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석실로 들어가니 석벽 전체가 비단으로 포장 되어 있을 만큼 사치스러웠다. 몸의 굴곡이 들어날 만큼 조이는 피의를 입은 여인내들이 차를 가져왔다. 그녀들에게서 풍기는 향긋한 체취나 찻잔에서 흘러나오는 기이한 향기는 설 무영이 생전 처음 대하는 자극적인 것이었다.
"소생이 먼저 알고 싶은 것이 있소이다."
설 무영이 가슴에 품고 있는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뭘 알고 싶은지 몰라도 내가 알고 있는 거라면 알려주마........!"
천황마제가 무슨 마음에서인지 선뜻 그의 말에 대답했다. 설 무영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천황궁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당대하게 말했다.
"흡혼마혈공(吸魂魔血功)에 대한 것이오......."
"그것은 우리 천황혼마전의 무공! 허지만 우리 천황혼마전에서는 흡혼마혈공(吸魂魔血功)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건 왜죠?"
"후후후.......! 흡혼마혈공은 천황혼마전의 독전무공이고 위력이 강하긴 하지만, 극성이 되어도 십성이상 될 수가 없는 약점이 있지!"
"그럼, 적마신장(赤魔神掌)도.......?"
"그렇다!"
천황마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설 무영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렇다면 천혼적마신장은 절전된 무공이란 말인가? 그런데 어찌 부모는 절전된 무공에 살생되었다는 것일까? 의문은 꼬리를 물고 나타났다.
"그렇다면....?"
".........?"
천황마제와 추래야는 도리어 자신들의 무공에 관심을 갖는 설 무영을 의아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설 무영의 뇌리에 부모가 참살당하는 오년 전의 광경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오년 전에 혹시 그 무공을 연마한 중원인은 없었소? 귀잖게 하려는 뜻은 없고, 단지 이 소생의 부모와 관련된 중요한 일이라서........!"
"......?"
천황마제가 심사숙고한 모습을 짓더니 추래야와 잠시 석실을 나갔다가 들어왔다. 천황마제가 설 무영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젊은이가 누구인지를 말하지 않은 걸로 아는데......?"
"아! 네 소생의 이름은......!.무영(霧影)입니다."
"무영…? 젊은이는 중원 어느 무림의 제자냐?"
"소생은 어느 문파에도 속해 있지 않소.!"
"그렇다면 사부가 누구냐?"
설 무영은 사부라고 내세울만한 것이 없었다. 그의 무공 모두가 기연에 의해 독학을 한 것이다. 굳이 사부라 내세울 사람은 백부인 불망객 뿐이 없었다.
"소생은 백부이신 도성담(塗成曇) 어른께 무학의 기초를 이루었을 뿐이고, 독학으로 지금에 이르렀소이다. 그것이 무슨 상관입니까?"
"아니…! 다만 혹시 젊은이가 속해있는 종파가 있다면 우리 천황혼마전과 연관이 있는가를 알아보려고......."
천황마제는 말끝을 흐렸다. 설 무영은 은근히 짜증스러워졌다.
"아직 천황마제께서는 저의 질문에 답을 주지 않으시니 이유를 모르겠소!"
"그 말을 답하는 데는 문제가 있어서 그런데........."
천황마제의 표정이 음험하게 변하고 쭉 찢어진 눈초리가 더욱 치켜 올라갔다.
"무슨 문제 입니까?"
"본 마제가 젊은이에게 부탁이 있는데, 천황혼마전과도 관련이 있는 일이라 그 부탁을 들어 줘야 대답을 할 수 있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설 무영이 말했다.
"무슨 일인지 들어 봐야 대답을 할 것이 아니요?"
천황마제는 설 무영의 말에는 답변이 없이 추래야를 향하여 지시를 했다.
"파고요(巴枯腰)를 데려와라!"
".......!?"
잠시 후, 추래야와 함께 두 명의 여인이 들어왔다. 이십 세와 사십 세가 넘어 보이는 두 여인, 피부색이 짙은 몽골여인(蒙古女人)이었다. 이십 세 정도의 여인은 나삼의를 걸치고 있어 유연한 굴곡의 허리와 교태가 흐르는 몸매가 들어나 요기가 넘쳐흘렀다. 그러나 창백한 얼굴의 초점이 흐린 눈동자와 윤기 없는 피부를 보아 병색이 역력 하였다. 나이든 여인은 나이보다 젊어 보였고 몸의 굴곡이 완연하도록 꽉 조이는 피의(皮衣)를 입고 있었다.
"부르셨어요! 아버님~!"
"여보! 무슨 일이죠?"
나이든 여인은 천황마제의 부인 나마희(那麻嬉). 그녀가 부른 이유를 물으며 천황마제를 처다봤다. 천황마제가 나마희와 귓속말을 주고받더니, 설 무영에게 자신의 딸을 소개했다.
"이 아이가 본제(本帝)의 딸 파고요(巴枯腰)다~!"
"......!?"
설무영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인형처럼 표정 변화 없이 바라보고 있는 파고요의 푸르스름한 눈동자. 그녀가 설 무영에게 고개를 까닥여 보였다. 천황마제는 자신의 딸인 파고요를 처연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내 딸에게는 병이 있다. 딸의 병을 고쳐 달라는 게 나의부탁이다."
"무슨.......?"
설 무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천황마제는 딸의 병을 고쳐 달라고 했다. 모든 기서와 의학서를 통달한 설 무영으로서는 상세를 보아 고칠 수도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천황마제는 설 무영의 능력을 모르지 않는가?
"소생은 의술에 문외한인데.....?"
천황마제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젊은이 면은 고칠 수 있다. 젊은이는 천하에 없는 극양지체이다. 내 딸은 무공연마 중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들었다!"
"주화입마를 어찌.......?"
