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사랑은 가슴으로 하는거냐, 머리로 하는거냐?" 골똘히 천장을 쳐다보던 진우가 물었다.
"에휴, 딱한 중생아, 삼위일체 모르냐 삼위일체. 머리, 가슴, 자지."
- 사랑에 대한 산뜻한 정의 - ]
생일.
대부분의 이들에게 특별한 느낌을 불러오는 날이다.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축하받는 날, 스쳐지나가는 일상 중에서 이유없이 빛나는 하루. 그렇기 때문에 축하받지 못하면 더욱 서글퍼지는 날이다.
"생일 축하해" "생일 축하해, 형" "축하해 오빠!!" 아침부터 와글와글 생일축하인사가 쏟아진다. 누가 낳아준지도 모르고, 어디서 태어난지도 모르는 대부분의 시설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더욱 따뜻하게 생일을 축하한다. 하지만 그 생일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아이들은 임의적으로 생일이 정해진다. 시설에 온 날이라던가, 출생신고하는 날 등. 다행히 진우는 진짜 생일을 알고 있었다. 비록 태어나마자 버려진건 마찬가지였지만, 버려진 진우에게 생년월일과 이름이 쓰여진 쪽지가 함께 있었던 덕분이다.
"어, 어. 고마워." 진우는 어정쩡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받았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진우는 생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뭘 기념할게 있다고?" 모든 아이들이 티 없이 맑을 순 없는 것이다.
손수 쓴 편지, 삐뚤삐뚤한 종이모형, 크레파스로 칠해진 그림 등 어린아이들의 선물은 저렴하지만 정성이 담뿍 담긴 것들이다.
"축하해, 진우야." 선미누나가 작은 봉투를 내민다. 네모반듯한 종이봉투. 열어보니 5만원짜리 신발상품권이 들어있다.
"고마워, 누나." 진우의 입이 벌쭉 벌어진다. 그리고 옆에 있는 시현이를 힐끔 쳐다봤다. 시현이와 눈이 마주쳤다.
"생일 축하해." 무덤덤하게 인사를 건네고는 다시 밥을 먹는다.
"선물 없..냐?" 진우가 저도 모르게 물었다.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누구보다 시현이의 선물을 가장 기대했다.
"어, 미안. 깜빡하고 준비 못 했네."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한다. "나중에 줄게." 푹 숙인 채 밥 그릇만 달그락- 거린다.
6월쯤 되자 아침에도 온도가 상당하다. 언덕 위에 있는 학교까지 오르고나면 등에서 땀이 절로 흐른다. 이미 춘추복은 벗고, 하복을 입은 지 오래다.
"축하한다, 고추야." "어, 고맙다." 빠삭이가 엉덩이를 뒤로 쑥 내민다. "원한다면...나를 가져도 좋아." 씰룩씰룩 엉덩이를 흔든다. "토나오니까 꺼져." 엉덩이를 빡- 찼다. 반 애들이 낄낄 거린다.
"저런 말을 해줬으면 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시현이의 얼굴이 절로 떠오른다. 그 예쁜 얼굴이 심술궂게 일그러져 있다. 무덤덤하게 바라보던 눈길이 떠올랐다. 화가 난다기보다는 섭섭하고 힘이 빠진다. 정액사건이 있은 후로 벌써 2주가 다 되어간다. 그간 여러번 이야기를 나눠보려 했지만, 시현이는 모두 거절했다.
"잠깐만 생각할 시간을 줘.." "무슨 생각이 필요한대? 응?" "그냥...정리 좀 해야 될 것 같아." 매번 같은 패턴이다. 무슨 생각의 정리가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한걸까. 남자인 진우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황당했다가, 나중에는 화가 났고, 지금은....무섭다. 헤어지자는 말이라도 나오면 어떡하나 라는 걱정이 앞선다. 벌써 대화다운 대화를 나눠본 것도 오래다.
"사귀고 있는게 맞는건가.." 절로 한숨이 쉬어진다. 아침에 보여준 시현이의 태도는 정말 실망스러웠다. 당장이라도 전화를 걸고 싶지만, 꾹 참았다.
"선배!" 정신을 차려보니 교실 뒷문에 미소가 서있다. 한 학년 낮은 주제에 거리낌없이 남자 반에 불쑥 들어온다. "오, 미소 왔네." 옆에 있던 빠삭이가 반갑게 알은 체한다. 미소가 빠삭이를 슥- 쳐다보더니 목을 좌우로 꺽는다. 뚜뚝- 하는 소리가 난다. "말 까지마라." 그리곤 그대로 무시하고 진우에게 다가왔다. 불쌍한 빠삭이는 그대로 문 앞에서 얼어버렸다.
"오늘 생일이라며?" 진우의 책상에 기대어 앉는다. 진우와 미소의 얼굴이 바로 앞에서 마주보게 된다. 꼭 금방이라도 키스할 것 같이 가깝다. 옆에서 지켜보는 김본좌의 가슴이 괜히 두근거린다.
"얼굴 치워라. 담배 냄새 난다." 진우가 미소의 팔을 밀어내며 엎드린다. "가. 나 잘꺼야."
"아씨, 진짜!" 미소가 벌떡 일어난다. "생일이라길래 생각해서 와줬는데 너무 무시하신다, 진짜."
