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한마디: 마음은 움직이는것.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 않는것.
변하지 않는 정과 사귐이 함께 했으면...하고 바랍니다.
제58장 사천당가편 (당가혈전의 서곡.)
탄주되는 악기들이 저마다 그 음률을 가지면서도 끝내 융합되어 하나의 환상적인 음색을 창조해 내듯
지금껏 수많은 암기를 창조하고 독공과의 조화를 쌓아왔던 당가의 연무장.
무림의 대란의 전주곡이라 하기에도 모자람없는 혈전이 시작되었다.
당영웅을 흠모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자리했던 무예의 무자도 모르는 평범한 초부들은 그저 놀란 가슴
진정하기도 전에 흉맹한 사파 무림인들에게 질려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달아나기 바빴다.
살인을 즐기는 그저 살인광마가 아닌 이곳의 사파무림인들은 꽁지빠지게 달아나는 그들의 목숨따윈
파리가 되기 위해 변을 먹고 사는 구더기 만큼의 가치도 없었다.
호협아의 날카롭게 변한 정기 넘치는 시선이 서풍홍마녀의 청보석처럼 빛나는 눈동자를 응시하자,
레나의 고개가 무겁게 끄덕였다.
"금성회가 이 자리를 빛내지 않을 수 있겠어?"
대정협객 용비가 이전 아미파의 시절부터 휘둘러온 불진을 한번 떨치며 나섰고, 신비검 철룡은
어느새 당연호 당가주의 가까운 곳에서 무심한 시선으로 당가주를 노려보는 사파의 무리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나으리..."
당령이 호협아를 부르자, 호협아는 곁에 서 있던 령령을 향해 지시했다.
"령령, 그대가 당부인과 백영소저를 지켜주겠소?"
령령이 또한 긴장된 표정으로 당령의 곁에 다가갔다.
"처음뵙겠어요. 당부인. 서방님의 내자되는 령령이라 해요."
당문에 당도하고나서도 조용히 사태의 진전만 보고 있던 령령이 처음으로 당령에게 말을 건네자,
당령은 다소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당령이라 해요."
나긋하면서도 포용력이 느껴지는 범접하기 힘든 미모의 소유자임에 령령의 마음속은 작은
파문이 일었다.
그 절세 미녀의 앞에 앉아 있는 의자위에 앉은 초췌함이 이루말할 수 없는 소녀를 보자,
가슴이 찌르르 하고 아파왔다.
절정음마 배독심이 상처를 입어 헐떡이는 흑음구잔 중 5인을 내려다보며 호통쳤다.
"이 벌레같은 놈들. 이껏 사천의 독룡따위에 당해 이 음마의 이름을 더럽히다니!"
내장 조각을 뱉어내며 신음하던 흑음 오잔은 극강의 독강기에 당해 괴로워하다가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흰 안광을 빛내며 무릎걸음으로 배독심 앞에 오체투지 했다.
"음마나리, 죽을 죄를 지었나이다."
"부디, 용서를..."
멀쩡한 몸으로 우두커니 서 있던 4인의 흑음구잔은 더더욱 황공하다는듯 90도 이상 허리를 꺽으며 양손을 모아 절했다.
"그들을 용서하소서."
"흥! 그렇다면 저 사천의 독룡은 네놈들에게 맡겨도 좋으렸다."
당하지 않은 자는 그 위력을 모르니...
마치 어린 아이가 길가에 기어다니는 개미를 장난으로 짓밟아 죽이다가 무심코 뱀을 밟아 독니에 물린 격이었다.
당연명의 백인무쌍의 위세를 맛본 5인의 흑인의 눈에 일말의 두려움이 나섰다.
지금껏 상대해온 어떤 고수도 그들의 오잔파멸진을 뚫은 초강고수는 없었기에...
"이 버러지 같은 놈들아!!"
절정음마가 희디흰 백색치열을 송두리채 드러내며 두 팔을 휘두르자 통배권을 연상시키는
길게 뻗어나간 팔이 흑음오잔의 머리통을 타격했다. 다섯개의 거무스름한 잔영이 퍼져나가며
동시에 다섯명의 심복이 비명을 질렀다.
"퍼퍼퍼퍼퍽!!!"
"ㅋ..아...ㄱ..."
"음.."
"마.."
"님..."
순식간에 병신이 된 고수 5인의 흑인은 반죽음 상태로 바닥에 자빠져 나뒹굴었다.
눈알이 터져나가고 이빨이 송두리채 옥수수 알 떨어지듯 우수수 쏟아지고, 귓바퀴를 가격한 세찬
손바닥에 그 순간 귀머거리 상태로 빠진 흑음 오잔...
그 잔인하고 독랄한 수법에 혈마교와 환풍살막의 인물들도 슬쩍 눈을 부릅떴으며,
백도 무림의 군웅들이 경악의 소리를 내지른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자신의 충복을 저토록 병신취급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남은 4인의 흑음구잔은 주인의 광폭한 성질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부르르 몸을 떨면서
소리쳤다.
"존명!!"
이마에 핏줄기를 곤두세운 절정음마가 갑자기 크게 웃어제꼈다.
"후헤헤헤헷. 그래야지. 이 절정음마의 종자라면 끓는 물에 들어가 생죽음을 당해도 여한이 없는거다."
"존명!"
"이보게, 독심. 그들은 그래도 쓸만한 종자였잖나. 하루살이 같은 하찮은 종자이긴 하지만."
우는듯 웃는듯 눈썹을 역팔자로 치켜뜬 음화보살 소추추가 특유의 내시처럼 간드러진 목소리로 그의 뒤에 자리한
호보살 4인에게 명했다.
"본 보살은 독심과 달리 가혹하지 않네. 30명씩은 저승길로 보내도록."
"!!!"
호보살 4인이 말없이 고개만 까딱거리며 분장한 얼굴에 정신병자처럼 얼빠진 미소를 지었다.
막상 서로를 죽고 죽이는 상황이 벌어질 숨가쁜 정적은...과연 어느쪽에서 어느파를 먼저
공격하느냐에 따라 치고 받는 상황이 실타래 풀어지듯 펼쳐질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령령이 상황의 심각함에 심호흡하며 당령의 소매를 잡아 끌었다. 당령이 백영을
품에 끌어 안고 움직이는 순간, 절정음마 배독심의 희번뜩이는 눈길이 독서시 당령을 향했다.
