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이 가장 쉬웠어요. -10 : 사부는 내 여자.
나른한 오후. 아직 황실의 기틀이 마련되지 않은 탓에 하루 하루를 긴장의 연속으로 보내고 있
는 대송황제 태종의 숙소. 옥으로 깍은 듯한 푸른빛이 감도는 투명한 잔에 찻물을 붓고 있는 중
년의 남성이 보인다. 찻물이 잔에 소용둘이 치며 채워지고 맑고 고운 소리가 잔을 통해 메아리
치듯 울린다.
향긋한 김이 나는 찻잔을 한 손에 들고 바라보고 있는 태종, 조광의. 손의 움직임에 따라 찻잔
표면에 음각된 문양이 달리 보이는 것 처럼 느껴진다. 그것이 신기한지 한 참을 바라보고 있을
때, 태감 이설이 무언가 아뢸 것이 있는지 다가와서 고개를 숙인다.
"무언가?"
"친왕 전하께서 폐하를 알현하기를 청하나이다."
"청하기는 무슨.. 그냥 오면 될 것을.. 들라하라."
"예 폐하"
태감 이설이 물러간 후, 얼마 후 노란색 금포를 입은 위풍 당한한 자가 들어온다
"이 녀석아. 그냥 오면 될 것을, 내게까지 허례를 따져서 무엇하느냐?"
"황실의 기틀을 몸소 닦는 것은 위아래가 있어서는 아니되옵니다. 폐하."
"너무 물이 맑아도 물고기는 살 수 없는 법이다. 어차피 황궁도 사람이 살아가는 곳. 정도의 차
이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폐하의 크나 큰 은혜에 소신 감읍하나이다."
조광의의 말에 오체투지를 하며 업드리는 친왕 조광정. 그의 그런 모습이 못마땅한지 태종은 혀
를 몇 번 찬 후, 직접 걸어가 그의 손을 잡고 일으켜 주었다.
"폐하.. 이러시면.."
"쯧쯧.. 형에게 좀 살갑게 대해도 될 것을.. 그래 황성사에서 나오지도 않던 놈이 날 왜 찾았어?"
"최근 황실내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응? 무슨 변고라도 있단 말이냐?"
황성사에서 감지한 이상기류라는 말에 심상치 않은 일이 준비되고 있음을 눈치챈 태종의 눈은
예사롭지 않은 기광이 흐르기 시작하고, 온 몸에 긴장을 불러오며 친왕에게 되물었다.
"그정도 까지는 아직 아니옵고, 건현왕이 태자를 밀어낼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었사옵니다. 무림
인들과 자주 교류를 하며 힘을 모으는 것 같아 자칫 황실의 적통이 흔들릴까 저어되어 폐하를 알
현하게 되었나이다."
"흐음.. 그 일은 동생이 그냥 눈감고 있게."
"그 무슨 말씀을.."
"후.. 자네도 자식을 낳아봐서 알겠지만.. 어차피 황제라는 것이 그리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
니지 않는가. 형제간의 암투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결코 대송의 명맥도 그리 길게 가지 않는다고
난 생각하네. 지금은 현명하고 어진 혁진이가 태자위를 받아있지만, 심계가 깊고 야망이 큰 그
놈이 다음대를 이어도 그리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해. 그리고 이 일로 혁진이가 뭔가 배우는 것
도 좋을 것이고. 다음대를 생각하는 나로썬 잃을 것도 없는 일이라 그런 말이지."
태종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짓는 친왕은, 다시 한번 몸을 숙이며 엄숙한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
했다.
"그러다 태자를 잃을 수도 있사옵니다."
"사자는 새끼를 키우는데 품에 안고 키우지 않는 법이네. 이 좁은 황궁안에서의 일도 제대로 이
겨내지 못한다면, 장차 천하를 어찌 운영한다는 말인가."
태종과 친왕이 대화를 하고 있던 그때,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설은 옆에 있는 환관의 귀에
대고 무언가 일러준다. 잠시 고개를 끄떡인 그 환관은 몸을 돌려 어디론가 다급히 달려가기 시작
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어사대가 사용하고 있는 붉은빛의 기와가 장식된 전각.
