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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이 가장 쉬웠어요 - 13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9:06 725회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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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협은, 제가 지금 소설 감기를 동시에 연재중이기 때문에 2주에 한번꼴로 연재를 할까 합니
다. 독자님들의 넓은 이해 부탁드립니다. 제가 글만 쓰는 것도 아니고 먹고 살아야지요. ㅜ_ㅜ;;
무협과 감기는, 그간 제가 글을 작성하던 노트북을 잃어버린 후 다시 쓰고 있는 중입니다. 새로
쓰는 김에 몇 부분을 아예 수정을 하고 있어서 연재 속도는 느릴 것 같습니다.

시대적 배경을 수정해서, 처음 북송초 송태종 조광의의 흥국 2년 (977년)을 기준으로 썼던 것에
반해, 정강의 변이 일어나기 몇 해 전인 북송말 송휘종 선화 2년 (1122년)을 기준으로 다시 쓰고
있습니다. 이 무협은 북송이 멸망하고, 남송이 건국되기까지의 이야기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글 초반의 연경탈환에서 연운16주의 탈환으로 글속의 중요 사건이 바뀝니다.

몇 명의 역사적 인물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인물은 허구의 인물과 사건으로 구성됩니
다. 제 역사적 지식이 일편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9파 1방의 존재 여부도 제 마음대로 수정해서
글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어차피 이 소설은 역사소설도, 무협소설도 아닌, 그냥 장난입니다. 글을
읽으시다 보면 고의로 적은 말장난이 가끔 눈에 띄이실 겁니다.

온 중원을 싸돌아 다니는 선우영의 활약을 가볍게 읽어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1편부터 12편까지는 조만간 수정을 할 계획입니다. 많은 것이 바뀌진 않겠지만, 시간적 배경이
바뀜에 따라 지리, 인물 등이 함께 바뀔 예정이라 가급적 예전 글을 읽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수정이 완료되면 다음 글과 함께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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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주, 본 문에는 로(路)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회남서로, 광남동로 등이 그것입니다.
고대중국의 지방행정구역으로 성이라는 개념은 원이후의 체제이고,
그 이전에는 로(路)라는 지명으로 구분을 했습니다. 로 다음에 주, 군으로 나뉘어지구요.
현재의 사천성의 어원은 성도부로, 제주로, 기주로, 이주로 이렇게 4개의 로를 합쳐서
사천로라고 부르던 것을 원이후 사천성으로 승격된 것입니다.
따라서 북송말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본 문에서는 북송말 20여개 로를 기준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무공이 가장 쉬웠어요. -13 재회.

중원무림의 태산북두로 칭해지며, 북위시절 서장을 다녀온 달마선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전해지
는 유수깊은 사찰 회남서로 숭산의 소림사에는 다른 때에는 찾아볼 수 없는 긴장감이 잔뜩 서려
있다. 불도와 무공에 정진을 하고 있을 시각인 지금, 장경각의 안뜰 입설정 주위에는 수 십의 무
승들이 도열한 채 긴장어린 표정을 짓고 있고, 입설정에 정좌하고 있는 고승들은 상좌에 앉아 한
장의 서찰을 읽고 있는 소림방장 만원대사를 수심깊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보게 천원. 자네도 읽어 보았는가? "

소림방장의 물음에 소림사의 십계십승 수좌를 맡고 있으며 방장의 사제가 되는 천원대사가 고개
숙여 대답했다.

"그저 소승들은 방장의 결단을 겸허히 기다릴 뿐이옵니다. "
"허허.. 무릇 성문을 얻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십계를 지켜야 하는 것이거늘... 아미타불. "

불승이라면 승적을 하면서 가슴속에 세겨야 하는 십계를 거론하자, 십계십승의 수좌이며 살계승
을 맡고 있는 천원대사가 고개 숙이며 불호로 모든 것을 대신한다.

"아미타불.. "

손 떼 묻은 염주를 굴리며 눈을 감고 있는 천원대사에게 더이상 대답을 듣기 어렵다 판단한 소림
방장은 고개를 돌려 그 옆에 앉아 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럼 자네들에게 묻겠네. 본 사는 무공을 연마하는 무파인가? 아니면 불도를 닦는 도량인가? "
"달마선사께옵서 열반하신 이래 오직 불심에 정진하는 저희들에게 어찌 당연한 하문을 하시옵니
까? "

장경각주를 맡고 있는 일원대사의 말에 소림방장이 혀를 차며 그를 바라본다.

