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을 꿇으려는 자와 말리는 자!
유라천후 또한 예기치 않은 설 무영의 내공이 실린 강기에 놀랐다. 내심 찬사를 하는 유라천후는 기쁘기 한량이 없어 읊조렸다.
(아! 약관의 나이에 나를 능가하는 내공의 공력을 소유한 자라니? 내공이 적어도 오 갑자 이상은 되겠구나! 비록 피치 못할 기연으로 장래의 목숨을 보장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천하에 없는 사위를 얻게 되었다.......)
두 사람의 어정쩡한 모습을 보고 있는 빙령옥모 또한 놀라워하고 있었다.
"대단한 천룡(天龍)이다....!"
유라천후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솟으며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빙령옥모가 알기로는 유라천후의 힘겨워 하는 모습은 전혀 보기 드문 일이었다. 반면에 설 무영은 전혀 태연스런 표정을 하고 있었다. 빙령옥모는 설 무영에 대한 흠모와 존경의 마음이 은연중에 일어났다.
허나, 하루미는 관심이 없는 듯 어린아이처럼 방글방글 미소를 띠고 설 무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남자를 바라보며 생전 처음 느끼는 부끄러움과 가슴 뿌듯함이었다. 단 순간에 일어난 일이지만 저마다 마음속에는 다른 생각을 했던 것이다.
"호 홋…! 고맙네. 본후가 살아온 이래 제일 행복한 순간이야......!"
유라천후는 희소를 터트리며 못 이기는 척 일어섰다. 그러자 도리어 설 무영이 유라천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소출의 절을 받으십시오."
"호호호.......!"
남편을 불운으로 잃고 혼자된 여인, 아직도 젊음을 잃지 않은 풍요한 몸매가 흔들릴 정도로 그녀는 온몸으로 웃음을 쏟아냈다. 그녀는 자신이 남자에게 선택되는 여인보다도 더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로서는 꿈엔들 생각하지 못한 일이다. 딸아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 천하에 볼 수 없는 사위를 얻는다는 것도 그녀에게는 기연(奇緣)이었다.
"어머니..!"
하루미가 유라천후의 소맷자락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소매 깃이 쳐진 팔로 설 무영을 가리키며 얼굴을 붉혔다. 엎르려 있는 설 무영과 하루미의 시선이 마주쳤다.
"........!?"
"오라버니를 그만 일어나게 해 주세요!"
하루미는 파르스름한 눈동자의 흰자위가 보일정도로 유라천후에게 눈을 흘겼다. 유라천후는 그런 하루미의 모습이 오히려 귀엽고 예쁘게만 보일 뿐이다.
"오! 그래…! 나의 귀여운 하루미!"
유라천후가 하얀 옥수로 설 무영의 어깨를 잡아 일으키며 말했다.
"본후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사위라기보다는 아들이야 영(影)아는."
"오히려 누를 끼치게 될 것이 두렵습니다!"
설 무영은 예의를 다해 두 손을 모았다. 그때 직시하고 있던 빙령옥모가 읍을 하며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모든 분에게 앙축 드립니다! 그리고 소협께서는 노신(老臣)의 처사를 나무라지 말아 주십시오.......!"
읍을 한 빙령옥모가 바닥에 업드렸다. 설 무영이 빙령옥모의 어깨를 잡아 일으켰다.
"이러시면 소생에게 과분한 처사이십니다.!"
"다만… 노신은........."
"네…! 알고 있습니다. 옥모께서는 결코 옳은 처사였습니다......."
"그럼, 웅위한 소협의 용서에 노신은 전심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이거 소생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호 호호호.....!"
한때 방안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 하루미가 배시시 눈웃음을 하며 설 무영에게 다가왔다.
"오라버니! 미아(美兒)가 수정궁을 안내할게요...!"
"......!"
설 무영을 바라보는 하루미의 천진스런 봉옥에 보조개가 피어난 미소가 가득하다. 하루미의 섬섬옥수가 슬며시 설 무영의 소맷자락을 잡아끌었다. 설 무영은 어색한 분위기를 모면하고 싶었다. 그는 못 이기는 척 하루미에게 끌려 방을 나갔다.
"호호호…! 호호호......!"
설 무영은 방을 나서며 머리 뒤통수에 유라천후와 빙령옥모의 웃음과 함께 시선이 와 닿아 있는 것을 느꼈다. 유라천후는 설 무영과 방을 나서는 딸의 모습이 사랑스럽기만 하였다. 어쩌면 그녀들로서는 오래간만에 마음껏 웃어보는 순간이었다.
의외로 지하에 있는 수정궁의 규모는 웅대했다. 빙동과 빙실은 모두 투명한 빙석(氷石)과 흑백의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구조물이었다.
오 각(閣)과 일 장(藏)
빙금각(氷金閣), 열화각(熱火閣), 한수각(寒水閣), 연토각(煙土閣), 설목각(雪木閣)등 오행으로 용도에 따라 구조를 이루었고, 그리고 깊숙한 곳에 설 무영이 있던 방이 속해있던 내당(內堂)인 설빙장(雪氷藏)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라버니! 미아(美兒)는 이 그림 안다!"
하루미의 섬섬옥수가 설 무영의 손을 잡아끌었다. 설목각으로 이르는 한쪽 빙벽에는 고화가 한 점 걸려 있었다. 설 무영의 팔에 매달리는 하루미의 눈빛에는 장난기와 함께 미소가 듬뿍 담겨 있었다. 색목여인인 그녀에게서 상큼한 처녀지체의 체취가 흘러 나왔다.
"이 그림…! 왕유의 묵화 맞지?"
"미아는 문예에 소질이 있군!"
처음으로 하는 설 무영의 칭찬에 하루미의 마음이 한층 더 들떴다.
"그렇지? 맞지…?"
"하하하........!"
"아닌가? 비웃는 건가? 피 이!"
금세 하루미는 뽀로통해져서 도톰한 입술을 빼죽 내민다. 자신의 생명의 한계를 느끼는 운명인데도 그녀의 성격은 밝고 명랑한 것이 신비로웠다.
"왕유의 산수화는 들어 봤어도 묵화는 못 들어 봤는걸......."
"미워…! 몰라!"
하루미의 조막 같은 섬섬옥수가 설 무영의 가슴에 두 방망이질 했다. 설 무영은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가슴에 짜르르한 전류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설목각의 여러 방중에 한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각종 병기와 무공비급 그리고 기서들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었다. 중원에서 접하지 못하던 변황의 비급들이 눈에 띠었다.
