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트랜스젠더/SM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께는 이 글을 권하지 않습니다.
"황립 학교...라. 귀족들이 모인다 이말이지...?"
이마르는 방문을 닫고 문에 기대며 미소를 지었다.
노부나가의 밑에서 아무리 공을세워도 올라가지 않던 계급과 직위...
그 계급과 직위가 그 당시의 이마르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마르는 오로지 자신의 충성심과 능력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저지른 급습작전은 성공했지만,
결국 자신에게는 남은게 없었다.
"새로운 삶... 새로운 인생이다... 내 모습을... 내가 싸웠다는것을. 내가 노력했다는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
이마르는 주먹을 불끈쥐었다.
약해보이기 그지없는 주먹이었지만 적어도 긍지라는 것이 담겨있는 주먹이었다.
싸움을 했던자로써... 승리한자로써... 최고의 영광을 만끽하고 싶었다.
커다란 금덩어리나 보석이 아닌, 만 천하에 이름이 알려진다면, 승리한 장수로 역사에 기록된다면,
그것이 싸움을 이끌고 피가 홍수를 이루는 전장터에서 승리한자에게는 최고의 영광이었다.
"이번엔... 그렇게 쉽게... 그렇게 바보같은 삶을 누리고 싶지 않아..."
어느새 져버린 태양대신 은은한 달빛이 등불을 켜지 않은 이마르의 방을
은색으로 가득 채우며 주먹을 불끈쥔 이마르의 모습을 비춰주고 있었다.
두달이 지났다.
이마르는 아침일찍 부터 뒤뜰에서 목검을 잡고 휘두르고 있었다.
손잡이 부분은 칠이 다 벗겨져 누런 나무 색을 띄고 있는 낡아버린 목검이었지만
이마르가 목검을 휘두를때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아침 공기를 가르고 있었다.
아직 찬기운이 남아 있는 사막인데도
이마르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야... 안춥냐? 해뜬지 5분도 안됐는데 밖에서 이러고 있어..."
라인츠는 아직채 씻지도 않았는지 눌린 머리를 긁적이며 하품을 하였다.
하지만 이마르는 그런 라인츠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쉴새없이 목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라인츠가 보기에는 이마르의 행동이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한달전쯤부터 내려치기만을 고집하던 이마르가 사방으로 검을 휘두를때는 약간의 호기심을 가졌지만,
패턴은 언제나 익숙하기 그지 없었다.
시미터의 여러가지 궤도를 그리는 도법과는 분명 많은 차이가 있었다.
곡선보단 직선이 많았고, 찌르는 공격위주라기보단 베는 데 치중하고 있었다.
그렇게 단순하기 그지없는 자세를 하루에도 몇백번씩 휘두르는 이마르는
라인츠에게 답답하고 재미없는 구경거리에 불과했다.
"자식... 그래도 하루이틀이 아니잖아?"
라인츠는 맨처음 이마르가 자신의 목검을 잡았을때
얼마 안가 포기할거라고 생각했다.
자신보다 힘도 없어 보이는 이마르가 그저 멋내기 용으로 칼을 잡는다고 생각했는데,
어찌된일인지 이마르는 그날 이후로 눈만 뜨면 목검을 잡고 뒤뜰에 나가 쉴새없이 목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마르의 팔뚝에는 작은 근육하나 잡혀 있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자신과는 달리 이마르는 매일 수련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날이 가면 갈수록 허리는 점점 가늘어지고 온몸은 곡선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한마디로 온통 물렁살 투성이였다.
"넌 어떻게 하루종일 연습해도 근육이 안붙냐... 기집애 아냐?"
이마르의 움직임이 순간 멈추었다.
"어이어이... 농담이니까 화내진 말라고. 그냥 딱해보여서 그런거니까."
사막의 법칙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남성을 여성화 시키는 발언에 관한 것이었다.
대륙에서야 미소년이다, 미청년이다 라고 말하고 다니겠지만,
적어도 사막에서 만큼은 그런 발언을 입에 꺼내기가 어려웠다.
