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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9:01 912회 0건
음애루주 - 68 비동




"환 대협 덕분에 비를 피할 곳을 찾아 다행입니다."
장대처럼 쏟아지는 빗줄기를 쓰게 바라보며 얼굴을 타고 흐르는 빗물을 거칠게 닦아 내던 남궁천은 대답이 없자 청일검 환 난도를 향해 살짝 눈길을 주었다.
환 난도는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입을 헤 벌리고 무방비 하게 젖은 머리를 쓸어 올리는 설영과 그 곁에 무엇인가 위화감이 드는 느낌의 옷을 입은 제갈 연과 유하의 모습에 혼이 나간 듯한 눈동자를 때지 못하고 있었다.

고스란히 몸매를 드러내던 옷은 갑작스런 폭우에 젖어 빗물이 타고 흐르는 설영의 매혹적인 갈색피부를 고스란히 비춰 보였다.
윤기가 흐르는 갈색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빗물은 그것만으로도 미칠 듯한 색기를 자아낸다.
어디 그뿐이랴, 음탕하게 흔들리는 가슴은 유두까지 비춰 보이며, 흐르다 못해 넘치는 색기를 발산하는 엉덩이는 비에 젖은 옷 덕분에 설영의 엉덩이 갈라진 틈을 파고 든 속옷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며 남자의 욕망에 부채질 하듯 설영의 움직임에 맞춰 살랑 거린다.
나신일 때보다 더욱 음탕하고 색기가 흘러넘치는 모습.
그야말로 인외라고 불러야 할 만큼, 끔찍할 정도로 남자의 마음과 눈을 사로잡는, 유혹적이고 매력적이며 치명적인 여인의 향기와 색기가 작고 허름한 목조 건물에 가득 퍼진다.
홀린 듯 설영을 바라보던 육룡들은 설영이 빗물을 짜내기 위해 치파오 자락을 들어 올리자 콧김을 내뿜었다.
음모를 고스란히 비춰 보이며 음부의 갈라진 틈을 파고든 얇은 흰 속옷은 이미 속옷의 기능을 상실하고 오히려 남자를 유혹하는 도구에 불과했다.
매혹적인 향기와 더불어 마치 누구든 허락하겠다는 느낌과 동시에 어떤 남자의 침입도 거부한다는 모순적인 느낌을 흘려내는 음부는 마치 음탕한 요부와 같이 남자에게 손짓하며 동시에 굳은 절개를 지닌 처녀마냥 남자의 접근을 막아선다. 그 모순의 분위기와 잔인할 만큼 유혹적인 향기에 홀린 듯 저도 모르게 설영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거의 옮길 뻔 했다.
꿀꺽!
누군가의 목에서 나온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천둥보다 더욱 크게 고요한 방안에 울려 펴지며 육룡들의 몸을 멈춰 세웠다.
"흠...크흐음!"
서로를 바라보며 육룡들은 스스로의 추태를 느꼈는지 연신 침음성을 내뱉으며 허둥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 와중에 의식적으로 장대비가 쏟아지는 밖에서 눈을 때지 않으며 설영들에게서 시선을 피해 설영들의 색기에서 벗어나 있던 남궁 천만이 쓰게 웃으며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
"환 대협, 그런데 이집은 꽤 넓군요."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남궁 천의 부름에 환난도는 크게 헛기침으로 벌개진 얼굴을 가리며 답했다.
"아, 크흠, 이집은 애초에 비를 피할 수 있게 만들어진 집이네. 청해는 험하고 높은 산이 많아서 그런지 기후 변화가 심하거든, 그리고 도시도 그리 많지 않고...그 간격또한 제법 길다네. 그 험하다는 곤륜산도 청해성에 있지 않은가.그러다 보니 청해성에서 움직이는 상인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이런 비를 피할 곳을 여러 곳에 만들어 놓았다고 들었네.
전에 임무 때문에 흥해지부에 볼일이 있어 지나가는 길이 이곳 있었는지라 지금과 같은 일을 겪는 바람에 마침 기억하고 있었네."
"그렇군요. 혹 따로 작은방은 없습니까? 방이 하나 더 있다면 소저들이 옷을 갈아입을 수도 있을 텐데 말이죠."
