기겠지.]
[그런...]
[이제 당신에게 달렸어. 난 내 의지를 보였고 이제 죽이든 살리든 당신 마음대로야. 단, 당신의 인생에 몇번의 기
회가 있다면 오늘이 그 기회 중 하나 일수도 있는거요. 그 기회를 잡아보던지 아니면 지금처럼 사는것에 만족하
던지 둘 중 하나요.]
[.........으음............]
[만약 내 제안을 받아 들인다면.................................한가지는 꼭 약속해주시오.]
[.........]
[저 괴물같은 년은.......................... 무슨일이 있더라도.........죽여주시오.]
##
우리쪽 애들에게는 내가 들고 있는 드링크를 나눠준다. 사장쪽 똘마니들에게는 성진이가 드링크를 나눠주기 시작
했다. 별 의심없이 받는 족족 들이키는 모습을 보며 우린 눈빛을 교환했다.
[오늘은 수금할때도 많고 하니깐 정신들 바짝 차리고... 에 또... 사장님한테 다른 볼일 있으신가 물어보고 올테니
까 내가 오면 다 같이 나가도록 하지.]
##
[왠 박카스냐?]
사장실로 들어서며 건네는 드링크를 들어보며 사장이 물었다. 여차하면 문밖의 성진이 뛰어들어오겠지만, 긴장되
는건 여전했다.
[네. 요즘... 애들 피곤한지 다들 얼굴이 좀 떴더라구요. 그래서 피로회복제랑 같이 좀 사왔습니다. 사장님도 하나
드시라고...]
직접 알약까지 까주자 그는 마개를 돌려따 벌컥 벌컥 마셔댔다.
[오늘은 어디 나가잔 소리 않하더냐?]
드링크병을 깨끗하게 비우는 광경에 한눈이 팔려 있던 난 주춤거리며 몸을 바로 세워야 했다.
[아... 형수님 말씀이십니까?]
[그래.]
[네. 아직 연락 없으십니다.]
난 말을 이어가면서도 계속 그의 눈치를 살폈다. 일각이 여삼추라 했던가. 난 피가 바짝바짝 마르는 기분이었다.
[뭐? 더 보고 할거 있는거냐?]
난 다시 살짝 당황한 모습을 감추었다.
[아... 아닙니다. 나가보겠습니다.]
그에게 인사를 하고 난 사장실 문의 손잡이를 잡아 돌렸다. 어쩔수 없이 들이대야 할 상황이었다.
나가자마자 성진이와 같이 합세하여 물리적으로 제압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을때였다.
-쿵!
뒤돌아본 곳의 상황은 안도의 한숨이 나오게 했다. 사장은 책상에 그대로 머리를 박고 움직임없이 쓰러져 있었다.
성진이가 후다닥 뛰어 들어온다. 실내를 살피던 녀석이 나를 보며 힘있게 끄덕였다.
[애들 불러 오겠습니다.]
미리 입을 맞춰둔 애들이 들어와 사장을 부축해 나갈때까지 불과 몇분도 걸리지 않았다.
다른 방에서도 미리 쓰러진 똘마니들을 옮기느라 분주한 소리가 들려온다. 9부 능선은 넘은 셈이다.
휴대폰을 꺼내 저장해둔 번호를 눌렀다. 기다렸는지 두번도 울리기 전에 저쪽에서 대답이 왔다.
[나요. 정리 다 되었수. 이제 그쪽 차례야.]
굳어졌던 표정이 다소 풀려갔다.
##
끌려온 그녀의 표정은 죽음의 공포가 짙게 깔려있었다. 흐트러진 머리 사이로 연신 사방을 살피는 그녀가 여느때
와는 다르게 처량함이 묻어났다.
허름한 창고 구석에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사장의 상황을 확인한 다음부터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어댔다.
[피...필중씨...... 사...살려줘요... 난... 난... 필중씨에게... 잘못한거... 없잖아요... 제발...]
물기로 인해 번져버린 화장들이 엉망이었다. 그런데도 섹시해 보이는건 나도 변태기질이 정말 있긴 한 모양이다.
[피...필중씨............제발... 제발... 이러지 말아요... 시키는건 뭐든 할테니...제발...]
철재로 된 입구문이 열리며 성진이가 들어왔다. 설득이 잘 되었는지 사장 똘마니 네명이 그 뒤를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얘네들도 불만이 의외로 좀 있었나 봅니다 형님. 얘기 꺼내자마자 형님쪽에 서겠다고 먼저 말하더라고요.]
그의 말에 난 뒤쪽에 도열한 녀석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형님! 충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받아주십시오!]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겠다. 같이 벌어 같이 먹고 살자. 무슨 말인지 알지?]
[넵! 감사합니다!!]
난 문득, 전 사장의 말투와 비슷하게 말해버려 아이러니한 감정을 겪었다. 그만큼 나에겐 그가 뿌리 속 깊이까지
영향을 끼쳤다고 쉽게 생각을 떨쳐버릴수 있을것 같지 않았다.
[형님... 형님...]
잠시 딴 생각을 한다는 게 성진이가 부르는 소리를 못 들었나보다.
[어? 어...]
[저년은 어떻게 하실겁니까? 수원 애들한테 맡기면 잘 팔아 먹을수 있을텐데요.]
[흠...]
그녀에게 다시 시선을 주자 나를 바라보던 그녀가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무언가를 호소하듯 눈을 빛내고 있었다.
[형님...]
[저년 처리하는 건 다른 사람이 할거다. 곧 도착할테니 그때 다시 얘기하자. 그리고 저거도 뒤처리 해야지 않겠냐.
....]