혀를 잘릴수도 있는 상대방에 대한 모욕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마르는 목검을 잡은손에 힘을 풀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목검을 잡고 연습을 하였는데도,
이마르의 손에는 굳은살은 커녕 물집도 없었다.
어찌보면 좋은것일지도 모르지만 속사정을 알고있는 마리아와 이마르는 애가 탈지경이었다.
"여튼 얀누 아저씨가 아침부터 찾아오셨어. 아라감아저씨가 너 찾는데.
그 이상하게 생긴 칼 완성 됐나본데?"
이마르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두달동안 그 검을 예전처럼... 아니 예전보다 더 잘다루기 위해 몸의 감각을 풀기위한 연습을 했다.
연습하면 할수록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것은 실력이 늘지 않은것이 아닌 다른 문제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칼이 완성 되었다는 라인츠의 말에
이제껏 답답했던 이마르의 마음이 뻥 뚫리는것 같았다.
뭔가 딱히 해결된것도, 그렇다고 앞으로 해결될것 같지도 않은 문제였지만
적어도 이순간 만큼은 모든 근심거리가 사라진듯 했다.
"나 갔다올게!"
이마르는 목검을 모래바닥에 꽂아넣고는 대로쪽을 향해 달려갔다.
모래바닥이라 달리기 힘들텐데도 이마르는 얼굴에 힘든기색하나 없이 달려갔다.
"어이! 어디가! ...야!!!"
라인츠는 대로변을 향해달려가는 이마르를 보며 소리쳤지만
이마르는 벌써 라인츠의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라인츠는 이마르가 달려간곳을 쳐다보다가 모래바닥에 꽂혀있는 목검을 보았다.
흑색으로 칠을 했던 목검이 손잡이 부분만 칠이 벗겨져 누런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마저도 손모양을 따라 까맣게 때가 끼어있는것이 마치 몇년은 된 목검같았다.
"이자식... 이거... 생긴건 저래도 나보다 세겠는데?"
라인츠는 바닥에 박힌 목검을 뽑았다.
모래바닥에 꽂힌거라서 그다지 힘을 들이지 않고도 목검을 뽑을수 있었다.
아직 목검 손잡이에 남아있는 땀과 온기가 라인츠의 손에 느껴졌다.
"아저씨!!"
이마르는 굳게닫힌 프나츠부족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공방의 문을 열었다.
얼마나 열어두지 않았는지 공방의 문답지 않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거칠게 열렸다.
"오늘은 장사안해... 응?"
아라감은 무성의하게 문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이야기하다가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두달동안 쉴새없이 망치를 두들기게한 장본인이 그만한 시간동안 굳게 닫겨있던 공방의 문을 열고
갓뜨기 시작하는 태양을 등지며 서있었다.
"아저씨! 카타나가 완성 됐다면서요!?"
"카... 뭐? 암튼 완성된건 맞는데 소리좀 지르지마라... 나 아직 귀 안먹었다."
아라감은 한쪽귀를 막으며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러면서 옆에있던 나무 상자를 문앞까지 발로 밀어버렸다.
바닥에 나무상자가 긁히는 소리가 나더니 나무상자는 이내 문턱에 부H히며 뚜껑이 열렸다.
"이...이게..."
이마르는 자신의 눈앞에 다가온 상자 안쪽을 쳐다보았다.
검은천이 안에있는 긴 물건을 덮어 실루엣만 보이고 있었다.
이마르는 마른침을 삼키며 검은천을 들춰보았다.
"어때 괜찮냐?"
아라감은 여전히 공방 한구석에 있는 탁자에 앉아 이마르에게 물었다.
이마르는 상자안에 보관된 칼과 칼집을 꺼내어 들어보였다.
온통 검은색의 칼은 날부분 마저도 검은 색이었다.
마치 검은색 물감에 담궜다 뺀듯한 검신과 손잡에 달려있는 장식또한
검은색의 실과 줄로 촘촘하게 되어있어 마치 하나의 검은 막대기를 쥐고있는듯했다.
