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애루주-64
넓은 집무실 가장 상석에 놓여있는 화려하고 근엄한 태사의와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아니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차림의 남자가 옆에 시립한 인영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시립한 인영은 제법 머리숱이 허연 늙은이였으나 정갈한 옷차림을 하고 있고 태사의에 앉아 있는 삼십대 청년은 팔뚝을 둥둥 걷어붙인 모양새가 마치 뒷골목 껄렁패 같아 서로의 자리가 바뀐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대장! 대~장!!~~~~~~"
시립한 인영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사도연맹 맹주 부방용은 연신 대장이라 외치며
날아오다시피 들어오는 수하의 모습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장~~!! 소식이~~~ 쿠억!!"
달려오던 수하에게 뒤돌아 날아차기를 선사한 부방용은 곁에 시립한 노인을 바라보며 다시금 태사의에 돌아왔다.
"씨발! 이 새끼 좀 제발 바꾸자니까? 뭔 애 새끼가 맞아도 맞아도 도무지 맹주님이라고 부르질 않아?"
"못 배운 놈들이 다 그렇지요. 뭐."
"어째 그 이야기를 나를 보면서 하는 게 영 꼬름칙 하다?"
부방용이 인상을 쓰자 시립해 있던 노인이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젖는다.
"맹주의 자리에 있는 분이 도무지 언사에 신경 쓰지 않는데다. 체신 머리 없이 부하에게 매번 발차기를 시전 하시는데 어떤 부하가 예우를 갖추겠습니까?"
"야, 야, 그래도 명색이 사도연맹 맹주인데 나름 자세는 갖춰야지. 다른 조직에서 우습게 본다고."
"그럼 맹주님께서 먼저 언사를 바꾸십시오. 윗사람이 예의와 체통을 지키시면 아랫사람들도 따라가게 되어있습니다."
다시금 노인에게 눈을 부라리던 부방용은 한숨과 함께 태사의에 앉는다.
"관둬, 관둬, 사람이 성격에 안 맞는 짓 하면 빨리 죽는대. 그리고 이제 그만 예석도 인정해 줄때가 됐잖아? 나나 얘들이 이러는 거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니고 원래 이런 놈들인걸 알면서 언제까지 꽁해 있을 셈이야?"
".......후... 관두지요, 그런데 이번엔 되게 차신 모양입니다?"
여전히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수하의 모습에 부방용은 인상을 찌푸렸다.
"야, 이새끼야, 빨리 안 일어나? 평소랑 같은 힘으로 찼는데 어디서 엄살이야, 엄살은?"
그러나 부방용의 타박에도 수하는 일어날 기미가 안보였다. 평소와 다른 모습에 예석이 다가가 수하의 몸을 뒤집어 보았다.
"음... 이거 넘어지면서 영 좋지 않은 곳에 부딪쳤습니다."
예석의 말에 부방용도 자리에 일어나 수하에게 다가갔다. 입에 거품을 물고 있는 수하의 사타구니 사이 밑으로 성인 남성 상체만한 조각상이 놓여 있었다.
"왜 못 보던 조각상이 하필 그 자리에 놓여 있는 거야? 여기 원래 아무것도 없었잖아?
또 이 새낀 왜 평소와 달리 이상한 곳으로 날아가?"
"그야 저도 모르죠?"
황망하게 조각상을 바라보며 부방용이 묻자 예석이라고 불리우는 노인이 어깨를 으쓱였다.
"...잘못 하다간 동생 하나 고자 만들었다고 소문나겠다. 안 그래도 장가도 못간 놈인데 그럼 불쌍하잖아? 어이~ 밖에 누구 없냐!"
부방용의 외침에 몇몇 수하들이 달려 들어왔다.
낭심을 움켜쥐고 거품을 문 동료를 실어 나르는 수하들이 기괴하게 바뀌어 자신을 바라보며 수군거리자 부방용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야,야, 사고야, 사고, 평소랑 마찬가로 그냥 좀 찬 거뿐인데. 하필 날아간 곳에 조각상이 있었을 뿐이야. 어서 가서
치료해 줘라, 장가도 못간 놈 고자 만들면 어떻게 하냐. 안 그래도 가진 거라곤 달랑 불알 두 쪽인 놈 아니냐."
부방용의 말에 수하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응? 무슨 말이유?"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었소?"
"글게,? 이새끼 이쁘장한 여친 생겼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님서 자랑질 하고 다니 길래 일부러 그런 줄 알았는데?"
"며칠 전부터 장가 갈 거라고 큰소리 치고 다니기에 난 쌤통 이라고 생각했지"
웅성거리는 수하들의 모습에 부방용은 들것에 실린 수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에.. 그러니까 이놈이 장가를 가겠다고?"
"진짜 모르셨소? 근 한 달 전부터인가 떠들고 다녔는데?"
여전히 거품을 물고 들것에 실린 수하를 바라보는 부방용의 눈빛은 마치 반란을 목도한 왕의 눈빛처럼 떨리고 있었다.
"나도 아직 장가를 못 갔는데, 대장인 나를 먼저 보내줘야 하는 게 도리 아냐? 찬물에도 위아래가 있는데, 새까만 막내 새끼가 대장인 나를 제치고 먼저 장가를 가겠다고? 왜? 어떻게?"
"대장, 이참에 그냥 보네 버립시다."
들것을 들고 있던 수하들이 들것을 내려놓고 이리저리 돌려 들것에 실린 동료의 자세를 만들어 놓는다. 큰 대자로 늘어놓은 동료의 몸을 흡족한 듯 바라보던 수하중 하나가 상쾌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자 대장, 딱 좋게 자세 잡아 놓았소, 이제 대장이 눈 딱 감고 한번만 밟으면 되오, 절대로 인정이나 사정을 봐주면 안 된다는 건 대장이 더 잘 알고 있겠지요? 이건 우리의 화풀이....가 아니라, 그저 앞길 창창한 꾸냥을 돕는 일이라오"
"그렇지, 암, 그렇고말고, 그저 불쌍한 꾸냥을 돕고자 하는 일이지, 어디까지나 새까만 막내 새끼가 먼저 장가를 가서 이러는 게 절대 아니지!"
발을 들어 올리고 한쪽 눈을 감아 표적과의 방향을 재어 이리저리 발을 흔들며 혀로 입술을 축이는 부방용의 모습은 뱉어내는 말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었다.
한 남자의 인생이 작살나기 직전, 보다 못한 예석이 한숨과 함께 부방용을 불렀다.
"적당히 노시고 일하십쇼. 지루하신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불쌍한 수하를 고자로 만드는 것은 볼썽사납습니다. 애초에 진짜로 하실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에... 진짜로 고자 만들 생각이었는데?"
"그럼 작두를 대령하겠습니다. 그게 더 확실하지요,"
농담기 하나 없는 예석의 얼굴에 부방용은 쩝쩝 입맛을 다시며 발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수하들에게 눈짓을 하자
수하들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들것을 들고 대전을 빠져 나간다.
끄아아아아~
잠시 후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소리에 낄낄거리던 부방용은 무뚝뚝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예석의 눈빛에 슬그머니 웃음을 감췄다.
