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말랐는지, 시비 화영이는 이리저리 둘러보다 물이 든 항아리를 찾아내고는 벽에 걸린 표주박으로 물을 떠서는 두 번이나 마신 뒤에 말을 이어갔다.
"저는 차를 준비하러 사랑채에 들었거든요. 거기서 소반에 다기를 준비해서 해선정으로 갔더니, 두 분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라고요. 저번에도 그러셨었는데, 뭔가 불꽃이 파닥파닥 튀는 느낌이랄까?"
"언니가? 언니는 엄청 좋은 사람이잖아."
"마님이요? 물론 좋은 분이시지만, 저희 장주님께선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라면, 마님은, 마님께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세요."
"그럼, 우리 엄마는 언니에게 좋지 않은 사람이라는 거야? 왜? 나도 있는데. 우리 아빠랑 선생님이랑도 그렇게 잘 지내는데."
"이건 비밀인데요, 아가씨만 알고 계세요. 우리 마님이 어리실 적에 당가의 여무인께 무공을 배운 적이 있으시대요."
"그건 알아. 천혜 고모에게 무공을 배우셨다던데, 그런데 그게 왜 비밀이야?"
"그 때, 당천혜님이 어릴 적 당가주님을 우리 마님께 소개를 시켜주신 일이 있대요. 저도 당가주님은 몇 번 뵈었지만, 친절하신 편이잖아요. 그 때도 그러셨나봐요."
"그래서?"
"마님은 당가의 가모가 되는 꿈을 꾸셨던 것 같아요. 저희 마님, 아가씨도 아시다시피 마음을 잡수시면 못하실 게 없는 분이시잖아요. 차근차근 꿈을 키워가고 있었는데, 당가의 가모님께서 당가주님을 홱하고 낚아채신거죠. 그 후에 우리 장주님을 만나서 엄청 알콩달콩 하시지만, 어릴 적 기억 때문이신지, 저번에 뵈었을 때도 별로 사이가 좋게 발전하지 않으실 것 같더라니까요."
"아아, 그런 뒷이야기가 있었어? 아! 화영아, 선생님한테 들었는데, 언니가 선생님을 처음에는 싫어했어?"
"에에? 진짜요? 그럴 리가 있을까요? 저희 마님이 장주님 사랑하시는 거야, 온 경사바닥을 쩌르르 울린 일인데요."
"응? 그건 무슨 소리야?"
"제 작년 겨울에 있던 일인데요. 장주님 근무처가 북부 시장이었잖아요. 그때 유가장은 경사의 북촌 영인로라는 곳에 있었거든요. 근무처까지 걸어서 한 1각 정도 걸리는 거리여서 장주님은 늘 걸어서 시장까지 가시곤 했는데요. 어느 날인가. 정월 대보름이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땐데, 장주님이 걸으시다가 언 바닥에 낙상을 하신 거예요."
"진짜? 많이 다치셨어?"
"아뇨. 그렇지는 않으셨는데요. 그날 밤에 우리 마님이 사람들을 사서요. 유가장에서부터 우리 장주님 근무처까지의 길에 있던 눈이랑 얼음을 모두 치우셨거든요. 그걸로 엄청 유명해졌어요. 물론, 그다음이 더 하지만."
"그 다음은 뭔데"
"그 일에 감동하셨었나봐요. 우리 장주님. 봄이 와서 온 산에 철쭉꽃이 피자마자요. 꽃을 잔뜩 사서요. 사랑의 장주님 방 앞에서 마님 처소까지 꽃잎으로 길을 만드셨어요."
"어머나."
"진짜 눈꼴 시었죠."
"그렇긴 했겠다. 그거 말고 다른 것은 더 없어?"
"왜요? 없긴 왜 없겠어요. 그런데, 입이 심심하네. 배를 타고 와서 그런지 속도 울렁거리고요."
"매담자 흉내까지 내는 거야. 좋아. 내가 한 턱 낼게. 언니한테 말하고 가야겠지. 잠깐만 기다려. 내가 저기 쓸모없는 오라버니들한테 우리 잠깐 나갔다온다고 말하고 올게."