별다른 장식 없이 수수한 칼집또한 나무로 만들어 진것이 아님에도
칼과 같은 색을 띄고 있었다.
밤에는 칼이 보이지도 않을것만 같아 보였다.
"무겁진 않아?"
이마르는 손을 돌려 칼 이곳저곳을 보았다.
날카롭게 약간의 곡선을 그리며 뻗은 검날과
딱 알맞게 벌어진 폭과 두께는 그림같이 어울려 이상적인 칼의 모양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무게와 무게중심도 딱 알맞았다.
마치 처음 만든것이 아니라 장인의 작품과도 같은 완벽한 칼이었다.
"네... 아저씨..."
"글쎄 난 아저씨가 아니래두... 볼일 다봤으면 어서가져가라. 난 피곤해서 자야겠으니..."
"아라감 아저씨... 고맙습니다."
"고맙고 자시고 그 칼 망가뜨려도 난 수리 안해줄거야. 물론 쉽게 망가지게 만들진 않았지만... 하암...
여튼 만들었으니 그 무기 이름이라도 알자. 뭐라고? 무라... 뭐?"
"아뇨, 그건 한 사람의 이름이에요... 이 칼을 잘 만드는 사람의 이름을 딴 칼이름이죠...
본래 명칭은 카타나 라고 해요. 칼(刀)이란 뜻이죠."
"카...타나라... 거 귀찮은 이름이구만? 여튼 어서 가져가거라... 난 피곤해."
이마르는 검을 자신의 앞바닥에 차분히 놓으며 무릎을 꿇고는 절을 했다.
아라감은 테이블에 여전히 테이블에 앉아 이마르의 이상한 행동에 머리를 긁적거리며 어서가라고 손짓을 했다.
하지만 이마르는 마법사들이 쓴다는 스톤커스라도 걸렸는지 무릎을 꿇고 바닥에 머리를 댄체 일어날줄을 몰랐다.
"뭐야. 그런건 살려달라고 애원할때나 써라. 응?"
"이 칼의 이름을 지어 주세요."
아라감은 머리를 긁적였다.
두달내내 저 카타나라 불리는 이상한 모양의 무기와 씨름하느라
잠도 못자고 망치질만 했기 때문에 몸은 녹초가 되기 일보직전이었다.
원래는 멋지게 무기를 주고 싶었지만,
허리가 끊어 질듯이 아파 테이블에 앉아 움직이지도 못한채 카타나를 건네주었는데
이마르는 무슨 천하의 명검이라도 받는듯 이름까지 지어달라고 하니
허리가 조금 아프더라도 멋지게 카타나를 주는 편이 나을뻔 했다고 생각했다.
"음... 거 카타...나라는거 만든사람의 이름을 딴다고 했으니...
아... 하긴 내 이름이 폼이 안나긴 하지... 그럼 조금 바꿔서 아라크란드 어떠냐? 대륙에서도 먹힐것같은데?"
"아라크란드... 멋진 이름이네요. 고맙습니다 아저씨!"
이마르는 아라감이 지어준 카타나의 이름을 중얼거리더니
다시 아라감에게 절을올렸다.
아라감은 이젠 가보라며 손짓을했지만 이마르는 다시 한참동안 절을 하다가 일어나
몇번이고 인사를 하더니 아쉬운듯 발걸음을 돌렸다.
그제서야 아라감은 테이블에 엎드려 이마르가 서있던 그 자리를 멍하니 지켜보았다.
이마르가 소중히 품고간 그 카타나는 금속중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하는 흑철로만든 무기였다.
전설의 금속이라는 오리하르콘이나 미스릴로 만들어진 무기와 맞서싸우지 않는한 쉽게 부러지지도, 상하지도 않는
대 자연속, 그것도 험난한 사막에서 수천년동안 뜨거운 태양과 맞서싸워 까맣게 되버린 흑철은
모래 알갱이처럼 존재했기 때문에 모으기도 쉽지 않았고, 모았다 하더라도 양은 얼마 되지 않았다.
