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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9:05 921회 0건
음애루주-마녀의제자 4


자신들을 광권,광도라고 소개한 두명의 노인은 유백을 이끌고 햇볕이 비추는 연못에서 가장 가까운 집으로 들어갔다.
"오늘부터 네놈이 살 곳이다"
그런 광도을 유백은 슬쩍 올려다보며 물었다.
"제 집...입니까? 그런대 배치를 보면 꽤나 좋은 집 같은데요..."
"원래는 적화가 살던 곳 이였다만...적화가 죽었으니 제자이자 아들인 네놈이 사는 게 맞겠지."

적화. 화혼마녀의 본명으로 유백은 자신을 제외한다면 아무도 모르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그녀를 알고 있고 그녀를 기억하는 자들은 이곳 만악지옥에 있었다.
"그래, 적화가 부탁한데로 우리는 오년동안 네놈을 가르칠 것이다. 네놈이 그 배움을 소화하던 못하던 오년! 오년의 시간을 네놈에게 투자하기로 다들 마음먹었다. 다름 아닌 적화의 유언이니까."
"감사합니다."
미소를 지으며 유백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지만 광도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런 광도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보인 후 눈앞에 있는 집을 바라보았다. 원래 양 어머님이 살고 있었던 집,
하루 이틀 치워서 이렇게 깨끗해지기란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보면 저들은 이곳을 늘 깨끗이 치워 놓았을 것이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적화를 위해서...
그들 앞에 적화의 관을 보이고 관을 열어 적화의 시신을 확인시키고 시신의 품에 간직된 편지를 꺼내어 그들에게 들려주었을 때 그들은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슬픈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잠시 적화의 관 주위에 모여 편지를 돌려 읽으며 술을 마시며 주절거리던 그들은 오악 산에서 가장 햇빛이 잘 들어오는 곳에 적화의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이미 그곳엔 네 개의 봉분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 모여 술을 마시며 그중 하나는 경을 읽고 하고 나머지는 곡을 하며 적화의 장례식을 치러 주었다.
그 모습에 마음이 아릿 해오는 유백 이였다. 장례식을 떠올리며 상념에 잠긴 유백을 보며 묵묵히 광도와 유백의 뒤를 따르던 광권이 입을 열었다.
"그 상처, 누구에게 맞은 것이더냐. 적화를 알고 있는 땡중 놈들이 그랬을 리는 없으니..무림맹 이더냐?."
조용하고 무심한 목소리로 한 점의 감정조차 찾을 수 없는 눈동자로 유백을 내려 보는 광권의 모습에 광도라 불리우던 노인의 눈이 찌푸려진다.
위험하다. 광권이 화가 난 것이다. 평소와 다름없는 무뚝뚝한 표정이지만 그 감정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눈동자에 광도는 내심 혀를 찼다. 적화와 광권은 같은 스승을 모셨던 사매지간 이었다. 그렇기에 광권에게 있어서 적화는 사매이자 동시에 그의 일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을 느꼈던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적화의 자식이나
다름없는 유백의 망가진 몸 상태를 한 눈에 꿰뚫어본 광권이 분노한 것은 당연할 것이다.
슬그머니 피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억눌렀던 자신만큼. 혹은 더욱 강하게 느꼈을 광권은 유백의 대답 여하에 따라 무림맹을 무림에서 지워버릴지도 모른다.
그런 광권의 태도에 무엇인가 느꼈는지 유백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무림맹은 아닙니다. 그저.. 만마지옥주가 여자이기에 혹시나 하는 생각에 조금 화를 돋웠을 뿐이죠"
만마지옥주가 혹여 자신을 동정하여 만마동에 떨어뜨리지 않는다면 어쩌나 하는 염려로 인해 화를 돋구었다는
유백의 말에 광도는 그 무심하게 빛나던 눈동자를 가리듯 눈을 감은 채 입을 열었다.
"수련은 삼일 후 부터 시작한다. 당분간 몸을 추스리거라."
무뚝뚝한 얼굴로 등을 돌리며 사라지는 광권, 그 뒤를 이어 광도가 입을 열었다.
"쉬거라, 우리는 오랜만에 만난 친우와 술 한 잔 할 터이니."
쿵쿵 거리며 떠나가는 광도와 광권의 모습을 바라보며 유백은 미소를 지었다.
집안을 살펴보니 둘이 살기에 알맞게 꾸며져 있었다. 너무 화려하지도 초라하지도 않고 양어머니의 취향에 맞춰 아기자기한 꾸밈새를 보니 저들이 적화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이곳을 이렇듯 꾸며 놓지도 않았겠지...