"쯧쯧.. 그렇다면 이 서찰에 번뇌하는 자네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부동이란 ?탕물에 핀 연꽃과
같은 것일진데, 보리를 얻어야 할 자네들의 수양이 본 승의 눈에는 덧없어 보이는구만. "
"하지만 불심으로 중생을 구제하는 것도 부처의 길이요, 삼악도와 같은 오랑캐를 몰아내고 중생
들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하는 것 또한 부처의 길이 아니겠나이까? "
"허허... 평생 책이나 읽으라고 장경각을 맡겨 놓았더니 삼매에 들었구나. 진정 삼매야, 삼매. 이
럴 때엔 차라리 덕양이 부럽구나. 아미타불.. "

덕양사. 송인종의 모후 명인황후가 아들인 인종의 득남을 기원하기 위해 남경옹천부인 송주에 세
운 사찰이다. 달마선사 이후 불도와 무공을 함께 수양하는 소림과 달리 구도와 계도에만 전념하
는 덕양사가 소림방장의 지금 마음으로썬 한없이 부러울 수가 없었다. 차라리 무공을 몰랐다면
이들이 이런 고뇌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며 손에 쥔 염주를 굴릴 뿐이었다.

"달마선사께옵서 본 사에 무공을 남기신 연유를 정녕 모른단 말이냐? 자네의 말이라면, 지금 밖에
있는 아이들을 데려다 살계를 열겠다는 말과 다를 게 무어 있어? 관세음보살에 귀의해도 모자라
는 것을. 아니 그것이 아니라도 흉흉해진 민심을 불심으로 바로 세워도 모자라지 않는 것을.. 왜
하필이면! "
"황제와 무림맹의 청이 아니었다 해도 당연히 나섰어야 할 일이라 생각하옵니다. 그것이 저희들
이 현생에 인업의 연을 잇고, 본 사에서 무공을 배우게 된 연유가 아니겠는지요? 지금 이 시간에
도 죄없는 중생들이 피흘리며 쓰러지고 있사온데, 소승들이 아니면 과연 누가있어 나락으로 떨어
지겠사옵니까? 본 사의 방규를 어기고 살계를 연 가책은 저희 모두의 공업으로 갈음할까 하옵니
다. "
"허허.. 아미타불.. 아미타불.. "

연운16주의 탈환을 위해 황실과 무림맹에서 요청한 무승들의 파견을 놓고 입설정에는 깊은 번뇌
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      *      *      *      *      *      *


사천로에서 무림맹이 있는 회남동로 양주으로 가는 길목인 형문산 어귀 의창, 치열한 전쟁이라도
일어났는지 폭음이 끊이지 않게 들리다 갑자기 뚝 끊기고 숨막힐 듯한 정적만이 지나가고 있다.
얼마전까지 이곳에서 삶의 터전을 이어갔을 주민들은 언제 피신을 했는지 한 명의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황량한 기운의 마을 한가운데에 수 십의 무림인들이 원을 그리듯 둘러싸고 있었다.
이들의 몸에는 조금전 폭음이 원인이었던 듯 크고 작은 상처들과 함께 핏자국이 채 마르지 않고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런 무리들 사이에 두드러진 기세를 가진 사천당가의 당영월과 궁가방 장
로 황봉은 서로의 몸에 난 상처를 아랑곳 하지 않고 상대를 죽일 듯이 째려보며 대치중이었다.

"황봉, 이 잡것아. 그 아이를 놓아주어라. "
"미친년. 네 년이 먼저 우리 애들을 놓아 준다면 생각은 해 보마. "

부상당한 거지 새끼 3명을 사로잡고 으르렁거리고 있는 당가 일행의 맞은편에는 어깨와 허리깨에
피를 흘리고 있는 당가의 남빛 무복을 입은 소협을 무릎꿇리고 있는 궁가방 일행들이 타구봉을
든 채 잔뜩 긴장하고 있다.

"포로 교환을 하자는 뜻이냐? "
"그렇다고 볼 수도.. "
"지랄.. "

황봉의 말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이 당월령이 표독한 표정으로 품에서 편향접 몇 조각을 꺼
내어 보인다.

"먼저 놓아준다면 이 거지 새끼들을 풀어주지. "
"큭큭.. 내가 너 속셈을 모를 줄 아느냐? 이 놈이 네 년의 조카렸다? 이 놈이 아마도 우리 애들 세
놈의 목숨보다 귀중할 것 같은데.. 네 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디 한번 볼까? "

사로 잡은 거지새끼들에게 언제든지 편향접을 날릴 수 있게 손에 쥔 당월령은 자신을 도발할려는
황봉의 말에 손가락 하나를 까딱거리며 그의 격장지계를 가볍게 받아친다.

