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검신(劍神)
9부
인연(因緣)
차예린이 박정현과 서문영을 유연실에게 보내고 나자 갑자기 손명지가 차예린을 보고 말했다.
“언니! 내가 저분을 모시고 선녀님께 가면 안 될까?”
“응? 네가 저 분을 모시고 가?”
“그래요 여기서 올 때 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 보다 저 분을 모시고 찾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그래요”
“그래? 그럼 연희하고 둘이서 모시고 가”
졸라대듯이 말을 하는 손명지에게 연희를 딸려서 강지원을 안내하라고 차예련이 말했다.
손명지는 이연희와 함께 강지원을 데리고 유연실을 찾아 나섰다.
강지원은 자기를 안내하는 손명지와 이연희를 따라 마을 사람들이 선녀라고 말하는 유연실을 만나러 갔다.
오늘 처음으로 만난 차예린이나 박혜진 서문영 박정현 손명지 이연희 소영영 신세경 등 모두 다 외모가 뛰어나고 남다른 무예를 지닌 여자들이라는 것을 강지원은 느낄 수가 있었다.
동구 밖을 벗어나 들길을 걸어가는 손명지와 이연희의 발걸음이 마치 날아가는 것 같은 빠른 발걸음이었다.
20대의 젊은 소년장군인 강지원은 마음속으로 놀라며 그녀들의 뒤를 따라 부지런히 걸어갔다.
이연희가 손에 들고 다니는 소뿔로 만든 고동을 하늘로 향해 불자 저만치 멀리 보이는 강가에서 같은 고동소리가 들려왔다. 이것은 서로가 어디에 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였다.
얼마 후에 버드나무 숲이 무성한 강가에 도착을 하자 저만치 서서 기다리고 있는 다섯 명의 여자들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손명지가 강지원을 보고 말했다.
“저기 가운데 계시는 분이 선녀님이세요!”
손명지가 가리키는 여자를 보는 순간 강지원은 순간적(瞬間的)으로 숨이 막힐 것 같은 충격(衝擊)이 왔다.
그것은 바로 참으로 오랫동안 마음속으로 그리고 사모(思慕)하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그런 기분이었다.
“저를 찾아 오셨다고 하던데 무슨 일로 그러시나요?”
마치 꿈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속삭이는 것 같은 그런 고운 음성이었다.
“저는 어영대장인 강지원이라고 합니다. 모처럼 고향에 내려와 선녀님의 소문을 듣고 한번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실례를 무릎 쓰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래요?”
강지원의 말에 유연실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그저 담담하게 대했다.
유연실의 옆에 호위를 하는 채정안과 김서라도 정말 예뻤다.
이런 여자들과 함께 지낼 수만 있다면 강지원은 정말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더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았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유연실이 강지원을 향해 말했다.
“어영대장님이 고향에 내려 오셨는데 여기에서 얼마나 머물러 계시나요?”
“아 네 한 사흘 쯤 머물다가 한양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그래요? 저희들도 한양으로 올라가려고 했는데 잘 되었네요 한양에는 저희들이 초행(初行)길이라 어영대장님이 허락(許諾)해 주시면 같이 동행(同行)할까 합니다.”
“저와 같이 한양(漢陽)으로 올라가시겠다니 저는 영광(榮光)입니다.”
“그럼 저희들이 한양으로 올라가는 길은 어영대장님과 함께 가는 것으로 정하고 준비(準備)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제가 선녀님을 도울 일은 없는지요?”
“저희들이 다 할 수 있습니다. 어영대장님은 모처럼 고향(故鄕)에 오셨는데 마음 편하게 일을 보시고 한양으로
올라가실 때 저희들을 불러 주시면 같이 동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유연실 일행과 강지원은 한양으로 올라가는 문제(問題)를 서로 의논(議論)을 한 후에 같이 동행을 하는
것으로 정하였다.
“선녀님! 그럼 예린이 언니와 혜진이 언니에게 한양으로 올라갈 준비(準備)를 하라고 전할까요?”
유연실과 강지원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옆에서 다 들은 손명지가 유연실을 보고 물었다
“그래 너는 곧 바로 가서 예린이와 혜진이에게 한양으로 올라갈 준비를 빠짐없이 하라고 이르고 올라갈 때는
어영대장님과 함께 한양으로 간다고 일러라”
손명지의 물음에 유연실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일이 이루어진 것 같은 기분으로 말했다.