제갈지민이 일으킨 큰 문제 따위는 이미 관심이 없어진 당예인과 화영이 짝짜꿍이 되어서 시장으로 나가버릴 때쯤 유관필은 부인을 만나 그 일에 대해 듣고 있었다.
"이게 그 정명단이라는 거요. 내게는 큰 소용이 없는 물건 같은데, 그냥 형수님이 원하시는대로 주시지 그러셨소. 일지 아주머니에게 따로 후사까지 하겠다고 했다면서요."
"기분이 나빴습니다. 저도 그러려고 했습니다. 상공이 오시면 상공께서 아주버님께 선물로 그 영단을 선사하는 식으로 하려고 했습니다."
"좋은 생각이네요. 형님께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구려. 그래, 파는 것은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군요. 적 어르신이 주신거라고 해도, 청성산의 도인처럼 속이 좁은 사람들이라면 자신에게 경계대상인 당가에 영단을 파는 행위 자체를 싫어할 수도 있을 것이고."
"역시 상공이세요. 저도 그 점이 마음에 걸렸었습니다. 그래서 상공이 오시면 이야기를 하자고 그 여자에게 그렇게 말했는데."
"형수님께 그 여자라니요. 혹시 아직도 형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이오?
"아니라는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전 그 여자가 싫습니다. 저번에 봤을 때 전 그 여자를 위해 한 가지 충고를 했었습니다. 만약 아주버님께서 소실을 들이겠다 청하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좋다고요."
"왜 그랬소?"
"그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부부관계는 대등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해서는 억눌려온 아주버님께서 폭발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주버님께 자신을 낮춰 맞춰주는 여인이 하나 있다면, 그것을 보고 그 여자도 자신을 낮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음... 옳은 말이오. 하지만, 형수님 성격에 받아들이지 않았을 텐데."
"네. 그렇더군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어쩌면 아주버님이 마교 교주를 독살한 이름을 지닌 분이 될 지도 모른다고요."
"그 일은 좀 더 생각을 해 보고 나서가 좋겠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니. 사람의 목숨을 앗아야 한다는 것도 그렇고. 그런데, 이 영단 때문에 왜 유가장이 난장판이 되었단 말입니까?"
"말싸움이 있었습니다. 정명단을 주긴 하되, 상공이 돌아오시면 상공편에 들려보내겠다는 말에, 그 여자가 뭐든 그렇게 남편 말을 듣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느냐는 말을 하더군요. 그래서 전, 남편 말을 듣는 여자가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보다는 낫는 말을 했죠. 그러자 그 여자가 경민이의 글선생님을 들인 일을 이야기하면서, 사랑을 받지 못하는 여자는 자기가 아니라 저라더군요. 그래서 전 그렇게 어깨에 힘을 주고 자존심을 세워봐야 얼굴에 주름살만 늘어간다는 소리를 했습니다. 주안공으로 나이를 속여봤자, 진짜 어린 여자는 이기지 못한다면서 당가주님께 참하고 어린 여자를 소실로 들이게 할거라고 했습니다. 상공이 권하면 못이기는 척하고 받아들이실 테고. 상공은 제 말을 늘 들어주신다고요. 그랬더니, 참지 못한 그 여자가 해선정을 무너뜨리고, 담 하나를 장력으로 부순 뒤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하하. 부인이 다치지 않아 다행이오."
"린아를 불러서, 다음 일을 상의하고 왔습니다."
"린아가 누구요?"
"예인이의 시비 아이입니다. 그 아이를 불러서, 저번에 아주버님께서 말하신 그 탄실이라는 아이의 사정을 알아보게 했습니다."
"그래? 그 일 때문에 온거요?"
"아닙니다. 상공, 최 학사님의 부고를 듣게 되었는데, 제가 아는 상공이라면 얼마나 아파하실 지 알아 이 곳에 온 것입니다. 고작 하루가 지났는데도 상공이 너무 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이 여자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유관필은 자신에게 종알거리면서 이런 저런 말을 계속하는 오세인을 품에 안고는 숨도 쉬지 못할만큼 꽉 안았다. 오세인은 당황하면서도 얼굴을 붉혔다. 귀가 달아오른 오세인의 목 뒤로 유관필의 숨이 토해졌고, 귀밑머리의 잔머리칼이 흔들리며 떨렸다.
