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애루주34-다시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유백이 암자의 문 앞에서 작게 말하자 안에서는 노인치고는 깨끗하고 맑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들어오시게나."
유백이 방에 들어서자 문 앞에서 느꼈던 것처럼 두 명의 노인이 자리를 잡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러나
어쩌지 기묘한 한 쌍이다, 한명은 가사를 입은 불가의 노인 그리고 반대편에 자리 잡은 채 차를 마시는 노인의 차람이 도복을 입은 것이 도가의 노인이다. 그런 그들을 일변하며 비어있는 자리에 앉아 입을 여는 유백.
"저를 보고 싶으셨다지요? 제가 적자 화자를 쓰시는 어머니의 양아들이며 제자인 유백입니다."
"만나서 반갑네. 승허라고 하네, 정말 잘 생긴 소협 이었구먼."
눈썹이 허옇게 샌 스님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만 반대편에 자리 잡은 도가의 노인은 그저 입을 다물고
유백을 노려본다. 잠시 눈싸움을 벌이던 노인과 유백의 싸움은 유백이 고개를 돌리면서 끝났다.
굳이 자신보다 약한 자와 눈싸움을 벌일 필요는 없다.
"제가 오는 것을 어떻게 알고 계셨나 봅니다?"
유백의 물음에 승허가 작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린나이에 출가하여 한 평생을 불가에서 살아왔다네. 그러다 보니 몇 가지 작은 재주가 생기더군. 대자0대비한 부처님께서는 이 땡중에게도 그 손길을 거두지 않으시는구먼. 허허허"
승허에게서 일어나는 부드럽고 편한 분위기와 듣기 좋은 웃음소리는 그것만으로도 주위를 따뜻하게 만든다. 마치손자의 옹알거림을 끝없이 받아주는 할아버지 같은 느낌, 어머니에게 혼나고 달려가 안긴 할아버지의 품자락 같은푸근한 공기.
[과연 어머니도 이런 분위기를 가진 노스님에게는 화내기 어려웠겠어.]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이라면 아마 이런 공기에서는 울어버릴 지도 모르겠다. 의문도 풀렸고 볼일도 끝났다.
승허에게 얼굴 한번만 비추라는 어머니의 약속을 지켰으니 괜스레 여기서 시간 죽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런 생각에 유백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려 하자 승허가 웃으며 손짓한다.
"무에 그리 바쁜가? 먼 걸음 했을 텐데 차 한잔 마시며 이야기 좀 나눔세."
그렇게 말하며 차를 따르는 승허를 잠시 바라보던 유백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승허의 몸에 떠도는 부드러운 공기가 유백으로 하여금 거절하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래..그분들은 잘 계신가?"
"스승님들을 말씀 하시는 거라면... 뭐, 너무 정정해서 탈이십니다. 워낙에 좋은 곳에 계셔서 말입니다."
그 부드러운 공기가 조금은 유백의 마음을 느슨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예의라는 가면을 벗고 어쩐지 할아비에게 칭얼대는 손자 마냥 뚱하게 비꼬는 유백의 말에 승허는 쓰게 웃는다. 처음부터 무림맹의 욕심으로 일어난 싸움. 결국 정.사.마가 연합하게 되었으나 그 피해는 너무나 컸다. 더군다나 실질 승리자는 십칠광천마들, 그러나 싸움에 진 정.사.마는 세상에 큰소리치고 싸움에 이긴 십칠광천마들은 만마동으로 들어갔다. 비록 만마동이 무릉도원처럼꾸며져 있다고는 하나 결국은 한정된 자유. 그 당사자 중 하나이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침묵하는 자신을 질책하는 것이다.
"예의가 없구나. 네놈 스승들이 그리 가르치더냐?"
갑작스럽게 도인이 입을 열자 유백이 고개를 돌린다.
"스승님들을 아십니까?"
"흥, 그게 무에 중요 하더냐, 네놈 버르장머리가 없는 것이 더 중요하지,"
도인이 콧방귀를 뀌며 자신을 탓하자 유백은 난처한 미소와 함께 손가락으로 볼을 긁었다.
"그래서 네놈은 무엇을 할 생각이냐."
"그것을 알아서 어쩌시렵니까?"
유백의 대꾸에 도인이 화를 내며 외친다.
"이놈. 어미에게 어떻게 배웠기에 존장의 말에 꼬박꼬박 말대꾸 하느냐!!"
유백은 그런 도인을 뚱하게 바라보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도인은 불 같이 화를 내며 외친다.
"과연 마두들의 제자이며. 마녀의 아들이로다. 존장의 말에 대답조차 않는다니 이런 버르장머리가 어디 있더냐."
도인의 외침에 유백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어르신...연기는 적당히 하고 앉으시지요. 저를 도발 하셔서 무엇을 원하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다른 이들도 아니고 천일만마전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아시는 분들이 한번만 더 스승님들과 어머니를 마두라고 부른다면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이런 건방진...."
유백의 말에 도인이 수염을 부르르 떨며 유백에게 손가락질 하던 도인이 손을 들어 출수를 준비하며 크게 외친다.
"역시 마두들의 제자 놈이라 말로 해서는 안 되는구나!! 내 이 자리에서 네놈의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고쳐주마!"
노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백의 얼음장 같은 살기가 암자를 뒤덮는다. 그 살기에 도인의 움직임이 멈춘다.
"말 했을 텐데? 다시 한 번 그 입으로 스승님들을 마두라고 부른다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자리에 앉은 채 삐딱하게 도인을 바라보는 유백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유백은 굳어진 도인과 승허를 일견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을 뻗어 허리춤에 달린 도를 잡는다.
"노인장이 도대체 무엇을 원하고 나를 도발했는지는 이제는 관심 없어, 노인장도 스스로의 무공에 자신이 있는 모양이니 내 경고를 무시 했겠지. 나는 경고 했고, 노인장은 선택했지, 잘가 노인장."
그대로 도를 휘두르는 유백.
카랑! 어느새 승허가 불장을 들어 유백의 도를 막아냈다. 유백의 눈에 조금은 놀란 빛이 스쳐지나간다. 비록 온 힘을 다하지는 않았지만 스승님들을 제외 하고도 자신이 발하는 살기속에서 움직이며 자신의 도를 막을 수 있는 자가 있다니...그러나 승허의 얼굴을 보며 유백은 피식 웃는다.
승허선사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닌가. 자네는 고작 이런 일로 살인을 저지를 셈인가?"
"승허선사님.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경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쪽 노인은 선택을 했지요. 별로 살인을 즐기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만... 아직까지 입 밖으로 꺼낸 말을 지키지 않은 적 없는 저입니다. 그러니 이번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꾸욱!
유백이 쥐고 있는 도에 힘을 주자 승허선사의 무릎이 꺽인다. 그러자 도인이 나서며 입을 연다.