설 무영이 양피지로 된 고금비급(古今秘級) 한권을 집어 들었다. 하루미가 파르스름하고 동그란 눈으로 설 무영을 올려다보았다. 그를 쳐다보는 그녀의 눈은 천성적으로 미소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건 어머니와 미아가 연마하는 비급인데........!"
"음........!"
"미아는 오성뿐이 달성 못했는걸.......!?"
[태허법천비급(太虛法天秘級)]
태허법천빙공(太虛法天氷功), 태허법천빙백강(太虛法天氷魄剛), 태허법천빙수장(太虛法天氷手掌). 세 가지 비공으로 이루어진 무공비급이었다.
그것은 설 무영이 익히고 있는 천상혼원진록(天孀魂原眞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 극강의 극음지기 무공이었다. 설 무영의 현원지기의 지혜가 번뜩였다.
(혹시 필요할지도.......?)
그는 천상혼원진록의 구결을 암기(暗記)하기 시작했다. 윤회역근대승공(輪廻逆筋坮承功)의 지체인 그가 구결을 암기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오라버니...!"
구석 쪽에서 하루미가 설 무영을 불렀다. 설 무영은 책자를 덮고 다시 구결을 암기해 보았다.
"오라버니!"
그가 구결을 암기하느라 지체하는 사이를 못 참고, 하루미가 빼엑! 하고 소리를 질렀다. 설 무영은 천음옥골 현녀(玄女)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바라보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다가가는 설 무영에게 하루미의 짙은 눈썹을 치뜨는 동그란 눈이 눈을 흘긴다. 설 무영은 그래도 앙증맞은 그녀가 귀엽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미아가 안내 안 할 거야..?"
"아냐? 미안~!"
설 무영은 겸연쩍게 미소를 지었다. 하루미가 죽간을 집어 들었다.
"이 책......."
"........!?"
설 무영은 그녀의 손에서 죽간으로 된 책자를 받아들었다.
"미아가 어렸을 때부터 이곳에 있던 건데, 아무도 이 글을 모른데.......!"
".......?"
[빙하섭령검결(氷河攝靈劍訣)]
범어(梵語)로 된 검법이었다. 그가 알고 있는 천상무형검결(天上無形劍訣)의 제 일절에 버금가는 최극강의 극음지기 검법이었다. 검강을 일으키면 극빙의 빙화(氷花)가 주위 백장을 휘감으며 쏟아져 빙검(氷劍)으로 변해 상대방을 단 순간에 주살하는 최 상승 검결이었다. 그 내용은 기묘하고 심후한 문학을 다루어 보지 않은 사람은 해석할 수 없는 깊이의 책이었다.
“오라버닌 이 글을 알아?”
“범어를 알고 있어.”
"그럼 오라버니가 해석할 수 있으면 가져도 돼! 내가 어머니한테 승낙 받을게!"
"........!"
"가자! 오라버니........"
비급을 받아서 옆구리에 낀 하루미가 서슴없이 설 무영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녀에게 이끌려 간곳은 산해진미(山海珍味)가 가득한 식탁 앞이었다. 그동안 벽곡단(僻穀丹)으로만 지내온 그에게는 오래간만의 진수성찬(珍羞盛饌)이었다.
식사 후, 유라천후와 설 무영 둘이만 남아 용정차(龍井茶)를 마셨다.
"잘 부탁하네! 우리 미아를......."
".......!"
설 무영의 손을 잡은 유라천후의 눈은 딸을 걱정하는 진정한 어미의 눈빛으로 가득했다.
"오늘 밤, 미아의 방에서 같이 지내게......."
"........!"
"부디 우리 미아를 어여삐 여기게. 미아가 염려되어서 본후가 배려해 놓았네......"
유라천후는 결국 딸과 설 무영의 합방을 주선한 것이다. 담변이 궁한 설 무영은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헛! 나 참! 뭐라고 답변해야지.......)
잠시 후, 빙령옥모가 그를 안내하였다. 빙령옥모는 무척이나 겸손하고 다소곳한 태도로 변해 있었다.
"편안하게 쉬시기를......!"
설 무영에게 방을 안내한 빙령옥모는 슬며시 사라져갔다.
"오라버니......!"
방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설 무영을 반기는 하루미의 어리광이 담뿍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냥 순수하게 보였던 그녀는 이미 합방에 대비했는지 다른 모습으로 치장하고 있었다. 아울러 방안에는 은은한 향내가 흐르고 있었다.
(음…! 이건 최음향(崔陰香)....!)
설 무영은 느낄 수 있었다. 약하지만 은은한 향내 속에는 최음향이 섞여 있었다. 문득 유라천후의 배려를 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빙하를 타고 내려온 달빛이 은은한 실내 안의 청옥을 다듬어 만든 침대위에 앉아있었던 하루미가 부끄러운 듯 옷깃을 여미며 서 있었다.
하루미는 속이 비쳐지는 다홍빛 능라의(綾羅衣)를 걸치고 있어 백옥으로 빚은 조각 같은 흰 피부와 나긋한 자태가 완연하게 들어나 있었다. 궁장을 입었을 때와는 다르게 여인의 체취가 물씬 풍기고 성숙미가 들어난 자태였다.
"자꾸 보지 마요.......!"
하루미는 몸 둘 바를 모르고 옆으로 돌아섰다. 그녀의 가녀린 옆모습이 더 요염하게 들어났다. 설 무영이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를 살며시 안았다. 그녀의 어깨가 바르르 떨렸다. 그러나 최음향 탓인지 열기로 달아오른 그녀가 바짝 안겨왔다.
촉촉한 하루미의 눈망울이 설 무영을 올려다봤다. 문득 설 무영은 파란 눈 속에 자신이 빠져드는 감흥에 젖어 들었다. 육감적인 그녀의 도톰한 입술이 그를 유혹하는 듯하였다.
"음......!"
신음성과 함께 설 무영은 자신의 입술로 하루미의 입술을 덮어 눌렀다. 전류가 일어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흘러 내렸다. 그는 그녀를 안아 침대 위에 눕혔다. 설 무영은 천천히 그녀의 능라의를 벗겨냈다. 그의 가슴 아래서 그녀는 다시 파르르 떨었다.
남자의 손길을 느끼는 하루미는 생전 처음 심장이 두근거리며 현기증 같은 감흥에 젖은 들뜬 표정이었다. 설 무영은 그녀의 젖가슴에 두르고 있는 비단 천을 벗겨냈다. 속곳들마저 벗겨내어 발가벗겨진 그녀는 푸른 눈동자를 살며시 뜨고 그를 올려보았다. 그녀는 은어처럼 파닥거리며 설 무영의 가슴 속을 파고들며 종알거렸다.