"흐흐흐, 당가 제일의 미녀 독서시 당령이 파경후에 당가에 돌아왔다더니....후헤헷, 먹음직스러워
견딜수가 없구만."
배독심의 검은 몸뚱이가 검은 잔영을 일으키며 닷닷닷 하고 미미한 파공음과 함께 달려들었다.
"멈추시오!"
호협아와 마독제황 당연명이 번개처럼 신형을 날려 배독심의 전방을 가로막고 측면에서
짓쳐간 당연명의 거대한 몸뚱이가 독수리가 병아리를 낙아채듯 배독심의 옆구리를 향해 일수를 찔러넣었다.
"후헤헤헤헤헤!!"
일순 독황의 녹색으로 빛나는 독강수가 분명 찔러넣었다고 생각한 허리어림이 쑥하니 한옆으로 밀려나 있었다.
"!!"
손에 느껴지지 않는 타격감에 당연명의 입술이 말려올라가고,
"사술?!"
마치 뼈가 빠진듯이 빗나간 허리가 팽그르 돌더니 길게 뻗은 두다리가 회전하며 그대로 당연명의 하체를 향했다.
"슈!!! 슈앙!!"
"흥!"
어림없다는듯 당연명의 다른 팔이 그대로 털복숭이 발을 막아내는데,
막았다고 생각한 털복숭이 다리는 올려차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당연명의 발등을 향해 내리쳐졌다.
"윽!!"
동시에 공굴러가듯 넘어가는 배독심의 몸이 데굴데굴 풍차처럼 구르며 호협아의 몸앞에서 번뜩 하는 순간
탓! 하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넘아가는 것이 아닌가!
"어딜!"
호협아가 뒤로 넘어가는 듯 철판교 자세 그대로 지면을 박차자 공중을 올려다본 상태로 공중에서 뱅글뱅글
돌면서 날아가는 흑인의 몸을 따라갔다.
"후헷!"
믿을 수 없게도 흑인의 몸이 공중에서 그대로 종회전을 횡회전으로 바꾸며 지면으로 떨어져 내렸다.
마치 팽이처럼 회전하며 떨어지는 절정음마 배독심.
"휘리리리리릭!"
호협아가 다급하게 몸을 뒤집으며 지면을 박차 공중에 살짝 떠오르며 두발을 쭉 뻗었다.
"퍼퍽!!"
동시에 지면을 폭파시키듯 작열하며 떨어진 흑인이 양팔을 크로스 시키며 막아냈는가 싶더니 호협아의
호쾌하게 걷어찬 양각의 발목을 쥐어잡고 실망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느려느려...이리도 느려서야 아무런 여흥도 되지 않는군. 헤헤헷."
"흑무백팔섬!"
호협아가 노성을 지르며 양?로 지면에 장력을 퍼붓는 동시에 기경팔맥의 역으로 흘러가는 공력.
두 족심을 타고 유성처럼 쏟아져 나가는 백팔섬의 백색강기폭풍!
"파파파파팟!!"
"으아앗!!"
절정음마 배독심이 두 눈을 질끈 감은채 그대로 뒤로 3장이나 나가떨어졌다.
"령령, 되도록 사천당가에서 멀리 떠나시오!"
호협아가 두 발목을 부륵...하고 휘청대며 소리쳤다.
그에 맞춰 동시 다발적으로 여기 저기서 명예와 생명을 건 대혈전이 벌어졌다.
당가의 백명에 가까운 암기의 달인들이 여기저기서 신속하게 나타나 대열을 이루더니 수궁노를 격발했다.
"파파파파파팡!!"
혈마교와 환풍살막...그리고 음화보살 소추추를 비롯한 사파 무림인들을 까맣게 뒤덮으며
타는듯 열기품은 철환이 상대를 즉살할듯 메뚜기떼처럼 날아갔다.
"이야아아아!!!"
그 뒤를 따라 정의문주 정의천과 성도협의 문주 서공명이 그 제자들 50인 태세로 돌격하자,
혈마교의 혈세마안 비황이 소맷자락에 휘어잡힌 수궁노의 철환 10여개를 투두둑 떨어트리며 마안을 빛냈다.
"과연 당가가 암기로 천하를 떨어 울린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만..."
그 옆에 있던 천강시 묘일귀가 요상한 고음을 휘파람으로 내지르자, 혈강시 십인이 덜덜덜 하고
몸을 떨더니 감겼던 눈을 번뜩 하고 부릅떴다. 시뻘건 핏물이 가득찬듯 혈관이 잔득 일어난 혈안.
음산한 사기가 강시들의 전신에서 뿜어져나왔다.
뻗뻗하게 굳은채로 전방을 향해 유령처럼 하늘 거리며 나아가는 혈강시들.
"창창창창창~~~!!"
정의문의 제자 다섯이 일시에 검을 뻗어 혈강시의 목이며 전신 사혈을 노렸으나 마치 천근암석에 부딪친듯
둔탁한 소릴내며 튕겨나왔다.
"퍽~! 푹!...퍽...퍽!!"
혈강시의 두팔이 직선으로 뻗어오는 것을 보면서 다급히 검을 들어 막는 정의문의 제자들은 검이 부러지는
엄청난 괴력에 검의 파편이 안면을 뒤덮는 처절한 참극을 당하며 주저앉고...주저앉는 그들을 걷어차는
강시의 발에 배를 걷어차인 순간 둔탁한 가죽북 터지는 소리와함께 뱃가죽을 관통당하며 피를 울컥...하고
입으로 쏟아내며 즉사하고 말았다.
"이 사악한 강시놈들아!!!"
정의문주 정의천의 검에 푸르스름한 검기가 맺히며 강시의 한쪽 팔을 반동강 내자, 강시는 아무런 고통도
못느끼는듯 팔뚝채 날아간 팔 그대로 정의천의 가슴팍을 후려쳐갔다.
"하압!!!"
하고 좌수에 맺힌 푸른 청강기가 강시의 팔과 교차하고...펑!
