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랜스젠더 혹은 쉬메일에 성적 묘사를 담고 있습니다.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엉덩이에 진우의 뜨거운 육봉이 닿자 다시 한번 몸서리 쳤다.
"제발, 그만해...그만!!!...."
온 힘을 다해 몸을 비틀어보지만, 뒤에서 허리를 쥔 진우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허리를 내밀어 엉덩이로 자지를 가져다 댄다. 발기된 그것으로 애널 주위를 마사지하듯 문지른다.
"다신, 나 안볼꺼야??!!!!!!!"
시현이에 악에 받친 외침에 순간 멈칫했다.
"흑, 흐흑..하지마. 지금이라도...지금이라도...괜찮, 흑,으니까...여기서...우흑...그만.."
울음에 젖은 시현이의 말이 끊어질듯 이어진다.
"아,아직 괜찮아...흐윽...괜찮..으니까...허엉..."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꼴을 당하고도 용서해주겠다는 말이었다. 그렇게나 필사적으로 감추던 "그것"까지 유린 당했으면서.
찌릿한 뭔가가 진우의 마음을 자극한다. 찌르르- 침대에 엎드린 시현이의 몸을 내려다봤다. 힙에서 등으로 그리고 목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바지를 입고 있을때도 도드라져 보이는 커다란 엉덩이가 하얗게 빛난다. 명품 도자기 같은 얼굴은 온통 산발된 머리카락에 덮인 채 이불에 파묻혀 있다.
"그만..하자, 응...더 이상..이러면...."
"이러면?"
진우가 말을 끊자, 시현이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추운걸까.
"....흑..다, 다시는..."
이불에 묻힌 시현이의 목소리가 뭉툭하게 들린다. "다시는 못 본다." 속으로 한번 되뇌어본다. 다시는. "영원히 시현이를 안 보고 살 수 있을까." 다시 한번 물끄러미 시현이의 등을 바라본다. 새하얀 등. 시현이를 안보고 평생 살 자신은 없었다. 만약 볼 수 없게 된다면,
"...죽어버릴거야..."
진우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나지막한 말이 읊조려졌다. 본인은 내뱉은지도 모를 정도로 작은, 그런 말이었다.
하지만 집행을 기다리는 사형수마냥, 온 정신을 진우의 말에 집중하고 있던 시현이는 그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안돼!!!!"
시현이의 앙칼진 외침에 진우의 정신이 퍼뜩 돌아왔다. 뭐가 안된다는건지 알 순 없었지만.
"..너무 늦었어."
진우의 허리가 앞으로 스르륵 내밀어지자, 태어나서 가장 단단해진게 틀림없는 검붉은 자지가 시현이의 엉덩이 사이를 파고든다. 잠시 가녀린 주름을 음미하듯 스치던 그것은 꽃잎 가운데로 날카롭게 쏘아졌다.
"아아아------------------------악!!!!!!!"
교성이 아니었다. 끔찍하게 처절한 고통의 비명이었다. 시현이는 저도 모르게 이불을 물었다. 침대를 찢을듯이 손을 세워 그러쥐었다. 애널에서 시작된 엄청난 고통이 온 몸으로 퍼져 나갔다. 파르르 떨리던 시현이의 육체가 거세게 요동친다. 이성이 날아가며 조금 전까지 시현이를 짓누르던 정신적 고뇌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머리가 하얘지도록 끔찍한 통증이 몸을 꿰뚫는다.
진우도 애널섹스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조사해 봤었다. 만약 시현이와 섹스를 하게 되는 그 날이 온다면 애널섹스가 될테니까.야동과 달리 대부분의 여성들이 애널섹스를 거부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어마어마한 통증 탓이었다. 애널섹스를 해봤다는 사람들은, 섹스 중 흥분이 극에 달했을 때 몰래 넣거나, 여자친구를 살살 달래며 넣으라는 둥의 조언을 했다. 러브젤을 사용하면 한결 부드럽게 들어간다던가.
하지만, 오늘은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섹스였지만, 섹스가 아니었다. 성기로 이루어지는 폭행이었다. 시현이가 진우에게 맞춰줄 수도 없고, 맞춰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고통을 주고 싶었다. 자신을 거부했던 시현이에게, 자신이 아닌 다른 놈을 받아들인 시현이에게, 자신에게 끔찍한 열등감을 준 그놈에게 다리 벌린 시현이에게.
사랑만큼 깊은 고통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마음먹은 진우에게조차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끔찍한 비명이었다. 러브젤은 커녕 로션도 없다. 하다못해 침조차 바르지 않았다. 애액이 나올 수 없는 시현이였기에 자연적인 윤활유도 없었다. 있다면, 진우의 분신 끝에 매달린 소량의 쿠퍼액정도랄까. 게다가, 삽입은 천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골반을 잡은 채 비집듯이 쑤셔넣었다.
"아흐으으아----으으흐흐흡!!!"
밟힌 지렁이의 모습이 그럴까. 진우에게 꿰뚫린 시현이는 온 몸을 뒤틀었다. 침대 매트리스를 뽑아낼 듯 움켜쥔 손이 벌벌 떨린다. 이불을 악문 이빨 사이로도 계속해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부러질 듯 가녀린 몸 전체가 크게 경련하며 휘었다. 보통의 첫 애널섹스라면, 여성의 상태를 보며 조금씩 조금씩 밀어넣기 마련이다. 그래야 고통도 적고, 상처도 적어진다. 하지만 진우의 자지는 난폭하게 시현이 속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미사일같이 뾰족한 귀두가 뚫고 들어가자마자, 기둥의 상반부까지 빨려 들어갔다. 남성의 성기는 귀두 부분이 두껍고 아래가 얇은, 일종의 역(逆)사다리형이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그런 형태를 가진다. 말인 즉, 분신의 가장 두꺼운 부분이 순식간에 시현이의 애널을 뚫고 들어간 것이다. 애널 주변에 근육은 낯선 힘에 격렬히 저항했지만,그 저항을 거침없이 뚫고 들어갈 정도로 강한 힘으로 밀고 들어왔다.
"제...발...아으으흐흑...아흑.."
