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9장 음모.
지오는 배와 가슴에 박힌 비수를 뽑아내고는 급히 혈도를 눌러 지혈을 하였다.
“주군 의원을 불러야 갰습니다.”
나한철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아니오. 금창약을 좀 바르면 될 것이오. 그나저나 어쩌다 그곳에 갇히게 되었는지 또한 곽아저씨는 어찌 되셨는지 나 말해주시오.”
나한철은 비통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때 당시 저와 곽형님은 교주의 부름을 받고 교주의 집무실로 갔습니다. 그런데 교주는 보이지 않고 세분의 장로님과 십천살 무사들만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그 곳에 하루 동안 그들의 감시를 받으며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설각주로부터 주군께서 위험하시다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저는 설각주에게 먼저 그곳의 상황을 지켜보라고 지시하고 주군께 달려가려 했으나 십천살의 저지를 받고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곽형님은 그때 돌아가시고 저는 지금껏 뇌옥에 갇혀 있었습니다.”
지오는 한동안 말없이 침울한 얼굴로 천장만 바라보았다.
자신 때문에 부모님을 비롯해 곽아저씨 까지 죽게 만들었다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다.
자신과 제일 가까운 친인들이 죽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설란이 죽고 또한 곽아저씨 마저 돌아가시니 지오는 모든 게 허망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모용한과 남궁시후, 나한철은 그저 말없이 방을 빠져 나왔다.
‘왜... 어디서부터 이렇듯 꼬이기 시작한 걸까? 그저 배를 타고 고기나 잡을 수 있다면 바랄게 없는 내 삶이... 왜 누군가를 죽여야 하고 또한 죽어야 하는 걸까?’
나한철은 지오를 무척이나 걱정했다.
밥도 먹지 않고 오로지 방에만 틀어박혀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는 지오를 보며 마음이 안타까웠다.
친인을 모두 잃고 가슴아파하는 주군의 모습에 나한철 역시 가슴이 무너지는 듯 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방안에서 꿈쩍도 않던 지오가 오랜만에 객점의 뒤뜰을 거니는 모습에 다들 얼굴이 밝아 졌다.
“주군...”
나한철이 다가서며 조심스럽게 지오를 불렀다.
지오가 나한철을 바라보더니 이네 예의 환한 미소를 보였다.
나한철은 눈물이 울컥 쏟아질 뻔 했다.
“나당주... 걱정 많이 했나보군요. 이제 괜찮으니 그런 얼굴 마세요.”
“주군....”
“며칠 굶었더니 배가 몹시 고프군요...”
“곧 식사 준시 하겠습니다.”
“고마워요...”
“별말씀을... 이렇게 밝은 주군의 얼굴을 보니 제 가슴이 다 시원합니다.”
나한철은 그렇게 말하곤 서둘러 객점 안으로 들어갔다.
지오는 그런 나한철을 보고는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을 했다.
‘이제 더 이상 그 누구도 잃지 않겠다. 설혹 지옥의 야차가 찾아 온다해도...’
그때 남궁시후와 모용한이 지오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마공자 이젠 좀 괜찮으신 거요?”
“모대협님.. 제가 괜한 걱정을 끼쳤군요. 죄송합니다.”
“별말씀을 다 하는 구려... 이렇게 밝은 모습을 보니 한시름 놓았소이다.”
“형님 다행입니다. 전 형님이 어떻게 되는 줄 알고...”
“하하... 시후야 미안하구나...”
그렇게 일행은 지오의 완쾌고 걱정을 덜 수 있었다.
그날 저녁 일행은 한자리에 모여 앞으로 일을 상의했다.
“마공자, 내가 알아 본 바로는 마교분타는 텅텅 비어 버린 듯 하오. 아마 그날 교주와 장로들의 부상으로 분타를 비우고 총단 으로 돌아 간 것 같소.”
“음... 그럼 일단 더 이상 이곳에 머물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그렇겠지요. 무림맹 분타에 전서를 띄었으니 이곳일은 그 곳에서 조사를 할 것이니 더 이상 우리가 머물 필요는 없을 것 같소.”
“그렇다면 모대협께서는 분타로 돌아 가셔야 갰군요.”
“그렇소, 내일쯤에나 돌아가려고 하오. 그런데 마공자께서는 앞으로 어쩌실 생각이오.”
“음... 글쎄요.”
지오는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나한철을 향해 물었다.
“나당주님, 지금 묵혼당과 묵환당의 인원들은 어느 정도 있습니까?”
“현제 묵혼당과 묵환당은 사실 전멸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때 저와 곽형님이 잡혀있자 저희를 구출하려다 거의 모두가....”
나한철이 말끝을 흐렸다.
한동안 숨을 고르던 나한철이 다시 말을 이었다.
“현제 묵환당의 각주 몇 명만 살아남았습니다.”
“그렇군요...휴...”
지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저 역시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부를 수는 있습니다.”
“그럼 그들을 이곳으로 모아주세요. 더 이상 제 사람들은 잃지 않겠습니다.”
지오의 얼굴에서 굳은 의지가 보였다.
그런 지오를 보는 나한철과 남궁시후는 가슴이 저려 왔다.
다음날 모용한이 무림맹의 영월분타로 돌아갔다.
그날 저녁 나한철은 남아있는 묵환당 각주들을 모두 불러 들였다. 각주들은 설총문을 뺀 나머지 4명이었다.
지오는 그들을 둘러보고는 성총문의 빈자리를 보고는 다시 한번 가슴이 아파왔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온몸으로 검을 받아내던 설총문을 지오는 잊을 수가 없었다.
“모두 나 때문에 고생들 많이 했소.”
“주군 그렇지 않습니다. 이렇게 살아 계셔주신 것 만 으로 저희들은 감사할 따름 입니다. 저희는 주군께서...”