전각의 입구에 도착하자 몇 명의 무사가 그의 앞길을 막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냐?"
"어사중승 대감을 만나러 왔나이다."
그때 전각안에서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거라"
환관의 앞길을 막은 무사가 물러서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전각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고개를 숙인 채 방안으로 들어오는 환관을 한동안 바라보던 어사대 수장, 어사중승 이
용익은 무거운 목소리로 눈 앞에 있는 자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네가 여긴 어인 일이냐?"
"태감께오서 대감께 전하라는 전갈이옵니다. 황성사에서 건현왕 전하의 움직임이 포착되었으니
앞으로의 행보에 신중을 기해달라시는 분부시옵니다."
한동안 무언가 생각을 하던 그는, 한 손을 떨치며 물러나라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며 말을 했다.
"알겠다. 태감께 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거라."
"예, 이만 몰러가옵나이다."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환관이 물러가고, 그의 뒤에 은신하고 있던 몇명의 무인이 모습을 드러낸
다.
"대감, 이쯤에서 황성사를 건드려 보는 것은 어떨는지요?"
"아직은 이르다. 친왕을 자칫 섯부르게 건드렸다가, 전하께서 외통수에 빠지실 수도 있는 일이
다. 어차피 전하의 움직임을 황성사가 모른다면 그게 더 의심스러운 것."
턱수염을 만지며 한동안 생각을 하는 듯이 말이 없던 어사중승은 옆에 있는 이에게 고개도 돌리
지 않은채 말을 이었다.
"지금 태자와 건흥왕을 감시하는 화점은 모두 몇개인가?"
"각각 열개의 씨를 뿌렸사온데 그 중에 둘과 넷이 꽃을 피었사옵니다. "
"당분간 물흘러 가듯이 움직이라 이르거라. 중요한 보고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
"예, 대감. 화점들에게 일러 자중 또 자중하라 이르겠나이다."
그 말을 끝으로 몸이 조금씩 사라지더니 이내 모습을 감추는 무인.
한달 보름이 넘는 시간동안 방중술을 가르치고, 배운다는 미명아래 숲속에서 정을 나누고 있던
두 남녀. 그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교합을 나누었는지 두 사람은 숨을 쉬는 것도 간신히 쉴 정도
로 지친 몸으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풀숲에 쓰러져 있다.
"헉헉.. "
"살아있느냐? 헉헉..헉헉.."
"후우.. 예 사부님.. 후우.."
간신히 고개를 옆으로 돌려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선우영을 바라보는 서소영.
"내가 학문에 일문지십이 있다는 것은 들어 봤지만, 그 말이 방중술에도 통하는 지는 이제서야
알았구나. 넌 정말 이쪽으로 타고났구나. 타고났어.. 헉헉.."
"그게 다 사부님의 가르침 덕분이옵니다. 후우.."
"녀석.. 말이라도.."
잠시 숨을 돌리고 있으니 다시 기운을 차리는지 선우영의 검둥이가 힘을 불러모으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후우..징한 놈. 저 놈은 또 살아나는 구나. 그래, 내가 일러준 구결로 운기를 해도 양기가 환원
되지 않는 것이냐?"
"예, 사부님. 영물에 달라붙은 기력이 회음혈을 거쳐 독맥으로 올라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찰
싹 달라 붙었는지 꼼짝을 하지 않네요."
"후우... "
지쳐서 쉰 한숨인지, 답답해서 내쉰 한숨인지 뜻 모를 한숨을 내뱉은 서소영은 눈앞에 아른거리
는 나무가지 사이의 따사로운 햇살을 바라보며 잠시 눈을 찌푸렸다.
"우영아.."
"예, 사부님.."
"그럼 말이다.. 차라리.."
"예."