"미아는 그냥 무조건 오라버니가 좋아......!"
그녀는 아늑한 안락감에 취해서 눈을 지그시 감았다. 촉촉하게 젖은 입술에는 물방울이 구를 듯 윤기가 흐르고, 학을 닮은 그녀의 목 아래로 소담한 젖가슴, 이제 여문 꽃봉오리 같은 연홍빛 유실(乳實), 백옥 같은 피부, 이제 봄물이 오르듯 포동포동한 둔덕, 그 사이로 태고의 비밀을 감춘 듯 금발의 방초가 소복하게 덮여 있었다.
설 무영은 솟구치는 욕망을 견디지 못하고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유실을 입안 가득히 물었다. 하루미의 입에서 묘한 탄성이 흘러 나왔다.
"하 아......!"
설 무영의 입술이 여인의 나신 아래로 훑어 내려갈 때마다 그녀는 처음으로 느끼는 아스라이 피어나는 쾌감에 젖어들었다. 그때마다 들리는 그녀의 유난스런 탄성은 설 무영의 욕정을 더욱 자극해갔다.
설 무영의 혀가 진홍빛 꽃잎의 대음순을 훑고 지나니 오이씨처럼 돋아난 소음순이 꼼틀거린다. 여인의 둔덕과 방초위에 더운 입김을 불어내니 그녀의 나신이 부르르 떨었다.
"아…! 몰라! 오라버니."
설 무영은 옥음을 굴리는 여인의 나신을 와락 끌어안았다. 하루미도 자신도 모르게 설 무영의 등을 움켜쥐었다. 여인의 작은 나신이 설 무영의 가슴 속에 가득 감추어졌다. 그가 그녀의 젖가슴을 가득 베어 물었다. 그녀의 몸이 은어처럼 파닥이고 설 무영의 실체가 불기둥처럼 솟아나 용솟음 쳤다.
하루미는 생전 처음 느끼는 감촉의 그의 거대한 실체가 은밀한 부분에 접촉하자, 두려움과 함께 모든 신경이 곤두서는 쾌감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아! 난 어떻게 해......! 미워!"
나이는 어려도 색목여인들은 쉽게 욕화에 젖어 드는 것일까? 마냥 어리광이 섞인 그녀의 목소리에는 교음이 가득하다. 설 무영은 손을 밑으로 뻗어 그녀의 단전 밑을 더듬었다. 그녀의 춘초(春草)에서 흘러나온 맑은 샘물로 설 무영의 손가락이 젖었다. 그는 돌기를 일으킨 소 음순을 손가락으로 마찰했다.
순간 하루미는 온 몸의 진기가 한 곳으로 몰리는 쾌감에 들이마신 숨을 멈추고 바들바들 떨었다. 최음향에 취한 그녀는 허리를 들어 올리며 허벅지를 벌렸다. 그의 손끝이 움직일 때마다 그녀는 머리를 좌우로 틀며 쾌락의 기쁨에 어찌할 바를 몰라 허우적거렸다.
“오, 오라버니! 미아는 어떡해. 하 읍.......”
설 무영이 하루미의 유두를 입 속으로 빨아들이니 하루미는 뜨거운 숨결을 뿜어냈다. 그녀는 발정 난 암사슴처럼 그의 머리를 붙들고 매달렸다. 설 무영의 하복부에는 발기한 음경이 불같은 용트림을 하고 있었다. 설 무영도 불같은 욕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그는 용트림하는 실체를 쥐고 그녀의 은밀한 비역 안으로 힘껏 밀어 넣었다.
"아~악! 아파…!"
하루미가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고통스런 신음을 토했다. 그녀는 자신의 비소를 으깨고 들어온 웅대한 크기의 남자 실체가 목젖까지 닫는 느낌에 자지러질 듯 몸을 떨었다. 설 무영이 그녀의 외침에 놀라서 얼른 비소속의 실체를 끄집어내고 밑을 내려다보았다.
“음........!”
“............”
청백지신(淸白之身)인 그녀의 첫 고통, 파과(破瓜)의 아픔이었다. 굳게 닫혔던 성문이 무너지고 처녀지화(處女之花)인 선홍색 한 송이의 앵혈(櫻血)이 그녀의 하복부에 피어 있었다. 그녀는 고통스런 비명을 흘리면서도 남자를 처음으로 접하는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가득한 눈빛으로 밑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남자의 실체는 웅대하고 우람하였다. 설 무영은 남자를 처음 접하는 그녀가 염려스러웠다.
“아무리 천후의 부탁이라도, 미아가 고통스러우면.......”
“아니…, 오라버니! 미아는 오라버니의 여인이야.......”
하루미는 이슬이 맺힌 눈동자로 말하지만 결코 통증도 감수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설 무영은
흠칫 놀랬다. 하루미 체내는 천음절맥(天陰絶脈)으로 이루어진 음기의 누적으로 인해 극한 한기가 서려있었다. 설 무영은 그녀의 비소속이 음경이 시릴 정도의 한기를 느꼈다.
“음.........!”
허지만 양극개정대법(兩極開頂大法)을 시전 해야 된다는 이성과 정념(情念)의 불길은 설 무영의 욕화를 더욱 부채질한다. 그의 입술이 서서히 그녀의 온몸을 탐해 갔다. 그녀는 두려움도 잊은 듯 또 다른 감흥에 젖어 들어 섬섬옥수로 설 무영의 허리를 움켜쥐었다.
설 무영이 다시 하루미의 비소 속으로 실체를 밀어 넣었다. 빠듯하게 밀려들어간 실체를 비소 속의 근육들이 옥죄였다. 아련히 불어오는 바람이 파도를 일렁이기 시작했다. 차츰 열기로 달아 오른 그녀의 나신이 고통도 잊은 듯 그를 향해 치솟았다. 그녀는 구름 위를 헤매듯이 허우적거렸다.
"하 윽…! 미아 좀....... 어떻게 해 줘!"
미로의 환희에 젖어 든 여인의 교성이 노도와 같은 파도와 열풍을 몰아치게 하였다. 문득 열기 속에 휘말리던 설 무영은 가물가물한 이성의 의식이 섬광처럼 솟았다. 우선 그녀의 병을 고치는 것이 급선무였다.
"아…!안 돼! 양극개정대법을........."