그들은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고 눈에 이슬이 맺혔다.
“설각주 덕에 겨우 목숨을 부지 할 수 있었소. 그런데 그의 시신도 아직 수습하지 못하고 있으니...”
각주들은 지오의 말을 듣고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런 그들을 한동안 지켜보던 지오는 품에서 자신의 무공을 정리한 비급을 꺼내어 그들의 앞에 놓았다.
나한철과 각주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더니 나한철이 비급을 들어 내용을 보더니 경악한 얼굴로...
“주군... 이것은...”
“그것은 제가 천마신공(天魔神功)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창안한 무공비급 이오. 비록 속성으로 정리 하기는 했지만 그 위력 면에서는 어떤 무공에도 뒤지지 않을 것 이오. 또한 십이성 까지 대성한다면 일대종사와 겨루어도 그리 크게 밀리지는 않을 것이오.”
지오는 한동안 방안에 틀어 박혀 고민 하던 중 더 이상 친인을 잃지 않기 위해 그들을 위해 무공을 만들었던 것이다.
나한철과 각주들은 감격에 목이 메어왔다.
“그리고 나당주께선 외공을 연마했기 때문에 그 무공을 익히지 못 할 것이오.”
그렇게 말하자 나한철이 아쉬운 듯 비급을 내려놓았다.
그런 나한철을 보고는 지오가 미소를 보이며...
“그러나 전혀 익지 못하는 것은 아니오. 내공을 쌓으면 익힐 수 있소.”
“주군, 전 오로지 외공만 익혀와서 내공은 전혀 쌓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나당주가 내공을 쌓을 수는 없소. 그러나 내공을 쌓을 수만 있다면 나당주께선 가희 긍강불괴와 맞먹는 위력을 발휘 할 것이오.”
그렇다 나한철이 익힌 무공은 외공이라 어지간한 검으로는 그의 피부를 상하게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공이 높은 고수와 만난다면 나한철이 낭패를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외부의 타격 보다는 내부의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피부는 강철과 같다고 하지만 속의 내장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만약 나한철이 내공을 익힐 수 있다면 가희 금강불괴가 부럽지 않기 때문이었다.
지오는 품에서 마지막 남은 보령마단(寶羚魔丹)을 꺼내어 놓았다.
“이것이라면 나당주가 내공을 쌓을 수 있을 것이오.”
나한철은 한동안 보령마단(寶羚魔丹)과 지오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지오앞에 무릎을 꿇고는...
“주군 이 은혜 목숨을 바쳐 주군을 보필 하겠습니다.”
“이런... 목숨을 잃지 말라고 주는 것인데 어찌 목숨을 바칠 생각을 하시오...”
“주군...”
“자자... 그만 일어나세요. 앞으로 며칠 후면 구파일방과 사대세가의 수장들과 비무를 벌이기로 했습니다. 그 후에 마교의 총단으로 찾아 갈 것이니 다들 그 비급의 무공을 최대한 익혀 두시오.”
“네...”
그렇게 그날 지오는 나한철에게 보령마단(寶羚魔丹)을 복용시키고 자신이 창안한 무공을 시범까지 보여주며 알려 주었다.
한편 무림맹에선 맹주와 구파일방과 사대세가의 가주들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맹주, 마교분타를 조사 하러간 마지오의 행방은 어떻게 됐소?”
“허허.. 그것이 말이오. 마공자가 마교분타에 홀로 잠입하여 마교교주를 죽음 직전까지 만들었고 두 명의 장로역시 심각한 내상을 입혔다고 하더이다. 또한 그곳에 있던 장로 직속의 십천살과 마교인 약 60여명을 마공자 혼자서 모두 상대하여 마교인들이 거의 전멸했다고 하더군요.”
“아니... 맹주 그런 터무니없는 말을 우리더러 믿으라고 하는 소리요?”
“허허... 본좌 역시 믿기지 않는 일이오. 그러나 분명한건 마교교주와 장로가 심각한 내상을 입고 영월분타를 버리고 총타로 돌아갔다는 사실이오.”
“허... 그렇다면 마지오의 무공이 도대체 어느 정도란 말이오?”
“늑대 새낀줄 알았더니 이건 아예 호랑이를 넘어 용의 새끼가 아닌가... 허허...”
그때 제갈 세가의 가주인 제갈 성운이 말을 이었다.
“마지오가 그 정도의 무공이라면 며칠 후 비무의 결과는 정말 장담 할 수 없는 일 아니오?”
맹주가 말을 받았다.
“장담이 아니고 누가 마공자의 상대가 될 수 있단 말이오? 내가 보기엔 일대일의 상황이라면 마공자는 현제 중원에선 그 상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인 것 같소. 적어도 우리 중 두 명 이상이 상대를 해야 겨우 맞설 수 있을 정도 일듯....”
맹주의 말에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말에 제갈 성운이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비무를 취소해야 되지 않겠소?”
“아니 한 번한 약속을 어찌 취소한단 말이오.”
“그렇다고 그 애송이에게 수모를 당할 수는 없는 일 아니오. 생각들 해보시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서 고작 마교의 애송이에게 패배를 했다고 하면 중원에서 어찌 문파를 이어 갈 수 있겠소?”
그러자 다들 말을 하지 못하였다.
그들 역시 패배를 한다면 더 이상 자신들의 권력을 이어 갈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때 조용히 듣고 있던 무당의 문주가 말을 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서 비무를 취소 할 수는 없소. 약속은 약속이오.”
그 말에 맹주가 동의를 했다.
“소림도 그날 비무장에 갈 것 이오.”
다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자 제갈 성운이 말을 이었다.
“본좌 역시 비무장엔 갈 것이오. 그러나 그 애송이는 비무장에 오지 못할 것이오.”
