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장 천음절맥 과 태양신맥
‘자네도 한잔 받지!!’
마교주의 어투는 좀전의 건방진 애송이를 약올리는 괴팍한 늙은이에서 어느새 좋은 후배를 대하는 듯한 부드러운 표현으로 바뀌어 있었다.
‘네, 어르신’
워낙 술을 좋아하는 고천성에게는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었다. 마교주 눈치보느라 술도 마음껏 먹지 못하고 예의를 차리는 중이었기에…..
‘자네는 마교에 대해서 좀 아는가?’
섭군천은 불현듯 물었다.
‘대충 들어서는 아는데, 원래 서역에서 온 배화교가 그 근원이었다고 하고, 개파종사인 천마 임조영 교주 이래로, 대대로 그 후손들이 교주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당대에 와서 전임교주가 아들이 없이 딸만 하나 있어, 어르신이 교주의 직위에 올랐다고 들었습니다.’
‘음 정말로 대충은 알고 있군.’
“윽”
고천성은 가끔 이 노인네를 두들겨 패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살면서 처음으로 겸손한 체를 하면, 좀, 맞장구를 쳐 줘야 하는데, 이 노인은 반대로 깔아 뭉게는 것이다.
보통 훌륭한 노인들 같으면, ‘음 요즘 보기드물게 아는게 많은 친구로군. 게다가 겸손하기 까지….’ 뭐 이런 반응이 나왔을텐데…..
고천성은 이제 이 노인에게서 좋은 소리를 듣는 것을 포기하였다.
이 기이한 대화를 엿듣고 있는, 사공혜는 한편으로 이 재미있는 대화에 빠져들며, 한편으론 어서 나가 고천성을 보고싶고, 또 한편으로는 고천성이 당하는 것이 고소하기도 하고… 암튼 노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자네에게 부러운 것이 있다면, 그 나이에 그정도 실력으로 그렇게 건방지고 기고만장하게 누구 눈치볼껏 없이 마음껏 강호를 활보할 수 있다는 젊음의 여유와 오기 일세.
‘윽’ 이게 칭찬이야, 욕이야?
‘그래 니똥 굵다. 이 영감탱구야!!!’고천성은 속으로 투덜대며 묵묵히 들었다. 보아하니 이 노인도 사람 염장지르는데는 길이 나 있는 것 같았다.
그걸 아는 지 모르는지 섭군천은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난 자네 나이에, 마교주가 되겠다는 야망하나 가지고 불철주야 죽어라 일만했네. 자네처럼 한가하게 이계집, 저계집 계집질이나 하면서 탱자탱자 놀수있는팔 시간적,심리적 여유가 없었지. 어찌 보면 난 인생을 잘못산거 같애.’
‘그래 너 잘났다.늙탱이’ 고천성은 속으로만 마교주를 욕할뿐이었다.
자네가 말했듯이, 임씨가 아닌 내가 마교주가 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지. 행인지 불행인지, 전임교주는 아들이 없어 오직 실력으로 이기는 자에게 교주위를 물려주겠다고 했고…..
비천한 백정의 아들 출신으로 교주가 되기 위해선 죽어라 무공을 연마하는 수밖에 없었네. 그때 내 나이 16세, 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날들을 오직 무공을 연마하는데 소모했네. 주야장창, 계집의 맛도, 사랑의 환희도, 도박의 즐거움도, 술이 취하는 느낌도....., 이런 모든것을 사치라고 여긴채 오직 무공만 익히는데 세월을 소비했지.
그렇게 내 나이 30이 될때까지 난 오직 야망을 향해 달려왔어. 그러는 동안 결혼도 했고, 이쁜 딸도 하나 얻었지만, 그때 내겐 가족의 소중함 뭐 이런것에 매달릴 겨를이 없었지.
그러고 보면 참 인생을 바보처럼 살았어.
난 좀 더 교주위에 가깝게 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마교주의 딸을 유혹했네. 그리고 결혼했지. 그리고 그것은 내가 마교주가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 아무래도 팔은 안쪽으로 굽는 법이니까……그렇다고 마교주가 되는 것이 누워서 떡먹듯이 쉬운것은 아니었네. 끊임없이 암습을 당하고, 또, 빨리 죽어주지 않는 장인어른의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아부하고…..
세월엔 장사가 없는법, 내나이 30 에 결국 장인어른이 숨을 거두고 난 꿈에도 그리던 마교주가 되었네.
난 세상을 모두 얻은 것처럼 기뻤지. 그러나 호사다마라고나 할까, 이제 좀 한숨을 돌리며, 그동안 나를 믿고 기다려 준 내 아내와 딸애에게 그동안 못해 온 가장노릇을 좀 해 보고 싶었는데, 내 아내가 그만 불치의 병이 걸린 것일쎄…..
무공이나, 지략이나, 지혜 그 모든방면에 천하인을 안중에 두지않던 오만한 나도 속수무책이더군. 천하의 명의라는 명의, 천하의 영약이라는 영약은 다 써봤지만, 내 아내는 그렇게 시름시름 앓다가 저승으로 갔다네….. 우리 딸을 잘 돌봐달라는 유언한자락 남긴 채….
가슴이 져며오더군. 원래부터 병약해서 잘 돌봐줘야 하는 여자인데, 딸을 낳을때도 옆에 있어주지 못하고 늘 바빴던 나, 그리고 딸을 낳은후 더 몸이 쇠약해 져만가는 아내를 두고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조금만 더….. 이렇게 약속을 어긴게 한 두번이 아닌데, 이제 인생을 즐길 때가 되자, 아내는 그렇게 죽어가게 된거네……
노교주는 지난날을 되새기는 듯 말을 끊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마치 지난 날 아내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되새기는 듯한 몽롱한 시선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노인의 눈가엔 회한의 이슬이 맺혀 있었다.
천성은 한참을 묵묵히 기다리다, 노인의 잔에 술을 따랐다.
숨죽이며 듣고 있던 노교주의 옛 이야기라 주위는 쥐죽은듯 고요해서, 술을 따르는 소리마저도 폭포수가 떨어지는 듯이 크게 들렸다.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린 노교주는
‘음, 이거 내가 자네 앞에서 추태를 부렸군.’
노인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본래의 표정을 회복하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아내의 무덤앞에서 다짐했지. 내 딸만은 꼭 잘 키워서, 남부럽지 않게 살게 하겠다고., 이것이 내가 아내에게 해 줄수 있는 마지막 속죄였네.’
그렇게 아내를 보내고, 난 지극정성으로 내 딸을 키웠지. 다시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그런데 하늘은 내 인생에 대한 징벌이 부족했는지, 내 딸마저 빼앗아 가려 하더군. ‘
‘내 딸도 원인모를 병으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던거네…..’
그때 내 딸의 나이가 14세……
시름시름 야위어만 가는 내 딸아이를 보는 것은 정말 두려운 일이었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무능한 가장이 된 것 같더군.
난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내 딸아이 병구완을 하는데 온 힘을 바쳤네. 내 딸아이는 오히려 내가 자신과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좋아하더군.
난 밤이면 밤마다 잠을 이룰수 없었네.
천하의 모든것을 가진 마교주가 되었지만, 정작 딸아이를 위해서는 할수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네.
난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밤이고 낯이고 딸아이를 살릴 방도를 연구하기 시작했지.
천하의 명의란 명의는 모두 부르고 영약이란 영약은 모두 모으고, 천하의 의서란 의서는 모두 탐독했지. 난 천하를 다 뒤져서라도 딸아이를 반드시 살리겠다고 다짐했네.
그러나 해결책은 찾지를 못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딸아이는 영약에 의존해 근근히 생명을 유지해 갈뿐, 날이갈수록 야위어가고….
결국엔 침상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네..
그렇게 몇년이 흘러가자, 난 다급해 질수 밖에 없었네. 그리곤 차마 해서는 안되는 짓을 하고 말았지.
혜아는 눈물을 흘리며 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해 주었던 자신의 아빠가 생각나고…… 아빠!!!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아빠 라는 생각이 들자 눈물이 흘렀다.
수혼시강대법에 들어 보았는가?