여전히 쏟아지는 비에서 눈을 때지 않고 목소리를 높이는 남궁천의 말에 환 난도는 고개를 저었다.
"손해 보는 일은 결단코 피하는 상인들이 어디 남 좋은 일 하겠다고 이런 집을 만들어 놓았겠는가. 다 자신들에게도 이득이기에 이런걸. 만든걸 세. 갑작스런 비나 눈을 피함과 동시에 팔 물건의 피해를 최소화 하자는 거지, 그래서 그런 물건들도 들일 수 있게 크게 크게
만든 것이지. 입구를 보면 알겠지만 왠간한 마차나 달구지가 들어 올수 있을만큼 크게 만들지 않았나.
알고 보면 지붕과 벽과 바닥만 있는 셈이지, 그래도 이 인원이 이런 큰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걸세.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는 말게나."
남궁천의 말에 환 난도는 마치 자신의 지식과 연륜을 자랑하는 양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 사실 큰 빗소리로 작은 소리가 묻혀 버리기는 하지만... 굳이 저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자신의 내심을 숨기기 위함일 것이다. 평소와 달리 길게 설명을 늘어놓는 모습이 그 사실을 증명했다. 남궁 천은 내심 환난도의 마음을 이해했기에 그런 환난도의 그런 모습을 지적하지는 않았다.
예린과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던 와중 실수로 계곡에 빠져 물에 흠뻑 젖은 예린의 모습은 어린 남궁 천도 놀랄 만큼 선정적이었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어 지금도 때때로 목욕시중을 들러 들어온 예린을 장난처럼 탕속에 밀어 넣을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예린의 모습에서 미녀가 옷을 입은 채로 흠뻑 젖었을 때 움직이면 얼마만큼 선정적으로 보이는지 잘 알고 있는 남궁 천이었기에 비가 오는
순간부터 필사적으로 여인들 쪽으로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안 그래도 정말 인외의 매력과 외모, 그에 어울리는 색기를 넘치도록 흘리는 여인들이 비에 쫄딱 젖은 모습으로 움직일 때 풍겨낼 색기의 마력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왜? 상상하면 보고 싶어지니까....
왠지 울적해지는 남궁천은 예린의 얼굴을 떠올리며 자신을 다잡았다.
[그래도 예린, 너 때문에 체면은 살고 있어....]

그런 남궁 천 노력심정과 달리, 남자들은 몰라도 뒤에서 이빨을 갈고 있는 이봉들이나 설영들에게 있어서만큼은 확실히 남궁 천이 육룡의 수장자리에 어울린다는 평가를 하고 있었다.
"다행이에요, 안에 장작하고 솥이 있더군요. 누님들 몸을 따듯하게 할 수 있겠어요."
활기차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무심코 설영들에게 고개를 돌릴 뻔 한 남궁 천은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몸을 멈춘 다음 천천히 설영들이 있는 곳과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사...사리가 생길거 같아...]
내심을 꾸욱 억누르며 장작더미를 한 아름 안고 그 위에 솥을 올려 아슬아슬한 묘기를 선보이며 일행들에게 다가오는 유백을 반갑게 맞이하는 남궁 천이었다.
"어디 갔나 했더니 장작을 찾으러 갔던 것이군. 잘했네. 내가 해야 할일을 자네에게 미룬 셈이군. 미안하네."
"누가 하면 어떻습니까. 더군다나 이런 일은 무리의 수장보다는 막내가 하는 편이 어울리죠."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그런데 그 장작이 어디 있던가?"
"밖에 말을 묶어 둘 수 있게 해놓은 곳에 있더군요. 제법 쌓아 놓은 걸 보면 역시 정기적으로 장작을 쌓아 놓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끄응... 그럼 밖에 있다는 말이군... 소저들이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공간이 있기를 바랐거늘..."
동료들의 반응만 봐도 세 여인들이 얼마나 색기를 흘리고 있는지 짐작 할 수 있다. 아마 넘치다 못해 빠질 정도 일 테지. 그렇기에 넓은 천이라도 있다면 저어기 귀퉁이를 가려 여인들의 옷만이라도 갈아입게 만들어 그 넘치는 색기를 조금이라도 막아 혹시라도 생길지 모르는 불상사를 막고 싶은 남궁 천이었다. 사실 불상사도 불상사지만... 자신도 힘들었다.