"읍~!"
설 무영의 뇌까리는 말에 하루미의 눈동자가 부릅떠졌다. 하루미의 입술에 피멍울이 맺혔다. 그녀는 밀려오는 욕화를 참느라 입술을 깨문 것이었다. 설 무영이 우선 그녀의 응어리진 경혈에서 극음의 기도를 통천(通天)하여 순화시켜야 한다.
설 무영은 양극개정대법의 구결을 뇌리에 떠 올렸다. 그녀의 몸에서 다시 무서운 한기가 솟구쳤다. 극양지기의 기도가 폭발 전의 음기가 뭉쳤던 혈도를 풀어내자 그녀는 차디찬 냉기가 흐르는 빙기옥녀(氷氣玉女)로 변한 것이다.
온몸을 얼려 파편으로 산산이 조각낼 듯이 고통이 엄습하고 설 무영의 입에서 참기 어려운 인내의 신음이 흘렀다.
"으으으.......으!"
그녀의 극음빙맥(極陰氷脈)이 요동을 쳤다. 설 무영의 이마에 이슬이 맺혔다. 그의 실체는 빠르게 그녀의 비소 속을 헤집으며 진퇴하였다. 그는 다시 양기로 녹인 음기를 통천하여 그녀의 체내에 주입하였다. 투명한 유리 빛 기류가 그녀의 오공에서 솟아났다. 차디찬 그녀의 몸이 서서히 온기를 되찾아 갔다.
열기로 달아오른 하루미의 오공에서 솟아난 유리 빛 기류가 그녀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설 무영은 비속 속에 실체를 집어넣은 상태에서 그녀를 일으켜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하루미의 몽롱한 눈빛이 설 무영을 내려다보았다. 남자를 타고 앉은 그녀는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홍당무처럼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는 새로운 감흥에 젖어 몸을 일렁거렸다. 그녀는 옅은 통증에도 불구하고 비소 속 깊숙이 남자의 실체를 받아 들였다. 그녀가 바람인양 남자의 실체를 비소 속에 넣고 노를 젓는다.
이제 그녀가 그를 위해 양극 개정대법을 펼쳐야 하거늘 쾌감은 그녀를 환락으로 몰아갔다. 설 무영은 자신도 모르게 하루미에 이끌려 쾌락으로 치닫다가 황급히 외쳤다.
"미…미아! 양극개정대법을.......!"
하루미는 다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녀가 양극개정대법의 구결을 뇌리에 떠 올렸다. 설 무영의 체내에서 그녀의 온몸을 녹일 듯이 용암의 불길이 휘몰아 쳤다. 참기 어려운 고통에 그녀는 그의 허벅지를 타고 앉아 자신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아~ 으…!"
고통을 참지 못하는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 나왔다. 설 무영의 극양혈맥(極陽穴脈)이 요동을 쳤다. 그녀의 이마에서 주르르 땀방울이 흘러 그녀의 젖가슴에 흘러 내렸다. 그녀는 다시 음기로 식힌 양기를 통천하여 그의 체내에 주입하였다. 아지랑이 같은 운무가 그의 오공에서 솟아났다. 운무는 두 사람의 나신을 감싸고 흘렀다.
불같이 달아오르던 두 사람의 체온이 차츰 정상으로 되찾아가고, 두 사람을 감싸고 있던 운무가 빨려들 듯 설 무영의 오공으로 스며들었다. 땀에 젖은 하루미의 지친 나신이 설 무영의 옆에 스르르 미끄러져 내렸다. 하루미의 비소에서는 묽은 진액이 흘러나오고 설 무영의 실체도 또한 진액으로 번들거렸다.
순간, 갑자기 두 사람의 몸이 요동을 치기 시작하였다.
우드~득! 우 득!
그들의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울려나왔다. 그리고는 근육이 마구 팽창과 축소를 하면서 그들의 온몸이 부풀어 오르더니 두 사람의 몸이 침대에서 일장 높이로 부상을 하였다. 그들의 몸에서 뭉실뭉실 운무와 은하수 같은 투명한 기류가 피어올랐다. 동시에 그들의 전신에서 미세한 파열음이 흘러 나왔다.
인체에는 삼백 육십의 주맥(主脈), 세맥(細脈)이 있다. 주맥의 타통만도 무림인들의 최고의 목표이건만, 설 무영은 이미 삼십 육 개의 주맥의 혈맥과 임독양맥이 타통돤 것이다. 그들은 이제 일천여개의 세맥까지도 타통되는 것이다.
십팔경락(十八經絡), 십이중루(十二重樓), 임맥삽십육로(任脈三十六路), 독맥칠십이경로(督脈七十二經路)의 모든 경매(經脈)과 혈로(血路)가 타통되는 순간이었다. 피어오른 운무와 기류가 서서히 걷히자, 그들의 뼈와 근육이 다시 한차례 요동을 치더니 침대에 서서히 내려앉았다. 부풀었던 그들의 나신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환골탈태(煥骨脫胎).
이미 환골탈퇴의 과정을 거친 설 무영은 극양과 극음의 양극공력을 고루 갖춘 신체로 거듭나는 것이었고, 하루미는 천음옥골(天陰玉骨)이기에 굳어지고 있는 경혈이 영원히 타통되는 것이었다. 최선의 심성(心性)과 마르지 않은 진력(眞力)의 샘을 가지며 장생불사(長生不死)의 묘리(妙理)에 이른다는 전설적인 육체에 이르는 것이다.
찌찌…찍!
또 다시 흉측한 소리와 함께 그들의 몸에 붙은 피부가 벗겨지고 있었다. 몸에 난 털들은 모두 부스스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잠시 새로운 피부와 털이 솟아나고 있다.
벌모세수(伐毛洗髓).
그들은 이 과정을 거쳐 새로운 몸을 갖는 것이다. 태어날 때의 청백지기에 모든 혈맥의 경로가 타통되는 순간이었다. 설 무영은 이것으로 극음과 극양의 양극기도(兩極氣道)를 이루고, 하루미는 새로운 생명과 함께 만년빙련실(萬年氷蓮實)을 섭취해서 쌓였던 극음지기가 내공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
설 무영은 벌거벗은 자세로 가부좌하고 운기행공을 하고 있다. 단전으로부터 기도를 운기주천(運氣周天)해 보았다. 전에 느끼지 못한 광활한 선류(仙流)가 흘러 온몸을 상쾌하게 하였다. 분명히 용솟음치는 기도이건만 부드럽기 한이 없었다.----------------------------------------------------------------
유라천후 또한 예기치 않은 설 무영의 내공이 실린 강기에 놀랐다. 내심 찬사를 하는 유라천후는 기쁘기 한량이 없어 읊조렸다.