"수하들과 격의가 없는 것은 나름 바람직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문파도 아닌 사도연맹의 주인 되시는 몸, 이제는 그만 규율과 체통을 지키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관둬, 예백. 우리는 사파야. 위선 떠는 무림맹이나 고지식한 아교와는 달라, 문파니 뭐니 거창하게 덩치는 컸어도 결국 제멋대로 살고 싶어 하고 지랄 같은 인생사는 뒷골목 놈들이 모인 곳이 사파라고,
예의 따위 겉치레에 불과해, 물론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야, 그래도 그런 겉치레를 싫어하는 놈들만 모아놨다고, 뒷골목 인생이라도 최소한 인간의 도리만 잊지 않으면 되는 거야. 내가 그런 놈들만 모아 뒀잖아."
진지한 부방용의 모습에 예석은 한숨을 내쉬었다.
"맹주님과 이야기하면 제가 바보가 되는 느낌입니다."
"그런 내가 좋아서 옆에 붙어 있는 거잖아? 나도 예석 때문에 이 나이에 사도연맹을 쥐어 잡을 수 있었지."
쑥스러운지 뒷머리를 긁적이는 부방용을 바라보는 예석의 얼굴에 잠시나마 미소가 감돈다.
"아직 완전한 것은 아닙니다. 몇몇 문파들은 겉이야 어쨌든 속으로는 맹주님의 방식을 거절하고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직 사도연맹은 힘이 부족하다는 것 입니다."
"역시 저 녀석들만으론 부족하겠지?"
"예의나 경우를 엿 바꿔 먹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맹주님이 직접 고르고 키우며 단련시킨 만큼, 저들의 무위나 충심 그 어떤 것도 구파에 뒤지지 않을 겁니다. 같은 인원으로 저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단채는 마교나 무림맹의 정예들 정도일 테고. 충성심은 맹주님과 저들의 소위 의리라는 것으로 더욱 강하지요. 하지만 고작 한 개의 단, 전부 오십여 명뿐입니다. 고작 무림맹이나 마교의 한 개 단체의 인원과 비등한 숫자지요. 절정을 바라보는 무인이 젊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무기입니다만. 당장 큰 소리 치기에 부족하죠."
예석의 말에 부방용은 고개를 저었다.
"전통을 말하는 거라면 그만둬, 그건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지금이 우리 사파들 아니, 사도연맹이 그나마 굳건해 질수 있는 유일한 적기인건 예석이 누누이 이야기 했던 만큼 잘 알고 있어. 그렇다고 따르지 않는 놈들 모조리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럴 생각도 없어. 천천히 가자고 천천히, 예석, 나이 때문에 서두르지 마. 내가 영약은 못 구해도 저기 고려인삼쯤은 몇 뿌리라도 사다 줄 테니 하나씩 잡아 나가자고."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몸이 부실하던 참이었는데 맹주님 덕에 보신 한번 하겠군요."
능청스런 예석의 말에 부방용은 피식 웃었다.
"이번에 몇몇 어르신들이 나에게 충성을 맹세해 왔어. 그래도 아직 강호에서 큰소리치기엔... 조금 부족하겠지?"
"부족합니다. 그것도 조금이 아니라 많이 부족합니다. 애초에 다른 부분은 그리 떨어지지 않지만 무위라는 측면만큼은 삼대 세력 중 사파연합이 가장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머릿수와 정보력이 있어서 괜찮았지만 천일만마전 이후로는 그마저 줄었습니다. 이제는 맹주님도 계시고 다른 세력들도 이리저리 힘들기에 예전과 달리 조금은 목소리를 높일 수는 있으나.
그들이 보기엔 결국 사도연맹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입니다.맹주님이 원하시는 바를 이루기엔 부족하지요. 그래서 제가 그 개자식들도 연맹의 일원으로 받아들인 겁니다. 비록 쓰레기들이지만 자리 잡기 전까지는 쓸 만할 겁니다. 벌써부터 문제를 일으키는 놈들도 있어서
머리가 아픕니다만..뭐 그건 맹주님이 해결 하셔야죠."
"씨발, 난 그 인간의 도리까지 버린 놈들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고, 아무리 사파고 뒷골목 인생들이라지만 그 새끼들은 그냥 말종이야, 인간말종, 그런 놈들은 내가 받아들일 수 없기도 하지만 받아들여도 결국에는 조직의 근간을 무너트려, 결국 잠깐은 도움이
되겠지만 길게 보면 도움은커녕 문제 밖에 안 돼. 난 모래성을 쌓기 위해 사도연맹을 만든 게 아니야."
"그렇다면 결국 남은 건 외부의 힘입니다. 정사마 다툼에는 관심 없고, 권력과 이름에도 관심이 없으며 동시에 조직에 해를 끼치지 않으며 무위까지 강한 인물, 혹은 단체, 문제는 그런 단체나 인물이 과연 존재하느냐 갰죠."
"십칠광천마나 혹은 그들의 전인이라면?"
"그들이 맹주님의 힘이 되어준다면 연맹을 튼튼히 하는 것 정도가 아니라 강호 일통도 가능하겠지요."
예석의 말에 비죽 웃던 부방용은 밖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소식이 올 때도 됐는데...?"
".....그 소식 들고 온 수하를 발차기로 날려 버리신 건 기억 안 나십니까?"
빤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예석의 눈길에 부방용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태사의를 긁는다. 그 처량한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예석은 품에서 첩지를 꺼냈다.
"여기, 아까 들것에 실려 나가기 전에 미리 빼두었습니다."
"역시 예석이라니까? 하하하하하."
"고려인삼이나 잊지 마십시오."
"이미 수배해 뒀어, 오늘 저녁에 같이 하오문에나 가보자고."
뻔뻔하게 첩지를 받아들어 읽던 부방용의 얼굴이 금세 붉게 달아오르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길에 예석의 눈썹을 찌푸렸다.
"이...이...부러운 새끼...씨발.......좃도 어린 노무 새끼가...아~제기랄! 내가 거기에 있어야 했는데....."
난데 없는 부방용의 욕지거리에 예석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무언가..문제라도 생긴 겁니까?"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예석에게 부방용은 떨리는 손으로 첩지를 건넸다. 부방용의 흥분한 모습에 재빨리 첩지를 읽어 내려가던
예석은 붉어진 얼굴로 어렵게 화를 참으며 입을 열었다.
"설마.... 이첩지를 보넨 어린 하오문도를 부러워 하시는 것은....아니겠지요?"
"왜 아니겠어! 씨발! 이 새끼, 나이도 어린노무 새끼가! 이제 막 자지에 털이나 났을지도 모르는 애새끼가! 천하에 아름답기로 소문난 흑빙선녀랑 빠구리를 떴다 자나! 그것도 무려 다섯 번이나! 마지막 한번은 침상도 아닌 욕간이야! 욕간! 씨발!
욕간이라니 그런 부러운....나도 못해 본 일을!!! 왜? 도대체 왜!! 이 씨발 애새끼는 전생에 천하를 구한 영웅이었데? 왜? 이 좃 만한 놈한테 이런 행운이 다가오냐는 말이야!!