"그래, 와줘서 고.맙.다." 진우가 과도하게 뚝뚝 끊어 대답한다. 전혀 반가운 기색이 아니다. 미소가 한숨을 쉬며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손을 내민다. 엄지손가락만한 인형이다.
"뭐냐?" 진우가 손을 내밀어 받았다. "인형 갖고 놀라고?"
"아니거든! 이거 핸드폰 액정 닦이거든." 인형을 뒤집으니 뒷면에 검정색 천이 붙어있다. 액정클리너다.
"자, 선물입.니.다." 진우의 말투를 흉내내서 따라한다. "평생 주.무.세.요!" 그러더니 홱 돌아서 나가려고 한다.
"야!" 진우가 돌아서 나가려는 미소를 부른다. 그 자리에 멈춰서더니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한다. "왜?"
"치마." 아래를 내려다보니 치마가 살짝 말려올라갔다. 가뜩이나 짧은 치마인 탓에 팬티가 살짝 보인다.
"아, 씨발..쪽팔리게.....뭘봐? 구경났냐?" 괜히 문 옆에 서있던 빠삭이를 갈구고 나간다. 미소가 나가자 빠삭이가 쪼르르 다가온다.
"뭐야..쟤...무서워.." 옆에 있던 김본좌가 미소가 나간 문을 멍하니 쳐다보며 말했다. "왜? 귀엽지 않냐. 성깔있는 것도 매력이지." "담배 냄새 쩔잖아." "야, 담배도 기호식품의 일종일 뿐이거든요." 김본좌와 빠삭이가 티격태격한다.
진우는 물끄러미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뽀로로 모양 액정닦이다. "나이가 몇 살인데....동생 주면 좋아하겠네."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시현이는 알바를 끝내고 근처에 있는 종합쇼핑몰을 찾았다. 평일 오후인데도, 웅성웅성 사람들이 많다. 벌써 하교 시간인지, 여기저기 교복입은 학생들도 돌아다닌다.
고급스런 장식이 되어있는 매장에 들어섰다. 입구에는 예쁜 마네킹들이 멋스럽게 장식되어 있어 평소 찾는 매장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조금 둘러보니 원하는 상품이 눈에 띈다.
"본인이 입으실꺼에요?" 점원이 친절한 미소를 띄며 묻는다. "아...네." 왠지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시현이도 이런 물건은 처음 사봤다.
"피부도 하얗고, 몸매가 날씬하셔서 정말 잘 어울리실 것 같아요. 한 번 입어보시겠어요?" 점원의 권유에 저도 모르게 손사래를 친다.
"아뇨, 아뇨. 나중에 입어 볼게요. 이거 근데 어떻게 하는거에요?" "아, 이건요. 이 부분을 이렇게..." 점원이 상품을 꺼내 시범을 보여준다. 신기하다. 이런 건 생전 처음 봤다.
"저기..이거 실제로 사가시는 분들이 있나요?" 시현이가 부끄러움을 참으며 물었다. 점원은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요. 요즘은 이런 상품 많이 구입하세요. 젊은 분들도 좋아하시고,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도 아주 좋아하시거든요." 연세가 있는 분들 사간다는 말에 살짝 미소가 지어진다. 어떤 사람들일까.
쇼핑을 마치고 매장 밖으로 나오자 그새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오르내리는 에스컬레이터에도 사람이 그득하다. 엘리베이터 옆 벤치에 앉아 물건을 내려놓는다. 물끄러미 물건을 바라봤다. "잘 산건가." 괜한 짓을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진우가 좋아하려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갑자기 어깨를 톡톡 두드린다. "네,네?" 놀란 토끼눈을 하고 올려다보니 웬 남자가 서있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캡모자를 뒤집어 쓰고 있다. 요새 자주 보이는 스타일이다. 핸드폰을 불쑥 내민다. "번호 좀 찍어주세요." 잠깐 당황하던 시현이는 금세 정신을 차렸다. "죄송합니다. 남자친구 있거든요." "있어도 괜찮아요." 적극적인 태도에 더 난감해진다. "죄송해요." 당황스런 미소를 지으며 손을 젓자, 그제야 간다. 거리에서 번호를 따이거나, 다가와서 말을 거는 남자들은 흔히 만난다. 한번 거절할때 가주면 좋겠는데, 용기(?)있는 남자들은 계속해서 들이댄다. 몇 년전인가? 케이블 TV에서 한창 "픽업 아티스트"라는 사람들이 나올땐 정말 가관이었다. 심한 날은 하루에 20번 가까이 번호를 따인 적이 있다. 물론, 한 번도 번호를 준 적은 없었다.
"내가 이런 몸이라는 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괜히 씁쓰름하다. 만약 진짜 여자의 몸이었어도 이런 제안들을 다 거절했을까?
학교를 마치고 산을 내려간다. 생일이라고 다 같이 식사하기로 해서 오늘 운동은 쉬기로 했다. 수업을 끝내고, 청소까지 마치고 나자 벌써 오후 4시가 훌쩍 넘었다. 햇볕이 어느새 진한 주홍빛을 띤다. 느긋한 기분으로 터덜터덜 걸었다. 평소가던 아스팔트 길 대신 옆으로 빠지는 등산로로 향했다. 이쪽은 산길이라 내려가기 불편하지만 대신 한정거장 앞으로 나가게 된다. 진우의 취미 중 하나다. 같은 길보다는 매번 다른 길로 걷는 걸 즐긴다. 아무래도 가는 장소는 늘 일정하기 때문에 다양하게 변화를 줄 순 없지만, 2~3개의 길 중에서 마음 내키는대로 섞어서 걷는다. 낯선 골목이 주는 신선함이 좋다.