"차라리.. 금군 장수를 하지 말고, 그 물건으로 그 길로 나서거라. 그럼 넌 1년 안에 중원을 송두
리채 그것으로 흔들 수 있을 게다. "
그 말에 쓰러져 있던 선우영이 몸을 벌떡 일으키며, 서소영에게 큰 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사부! 아니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신단 말이오. 내 평생을 간직했던 동정을 바쳐가며 방중술을 배
웠던 것은 하늘을 우러러 대송황제 폐하께서 하사하신 그 크나큰 은혜에 보답하고, 땅으로는 무
장으로 당당히 일어설 수 있기를 바라는 그 소망뿐이었거늘. 나보고 지금 하류계 잡배들이나 하
는 남창을 하란 말씀이오? 어찌.. 어찌 날 이토록 모욕을 주실 수 있으시오. 사부! "
급기야 눈물을 흘리며 오열을 하는 선우영을 보는 서소영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했다. 양물에 가
득 모여있는 양기를 내공으로 환원시키기 위해 서소영 자신도 그 얼마나 즐거운 노력을 했던가.
교합을 통해 갈무리한 정기를 음교 비전의 흡정신공으로 다시 선우영의 몸에 불어 넣어도 그 기
운이 단전이 아닌 양물로 다시 돌아가는 탓에 그녀 자신도 어찌나 놀랍고 신기하던지. 그 마르지
않는 정력에 서소영이 수 없이 혼절을 하다 겨우 깨어난 것이 불과 몇 시진 전이었다.
서소영이 생각하는 선우영은 교합을 위해 태어난 남자라고 밖에 달리 생각할 수가 없었다. 천하
에 다시 없을 천고의 보고같은 양물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호령할 수 있을 것 같은 놈이 쓸 때 없
이 전쟁놀이는 왜 할려고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서소영이었다. 마음같아서는 이곳 숲속에
서 한 몇 년 푹 신선놀음을 하다가 내려가고 싶지만, 일단 제자로 받아들이며 약조한 것이 있으
니,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서소영이 바싹 마른 입안에 침을 억지로 모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
그녀의 물음에 눈물을 닦으며 대답하는 선우영.
"후우.. 사나이 한 평생의 꿈이 좌절되었는데, 이제 더이상 살아서 무엇을 꿈꾼단 말입니까. 어
차피 죽을 자리를 찾아 월국에도 갔었던 몸. 또 다시 월국에 가서 한 명의 적병이라도 더 벤후,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세상을 등지고 싶을 뿐입니다. 사부."
"왜 그리 죽지 못해 안달이 난 게냐. 지금 네가 가진 무공만으로도 왠만한 병졸들은 다 감당할
수 있거늘, 또 무엇이 부족하단 말이냐? "
서소영의 말에 무겁게 고개를 흔드는 선우영.
"아니오. 사부, 어찌 사부께서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으신 거요?"
나무에 등을 지며 서서히 땅에 앉는 선우영은, 바닥의 풀을 한줌 뜯은 후 그것을 입으로 불며 서
소영에게 말을 했다.
"내가 가진 무공이 이 정도라면, 정종무공을 제대로 배운 제자들의 무공실력은 이 숲속의 풀을
모두 모은다고 해도 모자랄 거라 제자는 생각하오. 내 말이 아니 그렇소? 사부.. "
"정파의 1대 제자들 이상이라면, 아마도.. 그럴 것이다."
"아무리 황실과 무림이 불가침의 관계라고 하나, 그것은 어차피 허울 좋은 말뿐인 관계. 뛰어난
무공을 가진 이가 황실에 들어 올 수도 있고, 또 반대로 뛰어난 무공을 가진 무공의 고수가 황제
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해 침투할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을 왜 사부께서는 간과하신단 말이오?"
비통해 하며 울부짖는 선우영을 보며 무언가 말을 할려다가 한참을 망설이던 서소영은 나지막
히 말을 한 후 고개를 돌렸다.
"넌.. 정종무공을 배울 수 없는 몸이다. "
"아오! 내 사부께서 말하지 전에 이미 뼈저리게 안단 말이오. 사부와 내공을 연마한지 언 한달,
그리고 보름. 그 기간 동안 정말 내일이면 될 거라, 또 내일이면 될 거라 그렇게 믿고 메달렸건
만.. 이제는.. 나 또한 안단 말이오. 무공을 할 수 없는 몸이라는 것을 이 제자도 안단 말이오!"