"자네가 죽여야 할 것은 나이지 않나. 승허를 괴롭히는 것은 그만두고 나를 베게나."
아까와는 다른 말투와 얼굴에 유백의 눈썹이 찌푸려진다. 잠시 무표정한 얼굴로 도인을 바라보던 유백은 도를 집어넣으며 자리에 앉는다.
"이로서 처음으로 제가 제 입으로 한말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군요. 후우... 좀 짜증나니 어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그런 유백의 모습에 도인과 승허선사는 서로를 쳐다보다가 슬그머니 자리에 앉으며 승허선사가 유백에게 입을 열며 분위기를 바꾸고자 새로이 차를 따라 유백의 앞에 건넨다.
"다시 한 번 소개하지. 승허일세."
"노도라고 부르게나."
"유백 입니다."
스스로를 늙은 도인이라고 소개하는 도인의 말에 유백이 도인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까와는 달리 맑고 깊은 눈빛, 어중간한 수련을 쌓은 자는 아닌 듯하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나 짐작대로 자신을 도발해온 것이다. 자신의 힘을 가늠해 보고 싶었던 것일까.?
"나 또한 백삼십 평생을 무공을 수련해 온 몸일세..그런대 이제 약관도안?자네의 힘이 나를 뛰어넘는군, 아마 무현이라도 자네를 막을 수 없겠지. 앞으로 몇년만 더 지나면 천하에 자네를 어쩔 수 있는 자 하나도 많을 걸세, 묻고 싶네, 그 힘으로 무엇을 할 생각인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나지막한 불호와 함께 승허가 입을 연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밖에서 광혜스님과 나눈 이야기를 못 들었다고 하시지는 않겠지요?"
"...."
침묵하는 두 노인에게 유백이 밝게 웃으며 입을 연다.
"모르신다면 제 입으로 밝히지요. 제 꿈은 매력적이고 색기넘치며 아름다운 여인들을 제 노예로 만들어 그런 노예들을 대리고 화려하고 신비한 기루를 만들어 뭇 남성들의 말 못할 은밀한 욕구를 풀어주며 돈을 받아 부자가 되는 것입니다. 나름 계획도 잡아 놓았고 기루를 만들 터도 생각해 놓은 게 있습니다. 이제 기루를 짓기 위한 자금과 노예만 모으면 되는군요."
"크흠..."
"...."
눈을 감으며 침중하게 신음을 내 뱉는 두 노인, 노도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노인이 목이 타는지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인 후 입을 연다.
"그것은 협도 아니며 정의는 더더욱 아니라네."
노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승허, 그러나 유백은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협? 정의?"
그런 유백에게 승허는 나지막한 불호를 외며 철없는 어린 손주를 달래는 노인마냥 부드러운 목소리로 유백을 타이른다.
"무릇... 무인이라 함은 정(正)을 가슴에 품고 그 힘으로 협을 행하며 악을 멀리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승허의 말이 옳다. 자네의 힘은 그런 작은 일에 쓰기에는 너무나 크지 않은가. 큰 힘을 지녔다면 그 힘에 걸맞은 의무가 지어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 더군다나 자네의 꿈은 외도라네. 그런 외도에서 벗어나 바른길로 가야함이 옳지 않겠는가."
노도가 승허의 말을 거들며 유백을 꾸짖는다. 그러나 유백은 웃는 낯을 바꾸지 않는다.
"제 힘은 어디까지나 제 꿈을 이루고자 제 노력으로 쌓아올린 것입니다. 제 힘을 가지고 타인이 왈가불가 할 문제는 아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제 꿈이 외도라 하셨는데 세상천지에 얼마나 많은 기루가 있는지 아십니까? 아니 기루뿐만이 아니군요. 작은 객잔에서도 몸을 파는 여인도 있으니... 그들 전부를 외도라 칭하시겠습니까?"
"그들에게는 힘이 없지 않은가...하지만 자네의 힘은 그리 작은 것이 아닐세, 그러니 세상을 위해 그 힘을 쓰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저에게 무림맹으로 들어오라는 말씀이십니까?"
노도의 말에 눈을 빛내며 되묻는 유백에게 승허가 고개를 젓는다.
"그것이 아닐세... 우리는 그저 자네가 그 힘으로 협을 행하고 사를 멀리하며 마를 누르고 악을 처단하는 그런 협객이 되어 주었으면 할 뿐일세."
"그 말이 그 말 아닙니까."
"올바른 길을 가는 것은 사람으로서 당연한 도리가 아니겠는가."
노도의 말에 유백은 차를 마셔 목을 축인 후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무엇이 옳은 길입니까?"
"승허가 말하지 않았는가. 협을 행하고 사를 멀리하며 마를 누르고 악을 처단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무인의 옳은 길이 아니겠는가."
"협은 무엇입니까."
"불의의 강자를 누르고 정의의 약자를 도우려 하는 의로운 마음 아니겠는가."
승허의 말에 유백은 자세를 똑바로 하며 승허와 도인을 바라본다.
"그러면 묻겠습니다. 저의 스승님들, 아시다시피 세상에 천하에 다시없는 마두들로 알려져 있으십니다. 스승님들은 정녕 악입니까?"
"..."
유백의 질문에 승허와 노도가 입을 다문다. 그들은 악일수 없다. 그저 세력을 가지거나 세력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던 강자들이였을 뿐. 오히려 그들은 피해자다. 그리고 가해자였던 정.사.마 연맹은 세상을 떵떵거리며 호령하나 피해자인 그들은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만마동에서 살아간다. 천하에 다시없는 마두라는 오명과 함께.
"대답 못하시는군요. 그럼 질문을 바꾸지요. 며칠을 아무것도 먹지 못해 굶어 죽기 직전인 아이가 만두하나를 훔치다 걸렸습니다. 그러자 만두가게 주인은 아이의 손버릇을 고치겠다며 매를 때렸고. 며칠을 굶어 쇠약해져 있던 아이는 매를 견디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누가 악이며 누가 선입니까. 너무나 배가고파 먹을 것을 도둑질한 아이? 아니면 아이의 몸 상태를 몰랐던 가정을 지기키 위해 작은 노점상에서
만두를 만들어 팔던 만두가게 주인?"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문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두 노인에게 유백의 말이 이어진다.
"한 무인이 시장 통에서 상인을 등쳐먹고 살던 건달을 베었습니다. 그러자 상인들은 그 무인을 협객이라며 치켜 새웠습니다. 그러나 죽은 청년에게는 몸을 가누지 못하는 늙은 노모가 있었고 가진 것과 배운 것이 없이 그저 덩치만 조금 컸던 이 청년은 노모를 위해 건달패에 들어갔을 뿐입니다. 당연히 청년이 죽자 늙은 노모 역시 굶어 죽었습니다. 이것도 협입니까?"