설 무영은 알고 있었다. 무공을 연마 중 극성이나 상극의 내공을 연마하거나, 극성이나 상극의 영약을 섭취할 경우 등 주화입마에 든다. 허지만 일단 주화입마에 들면 전설의 영약을 복용치 않고는 회복이 어렵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설 무영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고 있다는 듯 천황마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본 혼마전에는 태음접양대법(太陰接陽大法)이라는 대법이 있다. 그것은 극양지기로 주화입마에 든 극음지기를 흡입 통천(通天)하여 다시 주입시켜 주는 것이다. 몇 백 년 전 우리 선조로 부터 내려오는 대법으로 설사 성공을 못한다 해도 애비로서 마지막 애정이다. 구결은 전수해 주겠다........! 젊은이에게 간곡히 한 생명을 부탁 하는 바이다."
천황마제는 애원조로 말하고 있었다.
"그…! 그것은......!?."
설 무영은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것은 음양 간의 남녀가 육체를 접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설 무영은 파고요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녀의 요사스런 눈빛을 한 시선도 설 무영에게 머물러 있었다.
"젊은이에게 정혼한 여인이 있나?"
설 무영이 당황해 하는 뜻을 알았던지 천황마제가 넌지시 물었다. 그의 뇌리에 전도련과 소류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있…있습니다!"
황급한 설 무영의 답변에 천황마제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더니 단호히 말했다.
"그래도…! 젊은이에게 딸을 주겠다. 그것도 모자란다면 젊은이를 중원의 제일인자가 되게 하겠다."
"........!?"
설 무영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확신성도 없는 것이고, 이미 그의 뇌리에는 두 여인이 자리를 하고 있었으며, 선뜻 중원 제일인을 만들어 준다는 말이 어딘가 음흉한 계책이 있음직한 느낌을 받았다. 설 무영의 대답은 완강하였다.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설 무영의 대답이 있은 직후, 석실은 종요해졌다. 아무도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하하하하.......!"
그때 천황마제의 폭소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는 설 무영을 향해 비소를 흘렸다.
"그렇게는 마음대로 안 될걸…! 어른의 말을 들었어야지. 건방진 놈! 네놈은 이미 본 혼마전의 섭혼미약(攝魂未藥)에 중독되었다는 걸 모르는구먼.......! 운공을 해 보거라! 흐흐흐......!"
"......!"
설 무영은 흠칫 놀랐다. 천황마제가 연신 웃음을 터트리며 몸을 흔들었다.
"하하하…! 선택의 여지가 없을 텐데....... 그 섭혼미약은 한 달에 한 번씩 해약을 복용치 않으면 피부가 썩어 페인이 될 것이다. 네 놈은 그동안 혼마지옥(魂魔地獄)에서 죽음을 기다리게 해주마! 아니면 뇌멸몽윤귀공(腦滅夢輪鬼功)으로 실혼강시(失魂 屍)를 만들어 줄까? 하하하하........!"
천황마제가 득의에 찬 말을 쏟아냈다. 뇌멸몽윤귀공(腦滅夢輪鬼功)! 설 무영에게는 낯익은 말이다. 그의 부모가 비명에 목숨을 잃던 날, 흑포괴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목숨이 붙어 있으나 혼이 없는 인간을 만드는 사악한 사술이었다.
천황마제(天荒魔帝)는 무공에 입문한 젊은 기재들을 잡아서 지옥마옥에 가두고 뇌멸몽윤귀공으로 살아있는 실혼강시를 만들어 지옥철타군(地獄鐵駝軍)으로 쓰는 것이었다. 설 무영에게 아직 죽음이란 있을 수 없는 말이었다. 설 무영은 황급히 더듬거리며 말했다.
"하, 하겠소!"
"진작 고분고분 할 것이지........! 가자!"
말을 마친 천황마제가 득의양양하게 석실 입구를 향해 몸을 돌렸다.
"잠, 잠간만.......!"
설 무영이 다급히 외쳤다. 석실을 나가려던 천황마제가 되돌아섰다.
"뭐냐~?"
"서로 약속을 지키려면 내 요구도 대답해 주시오.......?"
천황마제의 음산한 눈이 번쩍 빛을 냈다.
"흐흐흐…! 그렇게 알고 싶다면....... 어차피 존(尊)께는 쓸모없는 놈들........"
설 무영은 천황마제가 하는 말의 의미를 되씹어 보았다.
(존(尊)이라 했던가?......)
석실을 나가면서 천황마제가 뇌까렸다.
"중원에 철심오마살(鐵心五魔煞)이란 미친개들이 있지.......! 그놈들에게 본 혼마전의 비급 천혼마혈공(天魂魔血功)을 준 적이 있었지........"
"철심오마살(鐵心五魔煞)...!"
설 무영은 입속으로 되새기며 천황마제의 뒤를 따라갔다. 그들이 도착한 곳의 석실 사방에는 향로가 있었고, 가운데에는 원형의 투명한 석판이 있었다. 연이어 일곱 명의 여인들이 뒤따라 들어왔다. 그녀들 모두가 나신이 보일 듯이 투명한 칠색의 나의를 입고 있었다. 설 무영이 불쑥 천황마제에게 물었다.
"치아(齒牙)와 같은 날의 도(刀)를 쓰는 사람을 알고 있습니까?"
".....!?"
흠칫! 그 말에 천황마제가 되돌아서서 설 무영을 노려보았다. 천황마제의 눈에서 잠시 살기가 흘렀다. 천황마제가 설 무영에게 되물었다.
"그것을 왜 묻는가?"
"그건 소생의 백부의 부탁이 있어서요...."
천황마제는 무언가 생각하더니 이내 표정을 고치고 담담히 말했다.
"본 마제도 천병삼기(天兵三器)라는 것 밖에 모른다......."
"천병삼기.......!?"
그들은 원형의 투명석판 앞으로 다가섰다. 타고요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설 무영을 처다 보았다. 종전과 다르게 그녀의 투명한 나삼의로 비치는 요염한 자태가 더욱 그녀를 요사스런 요화(妖花)로 만들고 있었다. 심중한 모습으로 천황마제가 태음접양대법(太陰接陽大法)에 대해서 설 무영에게 설명을 하였다.