주춤..하고 한걸음 물러서는 정의천...그 등을 받쳐주는 팔이 있었으니, 다년간 성도의 평화를 위해 함께
힘써온 죽마고우 성도협객 서공명이었다.
오래전 절전되었다고 알려진 운천륜창의 비기를 이었다고 하는 서공명이 은색으로 빛나는 창극과 그 첨예
밑에 휘날리는 운천이라 씌어진 백색 깃발을 휘날리며 하늘을 향해 치켜들었다.
"성도협의 제자들아 마교의 무리를 맞아 창을 들라!"
성도협의 제자들이 굳게 거뭐진 손안의 창을 일회전 공중으로 빙글 돌리며 창의 기수식을 잡으며
영기충천하여 제창했다.
"마도섬멸!!"
백도의 젊은 기재들 또한 젊은 혈기를 앞세워 환풍살막과 혈마교의 무리들을 향해 치달려갔고,
혈전은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물듯 서로의 무기를 앞세워 상대의 죽음을 재촉했다.
호보살 4인이 나비처럼 가벼운 동작으로 당가의 암기대를 향해 현란한 복장을 휘날리며 날아들자,
암기대의 양팔이 하늘을 향해 치켜올려지며 당가 비전의 수전통 속에 잠들고 있던
작은 강철제 화살이 슈슈슈슛! 하고 강력한 탄력으로 발사되었다.
"오이야아아아!!!!"
기다란 소매를 펄럭이던 호보살들이 기묘하게 꺽어진 손목과 손을 휘어감은 기다란 강조가 드러났다.
갈퀴처럼 퍼진 강조는 알록달록한 염료로 칠해져 마치 아이들 장난감 같았으나,
그 강조에 걸린 암기들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당가인들이 예상했다는 듯 뒤로 재빨리 물러서며 품속에 손을 넣어 독분을 날리려는 찰라 그들의 손목이 우두두둑...하고 비오듯
잘려 떨어져내렸다. 땅에 떨어진 암기에 수도없이 단련된 당가인의 손이 금세라도 독향이 가득한
독주머니니 끈을 붙잡은 채였다.
"으..으...으아아아아악!!!"
망연실색하며 평생을 바쳐 단련해온 쌍수를 잘려 분수처럼 피보라를 뿜는 양팔을 부르르 떨며
뒤로 주춤 물러서는 당가인들의 목을 향해 쏟아지는 역시 아이들 장난감같은 유리구슬들...
그야말로 당가의 암기에 손색없는 수전노에 의해 발사된듯한 무서운 기세로 순식간에
목젓을 관통했다.
자신들의 소중한 쌍수를 잃어버린 순간에 영혼의 끈마저 잘려버린 당문인들...
풀썩하고 삽시간에 20여명의 당가인이 이승에 안녕을 고하고...
"저, 저들은! 음화보살 소추추의 청홍감록 사대광대!"
그러나 나머지 당문인들은 더더욱 용기 백배한듯 용맹하게 덤벼들었다.
그들의 몸위로 신선처럼 신묘한 신법으로 뛰어오른 대정협객 용비가 불진을 휘두르자,
두명의 호보살이 강조를 들어 막으며 반대편 강조로 날아드는 당가비표를 쳐냈다.
"과연 사대광대!"
용비의 불진에 담긴 공력은 40근의 무쇠로 내리친 것과 같은 웅혼한 공력이 담겨 있었는데,
저 우스꽝스런 호보살의 분칠된 안색에는 일말의 동요도 담겨 있지 않았다.
신비객철룡은 땅속으로 꺼진듯 하늘로 솟은듯 행적을 쫓기 힘든 절정의 신법으로
10여명의 화남수청대와는 틀린 환풍무룡 10걸이라 이름 지은 미소년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철룡의 10여개로 나뉜 분신들이 극강의 살수검으로 그들을 격살해가도
그들 미소년들은 무표정 그대로 최소한의 움직임 만으로 철룡의 공세를 피해냈다.
"빈틈없는 방어자세다."
철룡의 철면이 변화없이 굳어진 가운데 한편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당연호는
화옥신랑 유신백과 옥수빙백장 백빙의 연수공격을 받으며 그 왜소한 몸뚱이에 태산같은 대영웅의
기도를 발산하며 일초 일초를 겨루고 있었다.
"과연 당영웅!"
유신백의 미안에 경탄이 감돌고, 옥수빙백장 백빙은 그런 유신백을 질타하며 9성까지 끌어올린
빙옥수로 백년설의 만년빙처럼 얼어붙은 옥수를 퍼부었다.
"빙옥수?"
당연호의 몸뚱이를 동결시킬듯 맹위를 부리는 새하얀 옥수.
수십개의 변화를 가미한 신묘한 장법이 그 결줄데없는 고강한 무예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파파파파팟!"
당연호의 팔이 갈고리처럼 빙옥수의 옥장 밑으로 파고들며 기경팔맥을 송두리채 얼려붙일듯한
빙공을 제압했다.
"?!"
상큼 아미를 치뜬 백빙의 허리가 유연하게 휘어지며 몸뒤로 치켜 올라간 발이 노영웅의
머리를 찍어갔다.
"!!"
안그래도 유신백의 산이 휘리리릭 하고 회전하며 미간을 노리는 바람에 당연호는 우측으로
몸을 돌리는 상황이었다.
"아버님!!"
당연명이 상대하던 혈마교의 혈세마안 비황이 그런 당연호를 노리는 모습에 벼락치는 소릴 질렀다.
비황의 뒤를 따라잡는 당연명의 두 다리가 초상비의 경공처럼 공중을 밟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 자리에 천강시 묘일귀의 한쌍의 귀산륜이 날아들며 지면을 십자로 파놓았다.
그 위력에 놀람도 잠시, 또 한쌍 귀산륜이 마치 살아 있는듯 당연명의 뒷등쪽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형님!!"
호협아는 혼신공력을 다한 기경팔맥을 타고 도는 흑무사신강기를 바탕으로 난파필승무적문의
운기법을 융합한 절륜한 공력으로 음탕함이 하늘을 찌르는 저 털복숭이 검둥이를 몰아치고 있었는데,
당연명의 위기를 어찌 모른척 하겠는가?
