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열전(仙女列傳)
19부
본래 군사(軍士)들이란 용맹한 장수(將帥) 밑에 있을 때는 무서움도 모르고 싸우지만 썩어빠진 관리(官吏)가
이끌 때에는 그저 자기의 안일(安逸)에만 집중(集中)을 하는 것이다.
그 옛날
김 유신이 이끈 신라군 5만 명과 소 정방이 이끄는 당군 13만 합하여 18만의 군사가 백제로 쳐들어갔다.
당나라는 수로를 이용해 백제의 백강 쪽으로 쳐들어갔고 신라군은 육로를 이용하여 백제의 탄현 쪽으로 쳐들어
갔다.
660년 나당 연합군이 백제를 대대적으로 침공(侵攻)하자 의자왕은 대소신료들과 대책(對策)을 논의(論議)하였다.
빠르게 대처(對處)해야 한다는 편과 지연작전을 써야 한다는 편이 나눠 다투는 동안 연합군(聯合軍)은 요충지인
백강(白江)과 탄현(炭峴)을 넘어 왔다. 이에 의자왕은 급히 계백 장군을 황산벌로 보내 신라군과 싸우게 하였다.
계백 장군은 5천명의 정예병을 뽑으면서 “한 나라의 군사로 당나라와 신라의 대군을 상대해야 하니 국가의 존망을
알 수가 없다. 처자식이 포로로 잡혀 노예가 될지도 모른다. 살아서 모욕을 당하느니 죽는 것이 낫다.”
며 스스로 가족들을 죽이고 전열(戰列)을 다졌다.
음력(陰曆) 7월 9일 신라군이 황산벌에 도착했을 때 백제군은 이미 산직리 산성 모촌리 산성 황령 산성 3곳에
진영을 두고 기다렸다.
당시 계백 장군은 좌평 충상 달솔 상영과 함께 백제군을 지휘하였다.
이때 계백 장군은 가족들을 죽이고 비장한 각오로 전투에 나섰다.
황산벌에 도착한 계백 장군은 “옛날 월 왕 구천은 5천으로 오나라 70만 군사를 격파하였다. 용기를 다하여 싸워
국은에 보답하자” 며 병사(兵士)들을 독려(督勵)했고 과연 백제군은 사기(士氣)가 올라 신라군과 네 번 싸워
네 번을 격파(擊破)하였다.
이에 김유신의 동생 김흠순이 아들 반굴(盤屈)을 전장에 투입(投入)하니 반굴은 힘껏 싸우다 죽었다. 반굴이 죽자
김 유신의 조카인 좌장군 김품일은 16세의 아들 관창(官昌)을 시켜 선봉(先鋒)에 서게 하였다.
관창을 붙잡은 계백 장군은 관창의 나이가 어린 것을 보며 “신라에게 대적할 수 없겠구나. 소년도 오히려 이와
같거늘 하물며 장정들이랴!” 라고 탄식(歎息)하며 돌려보냈다.
신라군으로 돌아간 관창은 자기 아버지 품일에게 간단한 인사만 한 후 또다시 백제군에 쳐들어갔다.
결국 계백 장군은 관창을 잡아 목을 베었다. 관창의 죽음에 신라군은 죽을 각오로 덤비니 결국 백제군은 패하고
계백 장군도 장렬(壯烈)하게 싸우다가 전사하였다.
기를 쓰고 싸우는 미주와 옥자 서진이 앞에 군졸들은 점점 겁이 나기 시작하였다.
어디 그 뿐이야!
물을 차고 나는 날랜 제비같이 칼을 휘두르며 싸우는 순례와 정순이 그리고 전혀 겁이라고는 없는 송이와 영혜
쌍칼을 날렵하게 쓰는 문숙이 삼지창을 능숙하게 잘 쓰는 정희와 수빈이가 어울려서 싸우니 관군(官軍)들이
더 이상 견디지를 못하고 그만 달아나기 시작했다.
패색(敗色)이 완연하게 기울자 장 동구는 안간힘을 써서 달아나는데 갑자기 자기의 머리 위로 김 선아가 “휙” 하고
날아오더니 앞을 가로 막았다.
“어이쿠”
장 동구의 입에서 낭패스런 신음소리가 나오고 그대로 달리다가 앞으로 꼬꾸라졌다.
이제는 오도 가도 못하고 김 선아 앞에 나뒹굴며 정신을 못 차리던 장 동구가 한참 후에야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김 선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이고! 선녀님! 제발 나 좀 살려 주시오”
장 동구는 비굴해 질대로 비굴해져서 주위에 사람들을 의식하지 못하고 두 손을 비비며 김 선아에게 애걸복걸
(哀乞伏乞)을 하였다.
“네 이 놈! 내가 너 같은 놈을 만났다는 것이 참으로 기분이 좋지를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무척이나 망설여
진다.”
“선녀님! 저 같은 놈을 죽여 보았자 무슨 이득(利得)이 있겠습니까? 그러니 이 소인 놈을 한 번만 살려서 주신다면
그 은혜(恩惠)를 절대로 잊지를 않겠습니다.”
김 선아의 말에 장 동구는 머리를 조아리며 계속 살려서 주기를 빌고 또 빌었다.
“나도 너 같은 놈을 정말 죽이고 싶지를 않다. 그러니 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어떠냐?”
“네엣?”
“왜 그리도 죽기가 싫으냐?”
“선녀님! 제발 목숨만 살려서 주신다면 제가 선녀님의 하인이 되라고 해도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목숨만 살려서
주십시오.”
“그래? 그럼 이제부터 저기 있는 미주의 하인이 되겠느냐?”
김 선아는 물끄러미 장 동구의 하는 꼴을 쳐다보고 있는 미주를 보면서 말했다.
“네 선녀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무엇이든지 다 하겠습니다.”
