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꿈꾸는 늑대 79부
수영은 수혼을 만나보고 싶었다. 수혼을 직접 만난 것은 한번 뿐이다. 그것도 잠깐 만났을 뿐이다. 그런대도 전혀 낯설지 않고 친근하게 생각된다. 마친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 같다. 갈치파의 야욕(野慾)을 위해서 그는 분명 제거대상이다. 또한 자신의 사문인 원예도와 그의 사문인 음양문 사이에는 과거부터 은원(恩怨)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것저것 생각해 보아도 그가 친근하게 다가올 이유가 없다. 천랑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천랑파는 너무 거대해 졌다. 비록 지금은 잠룡(潛龍)처럼 웅크리고 있지만 잠에서 깨어나면 무섭게 일어날 것이다. 그럼.............갈치파와 치열한 전투(戰鬪)가 시작될 것이다. 그전에...........그에 대한 마음의 정리를 해야 한다.
수혼은 지나의 행방을 찾는 한편 앞으로 천랑파가 나가야 할 앞날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천랑파는 현재 서울전 지역에서 삼분의 일을 점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작은 구역도 아니다. 하지만 자꾸만 늘어나는 식구들이 문제다. 그들이 현재 난세(亂世)를 피해 천랑파라는 우산 속으로 들어왔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그들에게 적당히 뛰어놀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넓은 구역이 필요하다. 만 명이 넘는 조직원들이 뛰어놀기에 천랑파가 점하고 있는 지역은 너무 협소(狹小)하다. 물은 고이면 섞기 마련이다. 자연스럽게 물이 흐르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또한 자신은 의형의 복수를 해야 한다. 그게 의형에 대한 도리(道理)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봐도 천랑파와 연합군의 대결(對決)은 피할 수 없는 숙명(宿命)이다.
수혼이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고민하고 있는데 정문에서 연락이 왔다.
“천랑(天狼)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누군데”
“저...........수영이라는 분입니다................어떻게 합니까?”
“수영.......?”
수혼은 그 이름을 기억한다. 갈치파 보스며 원예도의 전승자..............그녀가 이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것일까? 또한 무슨 일로 찾아온 것일까? 수혼은 바짝 긴장한다. 정문에서 갈치파 보스가 아니라 수영이라고 소개한 걸로 미루어보아 악의(惡意)를 가지고 찾아온 것 같지는 않았다.
“누구랑 왔죠.”
“예?.......................기사 한명뿐입니다.”
“통과시켜요.”
수혼은 5층에서 내려와 현관으로 갔다. 검은색 세단이 멈추고 검은색 바지정장을 입은 여인이 차에서 내렸다. 긴 생머리가 나풀거리며 걸어온 미녀는 수혼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정말 거대한 성(城)을 구축(構築)하셨네요.”
“하하하~ 바람이 거세니 집이라도 튼튼하게 지어야하지 않겠습니까?”
“말씀에 뼈가 있네요. 근데 아무리 불청객(不請客)이라고 해도 따뜻한 커피한잔 정도는 대접(待接)해주는 인정은 있겠지요?”
“하하하~ 들어오시죠. 불청객이라뇨.......섭섭한 말씀을 하십니다.”
“호호호~ 반갑게 맞아주시니 고맙네요..................정말 아름다운 집이네요.”
“허허~ 이거 만들면서 천랑파 살림이 거덜 났어요. 자자~ 들어오세요.”
수혼은 그녀를 응접실로 안내했다. 본과 로비 좌우로 방이 하나씩 붙어 있는데 한쪽은 회의장이고 나머지 한쪽이 응접실로 꾸며졌다. 응접실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깔끔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수혼은 그녀를 정원이 보이는 창가로 안내했다.
“앉으시죠.”
수혼은 의자를 빼서 그녀가 앉기 쉽도록 도와주었다. 그녀는 빙긋 웃으며 의자에 앉는다. 수혼도 반대편 의자에 앉았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부인에게 연락했으니 다과(茶菓)를 내올 겁니다.”
그녀는 수혼을 보면 싱긋 웃어준다. 그녀는 평소에 쓰고 다니던 모자도 쓰지 않았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정답다고 해야 하나..............그녀는 분명 적(敵)이다. 그것도 적군(敵軍)의 수장이다. 의형의 강철파를 몰락시킨 갈치파연합군의 수장격인 여인이다. 그런대도 분노(忿怒)나 노여움보다는 정다움이 들다니.........참 웃기는 일이다.
잠시 후 요코가 기모노를 입고 차와 과자를 내온다. 수영은 요코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놀라기는 수혼도 마찬가지다. 수혼도 요코가 기모노를 입은 모습은 처음이다.
“안녕하세요. 손님이 찾아오셨다고 해서 약소하지만 몇 가지 장만했어요.”
“요코님이죠. 만나서 반가워요. 전 수영이라고 해요.”
“알고 있어요. 갈치파 보스님이라고 하시더군요...........정말 아름다운 분이네요. 이런 젊고 아름다운 분이 갈치파 보스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네요.”
“호호호~ 감사합니다. 요코님도 아름다우신대요.”
“감사합니다.”
“요코~ 무슨 바람이 불어서 기모노을 다 입었어?”
“호호호~ 링링 동생이 차이나복장를 하고 있는 걸 보니까 저도 한번 입고 싶었어요. 어때요 괜찮아요?”
“하하하~ 이거 원~.......................참 다른 사람들은?”
“언니들과 링링동생은 체육관에 갔어요. 치~ 향상 나만 빼놓고 자기들끼리만 놀아요.”
“킥킥킥~ 요코도 검도 한다고 했잖아.”
“상대가 돼야 같이 놀죠. 쩝~~~”
“하하하~ 요코가 삐진 모양이네.”
“참!!! 내 정신 좀 봐~..........두 분이서 말씀 나누세요. 더 필요한 게 있으시면 연락하세요.”
“아니 일어나려고~”
“일어나야죠. 전 가서 청소나 해야겠어요.........만나서 반가웠어요.”
“아예~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뵙죠.”
요코는 종종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수혼은 그녀가 청소나 한다는 말에 가슴이 아련해 진다. 귀하게만 자란 요코다. 그런 그녀가 이곳에서 생활하며 많이 변했다. 그것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정말 아름다운 분이네요. 수혼님은 좋겠어요. 저런 분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으니........”
“그런가요. 수영님은 남자친구 없어요?”
“호호호~ 그동안 남자친구 만들 시간도 없었어요. 또 어디 눈에 들어오는 남자가 있어야 말이죠. 어디 수혼씨 같은 남자 없어요?”
“예~ 저 같은 남자?.........말 들어보니 갈치파 화랑 중에 쓸만한 남자들이 많다고 하던데.”
“휴~ 원예는 화랑과 사랑에 빠지면 안돼요. 그게 원예문의 법이죠. 원예는 모든 화랑들의 꽃이지 한 개인의 꽃이 될 수 없어요.”
“그럼, 원예는 평생 독신으로 살아야 한다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사문의 화랑만 아니라면 가능해요. 단지 조건이 있어요. 원예를 실력으로 꺾을 수 있는 사람이여야 해요.”
“실력이라뇨. 무슨 실력을 말씀하시는 거죠.”
“무공(武功)............”