손명지가 이연희와 함께 왔던 길을 되돌아 홍은성이의 집으로 달려갔다.
홍은성이 집 별당에서 기다리고 있던 차예린과 박혜진이 손명지의 말을 듣고는 신세경과 소영영을 보고는
한양으로 올라갈 준비를 하자며 그 동안 홍은성이네 외양간에 매어 놓았던 자기의 말들을 보러갔다.
저녁이 되어 홍은성이네 집 마당에는 장작불이 타오르고 서울에서 내려 온 어영대장인 강지원을 위한
축하(祝賀)의 잔치가 벌어졌다.
이 자리에 마을 사람들과 고을 사또도 참석을 하여 한층 잔치의 분위기가 흥겹고 즐거웠다.
마을 사람들은 강지원이 어영대장이 되었다는 소식에 모두들 놀라워하며 부러워하였다.
“젊은 나이에 어영대장에 오르셔서 정말 놀랍고 대단하십니다. 경하(慶賀)드립니다”
“부족한 제가 어영대장이란 직책(職責)을 잘 감당(堪當)할는지 무척이나 조심스러워집니다.”
사또의 말에 강지원은 겸손하게 마음을 낮추며 대답했다.
“이번에 어영대장님께서 한양으로 올라가실 때 우리 선녀님과 함께 올라가신 다는데 혹시 무엇 때문에
올라가신다는 말씀은 없었습니까?”
“아닙니다. 한양으로 올라가시는 목적(目的)은 말씀을 하시지 않았습니다.”
사또의 물음에 강지원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나는 우리 선녀님께서 한양으로 가시는 일에 대하여 나름대로 생각을 해 보았는데 아마 과거시험(科擧試驗)을
보러 가시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아는 한양의 친구들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10월 중순(中旬)에 임금님께서 특별히 문무(文武)에 인재(人才)들을 뽑기 위해 과거시험을 본다는 소식(消息)을 들었습니다.”
“과거시험이 있는 것은 맞습니다. 10월 중순에 치러지는 이번 과거시험은 세조 임금께서 특별히 인재들을 뽑는
과거시험인데 전국(全國)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고을 사또의 말에 강지원은 대답을 하면서 비로소 유연실이 왜 한양으로 올라가려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만약 유연실이 과거시험에 응시(應試)를 하려는 것이라면 분명히 문과(文科)가 아닌 무과(武科)에 응시를 하려는 것일 텐데 그렇게 되면 당연히 무과(武科)에 장원급제(壯元及第)를 하는 것은 이미 따 놓은 거나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게 되면 역사(歷史)이래로 최초(最初)의 여자(女子) 장군(將軍)이 탄생(誕生)하게 되는 것이다.
아니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할지는 몰라도 부부장군(夫婦將軍)이 탄생할 가능성(可能性)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어영대장 아내는 명장(名將)으로 역사에 이름을 날릴 것이 틀림이 없었다. 강지원과 유연실이
부부(夫婦)가 된다면 자기 자신이 생각을 해도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러나 정작 유연실은 강지원의 이런 생각에 전혀 관심(關心)이 없고 자기를 지키고 호위하는 10명의 여자
무사들과 한양으로 올라갈 준비에만 열중(熱中)하였다. 타고 갈 말들과 짐들을 운반할 나귀들을 보살피고
하인들과 하녀들을 불러서 수많은 짐들을 꾸리게 하였다.
사흘 뒤에 유연실 일행은 강지원을 따라 한양으로 떠났다.
그 동안 정들었던 홍은성이 가족과 고을 사또의 아쉬운 작별(作別) 인사를 뒤로 하고 한양으로 행렬을 정돈(整頓)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어영대장 강지원이 앞에서 인도를 하고 그 뒤로 차예린과 박혜진이 뒤를 따르고 그 뒤에 채정안과 김서라가
유연실을 보호하며 뒤 따랐다.
짐을 실은 나귀들을 끌고 하인들과 하녀들이 나란히 보조를 맞추고 그 뒤를 소영영 박정현 손명지 신세경 이연희 서문영이 행렬을 지키며 안전(安全)하게 나아갔다.
해가 질 무렵에 영주산 기슭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하인들과 하녀들이 천막을 치고
근처에 있는 샘물을 길러 와서 솥을 걸고 저녁준비를 하였다.