시현이의 격한 반응에 놀란 진우도 잠시 삽입을 멈춘 상태였다. 그저 시현이의 골반을 잡고 서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현이는 계속 아파했다. 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절한 고통 속 몸부림은 시현이의 죄의식을 날려버림과 동시에 진우의 복수심도 희석시켰다. 가늘고 연약한 육체가 온 몸을 떨며 고통을 호소하자 머리를 꽉 채우던 생각과 이미지들이 단숨에 사그라들었다. 새까만 생각들이 날아가자, 억눌려있던 연민과 사랑이 고개를 들었다. 진우는 저도 모르게, 조금 움찔거렸다.
"아흐흐윽.."
약간의 움직임에도 시현이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아..파.....빼..줘..흐윽"
진우의 움직임이 멈춘걸 느낀 시현이가 흐느끼며 애원했다. 끔찍한 고통에 감각이 없어진 것 같았다. 하지만 진우가 조금씩 꿈틀거릴 때마다 생생하게 통증이 전해져온다. 보통이라면, 아마도 평생 허락되지 않았을 크고 잔인한 침입자는 시현이의 몸 속에서 꿈틀거렸다. 애널에 워낙 강한 고통이 집중되는 바람에 느끼지 못했지만, 엉덩이와 허벅지를 따라 피가 흘러 내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시현이의 애원은 전혀 반대의 효과를 불러왔다. 몸부림 치는 시현이를 보며 마음이 약해지던 차였다.
하지만, 눈물 섞인 시현이의 애원을 듣는 순간 머릿 속에 다시 불씨가 점화됐다. 찢어지는 고통의 비명이 아닌 눈물 젖은 애절한 목소리는 평소의 간드러진 교성을 떠올리게 했다. 간드러진 시현이의 교성을 떠올리는 순간, 카페에서의 시현이 얼굴이 떠올랐다. 오후의 햇살이 쏟아지는 가운데 꺄르르- 웃던 시현이의 얼굴. 그 웃음을 봐주는 사람이 진우가 아니라 성우라는 점이 문제였다.
질투와 열등감은 분노와는 다르다. 더 질기고, 더 깊게 가라앉아 지워지지 않는다. 그 순간 진우를 자극한건 열등감과 질투였다.
고통스러워하는 시현이를 내려다 봤다. 조금 진정된 듯 몸부림 치지 않는다. 그저 침대보만 있는 힘껏 그러잡고 있다. 비뚠 생각이 스치는 순간 다시금 허리가 움직였다. 상체를 내밀어 고개숙인 시현이의 머리카락을 그러쥐었다. 시현이의 몸이 활처럼 휘며 끌어올려졌다.
한층 차분해진 진우의 숨소리를 들으며 끝났다는 희망을 품는 순간, 찢어지는 고통이 다시금 엄습해왔다.
"흐으아-흑!! 진우야....아흐으-------윽!!"
시현이는 다시금 몸부림 쳤다. 저도 모르게 진우에게서 달아나려고 했다. 무의식적 반응이었다.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도마뱀처럼, 앞으로 기어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망설임을 뿌리친 진우의 손은 무자비하게 시현이를 움켜쥐었다. 조금 전까지 그저 얹혀있을 뿐이었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시현이의 허리를 꽉 쥐고, 삽입되다 멈춘 자지를 애널로 쑤셔넣었다. "아아-----------악!!" 예의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오지만 이번엔 멈추지 않는다. 시현이의 골반을 쥔 채 앞뒤로 흔들기 시작하자 그 움직임에 맞춰 진우의 허리도 꿈틀거렸다. 오랜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이 만들어낸 무자비한 피스톤 운동이었다.
"아학, 아흐학!, 으으흐학!! 제,제-발...아흐하악!!!"
삽입한 채 가만히 있던 조금 전까지의 움직임과는 전혀 다른 충격이 꽃잎을 파고든다. 일정한 리듬을 가진 강한 피스톤운동이 계속해서 허리로 전해진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만큼 강한 자극이 쏟아져내리자, 저도 모르게 입가로 침이 흘러 내렸다. 쾌감과는 달랐다. 폭력과 다름없는 첫 애널섹스에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여자는 없으리라. 비록 자위행위를 할때 애널 주위를 자주 마사지했다 하더라도, 삽입은 조금 전에 진우의 손가락이 처음이었다. 정신을 잃을듯한 고통 속에서, 까무러치지 않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완전히 시현이 속으로 삽입된 진우는 전혀 다른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자지를 뿌리 채 뽑아먹을듯이 조여오는 애널의 느낌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쾌감을 줬다. 손이나 입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한 번도 섹스경험이 없는 진우에겐 완벽한 신세계였다. 만약 부드러운 분위기 속이라면 진우도 그 시간을 즐겼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우는 냉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온갖 방향에서 조여오는 강한 쾌감 속에서도 묵묵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기뻐해선 안된다, 고. 최대한 감정을 억누른 채 기계적인 운동을 반복했다.
험악한 분위기 탓이었을까. 격렬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피스톤 운동이 길어졌다. 시현이를 다루는 진우의 손길은 난폭했지만, 강간범들의 그것과는 달랐다. 거기엔 성적 긴장이 결여되어 있었다. 복수였고, 폭력이었다. 성적 쾌감을 위한 긴장이 없었다. 시현이의 육체를 느낀 자지가 조건반사적으로 발기되긴 했지만, 행위 자체가 주는 성적인 긴장이 없었다.
덕분에 고통스런 피스톤질이 계속 됐다. 비명을 내지르며 몸부림치던 시현이는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탈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마치 바람 빠진 섹스용 인형처럼 늘어졌다. 하얗고 예쁜 정액받이 섹스 인형. 참기 힘든 고통 탓에 신음 소리만이 새어 나왔다.
이윽고, 진우의 아랫도리로 찌르르한 울림이 느껴졌다. 사방팔방에서 강력한 에너지가 성기로 모여드는 기분이었다. 철퍽철퍽- 허리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고, 그에 따라 시현이의 신음간격도 가빠졌다.
"아흑!, 아흑!,아흐-으ㄱ!"
"으,으으읏!"