“음~~~ 쉽지 않겠군요. 일인전승 무예 원예도의 전인을 무공으로 꺾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래서 원예도 계승자들 중에는 평생을 독신으로 산 사람들도 많아요.”
“그거 악법(惡法)이네요. 남녀가 만나 서로 사랑하면 되는 거지........무슨 놈의 조건이 그리 많아~”
“원예문의 특수한 환경 때문이죠. 원예를 승배하는 수많은 화랑들이 그 남자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내분이 발생하겠죠. 음양문에는 법도나 규칙이 없나요?”
“글쎄요. 특별히 들은 기억이 없는데...........다만 한 가지, 원예도나 국선도의 계승자들과 대결해서 반드시 승리해야 된다는 정도...........그거 말고는 사부에게 들은 기억이 없어요.”
“이상하네요. 음양문도 우리처럼 엄격한 규율이 있었다고 알고 있는데..........”
“내가 모르는 음양문의 규율을 수영씨가 알아요. 하하하하~”
“사부님께 들은 기억이 있는데..........음양문의 계승자가 못 들었다면 할말이 없네요!”
“그건 그렇고...............무슨 일로 찾아오신 거죠.”
“갑자기 물어보시니 대답하기 난처하군요. 방금 전까지 분위기 좋았는데”
“쩝~ 전 수영님께 궁금한 점도 많고, 할말도 많아요. 사실 우리가 도란도란 이야기할 상대는 아니지 않습니까? 먼저 수영님이 이곳을 방문한 목적을 듣고, 제가 궁금한 걸 물어보겠습니다.”
“그래요..........수혼님과는 적(敵)이죠................휴~ 제가 방문한 목적은..............저번에 말씀드린 것과 동일해요. 지금이라도 수혼님이 저와 손을 잡겠다고 하면 성민파와 자갈치와의 연을 끊을 생각입니다.”
“저보고 형님을 죽인 사람과 손을 잡으란 말씀입니까?”
“강철을 죽인 사람은 성민입니다.”
“그래요. 성민이 죽었다. 그래서 그렇게 잔인하게...........그런데 그걸 말씀이라고 하세요. 형님을 죽인 사람은 성민이니까 갈치파와는 상관없다는 논리(論理)가 성립된다고 보세요.”
“제 제의(提議)를 거절하고 끝내 꼭 우리와 사생결단(死生決斷)을 내셔야 합니까?”
“시작은 그쪽에서 먼저 했습니다. 그리고 저 바보 아닙니다. 성민파와 자갈치파도 갈치파에겐 소모품 아닙니까? 우리라고 별다를 게 없겠죠. 추잡하게 조금 더 살겠다고 갈치파와 손잡은 따위의 짓은 하지 않습니다.”
“말씀을 험하게 하시는 군요. 전 좋은 뜻으로 말씀드린 건데.........섭섭해요.”
“섭섭하다고요. 저 지금 많이 참고 있는 겁니다. 수영님 개인에겐 감정 없어요. 지금도 수영님이 개인적으로 찾아오셨기 때문에 이렇게 대접하는 겁니다. 만일 갈치파의 수장으로 절 찾아오신 거라면.............................당신을 가만두지 않았을 겁니다.”
“무섭네요. 수혼님이 끝내 거절하겠다면..........싸울 수밖에 없겠죠. 전 수혼님이 저희와 손을 잡겠다면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수혼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토사구팽(兎死狗烹)은 생각해 본적도 없었어요. 참~ 이상스럽게 정이 가는 분인데...........이젠 친구로 만나기도 힘들겠군요.”
“개인적인 만남 이라면 언제나 환영합니다. 방금도 말했지만 수영님 개인에 대한 원한은 없습니다............참~ 그리고 질문이 있어요?”
“말씀하세요. 알고 있는 거라면 말씀드리죠.”
“혹시 형님의 딸. 민 지나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수혼님이 알고 싶은 것이 그녀의 행방이라면........그건 몰라요. 제가 알기로 성민이 지나씨를 납치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구해갔다고 알고 있어요.”
“성민이 놈이 또.....................누군가 구해갔다고 했나요?”
“자세한 경위는 모르겠고...........하여튼 대단한 고수라고 하더군요. 더 자세한 사정은 저도 모르니 더 이상 묻지 마세요.”
“고수가 구해갔다............어찌되었던 무사하다는 말이군요.”
“아마도...........수혼님! 만나서 반가웠어요.”
“가시겠습니까?”
“가야죠. 언제가.................모든 걸 벗어던지고 남과 여로 만나고 싶어요. 그래도 돼요.”
“남과 여?.............좋습니다.”
수영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난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내일부터 바빠지겠군요. 대 천랑파를 상대할 계획을 세워야하니 말이죠.”
“갈치파연합군을 상대해야하는 우리들이 더 바쁘겠죠. 하하하~”
수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수혼에게 손을 내밀었다. 수혼도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여인의 손치고는 탁탁하다. 아마도 수련의 흔적일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아무런 소득도 없이 돌아가려니 마음이 무겁네요.”
“그건 아니죠. 우리 친구하기로 했잖아요.”
“친구?”
“남과 여로 만나자는 말씀...............그게 친구하자는 말아닌가요?”
“친구........친구........친구라...........호호호~ 그렇군요. 친구 한명 얻어가는 군요.”
“살펴가세요.”
그녀를 실은 차가 정원을 가로질려 멀어진다. 수혼은 현관에 서 있었다. 아마도 그녀와는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쳐야 할 것이다. 갈치파와 천랑파의 수장으로........그리고 원예도의 전승자와 음양도의 전승자로..........그런 그녀가 미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진다. 왜일까? 자신도 모르겠다. 그때 수혼의 뒤에 여인들이 나타났다. 쌍둥이 자매와 요코, 링링까지 있었다.
“뭘 그렇게 멍하니 바라보세요.”
“응~ 다들 체육관 갔다며 모두 있네.”
“여자가 찾아왔다고 해서 몰래 지켜보고 있었죠. 저 아가씨가 원예도 전승자겸 갈치파의 수장 이예요. 생각보다 나이가 어리네요. 그래 무슨 일로 왔데요.”
“자기들과 손을 잡자고 하더군.”
“그래요. 답답한 아가씨네. 자신들이 한 짓도 모른데요. 보기와는 다르게 뻔뻔하군요.”
“글쎄............우리도 이제 준비해야지. 회의 소집시켜야겠어.”
“바로 전쟁인가요?”
“일단 계획을 세워야지. 언제까지 가만있을 순 없지 않겠어.”
수영은 수혼을 만나고 오늘 길에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회의를 소집했다. 이젠 마음의 정리가 끝났다. 천랑파와의 대결은 피할 수 없다. 개인적인 사심은 접어야 한다. 자신은 갈치파를 이끌어가는 수장이지 않는가? 수영은 차에 비치된 모자를 쓴다. 모자를 쓰는 것도 원예문의 규율이다. 원예는 남에게 함부로 얼굴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차가 영등포에 도착하고 수영은 회의장으로 올라갔다. 이곳은 갈치파가 전진기지(前進基地)로 마련한 곳이다.
수영이 사무실로 들어서자 이미 성민과 수창이 도착해 있었다.
“제가 늦었네요. 모두 앉으세요.”
