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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이 가장 쉬웠어요 - 10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9:06 589회 0건




무공이 가장 쉬웠어요. -11 : 중원 입성

아미산 꼭대기에 위치한 아미파의 금성에는 그 웅장한 크기를 자랑하는 누각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장관을 이루고 있고, 붉은 기와로 장식된 화려한 전각들은 아미산 정상을 스치듯 흘
러가는 새하얀 구름과 어울려 또 하나의 절경을 자아내고 있다. 그리고 그 구름의 뒤편으로
는 마치 깍아 만든 듯한 절벽이 천예의 성곽처럼 둘러 쳐 있는 이곳 금성의 깊고 깊은 심처에
는, 아담한 연못을 끼고 세워진 작은 정자에 미모의 여인 두 명이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
다.

"제가 이곳에 오면서 듣기로 음교 교주의 무공이 그토록 고강하다고 하던데.. 가가께서 무사
하실지 걱정이옵니다."
"심소서, 심려치 마시옵소서. 비록 선대협께서 음교 교주를 ?아갔지만, 별 다른 일은 결코
없을 것이옵니다. 교주 또한 중원인이 황실 장수를 해하려 한다면, 자칫 음교 전체가 멸문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후우.. "

그녀의 작은 손에 쥐어져 있던 옥빛 찻잔을 탁자 위에 내려 놓으며 긴 한숨을 내쉬는 심유경
은 강물 흐르듯 정자 위를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뜻 모를 한숨을 연겨푸 내뱉기 시작한
다. 그런 그녀의 눈가에는 지금 내뱉고 있는 한숨의 깊이만큼 걱정어린 주름이 깊게 지여졌
다가 이내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앞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옥운의 얼굴에도 비슷한
수심이 지워지지 않고 머물고 있었다. 그녀들의 앞에 놓여진 찻물은 이미 식은지 오래이건만
그들은 그것에는 신경쓰이지 않는 듯 향이 사라진 차가운 찻잔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뿐
이다.

"가가께선 중원의 지리도 잘 모르시온데 어찌 이곳을 찾아오실지.. "
"본파가 중원 최고의 방파는 아니오나, 이곳 기주에서는 이곳 위치를 모르는 이가 없사옵니
다. 그 점은 걱정마옵소서. 이곳에서 심소저께서 기다려 주신다면 선대협께선 반드시 본문을
찾아오실 것이옵니다."

옥운의 부드러운 말에 심유경을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청정한 불문을 닦으셔야 할 분의 앞에서, 어리석은 소녀가 괜한 말로 심려를 끼텼나 보옵니
다. 부디 세속의 아녀자 말이라 생각하시고 게의치 말아주시기를 바라옵니다."
"속세의 번뇌를 고민하고, 중생을 구도하지 못한다면 어찌 불도를 걷는 아미의 제자라 말할
수 있겠나이까. 모든 것은 심소저와 소승의 인연에 의해 일어난 일. 또한 본파의 장문인을 구
해주신 것 그 하나만으로도 본문은 심소저와 선대협께 갚을 수 없는 크나 큰 은혜를 입은 것
입니다. 부디 그 점은 걱정마시고 이곳에서 선대협께오서 오실 그 날을 편안히 기다리소서. "
"선자께서 소녀에게 해주신 말씀만으로 제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습니다. "

그 말을 하며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고개를 숙이는 선유경의 인사에, 옥운도 함게 고개를
숙여 답례를 한 후 그녀가 머물고 있는 정자를 걸어 나온다. 그리고 그녀의 발걸음이 향하고
있는 곳은 금성의 후문이 있는 절벽쪽 이었다. 이곳은 그녀가 어릴적 아미에 입문하여 자랄
때 부터 마음이 답답하고 심란할 때 마다 즐겨 찾던 곳이었다. 금성의 내부를 한참을 걸어 가
자 붉은 기와가 고풍스러운 멋을 자아내고 있는 높은 성벽이 사라지고, 이윽고 끝없이 펼처
진 산봉우리의 이어짐과 그 사이를 흘러가는 구름의 바다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마치 한 걸
음만 더 내딛는다면 저 구름속을 함께 노닐 수 있을 것만 광경에 옥운의 입에서 나지막한 탄
성이 세어 나온다.

"하아... "

이렇게 끝간데 없이 눈앞에 펼쳐진 절경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속 꽉 막혔던 무언가가 내려
가는 듯한 시원함이 느껴지곤 했다. 그러나 오늘은 무슨 연유인지 가물거리는 그 어떤 무엇
이 옥운의 가슴속 깊이 자리잡고 내려갈 줄을 몰랐다. 그것이 언제나 청수하던 그녀의 마음
을 더욱 심란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저 스치듯 한번 본 것 뿐이거늘.. 왜 이렇게도 가슴이 답답한지 그 이유를 모르겠구나."