"큭큭.. 황봉아 황봉아.. 네 놈이 그 아이 하나 죽일 때 난 이 거지 새끼들 셋을 모두 죽인 후 궁가
방주를 만나 이렇게 말을 하겠다. 귀방의 장로라는 자는 문도들이 죽어가는 데도 아랑곳 하지 않
더이다! 라고. "
"네 년이 정녕! "

오히려 자신의 격장지계에 당한 황봉이 애써 흥분을 가라 앉히고 입술이 나지막히 달싹거리자,
궁가방도들에게 전음입밀을 보냈던 듯 당가 일행을 애워싸고 있던 거지들의 몸에 흐르는 기세가
예사롭지 않게 변하기 시작했다. 밀밀해지기 시작한 긴장감에 당월령이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황
봉에게 말을 한다.

"어줍잖은 수 쓰지 말고, 네 놈이 먼저 풀어주면 이 녀석들을 다 풀어주마. "
"셋을 세리면 그때 동시에 하자. "
"하나.. "

시선을 황봉에게 떨어트리지 않은 채 당월령은 왼손을 등 뒤로 돌려 자신의 뒤에 진을 치고 있는
당가 식솔들을 향해 수결을 맺기 시작한다. 그 신호에 맞춰 흩어져서 대치하고 있던 몇 명의 당가
무인들이 당월령을 중심으로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눈에 훤히 보이는 변화를
놓칠 황봉이었다면 궁가방의 장로라는 직책을 방주가 맡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것을 눈치 챈
황봉이 숫자를 세리며 뛰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던 당월령을 제지하고 나섰다.

"둘.. "
"잠깐! "

독기가 오르다 못해 녹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당월령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황봉의 입가에 비릿한
웃음기가 머금기 시작했다.

"네 년이 날 믿지 못하듯이, 나 또한 네 년을 믿지 못하는데 무얼 믿고 이 녀석을 보내준단 말이냐! "
"그래서? "
"내가 직접 이 녀석을 데리고 네 쪽으로 가겠다. 한 걸음씩 서로 다가가서 중앙에서 교환하자. "
"좋다! "

서로 사로잡은 이들을 끌고 한걸음씩 조심스럽게 걸어가던 당월령과 황봉은, 쌍장을 마주치면 공
격할 수 있는 거리가 되었을 때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상대방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오른
손에 쥔 타구봉에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듯 살기가 기파를 형성하며 날아가고, 황봉의 그런 공격
을 희뿌연 안개처럼 서린 독기로 막은 당월령이 급하게 몸을 숙이며 몇 개의 암기를 쏘아 보낸다.

"피리릭! "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도저히 들을 수 없을 것 같은 미약한 파공음과 함께, 섬섬옥수 같은 당월령
의 희고 고운 손에서 쇠털보다 가느다란 세침이 황봉의 안면을 향해 날아갔다. 타구봉의 중간을
잡고 급하게 회전시키는 황봉의 손놀림에 면밀한 막이 형성되자 가는 세침은 그 막을 뚫지 못하
고 사방으로 흩어지고 만다.

"이 년이 살초를 ! "

급하게 신형을 돌린 황봉이 연환퇴를 밟으며 진득한 살기를 흘리는 타구봉을 당월령의 비워진 복
부를 향해 쑤셔넣자 그 기세에 놀란 그녀가 등뒤로 쓰러지듯 철판교의 수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
했다. 기세를 살린 황봉이 회수한 타구봉을 다시 내지르며 당설영의 독장 안으로 파고들어 왔다.

"2년전의 수치를 여기서 갚아 주마. "
"내가 먹던 밥에 침뱉은 건 더러운 거지 새끼, 바로 너야! "

근접박투에 약한 당설연의 약점을 교묘하게 노리고 파고드는 황봉의 공격에 연거푸 퇴보를 밟던
당설연이 소매끝에서 묵빛의 암기통을 꺼내 손가락에 걸자, 그 모습에 화들짝 놀란 황봉이 뒤로
스스로 물러났다가 추보를 밟으며 다시 그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차례의 우열을 가
릴 수 없는 공방이 있은 후 다시 서로를 노려보며 대치하고 있을 때에는 서로가 잡아온 포로들은
이미 자기들편의 등뒤에 몸을 숨긴 직후였다.