정말 장 동구는 이제 무엇을 시킨다고 해도 그대로 다해서 정말 죽지 않고 살고 싶었다.
“그래? 그럼 지금부터 저기 있는 우리 미주의 종이 되어서 시키는 대로 해라! 그래야 네 목숨이 보존 될 것이야!”
“아이고! 감사합니다. 선녀님!”
장 동구는 김 선아에게 수십 번이나 엎드려 절을 하면서 고맙다는 시늉을 하였다.
“맹녀님! 그냥 죽이지 않고 왜 이 놈을 살려서 두시는지 저는 이해가 잘 가지를 않습니다.”
미주가 선아 아가씨를 보면서 난처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단 번에 저 놈을 죽여 보았자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
“그럼요 저 같은 놈 죽여 보았자 아무런 이득이 없습니다.”
김 선아의 말에 장 동구는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아니 이게 어디 우리 맹녀님 말씀하시는데 재빨리 끼어서 들어! 야 너 내 성질 건드리면 이 창으로 콱 찔러
버린다.”
미주가 선아 아가씨의 말에 불쑥 끼어드는 장 동구를 보면서 화난 큰 소리를 질렀다.
“아이고! 낭자! 용서 하십시오 제가 염치불구하고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장 동구는 살기 위해서 결사적으로 미주에게 용서(容恕)를 구했다.
미주는 장 동구가 달아나지 않도록 두 손을 묶었다.
그리고 한 쪽 끈을 나귀에 안장(鞍裝)에 매었다.
“야! 너 만약에 도망을 치면 그날이 바로 너의 제삿날이다 알겠어?”
“아 네 절대로 도망(逃亡)을 치지 않겠습니다.”
미주가 위협(威脅)을 하며 말을 하자 무척이나 겁에 질린 장 동구가 굽실굽실 하며 대답을 했다.
개성을 떠나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우연히도 큰 수레에 죄인을 호송(護送)해 가는 행렬(行列)을 만났다.
“아니? 왕 송하가?”
두 손에 묶이어 나귀의 뒤를 따라가던 장 동구가 호송 행렬을 이끌고 가는 왕 송하를 발견하고는 반가움과
놀라움에 어떨 줄을 모른다.
뜻밖에도 동네 가운데에 나 있는 대로(大路)에서 마주친 선아 아가씨의 일행과 왕 송하의 일행이 처음에는 서로가
대수롭잖게 생각을 했다가 장 동구가 두 손이 묶이어 나귀에 뒤에 끌려서 가는 것을 본 왕 송하가 사태(事態)의
심각성을 얼른 파악을 하고는 공격(攻擊) 태세(態勢)를 갖추었다.
선아 아가씨의 일행도 왕 송하를 알아보고는 얼른 서로 대치(對峙)를 했다.
“아니? 형님이 어찌 그리 되었소!”
왕 송하가 큰 칼을 들고 장 동구를 보고 묻는다.
“아우야! 나 좀 살려 주게!”
장 동구는 이제 살길이 열린 것 같은 반가움에 큰 소리를 질렀다.
선아 아가씨의 일행은 갑작스런 상황에 무척이나 당황해 하면서 행렬을 정돈하며 싸울 준비를 하느라 장 동구의
이런 돌발적인 행동에 신경을 쓸 여유(餘裕)가 없었다.
“맹녀님! 또 한 바탕 싸워야 할 것 같습니다.”
미주가 선아 아가씨에게 비장한 각오(覺悟)로 말을 했다.
“그렇구나! 모두들 침착하게 대오(隊伍)를 갖추고 적의 공격에 방비(防備)를 하도록 해라!”
선아 아가씨도 자기를 둘러 싼 일행들에게 주의(注意)를 시키며 공격 태세(態勢)를 갖추었다.
“모두들 정신을 차리고 상대방을 모조리 무찔러라 여자들이라고 인정사정을 두면 안 된다.”
“네 알겠습니다.”
왕 송하의 말에 아래 수하 군졸들이 큰 소리로 대답을 했다.
이윽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가 어울려 일대 혼전(混戰)이 벌어졌다.
이틈에 재빨리 왕 송하는 장 동구의 묶여있는 끈을 칼로 자르고는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갔다.
“형님! 도대체 어찌 된 일이요?”
“오늘 내가 온갖 수모를 다 겪고서 내가 죽는 줄만 알았더니 뜻밖에도 아우를 만나서 이렇게 살아났네.”
장 동구는 왕 송하를 보고 온갖 하소연을 다 하였다.
한참 싸움판에 뛰어들어 창을 휘두르던 미주가 갑자기 장 동구가 생각이 나서 찾아보니 벌써 줄을 끊고 달아나고
없는지라 그만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났다.
“이 놈의 새끼가 감쪽같이 도망을 가! 다시 내 손에 잡히기만 해 봐라!”
자기를 향해 달려드는 군졸들을 해치우며 미주가 투덜거렸다.
그러나 워낙 많은 숫자인지라 미주도 장 동구를 찾아서 다닐 여유가 없다.
통나무로 짠 수레 안에 갇혀서 있던 두 사람은 갑작스럽게 바깥의 사정이 바뀌자 긴장을 한 채로 되어가는 사태를
지켜만 보고 있었다.
언뜻 눈에 보이는 것이 아주 용맹스런 여자들이 자기들을 호송하여 가던 수많은 군졸들과 싸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기에 군사들과 저렇게 싸우고 있지요?”
“글쎄 나도 잘 모르겠구나! 어쨌든지 우리에게 희망이 있어 보이는구나!”
“아버지! 저기를 보십시오. 저 쪽에서 부채를 들고 서 있는 아름다운 아가씨는 도대체 누구일까요?”
“음 정말로 아름다운 아가씨구나!”
“혹시 우리를 구해주려고 온 선녀님이 아닐까요?”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어쩌면 우리가 살 수도 있겠구나!”
