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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삶[과거] - 프롤로그14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3 22:23 1,132회 0건
오랫만에 글올립니다.

몇개월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오늘 분량을 다올리고 제대로 사과 드리겠습니다 ㅠ_ㅠ





잠이 들지 않는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초등학교 6학년인 나에게는 늦은시간이지만, 침대에 누운지 6시간이나 지났음에도

전혀 자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마치 몇년전 엄마몰래 커피를 먹고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학교에서 하루동안 죽은듯이 잔 그날의 기분처럼

내눈은 좀처럼 감기질 못했다.

작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가로등불빛은 어둠에 익숙해진 내눈을 파고 들어와

해가 뜨려면 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았건만

내 방의 물건들을 비춰주고 있었다.



내일... 아니 오늘은 선생님과 약속한 그날이었다.



혹시나는 역시나가 되었다.

밤에 잠을 못이뤘다곤 하지만 피곤하지 않은건 아니었고

새벽빛이 하늘을 채울때 잠시 눈을 감았던 나는

아침에 엄마가 깨우는 소리에 허둥지둥 일어나 시계를 보았다.

-7시 30분-

8시 30분 까지 등교이니 늦지는 않았지만, 일찍출근하시는 아버지와 함께 아침을 먹는것이

세식구 밖에 없는 우리집에 있어서는 하나의 즐거움이었고 부모님에 대한 예의였다.



물론 5분이 아까운 아침잠을 못자고 일어나 밥을 먹는것이 귀찮아서

반항한적도 여러번 있지만, 아침밥을 먹을때면 언제나 날보며 미소지으시는 아빠를 보면

싫지만은 않았다.



머리는 감지 않고 대충 세수정도만 한후에 식탁에 앉았다.

아빠는 나를 기다리셨는지 신문을 보시다가 내가 자리에 앉자 언제나의 웃음으로 나를 맞으며

신문을 접으시곤 젓가락을 집으셨다.


"무슨일이야 늦잠을 다자고..."


국을 담은 그릇을 쟁반에 담아 들고오던 엄마가 나에게 물었다.

큰그릇 두개와 작은그릇 하나에 담겨진 계란국 냄새가 식탁을 가득채우자

아빠는 젓가락으로 멸치조림을 집어 내 밥그릇에 올려주고는 국을 한숟갈 드셨다.


"뭐 그럴수도 있지... 안그러냐?"


"...네"


"괜찮아. 원래 아빠도 네 나이땐 지치도록 뛰어놀다가 하루종일 잔적도 한두번이 아니거든.

남자아이는 원래 그런거다."


아버지는 졸려서 눈도 제대로 못뜨는 나를 보시더니

이내 미소를 띄시며 밥을 한숟가락 드셨다.

엄마도 나와 아빠를 번갈아 가며 보며 어쩔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빠 옆에 앉았다.


아빠는 담배를 피신다.

아침식사후엔 거의 무조건이라고 할정도로 식사가 끝나자 마자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 한개비를 입에 물고는 곧장 현관문으로 나서신다.


"일찍와요. 딴데로 새지말고."


"누가 딴데로 샌다 그래 다 일이라니깐."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 언제나 이 대화였다.

아니 훨씬 전부터 였을지도 모른다.

조금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언제나 이런대화로 엄마는 아빠를 보내곤 했다.

아빠는 언제나처럼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며 엄마에게 대꾸한다.


"음... 우리 성진이도 학교 잘가고, 재밌게 놀아라."


"네."


"근데 성진이 점점 여자애를 닮아간단 말야... 엄마를 닮아서 그런가?

엄마를 닮지말고 아빠를 닮으란 말야. 남자답게! 응? 머리도 좀 자르고.

내년이면 어차피 머리를 짧게 잘라야 할텐데 말야."


아빠는 내 긴 머리를 흐트러 뜨리며 구두를 신고는 현관문을 여셨다.

-차악!

언제나 였다.

현관문을 나서며 일회용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이는 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마중나가는 엄마와 그사이로 보이는 희뿌연 담배연기.

예외가 있다면 방금 아빠가 하신 그 말씀이었다.


나는... 여자애를 닮아가고 있었다.