아스팔트를 벗어나 등산로에 들어서니 하굣길에 소란이 사라진다. 싱긋한 초록의 냄새가 코를 간질인다. 등산로라고는 해도 왼쪽으로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철망으로 둘러쌓인 약 20m 높이에 절벽이라 내려갈 순 없다. 오른쪽으로는 넓은 재건축 지구가 위치해 있다. 가끔씩 TV에 나오는 달동네 모습 그대로지만,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다. 텅 빈 집들은 대낮에도 조금 오싹한 느낌을 준다. 5분 정도 내려 갔을 때였을까.
"아, 씨발 안놔!!"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조금 내밀어 오른쪽을 내려다보니 4명 정도 되는 아이들이 몰려 있다. 대충봐도 고등학생쯤 되어보인다. 커터, 아니 박미소가 중간에 섞여있다.
"아, 알았어. 준다, 줘. 씨발" 쌍욕을 내뱉더니 뭔가를 집어 던진다. "됐냐? 다시는 찾아오지 마라, 좆같은 새끼들아." 침을 퉤- 뱉더니 빈 주택 사이 골목으로 사라진다. 남은 아이들은 미소가 던지고 간 뭔가를 집어든다. "씨발년, 성깔하고는." "다시는 저 년 부르지 마라. 끝이 좆같냐." 지들끼리 욕설을 나눈다.
진우는 모르는 척하고 가던 길을 내려갔다. 무슨 사연인지 조금 궁금하기도 했지만, 별로 신경쓰고 싶진 않았다. 양아치들의 생리 같은 것엔 관심 없다. 그저 "쟤랑은 상종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만 든다.
발 아래로 밟히는 흙의 느낌이 좋다.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이름 모를 꽃 냄새가 향기롭다.
저녁은 오랜만에 치킨, 피자였다. 진우보다 동생들이 신나서 난리였다. 일반 가정과는 달리 보육원에서는 이런 음식 구경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도심에 있는 시설 좋은 보육원에서는 가끔씩 자원봉사자들이 사오기도 한다지만, 진우네 보육원처럼 외진 곳에 있는 시설은 자원봉사자도 거의 없다. 워낙 인원이 많다보니 여러set를 시켰는데도 금세 바닥이 난다. 진우도 맛만 보는 수준에서 그치고 밥으로 배를 채웠다. 시현이나 선미누나도 마찬가지였다.
밥을 먹고 마당으로 나왔다. 8시 조금 넘은 시간인데도 완전히 어둑해지지 않았다.
"김진우." 돌아보니 시현이가 서있다. 아직 외출복을 그대로 입고 있다. 가벼운 반팔티에 워싱이 들어간 진을 입었다.
"왜?" 저도 모르게 퉁명스런 목소리가 나온다. "생각 다 정리됐냐?" 가족들과 있을 때 말투는 둘이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시현이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얘기 좀 해. 지금은 좀 그렇고...이따가 문자할테니까 나와." 시현이는 여전히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이다. 왠지 모를 불안함 마음이 스친다.
"아, 뭔데. 지금 말해." 괜시리 재촉해보지만, 시현이는 가볍게 도리질을 한다. "이따가 문자할게." 그리고는 돌아서 들어가버렸다.
"아..진짜. 생일이 뭐 이따위야." 속으로 욕설이 터져 나온다. 역시 생일은 재수없는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모두 잠드는 시간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 20분. 잠든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심상치 않았던 분위기가 마음에 걸린다. "띠링-" 순간,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나 언니한테 다 말했어" 메시지를 보는 순간 가슴이 뜨끔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비밀로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상관 없어 잘못한거 없는데"
"나 생각 많이 했는데" 까지 오고는 조용하다. 불안감이 엄습한다. 답장을 보낼까 말까 고민하며 액정을 껏다 켰다 반복했다.
"내 방으로 와봐"
조용히 일어났다. 보육원 안은 조용하다. 마루를 건너 시현이 방 앞에 도착했다. 벌써 2주째 열리지 않은 문이다.
"..나 들어간다."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갔다. 어두컴컴하게 어둡다. 습관적으로 문을 잠그고,불을 켜기 위해 손을 든다.
"불켜지마!"
어둠 저 편에서 갑작스런 외침이 들렸다. 곧 한층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린다. "잠깐만..불 켜지마." 멈칫했던 손을 내린다.
"알았어." 컴컴한 어둠 속으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구름이 달을 가렸는지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도 적다. 핸드폰 액정을 바라봤던 바람에 눈에 어둠이 익질 않는다.
"나 많이 생각해봤어, 진우야."
어둠 저 편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근데...도저히 안 될 것 같아."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어둠 속에서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불안감이 크게 엄습한다.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뭐가 안ㄷ..." "딸-칵"
스위치 소리가 진우의 말을 끊듯 울렸다. 그 작은 소리에 삼켜진 듯, 진우의 말이 사라져 버렸다. 작은 스위치 소리와 함께 방 한 구석에 있는 스탠드가 켜졌다. 작고 노란 스탠드가 방 안을 은은하게 비춘다. 책상 앞쪽에 시현이가 서있었다.