“저희도 방금 도착했습니다.”
모두 자리에 앉자 원화들과 사방신도 들어왔다.
“강철파가 몰락하고 처음으로 개최하는 회의네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강철파가 몰락했으니 공과에 따라 지역을 배분해야죠.”
“배분(配分)이라.......해야죠.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먼저 성민님과 수창님의 의견을 듣도록 하죠.”
“전 이만 서울을 떠날까 합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우리 자갈치파는 서울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에게 할당되는 구역은 모두 성민에게 양보합니다. 대신 성민도 부산을 양보해야하겠죠. 먼저 동생은 어떻게 생각해”
“저도 좋습니다. 형님의 말씀대로 하죠.”
“그런데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 앞에는 천랑파라는 적이 있잖아요?”
“완전히 손을 떨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부산을 너무 오래 비워두고 있어요. 그래서 일단 부산으로 내려가겠다는 말입니다. 언제든지 제힘이 필요하다면 다시 서울로 올라오겠습니다.”
“그런 말씀이라면 말릴 수 없겠죠............자 그럼. 성민님이 원하는 걸 먼저 말씀하세요.”
“요번에 강철파를 잡는 과정에서 갈치파가 가장 많은 공을 세웠다는 걸 인정합니다. 저번 회의에서 가장 많은 공을 세운 조직에게 강남과 서초를 주기로 했죠. 강남과 서초를 갈치파가 차지하는 것에 대해서 이의(二儀) 없습니다.”
“좋아요. 성민님이 화통하게 나오시네요. 원하는 구역이 어디죠.”
“일단 한강을 기준으로 해서 강남은 갈치파 구역으로 하시고, 저희는 강북을 받겠습니다. 제가 많이 양보하고 있죠.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말씀하세요.”
“만일 우리 성민파가 수혼을 잡는다면 다시 강남을 저희에게 양보하세요.”
“무슨 말씀이죠. 수혼을 잡겠다는 말씀은 성민파 혼자 천랑파를 상대하겠다는 말씀인가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수혼이란 녀석의 목만 베어오겠다는 말입니다.”
“천랑파는 건드리지 않고 천랑의 목만 베겠다. 그게 가능한가요.”
“저희가 합니다. 제 조건에 대해서 답만 주세요.”
“천랑이 없다면 천랑파도 타격이 크겠죠. 좋습니다. 그의 목을 가져온다면 강남을 양보하겠습니다.”
“하하하~ 그럼 구역정리는 끝난 것 같군요. 한강 이남은 갈치파, 이북은 우리가 차지하는 걸로 결론 내죠.”
“좋아요. 자 이제 그럼 천랑파를 어떻게 요리할 건지에 대해 논의해야죠.”
“그건 나중에 하죠. 우선 저희에게 시간을 주세요. 한.........10일정도만 주시면 그 안에 수혼의 목을 가져오겠습니다.”
수영은 성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수혼의 목을 가져오겠다는 말인가? 저번에 강철의 목을 가져오겠다고 큰소리쳤지만 모두 허풍으로 끝나지 않았는가? 하지만 성민이 저렇게 나오니 안 들어줄 수도 없는 입장이다.
“좋습니다. 10일 후 다시 모이죠. 그때 성민님이 천랑의 머리를 가져오시면 강남을 양보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 회의를 마치도록 하죠.”
성민은 자신의 처소에 들었다. 방문을 열자 침대에 누워있던 청니가 얼른 성민에게 기어와 성민의 발등에 입술을 맞춘다. 성민은 청니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일어나게 했다.
“가서 아이들하고 술상 좀 마련해.”
“알겠습니다.”
성민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사방신에게 연락을 하고 자신도 방을 나간다.
거실에는 술상이 준비되고 청니를 비롯한 5명의 여인들이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그중에는 강철이 데리고 놀던 연예인도 있었다. 참~~ 그녀의 팔자도 더럽다. 톱스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름깨나 알려진 연예인이 이곳에서 색노(色奴)가 되어 있다니 말이다. 사실 이곳에 잡혀 있는 여자들은 청니를 제외하면 모두 약에 취해 있었다. 성민은 여자들에게 매일 소량의 마약을 먹이고 있었다. 약에 취한 그녀들은 환각에 빠져 자신들이 모슨 짓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나머지 3명의 여자들........그녀들은 길가다 우연히 성민의 눈에 띄어 이곳에 잡혀온 억울한 여인들이다. 성민은 그녀들을 잡아다 강간하고는 약을 먹어 사방신의 노리개로 던져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들도 하나같이 대단한 미모와 몸매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아예 목에 개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그녀들이 입고 있는 옷이란 부라자와 팬티가 전부며 다들 입을 약간 벌리고 멍한 표정으로 있었다.
사방신이 들어오자 성민은 사방신에게 자리에 앉도록 권하고 자신도 자리에 앉았다.
“우릴 무슨 일로 부른 거지.”
“하하하~ 형님들하고 한잔하고 싶어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사방신들이 자리에 앉자 여자들은 자시하지 않아도 각각 사방신에게 다가가 그들의 무릎에 앉는다. 약에 취한 그녀들의 정신상태는 잘해야 유치원아이들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들의 머릿속에는 마약, 술 그리고 남자가 전부였다. 성민은 사방신의 잔에 술을 따라준다. 그러자 여자들이 술잔을 들어 술을 입속에 넣더니 사방신에게 키스를 하며 술을 전해준다.
작가 주 : 저걸 입세주라고 해야 하나. 아이고~ 또 돌 날아온다. 휘익~
여자들은 반쯤은 자신들이 마시고 반쯤은 남자에게 전하도록 세뇌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녀들은 다시 안주를 들어 사방신의 입속에 넣어준다. 사방신은 이렇게 술과 여자라는 마약에 중독되고 있었던 것이다. 성민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 빙그레 웃으며 다시 한잔을 술을 따라 준다.
“제가 형님들을 모신 것은 부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도 대충 예상하고 있던 일이야. 그래 무슨 부탁이지?”
“제가 형님들을 이곳까지 모신 것은 강철과 수혼이란 놈의 목을 치기 위해서 입니다.”
“그건 우리도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새삼스럽게 부탁할게 뭐있어.”
“처음에는 두 사람의 목만 베어버리면 끝날 것 같았는데 이곳에 도착하고 보니 새로운 문제가 생겼습니다. 형님들도 아시지만 우린 갈치파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협력관계라는 것도 천랑파가 없어질 때까지입니다. 그 후로..........갈치파와 또 다른 전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자들은 성민이 이야기를 시작하자 사방신의 바지 지퍼를 열고 자지를 빼서 빨고 있었다. 사방신의 얼굴에 홍조가 올려오기 시작한다. 성민도 청니를 무릎위에 눕게 하고 그녀의 젖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먼저 중국에 있는 가족들에게는 섭섭지 않도록 돈을 보내드렸습니다. 아마 그 돈이면 생활하시는데 지장 없을 겁니다. 또한 매달 일정 금액을 송부할 계획입니다.”
“우리에게 하고 싶은 부탁이 뭐가?”
“두 가지입니다. 일단 10일 안에 수혼의 목이 필요합니다. 형님들도 회의에 참석하셔 아시겠지만 그놈의 머리가 있어야 우리가 강남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부탁은 형님들이 좀더 절 도와달라는 부탁입니다.”