"계획은 성공했고. 어머님의 친우 분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시작이네요. 어머님"
침상에 철퍽 몸을 뉘이며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계획대로 풀린다면 오 년 후면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적화의 장례가 끝나고 옹기종기 둘러 모여 술잔을 나누던 열두 명의 노인들 중 키 작은 노인이 갑작스레 입을 연다.
"어떻던가."
"좋아 하더군."
키 작은 노인의 말에 광도가 입을 열었다.
"진정 가르칠 셈인가?"
신선의 풍모를 지닌 노인의 염려 섞인 말투에 뚱뚱한 노인이 타박을 놓는다.
"광법, 네놈은 적화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고 싶지 않은 게냐?"
"그것은 아니네, 다만..."
"자네 걱정이 무엇인지 알고는 있네. 저 아이의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나 적화가 물려준 흡성대법과 내공,
그리고 우리들의 기술과 무공을 일부라도 얻을 수 있다면 못해도 천하제일 정도는 되겠지. 그러니 저 아이의 웃음을 보고 걱정하는 것 아닌가."
"내가 걱정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세. 저 아이는..."
"...처음 사부가 적화를 데려 왔을 때도 그런 눈빛과 미소를 띠고 있었지..."
광법의 말을 끊으며 광권이 입을 연다. 스승이 적화를 데려왔을 때. 적화는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못 먹어 뼈만 앙상하게 보이는 몸에는 여기저기 화상자국과 칼자국, 그리고 채찍 자국과 시퍼런 멍들로 덥혀 있었고 쥐어뜯다시피 망가진 음모 밑 보지에는 말라붙은 핏자국들이 지저분하게 붙어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다 죽어가는 와중에도 적화는 웃고 있었다. 감정이 사라진 눈동자에는 공포가 맴돌고 있었지만 그 입매만큼은 웃음을 띄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몸을 치료한 스승은 그녀를 제자로 삼았고 적화는 그렇게 자신의 사매가 되었다. 적화는 늘 웃고 다녔다. 스승에게 혼날 때도 자신의 실수로 그녀의 몸에 상처를 입혔을 때도 그녀는 웃었다. 웃으며 피를 닦아내고 그녀의 잘못이 아님에도 고개를 조아리고 용서를 구하는 적화에게 때로는 짜증도 났었다. 그러나.. 그녀가 왜 그렇게 웃게 되었는지 알고 난 후에는 스승과 함께 어떻게든 적화를 정상적으로 돌리고자 애를 썼다. 결혼을 약속한 남자를 마적들에게 살해당하고 그들에게 끌려간 적화는 처참한 윤간을 당한 후 그들의 노예가 되었다. 마적들의 식사를 챙기고 빨래를 하며 동시에 마적들의 정액받이가 되었으며 때로는 마적들의 화풀이 대상도 되었어야 했다. 적화는 조금이라도 고통을 피하기 위해, 그리고 살기 위해 항상 웃어야 했다. 윤간 중에도, 모진 매를 맞는 와중에도, 마적들의 대소변을 받아 마시면서도, 그녀는 웃어야 했다. 그리고 망가져 버린 적화에게 질려버린 마적들이 그녀의 보지에 커다란 말뚝을 박아 넣은 채 아무렇게나 버려 버렸고 마침 볼일이 있어 근처를 지나가던 스승이 죽어가던 적화를 주워 오게 된 것 이었다.
스승과 자신은 그녀를 원래 성격으로 돌리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결국 적화의 원래 성격을 찾아줄 수 있었다. 그러나..그 미소만큼은 자신과 스승도 어쩌지 못했었다. 적화가 진정으로 웃을 수 있게 된 것은 여기 모인 이들과 만나 정사맹연합과 함께 싸우고 만마동에 들어와 살면서 비로소 적화는 진정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런 적화의 과거를 열두 노인들 역시 알고 있었다.
"쩝...저 얼굴에...저 나이를 가지고 고아라..그럼 뻔한 것이지.."
뚱뚱한 노인이 쩝쩝 입맛을 다시며 찡그린 얼굴로 안 봐도 뻔하다는 듯 입을 연다.
"일단 가르쳐 보세나... 적화의 유언이기도 하고, 또 우리와 살면서 적화도 미소를 되찾았지 않나."
대머리 노인의 말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노인들. 그런 와중에 신선풍의 노인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어이하여 하늘이 저 아이를 내려 보냈더란 말인가...길인가..흉인가..선인가..악인가...흥인가..망인가...어렵구나...
저 아이가 우리에게 인연이 이어진 것은..]
