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댐은 높이 123m, 제방길이 530m, 총저수량 29억t을 자랑하는 다목적 댐이다. 1967년에 착공하여.."
안내판을 읽던 진우가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 이 댐 무너지면 어떻게 되요?"
- 초등학교 몇 학년 때던가. 소양강댐으로 현장학습 나갔던 날 -
조금 위험하지 않나- 싶은 정도였다.
"츄릅..쫍..." 아직 이른 아침이었다. 짧아진 밤 탓에 밖은 이미 밝아졌지만 아직 이른 시간. 시현이는 방 한구석에 툭 튀어나온 턱 위에 앉아있었다. 용도를 알 수 없는 턱. 원래 창고였던 시현이 방에는 조금 독특한 부분이 많았다.
"그..만...하읍.." 시현이가 진우의 가슴을 살짝 밀어내보지만 요지부동이다. 키 차이가 20cm, 딱 머리 하나정도의 차이가 나는 시현이를 일부러 조금 높은 이 턱 위에 앉혔다. 눈 높이가 같아지자 키스하기가 편했다. 아침 로드웍을 나가려고 일찍 일어났지만, 마중 나온 시현이를 보자 도저히 나갈 수가 없었다. 시현이가 가볍게 쪽- 하고 입을 맞춰줬지만 만족할 수가 없었다.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
진우의 입술이 집요하게 시현이를 쫓는다. 입술로 살짝 물기도 하고, 혀로 핥기도 한다. 입술을 간질이던 혀는 순식간에 시현이의 입 속으로 들어간다. 혀가 혀와 부둥켜 안는다. 서툰 시현이의 그것과는 달리 진우의 혀는 맹렬하게 쫓다가도 일순 부드러워지며 시현이를 애태웠다. 야동으로 단련된 시청각 교육의 효과라고나 할까.
"안돼."
갑자기 시현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동그래진 진우의 눈과 마주치자 한층 부드러운 어조로 애원한다.
"만지지마. 아래는 ....싫어." 아래로 내려가던 진우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 허리에 얹었다.
실수였다. 다시금 입을 맞춰오던 진우의 손이 가슴을 살짝 터치했다. 오른손을 움츠려 가슴을 가려보지만 진우의 손은 빈틈을 파고들며 시현이를 무력화 시켰다. 진우의 손이 옷 위로 젖가슴을 부드럽게 애무했다. 다시금 오른손을 저어 진우의 손을 밀어내려고 했다. 갑자기 진우가 입술을 떼며 말했다.
"아래"는" 안된다며?"
그리곤 다시 키스. 잘 때 입곤하는 스포츠 브래지어는 일반 브래지어보다 더 부드러웠다. 진우의 손놀림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다. 딱딱해진 젖꼭지를 들켜버릴 것 같다. 이미 키스를 시작했을 때부터 단단해져 있었다.
진우가 시현이의 오른손을 잡아 끌었다. 사랑스럽게 진우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던 왼손과는 달리 침입자(?)를 격퇴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매달려있던 오른손은 강한 리드를 따라 밑으로 내려간다. 진우의 바지 앞섬으로 끌려내려온 손은 어쩔 줄 몰라 한다.
"잠..깐만, 진우야.." 시현이가 손을 떼려 했지만, 진우가 팔목을 잡아 제지한다.
"밖으로만. 응? 만져줘." 진우가 애원하듯 이야기 했다.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쉽게 거부할 수가 없었다. 별로 어렵지도 않은 일을 함으로써 사랑하는 남자를 만족시켜 줄 수 있다.
로드웍을 나가기 위해 트레이닝 복을 입고 있던 진우의 아랫도리는 가감없이 그 모양을 드러내고 있었다. 묵직하고, 단단했다. 시현이는 저도 모르게 속으로 숨을 삼켰다. 남자의 자지. 우스운 얘기지만, 남자의 자지를 직접- 옷 밖으로나마 - 만져본 건 처음이었다. 자신에게 달려있는 작디 작은 그것과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밥 먹듯이 야동을 시청하는 진우와는 달리 시현이는 야동을 거의 보지 않는다. 징그러운 느낌이 드는 야동보다는 차라리 소설책을 선호했다. 진우의 자지는 금방이라도 트레이닝복을 뚫고 나올 것처럼 높게 솟아 있었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아우성을 질렀다.
"하..."
시현이는 가늘게 한숨을 쉬었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살짝 넘겼다. 들고 있던 책을 책꽂이에 꽂는다.
폭력사건 이후로 잠시 일을 쉬고 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카페 문만 생각해도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일은 걱정 말고, 푹 쉬다 와." 사장님도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오랜만에 도서관을 찾았다.
평일 오전에 세상은 한적하다. 조용하고 차분한 것을 선호하는 시현이의 마음에 꼭 들었다. 중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준비할 때는 도서관에 자주 들렀었다. 원래도 공부를 곧잘하던 시현이는 중졸검정고시와 고졸검정고시를 연거푸 합격했다. 오히려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빠르게 고등학교 졸업장을 쥐었다.
하지만 시현이는 알고 있었다. 부모도 없고, 돈도 없는 시현이 같은 아이들은 어설픈 공부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대학 진학은 꿈도 꾸지 않았다.
시현이의 모습에서 평소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얇은 뿔테 안경을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안경 끝이 살짝 올라간 폭스 스타일에 검정 뿔테 안경. 눈이 많이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책을 읽을땐 안경을 끼곤 했다. 진우는 안경 낀 모습도 좋아했다. - 야동에 나오는 선생님 같이 섹시하다는 이유는 말하지 않았지만. - 베이지색 헐렁한 윗옷에 흰색 스키니진을 입었다. 어디서나 눈에 띄는 예쁜 외모만 빼면 영락없는 일반 여대생이었다.
시현이는 심리학 관련 서적을 아주 좋아한다. 워낙 대중심리학 책이 유행인 시대에 특이할 것 없는 취향이었지만, 시현이가 책을 찾는 이유와 그들이 책을 찾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없는 많은 부분들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랄까. 그 때문에 시현이가 읽는 심리학 책들은 비주류의 책들이었다. 이상 성행동이라거나, 성 역할이라거나 하는 제목의 책들이 많았다. 일반 또래들이 찾는 "연애의 심리학" 같은 책들은 관심 밖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연애서적 코너에 서있었다.