땅을 치며 울부짖는 선우영. 그의 얼굴에선 침과 눈물이 범벅이 되어 흐르고, 그의 얼굴에 흐르
는 눈물의 흐름만큼 서소영의 가슴에고 그의 애잔한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고 있었다. 어느
세 선우영은 그녀의 단순한 제자가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의 정인으로 조금씩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가 흘리는 눈물을 그와 비슷한 애련함으로
바라보던 서소영이 옆으로 다가가며 그의 이름을 따스한 목소리로 불렀다.
"우영아.."
"..... 사부.. 미안하오. 사부께서 이 못난 제자에게 그 얼마나 많은 것을 베풀어 주시고, 또 내공
을 위해 노력을 해 주셨는지 이 못난 제자가 잘 알면서도 이렇게 원망만 늘어 놓았구려. 사부, 정
말 미안하오. 그리고 고맙소. 내 무공은 비록 배울 수 없어 이젠 그토록 염원하던 무장의 꿈은 오
늘 접어야 하지만, 내 죽는 그날까지 사부를 내 어머니라 생각하고 꿈에서도 사부를 그리며 죽어
갈 것이오. 이건 사부의 제자이기 전에, 남아로써 사부에게 하는 말이오. 너무나 고맙고 또 감사
하오. 사부.."
조금전까지만 해도 울부짖던 선우영이 진심으로 고마움울 표하며 고개를 숙여 말을 하자, 서소
영의 얼굴에는 이채로운 표정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리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는 서
소영.
"우영아.."
"예, 사부"
"정종무공은 배울 수 없지만.. 다른 것을 배울려면 내 한 가지 방도가 있다."
"그것이.. 그것이 무엇이오? 사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무릎걸음으로 기어오는 선우영의 검둥이도 그 말에 놀랐는지 고개를 들고
다가오는 모습이 사뭇 두렵게 느껴지는 서소영. 저것에 지난 시간 자신이 얼마나 휘둘렸던가. 뼈
도 없는 놈이 자신의 뱃속을 휘젖고 다녔을 때의 기억이란 지옥과 천당의 중간을 혼돈의 어둠속
을 하염없이 헤메는 환각을 느끼게 했던 그 장본인이거늘. 진지하게 자신의 얼굴을 바로 코앞에
서 쳐다보고 있는 선우영의 눈길을 느끼고, 잠시 엉뚱한 생각을 접은 서소영은 헛기침을 한번 하
며 말을 했다.
"흠흠, 그것이.. 내가 가진 독문무공 중에 하나를 네가 배운다면, 중원에서 정종무공을 극강으로
배운 이를 만난다고 해도 네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참말이오? 사부!"
"내가 언제 네게 거짓말을 한 적이 있더냐? 내 지금껏 살아오면서 대음교에 몸담은 이들에게 단
한 번도 거짓을 말한 적이 없거늘! 그리고 넌 대음교주의 단 하나 뿐인 남자 전인이고.."
"사부! 이 못난 제자가 감기 사부를 의심한 게 결코 아니었소. 오해하셨다면 정말 미안하오. 그
저 제자가 그 말에 너무 놀라... 너무 놀라서.. 그래서.. "
"그래 안다. 이 사부가 네 마음을 다 안다. 녀석.. "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는 선우영의 뺨을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쓰다듬는 서소영. 그리고 그런
서소영을 바라보며 따뜻하게 웃고 있는 선우영. 그들의 얼굴에 묻어있는 표정은 단순한 사제의
정이라 말을 하기에는 애틋한 무엇이 가득 담겨있는 것 같다.
"내가 처음에 일러 준 구결을 사용하면 양기가 임맥을 타고 흐르지는 못 하지만, 양물에 있는 대
중혈과 양천혈 두 군데 혈도에 흐르게 할 수는 있을 게다. 맞느냐?"
"예, 사부.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그 두 군데 혈도까지는 용캐도 내기가 흐르더이다."