“언제까지 도와달라는 말인가?”
“성민파가 서울을 완전히 장악할 때까지만 도와주세요.”
“그건 곤란해. 자네도 알겠지만 우린 중국에 가족이 있어. 또한 사문으로 돌아가야 해. 우리가 국선문의 사방신 아닌가?”
“알고 있습니다. 형님들을 언제까지 붙잡아 둘 수는 없겠지요. 그럼 일년이란 기간을 정하죠. 딱 일년만 도와주세요.”
“으~~~ 윽~ 이........일년이라고?”
사방신들은 정신이 없었다. 여자들이 젖가슴과 입술로 자지를 자극하고 있으니 흥분이 밀려와 참기가 힘들었다. 그들은 빨리 여자들과 질퍽한 섹스를 즐기고 싶었다.
“더 이상 무리한 부탁은 하지 않겠습니다.”
“조........좋아~ 그렇게 하지.”
그들은 대답을 마치자마자 여자들을 번쩍 안아 팬티를 벗기고는 보지 속에 자지를 밀어 넣었다. 성민도 그들이 시원스럽게 대답하자 빙그레 웃으며 청니를 엎드리게 했다. 청니는 네발로 바닥에 엎드리며 슬립을 올린다. 성민은 그녀의 엉덩이를 잡더니 팬티를 젖힌다. 그녀는 끈 팬티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팬티를 벗길 필요는 없다. 성민은 바지를 내리고 청니의 보지 속에 자지를 밀어 넣는다. 그날 밤 성민의 처소에서는 집단섹스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수혼의 회의소집 명령에 천랑파의 중간간부들까지 모두 참석하는 대회의가 열렸다. 그들은 드디어 천랑이 칼을 뽑았다고 생각하고 다들 긴장된 표정으로 회의장으로 들어왔다.
이미 수혼과 부인들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간부들이 모두 자리에 않아 수혼을 주시했다.
“제가 회의를 소집한 것은 앞으로 천랑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오전에 갈치파의 보스가 이곳에 다녀갔습니다. 그녀는 우리와 손을 잡자는 제의를 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조용히 하세요...........일단 전 그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저들은 속셈의 뻔합니다. 우리와 손을 잡고 성민파를 치고, 나중에 우리의 뒤통수를 치겠다는 계산이겠죠.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솥으로 들어갑니다. 저들이 우릴 어떻게 보았기에 그런 제의를 했는지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천랑님! 반대로 우리가 저들의 손을 잡지 않는다면 저들이 손을 잡고 우릴 놀릴 것이 분명한데 어떻게 대처하실 생각입니다.”
“싸워야죠. 싸우다 죽는 한이 있어도 불의와 타협하진 않겠습니다. 꼭 우리가 정의고 저들이 정의가 아니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다만 싸움에 있어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싸워야지 비열하게 꼼수나 쓰진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럼 천랑의 생각은 저들과 전면전을 각오하시는 겁니까?”
“전면전은 우리가 불리합니다. 저들은 거대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강철파 몰락과정을 살펴보면 정부 쪽에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해서.........우리는 각개격파(各個擊破)로 저들을 상대하고자 합니다. 저들은 연합군입니다. 갈치파, 성민파, 자갈치파.........이렇게 세 개의 세력이 하나로 뭉쳐있습니다. 그들은 현재 공동의 이익을 위해 손잡고 있지만 각자 다른 야욕을 품고 있을 겁니다. 다시 말하면 진흙처럼 단단한 조직이 아니라 모래알 같은 조직이라는 말입니다.”
“각개격파라고 말씀하시면.............하나의 세력만 집중적으로 공격하서 무너트리고 다음 세력을 공격해서 무너트리자는 말씀입니까?”
“맞습니다. 우린 게릴라 전술을 이용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구역은 필요 없어요. 저들의 세력만 철저하게 부셔버리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일단 버스를 몇 대 구입하세요. 이 작전의 생명은 기동력입니다. 저들은 강철파가 차지하고 있던 구역을 어떡해든 정리할 겁니다. 그럼 각자의 구역이 정해지겠죠. 갈치파가 어디어디, 성민파가 어디어디 이렇게 정해지고 나면 바로 작전에 돌입합니다. 우린 3개의 세력 중에 하나의 세력만 먼저 공격합니다. 다른 세력은 절대 건드리지 않습니다.”
“저들 사이를 갈려놓겠다는 말씀입니까?”
“그건 우리가 바라는 것이고.......그들이 우리 바람대로 움직여 주진 않겠죠. 서로 도우려 하겠죠. 아니면 저들이 합심해서 우릴 공격하겠죠.”
“거기에 대한 대처 방안은 무엇입니까?”
“그래서 게릴라 전술이라고 했고, 기동력이 생명이라고 했습니다. 우린 타깃만 철저하게 부셔버리고 바로 철수합니다. 저들에게 뭉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거죠. 이렇게 몇 번 당하고 나면.........그들이 뭉쳐서 우릴 공격하겠죠. 그때는 모두 철수합니다. 모두 이곳 본부로 집결합니다. 저들이 이곳까지 쳐들어온다면.........그때는 조직의 사활(死活)을 걸고 싸워야겠죠. 하지만 저들도 섣불리 이곳까지 쳐들어오진 못할 겁니다. 왜냐하면 그런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면 정부 쪽에서도 가만있지 않을뿐더러 자신들이 승리하다는 확신이 있어도 엄청난 피해를 각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린 시간을 끌며 저들을 하나하나 부셔버리는 겁니다.”
“전면전은 피하고 저들의 힘을 약화시키자는 말씀이군요..........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철수해 버리면 우리가 관리하던 업소는 어떻게 합니까? 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겠습니까?”
“그건 이렇게 처리하세요. 우린 최대한 저들이 쳐들어오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야 합니다. 만일 저들이 쳐들어오는 사전정보를 입수하면...........업소 밖에서 저들을 상대합니다. 불시의 습격일 때는 대항하지 말고 모두 후퇴해야 합니다. 저들도 업소가 망가지는 것은 바라지 않을 겁니다. 그곳에서 자신들도 수입을 올려야 하니까요.”
“음~~ 알겠습니다. 그런데 우리 천랑파의 자금력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특히나 이번에 이곳을 조성하며 많은 자금이 들어갔습니다. 우리의 수입이라고 해야 업소를 관리해주며 벌어들이는 수입이 전부인데....................언제까지 버틸 수 있겠습니까?”
“저들과의 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야죠. 그게 싫다면 천랑파를 떠내야겠죠.”
“천랑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군요. 천랑의 의견에 반대의견 있는 분은 발언하세요.”
“없습니다. 천랑의 말씀을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같은 의견입니까?”
“예~ ”
길식은 수혼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길식이 생각하고 있던 전술도 수혼이 생각한 전술과 비슷하다. 그래서 이곳 천랑파의 본거지를 절대 무너지지 않을 철옹성으로 구축한 것이다. 천랑파는 이곳에서 옥새를 각오하고 전쟁준비에 들어갔다.
ps : 오늘은 조금 짧아요. 그래도 이야기가 끊어지니 올립니다. 다음 편부터 사방신과 링링 정리합니다.