시현이를 보는 순간, 할 말을 잊고 말았다. 은은한 노란불이 시현이의 몸을 육감적으로 비추고 있다.
진우의 하얀색 교복 와이셔츠는 너무 커서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았다. 4개 쯤 풀린 단추 탓에 가슴골 중간까지 벌어진 셔츠 자락으로 뽀얀 가슴이 살짝 얼굴을 내민다. 노란 조명이 만들어 낸 음영 탓에 더욱 육감적으로 보드라워 보인다. 와이셔츠 밖으로 작게 솟은 돌기가 속옷이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다. 뭇 남성들의 로망이라는 커다란 흰색 셔츠를 입은 시현이의 모습은 보자마자 자지를 발딱 세우는 마력이 있었다. 하지만, 진우가 놀란 점은 그 부분이 아니었다.
언제나 바지로 감싸고 종아리 이상을 보여주지 않았던 시현이의 하얀 허벅지가 노출되어 있었다. 아니, 단순히 허벅지만 노출한게 아니었다.
허벅지 가운데를 질러 내려온 검정색 줄이 다리를 감싼 스타킹과 연결되어 있었다. 검정색 연한 스타킹은 다리의 각선미를 그대로 드러내고, 허벅지 중간에 조여진 빨간밴드 부분은 허벅지를 질러내려온 줄에 연결되어 있었다. 줄 끝에 달린 집게가 밴드를 앙물고 있다. 야동에서나 봤던 가터벨트였다. 붉은색과 검정색이 섞인 조금 속이 비치는 재질에 세련된 가터벨트. 허리 부분은 커다란 셔츠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그 섹시함은 명백했다.
"저..저기.." 말을 꺼내려던 시현이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움직이는 바람에 들썩이는 셔츠사이로 앙증맞은 삼각형의 팬티가 살짝 보인다. 일반적으로 입는 팬티와는 조금 다른, 안쪽으로 패드가 덧되어져 있는 비키니 타입의 삼각팬티. "아, 부끄러...그냥 하지말걸."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두 손으로 가린 채 고개를 숙이자 머리카락이 스르르 내려와 얼굴을 덮는다.
"너..생일이니까...남자들이 이런거 ....좋아한다 길래."
진우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저도 모르게 조심스레 다가가 한 손으로 시현이의 얼굴을 감쌌다.
"어디서 봤어? 이런건..."
시현이의 턱을 잡고 고개를 들게 해 눈을 마주본다. 입술에 바른 틴트가 예쁘게 반짝거린다. 눈에도 살짝 화장을 한 것 같지만, 화장품에 대해 잘 모르는 진우는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 그저, 평소보다 조금 더 인상이 또렷하고, 섹시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아이섀도나, 아이라인이 아닐까.
"카페 잡지에서....남자들의 워너비라고..."
너무 예뻤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사납게 시현이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오랜만에 만난 시현이의 입술은 더욱 달콤했다.
"잠, 잠깐만." 시현이가 힘을 주어 진우를 밀어낸다. 영문도 모르는 진우가 떨어져 나왔다. 얼떨떨하다.
"지금 몇시야?" 황급히 핸드폰을 켜 시간을 본다. 저도 모르게 허둥지둥했다. "11시 43분." 그 말을 들은 시현이가 배시시 웃는다.
"다행이다." 그러고는 진우를 돌려 의자에 앉혔다. 진우는 시현이가 시키는대로 그저 의자에 앉았다. 귀신에라도 홀린 것처럼 얼떨떨한 기분이 가시질 않는다.
"오늘은...내가...영차" 진우 앞에 꿇어앉아 바지를 내리며 오버스럽게 기합소리를 냈다. 부끄러운 것 같다.
"내가 서,서비스 해줄테니까.."
조금 말을 더듬으며 팬티를 벗겼다. 자지가 벌떡 튀어나온다. 하마터면 시현이의 얼굴을 칠 뻔 했다.
체육관에 가지 않은 오늘은 샤워도 하지 않았다. 팬티를 벗기자 땀 냄새와 뒤얽힌 수컷의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조금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현이는 눈썹 하나 찡그리지 않았다. 팬티를 무릎까지 끌어내리고는 부드럽게 자지를 쥔다. 마치 새로 산 장난감을 만지듯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갑자기 시현이가 진우를 올려다 봤다.
"나...." 입술을 살짝 깨문다. 시현이의 눈동자가 불안한 것처럼 왼쪽 오른쪽으로 조금 주춤한다.
이윽고, 시현이의 입이 벌어졌다.
"이거.....자, 자지 먹어도 돼?"
시현이에 입에서 흘러나온 "자지"는 진우가 평소에 알던 그 단어가 아닌 것 같았다. 사랑스러움과 끈적한 욕망으로 뒤범벅된 그 단어는 기쁘다 못해 충격적인 느낌이었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현이가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자, 잘 먹...겠습니다."
붉은 입술이 귀두를 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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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문서에 파일이름을 짓다가 놀랐습니다. 제가 벌써 9화까지 썼었군요?