많은 인원이었지만 하인들과 하녀들을 인솔하는 임무(任務)는 소영영이 맡아서 잘 감당(堪當)하고 있었다.
홍은성과 고을 사또가 먼 길을 떠나는 유연실 일행들에게 노중(路中)에서 충분히 먹고 남을 만큼 양식(糧食)과
의복(衣服)을 준비하여 실은지라 유숙(留宿)을 하는 동안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밤이 깊어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고 가끔 산속에서 산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천막(天幕)을 친 근처(近處)에 모닥불이 활활 타 올랐다.
모닥불 주변에 모두들 둘러앉아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저마다 편안(便安)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편안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천막 안에서 내일 일을 생각하며 10명의 호위무사들과 의논(議論)을 하고
있는 유연실에게 강지원이 찾아왔다.
소영영이 정해 준 천막 안에서 혼자 있던 강지원은 유연실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겠다는 마음이 앞서 찾아 온 것이었다.
채정안이 마련해 주는 자리에 조심스럽게 앉은 강지원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
“어제 밤 은성이 형님의 집에서 고을 사또와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선녀(仙女)님께서 이번 10월에 열리는
과거시험에 응시(應試)를 하시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 무과(武科)에 응시를 하시면 틀림이 없이 선녀님께서
장원급제를 하실 것이 틀림이 없습니다.”
“그래요? 전국(全國)에서 수많은 인재(人才)들이 모여드는 과거시험인데 어영대장님은 너무 저를 높이시는 것
아닌가요?”
강지원의 말에 유연실은 조심스럽게 대답을 했다.
“제가 직접 선녀님의 무공을 보지는 못했지만 소문으로 들은 바에 의하면 대단한 실력을 가지셨다고 하시던데
누가 감히 선녀님의 무공을 이겨낼 수가 있겠습니까?”
겸손하게 대답을 하는 유연실의 말에 강지원은 이미 모든 실력(實力)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대답했다.
“무공 실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여기에 같이 있는 나의 호위무사들도 잘하는데 어영대장님이 보시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
“물론 선녀님 곁에 있는 호위무사들도 무공이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유연실의 말에 강지원은 10명의 호위무사들도 놀라운 무공 실력을 가졌다고 인정을 했다.
“제가 만일 과거시험에서 무과에 장원급제를 하면 어영대장님께서 늘 저와 함께 하실 건가요?”
태연하게 유연실은 강지원을 보면서 물었다.
“당연히 저는 목숨을 다해서 선녀님과 평생을 같이 할 것입니다”
유연실의 이런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강지원은 자신이 있게 대답했다.
다음날
영주산을 올라 고개 마루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이런 곳에는 꼭 산적(山賊)들이 포진(布陣)하여 있으니 사방(四方)을 잘 경계(警戒)하도록 해라”
유연실이 차예린과 박혜진을 불러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네 선녀님!”
“선녀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차예린 박혜진이 창과 칼을 들고 대답을 하고는 주변을 살펴보러 나갔다.
하인들과 하녀들이 고개 마루에 솥을 걸고 점심준비를 하고 유연실은 강지원과 나란히 고개 마루에 서서 구름이 걸린 영주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곁을 채정안과 김서라가 지키고 있었다.
“선녀님! 주변을 살펴보니 아무런 낌새가 전혀 없습니다.”
차예린이 박혜진과 주변을 둘러보고 와서 유연실을 보고 말했다.
“그래? 그럼 다행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경계를 늦추지 말거라”
차예린의 말에 유연실은 그래도 경계를 늦추지 말라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영주산 고개 마루는 산이 별로 높지를 않아서 그런지 평평한 평지(平地)를 이루어서 각종(各種) 야생초와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바람결에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불을 지핀 가마솥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고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하녀들의 손이 바빠졌다.
자리를 깔고 먼저 유연실과 강지원 그리고 차예린 박혜진 소영영 박정현 손명지 채정안 신세경 이연희 서문영
김서라가 주변에 둘러 앉아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마솥 근처에서 하녀들과 하인들이 둘러앉아
점심을 먹었다.
한참 모두들 점심을 잘 먹고 있는데 근처에 매어놓은 나귀들과 말들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경계의 눈빛으로
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런 광경에 하인 서너 명이 밥을 먹다 말고 나귀와 말들이 매여져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산적패들이 올라온다!”
“큰일 났다! 산적들이 떼거리로 몰려옵니다.”
“모두들 조심해라! 산적들이다!”
