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작품은 트랜스젠더 혹은 쉬메일의 성행위와 강간으로 분류될 수 있는 자극적인 장면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호텔에서 끌려나온 뒤에 미친듯이 달렸다. 저도 모르게 눈에서 물이 흘러 넘친다. 아니, 너무나 뜨겁고, 진해서 물인지 피인지 알 수 없었다. 닦아내면 붉은 피가 묻어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달리다가 어딘지도 모를 곳에 멈춰섰다. 거미줄처럼 얽혀진 빌딩 숲 속 어느 골목이었다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가슴이 시원해지질 않는다. 가슴 속에 불이 붙은 것만 같다.
배신감. 영원히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여자에게 느끼는 감정이 잔인하게 가슴을 난도질했다. 머릿 속에 휘발유라도 끼얹었나. 뇌가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분노. 두 남녀를 발기발기 찢어버리고 싶다. 당장 찾아가, 벌거벗고 부둥켜 안고 있을 두 짐승들을 잔인하게 천 조각, 만 조각으로 갈라내고 싶다.
숨을 들이켜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컥컥 대며 숨이 막혀온다. 두 손으로 가슴을 쥐어뜯으며 땅바닥에 굴렀다. 차가운 아스팔트의 꺼칠한 감촉이 팔과 등에 느껴졌지만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더 격렬하게 몸을 굴렀다. 부비고, 짖이기고. 강판에 갈리는 감자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부비다가 일어나 앉았다. 12월의 아스팔트에 갈린 코트가 볼품없게 일어나 있다. 검정색 코트 위로 회색의 먼지가 잔뜩 붙어있다. 다시 눈물이 뿜어 나왔다. 혹시나 하며 아침부터 차려입고 나온 자신이 병신같이 느껴졌다. 오해를 풀고 나면 데이트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자신이 못 견디게 미웠다. 주먹으로 아스팔트 바닥을 내려치자 생살이 찢겨나가는 아픔이 쩌릿하게 느껴졌다.
열등감.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알고 있었다. 처음 그 놈을 봤을 때부터 날카롭게 찌르던 그 감정. 열등감이었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모두 갖고 있는 그 놈이 미웠다.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주제에 스스로의 능력을 갈고 닦아 더 반짝반짝 빛나는 그런 놈들. 타고난게 뛰어나면 게으름이라도 피우면 좋으련만, 그런 것도 없다. 영원히 따라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놈이 더 미웠다. 그놈한테 상냥하게 웃어주는 시현이가 미웠다. 나도 남자입네- 하며 어른스러운 척 하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그 놈만 만나면 한 없이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한참을 앉아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뜨겁게 흘러 넘치던 감성이 차갑게 굳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머릿속도 더 이상 불타지 않았다. 갑자기 180도 바뀐 기분에, 미쳐버린 것 아닐까, 하는 오싹한 기분이 든다.
시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반달같은 눈으로 싱긋이 웃어주던 하얀 얼굴. 마지막까지 허락하지 않았던 너의 그 몸뚱이. 내가 사랑했던 그 하얀 몸뚱이가 오피스텔 보증금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떠오르자, 금속성의 차가운 뭔가가 척추를 따라 흘러 내리는 기분이 든다. 창녀, 개같은 년. 너도 똑같은 년이구나. 저 살자고 나를 버린 엄마라는 년이랑 똑같은 년이었어. 씨발년들, 보지 달린 년이나 보지 없는 년이나 하나 같이 하는 짓이 똑같아. 엄마라는 년은 영영 찾을 수 없겠지만, 넌 아직 내 옆에 있잖아.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지금 어디에 서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디로 가야할지는 잘 알 것 같았다.
"...진우야..?"
시현이는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진우가 나를 때린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얼한 기분으로 진우의 이름을 부르자, 진우가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시현이를 잡아 일으켜주려는 것이 아니었다. 진우의 손이 시현이의 머리채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아-악!"
머리채를 움켜쥔 진우가 그대로 시현이를 일으키며 끌었다. 오피스텔 입구는 약간 경사 진 주차장이었다. 경사를 구르듯 시현이가 끌려 내려간다. 워낙 체격차이가 큰 두 사람이다. 힘으로는 당할 도리가 없다.
"악, 왜 이래, 진우야!!, 잠깐만!"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영문도 모른 채 계단을 끌려 올라갔다. 시현이 방이 있는 2층에 도착해서야 내팽겨치듯 시현이를 집어 던진다. 너무 강한 힘에 몸을 주체하지 못한 시현이가 현관문에 부딪혔다.
"열어."
처음으로 진우가 입을 열었다.
냉랭하게 차가운 목소리. 이런 목소리는 오랜만에 듣는 것 같았다. 어린 시절 진우는 간혹 이런 목소리를 내곤 했다. 저를 버린 부모를 원망할때면 그런 차가운 말투로 말하곤 했다. 그때마다 시현이와 선미는 진우를 어루만져줬다. 특히, 항상 진우를 데리고 다니던 시현이는 꼬옥 안아주곤 했다. 그러면 차가운 얼음이 녹듯, 진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상처와 그리움을 냉정한 분노로 포장하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 차가움이 향하는 대상이 시현이 자신이었고, 항상 저보다 연약하던 어린 시절 진우와 달리, 지금의 진우는 시현이 본인보다 훨씬 크고 강했으니까.
"왜, 왜 그래. 진우야..."
시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진우를 바라봤다. 4개의 현관이 엇갈리듯 마주보고 있는 복도에 노란 조명이 들어왔다. 사람들의 감정이야 어찌됐든 조명의 센서는 묵묵히 제 역할을 한다.
"열라고."
여전히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시현이 방 열쇠는 진우도 가지고 있었다. 이사 하자마자 한 개를 건네 받았다.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열어제낄 수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스스로 열게 만들고 싶었다.