말씀드렸던 것처럼 22일날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__)
항상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추천,댓글,쪽지를 주시는 적극적인 분들께 더욱 감사드립니다. 꽃샘추위에 건강 유의 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에휴, 딱한 중생아, 삼위일체 모르냐 삼위일체. 머리, 가슴, 자지."
- 사랑에 대한 산뜻한 정의 - ]
생일.
대부분의 이들에게 특별한 느낌을 불러오는 날이다.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축하받는 날, 스쳐지나가는 일상 중에서 이유없이 빛나는 하루. 그렇기 때문에 축하받지 못하면 더욱 서글퍼지는 날이다.
"생일 축하해" "생일 축하해, 형" "축하해 오빠!!" 아침부터 와글와글 생일축하인사가 쏟아진다. 누가 낳아준지도 모르고, 어디서 태어난지도 모르는 대부분의 시설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더욱 따뜻하게 생일을 축하한다. 하지만 그 생일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아이들은 임의적으로 생일이 정해진다. 시설에 온 날이라던가, 출생신고하는 날 등. 다행히 진우는 진짜 생일을 알고 있었다. 비록 태어나마자 버려진건 마찬가지였지만, 버려진 진우에게 생년월일과 이름이 쓰여진 쪽지가 함께 있었던 덕분이다.
"어, 어. 고마워." 진우는 어정쩡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받았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진우는 생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뭘 기념할게 있다고?" 모든 아이들이 티 없이 맑을 순 없는 것이다.
손수 쓴 편지, 삐뚤삐뚤한 종이모형, 크레파스로 칠해진 그림 등 어린아이들의 선물은 저렴하지만 정성이 담뿍 담긴 것들이다.
"축하해, 진우야." 선미누나가 작은 봉투를 내민다. 네모반듯한 종이봉투. 열어보니 5만원짜리 신발상품권이 들어있다.
"고마워, 누나." 진우의 입이 벌쭉 벌어진다. 그리고 옆에 있는 시현이를 힐끔 쳐다봤다. 시현이와 눈이 마주쳤다.
"생일 축하해." 무덤덤하게 인사를 건네고는 다시 밥을 먹는다.
"선물 없..냐?" 진우가 저도 모르게 물었다.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누구보다 시현이의 선물을 가장 기대했다.
"어, 미안. 깜빡하고 준비 못 했네."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한다. "나중에 줄게." 푹 숙인 채 밥 그릇만 달그락- 거린다.
6월쯤 되자 아침에도 온도가 상당하다. 언덕 위에 있는 학교까지 오르고나면 등에서 땀이 절로 흐른다. 이미 춘추복은 벗고, 하복을 입은 지 오래다.
"축하한다, 고추야." "어, 고맙다." 빠삭이가 엉덩이를 뒤로 쑥 내민다. "원한다면...나를 가져도 좋아." 씰룩씰룩 엉덩이를 흔든다. "토나오니까 꺼져." 엉덩이를 빡- 찼다. 반 애들이 낄낄 거린다.
"저런 말을 해줬으면 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시현이의 얼굴이 절로 떠오른다. 그 예쁜 얼굴이 심술궂게 일그러져 있다. 무덤덤하게 바라보던 눈길이 떠올랐다. 화가 난다기보다는 섭섭하고 힘이 빠진다. 정액사건이 있은 후로 벌써 2주가 다 되어간다. 그간 여러번 이야기를 나눠보려 했지만, 시현이는 모두 거절했다.
"잠깐만 생각할 시간을 줘.." "무슨 생각이 필요한대? 응?" "그냥...정리 좀 해야 될 것 같아." 매번 같은 패턴이다. 무슨 생각의 정리가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한걸까. 남자인 진우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황당했다가, 나중에는 화가 났고, 지금은....무섭다. 헤어지자는 말이라도 나오면 어떡하나 라는 걱정이 앞선다. 벌써 대화다운 대화를 나눠본 것도 오래다.
"사귀고 있는게 맞는건가.." 절로 한숨이 쉬어진다. 아침에 보여준 시현이의 태도는 정말 실망스러웠다. 당장이라도 전화를 걸고 싶지만, 꾹 참았다.
"선배!" 정신을 차려보니 교실 뒷문에 미소가 서있다. 한 학년 낮은 주제에 거리낌없이 남자 반에 불쑥 들어온다. "오, 미소 왔네." 옆에 있던 빠삭이가 반갑게 알은 체한다. 미소가 빠삭이를 슥- 쳐다보더니 목을 좌우로 꺽는다. 뚜뚝- 하는 소리가 난다. "말 까지마라." 그리곤 그대로 무시하고 진우에게 다가왔다. 불쌍한 빠삭이는 그대로 문 앞에서 얼어버렸다.
"오늘 생일이라며?" 진우의 책상에 기대어 앉는다. 진우와 미소의 얼굴이 바로 앞에서 마주보게 된다. 꼭 금방이라도 키스할 것 같이 가깝다. 옆에서 지켜보는 김본좌의 가슴이 괜히 두근거린다.
"얼굴 치워라. 담배 냄새 난다." 진우가 미소의 팔을 밀어내며 엎드린다. "가. 나 잘꺼야."
"아씨, 진짜!" 미소가 벌떡 일어난다. "생일이라길래 생각해서 와줬는데 너무 무시하신다, 진짜."