첫키스를 나눈 후, 시현이와 진우의 관계는 급변했다. 식구들 앞에서는 이 전과 같이 행동했지만, 알맹이가 전혀 달랐다. 진우는 시현이를 암컷으로 인식했고, 시현이도 진우를 수컷으로 인식했다. 아니, 인식은 그 전부터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인정"했다. 틈만 나면 사람들 눈을 피해 부둥켜 안았다.
높게 세웠던 심리적 댐이 무너지자 감당할 수 없는 급류가 쏟아져 들어왔다.
차이는 있었다.
시현이는 관계 그 자체가 참 좋았다. 키스도 좋고, 포옹도 좋았지만 남자로서의 진우가 좋았고, 그런 진우에게 여자일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이 행복했다. 식사 자리에서 동생들의 눈을 피해 진우와 교환하는 장난끼 가득한 비밀스런 시선이 짜릿했다. 물론, 그럴때면 젖꼭지가 단단해지고, 엉덩이 주위에서 간질간질한 긴장감이 느껴지곤 했지만 그런 것들은 부차적인 느낌이었다.
그에 반해 진우의 욕구는 10대 남자 아이의 욕망 그 자체였다. 물론, 시현이를 끔찍이 사랑하는 마음은 의심에 여지가 없었다. 일반적인 10대의 호기심 같은 사랑이 아니었다.
하지만 수컷의 욕망은 그것 이상을 갈구하는 법이다. 첫키스를 나눈 후 금세 시현이를 끌어안았다. 둘만 있을때는 거의 시현이를 품에 안고 있다. 키스를 나눌 때도 슬쩍 허벅지나 엉덩이, 가슴으로 손이 올라간다.
그럴때 시현이를 쓰다듬는 손은 산뜻한 터치라기보다는 끈적끈적한 욕망 그 자체였다.
하나가 허락되면 다음을 원했다. 남자의 성적 욕망이란 그런 것이다.
시현이도 그런 욕망을 잘 알고 있었다. 성과 관련된 고민을 일찍부터 해온 시현이가 그런 부분을 캐치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래서 더욱 걱정됐다. 진우가 10대라는 점도 큰 걱정이었다. 어디까지 받아줘야 하는 걸까. 혹시 조금 더 나이가 들면 후회하지 않을까. 시현이도 겨우 20살이었지만 받아들이는 느낌은 많이 달랐다. 오랫동안 성적정체감을 고민해오던 시현이와 피 끓는 10대 남자아이인 진우의 수준이 같을리 없는 것이다. 어디서 끊어야 하는 것일까. 누나의 입장인 시현이의 입장은 조금 더 무거웠다.
무엇보다 자신의 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법적으로 시현이는 남자였다. 눈으로 보이는 부분을 빼놓고 말하자면 이런 애정은 엄연히 동성애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둘 중 아무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지만, 그것은 바꿀 수 없는 사실이었다.
시현이 본인이야 죽을때까지 안고 가야할 문제였지만, 진우는 달랐다. 눈을 돌려 주위를 살펴보면 얼마든지 예쁜 여자 아이들이 있다. 그들과 자연스럽게 사랑을 나누고, 아이를 갖고, 가정을 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제쳐두었던 죄책감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기도를 그만둔지는 오래 됐지만, 종교에서 운영하는 보육원에서 자랐다. 종교적인 죄책감을 떨쳐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오후 시간에 매점은 정신없이 붐볐다.
10대의 팔팔한 고등학생들은 급식을 한가득 먹고도 금세 매점으로 몰려들었다. 오늘처럼 반찬이 별로인 날은 더욱 붐볐다. 소리 지르고, 떠들고 난리도 아니었다. 매일 매일이 장날 같다.
"야, 그래서?" 김본좌가 피자빵을 뜯으며 말했다. "그래서 뭐?" 진우가 대꾸했다. "그래서 어디까지 갔냐고." 빠삭이가 재촉하듯 말했다. "뭘 어디까지 가, 븅신아."
김본좌와 빠삭이에게는 키스 사실을 살짝 알려줬다. 누구랑 했는지,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냥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사실을 털어놓기 전부터 며칠 간 실실 웃고 다니던 진우를 안타깝게 봐주는 아름다운 친구들이었다.
"마데 인 코리아, 순도 백프로 미친놈임을 보증함 이라고 써붙인 것 같다." 는 김본좌의 설명이었다. 이야기 하는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녀석들이었다. 키스 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은 다음부터 매일 매일 진도를 물어온다. 어디까지 갔냐, 가슴은 만졌냐 등등. 서울대 진도체크 스터디반도 이보다 더 꼼꼼할 수는 없는 수준이었다.
"캬...누군지 졸라 궁금하네." 김본좌가 으적으적 빵을 씹는다. "진짜 안말해줄꺼냐?" "우리도 아는 사람이냐?" "어, 너희도 알지." 진우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떠오른다. "아오, 졸라 궁금하네!" 빠삭이가 허공에 날라차기를 했다.
"아이 개새끼들, 졸라 시끄럽네 진짜."
갑작스레 불청객이 끼어들었다. 같은 욕이라도 느낌이 전혀 다르다. 언어의 신비다. 진우가 돌아보니 덕구와 꼬봉들이 화단 바위에 앉아서 이쪽을 쏘아보고 있다. 일진인 덕구는 2학년 올라온 다음부터 꾸준히 진우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학교를 잘 살펴보면 학년에 진우같은 아이들이 한두명씩 꼭 있다. 싸움을 하는 것도 아니고, 불량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일반 아이들과 똑같이 행동한다. 하지만 쉽게 건드리기 어려운 포스를 뿜어낸다. 다른 애들처럼 일진들을 설설 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싸움을 붙지도 않는다. 객기와 호승심이 넘치는 일진들에게 진우 같은 타입은 결코 반갑지 않았다. 싸워서 결판을 내고 싶어했다. 무릎을 꿇려야 속이 시원한 것이다.
덕구가 옆에 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 씨발, 나도 고아로 태어났으면 존나 좋았을텐데." 진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왜?" 옆에 앉았던 꼬봉이 묻는다. 덕구가 진우를 쳐다본다. 야비한 미소를 짓고 있다.