수영은 수혼을 만나보고 싶었다. 수혼을 직접 만난 것은 한번 뿐이다. 그것도 잠깐 만났을 뿐이다. 그런대도 전혀 낯설지 않고 친근하게 생각된다. 마친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 같다. 갈치파의 야욕(野慾)을 위해서 그는 분명 제거대상이다. 또한 자신의 사문인 원예도와 그의 사문인 음양문 사이에는 과거부터 은원(恩怨)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것저것 생각해 보아도 그가 친근하게 다가올 이유가 없다. 천랑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천랑파는 너무 거대해 졌다. 비록 지금은 잠룡(潛龍)처럼 웅크리고 있지만 잠에서 깨어나면 무섭게 일어날 것이다. 그럼.............갈치파와 치열한 전투(戰鬪)가 시작될 것이다. 그전에...........그에 대한 마음의 정리를 해야 한다.
수혼은 지나의 행방을 찾는 한편 앞으로 천랑파가 나가야 할 앞날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천랑파는 현재 서울전 지역에서 삼분의 일을 점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작은 구역도 아니다. 하지만 자꾸만 늘어나는 식구들이 문제다. 그들이 현재 난세(亂世)를 피해 천랑파라는 우산 속으로 들어왔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그들에게 적당히 뛰어놀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넓은 구역이 필요하다. 만 명이 넘는 조직원들이 뛰어놀기에 천랑파가 점하고 있는 지역은 너무 협소(狹小)하다. 물은 고이면 섞기 마련이다. 자연스럽게 물이 흐르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또한 자신은 의형의 복수를 해야 한다. 그게 의형에 대한 도리(道理)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봐도 천랑파와 연합군의 대결(對決)은 피할 수 없는 숙명(宿命)이다.
수혼이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고민하고 있는데 정문에서 연락이 왔다.
“천랑(天狼)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누군데”
“저...........수영이라는 분입니다................어떻게 합니까?”
“수영.......?”
수혼은 그 이름을 기억한다. 갈치파 보스며 원예도의 전승자..............그녀가 이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것일까? 또한 무슨 일로 찾아온 것일까? 수혼은 바짝 긴장한다. 정문에서 갈치파 보스가 아니라 수영이라고 소개한 걸로 미루어보아 악의(惡意)를 가지고 찾아온 것 같지는 않았다.
“누구랑 왔죠.”
“예?.......................기사 한명뿐입니다.”
“통과시켜요.”
수혼은 5층에서 내려와 현관으로 갔다. 검은색 세단이 멈추고 검은색 바지정장을 입은 여인이 차에서 내렸다. 긴 생머리가 나풀거리며 걸어온 미녀는 수혼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정말 거대한 성(城)을 구축(構築)하셨네요.”
“하하하~ 바람이 거세니 집이라도 튼튼하게 지어야하지 않겠습니까?”
“말씀에 뼈가 있네요. 근데 아무리 불청객(不請客)이라고 해도 따뜻한 커피한잔 정도는 대접(待接)해주는 인정은 있겠지요?”
“하하하~ 들어오시죠. 불청객이라뇨.......섭섭한 말씀을 하십니다.”
“호호호~ 반갑게 맞아주시니 고맙네요..................정말 아름다운 집이네요.”
“허허~ 이거 만들면서 천랑파 살림이 거덜 났어요. 자자~ 들어오세요.”
수혼은 그녀를 응접실로 안내했다. 본과 로비 좌우로 방이 하나씩 붙어 있는데 한쪽은 회의장이고 나머지 한쪽이 응접실로 꾸며졌다. 응접실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깔끔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수혼은 그녀를 정원이 보이는 창가로 안내했다.
“앉으시죠.”
수혼은 의자를 빼서 그녀가 앉기 쉽도록 도와주었다. 그녀는 빙긋 웃으며 의자에 앉는다. 수혼도 반대편 의자에 앉았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부인에게 연락했으니 다과(茶菓)를 내올 겁니다.”
그녀는 수혼을 보면 싱긋 웃어준다. 그녀는 평소에 쓰고 다니던 모자도 쓰지 않았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정답다고 해야 하나..............그녀는 분명 적(敵)이다. 그것도 적군(敵軍)의 수장이다. 의형의 강철파를 몰락시킨 갈치파연합군의 수장격인 여인이다. 그런대도 분노(忿怒)나 노여움보다는 정다움이 들다니.........참 웃기는 일이다.
잠시 후 요코가 기모노를 입고 차와 과자를 내온다. 수영은 요코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놀라기는 수혼도 마찬가지다. 수혼도 요코가 기모노를 입은 모습은 처음이다.
“안녕하세요. 손님이 찾아오셨다고 해서 약소하지만 몇 가지 장만했어요.”
“요코님이죠. 만나서 반가워요. 전 수영이라고 해요.”
“알고 있어요. 갈치파 보스님이라고 하시더군요...........정말 아름다운 분이네요. 이런 젊고 아름다운 분이 갈치파 보스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네요.”
“호호호~ 감사합니다. 요코님도 아름다우신대요.”
“감사합니다.”
“요코~ 무슨 바람이 불어서 기모노을 다 입었어?”
“호호호~ 링링 동생이 차이나복장를 하고 있는 걸 보니까 저도 한번 입고 싶었어요. 어때요 괜찮아요?”
“하하하~ 이거 원~.......................참 다른 사람들은?”
“언니들과 링링동생은 체육관에 갔어요. 치~ 향상 나만 빼놓고 자기들끼리만 놀아요.”
“킥킥킥~ 요코도 검도 한다고 했잖아.”
“상대가 돼야 같이 놀죠. 쩝~~~”
“하하하~ 요코가 삐진 모양이네.”
“참!!! 내 정신 좀 봐~..........두 분이서 말씀 나누세요. 더 필요한 게 있으시면 연락하세요.”
“아니 일어나려고~”
“일어나야죠. 전 가서 청소나 해야겠어요.........만나서 반가웠어요.”
“아예~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뵙죠.”
요코는 종종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수혼은 그녀가 청소나 한다는 말에 가슴이 아련해 진다. 귀하게만 자란 요코다. 그런 그녀가 이곳에서 생활하며 많이 변했다. 그것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정말 아름다운 분이네요. 수혼님은 좋겠어요. 저런 분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으니........”
“그런가요. 수영님은 남자친구 없어요?”
“호호호~ 그동안 남자친구 만들 시간도 없었어요. 또 어디 눈에 들어오는 남자가 있어야 말이죠. 어디 수혼씨 같은 남자 없어요?”
“예~ 저 같은 남자?.........말 들어보니 갈치파 화랑 중에 쓸만한 남자들이 많다고 하던데.”
“휴~ 원예는 화랑과 사랑에 빠지면 안돼요. 그게 원예문의 법이죠. 원예는 모든 화랑들의 꽃이지 한 개인의 꽃이 될 수 없어요.”
“그럼, 원예는 평생 독신으로 살아야 한다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사문의 화랑만 아니라면 가능해요. 단지 조건이 있어요. 원예를 실력으로 꺾을 수 있는 사람이여야 해요.”
“실력이라뇨. 무슨 실력을 말씀하시는 거죠.”
“무공(武功)............”