"이 대법은 두 사람 스스로가 시전해야 한다! 그리고 저것은........"
"......!?"
천황마제는 투명석판을 가르치고 있었다.
"본 대법을 수행하기 위한 몽혼원심기(夢魂圓心機)이다. 마음과 눈을 상대에게서 떼어내면 본 대법이 실패로 돌아가 십이경락이 막히니 성심을 다 해야 할 것임을 미리 말한다."
설 무영에게 하는 말인지, 타고요에게 하는 말인지 묘한 말로 지시를 하고 있었다. 나의를 입은 여인들이 설 무영과 타고요를 몽혼원심기로 인도하였다. 마주선 타고요는 태연하게 설 무영의 가슴 속으로 손을 넣으려했다.
"........?"
흠칫 놀라는 설 무영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야릇한 미소를 흘리며 타고요는 설 무영의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가슴에 장심을 댔다. 나의의 여인들이 당황하는 설 무영의 손을 타고요의 가슴에 올려놓았다. 설 무영의 손에 닿은 타고요의 매끈하고 탐스러운 젖가슴은 의외로 한기를 느낄 정도로 냉기를 느끼도록 차가웠다.
두 사람은 서로의 가슴에 손바닥을 대고 마주섰다. 천황마제의 입에서 태음접양대법(太陰接陽大法)의 구결이 흘러 나왔다.
"천마환정심(天魔煥精心), 회전원심천(回轉圓心天), 정심마라혼(精心魔羅魂)......"
일곱 명의 나의의 여인들이 몽혼원심기 주변을 돌고 향로에서 칠색의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석실은 칠색의 원무가 가득하고 요기스런 기운이 가득해 졌다.
그르르....륵!
투명한 몽혼원심기가 회전하기 시작하고, 천황마제의 구결을 낭음하는 목소리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하자, 원심기의 속도 또한 빨라지기 시작했다.
"바라천마혼(波羅天魔魂), 한마주혼입(寒魔注魂入), 대뇌양극음(大腦陽極陰)......"
원심기가 점점 가공할 속도로 회전을 하기 시작하였다. 설 무영이 타고요를 쳐다보았다. 그를 보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가 푸른빛의 사기를 띠며 웃고 있었다. 어느새 나삼의를 벗은 그녀의 나신이 설 무영의 시야에 들어왔다.
나이에 비해 농염한 몸매, 터질 것 같은 젖가슴, 그러나 그녀의 피부는 생기가 없었다. 아무리 여자에게 무심한 설 무영이라도 심장이 두근거리며 피가 뜨거워졌다. 파고요의 눈빛이 요사스럽게 변했다.
"날 가져요…!"
타고요의 속삭이는 음성이 설 무영의 귓가에 흘러 들어왔다. 아울러 그녀가 관능적인 자태로 허리를 비틀었다. 그녀의 이국적인 유혹과 분위기에 설 무영인들 욕정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었다. 석실을 가득 매운 칠색의 운무 속에 나의의 여인들의 요란한 춤사위, 그리고 도살적인 타고요의 유혹은 설 무영의 온몸을 욕화로 들끓게 했다.
타고요가 설 무영의 손을 잡아끌어서 젖가슴위에 올려놓았다. 설 무영이 자제심을 잃지 않으려고 눈을 감으니 파고요가 그의 옷들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파고요의 하복부에는 노릇노릇한 음모가 무성하게 돋아나 있었다. 설 무영도 남자의 실체를 들어 낸 모습이었다. 완전히 발가벗은 두 남녀를 태운 몽혼원심기가 속도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우 우~웅웅!
원심기가 회전을 거듭하고 타고요의 발가벗은 나신이 설 무영의 감싸고돌았다. 기립 자세의 일남 일녀의 모습은 회전하는 칠색 운무 속에서 한 덩이의 그림자였다. 타고요의 옥수가 설 무영의 단전을 훑어 내려갔다. 더듬어 내려가던 그녀의 옥수가 불쑥! 설 무영의 실체를 거머쥐더니 여인의 몸이 백사처럼 설 무영의 몸을 휘감아 왔다.
"으으......!"
설 무영의 음경이 발기되어 불기둥처럼 하늘을 치솟아 꿈틀거렸다. 타고요가 좌수의 장심을 설 무영의 단전에 붙였다. 그리고 그의 음경을 비소에 잇대고 마찰하였다. 부드럽고 촉촉한 비소 피부에 부딪기는 촉감! 설 무영에게는 고문이나 다름없는 행위였다.
"음…!?"
설 무영은 단전을 바늘로 찌르는 느낌과 함께 이루 말할 수없는 쾌감에 젖어 들었다. 타고요의 섬섬옥수와 나신이 설 무영의 성감대를 자극하고 있었다. 여인의 실체와 교감을 이루는 착각 속에 빠진 설 무영의 입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호호호.......!"
타고요의 눈빛이 사기가 짙어지고 사악한 미소를 흘렸다. 그녀는 설 무영의 실체를 이끌어 비소 구멍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의 실체가 그녀의 비소 속으로 빠듯하게 빨려 들어갔다. 실체와 함께 온 몸이 빨려 들어가는 아찔함! 원심기의 회전 속도가 극에 달하자 설 무영과 타고요의 몸이 일장 높이로 부상 하였다.
그런데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그들의 머리위에 자색 기류가 흘러 나와 하나의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머리, 몸통, 팔, 다리 순으로 설 무영과 타고요를 닮은 자색 기류의 환영이 만들어 지고 있었다. 벌거벗은 일남일녀의 자색 환영이 극한 욕화로 몸을 뒤틀고 있었다.
자색기류 환영 속의 남자가 여인의 탐스런 젖가슴을 우악스럽게 움켜쥐었다. 여인의 몸이 희열에 못 견디는 듯 몸을 활처럼 휘어졌다. 환영 속의 남자실체가 여인의 비소 속으로 드나들며 여인을 유린하기 시작하였다.
"아~악! 으…음!"