그 말에 각파의 수장들의 얼굴이 놀람으로 가득했다.
“아니 제갈 가주 그게 무슨 뜻이오.”
맹주가 묻자 제갈 성운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을 했다.
“말 그대로요. 그날 마지오는 비무장에 참석하지 못할 것이오.”
“그렇다면...”
“그렇소...”
순간 실내는 정적이 감돌았다.
무당의 문주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는 절대 찬성하지 않소. 또한 그 말은 못들은 걸로 하겠소.”
그렇게 말하고는 나가버렸다.
그러자 맹주역시 일어나 자리를 피해 버렸다.
하나 둘씩 자리를 뜨고 남아있는 자들은 사대세가의 가주들뿐이었다.
“여기 남아 계시는 세 분께선 제 의견에 찬성을 하시는 것으로 알겠소.”
“당가주께선 어찌 하실 생각이시오?”
“내가 알기론 마지오 역시 내상으로 그리 좋은 상태가 아니라고 생각하오.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사대세가의 가주들은 저마다 비장의 각오를 하고 있었다.
이 사실이 무림에 알려진다면 다시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뿐더러 세가의 간판역시 내려야 할 만큼 커다란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그런 사실도 모른 채 무공수련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나한철은 보령마단(寶羚魔丹)의 복용으로 내공이 생겨 자신의 독문무공인 외공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전엔 내력을 위주로 하는 장이나 권에 타격을 당하면 속수무책이었던 것이 이젠 자신의 내공으로 받아 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피부가 워낙 강철 같아 도검이 불침 하는 대다 그 위에 내력으로 어느 정도의 반탄기를 씌우니 검기나 약한 검강 정도는 그의 피부에 흠집도 내지 못하였다.
또한 공격에서는 자신의 힘과 내력이 더해지니 집채만 한 바위도 그의 손에 걸리면 산산조각 나기 일쑤였다.
또한 각주들과 남궁시후는 지오가 직접 창안하고 하나하나 시범을 보여주자 그 실력이 나날이 늘어만 갔다.
지오와 나한철의 몸이 완쾌하자 일행은 영월을 떠나 하남성에 위치한 등봉현을 향해 출발했다.
그러나 지오일행이 소하를 지날 무렵 일행의 뒤를 따르는 무리들이 있었다.
그들은 중원 살수문파인 흑살문(黑殺們)의 살수들로 제갈 성운이 지오일행을 비무장에 오지 못하게 하기위해 보낸 무리들이었다.
그들은 영월에서부터 지오일행을 미행하며 미리 그 앞에 살수를 배치해놓았다.
그러나 그들은 지오가 자신들의 미행을 눈치 챘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주군, 미행하는 자들이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알고 있소. 영월에서부터 우리를 미행하던데 아직까지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으니 더 지켜 보도록 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각주들에게 저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도록 일러두세요.”
“네...”
그 말에 시후가 나서며 물었다.
“형님, 저들이 무엇 때문에 우리를 미행하는 걸까요?”
“글쎄다... 잠시 후면 알 수 있겠지. 보아하니 저 앞에 보이는 숲에서 공격을 할 것 같으니... 시후도 준비를 하고 있거라.”
“네. 형님.”
그러나 지오역시 미행하는 자들만 생각했지 앞쪽에서 매복을 하고 있는 자들은 알지 못 하였다.
지오 일행이 한적한 숲길로 접어들자 미행하던 자들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졌다.
“저들이 이제 움직이려나 보군.”
그렇게 말하곤 지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때 앞쪽에서 적지 않은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음... 나당주, 미행하던 자들이 전부가 아닌 듯 하오. 앞쪽에 상당수의 살기가 느껴지니 다들 준비를 시키시오.”
“아니... 앞쪽에 매복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소. 인원이 대략 50은 족히 되어 보이는 군요.”
그 말에 시후가 놀라며...
“헛... 형님 그렇게 많은 수가... 위험하지 않을까요?”
“다행이 이렇다할 고수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구나. 그래도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
“네. 형님...”
지오의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숲길을 따라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길이 좁아지며 십장정도 앞은 그야말로 매복하기 좋은 장소가 나타났다.
지오는 발길을 멈추고 앞을 향해 목소리에 내공을 실어 말을 했다.
“그대들의 매복은 이미 눈치 챘소. 모습을 드러내시오.”
“......................”
“허... 말수가 무척이나 없는 사람들이군...”
“주군 저희들이 일단 먼저 가보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소. 혹시 저곳에서 암기를 사용한다면 나당주는 괜찮겠지만 나머지 각주들은 혹시 위험할 수도 있소.”
그렇게 말한 지오는 묵혼을 빼어들고는 검에 내력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검끝에 커다란 기의 덩어리가 형상화 되더니 환의 형태를 갖추었다.
“나서지 않는다면 나오게 만들면 그뿐....”
그렇게 말한 지오는 묵혼을 앞으로 향하고는 기합소리와 함께 검환을 쏘아 보냈다.
“핫.... o~~웅..”
그러자 숲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피해랏...”
“콰~~쾅...”
동시에 사방으로 흑포를 입은 무리들이 뛰어 나왔다.
그들의 수는 지오의 말대로 약 오십여 명 정도 되었다.
그들을 보고는 나한철이 커다란 소리로 물어다.
“웬 놈들이기에 길을 막아서는 것이냐?”
그러자 그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앞을 나서며 지오를 향해 되물었다.
“네놈이 마지오 라는 애송이냐?”
그 말에 나한철의 얼굴을 구기며 버럭 욕설을 뱉어 냈다.
“이런 우라질놈을 봤나. 네놈들이 머릿수만 믿고 겁을 상실했구나. 어디다 애송이 타령을 하느냐.”
“크크... 그놈 생긴 것 마냥 말투역시 곰 같구나...”