수레 안에서 꽁꽁 묶여서 있는 두 사람이 이제는 뭔가 새로운 희망(希望)이 비치자 얼굴에 화색(和色)이 돌기
시작했다.
“이보게! 아우! 우리는 어서 몸을 피하는 게 좋겠네!”
“아니? 도망을 가자고요? 형님은?”
“그렇다네! 저기 저 선녀와 싸우다가는 우리 둘 다 꼼짝도 못하고 한 순간에 목이 달아날 것이니 이 틈에 재빠르게
달아나는 것이 상책(上策) 일세”
“아무래도 그래야 할까 봅니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狀況)이 아무래도 우리에게는 불리(不利)하오!”
“여기에 내가 잡혀서 오기 전에 허광수와 이 성근이가 겁도 없이 저 여자들과 싸우다가 그만 작살이 났다네.”
“아 그랬군요. 아무래도 형님 말씀처럼 달아나는 것이 상책인가 보우”
왕 송하와 장 동구가 서로 말을 주고받다가 슬며시 도망을 치고 말았다.
한바탕 어울러서 싸우던 군졸들이 정신을 차리고 왕 송하를 찾아보니 어느새 도망을 쳤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에라 함경도 감사도 도망을 쳤는데 우리도 그냥 도망을 어서 가세”
“그래야 하겠구만 벌써 절반이나 동료들이 작살이 났는데”
“그런데 저 여자들은 도대체 지치지도 않는지 도무지 우리가 감당(堪當)을 할 수가 없네.”
“그저 이럴 때는 개죽음 하지 말고 목숨을 부지(扶支)하는 것이 최 상책(上策) 일세”
저희들 끼리 수군대던 군졸들이 차츰차츰 뒤로 물러서 나더니 그대로 흩어져 달아나 버렸다.
도망가는 군졸들을 보고는 모두들 칼과 창을 거두었다.
“정순아! 저 수레 문을 열어라!”
선아 아가씨가 정순 이를 보고 말을 하자 정순이가 수레에 가까이 가더니 칼을 뽑아 호송하는 수레 문짝을
내리치니 문짝이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꽁꽁 두 사람을 묶고 있는 밧줄도 칼로 잘랐다.
“어서 나오세요!”
정순이가 호송하는 수레 안에 갇혀서 있던 두 사람을 보고 말하자 두 사람은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되어 호송 수레
밖으로 나왔다.
“소저! 저희들의 목숨을 구해 주신 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호송되어 가던 수레에서 나온 사람이 정순 이를 보고 물었다.
“인사를 드리고 싶다면 저기 계시는 우리 맹녀님께 인사(人事)를 드리세요.”
정순이가 선아 아가씨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 그러십니까? 그럼 저 분을 좀 뵙게 해 주십시오”
나이가 많은 남자가 정순 이에게 부탁을 했다.
“그럼 이리로 오세요.”
정순이가 두 사람을 데리고 선아 아가씨 앞으로 안내를 했다.
두 사람이 선아 아가씨 앞에 오더니 머리를 숙이며 감사(感謝)의 인사(人事)를 했다.
“저희들의 목숨을 구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렇게 어려운 고난(苦難)을 당하셨나요?”
두 사람을 쳐다보며 선아 아가씨가 물었다.
“네 저는 국경(國境)을 수비(守備)하던 오 진원 장군(將軍)이라고 합니다. 그 동안 성종 임금님의 신임(信任)을
받아서 함경도 지방의 국경지대에 근무(勤務)를 해오다가 얼마 전에 연산 군이 내가 역적(逆賊) 모의(謀議)를
했다고 함경도 감사에게 한양으로 압송(押送)하라는 어명(御命)이 내려와 이렇게 잡혀서 가던 중이었습니다.”
“아 그래요”
“갑작스럽게 누명(陋名) 뒤집어쓰고는 이 꼴이 되었지 뭡니까? 참 세상도 왜 이렇게 어수선해 졌는지 너무나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런데 옆에 함께 있는 사람은 장군님의 아드님인가요?”
“그렇습니다. 제 아들인 오 세훈 입니다.”
“아 그래요”
오 진원 장군의 아들은 선아 아가씨에게 온통 정신을 빼앗겨서 있다가 선아 아가씨가 자기에 대하여 물어보자
비로소 정신이 돌아와 얼굴을 숙였다.
“이제 오 장군님도 함부로 다니지를 못하겠네요. 나라에서 오 장군님을 잡으려고 온통 군사들을 풀어서 놓았을
것인데 참 집안 식구들은 그대로 두어도 괜찮을까요?”
“아닙니다. 저희 부자(父子)가 돌아가 얼른 저희 아내와 식구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을 시켜야 하겠습니다.”
선아 아가씨의 말에 오 진원 장군은 두고 온 자기의 아내와 집안 식구들이 염려가 되는지 빨리 자기의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저희들도 함께 가서 도우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를 이렇게 도와주시니 너무나 감사합니다.”
선아 아가씨의 말에 오 진원 장군은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맹녀님! 장 동구 그 놈이 왕 송하와 함께 족제비처럼 몰래 달아났습니다. 그냥 잡았을 때에 없애버리는 것인데”
“응? 그래? 그냥 내버려 두어라 다음에 그 놈들을 만나면 미주 네가 알아서 하도록 할 테니”
미주의 말에 선아 아가씨는 별로 관심(關心)도 없다는 듯이 말을 했다.
한편 재빨리 도망(逃亡)을 친 장 동구와 왕 송하는 선아 아가씨의 손길을 벗어나서 부지런히 달아났다.
개성부(開城府)에 도착을 한 장 동구와 왕 송하는 비로소 살았다는 안도감(安堵感)에 마주보고는 서로 말을
주고받았다.
“형님! 이제야 우리가 살아난 것 같소”
“그렇지 아우야!”