씨발! 왜 나에겐 그런 행운이 오지 않는 거냐고!!! 나도 점소이 노릇 잘 할 수 있단 말이야!"
어딘가 많이 어긋난 부방용의 외침에 예석의 입에서 뿌득 하고 이빨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연합의 대빵이라는 인간이......
"고작.... 그런 이유로...흥분하신 겁니까?"
이빨을 가는 예석에게 부방용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이봐, 예석, 예석이라면 말이야....사봉. 아니지, 그 웃기는 서열은 제쳐 두자고, 정파새끼들의 뒷 공작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천하제일을 다투는 미녀와 저녁 내내 네 번이나 빠구리를 뜨고 아침엔 욕간에서 뒤치기로 빠구리를 뛰었다는 놈팡이가 점소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예석도 흑빙선녀 초상화 봤잖아? 응? 나이랑 계급 다~ 재껴 두고 남자로서 말이지, 응? 응?"
"...크흐음...뭐... 부럽기는 합니다만....흠, 흠,"
헛기침으로 붉어진 얼굴을 숨기던 예석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묵화라면, 아마 흑빙선녀에도 뒤지지 않을 겁니다."
"얼굴만 이쁘면 뭐하라고, 흑빙선녀의 초상화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지? 씨발, 난 흑빙선녀 그림만 봐도 발딱 발딱 서거든? 하지만 묵화 그 아이는
하오문주인 나찰녀 부옥문조차 두손 들어버린 목석인데? 제 아무리 예뻐도 말이야.. 색기라곤 눈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잖아?
거기다 왜 그리 과묵해? 진짜 기녀 할 생각이나 있데? 하루에 말 몇 마디나 하는 줄 알아?부옥문도 묵화랑 대화하면 속이 뒤집힌데,
오죽하면 이름이 묵화야, 묵화, 말없는 꽃이라니, 진짜 어울리는 이름이지 뭐야? 솔직히 말해서 조금만 더 나긋나긋 했어도 나 부옥문 협박해서 묵화한테 벌써 장가갔어. 좀 이뻐야 말이지, 하지만 말이야. 하오문주를 조르고 협박해서 기녀 수업 받는데 구경 갔거든? 다른 여인들이 자위하면서 비음을 흘리는데 혼자 무덤덤해, 이건 딸딸이를 치는지 빨래를 하는지... 그 남자 환장하는 장면에 막 꼴리다가도 그런 묵화를 보니까 수그러들어, 씨발, 정파무림 제일의 꼴통 년 이라는 투화란이 훨씬 색기가 넘치겠다."
".....그러고보니.. 그 투화란도 십칠광천마의 전인과 같이 있군요..더군다나...음...색기가 넘친다고......."
"........."
"........."
어색한 침묵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둘의 입에서 한숨이 배어나왔다.
"썩을... 이 십칠광천마의 전인이라는 놈... 진짜 부럽네... 흑빙선녀에 투화란이냐? 씨발...니가 왕 해라. 이 색욕에 빠져 복상사 할 놈 같으니."
"......축복입니까, 저주입니까? 그보다 그거 맹주님의 다른 꿈 아니었습니까? 늙은 후 최고의 미녀와 합방 중에 복상사로 뒈지는 거."
"어? 예석의 꿈 아니었어?"
다시금 서로를 바라보던 부방용과 예석은 헛기침과 함께 말을 돌렸다.
"허험. 일 이야기나 하지요."
"......그러자구,"
"어떻게 보십니까?"
"뭘 어떻게 봐? 이 자식 꿈은 기루가 맞아."
"함정일수도 있습니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지나가는 예석의 성격은 알지만 말이야... 흑빙선녀를 건달들에게 안기게 하고 고작 점소이에게도 안기게 하는걸 보면 거짓이라고 하긴 힘들어. 그 건달들은 둘째 치고 점소이에게 흑빙선녀를 안게 하는 게 그 녀석에게 무슨 이득이 있다는 거야?"
"그건 그렇습니다만... 무림맹에 들어갔다는것은..."
"어짜피 흑빙선녀는 무림맹에 한번쯤 들렸어야 하잖아,? 그게 전례니까, 전례를 무시하기 위해선 그만한 이유가 필요하지, 굳이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없어."
"물론 그렇습니다, 다만 무림맹에서 그의 정체를 모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석의 말에 부방용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문제지.. 그 위선자들이 어떤 사탕발림으로 구슬렸을지 짐작하기 어려우니까.. 하지만.."
"하지만?"
"단순한 내 느낌에 불과 하지만 무림맹에 넘어 가지는 않았을 거야. 잘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이 녀석, 그 꿈이나 행동거지로 보건데, 차라리 내 쪽에 가까워. 정파니 사파니..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을 거야. 그저 지가 하고 싶으니 한다...그런 느낌이랄까?"
"저 역시 그렇게 생각 합니다. 더군다나 천일만마전의 시발점은 다른 어느 곳도 아닌 무림맹이었습니다. 십일광천마들은 예의라던가 겉치레에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었고 그런 부분이 전쟁에 시발점이었죠, 그런 부분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곳은 사파가 아니라 무림맹과 마교입니다. 사실 마교도 힘을 우선시 하는 단체라 그들을 고깝게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의 힘에 놀란 나머지 연합을 하기는 했습니다만.... 또한 훗날 만마동이 만들어지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도 무림맹의 일원인 제갈 세가의 힘이 컸습니다. 천일만마전에 누구보다 해박할 십칠광천마의 전인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지요. 하지만... 맹주님께서는 십칠광천마의 전인을 너무 두둔하고 계십니다."
"뭐, 두둔하는 것은 아니야. 그저 이 십칠광천마의 전인이 내 마음에 들뿐이지, 멋진 놈이잖아? 더군다나 나름 그의 스승과 작게나마 연도 있고 말이야."
"천일만마전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분이 무슨 연이라는 겁니까?"
퉁명스럽게 말하는 예석의 말에 부방용은 히죽 웃었다.
"내가 아니라 내 사부,"
부방용의 말에 예백의 얼굴 놀람으로 일그러졌다.
"맹주님의 스승님 입니까?"
"그래, 우리 사부 나이 열을 넘지 않았을 때였나..? 천일만마전이 벌어지기 전, 밤에 사형들 술심부름을 하는 와중에 광투 도귀자 어르신과 마탁 뜨랬다고 하더군. 잔뜩 취한 도귀자 어르신은 사부를 보더니 웃으며 품에서 이것저것 꺼내 사부에게 안겼대. 그러면서 멋진 사나이가 되면 만나 술 한 잔 하자고 약속했다고 했어.
하지만 어르신이 건네주신 무공들은 사부가 익히기엔 너무 어려웠어, 삼류 사파의 소속인 사부가 그런 수준 높은 무공에 대해 이해했다면 그게 더 놀랍겠지. 그럼에도 나름 무공의 중요성은 알고 있던 사부는 자신이 이해 할 수 있기 전까지 건네받은 무공서는 숨겼어. 그때는 그냥 그래야 되는 줄 알았다고 하시더군.
