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트랜스젠더/SM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께는 이 글을 권하지 않습니다.
"이게 그 칼이란 말이지? 흐음... 이름이 뭐라고? 카타나?"
라인츠는 아라크란드를 붙잡고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쉽게 부러질만한 무기같지는 않아보였다.
그러면서도 무게중심이 딱 맞는것이 카타나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는
라인츠에게 조차도 명검이라는 느낌이 왔다.
"명칭이 카타나! 이름은 아라크란드야!"
"아라크란드? 아~ 아라감아저씨가 만들어서 그렇구만? 여튼 꽤 좋아보이는 칼인데?
좋은무기를 얻은건 축하하는 바이긴 한데...
도대체 이걸로 뭘하려고? 왜 만들어 달라고 그런거야? 장식은 아닐테고..."
라인츠는 아라크란드를 이리저리 살펴보다 이마르에게 돌려주면서 말했다.
위험한일을 스스로 행하지 않는다면 평화롭기 그지 없는 사막에서는 이토록 좋은 칼은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만약 위험이 닥친다고 해도, 이렇게 특이한 모양의 칼보다는 사막의 특성상
시미터가 오히려 더 좋았다.
"원래는... 이게 내 손에 들어오면 옛기억과 부모님을 찾으려 여행을 떠나려 했어...
호신용 무기는 꼭 필요한 거라서 카타나 라는걸 만들게 되었고 말야...
하지만 이젠 그럴필요가 없어졌어."
이마르는 원래 칼을 만들고 나면 자신을 낳은 부모를 찾으려고 하였다.
어떤 사고로인해 사막 한가운데에 떨어졌는지는 몰라도, 자신의 피부색으로 보아
사막인은 아닐것이 분명했다.
물론 허울좋은 핑계였다.
본심은 부모를 찾는다는 핑계로 책에서 보던 대륙으로 가려고 하였다.
넓은 땅과 많은 사람을 보고싶었고, 엘프나 수인족 드워프와 같은 유사인종또한 만나보고 싶었다.
"음? 그럴 필요가 없다니? 예전 기억이라도 돌아온거야?"
"아~ 니~"
화색을 띄었던 라인츠의 안색이 약간 아쉬운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마르는 그런 라인츠의 모습을 보며 빙긋웃었다.
14살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어린아이의 티를 벗지 못한듯
표정만으로도 지금의 기분을 충분히 눈치챌수 있었다.
물론, 라인츠라고 예전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는 사막의 태양에도 꿈쩍없을것 같은 라인츠였지만
이마르와 만난뒤로는 성격이 점점 밝아지더니
이제는 말도 많고 표정변화도 자연스럽게 변해 버렸다.
그것을 알리없는 이마르는 그저 라인츠의 모습이 귀엽게만 느껴졌을 뿐이었다.
"황립학교에 갈거야."
"뭐!? 뭐라고!?"
"황립학교에 갈거라고. 아아~ 너의 설명은 벌써 세번이나 들어서 알고있어. 또 다시 들었다간 정신이 혼미해 질거야.
여튼 난 황립학교에 입학할거야. 그러면서 대륙을 경험해 보고싶다고. 알아들었어? 오늘 밤에 출발할거야.
낙타도 두마리나 준비했고. 당분간 먹을 물과 식량도 모두 준비해놨거든."
이마르는 칼을 들어 칼끝으로 자신의 방을 가리켰다.
아마 며칠동안 이마르가 목검을 휘두르지 않는시간은 밖에만 있었던것이
아무래도 여행 물품을 구비하느라 그랬던 것 같았다.
"하,하지만..."
"아~ 벌써 정신이 혼미해 지려고해...
너무 갑작스러운건 나도 알아.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신세를 질수는 없잖아?
그동안 마리아 아주머니께도 신세 많이졌고,
아라감아저씨, 족장님, 부족장님, 뮬란드아저씨, 시산아저씨... 어휴, 꽤많군.
여튼, 더이상 신세지기 싫어서라도 난 황립학교로 들어갈거야.
시험만 통과하면 몇년동안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잖아?"
"니가 거지냐..."