어찌보면 멍청하게 보이기만 하던 선우영의 모습이, 그리고 그의 부인에게 꽉 잡혀 꼼짝도
못 하던 그때의 어리숙하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르는 옥운이었다.

"풋, 나도 참.. 세속의 오욕에서 내 모든 것을 버리기로 이미 마음 먹었거늘 이 어찌 어리석은
모습인지... 지금까지 내가 닦은 도량이 아깝구나. 부질없는 번뇌이거늘.. "

희미한 웃음을 흘리며 버릇처럼 무심코 만져보는 자신의 오른쪽 손목에는 그곳에 있어야 할
옥환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미의 대제자가 되어 숱한 중원행을 나설 때 마다 자신의 마음을
속세의 번뇌로 부터 지켜주었던 신물과도 같았던 존재가 지금쯤 낮선 누군가의 손에 있을 것
이라 생각하자 옥운의 얼굴이 절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열반에 들기까지 닦아야 하는 것이 불도라고 하더니, 내 불심의 깊이가 아직 이것밖에 되지
않으니, 장문인께서 깨어나시면 내 어떤 호통을 들어야 할까.. 버려야 할 것을 애써 붙잡고 번
뇌하는 이가 어찌 중생을 구도하는 불자가 되겠다고.. 후우.. 아미타불.. "

나지막히 불호를 외운 후 몸을 돌려 금성으로 돌아가는 그녀의 앞으로 바람을 따라 흘러 온
듯한 새하얀 구절초 꽃잎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불도 뿐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무공에도 공
을 들여 정진을 한 듯, 자칫 그 꽃잎이 바스러질까 조심스러운 손길로 바람에 몸을 맡기고 흘
러가는 새하얀 꽃잎을 잡아가는 옥운의 손은 나비를 향해 손을 내미는 소녀의 그것처럼 부드
럽고 유려하기만 하다. 그런 그녀의 손에 사뿐히 내려 앉은 새하얀 구절초가 지금 그녀의 마
음을 대신 하는 것 같은 느낌에 다시 한번 절벽을 따라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다 본다. 금성을
휘감고 지나가는 새하얀 구름, 그리고 자신의 손에 있는 또 하나의 구름이 저 멀고 먼 곳을 바
라보는 그녀의 초점없는 눈길을 대신해 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어느덧.. 벌써 가을이군요. 우리의 인연이 만약 이 꽃잎과 같다면.. "

그리고 절벽 밑으로 꽃잎을 날리는 옥운. 절벽을 따라 거세게 올라오는 바람을 따라 구절초
꽃잎이 눈꽃마냥 휘날리더니 어느세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없다.

"그대의 마음 한 켠에 자리 잡은 나약한 풀 한포기가 되게 하소서. 그것으로 소승은 족하리
다. 언젠가 이 구름 위를 노닐 수 있게 되었을 때 소승의 이 부질없는 근심이 사라질지라도.."

눈이 시리도록 푸른 아미산의 하늘. 한동안 하늘을 우러러 바라보던 옥운이 발걸음을 옮기
며 금성 내부로 걸어 간다. 그리고 그녀가 떠나간 뒷자리에 조금전 새하얀 구절초 꽃잎이 다
시 날아 왔다가 또 다시 사라진다. 마치 누군가를 찾아 먼 곳으로 떠나는 이처럼 꽃잎은 그렇
게 옥운의 눈길이 머물렀던 구름의 뒤편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선우영은 서소영과 헤어진 후 며칠이 지났을 무렵. 그는 객잔에 묵으면서 자신이 현재 광남
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호남 한 가운데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술을 먹으며 시끄럽게 떠들
고 있는 표사들에게 물어 겨우 알게 되었다. 그것도 그 표사들이 큰 소리로 "장사에 큰 변고가
생긴 모양이야!"라고 떠들지 않았다면 결코 모를 뻔한 일이었다. 옥운의 말에 의하면, 아미파
만큼 아녀자인 심유경을 안심하고 떠 맡기기 적당한 곳이 없다고 생각한 선우영은, 이왕 이
렇게 된 것 급할 일이 이제는 없다는 느긋한 생각에 이 참에 한 번도 하지 못 했던 중원 유람
을 떠난다는 마음으로 길을 걷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천천히 길을 걸어가던 그의 눈에 어
느덧 호남로 장사성의 화려한 성곽이 보이기 시작한다.