조용한 작은 암자 안에는 점차 가라앉는 유백의 목소리만 들린다.
"한 상인의 아내가 있었습니다. 현숙하고 정숙하며 아름답기로 유명했습니다. 또한 아랫사람들에게도 잘 대해주며제물을 베풀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데도 열심이었던 여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 도시에서는 그녀의 명성이 자자했으며 다들 그녀를 추켜세우기 바빴습니다. 다만 흠 없는 사람이 없듯이 이 여인에게도 차마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작은 비밀이 있었는데 그것은 여인의 성적 취향 이였습니다. 어린 미동들을 사들여 밤마다 채찍으로 때리며 자신의 음부를 개처럼 핥게 만들거나 자신의 대소변을 받아 마시게 했지요. 때로는 그녀의 음부에 파묻혀 질식해 죽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어쩔 땐 화풀이 대상으로 삼아 미동들의 몸을 인두로 지지고 칼로 난도질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사실은 까맣게 모르는 여인의 아랫사람 중 하나가 어느 날 자신의 아이를 데려와 여인에게 소개 시켜 주었지요. 그녀의 아랫사람이 데려온 아이는 천하에 다시없을 미동이였습니다. 상인의 여인은 이 미동을 보고는 한눈에 사랑에 빠졌지만 차마 자신의 아랫사람의 자식을 어쩔 수는 없었습니다. 그저 밤마다 달아오른 몸을 다른 미동들을 괴롭히며 풀었지요. 그러나 미동을 잊을 수 없었던 여인은 결국 음모를 꾸며 아랫사람과 그 남편을 죽이고 고아가 된 아랫사람의 아이를 돌봐준다는 명목 하에 합법적으로 아이를 차지 할 수 있었습니다. 여인은 항상 아이를 대동하고 다녔습니다. 덕분에 아이는 날마다 밤이나 낮이나 어디서든 여인의 음부에 혀를 기어야 했고
채찍에 맞으며 대소변을 받아야 마셔야 했습니다. 때로는 화풀이 대상도 되었지요. 그렇게 삼년이 지난 어느 날 새로운 여인이 나타나 아이를 납치했습니다. 그 여인은 선녀라고 칭송 받던 상인의 아내와 달리 세간에 천하에 다시없는 음탕한 악녀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그러나 우습게도 아이는 그 천하에 둘도 없다는 악녀로 인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요. 이 악녀는 아이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아들겸 제자삼아 금이야 옥이야 키우며 자신의 모든 것을 아이에게 넘겨줍니다. 그러나 그렇게 아이를 잃어버린 상인의 아내는 결국 사람을 풀어 아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로인해 아이를 짐키고 싶었던 악녀의 손에 죽었지요. 그런대 여기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여인이 죽자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습니다. 바로 여인이 돌보던 어려운 사람들 이었습니다. 그녀가 돌보던 사람들은 정말이지 많았고 대부분 병들거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대부분 이였기에 여인의 도움이 없어지자 굶어 죽은 것입니다. 또 그녀가 그야말로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었던 사람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빚쟁이들에게 재산을 빼앗기고 길바닥에 나 앉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남편이 운영하던 기루에서는 그녀의 인정으로 인해 나이가 들어서도 기루에서 살아갈 수 있었던 나이 많은 창부들 또한 기루에서 쫓겨나 길바닥을 전전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그런 성적 취향과 달리 세간에 은혜를 베푸는 것에는 정말로 진심이었던 것이죠.
바른길을 알고 있다는 두 분께 묻고 싶군요. 누가 악이며 누가 선이며 무엇이 협이고 무엇이 마입니까?
"나무아미타불..."
"...."
잠시 침묵을 지키던 노도는 유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마지막 이야기는...아마 자네 이야기겠지... 그래서..여인들에게 복수라도 하고 싶은 것인가? 그래서 그런 꿈을 꾸는가?"
노도의 질문에 유백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부정한다.
"아니오, 복수 할 생각은 없습니다. 누구에게 복수해야 하지요? 상인의 아내는 이미 죽었습니다. 다른 여인들에게 그 분풀이를 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그저.. 아이는 그 지옥 같은 생활에서도 한 가지 재미나 다고 생각했던 것 때문입니다."
"아미타불...그것이 무엇인가."
"아이의 혀놀림에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는 여인의 모습이 제법 괜찮았거든요."
"...아미타불..."
얼굴 한가득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하는 유백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승허는 결국 고개를 떨어뜨리며 불호를 왼다.
"그렇다면 기루를 만들지는 않아도 되지 않겠는가."
"저는 기루의 여인들이 좋습니다."
"어째서? 기녀는 더러운 여자일세. 아무에게나 몸을 팔아 먹고사는 천하디 천한 직업을 지닌 여인들이란 말일세. 다른 여인들을 그런 몸으로 만든다는 게 복수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노도의 고성에 유백의 눈썹이 조금 찌푸려지고 입가에는 차가운 미소가 어린다.
"여인의 남편은 기루도 운영하고 있었고 소년은 여인의 남편이 오면 기루에 맡겨질 때가 많았죠. 그 외에 수금 등 일로 인해 여인의 곁에서 기루에 갈 때 가 많았습니다. 기녀들은 루주의 부인이 가진 성벽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소년이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는지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녀들은 언제나 소년을 반겨주며 가여워 해 주었죠. 손님상에 올렸던 과일이나 밤. 잣. 당과를 몰래 숨겨 놓았다 소년이 오면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그거 아십니까? 그녀들이 그런 짓을 하다 걸리면 크게 매를 맞습니다. 그럼에도 기녀들은 소년을 위해 음식을 감췄어. 소년이 그녀들 보다 잘 먹는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소년의 몸에 난 상처에 그녀들도 아까워 쓰지 못하는 비싼 약을 발라주었고. 우는 소년을 가슴에 품고 함께 잠을 자 주었지. 그리고 자신들이 알고 있는 바를 전부 소년에게 가르쳐 주었어. 평생 남자에게 몸을 팔며 익힌 경험과 지혜들, 어떻게 하면 적게 맞을 수 있는지. 웃어야 한때.
울어야 한때를 구분하는 법, 여자를 기쁘게 만드는 방법. 적당하게 멍청하게 구는 방법. 외모를 이용하는 방법, 상대의 눈치를 보는 법. 소년이 제대로 주인여자를 기쁘게 하지 못해 맞았을 때는 소년을 위해 지친 몸을 이끌고 소년의 연습상대도 되어 주었지. 그거 아나? 그녀들은 쾌감을 제대로 즐기지 못해. 그녀들은 대부분 어렸을 때부터 몸을 팔아왔으니까. 그럼에도 소년을 위해 옷을 벗었어. 걸리면 주인여자에게 매를 맞고 쫓겨날지도 모르는데.