뭐, 그 생각이 사부를 살린 셈이지, 애초에 훔친 무공서 이었으니... 어린아이의 치기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할까? 그렇지만 사부는 무공서를 익히지 못했어, 도대체 도귀자 어르신이 사부의 어떤 면을 보고 비급을 건넸는지 모르지만..
사실 사부의 오성은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었거든.. 범재에 불과했지. 그래도 사부는 포기하지 않았어, 자신이 이해할 수 없다면 자신의 제자에게라도... 그런 심정으로
미친 듯 공부하며 무공서를 해석해 나에게 넘겼지. 뭐... 쩝, 그래도 그 양반, 평생이나 바쳤으면서 반도 해석해 놓지 못 했더군. 내가 사부 제자가 아니었다면 사장될 뻔 했지, 어찌 되었든.. 나름 인연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거야,"
죽기 직전 자신이 지닌 무공서에 대한 진실을 알려주고 세상을 뜬 사부를 떠올린 부방용의 입가에 그리운 미소가 어렸다.
어렸을 적 취한 어른이 내뱉은 말을 죽을 때까지 기억했던 사부, 스스로의 부족한 재능에 좌절하여 결국 익히지 못한 무공서에 입술을 깨물던 사부,
그러나 자신이 무공을 완성하는 날, 절반의 한을 풀었다고 자찬하며 술잔을 들었었다. 눈에 눈물이 고인 채 반쯤은 억지로 크게 웃으며 연신 술잔을 기울이던 사부를 잊지
못하는 부방용 이었다. 잘하면 사부의 남은 절반의 한을 풀어 줄 수도 있겠다.
비록 당사자는 아니지만 그 제자끼리 술잔을 부딪친다면 그 또한 약속을 지켰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잘하면 이쪽으로 끌어들일 수도 있겠습니다."
"글쎄...? 과연 그럴까? 광투 어르신이 취했던 그 당시에 스치듯 만난 어린 아이를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사실을 제자에게 전해 줬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기 힘든데?"
"그래도 다른 세력에 비해 좀 더 유리한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진실은 통하는 법이니까요."
자신의 말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는 예석에게 부방용은 빙긋 얼굴에 웃음을 띄웠다.
"끌어 들이기보다는 의형제를 맺고 싶은데?"
"의형제 입니까?"
"그래, 다른 놈들이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멋지잖아! 천하에 미녀들을 모아 최고의 기루를 만들고 싶다는 게 정말이지 멋지다고,
나와는 조금 방향성이 다르지만 상관없어. 이놈도 결국 제멋에 겨워 제 멋대로 사는 놈이야. 천하를 다 준다고 꽤도 안 넘어올걸? 하지만 그래도, 아니, 그래서 나랑은 이야기가 통할 거 같아. 이왕 내가 나이도 많으니 호형호제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내가 사파
대빵이잖아?
기루도 따지고 보면 우리 관할이라고. 그러니 이것저것 뒤를 봐줄 수도 있겠고...의형제 맺게 되면 선물도 하나 줘야지,
부옥문이 묵화를 팔아 버리려고 하더군. 그렇게나 공을 들였는데 목석같은데다 말수가 적은 기녀는 아무리 아름다워도 인형에 불과하다는 거지. 동생이 기루를 차리고 싶다면 내가 묵화를 데리고 있다가 동생에게 건네줘야지. 동생의 능력이라면 어쩌면 묵화의 몸도 고쳐줄지도 모르고, 부옥문 밑에 있는것 보다는 더 좋을테지."
벌써부터 십칠광천마의 전인을 동생으로 부르는 부방용의 모습에 예석이 고개를 흔들었다.
"벌써부터 너무 앞서 가시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어쩐지 속셈이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예석의 말에 부방용은 다시금 히죽 웃었다.
"그게 말이야. 기루를 차리면 그래도 의형에게는 공짜로 대접하지 않을까? 아니면 좀 싸게 해줄지도 모르잖아?"
"역시.. 그게 목적 이셨습니까?"
"뭐.. 그것도 있지만.. 설마 의형이 위험에 처했는데 동생 된 입장으로 모른 척이야 하겠어? 내가 생각했을 땐 이놈 그런 놈 아냐,"
부방용의 말에 예석의 흰 눈썹이 찡그려 졌다.
"그럼 직접 가셔야겠군요. 설마.. 이걸 원하신 건 아니겠지요?"
"아니, 이번엔 우린 빠지자고, 사부가 기억하는 광투 어르신의 모습이나 내가 직접 알아본 바에 의하면 그 양반, 비동 만들고 그럴 양반은 아니야. 뭔가 와전된 소문이거나 어쩌면 함정일게 뻔하고, 설령 진짜라도 동생이 간다면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건 없을 거야. 그래도 생색은 내야 하니, 그냥 그 인간의 탈을 쓴 개새끼들 중 문제 일으키는 놈들만 보내지. 그 쓰레기들을 개와 비교하다니....음..... 개한테 미안해 지는군...
복날 그리 많이 잡아먹었는데.... 하여간에 뭐, 함정에 알아서 뒈져 주든가 아니면 동생 여자들 찝쩍거리다가 동생한테 뒈지겠지.
그럼 나는 손 안대고 코푸는 셈이고... 살아 돌아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자고. 예석 말대로 강호가 격변기이니 위험한 일이야 얼마든지 있지 않겠어?
대신 거기 비동건이 마무리 되거든 동생을 직접 초대 하자고, 편지는 내가 직접 쓰지. 뭐라고 쓰면 좋을까...음...그보다 드디어 흑빙선녀의 실물을
볼 수 있겠군, 쩝...의형제 맺은 기념으로 하룻밤 빌려 달라면 빌려 줄려나?... 정보를 미루어 보면...잘하면 흑빙선녀나. 투화란 중 하나는...헛! 이놈 봐라? 벌써 부터 반응이 오네, 쩝, 이따가 기루나 갈까...?"
자신의 부풀어 오른 사타구니를 바라보는 부방용의 모습에 예석이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혼자 가시지는 않겠지요."
"그랬다간 내일하고 모레는 잔소리에 깔려 죽을 텐데? 그보다 자신은 있어? 나야 발딱 발딱 하는 나이지만 예석은 아니지 않아?"
"훗. 크기는 제가 맹주님에게 딸리지만 기술은 맹주님이 넘볼 자격이 없습니다."
"무슨소리!! 단순한 게 최고라고, 거시기는 큰 게 최고야! 크기와 두께는 기술로 깰 수 없다고, 안 그래?"
자신의 사타구니를 보며 말을 거는 조금은 모자라 보이는 듯 한 부방용의 얼굴을 바라보며 예석의 얼굴에도 흐뭇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부방용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와 달리 예석의 미소는 뛰어난 제자를 바라보는 스승의 얼굴에 그려지는 흐뭇함과 매우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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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한달째....... 으음....
그래도 담배 생각 나는뎁쇼?
도대채 어느 양반이 한달만 참으면 된다는겨?