내 턱이 가리킨 곳에 여전히 움직임이 없는 사장에게로 성진이도 같이 얼굴을 돌린다.
[제발... 제발... 제발...]
그녀의 중얼거림이 계속되었지만 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알수없는 이유로 그녀와 눈이 마주치면 차츰 의도했
던 것이 약해지는것을 알아차렸다. 그럴 이유가 없는데도...
##
[다...다...다...당시....당신이... 어떻게....]
그녀의 놀라움이 얼마나 컸으면 경직된 얼굴은 그녀가 지을수 있는 최악의 모습일것이다. 반면, 강상철의 얼굴은
덤덤하면서도 차가운 가운데 은은히 풍겨오는 살기(殺氣)가 느껴진다.
[날 배신하고 떠난 결과가 겨우 이정도였니?]
그가 주머니에서 손을 빼자 날이 잘 선 회칼 하나가 들려져 있다. 그것을 본 그녀의 얼굴은 더욱 깊숙히 주름을 만
들고 있다.
[나...난...당신이... 잘못....된 줄 알고....제발...살려....살려줘요...잘못...잘못 했어요...제발...]
[처음부터... 모든걸 까발린것도... 병원과 협회에 신고한것도... 계좌 빼돌린것도... 난 이해 할수 있었다. 헌데...
돌아온 나를 기다려줬었으면... 증오는 생기지 않았을꺼야.]
[자...잘못 했어요! 금방 돌아올줄....정말...정말 몰랐어요! 제발...]
[넌 내 모든걸 빼앗은것도 모자라... 내 모든걸 죽게 만들었어. 이제 널 죽이고 모든걸 끝내겠다. 어차피 난 한번
죽은 몸이나 다름없으니 이제 끝내도 후회는 없다.]
그의 칼이 조금 들려졌다 싶자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울부짖음으로 변해갔다.
[아악! 제발! 안돼! 필중씨! 살려줘요! 하라는대로 다 할께요! 아니! 모든걸 다 드릴께요! 제발! 살려줘요!]
[저사람이 널 살려줄 이유가 없어. 이번일 나랑 같이 꾸민거거든. 그러니 포기하고 우리 같이 저세상으로 가자. 미
련없이... 저 위에서는 날 배신하지 말고 행복하게 지내보자고...]
[싫어! 싫어! 죽기 싫어! 제발! 필중씨 제발! 이 사람 이 사람! 죽을 사람이 아니에요! 그러면! 필중씨도 항상 불안
하게 살아야하잖아요! 이사람 절대! 절대! 죽을 사람 아니야!! 분명 당신을 걸고 넘어질꺼야! 제발! 제발! 한번만
잘 생각해봐요! 제발!]
뜨끔한 충격이 일었다. 내게 고개를 돌린 강상철의 표정도 무거워 보였다. 그는 가로 고개를 저어보이고는 아무렇
지도 않다는 듯 그녀에게 한발 다가섰다.
[저사람과 날 이간(離間) 시키려는 모양이다만, 안 통해. 너같은 괴물을 만든 내가 정말 어리석었어. 내가 만든
괴물... 내가 없애겠다는 거야.]
[아니야! 아니야! 필중씨! 날 살려두면 도움이 많이 될거에요! 한번만 다시 생각해줘요! 강상철 이사람은 살려두면
당신에게 해가 될거에요! 하지만 하지만! 전 아니에요! 전 당신에게 도움 되는 사람이 될꺼에요! 뭐든지! 뭐든지!
아니면 우리 둘다! 우리 둘다! 다시 한번 더 생각한 후에 결정해줘요! 제발!! 제발!! 한번만!!]
[시끄럿! 이런 간사한!! 너에 그 주둥아리를 찢어버리겠어!]
부릅 뜬 눈을 치켜뜨며 강상철의 손이 머리 위로 들려졌다. 천장에 매달린 등의 불빛을 받은 칼이 하얀색으로 빛
났다. 그대로 내려지면 그녀의 비명이 바로 들려올것 같다.
비명소리가 듣기 싫었다.
더 이상 피를 보고 싶지 않았다.
설마... 그녀이기 때문에?
[멈춰!]
그녀를 찍어 누르려던 칼을 쥐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강상철의 얼굴이 시시각각 변해갔다. 뭔가
잘못 되어가는 분위기를 느꼈을까. 내 지시에도 그는 빠르게 칼을 휘둘러 간다.
[야! 저새끼 칼 뺏어!]
쓰러져 있던 그녀가 어디서 힘이 생겼는지 한바퀴를 구르다시피 한 후 내쪽으로 후다닥 뛰어 몸을 피했다.
밑에 애들이 강상철을 포위하듯 막아 섰다.
분노에 찬 그가 날 노려본다.
[약속이... 약속이 틀리잖아! 난 아무것도 바라는게 없다 했잖아!]
[약속 안 지키려는게 아니야. 나도 앞뒤는 재 봐야 할거 아냐. 니가 나중에 날 괴롭히는것도 신경쓰이고.]
내 몸을 방패삼아 뒤쪽에 숨은 그녀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개수작이야! 그년 말에 놀아나면 당신도 위험해! 그년은 악마라고! 당신은 아직 알지 못해!! 내말을 안들으면 당
신도 똑같은 꼴이 될꺼라고!]
[이년을 놓아주겠다는게 아니잖아. 너랑 같이 잡아두고 좀 알아보겠다는거 아냐. 그러니 험한 꼴 당하지 말고 칼
넘겨.]
녀석들이 거리를 조금 좁혀오자 그는 칼을 휘둘러 댔다. 녀석들이 움찔하며 한발 뒤로 물러선다.