그녀들은 그것을 감수하고 소년을 위해 연습상대가 되어 주었지. 그런 그녀들이 천하다고? 웃기지마. 만인들의 칭송을 받던 여주인은 소년을 지옥에 떨어트렸지만 돈을 받고 웃음과 몸을 팔며 세인들의 손가락질을 받던 그녀들은 나를 살렸어. 그 지옥에서 나를 꺼내준 양 어머니도 기녀 출신 이였지. 고환을 짓밟히고 피 오줌을 흘리면서도 여주인 옆에서 웃고 있던 나를 납치해서 치료해주고 살려주었어.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생명까지 줄여가면서 나를 환골탈태 시켜 고자가 되는 것을 면하게 해주었지. 천하에서 가장 음탕하다고 소문난 화혼마녀가 내 생명의 은인이며 두 번째 어머니야. 기녀와 창부야 말로 가장 착하고 아름다웠던 여인들이야. 두번다시 내 앞에서 그녀들을 더럽다고 말하지 마."
감정이 격양된 듯 어느새 바뀐 어투와 차갑게 내려앉은 목소리로 말하는 유백에게 노도와 승허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고개를 흔든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흥분을 가라앉힌 유백의 모습에 승허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기루를 만들려는 겐가? 자네가 말하는 착하고 아름다운 여인들을 가지기 위해서?"
잠시나마 격양 되었던 자신이 부끄러운지 유백은 찻잔을 들어 얼굴을 가린다.
"그렇습니다. 기녀들은 착하고 아름다운 여인들입니다. 난 그런 여인들과 지내고 싶습니다."
"그것은 잘못된 사랑일지도 모르네."
"선사께서는 사랑을 아십니까?"
유백의 질문에 승허는 입을 다물었다. 평생을 소림에서 지낸 그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 일 것이다.
"고작 그런 일을 하고 싶어서 그런 힘을 손에 넣은 것인가. 그렇다면 너무 과하지 않다고 생각지 않은가?"
노도의 물음에 유백이 빙긋 웃으며 대답한다.
"처음엔 이정도의 힘을 원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저...노예들을 지키고 기루에서 난동 피우는 무뢰배나 무인들을 쫓아 낼 수 있는 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왕 배운바 그리고 스승님들의 겪으신 일을 들으니 힘이란 많으면 많을수록 귀찮은 일을 피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무공 수련도 제법 재미있었습니다. 아마 제 꿈이 아니었더라면 평생 무의 끝을 쫓으며 만마동에서 나오지 않고 무공수련이나 하면서 지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무릇 힘이라는 것은 올바른 곳에 써야 함이..."
"아,아 이제 그만 하십시오. 노도 어르신. 전 제가 하고 싶은 일만 합니다. 딱히 세상을 호령한다거나 무림일통이라거나 할 생각 따윈 조금도 없습니다. 그런 귀찮고 재미없는 일을 하느니 여인들 엉덩이나 한번 더 주무르는 게 좋습니다. 스승님들이 세상에 당신들의 한을 풀어달라고 부탁해 오신 것도 아니고요. 오히려 광법 스승님은 제 꿈을 이루는데 만 힘을 썼으면 한다며 당부하셨지요."
"광법...? 혹 그분의 이름이 이 자 운 자 학자를 쓰시는 분 아니더냐?"
"스승님을 아십니까?"
그러나 노도는 유백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며 한숨과 함께 혼잣말을 내뱉는다.
"그렇군...그곳에 계셨던가...오죽 바람과 같은 분이셨으니...아직 등선하지 않으셨나... 그분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겠지...그럼에도 그런 말씀을 하셨다면...그분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란 말인가...하기사 그분이라고 어찌 하늘의 뜻을 거스를 수 있겠는가..."
노도의 혼잣말에 유백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무엇인가 아시는 바라도 있으십니까? 어쩐지 광법스승님께서 하신 말씀과 비슷하군요."
유백의 질문에 노도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미안하게 되었네. 그분께서 자네에게 별다른 언질을 주지 않으셨다면 나로서도 말할 것이 없네. 그분조차 언질을 주지 않으셨다면 그분의 발끝 치에도 다다르지 못하는 내 미약한 재주로 어찌 입을 열겠는가. 다만 이 노도도 자네스승님과 깊은 인연이 있다네, 인연을 이용해 자네에게 당부하나만 해도 되겠는가? 부디 세상을 미워하지는 말아 주게나."
"아미타불, 이 늙은 중도 소협에게 부탁하겠네. 자네 마음가는 데로 행 하되...분노로 움직이지는 말아주게나.."
밑도 끝도 없는 두 노인의 말에 유백의 눈초리가 가늘어진다. 그러고 보니 광법스승도 두 노인과 비슷한 말을 했었다. 도대체...이들이 원하는것이 무엇이며 또 광법과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알 수가 없군...어차피 물어봐도 대답해 줄 것 같지도 않고...점이라도 쳐보고 싶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천기를 읽을 수 없으니.. 나이가 적어서 그런 걸까...?]
잠시 상념에 빠져있던 유백은 고개를 저으며 찻잔을 들어 타는 갈증을 해소한다.
[차차 알게 되겠지. 광법 스승님도 하늘의 뜻을 아는 것은 매우 위험한일이라 하셨으니,]
"두 분 말씀을 들어보니 무림맹에 들어오라는 말씀은 아닌 것 같고 시간도 지체 되었으니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노도 어르신 말씀과 달리 전 세상을 미워하기는커녕 좋아 합니다. 아름다운 여인들이 얼마나 많은데 미워하겠습니까. 그리고 승허선사께서도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광법 스승님에게 가장 많이 배운 것이 바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이였으니까요. 뭐, 방금 전 모습을 보신다면 두드려 패실려고 하시겠지만...."
찻잔을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유백의 모습에 두 노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시게, 바쁜 사람 잡아놓고 늙은이들이 말이 길었군."
"아미타불... 배웅하지는 못하겠구먼...늙으면 게을러진다고 하던데 그 말이 정말인가보네. 부디..원하시는 바만 이루시게."
문고리를 잡고 잠시 노인들을 바라보던 유백은 꾸벅 고개를 숙이며 방문을 빠져 나갔다.
"아미타불...어쩔 것 같은가.."
"모르지... 그분도 모른다면 내가 어찌 알겠는가...그저.. 화가 아닌 복이기를 빌어야지.."
"그렇군...다행이 최소한의 예의는 아는 것 같으니...
승허의 말을 끝으로 작은 암자 안에는 침묵이 감돈다. 암자 밖 새소리만이 조용이 울려 퍼지며 적막을 치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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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유백이 날 때부터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며 "난 기루를 차릴 거야!" 이럴 줄 알았습니까?
그나저나 벌써 몇 편째 야한장면이 안 나오는군요.