학교는 멀지 않기 때문에 지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통아이들이 등교하는 시간에 등교한것일 뿐이다.

평소에 나는 8시면 학교에 도착했다.

딱히 할일도 없고 그 시간엔 교실에 있는 아이도 없었지만,

아침마다 일찍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나서도 딱히 할것이 없었기 때문에

이 시간에 등교한적은 거의 없었다.


덕분에 만년 개근이었고 학년말엔 언제나 성실하다는 어귀가 들어가있는

생활기록부를 받아 부모님께 보여드렸다.


반에 들어가자 내 옆자리엔 경현이가 앉아 앞자리의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있는데 말야, 그놈이... 얼라? 성진아 오늘 좀 늦었다?"


경현이는 나를 보고는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내가 경현이보다 늦게 교실에 들어온적은 없으니 이런반응은 처음이었다.

나는 싱긋웃어주며 경현이옆에 앉았고 경현이는 나를 향해 씨익 웃더니

계속해서 앞자리의 아이와 이야기를 계속했다.


누가 재수가 없네, 누가 몇반 짱이라던가 주로 그런 이야기 였다.

관심도 없었고, 나에겐 재미없는 내용이라 그냥 책상위에 엎드려 눈을 감았다.


"야, 성진이 아픈가봐?"


"어? 그런가? 성진아 아퍼?"


앞자리의 아이가 운을 띄우자 경현이는 내가 책상위에 엎드린 모습을 보더니 나에게 말을걸었다.

나는 그냥 어제 밤에 잠을 못잤다고 대꾸한뒤 다시 책상에 엎드려 눈을 감았다.


"근데 성진이 점점 여자애를 닮아간단 말야... 엄마를 닮아서 그런가?

엄마를 닮지말고 아빠를 닮으란 말야. 남자답게! 응? 머리도 좀 자르고.

내년이면 어차피 머리를 짧게 잘라야 할텐데 말야."


점점 여자애를 닮아간다...

아빠가 그랬다.

남자 치곤 긴 머리를 자르라는 말을 띄우기 위해 말한 빈말일수도 있겠지만,

그말은 왠지 나에게 기쁨을 주었다.

정말 인가?



"성진이 자나봐?"


"냅둬. 좀있다가 선생님오시면 깨우자. 어제 잠을 못잤다잖아."


"많이 피곤한가? 근데 성진이 자는 뒷모습말야 여자애 같지 않아? 머리도 길고."



정신이 확들었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고 그냥 자리에 엎드려있었다.

소심해서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싶기도 했다.


"뭐.. 일단 나왔으니까 하는말인데. 머리만 긴게 아니라 얼굴도 여자애 같잖아?

예전엔 안그랬는데 요즘들어 점점 그러드라...

머리는 길지 얼굴은 예쁘지 피부는 하얗지... 앵간한 여자애들보다 예쁜것 같은데?"


"경현이 이놈... 여자친구도 있으면서..."


"야 임마 그게 무슨상관이야? 그냥 친구로서 예쁘게 생겼다고 이야기 하는건데.

난 성진이랑 진짜로 친한 친구라고!"


"윽! 너 호모지?"


"뭐래... 이자식... ..."


경현이와 앞자리 아이는 아마도 학원이나 중학교 형들에게서 배운듯한 욕을 쓰며

대화를 나눴지만 주위에선 별로 신경쓰지 않았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 였다.

다만 내가 신경쓰는건 경현이 까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것. 그뿐이었다.



한참을 생각하던중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 오셨다.

그러자 순식간에 교실은 조용해졌고 서로 마음에도 없는 죽이네 살리네 했던

경현이와 앞자리 아이도 조용해졌다.

나도 눈을뜨고 일어나 주위를 보자 교실은 아이들로 꽉차있었고

소근대는 소리외에는 어떤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선생님에게로 눈을 돌렸고

선생님은 내쪽을 한참 쳐다보다가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

간단한 조회를 하고는 다시 교무실로 돌아가셨다.


9시 10분까지 거의 20분동안의 쉬는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다시 제각각의 입담을 펼쳤고

교실은 다시 시끄러워 졌다.

그리고 나는 다시 엎드려 경현이와 아빠가 말한 말을 곱씹어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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