[좆까! 당신은 이미 그년 말에 넘어간거야! 나중에... 나중에! 꼭 후회할 날이 올꺼야! 그래도 난 포기 안해! 이대로
안되면 죽어서라도 저년을 죽이러 올꺼야!]
[좋게 얘기 할때 칼 내려. 오늘 우리 전부 힘든 하루였잖아. 얼른 쉬고 싶다. 시간 끌지 말자. 강상철...]
[에잇!]
내 말이 끝나기 전에 그가 들고 있던 칼을 내 뒤의 그녀에게 던졌다. 어림없이 빗나가긴 했지만 겁먹은 그녀가 내
등을 와락 끌어안아왔다. 물컹한 것이 등에 닿는다.
[잡아!]
강상철이 창고 밖으로 나가는것을 보면서도 난 그말만 지시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덜덜 떨고 있는 그녀의 팔이 내 겨드랑이 사이를 파고 들어 가슴에 손바닥을 댄다.
[저새끼 말대로... 조금만 허튼짓하면 바로 배때기에 칼침 맞는다...]
내 등을 비비던 뺨이 급하게 위 아래로 움직인다.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그녀는 한층 더 몸을 내게 밀착해왔다.
##
[갑자기 도로로 뛰어 들어서 저희들도 놀랐습니다.]
[너희들... 눈에 띄진 않았겠지?]
[그럼요. 어둡기도 했고 멀찌기에서 가는 방향 확인하면서 쫓았으니까요.]
[그 새끼 상태는 어떤거 같아?]
[그정도로 튕겨나갈 충격이면 살기 힘들겁니다. 혹시 몰라 실려간 병원은 확인 해 뒀습니다. 밑에 놈 하나 보내
놓겠습니다.]
##
주인이 바뀌어 버린 거실... 난 승리자가 되어 중앙 쇼파 깊숙히 몸을 기대고 앉아 있다.
카펫 위에 슬립 차림의 그녀가 무릎을 꿇은 채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름이 뭐냐...]
그러고 보니 이제껏 그녀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유... 설란이에요...]
[나이는...]
[스...스물...여...덟...]
아직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듯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다. 깊은 고랑이 보이는 윗가슴이 보였다.
[날... 주인 모시듯 잘 하면 죽이진 않겠다. 하지만, 어떠한 방법이든 날 엿 먹인다면 장담한 대로 가만두지 않겠어
. 알아들어?]
[네...]
[너도 느꼈겠지만 난 니가 겪었던 남자들과 틀리다. 죽냐 사냐의 선택은 너에게 달렸단 소리야.]
[며...명심할께요...]
풀어헤쳐진 머리가 출렁였다. 큰 가슴도 슬쩍 흔들려 보인다.
[이리와.]
내 부름에 그녀는 무릎걸음으로 내게 다가와 무릎 사이에서 턱을 치켜 든다.
[내게도 너 같은 애를 떠올리는 감정이 생길줄은 몰랐다. 하지만... 완전한건 아니야.]
어느새 난 그녀에게 진심섞인 말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래서... 널 통해서 확인해보고 싶다. 정말... 정말... 그런건지 어떤건지...]
들려진 그녀의 얼굴이 내 지시를 기다린다.
[빨아봐.]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손이 바지 지퍼를 내린다. 잠깐의 터치에 자지가 반응하기 시작한다.
팬티를 뒤지던 그녀가 목표물을 발견한다. 울퉁불퉁한 내 자지가 서늘함을 뭍히며 튀어 나왔다.
자지를 쥔 손을 멈추고 그녀는 한참을 쳐다본다. 마치 처음보는 물건처럼...
[다마 박은 좆 처음보냐? 어서 빨아.]
나와 자지를 번갈아본 그녀가 냉큼 자지를 입에 물었다.
역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짐작대로 프로급의 입과 혀를 가졌다.
[흐으... 얼마나 빨아...댔길래... 씨앙...]
내 손이 머리를 쥐고 끝까지 쑤셔박아대도 답답해하거나 힘들어하는 구석 하나 없이 연신 혀와 입을 놀려댔다.
빠는것 만으로도 쌀거 같다. 입에 싸본적이 없는건 아니지만 사정할때쯤 강제로 입을 벌리게 해서 싸본거고 진짜
로 오럴로만 입에 좆물을 싸댄적은 없었다.
입속에 들락거리는 자지를 혀로 얼마나 핥아대는지 정말 기술이 장난이 아니었다.
도저히 주체할수 없었다. 난 급하게 자지를 입에서 빼어낸다. 얼마나 힘을 주고 있었는지 입에서 빠져나오는데도
빨판에 붙어있는 것을 떼어내는 기분이 든다.
침 범벅이 된 입술을 보이며 그녀는 눈동자를 굴린다.
[정말...원하는지 확인해야 할껀 이게 아니잖아.]
금새 알아들은 그녀가 일어났다. 걸치고 있던 슬립이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어깨끈 없는 브라도 등뒤에서 풀지
않고 그대로 훌렁 벗어버린다. 탱글거리는 유방 두쪽이 눈앞에서 출렁인다.
마지막으로 내려진 한조각의 팬티안에 숨겨졌던 그녀의 자지가 늘어져있다. 처음보았을때의 느낌보다 더 강렬한
찌릿함이 몰려온다.
내가 앉아 있는 옆쪽 쇼파의 팔걸이를 잡고 엉덩이를 치켜 올리자 난 숨이 막히는 기분에 멍해진다.
쉬지 않고 움직이는 후장이 신기했다. 보지가 저러면 무슨 보지라고 하더라...하는 쓸데없는 생각마저 스친다.