넓은 집무실 가장 상석에 놓여있는 화려하고 근엄한 태사의와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아니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차림의 남자가 옆에 시립한 인영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시립한 인영은 제법 머리숱이 허연 늙은이였으나 정갈한 옷차림을 하고 있고 태사의에 앉아 있는 삼십대 청년은 팔뚝을 둥둥 걷어붙인 모양새가 마치 뒷골목 껄렁패 같아 서로의 자리가 바뀐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대장! 대~장!!~~~~~~"
시립한 인영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사도연맹 맹주 부방용은 연신 대장이라 외치며
날아오다시피 들어오는 수하의 모습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장~~!! 소식이~~~ 쿠억!!"
달려오던 수하에게 뒤돌아 날아차기를 선사한 부방용은 곁에 시립한 노인을 바라보며 다시금 태사의에 돌아왔다.
"씨발! 이 새끼 좀 제발 바꾸자니까? 뭔 애 새끼가 맞아도 맞아도 도무지 맹주님이라고 부르질 않아?"
"못 배운 놈들이 다 그렇지요. 뭐."
"어째 그 이야기를 나를 보면서 하는 게 영 꼬름칙 하다?"
부방용이 인상을 쓰자 시립해 있던 노인이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젖는다.
"맹주의 자리에 있는 분이 도무지 언사에 신경 쓰지 않는데다. 체신 머리 없이 부하에게 매번 발차기를 시전 하시는데 어떤 부하가 예우를 갖추겠습니까?"
"야, 야, 그래도 명색이 사도연맹 맹주인데 나름 자세는 갖춰야지. 다른 조직에서 우습게 본다고."
"그럼 맹주님께서 먼저 언사를 바꾸십시오. 윗사람이 예의와 체통을 지키시면 아랫사람들도 따라가게 되어있습니다."
다시금 노인에게 눈을 부라리던 부방용은 한숨과 함께 태사의에 앉는다.
"관둬, 관둬, 사람이 성격에 안 맞는 짓 하면 빨리 죽는대. 그리고 이제 그만 예석도 인정해 줄때가 됐잖아? 나나 얘들이 이러는 거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니고 원래 이런 놈들인걸 알면서 언제까지 꽁해 있을 셈이야?"
".......후... 관두지요, 그런데 이번엔 되게 차신 모양입니다?"
여전히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수하의 모습에 부방용은 인상을 찌푸렸다.
"야, 이새끼야, 빨리 안 일어나? 평소랑 같은 힘으로 찼는데 어디서 엄살이야, 엄살은?"
그러나 부방용의 타박에도 수하는 일어날 기미가 안보였다. 평소와 다른 모습에 예석이 다가가 수하의 몸을 뒤집어 보았다.
"음... 이거 넘어지면서 영 좋지 않은 곳에 부딪쳤습니다."
예석의 말에 부방용도 자리에 일어나 수하에게 다가갔다. 입에 거품을 물고 있는 수하의 사타구니 사이 밑으로 성인 남성 상체만한 조각상이 놓여 있었다.
"왜 못 보던 조각상이 하필 그 자리에 놓여 있는 거야? 여기 원래 아무것도 없었잖아?
또 이 새낀 왜 평소와 달리 이상한 곳으로 날아가?"
"그야 저도 모르죠?"
황망하게 조각상을 바라보며 부방용이 묻자 예석이라고 불리우는 노인이 어깨를 으쓱였다.
"...잘못 하다간 동생 하나 고자 만들었다고 소문나겠다. 안 그래도 장가도 못간 놈인데 그럼 불쌍하잖아? 어이~ 밖에 누구 없냐!"
부방용의 외침에 몇몇 수하들이 달려 들어왔다.
낭심을 움켜쥐고 거품을 문 동료를 실어 나르는 수하들이 기괴하게 바뀌어 자신을 바라보며 수군거리자 부방용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야,야, 사고야, 사고, 평소랑 마찬가로 그냥 좀 찬 거뿐인데. 하필 날아간 곳에 조각상이 있었을 뿐이야. 어서 가서
치료해 줘라, 장가도 못간 놈 고자 만들면 어떻게 하냐. 안 그래도 가진 거라곤 달랑 불알 두 쪽인 놈 아니냐."
부방용의 말에 수하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응? 무슨 말이유?"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었소?"
"글게,? 이새끼 이쁘장한 여친 생겼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님서 자랑질 하고 다니 길래 일부러 그런 줄 알았는데?"
"며칠 전부터 장가 갈 거라고 큰소리 치고 다니기에 난 쌤통 이라고 생각했지"
웅성거리는 수하들의 모습에 부방용은 들것에 실린 수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에.. 그러니까 이놈이 장가를 가겠다고?"
"진짜 모르셨소? 근 한 달 전부터인가 떠들고 다녔는데?"
여전히 거품을 물고 들것에 실린 수하를 바라보는 부방용의 눈빛은 마치 반란을 목도한 왕의 눈빛처럼 떨리고 있었다.
"나도 아직 장가를 못 갔는데, 대장인 나를 먼저 보내줘야 하는 게 도리 아냐? 찬물에도 위아래가 있는데, 새까만 막내 새끼가 대장인 나를 제치고 먼저 장가를 가겠다고? 왜? 어떻게?"
"대장, 이참에 그냥 보네 버립시다."
들것을 들고 있던 수하들이 들것을 내려놓고 이리저리 돌려 들것에 실린 동료의 자세를 만들어 놓는다. 큰 대자로 늘어놓은 동료의 몸을 흡족한 듯 바라보던 수하중 하나가 상쾌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자 대장, 딱 좋게 자세 잡아 놓았소, 이제 대장이 눈 딱 감고 한번만 밟으면 되오, 절대로 인정이나 사정을 봐주면 안 된다는 건 대장이 더 잘 알고 있겠지요? 이건 우리의 화풀이....가 아니라, 그저 앞길 창창한 꾸냥을 돕는 일이라오"
"그렇지, 암, 그렇고말고, 그저 불쌍한 꾸냥을 돕고자 하는 일이지, 어디까지나 새까만 막내 새끼가 먼저 장가를 가서 이러는 게 절대 아니지!"
발을 들어 올리고 한쪽 눈을 감아 표적과의 방향을 재어 이리저리 발을 흔들며 혀로 입술을 축이는 부방용의 모습은 뱉어내는 말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었다.
한 남자의 인생이 작살나기 직전, 보다 못한 예석이 한숨과 함께 부방용을 불렀다.
"적당히 노시고 일하십쇼. 지루하신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불쌍한 수하를 고자로 만드는 것은 볼썽사납습니다. 애초에 진짜로 하실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에... 진짜로 고자 만들 생각이었는데?"
"그럼 작두를 대령하겠습니다. 그게 더 확실하지요,"
농담기 하나 없는 예석의 얼굴에 부방용은 쩝쩝 입맛을 다시며 발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수하들에게 눈짓을 하자
수하들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들것을 들고 대전을 빠져 나간다.
끄아아아아~
잠시 후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소리에 낄낄거리던 부방용은 무뚝뚝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예석의 눈빛에 슬그머니 웃음을 감췄다.