마침내 잔뜩 부푼 귀두가 정액을 분출했다. 머리가 하얘지도록 강한 쾌감이 진우를 휩쓸었다. 아무리 기뻐해선 안된다고 외쳐도 소용이 없었다. 의식이 통째로 날아가는 강력한 쾌감이 몸 전체로 퍼져 나갔다. 비틀거리는 순간, 쓰러지지 않기 위해 옆에 창틀을 붙잡았다. 온 몸을 훑는 전기에 저도 모르게 몸이 부르르 떨린다.
소란스럽던 방 안으로 무거운 침묵이 쏟아져 들어온다. 교성도, 애원도, 거친 숨소리도, 찔걱대는 소리도 없었다. 어느덧 평범한 12월에 오후로 돌아와 있었다.
시현이는 몸에서 진우가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허리를 잡은 손이 조금 움찔하더니 진우의 허리가 뒤로 물러났다. 붙어있던 육체가 떨어지자 차가운 한기가 아랫도리로 스며든다.
엉덩이를 내릴 수가 없었다. 통증이 심했다. 이제는 느끼지 못했지만 하체는 계속해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것"과 애널을 모두 오픈하고 있었지만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평소라면 말도 안되는 자세다. 진우가 손을 놓아줬음에도 오므리지 않는다.
창틀을 붙잡고 선 진우는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려오는 걸 느꼈다. 쾌감으로 떨리던 느낌과는 달랐다. 끝났다. 뭐가 끝난지는 모르겠지만, 끝난 것이다.
남자는 사정 이후에 여러가지 감정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자위든, 섹스든 마찬가지다. 흔히 현자타임이라는 장난스런 말로 불리는 이 시간은 동물적인 성욕과는 완전히 반대의 성질을 지닌다. 이때의 남자는 이성적이고, 회고적이며, 현실적이 된다. 욕정에 휩싸였던 자신의 행위를 후회하곤 하는 이유다. 그리고 진우의 마음으로는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이 쏟아져 들어왔다.
"다 끝났다."
고개를 숙여 시현이를 내려다 봤다. 진우 팔뚝 굵기 정도 밖에 안되는 가녀린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있다. 그 떨림은 높이 솟은 엉덩이를 타고 오른다. 엉덩이 한가운데로 진우 자신이 잔인하게 파헤쳐놓은 공동이 보인다. 정상적인 크기보다 몇 배로 벌어진 구멍. 그 구멍 주위로 여러가지 체액이 묻어난다. 피, 정액, 땀 등의 오물. 새하얀 엉덩이 중앙에 위치한 그 주름진 공동은 보통이라면 참기 힘든 욕정의 느낌을 전해주겠지만, 격렬한 폭력으로 시달린 지금은 안쓰러운 느낌만을 풍긴다.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벌렁벌렁거리던 구멍이 차츰 작게 줄어들었다.
이불을 쥐고 있던 시현이의 손이 몸을 일으키려는 듯 가슴 옆으로 모여든다. "끄응-"하는 작은 신음소리가 전해진다. 사랑스런 목소리. 갑자기 눈 앞이 흐려진다. "끝났다" 그 말이 다시금 머리를 울린다.
시현이는 팔을 당겨 침대를 밀었다. 상체를 들어올리는 간단한 동작이 너무도 힘들었다. 저도 모르게 입에서 신음소리가 샌다. 엎드린 채 고개 숙인 얼굴 양 옆으로 머리카락이 쏟아져 내린다. 고통의 몸부림으로 퍼져나갔던 머리카락이 사르르 쏟아진다. 엉덩이를 들어올린 상태로 상체를 일으키자 네발로 엎드린 포즈가 됐다. 가슴이 덜렁- 거리며 쳐진다. 쓸데없이 바보처럼 크기만한 가슴. 아이에게 젖조차 물릴 수 없는 가슴.
하지만 진우는 이 가슴을 참 좋아한다. 허리에 힘을 줘본다. 부르르- 무뎌진 감각 중에서도 힘이 들어간다. 잔뜩 긴장된 근육이 시현이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뒤틀리는 것 같다. 근육이 지 멋대로 꿈틀거린다. 고개를 좀 더 숙여 뒤를 본다. 자신의 가슴을 지나, 하얀 허벅지가 눈에 들어온다. 왠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하체가 없어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얀 허벅지 뒤로 무릎 꿇고 앉은 까무잡잡하게 굵은 허벅지가 보인다. 거의 시현이 허리만큼 굵은 허벅지. 그 허벅지가 시현이의 몸처럼 부르르 떨고 있었다.
한바탕 섹스를 마친 시현이와 진우 사이에는 묘한 심리역전이 일어나고 있었다.
식은땀과 눈물로 범벅된 얼굴과는 달리 시현이의 마음은 놀랍도록 담담했다. 섹스라기보다는 폭행에 가까운 행위를 당한 사람답지 않게 마음이 차분해졌다. 삽입 직전까지 시현이를 괴롭혀오던 원초적 죄책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죄의식에 눌려 살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갖지 못한다는 절망감도 함께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미 벌어진 일이다. 한번도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마음의 벽이 무너져 내렸다.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방식이었다. 한 번의 섹스를 하든, 두 번의 섹스를 하든 관계를 갖는 것만으로 벌을 받게 된다면, 진우는 이미 벌을 받아야 하는 자리에 선 것이다. 어릴 적부터 항상 피하고 싶었던 일이지만, 이제는 엎질러진 물이 되어버렸다.
만약 진우가 아니었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반응이었지만, 상대는 진우였다.
반면에, 진우는 새까만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끝났다는 생각이 머리를 울렸다. 열등감이니 질투니하는 감정들은 더 이상 진우를 자극하지 못했고, 조금 전까지 죽일듯이 타오르던 성우에 대한 원망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진우에 마음은 "이별"과 "상실"이라는 감정들로 들어찼다.
이별과 상실 앞에서는 소유나 집착, 질투와 열등감도 의미가 없다. 그런 감정들은 상실을 피하고, 이별에서 도망치기 위해 존재한다. 내 것을 뺏어가지 않을까, 내게서 떠나지 않을까, 나를 이해하지 못하면 어떡할까.