"그래, 와줘서 고.맙.다." 진우가 과도하게 뚝뚝 끊어 대답한다. 전혀 반가운 기색이 아니다. 미소가 한숨을 쉬며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손을 내민다. 엄지손가락만한 인형이다.
"뭐냐?" 진우가 손을 내밀어 받았다. "인형 갖고 놀라고?"
"아니거든! 이거 핸드폰 액정 닦이거든." 인형을 뒤집으니 뒷면에 검정색 천이 붙어있다. 액정클리너다.
"자, 선물입.니.다." 진우의 말투를 흉내내서 따라한다. "평생 주.무.세.요!" 그러더니 홱 돌아서 나가려고 한다.
"야!" 진우가 돌아서 나가려는 미소를 부른다. 그 자리에 멈춰서더니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한다. "왜?"
"치마." 아래를 내려다보니 치마가 살짝 말려올라갔다. 가뜩이나 짧은 치마인 탓에 팬티가 살짝 보인다.
"아, 씨발..쪽팔리게.....뭘봐? 구경났냐?" 괜히 문 옆에 서있던 빠삭이를 갈구고 나간다. 미소가 나가자 빠삭이가 쪼르르 다가온다.
"뭐야..쟤...무서워.." 옆에 있던 김본좌가 미소가 나간 문을 멍하니 쳐다보며 말했다. "왜? 귀엽지 않냐. 성깔있는 것도 매력이지." "담배 냄새 쩔잖아." "야, 담배도 기호식품의 일종일 뿐이거든요." 김본좌와 빠삭이가 티격태격한다.
진우는 물끄러미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뽀로로 모양 액정닦이다. "나이가 몇 살인데....동생 주면 좋아하겠네."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시현이는 알바를 끝내고 근처에 있는 종합쇼핑몰을 찾았다. 평일 오후인데도, 웅성웅성 사람들이 많다. 벌써 하교 시간인지, 여기저기 교복입은 학생들도 돌아다닌다.
고급스런 장식이 되어있는 매장에 들어섰다. 입구에는 예쁜 마네킹들이 멋스럽게 장식되어 있어 평소 찾는 매장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조금 둘러보니 원하는 상품이 눈에 띈다.
"본인이 입으실꺼에요?" 점원이 친절한 미소를 띄며 묻는다. "아...네." 왠지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시현이도 이런 물건은 처음 사봤다.
"피부도 하얗고, 몸매가 날씬하셔서 정말 잘 어울리실 것 같아요. 한 번 입어보시겠어요?" 점원의 권유에 저도 모르게 손사래를 친다.
"아뇨, 아뇨. 나중에 입어 볼게요. 이거 근데 어떻게 하는거에요?" "아, 이건요. 이 부분을 이렇게..." 점원이 상품을 꺼내 시범을 보여준다. 신기하다. 이런 건 생전 처음 봤다.
"저기..이거 실제로 사가시는 분들이 있나요?" 시현이가 부끄러움을 참으며 물었다. 점원은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요. 요즘은 이런 상품 많이 구입하세요. 젊은 분들도 좋아하시고,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도 아주 좋아하시거든요." 연세가 있는 분들 사간다는 말에 살짝 미소가 지어진다. 어떤 사람들일까.
쇼핑을 마치고 매장 밖으로 나오자 그새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오르내리는 에스컬레이터에도 사람이 그득하다. 엘리베이터 옆 벤치에 앉아 물건을 내려놓는다. 물끄러미 물건을 바라봤다. "잘 산건가." 괜한 짓을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진우가 좋아하려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갑자기 어깨를 톡톡 두드린다. "네,네?" 놀란 토끼눈을 하고 올려다보니 웬 남자가 서있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캡모자를 뒤집어 쓰고 있다. 요새 자주 보이는 스타일이다. 핸드폰을 불쑥 내민다. "번호 좀 찍어주세요." 잠깐 당황하던 시현이는 금세 정신을 차렸다. "죄송합니다. 남자친구 있거든요." "있어도 괜찮아요." 적극적인 태도에 더 난감해진다. "죄송해요." 당황스런 미소를 지으며 손을 젓자, 그제야 간다. 거리에서 번호를 따이거나, 다가와서 말을 거는 남자들은 흔히 만난다. 한번 거절할때 가주면 좋겠는데, 용기(?)있는 남자들은 계속해서 들이댄다. 몇 년전인가? 케이블 TV에서 한창 "픽업 아티스트"라는 사람들이 나올땐 정말 가관이었다. 심한 날은 하루에 20번 가까이 번호를 따인 적이 있다. 물론, 한 번도 번호를 준 적은 없었다.
"내가 이런 몸이라는 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괜히 씁쓰름하다. 만약 진짜 여자의 몸이었어도 이런 제안들을 다 거절했을까?
학교를 마치고 산을 내려간다. 생일이라고 다 같이 식사하기로 해서 오늘 운동은 쉬기로 했다. 수업을 끝내고, 청소까지 마치고 나자 벌써 오후 4시가 훌쩍 넘었다. 햇볕이 어느새 진한 주홍빛을 띤다. 느긋한 기분으로 터덜터덜 걸었다. 평소가던 아스팔트 길 대신 옆으로 빠지는 등산로로 향했다. 이쪽은 산길이라 내려가기 불편하지만 대신 한정거장 앞으로 나가게 된다. 진우의 취미 중 하나다. 같은 길보다는 매번 다른 길로 걷는 걸 즐긴다. 아무래도 가는 장소는 늘 일정하기 때문에 다양하게 변화를 줄 순 없지만, 2~3개의 길 중에서 마음 내키는대로 섞어서 걷는다. 낯선 골목이 주는 신선함이 좋다.