게다가 가격은 어마어마해서 순수흑철 한궤는 커다란 집한채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그런 궤가 7개나 있었던 공방의 구석자리에는 덮을것이 사라진 천만이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흑철은 지금 이마르에게 딱맞는 형태의 무기로 바뀐채 이마르의 손에 들려있었다.
-후웅
점점식어가는 용광로가 공기가 빠지는 소리를 내었다.
보통때라면 얼른 연료를 집어넣어 용광로의 온도가 빠져나가는것을 막겠지만,
지금의 아라감에게는 용광로를 다시 가동하는데 걸리는 15일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아쉬운 발걸음으로 자신의 길을간 이마르의 모습을 점점 감겨오는 눈으로 되새기며
쏟아지는 잠기운에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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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6편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내가 원하는 삶" 을 잠시 연재중단하는 관계로
"Black Cat" 에 좀더 신경쓸수 있을것 같습니다.
일단 Black Cat은 하루에 한편 분량정도씩 써 나갈 계획입니다...
이제 얼마 안있으면 이렇게 폭업하기도 힘들겠네요...
[...잡담...]
*아직도 일반 판타지 소설이네요... 과연 요번달안에 야설차례까지 넘어갈수나 있을까요...?
*전 일본역사는 자세히 모릅니다... 무라마사가 전국시대때의 물품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OTL
아니라고 하더라도 어차피 픽션이니 귀엽게 봐주세요...?
*이마르가 대장장이 아라감에게 내세웠다는 "고급철을 구하는 이상한 이론" 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단편에서
설명 하겠습니다.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 주세요
*저번에 의외로 댓글과 리플이 많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여러분들의 의견을 보면서 더욱더 힘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천과 댓글 언제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한여름이라 전기 사용량이 전체적으로 많아서 그런지 저희 집이 위치가 안좋은건지 정전이 잦습니다.
여러분들도 정전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야밤에 전기나가니까 정말 무섭더라구요 ㅠ ㅠ
*허접한 소설과 쓸데없는 잡담까지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마지막으로 감사의 인사드리며
내일이나 모레쯤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황립 학교...라. 귀족들이 모인다 이말이지...?"
이마르는 방문을 닫고 문에 기대며 미소를 지었다.
노부나가의 밑에서 아무리 공을세워도 올라가지 않던 계급과 직위...
그 계급과 직위가 그 당시의 이마르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마르는 오로지 자신의 충성심과 능력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저지른 급습작전은 성공했지만,
결국 자신에게는 남은게 없었다.
"새로운 삶... 새로운 인생이다... 내 모습을... 내가 싸웠다는것을. 내가 노력했다는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
이마르는 주먹을 불끈쥐었다.
약해보이기 그지없는 주먹이었지만 적어도 긍지라는 것이 담겨있는 주먹이었다.
싸움을 했던자로써... 승리한자로써... 최고의 영광을 만끽하고 싶었다.
커다란 금덩어리나 보석이 아닌, 만 천하에 이름이 알려진다면, 승리한 장수로 역사에 기록된다면,
그것이 싸움을 이끌고 피가 홍수를 이루는 전장터에서 승리한자에게는 최고의 영광이었다.
"이번엔... 그렇게 쉽게... 그렇게 바보같은 삶을 누리고 싶지 않아..."
어느새 져버린 태양대신 은은한 달빛이 등불을 켜지 않은 이마르의 방을
은색으로 가득 채우며 주먹을 불끈쥔 이마르의 모습을 비춰주고 있었다.
두달이 지났다.
이마르는 아침일찍 부터 뒤뜰에서 목검을 잡고 휘두르고 있었다.
손잡이 부분은 칠이 다 벗겨져 누런 나무 색을 띄고 있는 낡아버린 목검이었지만
이마르가 목검을 휘두를때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아침 공기를 가르고 있었다.
아직 찬기운이 남아 있는 사막인데도
이마르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야... 안춥냐? 해뜬지 5분도 안됐는데 밖에서 이러고 있어..."
라인츠는 아직채 씻지도 않았는지 눌린 머리를 긁적이며 하품을 하였다.