하지만 두려움이 아닌 진정한 "상실"과 "이별"을 마주할때면, 그런 걱정들은 아무런 쓸모가 없어진다. 이미 확정되어 되돌릴 수 없는 바에야 뺏길까, 사라질까, 떠나갈까 두려워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진우는 닥쳐올 이별과 상실의 무게를 온 몸으로 절절하게 느끼고 있었다. 시현이를 범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끝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그 감정은 확신이 아니었다. 그저,
끝 모르게 불타오르던 분노가, 미래에 닥쳐올 일을 뒤로 제쳐둔 것 뿐이었다.
두 사람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벌어질 일에 대한 "두려움"과 벌어진 일에 대한 "수용"이라는 방향적인 차이만 존재했다.
시현이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수용에 단계에 있었고, 진우는 이제 막 두려움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시현이는 엎드린 채 고개를 돌려 진우를 바라봤다. 진우는 시현이를 보지 않고 있었다. 아니, 보고 있다고 해야 할까. 시현이의 등과 허리 중간 어딘가를 초점 없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고개 숙인 얼굴로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자신을 버린 부모를 원망하며 사납게 굴다가도 보듬어 안고 토닥여주면 흘리던 그런 눈물이었다.
시현이는 허리에 힘을 주어 내렸다. "으윽." 저도 모르게 작은 신음이 나왔다. 아마도 애널이 찢어진 것 같다. 날카로운 찌릿함이 퍼져 나간다. 이제 시현이는 침대에 주저앉은 자세가 됐다. 진우와 시현이가 같은 벽을 보고 앉아있다. 한명은 무릎 꿇은 채 몸을 곧추 세우고 있고, 한명은 침대 위에 주저앉은 모습이다.
귀에 익은 멜로디가 방 안을 매운다. 떨리는 손으로 침대 구석에 잔뜩 구겨진 코트를 뒤져 핸드폰을 찾았다. 폴더 폰 밖에 달린 작은 액정으로 "선미 언니" 라는 글자가 뜬다. 시현이는 가늘게 한숨을 쉬며 진우를 돌아봤다. 콧물이랑 침까지 흘리며 펑펑 울고 있다. 몸을 조금씩 떨며.
"지금 울고 싶은 사람이 누군데."
오른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저도 모르게 손이 파들파들 떨린다. 폴더를 열어 전화를 받았다.
"응...언니...응...미안한데, 나 오늘 못 갈 것 같아....응..미안해....원장선생님 차로 가는거지?...응응..미안해....진우?.."
시현이가 다시 고개를 돌려 진우를 올려다 봤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떨고 있었다. 조금씩 떨리던 몸은, 이제 경련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모르겠는데..응응..연락 없어? 응..목소리 이상해?..응..감기 온 것 같아....알았어, 미안해 언니...내일 봐."
따칵- 시원한 소리를 내며 폴더가 닫힌다. 이 맛에 쓰는 폴더폰이다. 목까지 올라온 브래지어를 끌어내려 정리하고, 입 주위를 문질러 닦았다. 빠알간 피와 침이 닦여 나온다. 볼 순 없지만 눈물,콧물,침과 땀으로 범벅된 얼굴이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창틀을 짚었다. 일어서려고 힘을 주자 아랫도리가 찌잉- 한다. "어흑"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며 주저 앉았다. 거의 창틀에 매달리다시피 한 상태로 한참을 공들여 일어났다. 그 동안에도 진우는 얼굴을 가린 채 오열하고 있었다.
"하...."
시현이가 작은 한숨을 쉬었다. 일어선 시현이의 키가 무릎 꿇은 진우보다 조금 더 컸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창문 밖으로 어느새 어둠이 내려 앉았다. 무늬처리가 된 이중창이라 밖의 풍경을 볼 순 없다. 그냥 비쳐 들어오는 색깔만 구별 될 뿐이다. 시현이의 눈에는 조금 다른 색깔로 보였다. 격한 폭력에 시달린 탓일까. 노란 선글라스를 끼고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선명한 밝음이 아닌, 여기저기 누런색이 끼어있다.
몸을 돌려 진우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짐승같은 폭력을 휘두르던 팔은 바들거리며 얼굴을 덮고 있고, 찢어지는 고통을 안겼던 페니스도 껍데기 빠진 소라마냥 움츠러 있다. 콧물과 섞인 눈물이 가슴팍을 다 적시고 있다.
시현이가 진우를 사랑하는만큼, 진우도 시현이를 사랑했지만, 둘의 사랑은 근본부터 달랐다.
시현이를 대하는 진우의 사랑이 용암같이 뜨거운 수컷의 사랑이라면, 진우를 대하는 시현이의 사랑은 은은한 분홍빛이었다. 어릴 적부터 진우를 돌봐온 모성적인 흰빛의 애정과 아랫도리를 더듬으며 자위할 때 떠올리는 붉은 색 암컷의 사랑. 진우의 사랑이 폭발하는 화약같은 사랑이라면, 시현이의 사랑은 온 몸에 스며드는 따스한 온기같은 사랑이었다. 시현이의 사랑이 진우와 같았다면, 상대방을 생각해서 섹스를 거부하는 일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을 것이다.
한때는 그런 이중적인 모습을 가진 자신의 모습이 역겹고 원망스러웠지만, 이제는 두 가지 애정을 모두 끌어안아 담을 수 있었다.
왜 이런 짓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자신에게 가해진 잔인하리만치 무자비한 폭력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진우를 알고, 진우를 돌봐온 시현이였다. 자신을 유린하며 보여줬던 공격적인 행동과 오열하며 떨고 있는 행동 사이에 연관 관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꾸 누군가가 침대 속에서 시현이의 엉덩이를 잡아당기는 것만 같았다. 몇 번이고 주저앉으려는 몸을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진우가 내려친 온 몸 여기저기가 바늘로 쑤시는 것처럼 아프다.
시현이가 손을 내밀었다.
공중에서 잠깐 멈칫했던 손이 진우의 머리를 감듯이 잡았다. 뒤통수를 끌어안은 손을 살짝 당기자, 진우의 머리가 가슴에 기대어졌다.
"...혼날 줄 알아..."