"이 또한...하늘의 안배인가..."
답답한 듯 광법은 한숨을 내쉬었다.

만마지옥. 세간에는 십칠광천마두와 그 외에 흉악한 마두를 잡아 가두는 곳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
천하를 오시할 힘을 지녔으되 세력을 가지지 못한 자들, 정확히는 세력을 가질 생각조차 없이 스스로의 완성만을 꿈꾸며 살아가는 자들이 여기 모여 있다. 이들은 정, 사, 마를 가리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생각대로 자신의 완성만을 꿈꾸며 살아간다. 무공을, 기술을, 법술을, 그렇게 세상과 등 진채 오로지 한 가지만 보고 살아왔던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일수록 성격은 괴팍하다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들이 타인에게 입힌 피해 혹은 은혜 또한 적지 않다. 그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힘을 가진 자가 타인의 이해와 요구와 부딪힌다면 문제는 발생한다. 더욱이 그 힘에 비해 사람 사귀는 법이 서툰 괴팍한 성격이라면 더더욱 문제의 요지가 커진다. 그리고 그들 중 상당수는 세간에 받아들여지기 힘들 정도로 괴팍했다. 그리고 그런 자들을 강제 하기란 어려운 법이며 그 힘이 클수록 그러하다. 하지만 세력을 지닌 자들 그 중에서도 권력을 지닌 자들이라면 그들을 고이 내버려두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 사고를 칠지 모르는 자들, 그 힘이 한 세력을 넘어서는 자들, 다른 곳에 넘어간다면 기득권을 빼앗기게 될지도 모르는 힘을 지닌 자들. 그리고 백도 아니고 흑도 아닌 그들이 목에 걸린 가시마냥 신경 쓰이던 무림맹과 마교가
그들을 처리하기 위해 꾀를 내었다, 거짓된 소문을 퍼트리고 거짓된 증거와 증인들을 만들어 세상에서 그들을
악당으로 인정하게 만든 것이다. 얼마지 나지 않아, 무림맹과 마교의 의도대로 그들이 세상에 다시없는 마두로 불리게 되자 무림맹과 마교는 그들을 무림공적으로 선포하고 천하에 다시없을 악적을 소탕한다는 명분하에 정. 사. 마 연합군을 결성하여 그들을 공격하였다. 그러나 그 대가는 비참했다. 연합군의 병력 절반과 자신들의 세력 삼분지 이가 고작 그들 열 일곱 명에게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것이 육십 년전 일어난 천일만마전의 내막 이였다.
세력을 가지지 않았을 뿐 그들 열일곱 개개인의 능력은 천하를 논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른 곳에 눈 돌리지 않은 채 순수하게 자신의 길만을 고집하며 그 분야 최고가 된 자들이 결코 약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그들이 핍박으로 인해 뭉쳤을 때의 힘이란, 하늘 그 자체 였다. 막대한 피해를 본 정.사. 마 연합은 도무지 힘으로는 승산이 없자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자신들과 달리 세력이나 명성에 그리고 권력에는 관심 없이 평생을 홀로 살아가며 스스로의 길만을 걸었던 자들이라 별다른 약점까지도 없었다. 고작 찾아낸 것이 세상사에 관심이 없어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든 괴짜들이라는 것이 그들이 가진 유일한 약점이라는 것을 확인한 정, 사, 마 연합은 결국
그들에게 살 곳과 필요한 물품을 대주어 격리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모았다. 그렇게 계획을 바꾼 정, 사, 마 연합의
수뇌부들은 자신들의 세력에 있는 최고로 요설에 능한 자들만 모아 그들을 구슬렸다.
당신들은 어차피 스스로의 완성을 원하는 자들, 필요한 것을 모두 대줄 터이니 사람들 없는 곳에서 살지 않겠는가.
많은 사람들과 부대껴서 당신들도 힘들지 않은가. 살 곳과 연구비를 마련해 주겠으니 그곳에서 수련하고 연구나 하며 나오지 않는 것이 어떠한가, 등등
온갖 요설과 유혹과 회유로 정, 사, 마 연합은 그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만마지옥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들 중 최고의 기술자가 설계하고 최고의 진법을 지닌 이가 진법을 세웠으며 법술, 사술, 기술, 그리고 무공이 총 동원 되었다. 정. 사. 마는 자금과 재료, 그리고 장소를 제공했다. 만들어놓고 보니 그야말로 현세의 무릉도원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정. 사. 마 쪽은 조금 난감하게 되었는데 마옥을 지어 마두들을 가둔다고 대대적인 선전을 해왔으니 저들뿐만이 아니라 진정한 마두들 또한 가둬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다시금 설계변경과 함께 현재의 만마지옥이 완성되었다.