"고아원에 이쁜 년들 존나 따먹을 수 있잖냐. 같이 자랐으니까 완전 근친상간 아니냐? 존나 강간해도 경찰에 신고도 안할꺼고." 덕구가 오른손을 용두질하듯 위아래로 흔든다. 꼬봉들이 낄낄 거린다.
"가자, 가자. 상대하지 마." 김본좌와 빠삭이가 진우의 팔을 잡아끈다. 진우도 상대해 줄 생각은 없다. 이런 더러운 도발이 처음도 아니었다. 시비가 붙어서 싸우면 항상 불리한건 진우였다. "시설 출신." 낙인같은 그 말이 진우를 괴롭혔다. 먼저 잘못한 새끼들이 더 당당했다. 부모들이 와서 학교에서 한바탕 난리를 치고 나면 고개 숙이게 되는건 진우였다. 간혹 원장선생님이나 선미누나가 학교에 찾아오기도 했지만, 대부분 진우 선에서 정리했다. 날뛰는 상대방 부모를 어린 진우가 감당할 수는 없었다. 덕구를 째려보며 돌아섰다.
"야!!" 돌아서는 진우를 덕구가 불러 세웠다. 진우가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덕구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를 떠오른다.
"저번에 학교 왔던 년 냄비 좀 빌려줘라. 졸라 새끈하더만."
화를 내야 했지만, 순간 정신이 아찔했다. 정장 입은 시현이의 그날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진우가 잠깐 멈칫하는 사이에 의외에 장소에서 고함이 터졌다.
"야이, 시발 새끼야." 김본좌였다. "씨발, 졸라 너무한거 아니냐. 아무리 그래도 그딴 말은 존나 심한거 아니냐."
덕구가 벌떡 일어났다. "하, 별 병신새끼가 다 깝치네." 마이를 벗어 옆에 꼬봉에게 넘긴다. "너 일로 와봐, 이 새끼야."
험악한 욕설에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매점 앞에 붐비던 애들이 그대로 몰려든다. 구경 중 최고라는 싸움 구경이다.
움찔하는 김본좌를 진우가 제지했다. "됐어." 어금니를 다시 사려 물었다. "병신새끼들, 드라마 찍고 있네." 덕구가 앞으로 나섰다.
일진이니, 짱이니 하는 것들을 두려워 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중학교 1학년 이후로 쑥쑥 자란 키 덕분에 웬만한 애들은 시비도 걸지 않았지만, 그것보다는 꾸준히 해온 운동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격투기 체육관을 다녔다. 체육관을 보내달라고 몇 날 며칠 떼를 썼지만, 시설 사정상 보내줄 수가 없었다. 그때 시현이가 돈을 내놨다.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갔어야 할 시현이는 학교를 그만두고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었다. 한달에 10만원이 넘는 큰 돈이었다. 부모 있는 아이들에게는 그저 조금 큰 돈이었지만, 진우나 시현이 같은 시설 아이들에게는 목숨과 같은 돈이었다. 아무 것도 의지할 것 없는 이들에게 돈은 가장 큰 무기인 법이다.
"대신, 열심히 해야 돼? 아프다고 징징 짜기만 해봐라." 기억 속에 시현이가 혀를 삐죽 내밀었다.
정말 미친듯이 했다. 학교가 끝나면 달려가서 몇 시간이고 땀을 흘렸다. 피곤해서 코피가 터지기도 했고, 다리나 팔에 생기는 멍이나 맞아서 부은 얼굴도 개의치 않았다. 몇 번인가 종아리에 금이 가기도 했다. 오히려 시현이나 선미누나가 더 걱정했다. 이를 사려 물고 뛰었다.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했다. 관장님은 "완전히 미친 놈"이라고 했다. 취미로 깨작깨작 하는 아이들과는 달랐다.
공부로 돈을 벌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쪽이 내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목숨을 걸었다. 좋은 신체조건에, 강한 동기부여, 거기다가 일반 아이들이 갖지 못한 독한 근성이 합쳐지자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또래 중에서는 건들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주먹을 함부로 휘둘러 본 적은 없었다. 준 프로급의 실력이었지만, 체육관만 가면 깨지고 또 깨졌다. 또래들은 상대가 안됐기에 프로데뷔한 형들의 스파링을 해주기도 했고, 더 높은 체급과 붙기도 했다. 하늘 위에 하늘이 있었다. 절로 겸손해졌다.
"나가서 싸우지 마라. 일반인 상대로 주먹 휘두르면 깽값 졸라 깨진다." 체육관 억관이 형의 말이 생각났다. "만약 싸우려거든..."
두 말 할 필요도 없었다. 일반 아이들처럼 멱살을 잡는다거나, 쌍욕을 뱉는다거나 하는 행동도 필요 없었다. 키는 진우보다 조금 작았지만 덩치가 더 큰 덕구가 오른 주먹을 뻗었다. 형편없는 주먹이었다. 위빙을 하며 순식간에 덕구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밉살스런 얼굴을 박살내주고 싶었지만, 이빨은 하나의 500만원이다. 깨지지도, 부러지지도 않아야 한다. 품으로 파고 든 진우가 몸을 뒤틀었다. 진우의 라이트가 덕구의 명치 아래 부분을 강하게 쳤다. 마지막 순간 일부러 주먹의 힘을 살짝 뺐다. "꺼헉..."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며 덕구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학교란 곳이 그렇다. 학생들은 다 아는 사실을, 선생들은 모른다.
진우의 소문은 삽시간에 학교에 퍼졌다. 쉬는 시간 매점 앞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본 학생이 한둘이 아니었다. 덕구는 그대로 무단조퇴했다. "야 오덕구 어디갔어?" 담임의 물음에 대답하는 학생은 한명도 없었다.
그날 밤, 동생들이 잠들길 기다렸다가 조용히 일어났다.
시현이는 스탠드 불만 켜놓고 앉아있었다. 잠자리에 들기 위해 외출 때처럼 머리를 풀고 있었다. 슬그머니 들어오는 진우를 보자 배시시 웃으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진우도 손을 내밀어 깍지를 끼며 시현이를 안았다. 입을 맞추며 그대로 이불에 눕힌다. 어둔 방 안에서 이불에 눕자 아랫도리가 그대로 빳빳해진다. 시현이에게서 달콤한 냄새가 났다.