진우의 머리를 꼭 보듬어 안았다.
엉덩이에 진우의 뜨거운 육봉이 닿자 다시 한번 몸서리 쳤다.
"제발, 그만해...그만!!!...."
온 힘을 다해 몸을 비틀어보지만, 뒤에서 허리를 쥔 진우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허리를 내밀어 엉덩이로 자지를 가져다 댄다. 발기된 그것으로 애널 주위를 마사지하듯 문지른다.
"다신, 나 안볼꺼야??!!!!!!!"
시현이에 악에 받친 외침에 순간 멈칫했다.
"흑, 흐흑..하지마. 지금이라도...지금이라도...괜찮, 흑,으니까...여기서...우흑...그만.."
울음에 젖은 시현이의 말이 끊어질듯 이어진다.
"아,아직 괜찮아...흐윽...괜찮..으니까...허엉..."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꼴을 당하고도 용서해주겠다는 말이었다. 그렇게나 필사적으로 감추던 "그것"까지 유린 당했으면서.
찌릿한 뭔가가 진우의 마음을 자극한다. 찌르르- 침대에 엎드린 시현이의 몸을 내려다봤다. 힙에서 등으로 그리고 목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바지를 입고 있을때도 도드라져 보이는 커다란 엉덩이가 하얗게 빛난다. 명품 도자기 같은 얼굴은 온통 산발된 머리카락에 덮인 채 이불에 파묻혀 있다.
"그만..하자, 응...더 이상..이러면...."
"이러면?"
진우가 말을 끊자, 시현이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추운걸까.
"....흑..다, 다시는..."
이불에 묻힌 시현이의 목소리가 뭉툭하게 들린다. "다시는 못 본다." 속으로 한번 되뇌어본다. 다시는. "영원히 시현이를 안 보고 살 수 있을까." 다시 한번 물끄러미 시현이의 등을 바라본다. 새하얀 등. 시현이를 안보고 평생 살 자신은 없었다. 만약 볼 수 없게 된다면,
"...죽어버릴거야..."
진우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나지막한 말이 읊조려졌다. 본인은 내뱉은지도 모를 정도로 작은, 그런 말이었다.
하지만 집행을 기다리는 사형수마냥, 온 정신을 진우의 말에 집중하고 있던 시현이는 그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안돼!!!!"
시현이의 앙칼진 외침에 진우의 정신이 퍼뜩 돌아왔다. 뭐가 안된다는건지 알 순 없었지만.
"..너무 늦었어."
진우의 허리가 앞으로 스르륵 내밀어지자, 태어나서 가장 단단해진게 틀림없는 검붉은 자지가 시현이의 엉덩이 사이를 파고든다. 잠시 가녀린 주름을 음미하듯 스치던 그것은 꽃잎 가운데로 날카롭게 쏘아졌다.
"아아아------------------------악!!!!!!!"
교성이 아니었다. 끔찍하게 처절한 고통의 비명이었다. 시현이는 저도 모르게 이불을 물었다. 침대를 찢을듯이 손을 세워 그러쥐었다. 애널에서 시작된 엄청난 고통이 온 몸으로 퍼져 나갔다. 파르르 떨리던 시현이의 육체가 거세게 요동친다. 이성이 날아가며 조금 전까지 시현이를 짓누르던 정신적 고뇌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머리가 하얘지도록 끔찍한 통증이 몸을 꿰뚫는다.
진우도 애널섹스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조사해 봤었다. 만약 시현이와 섹스를 하게 되는 그 날이 온다면 애널섹스가 될테니까.야동과 달리 대부분의 여성들이 애널섹스를 거부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어마어마한 통증 탓이었다. 애널섹스를 해봤다는 사람들은, 섹스 중 흥분이 극에 달했을 때 몰래 넣거나, 여자친구를 살살 달래며 넣으라는 둥의 조언을 했다. 러브젤을 사용하면 한결 부드럽게 들어간다던가.
하지만, 오늘은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섹스였지만, 섹스가 아니었다. 성기로 이루어지는 폭행이었다. 시현이가 진우에게 맞춰줄 수도 없고, 맞춰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고통을 주고 싶었다. 자신을 거부했던 시현이에게, 자신이 아닌 다른 놈을 받아들인 시현이에게, 자신에게 끔찍한 열등감을 준 그놈에게 다리 벌린 시현이에게.
사랑만큼 깊은 고통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마음먹은 진우에게조차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끔찍한 비명이었다. 러브젤은 커녕 로션도 없다. 하다못해 침조차 바르지 않았다. 애액이 나올 수 없는 시현이였기에 자연적인 윤활유도 없었다. 있다면, 진우의 분신 끝에 매달린 소량의 쿠퍼액정도랄까. 게다가, 삽입은 천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골반을 잡은 채 비집듯이 쑤셔넣었다.
"아흐으으아----으으흐흐흡!!!"
밟힌 지렁이의 모습이 그럴까. 진우에게 꿰뚫린 시현이는 온 몸을 뒤틀었다. 침대 매트리스를 뽑아낼 듯 움켜쥔 손이 벌벌 떨린다. 이불을 악문 이빨 사이로도 계속해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부러질 듯 가녀린 몸 전체가 크게 경련하며 휘었다. 보통의 첫 애널섹스라면, 여성의 상태를 보며 조금씩 조금씩 밀어넣기 마련이다. 그래야 고통도 적고, 상처도 적어진다. 하지만 진우의 자지는 난폭하게 시현이 속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미사일같이 뾰족한 귀두가 뚫고 들어가자마자, 기둥의 상반부까지 빨려 들어갔다. 남성의 성기는 귀두 부분이 두껍고 아래가 얇은, 일종의 역(逆)사다리형이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그런 형태를 가진다. 말인 즉, 분신의 가장 두꺼운 부분이 순식간에 시현이의 애널을 뚫고 들어간 것이다. 애널 주변에 근육은 낯선 힘에 격렬히 저항했지만,그 저항을 거침없이 뚫고 들어갈 정도로 강한 힘으로 밀고 들어왔다.
"제...발...아으으흐흑...아흑.."