"수하들과 격의가 없는 것은 나름 바람직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문파도 아닌 사도연맹의 주인 되시는 몸, 이제는 그만 규율과 체통을 지키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관둬, 예백. 우리는 사파야. 위선 떠는 무림맹이나 고지식한 아교와는 달라, 문파니 뭐니 거창하게 덩치는 컸어도 결국 제멋대로 살고 싶어 하고 지랄 같은 인생사는 뒷골목 놈들이 모인 곳이 사파라고,
예의 따위 겉치레에 불과해, 물론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야, 그래도 그런 겉치레를 싫어하는 놈들만 모아놨다고, 뒷골목 인생이라도 최소한 인간의 도리만 잊지 않으면 되는 거야. 내가 그런 놈들만 모아 뒀잖아."
진지한 부방용의 모습에 예석은 한숨을 내쉬었다.
"맹주님과 이야기하면 제가 바보가 되는 느낌입니다."
"그런 내가 좋아서 옆에 붙어 있는 거잖아? 나도 예석 때문에 이 나이에 사도연맹을 쥐어 잡을 수 있었지."
쑥스러운지 뒷머리를 긁적이는 부방용을 바라보는 예석의 얼굴에 잠시나마 미소가 감돈다.
"아직 완전한 것은 아닙니다. 몇몇 문파들은 겉이야 어쨌든 속으로는 맹주님의 방식을 거절하고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직 사도연맹은 힘이 부족하다는 것 입니다."
"역시 저 녀석들만으론 부족하겠지?"
"예의나 경우를 엿 바꿔 먹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맹주님이 직접 고르고 키우며 단련시킨 만큼, 저들의 무위나 충심 그 어떤 것도 구파에 뒤지지 않을 겁니다. 같은 인원으로 저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단채는 마교나 무림맹의 정예들 정도일 테고. 충성심은 맹주님과 저들의 소위 의리라는 것으로 더욱 강하지요. 하지만 고작 한 개의 단, 전부 오십여 명뿐입니다. 고작 무림맹이나 마교의 한 개 단체의 인원과 비등한 숫자지요. 절정을 바라보는 무인이 젊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무기입니다만. 당장 큰 소리 치기에 부족하죠."
예석의 말에 부방용은 고개를 저었다.
"전통을 말하는 거라면 그만둬, 그건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지금이 우리 사파들 아니, 사도연맹이 그나마 굳건해 질수 있는 유일한 적기인건 예석이 누누이 이야기 했던 만큼 잘 알고 있어. 그렇다고 따르지 않는 놈들 모조리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럴 생각도 없어. 천천히 가자고 천천히, 예석, 나이 때문에 서두르지 마. 내가 영약은 못 구해도 저기 고려인삼쯤은 몇 뿌리라도 사다 줄 테니 하나씩 잡아 나가자고."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몸이 부실하던 참이었는데 맹주님 덕에 보신 한번 하겠군요."
능청스런 예석의 말에 부방용은 피식 웃었다.
"이번에 몇몇 어르신들이 나에게 충성을 맹세해 왔어. 그래도 아직 강호에서 큰소리치기엔... 조금 부족하겠지?"
"부족합니다. 그것도 조금이 아니라 많이 부족합니다. 애초에 다른 부분은 그리 떨어지지 않지만 무위라는 측면만큼은 삼대 세력 중 사파연합이 가장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머릿수와 정보력이 있어서 괜찮았지만 천일만마전 이후로는 그마저 줄었습니다. 이제는 맹주님도 계시고 다른 세력들도 이리저리 힘들기에 예전과 달리 조금은 목소리를 높일 수는 있으나.
그들이 보기엔 결국 사도연맹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입니다.맹주님이 원하시는 바를 이루기엔 부족하지요. 그래서 제가 그 개자식들도 연맹의 일원으로 받아들인 겁니다. 비록 쓰레기들이지만 자리 잡기 전까지는 쓸 만할 겁니다. 벌써부터 문제를 일으키는 놈들도 있어서
머리가 아픕니다만..뭐 그건 맹주님이 해결 하셔야죠."
"씨발, 난 그 인간의 도리까지 버린 놈들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고, 아무리 사파고 뒷골목 인생들이라지만 그 새끼들은 그냥 말종이야, 인간말종, 그런 놈들은 내가 받아들일 수 없기도 하지만 받아들여도 결국에는 조직의 근간을 무너트려, 결국 잠깐은 도움이
되겠지만 길게 보면 도움은커녕 문제 밖에 안 돼. 난 모래성을 쌓기 위해 사도연맹을 만든 게 아니야."
"그렇다면 결국 남은 건 외부의 힘입니다. 정사마 다툼에는 관심 없고, 권력과 이름에도 관심이 없으며 동시에 조직에 해를 끼치지 않으며 무위까지 강한 인물, 혹은 단체, 문제는 그런 단체나 인물이 과연 존재하느냐 갰죠."
"십칠광천마나 혹은 그들의 전인이라면?"
"그들이 맹주님의 힘이 되어준다면 연맹을 튼튼히 하는 것 정도가 아니라 강호 일통도 가능하겠지요."
예석의 말에 비죽 웃던 부방용은 밖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소식이 올 때도 됐는데...?"
".....그 소식 들고 온 수하를 발차기로 날려 버리신 건 기억 안 나십니까?"
빤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예석의 눈길에 부방용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태사의를 긁는다. 그 처량한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예석은 품에서 첩지를 꺼냈다.
"여기, 아까 들것에 실려 나가기 전에 미리 빼두었습니다."
"역시 예석이라니까? 하하하하하."
"고려인삼이나 잊지 마십시오."
"이미 수배해 뒀어, 오늘 저녁에 같이 하오문에나 가보자고."
뻔뻔하게 첩지를 받아들어 읽던 부방용의 얼굴이 금세 붉게 달아오르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길에 예석의 눈썹을 찌푸렸다.
"이...이...부러운 새끼...씨발.......좃도 어린 노무 새끼가...아~제기랄! 내가 거기에 있어야 했는데....."
난데 없는 부방용의 욕지거리에 예석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무언가..문제라도 생긴 겁니까?"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예석에게 부방용은 떨리는 손으로 첩지를 건넸다. 부방용의 흥분한 모습에 재빨리 첩지를 읽어 내려가던
예석은 붉어진 얼굴로 어렵게 화를 참으며 입을 열었다.
"설마.... 이첩지를 보넨 어린 하오문도를 부러워 하시는 것은....아니겠지요?"
"왜 아니겠어! 씨발! 이 새끼, 나이도 어린노무 새끼가! 이제 막 자지에 털이나 났을지도 모르는 애새끼가! 천하에 아름답기로 소문난 흑빙선녀랑 빠구리를 떴다 자나! 그것도 무려 다섯 번이나! 마지막 한번은 침상도 아닌 욕간이야! 욕간! 씨발!
욕간이라니 그런 부러운....나도 못해 본 일을!!! 왜? 도대체 왜!! 이 씨발 애새끼는 전생에 천하를 구한 영웅이었데? 왜? 이 좃 만한 놈한테 이런 행운이 다가오냐는 말이야!!