“음~~~ 쉽지 않겠군요. 일인전승 무예 원예도의 전인을 무공으로 꺾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래서 원예도 계승자들 중에는 평생을 독신으로 산 사람들도 많아요.”
“그거 악법(惡法)이네요. 남녀가 만나 서로 사랑하면 되는 거지........무슨 놈의 조건이 그리 많아~”
“원예문의 특수한 환경 때문이죠. 원예를 승배하는 수많은 화랑들이 그 남자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내분이 발생하겠죠. 음양문에는 법도나 규칙이 없나요?”
“글쎄요. 특별히 들은 기억이 없는데...........다만 한 가지, 원예도나 국선도의 계승자들과 대결해서 반드시 승리해야 된다는 정도...........그거 말고는 사부에게 들은 기억이 없어요.”
“이상하네요. 음양문도 우리처럼 엄격한 규율이 있었다고 알고 있는데..........”
“내가 모르는 음양문의 규율을 수영씨가 알아요. 하하하하~”
“사부님께 들은 기억이 있는데..........음양문의 계승자가 못 들었다면 할말이 없네요!”
“그건 그렇고...............무슨 일로 찾아오신 거죠.”
“갑자기 물어보시니 대답하기 난처하군요. 방금 전까지 분위기 좋았는데”
“쩝~ 전 수영님께 궁금한 점도 많고, 할말도 많아요. 사실 우리가 도란도란 이야기할 상대는 아니지 않습니까? 먼저 수영님이 이곳을 방문한 목적을 듣고, 제가 궁금한 걸 물어보겠습니다.”
“그래요..........수혼님과는 적(敵)이죠................휴~ 제가 방문한 목적은..............저번에 말씀드린 것과 동일해요. 지금이라도 수혼님이 저와 손을 잡겠다고 하면 성민파와 자갈치와의 연을 끊을 생각입니다.”
“저보고 형님을 죽인 사람과 손을 잡으란 말씀입니까?”
“강철을 죽인 사람은 성민입니다.”
“그래요. 성민이 죽었다. 그래서 그렇게 잔인하게...........그런데 그걸 말씀이라고 하세요. 형님을 죽인 사람은 성민이니까 갈치파와는 상관없다는 논리(論理)가 성립된다고 보세요.”
“제 제의(提議)를 거절하고 끝내 꼭 우리와 사생결단(死生決斷)을 내셔야 합니까?”
“시작은 그쪽에서 먼저 했습니다. 그리고 저 바보 아닙니다. 성민파와 자갈치파도 갈치파에겐 소모품 아닙니까? 우리라고 별다를 게 없겠죠. 추잡하게 조금 더 살겠다고 갈치파와 손잡은 따위의 짓은 하지 않습니다.”
“말씀을 험하게 하시는 군요. 전 좋은 뜻으로 말씀드린 건데.........섭섭해요.”
“섭섭하다고요. 저 지금 많이 참고 있는 겁니다. 수영님 개인에겐 감정 없어요. 지금도 수영님이 개인적으로 찾아오셨기 때문에 이렇게 대접하는 겁니다. 만일 갈치파의 수장으로 절 찾아오신 거라면.............................당신을 가만두지 않았을 겁니다.”
“무섭네요. 수혼님이 끝내 거절하겠다면..........싸울 수밖에 없겠죠. 전 수혼님이 저희와 손을 잡겠다면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수혼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토사구팽(兎死狗烹)은 생각해 본적도 없었어요. 참~ 이상스럽게 정이 가는 분인데...........이젠 친구로 만나기도 힘들겠군요.”
“개인적인 만남 이라면 언제나 환영합니다. 방금도 말했지만 수영님 개인에 대한 원한은 없습니다............참~ 그리고 질문이 있어요?”
“말씀하세요. 알고 있는 거라면 말씀드리죠.”
“혹시 형님의 딸. 민 지나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수혼님이 알고 싶은 것이 그녀의 행방이라면........그건 몰라요. 제가 알기로 성민이 지나씨를 납치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구해갔다고 알고 있어요.”
“성민이 놈이 또.....................누군가 구해갔다고 했나요?”
“자세한 경위는 모르겠고...........하여튼 대단한 고수라고 하더군요. 더 자세한 사정은 저도 모르니 더 이상 묻지 마세요.”
“고수가 구해갔다............어찌되었던 무사하다는 말이군요.”
“아마도...........수혼님! 만나서 반가웠어요.”
“가시겠습니까?”
“가야죠. 언제가.................모든 걸 벗어던지고 남과 여로 만나고 싶어요. 그래도 돼요.”
“남과 여?.............좋습니다.”
수영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난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내일부터 바빠지겠군요. 대 천랑파를 상대할 계획을 세워야하니 말이죠.”
“갈치파연합군을 상대해야하는 우리들이 더 바쁘겠죠. 하하하~”
수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수혼에게 손을 내밀었다. 수혼도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여인의 손치고는 탁탁하다. 아마도 수련의 흔적일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아무런 소득도 없이 돌아가려니 마음이 무겁네요.”
“그건 아니죠. 우리 친구하기로 했잖아요.”
“친구?”
“남과 여로 만나자는 말씀...............그게 친구하자는 말아닌가요?”
“친구........친구........친구라...........호호호~ 그렇군요. 친구 한명 얻어가는 군요.”
“살펴가세요.”
그녀를 실은 차가 정원을 가로질려 멀어진다. 수혼은 현관에 서 있었다. 아마도 그녀와는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쳐야 할 것이다. 갈치파와 천랑파의 수장으로........그리고 원예도의 전승자와 음양도의 전승자로..........그런 그녀가 미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진다. 왜일까? 자신도 모르겠다. 그때 수혼의 뒤에 여인들이 나타났다. 쌍둥이 자매와 요코, 링링까지 있었다.
“뭘 그렇게 멍하니 바라보세요.”
“응~ 다들 체육관 갔다며 모두 있네.”
“여자가 찾아왔다고 해서 몰래 지켜보고 있었죠. 저 아가씨가 원예도 전승자겸 갈치파의 수장 이예요. 생각보다 나이가 어리네요. 그래 무슨 일로 왔데요.”
“자기들과 손을 잡자고 하더군.”
“그래요. 답답한 아가씨네. 자신들이 한 짓도 모른데요. 보기와는 다르게 뻔뻔하군요.”
“글쎄............우리도 이제 준비해야지. 회의 소집시켜야겠어.”
“바로 전쟁인가요?”
“일단 계획을 세워야지. 언제까지 가만있을 순 없지 않겠어.”
수영은 수혼을 만나고 오늘 길에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회의를 소집했다. 이젠 마음의 정리가 끝났다. 천랑파와의 대결은 피할 수 없다. 개인적인 사심은 접어야 한다. 자신은 갈치파를 이끌어가는 수장이지 않는가? 수영은 차에 비치된 모자를 쓴다. 모자를 쓰는 것도 원예문의 규율이다. 원예는 남에게 함부로 얼굴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차가 영등포에 도착하고 수영은 회의장으로 올라갔다. 이곳은 갈치파가 전진기지(前進基地)로 마련한 곳이다.
수영이 사무실로 들어서자 이미 성민과 수창이 도착해 있었다.
“제가 늦었네요. 모두 앉으세요.”