느긋한 걸음으로 성문안으로 들어갈려는 선우영의 앞길을 성문수비군인 듯한 자가 창을 비
켜 들고 막아섰다.

"멈추시오! 도검을 휴대한 자는 장사성으로 들어갈 수 없소이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가?"

일반 무림인이라면 알아서 피할 것이라 생각했던 관병들은, 그의 말투에서 예사롭지 않는
무언가를 느끼고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사옵고, 그저 현재 장사성으로 입성하는 이들 중에 무기를 휴대한 자들
을 모두 돌려보내고 있을 뿐입니다."
"흐음.. "

한참을 생각하고 있는 선우영에게 나이가 지긋한 노병이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말을 걸어
왔다. 그 노병의 눈이 날카로운 짐승의 눈처럼 선우영의 허리에 패검되어 있는 용호검을 훑
고 지나갔다.

"저.. 대인의 존함이 어찌 되시온지 감히 묻나이다."
"난 남로정벌군 남도위 선우영이라 한다. 너희들 중에 날 이곳 호남로안무사께 안내해줄 이
가 있는가?"

선우영의 말에 관병들 사이에 놀란 듯한 웅성거리는 잡음이 들려오고, 그런 혼란속에 늙은
관병의 눈짓을 받은 한 젊은 관병이 쭈빗거리는 발걸음으로 걸어나와 고개숙여 말을 한다.

"장군, 소직이 안내를 해드리겠나이다."
"부탁한다."

관병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곳에는, 검은 기와로 장식된 웅장한 전각들이 밀집되어 있는 관
청이 모습을 드러낸다. 호남로삼부라는 화려한 글씨가 장식된 관청의 입구에서 관병이 고개
를 조아리며 말을 한다.

"장군, 소직이 안내할 수 있는 곳은 이곳까지옵니다."
"수고 많았다."
"그럼.. "

기름을 잘 먹인 창검을 들고 있는 호남로삼부 수문병사에게 다가간 선우영은 품에서 군패를
보여주며 그들에게 말을 했다.

"난 남로정벌군 남도위 선우영이라 한다. 호남로안무사께 긴히 전할 전갈이 있으니 안내하라."
"장군의 군패를 받드옵니다."

절도있는 군례를 올린 수문병사 한 명이 고개를 숙인 후 선우영을 안내한 곳은 호남로삼부
의 내빈각. 시비가 내어온 차를 반 정도 마시고 있을 무렵, 푸른색 관복을 깨끗하게 차려입은
중년의 관리가 다가온다.

"그대가 남로정벌군 남도위라 하던데, 그 말이 정녕 사실이오? 본관은 이곳 호남소삼부를 책
임지고 있는 호남로안무사 엄영직이네."

의자에서 일어나 가슴에 오른팔을 얹으며 절도있는 군례로 인사를 하는 선우영. 말단 도패
수가 본 것은 많아서 이럴 때 써먹는 군례는 겉으로 보기에는 이미 장군의 그것 이상이었다.

"소직은 남로평정경략안무사 정의대부 안충현 장군의 휘하 남도위 선우영이라 하오이다."
"흐음.. 남로정벌군의 소식이 두절된지 벌써 3년이 넘었거늘.. 정말 놀랄 일이구려. 그래 이
곳에는 어인 일이오? 전할 전갈이 있다고 하던데?"

사실 선우영은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걸어가는 것이 이제 신물을 느끼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
래서 지나가다 이곳 관청에서 쓸만한 군마나 한 마리 얻어 간다면, 편한 중원 여행이 될 수 있
을거라는 얄팍한 계산을 하고 들어왔을 뿐이었다. 물론 떠나갈 때 노자가 떨어져서 중경성까
지 가기가 좀 힘들다는 우는 소리를 좀 해서 용돈 좀 타고 떠나볼까 해서 들렸던 곳이 바로 이
곳 호남로삼부. 그러나 그렇게 솔직하게 말을 했다가는 어떤 결과가 기다릴지 모르는 상황에
그는 쌍홍을 잡았지만 판등을 쥔 듯한 잔뜩 굳어진 도박사의 표정을 지으며 호남로안무사 엄
영직에게 말을 했다.