라인츠는 정신없이 이어지는 이마르의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다가
공짜로 몇년간 생활하게 해준다는말에 겨우 한마디 대답밖에 할수없었다.
그러자 이마르는 깔깔대며 웃더니 배를 잡으며 입을열었다.
"하하하. 원래 거지였는데 뭘 그래? 집없고 부모없고 돈없는 갈데없는 거지였잖아. 그런 나를 구해주긴 했지만
원래 구해준건 내가 라인츠라는 꼬마아이를 구해준게 먼저였지? 그때 바닥에 주저앉아 찍소리도 못하던게
어떻게 오줌은 안지렸는지 몰라~ 오줌지렸으면 업고올생각 안했을텐데 말야."
"야!!!"
"아하하~ 저 화내는 것좀봐. 농담이야. 여튼 난 오늘 저녁에 출발할거야. 넌 가고싶지 않다고 했지?
이거 어쩌니~ 난 마리아 아주머니랑 족장님에게도 모두 말했는데 말야. 모두 허락해 주셨다구."
"뭐!? 어머니가?"
"응. 언제고 좋으니까 돌아와서 얼굴정도는 비추라고 하시던데?"
"..."
라인츠에게 그날의 태양은 너무도 짧았다.
이마르와 말싸움한것이 방금전 같은데 잠깐 멍하게 있던사이
태양은 지고 동쪽으로 달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라인츠는 멍하게 있다가 갑자기 어두운 집안을 보고는 정신을 차렸다.
그다지 밝지않은 달빛은 그다지 훌륭한 조명거리가 되진 못했다.
"제...제기랄!"
라인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박차고 나갔다.
라인츠가 없는 집안을 고요한 달빛만이 서서히 채워 나가고 있었다.
이마르는 방문을 열고 나왔다.
어두컴컴한것이 라인츠도, 마리아 아주머니도 나가서 돌아오지 않은듯했다.
창날처럼 옷을 파고드는 따가운 햇살아래서 이동하는것은 낙타에게나 이마르에게나 고역이었다.
일정한 지도도 없이 태양의 위치로만 방향을 짐작하고 이동해야 한다면 차라리 추운밤중에 이동하는것이
오히려 힘을 비축하면서 사막을 이동할수 있는 일이었다.
비록 사막에도 야행성 몬스터가 있긴하지만,
적어도 피할래야 피할수도 없는 태양아래에 뜨거운 햇빛에 타죽지는 않을테니
언제나 위험한 사막에서는 그나마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런 이유로 밤에 이동하기위해 잠깐 눈을 붙인사이
집안에는 시끄러운 라인츠도, 늘 따뜻하게 노살펴주던 마리아 아주머니도
어디로 나간건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래... 혼자였지... 언제나..."
이마르는 자신이 이치마루라 불릴때의 기억을 꺼집어 내었다.
매일같이 홀로 수련을 하던 자신을 묵묵히 지켜보던 아버지는
자신이 철이들기 시작할때부터 자신에게 검술을 알려주는시간을 제외하고는 눈을 마주칠 기회조차 없었다.
그런 아버지가 죽고난후,
이마르는 자신을 따르는 부하들을 두었지만
이번에는 이마르가 그들에게 명령을 내릴때를 제외하고는 부하들을 보지 않았다.
당시엔 언제죽을지 모르는 부하들에게 정을 주기 싫어서 였다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밖에 결론이 나지 않았다.
눈에 들려고 애써도 시선을 주지않던 노부나가도 생각이 났다.
주군으로 모시며 살아왔건만, 그는 자신에게까지 시선을 줄정도로 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 혼자였어..."
하지만 그때 이마르의 머릿속을 헤집는 하나의 인영이 떠올랐다.
늘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녀 얼굴조차 볼수없었던,
자신을 소리없이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며
마지막에는 자신을 대신에 수많은 화살을 맞은 그 녀석이 생각났다.
"쿠로이치 녀석만 빼고..."
이마르의 머릿속엔 잠시 잊고 있었던 쿠로이치의 모습이 생각났다.