두 사람이 개성부에 들어가 개성 부사(府使)를 만나 지금까지 있은 일들을 모조리 다 이야기를 하였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은 개성부사는 깜짝 놀라며 곧 바로 한양으로 이 급보(急報)를 알렸다.
급한 보고를 받은 임사홍은 연산군에게 개성부사가 보낸 급보를 올리니 주색잡기에 바빠 있던 연산군도 오 진원
장군이 압송되어 오는 도중에 선녀의 일행들이 길을 막아 군졸들을 작살내고 구출(救出)하여 도망을 쳤다는
내용(內容)을 보고는 급히 포도대장 김 태곤 을 불러 3만 명의 군졸들과 함께 개성으로 가서 오 진원 장군의
부자(父子)와 아름다운 선녀(仙女)를 사로잡아서 오라는 어명(御命)을 내렸다.
마침 이 자리에 함께 있던 채홍사 성정몽이 연산 군 앞에 나아가서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전하(殿下)! 군사를 더 보내서 예쁜 선녀를 사로잡아 오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저 번에 소인이 그 선녀
일행과 부딪쳤는데 선녀를 보호하는 자들이 너무나 무공이 뛰어나고 강해서 적은 군사로 싸우다가 큰 낭패
(狼狽)를 당했나이다. 그러하오니 포도대장 뿐 만 아니라 전하의 신임(信任)을 받는 이재호 장군을 불러서 이번
일을 맡기면 좋을 것 같사옵니다.”
“음. 그래? 그런데 채홍사가 그날 임진강 나루터에서 보았다는 그 선녀는 얼굴이 얼마만큼 예쁘던가?”
“전하! 그 선녀의 얼굴을 보니 그녀는 정녕 이 땅의 사람이 아닌 것 같았사옵니다. 부채를 들고 서 있는 그 선녀의
예쁜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꽃이 부끄러워하고 하늘에 달이 부끄러워 할 만큼 아니 날아가던 기러기가 놀라서
떨어질 지경이었사옵니다.”
연산군의 물음에 채홍사 성정몽은 선아 아가씨의 외모에 무척이나 놀란 듯이 말을 했다.
“무엇이? 그렇게나 정말 그 선녀가 아름답다는 말인가?”
“그렇사옵니다. 소인이 태어나서 그렇게나 아름다운 여자는 난생처음으로 보았사옵니다.”
“그렇다면 여기에 있는 많은 여자들 중에 그 선녀와 비길만한 인물이 하나도 없다는 말인가?”
“그렇사옵니다. 전하! 여기에는 그 선녀(仙女)와 비길만한 인물(人物)이 없사옵니다.”
채홍사 성 정몽의 확신(確信)에 찬 그 말에 그만 연산군은 애가 달아서 올랐다.
“여봐라! 어서 시위(侍衛)장군 이 제호를 이리로 오라고 해라! 내가 기필코 그 선녀를 사로잡아 와서 나의
귀비(貴妃)를 삼으리라!”
“전하! 들리는 소문(所聞)에 그 선녀는 선왕(先王)께서 계실 적에 한양 부녀자들을 납치 해다가 외국 사람들에게
팔아서 넘기던 잔악한 해적(海賊)들을 단번에 해치우고 그 곳에 사로잡혀서 있던 많은 여자들을 구출(救出)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 노 태영 암행어사의 부인(婦人)이 바로
그 선녀의 고모(姑母)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좌의정 이 수박이가 조심스럽게 나서며 연산군에게 아뢰었다.
“호오 그래? 그렇다면 더욱 그 선녀를 사로잡아 와야 하겠다. 소문에 벼슬을 때려치우고 어디로 숨어버린 노 태영
도승지의 부인 김연아가 그렇게나 예쁘다는 말을 들었는데 아쉽게도 만나지를 못했다. 이제 좌의정의 말을 듣고
보니 포도대장이나 시위장군을 보낼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군사들을 이끌고 개성으로 가서 그 선녀를 사로 잡아
오도록 할 것이니 그리들 알고 모든 군신(群臣)들은 만반(萬般)의 준비(準備)를 하도록 하시오!”
좌의정 이 수박이의 말에 굉장한 흥미(興味)를 느낀 연산군은 수많은 군사들을 자기가 직접 이끌고 개성으로 가서
선아 아가씨 일행을 사로잡아 오겠다고 하명(下命)을 내렸다.
이 소식이 개성부에 전해지자 장 동구와 왕 송하는 뛸 듯이 기뻤다.
“아이고 형님! 이제 그 선녀 년이 꼼짝도 못하고 상감마마에게 사로잡히게 되었소!”
“그렇지 상감께서 직접 왕림(枉臨)을 하셔서 사로잡아 가신다고 하시니 아무리 그 선녀가 빼어난 무공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그 많은 장수들과 수만 명이 넘는 군사들을 어찌 이길 수가 있겠느냐?”
“형님! 우리는 여기서 기다리다가 상감마마가 오시면 부사 영감과 함께 맞이하면 되겠소이다.”
“그렇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것이지”
왕 송하와 장 동구는 개성부사와 함께 연산군이 이곳 개성부로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였다.
뿐만 아니라 개성부는 연산군이 직접 이곳으로 온다는 소식에 큰 잔치를 하는 것처럼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하느라
온통 난리법석을 떨었다.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선아 아가씨의 일행들은 함경도에서 오 진원 장군의 가족들을 데리고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20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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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갑자기 사라진 무협 소설들에 대한 향수가 그리워 선녀열전이라는 작품을 쓰게 되었어요.
저의 작품에 성원을 아끼지 않는 많은 애독자님들에게 특별히 감사의 인사를 드려요.
그리고 항상 댓글과 추천을 눌러주시는 소라 환님들의 성원에도 고마운 감사의 인사를 드려요.
추천과 격려의 댓글은 작가님들을 성원하는 표시랍니다.