"만져줘." 시현이의 손을 끌어당겼다. 시현이는 진우의 키스세례를 받으며 손을 움직였다. 진우가 아침보다 더 거칠게 입술을 비벼온다. 옷 위로 불룩 튀어나온 진우의 자지를 어루만졌다.
그 행동이 얼마나 잔인한 행동인지 시현이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잔뜩 발기된 자지가 애무만 당하고 사정은 하지 못 할 때의 남자의 심정. 그 부분은 시현이가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어떤 심리학 책에도 그런 것에 대한 설명은 없다. 포르노 사이트라면 모를까.
진우의 오른손이 시현이의 손을 바지 속으로 끌어 당겼다. 시현이가 움찔하는게 느껴진다. 개의치 않고 끌어 당겼다. 금세 바지를 제치고 팬티 속으로 들어간다.
"잠, 잠깐만." 시현이가 나직하게 속삭인다. 살짝 찡그린 미간의 눈이 동그랗다. 예쁘다. 미치도록 예쁘다. 조금 차가운 시현이의 손이 자지에 닿자 시원한 쾌감이 느껴진다. 시현이의 손은 굳어버린 듯 그대로 멈췄다.
"쓰다듬어줘." 시현이는 어쩔 줄 몰랐다.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빠른 전개였다.
갑자기 진우의 손이 시현이의 아랫도리를 더듬었다. "뭐하는거야!" 시현이가 작지만 앙칼지게 외치며 진우의 손을 잡았다. 진우는 약간 상기된 점만 뺀다면 그런대로 무표정해보이는 얼굴로 시현이를 마주봤다.
"넌 자꾸 나한테 감추려고 하지만, 난 너의 그것까지 다 이해할 수 있어. 원한다면 얼마든지 사랑해줄 수도 있고."
진우가 살짝 뜸을 들인다. "넌 아니야?" 진우의 얼굴에 실망스런 표정이 스친다.
시현이는 혼란스러웠다. 절대로 감추고 싶은 "그것"을 얼마든지 사랑해줄 수 있다는 말에 대한 고마움과 절대로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강한 혐오감, 그리고 진우에 대한 넘치는 사랑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당황하긴 했지만 진우의 자지를 쓰다듬는 것이 거북하진 않았다. 언젠간 찾아올 일이었고 각오한 일이었다. 싫어서 피하는게 아니었다. 그냥...부끄럽고 너무 빠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진우의 눈을 바라봤다. 흔들림 없는 눈동자에는 가벼운 실망감이 깃들어있다.
시현이가 자세를 고치며 일어나 앉았다. 진우도 별 다른 저항없이 놓아주었다. 시현이가 빠져나간 품으로 차가운 밤공기가 들어찬다. 살짝 시리다.
일어나 앉은 시현이가 머리를 쓸어 넘긴다. 어김없이 오른쪽 아랫입술을 비틀어 물고 있다. 물끄러미 진우를 내려다 본다. 진우도 아무 말 없이 시현이를 올려다 봤다. 속옷이 허벅지까지 내려가는 바람에 잔뜩 화난 자지가 그대로 밖에 노출되어 있다.
시현이는 힐끔 자지를 훔쳐 봤다. "커..."
"이것까지만이야." 진우에게 하는 얘기가 아닌 것 같았다.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듯한 말투였다.
시현이가 천천히 진우에게 엎드렸다. 시현이의 도톰한 입술이 진우의 입술을 빨아들였다. 귀엽고 작은 혀가 사랑스러운 듯 입술을 빤다. 반쯤 올라탄 자세로 진우 위에 몸을 포갰다. 시현이의 보드라운 가슴이 진우의 가슴을 부드럽게 누른다.
시현이의 손이 진우의 자지를 어루만진다. 살짝 차갑지만, 비할데 없이 따뜻한 손길이었다. 사랑스러움이 가득 묻어나오는 손놀림으로 살포시 진우의 자지를 쥐었다. "으.." 진우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한동안 부드럽게 어루만지던 시현이의 손길이 갑자기 빨라진다. 빠르게 아래위로 용두질을 한다. 탁탁탁- 자지 끝에 방울져있던 쿠퍼액이 시현이의 팔목에 묻어난다. 자지에 강한 자극이 느껴졌다. 스스로 할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자신이 조절할 수 없다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자극이 된다.
"아으..시현아..."
진우는 손을 들어 시현이의 가슴 속으로 밀어 넣었다. 진우가 초등학교 때 입던 늘어난 초록색의 운동복. "이 옷을 입고도 섹시할 수 있는건 너뿐일걸." 진우는 자주 그런 생각을 했다. 진우의 손이 운동복의 아래를 제치고 금세 스포츠브라 속으로 들어갔다. 동그랗고 부드러운 가슴 한가운데에 새끼손가락 한마디만한 딱딱한 돌기가 느껴졌다. 진우는 터트릴 것처럼 강하게 가슴을 움켜쥐었다. "하윽...진우야..." 시현이의 가뿐 신음이 샌다.
시현이로서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저 손으로 진우의 욕구를 해결해줘야 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행동이었다. 진우의 굳은살 가득한 거친 손바닥이 유두를 자극하자 정신이 아찔해졌다. 자지를 잡고 있는 왼손을 더 빠르게 움직였다.
탁탁탁탁-
진우는 사정의 순간이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생전 처음으로 느끼는 강한 흥분이 뒷목을 찌릿하게 당겼다. 조금 더 버티고 싶었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나...싼다...아으윽.."
마침내 자지가 하얀 액체를 뿜어냈다. 진우는 강한 극치감 속에서 시현이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하윽..." 이를 물고 신음을 삼키는 시현이의 소리가 귓가를 자극했다.
검붉은 자지를 쥔 가녀린 시현이의 손 위로 하얀 정액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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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2천자 가량 많은 분량이네요.
먼저 사과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일이 바빠 22일까지는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원래도 예정되어있던 프로젝트긴 했지만, 글을 쓰고 싶은 욕구를 누를 수가 없어서 시작했습니다만, 하루종일 시현이와 진우가 뒤엉켜 업무를 할 수가 없네요.