-퍽! 쓰라는 야설은 안 쓰고!!!-
(미친다람쥐.)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유백이 암자의 문 앞에서 작게 말하자 안에서는 노인치고는 깨끗하고 맑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들어오시게나."
유백이 방에 들어서자 문 앞에서 느꼈던 것처럼 두 명의 노인이 자리를 잡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러나
어쩌지 기묘한 한 쌍이다, 한명은 가사를 입은 불가의 노인 그리고 반대편에 자리 잡은 채 차를 마시는 노인의 차람이 도복을 입은 것이 도가의 노인이다. 그런 그들을 일변하며 비어있는 자리에 앉아 입을 여는 유백.
"저를 보고 싶으셨다지요? 제가 적자 화자를 쓰시는 어머니의 양아들이며 제자인 유백입니다."
"만나서 반갑네. 승허라고 하네, 정말 잘 생긴 소협 이었구먼."
눈썹이 허옇게 샌 스님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만 반대편에 자리 잡은 도가의 노인은 그저 입을 다물고
유백을 노려본다. 잠시 눈싸움을 벌이던 노인과 유백의 싸움은 유백이 고개를 돌리면서 끝났다.
굳이 자신보다 약한 자와 눈싸움을 벌일 필요는 없다.
"제가 오는 것을 어떻게 알고 계셨나 봅니다?"
유백의 물음에 승허가 작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린나이에 출가하여 한 평생을 불가에서 살아왔다네. 그러다 보니 몇 가지 작은 재주가 생기더군. 대자0대비한 부처님께서는 이 땡중에게도 그 손길을 거두지 않으시는구먼. 허허허"
승허에게서 일어나는 부드럽고 편한 분위기와 듣기 좋은 웃음소리는 그것만으로도 주위를 따뜻하게 만든다. 마치손자의 옹알거림을 끝없이 받아주는 할아버지 같은 느낌, 어머니에게 혼나고 달려가 안긴 할아버지의 품자락 같은푸근한 공기.
[과연 어머니도 이런 분위기를 가진 노스님에게는 화내기 어려웠겠어.]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이라면 아마 이런 공기에서는 울어버릴 지도 모르겠다. 의문도 풀렸고 볼일도 끝났다.
승허에게 얼굴 한번만 비추라는 어머니의 약속을 지켰으니 괜스레 여기서 시간 죽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런 생각에 유백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려 하자 승허가 웃으며 손짓한다.
"무에 그리 바쁜가? 먼 걸음 했을 텐데 차 한잔 마시며 이야기 좀 나눔세."
그렇게 말하며 차를 따르는 승허를 잠시 바라보던 유백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승허의 몸에 떠도는 부드러운 공기가 유백으로 하여금 거절하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래..그분들은 잘 계신가?"
"스승님들을 말씀 하시는 거라면... 뭐, 너무 정정해서 탈이십니다. 워낙에 좋은 곳에 계셔서 말입니다."
그 부드러운 공기가 조금은 유백의 마음을 느슨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예의라는 가면을 벗고 어쩐지 할아비에게 칭얼대는 손자 마냥 뚱하게 비꼬는 유백의 말에 승허는 쓰게 웃는다. 처음부터 무림맹의 욕심으로 일어난 싸움. 결국 정.사.마가 연합하게 되었으나 그 피해는 너무나 컸다. 더군다나 실질 승리자는 십칠광천마들, 그러나 싸움에 진 정.사.마는 세상에 큰소리치고 싸움에 이긴 십칠광천마들은 만마동으로 들어갔다. 비록 만마동이 무릉도원처럼꾸며져 있다고는 하나 결국은 한정된 자유. 그 당사자 중 하나이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침묵하는 자신을 질책하는 것이다.
"예의가 없구나. 네놈 스승들이 그리 가르치더냐?"
갑작스럽게 도인이 입을 열자 유백이 고개를 돌린다.
"스승님들을 아십니까?"
"흥, 그게 무에 중요 하더냐, 네놈 버르장머리가 없는 것이 더 중요하지,"
도인이 콧방귀를 뀌며 자신을 탓하자 유백은 난처한 미소와 함께 손가락으로 볼을 긁었다.
"그래서 네놈은 무엇을 할 생각이냐."
"그것을 알아서 어쩌시렵니까?"
유백의 대꾸에 도인이 화를 내며 외친다.
"이놈. 어미에게 어떻게 배웠기에 존장의 말에 꼬박꼬박 말대꾸 하느냐!!"
유백은 그런 도인을 뚱하게 바라보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도인은 불 같이 화를 내며 외친다.
"과연 마두들의 제자이며. 마녀의 아들이로다. 존장의 말에 대답조차 않는다니 이런 버르장머리가 어디 있더냐."
도인의 외침에 유백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어르신...연기는 적당히 하고 앉으시지요. 저를 도발 하셔서 무엇을 원하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다른 이들도 아니고 천일만마전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아시는 분들이 한번만 더 스승님들과 어머니를 마두라고 부른다면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이런 건방진...."
유백의 말에 도인이 수염을 부르르 떨며 유백에게 손가락질 하던 도인이 손을 들어 출수를 준비하며 크게 외친다.
"역시 마두들의 제자 놈이라 말로 해서는 안 되는구나!! 내 이 자리에서 네놈의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고쳐주마!"
노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백의 얼음장 같은 살기가 암자를 뒤덮는다. 그 살기에 도인의 움직임이 멈춘다.
"말 했을 텐데? 다시 한 번 그 입으로 스승님들을 마두라고 부른다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자리에 앉은 채 삐딱하게 도인을 바라보는 유백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유백은 굳어진 도인과 승허를 일견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을 뻗어 허리춤에 달린 도를 잡는다.
"노인장이 도대체 무엇을 원하고 나를 도발했는지는 이제는 관심 없어, 노인장도 스스로의 무공에 자신이 있는 모양이니 내 경고를 무시 했겠지. 나는 경고 했고, 노인장은 선택했지, 잘가 노인장."
그대로 도를 휘두르는 유백.
카랑! 어느새 승허가 불장을 들어 유백의 도를 막아냈다. 유백의 눈에 조금은 놀란 빛이 스쳐지나간다. 비록 온 힘을 다하지는 않았지만 스승님들을 제외 하고도 자신이 발하는 살기속에서 움직이며 자신의 도를 막을 수 있는 자가 있다니...그러나 승허의 얼굴을 보며 유백은 피식 웃는다.
승허선사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닌가. 자네는 고작 이런 일로 살인을 저지를 셈인가?"
"승허선사님.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경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쪽 노인은 선택을 했지요. 별로 살인을 즐기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만... 아직까지 입 밖으로 꺼낸 말을 지키지 않은 적 없는 저입니다. 그러니 이번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꾸욱!
유백이 쥐고 있는 도에 힘을 주자 승허선사의 무릎이 꺽인다. 그러자 도인이 나서며 입을 연다.