환상 속의 적색기류 여인이 고통과 쾌락이 엇갈린 신음을 흘렸다. 그러나 실제의 파고요는 득의감에 가득 찬 눈빛을 하고 있었다. 교접을 하고 있는 남녀의 발가벗은 육체가 하나가 되어 회전을 한다. 순간, 뜨겁게 달아오르는 열기를 억제하는 설 무영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돋았다.
(요사스러운 것!)
눈을 부릅뜬 설 무영이 파고요의 눈동자를 쳐다봤다. 농염(濃艶)함과 요기(妖氣)스러움으로 가득 채워 있었다. 그는 예기치 않은 기맥의 흐름을 느낀 것이다. 단전에 기맥이 몰리고 기혈에 흐르고 있는 양기가 빠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욕정의 불길 속에 빠진 상태에서도 운기를 하고 있던 설 무영은 흠칫 놀랬다.
"호호호....호!"
교태가 어린 몸짓을 계속하는 타고요의 입에서 요괴스런 웃음이 흘러 나왔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천황마제와 추래야가 희소를 흘리며 전음을 주고받았다.
"하하하……! 이제 흡양순음대법(吸陽純陰大法)으로 나의 딸 파고요가 절대불사(絶對不死) 천강여체(天 女體)가 되는 순간이다. 하하하…! 파고요야! 나머지 극양지기를 모두 네 것으로 하여라. 하하하……!"
"앙축 드립니다! 흐흐흐.......!"
옆에서 서있던 추래야가 간사스런 웃음으로 아부를 하였다. 창백했던 타고요의 피부가 극양지기를 흡수하여 분홍색 핏기가 완연히 돌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설 무영의 내공이 소진하여 폐인이 되고 말 것이다. 천황마제는 태음접양대법(太陰接陽大法)으로 딸의 주화입마를 고치는 것이 아니었다. 흡양순음대법이라는 사술로 딸을 사악한 불사강체(不死剛體)를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천황마제는 자신의 딸의 병을 고치는 것이 아니었다. 무림제패를 위하여 실혼강시를 만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딸을 희대의 불사강체 요화(妖花)로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천황마제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설 무영이라는 천년기재(千年奇材)를 만난 것이었다.
"아…! 아.......!?"
그런데 이것이 웬일인가? 타고요의 요사스럽던 눈동자가 경악스럽게 변하며 설 무영을 바라보았다. 내공이 사라지며 기진맥진 할 줄 알았던 설 무영은 태연한 미소로 타고요를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환상의 자색기루가 점차 사라지며, 설 무영의 몸에는 백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허…윽~!"
설 무영의 손이 타고요의 요괴스런 둔부 사이에 은밀한 부분을 덥석 움켜쥐었다. 비소가 일그러지는 묘한 쾌감에 그녀의 몸이 활처럼 휘었다. 아울러 극한 쾌감에 빠져들던 그녀가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녀는 예상치 않았던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짐을 알았다.
그들은 실제로 음양의 교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환상일 뿐이었다. 파고요는 설 무영을 욕정의 불길 속으로 이끌어 놓고 장심에서 양기를 흡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파고요는 실제 비소 속을 꿰뚫고 들어오는 남성의 우람한 실체를 느끼고 충격을 받았다. 골반이 무너지고 비소가 찢어지는 통증에 그녀는 비명을 흘렸다.
“하 윽! 아, 안 돼.........”
“요사스러운 것! 너의 순결을 빼앗아 극양지기마저 취할 것이다.”
“하 읍! 아, 안 돼. 하 으.......”
파고요는 아직까지 순결을 지키고 있던 순음지체였다. 그녀는 순결이 무너지는 통증과 묘한 쾌감, 그리고 좌절감 속에 휘말렸다. 설 무영은 천황마제의 간교를 눈치 챈 것이었다. 그는 오히려 야준(冶俊)의 음양비술(陰陽秘術)로 그녀의 순음지기의 강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녀는 흡혈을 당하듯이 묘한 쾌감에 젖어있었다. 그러나 천황마제는 회전을 하는 몽혼원심기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알 수 없었다.
“하 읍! 으 읍, 하 아, 아 읏........”
파고요는 비소 속을 헤집는 음경의 우람함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우적거렸다. 자궁까지 파고드는 남성의 실체에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허리를 비틀었다. 도리어 설 무영으로부터 흡입했던 극양지기뿐만 아니라, 순음지체의 음기까지 빠져 나가는 것이다. 그녀 자신이 지니고 있던 내공이 소진되고 있었다.
"아…! 안 돼! 하 앙, 아 읍, 하 응.......!"
그녀는 설 무영의 가슴을 밀어 내려고 손을 뻗으며 몸을 틀었다. 허지만 그것은 생각뿐이었다. 그녀의 발가벗겨진 몸은 넝쿨처럼 설 무영에게 휘감기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 비소 속으로 음경을 깊이 밀어 넣었다가 빼내기를 반복하였다. 남자의 실체가 빠져 나올 때마다 비소속의 진홍빛 피부가 딸려 나왔다.
“하 읍, 아 으, 아 흐 으. 아, 안 돼. 하 응........”
“턱, 턱, 턱, 찌걱, 찌걱, 뿌~걱........”
파고요의 입에서는 통증인지 희열에서인지 모르는 신음이 연신 흘러나온다. 그리고 생리적으로 흘리는 여인의 옥수! 허벅지가 잇닿으며 비소 속을 꿰뚫었던 남자의 실체가 빠져 나갈 때마다 그녀는 눈을 홉뜨고 매달린다. 하지만 몸부림칠수록 그녀는 생기가 쇄진해가며 피부 또한 탈색되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순간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지만 점차 파고요의 피부에 핏기가 사라지더니 바람 빠진 형체처럼 쭈글쭈글한 가죽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에게는 황홀한 희열이었다.
"아…! 흑......! 으 읍, 핫, 하 응........"