날 받아들이기 위해 위로 튕겨져 올라가 있는 엉덩이의 모습이 근사했다. 앞에 달린 자지와 불알이 어색하지 않게
다가오는것은 이미 난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주...주인...님...어서...흐응...]
퍼뜩 정신을 차리게 하는 그녀의 음탕한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일어난 내가 바지를 벗는 소리에 그녀는 더욱 맹렬하게 후장을 오물거린다. 타고 난건지 계속 저러기도 힘들지 않
을까... 정말 희한하고 음탕하고 야릇한 모습이 아닐수 없었다.
[아~]
귀두부분을 후장 앞에 대자 닥쳐올 것에 대한 기대에 찬 신음이 터져 나온다. 뻘에 다리가 빠지는 것처럼 귀두가
후장의 움직임에 야금야금 먹혀가는 기분이 이어졌다.
-쭈...욱~
[흐으...]
[아웅...아항...]
삼켜지는 자지의 느낌이 강렬했는지 고개가 더 꺾이지 않을때까지 그녀는 크게 뒤로 젖혔다.
나도 별반 다르지 않은 감정에 휩싸였다. 후장 속에 또 다른 입이 계속 내 좆을 빨아대는 것처럼 쪽쪽거리는 느낌
은 수많은 여자들을 눌러봤지만 처음 받아보는 것이었다.
수많은 별들이 머리 주변을 떠 돌며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쭈욱 쭉 퍽 쑤걱 퍽 쑤걱 찌걱
[으으...]
[아항... 너무...너무...꽉 차....좋아...좋아... 주...주인님....넘 너무...좋아요...아.....]
[시...시끄러...쌍년아....윽... 어떤 맛인지... 내가 먼저...느껴보고 씨부려...으윽...]
허리를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난 처음 느끼는 황홀감에 아득해져가는 정신의 끄트머리를 겨우 잡고 있다.
밑에서 흔들리는 유방에 손을 넣어 움켜쥔다.
[아흥... 어때요...어때요...저...맛 있죠? 그쵸? 아항...]
[으흐... 으흐...]
그저 감정에만 충실한 내 움직임은 신음섞인 소리밖에 내지 못한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사장이 그녀를 먹을
때마다 하던 말들이 그냥 하는 소리는 결코 아니었다라는걸 깨달았다.
-퍽 퍽 퍽 쑤걱 찌걱 쑤걱 찌걱
규칙과 불규칙의 경계를 넘나드는 정신세계가 이성을 마비시킨다. 걷잡을수 없는 상황은 이제 돌이킬수 없는 길
을 걷게 할것이다. 난 멈추지 않는다.
[이런...맛이... 이런... 말도... 안되는... 맛이...]
[아항 아항...맛있는 내 보지... 항상 맛...맛 보세요...주...주인님...아흥...좋아...좋아...으으흥...]
내 음성이든 그녀의 음성이든 메아리처럼 울려퍼져 귀로 돌아오기까지 수많은 곳을 돌아다니다 들려오는 착각이
들기 시작한다.
실내에는 그만큼 나와 그녀의 음란한 대화와 음탕하게 질퍽거리는 소리가 어울려 깊은 밤을 달려가는 시간이 느
껴지지 않고 있다.
-To be continued
김필중의 다이어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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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이 녀석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굳어졌다.
[제끼자. 너만 도와주면 성공한다.]
난 다시 힘주어 녀석을 설득했다. 얼음처럼 굳어있는 녀석의 표정에 난 다급해졌다. 하지만, 이미 뱉어버린 이상
모 아니면 도였다.
[명분... 명분이 없잖아요 형님.]
한참만에야 그의 음성이 들렸다. 깍지 낀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어 지금 그의 감정이 엿보인다.
[명분은 만들기 나름 아니냐. 그러고 우리가 뺑이쳐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호위호식 하는 꼬라지 보고 싶지 않고
그 돈으로 밑에 애들 자리나 마련해준다 하면 모양새는 갖춰질것 같지 않아?]
[동방파 큰형님께는 어떻게 말씀 드리려구요. 거기서 뺀찌 놓으면 우리 다 죽습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녀석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가며 말을 이어갔다. 나도 두려운데 녀석이라고 별수 있겠나
싶었다. 그래도 여기서 물러나면 죽도 밥도 안된다.
[큰형님 회유(懷柔)할 사람은 따로 있다. 거기서 연락만 오면 실행한다 난.]
[미...믿을수 있는겁니까?]
[이미 너에게 말을 뱉은 이상 허튼 소리 안할란다. 난 이미 마음 굳혔으니 너만 결정해주면 된다.]
실내에 담배연기가 자욱해져갔다.
성준이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고민된다는걸 왜 모르랴. 실패냐 성공이냐가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인데
누구라도 당연한 반응일것이다.
침묵이 흐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냉랭한 분위기가 숨통을 조이는 기분이다.
[형님...]
서너잔의 소주를 마실때 즈음, 성준이가 나즈막하게 날 불렀다.
[술 한잔 주슈.]
녀석이 내미는 잔에 소주병을 기울인다.
한번에 털어 놓고 잔을 내려놓은 녀석이 내 눈을 노려보듯 쏘아본다.
[해 봅시다.]
난 그의 손을 있는 힘껏 움켜 잡는다. 마주보는 눈에 핏발이 섰다.
주사위는 던져 졌다. 이제 죽느냐 죽이느냐만 남았다.
아니, 며칠전 강상철이 내 앞에 나타났을때 내 운명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던것인지도 모른다.
##
[수 쓰는거라면 사람 잘못 고른거야.]
[그럴 생각을 할만큼 생각이 여유롭지 않소. 나도.]