하지만 이마르는 그런 라인츠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쉴새없이 목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라인츠가 보기에는 이마르의 행동이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한달전쯤부터 내려치기만을 고집하던 이마르가 사방으로 검을 휘두를때는 약간의 호기심을 가졌지만,
패턴은 언제나 익숙하기 그지 없었다.
시미터의 여러가지 궤도를 그리는 도법과는 분명 많은 차이가 있었다.
곡선보단 직선이 많았고, 찌르는 공격위주라기보단 베는 데 치중하고 있었다.
그렇게 단순하기 그지없는 자세를 하루에도 몇백번씩 휘두르는 이마르는
라인츠에게 답답하고 재미없는 구경거리에 불과했다.
"자식... 그래도 하루이틀이 아니잖아?"
라인츠는 맨처음 이마르가 자신의 목검을 잡았을때
얼마 안가 포기할거라고 생각했다.
자신보다 힘도 없어 보이는 이마르가 그저 멋내기 용으로 칼을 잡는다고 생각했는데,
어찌된일인지 이마르는 그날 이후로 눈만 뜨면 목검을 잡고 뒤뜰에 나가 쉴새없이 목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마르의 팔뚝에는 작은 근육하나 잡혀 있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자신과는 달리 이마르는 매일 수련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날이 가면 갈수록 허리는 점점 가늘어지고 온몸은 곡선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한마디로 온통 물렁살 투성이였다.
"넌 어떻게 하루종일 연습해도 근육이 안붙냐... 기집애 아냐?"
이마르의 움직임이 순간 멈추었다.
"어이어이... 농담이니까 화내진 말라고. 그냥 딱해보여서 그런거니까."
사막의 법칙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남성을 여성화 시키는 발언에 관한 것이었다.
대륙에서야 미소년이다, 미청년이다 라고 말하고 다니겠지만,
적어도 사막에서 만큼은 그런 발언을 입에 꺼내기가 어려웠다.
혀를 잘릴수도 있는 상대방에 대한 모욕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마르는 목검을 잡은손에 힘을 풀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목검을 잡고 연습을 하였는데도,
이마르의 손에는 굳은살은 커녕 물집도 없었다.
어찌보면 좋은것일지도 모르지만 속사정을 알고있는 마리아와 이마르는 애가 탈지경이었다.
"여튼 얀누 아저씨가 아침부터 찾아오셨어. 아라감아저씨가 너 찾는데.
그 이상하게 생긴 칼 완성 됐나본데?"
이마르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두달동안 그 검을 예전처럼... 아니 예전보다 더 잘다루기 위해 몸의 감각을 풀기위한 연습을 했다.
연습하면 할수록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것은 실력이 늘지 않은것이 아닌 다른 문제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칼이 완성 되었다는 라인츠의 말에
이제껏 답답했던 이마르의 마음이 뻥 뚫리는것 같았다.
뭔가 딱히 해결된것도, 그렇다고 앞으로 해결될것 같지도 않은 문제였지만
적어도 이순간 만큼은 모든 근심거리가 사라진듯 했다.
"나 갔다올게!"
이마르는 목검을 모래바닥에 꽂아넣고는 대로쪽을 향해 달려갔다.
모래바닥이라 달리기 힘들텐데도 이마르는 얼굴에 힘든기색하나 없이 달려갔다.
"어이! 어디가! ...야!!!"
라인츠는 대로변을 향해달려가는 이마르를 보며 소리쳤지만
이마르는 벌써 라인츠의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라인츠는 이마르가 달려간곳을 쳐다보다가 모래바닥에 꽂혀있는 목검을 보았다.
흑색으로 칠을 했던 목검이 손잡이 부분만 칠이 벗겨져 누런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마저도 손모양을 따라 까맣게 때가 끼어있는것이 마치 몇년은 된 목검같았다.
"이자식... 이거... 생긴건 저래도 나보다 세겠는데?"
라인츠는 바닥에 박힌 목검을 뽑았다.