오늘도 재미나게 선녀열전을 읽어주시고 좋은 시간 되세요
19부
본래 군사(軍士)들이란 용맹한 장수(將帥) 밑에 있을 때는 무서움도 모르고 싸우지만 썩어빠진 관리(官吏)가
이끌 때에는 그저 자기의 안일(安逸)에만 집중(集中)을 하는 것이다.
그 옛날
김 유신이 이끈 신라군 5만 명과 소 정방이 이끄는 당군 13만 합하여 18만의 군사가 백제로 쳐들어갔다.
당나라는 수로를 이용해 백제의 백강 쪽으로 쳐들어갔고 신라군은 육로를 이용하여 백제의 탄현 쪽으로 쳐들어
갔다.
660년 나당 연합군이 백제를 대대적으로 침공(侵攻)하자 의자왕은 대소신료들과 대책(對策)을 논의(論議)하였다.
빠르게 대처(對處)해야 한다는 편과 지연작전을 써야 한다는 편이 나눠 다투는 동안 연합군(聯合軍)은 요충지인
백강(白江)과 탄현(炭峴)을 넘어 왔다. 이에 의자왕은 급히 계백 장군을 황산벌로 보내 신라군과 싸우게 하였다.
계백 장군은 5천명의 정예병을 뽑으면서 “한 나라의 군사로 당나라와 신라의 대군을 상대해야 하니 국가의 존망을
알 수가 없다. 처자식이 포로로 잡혀 노예가 될지도 모른다. 살아서 모욕을 당하느니 죽는 것이 낫다.”
며 스스로 가족들을 죽이고 전열(戰列)을 다졌다.
음력(陰曆) 7월 9일 신라군이 황산벌에 도착했을 때 백제군은 이미 산직리 산성 모촌리 산성 황령 산성 3곳에
진영을 두고 기다렸다.
당시 계백 장군은 좌평 충상 달솔 상영과 함께 백제군을 지휘하였다.
이때 계백 장군은 가족들을 죽이고 비장한 각오로 전투에 나섰다.
황산벌에 도착한 계백 장군은 “옛날 월 왕 구천은 5천으로 오나라 70만 군사를 격파하였다. 용기를 다하여 싸워
국은에 보답하자” 며 병사(兵士)들을 독려(督勵)했고 과연 백제군은 사기(士氣)가 올라 신라군과 네 번 싸워
네 번을 격파(擊破)하였다.
이에 김유신의 동생 김흠순이 아들 반굴(盤屈)을 전장에 투입(投入)하니 반굴은 힘껏 싸우다 죽었다. 반굴이 죽자
김 유신의 조카인 좌장군 김품일은 16세의 아들 관창(官昌)을 시켜 선봉(先鋒)에 서게 하였다.
관창을 붙잡은 계백 장군은 관창의 나이가 어린 것을 보며 “신라에게 대적할 수 없겠구나. 소년도 오히려 이와
같거늘 하물며 장정들이랴!” 라고 탄식(歎息)하며 돌려보냈다.
신라군으로 돌아간 관창은 자기 아버지 품일에게 간단한 인사만 한 후 또다시 백제군에 쳐들어갔다.
결국 계백 장군은 관창을 잡아 목을 베었다. 관창의 죽음에 신라군은 죽을 각오로 덤비니 결국 백제군은 패하고
계백 장군도 장렬(壯烈)하게 싸우다가 전사하였다.
기를 쓰고 싸우는 미주와 옥자 서진이 앞에 군졸들은 점점 겁이 나기 시작하였다.
어디 그 뿐이야!
물을 차고 나는 날랜 제비같이 칼을 휘두르며 싸우는 순례와 정순이 그리고 전혀 겁이라고는 없는 송이와 영혜
쌍칼을 날렵하게 쓰는 문숙이 삼지창을 능숙하게 잘 쓰는 정희와 수빈이가 어울려서 싸우니 관군(官軍)들이
더 이상 견디지를 못하고 그만 달아나기 시작했다.
패색(敗色)이 완연하게 기울자 장 동구는 안간힘을 써서 달아나는데 갑자기 자기의 머리 위로 김 선아가 “휙” 하고
날아오더니 앞을 가로 막았다.
“어이쿠”
장 동구의 입에서 낭패스런 신음소리가 나오고 그대로 달리다가 앞으로 꼬꾸라졌다.
이제는 오도 가도 못하고 김 선아 앞에 나뒹굴며 정신을 못 차리던 장 동구가 한참 후에야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김 선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이고! 선녀님! 제발 나 좀 살려 주시오”
장 동구는 비굴해 질대로 비굴해져서 주위에 사람들을 의식하지 못하고 두 손을 비비며 김 선아에게 애걸복걸
(哀乞伏乞)을 하였다.
“네 이 놈! 내가 너 같은 놈을 만났다는 것이 참으로 기분이 좋지를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무척이나 망설여
진다.”
“선녀님! 저 같은 놈을 죽여 보았자 무슨 이득(利得)이 있겠습니까? 그러니 이 소인 놈을 한 번만 살려서 주신다면
그 은혜(恩惠)를 절대로 잊지를 않겠습니다.”
김 선아의 말에 장 동구는 머리를 조아리며 계속 살려서 주기를 빌고 또 빌었다.
“나도 너 같은 놈을 정말 죽이고 싶지를 않다. 그러니 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어떠냐?”
“네엣?”
“왜 그리도 죽기가 싫으냐?”
“선녀님! 제발 목숨만 살려서 주신다면 제가 선녀님의 하인이 되라고 해도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목숨만 살려서
주십시오.”
“그래? 그럼 이제부터 저기 있는 미주의 하인이 되겠느냐?”
김 선아는 물끄러미 장 동구의 하는 꼴을 쳐다보고 있는 미주를 보면서 말했다.
“네 선녀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무엇이든지 다 하겠습니다.”
정말 장 동구는 이제 무엇을 시킨다고 해도 그대로 다해서 정말 죽지 않고 살고 싶었다.