[널 잡으려고 눈탱이 벌게서 다녔는데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서 할 얘기란게 도대체 뭐냐?]
[당신 조직에서 당신이 넘버 원이 되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이해 하시겠소?]
[뭐? 뭔 개 뼉다귀 같은 소리야?]
[알아 볼만큼 알아봤소 나도. 요 근래에 굴러온 돌 하나 때문에 심기가 많이 불편하시지 않소?]
[그건... 그건 그년 때문인거지 내가 넘버원이 되는거랑 뭔 상관이야?!]
[상관이 아주 많지... 당신에게는 특히나...]
[이런 썅! 나랑 장난하자는거야?!]
[끝까지 들어보시오. 난 금전적인 능력은 도와줄수 없는 입장이지만 다른 능력이 좀 있다오.]
[......]
[지금 저기 들어간 당신네 넘버원이랑 그 옆의 괴물...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데리고 살던 사람이지... 내 직업이
성형외과 의사였소. 저 괴물도 내 솜씨요. 덕분에 쫓겨났지만...]
[내 알바 아니고 하고자 하는 말이 뭐야? 좆 같은 소리만 자꾸 지껄이면 정말 뒤진다!]
[성격이 급하시구만. 좋아. 각설(却說)하고 난 당신이 저 두사람을 죽여줬으면 좋겠소.]
[뭐? 뭐?]
[물론, 나도 돕겠소. 특히, 당신 조직 상부에는 또 다른 큰 조직이 있는걸 알고 있소. 거기 보스가 누군지도 알고...
난 그사람으로 하여금 당신을 돕게 하겠다는거요. 그럼 당신은 날개를 달게 되는거지. 손 쉽게 조직을 장악할수
있고...]
[무슨...개...같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생각해봐. 당신은 조직을 얻고 난 당신 손을 빌려 저 괴물을 죽이면 되고...]
[그게 말...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잖아!]
[내가 돕겠다지 않소.]
[큰 형님쪽은 허락하지 않을꺼다. 지금 넌 미친 소리를 하는거라고. 알아?!]
[당신이 말하는 그 큰형님도 내가 선물한 물건에 빠져 내 솜씨를 인정하는 사람중 한명이외다. 차차 그 점은 알게
되겠지만 그 점에 대해선 나도 확신하고 있소.]
[그렇다고...아무리...]
[이걸 받으시오. 두어 방울이면 코끼리도 잠들게 할수 있소. 접근하기 편한 당신이라면 식은 죽 먹기겠지.]
[그런...]
[이제 당신에게 달렸어. 난 내 의지를 보였고 이제 죽이든 살리든 당신 마음대로야. 단, 당신의 인생에 몇번의 기
회가 있다면 오늘이 그 기회 중 하나 일수도 있는거요. 그 기회를 잡아보던지 아니면 지금처럼 사는것에 만족하
던지 둘 중 하나요.]
[.........으음............]
[만약 내 제안을 받아 들인다면.................................한가지는 꼭 약속해주시오.]
[.........]
[저 괴물같은 년은.......................... 무슨일이 있더라도.........죽여주시오.]
##
우리쪽 애들에게는 내가 들고 있는 드링크를 나눠준다. 사장쪽 똘마니들에게는 성진이가 드링크를 나눠주기 시작
했다. 별 의심없이 받는 족족 들이키는 모습을 보며 우린 눈빛을 교환했다.
[오늘은 수금할때도 많고 하니깐 정신들 바짝 차리고... 에 또... 사장님한테 다른 볼일 있으신가 물어보고 올테니
까 내가 오면 다 같이 나가도록 하지.]
##
[왠 박카스냐?]
사장실로 들어서며 건네는 드링크를 들어보며 사장이 물었다. 여차하면 문밖의 성진이 뛰어들어오겠지만, 긴장되
는건 여전했다.
[네. 요즘... 애들 피곤한지 다들 얼굴이 좀 떴더라구요. 그래서 피로회복제랑 같이 좀 사왔습니다. 사장님도 하나
드시라고...]
직접 알약까지 까주자 그는 마개를 돌려따 벌컥 벌컥 마셔댔다.
[오늘은 어디 나가잔 소리 않하더냐?]
드링크병을 깨끗하게 비우는 광경에 한눈이 팔려 있던 난 주춤거리며 몸을 바로 세워야 했다.
[아... 형수님 말씀이십니까?]
[그래.]
[네. 아직 연락 없으십니다.]
난 말을 이어가면서도 계속 그의 눈치를 살폈다. 일각이 여삼추라 했던가. 난 피가 바짝바짝 마르는 기분이었다.
[뭐? 더 보고 할거 있는거냐?]
난 다시 살짝 당황한 모습을 감추었다.
[아... 아닙니다. 나가보겠습니다.]
그에게 인사를 하고 난 사장실 문의 손잡이를 잡아 돌렸다. 어쩔수 없이 들이대야 할 상황이었다.
나가자마자 성진이와 같이 합세하여 물리적으로 제압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을때였다.
-쿵!
뒤돌아본 곳의 상황은 안도의 한숨이 나오게 했다. 사장은 책상에 그대로 머리를 박고 움직임없이 쓰러져 있었다.
성진이가 후다닥 뛰어 들어온다. 실내를 살피던 녀석이 나를 보며 힘있게 끄덕였다.
[애들 불러 오겠습니다.]
미리 입을 맞춰둔 애들이 들어와 사장을 부축해 나갈때까지 불과 몇분도 걸리지 않았다.
다른 방에서도 미리 쓰러진 똘마니들을 옮기느라 분주한 소리가 들려온다. 9부 능선은 넘은 셈이다.