일이 정리되거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쪽지와 추천, 댓글 달아주신 분들에게 매우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안내판을 읽던 진우가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 이 댐 무너지면 어떻게 되요?"
- 초등학교 몇 학년 때던가. 소양강댐으로 현장학습 나갔던 날 -
조금 위험하지 않나- 싶은 정도였다.
"츄릅..쫍..." 아직 이른 아침이었다. 짧아진 밤 탓에 밖은 이미 밝아졌지만 아직 이른 시간. 시현이는 방 한구석에 툭 튀어나온 턱 위에 앉아있었다. 용도를 알 수 없는 턱. 원래 창고였던 시현이 방에는 조금 독특한 부분이 많았다.
"그..만...하읍.." 시현이가 진우의 가슴을 살짝 밀어내보지만 요지부동이다. 키 차이가 20cm, 딱 머리 하나정도의 차이가 나는 시현이를 일부러 조금 높은 이 턱 위에 앉혔다. 눈 높이가 같아지자 키스하기가 편했다. 아침 로드웍을 나가려고 일찍 일어났지만, 마중 나온 시현이를 보자 도저히 나갈 수가 없었다. 시현이가 가볍게 쪽- 하고 입을 맞춰줬지만 만족할 수가 없었다.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
진우의 입술이 집요하게 시현이를 쫓는다. 입술로 살짝 물기도 하고, 혀로 핥기도 한다. 입술을 간질이던 혀는 순식간에 시현이의 입 속으로 들어간다. 혀가 혀와 부둥켜 안는다. 서툰 시현이의 그것과는 달리 진우의 혀는 맹렬하게 쫓다가도 일순 부드러워지며 시현이를 애태웠다. 야동으로 단련된 시청각 교육의 효과라고나 할까.
"안돼."
갑자기 시현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동그래진 진우의 눈과 마주치자 한층 부드러운 어조로 애원한다.
"만지지마. 아래는 ....싫어." 아래로 내려가던 진우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 허리에 얹었다.
실수였다. 다시금 입을 맞춰오던 진우의 손이 가슴을 살짝 터치했다. 오른손을 움츠려 가슴을 가려보지만 진우의 손은 빈틈을 파고들며 시현이를 무력화 시켰다. 진우의 손이 옷 위로 젖가슴을 부드럽게 애무했다. 다시금 오른손을 저어 진우의 손을 밀어내려고 했다. 갑자기 진우가 입술을 떼며 말했다.
"아래"는" 안된다며?"
그리곤 다시 키스. 잘 때 입곤하는 스포츠 브래지어는 일반 브래지어보다 더 부드러웠다. 진우의 손놀림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다. 딱딱해진 젖꼭지를 들켜버릴 것 같다. 이미 키스를 시작했을 때부터 단단해져 있었다.
진우가 시현이의 오른손을 잡아 끌었다. 사랑스럽게 진우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던 왼손과는 달리 침입자(?)를 격퇴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매달려있던 오른손은 강한 리드를 따라 밑으로 내려간다. 진우의 바지 앞섬으로 끌려내려온 손은 어쩔 줄 몰라 한다.
"잠..깐만, 진우야.." 시현이가 손을 떼려 했지만, 진우가 팔목을 잡아 제지한다.
"밖으로만. 응? 만져줘." 진우가 애원하듯 이야기 했다.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쉽게 거부할 수가 없었다. 별로 어렵지도 않은 일을 함으로써 사랑하는 남자를 만족시켜 줄 수 있다.
로드웍을 나가기 위해 트레이닝 복을 입고 있던 진우의 아랫도리는 가감없이 그 모양을 드러내고 있었다. 묵직하고, 단단했다. 시현이는 저도 모르게 속으로 숨을 삼켰다. 남자의 자지. 우스운 얘기지만, 남자의 자지를 직접- 옷 밖으로나마 - 만져본 건 처음이었다. 자신에게 달려있는 작디 작은 그것과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밥 먹듯이 야동을 시청하는 진우와는 달리 시현이는 야동을 거의 보지 않는다. 징그러운 느낌이 드는 야동보다는 차라리 소설책을 선호했다. 진우의 자지는 금방이라도 트레이닝복을 뚫고 나올 것처럼 높게 솟아 있었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아우성을 질렀다.
"하..."
시현이는 가늘게 한숨을 쉬었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살짝 넘겼다. 들고 있던 책을 책꽂이에 꽂는다.
폭력사건 이후로 잠시 일을 쉬고 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카페 문만 생각해도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일은 걱정 말고, 푹 쉬다 와." 사장님도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오랜만에 도서관을 찾았다.
평일 오전에 세상은 한적하다. 조용하고 차분한 것을 선호하는 시현이의 마음에 꼭 들었다. 중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준비할 때는 도서관에 자주 들렀었다. 원래도 공부를 곧잘하던 시현이는 중졸검정고시와 고졸검정고시를 연거푸 합격했다. 오히려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빠르게 고등학교 졸업장을 쥐었다.
하지만 시현이는 알고 있었다. 부모도 없고, 돈도 없는 시현이 같은 아이들은 어설픈 공부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대학 진학은 꿈도 꾸지 않았다.
시현이의 모습에서 평소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얇은 뿔테 안경을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안경 끝이 살짝 올라간 폭스 스타일에 검정 뿔테 안경. 눈이 많이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책을 읽을땐 안경을 끼곤 했다. 진우는 안경 낀 모습도 좋아했다. - 야동에 나오는 선생님 같이 섹시하다는 이유는 말하지 않았지만. - 베이지색 헐렁한 윗옷에 흰색 스키니진을 입었다. 어디서나 눈에 띄는 예쁜 외모만 빼면 영락없는 일반 여대생이었다.
시현이는 심리학 관련 서적을 아주 좋아한다. 워낙 대중심리학 책이 유행인 시대에 특이할 것 없는 취향이었지만, 시현이가 책을 찾는 이유와 그들이 책을 찾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없는 많은 부분들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랄까. 그 때문에 시현이가 읽는 심리학 책들은 비주류의 책들이었다. 이상 성행동이라거나, 성 역할이라거나 하는 제목의 책들이 많았다. 일반 또래들이 찾는 "연애의 심리학" 같은 책들은 관심 밖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연애서적 코너에 서있었다.