"보고는 이미 월국 국경을 넘는 즉시 용주관문성에서 동경으로 파발을 보냈지만, 자세한 내
막은 서신이라는 것 때문에 감히 장계에 올리지 못하였소. 월국에서 있었던 기밀사항을 동경
으로 알려야 하는데 소직이 지금 군마가 없어 이렇게 걸어 가고 있는 중이라오. 혹시 호남로
안무사께서 군마 한 필을 내어주실 수 있을까 해서 이렇게 감히 청을 하게 되었소이다."

한참 선우영을 바라보며 신중한 표정을 짓는 엄영직. 주위를 조심히 둘러 본 후 그를 보며 나
직히 말을 한다.

"남도위께 내 한 가지 묻겠소이다."
"말씀하시오. 내 대답할 수 있는 것이라면, 호남로안무사께 숨길 것이 무엇이 있겠소이까?"
"월국의 군사가 그렇게 용맹하오? 항간의 소문에 의하면... 내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오만,
남로정벌군 본대가 괴멸되었다고 하던데.. 남도위가 몸소 있던 곳이니 그 내막을 소상히 알
것이 아니오?"
"그것을 묻는 연유는 무엇이오? 동경에 소직이 직접 아뢰러 갈 만큼, 사사로이 말할 수 없는
기밀이라는 것을 안무사께서도 모르시지는 않으실텐데.. "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다 선우영의 옆에 와서 조용히 말을 하기 시작하는 엄영직의 표정
은 절박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의 조심스러운 태도 뒤에 무언가 가려진 것이 있다는 것을
도박사의 본능으로 느낄 수 있는 선우영이다.

"오면서 보셨을 거요. 장사성내에 입성하려는 무기를 휴대한 자들을 가리는 것을 말이오."
"소직도 어인 일인가 궁금했던 참이었소만.."
"지금 광남과 호남에 주둔하고 있던 시위보군사가 모두 경서로 이동하고 있소."
"경서라면.. 동경!"
"쉿!.. 말을 조심히 하시오. 누가 들을지.. 이 일은 공공연히 알려진 일이지만, 그래도 겉으로
는 비밀이라 함부로 입밖에 낼 성질이 아니오."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졌지만, 관안에서도 입밖에 내어서는 안 되는 비밀이라는 엄영직의
말에, 무언가 조금씩 손에 짚히는 것이 있는 선우영이 그에게 궁금한 것을 묻기 시작한다.

"그 말씀을 소직에게 하시는 연유가 무엇인지.. 물어도 되겠소이까?"
"어차피 곧 알려질 일이니 그것이 첫번째요, 남도위가 가지고 있는 그 정보가 본관에게 중요
하기 때문에 털어놓는 것이 두번째요. 대답해 주시오. 월국의 군사력이 얼마 정도인지.. 과연
남로정벌군을 괴멸시킬 만큼의 군사력을 그들이 숨기고 있었던 것이오?"

눈을 감고 주위의 인기척을 느껴볼려는 선우영의 귀로 그 어떤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자 그
에게 다가가며 다시 한번 주위를 훑어 본다. 그의 조심스러운 행동에 입안에 가득 고인 침을
삼키며 엄영직은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월국은 단순히 병졸들의 힘으로 우리 남로정벌군을 괴멸시킨 것이 아니오."
"그럼 무엇이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그 힘의 정체가 말이오? 단지 병졸의 힘이 아니라면.."
"그것은.. 황상께오서 묻기 전에는 소직이 대답할 수 없소. 황상께옵서 내려주신 크나 큰 은
혜를 입은 금군 장수로써 최대한 빨리 남로정벌군 본대의 소식을 전하는 것이 소직의 임무.
황상을 배알하기 전에 기밀을 발설하는 것이 얼마나 중죄인지 호남로안무사께서도 잘 아시
리라 믿소이다."
"흐음.. "

엄영직은 선우영의 굳은 표정에서 더이상 알아낼 것이 없다고 느꼈는지 일어나며 말을 했다.

"필요한 것이 군마 한 필만 내어주면 되겠소이까?"
"약간의 무복과 중경성에 가는 데 필요한 노자도 함께 부탁드리오. 말을 달려 최대한 빨리 동
경에 도착할려면 편한 길을 갈 수가 없을 것 같소이다."
"그럴테지요. 알겠소. 남도위가 말한 것은 모두 내어드리리다."

그리고 내빈각을 나서는 엄영직이 몸을 돌리지 않은 채 선우영에게 말을 했다.

"만약, 월국 병사들이 국경을 넘어.. 광남로에 들어서게 된다면, 광남로안무사의 병사들로 그
들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소이까?"
"월국 본대가 광남땅에 들어선다면.. 이곳 호남로에 입성하기 까지 한달. 그 이상은 필요없을
것이오."