모래바닥에 꽂힌거라서 그다지 힘을 들이지 않고도 목검을 뽑을수 있었다.
아직 목검 손잡이에 남아있는 땀과 온기가 라인츠의 손에 느껴졌다.
"아저씨!!"
이마르는 굳게닫힌 프나츠부족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공방의 문을 열었다.
얼마나 열어두지 않았는지 공방의 문답지 않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거칠게 열렸다.
"오늘은 장사안해... 응?"
아라감은 무성의하게 문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이야기하다가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두달동안 쉴새없이 망치를 두들기게한 장본인이 그만한 시간동안 굳게 닫겨있던 공방의 문을 열고
갓뜨기 시작하는 태양을 등지며 서있었다.
"아저씨! 카타나가 완성 됐다면서요!?"
"카... 뭐? 암튼 완성된건 맞는데 소리좀 지르지마라... 나 아직 귀 안먹었다."
아라감은 한쪽귀를 막으며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러면서 옆에있던 나무 상자를 문앞까지 발로 밀어버렸다.
바닥에 나무상자가 긁히는 소리가 나더니 나무상자는 이내 문턱에 부H히며 뚜껑이 열렸다.
"이...이게..."
이마르는 자신의 눈앞에 다가온 상자 안쪽을 쳐다보았다.
검은천이 안에있는 긴 물건을 덮어 실루엣만 보이고 있었다.
이마르는 마른침을 삼키며 검은천을 들춰보았다.
"어때 괜찮냐?"
아라감은 여전히 공방 한구석에 있는 탁자에 앉아 이마르에게 물었다.
이마르는 상자안에 보관된 칼과 칼집을 꺼내어 들어보였다.
온통 검은색의 칼은 날부분 마저도 검은 색이었다.
마치 검은색 물감에 담궜다 뺀듯한 검신과 손잡에 달려있는 장식또한
검은색의 실과 줄로 촘촘하게 되어있어 마치 하나의 검은 막대기를 쥐고있는듯했다.
별다른 장식 없이 수수한 칼집또한 나무로 만들어 진것이 아님에도
칼과 같은 색을 띄고 있었다.
밤에는 칼이 보이지도 않을것만 같아 보였다.
"무겁진 않아?"
이마르는 손을 돌려 칼 이곳저곳을 보았다.
날카롭게 약간의 곡선을 그리며 뻗은 검날과
딱 알맞게 벌어진 폭과 두께는 그림같이 어울려 이상적인 칼의 모양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무게와 무게중심도 딱 알맞았다.
마치 처음 만든것이 아니라 장인의 작품과도 같은 완벽한 칼이었다.
"네... 아저씨..."
"글쎄 난 아저씨가 아니래두... 볼일 다봤으면 어서가져가라. 난 피곤해서 자야겠으니..."
"아라감 아저씨... 고맙습니다."
"고맙고 자시고 그 칼 망가뜨려도 난 수리 안해줄거야. 물론 쉽게 망가지게 만들진 않았지만... 하암...
여튼 만들었으니 그 무기 이름이라도 알자. 뭐라고? 무라... 뭐?"
"아뇨, 그건 한 사람의 이름이에요... 이 칼을 잘 만드는 사람의 이름을 딴 칼이름이죠...
본래 명칭은 카타나 라고 해요. 칼(刀)이란 뜻이죠."
"카...타나라... 거 귀찮은 이름이구만? 여튼 어서 가져가거라... 난 피곤해."
이마르는 검을 자신의 앞바닥에 차분히 놓으며 무릎을 꿇고는 절을 했다.
아라감은 테이블에 여전히 테이블에 앉아 이마르의 이상한 행동에 머리를 긁적거리며 어서가라고 손짓을 했다.
하지만 이마르는 마법사들이 쓴다는 스톤커스라도 걸렸는지 무릎을 꿇고 바닥에 머리를 댄체 일어날줄을 몰랐다.
"뭐야. 그런건 살려달라고 애원할때나 써라. 응?"
"이 칼의 이름을 지어 주세요."
아라감은 머리를 긁적였다.