“저희도 방금 도착했습니다.”
모두 자리에 앉자 원화들과 사방신도 들어왔다.
“강철파가 몰락하고 처음으로 개최하는 회의네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강철파가 몰락했으니 공과에 따라 지역을 배분해야죠.”
“배분(配分)이라.......해야죠.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먼저 성민님과 수창님의 의견을 듣도록 하죠.”
“전 이만 서울을 떠날까 합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우리 자갈치파는 서울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에게 할당되는 구역은 모두 성민에게 양보합니다. 대신 성민도 부산을 양보해야하겠죠. 먼저 동생은 어떻게 생각해”
“저도 좋습니다. 형님의 말씀대로 하죠.”
“그런데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 앞에는 천랑파라는 적이 있잖아요?”
“완전히 손을 떨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부산을 너무 오래 비워두고 있어요. 그래서 일단 부산으로 내려가겠다는 말입니다. 언제든지 제힘이 필요하다면 다시 서울로 올라오겠습니다.”
“그런 말씀이라면 말릴 수 없겠죠............자 그럼. 성민님이 원하는 걸 먼저 말씀하세요.”
“요번에 강철파를 잡는 과정에서 갈치파가 가장 많은 공을 세웠다는 걸 인정합니다. 저번 회의에서 가장 많은 공을 세운 조직에게 강남과 서초를 주기로 했죠. 강남과 서초를 갈치파가 차지하는 것에 대해서 이의(二儀) 없습니다.”
“좋아요. 성민님이 화통하게 나오시네요. 원하는 구역이 어디죠.”
“일단 한강을 기준으로 해서 강남은 갈치파 구역으로 하시고, 저희는 강북을 받겠습니다. 제가 많이 양보하고 있죠.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말씀하세요.”
“만일 우리 성민파가 수혼을 잡는다면 다시 강남을 저희에게 양보하세요.”
“무슨 말씀이죠. 수혼을 잡겠다는 말씀은 성민파 혼자 천랑파를 상대하겠다는 말씀인가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수혼이란 녀석의 목만 베어오겠다는 말입니다.”
“천랑파는 건드리지 않고 천랑의 목만 베겠다. 그게 가능한가요.”
“저희가 합니다. 제 조건에 대해서 답만 주세요.”
“천랑이 없다면 천랑파도 타격이 크겠죠. 좋습니다. 그의 목을 가져온다면 강남을 양보하겠습니다.”
“하하하~ 그럼 구역정리는 끝난 것 같군요. 한강 이남은 갈치파, 이북은 우리가 차지하는 걸로 결론 내죠.”
“좋아요. 자 이제 그럼 천랑파를 어떻게 요리할 건지에 대해 논의해야죠.”
“그건 나중에 하죠. 우선 저희에게 시간을 주세요. 한.........10일정도만 주시면 그 안에 수혼의 목을 가져오겠습니다.”
수영은 성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수혼의 목을 가져오겠다는 말인가? 저번에 강철의 목을 가져오겠다고 큰소리쳤지만 모두 허풍으로 끝나지 않았는가? 하지만 성민이 저렇게 나오니 안 들어줄 수도 없는 입장이다.
“좋습니다. 10일 후 다시 모이죠. 그때 성민님이 천랑의 머리를 가져오시면 강남을 양보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 회의를 마치도록 하죠.”
성민은 자신의 처소에 들었다. 방문을 열자 침대에 누워있던 청니가 얼른 성민에게 기어와 성민의 발등에 입술을 맞춘다. 성민은 청니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일어나게 했다.
“가서 아이들하고 술상 좀 마련해.”
“알겠습니다.”
성민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사방신에게 연락을 하고 자신도 방을 나간다.
거실에는 술상이 준비되고 청니를 비롯한 5명의 여인들이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그중에는 강철이 데리고 놀던 연예인도 있었다. 참~~ 그녀의 팔자도 더럽다. 톱스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름깨나 알려진 연예인이 이곳에서 색노(色奴)가 되어 있다니 말이다. 사실 이곳에 잡혀 있는 여자들은 청니를 제외하면 모두 약에 취해 있었다. 성민은 여자들에게 매일 소량의 마약을 먹이고 있었다. 약에 취한 그녀들은 환각에 빠져 자신들이 모슨 짓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나머지 3명의 여자들........그녀들은 길가다 우연히 성민의 눈에 띄어 이곳에 잡혀온 억울한 여인들이다. 성민은 그녀들을 잡아다 강간하고는 약을 먹어 사방신의 노리개로 던져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들도 하나같이 대단한 미모와 몸매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아예 목에 개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그녀들이 입고 있는 옷이란 부라자와 팬티가 전부며 다들 입을 약간 벌리고 멍한 표정으로 있었다.
사방신이 들어오자 성민은 사방신에게 자리에 앉도록 권하고 자신도 자리에 앉았다.
“우릴 무슨 일로 부른 거지.”
“하하하~ 형님들하고 한잔하고 싶어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사방신들이 자리에 앉자 여자들은 자시하지 않아도 각각 사방신에게 다가가 그들의 무릎에 앉는다. 약에 취한 그녀들의 정신상태는 잘해야 유치원아이들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들의 머릿속에는 마약, 술 그리고 남자가 전부였다. 성민은 사방신의 잔에 술을 따라준다. 그러자 여자들이 술잔을 들어 술을 입속에 넣더니 사방신에게 키스를 하며 술을 전해준다.
작가 주 : 저걸 입세주라고 해야 하나. 아이고~ 또 돌 날아온다. 휘익~
여자들은 반쯤은 자신들이 마시고 반쯤은 남자에게 전하도록 세뇌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녀들은 다시 안주를 들어 사방신의 입속에 넣어준다. 사방신은 이렇게 술과 여자라는 마약에 중독되고 있었던 것이다. 성민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 빙그레 웃으며 다시 한잔을 술을 따라 준다.
“제가 형님들을 모신 것은 부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도 대충 예상하고 있던 일이야. 그래 무슨 부탁이지?”
“제가 형님들을 이곳까지 모신 것은 강철과 수혼이란 놈의 목을 치기 위해서 입니다.”
“그건 우리도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새삼스럽게 부탁할게 뭐있어.”
“처음에는 두 사람의 목만 베어버리면 끝날 것 같았는데 이곳에 도착하고 보니 새로운 문제가 생겼습니다. 형님들도 아시지만 우린 갈치파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협력관계라는 것도 천랑파가 없어질 때까지입니다. 그 후로..........갈치파와 또 다른 전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자들은 성민이 이야기를 시작하자 사방신의 바지 지퍼를 열고 자지를 빼서 빨고 있었다. 사방신의 얼굴에 홍조가 올려오기 시작한다. 성민도 청니를 무릎위에 눕게 하고 그녀의 젖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먼저 중국에 있는 가족들에게는 섭섭지 않도록 돈을 보내드렸습니다. 아마 그 돈이면 생활하시는데 지장 없을 겁니다. 또한 매달 일정 금액을 송부할 계획입니다.”
“우리에게 하고 싶은 부탁이 뭐가?”
“두 가지입니다. 일단 10일 안에 수혼의 목이 필요합니다. 형님들도 회의에 참석하셔 아시겠지만 그놈의 머리가 있어야 우리가 강남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부탁은 형님들이 좀더 절 도와달라는 부탁입니다.”