선우영의 말에 침중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려 바라보는 엄영직. 이윽고 굳게 쥐어진 자신
의 주먹을 바라 보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가 입을 열었다.

"광남 서로와 동로, 동서이로안무사의 20만 대군으로도 그들을 막는데 겨우 한 달이란 말씀
이오?"
"광남땅에는 소직의 가족과 같은 장수들이 남아 있소이다. 그들이 있는 곳을 두고 이런 말을
하는 소직도 답답하고 안타깝지만.. 만약 월국 병졸들이 국경을 넘는다면, 광남 양로의 20만
대군이 괴멸되는데 한 달. 그 이상은 걸리지 않을 게요."
"그렇다면.. 그들이 국경을 넘을 가능성은... 그것은 얼마나 될 것 같소? 직접 그들을 대면한
일이 많으니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 않겠소?"

오래전 잊었던 것을 애써 떠올리는 표정을 짓는 선우영. 아련한 기억의 한 자락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는지 애잔한 표정을 지으며 내빈각의 창밖을 바라본다. 그리고 가슴속 깊은 곳
에서 우러나오는 진한 한숨을 내뱉는 선우영이 힘겨운 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의 물음에 답
하기 시작했다.

"후우.. 월국인들은 은과 원이 확실한 이들이오. 우리가 먼저 그들의 땅을 짓밟은 이상, 결코
그들이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오. 특히나.. 우리가 그들에게 했던 짓을 기억한다면 더더욱.. 이
르고 늦고의 차이일 뿐,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 올 이들이오. 우린 그 땅에..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고 말았다오. "
"그렇구려.. 후우...."

선우영처럼 내빈각의 창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는 엄영직. 그의 표정을 보며 무언가 생각
이 났는지 선우영은 조심이 말을 꺼냈다.

"그런데 어찌 장사성의 입성을 그리 단속을 하는 것이오?"
"본관도 잘 모르나.. 시위보군도지휘사로 부터 명령서가 도착했었소. 보름쯤 전에, 광남과 호
남로에 주둔중인 시위보군을 모두 경서로 이동시키라는 명령서였는데.. "
"그렇다면 안무사께선 그들이 빠져나간 후의 공백을 걱정하시는 거구려."
"그렇소. 본관이 이곳에 온지 햇수로 벌써 8년. 이제는 동경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별 신경
을 쓰지 않지만.. 그러나 한 가지가 있다면 월국이 걱정되는구려. 광남이 뚫리면 동경으로 가
기 위해선 반드시 거켜야 할 곳이 바로 이곳 장사성이니.. 시위보군이 빠져나가는 것을 눈뜨
고 지켜보는 내 속이 편치가 않소. 군졸 한 명이라도 더 모아도 모자랄 판에.. 후우.."

짙은 한숨과 함께 굳어있는 엄영직의 표정을 바라보고 있으니, 오래전 누군가의 얼굴이 겹
쳐져 보이는 선우영이었다. 잊은 줄 알았던 그 얼굴을 떠올리자 속이 타들어 오는 기분이었
다. 단지 거짓말을 해서 군마나 가져갈까 하고 들어 왔던 곳에서 이런 인물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던 선우영이 안무사의 얼굴을 한참을 쳐다보다 어렵게 말을 꺼냈다.

"만약 월국병사들에게 포위당하게 된다면... 병사들에게 귀를 막으라고 하시오."
"귀를..?"
"자세한 것을 설명해 줄 수 없고, 또 소직의 이 말을 포위되기 전에 결코 누군가에게 누설해
서도 안 되오. 기밀이오. 반드시 명심하시오! "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이는 엄영직.

"고맙소. 남도위의 말을 따라 병졸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
"소직의 말을 따르신다면 반드시 구하실 것이오. 동경에서는 아무도 모르오. 우리가 그곳에
서 겪었던 지옥도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월국과의 전투에서 무서운 것은.. 칼을 들고 포위하
고 있는 월국 병졸들이 아니오.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

잠시 말을 멈추고 기억의 저편에서 무언가를 꺼집어 내는 선우영의 얼굴에는 한 방울의 물
방울이 뺨을 따라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그의 다음말을 기다리다 엄영직은 그 물자국을 보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만다.

"내 손으로 동료를 베고, 동료가 내게 칼을 휘두르는 참상... 살아 남는 것이, 살아 남은 게 아
니게 되는 그것... 그 지옥같은 것을 그들은 모르오."

고개를 올려 한참을 천정을 바라보던 선우영이 눈가를 정리하고 안무사를 보며 말을 했다.