휴대폰을 꺼내 저장해둔 번호를 눌렀다. 기다렸는지 두번도 울리기 전에 저쪽에서 대답이 왔다.
[나요. 정리 다 되었수. 이제 그쪽 차례야.]
굳어졌던 표정이 다소 풀려갔다.
##
끌려온 그녀의 표정은 죽음의 공포가 짙게 깔려있었다. 흐트러진 머리 사이로 연신 사방을 살피는 그녀가 여느때
와는 다르게 처량함이 묻어났다.
허름한 창고 구석에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사장의 상황을 확인한 다음부터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어댔다.
[피...필중씨...... 사...살려줘요... 난... 난... 필중씨에게... 잘못한거... 없잖아요... 제발...]
물기로 인해 번져버린 화장들이 엉망이었다. 그런데도 섹시해 보이는건 나도 변태기질이 정말 있긴 한 모양이다.
[피...필중씨............제발... 제발... 이러지 말아요... 시키는건 뭐든 할테니...제발...]
철재로 된 입구문이 열리며 성진이가 들어왔다. 설득이 잘 되었는지 사장 똘마니 네명이 그 뒤를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얘네들도 불만이 의외로 좀 있었나 봅니다 형님. 얘기 꺼내자마자 형님쪽에 서겠다고 먼저 말하더라고요.]
그의 말에 난 뒤쪽에 도열한 녀석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형님! 충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받아주십시오!]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겠다. 같이 벌어 같이 먹고 살자. 무슨 말인지 알지?]
[넵! 감사합니다!!]
난 문득, 전 사장의 말투와 비슷하게 말해버려 아이러니한 감정을 겪었다. 그만큼 나에겐 그가 뿌리 속 깊이까지
영향을 끼쳤다고 쉽게 생각을 떨쳐버릴수 있을것 같지 않았다.
[형님... 형님...]
잠시 딴 생각을 한다는 게 성진이가 부르는 소리를 못 들었나보다.
[어? 어...]
[저년은 어떻게 하실겁니까? 수원 애들한테 맡기면 잘 팔아 먹을수 있을텐데요.]
[흠...]
그녀에게 다시 시선을 주자 나를 바라보던 그녀가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무언가를 호소하듯 눈을 빛내고 있었다.
[형님...]
[저년 처리하는 건 다른 사람이 할거다. 곧 도착할테니 그때 다시 얘기하자. 그리고 저거도 뒤처리 해야지 않겠냐.
....]
내 턱이 가리킨 곳에 여전히 움직임이 없는 사장에게로 성진이도 같이 얼굴을 돌린다.
[제발... 제발... 제발...]
그녀의 중얼거림이 계속되었지만 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알수없는 이유로 그녀와 눈이 마주치면 차츰 의도했
던 것이 약해지는것을 알아차렸다. 그럴 이유가 없는데도...
##
[다...다...다...당시....당신이... 어떻게....]
그녀의 놀라움이 얼마나 컸으면 경직된 얼굴은 그녀가 지을수 있는 최악의 모습일것이다. 반면, 강상철의 얼굴은
덤덤하면서도 차가운 가운데 은은히 풍겨오는 살기(殺氣)가 느껴진다.
[날 배신하고 떠난 결과가 겨우 이정도였니?]
그가 주머니에서 손을 빼자 날이 잘 선 회칼 하나가 들려져 있다. 그것을 본 그녀의 얼굴은 더욱 깊숙히 주름을 만
들고 있다.
[나...난...당신이... 잘못....된 줄 알고....제발...살려....살려줘요...잘못...잘못 했어요...제발...]
[처음부터... 모든걸 까발린것도... 병원과 협회에 신고한것도... 계좌 빼돌린것도... 난 이해 할수 있었다. 헌데...
돌아온 나를 기다려줬었으면... 증오는 생기지 않았을꺼야.]
[자...잘못 했어요! 금방 돌아올줄....정말...정말 몰랐어요! 제발...]
[넌 내 모든걸 빼앗은것도 모자라... 내 모든걸 죽게 만들었어. 이제 널 죽이고 모든걸 끝내겠다. 어차피 난 한번
죽은 몸이나 다름없으니 이제 끝내도 후회는 없다.]
그의 칼이 조금 들려졌다 싶자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울부짖음으로 변해갔다.
[아악! 제발! 안돼! 필중씨! 살려줘요! 하라는대로 다 할께요! 아니! 모든걸 다 드릴께요! 제발! 살려줘요!]
[저사람이 널 살려줄 이유가 없어. 이번일 나랑 같이 꾸민거거든. 그러니 포기하고 우리 같이 저세상으로 가자. 미
련없이... 저 위에서는 날 배신하지 말고 행복하게 지내보자고...]
[싫어! 싫어! 죽기 싫어! 제발! 필중씨 제발! 이 사람 이 사람! 죽을 사람이 아니에요! 그러면! 필중씨도 항상 불안
하게 살아야하잖아요! 이사람 절대! 절대! 죽을 사람 아니야!! 분명 당신을 걸고 넘어질꺼야! 제발! 제발! 한번만
잘 생각해봐요! 제발!]
뜨끔한 충격이 일었다. 내게 고개를 돌린 강상철의 표정도 무거워 보였다. 그는 가로 고개를 저어보이고는 아무렇
지도 않다는 듯 그녀에게 한발 다가섰다.
[저사람과 날 이간(離間) 시키려는 모양이다만, 안 통해. 너같은 괴물을 만든 내가 정말 어리석었어. 내가 만든
괴물... 내가 없애겠다는 거야.]