진우의 행동을 이해할 순 없었지만, 시키는대로 문을 열었다. 어쨋든 방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덜덜 떨리는 손 때문에 열쇠구멍을 한참 더듬었다. 딸칵- 금속성에 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졌다. 복도는 폭풍전야처럼 조용하다.
문 쪽을 바라보고 서있는 시현이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흐윽-"하는 낮은 숨소리와 함께 시현이의 몸이 뒤로 휘청- 제껴졌다. 마치 허수아비처럼 진우의 손에 나풀거린다.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간다.
오피스텔은 그리 크지 않았다. 10평이라곤 하지만 주차장과 복도, 엘리베이터가 포함된 평수였기에, 실제로는 훨씬 작다. 들어서자마자 마주치는 손바닥만한 현관 왼쪽으로 화장실 겸 목욕탕이 있다. 작은 현관을 지나 한발자국 들어서면 다시 왼쪽 벽면에 주방이 붙어있고, 그 정면으로 1인용의 작은 침대가 놓여있다. 작은 냉장고와 책상까지 들어찬 원룸은, 사람 한명이 누우면 바닥이 가득찰만큼 좁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던지듯 시현이를 내팽겨쳤다. 강한 힘에 그대로 침대로 나가떨어진다. 진우의 손에 끌려잡혔던 머리가 산발이 되서 앞을 가렸다. 저도 모르게 자꾸 눈물이 솟는다.
"왜 그래, 응? .. 왜 그렇게 화 났는데..." 시현이가 애처로운 눈으로 쳐다봤지만, 묵묵부답이다. 돌아서서 문을 잠근다. 딸칵- 다시 익숙한 금속성 소리가 울러퍼졌다.
"벗어." 진우가 조용히 입술을 달짝 거린다.
한동안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던 시현이가 고개를 저었다.
"싫어..왜 그러는데... 이런 거 싫어...뭐 때문에 화난...."
"벗으라고, 이 씨발년아!!"
진우가 달려들어 몸부림치는 시현이의 멱살부위를 잡아 뜯었다. 검정색 코트 단추가 힘 없이 뜯겨나간다. 진우가 처음으로 선물한 코트라고 애지중지하던 옷이다.
시현이의 도움으로 체육관에 다니게 된 후, 6개월만에 관장과 담판을 지었다. "청소든, 뭐든 제가 다 할테니까, 공짜로 다니게 해주세요!" 그야말로 당돌한 요구였다. 지난 6개월간 피와 땀을 쏟으며 악바리로 운동하는 진우를 기특하게 여겼기에, 관장도 흔쾌히 허락했다. 그렇게 몇 년을 다니자, 누굴 가르칠만한 실력도 붙었다. 학생이었지만 틈나는대로 코치 역할을 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용돈 받지 않아도 될 만큼의 돈도 받았다. 그렇게 번 돈으로 시현이에게 처음 선물한 코트였다. 처음 코트를 사러 갔을 땐 아직 연인관계가 아니었기에, 쇼핑하는 내내 가슴이 쿵쾅거렸다. 진우와 둘이 다니는 걸 피하던 시현이도 그 날만큼은 마음껏 미소지었다.
"아악, 하지마...제발, 제발!!"
시현이의 애원에도 거침이 없다. 애정이 깊었던만큼 배신감이 뼈아팠다. 울며불며 소리치는 시현이의 모습도 일말의 동정심을 일으키지 못했다.
반항하는 시현이의 코트 앞섬을 벌리고, 카디건과 블라우스를 우악스럽게 잡아 뜯었다. 부우욱- 하는 소리와 함께 옷 어딘가 찢겨나가는 소리가 들리며, 단추가 튕기듯 떨어져 나간다. 시현이는 계속 진우의 손만 붙잡는다. 어떻게든 말려보려고, 어떻게든 멈춰보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다. 듬직하게 기대곤 했던 굵은 팔뚝은 집요하게 시현이의 가슴을 헤집는다. 이윽고, 브래지어만 남게 되자, 진우의 손이 시현이의 바지 춤을 붙잡는다.
"안돼!! 싫어!!"
바지를 붙잡는 진우의 손을 느끼자 시현이의 반항이 한층 거세진다. 팔을 붙잡고 매달리던 태도에서 벗어나, 진우를 밀어내고 발로 찬다. 절대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평소의 진우라면 걱정하지 않겠지만, 이성을 잃은 지금은 분명 속옷까지 벗길 것 같았다. 시현이의 거세진 반항에 따라 진우도 더욱 흥분했다. 차갑던 분노에 다시금 불이 붙는다.
시현이 몸 속으로 삽입하는 성우의 얼굴이 아른거리는 것 같다.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그 얼굴에 비열한 미소가 떠올라 있다. 마치 현장을 목격한 것처럼 생생한 장면이 떠오르자, 참을 수 없는 격한 흥분이 몸을 울린다.
"이 씨발 년, 씨발, 씨이--바알!!!!!"
연거푸 진우의 손이 내려쳤다. 손바닥으로 시현이의 얼굴과 상체를 후려갈긴다. 몇 달전, 미소를 강간하려던 돼지의 모습과 오버랩 된다.
진우가 이런 폭행을 할꺼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시현이는, 고스란히 손바닥을 맞았다. 고개가 돌아가고, 이곳 저곳으로 고통이 파고든다. "하윽-!, 악!!" 눈물로 범벅된 얼굴로 연거푸 손바닥이 날아온다.
한참을 내려치고나서 다시 시현이의 바지춤을 붙잡는다. 진우의 손을 말리는 시현이 손에 힘이 없다. 바지가 벗겨지고, 속옷이 드러난다. 검정색 비키니 팬티다. 일반 속옷 대신 비키니타입의 팬티를 입는 시현이는 평범한 디자인의 비키니를 구입한다. 색깔이야 조금 튀는 것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무난하고 평범한 디자인을 고른다.