"자네가 죽여야 할 것은 나이지 않나. 승허를 괴롭히는 것은 그만두고 나를 베게나."
아까와는 다른 말투와 얼굴에 유백의 눈썹이 찌푸려진다. 잠시 무표정한 얼굴로 도인을 바라보던 유백은 도를 집어넣으며 자리에 앉는다.
"이로서 처음으로 제가 제 입으로 한말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군요. 후우... 좀 짜증나니 어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그런 유백의 모습에 도인과 승허선사는 서로를 쳐다보다가 슬그머니 자리에 앉으며 승허선사가 유백에게 입을 열며 분위기를 바꾸고자 새로이 차를 따라 유백의 앞에 건넨다.
"다시 한 번 소개하지. 승허일세."
"노도라고 부르게나."
"유백 입니다."
스스로를 늙은 도인이라고 소개하는 도인의 말에 유백이 도인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까와는 달리 맑고 깊은 눈빛, 어중간한 수련을 쌓은 자는 아닌 듯하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나 짐작대로 자신을 도발해온 것이다. 자신의 힘을 가늠해 보고 싶었던 것일까.?
"나 또한 백삼십 평생을 무공을 수련해 온 몸일세..그런대 이제 약관도안?자네의 힘이 나를 뛰어넘는군, 아마 무현이라도 자네를 막을 수 없겠지. 앞으로 몇년만 더 지나면 천하에 자네를 어쩔 수 있는 자 하나도 많을 걸세, 묻고 싶네, 그 힘으로 무엇을 할 생각인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나지막한 불호와 함께 승허가 입을 연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밖에서 광혜스님과 나눈 이야기를 못 들었다고 하시지는 않겠지요?"
"...."
침묵하는 두 노인에게 유백이 밝게 웃으며 입을 연다.
"모르신다면 제 입으로 밝히지요. 제 꿈은 매력적이고 색기넘치며 아름다운 여인들을 제 노예로 만들어 그런 노예들을 대리고 화려하고 신비한 기루를 만들어 뭇 남성들의 말 못할 은밀한 욕구를 풀어주며 돈을 받아 부자가 되는 것입니다. 나름 계획도 잡아 놓았고 기루를 만들 터도 생각해 놓은 게 있습니다. 이제 기루를 짓기 위한 자금과 노예만 모으면 되는군요."
"크흠..."
"...."
눈을 감으며 침중하게 신음을 내 뱉는 두 노인, 노도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노인이 목이 타는지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인 후 입을 연다.
"그것은 협도 아니며 정의는 더더욱 아니라네."
노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승허, 그러나 유백은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협? 정의?"
그런 유백에게 승허는 나지막한 불호를 외며 철없는 어린 손주를 달래는 노인마냥 부드러운 목소리로 유백을 타이른다.
"무릇... 무인이라 함은 정(正)을 가슴에 품고 그 힘으로 협을 행하며 악을 멀리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승허의 말이 옳다. 자네의 힘은 그런 작은 일에 쓰기에는 너무나 크지 않은가. 큰 힘을 지녔다면 그 힘에 걸맞은 의무가 지어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 더군다나 자네의 꿈은 외도라네. 그런 외도에서 벗어나 바른길로 가야함이 옳지 않겠는가."
노도가 승허의 말을 거들며 유백을 꾸짖는다. 그러나 유백은 웃는 낯을 바꾸지 않는다.
"제 힘은 어디까지나 제 꿈을 이루고자 제 노력으로 쌓아올린 것입니다. 제 힘을 가지고 타인이 왈가불가 할 문제는 아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제 꿈이 외도라 하셨는데 세상천지에 얼마나 많은 기루가 있는지 아십니까? 아니 기루뿐만이 아니군요. 작은 객잔에서도 몸을 파는 여인도 있으니... 그들 전부를 외도라 칭하시겠습니까?"
"그들에게는 힘이 없지 않은가...하지만 자네의 힘은 그리 작은 것이 아닐세, 그러니 세상을 위해 그 힘을 쓰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저에게 무림맹으로 들어오라는 말씀이십니까?"
노도의 말에 눈을 빛내며 되묻는 유백에게 승허가 고개를 젓는다.
"그것이 아닐세... 우리는 그저 자네가 그 힘으로 협을 행하고 사를 멀리하며 마를 누르고 악을 처단하는 그런 협객이 되어 주었으면 할 뿐일세."
"그 말이 그 말 아닙니까."
"올바른 길을 가는 것은 사람으로서 당연한 도리가 아니겠는가."
노도의 말에 유백은 차를 마셔 목을 축인 후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무엇이 옳은 길입니까?"
"승허가 말하지 않았는가. 협을 행하고 사를 멀리하며 마를 누르고 악을 처단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무인의 옳은 길이 아니겠는가."
"협은 무엇입니까."
"불의의 강자를 누르고 정의의 약자를 도우려 하는 의로운 마음 아니겠는가."
승허의 말에 유백은 자세를 똑바로 하며 승허와 도인을 바라본다.
"그러면 묻겠습니다. 저의 스승님들, 아시다시피 세상에 천하에 다시없는 마두들로 알려져 있으십니다. 스승님들은 정녕 악입니까?"
"..."
유백의 질문에 승허와 노도가 입을 다문다. 그들은 악일수 없다. 그저 세력을 가지거나 세력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던 강자들이였을 뿐. 오히려 그들은 피해자다. 그리고 가해자였던 정.사.마 연맹은 세상을 떵떵거리며 호령하나 피해자인 그들은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만마동에서 살아간다. 천하에 다시없는 마두라는 오명과 함께.
"대답 못하시는군요. 그럼 질문을 바꾸지요. 며칠을 아무것도 먹지 못해 굶어 죽기 직전인 아이가 만두하나를 훔치다 걸렸습니다. 그러자 만두가게 주인은 아이의 손버릇을 고치겠다며 매를 때렸고. 며칠을 굶어 쇠약해져 있던 아이는 매를 견디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누가 악이며 누가 선입니까. 너무나 배가고파 먹을 것을 도둑질한 아이? 아니면 아이의 몸 상태를 몰랐던 가정을 지기키 위해 작은 노점상에서
만두를 만들어 팔던 만두가게 주인?"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문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두 노인에게 유백의 말이 이어진다.
"한 무인이 시장 통에서 상인을 등쳐먹고 살던 건달을 베었습니다. 그러자 상인들은 그 무인을 협객이라며 치켜 새웠습니다. 그러나 죽은 청년에게는 몸을 가누지 못하는 늙은 노모가 있었고 가진 것과 배운 것이 없이 그저 덩치만 조금 컸던 이 청년은 노모를 위해 건달패에 들어갔을 뿐입니다. 당연히 청년이 죽자 늙은 노모 역시 굶어 죽었습니다. 이것도 협입니까?"