씨발! 왜 나에겐 그런 행운이 오지 않는 거냐고!!! 나도 점소이 노릇 잘 할 수 있단 말이야!"
어딘가 많이 어긋난 부방용의 외침에 예석의 입에서 뿌득 하고 이빨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연합의 대빵이라는 인간이......
"고작.... 그런 이유로...흥분하신 겁니까?"
이빨을 가는 예석에게 부방용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이봐, 예석, 예석이라면 말이야....사봉. 아니지, 그 웃기는 서열은 제쳐 두자고, 정파새끼들의 뒷 공작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천하제일을 다투는 미녀와 저녁 내내 네 번이나 빠구리를 뜨고 아침엔 욕간에서 뒤치기로 빠구리를 뛰었다는 놈팡이가 점소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예석도 흑빙선녀 초상화 봤잖아? 응? 나이랑 계급 다~ 재껴 두고 남자로서 말이지, 응? 응?"
"...크흐음...뭐... 부럽기는 합니다만....흠, 흠,"
헛기침으로 붉어진 얼굴을 숨기던 예석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묵화라면, 아마 흑빙선녀에도 뒤지지 않을 겁니다."
"얼굴만 이쁘면 뭐하라고, 흑빙선녀의 초상화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지? 씨발, 난 흑빙선녀 그림만 봐도 발딱 발딱 서거든? 하지만 묵화 그 아이는
하오문주인 나찰녀 부옥문조차 두손 들어버린 목석인데? 제 아무리 예뻐도 말이야.. 색기라곤 눈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잖아?
거기다 왜 그리 과묵해? 진짜 기녀 할 생각이나 있데? 하루에 말 몇 마디나 하는 줄 알아?부옥문도 묵화랑 대화하면 속이 뒤집힌데,
오죽하면 이름이 묵화야, 묵화, 말없는 꽃이라니, 진짜 어울리는 이름이지 뭐야? 솔직히 말해서 조금만 더 나긋나긋 했어도 나 부옥문 협박해서 묵화한테 벌써 장가갔어. 좀 이뻐야 말이지, 하지만 말이야. 하오문주를 조르고 협박해서 기녀 수업 받는데 구경 갔거든? 다른 여인들이 자위하면서 비음을 흘리는데 혼자 무덤덤해, 이건 딸딸이를 치는지 빨래를 하는지... 그 남자 환장하는 장면에 막 꼴리다가도 그런 묵화를 보니까 수그러들어, 씨발, 정파무림 제일의 꼴통 년 이라는 투화란이 훨씬 색기가 넘치겠다."
".....그러고보니.. 그 투화란도 십칠광천마의 전인과 같이 있군요..더군다나...음...색기가 넘친다고......."
"........."
"........."
어색한 침묵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둘의 입에서 한숨이 배어나왔다.
"썩을... 이 십칠광천마의 전인이라는 놈... 진짜 부럽네... 흑빙선녀에 투화란이냐? 씨발...니가 왕 해라. 이 색욕에 빠져 복상사 할 놈 같으니."
"......축복입니까, 저주입니까? 그보다 그거 맹주님의 다른 꿈 아니었습니까? 늙은 후 최고의 미녀와 합방 중에 복상사로 뒈지는 거."
"어? 예석의 꿈 아니었어?"
다시금 서로를 바라보던 부방용과 예석은 헛기침과 함께 말을 돌렸다.
"허험. 일 이야기나 하지요."
"......그러자구,"
"어떻게 보십니까?"
"뭘 어떻게 봐? 이 자식 꿈은 기루가 맞아."
"함정일수도 있습니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지나가는 예석의 성격은 알지만 말이야... 흑빙선녀를 건달들에게 안기게 하고 고작 점소이에게도 안기게 하는걸 보면 거짓이라고 하긴 힘들어. 그 건달들은 둘째 치고 점소이에게 흑빙선녀를 안게 하는 게 그 녀석에게 무슨 이득이 있다는 거야?"
"그건 그렇습니다만... 무림맹에 들어갔다는것은..."
"어짜피 흑빙선녀는 무림맹에 한번쯤 들렸어야 하잖아,? 그게 전례니까, 전례를 무시하기 위해선 그만한 이유가 필요하지, 굳이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없어."
"물론 그렇습니다, 다만 무림맹에서 그의 정체를 모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석의 말에 부방용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문제지.. 그 위선자들이 어떤 사탕발림으로 구슬렸을지 짐작하기 어려우니까.. 하지만.."
"하지만?"
"단순한 내 느낌에 불과 하지만 무림맹에 넘어 가지는 않았을 거야. 잘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이 녀석, 그 꿈이나 행동거지로 보건데, 차라리 내 쪽에 가까워. 정파니 사파니..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을 거야. 그저 지가 하고 싶으니 한다...그런 느낌이랄까?"
"저 역시 그렇게 생각 합니다. 더군다나 천일만마전의 시발점은 다른 어느 곳도 아닌 무림맹이었습니다. 십일광천마들은 예의라던가 겉치레에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었고 그런 부분이 전쟁에 시발점이었죠, 그런 부분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곳은 사파가 아니라 무림맹과 마교입니다. 사실 마교도 힘을 우선시 하는 단체라 그들을 고깝게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의 힘에 놀란 나머지 연합을 하기는 했습니다만.... 또한 훗날 만마동이 만들어지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도 무림맹의 일원인 제갈 세가의 힘이 컸습니다. 천일만마전에 누구보다 해박할 십칠광천마의 전인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지요. 하지만... 맹주님께서는 십칠광천마의 전인을 너무 두둔하고 계십니다."
"뭐, 두둔하는 것은 아니야. 그저 이 십칠광천마의 전인이 내 마음에 들뿐이지, 멋진 놈이잖아? 더군다나 나름 그의 스승과 작게나마 연도 있고 말이야."
"천일만마전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분이 무슨 연이라는 겁니까?"
퉁명스럽게 말하는 예석의 말에 부방용은 히죽 웃었다.
"내가 아니라 내 사부,"
부방용의 말에 예백의 얼굴 놀람으로 일그러졌다.
"맹주님의 스승님 입니까?"
"그래, 우리 사부 나이 열을 넘지 않았을 때였나..? 천일만마전이 벌어지기 전, 밤에 사형들 술심부름을 하는 와중에 광투 도귀자 어르신과 마탁 뜨랬다고 하더군. 잔뜩 취한 도귀자 어르신은 사부를 보더니 웃으며 품에서 이것저것 꺼내 사부에게 안겼대. 그러면서 멋진 사나이가 되면 만나 술 한 잔 하자고 약속했다고 했어.
하지만 어르신이 건네주신 무공들은 사부가 익히기엔 너무 어려웠어, 삼류 사파의 소속인 사부가 그런 수준 높은 무공에 대해 이해했다면 그게 더 놀랍겠지. 그럼에도 나름 무공의 중요성은 알고 있던 사부는 자신이 이해 할 수 있기 전까지 건네받은 무공서는 숨겼어. 그때는 그냥 그래야 되는 줄 알았다고 하시더군.