"추한 모습을 보였구려. 말씀 드린 것을 부탁드리오. 소직, 이 길로 곧장 동경으로 떠날까 하
오."
"아니오. 그런 참혹한 전장을 겪은 무인이 흘리는 눈물을 보고, 그 누가 추하다고 말을 할 수
있겠소. 내 비록 이처럼 늙은 몸이 되어 버렸지만, 본관의 가슴에도 남아의 뜨거운 것이 남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데.. 잠시 머물면서 몸을 더 쉬시는 것이 어떻겠소?"
"아니오. 말씀만으로 소직 감사하오이다. 떠나고 싶구려."

한 시진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호남로 안무사가 내어준 검은 기름이 흐르는 군마에 올라 탄
선우영은 깔끔한 무복으로 단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말을 타고 있는 선우영에게 엄영직이
다가가며 말을 했다.

"이곳 호남로삼부에서 가장 좋은 녀석이오. 성격이 유달리 순한 놈이니 떠나는 길에 불편함
이 덜할 것 같아 내 직접 골랐구려."
"한번 본 인연이 전부이거늘, 처음 본 소직에게 이토록 큰 선물을 주시니 뭐라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소이다."
"그깟 말 한 마리가 무엇이 대수라고.. 같은 남아로 뜨거운 것을 나눌 수 있었던 답례라 생각
하시구려. 나이가 들면 별 것도 아닌 것에 마음이 움직일 때가 있는 법이오. "

호남로안무사 엄영직의 눈을 한동안 바라보던 선우영이 말을 돌리며 그에게 대답했다.

"광남서로 용주성에는 소직에게 소중한 장군께서 한 분 계시오. 만약, 월국이 국경을 넘었다
는 소식이 전해지면... 이 말을 타고 국경을 향하는 소직을 안무사께서 보시게 되실 것이오.
소직, 이 말을 타고 달려 결코 호남땅에 월국인이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겠소. 만약 호남로에
월국 병졸들이 들어선다면.. 안무사께선 소장과 이 군마가 함께 죽었다고 생각해 주시오. "

그 말을 끝으로 박차를 차고 말을 몰아가는 선우영. 호남로삼부를 빠져나온 그는 장사성내
성도를 따라 말을 몰아갔다. 한참을 달려 호남로삼부가 보이기 않는 거리가 되었을 무렵.

"하아.. 찝찝해. 공짜 말을 탐내다가 그런 안무사를 만나다니.. 후우..."

입으로 조금전의 일을 후회하면서, 마음 한 편으로 잊고 싶었던 일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선
우영은 애써 젖어가는 눈가를 바람에 말리고 있었다. 안무사의 앞에서 흘렸던 눈물이 다시
가슴속에서 차오르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함께 웃고 울던 이들을 자신의 손으로 베어
죽이던 그 순간이 떠오르는 선우영은 답답한 가슴에 고개를 돌리던 그의 눈에, 호남로산부에
서 좀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는 다루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몇 개의 장원이 나란히 세워진
듯한 큰 다루들이 나란히 보인다. 그곳을 향해 천천히 말을 몰고 간 선우영의 눈에 은루라고
적힌 한 다루의 현판이 보였다.

"은루라... 어느 누구의 눈물이길래.. 너도 내 마음과 같은가.. "

말에서 내려 말고삐를 쥐고 다루의 입구에 다가가자 소동 하나가 나와 고삐를 잡아채며 말
을 한다.

"대인. 저희 은루를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좋은 녀석이니, 물과 여물을 많이 부탁한다."
"걱정 마십시요. 최고의 정성을 다 하겠습니다."
"고맙구나. 부탁한다."
"그럼 안으로 드시옵서서. 소인은 그럼..."

다루의 입구를 넘어가자 중년의 여성이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해 왔다.

"어서 오십시요. 대인. 저희 은루에 오신 것을 환영하옵니다."
"이곳이 처음이라 내 잘 모르니 안내를 부탁하네."
"감히 묻사온데, 찾으시는 차가 따로 있으시온지요?"

선우영에겐 호남로안무사의 앞에서 눈물을 흘렸을 때 부터 입안을 스쳐 지나가던 차향이 하
나 있었다. 오래전 몇 번 마셔보았던 그 차향. 잊을려고 숱한 노력을 했었지만 눈을 감으면 떠
오르는 악몽의 편린처럼 자신의 몸 어디엔가 아직도 못내 기억하고 있는 그 향기가 오늘따라
사무치도록 그리웠다.