“언제까지 도와달라는 말인가?”
“성민파가 서울을 완전히 장악할 때까지만 도와주세요.”
“그건 곤란해. 자네도 알겠지만 우린 중국에 가족이 있어. 또한 사문으로 돌아가야 해. 우리가 국선문의 사방신 아닌가?”
“알고 있습니다. 형님들을 언제까지 붙잡아 둘 수는 없겠지요. 그럼 일년이란 기간을 정하죠. 딱 일년만 도와주세요.”
“으~~~ 윽~ 이........일년이라고?”
사방신들은 정신이 없었다. 여자들이 젖가슴과 입술로 자지를 자극하고 있으니 흥분이 밀려와 참기가 힘들었다. 그들은 빨리 여자들과 질퍽한 섹스를 즐기고 싶었다.
“더 이상 무리한 부탁은 하지 않겠습니다.”
“조........좋아~ 그렇게 하지.”
그들은 대답을 마치자마자 여자들을 번쩍 안아 팬티를 벗기고는 보지 속에 자지를 밀어 넣었다. 성민도 그들이 시원스럽게 대답하자 빙그레 웃으며 청니를 엎드리게 했다. 청니는 네발로 바닥에 엎드리며 슬립을 올린다. 성민은 그녀의 엉덩이를 잡더니 팬티를 젖힌다. 그녀는 끈 팬티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팬티를 벗길 필요는 없다. 성민은 바지를 내리고 청니의 보지 속에 자지를 밀어 넣는다. 그날 밤 성민의 처소에서는 집단섹스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수혼의 회의소집 명령에 천랑파의 중간간부들까지 모두 참석하는 대회의가 열렸다. 그들은 드디어 천랑이 칼을 뽑았다고 생각하고 다들 긴장된 표정으로 회의장으로 들어왔다.
이미 수혼과 부인들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간부들이 모두 자리에 않아 수혼을 주시했다.
“제가 회의를 소집한 것은 앞으로 천랑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오전에 갈치파의 보스가 이곳에 다녀갔습니다. 그녀는 우리와 손을 잡자는 제의를 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조용히 하세요...........일단 전 그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저들은 속셈의 뻔합니다. 우리와 손을 잡고 성민파를 치고, 나중에 우리의 뒤통수를 치겠다는 계산이겠죠.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솥으로 들어갑니다. 저들이 우릴 어떻게 보았기에 그런 제의를 했는지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천랑님! 반대로 우리가 저들의 손을 잡지 않는다면 저들이 손을 잡고 우릴 놀릴 것이 분명한데 어떻게 대처하실 생각입니다.”
“싸워야죠. 싸우다 죽는 한이 있어도 불의와 타협하진 않겠습니다. 꼭 우리가 정의고 저들이 정의가 아니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다만 싸움에 있어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싸워야지 비열하게 꼼수나 쓰진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럼 천랑의 생각은 저들과 전면전을 각오하시는 겁니까?”
“전면전은 우리가 불리합니다. 저들은 거대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강철파 몰락과정을 살펴보면 정부 쪽에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해서.........우리는 각개격파(各個擊破)로 저들을 상대하고자 합니다. 저들은 연합군입니다. 갈치파, 성민파, 자갈치파.........이렇게 세 개의 세력이 하나로 뭉쳐있습니다. 그들은 현재 공동의 이익을 위해 손잡고 있지만 각자 다른 야욕을 품고 있을 겁니다. 다시 말하면 진흙처럼 단단한 조직이 아니라 모래알 같은 조직이라는 말입니다.”
“각개격파라고 말씀하시면.............하나의 세력만 집중적으로 공격하서 무너트리고 다음 세력을 공격해서 무너트리자는 말씀입니까?”
“맞습니다. 우린 게릴라 전술을 이용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구역은 필요 없어요. 저들의 세력만 철저하게 부셔버리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일단 버스를 몇 대 구입하세요. 이 작전의 생명은 기동력입니다. 저들은 강철파가 차지하고 있던 구역을 어떡해든 정리할 겁니다. 그럼 각자의 구역이 정해지겠죠. 갈치파가 어디어디, 성민파가 어디어디 이렇게 정해지고 나면 바로 작전에 돌입합니다. 우린 3개의 세력 중에 하나의 세력만 먼저 공격합니다. 다른 세력은 절대 건드리지 않습니다.”
“저들 사이를 갈려놓겠다는 말씀입니까?”
“그건 우리가 바라는 것이고.......그들이 우리 바람대로 움직여 주진 않겠죠. 서로 도우려 하겠죠. 아니면 저들이 합심해서 우릴 공격하겠죠.”
“거기에 대한 대처 방안은 무엇입니까?”
“그래서 게릴라 전술이라고 했고, 기동력이 생명이라고 했습니다. 우린 타깃만 철저하게 부셔버리고 바로 철수합니다. 저들에게 뭉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거죠. 이렇게 몇 번 당하고 나면.........그들이 뭉쳐서 우릴 공격하겠죠. 그때는 모두 철수합니다. 모두 이곳 본부로 집결합니다. 저들이 이곳까지 쳐들어온다면.........그때는 조직의 사활(死活)을 걸고 싸워야겠죠. 하지만 저들도 섣불리 이곳까지 쳐들어오진 못할 겁니다. 왜냐하면 그런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면 정부 쪽에서도 가만있지 않을뿐더러 자신들이 승리하다는 확신이 있어도 엄청난 피해를 각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린 시간을 끌며 저들을 하나하나 부셔버리는 겁니다.”
“전면전은 피하고 저들의 힘을 약화시키자는 말씀이군요..........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철수해 버리면 우리가 관리하던 업소는 어떻게 합니까? 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겠습니까?”
“그건 이렇게 처리하세요. 우린 최대한 저들이 쳐들어오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야 합니다. 만일 저들이 쳐들어오는 사전정보를 입수하면...........업소 밖에서 저들을 상대합니다. 불시의 습격일 때는 대항하지 말고 모두 후퇴해야 합니다. 저들도 업소가 망가지는 것은 바라지 않을 겁니다. 그곳에서 자신들도 수입을 올려야 하니까요.”
“음~~ 알겠습니다. 그런데 우리 천랑파의 자금력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특히나 이번에 이곳을 조성하며 많은 자금이 들어갔습니다. 우리의 수입이라고 해야 업소를 관리해주며 벌어들이는 수입이 전부인데....................언제까지 버틸 수 있겠습니까?”
“저들과의 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야죠. 그게 싫다면 천랑파를 떠내야겠죠.”
“천랑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군요. 천랑의 의견에 반대의견 있는 분은 발언하세요.”
“없습니다. 천랑의 말씀을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같은 의견입니까?”
“예~ ”
길식은 수혼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길식이 생각하고 있던 전술도 수혼이 생각한 전술과 비슷하다. 그래서 이곳 천랑파의 본거지를 절대 무너지지 않을 철옹성으로 구축한 것이다. 천랑파는 이곳에서 옥새를 각오하고 전쟁준비에 들어갔다.
ps : 오늘은 조금 짧아요. 그래도 이야기가 끊어지니 올립니다. 다음 편부터 사방신과 링링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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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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