유관필이 오세인과 함께 상단의 큰 방에서 나왔을 땐, 네 명의 당문 청년들의 얼굴엔 가득 부끄러움이 떠올라 있었다. 소리가 났나. 얼굴이 홍시보다 더 붉어진 오세인이 화영이와 예인이를 찾았지만, 둘 모두 없자 작게 화영아라고 불렀다. 그러자 당황한 오세인을 보고 더욱 당황한 당환진이 무뚝뚝한 목소리로 당예인과 화영이가 시장으로 놀러나갔음을 전했고, 오세인은 상단의 지부 상황을 지켜봐야겠다는 핑계로 지부장의 방으로 도망치듯 떠났다.
유관필은 아무렇지 않은 듯, 붉게 물든 네 명의 청년들에게 말했다.
"술을 마시러 가지 않겠나. 그렇게들 뻘쭘이 서서 눈치만 보고 있지 말고. 까짓 거 내 알려줌세. 무적의 연애방법을 말이야."
"유 숙, 그게 진짜입니까? 자기에게 마음이 없는 여인을 자기 쪽으로 돌려놓는 일도 가능한 일입니까?"
달뜬 마음만 가지고 있지, 실전에는 형편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 짝사랑 남자 양우형이 재빠르게 물었다. 유관필이 달관한 표정으로 양우형을 보며 말했다.
"난 내가 최고의 학자라고 생각해 본 일은 없네. 관리로서도 난 잘하는 편이었지만, 최고로 유능한 쪽은 아니었지. 하지만 여인을 상대로 하는 일이라면 말일세. 나는 천하무적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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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뭔가를 계속 쓰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모두들 제 글에 연중이 많다는 소리를 하십니다만,
전 제가 쓰고 있는 모든 글을 완결까지 써낼 자신이 있습니다.
기다리고 계실 것 같은 그녀들을 해치우다나 최근작인 로또2등이 당첨됐었다도 곧 재개할 예정이니 기다려주세요.
"저는 차를 준비하러 사랑채에 들었거든요. 거기서 소반에 다기를 준비해서 해선정으로 갔더니, 두 분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라고요. 저번에도 그러셨었는데, 뭔가 불꽃이 파닥파닥 튀는 느낌이랄까?"
"언니가? 언니는 엄청 좋은 사람이잖아."
"마님이요? 물론 좋은 분이시지만, 저희 장주님께선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라면, 마님은, 마님께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세요."
"그럼, 우리 엄마는 언니에게 좋지 않은 사람이라는 거야? 왜? 나도 있는데. 우리 아빠랑 선생님이랑도 그렇게 잘 지내는데."
"이건 비밀인데요, 아가씨만 알고 계세요. 우리 마님이 어리실 적에 당가의 여무인께 무공을 배운 적이 있으시대요."
"그건 알아. 천혜 고모에게 무공을 배우셨다던데, 그런데 그게 왜 비밀이야?"
"그 때, 당천혜님이 어릴 적 당가주님을 우리 마님께 소개를 시켜주신 일이 있대요. 저도 당가주님은 몇 번 뵈었지만, 친절하신 편이잖아요. 그 때도 그러셨나봐요."
"그래서?"
"마님은 당가의 가모가 되는 꿈을 꾸셨던 것 같아요. 저희 마님, 아가씨도 아시다시피 마음을 잡수시면 못하실 게 없는 분이시잖아요. 차근차근 꿈을 키워가고 있었는데, 당가의 가모님께서 당가주님을 홱하고 낚아채신거죠. 그 후에 우리 장주님을 만나서 엄청 알콩달콩 하시지만, 어릴 적 기억 때문이신지, 저번에 뵈었을 때도 별로 사이가 좋게 발전하지 않으실 것 같더라니까요."
"아아, 그런 뒷이야기가 있었어? 아! 화영아, 선생님한테 들었는데, 언니가 선생님을 처음에는 싫어했어?"