나귀와 말들을 살피러 갔던 하인들이 큰 소리를 질렀다.
“이런 시발! 하필 밥 먹고 있는데 산적들이야?”
차예린이 밥을 먹다가 숟가락을 놓으며 자기 곁에 두었던 창을 짚어들며 투덜거렸다
“아니? 산적패들은 점심을 도대체 몇 시에 먹기에 꼭 우리가 밥을 먹을 때에 나타나?”
박혜진도 밥을 먹다가 산적들이 쳐들어오니 기분이 별로 좋지를 않은지 옆에 있는 칼을 짚어들며 말했다.
“모두들 한쪽에 모여서서 흩어지지 않도록 해!”
소영영이 방패와 칼을 들고 하녀들과 하인들을 한쪽으로 모으며 말했다.
박정현이 점심을 먹느라 풀었던 가죽화살집을 어깨에 둘러매고 손에 활을 잡으며 하녀들과 하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손명지 신세경은 말들과 나귀가 있는 곳으로 가서 주변을 경계했다.
이연희와 서문영도 말들과 나귀가 있는 곳으로 가서 합세를 했다.
채정안과 김서라만이 유연실의 곁을 지키며 보호를 했다.
강지원은 난생처음으로 당하는 일이라 유연실의 곁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그대로 지켜만 보고 있었다.
잠시 후 영주산 고개 마루로 올라온 산적들이 유연실 일행들을 포위하며 점점 좁혀서 들어왔다.
유연실이 산적들에게 가까이 나아가며 말했다.
“요즘 같이 나라가 시끄러운 때에 서민(庶民)들의 고달픔을 이해하고 보살펴야지 어찌하여 지나가는 길손들을
털고 생명을 위협하느냐?”
그러자 산적 두목 김태호가 나서며 말했다.
“산 도적들이 무슨 서민들을 보살피고 하냐? 그런 건 나라에 임금이란 놈이 알아서 잘 해야지 자기 조카도 죽이고 충신들도 죽이는 판에 우리가 이것저것 가리고 살게 되었냐?”
유연실의 말에 산적 두목 김태호는 뭐 다 알면서 그러느냐는 듯이 대답했다.
“그래서 그 몰상식(沒常識)한 임금처럼 너희들도 그렇게 하겠다는 거야?”
유연실이 산적 두목 김태호의 말에 맞대응을 하며 말했다.
“그 까짓 임금 새끼는 하나도 안 무서우니 좋게 말할 때 여자 서너 명 하고 나귀 말 몇 마리만 주고 가”
유연실의 뛰어난 외모에 압도(壓倒)를 당한 산적두목 김태호가 슬며시 합의(合意) 조건(條件)을 내어놓으며
말했다.
“뭔 도깨비 뜀박질 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차예린이 창을 꼬나들고 앞을 나서며 소리를 꽥 질렀다.
그러자 산적 두목 옆에 서 있던 우람한 체격의 방용석이 창을 들고 맞받아치며 나왔다.
“아니? 저년은 우리 두목님이 말씀하시는데 봉숭아 톡 튀듯이 나오고 있어?”
“그래 내가 뛰어나가면 네가 맞받을 거야?”
“뭐? 아니? 집에서 빨래나 하고 아이나 낳아서 기를 년이 왜 시집은 안가고 창을 들고 지랄이야?”
차예린의 말에 우람한 체격의 방용석이 들고 있던 창을 한번 공중에 휙 휘두르며 말했다.
“뭐? 지랄? 아니 저 새끼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나?”
“뭐 저 새끼? 아니 저년은 나이도 어린년이 어른을 보고 욕하는 것 좀 봐”
차예린과 우람한 체격의 산적 방용석이 화를 참지 못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으로 달려 나가며 한바탕
싸움이 붙었다.
“야! 이 새끼야! 운동 좀 해! 몸에 살만 잔뜩 쩌 가지고”
“뭐! 아니 이년은 말끝마다 이 새끼야? 너 오늘 나에게 혼 좀 나 봐라!”
“그렇잖아도 한 동안 싸우질 못해서 몸이 근질근질 했는데 너 이 새끼 정말 잘 걸렸어!”
“뭐? 이년은 자기가 무슨 천하대장군인줄 알고 있어?”
차예린과 우람한 체격의 산적 방용석이 서로가 자신감(自信感)이 있게 한바탕 싸움을 시작했다.