호협아의 손에 들린 거무틔틔한 비도집에서 용호비도를 뽑아 공력을 실어 이기어검에 가까운 신기를
펼쳐보였다.
마침 그 앞을 가리고 있던 절정음마 배독심은 호협아의 비도를 보는순간 보통 보도가 아님에
아연실색 재빠르게 몸을 뒤집으며 측면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런 배독심의 옆눈길에 잡힌 저 당가주를 둘러싼 절세 무인들의 가공할 경천동지의 대격돌!
호협아의 용호비도중 하나는 당연명의 오른쪽 어깨어림을 노리며 날아드는 귀산륜을 쩌엉!! 하는
굉음을 내며 튕겨내고도 그 힘을 이어받은듯 등정중앙을 노리던 귀산륜에 부딪쳤다.
"쩌정!!"
당연명이 등뒤의 살기를 눈치채고 뒤돌았을때 귀산륜은 이미 용호비도의 밥이 되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귀산륜이 막히다니!"
천강시 묘일귀가 사자와도 같은 귀면을 가볍게 찡그리며 사람 척추뼈로 만들어진듯한 골각의
귀산륜 고리를 꾹 움켜쥐었다.
도합 세쌍의 귀산륜의 절기는 그야말로 천강시 묘일귀의 성명절기와도 같은 신기였기에...
당연호의 왜소한 몸이 한바퀴 도는가 쉽더니 좌장이 혈세마안 비황의 비황혈무검 이십초식의
초입부인 일초 공격을 봉인했다.
"당가주! 한수 하는 구료. "
혈세마안 비황의 검붉은 묵검이 휘릭! 하고 그자리에서 비황의 허리를 돌더니 좌수로 잡히며
뻗어온 당가주의 손목을 내리치나, 이미 당가주의 팔은 그의 뒷편에서 찔러오는 유신백의
산의 정점인 첨예를 붙잡고 있었다.
"헙!"
당연호의 노쇄한 팔을 타고 검은색 흑무가 풍기는가 싶더니 유신백이 다급한 동작으로 산을
놓으며 뒷걸음쳤다.
호협아의 오뢰신장에도 산의 기둥만은 남았던 현철 산이 또다시 치욕으로 벌거벗고 말았다.
메케한 절독의 냄새에 당연호를 둘러싸고 공격하던 절세고수들은 다시금 독공의 고수임을
상기하며 침을 삼켰다.
그와 동시에 당연호의 몸 주위로 암기의 비가 마치 폭풍우처럼 휘몰아쳤다.
"만천화우?!"
"!!!"
"저런 절기를 펼치다니..."
독질려 십여개를 동시에 발동시킨 것도 모자라 노영웅 당문주의 시퍼렇게 형형한 안광이
번뜩이는 순간 독룡 당연명도 혀를 내두르는 한가을 온산의 낙옆이 떨어지듯 쏟아지는
각종 암기들은 제각각 심후한 공력이 실려 막강한 위세를 발휘했다.
혈세마안 비황이 온몸을 검막을 펼쳐 막아내고, 유신백은 자신의 허리춤에 있던 채대를 끌러내어
사편을 휘두르듯 팔방풍우로 휘두르는데, 옥수빙백장 백빙은 빙옥수로 빛나는 쌍수를 급하게
뻗어내기 바빴다.
"슈파파파팟!!!"
"채채채채채챙!!"
"퍼퍼퍼퍼퍽!!"
한숨 돌리는가 싶던 절세의 초강 고수 삼인은 두 눈을 부릎뜨며 시커멓게 뻗어오는
독강기의 회오리를 보자, 이를 갈며 검강, 산첨, 수강을 펼쳐 맞섰다.
"파파파팡!!"
일제히 뒤로 한걸음씩 물러서는 혈세마안 비황을 비롯한 화옥신랑 유신백과 옥수빙백장 백빙.
비록 그들은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으나, 저 절대적인 무위를 떨친 칠순 노인이
꼿꼿하게 허리를 편채 푸른 안광을 번뜩이는데는 침을 삼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고수였다니...교주와 한수 겨뤄도 손색이 없을 듯 싶구나."
"환풍살막의 앞을 막는 독두꺼비 같은 존재로구나."
"이 기회에 죽이지 않는다면..."
유신백과 백빙의 눈길이 마주치며 굳은 결심을 했다.
노화자 남여초와 신행백 운당이 혈강시와 맞서 싸우는 정의문과 성도협의 힘을 불어넣으려는듯
사자후를 터트리며 죽봉과 불진을 휘두르는 도중 얼굴을 두 눈만을 남긴채 붕대로 휘어감은
사내를 부축한 당문인 한사람이 마독제황 당연명에게 가는 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중한 상처를 입었다면 후일을 기약하여 떠나게!"
그러나 그 붕대의 사내는 당가 제자의 부축을 받아 기어코 당연명의 앞까지 당도하여
무릎꿇으며 소리쳤다.
"독황! 화산학 조천유가 저 심장을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음마를 죽이도록 해주소서."
...그는 반나절 전에 치욕의 능욕을 받으며 죽어간 당가제자와 미녀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화산학 조천유였다. 그렁그렁 맺힌 눈물이 흘러 쏟아지자, 천강시 묘일귀와 살기등등한
대결을 벌이던 당연명의 두 눈썹이 꿈틀거렸다.
"무, 무슨 일이더냐!"
"절정음마에게 당하여 독황의 일대제자였던 제갈서와 그의 내자인 당가인을 비롯한 제자들이
치욕스런 죽음을 당했습니다."
"!!!뭣이!"
당연명의 부드득 갈린 이빨사이로 흘러나온 침음성.
동시에 호협아와 용호상박의 대결을 벌이는 절정음마 배독심의 뒤통수에 대고 우렁차게 내뱉았다.
"네 이놈! 음마녀석아! 이 당연명이 네놈만은 도저히 용서 못하겠다."
천강시 묘일귀의 귀산륜이 파공음을 내며 다가와 당연명의 허리춤을 날카롭게 베고 날아가는 와중에도
당연명의 눈길은 묘일귀에게서 벗어나 있었다.