두달내내 저 카타나라 불리는 이상한 모양의 무기와 씨름하느라
잠도 못자고 망치질만 했기 때문에 몸은 녹초가 되기 일보직전이었다.
원래는 멋지게 무기를 주고 싶었지만,
허리가 끊어 질듯이 아파 테이블에 앉아 움직이지도 못한채 카타나를 건네주었는데
이마르는 무슨 천하의 명검이라도 받는듯 이름까지 지어달라고 하니
허리가 조금 아프더라도 멋지게 카타나를 주는 편이 나을뻔 했다고 생각했다.
"음... 거 카타...나라는거 만든사람의 이름을 딴다고 했으니...
아... 하긴 내 이름이 폼이 안나긴 하지... 그럼 조금 바꿔서 아라크란드 어떠냐? 대륙에서도 먹힐것같은데?"
"아라크란드... 멋진 이름이네요. 고맙습니다 아저씨!"
이마르는 아라감이 지어준 카타나의 이름을 중얼거리더니
다시 아라감에게 절을올렸다.
아라감은 이젠 가보라며 손짓을했지만 이마르는 다시 한참동안 절을 하다가 일어나
몇번이고 인사를 하더니 아쉬운듯 발걸음을 돌렸다.
그제서야 아라감은 테이블에 엎드려 이마르가 서있던 그 자리를 멍하니 지켜보았다.
이마르가 소중히 품고간 그 카타나는 금속중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하는 흑철로만든 무기였다.
전설의 금속이라는 오리하르콘이나 미스릴로 만들어진 무기와 맞서싸우지 않는한 쉽게 부러지지도, 상하지도 않는
대 자연속, 그것도 험난한 사막에서 수천년동안 뜨거운 태양과 맞서싸워 까맣게 되버린 흑철은
모래 알갱이처럼 존재했기 때문에 모으기도 쉽지 않았고, 모았다 하더라도 양은 얼마 되지 않았다.
게다가 가격은 어마어마해서 순수흑철 한궤는 커다란 집한채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그런 궤가 7개나 있었던 공방의 구석자리에는 덮을것이 사라진 천만이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흑철은 지금 이마르에게 딱맞는 형태의 무기로 바뀐채 이마르의 손에 들려있었다.
-후웅
점점식어가는 용광로가 공기가 빠지는 소리를 내었다.
보통때라면 얼른 연료를 집어넣어 용광로의 온도가 빠져나가는것을 막겠지만,
지금의 아라감에게는 용광로를 다시 가동하는데 걸리는 15일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아쉬운 발걸음으로 자신의 길을간 이마르의 모습을 점점 감겨오는 눈으로 되새기며
쏟아지는 잠기운에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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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6편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내가 원하는 삶" 을 잠시 연재중단하는 관계로
"Black Cat" 에 좀더 신경쓸수 있을것 같습니다.
일단 Black Cat은 하루에 한편 분량정도씩 써 나갈 계획입니다...
이제 얼마 안있으면 이렇게 폭업하기도 힘들겠네요...
[...잡담...]
*아직도 일반 판타지 소설이네요... 과연 요번달안에 야설차례까지 넘어갈수나 있을까요...?
*전 일본역사는 자세히 모릅니다... 무라마사가 전국시대때의 물품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OTL
아니라고 하더라도 어차피 픽션이니 귀엽게 봐주세요...?
*이마르가 대장장이 아라감에게 내세웠다는 "고급철을 구하는 이상한 이론" 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단편에서
설명 하겠습니다.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 주세요
*저번에 의외로 댓글과 리플이 많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여러분들의 의견을 보면서 더욱더 힘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천과 댓글 언제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한여름이라 전기 사용량이 전체적으로 많아서 그런지 저희 집이 위치가 안좋은건지 정전이 잦습니다.
여러분들도 정전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야밤에 전기나가니까 정말 무섭더라구요 ㅠ ㅠ
*허접한 소설과 쓸데없는 잡담까지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마지막으로 감사의 인사드리며
내일이나 모레쯤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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