[아니야! 아니야! 필중씨! 날 살려두면 도움이 많이 될거에요! 한번만 다시 생각해줘요! 강상철 이사람은 살려두면
당신에게 해가 될거에요! 하지만 하지만! 전 아니에요! 전 당신에게 도움 되는 사람이 될꺼에요! 뭐든지! 뭐든지!
아니면 우리 둘다! 우리 둘다! 다시 한번 더 생각한 후에 결정해줘요! 제발!! 제발!! 한번만!!]
[시끄럿! 이런 간사한!! 너에 그 주둥아리를 찢어버리겠어!]
부릅 뜬 눈을 치켜뜨며 강상철의 손이 머리 위로 들려졌다. 천장에 매달린 등의 불빛을 받은 칼이 하얀색으로 빛
났다. 그대로 내려지면 그녀의 비명이 바로 들려올것 같다.
비명소리가 듣기 싫었다.
더 이상 피를 보고 싶지 않았다.
설마... 그녀이기 때문에?
[멈춰!]
그녀를 찍어 누르려던 칼을 쥐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강상철의 얼굴이 시시각각 변해갔다. 뭔가
잘못 되어가는 분위기를 느꼈을까. 내 지시에도 그는 빠르게 칼을 휘둘러 간다.
[야! 저새끼 칼 뺏어!]
쓰러져 있던 그녀가 어디서 힘이 생겼는지 한바퀴를 구르다시피 한 후 내쪽으로 후다닥 뛰어 몸을 피했다.
밑에 애들이 강상철을 포위하듯 막아 섰다.
분노에 찬 그가 날 노려본다.
[약속이... 약속이 틀리잖아! 난 아무것도 바라는게 없다 했잖아!]
[약속 안 지키려는게 아니야. 나도 앞뒤는 재 봐야 할거 아냐. 니가 나중에 날 괴롭히는것도 신경쓰이고.]
내 몸을 방패삼아 뒤쪽에 숨은 그녀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개수작이야! 그년 말에 놀아나면 당신도 위험해! 그년은 악마라고! 당신은 아직 알지 못해!! 내말을 안들으면 당
신도 똑같은 꼴이 될꺼라고!]
[이년을 놓아주겠다는게 아니잖아. 너랑 같이 잡아두고 좀 알아보겠다는거 아냐. 그러니 험한 꼴 당하지 말고 칼
넘겨.]
녀석들이 거리를 조금 좁혀오자 그는 칼을 휘둘러 댔다. 녀석들이 움찔하며 한발 뒤로 물러선다.
[좆까! 당신은 이미 그년 말에 넘어간거야! 나중에... 나중에! 꼭 후회할 날이 올꺼야! 그래도 난 포기 안해! 이대로
안되면 죽어서라도 저년을 죽이러 올꺼야!]
[좋게 얘기 할때 칼 내려. 오늘 우리 전부 힘든 하루였잖아. 얼른 쉬고 싶다. 시간 끌지 말자. 강상철...]
[에잇!]
내 말이 끝나기 전에 그가 들고 있던 칼을 내 뒤의 그녀에게 던졌다. 어림없이 빗나가긴 했지만 겁먹은 그녀가 내
등을 와락 끌어안아왔다. 물컹한 것이 등에 닿는다.
[잡아!]
강상철이 창고 밖으로 나가는것을 보면서도 난 그말만 지시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덜덜 떨고 있는 그녀의 팔이 내 겨드랑이 사이를 파고 들어 가슴에 손바닥을 댄다.
[저새끼 말대로... 조금만 허튼짓하면 바로 배때기에 칼침 맞는다...]
내 등을 비비던 뺨이 급하게 위 아래로 움직인다.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그녀는 한층 더 몸을 내게 밀착해왔다.
##
[갑자기 도로로 뛰어 들어서 저희들도 놀랐습니다.]
[너희들... 눈에 띄진 않았겠지?]
[그럼요. 어둡기도 했고 멀찌기에서 가는 방향 확인하면서 쫓았으니까요.]
[그 새끼 상태는 어떤거 같아?]
[그정도로 튕겨나갈 충격이면 살기 힘들겁니다. 혹시 몰라 실려간 병원은 확인 해 뒀습니다. 밑에 놈 하나 보내
놓겠습니다.]
##
주인이 바뀌어 버린 거실... 난 승리자가 되어 중앙 쇼파 깊숙히 몸을 기대고 앉아 있다.
카펫 위에 슬립 차림의 그녀가 무릎을 꿇은 채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름이 뭐냐...]
그러고 보니 이제껏 그녀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유... 설란이에요...]
[나이는...]
[스...스물...여...덟...]
아직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듯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다. 깊은 고랑이 보이는 윗가슴이 보였다.
[날... 주인 모시듯 잘 하면 죽이진 않겠다. 하지만, 어떠한 방법이든 날 엿 먹인다면 장담한 대로 가만두지 않겠어
. 알아들어?]
[네...]
[너도 느꼈겠지만 난 니가 겪었던 남자들과 틀리다. 죽냐 사냐의 선택은 너에게 달렸단 소리야.]
[며...명심할께요...]
풀어헤쳐진 머리가 출렁였다. 큰 가슴도 슬쩍 흔들려 보인다.
[이리와.]
내 부름에 그녀는 무릎걸음으로 내게 다가와 무릎 사이에서 턱을 치켜 든다.
[내게도 너 같은 애를 떠올리는 감정이 생길줄은 몰랐다. 하지만... 완전한건 아니야.]
어느새 난 그녀에게 진심섞인 말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래서... 널 통해서 확인해보고 싶다. 정말... 정말... 그런건지 어떤건지...]
들려진 그녀의 얼굴이 내 지시를 기다린다.