"에에? 진짜요? 그럴 리가 있을까요? 저희 마님이 장주님 사랑하시는 거야, 온 경사바닥을 쩌르르 울린 일인데요."
"응? 그건 무슨 소리야?"
"제 작년 겨울에 있던 일인데요. 장주님 근무처가 북부 시장이었잖아요. 그때 유가장은 경사의 북촌 영인로라는 곳에 있었거든요. 근무처까지 걸어서 한 1각 정도 걸리는 거리여서 장주님은 늘 걸어서 시장까지 가시곤 했는데요. 어느 날인가. 정월 대보름이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땐데, 장주님이 걸으시다가 언 바닥에 낙상을 하신 거예요."
"진짜? 많이 다치셨어?"
"아뇨. 그렇지는 않으셨는데요. 그날 밤에 우리 마님이 사람들을 사서요. 유가장에서부터 우리 장주님 근무처까지의 길에 있던 눈이랑 얼음을 모두 치우셨거든요. 그걸로 엄청 유명해졌어요. 물론, 그다음이 더 하지만."
"그 다음은 뭔데"
"그 일에 감동하셨었나봐요. 우리 장주님. 봄이 와서 온 산에 철쭉꽃이 피자마자요. 꽃을 잔뜩 사서요. 사랑의 장주님 방 앞에서 마님 처소까지 꽃잎으로 길을 만드셨어요."
"어머나."
"진짜 눈꼴 시었죠."
"그렇긴 했겠다. 그거 말고 다른 것은 더 없어?"
"왜요? 없긴 왜 없겠어요. 그런데, 입이 심심하네. 배를 타고 와서 그런지 속도 울렁거리고요."
"매담자 흉내까지 내는 거야. 좋아. 내가 한 턱 낼게. 언니한테 말하고 가야겠지. 잠깐만 기다려. 내가 저기 쓸모없는 오라버니들한테 우리 잠깐 나갔다온다고 말하고 올게."
제갈지민이 일으킨 큰 문제 따위는 이미 관심이 없어진 당예인과 화영이 짝짜꿍이 되어서 시장으로 나가버릴 때쯤 유관필은 부인을 만나 그 일에 대해 듣고 있었다.
"이게 그 정명단이라는 거요. 내게는 큰 소용이 없는 물건 같은데, 그냥 형수님이 원하시는대로 주시지 그러셨소. 일지 아주머니에게 따로 후사까지 하겠다고 했다면서요."
"기분이 나빴습니다. 저도 그러려고 했습니다. 상공이 오시면 상공께서 아주버님께 선물로 그 영단을 선사하는 식으로 하려고 했습니다."
"좋은 생각이네요. 형님께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구려. 그래, 파는 것은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군요. 적 어르신이 주신거라고 해도, 청성산의 도인처럼 속이 좁은 사람들이라면 자신에게 경계대상인 당가에 영단을 파는 행위 자체를 싫어할 수도 있을 것이고."
"역시 상공이세요. 저도 그 점이 마음에 걸렸었습니다. 그래서 상공이 오시면 이야기를 하자고 그 여자에게 그렇게 말했는데."
"형수님께 그 여자라니요. 혹시 아직도 형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이오?
"아니라는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전 그 여자가 싫습니다. 저번에 봤을 때 전 그 여자를 위해 한 가지 충고를 했었습니다. 만약 아주버님께서 소실을 들이겠다 청하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좋다고요."
"왜 그랬소?"
"그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부부관계는 대등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해서는 억눌려온 아주버님께서 폭발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주버님께 자신을 낮춰 맞춰주는 여인이 하나 있다면, 그것을 보고 그 여자도 자신을 낮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음... 옳은 말이오. 하지만, 형수님 성격에 받아들이지 않았을 텐데."
"네. 그렇더군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어쩌면 아주버님이 마교 교주를 독살한 이름을 지닌 분이 될 지도 모른다고요."
"그 일은 좀 더 생각을 해 보고 나서가 좋겠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니. 사람의 목숨을 앗아야 한다는 것도 그렇고. 그런데, 이 영단 때문에 왜 유가장이 난장판이 되었단 말입니까?"