‘네 예전에 강호의 기괴한 수법들을 적어놓은 책자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요, 일종의 강시대법으로 산사람에게 온갖 영약 및 독 등을 복용시킨 후 급속히 냉동시키면 이 사람은 독과 영약의 충돌로 인해 죽지 않고 가사 상태가 되고, 나중에 해동이 되면 인성을 상실한 마인이 되고, 영약 과 절독을 온 몸으로 흡수하게 됨으로 작용으로 절대고수가 되어, 세상에 나타나면 피바람을 일으키는 마물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일단 제련하는데 들어가는 영약이나 독물이 모두 워낙 구하기 힘든 것들이고, 또 급속히 냉동시키려면 북해와 천년빙하와 같은 지극음지 이어야 하고, 또 빙동하는 시간이 30년~40년이 걸리는 데다, 빙동중에 시술체가 죽는 수도 많아, 성공할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해, 실제로 수혼강시의 연성에 성공한 사람이 없고, 당금 강호에는 그런 대법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 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물어보시~~~? 혹시 ??????
‘그렇다네.난 내 딸에게 수혼시강대법을 시전했네’ 노 교주는 침중하게 대답 했다.
고천성은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만약 수혼강시가 세상에 나온다면 그것은 무림의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온몸이 도검불침인데다, 가공할 무공을 갖춘 인간병기, 만약 그것이 악인의 손에 들어간다면, 강호의 일개문파정도는 하루밤새에 풍지박살낼 수 있는 위력이 있는 것이다. 그런 수혼강시를 다른이도 아닌 마교주가 만들다니......
더우기 무서운 것은 이전에 수혼강시가 출현한 적이있다는 것이다. 500년 전 마교에서, 그 당시까지만 해도 마교는 정파는 아니지만, 사파로서 악명을 떨치지도 않았다. 다만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패도의 길을 걸을 뿐…..
그러나 그 수혼 강시로 인해서 마교는 악인들의 집단으로 낙인 찍히게 된 것이다. 장장 1년여간 그 수혼강시로 인해 죽은 무림인만 일만인이 넘으니…..,수혼강시의 위력은 기존 강시제령술을 구사하는 사파들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당시 수혼 강시는 정사를 막론하고 무림의 공적이었다. 결국 1만인의 희생을 뒤로하고 수혼강시를 겨우 잠재울수 있었다. 만일 그때 신검 사소봉과 벽사 라는 절세의 신검이 출현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무림은 종말을 맞이했을 것이었다. 검신 사소봉 그리고 신검 벽사….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기로 하자……
‘사실 마교는 그때 그 사건 이후로, 다시 지금의 성세를 구가하기까지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네. 정사지간을 불문하고 무림의 공적으로 몰려 거의 멸망할뻔 했으니까……’
그래서 수혼강시를 만든다는 것은 나로서도 쉽게 내린 결정이 아닐세. 어쩌면 내 대에 마교를 파멸로 몰고갈지도 모르는 큰 죄악을 저지르는 것이니까…..
딸아이에 대한 사랑, 아내에 대한 속죄 그런 복잡한 감정이 섞여 이런 일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말을 입밖에 낼수는 없었다.
‘자네가 어떤 생각을 하는 줄 아네. 하지만 나도 아무 생각없이 그런 대법을 결행한 것은 아니야.’
혜아와 빙아는 마교주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더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애틋한 부정, 무모한 결정, 그리고 다가오는 무림의 재앙……
‘사실 500년전의 수혼강시는 수혼강시가 아니었네.’
‘엥’ 이게 무슨 귀신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수혼강시가 수혼강시가 아니라니?’
천성은 그렇게 생각했으나, 잠자코 듣기나 했다.
‘자네가 읽었던 책에서 언급했듯이, 수혼강시가 일개 문파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위력이 있는 병기이지만, 무림의 최절정 고수정도되면 능히 제압할 수 있네.’
‘아’ 고천성은 그제서야 이해가 된다는 탄식을 했다.
‘저도 그점을 이상하게 생각하던 참 입니다. 제가 알기로도 수혼강시가 가공할 병기이기는 하지만, 衫鳧岵막?주술자를 제압하거나, 혹은 4갑자 이상의 내공을 가진 절대 고수라면 내공으로 능히 박살을 낼수있다고 읽었거든요, 하지만 그때 그 사건은 확실히 수혼강시가 맞다고 기록 하고 있고, 기록이 잘못楹?……’
‘기록이 잘 못 된것은 아닐세. 수혼강시는 수혼강시만이 보여주는 특징이 있기에 수혼강시가 맞지.’
‘허 참, 그거 알송달송 하네요. 수혼강시는 맞는대 실제 위력은 천지차이라, 어떻게 그럴수가 있죠?’
‘허허허’ 노인은 웃으며 술잔을 비워나갔다.
궁금함을 못참는 고천성도 술잔을 비우며 노인을 빤히 쳐다보았다.
‘허허허, 자네 궁금해서 똥줄이 타는 모양이군. ‘
좌우지간 표현하나는 기가막히게 저질스런 노인네였다. 교주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그것은 그녀의 특이한 체질 때문이라네’
‘특이체질이요?’ 고천성은 되물었다.
‘그렇네. 특이체질……’
‘자네는 천음절맥이란 것에 대해 들어보았나?’
모를땐 가만히 있는 것이 상책이다.
‘역쉬, 오강현의 신동이라는 것도 별게 아니구만. 그정도 견문도 없이 무슨 신동이라니….’
으, 참자, 참으면 살인도 면한다더라. 그래 니 똥굵다 이 영감태기야…..
천성은 노인의 염장지르는 소리를 그냥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노인이 사정을 봐 줄 사람은 아니다….
그럼 태양신맥에 대해서는 아는가?
“오케바리” 드뎌 아는 문제 나왔어 ㅎㅎㅎ”
“태양신맥이란 말입니다. 선천적으로 강한 양기를 타고 나고, 태양인 체질 중에서도 천년에 하나 있을까 말까한 특이체질로 선천적인 무골이라, 무공을 익히면 지극의 경지에 이른다고 했습죠. 강호에는 제 사부의 선조이신 태양신제가 태양신맥을 타고 났다고 들었습니다. 당시에 선조님이 태양신강 하나로 당대무적을 구가하시다가 은거하셨죠“
고천성은 자랑스럽게 아는것을 늘어놓았다.
‘참 신기한 일이야, 어떻게 네가 안다고 하는 것은 다 그렇게 대충 때우는 정도냐 말이다.? 그나마 이젠 그것도 자랑이라고 목소리에 힘까지 주고……’
‘크윽’ 진짜 고천성 성질 많이 죽었다.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이 노인네랑 죽기살기로 한판 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고천성은 연거푸 술잔을 들이켰다.
아무래도 이 노인은 속이 좁은 인간이 틀림없어. 아직도 아까의 분이 안풀려 이렇게 갈구는 걸 보면…..’ 고천성은 내심 노인네 욕을하며 술잔을 비웠다.
‘짜식이 쪼잔하게 농담 몇 한마디에 그런일에 삐지기나 하구, 애구 언제 어른이 될라나?’
‘흑~~’ 고천성은 연거푸 맞은 연타에 항복을 했다.
귀신 같은 늙은이 같으니라고, 남의 속 마음을 속속들이 꿰뚤어보다니. 뭐 이런 심정이 아니었을까…..
‘내 분위기가 좀 무거워진 듯하여 장난 좀 친거니 너무 게의치 말거라. 태양신맥에 대해 그정도 알고만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 거지……’
기실 무림사에 있어 태양신맥을 타고난 사람은 태양신제 하나가 아니야. 오히려 태양신제는 완전하지 못한 태양신맥이지……
‘네’ 고천성은 의외일 수밖에 없었다.
태양신제는 태양신맥이라는 천부적인 무골을 바탕으로 한시대를 주름잡은 고수인데다가 무림중에는 태양신맥을 타고난 고수가 전무후무하다고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잘못되었다니…..
내, 자네에게 묻겠네…..
무림사를 통틀어 수많은 고수들이 명멸했지만, 그중에 절대자의 경지에 이른 고수를 꼽으라면 자네는 어떤 사람들을 꼽겠나?
‘음’ 고천성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무림역사상의 수많은 고수들 중에서 공전절후 경지에 이른 고수, 그런 고수들이라
이윽고 천성은 눈을 떴다. 그의 눈에는 자신감에 차있었다.