"그래, 단전이 아니라 그렇게 양물안에서만 기를 순환시키다가 한 순간 방사를 한다는 느낌으로
기를 몸밖으로 쏘아 보내도록 노력을 하면 상대의 무공을 막을 수 있는 초식이 완성될 수 있다."
"정말이오? 사부"
"그럼~. 자 그럼 사부를 믿고, 한번 일어서서 해보자꾸나. 우영아. "
"예 사부! "
서소영의 얼굴 바로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탓인지, 선우영의 검둥이는 여향에 취해 몸을
잔뜩 부풀리고 기지개를 펴고 있는 상황. 뻗뻗한 막대기를 몸에 세우고 있는 벌거벗은 남성과 실
오라기 하나 입지 않은 여인이 마주 서 있는 상황은 실로 묘하기만 했다.
"자, 날 향해 기를 쏘아 보거라. 처음에는 약하거나 잘 안 될지도 모르니 조급해 하지 말고, 차분
히 마음을 가지고 해야 한다."
"예 사부. 양기를 양물안에서 일주천을 시킨 후 방사를 하듯 몸밖으로 쏘아낸다.. 이 느낌으로
하라는 말씀이시지요?"
"그래, 잘 이해하는 구나. 후후. 니가 늘 하던 그걸 떠올려 보거라. "
"후우우~ "
눈을 감고 길게 호홉을 들여 마신 선우영이 일시에 숨을 참으며 잠시 정신을 집중했다가, 일시
에 눈을 뜨며 기합소리를 냈다.
"하앗! "
그러자 선우영의 몸 주위로 아주 희미한 공기로 만든 고리가 생성되는가 싶더니 한치 정도를 나
아가다 이내 사라지고 만다.
"뽀오옹~ 픽! "
"이게... 이게 무엇이오? 사부?"
"호오... 네가 무공을 완성했구나. 비록 첫 시도라 아주 보잘 것 없었지만, 나머지는 끊임없이 연
마를 하면 되는 것. 내 제자가 드디어 무림인이 되었어. 후후후후후"
"사부, 방금 그게 성공한 것이었소? 뭔가 픽하고 나타나서 소리도 없이 사라졌는데도?"
"후후 녀석, 처음부터 욕심을 가지면 어떡하느냐? 정종무공을 배운 이들은 그 정도를 만들기 위
해 수 십년을 연마하는 것을.. 넌 이제 걸음마를 뗀 상태라 할 수 있는게다. 차분히 마음먹거라. "
"미안하오. 사부.. 포기했던 무공을 배울 수 있다는 말에 기대가 너무 앞섰던 것 같소..."
잠시 떨어져 있던 서소영은 흐믓한 표정으로 선우영에게 다가가서 그의 뺨을 쓰다듬어 주며 말
을 했다.
"그래. 내 네 마음을 어찌 모르겠느냐? 그러나 반드시 네가 명심해야 할 것은, 이 무공은 음교의
비전을 근간으로 한다. 그러니 네가 이 무공을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양물이 발기를 한 상태에서
만 가능 할 것이다. 이 점 꼭 명심해야 하느니라. "
서소영의 그 말에 갑자기 두 눈을 부릎뜨고 흥분한 목소리로 사부에게 말을 하는 선우영.
"아니! 그러면 전장에서 싸울 때도 헛대를 세우고 싸워야 한다는 말이 아니오? 내가 변태요? 시
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내를 만드는 그 처절한 전장에서 양물을 세우고 싸워야 하다니... "
"싫으면 말던가.. "
냉정한 말을 하고 차갑게 돌아서는 서소영의 말에 선우영은 그녀의 어깨를 힘차게 쥐더니 단호
한 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아니오. 무장의 한 평생 염원을 이룰 수 있다면, 헛대가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세우고 싸울 수
있어야 할 것 같구려. 내 사부의 은혜를 잠시 잊고 또 작은 욕심에 큰 것을 버릴 뻔 했소. 사부,
깨우침을 주어서 정말 감사하오."
"후후, 녀석. "
사부의 짧은 말 한 마디에도 많은 것을 알아 듣는 제자가 기꺼운지 흐믓한 표정을 짓는 서소영.