첫키스를 나눈 후, 시현이와 진우의 관계는 급변했다. 식구들 앞에서는 이 전과 같이 행동했지만, 알맹이가 전혀 달랐다. 진우는 시현이를 암컷으로 인식했고, 시현이도 진우를 수컷으로 인식했다. 아니, 인식은 그 전부터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인정"했다. 틈만 나면 사람들 눈을 피해 부둥켜 안았다.
높게 세웠던 심리적 댐이 무너지자 감당할 수 없는 급류가 쏟아져 들어왔다.
차이는 있었다.
시현이는 관계 그 자체가 참 좋았다. 키스도 좋고, 포옹도 좋았지만 남자로서의 진우가 좋았고, 그런 진우에게 여자일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이 행복했다. 식사 자리에서 동생들의 눈을 피해 진우와 교환하는 장난끼 가득한 비밀스런 시선이 짜릿했다. 물론, 그럴때면 젖꼭지가 단단해지고, 엉덩이 주위에서 간질간질한 긴장감이 느껴지곤 했지만 그런 것들은 부차적인 느낌이었다.
그에 반해 진우의 욕구는 10대 남자 아이의 욕망 그 자체였다. 물론, 시현이를 끔찍이 사랑하는 마음은 의심에 여지가 없었다. 일반적인 10대의 호기심 같은 사랑이 아니었다.
하지만 수컷의 욕망은 그것 이상을 갈구하는 법이다. 첫키스를 나눈 후 금세 시현이를 끌어안았다. 둘만 있을때는 거의 시현이를 품에 안고 있다. 키스를 나눌 때도 슬쩍 허벅지나 엉덩이, 가슴으로 손이 올라간다.
그럴때 시현이를 쓰다듬는 손은 산뜻한 터치라기보다는 끈적끈적한 욕망 그 자체였다.
하나가 허락되면 다음을 원했다. 남자의 성적 욕망이란 그런 것이다.
시현이도 그런 욕망을 잘 알고 있었다. 성과 관련된 고민을 일찍부터 해온 시현이가 그런 부분을 캐치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래서 더욱 걱정됐다. 진우가 10대라는 점도 큰 걱정이었다. 어디까지 받아줘야 하는 걸까. 혹시 조금 더 나이가 들면 후회하지 않을까. 시현이도 겨우 20살이었지만 받아들이는 느낌은 많이 달랐다. 오랫동안 성적정체감을 고민해오던 시현이와 피 끓는 10대 남자아이인 진우의 수준이 같을리 없는 것이다. 어디서 끊어야 하는 것일까. 누나의 입장인 시현이의 입장은 조금 더 무거웠다.
무엇보다 자신의 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법적으로 시현이는 남자였다. 눈으로 보이는 부분을 빼놓고 말하자면 이런 애정은 엄연히 동성애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둘 중 아무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지만, 그것은 바꿀 수 없는 사실이었다.
시현이 본인이야 죽을때까지 안고 가야할 문제였지만, 진우는 달랐다. 눈을 돌려 주위를 살펴보면 얼마든지 예쁜 여자 아이들이 있다. 그들과 자연스럽게 사랑을 나누고, 아이를 갖고, 가정을 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제쳐두었던 죄책감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기도를 그만둔지는 오래 됐지만, 종교에서 운영하는 보육원에서 자랐다. 종교적인 죄책감을 떨쳐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오후 시간에 매점은 정신없이 붐볐다.
10대의 팔팔한 고등학생들은 급식을 한가득 먹고도 금세 매점으로 몰려들었다. 오늘처럼 반찬이 별로인 날은 더욱 붐볐다. 소리 지르고, 떠들고 난리도 아니었다. 매일 매일이 장날 같다.
"야, 그래서?" 김본좌가 피자빵을 뜯으며 말했다. "그래서 뭐?" 진우가 대꾸했다. "그래서 어디까지 갔냐고." 빠삭이가 재촉하듯 말했다. "뭘 어디까지 가, 븅신아."
김본좌와 빠삭이에게는 키스 사실을 살짝 알려줬다. 누구랑 했는지,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냥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사실을 털어놓기 전부터 며칠 간 실실 웃고 다니던 진우를 안타깝게 봐주는 아름다운 친구들이었다.
"마데 인 코리아, 순도 백프로 미친놈임을 보증함 이라고 써붙인 것 같다." 는 김본좌의 설명이었다. 이야기 하는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녀석들이었다. 키스 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은 다음부터 매일 매일 진도를 물어온다. 어디까지 갔냐, 가슴은 만졌냐 등등. 서울대 진도체크 스터디반도 이보다 더 꼼꼼할 수는 없는 수준이었다.
"캬...누군지 졸라 궁금하네." 김본좌가 으적으적 빵을 씹는다. "진짜 안말해줄꺼냐?" "우리도 아는 사람이냐?" "어, 너희도 알지." 진우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떠오른다. "아오, 졸라 궁금하네!" 빠삭이가 허공에 날라차기를 했다.
"아이 개새끼들, 졸라 시끄럽네 진짜."
갑작스레 불청객이 끼어들었다. 같은 욕이라도 느낌이 전혀 다르다. 언어의 신비다. 진우가 돌아보니 덕구와 꼬봉들이 화단 바위에 앉아서 이쪽을 쏘아보고 있다. 일진인 덕구는 2학년 올라온 다음부터 꾸준히 진우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학교를 잘 살펴보면 학년에 진우같은 아이들이 한두명씩 꼭 있다. 싸움을 하는 것도 아니고, 불량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일반 아이들과 똑같이 행동한다. 하지만 쉽게 건드리기 어려운 포스를 뿜어낸다. 다른 애들처럼 일진들을 설설 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싸움을 붙지도 않는다. 객기와 호승심이 넘치는 일진들에게 진우 같은 타입은 결코 반갑지 않았다. 싸워서 결판을 내고 싶어했다. 무릎을 꿇려야 속이 시원한 것이다.
덕구가 옆에 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 씨발, 나도 고아로 태어났으면 존나 좋았을텐데." 진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왜?" 옆에 앉았던 꼬봉이 묻는다. 덕구가 진우를 쳐다본다. 야비한 미소를 짓고 있다.