“제 생각엔 소림의 달마대사, 그리고 무당의 장삼봉진인, 마교의 조사인 임조영….
뭐 이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마는… 그러고 보니 세 사람 다 개파조사이네요…..”
내 생각도 그러하다네. 무림의 많은 고수들이 있지만, 내게도 공전절후한 고수를 뽑으라면 이 세사람 정도외에는 인정할 사람이 없으니….
고천성은 어깨가 으쓱해졌다. 모처럼 노인에게서 인정을 받았으니…..
‘그럼 태양신제는 어떠한가?’
‘신제 조사께서는 비록 한시대를 풍미한 절대고수인건 맞지만, 공전절후까지는 아니죠, 그래봐야 신검 사소봉, 비도 이심환, 사황 엽고성, 대도 초류향, 마도 정봉등 등 각기 자신의 시대를 지배한 절대 고수중의 하나정도 라고나 할까요….. ’
‘허허, 제대로 보고 있군.’
고천성은 다시 어깨가 으쓱해지고 있었다. 음, 이 칭찬받는 즐거움… 그러나,
‘그럼, 왜 그런 절대고수들이 절대자의 반열엔 못올라갔을까?’
‘그건, 음, 그건…..’
고천성은 말문이 막혔다. 자신이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자네에게 대충 알고 있는게 자네의 한계라고 한게야. 기분나쁘게 들리겠지만… 모든 사물의 궁극적 이치를 ?지 않으면 결국 대충 고수가 되어 대충 세상을 살다가 대충 세상을 하직하는게 자네 인생이 될게야!!!!!!’
혜아는 화가났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이렇게 깔아내리다니, 당장 뛰쳐나가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너무나 진중한 고천성의 표정을 보고, 그냥 참았다.
평소의 고천성의 성격이면, 당장 난리 부르스를 출텐데, 이번에는 이런 악담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진지하게 노인의 말을 경청하였다.
‘선배님의 가르침을 바랍니다. 그 차이점이 무엇입니까?’
고천성이 이렇게 진지하고 겸손한 모습을 혜아는 처음 보았다.
고천성이 이렇게 진지하게 가르침을 청한 까닭은 무엇일까? 혹시 고천성도 이전부터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연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모든 무인은 무공에 입문하는 그 순간부터 최고의 위치를 꿈꾼다. 그런 야망이 없는 무인은 칼을 버리고, 쟁기를 드는 것이 낳다.
그처럼 무인과 야망은 떼어놓을래야 떼어놓을 수가 없는 관계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야망을 향한 분투를 통해 섭군천과 같은 절대고수도 탄생하는 것이다. 최소한 섭군천과 고천성에게는 그러했다.
‘사실 대답은 아주 간단하네. 황당하기도 하고 ……-----------체질일세.’
‘헉’ 뭐 이런 시덥지 않은 대답이 있어? 체질이라구? 그런건 나도 대답할 수 있네. 흥’ 혜아가 듣기에 마교주의 대답은 너무나도 황당한 대답이 아닐수 없었다. 최소한 혜아는 천부적인 노력,거기에 뛰어난 오성, 게다가 남들은 죽었다 깨도 얻지 못하는 절세기연, 그리고 아무도 ?아올수 없는 집념과 근성… 등등 뭐 이런 대답을 할줄 알았는데, 단순히 체질이라니 이걸 말이라고 하나? 하는 허탈함과 반박심이 들었다.
그러나 고천성은 마치 어둠속에서 등불을 찾은 듯한 기쁜 표정을 지으며
‘하하하하하, 원래 그랬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하하하’
‘한잔 드시지요 어르신’
고천성은 노인의 술잔에 한잔 가득히 술을 따르고 자신도 술잔을 거침없이 비웠다. 그의 표정속에서 지금 고천성이 얼마나 즐거워 하는지 알수가 있었다. 고천성이 이토록 발게 웃는 모습을 처음 본 것 같았다. 그래서 혜아는 더 이해할 수 가 없었다.
‘하하하하, 덕분에 무거운 짐을 벗었습니다. 하하하하’
노교주는 자신이 사람을 제대로 보았다는 확신이 들어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고천성은 사실 이미 3년전에 태양신공을 6성의 경지까지 끌어올렸다. 사부인 귀왕산인은 어떤 연유인지 몰라도 태양신공을 익히지 않았기 때문에, 기초적인 내용외에는 가르치지 않아, 나머지는 고천성 스스로 깨우쳐 나가야 했는데, 6성의 경지에 이른 후 부터는 어쩐일인지 무공이 더 발전하지를 않고 있었다.
가까스로 7성까지 익혔지만, 고천성은 7성의 태양신공을 일으킬때마다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주화입마의 현상을 느끼곤 했다. 그래서 절체절명의 순간을 제외하곤 7성의 태양신공을 사용하지 않았다.
사실 사부의 다른 무공만 가지고도, 무림의 절대고수가 되는데는 부족함이 없었으나, 그는 웬지 이 태양신공이 맘에 들었다. 연성하기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이 무공의 대성에 도전하고 싶은 투지가 타올랐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아무리 노력하고, 아무리 연구해 봐도 이 무공을 상승의 경지로 올릴수가 없었다.때로 몇날밤을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꼬박새우기도 하고, 몇달간을 면벽하기도 했지만 역시 별 무소용이었다.
그런 연유로 고천성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자신의 자질에 대한 불만이 차 있었던 것이다.
그럴수록 그 무공에 더 집착하게 되고.. 그런대 그렇게 고심하고 연구해도 찾지 못하던 해법을 단박에 찾게 되었으니 그는 마교주에게 큰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달마조사, 장삼봉진인 등은 선도술을 익힐 선천적인 재질을 타고 난 사람이네. 그렇지않다면 오욕칠정을 그렇게 쉽게 포기하고 평생을 한눈팔지 않고 도에 매진할수가 없는 것이지 .그리고 또 범인보다 뛰어난 의지력과 인내심, 호승심을 타고난 사람들이지. 이런 사람들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네. 원래의 노력에 천부적인 체질이 필요한 것이지. 무슨 체질인지는 모르나……’
‘그리고 천부적인 제왕의 체질을 타고난 사람들은 나라를 일으키기도 하지. 한고조나, 명태조, 송태조 등등의 사람들은 모두 천강성의 정기를 타고나지’
고천성도 점성술 책을 통하여 제왕과 별의 관계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다.
‘아까 내가 태양신맥을 타고난 사람이 태양신제 한사람이 아니라고 했지?’
‘네’
‘달마나 장삼봉이 무슨 체질을 타고났는지는 모르지만, 난 천마조사께서는 무슨 체질을 타고 났는지 알고있네. 내 딸의 절증을 고치기 위해 마교의 비전들을 연구하다가, 문득 마교실록을 보게 되었지. 이것은 교주들만이 볼수있는건데, 천마조사는 태양신맥을 타고났네.’
‘네??????’ 이것은 그동안 아무도 알지 못했던 기사 였다.
천성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것은 귀를 바짝 세우고 있는 혜아와, 빙아도 마찬가지 였다.
‘자네, 태양신제께서 몇세에 돌아가셨는지 아는가?’
‘글쎄요, 사부님께서도 자세히 말씀을 안하셔서, 다만 나이 40에 강호에서 은퇴했다는 기록만 남아 있습니다.’
‘내 판단이 틀리지 않다면 태양신제께서는 40세에 은거가 아니고, 승하하셨을 거네.’
‘헉’ 고천성은 믿을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일반적으로 무림인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오래 사는 법이다.
특히 절대고수에 이르면 100세 이상을 사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다. 보통 나이 5~60이 되면 강호를 은퇴해서 그렇지 , 신검 사소봉, 비도 이심환, 사황 엽고성, 대도 초류향, 마도 정봉등과 같은 절대 고수들은 모두 100여세를 넘긴 이후에 죽었고, 달마, 장삼봉, 임조영 같은 고수들은 아예 120살정도 까지의 삶이 기록되 있고, 그 이후 언제 어디서 죽었는지에 대한 기록자체가 없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이들에게는 꼭 맞는 말인데, 도검수화불침의 경지에 이른 절대고수가 40세에 죽는 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다.