9부
인연(因緣)
차예린이 박정현과 서문영을 유연실에게 보내고 나자 갑자기 손명지가 차예린을 보고 말했다.
“언니! 내가 저분을 모시고 선녀님께 가면 안 될까?”
“응? 네가 저 분을 모시고 가?”
“그래요 여기서 올 때 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 보다 저 분을 모시고 찾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그래요”
“그래? 그럼 연희하고 둘이서 모시고 가”
졸라대듯이 말을 하는 손명지에게 연희를 딸려서 강지원을 안내하라고 차예련이 말했다.
손명지는 이연희와 함께 강지원을 데리고 유연실을 찾아 나섰다.
강지원은 자기를 안내하는 손명지와 이연희를 따라 마을 사람들이 선녀라고 말하는 유연실을 만나러 갔다.
오늘 처음으로 만난 차예린이나 박혜진 서문영 박정현 손명지 이연희 소영영 신세경 등 모두 다 외모가 뛰어나고 남다른 무예를 지닌 여자들이라는 것을 강지원은 느낄 수가 있었다.
동구 밖을 벗어나 들길을 걸어가는 손명지와 이연희의 발걸음이 마치 날아가는 것 같은 빠른 발걸음이었다.
20대의 젊은 소년장군인 강지원은 마음속으로 놀라며 그녀들의 뒤를 따라 부지런히 걸어갔다.
이연희가 손에 들고 다니는 소뿔로 만든 고동을 하늘로 향해 불자 저만치 멀리 보이는 강가에서 같은 고동소리가 들려왔다. 이것은 서로가 어디에 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였다.
얼마 후에 버드나무 숲이 무성한 강가에 도착을 하자 저만치 서서 기다리고 있는 다섯 명의 여자들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손명지가 강지원을 보고 말했다.
“저기 가운데 계시는 분이 선녀님이세요!”
손명지가 가리키는 여자를 보는 순간 강지원은 순간적(瞬間的)으로 숨이 막힐 것 같은 충격(衝擊)이 왔다.
그것은 바로 참으로 오랫동안 마음속으로 그리고 사모(思慕)하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그런 기분이었다.
“저를 찾아 오셨다고 하던데 무슨 일로 그러시나요?”
마치 꿈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속삭이는 것 같은 그런 고운 음성이었다.
“저는 어영대장인 강지원이라고 합니다. 모처럼 고향에 내려와 선녀님의 소문을 듣고 한번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실례를 무릎 쓰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래요?”
강지원의 말에 유연실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그저 담담하게 대했다.
유연실의 옆에 호위를 하는 채정안과 김서라도 정말 예뻤다.
이런 여자들과 함께 지낼 수만 있다면 강지원은 정말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더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았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유연실이 강지원을 향해 말했다.
“어영대장님이 고향에 내려 오셨는데 여기에서 얼마나 머물러 계시나요?”
“아 네 한 사흘 쯤 머물다가 한양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그래요? 저희들도 한양으로 올라가려고 했는데 잘 되었네요 한양에는 저희들이 초행(初行)길이라 어영대장님이 허락(許諾)해 주시면 같이 동행(同行)할까 합니다.”
“저와 같이 한양(漢陽)으로 올라가시겠다니 저는 영광(榮光)입니다.”
“그럼 저희들이 한양으로 올라가는 길은 어영대장님과 함께 가는 것으로 정하고 준비(準備)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제가 선녀님을 도울 일은 없는지요?”
“저희들이 다 할 수 있습니다. 어영대장님은 모처럼 고향(故鄕)에 오셨는데 마음 편하게 일을 보시고 한양으로
올라가실 때 저희들을 불러 주시면 같이 동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유연실 일행과 강지원은 한양으로 올라가는 문제(問題)를 서로 의논(議論)을 한 후에 같이 동행을 하는
것으로 정하였다.
“선녀님! 그럼 예린이 언니와 혜진이 언니에게 한양으로 올라갈 준비(準備)를 하라고 전할까요?”
유연실과 강지원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옆에서 다 들은 손명지가 유연실을 보고 물었다
“그래 너는 곧 바로 가서 예린이와 혜진이에게 한양으로 올라갈 준비를 빠짐없이 하라고 이르고 올라갈 때는
어영대장님과 함께 한양으로 간다고 일러라”
손명지의 물음에 유연실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일이 이루어진 것 같은 기분으로 말했다.