변하지 않는 정과 사귐이 함께 했으면...하고 바랍니다.
제58장 사천당가편 (당가혈전의 서곡.)
탄주되는 악기들이 저마다 그 음률을 가지면서도 끝내 융합되어 하나의 환상적인 음색을 창조해 내듯
지금껏 수많은 암기를 창조하고 독공과의 조화를 쌓아왔던 당가의 연무장.
무림의 대란의 전주곡이라 하기에도 모자람없는 혈전이 시작되었다.
당영웅을 흠모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자리했던 무예의 무자도 모르는 평범한 초부들은 그저 놀란 가슴
진정하기도 전에 흉맹한 사파 무림인들에게 질려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달아나기 바빴다.
살인을 즐기는 그저 살인광마가 아닌 이곳의 사파무림인들은 꽁지빠지게 달아나는 그들의 목숨따윈
파리가 되기 위해 변을 먹고 사는 구더기 만큼의 가치도 없었다.
호협아의 날카롭게 변한 정기 넘치는 시선이 서풍홍마녀의 청보석처럼 빛나는 눈동자를 응시하자,
레나의 고개가 무겁게 끄덕였다.
"금성회가 이 자리를 빛내지 않을 수 있겠어?"
대정협객 용비가 이전 아미파의 시절부터 휘둘러온 불진을 한번 떨치며 나섰고, 신비검 철룡은
어느새 당연호 당가주의 가까운 곳에서 무심한 시선으로 당가주를 노려보는 사파의 무리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나으리..."
당령이 호협아를 부르자, 호협아는 곁에 서 있던 령령을 향해 지시했다.
"령령, 그대가 당부인과 백영소저를 지켜주겠소?"
령령이 또한 긴장된 표정으로 당령의 곁에 다가갔다.
"처음뵙겠어요. 당부인. 서방님의 내자되는 령령이라 해요."
당문에 당도하고나서도 조용히 사태의 진전만 보고 있던 령령이 처음으로 당령에게 말을 건네자,
당령은 다소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당령이라 해요."
나긋하면서도 포용력이 느껴지는 범접하기 힘든 미모의 소유자임에 령령의 마음속은 작은
파문이 일었다.
그 절세 미녀의 앞에 앉아 있는 의자위에 앉은 초췌함이 이루말할 수 없는 소녀를 보자,
가슴이 찌르르 하고 아파왔다.
절정음마 배독심이 상처를 입어 헐떡이는 흑음구잔 중 5인을 내려다보며 호통쳤다.
"이 벌레같은 놈들. 이껏 사천의 독룡따위에 당해 이 음마의 이름을 더럽히다니!"
내장 조각을 뱉어내며 신음하던 흑음 오잔은 극강의 독강기에 당해 괴로워하다가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흰 안광을 빛내며 무릎걸음으로 배독심 앞에 오체투지 했다.
"음마나리, 죽을 죄를 지었나이다."
"부디, 용서를..."
멀쩡한 몸으로 우두커니 서 있던 4인의 흑음구잔은 더더욱 황공하다는듯 90도 이상 허리를 꺽으며 양손을 모아 절했다.
"그들을 용서하소서."
"흥! 그렇다면 저 사천의 독룡은 네놈들에게 맡겨도 좋으렸다."
당하지 않은 자는 그 위력을 모르니...
마치 어린 아이가 길가에 기어다니는 개미를 장난으로 짓밟아 죽이다가 무심코 뱀을 밟아 독니에 물린 격이었다.
당연명의 백인무쌍의 위세를 맛본 5인의 흑인의 눈에 일말의 두려움이 나섰다.
지금껏 상대해온 어떤 고수도 그들의 오잔파멸진을 뚫은 초강고수는 없었기에...
"이 버러지 같은 놈들아!!"
절정음마가 희디흰 백색치열을 송두리채 드러내며 두 팔을 휘두르자 통배권을 연상시키는
길게 뻗어나간 팔이 흑음오잔의 머리통을 타격했다. 다섯개의 거무스름한 잔영이 퍼져나가며
동시에 다섯명의 심복이 비명을 질렀다.
"퍼퍼퍼퍼퍽!!!"
"ㅋ..아...ㄱ..."
"음.."
"마.."
"님..."
순식간에 병신이 된 고수 5인의 흑인은 반죽음 상태로 바닥에 자빠져 나뒹굴었다.
눈알이 터져나가고 이빨이 송두리채 옥수수 알 떨어지듯 우수수 쏟아지고, 귓바퀴를 가격한 세찬
손바닥에 그 순간 귀머거리 상태로 빠진 흑음 오잔...
그 잔인하고 독랄한 수법에 혈마교와 환풍살막의 인물들도 슬쩍 눈을 부릅떴으며,
백도 무림의 군웅들이 경악의 소리를 내지른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자신의 충복을 저토록 병신취급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남은 4인의 흑음구잔은 주인의 광폭한 성질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부르르 몸을 떨면서
소리쳤다.
"존명!!"
이마에 핏줄기를 곤두세운 절정음마가 갑자기 크게 웃어제꼈다.
"후헤헤헤헷. 그래야지. 이 절정음마의 종자라면 끓는 물에 들어가 생죽음을 당해도 여한이 없는거다."
"존명!"
"이보게, 독심. 그들은 그래도 쓸만한 종자였잖나. 하루살이 같은 하찮은 종자이긴 하지만."
우는듯 웃는듯 눈썹을 역팔자로 치켜뜬 음화보살 소추추가 특유의 내시처럼 간드러진 목소리로 그의 뒤에 자리한
호보살 4인에게 명했다.
"본 보살은 독심과 달리 가혹하지 않네. 30명씩은 저승길로 보내도록."
"!!!"
호보살 4인이 말없이 고개만 까딱거리며 분장한 얼굴에 정신병자처럼 얼빠진 미소를 지었다.
막상 서로를 죽고 죽이는 상황이 벌어질 숨가쁜 정적은...과연 어느쪽에서 어느파를 먼저
공격하느냐에 따라 치고 받는 상황이 실타래 풀어지듯 펼쳐질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령령이 상황의 심각함에 심호흡하며 당령의 소매를 잡아 끌었다. 당령이 백영을
품에 끌어 안고 움직이는 순간, 절정음마 배독심의 희번뜩이는 눈길이 독서시 당령을 향했다.