처음으로 남자의 실체를 접하는 타고요는 허우적거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통증과 어우러지는 묘한 불길에 휩싸여 숨조차 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원심기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모르는 천황마제는 오직 자신의 딸이 천강여체로 완성되기를 기다리며 희소를 흘리고 있을뿐이다.-------------------------------------
"소생이 먼저 알고 싶은 것이 있소이다."
설 무영이 가슴에 품고 있는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뭘 알고 싶은지 몰라도 내가 알고 있는 거라면 알려주마........!"
천황마제가 무슨 마음에서인지 선뜻 그의 말에 대답했다. 설 무영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천황궁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당대하게 말했다.
"흡혼마혈공(吸魂魔血功)에 대한 것이오......."
"그것은 우리 천황혼마전의 무공! 허지만 우리 천황혼마전에서는 흡혼마혈공(吸魂魔血功)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건 왜죠?"
"후후후.......! 흡혼마혈공은 천황혼마전의 독전무공이고 위력이 강하긴 하지만, 극성이 되어도 십성이상 될 수가 없는 약점이 있지!"
"그럼, 적마신장(赤魔神掌)도.......?"
"그렇다!"
천황마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설 무영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렇다면 천혼적마신장은 절전된 무공이란 말인가? 그런데 어찌 부모는 절전된 무공에 살생되었다는 것일까? 의문은 꼬리를 물고 나타났다.
"그렇다면....?"
".........?"
천황마제와 추래야는 도리어 자신들의 무공에 관심을 갖는 설 무영을 의아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설 무영의 뇌리에 부모가 참살당하는 오년 전의 광경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오년 전에 혹시 그 무공을 연마한 중원인은 없었소? 귀잖게 하려는 뜻은 없고, 단지 이 소생의 부모와 관련된 중요한 일이라서........!"
"......?"
천황마제가 심사숙고한 모습을 짓더니 추래야와 잠시 석실을 나갔다가 들어왔다. 천황마제가 설 무영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젊은이가 누구인지를 말하지 않은 걸로 아는데......?"
"아! 네 소생의 이름은......!.무영(霧影)입니다."
"무영…? 젊은이는 중원 어느 무림의 제자냐?"
"소생은 어느 문파에도 속해 있지 않소.!"
"그렇다면 사부가 누구냐?"
설 무영은 사부라고 내세울만한 것이 없었다. 그의 무공 모두가 기연에 의해 독학을 한 것이다. 굳이 사부라 내세울 사람은 백부인 불망객 뿐이 없었다.
"소생은 백부이신 도성담(塗成曇) 어른께 무학의 기초를 이루었을 뿐이고, 독학으로 지금에 이르렀소이다. 그것이 무슨 상관입니까?"
"아니…! 다만 혹시 젊은이가 속해있는 종파가 있다면 우리 천황혼마전과 연관이 있는가를 알아보려고......."
천황마제는 말끝을 흐렸다. 설 무영은 은근히 짜증스러워졌다.
"아직 천황마제께서는 저의 질문에 답을 주지 않으시니 이유를 모르겠소!"
"그 말을 답하는 데는 문제가 있어서 그런데........."
천황마제의 표정이 음험하게 변하고 쭉 찢어진 눈초리가 더욱 치켜 올라갔다.
"무슨 문제 입니까?"
"본 마제가 젊은이에게 부탁이 있는데, 천황혼마전과도 관련이 있는 일이라 그 부탁을 들어 줘야 대답을 할 수 있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설 무영이 말했다.
"무슨 일인지 들어 봐야 대답을 할 것이 아니요?"
천황마제는 설 무영의 말에는 답변이 없이 추래야를 향하여 지시를 했다.
"파고요(巴枯腰)를 데려와라!"
".......!?"
잠시 후, 추래야와 함께 두 명의 여인이 들어왔다. 이십 세와 사십 세가 넘어 보이는 두 여인, 피부색이 짙은 몽골여인(蒙古女人)이었다. 이십 세 정도의 여인은 나삼의를 걸치고 있어 유연한 굴곡의 허리와 교태가 흐르는 몸매가 들어나 요기가 넘쳐흘렀다. 그러나 창백한 얼굴의 초점이 흐린 눈동자와 윤기 없는 피부를 보아 병색이 역력 하였다. 나이든 여인은 나이보다 젊어 보였고 몸의 굴곡이 완연하도록 꽉 조이는 피의(皮衣)를 입고 있었다.
"부르셨어요! 아버님~!"
"여보! 무슨 일이죠?"
나이든 여인은 천황마제의 부인 나마희(那麻嬉). 그녀가 부른 이유를 물으며 천황마제를 처다봤다. 천황마제가 나마희와 귓속말을 주고받더니, 설 무영에게 자신의 딸을 소개했다.
"이 아이가 본제(本帝)의 딸 파고요(巴枯腰)다~!"
"......!?"
설무영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인형처럼 표정 변화 없이 바라보고 있는 파고요의 푸르스름한 눈동자. 그녀가 설 무영에게 고개를 까닥여 보였다. 천황마제는 자신의 딸인 파고요를 처연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내 딸에게는 병이 있다. 딸의 병을 고쳐 달라는 게 나의부탁이다."
"무슨.......?"
설 무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천황마제는 딸의 병을 고쳐 달라고 했다. 모든 기서와 의학서를 통달한 설 무영으로서는 상세를 보아 고칠 수도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천황마제는 설 무영의 능력을 모르지 않는가?
"소생은 의술에 문외한인데.....?"
천황마제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젊은이 면은 고칠 수 있다. 젊은이는 천하에 없는 극양지체이다. 내 딸은 무공연마 중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들었다!"
"주화입마를 어찌.......?"