시현이 몸에 브래지어와 셔츠, 팬티만 남자, 진우가 몸을 일으켰다.
진우가 바지를 벗는 사이 시현이는 침대 모퉁이 구석으로 몸을 붙였다. 이불을 그러모아 몸을 가리는 모양새가 애처롭다. 머리카락이 눈물과 콧물에 범벅돼 얼굴에 달라 붙는다.
"..제발...그만 해..제발...내가, 흑, 내가 잘..못했어...흐흑..진우야..제발.."
뭘 잘못 했는지도 모르지만, 손바닥을 싹싹 빌며 용서를 구한다. 진우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본 시현이는 겁에 잔뜩 질렸다. 온 몸이 벌벌 떨려, 손을 비비는 것도 힘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진우의 눈은 더 없이 차갑다. 평소 같으면 가슴 찢겨졌을 그 모습이 가증스럽게 비쳐진다. 오피스텔과 호텔에선 쩍쩍 벌어졌을 가랑이, 그 더럽고 추잡한 가랑이를 나한테는 못 벌려주겠다?, 마음이 한층 더 표독스러워진다. 성우의 자지를 받아들인 채 신음을 토해내는 시현이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잘못했어..잘못했어요...그만..흑..그만 해줘...제발.."
"니가 벗을래, 내가 벗길까?" 진우는 냉정하게 대꾸했다.
"싫어, 제발...제발..." 시현이가 미친듯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몸부림 친다.
꿈에서도 안기던 진우의 품이다. 꿈 속에 시현이는 음란한 표정으로 진우의 그것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럴 수 없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애널섹스는 그렇게 특이한 일은 아니다. 성적으로 개방된 일본이나 서양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대한민국에서조차 애널섹스를 즐기는 연인들이 늘어나고 있으니까. 하지만 시현이가 받아들이는 감정은 그저 "애널섹스"가 아니었다. 더럽다느니, 깨끗하다느니 그런 단순한 감정이 아니었다. 언젠가였던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한창 고민하던 시절, 도서관에서 봤던 그림과 글이 이런 행위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만들어냈다. 그림을 봤던 그 날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입으로 들어가는 족족, 입으로 토해져 나왔다.
그건 괴물이었다. 뿔이 한껏 뒤로 제껴져 솟아있는 산양의 대가리, 커다란 덩치에 달린 여성의 유방, 그 밑으로 달린 뱀의 머리를 한 남성의 성기, 꼬리는 하늘을 찌를듯 높았고, 다리는 기묘하게 구부러져 있었다.
이마에 오망성 별이 박혀있는 악마. 이교도 악마의 그림이었다. 시현이는 그 그림이 자신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커다랗게 출렁이는 유방과 없어야 할 곳에 달려있는 "그것"은 그 모습 그대로라고 생각했다. 아직 교회를 다니던 시절이었다. 다리가 후들거려 서있기가 어려웠다. 그 그림과 함께 시현이를 옭아매는 귀절이 있었다. 남자와 남자가 관계를 맺으면 둘 모두 쳐서 죽일 것이라는 성경 말씀. 그 말씀이 가슴을 후벼파던 날 생각했다. 절대로, 사랑하는 누구와도 관계 갖지 않겠다고. 타고난 육체야 어쩔 수 없겠지만, 그 육체로 사랑하는 사람까지 해칠 순 없다고.
깊은 자기혐오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 13살 시현이는 눈물을 흘리며 다짐했다. 왜 자꾸 진우의 얼굴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몸부림치는 시현이를 한참을 지켜보던 진우가 돌아섰다. 등을 보이는 진우를 보며 끝난건가, 하며 생각하자 다리에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끝나지 않았다. 진우가 주방 찬장을 열자, 곧이어 시퍼런 예기가 방안에 퍼진다. 과일도 깍고, 요리도 하는 조금 작은 사이즈의 다용도 식칼이었다. 몇 번인가 진우와 함께 과일을 깍아먹던 그 칼이, 전혀 다른 빛으로 번쩍거렸다.
"진...진..우야....."
벌써부터 부들부들 떨던 시현이는 말을 잇기 힘든 듯 더듬거렸다. 식칼을 든 진우가 거침없이 다가왔다.
칼을 보고 몸이 굳은 시현이의 손을 잡고, 칼을 쥐어준다.
"싫으면 찔러." 시현이가 고개를 들어 진우의 눈을 쳐다본다. "진짜 싫으면 찌르라고. 여길 찔러. 내가 싫거든 여길 그냥 찔러." 진우의 눈동자 속에 파르스름한 불빛이 보이는 것 같다.
세상에 태어나 유일하게 가진 가족이었다. 유일하게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가족, 그리고 그 중 특히 사랑하게 된 여자였다. 남들과는 다른 깊은 아픔을 가졌기에 더욱 많이 사랑해주고 싶었던 여자. 아직 어린 진우였지만, 확고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시현이와는 달리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이 없는 진우였지만, 시현이와 함께하는 가정이라면 꾸리고 싶었다. 진우를 닮은 아기를 가질 순 없겠지만, 그런 것엔 관심도 없었다.
그래서 더 아팠다. 단순하게 만나 사랑을 하고 헤어져도 가슴 아파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있다. 하물며 진우에게 시현이는 세상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존재였다. 인생이자 목표였고, 의미이자 버팀목이며, 원동력이었다.
열등감과 사랑, 분노와 슬픔, 배신감과 절망감이 강렬하게 버무려진 진우의 상태는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섹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던 섹스. 그 섹스로 다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뒤에 어떻게 될까 따위는 떠올릴 수 없었다. 성욕의 범주를 넘어서는 섹스.
칼을 손에 쥐어준 진우의 손이 다시 거칠어진다.
"하..하지마, 제발, 제발!! 아아악!!!" 시현이의 절규를 뿌리치고, 팬티를 끌어내렸다. 시현이가 칼을 내던지고 두 손으로 팬티를 그러잡는다. 땅그랑- 날카로운 듯 무딘 금속성을 내며 칼이 침대 밑으로 떨어졌다.