"지금 그것은 처음 단계라서 고리형태로 발출이 되지만, 조금 더 수련을 한다면 나중에 네가 원
하는 한 곳으로만 발출 시킬 수도 있을 게야."
"그렇다는 말은 한 사람만 공격할 수도 있다는 말씀이오?"
"그렇지. 처음 시작해서 사라졌던 고리는 단순히 고리가 아니라 구의 형태라고 보는 것이 옳아.
그러니 네 몸 전체를 방어할 수 있는 극강의 방어기공이 되는 셈이야. 오래전 선대 교주께서 무
림에서 위명을 떨쳤던 낙양색마와 보름동안 치열한 교합을 하시던 중에 지고한 깨달음을 얻으시
고 만드신 기공인데 아직 초식명은 정해지지 않았단다."
"흐음.. 그럼 그 초식명, 제자가 지어도 되겠소?"
"네가? "
"사부가 허락한다면 꼭 붙이고 싶은 이름이 있어서 그렇소이다."
"흐음.. 뭐 좋다. 어차피 난 쓸 생각이 없던 무공이라.. 사실 그 무공은 방어에 주안점을 둔 무공
이라 내 성격과는 그리 맞지 않던 터라 나도 이름을 짖지 않았었구나. 그래 붙이고 싶은 이름이
무엇이냐?"
서소영의 말에 씨익 웃던 선우영은 가슴을 활짝 펴고 그녀에게 말을 해주었다.
"비풍초동팔삼!"
"비풍초동팔삼? 그것이 무슨 뜻이냐? 이 사부도 도통 알 수가 없는 뜻이구나."
"그런 말을 쓰는 곳이 있다오. "
"뜻을 아무도 알 수 없다면 그 무슨 소용이 있다고..."
서소영의 말에 선우영이 그녀에게 다가가 허리를 살짝 안으며 나지막히 말을 했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이름으로 지은 이유는, 사부와 나만 알고 있을 무림 초식으로 짓고 싶었기
때문이오. 내가 죽을 때 까지 이 무공이 비풍초동팔삼이라는 것은 사부와 나, 단 둘 뿐. 제자가
초식 이름을 그렇게 지은 뜻을 사부는 아시겠소?"
귀에 대고 나지막히 말하는 선우영의 목소리가 간지러웠던 걸까. 아니면 그의 말속에 담긴 뜻이
간지러웠던 걸까. 서소영은 선우영의 어깨에 고개를 잔뜩 움추리며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흠흠, 뭐 꼭 그렇게 하고 싶다면, 네 마음대로 하려무나. 어차피 네게 전해진 무공이니, 앞으로
네가 알아서 하는 것도 좋겠구나."
"고맙소 사부."
"그 보다, 한 번 성공했다고 만족하는 것은 아니겠지? 무공은 끝없는 수련의 연속이라는 것. 결
코 잊어서는 아니된다. 명심하거라."
"예, 사부. 제자 이 무공을 수족처럼 사용하는 그 날까지 쉼없이 연마할 것이오."
그 시각, 형호북로에 위치한 무한. 이곳에 있는 무림맹안의 최고 심처 맹주실에서 지금 무림맹
의 맹주인 설주혁과 무림맹 군사인 당호월이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그들의 앞에는 금색
비단으로 곱게 싸여진 배첩이 놓여져 있다.
"군사."
"예 맹주님. "
"이 교서를 읽어 보았는가?"
"예, 맹주님. 일단 황제가 황룡패를 앞세워 한 명이니 반드시 들어는 주어야 합니다. 다만 특별
히 화려한 포장을 준비해야 할 것이옵니다."
"특별히 화려한 포장이라?"
군사의 말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지, 의문스런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대답을 제촉했다.
"황제가 지난 친정에서 동원한 20만 대군은 연경에서 모두 녹았사옵니다. 황제가 앞으로 1년 후
다시 동원된 병력을 끌어 모은다 해도, 현재의 중원 상황으로 볼 때 그 때를 상위하는 전력을 다
시 모을 수는 없을 것이옵니다."