"거지가 먹고 싶은 것에 침뱉는 게 하루 이틀이냐! 그렇다고 내 밥그릇에 독을 뿌렷! "
"큭큭.. 황봉아. 말은 똑바로 해야지. 독이 아니었잖아? 안 그래? "
"이익! 네 이년. 닥쳐라! "
"오라버니께서 궁가방주를 평소 흠모하셔서 네놈에게 무정해독단을 준 게 억울할 뿐이다. 이 고
자 새끼야. "

무정해독단, 무정산을 해독하기 위해 처방된 단환으로 중원을 어지럽히는 색마를 잡기 위해 사천
당문이 오랜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발기부전처방 무정산의 해독약을 지칭하는 말이다. 무정산을
먹으면 해약을 먹을 때 까지 양물이 발기가 되지 않는 매우 사악한 처방이어서, 당문에서도 직계
중에서 허락된 극소수의 자들만이 이 약을 취급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잃어버린 양기를 회복하
기 위해서는 적어도 3개월 동안 당가의 비전 해독약을 먹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무정산의 자매
품으로는 한번 먹으면 해독환을 먹을 때 까지 발기가 사그러 들지 않는다는 절세의 춘약인 유정
산도 있다. 유정산은 아무리 흔들어도 소리가 나지 않기로 유명하다.

"내 오늘 널 죽이고 당문주께서 주시는 독단을 웃으며 삼켜주마. "
"큭큭.. 내가 할 말을 네 놈이 대신 하는구나. 존경하는 궁가방주께 10년동안 석고대죄를 하는 한
이 있어도 오늘 여기서 네 놈을 한 줌 혈수로 만들고 말겠다. "

당월령과 황봉이 다시 격돌을 하려는 바로 그때, 같은 무림맹원인 당가와 궁가방의 필요없는 싸
움을 말리러 무림맹에서 뒤늦게 파견한 일개 대가 도착했다. 그 무림 부대의 수장은 남궁세가의
옥기린 남궁세진. 붉은 무복을 화려하게 입은 무림맹 특무대인 화조대가 도착하자 싸움의 한복판
에서는 조금전과 다른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당장 멈추시오. 같은 정도의 길을 가는 이들끼리 이 무슨 해괴한 짓이오. "
"이건 또 뭐야? "
"세진 이 녀석 많이 컸구나. 말이 좀 짧다? "

격전장의 한 가운데에서 몸으로 두 사람을 막은 남궁세진을 고까운 눈으로 바라보며 한마디씩 하
는 당월령과 황봉. 그 둘에게 있어 서너 살이 적은 남궁세진은 한 가문을 이끄는 동급의 장로라는
위치가 아니라 만만한 무림 동생일 뿐이었다. 그들의 머릿속에 무림의 배분이나 직위에 관한 개
념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온 중원인들이 광견이라고 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황봉아. 우선 걸리적 거리는 것 부터 치워야지? "
"어르신들이 싸우시는데 끼어드는 이런 싹퉁머리 없는 것을 봤나. "

언제 싸웠냐는 듯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고개를 끄떡이던 두 사람이 몸을 돌리며 함께 외쳤다.

"쳐랏! "
"이런 미친년, 놈들... "
"뭐라 미친년? 너 오늘 죽었어. "

서로를 마주보고 대치하고 있던 당가와 궁가방의 무인들은 두 수장의 표독스러운 외침과 함께 새
로 나타난 화조대를 향해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광견십호 둘 이상이 모이면 무림에 조용한 날이
없다는 소문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당가와 궁가방을 말리기 위해 달려왔던 화조대마저 광기에
젖어 삼파전에 몸을 맡기고 말았다.

끊임없이 폭음이 들리는 길가에 반쯤 부서져 쓰러질 듯 위태로운 집안에 몸을 숨기고 있던 한 무
인이, 길 저 편에 뿌연 먼지를 내며 달려오는 기마들을 발견하고 안력을 높여 그들을 살피기 시작
했다. 진중하고 침착하기로 유명한 소림사나 아미파의 선사들이라도 와서 이들을 말려주기를 바
라는 마음에 그들을 살피던 그 무인의 눈이 부릅떠지더니 자신의 입가에 침이 흐르는 줄도 모르
고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무림맹이 의창을 불태우려 작정했구나. 광견이 또 오다니.. "

곧이어 음성에 내공을 가득 담아 주위에 숨어있는 이들을 향해 일갈하듯 외쳤다.