예린을 생각하며 애써 마음을 다잡고 있지만......더 이상의 유혹을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주인님, 머리가 젖으셨습니다."
그런 필사적인 남궁천의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몸에서 빗물을 뚝뚝 흘리며 장작을 화로에 집어넣는 유백의 모습이 마음에 걸린 설영이 성큼 다가왔다.
후욱! 코끝을 간질이는 아찔한 설영의 체취에 남궁천은 결국 눈을 감았다.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갑작스레 눈을 감고 반야심경을 외우고 있는 남궁 천의 모습을 조금 황망한 눈으로 바라보던 설영은 금세 호기심을 떨치고 유백의 머리를 닦아줄 것이 없나 살폈다.
그러나 수건이 있을 리는 만무했다. 유백이라면 가지고 있겠지만.... 이렇게 중인들의 이목이 쏠리는 곳에서 그림자에 손을 집어넣을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설영은 한숨과 함께 삼매진화를 일으켜 자신의 옷을 말렸다.
"허엇!"
"음....."
"어맛!"
설영의 모습을 놓고 바라보던 남자들과 그런 육룡의 모습에 이빨을 갈며 경멸스러운 눈초리로 쏘아보던 이봉의 입에서 감탄사를 동반한 침음성이 새어 나왔다. 아직 애송이일지는 모르나 그들 모두 무가의 자식이며 그 자신들도 무인들 이다. 크고 자라나면서 익히고
배운 것은 대부분 무공이거나 무공과 관계된 것들뿐이고 또 그렇기에 그 나름대로 육룡 사봉이라는 이름도 얻은 무인들.
삼매진화를 일으켜 옷만 말리는 신기를 운공은커녕 집중조차 없이 숨을 쉬듯 자연스럽고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설영의 모습은 그녀를 바라보던 모든 사람들을 놀래게 만들기 충분했다. 작은 첩지 정도를 태우는 것이라면 자신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옷을 말리라고 한다면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할 것이다. 그런 시간을 들여도 아마 옷에 구멍 몇 개는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설영은 아주 자연스럽게 해냈다.
마치 숨을 쉬는 마냥 저렇게 자연스럽게 내공을 다룬다는 것은... 절정을 넘어 이미 완성을
바라보는 경지라는 증거. 물론 노 고수들 사이에서는 제법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광경일지 모르나 자신들과 또래인 설영의 나이를 감안한다면 더욱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반야심경을 외우던 남궁 천 조자 황망히 설영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그녀가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정도로 차이가 날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반수 정도로 앞서거나 뒤쳐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혼자만의 오산이라는 것을 의도 하지 않았지만 설영은 이 한수로 증명해 보였다. 남궁 천은 주먹을 그러쥐었다.
[예린.... 네 말대로 난 아직 우물 안 개구리인 모양이야. 하지만....]

모두가 질투, 선망, 그리고 존경이 섞인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알지만 설영에게는 딱히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아까 젖은 자신의 몸을 마치 시선으로 범하듯 바라보던 눈빛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요 며칠 주인님의 사랑받지 못했고 봉사하지 못했다.
아플 정도로 발정 난 몸과 마음이 그 노골적인 눈빛에 가벼운 절정까지 느꼈으니까. 육룡들이 자신에게 다가오려 할 때는 기대감에 벅찬 음부가 홍수가 난 마냥 애액을 쏟아 내었다. 빗물 때문에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것이 오히려 아쉬운 설영이었다.
삼매진화로 얼마든지 옷을 말릴 수 있었음에도 설영이 젖은 몸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색향을 풍기고 있던 이유였다.
유백의 명이 있기에 크게 나서지는 않았고 또 유백의 잘생긴 얼굴에 흘러내리는 빗물이 은근히 설영의 마음을 자극하여 나쁘지 않았지만....역시 자신도 아니고 유백이 젖은 채로 잡일을 하는 모습을 설영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주인님. 잠시만 앉아 주세요."
설영의 부탁에 유백은 어깨를 으쓱이며 자리에 앉았다. 유백이 자리에 앉자 설영은 유백의 앞에서 자신의 치파오 자락을 들어 유백의 머리에 흐르는 빗물을 닦아 낸다. 다시 한 번 육룡의 복장을 뒤집어 놓는 한편 가슴 떨리게 선정적인 장면이 육룡과 환난도의 앞에서 펼쳐졌다.