애초부터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칼로 진우를 찌르라니. 어떤 일을 당해도 그런 짓은 할 수 없었다. 자기 자신보다 진우를 더 사랑했다. 심장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심장이라도 꺼내 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나 소중한 사람이였기에, 더욱 격렬하게 섹스를 거부했다. 죄악의 섹스. 그 죄는 혼자 안고 가고 싶었다.
뿌드득- 비키니팬티가 비명을 지르며 찢어진다.
"아악, 보지마!!!!!!!!!!!!!!!!"
시현이가 절규하며 "그것"을 가렸다. 진우의 손이 우악스럽게 팔을 치우자, 허벅지를 꼬아 가린다. 온 힘을 다한 몸부림이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한 손으로 시현이의 두 손을 제압하고, 다른 손으로 시현이의 다리를 벌리며 자신의 다리를 비집어 넣었다. 진우의 무릎에 깔린 다리가 옴짝달싹도 하지 못한다. 결국, 실오라기 하나 없이 진우의 눈 앞에 그것을 드러내고 말았다.
"보지마, 보지마..흐흑, 제발...보지마.."
시현이의 손이 갈 곳을 잃고 맴돈다. 얼굴을 가려야 할지, 아래를 가려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진우는 오랜만에 시현이의 "그것"을 보았다. 어린 시절 함께 목욕할때는 자주 보기도 했다. 그때처럼 작았다. 누가 이걸보며 남자의 성기를 떠올릴까. 언젠가 봤던 서양 여자의 사진이 떠올랐다. 클리토리스 부분이 심하게 비대해져 남자의 자지처럼 보이던 여자였다. 치부를 노출한 시현이의 몸이 파르르- 떨린다. 진우의 시선을 느끼며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았다.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윽!" 시현이가 황급히 진우 머리를 밀어내려 한다. 진우의 입술이 시현이의 "그것"을 물었다. 워낙에 민감한 곳이었기에 날카로운 쾌감이 찌르르- 울린다. 떼어내기 위해 몸을 비틀어보지만, 가랑이에 고개를 박은 채 떨어지지 않는다. "츄릅, 츄르흡" 거침없이 그곳을 애무한다. 양 손으로 시현이의 허벅지를 단단하게 붙잡은 채 계속해서 혀를 놀린다. "아흑, 으으흑...제발...." 비명과 교성이 합쳐진 신음이 시현이에 입을 삐져나온다. 기분이 좋다기보다는 불쾌하리만큼 민감했다. 자꾸 진우를 밀어내보지만 이제는 의미없는 몸부림일 뿐이다.
한참을 애무하던 진우가 입을 떼고 상체를 일으켰다. 진우의 눈을 보며 다음에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있었다. "..제발..." 한층 힘이 빠진 목소리로 애원해보지만, 그대로 진우에 의해 몸이 뒤집힌다. 장난감 다루듯 시현이를 뒤집고, 허리를 잡아 올렸다. 시현이의 반항은 "그것"을 애무당한 뒤로 눈에 띄게 약해졌다. 이제 시현이는 엉덩이가 높게 들어올려진 채, 침대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그 새끼랑 하니까 좋았어?"
진우의 목소리가 표정없이 울린다.
"아니야...아니야...그런거 아니야..."
"그 새끼가 여기 빨아주니까 좋았어?"
"아흑"
진우의 손이 거침없이 시현이의 애널을 애무한다. 사랑스럽다기보다는 난폭에 가까운 손놀림이다.
"그 새끼가 여기 쑤시니까 좋았어?!"
진우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아흑, 그 런적 없어...정..아-ㄱ..말...이야..아으으윽!!"
애널 주위를 유린하던 진우의 손가락이 중심부를 파고들었다. 시현이의 목소리는 더 이상 진우의 귀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 같다. 그저 벌개진 얼굴로 시현이의 애널을 괴롭힌다. 생전 처음 겪는 잔인한 유린 앞에 시현이의 하체가 부들부들 떨린다.
손가락을 빼고 몸을 숙여 뒤에서 시현이를 안는다. 노출된 진우의 자지가 시현이의 엉덩이를 압박한다. 아직까지 입고 있는 브래지어를 위로 제치며 강하게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악.....아파아...."
"그 새끼가 여기도 주물렀어? 여기도 빨고?" 손가락이 젖꼭지를 꼬집는다. 진우에게 길들여진 젖꼭지가 발딱 서버린다.
"창녀같은 년, 이런 상황에서도 꼭지 서는 거 봐라. 그래, 넌 원래 그런 년이야." 진우의 광기는 절정에 다달았다. 그런 폭언을 듣자 서러워서 눈물이 난다. 억울했다. 성에 눈 뜰 시기부터 진우를 상상하며 자위했다. 진우와 그런 관계가 된 후부터는 매일 같이 진우에게 애무당하던 젖꼭지였다. 진우의 손길에 반응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니야...아니야...아니,으흑,야.." 침대에 쳐박은 고개를 세차게 휘젓자 머리카락이 침대 위에 널브러진다.
"뭐라고 하디? 맛있대? 색달라서 좋대?"
"제발....진우야...."
진우가 상체를 들어올렸다. 다시 시현이의 엉덩이를 붙잡은 채 뒤에서 내려다보는 모양새가 됐다.
"개같은 년.........."
진우가 시현이의 애널에 자지를 갖다댔다.
"개같은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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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부터 종교적 관점을 포함했던 글이었기에 고민했습니다만, 적당한 선에서 삽입하기로 했습니다. 이것 때문에 8천자 분량을 폐기시켰....
조회수는 점점 떨어지는 것 같지만, 어쩌겠습니까. 제 부족함이지요.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빠짝 조여봅니다.