조용한 작은 암자 안에는 점차 가라앉는 유백의 목소리만 들린다.
"한 상인의 아내가 있었습니다. 현숙하고 정숙하며 아름답기로 유명했습니다. 또한 아랫사람들에게도 잘 대해주며제물을 베풀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데도 열심이었던 여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 도시에서는 그녀의 명성이 자자했으며 다들 그녀를 추켜세우기 바빴습니다. 다만 흠 없는 사람이 없듯이 이 여인에게도 차마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작은 비밀이 있었는데 그것은 여인의 성적 취향 이였습니다. 어린 미동들을 사들여 밤마다 채찍으로 때리며 자신의 음부를 개처럼 핥게 만들거나 자신의 대소변을 받아 마시게 했지요. 때로는 그녀의 음부에 파묻혀 질식해 죽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어쩔 땐 화풀이 대상으로 삼아 미동들의 몸을 인두로 지지고 칼로 난도질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사실은 까맣게 모르는 여인의 아랫사람 중 하나가 어느 날 자신의 아이를 데려와 여인에게 소개 시켜 주었지요. 그녀의 아랫사람이 데려온 아이는 천하에 다시없을 미동이였습니다. 상인의 여인은 이 미동을 보고는 한눈에 사랑에 빠졌지만 차마 자신의 아랫사람의 자식을 어쩔 수는 없었습니다. 그저 밤마다 달아오른 몸을 다른 미동들을 괴롭히며 풀었지요. 그러나 미동을 잊을 수 없었던 여인은 결국 음모를 꾸며 아랫사람과 그 남편을 죽이고 고아가 된 아랫사람의 아이를 돌봐준다는 명목 하에 합법적으로 아이를 차지 할 수 있었습니다. 여인은 항상 아이를 대동하고 다녔습니다. 덕분에 아이는 날마다 밤이나 낮이나 어디서든 여인의 음부에 혀를 기어야 했고
채찍에 맞으며 대소변을 받아야 마셔야 했습니다. 때로는 화풀이 대상도 되었지요. 그렇게 삼년이 지난 어느 날 새로운 여인이 나타나 아이를 납치했습니다. 그 여인은 선녀라고 칭송 받던 상인의 아내와 달리 세간에 천하에 다시없는 음탕한 악녀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그러나 우습게도 아이는 그 천하에 둘도 없다는 악녀로 인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요. 이 악녀는 아이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아들겸 제자삼아 금이야 옥이야 키우며 자신의 모든 것을 아이에게 넘겨줍니다. 그러나 그렇게 아이를 잃어버린 상인의 아내는 결국 사람을 풀어 아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로인해 아이를 짐키고 싶었던 악녀의 손에 죽었지요. 그런대 여기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여인이 죽자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습니다. 바로 여인이 돌보던 어려운 사람들 이었습니다. 그녀가 돌보던 사람들은 정말이지 많았고 대부분 병들거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대부분 이였기에 여인의 도움이 없어지자 굶어 죽은 것입니다. 또 그녀가 그야말로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었던 사람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빚쟁이들에게 재산을 빼앗기고 길바닥에 나 앉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남편이 운영하던 기루에서는 그녀의 인정으로 인해 나이가 들어서도 기루에서 살아갈 수 있었던 나이 많은 창부들 또한 기루에서 쫓겨나 길바닥을 전전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그런 성적 취향과 달리 세간에 은혜를 베푸는 것에는 정말로 진심이었던 것이죠.
바른길을 알고 있다는 두 분께 묻고 싶군요. 누가 악이며 누가 선이며 무엇이 협이고 무엇이 마입니까?
"나무아미타불..."
"...."
잠시 침묵을 지키던 노도는 유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마지막 이야기는...아마 자네 이야기겠지... 그래서..여인들에게 복수라도 하고 싶은 것인가? 그래서 그런 꿈을 꾸는가?"
노도의 질문에 유백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부정한다.
"아니오, 복수 할 생각은 없습니다. 누구에게 복수해야 하지요? 상인의 아내는 이미 죽었습니다. 다른 여인들에게 그 분풀이를 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그저.. 아이는 그 지옥 같은 생활에서도 한 가지 재미나 다고 생각했던 것 때문입니다."
"아미타불...그것이 무엇인가."
"아이의 혀놀림에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는 여인의 모습이 제법 괜찮았거든요."
"...아미타불..."
얼굴 한가득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하는 유백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승허는 결국 고개를 떨어뜨리며 불호를 왼다.
"그렇다면 기루를 만들지는 않아도 되지 않겠는가."
"저는 기루의 여인들이 좋습니다."
"어째서? 기녀는 더러운 여자일세. 아무에게나 몸을 팔아 먹고사는 천하디 천한 직업을 지닌 여인들이란 말일세. 다른 여인들을 그런 몸으로 만든다는 게 복수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노도의 고성에 유백의 눈썹이 조금 찌푸려지고 입가에는 차가운 미소가 어린다.
"여인의 남편은 기루도 운영하고 있었고 소년은 여인의 남편이 오면 기루에 맡겨질 때가 많았죠. 그 외에 수금 등 일로 인해 여인의 곁에서 기루에 갈 때 가 많았습니다. 기녀들은 루주의 부인이 가진 성벽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소년이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는지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녀들은 언제나 소년을 반겨주며 가여워 해 주었죠. 손님상에 올렸던 과일이나 밤. 잣. 당과를 몰래 숨겨 놓았다 소년이 오면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그거 아십니까? 그녀들이 그런 짓을 하다 걸리면 크게 매를 맞습니다. 그럼에도 기녀들은 소년을 위해 음식을 감췄어. 소년이 그녀들 보다 잘 먹는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소년의 몸에 난 상처에 그녀들도 아까워 쓰지 못하는 비싼 약을 발라주었고. 우는 소년을 가슴에 품고 함께 잠을 자 주었지. 그리고 자신들이 알고 있는 바를 전부 소년에게 가르쳐 주었어. 평생 남자에게 몸을 팔며 익힌 경험과 지혜들, 어떻게 하면 적게 맞을 수 있는지. 웃어야 한때.
울어야 한때를 구분하는 법, 여자를 기쁘게 만드는 방법. 적당하게 멍청하게 구는 방법. 외모를 이용하는 방법, 상대의 눈치를 보는 법. 소년이 제대로 주인여자를 기쁘게 하지 못해 맞았을 때는 소년을 위해 지친 몸을 이끌고 소년의 연습상대도 되어 주었지. 그거 아나? 그녀들은 쾌감을 제대로 즐기지 못해. 그녀들은 대부분 어렸을 때부터 몸을 팔아왔으니까. 그럼에도 소년을 위해 옷을 벗었어. 걸리면 주인여자에게 매를 맞고 쫓겨날지도 모르는데.