눈 돌아가게 아름답고 색기넘치는 미인이 자신의 치마로 남자의 머리와 얼굴에 흐르는 빗물을 닦아준다.
치파오의 치마 부위가 그리 넓은 옷은 아니니 만큼 유백의 눈 위치에 설영의 속옷이 어른거리고 유백의 코끝에서는 설영의 젖은 음부가 어른거린다.
만약 사정을 모르는 이가 멀리서 보았다면, 여인이 남자의 머리를 안아 자신의 음부에 밀어 붙이는 모양 세였다.
침음성을 흘리며 허리를 빼는 남자들과 묘하게 눈을 빛내는 여인들이었다.
묘한 색을 띈 분위기가 집안을 매우는 가운데 설영이 유백의 머리에서 치파오 자락을 치우고 유백의 뒤로 돌아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손으로 유백의 뻗친 머리카락을 정돈한다.
"음~ 이거 기분 좋네요."
"그렇습니까? 다행입니다. 주인님."
살풋 미소 짓는 설영에게 마주 웃어주며 능숙하게 화로에 불을 피우고 솥 걸이에 솥을 걸어 물을 붓는 유백의 곁에 어느새 유하와 제갈 연이 다가와 양 옆에 앉는다.
평소대로 살짝 무릎을 꿇고 앉는 제갈 연은 어디서 주어 왔는지 작은 천 조각을 음모 위에
올려 음부를 가렸다. 슬쩍 자신의 눈치를 보며 눈동자를 돌리는 제갈 연의 모습에 유백은 모른 척 넘어갔다.
어차피 음모의 반도 못 가리는 작고 어설픈 천 조각은 오히려 남자의 눈길을 끌어 모은다. 정말 가리기 위함이라기보다 그곳으로 시선을 집중하기 위한 천 조각으로 느껴진다. 그녀 자신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반면 유하는 조금 얼굴을 붉히기는 했지만 평소대로 퍼질러 앉았다. 유하의 젖은 음부와 음모가 고스란히 불빛을 받아 빛난다.
그럼에도 평소의 행실 덕분에 오히려 유하에게 모이는 시선이 적다. 그러나 유하가 설영에게 입술을 삐죽이며 유백의 옷을 잡고 삼매진화를 일으켜 유백의 옷을 말려주는 모습에 다시금 일행들의 입에서 침음성이 터져 나왔다.
일행들은 유하의 내공과 운용능력이 설영과 비교해도 그리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일행들의 모습에 아랑곳 하지 않고 유백이 가져온 음식재료들을 확인한다.
"얼음댕이. 머리보다 옷이 먼저 아니야? 하여간에 헛똑똑이 라니까. 그런데 주인, 요리재료도 가져왔어? 흠...이 버섯은 뒤쪽에 있던 거야?"
"마구간 뒤쪽의 나무 밑에 자라기에 좀 캐 왔어요."
"헤에... 이 버섯은 약초꾼들이나 아는 약용 버섯인데... 어떻게 알았담? 하여간에 모르는 게 없어요. 어디보자... 말린 향초랑 벽곡단...그리고 약초라.... 내가 속이 따뜻해지게 죽이라도 좀 만들까?"
"요리 해본 적은 있나요? 괜스레 망치지 말고 다른 분에게 맞기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유백이 가져온 재료로 죽을 만들겠다는 유하의 선언에 제갈 연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무력이라면 모를까 요리가 되면...
이건 믿음 이전의 문제다. 자신도 못하는 요리를 정도무림이 공인한 선머슴이며 성격 개차반인, 그나마 근래 들어 여자다운 티...라기보다는 색기는 물씬 풍기고 있기는 하지만....그건 어디까지나 색기지 여자답다고 말하기는 좀 그렇다.
누가 뭐래도 유하는 정도무림이 공인한 선머슴이다
그 빼어난 외모, 그리고 풍만하고 부드러운 가슴과 단련된 육체로 탄탄하고 부드러운 허리에서 음탕하게 보이는 엉덩이로 이어지는 굴곡이 아니었다면 누구도 여자로 보지 않았을 유하가 요리를 하겠다니 내심 걱정부터 되는 제갈 연이었다.