읽어주시고 추천,댓글,쪽지 주시는 분들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호텔에서 끌려나온 뒤에 미친듯이 달렸다. 저도 모르게 눈에서 물이 흘러 넘친다. 아니, 너무나 뜨겁고, 진해서 물인지 피인지 알 수 없었다. 닦아내면 붉은 피가 묻어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달리다가 어딘지도 모를 곳에 멈춰섰다. 거미줄처럼 얽혀진 빌딩 숲 속 어느 골목이었다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가슴이 시원해지질 않는다. 가슴 속에 불이 붙은 것만 같다.
배신감. 영원히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여자에게 느끼는 감정이 잔인하게 가슴을 난도질했다. 머릿 속에 휘발유라도 끼얹었나. 뇌가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분노. 두 남녀를 발기발기 찢어버리고 싶다. 당장 찾아가, 벌거벗고 부둥켜 안고 있을 두 짐승들을 잔인하게 천 조각, 만 조각으로 갈라내고 싶다.
숨을 들이켜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컥컥 대며 숨이 막혀온다. 두 손으로 가슴을 쥐어뜯으며 땅바닥에 굴렀다. 차가운 아스팔트의 꺼칠한 감촉이 팔과 등에 느껴졌지만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더 격렬하게 몸을 굴렀다. 부비고, 짖이기고. 강판에 갈리는 감자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부비다가 일어나 앉았다. 12월의 아스팔트에 갈린 코트가 볼품없게 일어나 있다. 검정색 코트 위로 회색의 먼지가 잔뜩 붙어있다. 다시 눈물이 뿜어 나왔다. 혹시나 하며 아침부터 차려입고 나온 자신이 병신같이 느껴졌다. 오해를 풀고 나면 데이트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자신이 못 견디게 미웠다. 주먹으로 아스팔트 바닥을 내려치자 생살이 찢겨나가는 아픔이 쩌릿하게 느껴졌다.
열등감.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알고 있었다. 처음 그 놈을 봤을 때부터 날카롭게 찌르던 그 감정. 열등감이었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모두 갖고 있는 그 놈이 미웠다.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주제에 스스로의 능력을 갈고 닦아 더 반짝반짝 빛나는 그런 놈들. 타고난게 뛰어나면 게으름이라도 피우면 좋으련만, 그런 것도 없다. 영원히 따라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놈이 더 미웠다. 그놈한테 상냥하게 웃어주는 시현이가 미웠다. 나도 남자입네- 하며 어른스러운 척 하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그 놈만 만나면 한 없이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한참을 앉아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뜨겁게 흘러 넘치던 감성이 차갑게 굳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머릿속도 더 이상 불타지 않았다. 갑자기 180도 바뀐 기분에, 미쳐버린 것 아닐까, 하는 오싹한 기분이 든다.
시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반달같은 눈으로 싱긋이 웃어주던 하얀 얼굴. 마지막까지 허락하지 않았던 너의 그 몸뚱이. 내가 사랑했던 그 하얀 몸뚱이가 오피스텔 보증금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떠오르자, 금속성의 차가운 뭔가가 척추를 따라 흘러 내리는 기분이 든다. 창녀, 개같은 년. 너도 똑같은 년이구나. 저 살자고 나를 버린 엄마라는 년이랑 똑같은 년이었어. 씨발년들, 보지 달린 년이나 보지 없는 년이나 하나 같이 하는 짓이 똑같아. 엄마라는 년은 영영 찾을 수 없겠지만, 넌 아직 내 옆에 있잖아.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지금 어디에 서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디로 가야할지는 잘 알 것 같았다.
"...진우야..?"
시현이는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진우가 나를 때린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얼한 기분으로 진우의 이름을 부르자, 진우가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시현이를 잡아 일으켜주려는 것이 아니었다. 진우의 손이 시현이의 머리채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아-악!"
머리채를 움켜쥔 진우가 그대로 시현이를 일으키며 끌었다. 오피스텔 입구는 약간 경사 진 주차장이었다. 경사를 구르듯 시현이가 끌려 내려간다. 워낙 체격차이가 큰 두 사람이다. 힘으로는 당할 도리가 없다.
"악, 왜 이래, 진우야!!, 잠깐만!"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영문도 모른 채 계단을 끌려 올라갔다. 시현이 방이 있는 2층에 도착해서야 내팽겨치듯 시현이를 집어 던진다. 너무 강한 힘에 몸을 주체하지 못한 시현이가 현관문에 부딪혔다.
"열어."
처음으로 진우가 입을 열었다.
냉랭하게 차가운 목소리. 이런 목소리는 오랜만에 듣는 것 같았다. 어린 시절 진우는 간혹 이런 목소리를 내곤 했다. 저를 버린 부모를 원망할때면 그런 차가운 말투로 말하곤 했다. 그때마다 시현이와 선미는 진우를 어루만져줬다. 특히, 항상 진우를 데리고 다니던 시현이는 꼬옥 안아주곤 했다. 그러면 차가운 얼음이 녹듯, 진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상처와 그리움을 냉정한 분노로 포장하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 차가움이 향하는 대상이 시현이 자신이었고, 항상 저보다 연약하던 어린 시절 진우와 달리, 지금의 진우는 시현이 본인보다 훨씬 크고 강했으니까.
"왜, 왜 그래. 진우야..."
시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진우를 바라봤다. 4개의 현관이 엇갈리듯 마주보고 있는 복도에 노란 조명이 들어왔다. 사람들의 감정이야 어찌됐든 조명의 센서는 묵묵히 제 역할을 한다.
"열라고."
여전히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시현이 방 열쇠는 진우도 가지고 있었다. 이사 하자마자 한 개를 건네 받았다.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열어제낄 수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스스로 열게 만들고 싶었다.