뭐, 그 생각이 사부를 살린 셈이지, 애초에 훔친 무공서 이었으니... 어린아이의 치기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할까? 그렇지만 사부는 무공서를 익히지 못했어, 도대체 도귀자 어르신이 사부의 어떤 면을 보고 비급을 건넸는지 모르지만..
사실 사부의 오성은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었거든.. 범재에 불과했지. 그래도 사부는 포기하지 않았어, 자신이 이해할 수 없다면 자신의 제자에게라도... 그런 심정으로
미친 듯 공부하며 무공서를 해석해 나에게 넘겼지. 뭐... 쩝, 그래도 그 양반, 평생이나 바쳤으면서 반도 해석해 놓지 못 했더군. 내가 사부 제자가 아니었다면 사장될 뻔 했지, 어찌 되었든.. 나름 인연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거야,"
죽기 직전 자신이 지닌 무공서에 대한 진실을 알려주고 세상을 뜬 사부를 떠올린 부방용의 입가에 그리운 미소가 어렸다.
어렸을 적 취한 어른이 내뱉은 말을 죽을 때까지 기억했던 사부, 스스로의 부족한 재능에 좌절하여 결국 익히지 못한 무공서에 입술을 깨물던 사부,
그러나 자신이 무공을 완성하는 날, 절반의 한을 풀었다고 자찬하며 술잔을 들었었다. 눈에 눈물이 고인 채 반쯤은 억지로 크게 웃으며 연신 술잔을 기울이던 사부를 잊지
못하는 부방용 이었다. 잘하면 사부의 남은 절반의 한을 풀어 줄 수도 있겠다.
비록 당사자는 아니지만 그 제자끼리 술잔을 부딪친다면 그 또한 약속을 지켰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잘하면 이쪽으로 끌어들일 수도 있겠습니다."
"글쎄...? 과연 그럴까? 광투 어르신이 취했던 그 당시에 스치듯 만난 어린 아이를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사실을 제자에게 전해 줬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기 힘든데?"
"그래도 다른 세력에 비해 좀 더 유리한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진실은 통하는 법이니까요."
자신의 말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는 예석에게 부방용은 빙긋 얼굴에 웃음을 띄웠다.
"끌어 들이기보다는 의형제를 맺고 싶은데?"
"의형제 입니까?"
"그래, 다른 놈들이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멋지잖아! 천하에 미녀들을 모아 최고의 기루를 만들고 싶다는 게 정말이지 멋지다고,
나와는 조금 방향성이 다르지만 상관없어. 이놈도 결국 제멋에 겨워 제 멋대로 사는 놈이야. 천하를 다 준다고 꽤도 안 넘어올걸? 하지만 그래도, 아니, 그래서 나랑은 이야기가 통할 거 같아. 이왕 내가 나이도 많으니 호형호제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내가 사파
대빵이잖아?
기루도 따지고 보면 우리 관할이라고. 그러니 이것저것 뒤를 봐줄 수도 있겠고...의형제 맺게 되면 선물도 하나 줘야지,
부옥문이 묵화를 팔아 버리려고 하더군. 그렇게나 공을 들였는데 목석같은데다 말수가 적은 기녀는 아무리 아름다워도 인형에 불과하다는 거지. 동생이 기루를 차리고 싶다면 내가 묵화를 데리고 있다가 동생에게 건네줘야지. 동생의 능력이라면 어쩌면 묵화의 몸도 고쳐줄지도 모르고, 부옥문 밑에 있는것 보다는 더 좋을테지."
벌써부터 십칠광천마의 전인을 동생으로 부르는 부방용의 모습에 예석이 고개를 흔들었다.
"벌써부터 너무 앞서 가시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어쩐지 속셈이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예석의 말에 부방용은 다시금 히죽 웃었다.
"그게 말이야. 기루를 차리면 그래도 의형에게는 공짜로 대접하지 않을까? 아니면 좀 싸게 해줄지도 모르잖아?"
"역시.. 그게 목적 이셨습니까?"
"뭐.. 그것도 있지만.. 설마 의형이 위험에 처했는데 동생 된 입장으로 모른 척이야 하겠어? 내가 생각했을 땐 이놈 그런 놈 아냐,"
부방용의 말에 예석의 흰 눈썹이 찡그려 졌다.
"그럼 직접 가셔야겠군요. 설마.. 이걸 원하신 건 아니겠지요?"
"아니, 이번엔 우린 빠지자고, 사부가 기억하는 광투 어르신의 모습이나 내가 직접 알아본 바에 의하면 그 양반, 비동 만들고 그럴 양반은 아니야. 뭔가 와전된 소문이거나 어쩌면 함정일게 뻔하고, 설령 진짜라도 동생이 간다면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건 없을 거야. 그래도 생색은 내야 하니, 그냥 그 인간의 탈을 쓴 개새끼들 중 문제 일으키는 놈들만 보내지. 그 쓰레기들을 개와 비교하다니....음..... 개한테 미안해 지는군...
복날 그리 많이 잡아먹었는데.... 하여간에 뭐, 함정에 알아서 뒈져 주든가 아니면 동생 여자들 찝쩍거리다가 동생한테 뒈지겠지.
그럼 나는 손 안대고 코푸는 셈이고... 살아 돌아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자고. 예석 말대로 강호가 격변기이니 위험한 일이야 얼마든지 있지 않겠어?
대신 거기 비동건이 마무리 되거든 동생을 직접 초대 하자고, 편지는 내가 직접 쓰지. 뭐라고 쓰면 좋을까...음...그보다 드디어 흑빙선녀의 실물을
볼 수 있겠군, 쩝...의형제 맺은 기념으로 하룻밤 빌려 달라면 빌려 줄려나?... 정보를 미루어 보면...잘하면 흑빙선녀나. 투화란 중 하나는...헛! 이놈 봐라? 벌써 부터 반응이 오네, 쩝, 이따가 기루나 갈까...?"
자신의 부풀어 오른 사타구니를 바라보는 부방용의 모습에 예석이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혼자 가시지는 않겠지요."
"그랬다간 내일하고 모레는 잔소리에 깔려 죽을 텐데? 그보다 자신은 있어? 나야 발딱 발딱 하는 나이지만 예석은 아니지 않아?"
"훗. 크기는 제가 맹주님에게 딸리지만 기술은 맹주님이 넘볼 자격이 없습니다."
"무슨소리!! 단순한 게 최고라고, 거시기는 큰 게 최고야! 크기와 두께는 기술로 깰 수 없다고, 안 그래?"
자신의 사타구니를 보며 말을 거는 조금은 모자라 보이는 듯 한 부방용의 얼굴을 바라보며 예석의 얼굴에도 흐뭇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부방용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와 달리 예석의 미소는 뛰어난 제자를 바라보는 스승의 얼굴에 그려지는 흐뭇함과 매우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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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한달째....... 으음....
그래도 담배 생각 나는뎁쇼?
도대채 어느 양반이 한달만 참으면 된다는겨?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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