“뭣이... 내 이놈을...”
그 말과 동시에 나한철이 단신으로 적진을 향해 뒤쳐 들었다.
그러나 지오는 말리지 않고 그저 지켜보았다.
앞을 막고 있는 무리중 나한철의 몸에 상처를 낼만한 고수는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한철은 자신을 향해 곰이라곤 말한 사내를 향해 일권을 내질렀다.
흑포의 사내는 나한철의 권이 예사롭지 않아 받아치지 않고 몸을 돌려 피해내곤 검을 들어 나한철의 목을 베어갔다.
나한철은 팔을 들어 검을 막고는 그대로 검을 들고 있는 어깨를 가격하였다.
“퍼~억... 꽈~직”
상대의 어깨에서 듣기 거북한 타격 음이 들리며 어깨가 뒤로 비틀어져 그 상태가 예사롭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상대는 뒤로 몇 걸음 물러서더니 흠칫 놀라며 나한철을 바라보았다.
검을 맨손으로 막아내고 충격을 제대로 흘려보냈건만 자신의 어깨가 탈골이 되어 버리자 상대의 무공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그런 상대를 보고 나한철이 비릿한 미소를 보이며
“어디 다시 한번 주둥이를 놀려 봐라... 이번엔 아주 목을 분질러 주마.”
“크크크... 역시 그 힘도 곰과 같구나...”
“아니 이놈이 그래도... 오냐, 네놈이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나한철은 다시 상대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러나 흑포인은 뒤로 물러나고 뒤에 있던 몇 명의 복면인들이 나한철을 막아 나섰다.
그러나 그들 역시 나한철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일 권에 상대 한명이 튕겨나가자 이내 나한철의 주위에 수십 명의 복면인이 둘러싸고 상대를 해왔다.
나한철은 인원이 너무 많아 모두 상대하기에 힘이 붙임을 느끼고는 한 곳을 뚫고는 적들과 거리를 벌렸다.
그때 지오가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그대들은 누구기에 내 앞길을 막는 것이오?”
그러자 나한철과 싸우던 흑포인이 지오를 향해 대답을 했다.
“후후... 곧 죽을 놈이 그걸 알아 무엇 하겠느냐. 죽거든 염라대왕 에게 물어 보거라.”
그 말을 들은 지오의 눈에서 살기가 번졌다.
그리고는 나한철과 각 각주들에게 명을 내렸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조놈만 살려두고 모두 처리 하시오.”
그 말에 나한철과 각 각주들이 부복하며 명을 받았다.
“네...주군 명을 따릅니다.”
그 말과 동시에 각주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고 신형을 날렸다.
그들 개인의 무공은 지오의 가르침으로 중원에 상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발전이 있었다.
각 각주들의 무공은 일파의 장로급에 달하는 수준이었고 나한철은 그 이상이었다.
남궁시후 역시 나이가 어리고 아직 실전경험이 부족하나 그 실력만큼은 일류 고수 축에 들 정도로 대단 하였다.
그런 그들을 오직 살수로 키워진 흑살문의 살수들이 감당하기엔 처음부터 말이 되질 않았다.
지오는 나한철과 각주들 그리고 시후의 모습을 그저 지켜보기만 할뿐 싸움에 나서지는 않았다.
나한철은 그야말로 종행무진 이었다.
그에게는 검과 도는 물론 어떤 것도 그의 몸에 상처를 입히지 못하고 또한 그의 공격을 막아 내는 자도 없었다. 그저 피하는 수 밖 에 없지만 그렇다고 나한철의 움직임이 둔한 것도 아니어서 그야말로 나한철을 상대하는 살수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각주들의 무공은 그야 말로 섬광이었다.
일 검에 살수들의 목이 하나씩 잘려 나가며 그들의 검에는 뚜렷한 검기가 맺혀 살수들의 검을 몸과 함께 베어 버렸다.
남궁시후 역시 눈부신 발전이 있었다.
그의 쾌검은 더욱 빨라져 발검과 동시에 그의 검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상대를 베어 버렸다.
비로서 무검 남궁시후를 탄생 시킨 것이었다.
차후 남궁시후의 검을 본 사람들이 검을 들고 있으나 그의 검을 볼 수 없다하여 그의 별호가 무검 남궁시후 가 된 것이다.
반 시진(1시간)이 흐르자 남아 있는 살수는 처음 나한철과 싸웠던 우두머리 밖에 없었다.
그 역시도 한쪽 팔이 잘리고 혈도가 제압당하여 지오 앞에 꿇려져 있었다.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다면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 놓겠다.”
나한철이 으르렁거리며 협박을 하였다.
지오가 복면인을 향해 물었다.
“그대는 어느 문파의 소속이오?”
그러나 상대는 못들은 척 대답하지 않고 오로지 지오를 날카롭게 쏘아 보았다.그런 모습에 나한철이 참지 못하고 그의 면상을 발로 차 버렸다.
“퍼~ 억..”
“주군의 말에 대답해라 죽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그러나 복면인은 조금도 굴하지 않고 더욱 날카로운 눈으로 나한철을 향해 말을 했다.
“내가 대답할 것이라 생각하느냐? 죽여라 내 입에서 들을 말은 더 이상 없을 것 이다.”
그러자 나한철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상대에게 말을 했다.
“과연 그럴까? 마교에선 고문기술이 무척이나 발달 되어 있지. 어디 얼마나 버티는가 두고 보자고... 주군은 잠시 쉬고 계십시오.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지오는 나한철과 살수를 한번 바라보곤 자리를 떠나 한쪽에 앉아 잠시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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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며칠 바빠서 이제 서야 글을 올리네요...^^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문제점을 지적해 주셔서 날로 힘이 나네요.