만마지옥 입구에 떨어지는 곳은 경사로 되어있다. 그렇기에 정신을 잃고 있다면 경사로 인해 진으로 빠지게 되며
떨어진 죄수들 중 정신이 멀쩡하거나 입구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육체적으로 건강한 자 또한 희망이 생겨 자신의 몸을 추스르고 내공을 회복하기 위해 안쪽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렇게 들어온 자들 또한 펼쳐진 진으로 인해 방향감각을 잃고 밑으로 향하게 되고 진정한 만마지옥이라고 할 수 있는 지하로 떨어져 버린다. 가끔 오랜 시간 정신을 잃고 있는 자들은 가끔씩 그들이 들어다 밑으로 던져 버리곤 했다.
진정한 만마지옥이라고 할 수 있는 지하는 그저 감옥 형태를 띄우는 방이 몇 개 있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물도 식량도, 그리고 빛도,
그리하여 정. 사. 마. 는 골칫덩이 하나가 사라져 버림과 동시에 세간에 자신들의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었고, 그들은 타인들의 귀찮은 간섭을 피하는 한편 사람인 이상 피할 수 없는 먹고 사는 문제에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육십 여년이 지나고 그들과 약속을 기억하는 당시의 정. 사. 마 수뇌부들이 대부분 고인이 되어 들어오던 물자가 끈 꼈음에도 처음 받았던 막대한 양의 황금과, 처음부터 약 백여 명이 자급자족하고도 남을 충분한 양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게끔 설계가 된 곳인지라. 이들이 나가고자하면 얼마든지 나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가지 않는
큰 이유이기도 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는 곳을 만마동 이라고 부르지만 딱히 별다른 의미는 그들에게 없으며
그저 이름 짓는 것이 귀찮다는 이유로 만마지옥의 앞머리를 따 만마동이라고 부를 뿐이다.
어찌 보면 이들이야 말로 만마지옥의 진정한 간수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적화 또한 이들의 일원이었다.
다만, 그녀는 만마동에서 살고 있었지만 정. 사. 마 연맹은 화혼마녀가 도망쳐 마옥에 잡아넣지 못 했다고 널리 소문을 퍼트렸다. 그것은 그들이 필요한 연구재료나 서적들, 그리고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알기 위함과 동시에 자신들 중 유일한 여인이었던 그녀를 보다 자유롭게 만들어주고 싶은 그들의 바람을 정. 사. 마 연맹이 어쩔수 없이 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괴물 같은 놈.."
"그러게나 말일세.."
"허허허, 적화가 좋은 아들을 뒀어.."
세 명의 노인들이 모인 앞에는 작은 공터가 있고 그곳에서 광권과 유백이 대치하고 있다.
상당한 시간이라도 흘렀는지 광권의 허리춤에나 간신히 도달하던 유백은 어느새 광권의 키를 넘어 광권의 눈을 마주볼 정도가 되었다.
광권의 주먹이 슬쩍 흔들린다. 그와 동시에 유백의 몸이 돌아가며 등을 보인다.
쿵!! 마치 공기 중에 포탄이라도 터진 듯한 굉음과 함께 광권의 신형이 밀려난다.
광권의 주먹을 몸을 돌려 피한 유백이 그 몸 그대로 회전을 이용해 뒤로 오른발을 차 올린 것이다.
"후발선착이라.. 거참 저놈의 애새끼는.."
앉아있던 쪼그마한 노인의 입에서 욕설이 터진다.
"그러고 보니 너도 밑천 다 털렸다며?"
"네놈도 마찬가지잖아!"
서로 투탁돼는 두 노인의 뒤에서 그야말로 신선 같은 외모의 노인이 입을 연다.
"그만 들 좀 하게! 안 보이지 않은가. 그리고 여기 열두 놈 중 밑천 안 털린 놈이 어디 있단 말인가."
"끙..."
키 작은 노인이 주저앉으며 신음을 흘린다.
"허참...고작 사년 만에 우리 열두 놈 밑천이 전부 털렸단 말이지..."
한숨을 쉬며 그 옆에 주저 않는 대머리 노인.
"요즘은 밑에 내려가 보기도 하는 모양이 더만."
어느새 다가온 뚱뚱한 노인이 입을 연다.
"밑에 ? 거기 살아있는 놈이 있었나? 그리고 좀 위험한 것 아니냐?"
작은 노인의 염려석인 말투에 뚱뚱한 노인이 기가 차다는 듯 혀를 찬다.