"고아원에 이쁜 년들 존나 따먹을 수 있잖냐. 같이 자랐으니까 완전 근친상간 아니냐? 존나 강간해도 경찰에 신고도 안할꺼고." 덕구가 오른손을 용두질하듯 위아래로 흔든다. 꼬봉들이 낄낄 거린다.
"가자, 가자. 상대하지 마." 김본좌와 빠삭이가 진우의 팔을 잡아끈다. 진우도 상대해 줄 생각은 없다. 이런 더러운 도발이 처음도 아니었다. 시비가 붙어서 싸우면 항상 불리한건 진우였다. "시설 출신." 낙인같은 그 말이 진우를 괴롭혔다. 먼저 잘못한 새끼들이 더 당당했다. 부모들이 와서 학교에서 한바탕 난리를 치고 나면 고개 숙이게 되는건 진우였다. 간혹 원장선생님이나 선미누나가 학교에 찾아오기도 했지만, 대부분 진우 선에서 정리했다. 날뛰는 상대방 부모를 어린 진우가 감당할 수는 없었다. 덕구를 째려보며 돌아섰다.
"야!!" 돌아서는 진우를 덕구가 불러 세웠다. 진우가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덕구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를 떠오른다.
"저번에 학교 왔던 년 냄비 좀 빌려줘라. 졸라 새끈하더만."
화를 내야 했지만, 순간 정신이 아찔했다. 정장 입은 시현이의 그날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진우가 잠깐 멈칫하는 사이에 의외에 장소에서 고함이 터졌다.
"야이, 시발 새끼야." 김본좌였다. "씨발, 졸라 너무한거 아니냐. 아무리 그래도 그딴 말은 존나 심한거 아니냐."
덕구가 벌떡 일어났다. "하, 별 병신새끼가 다 깝치네." 마이를 벗어 옆에 꼬봉에게 넘긴다. "너 일로 와봐, 이 새끼야."
험악한 욕설에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매점 앞에 붐비던 애들이 그대로 몰려든다. 구경 중 최고라는 싸움 구경이다.
움찔하는 김본좌를 진우가 제지했다. "됐어." 어금니를 다시 사려 물었다. "병신새끼들, 드라마 찍고 있네." 덕구가 앞으로 나섰다.
일진이니, 짱이니 하는 것들을 두려워 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중학교 1학년 이후로 쑥쑥 자란 키 덕분에 웬만한 애들은 시비도 걸지 않았지만, 그것보다는 꾸준히 해온 운동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격투기 체육관을 다녔다. 체육관을 보내달라고 몇 날 며칠 떼를 썼지만, 시설 사정상 보내줄 수가 없었다. 그때 시현이가 돈을 내놨다.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갔어야 할 시현이는 학교를 그만두고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었다. 한달에 10만원이 넘는 큰 돈이었다. 부모 있는 아이들에게는 그저 조금 큰 돈이었지만, 진우나 시현이 같은 시설 아이들에게는 목숨과 같은 돈이었다. 아무 것도 의지할 것 없는 이들에게 돈은 가장 큰 무기인 법이다.
"대신, 열심히 해야 돼? 아프다고 징징 짜기만 해봐라." 기억 속에 시현이가 혀를 삐죽 내밀었다.
정말 미친듯이 했다. 학교가 끝나면 달려가서 몇 시간이고 땀을 흘렸다. 피곤해서 코피가 터지기도 했고, 다리나 팔에 생기는 멍이나 맞아서 부은 얼굴도 개의치 않았다. 몇 번인가 종아리에 금이 가기도 했다. 오히려 시현이나 선미누나가 더 걱정했다. 이를 사려 물고 뛰었다.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했다. 관장님은 "완전히 미친 놈"이라고 했다. 취미로 깨작깨작 하는 아이들과는 달랐다.
공부로 돈을 벌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쪽이 내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목숨을 걸었다. 좋은 신체조건에, 강한 동기부여, 거기다가 일반 아이들이 갖지 못한 독한 근성이 합쳐지자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또래 중에서는 건들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주먹을 함부로 휘둘러 본 적은 없었다. 준 프로급의 실력이었지만, 체육관만 가면 깨지고 또 깨졌다. 또래들은 상대가 안됐기에 프로데뷔한 형들의 스파링을 해주기도 했고, 더 높은 체급과 붙기도 했다. 하늘 위에 하늘이 있었다. 절로 겸손해졌다.
"나가서 싸우지 마라. 일반인 상대로 주먹 휘두르면 깽값 졸라 깨진다." 체육관 억관이 형의 말이 생각났다. "만약 싸우려거든..."
두 말 할 필요도 없었다. 일반 아이들처럼 멱살을 잡는다거나, 쌍욕을 뱉는다거나 하는 행동도 필요 없었다. 키는 진우보다 조금 작았지만 덩치가 더 큰 덕구가 오른 주먹을 뻗었다. 형편없는 주먹이었다. 위빙을 하며 순식간에 덕구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밉살스런 얼굴을 박살내주고 싶었지만, 이빨은 하나의 500만원이다. 깨지지도, 부러지지도 않아야 한다. 품으로 파고 든 진우가 몸을 뒤틀었다. 진우의 라이트가 덕구의 명치 아래 부분을 강하게 쳤다. 마지막 순간 일부러 주먹의 힘을 살짝 뺐다. "꺼헉..."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며 덕구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학교란 곳이 그렇다. 학생들은 다 아는 사실을, 선생들은 모른다.
진우의 소문은 삽시간에 학교에 퍼졌다. 쉬는 시간 매점 앞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본 학생이 한둘이 아니었다. 덕구는 그대로 무단조퇴했다. "야 오덕구 어디갔어?" 담임의 물음에 대답하는 학생은 한명도 없었다.
그날 밤, 동생들이 잠들길 기다렸다가 조용히 일어났다.
시현이는 스탠드 불만 켜놓고 앉아있었다. 잠자리에 들기 위해 외출 때처럼 머리를 풀고 있었다. 슬그머니 들어오는 진우를 보자 배시시 웃으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진우도 손을 내밀어 깍지를 끼며 시현이를 안았다. 입을 맞추며 그대로 이불에 눕힌다. 어둔 방 안에서 이불에 눕자 아랫도리가 그대로 빳빳해진다. 시현이에게서 달콤한 냄새가 났다.