앞으로도 많은 질책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지오는 배와 가슴에 박힌 비수를 뽑아내고는 급히 혈도를 눌러 지혈을 하였다.
“주군 의원을 불러야 갰습니다.”
나한철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아니오. 금창약을 좀 바르면 될 것이오. 그나저나 어쩌다 그곳에 갇히게 되었는지 또한 곽아저씨는 어찌 되셨는지 나 말해주시오.”
나한철은 비통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때 당시 저와 곽형님은 교주의 부름을 받고 교주의 집무실로 갔습니다. 그런데 교주는 보이지 않고 세분의 장로님과 십천살 무사들만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그 곳에 하루 동안 그들의 감시를 받으며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설각주로부터 주군께서 위험하시다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저는 설각주에게 먼저 그곳의 상황을 지켜보라고 지시하고 주군께 달려가려 했으나 십천살의 저지를 받고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곽형님은 그때 돌아가시고 저는 지금껏 뇌옥에 갇혀 있었습니다.”
지오는 한동안 말없이 침울한 얼굴로 천장만 바라보았다.
자신 때문에 부모님을 비롯해 곽아저씨 까지 죽게 만들었다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다.
자신과 제일 가까운 친인들이 죽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설란이 죽고 또한 곽아저씨 마저 돌아가시니 지오는 모든 게 허망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모용한과 남궁시후, 나한철은 그저 말없이 방을 빠져 나왔다.
‘왜... 어디서부터 이렇듯 꼬이기 시작한 걸까? 그저 배를 타고 고기나 잡을 수 있다면 바랄게 없는 내 삶이... 왜 누군가를 죽여야 하고 또한 죽어야 하는 걸까?’
나한철은 지오를 무척이나 걱정했다.
밥도 먹지 않고 오로지 방에만 틀어박혀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는 지오를 보며 마음이 안타까웠다.
친인을 모두 잃고 가슴아파하는 주군의 모습에 나한철 역시 가슴이 무너지는 듯 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방안에서 꿈쩍도 않던 지오가 오랜만에 객점의 뒤뜰을 거니는 모습에 다들 얼굴이 밝아 졌다.
“주군...”
나한철이 다가서며 조심스럽게 지오를 불렀다.
지오가 나한철을 바라보더니 이네 예의 환한 미소를 보였다.
나한철은 눈물이 울컥 쏟아질 뻔 했다.
“나당주... 걱정 많이 했나보군요. 이제 괜찮으니 그런 얼굴 마세요.”
“주군....”
“며칠 굶었더니 배가 몹시 고프군요...”
“곧 식사 준시 하겠습니다.”
“고마워요...”
“별말씀을... 이렇게 밝은 주군의 얼굴을 보니 제 가슴이 다 시원합니다.”
나한철은 그렇게 말하곤 서둘러 객점 안으로 들어갔다.
지오는 그런 나한철을 보고는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을 했다.
‘이제 더 이상 그 누구도 잃지 않겠다. 설혹 지옥의 야차가 찾아 온다해도...’
그때 남궁시후와 모용한이 지오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마공자 이젠 좀 괜찮으신 거요?”
“모대협님.. 제가 괜한 걱정을 끼쳤군요. 죄송합니다.”
“별말씀을 다 하는 구려... 이렇게 밝은 모습을 보니 한시름 놓았소이다.”
“형님 다행입니다. 전 형님이 어떻게 되는 줄 알고...”
“하하... 시후야 미안하구나...”
그렇게 일행은 지오의 완쾌고 걱정을 덜 수 있었다.
그날 저녁 일행은 한자리에 모여 앞으로 일을 상의했다.
“마공자, 내가 알아 본 바로는 마교분타는 텅텅 비어 버린 듯 하오. 아마 그날 교주와 장로들의 부상으로 분타를 비우고 총단 으로 돌아 간 것 같소.”
“음... 그럼 일단 더 이상 이곳에 머물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그렇겠지요. 무림맹 분타에 전서를 띄었으니 이곳일은 그 곳에서 조사를 할 것이니 더 이상 우리가 머물 필요는 없을 것 같소.”
“그렇다면 모대협께서는 분타로 돌아 가셔야 갰군요.”
“그렇소, 내일쯤에나 돌아가려고 하오. 그런데 마공자께서는 앞으로 어쩌실 생각이오.”
“음... 글쎄요.”
지오는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나한철을 향해 물었다.
“나당주님, 지금 묵혼당과 묵환당의 인원들은 어느 정도 있습니까?”
“현제 묵혼당과 묵환당은 사실 전멸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때 저와 곽형님이 잡혀있자 저희를 구출하려다 거의 모두가....”
나한철이 말끝을 흐렸다.
한동안 숨을 고르던 나한철이 다시 말을 이었다.
“현제 묵환당의 각주 몇 명만 살아남았습니다.”
“그렇군요...휴...”
지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저 역시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부를 수는 있습니다.”
“그럼 그들을 이곳으로 모아주세요. 더 이상 제 사람들은 잃지 않겠습니다.”
지오의 얼굴에서 굳은 의지가 보였다.
그런 지오를 보는 나한철과 남궁시후는 가슴이 저려 왔다.
다음날 모용한이 무림맹의 영월분타로 돌아갔다.
그날 저녁 나한철은 남아있는 묵환당 각주들을 모두 불러 들였다. 각주들은 설총문을 뺀 나머지 4명이었다.
지오는 그들을 둘러보고는 성총문의 빈자리를 보고는 다시 한번 가슴이 아파왔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온몸으로 검을 받아내던 설총문을 지오는 잊을 수가 없었다.
“모두 나 때문에 고생들 많이 했소.”
“주군 그렇지 않습니다. 이렇게 살아 계셔주신 것 만 으로 저희들은 감사할 따름 입니다. 저희는 주군께서...”