“그래? 그럼 지금부터 저기 있는 우리 미주의 종이 되어서 시키는 대로 해라! 그래야 네 목숨이 보존 될 것이야!”
“아이고! 감사합니다. 선녀님!”
장 동구는 김 선아에게 수십 번이나 엎드려 절을 하면서 고맙다는 시늉을 하였다.
“맹녀님! 그냥 죽이지 않고 왜 이 놈을 살려서 두시는지 저는 이해가 잘 가지를 않습니다.”
미주가 선아 아가씨를 보면서 난처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단 번에 저 놈을 죽여 보았자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
“그럼요 저 같은 놈 죽여 보았자 아무런 이득이 없습니다.”
김 선아의 말에 장 동구는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아니 이게 어디 우리 맹녀님 말씀하시는데 재빨리 끼어서 들어! 야 너 내 성질 건드리면 이 창으로 콱 찔러
버린다.”
미주가 선아 아가씨의 말에 불쑥 끼어드는 장 동구를 보면서 화난 큰 소리를 질렀다.
“아이고! 낭자! 용서 하십시오 제가 염치불구하고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장 동구는 살기 위해서 결사적으로 미주에게 용서(容恕)를 구했다.
미주는 장 동구가 달아나지 않도록 두 손을 묶었다.
그리고 한 쪽 끈을 나귀에 안장(鞍裝)에 매었다.
“야! 너 만약에 도망을 치면 그날이 바로 너의 제삿날이다 알겠어?”
“아 네 절대로 도망(逃亡)을 치지 않겠습니다.”
미주가 위협(威脅)을 하며 말을 하자 무척이나 겁에 질린 장 동구가 굽실굽실 하며 대답을 했다.
개성을 떠나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우연히도 큰 수레에 죄인을 호송(護送)해 가는 행렬(行列)을 만났다.
“아니? 왕 송하가?”
두 손에 묶이어 나귀의 뒤를 따라가던 장 동구가 호송 행렬을 이끌고 가는 왕 송하를 발견하고는 반가움과
놀라움에 어떨 줄을 모른다.
뜻밖에도 동네 가운데에 나 있는 대로(大路)에서 마주친 선아 아가씨의 일행과 왕 송하의 일행이 처음에는 서로가
대수롭잖게 생각을 했다가 장 동구가 두 손이 묶이어 나귀에 뒤에 끌려서 가는 것을 본 왕 송하가 사태(事態)의
심각성을 얼른 파악을 하고는 공격(攻擊) 태세(態勢)를 갖추었다.
선아 아가씨의 일행도 왕 송하를 알아보고는 얼른 서로 대치(對峙)를 했다.
“아니? 형님이 어찌 그리 되었소!”
왕 송하가 큰 칼을 들고 장 동구를 보고 묻는다.
“아우야! 나 좀 살려 주게!”
장 동구는 이제 살길이 열린 것 같은 반가움에 큰 소리를 질렀다.
선아 아가씨의 일행은 갑작스런 상황에 무척이나 당황해 하면서 행렬을 정돈하며 싸울 준비를 하느라 장 동구의
이런 돌발적인 행동에 신경을 쓸 여유(餘裕)가 없었다.
“맹녀님! 또 한 바탕 싸워야 할 것 같습니다.”
미주가 선아 아가씨에게 비장한 각오(覺悟)로 말을 했다.
“그렇구나! 모두들 침착하게 대오(隊伍)를 갖추고 적의 공격에 방비(防備)를 하도록 해라!”
선아 아가씨도 자기를 둘러 싼 일행들에게 주의(注意)를 시키며 공격 태세(態勢)를 갖추었다.
“모두들 정신을 차리고 상대방을 모조리 무찔러라 여자들이라고 인정사정을 두면 안 된다.”
“네 알겠습니다.”
왕 송하의 말에 아래 수하 군졸들이 큰 소리로 대답을 했다.
이윽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가 어울려 일대 혼전(混戰)이 벌어졌다.
이틈에 재빨리 왕 송하는 장 동구의 묶여있는 끈을 칼로 자르고는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갔다.
“형님! 도대체 어찌 된 일이요?”
“오늘 내가 온갖 수모를 다 겪고서 내가 죽는 줄만 알았더니 뜻밖에도 아우를 만나서 이렇게 살아났네.”
장 동구는 왕 송하를 보고 온갖 하소연을 다 하였다.
한참 싸움판에 뛰어들어 창을 휘두르던 미주가 갑자기 장 동구가 생각이 나서 찾아보니 벌써 줄을 끊고 달아나고
없는지라 그만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났다.
“이 놈의 새끼가 감쪽같이 도망을 가! 다시 내 손에 잡히기만 해 봐라!”
자기를 향해 달려드는 군졸들을 해치우며 미주가 투덜거렸다.
그러나 워낙 많은 숫자인지라 미주도 장 동구를 찾아서 다닐 여유가 없다.
통나무로 짠 수레 안에 갇혀서 있던 두 사람은 갑작스럽게 바깥의 사정이 바뀌자 긴장을 한 채로 되어가는 사태를
지켜만 보고 있었다.
언뜻 눈에 보이는 것이 아주 용맹스런 여자들이 자기들을 호송하여 가던 수많은 군졸들과 싸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기에 군사들과 저렇게 싸우고 있지요?”
“글쎄 나도 잘 모르겠구나! 어쨌든지 우리에게 희망이 있어 보이는구나!”
“아버지! 저기를 보십시오. 저 쪽에서 부채를 들고 서 있는 아름다운 아가씨는 도대체 누구일까요?”
“음 정말로 아름다운 아가씨구나!”
“혹시 우리를 구해주려고 온 선녀님이 아닐까요?”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어쩌면 우리가 살 수도 있겠구나!”