설 무영은 알고 있었다. 무공을 연마 중 극성이나 상극의 내공을 연마하거나, 극성이나 상극의 영약을 섭취할 경우 등 주화입마에 든다. 허지만 일단 주화입마에 들면 전설의 영약을 복용치 않고는 회복이 어렵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설 무영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고 있다는 듯 천황마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본 혼마전에는 태음접양대법(太陰接陽大法)이라는 대법이 있다. 그것은 극양지기로 주화입마에 든 극음지기를 흡입 통천(通天)하여 다시 주입시켜 주는 것이다. 몇 백 년 전 우리 선조로 부터 내려오는 대법으로 설사 성공을 못한다 해도 애비로서 마지막 애정이다. 구결은 전수해 주겠다........! 젊은이에게 간곡히 한 생명을 부탁 하는 바이다."
천황마제는 애원조로 말하고 있었다.
"그…! 그것은......!?."
설 무영은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것은 음양 간의 남녀가 육체를 접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설 무영은 파고요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녀의 요사스런 눈빛을 한 시선도 설 무영에게 머물러 있었다.
"젊은이에게 정혼한 여인이 있나?"
설 무영이 당황해 하는 뜻을 알았던지 천황마제가 넌지시 물었다. 그의 뇌리에 전도련과 소류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있…있습니다!"
황급한 설 무영의 답변에 천황마제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더니 단호히 말했다.
"그래도…! 젊은이에게 딸을 주겠다. 그것도 모자란다면 젊은이를 중원의 제일인자가 되게 하겠다."
"........!?"
설 무영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확신성도 없는 것이고, 이미 그의 뇌리에는 두 여인이 자리를 하고 있었으며, 선뜻 중원 제일인을 만들어 준다는 말이 어딘가 음흉한 계책이 있음직한 느낌을 받았다. 설 무영의 대답은 완강하였다.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설 무영의 대답이 있은 직후, 석실은 종요해졌다. 아무도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하하하하.......!"
그때 천황마제의 폭소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는 설 무영을 향해 비소를 흘렸다.
"그렇게는 마음대로 안 될걸…! 어른의 말을 들었어야지. 건방진 놈! 네놈은 이미 본 혼마전의 섭혼미약(攝魂未藥)에 중독되었다는 걸 모르는구먼.......! 운공을 해 보거라! 흐흐흐......!"
"......!"
설 무영은 흠칫 놀랐다. 천황마제가 연신 웃음을 터트리며 몸을 흔들었다.
"하하하…! 선택의 여지가 없을 텐데....... 그 섭혼미약은 한 달에 한 번씩 해약을 복용치 않으면 피부가 썩어 페인이 될 것이다. 네 놈은 그동안 혼마지옥(魂魔地獄)에서 죽음을 기다리게 해주마! 아니면 뇌멸몽윤귀공(腦滅夢輪鬼功)으로 실혼강시(失魂 屍)를 만들어 줄까? 하하하하........!"
천황마제가 득의에 찬 말을 쏟아냈다. 뇌멸몽윤귀공(腦滅夢輪鬼功)! 설 무영에게는 낯익은 말이다. 그의 부모가 비명에 목숨을 잃던 날, 흑포괴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목숨이 붙어 있으나 혼이 없는 인간을 만드는 사악한 사술이었다.
천황마제(天荒魔帝)는 무공에 입문한 젊은 기재들을 잡아서 지옥마옥에 가두고 뇌멸몽윤귀공으로 살아있는 실혼강시를 만들어 지옥철타군(地獄鐵駝軍)으로 쓰는 것이었다. 설 무영에게 아직 죽음이란 있을 수 없는 말이었다. 설 무영은 황급히 더듬거리며 말했다.
"하, 하겠소!"
"진작 고분고분 할 것이지........! 가자!"
말을 마친 천황마제가 득의양양하게 석실 입구를 향해 몸을 돌렸다.
"잠, 잠간만.......!"
설 무영이 다급히 외쳤다. 석실을 나가려던 천황마제가 되돌아섰다.
"뭐냐~?"
"서로 약속을 지키려면 내 요구도 대답해 주시오.......?"
천황마제의 음산한 눈이 번쩍 빛을 냈다.
"흐흐흐…! 그렇게 알고 싶다면....... 어차피 존(尊)께는 쓸모없는 놈들........"
설 무영은 천황마제가 하는 말의 의미를 되씹어 보았다.
(존(尊)이라 했던가?......)
석실을 나가면서 천황마제가 뇌까렸다.
"중원에 철심오마살(鐵心五魔煞)이란 미친개들이 있지.......! 그놈들에게 본 혼마전의 비급 천혼마혈공(天魂魔血功)을 준 적이 있었지........"
"철심오마살(鐵心五魔煞)...!"
설 무영은 입속으로 되새기며 천황마제의 뒤를 따라갔다. 그들이 도착한 곳의 석실 사방에는 향로가 있었고, 가운데에는 원형의 투명한 석판이 있었다. 연이어 일곱 명의 여인들이 뒤따라 들어왔다. 그녀들 모두가 나신이 보일 듯이 투명한 칠색의 나의를 입고 있었다. 설 무영이 불쑥 천황마제에게 물었다.
"치아(齒牙)와 같은 날의 도(刀)를 쓰는 사람을 알고 있습니까?"
".....!?"
흠칫! 그 말에 천황마제가 되돌아서서 설 무영을 노려보았다. 천황마제의 눈에서 잠시 살기가 흘렀다. 천황마제가 설 무영에게 되물었다.
"그것을 왜 묻는가?"
"그건 소생의 백부의 부탁이 있어서요...."
천황마제는 무언가 생각하더니 이내 표정을 고치고 담담히 말했다.
"본 마제도 천병삼기(天兵三器)라는 것 밖에 모른다......."
"천병삼기.......!?"
그들은 원형의 투명석판 앞으로 다가섰다. 타고요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설 무영을 처다 보았다. 종전과 다르게 그녀의 투명한 나삼의로 비치는 요염한 자태가 더욱 그녀를 요사스런 요화(妖花)로 만들고 있었다. 심중한 모습으로 천황마제가 태음접양대법(太陰接陽大法)에 대해서 설 무영에게 설명을 하였다.
"이 대법은 두 사람 스스로가 시전해야 한다! 그리고 저것은........"
"......!?"
천황마제는 투명석판을 가르치고 있었다.