진우의 행동을 이해할 순 없었지만, 시키는대로 문을 열었다. 어쨋든 방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덜덜 떨리는 손 때문에 열쇠구멍을 한참 더듬었다. 딸칵- 금속성에 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졌다. 복도는 폭풍전야처럼 조용하다.
문 쪽을 바라보고 서있는 시현이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흐윽-"하는 낮은 숨소리와 함께 시현이의 몸이 뒤로 휘청- 제껴졌다. 마치 허수아비처럼 진우의 손에 나풀거린다.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간다.
오피스텔은 그리 크지 않았다. 10평이라곤 하지만 주차장과 복도, 엘리베이터가 포함된 평수였기에, 실제로는 훨씬 작다. 들어서자마자 마주치는 손바닥만한 현관 왼쪽으로 화장실 겸 목욕탕이 있다. 작은 현관을 지나 한발자국 들어서면 다시 왼쪽 벽면에 주방이 붙어있고, 그 정면으로 1인용의 작은 침대가 놓여있다. 작은 냉장고와 책상까지 들어찬 원룸은, 사람 한명이 누우면 바닥이 가득찰만큼 좁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던지듯 시현이를 내팽겨쳤다. 강한 힘에 그대로 침대로 나가떨어진다. 진우의 손에 끌려잡혔던 머리가 산발이 되서 앞을 가렸다. 저도 모르게 자꾸 눈물이 솟는다.
"왜 그래, 응? .. 왜 그렇게 화 났는데..." 시현이가 애처로운 눈으로 쳐다봤지만, 묵묵부답이다. 돌아서서 문을 잠근다. 딸칵- 다시 익숙한 금속성 소리가 울러퍼졌다.
"벗어." 진우가 조용히 입술을 달짝 거린다.
한동안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던 시현이가 고개를 저었다.
"싫어..왜 그러는데... 이런 거 싫어...뭐 때문에 화난...."
"벗으라고, 이 씨발년아!!"
진우가 달려들어 몸부림치는 시현이의 멱살부위를 잡아 뜯었다. 검정색 코트 단추가 힘 없이 뜯겨나간다. 진우가 처음으로 선물한 코트라고 애지중지하던 옷이다.
시현이의 도움으로 체육관에 다니게 된 후, 6개월만에 관장과 담판을 지었다. "청소든, 뭐든 제가 다 할테니까, 공짜로 다니게 해주세요!" 그야말로 당돌한 요구였다. 지난 6개월간 피와 땀을 쏟으며 악바리로 운동하는 진우를 기특하게 여겼기에, 관장도 흔쾌히 허락했다. 그렇게 몇 년을 다니자, 누굴 가르칠만한 실력도 붙었다. 학생이었지만 틈나는대로 코치 역할을 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용돈 받지 않아도 될 만큼의 돈도 받았다. 그렇게 번 돈으로 시현이에게 처음 선물한 코트였다. 처음 코트를 사러 갔을 땐 아직 연인관계가 아니었기에, 쇼핑하는 내내 가슴이 쿵쾅거렸다. 진우와 둘이 다니는 걸 피하던 시현이도 그 날만큼은 마음껏 미소지었다.
"아악, 하지마...제발, 제발!!"
시현이의 애원에도 거침이 없다. 애정이 깊었던만큼 배신감이 뼈아팠다. 울며불며 소리치는 시현이의 모습도 일말의 동정심을 일으키지 못했다.
반항하는 시현이의 코트 앞섬을 벌리고, 카디건과 블라우스를 우악스럽게 잡아 뜯었다. 부우욱- 하는 소리와 함께 옷 어딘가 찢겨나가는 소리가 들리며, 단추가 튕기듯 떨어져 나간다. 시현이는 계속 진우의 손만 붙잡는다. 어떻게든 말려보려고, 어떻게든 멈춰보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다. 듬직하게 기대곤 했던 굵은 팔뚝은 집요하게 시현이의 가슴을 헤집는다. 이윽고, 브래지어만 남게 되자, 진우의 손이 시현이의 바지 춤을 붙잡는다.
"안돼!! 싫어!!"
바지를 붙잡는 진우의 손을 느끼자 시현이의 반항이 한층 거세진다. 팔을 붙잡고 매달리던 태도에서 벗어나, 진우를 밀어내고 발로 찬다. 절대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평소의 진우라면 걱정하지 않겠지만, 이성을 잃은 지금은 분명 속옷까지 벗길 것 같았다. 시현이의 거세진 반항에 따라 진우도 더욱 흥분했다. 차갑던 분노에 다시금 불이 붙는다.
시현이 몸 속으로 삽입하는 성우의 얼굴이 아른거리는 것 같다.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그 얼굴에 비열한 미소가 떠올라 있다. 마치 현장을 목격한 것처럼 생생한 장면이 떠오르자, 참을 수 없는 격한 흥분이 몸을 울린다.
"이 씨발 년, 씨발, 씨이--바알!!!!!"
연거푸 진우의 손이 내려쳤다. 손바닥으로 시현이의 얼굴과 상체를 후려갈긴다. 몇 달전, 미소를 강간하려던 돼지의 모습과 오버랩 된다.
진우가 이런 폭행을 할꺼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시현이는, 고스란히 손바닥을 맞았다. 고개가 돌아가고, 이곳 저곳으로 고통이 파고든다. "하윽-!, 악!!" 눈물로 범벅된 얼굴로 연거푸 손바닥이 날아온다.
한참을 내려치고나서 다시 시현이의 바지춤을 붙잡는다. 진우의 손을 말리는 시현이 손에 힘이 없다. 바지가 벗겨지고, 속옷이 드러난다. 검정색 비키니 팬티다. 일반 속옷 대신 비키니타입의 팬티를 입는 시현이는 평범한 디자인의 비키니를 구입한다. 색깔이야 조금 튀는 것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무난하고 평범한 디자인을 고른다.
시현이 몸에 브래지어와 셔츠, 팬티만 남자, 진우가 몸을 일으켰다.