수레 안에서 꽁꽁 묶여서 있는 두 사람이 이제는 뭔가 새로운 희망(希望)이 비치자 얼굴에 화색(和色)이 돌기
시작했다.
“이보게! 아우! 우리는 어서 몸을 피하는 게 좋겠네!”
“아니? 도망을 가자고요? 형님은?”
“그렇다네! 저기 저 선녀와 싸우다가는 우리 둘 다 꼼짝도 못하고 한 순간에 목이 달아날 것이니 이 틈에 재빠르게
달아나는 것이 상책(上策) 일세”
“아무래도 그래야 할까 봅니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狀況)이 아무래도 우리에게는 불리(不利)하오!”
“여기에 내가 잡혀서 오기 전에 허광수와 이 성근이가 겁도 없이 저 여자들과 싸우다가 그만 작살이 났다네.”
“아 그랬군요. 아무래도 형님 말씀처럼 달아나는 것이 상책인가 보우”
왕 송하와 장 동구가 서로 말을 주고받다가 슬며시 도망을 치고 말았다.
한바탕 어울러서 싸우던 군졸들이 정신을 차리고 왕 송하를 찾아보니 어느새 도망을 쳤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에라 함경도 감사도 도망을 쳤는데 우리도 그냥 도망을 어서 가세”
“그래야 하겠구만 벌써 절반이나 동료들이 작살이 났는데”
“그런데 저 여자들은 도대체 지치지도 않는지 도무지 우리가 감당(堪當)을 할 수가 없네.”
“그저 이럴 때는 개죽음 하지 말고 목숨을 부지(扶支)하는 것이 최 상책(上策) 일세”
저희들 끼리 수군대던 군졸들이 차츰차츰 뒤로 물러서 나더니 그대로 흩어져 달아나 버렸다.
도망가는 군졸들을 보고는 모두들 칼과 창을 거두었다.
“정순아! 저 수레 문을 열어라!”
선아 아가씨가 정순 이를 보고 말을 하자 정순이가 수레에 가까이 가더니 칼을 뽑아 호송하는 수레 문짝을
내리치니 문짝이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꽁꽁 두 사람을 묶고 있는 밧줄도 칼로 잘랐다.
“어서 나오세요!”
정순이가 호송하는 수레 안에 갇혀서 있던 두 사람을 보고 말하자 두 사람은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되어 호송 수레
밖으로 나왔다.
“소저! 저희들의 목숨을 구해 주신 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호송되어 가던 수레에서 나온 사람이 정순 이를 보고 물었다.
“인사를 드리고 싶다면 저기 계시는 우리 맹녀님께 인사(人事)를 드리세요.”
정순이가 선아 아가씨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 그러십니까? 그럼 저 분을 좀 뵙게 해 주십시오”
나이가 많은 남자가 정순 이에게 부탁을 했다.
“그럼 이리로 오세요.”
정순이가 두 사람을 데리고 선아 아가씨 앞으로 안내를 했다.
두 사람이 선아 아가씨 앞에 오더니 머리를 숙이며 감사(感謝)의 인사(人事)를 했다.
“저희들의 목숨을 구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렇게 어려운 고난(苦難)을 당하셨나요?”
두 사람을 쳐다보며 선아 아가씨가 물었다.
“네 저는 국경(國境)을 수비(守備)하던 오 진원 장군(將軍)이라고 합니다. 그 동안 성종 임금님의 신임(信任)을
받아서 함경도 지방의 국경지대에 근무(勤務)를 해오다가 얼마 전에 연산 군이 내가 역적(逆賊) 모의(謀議)를
했다고 함경도 감사에게 한양으로 압송(押送)하라는 어명(御命)이 내려와 이렇게 잡혀서 가던 중이었습니다.”
“아 그래요”
“갑작스럽게 누명(陋名) 뒤집어쓰고는 이 꼴이 되었지 뭡니까? 참 세상도 왜 이렇게 어수선해 졌는지 너무나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런데 옆에 함께 있는 사람은 장군님의 아드님인가요?”
“그렇습니다. 제 아들인 오 세훈 입니다.”
“아 그래요”
오 진원 장군의 아들은 선아 아가씨에게 온통 정신을 빼앗겨서 있다가 선아 아가씨가 자기에 대하여 물어보자
비로소 정신이 돌아와 얼굴을 숙였다.
“이제 오 장군님도 함부로 다니지를 못하겠네요. 나라에서 오 장군님을 잡으려고 온통 군사들을 풀어서 놓았을
것인데 참 집안 식구들은 그대로 두어도 괜찮을까요?”
“아닙니다. 저희 부자(父子)가 돌아가 얼른 저희 아내와 식구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을 시켜야 하겠습니다.”
선아 아가씨의 말에 오 진원 장군은 두고 온 자기의 아내와 집안 식구들이 염려가 되는지 빨리 자기의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저희들도 함께 가서 도우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를 이렇게 도와주시니 너무나 감사합니다.”
선아 아가씨의 말에 오 진원 장군은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맹녀님! 장 동구 그 놈이 왕 송하와 함께 족제비처럼 몰래 달아났습니다. 그냥 잡았을 때에 없애버리는 것인데”
“응? 그래? 그냥 내버려 두어라 다음에 그 놈들을 만나면 미주 네가 알아서 하도록 할 테니”
미주의 말에 선아 아가씨는 별로 관심(關心)도 없다는 듯이 말을 했다.
한편 재빨리 도망(逃亡)을 친 장 동구와 왕 송하는 선아 아가씨의 손길을 벗어나서 부지런히 달아났다.
개성부(開城府)에 도착을 한 장 동구와 왕 송하는 비로소 살았다는 안도감(安堵感)에 마주보고는 서로 말을
주고받았다.
“형님! 이제야 우리가 살아난 것 같소”
“그렇지 아우야!”