"헹~! 안 그래도 방랑벽 쩌는 데다 세력도 없이 야인으로 떠돌던 우리 사부 밥을 누가 해줬다고 생각해? 방랑벽이 넘치는 사부 덕에 온갖 곳을 돌아다니며 얻어먹은 적도 많았지만 그래도 처음 사부랑 살던 3년 동안은 내가 제자가 아니라 밥순이가 아닐까 생각했다니까?
뭐, 나랑 비슷했을 주인도 잘할 거 같지만, 그렇다고 주인한테 시키는 건 예의가 아니지! 더군다나 여자가 다섯인데 남자들에게 밥하라고 하는 것도 좀 그렇고 말이야. 그리고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나한테 그런 말 하는 거 보니 요리할 줄 아는 모양이네? 그럼 나가서 이 버섯 좀 다듬어 와."
"저...저기 그게... 그러니까... 그런건.... 아! 저.....차, 차라면..."
"그건 다도지. 요리가 아니잖아? 쯧! 하여간.... 이래서 있는 집안 것들은..."
유하의 핀잔에 제갈 연과 설영의 고개가 수그러든다. 그 모습에 유하가 황망한 표정으로 설영을 바라보았다.
"....얼음댕이도 요리 못해? 그럼 대체 지금까지 밥은 누가 한 거야?"
"그러고 보니 제가 직접 했네요."
유백의 말에 유하가 눈을 빛냈다. 유백의 답에 처연한 얼굴로 고개를 들지 못하는 설영의 모습에 유하가 흡족한 미소와 함께 한껏 가슴을 펴자 그 풍만한 가슴이 출렁거렸다. 또다시 육룡들의 숨소리가 켜지지만 유하는 그런 육룡들에게는 아랑곳없이 혀를 찬다.
"만날 나보고 여자답지 않다고 놀리던 인간들이....쯧, 쯧.... 어디 가서 여자라고 하지 마.
창피하니까. 여자라면 요리정도는 기본 아니야? 기본? 그래야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밥도 해주고...그리고 얼음댕이, 허이고~~~ 밥을 해다 받쳐도 부족한 판에 받아 드셨어요?"
때를 만났다는 듯 이어지는 유하의 타박에 둘의 고개가 더욱 숙여지며 붉어졌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선머슴에 개차반으로 소문난 유하에게 여자답지 않다는 소리를 듣다니... 뭔가 엄청난 반발심과 억울한 느낌이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지만.... 틀린 말은 아니기에 딱히 반박할 말을 찾기 어렵고 그래서 더욱 울화통이 터지는 둘이었다.
"주인이 해준 밥을 먹고 싶지만. 그래도 여자들이 다섯이나 있는데 주인한테 밥 해달라고 조르긴 염치가 없겠지? 더군다나 남자들이야 당연하겠고, 얼음댕이나 책벌레보다 더 잘 살았던 정정이나 교임은 요리는커녕 부엌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를 텐데. 막 자란 내가 해야지 뭐, 이제부터 나한테 여자의 몸가짐 어쩌구 거리는 년이 나오기만 해봐, 아주 그냥."
툴툴 거리는 입술과 달리 얼굴에 걸려있는 진한 승자의 미소에 화병이 날 것 같은 여인들이었지만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해 울화통이 터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그저 입술만 깨물었다. 그런 여인들을 뒤로 한체 유하는 콧노래를 부르며 재료를 다듬어 갔다.
방안의 칙칙한 분위기는 남일 마냥 시시덕거리는 유백들의 모습은 일행들의 염장을 뒤집어 놓는다.
이쪽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황송하고 또 끓어오르는 욕망과 성욕을 참는 것만 해도 힘들건만 저 어린놈은 진정 고자라도 되는지 여인들을 옆에 끼고 아무렇지 않게 시시덕거린다.
설영이 뒤에서 그 섬섬옥수를 부드럽고 음탕하게 움직이며 머리를 다듬어 주고 털털한 성격으로 호탕한 모습과 달리 빼어난 미모와 매력을 지닌 유하가 웃으며 요리를 만들고 부드러운 지적 미녀인 제갈 연이 다소곳이 앉아 연신 부드러운 웃음을 터트린다.