손명지가 이연희와 함께 왔던 길을 되돌아 홍은성이의 집으로 달려갔다.
홍은성이 집 별당에서 기다리고 있던 차예린과 박혜진이 손명지의 말을 듣고는 신세경과 소영영을 보고는
한양으로 올라갈 준비를 하자며 그 동안 홍은성이네 외양간에 매어 놓았던 자기의 말들을 보러갔다.
저녁이 되어 홍은성이네 집 마당에는 장작불이 타오르고 서울에서 내려 온 어영대장인 강지원을 위한
축하(祝賀)의 잔치가 벌어졌다.
이 자리에 마을 사람들과 고을 사또도 참석을 하여 한층 잔치의 분위기가 흥겹고 즐거웠다.
마을 사람들은 강지원이 어영대장이 되었다는 소식에 모두들 놀라워하며 부러워하였다.
“젊은 나이에 어영대장에 오르셔서 정말 놀랍고 대단하십니다. 경하(慶賀)드립니다”
“부족한 제가 어영대장이란 직책(職責)을 잘 감당(堪當)할는지 무척이나 조심스러워집니다.”
사또의 말에 강지원은 겸손하게 마음을 낮추며 대답했다.
“이번에 어영대장님께서 한양으로 올라가실 때 우리 선녀님과 함께 올라가신 다는데 혹시 무엇 때문에
올라가신다는 말씀은 없었습니까?”
“아닙니다. 한양으로 올라가시는 목적(目的)은 말씀을 하시지 않았습니다.”
사또의 물음에 강지원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나는 우리 선녀님께서 한양으로 가시는 일에 대하여 나름대로 생각을 해 보았는데 아마 과거시험(科擧試驗)을
보러 가시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아는 한양의 친구들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10월 중순(中旬)에 임금님께서 특별히 문무(文武)에 인재(人才)들을 뽑기 위해 과거시험을 본다는 소식(消息)을 들었습니다.”
“과거시험이 있는 것은 맞습니다. 10월 중순에 치러지는 이번 과거시험은 세조 임금께서 특별히 인재들을 뽑는
과거시험인데 전국(全國)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고을 사또의 말에 강지원은 대답을 하면서 비로소 유연실이 왜 한양으로 올라가려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만약 유연실이 과거시험에 응시(應試)를 하려는 것이라면 분명히 문과(文科)가 아닌 무과(武科)에 응시를 하려는 것일 텐데 그렇게 되면 당연히 무과(武科)에 장원급제(壯元及第)를 하는 것은 이미 따 놓은 거나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게 되면 역사(歷史)이래로 최초(最初)의 여자(女子) 장군(將軍)이 탄생(誕生)하게 되는 것이다.
아니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할지는 몰라도 부부장군(夫婦將軍)이 탄생할 가능성(可能性)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어영대장 아내는 명장(名將)으로 역사에 이름을 날릴 것이 틀림이 없었다. 강지원과 유연실이
부부(夫婦)가 된다면 자기 자신이 생각을 해도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러나 정작 유연실은 강지원의 이런 생각에 전혀 관심(關心)이 없고 자기를 지키고 호위하는 10명의 여자
무사들과 한양으로 올라갈 준비에만 열중(熱中)하였다. 타고 갈 말들과 짐들을 운반할 나귀들을 보살피고
하인들과 하녀들을 불러서 수많은 짐들을 꾸리게 하였다.
사흘 뒤에 유연실 일행은 강지원을 따라 한양으로 떠났다.
그 동안 정들었던 홍은성이 가족과 고을 사또의 아쉬운 작별(作別) 인사를 뒤로 하고 한양으로 행렬을 정돈(整頓)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어영대장 강지원이 앞에서 인도를 하고 그 뒤로 차예린과 박혜진이 뒤를 따르고 그 뒤에 채정안과 김서라가
유연실을 보호하며 뒤 따랐다.
짐을 실은 나귀들을 끌고 하인들과 하녀들이 나란히 보조를 맞추고 그 뒤를 소영영 박정현 손명지 신세경 이연희 서문영이 행렬을 지키며 안전(安全)하게 나아갔다.
해가 질 무렵에 영주산 기슭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하인들과 하녀들이 천막을 치고
근처에 있는 샘물을 길러 와서 솥을 걸고 저녁준비를 하였다.