두 사람이 개성부에 들어가 개성 부사(府使)를 만나 지금까지 있은 일들을 모조리 다 이야기를 하였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은 개성부사는 깜짝 놀라며 곧 바로 한양으로 이 급보(急報)를 알렸다.
급한 보고를 받은 임사홍은 연산군에게 개성부사가 보낸 급보를 올리니 주색잡기에 바빠 있던 연산군도 오 진원
장군이 압송되어 오는 도중에 선녀의 일행들이 길을 막아 군졸들을 작살내고 구출(救出)하여 도망을 쳤다는
내용(內容)을 보고는 급히 포도대장 김 태곤 을 불러 3만 명의 군졸들과 함께 개성으로 가서 오 진원 장군의
부자(父子)와 아름다운 선녀(仙女)를 사로잡아서 오라는 어명(御命)을 내렸다.
마침 이 자리에 함께 있던 채홍사 성정몽이 연산 군 앞에 나아가서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전하(殿下)! 군사를 더 보내서 예쁜 선녀를 사로잡아 오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저 번에 소인이 그 선녀
일행과 부딪쳤는데 선녀를 보호하는 자들이 너무나 무공이 뛰어나고 강해서 적은 군사로 싸우다가 큰 낭패
(狼狽)를 당했나이다. 그러하오니 포도대장 뿐 만 아니라 전하의 신임(信任)을 받는 이재호 장군을 불러서 이번
일을 맡기면 좋을 것 같사옵니다.”
“음. 그래? 그런데 채홍사가 그날 임진강 나루터에서 보았다는 그 선녀는 얼굴이 얼마만큼 예쁘던가?”
“전하! 그 선녀의 얼굴을 보니 그녀는 정녕 이 땅의 사람이 아닌 것 같았사옵니다. 부채를 들고 서 있는 그 선녀의
예쁜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꽃이 부끄러워하고 하늘에 달이 부끄러워 할 만큼 아니 날아가던 기러기가 놀라서
떨어질 지경이었사옵니다.”
연산군의 물음에 채홍사 성정몽은 선아 아가씨의 외모에 무척이나 놀란 듯이 말을 했다.
“무엇이? 그렇게나 정말 그 선녀가 아름답다는 말인가?”
“그렇사옵니다. 소인이 태어나서 그렇게나 아름다운 여자는 난생처음으로 보았사옵니다.”
“그렇다면 여기에 있는 많은 여자들 중에 그 선녀와 비길만한 인물이 하나도 없다는 말인가?”
“그렇사옵니다. 전하! 여기에는 그 선녀(仙女)와 비길만한 인물(人物)이 없사옵니다.”
채홍사 성 정몽의 확신(確信)에 찬 그 말에 그만 연산군은 애가 달아서 올랐다.
“여봐라! 어서 시위(侍衛)장군 이 제호를 이리로 오라고 해라! 내가 기필코 그 선녀를 사로잡아 와서 나의
귀비(貴妃)를 삼으리라!”
“전하! 들리는 소문(所聞)에 그 선녀는 선왕(先王)께서 계실 적에 한양 부녀자들을 납치 해다가 외국 사람들에게
팔아서 넘기던 잔악한 해적(海賊)들을 단번에 해치우고 그 곳에 사로잡혀서 있던 많은 여자들을 구출(救出)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 노 태영 암행어사의 부인(婦人)이 바로
그 선녀의 고모(姑母)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좌의정 이 수박이가 조심스럽게 나서며 연산군에게 아뢰었다.
“호오 그래? 그렇다면 더욱 그 선녀를 사로잡아 와야 하겠다. 소문에 벼슬을 때려치우고 어디로 숨어버린 노 태영
도승지의 부인 김연아가 그렇게나 예쁘다는 말을 들었는데 아쉽게도 만나지를 못했다. 이제 좌의정의 말을 듣고
보니 포도대장이나 시위장군을 보낼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군사들을 이끌고 개성으로 가서 그 선녀를 사로 잡아
오도록 할 것이니 그리들 알고 모든 군신(群臣)들은 만반(萬般)의 준비(準備)를 하도록 하시오!”
좌의정 이 수박이의 말에 굉장한 흥미(興味)를 느낀 연산군은 수많은 군사들을 자기가 직접 이끌고 개성으로 가서
선아 아가씨 일행을 사로잡아 오겠다고 하명(下命)을 내렸다.
이 소식이 개성부에 전해지자 장 동구와 왕 송하는 뛸 듯이 기뻤다.
“아이고 형님! 이제 그 선녀 년이 꼼짝도 못하고 상감마마에게 사로잡히게 되었소!”
“그렇지 상감께서 직접 왕림(枉臨)을 하셔서 사로잡아 가신다고 하시니 아무리 그 선녀가 빼어난 무공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그 많은 장수들과 수만 명이 넘는 군사들을 어찌 이길 수가 있겠느냐?”
“형님! 우리는 여기서 기다리다가 상감마마가 오시면 부사 영감과 함께 맞이하면 되겠소이다.”
“그렇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것이지”
왕 송하와 장 동구는 개성부사와 함께 연산군이 이곳 개성부로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였다.
뿐만 아니라 개성부는 연산군이 직접 이곳으로 온다는 소식에 큰 잔치를 하는 것처럼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하느라
온통 난리법석을 떨었다.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선아 아가씨의 일행들은 함경도에서 오 진원 장군의 가족들을 데리고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20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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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갑자기 사라진 무협 소설들에 대한 향수가 그리워 선녀열전이라는 작품을 쓰게 되었어요.
저의 작품에 성원을 아끼지 않는 많은 애독자님들에게 특별히 감사의 인사를 드려요.
그리고 항상 댓글과 추천을 눌러주시는 소라 환님들의 성원에도 고마운 감사의 인사를 드려요.
추천과 격려의 댓글은 작가님들을 성원하는 표시랍니다.
오늘도 재미나게 선녀열전을 읽어주시고 좋은 시간 되세요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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