아스팔트를 벗어나 등산로에 들어서니 하굣길에 소란이 사라진다. 싱긋한 초록의 냄새가 코를 간질인다. 등산로라고는 해도 왼쪽으로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철망으로 둘러쌓인 약 20m 높이에 절벽이라 내려갈 순 없다. 오른쪽으로는 넓은 재건축 지구가 위치해 있다. 가끔씩 TV에 나오는 달동네 모습 그대로지만,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다. 텅 빈 집들은 대낮에도 조금 오싹한 느낌을 준다. 5분 정도 내려 갔을 때였을까.
"아, 씨발 안놔!!"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조금 내밀어 오른쪽을 내려다보니 4명 정도 되는 아이들이 몰려 있다. 대충봐도 고등학생쯤 되어보인다. 커터, 아니 박미소가 중간에 섞여있다.
"아, 알았어. 준다, 줘. 씨발" 쌍욕을 내뱉더니 뭔가를 집어 던진다. "됐냐? 다시는 찾아오지 마라, 좆같은 새끼들아." 침을 퉤- 뱉더니 빈 주택 사이 골목으로 사라진다. 남은 아이들은 미소가 던지고 간 뭔가를 집어든다. "씨발년, 성깔하고는." "다시는 저 년 부르지 마라. 끝이 좆같냐." 지들끼리 욕설을 나눈다.
진우는 모르는 척하고 가던 길을 내려갔다. 무슨 사연인지 조금 궁금하기도 했지만, 별로 신경쓰고 싶진 않았다. 양아치들의 생리 같은 것엔 관심 없다. 그저 "쟤랑은 상종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만 든다.
발 아래로 밟히는 흙의 느낌이 좋다.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이름 모를 꽃 냄새가 향기롭다.
저녁은 오랜만에 치킨, 피자였다. 진우보다 동생들이 신나서 난리였다. 일반 가정과는 달리 보육원에서는 이런 음식 구경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도심에 있는 시설 좋은 보육원에서는 가끔씩 자원봉사자들이 사오기도 한다지만, 진우네 보육원처럼 외진 곳에 있는 시설은 자원봉사자도 거의 없다. 워낙 인원이 많다보니 여러set를 시켰는데도 금세 바닥이 난다. 진우도 맛만 보는 수준에서 그치고 밥으로 배를 채웠다. 시현이나 선미누나도 마찬가지였다.
밥을 먹고 마당으로 나왔다. 8시 조금 넘은 시간인데도 완전히 어둑해지지 않았다.
"김진우." 돌아보니 시현이가 서있다. 아직 외출복을 그대로 입고 있다. 가벼운 반팔티에 워싱이 들어간 진을 입었다.
"왜?" 저도 모르게 퉁명스런 목소리가 나온다. "생각 다 정리됐냐?" 가족들과 있을 때 말투는 둘이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시현이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얘기 좀 해. 지금은 좀 그렇고...이따가 문자할테니까 나와." 시현이는 여전히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이다. 왠지 모를 불안함 마음이 스친다.
"아, 뭔데. 지금 말해." 괜시리 재촉해보지만, 시현이는 가볍게 도리질을 한다. "이따가 문자할게." 그리고는 돌아서 들어가버렸다.
"아..진짜. 생일이 뭐 이따위야." 속으로 욕설이 터져 나온다. 역시 생일은 재수없는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모두 잠드는 시간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 20분. 잠든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심상치 않았던 분위기가 마음에 걸린다. "띠링-" 순간,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나 언니한테 다 말했어" 메시지를 보는 순간 가슴이 뜨끔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비밀로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상관 없어 잘못한거 없는데"
"나 생각 많이 했는데" 까지 오고는 조용하다. 불안감이 엄습한다. 답장을 보낼까 말까 고민하며 액정을 껏다 켰다 반복했다.
"내 방으로 와봐"
조용히 일어났다. 보육원 안은 조용하다. 마루를 건너 시현이 방 앞에 도착했다. 벌써 2주째 열리지 않은 문이다.
"..나 들어간다."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갔다. 어두컴컴하게 어둡다. 습관적으로 문을 잠그고,불을 켜기 위해 손을 든다.
"불켜지마!"
어둠 저 편에서 갑작스런 외침이 들렸다. 곧 한층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린다. "잠깐만..불 켜지마." 멈칫했던 손을 내린다.
"알았어." 컴컴한 어둠 속으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구름이 달을 가렸는지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도 적다. 핸드폰 액정을 바라봤던 바람에 눈에 어둠이 익질 않는다.
"나 많이 생각해봤어, 진우야."
어둠 저 편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근데...도저히 안 될 것 같아."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어둠 속에서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불안감이 크게 엄습한다.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뭐가 안ㄷ..." "딸-칵"
스위치 소리가 진우의 말을 끊듯 울렸다. 그 작은 소리에 삼켜진 듯, 진우의 말이 사라져 버렸다. 작은 스위치 소리와 함께 방 한 구석에 있는 스탠드가 켜졌다. 작고 노란 스탠드가 방 안을 은은하게 비춘다. 책상 앞쪽에 시현이가 서있었다.