[빨아봐.]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손이 바지 지퍼를 내린다. 잠깐의 터치에 자지가 반응하기 시작한다.
팬티를 뒤지던 그녀가 목표물을 발견한다. 울퉁불퉁한 내 자지가 서늘함을 뭍히며 튀어 나왔다.
자지를 쥔 손을 멈추고 그녀는 한참을 쳐다본다. 마치 처음보는 물건처럼...
[다마 박은 좆 처음보냐? 어서 빨아.]
나와 자지를 번갈아본 그녀가 냉큼 자지를 입에 물었다.
역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짐작대로 프로급의 입과 혀를 가졌다.
[흐으... 얼마나 빨아...댔길래... 씨앙...]
내 손이 머리를 쥐고 끝까지 쑤셔박아대도 답답해하거나 힘들어하는 구석 하나 없이 연신 혀와 입을 놀려댔다.
빠는것 만으로도 쌀거 같다. 입에 싸본적이 없는건 아니지만 사정할때쯤 강제로 입을 벌리게 해서 싸본거고 진짜
로 오럴로만 입에 좆물을 싸댄적은 없었다.
입속에 들락거리는 자지를 혀로 얼마나 핥아대는지 정말 기술이 장난이 아니었다.
도저히 주체할수 없었다. 난 급하게 자지를 입에서 빼어낸다. 얼마나 힘을 주고 있었는지 입에서 빠져나오는데도
빨판에 붙어있는 것을 떼어내는 기분이 든다.
침 범벅이 된 입술을 보이며 그녀는 눈동자를 굴린다.
[정말...원하는지 확인해야 할껀 이게 아니잖아.]
금새 알아들은 그녀가 일어났다. 걸치고 있던 슬립이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어깨끈 없는 브라도 등뒤에서 풀지
않고 그대로 훌렁 벗어버린다. 탱글거리는 유방 두쪽이 눈앞에서 출렁인다.
마지막으로 내려진 한조각의 팬티안에 숨겨졌던 그녀의 자지가 늘어져있다. 처음보았을때의 느낌보다 더 강렬한
찌릿함이 몰려온다.
내가 앉아 있는 옆쪽 쇼파의 팔걸이를 잡고 엉덩이를 치켜 올리자 난 숨이 막히는 기분에 멍해진다.
쉬지 않고 움직이는 후장이 신기했다. 보지가 저러면 무슨 보지라고 하더라...하는 쓸데없는 생각마저 스친다.
날 받아들이기 위해 위로 튕겨져 올라가 있는 엉덩이의 모습이 근사했다. 앞에 달린 자지와 불알이 어색하지 않게
다가오는것은 이미 난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주...주인...님...어서...흐응...]
퍼뜩 정신을 차리게 하는 그녀의 음탕한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일어난 내가 바지를 벗는 소리에 그녀는 더욱 맹렬하게 후장을 오물거린다. 타고 난건지 계속 저러기도 힘들지 않
을까... 정말 희한하고 음탕하고 야릇한 모습이 아닐수 없었다.
[아~]
귀두부분을 후장 앞에 대자 닥쳐올 것에 대한 기대에 찬 신음이 터져 나온다. 뻘에 다리가 빠지는 것처럼 귀두가
후장의 움직임에 야금야금 먹혀가는 기분이 이어졌다.
-쭈...욱~
[흐으...]
[아웅...아항...]
삼켜지는 자지의 느낌이 강렬했는지 고개가 더 꺾이지 않을때까지 그녀는 크게 뒤로 젖혔다.
나도 별반 다르지 않은 감정에 휩싸였다. 후장 속에 또 다른 입이 계속 내 좆을 빨아대는 것처럼 쪽쪽거리는 느낌
은 수많은 여자들을 눌러봤지만 처음 받아보는 것이었다.
수많은 별들이 머리 주변을 떠 돌며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쭈욱 쭉 퍽 쑤걱 퍽 쑤걱 찌걱
[으으...]
[아항... 너무...너무...꽉 차....좋아...좋아... 주...주인님....넘 너무...좋아요...아.....]
[시...시끄러...쌍년아....윽... 어떤 맛인지... 내가 먼저...느껴보고 씨부려...으윽...]
허리를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난 처음 느끼는 황홀감에 아득해져가는 정신의 끄트머리를 겨우 잡고 있다.
밑에서 흔들리는 유방에 손을 넣어 움켜쥔다.
[아흥... 어때요...어때요...저...맛 있죠? 그쵸? 아항...]
[으흐... 으흐...]
그저 감정에만 충실한 내 움직임은 신음섞인 소리밖에 내지 못한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사장이 그녀를 먹을
때마다 하던 말들이 그냥 하는 소리는 결코 아니었다라는걸 깨달았다.
-퍽 퍽 퍽 쑤걱 찌걱 쑤걱 찌걱
규칙과 불규칙의 경계를 넘나드는 정신세계가 이성을 마비시킨다. 걷잡을수 없는 상황은 이제 돌이킬수 없는 길
을 걷게 할것이다. 난 멈추지 않는다.
[이런...맛이... 이런... 말도... 안되는... 맛이...]
[아항 아항...맛있는 내 보지... 항상 맛...맛 보세요...주...주인님...아흥...좋아...좋아...으으흥...]
내 음성이든 그녀의 음성이든 메아리처럼 울려퍼져 귀로 돌아오기까지 수많은 곳을 돌아다니다 들려오는 착각이
들기 시작한다.
실내에는 그만큼 나와 그녀의 음란한 대화와 음탕하게 질퍽거리는 소리가 어울려 깊은 밤을 달려가는 시간이 느
껴지지 않고 있다.
-To be continued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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