그러나 확신에 찬 마교주의 말은 그의 말을 불신할수도 없게 만들었다. 그냥 묵묵히 그가 이야기 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같은 태양신맥을 타고 났는데, 한사람은 40을 못넘기고 죽고, 또 한사람은 120을 넘기고 죽고, 한 사람은 많은 절대 고수중 한 사람이 되고, 한 사람은 무림역사상 오직 3사람밖에 없는 절대자 중의 하나가 되다니…..’
고천성은 섭교주의 말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실제로 무림의 영웅들은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서 많은 사적을 남기기 때문에 태양신제가 40이상 살았더라면 언제 죽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있을 것이다. 최소한 태양신제의 가문에는 기록이 남아 있을텐데, 그런 것 조차 없었다. 그러므로 섭교주의 말은 절대적으로 신빙성이 있는 것이었다. 같은 체질을 타고난 두 사람의 운명이 이토록 차이가 나다니, 비록 태어난 시대가 다르다고 하여도… 이것은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었다.
‘제 아둔한 머리로는 무엇이 그런 차이를 만드는지 알수가 없네요.’ 고천성은 임교주의 견식에 탄복을 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너무 그렇게 자학할 필요는 없네. 나도 만일 내 딸이 그런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아마 꿈에서라도 몰랐을 일이니까……’
태양신맥과 섭군천의 딸, 이것은 또 무슨 연관이 있지?
섭교주의 말을 듣고 있는 세 사람은 모두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태양신제나 천마 임조영이나, 모두 극양의 무공으로 군림했지’
그건 고천성도 익히 아는 내용이었다. 천부적으로 양기가 강한 체질인 사람에게 양강한 무공은 가장 극성에 이르기 쉬운 무공이었다.
보통 남자나 여자는 음기와 양기를 다 갖추고 있네. 다만 그 비율에 따라 태양인,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으로 나뉘지만, 태양신맥은 신기하게도 음가가 아예없는 신체일세…..
그렇게에 양강한 무공을 익히면 다른 이들과는 비교도 할수없는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지. 진정한 태양의 경지를…. 그래서 태양신제의 별호가 태양신제인거고….
절정에 이르면 온몸이 불에 활활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강한 양기를 내뿜는…..
자네 태양신제가 젊은 시절 풍류남아로 무림에 풍파를 일으킨 것은 알고 있나?
“예. 비록 정파의 대종사셨지만, 태양노조의 사생활이 좀 문란했다는 것은 들어서…’
‘내가 알기론 문란한 정도가 아니라, 3처4첩을 두고도 모자라 틈만 나면 밖에서 유부녀 처녀 가릴것 없어 사고를 많이 쳤다고 하더군. 비록 상대방 여인들이 원한일이라고는 하지만…. 그때문에 강호에서 좋은 일도 많이 했지만, 원성도 많이 들었고……’
고천성은 고개를 푹 숙였다. 비록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사문의 존장과 관련된 일이라 쪽팔리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그건 태양노조를 나무랄 일이 못되네. 태양 노조께서는 그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부족한 음기를 보충할 길이 없으셨으니, 알고보면 가여운 분이지, 천음신녀가 동시대에 태어나지 않았으니.일반적인 여인들로서는 부족한 음기를 보충할수가 없었네…….’
갈수록 이야기는 기괴하게 흘러갔다.
‘네? 천음신녀라구요? ‘ 고천성은 어이가 없었다.
‘그렇네. 천음신녀, 아까 내가 자네에게 말한 천음절맥을 타고난 여인을 말함일쎄’
‘아……’
‘천음절맥, 이것도 강호에 몇번 나타났을 뿐인 천고절맥일세.’
‘일반적으로 삼음절맥, 오음절맥, 구음절맥 하는 것들은 한세대에 한명 나올까 말까한 희귀한 신체인데 반해, 천음절맥은 몇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절맥이지. 그리고 삼음절맥, 오음절맥, 구음절맥 등이 인체의 음경들이 음기로 막혀서 나이 20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 병인반면, 천고의 영약을 얻으면 살수도 있지…., 그러나 천음절맥은 인체의 모든 세맥까지 음기가 잠복해 있다가 나이15세가 되면 모든 세맥에 음기가 강해지다 18세가 되면 모든 세맥이 음기로 충만해 온몸이 얼어붙어 죽는 병일쎄. 어찌 손을 써볼 방법도 없지. 방법이 있다면 오직 태양신맥을 지닌 남자와 음양합일을 이뤄야 하는 것인데, 자네도 알다시피 태양신맥자체도 천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희귀한 체질이니……’
‘휴’ 섭군천은 한숨을 길게 들이쉬며 다시 술잔을 비웠다.
고천성은 섭군천이 이토록 좌절하는 이유를 알것만 같았다. 세상누구도 고칠수 없는 천음절맥 아마도 섭군천을 절망케 한 땅의 병은 기실 병이 아니라 천음절맥이라는 희귀체질이리라…..
내 추측컨대 태양신제께서는 무공이 극성이 이르지 못하셨네. 다만 극성에 근접하셨겠고, 그리고 그로인해 주화입마로 돌아가셨을 거라 생각하네.
태양신맥을 타고났으면, 무공이 극성에 이르지 않아도 당대에 적수가 없지. 그러나, 본인은 거기에 만족할수가 없는 법이지. 조금만 더 가면 절대의 고지가 보이는데, 현재의 위치에 만족할 수 없는 것이 또한 야망을 가진 인간의 본능 아니겠는가?
그런면에서 보면 천마 임조영, 그는 어찌보면 행운아였네. 태양신맥이라는 절대의 신체를 타고나고, 더군다나 동시대에 빙아영 이라는 현음절맥의 여인이 있었으니 말이야.
그것은 빙아영 조사에게도 마찮가지지. 천음절맥이 고칠 확율이 거의 없는 병이지만, 천하제일의 미모와 지혜를 주기도 하니까, 게다가 천마같은 낭군을 만나서 절맥을 고치면 여인으로서도 절대의 무공경지에 이르고…..
그래서 천음절맥은 어찌보면 저주이고, 또 달리보면 축복일세……
그래 무학의 천재였던 이 부부는 천마는 천마구절이 담긴 천마경을, 현음신녀는 현음진경을 후세에 남긴것일세. 그리고 지금도 마교의 제자들 중 남자는 천마구절을 여자는 현음 진경을 무공의 최고의 경지로 여기는 걸세.
단지 두 가지다 인세에 보기 드믄 특이한 체질에 기인한 무공이기에, 극성의 경지에 이르지를 못해 당대에 까지 천년의 시간이 흐른 동안에도, 천마나, 현음신녀 와 같은 고수가 나올 수 없는 것일세.
그것은 소림이나, 무당도 마찬가지인것이고……
딸아이를 고치기 위해서, 천하의 모든 의서를 탐독하던 나는, 한가지 흥미를 끄는 이론을 발견했네.
그것은 유전에 관한 것이었지.
뛰어난 부모밑에 망나니 같은 자식이 태어나기도 하고, 혹은 비천한 부모 밑에서도 천재가 태어나기도 하고….
얼핏보면 이 유전이라는 설이 황당무게 하기도 한 것 같지만, 자식은 부모를 닮는 다는 평범한 생각을 발전시킨 이 학설이 내게 흥미를 주더군. 그리고 인체의질병이나 형질등을 부모로 부터 물려받으므로 부모의 병을 알면 자식의 병도 알수있다 는 기괴한 이론은 내게 한가닥 빛을 주었네.
난 이 이론에 근거해 마교의 역사가 담긴 실록 중에서 과거에 마교주의 혈맥중에 내 딸과 같은 병으로 죽은 아이가 있는지 찾아봤지. 그리고 천마의 부인 빙아영과 오백년전 강호를 휩쓴 수혼강시,혹은 수혼마녀라고 불리웠던 여인에게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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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가운 분들의 리플을 보니 힘이 나네요. 아직도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천성이에게 천하제일 미녀를 안겨주기 위해 썰을 풀다보니 벌써 a4로 12장이나 되네요. 좀 지루하셨죠.? 야설의 공간에 야스런게 없으니….
다음편엔 등장할 수 있지 않을 지…. ㅎㅎㅎ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 주시고, 천부적인 글쟁이의 체질을 타고 나지 못한 제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필공을 대성하도록, 리플로 힘 주세요…ㅎㅎ헤헤헤헤
‘자네도 한잔 받지!!’