그들은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고 눈에 이슬이 맺혔다.
“설각주 덕에 겨우 목숨을 부지 할 수 있었소. 그런데 그의 시신도 아직 수습하지 못하고 있으니...”
각주들은 지오의 말을 듣고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런 그들을 한동안 지켜보던 지오는 품에서 자신의 무공을 정리한 비급을 꺼내어 그들의 앞에 놓았다.
나한철과 각주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더니 나한철이 비급을 들어 내용을 보더니 경악한 얼굴로...
“주군... 이것은...”
“그것은 제가 천마신공(天魔神功)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창안한 무공비급 이오. 비록 속성으로 정리 하기는 했지만 그 위력 면에서는 어떤 무공에도 뒤지지 않을 것 이오. 또한 십이성 까지 대성한다면 일대종사와 겨루어도 그리 크게 밀리지는 않을 것이오.”
지오는 한동안 방안에 틀어 박혀 고민 하던 중 더 이상 친인을 잃지 않기 위해 그들을 위해 무공을 만들었던 것이다.
나한철과 각주들은 감격에 목이 메어왔다.
“그리고 나당주께선 외공을 연마했기 때문에 그 무공을 익히지 못 할 것이오.”
그렇게 말하자 나한철이 아쉬운 듯 비급을 내려놓았다.
그런 나한철을 보고는 지오가 미소를 보이며...
“그러나 전혀 익지 못하는 것은 아니오. 내공을 쌓으면 익힐 수 있소.”
“주군, 전 오로지 외공만 익혀와서 내공은 전혀 쌓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나당주가 내공을 쌓을 수는 없소. 그러나 내공을 쌓을 수만 있다면 나당주께선 가희 긍강불괴와 맞먹는 위력을 발휘 할 것이오.”
그렇다 나한철이 익힌 무공은 외공이라 어지간한 검으로는 그의 피부를 상하게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공이 높은 고수와 만난다면 나한철이 낭패를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외부의 타격 보다는 내부의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피부는 강철과 같다고 하지만 속의 내장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만약 나한철이 내공을 익힐 수 있다면 가희 금강불괴가 부럽지 않기 때문이었다.
지오는 품에서 마지막 남은 보령마단(寶羚魔丹)을 꺼내어 놓았다.
“이것이라면 나당주가 내공을 쌓을 수 있을 것이오.”
나한철은 한동안 보령마단(寶羚魔丹)과 지오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지오앞에 무릎을 꿇고는...
“주군 이 은혜 목숨을 바쳐 주군을 보필 하겠습니다.”
“이런... 목숨을 잃지 말라고 주는 것인데 어찌 목숨을 바칠 생각을 하시오...”
“주군...”
“자자... 그만 일어나세요. 앞으로 며칠 후면 구파일방과 사대세가의 수장들과 비무를 벌이기로 했습니다. 그 후에 마교의 총단으로 찾아 갈 것이니 다들 그 비급의 무공을 최대한 익혀 두시오.”
“네...”
그렇게 그날 지오는 나한철에게 보령마단(寶羚魔丹)을 복용시키고 자신이 창안한 무공을 시범까지 보여주며 알려 주었다.
한편 무림맹에선 맹주와 구파일방과 사대세가의 가주들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맹주, 마교분타를 조사 하러간 마지오의 행방은 어떻게 됐소?”
“허허.. 그것이 말이오. 마공자가 마교분타에 홀로 잠입하여 마교교주를 죽음 직전까지 만들었고 두 명의 장로역시 심각한 내상을 입혔다고 하더이다. 또한 그곳에 있던 장로 직속의 십천살과 마교인 약 60여명을 마공자 혼자서 모두 상대하여 마교인들이 거의 전멸했다고 하더군요.”
“아니... 맹주 그런 터무니없는 말을 우리더러 믿으라고 하는 소리요?”
“허허... 본좌 역시 믿기지 않는 일이오. 그러나 분명한건 마교교주와 장로가 심각한 내상을 입고 영월분타를 버리고 총타로 돌아갔다는 사실이오.”
“허... 그렇다면 마지오의 무공이 도대체 어느 정도란 말이오?”
“늑대 새낀줄 알았더니 이건 아예 호랑이를 넘어 용의 새끼가 아닌가... 허허...”
그때 제갈 세가의 가주인 제갈 성운이 말을 이었다.
“마지오가 그 정도의 무공이라면 며칠 후 비무의 결과는 정말 장담 할 수 없는 일 아니오?”
맹주가 말을 받았다.
“장담이 아니고 누가 마공자의 상대가 될 수 있단 말이오? 내가 보기엔 일대일의 상황이라면 마공자는 현제 중원에선 그 상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인 것 같소. 적어도 우리 중 두 명 이상이 상대를 해야 겨우 맞설 수 있을 정도 일듯....”
맹주의 말에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말에 제갈 성운이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비무를 취소해야 되지 않겠소?”
“아니 한 번한 약속을 어찌 취소한단 말이오.”
“그렇다고 그 애송이에게 수모를 당할 수는 없는 일 아니오. 생각들 해보시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서 고작 마교의 애송이에게 패배를 했다고 하면 중원에서 어찌 문파를 이어 갈 수 있겠소?”
그러자 다들 말을 하지 못하였다.
그들 역시 패배를 한다면 더 이상 자신들의 권력을 이어 갈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때 조용히 듣고 있던 무당의 문주가 말을 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서 비무를 취소 할 수는 없소. 약속은 약속이오.”
그 말에 맹주가 동의를 했다.
“소림도 그날 비무장에 갈 것 이오.”
다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자 제갈 성운이 말을 이었다.
“본좌 역시 비무장엔 갈 것이오. 그러나 그 애송이는 비무장에 오지 못할 것이오.”