(아! 약관의 나이에 나를 능가하는 내공의 공력을 소유한 자라니? 내공이 적어도 오 갑자 이상은 되겠구나! 비록 피치 못할 기연으로 장래의 목숨을 보장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천하에 없는 사위를 얻게 되었다.......)
두 사람의 어정쩡한 모습을 보고 있는 빙령옥모 또한 놀라워하고 있었다.
"대단한 천룡(天龍)이다....!"
유라천후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솟으며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빙령옥모가 알기로는 유라천후의 힘겨워 하는 모습은 전혀 보기 드문 일이었다. 반면에 설 무영은 전혀 태연스런 표정을 하고 있었다. 빙령옥모는 설 무영에 대한 흠모와 존경의 마음이 은연중에 일어났다.
허나, 하루미는 관심이 없는 듯 어린아이처럼 방글방글 미소를 띠고 설 무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남자를 바라보며 생전 처음 느끼는 부끄러움과 가슴 뿌듯함이었다. 단 순간에 일어난 일이지만 저마다 마음속에는 다른 생각을 했던 것이다.
"호 홋…! 고맙네. 본후가 살아온 이래 제일 행복한 순간이야......!"
유라천후는 희소를 터트리며 못 이기는 척 일어섰다. 그러자 도리어 설 무영이 유라천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소출의 절을 받으십시오."
"호호호.......!"
남편을 불운으로 잃고 혼자된 여인, 아직도 젊음을 잃지 않은 풍요한 몸매가 흔들릴 정도로 그녀는 온몸으로 웃음을 쏟아냈다. 그녀는 자신이 남자에게 선택되는 여인보다도 더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로서는 꿈엔들 생각하지 못한 일이다. 딸아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 천하에 볼 수 없는 사위를 얻는다는 것도 그녀에게는 기연(奇緣)이었다.
"어머니..!"
하루미가 유라천후의 소맷자락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소매 깃이 쳐진 팔로 설 무영을 가리키며 얼굴을 붉혔다. 엎르려 있는 설 무영과 하루미의 시선이 마주쳤다.
"........!?"
"오라버니를 그만 일어나게 해 주세요!"
하루미는 파르스름한 눈동자의 흰자위가 보일정도로 유라천후에게 눈을 흘겼다. 유라천후는 그런 하루미의 모습이 오히려 귀엽고 예쁘게만 보일 뿐이다.
"오! 그래…! 나의 귀여운 하루미!"
유라천후가 하얀 옥수로 설 무영의 어깨를 잡아 일으키며 말했다.
"본후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사위라기보다는 아들이야 영(影)아는."
"오히려 누를 끼치게 될 것이 두렵습니다!"
설 무영은 예의를 다해 두 손을 모았다. 그때 직시하고 있던 빙령옥모가 읍을 하며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모든 분에게 앙축 드립니다! 그리고 소협께서는 노신(老臣)의 처사를 나무라지 말아 주십시오.......!"
읍을 한 빙령옥모가 바닥에 업드렸다. 설 무영이 빙령옥모의 어깨를 잡아 일으켰다.
"이러시면 소생에게 과분한 처사이십니다.!"
"다만… 노신은........."
"네…! 알고 있습니다. 옥모께서는 결코 옳은 처사였습니다......."
"그럼, 웅위한 소협의 용서에 노신은 전심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이거 소생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호 호호호.....!"
한때 방안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 하루미가 배시시 눈웃음을 하며 설 무영에게 다가왔다.
"오라버니! 미아(美兒)가 수정궁을 안내할게요...!"
"......!"
설 무영을 바라보는 하루미의 천진스런 봉옥에 보조개가 피어난 미소가 가득하다. 하루미의 섬섬옥수가 슬며시 설 무영의 소맷자락을 잡아끌었다. 설 무영은 어색한 분위기를 모면하고 싶었다. 그는 못 이기는 척 하루미에게 끌려 방을 나갔다.
"호호호…! 호호호......!"
설 무영은 방을 나서며 머리 뒤통수에 유라천후와 빙령옥모의 웃음과 함께 시선이 와 닿아 있는 것을 느꼈다. 유라천후는 설 무영과 방을 나서는 딸의 모습이 사랑스럽기만 하였다. 어쩌면 그녀들로서는 오래간만에 마음껏 웃어보는 순간이었다.
의외로 지하에 있는 수정궁의 규모는 웅대했다. 빙동과 빙실은 모두 투명한 빙석(氷石)과 흑백의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구조물이었다.
오 각(閣)과 일 장(藏)
빙금각(氷金閣), 열화각(熱火閣), 한수각(寒水閣), 연토각(煙土閣), 설목각(雪木閣)등 오행으로 용도에 따라 구조를 이루었고, 그리고 깊숙한 곳에 설 무영이 있던 방이 속해있던 내당(內堂)인 설빙장(雪氷藏)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라버니! 미아(美兒)는 이 그림 안다!"
하루미의 섬섬옥수가 설 무영의 손을 잡아끌었다. 설목각으로 이르는 한쪽 빙벽에는 고화가 한 점 걸려 있었다. 설 무영의 팔에 매달리는 하루미의 눈빛에는 장난기와 함께 미소가 듬뿍 담겨 있었다. 색목여인인 그녀에게서 상큼한 처녀지체의 체취가 흘러 나왔다.
"이 그림…! 왕유의 묵화 맞지?"
"미아는 문예에 소질이 있군!"
처음으로 하는 설 무영의 칭찬에 하루미의 마음이 한층 더 들떴다.
"그렇지? 맞지…?"
"하하하........!"
"아닌가? 비웃는 건가? 피 이!"
금세 하루미는 뽀로통해져서 도톰한 입술을 빼죽 내민다. 자신의 생명의 한계를 느끼는 운명인데도 그녀의 성격은 밝고 명랑한 것이 신비로웠다.
"왕유의 산수화는 들어 봤어도 묵화는 못 들어 봤는걸......."
"미워…! 몰라!"
하루미의 조막 같은 섬섬옥수가 설 무영의 가슴에 두 방망이질 했다. 설 무영은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가슴에 짜르르한 전류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설목각의 여러 방중에 한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각종 병기와 무공비급 그리고 기서들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었다. 중원에서 접하지 못하던 변황의 비급들이 눈에 띠었다.