"그렇다는건.."
"예. 사지로 걸어 갈 자들을 모집해야 한다는 말이옵지요."
군사의 말이 이제서야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게 된 설주혁은 군사의 말속에 숨어있는 잔인한 결
정에 깊은 탄식을 내뱉으며 답답한 마음을 한 잔의 차로 달래었다.
"후우... 내 어쩌다가 이 자리에 있어서..... "
"어차피 허명을 얻으려하는 자들은 부지기수입니다. 살짝만 흔들어 놓는 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덤비는 자들이 많사오니 그들을 추려 황제에게 보내는 것이 옳은 줄 압니다."
"후우.. 그래도 어찌 뻔히 죽을 곳으로 사람을 보낸 단 말인가. 그리고 그걸 그가 모를까?"
"최대한 기한을 끌다가 출정 직전 지원을 해준다면, 황제도 맹주님도 모두 웃으실 수 있을 것입
니다."
찻잔에 담겨있는 남은 찻물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던 설주혁은, 깊은 탄식을 내 쉰후 천정을
쳐다보며 당호월에게 명령을 내렸다.
"후우, 이 모든 것은 내가 짊어지고 갈 죄값일지니... 군사, 그렇게 시행하라."
"예 맹주님. "
방중술에 이어 음교 교주의 무공까지 사사받은 선우영. 이제는 아미파에 맡겨 놓은 심유경을 찾
으러 갈 시간이 된 것이다. 지난 두달여 시간 동안 옷을 입고 살지 않다가, 모처럼 단정하게 옷을
찾아 입은 선우영과 서소영. 비록 찢어진 곳이 많은 옷이지만, 없는 것 보단 그래도 나은 편이었
다.
중원으로 떠나는 선우영을 위해 서소영은 조심해야 할 것을 여러 가지 충고를 해주었다. 서소영
의 세심하고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충고를 생각하며, 전역신고를 위해 곧바로 전림
으로 갈까, 아니면 심유경을 찾으러 아미파로 갈까를 고민하는 선우영. 그런 선우영을 바라보며
서소영은 못내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이별의 인사를 전했다.
"우영아.."
"예, 사부."
"나중에 일이 다 끝나면 음교로 꼭 오거라. 음교가 어딘지는 내 말했으니 잊지 말고.."
"걱정마시오. 사부. 내 사부가 밤마나 그리울 거요. 사부는 나 안 보고 싶을 거요?"
"훗훗..녀석.. 난 내가 왜 널 그리워 해야 하는지 모르겠구나.. 후후"
"제자의 마음도 몰라주고 너무 하오! "
그렇게 이별의 아쉬움을 달래는 두 남녀. 서로 몇가지 당부와 애잔한 감정의 말을 한 후, 각자
가야할 방향을 향해 걸어간다. 그러다 한참을 걸어가던 서소영이 멀리서 큰 소리로 선우영에게
말을 한다
"우영아~ "
"예! 사부~ "
"앞으로 목숨이 걸린 일이 아니면, 날 만났을 때의 그것을 결코 사용하지 말거라."
무슨 말인가 한참을 생각하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가슴이 뛰기 시작하는 선우영. 사부가 모
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서소영을 만났을 때 그가 사용했던 죽은 척 하기에 대해서.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부는 자신에게 방중술을 가르쳐 주었던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의 독문무공까
지 아낌없이 전수해 주었다니. 사부의 진한 제자 사랑이 느껴지자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리기 시
작하는 선우영이었다. 그리고 이윽고 서소영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사부!"
그 말만 전해주고 돌아서서 걷고 있던 서소영의 뒤에 다달은 선우영은 그녀의 한쪽 어깨를 잡고
힘차게 돌렸다.
"아야~, 힘만 무식하게 쎈 놈이! 아프다 이 녀석아."