마교주의 어투는 좀전의 건방진 애송이를 약올리는 괴팍한 늙은이에서 어느새 좋은 후배를 대하는 듯한 부드러운 표현으로 바뀌어 있었다.
‘네, 어르신’
워낙 술을 좋아하는 고천성에게는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었다. 마교주 눈치보느라 술도 마음껏 먹지 못하고 예의를 차리는 중이었기에…..
‘자네는 마교에 대해서 좀 아는가?’
섭군천은 불현듯 물었다.
‘대충 들어서는 아는데, 원래 서역에서 온 배화교가 그 근원이었다고 하고, 개파종사인 천마 임조영 교주 이래로, 대대로 그 후손들이 교주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당대에 와서 전임교주가 아들이 없이 딸만 하나 있어, 어르신이 교주의 직위에 올랐다고 들었습니다.’
‘음 정말로 대충은 알고 있군.’
“윽”
고천성은 가끔 이 노인네를 두들겨 패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살면서 처음으로 겸손한 체를 하면, 좀, 맞장구를 쳐 줘야 하는데, 이 노인은 반대로 깔아 뭉게는 것이다.
보통 훌륭한 노인들 같으면, ‘음 요즘 보기드물게 아는게 많은 친구로군. 게다가 겸손하기 까지….’ 뭐 이런 반응이 나왔을텐데…..
고천성은 이제 이 노인에게서 좋은 소리를 듣는 것을 포기하였다.
이 기이한 대화를 엿듣고 있는, 사공혜는 한편으로 이 재미있는 대화에 빠져들며, 한편으론 어서 나가 고천성을 보고싶고, 또 한편으로는 고천성이 당하는 것이 고소하기도 하고… 암튼 노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자네에게 부러운 것이 있다면, 그 나이에 그정도 실력으로 그렇게 건방지고 기고만장하게 누구 눈치볼껏 없이 마음껏 강호를 활보할 수 있다는 젊음의 여유와 오기 일세.
‘윽’ 이게 칭찬이야, 욕이야?
‘그래 니똥 굵다. 이 영감탱구야!!!’고천성은 속으로 투덜대며 묵묵히 들었다. 보아하니 이 노인도 사람 염장지르는데는 길이 나 있는 것 같았다.
그걸 아는 지 모르는지 섭군천은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난 자네 나이에, 마교주가 되겠다는 야망하나 가지고 불철주야 죽어라 일만했네. 자네처럼 한가하게 이계집, 저계집 계집질이나 하면서 탱자탱자 놀수있는팔 시간적,심리적 여유가 없었지. 어찌 보면 난 인생을 잘못산거 같애.’
‘그래 너 잘났다.늙탱이’ 고천성은 속으로만 마교주를 욕할뿐이었다.
자네가 말했듯이, 임씨가 아닌 내가 마교주가 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지. 행인지 불행인지, 전임교주는 아들이 없어 오직 실력으로 이기는 자에게 교주위를 물려주겠다고 했고…..
비천한 백정의 아들 출신으로 교주가 되기 위해선 죽어라 무공을 연마하는 수밖에 없었네. 그때 내 나이 16세, 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날들을 오직 무공을 연마하는데 소모했네. 주야장창, 계집의 맛도, 사랑의 환희도, 도박의 즐거움도, 술이 취하는 느낌도....., 이런 모든것을 사치라고 여긴채 오직 무공만 익히는데 세월을 소비했지.
그렇게 내 나이 30이 될때까지 난 오직 야망을 향해 달려왔어. 그러는 동안 결혼도 했고, 이쁜 딸도 하나 얻었지만, 그때 내겐 가족의 소중함 뭐 이런것에 매달릴 겨를이 없었지.
그러고 보면 참 인생을 바보처럼 살았어.
난 좀 더 교주위에 가깝게 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마교주의 딸을 유혹했네. 그리고 결혼했지. 그리고 그것은 내가 마교주가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 아무래도 팔은 안쪽으로 굽는 법이니까……그렇다고 마교주가 되는 것이 누워서 떡먹듯이 쉬운것은 아니었네. 끊임없이 암습을 당하고, 또, 빨리 죽어주지 않는 장인어른의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아부하고…..
세월엔 장사가 없는법, 내나이 30 에 결국 장인어른이 숨을 거두고 난 꿈에도 그리던 마교주가 되었네.
난 세상을 모두 얻은 것처럼 기뻤지. 그러나 호사다마라고나 할까, 이제 좀 한숨을 돌리며, 그동안 나를 믿고 기다려 준 내 아내와 딸애에게 그동안 못해 온 가장노릇을 좀 해 보고 싶었는데, 내 아내가 그만 불치의 병이 걸린 것일쎄…..
무공이나, 지략이나, 지혜 그 모든방면에 천하인을 안중에 두지않던 오만한 나도 속수무책이더군. 천하의 명의라는 명의, 천하의 영약이라는 영약은 다 써봤지만, 내 아내는 그렇게 시름시름 앓다가 저승으로 갔다네….. 우리 딸을 잘 돌봐달라는 유언한자락 남긴 채….
가슴이 져며오더군. 원래부터 병약해서 잘 돌봐줘야 하는 여자인데, 딸을 낳을때도 옆에 있어주지 못하고 늘 바빴던 나, 그리고 딸을 낳은후 더 몸이 쇠약해 져만가는 아내를 두고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조금만 더….. 이렇게 약속을 어긴게 한 두번이 아닌데, 이제 인생을 즐길 때가 되자, 아내는 그렇게 죽어가게 된거네……
노교주는 지난날을 되새기는 듯 말을 끊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마치 지난 날 아내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되새기는 듯한 몽롱한 시선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노인의 눈가엔 회한의 이슬이 맺혀 있었다.
천성은 한참을 묵묵히 기다리다, 노인의 잔에 술을 따랐다.
숨죽이며 듣고 있던 노교주의 옛 이야기라 주위는 쥐죽은듯 고요해서, 술을 따르는 소리마저도 폭포수가 떨어지는 듯이 크게 들렸다.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린 노교주는
‘음, 이거 내가 자네 앞에서 추태를 부렸군.’
노인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본래의 표정을 회복하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아내의 무덤앞에서 다짐했지. 내 딸만은 꼭 잘 키워서, 남부럽지 않게 살게 하겠다고., 이것이 내가 아내에게 해 줄수 있는 마지막 속죄였네.’
그렇게 아내를 보내고, 난 지극정성으로 내 딸을 키웠지. 다시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그런데 하늘은 내 인생에 대한 징벌이 부족했는지, 내 딸마저 빼앗아 가려 하더군. ‘
‘내 딸도 원인모를 병으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던거네…..’
그때 내 딸의 나이가 14세……
시름시름 야위어만 가는 내 딸아이를 보는 것은 정말 두려운 일이었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무능한 가장이 된 것 같더군.
난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내 딸아이 병구완을 하는데 온 힘을 바쳤네. 내 딸아이는 오히려 내가 자신과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좋아하더군.
난 밤이면 밤마다 잠을 이룰수 없었네.
천하의 모든것을 가진 마교주가 되었지만, 정작 딸아이를 위해서는 할수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네.
난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밤이고 낯이고 딸아이를 살릴 방도를 연구하기 시작했지.
천하의 명의란 명의는 모두 부르고 영약이란 영약은 모두 모으고, 천하의 의서란 의서는 모두 탐독했지. 난 천하를 다 뒤져서라도 딸아이를 반드시 살리겠다고 다짐했네.
그러나 해결책은 찾지를 못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딸아이는 영약에 의존해 근근히 생명을 유지해 갈뿐, 날이갈수록 야위어가고….
결국엔 침상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네..
그렇게 몇년이 흘러가자, 난 다급해 질수 밖에 없었네. 그리곤 차마 해서는 안되는 짓을 하고 말았지.
혜아는 눈물을 흘리며 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해 주었던 자신의 아빠가 생각나고…… 아빠!!!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아빠 라는 생각이 들자 눈물이 흘렀다.
수혼시강대법에 들어 보았는가?