"흐흐흐, 당가 제일의 미녀 독서시 당령이 파경후에 당가에 돌아왔다더니....후헤헷, 먹음직스러워
견딜수가 없구만."
배독심의 검은 몸뚱이가 검은 잔영을 일으키며 닷닷닷 하고 미미한 파공음과 함께 달려들었다.
"멈추시오!"
호협아와 마독제황 당연명이 번개처럼 신형을 날려 배독심의 전방을 가로막고 측면에서
짓쳐간 당연명의 거대한 몸뚱이가 독수리가 병아리를 낙아채듯 배독심의 옆구리를 향해 일수를 찔러넣었다.
"후헤헤헤헤헤!!"
일순 독황의 녹색으로 빛나는 독강수가 분명 찔러넣었다고 생각한 허리어림이 쑥하니 한옆으로 밀려나 있었다.
"!!"
손에 느껴지지 않는 타격감에 당연명의 입술이 말려올라가고,
"사술?!"
마치 뼈가 빠진듯이 빗나간 허리가 팽그르 돌더니 길게 뻗은 두다리가 회전하며 그대로 당연명의 하체를 향했다.
"슈!!! 슈앙!!"
"흥!"
어림없다는듯 당연명의 다른 팔이 그대로 털복숭이 발을 막아내는데,
막았다고 생각한 털복숭이 다리는 올려차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당연명의 발등을 향해 내리쳐졌다.
"윽!!"
동시에 공굴러가듯 넘어가는 배독심의 몸이 데굴데굴 풍차처럼 구르며 호협아의 몸앞에서 번뜩 하는 순간
탓! 하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넘아가는 것이 아닌가!
"어딜!"
호협아가 뒤로 넘어가는 듯 철판교 자세 그대로 지면을 박차자 공중을 올려다본 상태로 공중에서 뱅글뱅글
돌면서 날아가는 흑인의 몸을 따라갔다.
"후헷!"
믿을 수 없게도 흑인의 몸이 공중에서 그대로 종회전을 횡회전으로 바꾸며 지면으로 떨어져 내렸다.
마치 팽이처럼 회전하며 떨어지는 절정음마 배독심.
"휘리리리리릭!"
호협아가 다급하게 몸을 뒤집으며 지면을 박차 공중에 살짝 떠오르며 두발을 쭉 뻗었다.
"퍼퍽!!"
동시에 지면을 폭파시키듯 작열하며 떨어진 흑인이 양팔을 크로스 시키며 막아냈는가 싶더니 호협아의
호쾌하게 걷어찬 양각의 발목을 쥐어잡고 실망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느려느려...이리도 느려서야 아무런 여흥도 되지 않는군. 헤헤헷."
"흑무백팔섬!"
호협아가 노성을 지르며 양?로 지면에 장력을 퍼붓는 동시에 기경팔맥의 역으로 흘러가는 공력.
두 족심을 타고 유성처럼 쏟아져 나가는 백팔섬의 백색강기폭풍!
"파파파파팟!!"
"으아앗!!"
절정음마 배독심이 두 눈을 질끈 감은채 그대로 뒤로 3장이나 나가떨어졌다.
"령령, 되도록 사천당가에서 멀리 떠나시오!"
호협아가 두 발목을 부륵...하고 휘청대며 소리쳤다.
그에 맞춰 동시 다발적으로 여기 저기서 명예와 생명을 건 대혈전이 벌어졌다.
당가의 백명에 가까운 암기의 달인들이 여기저기서 신속하게 나타나 대열을 이루더니 수궁노를 격발했다.
"파파파파파팡!!"
혈마교와 환풍살막...그리고 음화보살 소추추를 비롯한 사파 무림인들을 까맣게 뒤덮으며
타는듯 열기품은 철환이 상대를 즉살할듯 메뚜기떼처럼 날아갔다.
"이야아아아!!!"
그 뒤를 따라 정의문주 정의천과 성도협의 문주 서공명이 그 제자들 50인 태세로 돌격하자,
혈마교의 혈세마안 비황이 소맷자락에 휘어잡힌 수궁노의 철환 10여개를 투두둑 떨어트리며 마안을 빛냈다.
"과연 당가가 암기로 천하를 떨어 울린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만..."
그 옆에 있던 천강시 묘일귀가 요상한 고음을 휘파람으로 내지르자, 혈강시 십인이 덜덜덜 하고
몸을 떨더니 감겼던 눈을 번뜩 하고 부릅떴다. 시뻘건 핏물이 가득찬듯 혈관이 잔득 일어난 혈안.
음산한 사기가 강시들의 전신에서 뿜어져나왔다.
뻗뻗하게 굳은채로 전방을 향해 유령처럼 하늘 거리며 나아가는 혈강시들.
"창창창창창~~~!!"
정의문의 제자 다섯이 일시에 검을 뻗어 혈강시의 목이며 전신 사혈을 노렸으나 마치 천근암석에 부딪친듯
둔탁한 소릴내며 튕겨나왔다.
"퍽~! 푹!...퍽...퍽!!"
혈강시의 두팔이 직선으로 뻗어오는 것을 보면서 다급히 검을 들어 막는 정의문의 제자들은 검이 부러지는
엄청난 괴력에 검의 파편이 안면을 뒤덮는 처절한 참극을 당하며 주저앉고...주저앉는 그들을 걷어차는
강시의 발에 배를 걷어차인 순간 둔탁한 가죽북 터지는 소리와함께 뱃가죽을 관통당하며 피를 울컥...하고
입으로 쏟아내며 즉사하고 말았다.
"이 사악한 강시놈들아!!!"
정의문주 정의천의 검에 푸르스름한 검기가 맺히며 강시의 한쪽 팔을 반동강 내자, 강시는 아무런 고통도
못느끼는듯 팔뚝채 날아간 팔 그대로 정의천의 가슴팍을 후려쳐갔다.
"하압!!!"
하고 좌수에 맺힌 푸른 청강기가 강시의 팔과 교차하고...펑!