그녀의 몸이 돌아서자 마자 선우영은 그녀의 어깨를 두 손으로 강하게 잡고 입술을 부딪히기 시
작한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선우영의 입술이 그녀에게 닿자 입을 열어 혀를 내어주는 서소영. 어
깨를 잡았던 두 손이 그녀의 몸을 위해서 아래로 쓰다듬기 시작하고, 다리 사이의 어딘가를 오른
손으로 움켜쥐자 서소영의 입에서는 아픈 듯 나지막한 신음이 세어나오기 시작했다. 한 참의 시
간이 흐른 뒤, 두 사람은 서서히 고개를 풀며 살짝 떨어졌다. 수줍은 듯 붉어진 그녀의 얼굴을 쳐
다보는 선우영과 서소영의 입술사이에는 침으로 된 가교가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듯 둘을 엮어주
고 있다.
"사부. 고맙소. 내 이 말 밖에 사부께 드릴 수 없지만.. "
선우영은 서소영의 부풀어 오른 몸 한쪽을 강하게 움켜쥐고, 그녀의 입술을 혀로 살짝 ?으며
말을 한다.
"사부는 내 여자요. 사부가 어디에 있던지, 무엇을 하던지 사부는 내 여자요. 사부가 내게 준 은
혜. 단지 말뿐인 맹세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선우영이 살아있는 동안 사부를 지켜주어야
할 내 여인으로 생각하겠소. 사부!"
"우영아.. "
흔들리는 눈빛으로 입술을 떨고 있는 서소영을 강렬하게 쳐다보는 선우영. 그리고 그의 눈을 바
라보면 눈물을 흘리는 서소영.
"그러니 사부는 날 제자로만 생각하면 안 되오. 내 여인. 사부는 내 여인이오. 내 비록 사부보다
무공도 약하지만, 사부가 위험하면 언제든 그 옆에 내가 달려 갈 것이오. 내가 지켜야 할 여인이
바로 사부, 당신이기 때문이오. 사부! "
두 사람은 마음이 통했는지 동시에 눈을 감고 서로의 입을 탐하기 시작했다. 혀와 입술이 한꺼
번에 만나고, 입가를 흐르는 침이 턱을 타고 흘러 내리도록 그들의 뜨거운 행위는 수그러들 줄
몰랐다. 그의 목에 한 팔을 두르고 어느세 그의 양물을 왼손으로 만지고 있는 서소영, 그리고 그
녀의 무복 사이에 손을 넣고 고의를 들추고 있는 선우영. 거친 숨이 헐떡거림으로 바뀌고 서로의
몸을 탐하던 서소영은 잠시 숨을 고르며 그의 귀에 대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나쁜 녀석.. 괜히 미안하니까 사부를 이렇게 난처하게 만들고.."
"사부! 사모하오. 사부를 왜 이제서야 만났는지.. 후우.. 사부의 체향이 이 제자를 미치게하오. "
"그래서.. 길에서 이렇게 내 옷을 벗기는 것이냐.. 급한 일이 있어 아미파로 간다고 하지 않았더
냐? 지금 이 꼴이 뭐냐, 이 녀석아.. "
"가끔 살다 보면 우선 순위가 달라질 때도 있는 법이오. 내 지금은 사모하는 사부를 보니 눈앞에
보이는 것이 없소. 사부.. 정말 내겐 사부밖에 없소! "
가녀린 서소영의 몸을 안고 길 옆, 숲속으로 뛰어가는 선우영. 그리고 선우영의 가슴에 얌전히
안겨있는 서소영의 귀로 숫마의 심장처럼 벌떡거리는 그의 심장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그 소리가 무엇때문에 이토록 거세게 울리고 있는지 이유를 알고 있는 서소영은 그저 첫날밤을
기다리는 새색시 마냥 달아오른 얼굴을 그의 품에 묻으며 숨길 뿐이었다.
"나쁜 놈.. 사부에게 사기나 치는 나쁜 놈.. "
"사부. 여기서 우리 며칠 더 있다가 가야할 것 같소. 시간이 지날수록 사부를 향한 내 마음을 어
찌할 수가 없구려. "
"나쁜 놈. 맘대로 해. 맘대로.. 아미파로 가던.. 여기에 움막을 짓고 몇 년을 살던...니 맘대로
해.."
[10분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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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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