진우가 바지를 벗는 사이 시현이는 침대 모퉁이 구석으로 몸을 붙였다. 이불을 그러모아 몸을 가리는 모양새가 애처롭다. 머리카락이 눈물과 콧물에 범벅돼 얼굴에 달라 붙는다.
"..제발...그만 해..제발...내가, 흑, 내가 잘..못했어...흐흑..진우야..제발.."
뭘 잘못 했는지도 모르지만, 손바닥을 싹싹 빌며 용서를 구한다. 진우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본 시현이는 겁에 잔뜩 질렸다. 온 몸이 벌벌 떨려, 손을 비비는 것도 힘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진우의 눈은 더 없이 차갑다. 평소 같으면 가슴 찢겨졌을 그 모습이 가증스럽게 비쳐진다. 오피스텔과 호텔에선 쩍쩍 벌어졌을 가랑이, 그 더럽고 추잡한 가랑이를 나한테는 못 벌려주겠다?, 마음이 한층 더 표독스러워진다. 성우의 자지를 받아들인 채 신음을 토해내는 시현이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잘못했어..잘못했어요...그만..흑..그만 해줘...제발.."
"니가 벗을래, 내가 벗길까?" 진우는 냉정하게 대꾸했다.
"싫어, 제발...제발..." 시현이가 미친듯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몸부림 친다.
꿈에서도 안기던 진우의 품이다. 꿈 속에 시현이는 음란한 표정으로 진우의 그것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럴 수 없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애널섹스는 그렇게 특이한 일은 아니다. 성적으로 개방된 일본이나 서양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대한민국에서조차 애널섹스를 즐기는 연인들이 늘어나고 있으니까. 하지만 시현이가 받아들이는 감정은 그저 "애널섹스"가 아니었다. 더럽다느니, 깨끗하다느니 그런 단순한 감정이 아니었다. 언젠가였던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한창 고민하던 시절, 도서관에서 봤던 그림과 글이 이런 행위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만들어냈다. 그림을 봤던 그 날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입으로 들어가는 족족, 입으로 토해져 나왔다.
그건 괴물이었다. 뿔이 한껏 뒤로 제껴져 솟아있는 산양의 대가리, 커다란 덩치에 달린 여성의 유방, 그 밑으로 달린 뱀의 머리를 한 남성의 성기, 꼬리는 하늘을 찌를듯 높았고, 다리는 기묘하게 구부러져 있었다.
이마에 오망성 별이 박혀있는 악마. 이교도 악마의 그림이었다. 시현이는 그 그림이 자신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커다랗게 출렁이는 유방과 없어야 할 곳에 달려있는 "그것"은 그 모습 그대로라고 생각했다. 아직 교회를 다니던 시절이었다. 다리가 후들거려 서있기가 어려웠다. 그 그림과 함께 시현이를 옭아매는 귀절이 있었다. 남자와 남자가 관계를 맺으면 둘 모두 쳐서 죽일 것이라는 성경 말씀. 그 말씀이 가슴을 후벼파던 날 생각했다. 절대로, 사랑하는 누구와도 관계 갖지 않겠다고. 타고난 육체야 어쩔 수 없겠지만, 그 육체로 사랑하는 사람까지 해칠 순 없다고.
깊은 자기혐오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 13살 시현이는 눈물을 흘리며 다짐했다. 왜 자꾸 진우의 얼굴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몸부림치는 시현이를 한참을 지켜보던 진우가 돌아섰다. 등을 보이는 진우를 보며 끝난건가, 하며 생각하자 다리에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끝나지 않았다. 진우가 주방 찬장을 열자, 곧이어 시퍼런 예기가 방안에 퍼진다. 과일도 깍고, 요리도 하는 조금 작은 사이즈의 다용도 식칼이었다. 몇 번인가 진우와 함께 과일을 깍아먹던 그 칼이, 전혀 다른 빛으로 번쩍거렸다.
"진...진..우야....."
벌써부터 부들부들 떨던 시현이는 말을 잇기 힘든 듯 더듬거렸다. 식칼을 든 진우가 거침없이 다가왔다.
칼을 보고 몸이 굳은 시현이의 손을 잡고, 칼을 쥐어준다.
"싫으면 찔러." 시현이가 고개를 들어 진우의 눈을 쳐다본다. "진짜 싫으면 찌르라고. 여길 찔러. 내가 싫거든 여길 그냥 찔러." 진우의 눈동자 속에 파르스름한 불빛이 보이는 것 같다.
세상에 태어나 유일하게 가진 가족이었다. 유일하게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가족, 그리고 그 중 특히 사랑하게 된 여자였다. 남들과는 다른 깊은 아픔을 가졌기에 더욱 많이 사랑해주고 싶었던 여자. 아직 어린 진우였지만, 확고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시현이와는 달리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이 없는 진우였지만, 시현이와 함께하는 가정이라면 꾸리고 싶었다. 진우를 닮은 아기를 가질 순 없겠지만, 그런 것엔 관심도 없었다.
그래서 더 아팠다. 단순하게 만나 사랑을 하고 헤어져도 가슴 아파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있다. 하물며 진우에게 시현이는 세상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존재였다. 인생이자 목표였고, 의미이자 버팀목이며, 원동력이었다.
열등감과 사랑, 분노와 슬픔, 배신감과 절망감이 강렬하게 버무려진 진우의 상태는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섹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던 섹스. 그 섹스로 다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뒤에 어떻게 될까 따위는 떠올릴 수 없었다. 성욕의 범주를 넘어서는 섹스.
칼을 손에 쥐어준 진우의 손이 다시 거칠어진다.
"하..하지마, 제발, 제발!! 아아악!!!" 시현이의 절규를 뿌리치고, 팬티를 끌어내렸다. 시현이가 칼을 내던지고 두 손으로 팬티를 그러잡는다. 땅그랑- 날카로운 듯 무딘 금속성을 내며 칼이 침대 밑으로 떨어졌다.