그 말에 각파의 수장들의 얼굴이 놀람으로 가득했다.
“아니 제갈 가주 그게 무슨 뜻이오.”
맹주가 묻자 제갈 성운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을 했다.
“말 그대로요. 그날 마지오는 비무장에 참석하지 못할 것이오.”
“그렇다면...”
“그렇소...”
순간 실내는 정적이 감돌았다.
무당의 문주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는 절대 찬성하지 않소. 또한 그 말은 못들은 걸로 하겠소.”
그렇게 말하고는 나가버렸다.
그러자 맹주역시 일어나 자리를 피해 버렸다.
하나 둘씩 자리를 뜨고 남아있는 자들은 사대세가의 가주들뿐이었다.
“여기 남아 계시는 세 분께선 제 의견에 찬성을 하시는 것으로 알겠소.”
“당가주께선 어찌 하실 생각이시오?”
“내가 알기론 마지오 역시 내상으로 그리 좋은 상태가 아니라고 생각하오.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사대세가의 가주들은 저마다 비장의 각오를 하고 있었다.
이 사실이 무림에 알려진다면 다시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뿐더러 세가의 간판역시 내려야 할 만큼 커다란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그런 사실도 모른 채 무공수련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나한철은 보령마단(寶羚魔丹)의 복용으로 내공이 생겨 자신의 독문무공인 외공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전엔 내력을 위주로 하는 장이나 권에 타격을 당하면 속수무책이었던 것이 이젠 자신의 내공으로 받아 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피부가 워낙 강철 같아 도검이 불침 하는 대다 그 위에 내력으로 어느 정도의 반탄기를 씌우니 검기나 약한 검강 정도는 그의 피부에 흠집도 내지 못하였다.
또한 공격에서는 자신의 힘과 내력이 더해지니 집채만 한 바위도 그의 손에 걸리면 산산조각 나기 일쑤였다.
또한 각주들과 남궁시후는 지오가 직접 창안하고 하나하나 시범을 보여주자 그 실력이 나날이 늘어만 갔다.
지오와 나한철의 몸이 완쾌하자 일행은 영월을 떠나 하남성에 위치한 등봉현을 향해 출발했다.
그러나 지오일행이 소하를 지날 무렵 일행의 뒤를 따르는 무리들이 있었다.
그들은 중원 살수문파인 흑살문(黑殺們)의 살수들로 제갈 성운이 지오일행을 비무장에 오지 못하게 하기위해 보낸 무리들이었다.
그들은 영월에서부터 지오일행을 미행하며 미리 그 앞에 살수를 배치해놓았다.
그러나 그들은 지오가 자신들의 미행을 눈치 챘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주군, 미행하는 자들이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알고 있소. 영월에서부터 우리를 미행하던데 아직까지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으니 더 지켜 보도록 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각주들에게 저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도록 일러두세요.”
“네...”
그 말에 시후가 나서며 물었다.
“형님, 저들이 무엇 때문에 우리를 미행하는 걸까요?”
“글쎄다... 잠시 후면 알 수 있겠지. 보아하니 저 앞에 보이는 숲에서 공격을 할 것 같으니... 시후도 준비를 하고 있거라.”
“네. 형님.”
그러나 지오역시 미행하는 자들만 생각했지 앞쪽에서 매복을 하고 있는 자들은 알지 못 하였다.
지오 일행이 한적한 숲길로 접어들자 미행하던 자들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졌다.
“저들이 이제 움직이려나 보군.”
그렇게 말하곤 지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때 앞쪽에서 적지 않은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음... 나당주, 미행하던 자들이 전부가 아닌 듯 하오. 앞쪽에 상당수의 살기가 느껴지니 다들 준비를 시키시오.”
“아니... 앞쪽에 매복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소. 인원이 대략 50은 족히 되어 보이는 군요.”
그 말에 시후가 놀라며...
“헛... 형님 그렇게 많은 수가... 위험하지 않을까요?”
“다행이 이렇다할 고수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구나. 그래도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
“네. 형님...”
지오의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숲길을 따라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길이 좁아지며 십장정도 앞은 그야말로 매복하기 좋은 장소가 나타났다.
지오는 발길을 멈추고 앞을 향해 목소리에 내공을 실어 말을 했다.
“그대들의 매복은 이미 눈치 챘소. 모습을 드러내시오.”
“......................”
“허... 말수가 무척이나 없는 사람들이군...”
“주군 저희들이 일단 먼저 가보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소. 혹시 저곳에서 암기를 사용한다면 나당주는 괜찮겠지만 나머지 각주들은 혹시 위험할 수도 있소.”
그렇게 말한 지오는 묵혼을 빼어들고는 검에 내력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검끝에 커다란 기의 덩어리가 형상화 되더니 환의 형태를 갖추었다.
“나서지 않는다면 나오게 만들면 그뿐....”
그렇게 말한 지오는 묵혼을 앞으로 향하고는 기합소리와 함께 검환을 쏘아 보냈다.
“핫.... o~~웅..”
그러자 숲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피해랏...”
“콰~~쾅...”
동시에 사방으로 흑포를 입은 무리들이 뛰어 나왔다.
그들의 수는 지오의 말대로 약 오십여 명 정도 되었다.
그들을 보고는 나한철이 커다란 소리로 물어다.
“웬 놈들이기에 길을 막아서는 것이냐?”
그러자 그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앞을 나서며 지오를 향해 되물었다.
“네놈이 마지오 라는 애송이냐?”
그 말에 나한철의 얼굴을 구기며 버럭 욕설을 뱉어 냈다.
“이런 우라질놈을 봤나. 네놈들이 머릿수만 믿고 겁을 상실했구나. 어디다 애송이 타령을 하느냐.”
“크크... 그놈 생긴 것 마냥 말투역시 곰 같구나...”