많은 인원이었지만 하인들과 하녀들을 인솔하는 임무(任務)는 소영영이 맡아서 잘 감당(堪當)하고 있었다.
홍은성과 고을 사또가 먼 길을 떠나는 유연실 일행들에게 노중(路中)에서 충분히 먹고 남을 만큼 양식(糧食)과
의복(衣服)을 준비하여 실은지라 유숙(留宿)을 하는 동안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밤이 깊어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고 가끔 산속에서 산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천막(天幕)을 친 근처(近處)에 모닥불이 활활 타 올랐다.
모닥불 주변에 모두들 둘러앉아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저마다 편안(便安)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편안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천막 안에서 내일 일을 생각하며 10명의 호위무사들과 의논(議論)을 하고
있는 유연실에게 강지원이 찾아왔다.
소영영이 정해 준 천막 안에서 혼자 있던 강지원은 유연실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겠다는 마음이 앞서 찾아 온 것이었다.
채정안이 마련해 주는 자리에 조심스럽게 앉은 강지원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
“어제 밤 은성이 형님의 집에서 고을 사또와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선녀(仙女)님께서 이번 10월에 열리는
과거시험에 응시(應試)를 하시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 무과(武科)에 응시를 하시면 틀림이 없이 선녀님께서
장원급제를 하실 것이 틀림이 없습니다.”
“그래요? 전국(全國)에서 수많은 인재(人才)들이 모여드는 과거시험인데 어영대장님은 너무 저를 높이시는 것
아닌가요?”
강지원의 말에 유연실은 조심스럽게 대답을 했다.
“제가 직접 선녀님의 무공을 보지는 못했지만 소문으로 들은 바에 의하면 대단한 실력을 가지셨다고 하시던데
누가 감히 선녀님의 무공을 이겨낼 수가 있겠습니까?”
겸손하게 대답을 하는 유연실의 말에 강지원은 이미 모든 실력(實力)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대답했다.
“무공 실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여기에 같이 있는 나의 호위무사들도 잘하는데 어영대장님이 보시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
“물론 선녀님 곁에 있는 호위무사들도 무공이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유연실의 말에 강지원은 10명의 호위무사들도 놀라운 무공 실력을 가졌다고 인정을 했다.
“제가 만일 과거시험에서 무과에 장원급제를 하면 어영대장님께서 늘 저와 함께 하실 건가요?”
태연하게 유연실은 강지원을 보면서 물었다.
“당연히 저는 목숨을 다해서 선녀님과 평생을 같이 할 것입니다”
유연실의 이런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강지원은 자신이 있게 대답했다.
다음날
영주산을 올라 고개 마루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이런 곳에는 꼭 산적(山賊)들이 포진(布陣)하여 있으니 사방(四方)을 잘 경계(警戒)하도록 해라”
유연실이 차예린과 박혜진을 불러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네 선녀님!”
“선녀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차예린 박혜진이 창과 칼을 들고 대답을 하고는 주변을 살펴보러 나갔다.
하인들과 하녀들이 고개 마루에 솥을 걸고 점심준비를 하고 유연실은 강지원과 나란히 고개 마루에 서서 구름이 걸린 영주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곁을 채정안과 김서라가 지키고 있었다.
“선녀님! 주변을 살펴보니 아무런 낌새가 전혀 없습니다.”
차예린이 박혜진과 주변을 둘러보고 와서 유연실을 보고 말했다.
“그래? 그럼 다행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경계를 늦추지 말거라”
차예린의 말에 유연실은 그래도 경계를 늦추지 말라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영주산 고개 마루는 산이 별로 높지를 않아서 그런지 평평한 평지(平地)를 이루어서 각종(各種) 야생초와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바람결에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불을 지핀 가마솥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고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하녀들의 손이 바빠졌다.
자리를 깔고 먼저 유연실과 강지원 그리고 차예린 박혜진 소영영 박정현 손명지 채정안 신세경 이연희 서문영
김서라가 주변에 둘러 앉아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마솥 근처에서 하녀들과 하인들이 둘러앉아
점심을 먹었다.
한참 모두들 점심을 잘 먹고 있는데 근처에 매어놓은 나귀들과 말들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경계의 눈빛으로
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런 광경에 하인 서너 명이 밥을 먹다 말고 나귀와 말들이 매여져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산적패들이 올라온다!”
“큰일 났다! 산적들이 떼거리로 몰려옵니다.”
“모두들 조심해라! 산적들이다!”