다음세상에도 같이하고싶은 녀석이라고 생각했던 쿠로이치...
별다른 배경이없었던 자신을 따른 녀석이었지만,
그 모습에 언제나 감사했었다.
"그 녀석은 어떤세상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마르는 한참동안 쿠로이치를 회상하며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시선을 돌려 자신의 방문앞에 놓여져 있는 두개의 큰가방을 보았다.
안에는 건량과 대륙의 지도, 그리고 약간의 생활도구만이 들어있었다.
"그 녀석은 잘지낼거야. 나도 새로운 삶을 살아야지!"
이마르는 두개의 가방을 각각 한어깨에 둘러메었다.
묵직했지만 발걸음만은 가볍기 그지없었다.
라인츠는 카타나를 한손에 움켜쥐고는 자신의 방을 쳐다보았다.
4년전 자신이 이집에 들어오면서부터 썼던 원래는 창고로 쓰이던 방이었다.
창고로 쓰였다고는 하지만 넓찍한 크기라서 침대하나를 놓으니 라인츠가 어릴때부터 사용했다던 방보다
더 좋은 방이 되어 라인츠는 언제나 자신의 방을 부러워 했었다.
"고맙습니다. 마리아 아주머니."
이마르는 자신의 방에서 눈을 돌려 거실로 나왔다.
그다지 크진 않지만 언제나 셋이서 같이 저녁식사를 하던 테이블에는
의자 세개가 놓여져 있었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앉아 식사를 했기때문인지 몰라도
이따금 라인츠의 자리에 앉을때면 불편한 느낌도 들었었다.
"라인츠녀석... 그렇게 책을 보니..."
이마르는 유독 낡아버린 라인츠의 의자를 쓰다듬었다.
가만히 냅두면 하루종일 의자에앉아 책을 보는 라인츠덕택에
세개의 의자중 제일 낡아버려 몇번이나 수리를 한 의자였다.
"고마웠다."
이마르는 속으로 라인츠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대문을 열었다.
차가운 사막의 밤공기가 이마르의 몸을 감싸자
이마르의 눈에선 한두방울 눈물이 고여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게 그 칼이란 말이지? 흐음... 이름이 뭐라고? 카타나?"
라인츠는 아라크란드를 붙잡고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쉽게 부러질만한 무기같지는 않아보였다.
그러면서도 무게중심이 딱 맞는것이 카타나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는
라인츠에게 조차도 명검이라는 느낌이 왔다.
"명칭이 카타나! 이름은 아라크란드야!"
"아라크란드? 아~ 아라감아저씨가 만들어서 그렇구만? 여튼 꽤 좋아보이는 칼인데?
좋은무기를 얻은건 축하하는 바이긴 한데...
도대체 이걸로 뭘하려고? 왜 만들어 달라고 그런거야? 장식은 아닐테고..."
라인츠는 아라크란드를 이리저리 살펴보다 이마르에게 돌려주면서 말했다.
위험한일을 스스로 행하지 않는다면 평화롭기 그지 없는 사막에서는 이토록 좋은 칼은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만약 위험이 닥친다고 해도, 이렇게 특이한 모양의 칼보다는 사막의 특성상
시미터가 오히려 더 좋았다.
"원래는... 이게 내 손에 들어오면 옛기억과 부모님을 찾으려 여행을 떠나려 했어...
호신용 무기는 꼭 필요한 거라서 카타나 라는걸 만들게 되었고 말야...
하지만 이젠 그럴필요가 없어졌어."
이마르는 원래 칼을 만들고 나면 자신을 낳은 부모를 찾으려고 하였다.
어떤 사고로인해 사막 한가운데에 떨어졌는지는 몰라도, 자신의 피부색으로 보아
사막인은 아닐것이 분명했다.
물론 허울좋은 핑계였다.
본심은 부모를 찾는다는 핑계로 책에서 보던 대륙으로 가려고 하였다.
넓은 땅과 많은 사람을 보고싶었고, 엘프나 수인족 드워프와 같은 유사인종또한 만나보고 싶었다.
"음? 그럴 필요가 없다니? 예전 기억이라도 돌아온거야?"