‘네 예전에 강호의 기괴한 수법들을 적어놓은 책자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요, 일종의 강시대법으로 산사람에게 온갖 영약 및 독 등을 복용시킨 후 급속히 냉동시키면 이 사람은 독과 영약의 충돌로 인해 죽지 않고 가사 상태가 되고, 나중에 해동이 되면 인성을 상실한 마인이 되고, 영약 과 절독을 온 몸으로 흡수하게 됨으로 작용으로 절대고수가 되어, 세상에 나타나면 피바람을 일으키는 마물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일단 제련하는데 들어가는 영약이나 독물이 모두 워낙 구하기 힘든 것들이고, 또 급속히 냉동시키려면 북해와 천년빙하와 같은 지극음지 이어야 하고, 또 빙동하는 시간이 30년~40년이 걸리는 데다, 빙동중에 시술체가 죽는 수도 많아, 성공할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해, 실제로 수혼강시의 연성에 성공한 사람이 없고, 당금 강호에는 그런 대법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 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물어보시~~~? 혹시 ??????
‘그렇다네.난 내 딸에게 수혼시강대법을 시전했네’ 노 교주는 침중하게 대답 했다.
고천성은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만약 수혼강시가 세상에 나온다면 그것은 무림의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온몸이 도검불침인데다, 가공할 무공을 갖춘 인간병기, 만약 그것이 악인의 손에 들어간다면, 강호의 일개문파정도는 하루밤새에 풍지박살낼 수 있는 위력이 있는 것이다. 그런 수혼강시를 다른이도 아닌 마교주가 만들다니......
더우기 무서운 것은 이전에 수혼강시가 출현한 적이있다는 것이다. 500년 전 마교에서, 그 당시까지만 해도 마교는 정파는 아니지만, 사파로서 악명을 떨치지도 않았다. 다만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패도의 길을 걸을 뿐…..
그러나 그 수혼 강시로 인해서 마교는 악인들의 집단으로 낙인 찍히게 된 것이다. 장장 1년여간 그 수혼강시로 인해 죽은 무림인만 일만인이 넘으니…..,수혼강시의 위력은 기존 강시제령술을 구사하는 사파들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당시 수혼 강시는 정사를 막론하고 무림의 공적이었다. 결국 1만인의 희생을 뒤로하고 수혼강시를 겨우 잠재울수 있었다. 만일 그때 신검 사소봉과 벽사 라는 절세의 신검이 출현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무림은 종말을 맞이했을 것이었다. 검신 사소봉 그리고 신검 벽사….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기로 하자……
‘사실 마교는 그때 그 사건 이후로, 다시 지금의 성세를 구가하기까지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네. 정사지간을 불문하고 무림의 공적으로 몰려 거의 멸망할뻔 했으니까……’
그래서 수혼강시를 만든다는 것은 나로서도 쉽게 내린 결정이 아닐세. 어쩌면 내 대에 마교를 파멸로 몰고갈지도 모르는 큰 죄악을 저지르는 것이니까…..
딸아이에 대한 사랑, 아내에 대한 속죄 그런 복잡한 감정이 섞여 이런 일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말을 입밖에 낼수는 없었다.
‘자네가 어떤 생각을 하는 줄 아네. 하지만 나도 아무 생각없이 그런 대법을 결행한 것은 아니야.’
혜아와 빙아는 마교주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더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애틋한 부정, 무모한 결정, 그리고 다가오는 무림의 재앙……
‘사실 500년전의 수혼강시는 수혼강시가 아니었네.’
‘엥’ 이게 무슨 귀신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수혼강시가 수혼강시가 아니라니?’
천성은 그렇게 생각했으나, 잠자코 듣기나 했다.
‘자네가 읽었던 책에서 언급했듯이, 수혼강시가 일개 문파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위력이 있는 병기이지만, 무림의 최절정 고수정도되면 능히 제압할 수 있네.’
‘아’ 고천성은 그제서야 이해가 된다는 탄식을 했다.
‘저도 그점을 이상하게 생각하던 참 입니다. 제가 알기로도 수혼강시가 가공할 병기이기는 하지만, 衫鳧岵막?주술자를 제압하거나, 혹은 4갑자 이상의 내공을 가진 절대 고수라면 내공으로 능히 박살을 낼수있다고 읽었거든요, 하지만 그때 그 사건은 확실히 수혼강시가 맞다고 기록 하고 있고, 기록이 잘못楹?……’
‘기록이 잘 못 된것은 아닐세. 수혼강시는 수혼강시만이 보여주는 특징이 있기에 수혼강시가 맞지.’
‘허 참, 그거 알송달송 하네요. 수혼강시는 맞는대 실제 위력은 천지차이라, 어떻게 그럴수가 있죠?’
‘허허허’ 노인은 웃으며 술잔을 비워나갔다.
궁금함을 못참는 고천성도 술잔을 비우며 노인을 빤히 쳐다보았다.
‘허허허, 자네 궁금해서 똥줄이 타는 모양이군. ‘
좌우지간 표현하나는 기가막히게 저질스런 노인네였다. 교주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그것은 그녀의 특이한 체질 때문이라네’
‘특이체질이요?’ 고천성은 되물었다.
‘그렇네. 특이체질……’
‘자네는 천음절맥이란 것에 대해 들어보았나?’
모를땐 가만히 있는 것이 상책이다.
‘역쉬, 오강현의 신동이라는 것도 별게 아니구만. 그정도 견문도 없이 무슨 신동이라니….’
으, 참자, 참으면 살인도 면한다더라. 그래 니 똥굵다 이 영감태기야…..
천성은 노인의 염장지르는 소리를 그냥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노인이 사정을 봐 줄 사람은 아니다….
그럼 태양신맥에 대해서는 아는가?
“오케바리” 드뎌 아는 문제 나왔어 ㅎㅎㅎ”
“태양신맥이란 말입니다. 선천적으로 강한 양기를 타고 나고, 태양인 체질 중에서도 천년에 하나 있을까 말까한 특이체질로 선천적인 무골이라, 무공을 익히면 지극의 경지에 이른다고 했습죠. 강호에는 제 사부의 선조이신 태양신제가 태양신맥을 타고 났다고 들었습니다. 당시에 선조님이 태양신강 하나로 당대무적을 구가하시다가 은거하셨죠“
고천성은 자랑스럽게 아는것을 늘어놓았다.
‘참 신기한 일이야, 어떻게 네가 안다고 하는 것은 다 그렇게 대충 때우는 정도냐 말이다.? 그나마 이젠 그것도 자랑이라고 목소리에 힘까지 주고……’
‘크윽’ 진짜 고천성 성질 많이 죽었다.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이 노인네랑 죽기살기로 한판 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고천성은 연거푸 술잔을 들이켰다.
아무래도 이 노인은 속이 좁은 인간이 틀림없어. 아직도 아까의 분이 안풀려 이렇게 갈구는 걸 보면…..’ 고천성은 내심 노인네 욕을하며 술잔을 비웠다.
‘짜식이 쪼잔하게 농담 몇 한마디에 그런일에 삐지기나 하구, 애구 언제 어른이 될라나?’
‘흑~~’ 고천성은 연거푸 맞은 연타에 항복을 했다.
귀신 같은 늙은이 같으니라고, 남의 속 마음을 속속들이 꿰뚤어보다니. 뭐 이런 심정이 아니었을까…..
‘내 분위기가 좀 무거워진 듯하여 장난 좀 친거니 너무 게의치 말거라. 태양신맥에 대해 그정도 알고만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 거지……’
기실 무림사에 있어 태양신맥을 타고난 사람은 태양신제 하나가 아니야. 오히려 태양신제는 완전하지 못한 태양신맥이지……
‘네’ 고천성은 의외일 수밖에 없었다.
태양신제는 태양신맥이라는 천부적인 무골을 바탕으로 한시대를 주름잡은 고수인데다가 무림중에는 태양신맥을 타고난 고수가 전무후무하다고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잘못되었다니…..
내, 자네에게 묻겠네…..
무림사를 통틀어 수많은 고수들이 명멸했지만, 그중에 절대자의 경지에 이른 고수를 꼽으라면 자네는 어떤 사람들을 꼽겠나?
‘음’ 고천성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무림역사상의 수많은 고수들 중에서 공전절후 경지에 이른 고수, 그런 고수들이라
이윽고 천성은 눈을 떴다. 그의 눈에는 자신감에 차있었다.