“뭣이... 내 이놈을...”
그 말과 동시에 나한철이 단신으로 적진을 향해 뒤쳐 들었다.
그러나 지오는 말리지 않고 그저 지켜보았다.
앞을 막고 있는 무리중 나한철의 몸에 상처를 낼만한 고수는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한철은 자신을 향해 곰이라곤 말한 사내를 향해 일권을 내질렀다.
흑포의 사내는 나한철의 권이 예사롭지 않아 받아치지 않고 몸을 돌려 피해내곤 검을 들어 나한철의 목을 베어갔다.
나한철은 팔을 들어 검을 막고는 그대로 검을 들고 있는 어깨를 가격하였다.
“퍼~억... 꽈~직”
상대의 어깨에서 듣기 거북한 타격 음이 들리며 어깨가 뒤로 비틀어져 그 상태가 예사롭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상대는 뒤로 몇 걸음 물러서더니 흠칫 놀라며 나한철을 바라보았다.
검을 맨손으로 막아내고 충격을 제대로 흘려보냈건만 자신의 어깨가 탈골이 되어 버리자 상대의 무공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그런 상대를 보고 나한철이 비릿한 미소를 보이며
“어디 다시 한번 주둥이를 놀려 봐라... 이번엔 아주 목을 분질러 주마.”
“크크크... 역시 그 힘도 곰과 같구나...”
“아니 이놈이 그래도... 오냐, 네놈이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나한철은 다시 상대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러나 흑포인은 뒤로 물러나고 뒤에 있던 몇 명의 복면인들이 나한철을 막아 나섰다.
그러나 그들 역시 나한철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일 권에 상대 한명이 튕겨나가자 이내 나한철의 주위에 수십 명의 복면인이 둘러싸고 상대를 해왔다.
나한철은 인원이 너무 많아 모두 상대하기에 힘이 붙임을 느끼고는 한 곳을 뚫고는 적들과 거리를 벌렸다.
그때 지오가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그대들은 누구기에 내 앞길을 막는 것이오?”
그러자 나한철과 싸우던 흑포인이 지오를 향해 대답을 했다.
“후후... 곧 죽을 놈이 그걸 알아 무엇 하겠느냐. 죽거든 염라대왕 에게 물어 보거라.”
그 말을 들은 지오의 눈에서 살기가 번졌다.
그리고는 나한철과 각 각주들에게 명을 내렸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조놈만 살려두고 모두 처리 하시오.”
그 말에 나한철과 각 각주들이 부복하며 명을 받았다.
“네...주군 명을 따릅니다.”
그 말과 동시에 각주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고 신형을 날렸다.
그들 개인의 무공은 지오의 가르침으로 중원에 상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발전이 있었다.
각 각주들의 무공은 일파의 장로급에 달하는 수준이었고 나한철은 그 이상이었다.
남궁시후 역시 나이가 어리고 아직 실전경험이 부족하나 그 실력만큼은 일류 고수 축에 들 정도로 대단 하였다.
그런 그들을 오직 살수로 키워진 흑살문의 살수들이 감당하기엔 처음부터 말이 되질 않았다.
지오는 나한철과 각주들 그리고 시후의 모습을 그저 지켜보기만 할뿐 싸움에 나서지는 않았다.
나한철은 그야말로 종행무진 이었다.
그에게는 검과 도는 물론 어떤 것도 그의 몸에 상처를 입히지 못하고 또한 그의 공격을 막아 내는 자도 없었다. 그저 피하는 수 밖 에 없지만 그렇다고 나한철의 움직임이 둔한 것도 아니어서 그야말로 나한철을 상대하는 살수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각주들의 무공은 그야 말로 섬광이었다.
일 검에 살수들의 목이 하나씩 잘려 나가며 그들의 검에는 뚜렷한 검기가 맺혀 살수들의 검을 몸과 함께 베어 버렸다.
남궁시후 역시 눈부신 발전이 있었다.
그의 쾌검은 더욱 빨라져 발검과 동시에 그의 검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상대를 베어 버렸다.
비로서 무검 남궁시후를 탄생 시킨 것이었다.
차후 남궁시후의 검을 본 사람들이 검을 들고 있으나 그의 검을 볼 수 없다하여 그의 별호가 무검 남궁시후 가 된 것이다.
반 시진(1시간)이 흐르자 남아 있는 살수는 처음 나한철과 싸웠던 우두머리 밖에 없었다.
그 역시도 한쪽 팔이 잘리고 혈도가 제압당하여 지오 앞에 꿇려져 있었다.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다면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 놓겠다.”
나한철이 으르렁거리며 협박을 하였다.
지오가 복면인을 향해 물었다.
“그대는 어느 문파의 소속이오?”
그러나 상대는 못들은 척 대답하지 않고 오로지 지오를 날카롭게 쏘아 보았다.그런 모습에 나한철이 참지 못하고 그의 면상을 발로 차 버렸다.
“퍼~ 억..”
“주군의 말에 대답해라 죽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그러나 복면인은 조금도 굴하지 않고 더욱 날카로운 눈으로 나한철을 향해 말을 했다.
“내가 대답할 것이라 생각하느냐? 죽여라 내 입에서 들을 말은 더 이상 없을 것 이다.”
그러자 나한철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상대에게 말을 했다.
“과연 그럴까? 마교에선 고문기술이 무척이나 발달 되어 있지. 어디 얼마나 버티는가 두고 보자고... 주군은 잠시 쉬고 계십시오.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지오는 나한철과 살수를 한번 바라보곤 자리를 떠나 한쪽에 앉아 잠시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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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며칠 바빠서 이제 서야 글을 올리네요...^^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문제점을 지적해 주셔서 날로 힘이 나네요.
앞으로도 많은 질책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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