"아~ 니~"
화색을 띄었던 라인츠의 안색이 약간 아쉬운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마르는 그런 라인츠의 모습을 보며 빙긋웃었다.
14살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어린아이의 티를 벗지 못한듯
표정만으로도 지금의 기분을 충분히 눈치챌수 있었다.
물론, 라인츠라고 예전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는 사막의 태양에도 꿈쩍없을것 같은 라인츠였지만
이마르와 만난뒤로는 성격이 점점 밝아지더니
이제는 말도 많고 표정변화도 자연스럽게 변해 버렸다.
그것을 알리없는 이마르는 그저 라인츠의 모습이 귀엽게만 느껴졌을 뿐이었다.
"황립학교에 갈거야."
"뭐!? 뭐라고!?"
"황립학교에 갈거라고. 아아~ 너의 설명은 벌써 세번이나 들어서 알고있어. 또 다시 들었다간 정신이 혼미해 질거야.
여튼 난 황립학교에 입학할거야. 그러면서 대륙을 경험해 보고싶다고. 알아들었어? 오늘 밤에 출발할거야.
낙타도 두마리나 준비했고. 당분간 먹을 물과 식량도 모두 준비해놨거든."
이마르는 칼을 들어 칼끝으로 자신의 방을 가리켰다.
아마 며칠동안 이마르가 목검을 휘두르지 않는시간은 밖에만 있었던것이
아무래도 여행 물품을 구비하느라 그랬던 것 같았다.
"하,하지만..."
"아~ 벌써 정신이 혼미해 지려고해...
너무 갑작스러운건 나도 알아.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신세를 질수는 없잖아?
그동안 마리아 아주머니께도 신세 많이졌고,
아라감아저씨, 족장님, 부족장님, 뮬란드아저씨, 시산아저씨... 어휴, 꽤많군.
여튼, 더이상 신세지기 싫어서라도 난 황립학교로 들어갈거야.
시험만 통과하면 몇년동안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잖아?"
"니가 거지냐..."
라인츠는 정신없이 이어지는 이마르의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다가
공짜로 몇년간 생활하게 해준다는말에 겨우 한마디 대답밖에 할수없었다.
그러자 이마르는 깔깔대며 웃더니 배를 잡으며 입을열었다.
"하하하. 원래 거지였는데 뭘 그래? 집없고 부모없고 돈없는 갈데없는 거지였잖아. 그런 나를 구해주긴 했지만
원래 구해준건 내가 라인츠라는 꼬마아이를 구해준게 먼저였지? 그때 바닥에 주저앉아 찍소리도 못하던게
어떻게 오줌은 안지렸는지 몰라~ 오줌지렸으면 업고올생각 안했을텐데 말야."
"야!!!"
"아하하~ 저 화내는 것좀봐. 농담이야. 여튼 난 오늘 저녁에 출발할거야. 넌 가고싶지 않다고 했지?
이거 어쩌니~ 난 마리아 아주머니랑 족장님에게도 모두 말했는데 말야. 모두 허락해 주셨다구."
"뭐!? 어머니가?"
"응. 언제고 좋으니까 돌아와서 얼굴정도는 비추라고 하시던데?"
"..."
라인츠에게 그날의 태양은 너무도 짧았다.
이마르와 말싸움한것이 방금전 같은데 잠깐 멍하게 있던사이
태양은 지고 동쪽으로 달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라인츠는 멍하게 있다가 갑자기 어두운 집안을 보고는 정신을 차렸다.
그다지 밝지않은 달빛은 그다지 훌륭한 조명거리가 되진 못했다.
"제...제기랄!"
라인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박차고 나갔다.
라인츠가 없는 집안을 고요한 달빛만이 서서히 채워 나가고 있었다.
이마르는 방문을 열고 나왔다.
어두컴컴한것이 라인츠도, 마리아 아주머니도 나가서 돌아오지 않은듯했다.
창날처럼 옷을 파고드는 따가운 햇살아래서 이동하는것은 낙타에게나 이마르에게나 고역이었다.