시현이를 보는 순간, 할 말을 잊고 말았다. 은은한 노란불이 시현이의 몸을 육감적으로 비추고 있다.
진우의 하얀색 교복 와이셔츠는 너무 커서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았다. 4개 쯤 풀린 단추 탓에 가슴골 중간까지 벌어진 셔츠 자락으로 뽀얀 가슴이 살짝 얼굴을 내민다. 노란 조명이 만들어 낸 음영 탓에 더욱 육감적으로 보드라워 보인다. 와이셔츠 밖으로 작게 솟은 돌기가 속옷이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다. 뭇 남성들의 로망이라는 커다란 흰색 셔츠를 입은 시현이의 모습은 보자마자 자지를 발딱 세우는 마력이 있었다. 하지만, 진우가 놀란 점은 그 부분이 아니었다.
언제나 바지로 감싸고 종아리 이상을 보여주지 않았던 시현이의 하얀 허벅지가 노출되어 있었다. 아니, 단순히 허벅지만 노출한게 아니었다.
허벅지 가운데를 질러 내려온 검정색 줄이 다리를 감싼 스타킹과 연결되어 있었다. 검정색 연한 스타킹은 다리의 각선미를 그대로 드러내고, 허벅지 중간에 조여진 빨간밴드 부분은 허벅지를 질러내려온 줄에 연결되어 있었다. 줄 끝에 달린 집게가 밴드를 앙물고 있다. 야동에서나 봤던 가터벨트였다. 붉은색과 검정색이 섞인 조금 속이 비치는 재질에 세련된 가터벨트. 허리 부분은 커다란 셔츠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그 섹시함은 명백했다.
"저..저기.." 말을 꺼내려던 시현이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움직이는 바람에 들썩이는 셔츠사이로 앙증맞은 삼각형의 팬티가 살짝 보인다. 일반적으로 입는 팬티와는 조금 다른, 안쪽으로 패드가 덧되어져 있는 비키니 타입의 삼각팬티. "아, 부끄러...그냥 하지말걸."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두 손으로 가린 채 고개를 숙이자 머리카락이 스르르 내려와 얼굴을 덮는다.
"너..생일이니까...남자들이 이런거 ....좋아한다 길래."
진우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저도 모르게 조심스레 다가가 한 손으로 시현이의 얼굴을 감쌌다.
"어디서 봤어? 이런건..."
시현이의 턱을 잡고 고개를 들게 해 눈을 마주본다. 입술에 바른 틴트가 예쁘게 반짝거린다. 눈에도 살짝 화장을 한 것 같지만, 화장품에 대해 잘 모르는 진우는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 그저, 평소보다 조금 더 인상이 또렷하고, 섹시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아이섀도나, 아이라인이 아닐까.
"카페 잡지에서....남자들의 워너비라고..."
너무 예뻤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사납게 시현이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오랜만에 만난 시현이의 입술은 더욱 달콤했다.
"잠, 잠깐만." 시현이가 힘을 주어 진우를 밀어낸다. 영문도 모르는 진우가 떨어져 나왔다. 얼떨떨하다.
"지금 몇시야?" 황급히 핸드폰을 켜 시간을 본다. 저도 모르게 허둥지둥했다. "11시 43분." 그 말을 들은 시현이가 배시시 웃는다.
"다행이다." 그러고는 진우를 돌려 의자에 앉혔다. 진우는 시현이가 시키는대로 그저 의자에 앉았다. 귀신에라도 홀린 것처럼 얼떨떨한 기분이 가시질 않는다.
"오늘은...내가...영차" 진우 앞에 꿇어앉아 바지를 내리며 오버스럽게 기합소리를 냈다. 부끄러운 것 같다.
"내가 서,서비스 해줄테니까.."
조금 말을 더듬으며 팬티를 벗겼다. 자지가 벌떡 튀어나온다. 하마터면 시현이의 얼굴을 칠 뻔 했다.
체육관에 가지 않은 오늘은 샤워도 하지 않았다. 팬티를 벗기자 땀 냄새와 뒤얽힌 수컷의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조금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현이는 눈썹 하나 찡그리지 않았다. 팬티를 무릎까지 끌어내리고는 부드럽게 자지를 쥔다. 마치 새로 산 장난감을 만지듯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갑자기 시현이가 진우를 올려다 봤다.
"나...." 입술을 살짝 깨문다. 시현이의 눈동자가 불안한 것처럼 왼쪽 오른쪽으로 조금 주춤한다.
이윽고, 시현이의 입이 벌어졌다.
"이거.....자, 자지 먹어도 돼?"
시현이에 입에서 흘러나온 "자지"는 진우가 평소에 알던 그 단어가 아닌 것 같았다. 사랑스러움과 끈적한 욕망으로 뒤범벅된 그 단어는 기쁘다 못해 충격적인 느낌이었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현이가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자, 잘 먹...겠습니다."
붉은 입술이 귀두를 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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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문서에 파일이름을 짓다가 놀랐습니다. 제가 벌써 9화까지 썼었군요?
말씀드렸던 것처럼 22일날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__)
항상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추천,댓글,쪽지를 주시는 적극적인 분들께 더욱 감사드립니다. 꽃샘추위에 건강 유의 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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