"생각나는 차가 있지만 이름을 내 잘 모르겠네."
"어떤 차인지 특징을 몇 가지 말씀해주신다면 소녀, 성심을 다해 찾아보겠나이다."
"음, 자네가 차를 잘 아는 것 같으니 믿고 말해보네."
"대인, 소녀에게 편히 말씀하소서."
"차의 첫 맛은 쓴 맛이 나면서도 떫지가 않고, 단맛이 나지 않으면서 꽃향기가 나는 차였다고
기억이 나는군. 찻물을 낸 첫 빛깔은 연녹색을 띄고, 뜨겁게 우려내서 진한 향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차였는데.. 이곳에 오니 그 차를 마시고 싶구만. 겨우 이 말만으로도 그 차를 찾을 수
있겠는가?"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생각을 하고 있던 중년 여인은 이내 고개를 들며 웃으며 말을 했다.

"소녀의 생각으론, 광남에서 재배되는 사설향을 말씀하시는 것 같사옵니다."
"사설향? 그 차의 이름이 사설향이었던가? 오래전 이름도 모르고 마셨던 것이라..."
"예, 원래 월국에서만 자생하던 독특한 꽃을 말린 차이온데, 지금은 광남에서도 조금씩 재배
를 하고 있습지요. 독특한 차맛에 비해 그리 널리 알려진 차는 아니온데.. 언제 시음하신 적이
있으셨던가 보옵니다. 그것으로 준비하오리까? 송구한 말씀을 드리게 되었사오나, 재배법이
까다로워 다른 차에 비해 월등히 고가이옵니다."

그녀의 말에 선우영은 살짝 웃으며 중년 여인에게 말을 했다. 그에게는 호남로삼부에서 얻
어 온 넉넉한 은자가 품에 고스란히 안겨 있었다. 돈 걱정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돈 걱정은 말게. 내 비록 대가의 자제는 아니나, 오늘은 그 차를 꼭 마셔보고 싶네. 걱정말고
조용한 곳에서 차를 마실 수 있게 준비해 주게나."
"예, 정성을 들여 깊은 차맛을 올려 드리겠나이다. 다른 분부하실 것은 없으시온지요?"

다루의 안으로 걸어가며 선우영은 흘러 지나가듯 말을 이었다.

"혹여 이곳에 악사가 있는가? 오늘 대적을 들을 수 있다면 그 차와 어울릴 것 같군."
"대적이라 하오시면 남쪽의.. 그 또한 대인의 분부를 받들어 준비하겠나이다. 그럼 소녀을 따
라오서소. 조용한 곳으로 소녀 안내하겠나이다."
"부탁하네."

중년 여인을 따라 들어간 한적한 후원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각종 화초들이 애써 가꾸어진
듯한 모양세로 서로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잘 가꾸어진 정원들을 한동안 걸어가자 아
담한 미류나무를 사이에 두고 작은 연못이 자리잡고 있고, 연못의 한 켠에는 그림으로 그려
낸 듯한 정자가 단아한 모습으로 세워져 있었다. 중년 여인의 안내를 받아 그곳 정자안에 마
련된 의자에 앉자, 그녀가 고개를 숙인 후 뒷걸음으로 물러나며 말을 한다.

"이곳에 잠시 기다려주시오면 준비된 것을 올리겠나이다."
"천천히 준비하시게. 오늘은 그저 모든 걸 잊고 싶을 뿐이니.. 시간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네. "

선우영의 말을 뒤로 한 채 후원을 나선 중년 여인이 후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비에게 선
우영이 말한 것을 전하고 자신의 거처로 들어 갔다. 거처에 장식된 서화의 한 쪽을 만진 후 다
른 한 쪽을 누르자 벽의 한 귀퉁이에서 사람 하나 빠져나갈 정도의 작은 문이 보이기 시작한
다. 그 틈으로 몸을 숨기는 중년 여인이 어두운 복도를 따라 한참을 걸어 들어가자 이윽고 눈
이 부실 정도로 밝은 공간이 나타나고, 그곳에는 혼자 책을 읽고 있는 미모의 여인이 보이기
시작한다. 고개를 숙여 그 여인이게 말을 하는 중년 여인.

"총관이옵니다. 문주님"
"자네가 오늘 어쩐 일인가?"
"특이한 자가 본문을 방문했기에 이렇게 문주님께 아뢰러 왔나이다."
"특이해? "

오랜동안 자신을 보필해온 총관의 말에,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책을 덮고 바라보는 신
녀문주, 설수련.