일정한 지도도 없이 태양의 위치로만 방향을 짐작하고 이동해야 한다면 차라리 추운밤중에 이동하는것이
오히려 힘을 비축하면서 사막을 이동할수 있는 일이었다.
비록 사막에도 야행성 몬스터가 있긴하지만,
적어도 피할래야 피할수도 없는 태양아래에 뜨거운 햇빛에 타죽지는 않을테니
언제나 위험한 사막에서는 그나마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런 이유로 밤에 이동하기위해 잠깐 눈을 붙인사이
집안에는 시끄러운 라인츠도, 늘 따뜻하게 노살펴주던 마리아 아주머니도
어디로 나간건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래... 혼자였지... 언제나..."
이마르는 자신이 이치마루라 불릴때의 기억을 꺼집어 내었다.
매일같이 홀로 수련을 하던 자신을 묵묵히 지켜보던 아버지는
자신이 철이들기 시작할때부터 자신에게 검술을 알려주는시간을 제외하고는 눈을 마주칠 기회조차 없었다.
그런 아버지가 죽고난후,
이마르는 자신을 따르는 부하들을 두었지만
이번에는 이마르가 그들에게 명령을 내릴때를 제외하고는 부하들을 보지 않았다.
당시엔 언제죽을지 모르는 부하들에게 정을 주기 싫어서 였다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밖에 결론이 나지 않았다.
눈에 들려고 애써도 시선을 주지않던 노부나가도 생각이 났다.
주군으로 모시며 살아왔건만, 그는 자신에게까지 시선을 줄정도로 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 혼자였어..."
하지만 그때 이마르의 머릿속을 헤집는 하나의 인영이 떠올랐다.
늘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녀 얼굴조차 볼수없었던,
자신을 소리없이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며
마지막에는 자신을 대신에 수많은 화살을 맞은 그 녀석이 생각났다.
"쿠로이치 녀석만 빼고..."
이마르의 머릿속엔 잠시 잊고 있었던 쿠로이치의 모습이 생각났다.
다음세상에도 같이하고싶은 녀석이라고 생각했던 쿠로이치...
별다른 배경이없었던 자신을 따른 녀석이었지만,
그 모습에 언제나 감사했었다.
"그 녀석은 어떤세상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마르는 한참동안 쿠로이치를 회상하며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시선을 돌려 자신의 방문앞에 놓여져 있는 두개의 큰가방을 보았다.
안에는 건량과 대륙의 지도, 그리고 약간의 생활도구만이 들어있었다.
"그 녀석은 잘지낼거야. 나도 새로운 삶을 살아야지!"
이마르는 두개의 가방을 각각 한어깨에 둘러메었다.
묵직했지만 발걸음만은 가볍기 그지없었다.
라인츠는 카타나를 한손에 움켜쥐고는 자신의 방을 쳐다보았다.
4년전 자신이 이집에 들어오면서부터 썼던 원래는 창고로 쓰이던 방이었다.
창고로 쓰였다고는 하지만 넓찍한 크기라서 침대하나를 놓으니 라인츠가 어릴때부터 사용했다던 방보다
더 좋은 방이 되어 라인츠는 언제나 자신의 방을 부러워 했었다.
"고맙습니다. 마리아 아주머니."
이마르는 자신의 방에서 눈을 돌려 거실로 나왔다.
그다지 크진 않지만 언제나 셋이서 같이 저녁식사를 하던 테이블에는
의자 세개가 놓여져 있었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앉아 식사를 했기때문인지 몰라도
이따금 라인츠의 자리에 앉을때면 불편한 느낌도 들었었다.
"라인츠녀석... 그렇게 책을 보니..."
이마르는 유독 낡아버린 라인츠의 의자를 쓰다듬었다.
가만히 냅두면 하루종일 의자에앉아 책을 보는 라인츠덕택에
세개의 의자중 제일 낡아버려 몇번이나 수리를 한 의자였다.
"고마웠다."
이마르는 속으로 라인츠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대문을 열었다.
차가운 사막의 밤공기가 이마르의 몸을 감싸자
이마르의 눈에선 한두방울 눈물이 고여 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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