"본 대법을 수행하기 위한 몽혼원심기(夢魂圓心機)이다. 마음과 눈을 상대에게서 떼어내면 본 대법이 실패로 돌아가 십이경락이 막히니 성심을 다 해야 할 것임을 미리 말한다."
설 무영에게 하는 말인지, 타고요에게 하는 말인지 묘한 말로 지시를 하고 있었다. 나의를 입은 여인들이 설 무영과 타고요를 몽혼원심기로 인도하였다. 마주선 타고요는 태연하게 설 무영의 가슴 속으로 손을 넣으려했다.
"........?"
흠칫 놀라는 설 무영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야릇한 미소를 흘리며 타고요는 설 무영의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가슴에 장심을 댔다. 나의의 여인들이 당황하는 설 무영의 손을 타고요의 가슴에 올려놓았다. 설 무영의 손에 닿은 타고요의 매끈하고 탐스러운 젖가슴은 의외로 한기를 느낄 정도로 냉기를 느끼도록 차가웠다.
두 사람은 서로의 가슴에 손바닥을 대고 마주섰다. 천황마제의 입에서 태음접양대법(太陰接陽大法)의 구결이 흘러 나왔다.
"천마환정심(天魔煥精心), 회전원심천(回轉圓心天), 정심마라혼(精心魔羅魂)......"
일곱 명의 나의의 여인들이 몽혼원심기 주변을 돌고 향로에서 칠색의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석실은 칠색의 원무가 가득하고 요기스런 기운이 가득해 졌다.
그르르....륵!
투명한 몽혼원심기가 회전하기 시작하고, 천황마제의 구결을 낭음하는 목소리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하자, 원심기의 속도 또한 빨라지기 시작했다.
"바라천마혼(波羅天魔魂), 한마주혼입(寒魔注魂入), 대뇌양극음(大腦陽極陰)......"
원심기가 점점 가공할 속도로 회전을 하기 시작하였다. 설 무영이 타고요를 쳐다보았다. 그를 보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가 푸른빛의 사기를 띠며 웃고 있었다. 어느새 나삼의를 벗은 그녀의 나신이 설 무영의 시야에 들어왔다.
나이에 비해 농염한 몸매, 터질 것 같은 젖가슴, 그러나 그녀의 피부는 생기가 없었다. 아무리 여자에게 무심한 설 무영이라도 심장이 두근거리며 피가 뜨거워졌다. 파고요의 눈빛이 요사스럽게 변했다.
"날 가져요…!"
타고요의 속삭이는 음성이 설 무영의 귓가에 흘러 들어왔다. 아울러 그녀가 관능적인 자태로 허리를 비틀었다. 그녀의 이국적인 유혹과 분위기에 설 무영인들 욕정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었다. 석실을 가득 매운 칠색의 운무 속에 나의의 여인들의 요란한 춤사위, 그리고 도살적인 타고요의 유혹은 설 무영의 온몸을 욕화로 들끓게 했다.
타고요가 설 무영의 손을 잡아끌어서 젖가슴위에 올려놓았다. 설 무영이 자제심을 잃지 않으려고 눈을 감으니 파고요가 그의 옷들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파고요의 하복부에는 노릇노릇한 음모가 무성하게 돋아나 있었다. 설 무영도 남자의 실체를 들어 낸 모습이었다. 완전히 발가벗은 두 남녀를 태운 몽혼원심기가 속도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우 우~웅웅!
원심기가 회전을 거듭하고 타고요의 발가벗은 나신이 설 무영의 감싸고돌았다. 기립 자세의 일남 일녀의 모습은 회전하는 칠색 운무 속에서 한 덩이의 그림자였다. 타고요의 옥수가 설 무영의 단전을 훑어 내려갔다. 더듬어 내려가던 그녀의 옥수가 불쑥! 설 무영의 실체를 거머쥐더니 여인의 몸이 백사처럼 설 무영의 몸을 휘감아 왔다.
"으으......!"
설 무영의 음경이 발기되어 불기둥처럼 하늘을 치솟아 꿈틀거렸다. 타고요가 좌수의 장심을 설 무영의 단전에 붙였다. 그리고 그의 음경을 비소에 잇대고 마찰하였다. 부드럽고 촉촉한 비소 피부에 부딪기는 촉감! 설 무영에게는 고문이나 다름없는 행위였다.
"음…!?"
설 무영은 단전을 바늘로 찌르는 느낌과 함께 이루 말할 수없는 쾌감에 젖어 들었다. 타고요의 섬섬옥수와 나신이 설 무영의 성감대를 자극하고 있었다. 여인의 실체와 교감을 이루는 착각 속에 빠진 설 무영의 입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호호호.......!"
타고요의 눈빛이 사기가 짙어지고 사악한 미소를 흘렸다. 그녀는 설 무영의 실체를 이끌어 비소 구멍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의 실체가 그녀의 비소 속으로 빠듯하게 빨려 들어갔다. 실체와 함께 온 몸이 빨려 들어가는 아찔함! 원심기의 회전 속도가 극에 달하자 설 무영과 타고요의 몸이 일장 높이로 부상 하였다.
그런데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그들의 머리위에 자색 기류가 흘러 나와 하나의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머리, 몸통, 팔, 다리 순으로 설 무영과 타고요를 닮은 자색 기류의 환영이 만들어 지고 있었다. 벌거벗은 일남일녀의 자색 환영이 극한 욕화로 몸을 뒤틀고 있었다.
자색기류 환영 속의 남자가 여인의 탐스런 젖가슴을 우악스럽게 움켜쥐었다. 여인의 몸이 희열에 못 견디는 듯 몸을 활처럼 휘어졌다. 환영 속의 남자실체가 여인의 비소 속으로 드나들며 여인을 유린하기 시작하였다.
"아~악! 으…음!"