시현이의 격한 반응에 놀란 진우도 잠시 삽입을 멈춘 상태였다. 그저 시현이의 골반을 잡고 서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현이는 계속 아파했다. 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절한 고통 속 몸부림은 시현이의 죄의식을 날려버림과 동시에 진우의 복수심도 희석시켰다. 가늘고 연약한 육체가 온 몸을 떨며 고통을 호소하자 머리를 꽉 채우던 생각과 이미지들이 단숨에 사그라들었다. 새까만 생각들이 날아가자, 억눌려있던 연민과 사랑이 고개를 들었다. 진우는 저도 모르게, 조금 움찔거렸다.
"아흐흐윽.."
약간의 움직임에도 시현이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아..파.....빼..줘..흐윽"
진우의 움직임이 멈춘걸 느낀 시현이가 흐느끼며 애원했다. 끔찍한 고통에 감각이 없어진 것 같았다. 하지만 진우가 조금씩 꿈틀거릴 때마다 생생하게 통증이 전해져온다. 보통이라면, 아마도 평생 허락되지 않았을 크고 잔인한 침입자는 시현이의 몸 속에서 꿈틀거렸다. 애널에 워낙 강한 고통이 집중되는 바람에 느끼지 못했지만, 엉덩이와 허벅지를 따라 피가 흘러 내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시현이의 애원은 전혀 반대의 효과를 불러왔다. 몸부림 치는 시현이를 보며 마음이 약해지던 차였다.
하지만, 눈물 섞인 시현이의 애원을 듣는 순간 머릿 속에 다시 불씨가 점화됐다. 찢어지는 고통의 비명이 아닌 눈물 젖은 애절한 목소리는 평소의 간드러진 교성을 떠올리게 했다. 간드러진 시현이의 교성을 떠올리는 순간, 카페에서의 시현이 얼굴이 떠올랐다. 오후의 햇살이 쏟아지는 가운데 꺄르르- 웃던 시현이의 얼굴. 그 웃음을 봐주는 사람이 진우가 아니라 성우라는 점이 문제였다.
질투와 열등감은 분노와는 다르다. 더 질기고, 더 깊게 가라앉아 지워지지 않는다. 그 순간 진우를 자극한건 열등감과 질투였다.
고통스러워하는 시현이를 내려다 봤다. 조금 진정된 듯 몸부림 치지 않는다. 그저 침대보만 있는 힘껏 그러잡고 있다. 비뚠 생각이 스치는 순간 다시금 허리가 움직였다. 상체를 내밀어 고개숙인 시현이의 머리카락을 그러쥐었다. 시현이의 몸이 활처럼 휘며 끌어올려졌다.
한층 차분해진 진우의 숨소리를 들으며 끝났다는 희망을 품는 순간, 찢어지는 고통이 다시금 엄습해왔다.
"흐으아-흑!! 진우야....아흐으-------윽!!"
시현이는 다시금 몸부림 쳤다. 저도 모르게 진우에게서 달아나려고 했다. 무의식적 반응이었다.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도마뱀처럼, 앞으로 기어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망설임을 뿌리친 진우의 손은 무자비하게 시현이를 움켜쥐었다. 조금 전까지 그저 얹혀있을 뿐이었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시현이의 허리를 꽉 쥐고, 삽입되다 멈춘 자지를 애널로 쑤셔넣었다. "아아-----------악!!" 예의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오지만 이번엔 멈추지 않는다. 시현이의 골반을 쥔 채 앞뒤로 흔들기 시작하자 그 움직임에 맞춰 진우의 허리도 꿈틀거렸다. 오랜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이 만들어낸 무자비한 피스톤 운동이었다.
"아학, 아흐학!, 으으흐학!! 제,제-발...아흐하악!!!"
삽입한 채 가만히 있던 조금 전까지의 움직임과는 전혀 다른 충격이 꽃잎을 파고든다. 일정한 리듬을 가진 강한 피스톤운동이 계속해서 허리로 전해진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만큼 강한 자극이 쏟아져내리자, 저도 모르게 입가로 침이 흘러 내렸다. 쾌감과는 달랐다. 폭력과 다름없는 첫 애널섹스에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여자는 없으리라. 비록 자위행위를 할때 애널 주위를 자주 마사지했다 하더라도, 삽입은 조금 전에 진우의 손가락이 처음이었다. 정신을 잃을듯한 고통 속에서, 까무러치지 않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완전히 시현이 속으로 삽입된 진우는 전혀 다른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자지를 뿌리 채 뽑아먹을듯이 조여오는 애널의 느낌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쾌감을 줬다. 손이나 입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한 번도 섹스경험이 없는 진우에겐 완벽한 신세계였다. 만약 부드러운 분위기 속이라면 진우도 그 시간을 즐겼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우는 냉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온갖 방향에서 조여오는 강한 쾌감 속에서도 묵묵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기뻐해선 안된다, 고. 최대한 감정을 억누른 채 기계적인 운동을 반복했다.
험악한 분위기 탓이었을까. 격렬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피스톤 운동이 길어졌다. 시현이를 다루는 진우의 손길은 난폭했지만, 강간범들의 그것과는 달랐다. 거기엔 성적 긴장이 결여되어 있었다. 복수였고, 폭력이었다. 성적 쾌감을 위한 긴장이 없었다. 시현이의 육체를 느낀 자지가 조건반사적으로 발기되긴 했지만, 행위 자체가 주는 성적인 긴장이 없었다.
덕분에 고통스런 피스톤질이 계속 됐다. 비명을 내지르며 몸부림치던 시현이는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탈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마치 바람 빠진 섹스용 인형처럼 늘어졌다. 하얗고 예쁜 정액받이 섹스 인형. 참기 힘든 고통 탓에 신음 소리만이 새어 나왔다.
이윽고, 진우의 아랫도리로 찌르르한 울림이 느껴졌다. 사방팔방에서 강력한 에너지가 성기로 모여드는 기분이었다. 철퍽철퍽- 허리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고, 그에 따라 시현이의 신음간격도 가빠졌다.
"아흑!, 아흑!,아흐-으ㄱ!"
"으,으으읏!"