"마연이 쳐들어온다. 모두 피햇! "

그들을 향해 달려오는 마군의 선두에 펄럭이는 깃발에는 무위참장 마연이라는 글귀가 화려한 붉
은색 실로 수놓아져 있었다. 급하게 신형을 날려 격전지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네
마리의 광견들이 날뛴 후 폐허로 변한 의창이 눈에 보이듯 그려지고 있었다. 몇 시진, 아니 몇 각
만 지나면 의창이라는 마을은 중원지도에서 지워지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에 그들은 서둘러 사방
을 향해 도주하기 시작했다.


   *      *      *      *      *      *      *


바람이 이끄는 대로 산자락을 따라 구름이 지나가고 있는 아미산 금정. 이곳 아미파의 화려한 대
웅보전 뒤켠에는 소박하다는 짧은 말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단아하고 고풍스러운 작은 정각인
연화각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 그 어디로 고개를 돌려도 사찰 특유의 향기가 코끝으로 스며드는
곳에 중년의 미부와 군살이 하나도 없는 무인이 마주보고 차를 마시고, 그들의 옆에도 몇 명의 여
인이 함께 자리앉아 함께 내어 온 듯한 차를 마시고 있다.

"지난 위급때 대인께서 보여주신 의기에 본 파는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
"대인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소직은 그저 황실의 녹을 먹고 있는 흔하디 흔한 무장일 따름입
니다. "

아미파 장문인의 말이 기꺼운지 입가에 미소를 메단 채 짐짓 겸양을 하는 선우영의 머릿속에는,
어차피 기일도 정해지지 않은 전역신고는 천천히 하기로 하고 이곳에서 몇 달 푹 놀다가 떠나볼
까 하는 얄팍한 생각뿐이었다.

"장문인의 상세는 이제 어떠신지요? 그때는 경황중이라 자세히 살펴볼 수 없어 급하게 떠난터라
여간 걱정스러웠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

그때 부상을 당했었던 그녀의 봉긋한 가슴어림을 지그시 바라보는 선우영의 끈적한 눈길을 받은
아미 장문인 영민사태는, 나지막히 불호를 외우며 비워진 그의 찻잔에 찻물을 채워준다.

"무량수불.. 대인과 심 소저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큰 낭패를 볼 뻔 했으나, 지금은 내상을 모두 치
유한 상태입니다."
"참으로 다행이군요. "

아미 장문인과 선우영의 환담을 말없이 듣고 있던 옥운이 얼굴을 살짝 붉히며 고운 입술을 열기
시작했다.

"먼 길을 달려오시느라 대인께서 피곤하실 것이온데, 거처를 마련했사옵니다. "
"그래, 운아. 네가 대인을 안내하도록 해라. 대인, 그리고 심 소저 두 분께오선 은혜 갚을 길 없는
본 파의 큰 은인이시니 이곳을 집이라 생각하시고 푹 쉬시길 바라오이다. "

자신이 원하는 말을 아미 장문인에게 듣게 되자 입술꼬리가 귀밑까지 찢어진 선우영이 힘차게 포
권을 하며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의 눈은 연화각에서 함께 차를 마시고 있는 여승들의 가슴과 허
리즈음을 날렵한 눈으로 훑고 지나간다.

"벌써부터 이곳이 정겹기 그지 없습니다. 후후후.. "

옥운의 안내로 객청에 남게 된 선우영의 눈앞에는 무언가 마땅치 않은지 뒤돌아 서있는 심유경의
뒷모습이 보이고 있다.

"부인, 근 반 년만에 다시 만나게 된 남편인데.. 얼굴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오? "
"흥, 반 년동안 중원에서 무슨 짓을 하고 싸돌아 다녔는지도 모르는 양반한테 뭘 보여준다구요?
그냥 저 구석에서 대충 잠이나 자세요. "
"음교 교주를 추적하는 수 많은 날들속에 그대를 잊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소. 부인.. "
"지랄! 몸에서 다른 계집년의 사향 냄새 풀풀 풍기며 기어 들어온 사람이 누군데! 내 생각을 했다
구요? 흥! "

음교교주 서소영의 기명제자가 되며 받은 향낭에서 사향냄새를 풍기고 있었다는 것을 깜빡잊은
선우영이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아, 이것 말이오? "

대음교의 교도를 만나게 되면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증표로 받은 향낭을 어찌할까 궁리하던 선우
영이 품속에서 향낭을 꺼내 심유경에게 건내준다.