환상 속의 적색기류 여인이 고통과 쾌락이 엇갈린 신음을 흘렸다. 그러나 실제의 파고요는 득의감에 가득 찬 눈빛을 하고 있었다. 교접을 하고 있는 남녀의 발가벗은 육체가 하나가 되어 회전을 한다. 순간, 뜨겁게 달아오르는 열기를 억제하는 설 무영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돋았다.
(요사스러운 것!)
눈을 부릅뜬 설 무영이 파고요의 눈동자를 쳐다봤다. 농염(濃艶)함과 요기(妖氣)스러움으로 가득 채워 있었다. 그는 예기치 않은 기맥의 흐름을 느낀 것이다. 단전에 기맥이 몰리고 기혈에 흐르고 있는 양기가 빠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욕정의 불길 속에 빠진 상태에서도 운기를 하고 있던 설 무영은 흠칫 놀랬다.
"호호호....호!"
교태가 어린 몸짓을 계속하는 타고요의 입에서 요괴스런 웃음이 흘러 나왔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천황마제와 추래야가 희소를 흘리며 전음을 주고받았다.
"하하하……! 이제 흡양순음대법(吸陽純陰大法)으로 나의 딸 파고요가 절대불사(絶對不死) 천강여체(天 女體)가 되는 순간이다. 하하하…! 파고요야! 나머지 극양지기를 모두 네 것으로 하여라. 하하하……!"
"앙축 드립니다! 흐흐흐.......!"
옆에서 서있던 추래야가 간사스런 웃음으로 아부를 하였다. 창백했던 타고요의 피부가 극양지기를 흡수하여 분홍색 핏기가 완연히 돌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설 무영의 내공이 소진하여 폐인이 되고 말 것이다. 천황마제는 태음접양대법(太陰接陽大法)으로 딸의 주화입마를 고치는 것이 아니었다. 흡양순음대법이라는 사술로 딸을 사악한 불사강체(不死剛體)를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천황마제는 자신의 딸의 병을 고치는 것이 아니었다. 무림제패를 위하여 실혼강시를 만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딸을 희대의 불사강체 요화(妖花)로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천황마제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설 무영이라는 천년기재(千年奇材)를 만난 것이었다.
"아…! 아.......!?"
그런데 이것이 웬일인가? 타고요의 요사스럽던 눈동자가 경악스럽게 변하며 설 무영을 바라보았다. 내공이 사라지며 기진맥진 할 줄 알았던 설 무영은 태연한 미소로 타고요를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환상의 자색기루가 점차 사라지며, 설 무영의 몸에는 백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허…윽~!"
설 무영의 손이 타고요의 요괴스런 둔부 사이에 은밀한 부분을 덥석 움켜쥐었다. 비소가 일그러지는 묘한 쾌감에 그녀의 몸이 활처럼 휘었다. 아울러 극한 쾌감에 빠져들던 그녀가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녀는 예상치 않았던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짐을 알았다.
그들은 실제로 음양의 교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환상일 뿐이었다. 파고요는 설 무영을 욕정의 불길 속으로 이끌어 놓고 장심에서 양기를 흡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파고요는 실제 비소 속을 꿰뚫고 들어오는 남성의 우람한 실체를 느끼고 충격을 받았다. 골반이 무너지고 비소가 찢어지는 통증에 그녀는 비명을 흘렸다.
“하 윽! 아, 안 돼.........”
“요사스러운 것! 너의 순결을 빼앗아 극양지기마저 취할 것이다.”
“하 읍! 아, 안 돼. 하 으.......”
파고요는 아직까지 순결을 지키고 있던 순음지체였다. 그녀는 순결이 무너지는 통증과 묘한 쾌감, 그리고 좌절감 속에 휘말렸다. 설 무영은 천황마제의 간교를 눈치 챈 것이었다. 그는 오히려 야준(冶俊)의 음양비술(陰陽秘術)로 그녀의 순음지기의 강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녀는 흡혈을 당하듯이 묘한 쾌감에 젖어있었다. 그러나 천황마제는 회전을 하는 몽혼원심기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알 수 없었다.
“하 읍! 으 읍, 하 아, 아 읏........”
파고요는 비소 속을 헤집는 음경의 우람함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우적거렸다. 자궁까지 파고드는 남성의 실체에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허리를 비틀었다. 도리어 설 무영으로부터 흡입했던 극양지기뿐만 아니라, 순음지체의 음기까지 빠져 나가는 것이다. 그녀 자신이 지니고 있던 내공이 소진되고 있었다.
"아…! 안 돼! 하 앙, 아 읍, 하 응.......!"
그녀는 설 무영의 가슴을 밀어 내려고 손을 뻗으며 몸을 틀었다. 허지만 그것은 생각뿐이었다. 그녀의 발가벗겨진 몸은 넝쿨처럼 설 무영에게 휘감기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 비소 속으로 음경을 깊이 밀어 넣었다가 빼내기를 반복하였다. 남자의 실체가 빠져 나올 때마다 비소속의 진홍빛 피부가 딸려 나왔다.
“하 읍, 아 으, 아 흐 으. 아, 안 돼. 하 응........”
“턱, 턱, 턱, 찌걱, 찌걱, 뿌~걱........”
파고요의 입에서는 통증인지 희열에서인지 모르는 신음이 연신 흘러나온다. 그리고 생리적으로 흘리는 여인의 옥수! 허벅지가 잇닿으며 비소 속을 꿰뚫었던 남자의 실체가 빠져 나갈 때마다 그녀는 눈을 홉뜨고 매달린다. 하지만 몸부림칠수록 그녀는 생기가 쇄진해가며 피부 또한 탈색되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순간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지만 점차 파고요의 피부에 핏기가 사라지더니 바람 빠진 형체처럼 쭈글쭈글한 가죽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에게는 황홀한 희열이었다.
"아…! 흑......! 으 읍, 핫, 하 응........"
처음으로 남자의 실체를 접하는 타고요는 허우적거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통증과 어우러지는 묘한 불길에 휩싸여 숨조차 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원심기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모르는 천황마제는 오직 자신의 딸이 천강여체로 완성되기를 기다리며 희소를 흘리고 있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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