마침내 잔뜩 부푼 귀두가 정액을 분출했다. 머리가 하얘지도록 강한 쾌감이 진우를 휩쓸었다. 아무리 기뻐해선 안된다고 외쳐도 소용이 없었다. 의식이 통째로 날아가는 강력한 쾌감이 몸 전체로 퍼져 나갔다. 비틀거리는 순간, 쓰러지지 않기 위해 옆에 창틀을 붙잡았다. 온 몸을 훑는 전기에 저도 모르게 몸이 부르르 떨린다.
소란스럽던 방 안으로 무거운 침묵이 쏟아져 들어온다. 교성도, 애원도, 거친 숨소리도, 찔걱대는 소리도 없었다. 어느덧 평범한 12월에 오후로 돌아와 있었다.
시현이는 몸에서 진우가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허리를 잡은 손이 조금 움찔하더니 진우의 허리가 뒤로 물러났다. 붙어있던 육체가 떨어지자 차가운 한기가 아랫도리로 스며든다.
엉덩이를 내릴 수가 없었다. 통증이 심했다. 이제는 느끼지 못했지만 하체는 계속해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것"과 애널을 모두 오픈하고 있었지만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평소라면 말도 안되는 자세다. 진우가 손을 놓아줬음에도 오므리지 않는다.
창틀을 붙잡고 선 진우는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려오는 걸 느꼈다. 쾌감으로 떨리던 느낌과는 달랐다. 끝났다. 뭐가 끝난지는 모르겠지만, 끝난 것이다.
남자는 사정 이후에 여러가지 감정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자위든, 섹스든 마찬가지다. 흔히 현자타임이라는 장난스런 말로 불리는 이 시간은 동물적인 성욕과는 완전히 반대의 성질을 지닌다. 이때의 남자는 이성적이고, 회고적이며, 현실적이 된다. 욕정에 휩싸였던 자신의 행위를 후회하곤 하는 이유다. 그리고 진우의 마음으로는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이 쏟아져 들어왔다.
"다 끝났다."
고개를 숙여 시현이를 내려다 봤다. 진우 팔뚝 굵기 정도 밖에 안되는 가녀린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있다. 그 떨림은 높이 솟은 엉덩이를 타고 오른다. 엉덩이 한가운데로 진우 자신이 잔인하게 파헤쳐놓은 공동이 보인다. 정상적인 크기보다 몇 배로 벌어진 구멍. 그 구멍 주위로 여러가지 체액이 묻어난다. 피, 정액, 땀 등의 오물. 새하얀 엉덩이 중앙에 위치한 그 주름진 공동은 보통이라면 참기 힘든 욕정의 느낌을 전해주겠지만, 격렬한 폭력으로 시달린 지금은 안쓰러운 느낌만을 풍긴다.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벌렁벌렁거리던 구멍이 차츰 작게 줄어들었다.
이불을 쥐고 있던 시현이의 손이 몸을 일으키려는 듯 가슴 옆으로 모여든다. "끄응-"하는 작은 신음소리가 전해진다. 사랑스런 목소리. 갑자기 눈 앞이 흐려진다. "끝났다" 그 말이 다시금 머리를 울린다.
시현이는 팔을 당겨 침대를 밀었다. 상체를 들어올리는 간단한 동작이 너무도 힘들었다. 저도 모르게 입에서 신음소리가 샌다. 엎드린 채 고개 숙인 얼굴 양 옆으로 머리카락이 쏟아져 내린다. 고통의 몸부림으로 퍼져나갔던 머리카락이 사르르 쏟아진다. 엉덩이를 들어올린 상태로 상체를 일으키자 네발로 엎드린 포즈가 됐다. 가슴이 덜렁- 거리며 쳐진다. 쓸데없이 바보처럼 크기만한 가슴. 아이에게 젖조차 물릴 수 없는 가슴.
하지만 진우는 이 가슴을 참 좋아한다. 허리에 힘을 줘본다. 부르르- 무뎌진 감각 중에서도 힘이 들어간다. 잔뜩 긴장된 근육이 시현이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뒤틀리는 것 같다. 근육이 지 멋대로 꿈틀거린다. 고개를 좀 더 숙여 뒤를 본다. 자신의 가슴을 지나, 하얀 허벅지가 눈에 들어온다. 왠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하체가 없어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얀 허벅지 뒤로 무릎 꿇고 앉은 까무잡잡하게 굵은 허벅지가 보인다. 거의 시현이 허리만큼 굵은 허벅지. 그 허벅지가 시현이의 몸처럼 부르르 떨고 있었다.
한바탕 섹스를 마친 시현이와 진우 사이에는 묘한 심리역전이 일어나고 있었다.
식은땀과 눈물로 범벅된 얼굴과는 달리 시현이의 마음은 놀랍도록 담담했다. 섹스라기보다는 폭행에 가까운 행위를 당한 사람답지 않게 마음이 차분해졌다. 삽입 직전까지 시현이를 괴롭혀오던 원초적 죄책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죄의식에 눌려 살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갖지 못한다는 절망감도 함께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미 벌어진 일이다. 한번도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마음의 벽이 무너져 내렸다.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방식이었다. 한 번의 섹스를 하든, 두 번의 섹스를 하든 관계를 갖는 것만으로 벌을 받게 된다면, 진우는 이미 벌을 받아야 하는 자리에 선 것이다. 어릴 적부터 항상 피하고 싶었던 일이지만, 이제는 엎질러진 물이 되어버렸다.
만약 진우가 아니었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반응이었지만, 상대는 진우였다.
반면에, 진우는 새까만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끝났다는 생각이 머리를 울렸다. 열등감이니 질투니하는 감정들은 더 이상 진우를 자극하지 못했고, 조금 전까지 죽일듯이 타오르던 성우에 대한 원망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진우에 마음은 "이별"과 "상실"이라는 감정들로 들어찼다.
이별과 상실 앞에서는 소유나 집착, 질투와 열등감도 의미가 없다. 그런 감정들은 상실을 피하고, 이별에서 도망치기 위해 존재한다. 내 것을 뺏어가지 않을까, 내게서 떠나지 않을까, 나를 이해하지 못하면 어떡할까.