“제 생각엔 소림의 달마대사, 그리고 무당의 장삼봉진인, 마교의 조사인 임조영….
뭐 이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마는… 그러고 보니 세 사람 다 개파조사이네요…..”
내 생각도 그러하다네. 무림의 많은 고수들이 있지만, 내게도 공전절후한 고수를 뽑으라면 이 세사람 정도외에는 인정할 사람이 없으니….
고천성은 어깨가 으쓱해졌다. 모처럼 노인에게서 인정을 받았으니…..
‘그럼 태양신제는 어떠한가?’
‘신제 조사께서는 비록 한시대를 풍미한 절대고수인건 맞지만, 공전절후까지는 아니죠, 그래봐야 신검 사소봉, 비도 이심환, 사황 엽고성, 대도 초류향, 마도 정봉등 등 각기 자신의 시대를 지배한 절대 고수중의 하나정도 라고나 할까요….. ’
‘허허, 제대로 보고 있군.’
고천성은 다시 어깨가 으쓱해지고 있었다. 음, 이 칭찬받는 즐거움… 그러나,
‘그럼, 왜 그런 절대고수들이 절대자의 반열엔 못올라갔을까?’
‘그건, 음, 그건…..’
고천성은 말문이 막혔다. 자신이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자네에게 대충 알고 있는게 자네의 한계라고 한게야. 기분나쁘게 들리겠지만… 모든 사물의 궁극적 이치를 ?지 않으면 결국 대충 고수가 되어 대충 세상을 살다가 대충 세상을 하직하는게 자네 인생이 될게야!!!!!!’
혜아는 화가났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이렇게 깔아내리다니, 당장 뛰쳐나가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너무나 진중한 고천성의 표정을 보고, 그냥 참았다.
평소의 고천성의 성격이면, 당장 난리 부르스를 출텐데, 이번에는 이런 악담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진지하게 노인의 말을 경청하였다.
‘선배님의 가르침을 바랍니다. 그 차이점이 무엇입니까?’
고천성이 이렇게 진지하고 겸손한 모습을 혜아는 처음 보았다.
고천성이 이렇게 진지하게 가르침을 청한 까닭은 무엇일까? 혹시 고천성도 이전부터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연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모든 무인은 무공에 입문하는 그 순간부터 최고의 위치를 꿈꾼다. 그런 야망이 없는 무인은 칼을 버리고, 쟁기를 드는 것이 낳다.
그처럼 무인과 야망은 떼어놓을래야 떼어놓을 수가 없는 관계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야망을 향한 분투를 통해 섭군천과 같은 절대고수도 탄생하는 것이다. 최소한 섭군천과 고천성에게는 그러했다.
‘사실 대답은 아주 간단하네. 황당하기도 하고 ……-----------체질일세.’
‘헉’ 뭐 이런 시덥지 않은 대답이 있어? 체질이라구? 그런건 나도 대답할 수 있네. 흥’ 혜아가 듣기에 마교주의 대답은 너무나도 황당한 대답이 아닐수 없었다. 최소한 혜아는 천부적인 노력,거기에 뛰어난 오성, 게다가 남들은 죽었다 깨도 얻지 못하는 절세기연, 그리고 아무도 ?아올수 없는 집념과 근성… 등등 뭐 이런 대답을 할줄 알았는데, 단순히 체질이라니 이걸 말이라고 하나? 하는 허탈함과 반박심이 들었다.
그러나 고천성은 마치 어둠속에서 등불을 찾은 듯한 기쁜 표정을 지으며
‘하하하하하, 원래 그랬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하하하’
‘한잔 드시지요 어르신’
고천성은 노인의 술잔에 한잔 가득히 술을 따르고 자신도 술잔을 거침없이 비웠다. 그의 표정속에서 지금 고천성이 얼마나 즐거워 하는지 알수가 있었다. 고천성이 이토록 발게 웃는 모습을 처음 본 것 같았다. 그래서 혜아는 더 이해할 수 가 없었다.
‘하하하하, 덕분에 무거운 짐을 벗었습니다. 하하하하’
노교주는 자신이 사람을 제대로 보았다는 확신이 들어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고천성은 사실 이미 3년전에 태양신공을 6성의 경지까지 끌어올렸다. 사부인 귀왕산인은 어떤 연유인지 몰라도 태양신공을 익히지 않았기 때문에, 기초적인 내용외에는 가르치지 않아, 나머지는 고천성 스스로 깨우쳐 나가야 했는데, 6성의 경지에 이른 후 부터는 어쩐일인지 무공이 더 발전하지를 않고 있었다.
가까스로 7성까지 익혔지만, 고천성은 7성의 태양신공을 일으킬때마다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주화입마의 현상을 느끼곤 했다. 그래서 절체절명의 순간을 제외하곤 7성의 태양신공을 사용하지 않았다.
사실 사부의 다른 무공만 가지고도, 무림의 절대고수가 되는데는 부족함이 없었으나, 그는 웬지 이 태양신공이 맘에 들었다. 연성하기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이 무공의 대성에 도전하고 싶은 투지가 타올랐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아무리 노력하고, 아무리 연구해 봐도 이 무공을 상승의 경지로 올릴수가 없었다.때로 몇날밤을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꼬박새우기도 하고, 몇달간을 면벽하기도 했지만 역시 별 무소용이었다.
그런 연유로 고천성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자신의 자질에 대한 불만이 차 있었던 것이다.
그럴수록 그 무공에 더 집착하게 되고.. 그런대 그렇게 고심하고 연구해도 찾지 못하던 해법을 단박에 찾게 되었으니 그는 마교주에게 큰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달마조사, 장삼봉진인 등은 선도술을 익힐 선천적인 재질을 타고 난 사람이네. 그렇지않다면 오욕칠정을 그렇게 쉽게 포기하고 평생을 한눈팔지 않고 도에 매진할수가 없는 것이지 .그리고 또 범인보다 뛰어난 의지력과 인내심, 호승심을 타고난 사람들이지. 이런 사람들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네. 원래의 노력에 천부적인 체질이 필요한 것이지. 무슨 체질인지는 모르나……’
‘그리고 천부적인 제왕의 체질을 타고난 사람들은 나라를 일으키기도 하지. 한고조나, 명태조, 송태조 등등의 사람들은 모두 천강성의 정기를 타고나지’
고천성도 점성술 책을 통하여 제왕과 별의 관계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다.
‘아까 내가 태양신맥을 타고난 사람이 태양신제 한사람이 아니라고 했지?’
‘네’
‘달마나 장삼봉이 무슨 체질을 타고났는지는 모르지만, 난 천마조사께서는 무슨 체질을 타고 났는지 알고있네. 내 딸의 절증을 고치기 위해 마교의 비전들을 연구하다가, 문득 마교실록을 보게 되었지. 이것은 교주들만이 볼수있는건데, 천마조사는 태양신맥을 타고났네.’
‘네??????’ 이것은 그동안 아무도 알지 못했던 기사 였다.
천성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것은 귀를 바짝 세우고 있는 혜아와, 빙아도 마찬가지 였다.
‘자네, 태양신제께서 몇세에 돌아가셨는지 아는가?’
‘글쎄요, 사부님께서도 자세히 말씀을 안하셔서, 다만 나이 40에 강호에서 은퇴했다는 기록만 남아 있습니다.’
‘내 판단이 틀리지 않다면 태양신제께서는 40세에 은거가 아니고, 승하하셨을 거네.’
‘헉’ 고천성은 믿을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일반적으로 무림인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오래 사는 법이다.
특히 절대고수에 이르면 100세 이상을 사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다. 보통 나이 5~60이 되면 강호를 은퇴해서 그렇지 , 신검 사소봉, 비도 이심환, 사황 엽고성, 대도 초류향, 마도 정봉등과 같은 절대 고수들은 모두 100여세를 넘긴 이후에 죽었고, 달마, 장삼봉, 임조영 같은 고수들은 아예 120살정도 까지의 삶이 기록되 있고, 그 이후 언제 어디서 죽었는지에 대한 기록자체가 없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이들에게는 꼭 맞는 말인데, 도검수화불침의 경지에 이른 절대고수가 40세에 죽는 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다.