"쯧! 무력이라면 우리 중 가장 강한 광권, 광검, 광도가 사년 만에 밑천 털려서 몸으로 때우는 중인데 누가 저놈을 건드려? 그리고 밑에 한 서른 놈 쯤 살아있다."
"호오... 제법 많이 살아 있잖아? 그런데 그놈들한테 머 배울게 있다고 내려간데?"
"한 며칠 왔다 갔다 하더니 이젠 안 내려가..."
"적화도 저놈 대리고 있던 게 삼년뿐이 안 된다잖아."
"주어와도 꼭 제 닮은 것만 어디서 골라 주워왔대..."
"그러고 보니 광검이가 안보이던데?"
"저놈아 버르장머리 고쳐준다고 연공실 안에 처박혀 있다."
"끙, 자손심이 상했나 보구먼...그나저나 그 마저 빼앗기고 눈물 흘리는 거 아냐..?"
투덜거리는 말투와 다르게 노인들의 눈에는 뿌듯함이 담겨져 있다. 괴물 .천재. 그런 말들은 상관없다. 어찌되었던
유백은 자신들의 절기를 오롯이 이어 받은 그들 열두 명 아니 적화까지 열세명의 직전제자인 것이다.
문제가 되었던 유백의 무감정한 눈빛과 미소도 많이 누그러졌다.
비단을 찢는 듯한 소리와 함께 유백과 광권이 떨어져 나오고 슬쩍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유백이 광권에게 포권을 지어 보인다.
"감사합니다, 광권 스승님"
[괴물 같은 놈.. 오년에서 일 년을 줄인 것뿐이 아니라...사매, 굉장한 놈을 아들로 삼았구나.]
흐뭇한 내심을 뒤로 한 채 평소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광권이 입을 열었다.
"어쩔 거냐. 이제 세상으로 나갈 참이냐?"
잠시 놀란 표정으로 광권을 바라보던 유백이 미소를 띄우며 부정한다.
"아닙니다. 제 스스로 오년을 기약했고..스승님들의 배움을 제 것으로 완전히 소화할려면 앞으로 일 년 정도는 좀더 수련에 신경써야겠지요."
"알았다. 네놈 생각이 그러하다면 앞으로 일 년 더 네놈과 어울려 주마,"
"감사합니다."
콧방귀를 뀌며 몸을 돌리는 광권과 헤어져 집으로 들어와 몸을 씻고 운기 조식을 끝마친 유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세상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스승님들에게 배울 것은 아직 많아요...]
광권에게 했던 말 또한 진심이다. 스승들에게 배운 것을 제대로 써먹기 위해서는 스승들이 가진 경험과 지혜는 꼭 필요한 것이다. 반면 스스로도 세상에 나가고 싶고 어서 설영의 몸을 제 멋대로 하고 싶은 욕망 또한 강하다. 허나 자신과의 약속을 깨고 싶지도 않다. 어찌되었든 십팔 세에 동정졸업을 하기로 했으니.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있던 유백은 눈에 들어오는 장식장에 올려놓은 작은 탑을 바라보았다.
가만히 눈으로 탑의 층수를 세던 유백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굳이 하나만 정할 필요가 없잖아. 여기 들어온 지 오 년째가 되려면 앞으로 꼭 일 년이 필요해. 그래, 반년은 순수하게 수련에 힘쓰고 나머지 반년은 설영누님과 놀면서 배운 바를 하나로 묶는 수련을 하는 거야, 설영누님 몸을 이용해 기술도 수련도 병행하며.]
어차피 삽입과 사정만 안하면 된다. 무공수련과 병행하여 자신의 욕망과 꿈을 이루기 위해 설영의 몸을 이용해 기술을 다듬어 자신의 노예로 만들고 자신의 하산 날 설영의 처녀 개통식과 자신의 동정 졸업식을 가지면 된다.
[그리고 다음날 문신을 새겨 두는 거야. 특수한 염료로 만들어서 특별한 불빛에만 보이게끔.]
씨익.
유백이 고개를 끄덕인 며 외친다. 그리고 그 얼굴엔 즐거운 미소가 유백의 얼굴에 피어났다
"좋아, 계획대로 진행한다."
[반년만 더 기다려, 설영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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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음 편을 마지막으로 마녀의 제자편이 끝나는군요...후아~
문제는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의 똘똘이가 과연 커지는가...
솔직히 자신 없습니다...끄응...뭐 이제 처음 글을 올리는 삼류는커녕
오류도 안 되는 초보 글장이이니까 너그러이 봐주십쇼.
-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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