그녀들은 그것을 감수하고 소년을 위해 연습상대가 되어 주었지. 그런 그녀들이 천하다고? 웃기지마. 만인들의 칭송을 받던 여주인은 소년을 지옥에 떨어트렸지만 돈을 받고 웃음과 몸을 팔며 세인들의 손가락질을 받던 그녀들은 나를 살렸어. 그 지옥에서 나를 꺼내준 양 어머니도 기녀 출신 이였지. 고환을 짓밟히고 피 오줌을 흘리면서도 여주인 옆에서 웃고 있던 나를 납치해서 치료해주고 살려주었어.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생명까지 줄여가면서 나를 환골탈태 시켜 고자가 되는 것을 면하게 해주었지. 천하에서 가장 음탕하다고 소문난 화혼마녀가 내 생명의 은인이며 두 번째 어머니야. 기녀와 창부야 말로 가장 착하고 아름다웠던 여인들이야. 두번다시 내 앞에서 그녀들을 더럽다고 말하지 마."
감정이 격양된 듯 어느새 바뀐 어투와 차갑게 내려앉은 목소리로 말하는 유백에게 노도와 승허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고개를 흔든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흥분을 가라앉힌 유백의 모습에 승허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기루를 만들려는 겐가? 자네가 말하는 착하고 아름다운 여인들을 가지기 위해서?"
잠시나마 격양 되었던 자신이 부끄러운지 유백은 찻잔을 들어 얼굴을 가린다.
"그렇습니다. 기녀들은 착하고 아름다운 여인들입니다. 난 그런 여인들과 지내고 싶습니다."
"그것은 잘못된 사랑일지도 모르네."
"선사께서는 사랑을 아십니까?"
유백의 질문에 승허는 입을 다물었다. 평생을 소림에서 지낸 그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 일 것이다.
"고작 그런 일을 하고 싶어서 그런 힘을 손에 넣은 것인가. 그렇다면 너무 과하지 않다고 생각지 않은가?"
노도의 물음에 유백이 빙긋 웃으며 대답한다.
"처음엔 이정도의 힘을 원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저...노예들을 지키고 기루에서 난동 피우는 무뢰배나 무인들을 쫓아 낼 수 있는 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왕 배운바 그리고 스승님들의 겪으신 일을 들으니 힘이란 많으면 많을수록 귀찮은 일을 피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무공 수련도 제법 재미있었습니다. 아마 제 꿈이 아니었더라면 평생 무의 끝을 쫓으며 만마동에서 나오지 않고 무공수련이나 하면서 지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무릇 힘이라는 것은 올바른 곳에 써야 함이..."
"아,아 이제 그만 하십시오. 노도 어르신. 전 제가 하고 싶은 일만 합니다. 딱히 세상을 호령한다거나 무림일통이라거나 할 생각 따윈 조금도 없습니다. 그런 귀찮고 재미없는 일을 하느니 여인들 엉덩이나 한번 더 주무르는 게 좋습니다. 스승님들이 세상에 당신들의 한을 풀어달라고 부탁해 오신 것도 아니고요. 오히려 광법 스승님은 제 꿈을 이루는데 만 힘을 썼으면 한다며 당부하셨지요."
"광법...? 혹 그분의 이름이 이 자 운 자 학자를 쓰시는 분 아니더냐?"
"스승님을 아십니까?"
그러나 노도는 유백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며 한숨과 함께 혼잣말을 내뱉는다.
"그렇군...그곳에 계셨던가...오죽 바람과 같은 분이셨으니...아직 등선하지 않으셨나... 그분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겠지...그럼에도 그런 말씀을 하셨다면...그분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란 말인가...하기사 그분이라고 어찌 하늘의 뜻을 거스를 수 있겠는가..."
노도의 혼잣말에 유백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무엇인가 아시는 바라도 있으십니까? 어쩐지 광법스승님께서 하신 말씀과 비슷하군요."
유백의 질문에 노도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미안하게 되었네. 그분께서 자네에게 별다른 언질을 주지 않으셨다면 나로서도 말할 것이 없네. 그분조차 언질을 주지 않으셨다면 그분의 발끝 치에도 다다르지 못하는 내 미약한 재주로 어찌 입을 열겠는가. 다만 이 노도도 자네스승님과 깊은 인연이 있다네, 인연을 이용해 자네에게 당부하나만 해도 되겠는가? 부디 세상을 미워하지는 말아 주게나."
"아미타불, 이 늙은 중도 소협에게 부탁하겠네. 자네 마음가는 데로 행 하되...분노로 움직이지는 말아주게나.."
밑도 끝도 없는 두 노인의 말에 유백의 눈초리가 가늘어진다. 그러고 보니 광법스승도 두 노인과 비슷한 말을 했었다. 도대체...이들이 원하는것이 무엇이며 또 광법과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알 수가 없군...어차피 물어봐도 대답해 줄 것 같지도 않고...점이라도 쳐보고 싶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천기를 읽을 수 없으니.. 나이가 적어서 그런 걸까...?]
잠시 상념에 빠져있던 유백은 고개를 저으며 찻잔을 들어 타는 갈증을 해소한다.
[차차 알게 되겠지. 광법 스승님도 하늘의 뜻을 아는 것은 매우 위험한일이라 하셨으니,]
"두 분 말씀을 들어보니 무림맹에 들어오라는 말씀은 아닌 것 같고 시간도 지체 되었으니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노도 어르신 말씀과 달리 전 세상을 미워하기는커녕 좋아 합니다. 아름다운 여인들이 얼마나 많은데 미워하겠습니까. 그리고 승허선사께서도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광법 스승님에게 가장 많이 배운 것이 바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이였으니까요. 뭐, 방금 전 모습을 보신다면 두드려 패실려고 하시겠지만...."
찻잔을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유백의 모습에 두 노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시게, 바쁜 사람 잡아놓고 늙은이들이 말이 길었군."
"아미타불... 배웅하지는 못하겠구먼...늙으면 게을러진다고 하던데 그 말이 정말인가보네. 부디..원하시는 바만 이루시게."
문고리를 잡고 잠시 노인들을 바라보던 유백은 꾸벅 고개를 숙이며 방문을 빠져 나갔다.
"아미타불...어쩔 것 같은가.."
"모르지... 그분도 모른다면 내가 어찌 알겠는가...그저.. 화가 아닌 복이기를 빌어야지.."
"그렇군...다행이 최소한의 예의는 아는 것 같으니...
승허의 말을 끝으로 작은 암자 안에는 침묵이 감돈다. 암자 밖 새소리만이 조용이 울려 퍼지며 적막을 치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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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유백이 날 때부터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며 "난 기루를 차릴 거야!" 이럴 줄 알았습니까?
그나저나 벌써 몇 편째 야한장면이 안 나오는군요.
-퍽! 쓰라는 야설은 안 쓰고!!!-
(미친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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