하지만 두려움이 아닌 진정한 "상실"과 "이별"을 마주할때면, 그런 걱정들은 아무런 쓸모가 없어진다. 이미 확정되어 되돌릴 수 없는 바에야 뺏길까, 사라질까, 떠나갈까 두려워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진우는 닥쳐올 이별과 상실의 무게를 온 몸으로 절절하게 느끼고 있었다. 시현이를 범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끝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그 감정은 확신이 아니었다. 그저,
끝 모르게 불타오르던 분노가, 미래에 닥쳐올 일을 뒤로 제쳐둔 것 뿐이었다.
두 사람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벌어질 일에 대한 "두려움"과 벌어진 일에 대한 "수용"이라는 방향적인 차이만 존재했다.
시현이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수용에 단계에 있었고, 진우는 이제 막 두려움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시현이는 엎드린 채 고개를 돌려 진우를 바라봤다. 진우는 시현이를 보지 않고 있었다. 아니, 보고 있다고 해야 할까. 시현이의 등과 허리 중간 어딘가를 초점 없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고개 숙인 얼굴로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자신을 버린 부모를 원망하며 사납게 굴다가도 보듬어 안고 토닥여주면 흘리던 그런 눈물이었다.
시현이는 허리에 힘을 주어 내렸다. "으윽." 저도 모르게 작은 신음이 나왔다. 아마도 애널이 찢어진 것 같다. 날카로운 찌릿함이 퍼져 나간다. 이제 시현이는 침대에 주저앉은 자세가 됐다. 진우와 시현이가 같은 벽을 보고 앉아있다. 한명은 무릎 꿇은 채 몸을 곧추 세우고 있고, 한명은 침대 위에 주저앉은 모습이다.
귀에 익은 멜로디가 방 안을 매운다. 떨리는 손으로 침대 구석에 잔뜩 구겨진 코트를 뒤져 핸드폰을 찾았다. 폴더 폰 밖에 달린 작은 액정으로 "선미 언니" 라는 글자가 뜬다. 시현이는 가늘게 한숨을 쉬며 진우를 돌아봤다. 콧물이랑 침까지 흘리며 펑펑 울고 있다. 몸을 조금씩 떨며.
"지금 울고 싶은 사람이 누군데."
오른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저도 모르게 손이 파들파들 떨린다. 폴더를 열어 전화를 받았다.
"응...언니...응...미안한데, 나 오늘 못 갈 것 같아....응..미안해....원장선생님 차로 가는거지?...응응..미안해....진우?.."
시현이가 다시 고개를 돌려 진우를 올려다 봤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떨고 있었다. 조금씩 떨리던 몸은, 이제 경련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모르겠는데..응응..연락 없어? 응..목소리 이상해?..응..감기 온 것 같아....알았어, 미안해 언니...내일 봐."
따칵- 시원한 소리를 내며 폴더가 닫힌다. 이 맛에 쓰는 폴더폰이다. 목까지 올라온 브래지어를 끌어내려 정리하고, 입 주위를 문질러 닦았다. 빠알간 피와 침이 닦여 나온다. 볼 순 없지만 눈물,콧물,침과 땀으로 범벅된 얼굴이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창틀을 짚었다. 일어서려고 힘을 주자 아랫도리가 찌잉- 한다. "어흑"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며 주저 앉았다. 거의 창틀에 매달리다시피 한 상태로 한참을 공들여 일어났다. 그 동안에도 진우는 얼굴을 가린 채 오열하고 있었다.
"하...."
시현이가 작은 한숨을 쉬었다. 일어선 시현이의 키가 무릎 꿇은 진우보다 조금 더 컸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창문 밖으로 어느새 어둠이 내려 앉았다. 무늬처리가 된 이중창이라 밖의 풍경을 볼 순 없다. 그냥 비쳐 들어오는 색깔만 구별 될 뿐이다. 시현이의 눈에는 조금 다른 색깔로 보였다. 격한 폭력에 시달린 탓일까. 노란 선글라스를 끼고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선명한 밝음이 아닌, 여기저기 누런색이 끼어있다.
몸을 돌려 진우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짐승같은 폭력을 휘두르던 팔은 바들거리며 얼굴을 덮고 있고, 찢어지는 고통을 안겼던 페니스도 껍데기 빠진 소라마냥 움츠러 있다. 콧물과 섞인 눈물이 가슴팍을 다 적시고 있다.
시현이가 진우를 사랑하는만큼, 진우도 시현이를 사랑했지만, 둘의 사랑은 근본부터 달랐다.
시현이를 대하는 진우의 사랑이 용암같이 뜨거운 수컷의 사랑이라면, 진우를 대하는 시현이의 사랑은 은은한 분홍빛이었다. 어릴 적부터 진우를 돌봐온 모성적인 흰빛의 애정과 아랫도리를 더듬으며 자위할 때 떠올리는 붉은 색 암컷의 사랑. 진우의 사랑이 폭발하는 화약같은 사랑이라면, 시현이의 사랑은 온 몸에 스며드는 따스한 온기같은 사랑이었다. 시현이의 사랑이 진우와 같았다면, 상대방을 생각해서 섹스를 거부하는 일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을 것이다.
한때는 그런 이중적인 모습을 가진 자신의 모습이 역겹고 원망스러웠지만, 이제는 두 가지 애정을 모두 끌어안아 담을 수 있었다.
왜 이런 짓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자신에게 가해진 잔인하리만치 무자비한 폭력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진우를 알고, 진우를 돌봐온 시현이였다. 자신을 유린하며 보여줬던 공격적인 행동과 오열하며 떨고 있는 행동 사이에 연관 관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꾸 누군가가 침대 속에서 시현이의 엉덩이를 잡아당기는 것만 같았다. 몇 번이고 주저앉으려는 몸을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진우가 내려친 온 몸 여기저기가 바늘로 쑤시는 것처럼 아프다.
시현이가 손을 내밀었다.
공중에서 잠깐 멈칫했던 손이 진우의 머리를 감듯이 잡았다. 뒤통수를 끌어안은 손을 살짝 당기자, 진우의 머리가 가슴에 기대어졌다.
"...혼날 줄 알아..."
진우의 머리를 꼭 보듬어 안았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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