설 무영이 양피지로 된 고금비급(古今秘級) 한권을 집어 들었다. 하루미가 파르스름하고 동그란 눈으로 설 무영을 올려다보았다. 그를 쳐다보는 그녀의 눈은 천성적으로 미소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건 어머니와 미아가 연마하는 비급인데........!"
"음........!"
"미아는 오성뿐이 달성 못했는걸.......!?"
[태허법천비급(太虛法天秘級)]
태허법천빙공(太虛法天氷功), 태허법천빙백강(太虛法天氷魄剛), 태허법천빙수장(太虛法天氷手掌). 세 가지 비공으로 이루어진 무공비급이었다.
그것은 설 무영이 익히고 있는 천상혼원진록(天孀魂原眞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 극강의 극음지기 무공이었다. 설 무영의 현원지기의 지혜가 번뜩였다.
(혹시 필요할지도.......?)
그는 천상혼원진록의 구결을 암기(暗記)하기 시작했다. 윤회역근대승공(輪廻逆筋坮承功)의 지체인 그가 구결을 암기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오라버니...!"
구석 쪽에서 하루미가 설 무영을 불렀다. 설 무영은 책자를 덮고 다시 구결을 암기해 보았다.
"오라버니!"
그가 구결을 암기하느라 지체하는 사이를 못 참고, 하루미가 빼엑! 하고 소리를 질렀다. 설 무영은 천음옥골 현녀(玄女)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바라보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다가가는 설 무영에게 하루미의 짙은 눈썹을 치뜨는 동그란 눈이 눈을 흘긴다. 설 무영은 그래도 앙증맞은 그녀가 귀엽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미아가 안내 안 할 거야..?"
"아냐? 미안~!"
설 무영은 겸연쩍게 미소를 지었다. 하루미가 죽간을 집어 들었다.
"이 책......."
"........!?"
설 무영은 그녀의 손에서 죽간으로 된 책자를 받아들었다.
"미아가 어렸을 때부터 이곳에 있던 건데, 아무도 이 글을 모른데.......!"
".......?"
[빙하섭령검결(氷河攝靈劍訣)]
범어(梵語)로 된 검법이었다. 그가 알고 있는 천상무형검결(天上無形劍訣)의 제 일절에 버금가는 최극강의 극음지기 검법이었다. 검강을 일으키면 극빙의 빙화(氷花)가 주위 백장을 휘감으며 쏟아져 빙검(氷劍)으로 변해 상대방을 단 순간에 주살하는 최 상승 검결이었다. 그 내용은 기묘하고 심후한 문학을 다루어 보지 않은 사람은 해석할 수 없는 깊이의 책이었다.
“오라버닌 이 글을 알아?”
“범어를 알고 있어.”
"그럼 오라버니가 해석할 수 있으면 가져도 돼! 내가 어머니한테 승낙 받을게!"
"........!"
"가자! 오라버니........"
비급을 받아서 옆구리에 낀 하루미가 서슴없이 설 무영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녀에게 이끌려 간곳은 산해진미(山海珍味)가 가득한 식탁 앞이었다. 그동안 벽곡단(僻穀丹)으로만 지내온 그에게는 오래간만의 진수성찬(珍羞盛饌)이었다.
식사 후, 유라천후와 설 무영 둘이만 남아 용정차(龍井茶)를 마셨다.
"잘 부탁하네! 우리 미아를......."
".......!"
설 무영의 손을 잡은 유라천후의 눈은 딸을 걱정하는 진정한 어미의 눈빛으로 가득했다.
"오늘 밤, 미아의 방에서 같이 지내게......."
"........!"
"부디 우리 미아를 어여삐 여기게. 미아가 염려되어서 본후가 배려해 놓았네......"
유라천후는 결국 딸과 설 무영의 합방을 주선한 것이다. 담변이 궁한 설 무영은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헛! 나 참! 뭐라고 답변해야지.......)
잠시 후, 빙령옥모가 그를 안내하였다. 빙령옥모는 무척이나 겸손하고 다소곳한 태도로 변해 있었다.
"편안하게 쉬시기를......!"
설 무영에게 방을 안내한 빙령옥모는 슬며시 사라져갔다.
"오라버니......!"
방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설 무영을 반기는 하루미의 어리광이 담뿍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냥 순수하게 보였던 그녀는 이미 합방에 대비했는지 다른 모습으로 치장하고 있었다. 아울러 방안에는 은은한 향내가 흐르고 있었다.
(음…! 이건 최음향(崔陰香)....!)
설 무영은 느낄 수 있었다. 약하지만 은은한 향내 속에는 최음향이 섞여 있었다. 문득 유라천후의 배려를 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빙하를 타고 내려온 달빛이 은은한 실내 안의 청옥을 다듬어 만든 침대위에 앉아있었던 하루미가 부끄러운 듯 옷깃을 여미며 서 있었다.
하루미는 속이 비쳐지는 다홍빛 능라의(綾羅衣)를 걸치고 있어 백옥으로 빚은 조각 같은 흰 피부와 나긋한 자태가 완연하게 들어나 있었다. 궁장을 입었을 때와는 다르게 여인의 체취가 물씬 풍기고 성숙미가 들어난 자태였다.
"자꾸 보지 마요.......!"
하루미는 몸 둘 바를 모르고 옆으로 돌아섰다. 그녀의 가녀린 옆모습이 더 요염하게 들어났다. 설 무영이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를 살며시 안았다. 그녀의 어깨가 바르르 떨렸다. 그러나 최음향 탓인지 열기로 달아오른 그녀가 바짝 안겨왔다.
촉촉한 하루미의 눈망울이 설 무영을 올려다봤다. 문득 설 무영은 파란 눈 속에 자신이 빠져드는 감흥에 젖어 들었다. 육감적인 그녀의 도톰한 입술이 그를 유혹하는 듯하였다.
"음......!"
신음성과 함께 설 무영은 자신의 입술로 하루미의 입술을 덮어 눌렀다. 전류가 일어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흘러 내렸다. 그는 그녀를 안아 침대 위에 눕혔다. 설 무영은 천천히 그녀의 능라의를 벗겨냈다. 그의 가슴 아래서 그녀는 다시 파르르 떨었다.
남자의 손길을 느끼는 하루미는 생전 처음 심장이 두근거리며 현기증 같은 감흥에 젖은 들뜬 표정이었다. 설 무영은 그녀의 젖가슴에 두르고 있는 비단 천을 벗겨냈다. 속곳들마저 벗겨내어 발가벗겨진 그녀는 푸른 눈동자를 살며시 뜨고 그를 올려보았다. 그녀는 은어처럼 파닥거리며 설 무영의 가슴 속을 파고들며 종알거렸다.