"부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고려에서 건너 온 대상에게 어렵사리 마련한 것인데 오해를 했나보구
려. 정숙하고 현양한 그대를 두고 내 어찌 다른 여인을 품는단 말이오? 후후.. 이건 부인을 향한
내 마음을 증명할 증표라 생각하고 받아주시구려. "

선우영의 입바른 거짓말에 마음이 조금씩 풀린 심유경이 그의 손에 들려진 화려한 무늬의 향낭을
바라본다. 예쁘고 귀한 것이라면 마냥 좋은 심유경에게 고려에서 건너 온 향낭이라는 말은 더없
는 유혹이었다. 주는 것이니 버릴 수 없어 받는 다는 얼굴로 세침하게 뺏어 든 향낭을 품속에 갈
무리 하며 뾰족한 한소리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심유경이었다.

"겨우 이걸로 용서받을 거라 생각했어요? "
"그래서 또 준비한 것이 있다오. 노여움울 푸시구려. 부인. "
"어디 줘보기나 해봐요. 보고 결정하게. "
"후후.. "

선우영이 음교교주 서소영에게 배운 방중술을 토대로 심유경의 등뒤에 올린 손가락에 부드럽게
힘을 주어 풍운혈과 격유혈을 자극하자 날이 서린 듯한 그녀의 눈가가 봄날에 눈 녹듯 풀리며 가
며운 한숨소리가 입밖으로 세어나온다. 그녀의 그런 반응이 기꺼운지 심유경을 바라보는 선우영
의 눈가에는 뜨거운 열기가 서린다.

"흐음.. "

입안에 고이기 시작하는 마른침을 삼키며 붉은색 경장을 입은 심유경의 등뒤를 한없이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비단옷 위로 전해지는 그녀의 따뜻한 체온에 품속에 들어간 향낭의 향취까지 더하자
조금전까지 잠을 자고 있던 선우영의 양물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부인, 내 마음을 잘 알지 않소? "
"몰라. 이 나쁜놈아. "

말은 그렇게 하면서 자신의 가슴속을 파고드는 심유경의 손을 잡고 선우영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몸을 침상으로 이끌어 간다. 부드러운 풀밭에 몸을 뉘이는 듯 자신의 몸이 스스륵 뒤로 무너지는
것을 느끼자,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한 심유경은 옥용을 붉게 물들이며 호랑이 앞의 사
슴처럼 그에게 모든 것을 내맡기기 시작했다.

사부인 음교교주 서소영과 헤어진 후 방사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던 선우영이 급한 마음에 바지
를 벗고 하초를 꺼내자, 실눈으로 모든 것을 보고 있던 심유경의 입에서 다급한 비명소리가 세어
져 나왔다.

"어멋! "
"후후.. 부인. 이 녀석도 부인을 보고 기쁜가보오. 검둥이가 울고 있구려. "
"어떻게.. 어떻게 전보다 더 커질수가 있는 것이지요? "
"한창 자랄 때 이지 않소? "

검은 뱀 수준이던 선우영의 하초가, 어떤 기연을 얻었는지 이제는 검은 구렁이 수준으로 두껍게
변한 채 심유경의 눈앞에서 머리를 끄떡거리며 재회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희고 작은 그녀의
손을 잡아 검둥이의 몸통을 잡게 하자, 심유경의 손으로 그 녀석의 뜨거움이 고스란히 전해져오
고, 그 느낌에 그녀의 가슴마저 함께 콩닥이기 시작한다.

"뜨거워요. 가가.. "

한 손으로 그녀의 경장을 하나씩 벗기던 선우영의 눈앞에 눈같이 하얀 과실이 드러나자 그녀의
옆에 몸을 뉘이며 깊은 입술을 덮어간다. 입안 가득 스며드는 그녀의 진한 체향에 중독된 듯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그녀의 가슴을 힘껏 깨물자 촉촉하게 젖은 눈빛으로 선우영을 바라보고 있던
심유경의 고운 입술에서 뜨거운 숨소리게 베어져 나왔다.

"흐으읍.. "

반 년만에 만나 아이처럼 자신의 가슴만 탐하고 있는 선우영의 머리를 이끌어 깊은 입맞춤을 시
작하는 심유경. 그녀의 섬섬옥수가 검둥이의 머리와 몸통을 한없이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하고,
그 움직임에 따라 검둥이는 어렵사리 옛주인을 만난 똥개마냥 침을 흘리며 반기고 있었다.

   *      *      *      *      *      *      *




다음글은 감기를 동시에 연재중이기 때문에 2주후에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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