"말싸움이 있었습니다. 정명단을 주긴 하되, 상공이 돌아오시면 상공편에 들려보내겠다는 말에, 그 여자가 뭐든 그렇게 남편 말을 듣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느냐는 말을 하더군요. 그래서 전, 남편 말을 듣는 여자가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보다는 낫는 말을 했죠. 그러자 그 여자가 경민이의 글선생님을 들인 일을 이야기하면서, 사랑을 받지 못하는 여자는 자기가 아니라 저라더군요. 그래서 전 그렇게 어깨에 힘을 주고 자존심을 세워봐야 얼굴에 주름살만 늘어간다는 소리를 했습니다. 주안공으로 나이를 속여봤자, 진짜 어린 여자는 이기지 못한다면서 당가주님께 참하고 어린 여자를 소실로 들이게 할거라고 했습니다. 상공이 권하면 못이기는 척하고 받아들이실 테고. 상공은 제 말을 늘 들어주신다고요. 그랬더니, 참지 못한 그 여자가 해선정을 무너뜨리고, 담 하나를 장력으로 부순 뒤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하하. 부인이 다치지 않아 다행이오."
"린아를 불러서, 다음 일을 상의하고 왔습니다."
"린아가 누구요?"
"예인이의 시비 아이입니다. 그 아이를 불러서, 저번에 아주버님께서 말하신 그 탄실이라는 아이의 사정을 알아보게 했습니다."
"그래? 그 일 때문에 온거요?"
"아닙니다. 상공, 최 학사님의 부고를 듣게 되었는데, 제가 아는 상공이라면 얼마나 아파하실 지 알아 이 곳에 온 것입니다. 고작 하루가 지났는데도 상공이 너무 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이 여자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유관필은 자신에게 종알거리면서 이런 저런 말을 계속하는 오세인을 품에 안고는 숨도 쉬지 못할만큼 꽉 안았다. 오세인은 당황하면서도 얼굴을 붉혔다. 귀가 달아오른 오세인의 목 뒤로 유관필의 숨이 토해졌고, 귀밑머리의 잔머리칼이 흔들리며 떨렸다.
유관필이 오세인과 함께 상단의 큰 방에서 나왔을 땐, 네 명의 당문 청년들의 얼굴엔 가득 부끄러움이 떠올라 있었다. 소리가 났나. 얼굴이 홍시보다 더 붉어진 오세인이 화영이와 예인이를 찾았지만, 둘 모두 없자 작게 화영아라고 불렀다. 그러자 당황한 오세인을 보고 더욱 당황한 당환진이 무뚝뚝한 목소리로 당예인과 화영이가 시장으로 놀러나갔음을 전했고, 오세인은 상단의 지부 상황을 지켜봐야겠다는 핑계로 지부장의 방으로 도망치듯 떠났다.
유관필은 아무렇지 않은 듯, 붉게 물든 네 명의 청년들에게 말했다.
"술을 마시러 가지 않겠나. 그렇게들 뻘쭘이 서서 눈치만 보고 있지 말고. 까짓 거 내 알려줌세. 무적의 연애방법을 말이야."
"유 숙, 그게 진짜입니까? 자기에게 마음이 없는 여인을 자기 쪽으로 돌려놓는 일도 가능한 일입니까?"
달뜬 마음만 가지고 있지, 실전에는 형편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 짝사랑 남자 양우형이 재빠르게 물었다. 유관필이 달관한 표정으로 양우형을 보며 말했다.
"난 내가 최고의 학자라고 생각해 본 일은 없네. 관리로서도 난 잘하는 편이었지만, 최고로 유능한 쪽은 아니었지. 하지만 여인을 상대로 하는 일이라면 말일세. 나는 천하무적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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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뭔가를 계속 쓰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모두들 제 글에 연중이 많다는 소리를 하십니다만,
전 제가 쓰고 있는 모든 글을 완결까지 써낼 자신이 있습니다.
기다리고 계실 것 같은 그녀들을 해치우다나 최근작인 로또2등이 당첨됐었다도 곧 재개할 예정이니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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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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