주춤..하고 한걸음 물러서는 정의천...그 등을 받쳐주는 팔이 있었으니, 다년간 성도의 평화를 위해 함께
힘써온 죽마고우 성도협객 서공명이었다.
오래전 절전되었다고 알려진 운천륜창의 비기를 이었다고 하는 서공명이 은색으로 빛나는 창극과 그 첨예
밑에 휘날리는 운천이라 씌어진 백색 깃발을 휘날리며 하늘을 향해 치켜들었다.
"성도협의 제자들아 마교의 무리를 맞아 창을 들라!"
성도협의 제자들이 굳게 거뭐진 손안의 창을 일회전 공중으로 빙글 돌리며 창의 기수식을 잡으며
영기충천하여 제창했다.
"마도섬멸!!"
백도의 젊은 기재들 또한 젊은 혈기를 앞세워 환풍살막과 혈마교의 무리들을 향해 치달려갔고,
혈전은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물듯 서로의 무기를 앞세워 상대의 죽음을 재촉했다.
호보살 4인이 나비처럼 가벼운 동작으로 당가의 암기대를 향해 현란한 복장을 휘날리며 날아들자,
암기대의 양팔이 하늘을 향해 치켜올려지며 당가 비전의 수전통 속에 잠들고 있던
작은 강철제 화살이 슈슈슈슛! 하고 강력한 탄력으로 발사되었다.
"오이야아아아!!!!"
기다란 소매를 펄럭이던 호보살들이 기묘하게 꺽어진 손목과 손을 휘어감은 기다란 강조가 드러났다.
갈퀴처럼 퍼진 강조는 알록달록한 염료로 칠해져 마치 아이들 장난감 같았으나,
그 강조에 걸린 암기들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당가인들이 예상했다는 듯 뒤로 재빨리 물러서며 품속에 손을 넣어 독분을 날리려는 찰라 그들의 손목이 우두두둑...하고 비오듯
잘려 떨어져내렸다. 땅에 떨어진 암기에 수도없이 단련된 당가인의 손이 금세라도 독향이 가득한
독주머니니 끈을 붙잡은 채였다.
"으..으...으아아아아악!!!"
망연실색하며 평생을 바쳐 단련해온 쌍수를 잘려 분수처럼 피보라를 뿜는 양팔을 부르르 떨며
뒤로 주춤 물러서는 당가인들의 목을 향해 쏟아지는 역시 아이들 장난감같은 유리구슬들...
그야말로 당가의 암기에 손색없는 수전노에 의해 발사된듯한 무서운 기세로 순식간에
목젓을 관통했다.
자신들의 소중한 쌍수를 잃어버린 순간에 영혼의 끈마저 잘려버린 당문인들...
풀썩하고 삽시간에 20여명의 당가인이 이승에 안녕을 고하고...
"저, 저들은! 음화보살 소추추의 청홍감록 사대광대!"
그러나 나머지 당문인들은 더더욱 용기 백배한듯 용맹하게 덤벼들었다.
그들의 몸위로 신선처럼 신묘한 신법으로 뛰어오른 대정협객 용비가 불진을 휘두르자,
두명의 호보살이 강조를 들어 막으며 반대편 강조로 날아드는 당가비표를 쳐냈다.
"과연 사대광대!"
용비의 불진에 담긴 공력은 40근의 무쇠로 내리친 것과 같은 웅혼한 공력이 담겨 있었는데,
저 우스꽝스런 호보살의 분칠된 안색에는 일말의 동요도 담겨 있지 않았다.
신비객철룡은 땅속으로 꺼진듯 하늘로 솟은듯 행적을 쫓기 힘든 절정의 신법으로
10여명의 화남수청대와는 틀린 환풍무룡 10걸이라 이름 지은 미소년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철룡의 10여개로 나뉜 분신들이 극강의 살수검으로 그들을 격살해가도
그들 미소년들은 무표정 그대로 최소한의 움직임 만으로 철룡의 공세를 피해냈다.
"빈틈없는 방어자세다."
철룡의 철면이 변화없이 굳어진 가운데 한편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당연호는
화옥신랑 유신백과 옥수빙백장 백빙의 연수공격을 받으며 그 왜소한 몸뚱이에 태산같은 대영웅의
기도를 발산하며 일초 일초를 겨루고 있었다.
"과연 당영웅!"
유신백의 미안에 경탄이 감돌고, 옥수빙백장 백빙은 그런 유신백을 질타하며 9성까지 끌어올린
빙옥수로 백년설의 만년빙처럼 얼어붙은 옥수를 퍼부었다.
"빙옥수?"
당연호의 몸뚱이를 동결시킬듯 맹위를 부리는 새하얀 옥수.
수십개의 변화를 가미한 신묘한 장법이 그 결줄데없는 고강한 무예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파파파파팟!"
당연호의 팔이 갈고리처럼 빙옥수의 옥장 밑으로 파고들며 기경팔맥을 송두리채 얼려붙일듯한
빙공을 제압했다.
"?!"
상큼 아미를 치뜬 백빙의 허리가 유연하게 휘어지며 몸뒤로 치켜 올라간 발이 노영웅의
머리를 찍어갔다.
"!!"
안그래도 유신백의 산이 휘리리릭 하고 회전하며 미간을 노리는 바람에 당연호는 우측으로
몸을 돌리는 상황이었다.
"아버님!!"
당연명이 상대하던 혈마교의 혈세마안 비황이 그런 당연호를 노리는 모습에 벼락치는 소릴 질렀다.
비황의 뒤를 따라잡는 당연명의 두 다리가 초상비의 경공처럼 공중을 밟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 자리에 천강시 묘일귀의 한쌍의 귀산륜이 날아들며 지면을 십자로 파놓았다.
그 위력에 놀람도 잠시, 또 한쌍 귀산륜이 마치 살아 있는듯 당연명의 뒷등쪽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형님!!"
호협아는 혼신공력을 다한 기경팔맥을 타고 도는 흑무사신강기를 바탕으로 난파필승무적문의
운기법을 융합한 절륜한 공력으로 음탕함이 하늘을 찌르는 저 털복숭이 검둥이를 몰아치고 있었는데,
당연명의 위기를 어찌 모른척 하겠는가?