"만져줘." 시현이의 손을 끌어당겼다. 시현이는 진우의 키스세례를 받으며 손을 움직였다. 진우가 아침보다 더 거칠게 입술을 비벼온다. 옷 위로 불룩 튀어나온 진우의 자지를 어루만졌다.
그 행동이 얼마나 잔인한 행동인지 시현이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잔뜩 발기된 자지가 애무만 당하고 사정은 하지 못 할 때의 남자의 심정. 그 부분은 시현이가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어떤 심리학 책에도 그런 것에 대한 설명은 없다. 포르노 사이트라면 모를까.
진우의 오른손이 시현이의 손을 바지 속으로 끌어 당겼다. 시현이가 움찔하는게 느껴진다. 개의치 않고 끌어 당겼다. 금세 바지를 제치고 팬티 속으로 들어간다.
"잠, 잠깐만." 시현이가 나직하게 속삭인다. 살짝 찡그린 미간의 눈이 동그랗다. 예쁘다. 미치도록 예쁘다. 조금 차가운 시현이의 손이 자지에 닿자 시원한 쾌감이 느껴진다. 시현이의 손은 굳어버린 듯 그대로 멈췄다.
"쓰다듬어줘." 시현이는 어쩔 줄 몰랐다.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빠른 전개였다.
갑자기 진우의 손이 시현이의 아랫도리를 더듬었다. "뭐하는거야!" 시현이가 작지만 앙칼지게 외치며 진우의 손을 잡았다. 진우는 약간 상기된 점만 뺀다면 그런대로 무표정해보이는 얼굴로 시현이를 마주봤다.
"넌 자꾸 나한테 감추려고 하지만, 난 너의 그것까지 다 이해할 수 있어. 원한다면 얼마든지 사랑해줄 수도 있고."
진우가 살짝 뜸을 들인다. "넌 아니야?" 진우의 얼굴에 실망스런 표정이 스친다.
시현이는 혼란스러웠다. 절대로 감추고 싶은 "그것"을 얼마든지 사랑해줄 수 있다는 말에 대한 고마움과 절대로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강한 혐오감, 그리고 진우에 대한 넘치는 사랑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당황하긴 했지만 진우의 자지를 쓰다듬는 것이 거북하진 않았다. 언젠간 찾아올 일이었고 각오한 일이었다. 싫어서 피하는게 아니었다. 그냥...부끄럽고 너무 빠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진우의 눈을 바라봤다. 흔들림 없는 눈동자에는 가벼운 실망감이 깃들어있다.
시현이가 자세를 고치며 일어나 앉았다. 진우도 별 다른 저항없이 놓아주었다. 시현이가 빠져나간 품으로 차가운 밤공기가 들어찬다. 살짝 시리다.
일어나 앉은 시현이가 머리를 쓸어 넘긴다. 어김없이 오른쪽 아랫입술을 비틀어 물고 있다. 물끄러미 진우를 내려다 본다. 진우도 아무 말 없이 시현이를 올려다 봤다. 속옷이 허벅지까지 내려가는 바람에 잔뜩 화난 자지가 그대로 밖에 노출되어 있다.
시현이는 힐끔 자지를 훔쳐 봤다. "커..."
"이것까지만이야." 진우에게 하는 얘기가 아닌 것 같았다.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듯한 말투였다.
시현이가 천천히 진우에게 엎드렸다. 시현이의 도톰한 입술이 진우의 입술을 빨아들였다. 귀엽고 작은 혀가 사랑스러운 듯 입술을 빤다. 반쯤 올라탄 자세로 진우 위에 몸을 포갰다. 시현이의 보드라운 가슴이 진우의 가슴을 부드럽게 누른다.
시현이의 손이 진우의 자지를 어루만진다. 살짝 차갑지만, 비할데 없이 따뜻한 손길이었다. 사랑스러움이 가득 묻어나오는 손놀림으로 살포시 진우의 자지를 쥐었다. "으.." 진우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한동안 부드럽게 어루만지던 시현이의 손길이 갑자기 빨라진다. 빠르게 아래위로 용두질을 한다. 탁탁탁- 자지 끝에 방울져있던 쿠퍼액이 시현이의 팔목에 묻어난다. 자지에 강한 자극이 느껴졌다. 스스로 할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자신이 조절할 수 없다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자극이 된다.
"아으..시현아..."
진우는 손을 들어 시현이의 가슴 속으로 밀어 넣었다. 진우가 초등학교 때 입던 늘어난 초록색의 운동복. "이 옷을 입고도 섹시할 수 있는건 너뿐일걸." 진우는 자주 그런 생각을 했다. 진우의 손이 운동복의 아래를 제치고 금세 스포츠브라 속으로 들어갔다. 동그랗고 부드러운 가슴 한가운데에 새끼손가락 한마디만한 딱딱한 돌기가 느껴졌다. 진우는 터트릴 것처럼 강하게 가슴을 움켜쥐었다. "하윽...진우야..." 시현이의 가뿐 신음이 샌다.
시현이로서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저 손으로 진우의 욕구를 해결해줘야 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행동이었다. 진우의 굳은살 가득한 거친 손바닥이 유두를 자극하자 정신이 아찔해졌다. 자지를 잡고 있는 왼손을 더 빠르게 움직였다.
탁탁탁탁-
진우는 사정의 순간이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생전 처음으로 느끼는 강한 흥분이 뒷목을 찌릿하게 당겼다. 조금 더 버티고 싶었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나...싼다...아으윽.."
마침내 자지가 하얀 액체를 뿜어냈다. 진우는 강한 극치감 속에서 시현이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하윽..." 이를 물고 신음을 삼키는 시현이의 소리가 귓가를 자극했다.
검붉은 자지를 쥔 가녀린 시현이의 손 위로 하얀 정액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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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2천자 가량 많은 분량이네요.
먼저 사과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일이 바빠 22일까지는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원래도 예정되어있던 프로젝트긴 했지만, 글을 쓰고 싶은 욕구를 누를 수가 없어서 시작했습니다만, 하루종일 시현이와 진우가 뒤엉켜 업무를 할 수가 없네요.
일이 정리되거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쪽지와 추천, 댓글 달아주신 분들에게 매우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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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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