"미아는 그냥 무조건 오라버니가 좋아......!"
그녀는 아늑한 안락감에 취해서 눈을 지그시 감았다. 촉촉하게 젖은 입술에는 물방울이 구를 듯 윤기가 흐르고, 학을 닮은 그녀의 목 아래로 소담한 젖가슴, 이제 여문 꽃봉오리 같은 연홍빛 유실(乳實), 백옥 같은 피부, 이제 봄물이 오르듯 포동포동한 둔덕, 그 사이로 태고의 비밀을 감춘 듯 금발의 방초가 소복하게 덮여 있었다.
설 무영은 솟구치는 욕망을 견디지 못하고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유실을 입안 가득히 물었다. 하루미의 입에서 묘한 탄성이 흘러 나왔다.
"하 아......!"
설 무영의 입술이 여인의 나신 아래로 훑어 내려갈 때마다 그녀는 처음으로 느끼는 아스라이 피어나는 쾌감에 젖어들었다. 그때마다 들리는 그녀의 유난스런 탄성은 설 무영의 욕정을 더욱 자극해갔다.
설 무영의 혀가 진홍빛 꽃잎의 대음순을 훑고 지나니 오이씨처럼 돋아난 소음순이 꼼틀거린다. 여인의 둔덕과 방초위에 더운 입김을 불어내니 그녀의 나신이 부르르 떨었다.
"아…! 몰라! 오라버니."
설 무영은 옥음을 굴리는 여인의 나신을 와락 끌어안았다. 하루미도 자신도 모르게 설 무영의 등을 움켜쥐었다. 여인의 작은 나신이 설 무영의 가슴 속에 가득 감추어졌다. 그가 그녀의 젖가슴을 가득 베어 물었다. 그녀의 몸이 은어처럼 파닥이고 설 무영의 실체가 불기둥처럼 솟아나 용솟음 쳤다.
하루미는 생전 처음 느끼는 감촉의 그의 거대한 실체가 은밀한 부분에 접촉하자, 두려움과 함께 모든 신경이 곤두서는 쾌감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아! 난 어떻게 해......! 미워!"
나이는 어려도 색목여인들은 쉽게 욕화에 젖어 드는 것일까? 마냥 어리광이 섞인 그녀의 목소리에는 교음이 가득하다. 설 무영은 손을 밑으로 뻗어 그녀의 단전 밑을 더듬었다. 그녀의 춘초(春草)에서 흘러나온 맑은 샘물로 설 무영의 손가락이 젖었다. 그는 돌기를 일으킨 소 음순을 손가락으로 마찰했다.
순간 하루미는 온 몸의 진기가 한 곳으로 몰리는 쾌감에 들이마신 숨을 멈추고 바들바들 떨었다. 최음향에 취한 그녀는 허리를 들어 올리며 허벅지를 벌렸다. 그의 손끝이 움직일 때마다 그녀는 머리를 좌우로 틀며 쾌락의 기쁨에 어찌할 바를 몰라 허우적거렸다.
“오, 오라버니! 미아는 어떡해. 하 읍.......”
설 무영이 하루미의 유두를 입 속으로 빨아들이니 하루미는 뜨거운 숨결을 뿜어냈다. 그녀는 발정 난 암사슴처럼 그의 머리를 붙들고 매달렸다. 설 무영의 하복부에는 발기한 음경이 불같은 용트림을 하고 있었다. 설 무영도 불같은 욕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그는 용트림하는 실체를 쥐고 그녀의 은밀한 비역 안으로 힘껏 밀어 넣었다.
"아~악! 아파…!"
하루미가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고통스런 신음을 토했다. 그녀는 자신의 비소를 으깨고 들어온 웅대한 크기의 남자 실체가 목젖까지 닫는 느낌에 자지러질 듯 몸을 떨었다. 설 무영이 그녀의 외침에 놀라서 얼른 비소속의 실체를 끄집어내고 밑을 내려다보았다.
“음........!”
“............”
청백지신(淸白之身)인 그녀의 첫 고통, 파과(破瓜)의 아픔이었다. 굳게 닫혔던 성문이 무너지고 처녀지화(處女之花)인 선홍색 한 송이의 앵혈(櫻血)이 그녀의 하복부에 피어 있었다. 그녀는 고통스런 비명을 흘리면서도 남자를 처음으로 접하는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가득한 눈빛으로 밑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남자의 실체는 웅대하고 우람하였다. 설 무영은 남자를 처음 접하는 그녀가 염려스러웠다.
“아무리 천후의 부탁이라도, 미아가 고통스러우면.......”
“아니…, 오라버니! 미아는 오라버니의 여인이야.......”
하루미는 이슬이 맺힌 눈동자로 말하지만 결코 통증도 감수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설 무영은
흠칫 놀랬다. 하루미 체내는 천음절맥(天陰絶脈)으로 이루어진 음기의 누적으로 인해 극한 한기가 서려있었다. 설 무영은 그녀의 비소속이 음경이 시릴 정도의 한기를 느꼈다.
“음.........!”
허지만 양극개정대법(兩極開頂大法)을 시전 해야 된다는 이성과 정념(情念)의 불길은 설 무영의 욕화를 더욱 부채질한다. 그의 입술이 서서히 그녀의 온몸을 탐해 갔다. 그녀는 두려움도 잊은 듯 또 다른 감흥에 젖어 들어 섬섬옥수로 설 무영의 허리를 움켜쥐었다.
설 무영이 다시 하루미의 비소 속으로 실체를 밀어 넣었다. 빠듯하게 밀려들어간 실체를 비소 속의 근육들이 옥죄였다. 아련히 불어오는 바람이 파도를 일렁이기 시작했다. 차츰 열기로 달아 오른 그녀의 나신이 고통도 잊은 듯 그를 향해 치솟았다. 그녀는 구름 위를 헤매듯이 허우적거렸다.
"하 윽…! 미아 좀....... 어떻게 해 줘!"
미로의 환희에 젖어 든 여인의 교성이 노도와 같은 파도와 열풍을 몰아치게 하였다. 문득 열기 속에 휘말리던 설 무영은 가물가물한 이성의 의식이 섬광처럼 솟았다. 우선 그녀의 병을 고치는 것이 급선무였다.
"아…!안 돼! 양극개정대법을........."