그러나 확신에 찬 마교주의 말은 그의 말을 불신할수도 없게 만들었다. 그냥 묵묵히 그가 이야기 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같은 태양신맥을 타고 났는데, 한사람은 40을 못넘기고 죽고, 또 한사람은 120을 넘기고 죽고, 한 사람은 많은 절대 고수중 한 사람이 되고, 한 사람은 무림역사상 오직 3사람밖에 없는 절대자 중의 하나가 되다니…..’
고천성은 섭교주의 말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실제로 무림의 영웅들은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서 많은 사적을 남기기 때문에 태양신제가 40이상 살았더라면 언제 죽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있을 것이다. 최소한 태양신제의 가문에는 기록이 남아 있을텐데, 그런 것 조차 없었다. 그러므로 섭교주의 말은 절대적으로 신빙성이 있는 것이었다. 같은 체질을 타고난 두 사람의 운명이 이토록 차이가 나다니, 비록 태어난 시대가 다르다고 하여도… 이것은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었다.
‘제 아둔한 머리로는 무엇이 그런 차이를 만드는지 알수가 없네요.’ 고천성은 임교주의 견식에 탄복을 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너무 그렇게 자학할 필요는 없네. 나도 만일 내 딸이 그런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아마 꿈에서라도 몰랐을 일이니까……’
태양신맥과 섭군천의 딸, 이것은 또 무슨 연관이 있지?
섭교주의 말을 듣고 있는 세 사람은 모두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태양신제나 천마 임조영이나, 모두 극양의 무공으로 군림했지’
그건 고천성도 익히 아는 내용이었다. 천부적으로 양기가 강한 체질인 사람에게 양강한 무공은 가장 극성에 이르기 쉬운 무공이었다.
보통 남자나 여자는 음기와 양기를 다 갖추고 있네. 다만 그 비율에 따라 태양인,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으로 나뉘지만, 태양신맥은 신기하게도 음가가 아예없는 신체일세…..
그렇게에 양강한 무공을 익히면 다른 이들과는 비교도 할수없는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지. 진정한 태양의 경지를…. 그래서 태양신제의 별호가 태양신제인거고….
절정에 이르면 온몸이 불에 활활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강한 양기를 내뿜는…..
자네 태양신제가 젊은 시절 풍류남아로 무림에 풍파를 일으킨 것은 알고 있나?
“예. 비록 정파의 대종사셨지만, 태양노조의 사생활이 좀 문란했다는 것은 들어서…’
‘내가 알기론 문란한 정도가 아니라, 3처4첩을 두고도 모자라 틈만 나면 밖에서 유부녀 처녀 가릴것 없어 사고를 많이 쳤다고 하더군. 비록 상대방 여인들이 원한일이라고는 하지만…. 그때문에 강호에서 좋은 일도 많이 했지만, 원성도 많이 들었고……’
고천성은 고개를 푹 숙였다. 비록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사문의 존장과 관련된 일이라 쪽팔리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그건 태양노조를 나무랄 일이 못되네. 태양 노조께서는 그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부족한 음기를 보충할 길이 없으셨으니, 알고보면 가여운 분이지, 천음신녀가 동시대에 태어나지 않았으니.일반적인 여인들로서는 부족한 음기를 보충할수가 없었네…….’
갈수록 이야기는 기괴하게 흘러갔다.
‘네? 천음신녀라구요? ‘ 고천성은 어이가 없었다.
‘그렇네. 천음신녀, 아까 내가 자네에게 말한 천음절맥을 타고난 여인을 말함일쎄’
‘아……’
‘천음절맥, 이것도 강호에 몇번 나타났을 뿐인 천고절맥일세.’
‘일반적으로 삼음절맥, 오음절맥, 구음절맥 하는 것들은 한세대에 한명 나올까 말까한 희귀한 신체인데 반해, 천음절맥은 몇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절맥이지. 그리고 삼음절맥, 오음절맥, 구음절맥 등이 인체의 음경들이 음기로 막혀서 나이 20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 병인반면, 천고의 영약을 얻으면 살수도 있지…., 그러나 천음절맥은 인체의 모든 세맥까지 음기가 잠복해 있다가 나이15세가 되면 모든 세맥에 음기가 강해지다 18세가 되면 모든 세맥이 음기로 충만해 온몸이 얼어붙어 죽는 병일쎄. 어찌 손을 써볼 방법도 없지. 방법이 있다면 오직 태양신맥을 지닌 남자와 음양합일을 이뤄야 하는 것인데, 자네도 알다시피 태양신맥자체도 천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희귀한 체질이니……’
‘휴’ 섭군천은 한숨을 길게 들이쉬며 다시 술잔을 비웠다.
고천성은 섭군천이 이토록 좌절하는 이유를 알것만 같았다. 세상누구도 고칠수 없는 천음절맥 아마도 섭군천을 절망케 한 땅의 병은 기실 병이 아니라 천음절맥이라는 희귀체질이리라…..
내 추측컨대 태양신제께서는 무공이 극성이 이르지 못하셨네. 다만 극성에 근접하셨겠고, 그리고 그로인해 주화입마로 돌아가셨을 거라 생각하네.
태양신맥을 타고났으면, 무공이 극성에 이르지 않아도 당대에 적수가 없지. 그러나, 본인은 거기에 만족할수가 없는 법이지. 조금만 더 가면 절대의 고지가 보이는데, 현재의 위치에 만족할 수 없는 것이 또한 야망을 가진 인간의 본능 아니겠는가?
그런면에서 보면 천마 임조영, 그는 어찌보면 행운아였네. 태양신맥이라는 절대의 신체를 타고나고, 더군다나 동시대에 빙아영 이라는 현음절맥의 여인이 있었으니 말이야.
그것은 빙아영 조사에게도 마찮가지지. 천음절맥이 고칠 확율이 거의 없는 병이지만, 천하제일의 미모와 지혜를 주기도 하니까, 게다가 천마같은 낭군을 만나서 절맥을 고치면 여인으로서도 절대의 무공경지에 이르고…..
그래서 천음절맥은 어찌보면 저주이고, 또 달리보면 축복일세……
그래 무학의 천재였던 이 부부는 천마는 천마구절이 담긴 천마경을, 현음신녀는 현음진경을 후세에 남긴것일세. 그리고 지금도 마교의 제자들 중 남자는 천마구절을 여자는 현음 진경을 무공의 최고의 경지로 여기는 걸세.
단지 두 가지다 인세에 보기 드믄 특이한 체질에 기인한 무공이기에, 극성의 경지에 이르지를 못해 당대에 까지 천년의 시간이 흐른 동안에도, 천마나, 현음신녀 와 같은 고수가 나올 수 없는 것일세.
그것은 소림이나, 무당도 마찬가지인것이고……
딸아이를 고치기 위해서, 천하의 모든 의서를 탐독하던 나는, 한가지 흥미를 끄는 이론을 발견했네.
그것은 유전에 관한 것이었지.
뛰어난 부모밑에 망나니 같은 자식이 태어나기도 하고, 혹은 비천한 부모 밑에서도 천재가 태어나기도 하고….
얼핏보면 이 유전이라는 설이 황당무게 하기도 한 것 같지만, 자식은 부모를 닮는 다는 평범한 생각을 발전시킨 이 학설이 내게 흥미를 주더군. 그리고 인체의질병이나 형질등을 부모로 부터 물려받으므로 부모의 병을 알면 자식의 병도 알수있다 는 기괴한 이론은 내게 한가닥 빛을 주었네.
난 이 이론에 근거해 마교의 역사가 담긴 실록 중에서 과거에 마교주의 혈맥중에 내 딸과 같은 병으로 죽은 아이가 있는지 찾아봤지. 그리고 천마의 부인 빙아영과 오백년전 강호를 휩쓴 수혼강시,혹은 수혼마녀라고 불리웠던 여인에게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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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가운 분들의 리플을 보니 힘이 나네요. 아직도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천성이에게 천하제일 미녀를 안겨주기 위해 썰을 풀다보니 벌써 a4로 12장이나 되네요. 좀 지루하셨죠.? 야설의 공간에 야스런게 없으니….
다음편엔 등장할 수 있지 않을 지…. ㅎㅎㅎ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 주시고, 천부적인 글쟁이의 체질을 타고 나지 못한 제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필공을 대성하도록, 리플로 힘 주세요…ㅎㅎ헤헤헤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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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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