애초부터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칼로 진우를 찌르라니. 어떤 일을 당해도 그런 짓은 할 수 없었다. 자기 자신보다 진우를 더 사랑했다. 심장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심장이라도 꺼내 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나 소중한 사람이였기에, 더욱 격렬하게 섹스를 거부했다. 죄악의 섹스. 그 죄는 혼자 안고 가고 싶었다.
뿌드득- 비키니팬티가 비명을 지르며 찢어진다.
"아악, 보지마!!!!!!!!!!!!!!!!"
시현이가 절규하며 "그것"을 가렸다. 진우의 손이 우악스럽게 팔을 치우자, 허벅지를 꼬아 가린다. 온 힘을 다한 몸부림이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한 손으로 시현이의 두 손을 제압하고, 다른 손으로 시현이의 다리를 벌리며 자신의 다리를 비집어 넣었다. 진우의 무릎에 깔린 다리가 옴짝달싹도 하지 못한다. 결국, 실오라기 하나 없이 진우의 눈 앞에 그것을 드러내고 말았다.
"보지마, 보지마..흐흑, 제발...보지마.."
시현이의 손이 갈 곳을 잃고 맴돈다. 얼굴을 가려야 할지, 아래를 가려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진우는 오랜만에 시현이의 "그것"을 보았다. 어린 시절 함께 목욕할때는 자주 보기도 했다. 그때처럼 작았다. 누가 이걸보며 남자의 성기를 떠올릴까. 언젠가 봤던 서양 여자의 사진이 떠올랐다. 클리토리스 부분이 심하게 비대해져 남자의 자지처럼 보이던 여자였다. 치부를 노출한 시현이의 몸이 파르르- 떨린다. 진우의 시선을 느끼며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았다.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윽!" 시현이가 황급히 진우 머리를 밀어내려 한다. 진우의 입술이 시현이의 "그것"을 물었다. 워낙에 민감한 곳이었기에 날카로운 쾌감이 찌르르- 울린다. 떼어내기 위해 몸을 비틀어보지만, 가랑이에 고개를 박은 채 떨어지지 않는다. "츄릅, 츄르흡" 거침없이 그곳을 애무한다. 양 손으로 시현이의 허벅지를 단단하게 붙잡은 채 계속해서 혀를 놀린다. "아흑, 으으흑...제발...." 비명과 교성이 합쳐진 신음이 시현이에 입을 삐져나온다. 기분이 좋다기보다는 불쾌하리만큼 민감했다. 자꾸 진우를 밀어내보지만 이제는 의미없는 몸부림일 뿐이다.
한참을 애무하던 진우가 입을 떼고 상체를 일으켰다. 진우의 눈을 보며 다음에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있었다. "..제발..." 한층 힘이 빠진 목소리로 애원해보지만, 그대로 진우에 의해 몸이 뒤집힌다. 장난감 다루듯 시현이를 뒤집고, 허리를 잡아 올렸다. 시현이의 반항은 "그것"을 애무당한 뒤로 눈에 띄게 약해졌다. 이제 시현이는 엉덩이가 높게 들어올려진 채, 침대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그 새끼랑 하니까 좋았어?"
진우의 목소리가 표정없이 울린다.
"아니야...아니야...그런거 아니야..."
"그 새끼가 여기 빨아주니까 좋았어?"
"아흑"
진우의 손이 거침없이 시현이의 애널을 애무한다. 사랑스럽다기보다는 난폭에 가까운 손놀림이다.
"그 새끼가 여기 쑤시니까 좋았어?!"
진우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아흑, 그 런적 없어...정..아-ㄱ..말...이야..아으으윽!!"
애널 주위를 유린하던 진우의 손가락이 중심부를 파고들었다. 시현이의 목소리는 더 이상 진우의 귀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 같다. 그저 벌개진 얼굴로 시현이의 애널을 괴롭힌다. 생전 처음 겪는 잔인한 유린 앞에 시현이의 하체가 부들부들 떨린다.
손가락을 빼고 몸을 숙여 뒤에서 시현이를 안는다. 노출된 진우의 자지가 시현이의 엉덩이를 압박한다. 아직까지 입고 있는 브래지어를 위로 제치며 강하게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악.....아파아...."
"그 새끼가 여기도 주물렀어? 여기도 빨고?" 손가락이 젖꼭지를 꼬집는다. 진우에게 길들여진 젖꼭지가 발딱 서버린다.
"창녀같은 년, 이런 상황에서도 꼭지 서는 거 봐라. 그래, 넌 원래 그런 년이야." 진우의 광기는 절정에 다달았다. 그런 폭언을 듣자 서러워서 눈물이 난다. 억울했다. 성에 눈 뜰 시기부터 진우를 상상하며 자위했다. 진우와 그런 관계가 된 후부터는 매일 같이 진우에게 애무당하던 젖꼭지였다. 진우의 손길에 반응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니야...아니야...아니,으흑,야.." 침대에 쳐박은 고개를 세차게 휘젓자 머리카락이 침대 위에 널브러진다.
"뭐라고 하디? 맛있대? 색달라서 좋대?"
"제발....진우야...."
진우가 상체를 들어올렸다. 다시 시현이의 엉덩이를 붙잡은 채 뒤에서 내려다보는 모양새가 됐다.
"개같은 년.........."
진우가 시현이의 애널에 자지를 갖다댔다.
"개같은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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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부터 종교적 관점을 포함했던 글이었기에 고민했습니다만, 적당한 선에서 삽입하기로 했습니다. 이것 때문에 8천자 분량을 폐기시켰....
조회수는 점점 떨어지는 것 같지만, 어쩌겠습니까. 제 부족함이지요.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빠짝 조여봅니다.
읽어주시고 추천,댓글,쪽지 주시는 분들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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