"읍~!"
설 무영의 뇌까리는 말에 하루미의 눈동자가 부릅떠졌다. 하루미의 입술에 피멍울이 맺혔다. 그녀는 밀려오는 욕화를 참느라 입술을 깨문 것이었다. 설 무영이 우선 그녀의 응어리진 경혈에서 극음의 기도를 통천(通天)하여 순화시켜야 한다.
설 무영은 양극개정대법의 구결을 뇌리에 떠 올렸다. 그녀의 몸에서 다시 무서운 한기가 솟구쳤다. 극양지기의 기도가 폭발 전의 음기가 뭉쳤던 혈도를 풀어내자 그녀는 차디찬 냉기가 흐르는 빙기옥녀(氷氣玉女)로 변한 것이다.
온몸을 얼려 파편으로 산산이 조각낼 듯이 고통이 엄습하고 설 무영의 입에서 참기 어려운 인내의 신음이 흘렀다.
"으으으.......으!"
그녀의 극음빙맥(極陰氷脈)이 요동을 쳤다. 설 무영의 이마에 이슬이 맺혔다. 그의 실체는 빠르게 그녀의 비소 속을 헤집으며 진퇴하였다. 그는 다시 양기로 녹인 음기를 통천하여 그녀의 체내에 주입하였다. 투명한 유리 빛 기류가 그녀의 오공에서 솟아났다. 차디찬 그녀의 몸이 서서히 온기를 되찾아 갔다.
열기로 달아오른 하루미의 오공에서 솟아난 유리 빛 기류가 그녀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설 무영은 비속 속에 실체를 집어넣은 상태에서 그녀를 일으켜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하루미의 몽롱한 눈빛이 설 무영을 내려다보았다. 남자를 타고 앉은 그녀는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홍당무처럼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는 새로운 감흥에 젖어 몸을 일렁거렸다. 그녀는 옅은 통증에도 불구하고 비소 속 깊숙이 남자의 실체를 받아 들였다. 그녀가 바람인양 남자의 실체를 비소 속에 넣고 노를 젓는다.
이제 그녀가 그를 위해 양극 개정대법을 펼쳐야 하거늘 쾌감은 그녀를 환락으로 몰아갔다. 설 무영은 자신도 모르게 하루미에 이끌려 쾌락으로 치닫다가 황급히 외쳤다.
"미…미아! 양극개정대법을.......!"
하루미는 다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녀가 양극개정대법의 구결을 뇌리에 떠 올렸다. 설 무영의 체내에서 그녀의 온몸을 녹일 듯이 용암의 불길이 휘몰아 쳤다. 참기 어려운 고통에 그녀는 그의 허벅지를 타고 앉아 자신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아~ 으…!"
고통을 참지 못하는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 나왔다. 설 무영의 극양혈맥(極陽穴脈)이 요동을 쳤다. 그녀의 이마에서 주르르 땀방울이 흘러 그녀의 젖가슴에 흘러 내렸다. 그녀는 다시 음기로 식힌 양기를 통천하여 그의 체내에 주입하였다. 아지랑이 같은 운무가 그의 오공에서 솟아났다. 운무는 두 사람의 나신을 감싸고 흘렀다.
불같이 달아오르던 두 사람의 체온이 차츰 정상으로 되찾아가고, 두 사람을 감싸고 있던 운무가 빨려들 듯 설 무영의 오공으로 스며들었다. 땀에 젖은 하루미의 지친 나신이 설 무영의 옆에 스르르 미끄러져 내렸다. 하루미의 비소에서는 묽은 진액이 흘러나오고 설 무영의 실체도 또한 진액으로 번들거렸다.
순간, 갑자기 두 사람의 몸이 요동을 치기 시작하였다.
우드~득! 우 득!
그들의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울려나왔다. 그리고는 근육이 마구 팽창과 축소를 하면서 그들의 온몸이 부풀어 오르더니 두 사람의 몸이 침대에서 일장 높이로 부상을 하였다. 그들의 몸에서 뭉실뭉실 운무와 은하수 같은 투명한 기류가 피어올랐다. 동시에 그들의 전신에서 미세한 파열음이 흘러 나왔다.
인체에는 삼백 육십의 주맥(主脈), 세맥(細脈)이 있다. 주맥의 타통만도 무림인들의 최고의 목표이건만, 설 무영은 이미 삼십 육 개의 주맥의 혈맥과 임독양맥이 타통돤 것이다. 그들은 이제 일천여개의 세맥까지도 타통되는 것이다.
십팔경락(十八經絡), 십이중루(十二重樓), 임맥삽십육로(任脈三十六路), 독맥칠십이경로(督脈七十二經路)의 모든 경매(經脈)과 혈로(血路)가 타통되는 순간이었다. 피어오른 운무와 기류가 서서히 걷히자, 그들의 뼈와 근육이 다시 한차례 요동을 치더니 침대에 서서히 내려앉았다. 부풀었던 그들의 나신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환골탈태(煥骨脫胎).
이미 환골탈퇴의 과정을 거친 설 무영은 극양과 극음의 양극공력을 고루 갖춘 신체로 거듭나는 것이었고, 하루미는 천음옥골(天陰玉骨)이기에 굳어지고 있는 경혈이 영원히 타통되는 것이었다. 최선의 심성(心性)과 마르지 않은 진력(眞力)의 샘을 가지며 장생불사(長生不死)의 묘리(妙理)에 이른다는 전설적인 육체에 이르는 것이다.
찌찌…찍!
또 다시 흉측한 소리와 함께 그들의 몸에 붙은 피부가 벗겨지고 있었다. 몸에 난 털들은 모두 부스스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잠시 새로운 피부와 털이 솟아나고 있다.
벌모세수(伐毛洗髓).
그들은 이 과정을 거쳐 새로운 몸을 갖는 것이다. 태어날 때의 청백지기에 모든 혈맥의 경로가 타통되는 순간이었다. 설 무영은 이것으로 극음과 극양의 양극기도(兩極氣道)를 이루고, 하루미는 새로운 생명과 함께 만년빙련실(萬年氷蓮實)을 섭취해서 쌓였던 극음지기가 내공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
설 무영은 벌거벗은 자세로 가부좌하고 운기행공을 하고 있다. 단전으로부터 기도를 운기주천(運氣周天)해 보았다. 전에 느끼지 못한 광활한 선류(仙流)가 흘러 온몸을 상쾌하게 하였다. 분명히 용솟음치는 기도이건만 부드럽기 한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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