나귀와 말들을 살피러 갔던 하인들이 큰 소리를 질렀다.
“이런 시발! 하필 밥 먹고 있는데 산적들이야?”
차예린이 밥을 먹다가 숟가락을 놓으며 자기 곁에 두었던 창을 짚어들며 투덜거렸다
“아니? 산적패들은 점심을 도대체 몇 시에 먹기에 꼭 우리가 밥을 먹을 때에 나타나?”
박혜진도 밥을 먹다가 산적들이 쳐들어오니 기분이 별로 좋지를 않은지 옆에 있는 칼을 짚어들며 말했다.
“모두들 한쪽에 모여서서 흩어지지 않도록 해!”
소영영이 방패와 칼을 들고 하녀들과 하인들을 한쪽으로 모으며 말했다.
박정현이 점심을 먹느라 풀었던 가죽화살집을 어깨에 둘러매고 손에 활을 잡으며 하녀들과 하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손명지 신세경은 말들과 나귀가 있는 곳으로 가서 주변을 경계했다.
이연희와 서문영도 말들과 나귀가 있는 곳으로 가서 합세를 했다.
채정안과 김서라만이 유연실의 곁을 지키며 보호를 했다.
강지원은 난생처음으로 당하는 일이라 유연실의 곁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그대로 지켜만 보고 있었다.
잠시 후 영주산 고개 마루로 올라온 산적들이 유연실 일행들을 포위하며 점점 좁혀서 들어왔다.
유연실이 산적들에게 가까이 나아가며 말했다.
“요즘 같이 나라가 시끄러운 때에 서민(庶民)들의 고달픔을 이해하고 보살펴야지 어찌하여 지나가는 길손들을
털고 생명을 위협하느냐?”
그러자 산적 두목 김태호가 나서며 말했다.
“산 도적들이 무슨 서민들을 보살피고 하냐? 그런 건 나라에 임금이란 놈이 알아서 잘 해야지 자기 조카도 죽이고 충신들도 죽이는 판에 우리가 이것저것 가리고 살게 되었냐?”
유연실의 말에 산적 두목 김태호는 뭐 다 알면서 그러느냐는 듯이 대답했다.
“그래서 그 몰상식(沒常識)한 임금처럼 너희들도 그렇게 하겠다는 거야?”
유연실이 산적 두목 김태호의 말에 맞대응을 하며 말했다.
“그 까짓 임금 새끼는 하나도 안 무서우니 좋게 말할 때 여자 서너 명 하고 나귀 말 몇 마리만 주고 가”
유연실의 뛰어난 외모에 압도(壓倒)를 당한 산적두목 김태호가 슬며시 합의(合意) 조건(條件)을 내어놓으며
말했다.
“뭔 도깨비 뜀박질 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차예린이 창을 꼬나들고 앞을 나서며 소리를 꽥 질렀다.
그러자 산적 두목 옆에 서 있던 우람한 체격의 방용석이 창을 들고 맞받아치며 나왔다.
“아니? 저년은 우리 두목님이 말씀하시는데 봉숭아 톡 튀듯이 나오고 있어?”
“그래 내가 뛰어나가면 네가 맞받을 거야?”
“뭐? 아니? 집에서 빨래나 하고 아이나 낳아서 기를 년이 왜 시집은 안가고 창을 들고 지랄이야?”
차예린의 말에 우람한 체격의 방용석이 들고 있던 창을 한번 공중에 휙 휘두르며 말했다.
“뭐? 지랄? 아니 저 새끼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나?”
“뭐 저 새끼? 아니 저년은 나이도 어린년이 어른을 보고 욕하는 것 좀 봐”
차예린과 우람한 체격의 산적 방용석이 화를 참지 못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으로 달려 나가며 한바탕
싸움이 붙었다.
“야! 이 새끼야! 운동 좀 해! 몸에 살만 잔뜩 쩌 가지고”
“뭐! 아니 이년은 말끝마다 이 새끼야? 너 오늘 나에게 혼 좀 나 봐라!”
“그렇잖아도 한 동안 싸우질 못해서 몸이 근질근질 했는데 너 이 새끼 정말 잘 걸렸어!”
“뭐? 이년은 자기가 무슨 천하대장군인줄 알고 있어?”
차예린과 우람한 체격의 산적 방용석이 서로가 자신감(自信感)이 있게 한바탕 싸움을 시작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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