그 가운데 앉아 웃고 있는 애송이의 모습이 너무나 증오스러운 육룡이었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지금 유백은 그야말로 몇 십번은 죽었을 것이다. 살벌한 눈빛이 자신에게 쏘아지는데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유백의 모습에 결국 육룡들은 포기하고 슬금슬금 솥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 성격에 안 어울리게 유하의 요리솜씨가 좋은지 솥에서 고소한 냄새가 허기를 자극했고 또 피워둔 불에 젖은 옷 또한 말려야 했기에....
그리고 그보다 저 세 여인들과 좀 더 가까운 자리에서 그 체취라도 맞고 싶은 육룡이었다.
그런 육룡들의 모습에 조금 인상을 찌푸리던 유하는 유백의 고갯짓에 입술을 삐죽이며 솥에 든 죽을 나눠 주었다.
잘게 자른 육포와 여러 가지 곡식을 조금씩 섞은 벽곡 단을 집히는 데로 집어넣은 다음 버섯과 약초를 넣고 은근하게 끓인 죽에 소금 간을 했을 뿐이지만 허기와 비를 맞아 체력이 떨어진 몸을 따뜻하게 달래주기에는 그만이었다.
원래 솜씨가 뛰어난 건지 유백이 먹는 것이라 애정을 듬뿍 넣어서 그런지 단순히 허기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정말로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이 뛰어난 죽에 일행들은 앞 다투어 유하를 칭찬한다.
"정말 맛있소, 유하소저."
"이런 보잘것없는 재료로 이정도 요리라니 정말 굉장한 실력입니다. 유하소저."
"다음에도 또 먹고 싶구려."
"됐거든?"
육룡들의 칭찬에 입술을 삐죽거리던 유하는 유백이 그릇을 내밀자 마치 새색시 같은 수줍은 표정으로 유백의 그릇을 받아 들였다.
"맛있네요. 더 주세요. 유하누님."
육룡들의 칭찬에 입술을 삐죽거리던 유하는 유백이 그릇을 내밀자 입술을 삐죽이면서도 마치 새색시 같은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유백의 그릇을 받아 들였다.
평소의 괄괄하고 선머슴 같은 성격의 유하가 새초롬하게 마치 새색시와 같은 느낌으로 죽을 퍼 공손하게 유백에게 건네는 모습은 일행들에게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러고 보니 예린이 요리하는 건 본적이 없어...예린이 해준 밥이 먹고 싶군. 애린에게도 저런 면모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으음.... 아버지가 투화란 하고 잘 좀 해보라기에...내가 무슨 죄를 지었나 싶었는데....이건 진짜배기야! 저 태도라니...조금 입이 험하기는 하지만...그래도 이런 요리솜씨에...그리고 무위, 더군다나 저런 모습이라니....으음... 성격만 조금 낮추면 좋아질 거라더니. 아버지 안목이 그렇게 좋았나? 그럴 리가 없는데?]
[그래도...역시 설영소저가...... 요리야 주방장에게 맞기면 되니까...]
[이번일이 끝나거든... 집에서 머라고 하던 제갈 연소저에게 정식으로 교제 신청을 해봐야겠군. 으음....할아버지께 도움을 요청해야하나?]
[평소의 괄괄한 모습이라 몰랐는데... 저런 면이 있었나...? 역시 여자는 남자하기 마련이군.....]
[기필코 저년들을 내것으로 만들겠어.]
설영과 유하가 풍기는 고귀한 느낌과 동시에 인외의 색기때문에 참을 수 없는 성욕과 욕망에 시달리던 육룡들은 유하의 평소와 다른 여자다운 모습과 따뜻하고 맛있는 죽에 잊었던 가문의 당부와 함께 결혼을 떠올렸다. 각각 설영이나
유하, 그리고 제갈연, 혹은 그 전부와의 신혼을 상상하는 육룡들의 입가에 걸쭉한 침이 흘러내린다.
그렇게 육룡이 동상이몽을 꾸는 가운데 그들의 뇌리에서 잊혀진 이봉이 짜증스럽게 죽을 퍼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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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아주 가끔 억울한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왜! 왜 내가 보던 글들은 다 연중인데 난 글을 올릴까..ㅠ.ㅠ
돌아와줘요 작가님들아.
올리는 만큼 보고 싶은 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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