"예, 겉모습은 어리숙한 시골 촌놈과 다름이 없사오나, 패용하고 있는 검은 대송금군 용호검,
주문한 차는 사설향, 원하는 장소는 혼자 있을 수 있는 후원 정자. 그리고 악사를 원했사온
데.. 그것이 대적을 연주할 수 있는 자를 청했사옵니다."
"호오.. 사설향에 대적이라. 호오.. 다른 것은 없더냐?"

이 정도로도 충분히 흥미를 끌 법하지만, 꼼꼼한 총관의 그간 성격을 볼 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을 그녀가 말하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는 설수련이었다.

"그것이... "
"총관이 본 대로 말을 해보라."
"예, 문주님. 제가 그자의 내공을 살짝 읽어 보았사온데 그것이.. 가늠할 수 없었사옵니다."
"내공이 없다는 게 아니라, 가늠할 수 없다?"
"예, 아주 작은 내공이라도 있거나 아예 없다면 제가 놓치지 않을 것인온데.. 제가 그자의 내
공을 읽기 위해 공력을 살짝 흘려 보았사온데.. 마치 바다에 돌을 던진 듯 사라져 버렸습사옵
니다."
"호오.. 그런 자가 이곳에 찾아 왔어? 혹시 이곳의 정체를 알고 접근 한 것은 아니더냐?"
"제가 보고 느낀 바로는 결코 그렇지는 않았사옵니다. 확실히 이곳이 처음인 듯한 느낌을 지
울 수 없었사옵니다."
"호오.... "

한동안 감탄사를 연발하며 무언가를 생각하던 설수련은, 자신의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총관에게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자네가 본 것이라면 틀림없겠지. 그래, 그 자가 후원에 있다고 하였느냐?"
"예, 문주님께서 그를 직접 보시겠나이까? 그자라면 우리의 일에 도움이 되었지 결코 후회를
남길 자는 아니라고 생각되옵니다."

탁자 위에서 옥빛을 뿜어내고 있는 피리를 손에 든 설수련은, 그 피리를 부드러운 손길로 몇
번 쓰다듬은 후 총관에게 말을 했다.

"오랜만에 이 옥적을 연주하겠구나. 그 자가 있는 곳으로 가자."
"예, 소인이 안내하겠나이다. 문주님."

선우영과 헤어지고 길을 걷고 있는 서소영. 그녀는 먼저 떠나간 선우영을 생각하며 잔잔한
미소를 얼굴 가득 짓고 있었다.

"그 정도의 힘이면 언젠가 음교에 큰 힘이 될 터, 아미년들 덕분에 내가 길에서 보석을 주웠
어. 오호호"

한참을 하늘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서소영의 얼굴표정 만큼이나 마음도 기쁨으로 가득한지,
길을 따라 걷고 있는 그녀의 발걸음이 유난히 가볍게 보인다.

"불과 두 달 남짓 동안에 30년 내공이 공으로 생겼으니 이걸 누구한테 자랑을 해야 하나.. 오
호호호호. 흐음, 좋아! 신녀문 그년에게 가서 자랑해야지. 고년이 날 얼마나 부러워할지 벌써
부터 신이 나는구나. 큭큭."

기분이 무척 좋은지 요상한 노래를 부르며 길을 걸어 가는 서소영은 길가에 펴있는 들꽃 하나
를 떼어내어 입에 물고 조금전까지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부르며 길을 걸었다. 그녀의 활짝 핀 얼
굴만큼이나 속마음이 기꺼운 듯 조금전 보다 더 높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최고급 비단으로 만든 옷을 주면~ 힘이 좋다고 말해주고~ 금은 노리개를 선물해주면~ 생
김새를 말해줘야지~ "

입에 물고 있던 꽃을 머리에 꽂으며 노래를 계속 부르는 서소영이 노래를 부르다 선우영이 생
각나는지 아련한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우러러 본다. 그녀의 눈길이 가는 곳에 떠가는 하얀 구
름속에는, 자신을 바라보며 사부는 자신의 여인이라며 뜨거운 눈동자로 말을 하던 그의 모습이
떠오르는 듯 했다. 그와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벌써 부터 그의 뜨거운 품이 그리워지는
서소영은 그런 마음을 노랫가락에 담아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름은 나 혼자만의 비밀이라네~ 이 언니한테 절을 하면~ 생각은 해볼께~ 왜냐구~
나도 알고 보면 여자잖아~ 웃흥~ 우영아~ 사부에게 언제 다시 올거니~ 오호호호 "





[연말이라 좀 바쁘네요. 매주 수요일쯤에 11부를 올리겠습니다.]

감기 항상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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