호협아의 손에 들린 거무틔틔한 비도집에서 용호비도를 뽑아 공력을 실어 이기어검에 가까운 신기를
펼쳐보였다.
마침 그 앞을 가리고 있던 절정음마 배독심은 호협아의 비도를 보는순간 보통 보도가 아님에
아연실색 재빠르게 몸을 뒤집으며 측면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런 배독심의 옆눈길에 잡힌 저 당가주를 둘러싼 절세 무인들의 가공할 경천동지의 대격돌!
호협아의 용호비도중 하나는 당연명의 오른쪽 어깨어림을 노리며 날아드는 귀산륜을 쩌엉!! 하는
굉음을 내며 튕겨내고도 그 힘을 이어받은듯 등정중앙을 노리던 귀산륜에 부딪쳤다.
"쩌정!!"
당연명이 등뒤의 살기를 눈치채고 뒤돌았을때 귀산륜은 이미 용호비도의 밥이 되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귀산륜이 막히다니!"
천강시 묘일귀가 사자와도 같은 귀면을 가볍게 찡그리며 사람 척추뼈로 만들어진듯한 골각의
귀산륜 고리를 꾹 움켜쥐었다.
도합 세쌍의 귀산륜의 절기는 그야말로 천강시 묘일귀의 성명절기와도 같은 신기였기에...
당연호의 왜소한 몸이 한바퀴 도는가 쉽더니 좌장이 혈세마안 비황의 비황혈무검 이십초식의
초입부인 일초 공격을 봉인했다.
"당가주! 한수 하는 구료. "
혈세마안 비황의 검붉은 묵검이 휘릭! 하고 그자리에서 비황의 허리를 돌더니 좌수로 잡히며
뻗어온 당가주의 손목을 내리치나, 이미 당가주의 팔은 그의 뒷편에서 찔러오는 유신백의
산의 정점인 첨예를 붙잡고 있었다.
"헙!"
당연호의 노쇄한 팔을 타고 검은색 흑무가 풍기는가 싶더니 유신백이 다급한 동작으로 산을
놓으며 뒷걸음쳤다.
호협아의 오뢰신장에도 산의 기둥만은 남았던 현철 산이 또다시 치욕으로 벌거벗고 말았다.
메케한 절독의 냄새에 당연호를 둘러싸고 공격하던 절세고수들은 다시금 독공의 고수임을
상기하며 침을 삼켰다.
그와 동시에 당연호의 몸 주위로 암기의 비가 마치 폭풍우처럼 휘몰아쳤다.
"만천화우?!"
"!!!"
"저런 절기를 펼치다니..."
독질려 십여개를 동시에 발동시킨 것도 모자라 노영웅 당문주의 시퍼렇게 형형한 안광이
번뜩이는 순간 독룡 당연명도 혀를 내두르는 한가을 온산의 낙옆이 떨어지듯 쏟아지는
각종 암기들은 제각각 심후한 공력이 실려 막강한 위세를 발휘했다.
혈세마안 비황이 온몸을 검막을 펼쳐 막아내고, 유신백은 자신의 허리춤에 있던 채대를 끌러내어
사편을 휘두르듯 팔방풍우로 휘두르는데, 옥수빙백장 백빙은 빙옥수로 빛나는 쌍수를 급하게
뻗어내기 바빴다.
"슈파파파팟!!!"
"채채채채채챙!!"
"퍼퍼퍼퍼퍽!!"
한숨 돌리는가 싶던 절세의 초강 고수 삼인은 두 눈을 부릎뜨며 시커멓게 뻗어오는
독강기의 회오리를 보자, 이를 갈며 검강, 산첨, 수강을 펼쳐 맞섰다.
"파파파팡!!"
일제히 뒤로 한걸음씩 물러서는 혈세마안 비황을 비롯한 화옥신랑 유신백과 옥수빙백장 백빙.
비록 그들은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으나, 저 절대적인 무위를 떨친 칠순 노인이
꼿꼿하게 허리를 편채 푸른 안광을 번뜩이는데는 침을 삼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고수였다니...교주와 한수 겨뤄도 손색이 없을 듯 싶구나."
"환풍살막의 앞을 막는 독두꺼비 같은 존재로구나."
"이 기회에 죽이지 않는다면..."
유신백과 백빙의 눈길이 마주치며 굳은 결심을 했다.
노화자 남여초와 신행백 운당이 혈강시와 맞서 싸우는 정의문과 성도협의 힘을 불어넣으려는듯
사자후를 터트리며 죽봉과 불진을 휘두르는 도중 얼굴을 두 눈만을 남긴채 붕대로 휘어감은
사내를 부축한 당문인 한사람이 마독제황 당연명에게 가는 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중한 상처를 입었다면 후일을 기약하여 떠나게!"
그러나 그 붕대의 사내는 당가 제자의 부축을 받아 기어코 당연명의 앞까지 당도하여
무릎꿇으며 소리쳤다.
"독황! 화산학 조천유가 저 심장을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음마를 죽이도록 해주소서."
...그는 반나절 전에 치욕의 능욕을 받으며 죽어간 당가제자와 미녀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화산학 조천유였다. 그렁그렁 맺힌 눈물이 흘러 쏟아지자, 천강시 묘일귀와 살기등등한
대결을 벌이던 당연명의 두 눈썹이 꿈틀거렸다.
"무, 무슨 일이더냐!"
"절정음마에게 당하여 독황의 일대제자였던 제갈서와 그의 내자인 당가인을 비롯한 제자들이
치욕스런 죽음을 당했습니다."
"!!!뭣이!"
당연명의 부드득 갈린 이빨사이로 흘러나온 침음성.
동시에 호협아와 용호상박의 대결을 벌이는 절정음마 배독심의 뒤통수에 대고 우렁차게 내뱉았다.
"네 이놈! 음마녀석아! 이 당연명이 네놈만은 도저히 용서 못하겠다."
천강시 묘일귀의 귀산륜이 파공음을 내며 다가와 당연명의 허리춤을 날카롭게 베고 날아가는 와중에도
당연명의 눈길은 묘일귀에게서 벗어나 있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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