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緖戰
십리정(十里亭).
초겨울의 한파가 매섭게 몰아치고 있었다. 밖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모두들 두건을 내려 두 눈만 남기고 온통 칭칭 동여매고도 한기를 느끼는 듯 몸을 움츠리고 동동거리며 잰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실내에는 커다란 구리난로가 놓여져 있고 그 안에는 연기가 밖으로 새지 않게 수탄(獸炭)이 들어있어 안은 마치 한 여름처럼 후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다섯 명의 장한이 웃통을 풀어 제키고 가슴의 검은 털을 드러내놓은 채로 마주보고 앉아서 마작에 정신이 쏠려 있었다.
난로 위에서 뜨거운 물을 덥히고 있던 늙은이가 장한들을 쳐다보며 말을 했다.
"뜨거운 차를 준비할 테니 밖에서 추위에 떨던 보초들이 오면은 속 좀 녹이게 하라고."
늙은이가 말을 하나 장한들은 놀음에 빠져 대꾸도 없고, 늙은이는 그런 장한들을 쳐다보며 혀를 끌끌찼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경계병 한 명이 밖의 매서운 찬 기운을 몰고 안으로 들어섰다. 두 눈만 나온채로 온몸을 피풍으로 둘러싼 모습이었다.
놀음을 하던 장한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투덜대었다.
"아직 교대할 시간도 아닌데 왜 벌써 들어와. 젠장 얼른 문이라도 닫으라고."
웃통을 벗은 장한이 한기를 느끼는 듯이 들어온 사람에게 핀잔을 주었다.
들어온 사내는 문을 닫고는 춥다는 듯이 난로 옆으로 다가와 두 손을 내밀어 얼은 손을 녹이었다. 그것을 본 늙은이가 또 참견을 한다.
"두건이라도 벗고 뜨거운 차로 속을 풀라고."
사내는 낡아빠진 찻잔을 들고는 다른 손으로 주전자의 뚜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가득이 담긴 물이 부글부글 끊고 있었다.
사내가 주전자를 들더니 돌연, 마작에 열중해 있는 사내들에게 뿌렸다. 뜨거운 물을 뒤집어쓴 장한들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펄쩍 뛰어올랐다.
"이크!"
"아앗!"
뜨거운 물에 데인 살갗이 벌겋게 변하고 뜨거움에 참지 못하고 손바닥으로 부빈 부위의 살이 밀리면서 벌건 속살이 드러났다.
"아아앗!"
정신없이 날뛰는 장한들에게 물을 쏟아 부운 사내의 피풍이 쳐들리면서 검은색 묵영들이 뻗어나갔다. 짧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등에 쭈뼛해지는 소리가 날카롭게 귀청을 두둘겼다.
탁! 탁! 퍽! 퍽!
"피해랏."
무언가 틀어박히는 소리, 비명 소리에 실내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장한들이 벌떡 일어나 무의식중에도 검을 찾아 뽑아들고 단전과 요혈들을 가리었다. 허나 대부분의 장한들은 몸에 한 두 개씩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곳에서 이내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훈훈했던 실내에 자욱이 피내음이 흐르고 마치 욕지기를 할 것만 같은 매스꺼움이 치밀어 올랐다.
암기를 뿌린 사내의 몸이 떠오르며 장한들을 짓쳐 들어갔다. 이어 문이 꽈당 쓰러지며 사내들이 밀려 들어왔다.
느닷없는 기습으로 요혈이 뚫린 장한들은 저항조차 못하고 쓰러졌으나 한 장한은 꿋꿋이 서서 짓쳐 들어오는 사내의 수영(手影)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 장한의 요혈에도 이미 손가락 크기만한 비도가 반정도 파고 들어가 있었다.
미처 기공(氣功)을 끌어올리지 못했으리라.
마지막 저항을 하는 장한의 뒤에 또 다른 사내가 접근을 하더니 들고 있는 봉으로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장한의 머리를 내리쳤다. 흡사 북을 치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내리치는 사내의 얼굴로 피가 뿌려졌다. 장한의 입에서 선지피가 덩어리체 울컥 울컥 넘어왔다.
피를 쏟으며 간신히 고개를 돌린 장한의 눈에 피를 흠뻑 뒤집어 쓴체 인상을 쓰는 악귀가 철로 된 봉을 내려치고 있었다.
그 날 흑사회의 분타 대부분이 정체 모를 괴한들에게 습격을 받았다. 이로써 흑사회의 대외 활동은 완전히 중단되는 회생불능의 피해를 입었다.
흉수들은 주로 암기를 썼다. 사천 지역에서 암기를 쓰는 괴한들이라...
명문 정파임에도 불구하고 그 폐쇄성으로 강호에 음습(陰濕)하고 상대못할 상대로 낙인되어 경원시했던 당문이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용트림을 했다. 그리고 그 사건은 당가에 숨어있던 한 이물(異物)이 세상 사람에 선보이는 계기가 되었다.
* * *
당문.
천기문(天機閣)이 열리고 천기각 내에 있던 무기와 장비가 지급되었다. 정보를 취급하는 암사각(暗事閣)에는 수많은 비둘기가 날아올랐고 요원들이 밤의 어둠을 틈타 사방으로 ?어졌다.
세가의 경계가 강화되었고 정문으로 통하는 관도를 제외한 전 지역은 기관과 절진이 발동되었다.
수뇌들은 연일 모여서 대책회의가 벌어지고 있었고 종남파로 파견된 밀정으로부터 속속 들어온 정보를 분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목에 종남파의 도인들이 하산을 하고 속가제자로 구성된 인물들의 심상치 않은 이동이 포착되었다.
종남파가 움직인 것이다.
* * *
위엄이 넘치는 당당한 풍모의 중년인과 사내다우면서도 영준한 외모의 청년이 마주 앉아있었다.
용모가 비슷한 것이 누가 보아도 그들이 한 핏줄임을 알 수 있었다.
당패와 당종.
가주와 소가주가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다.
"아버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혼약이라니요?"
전투에 선발대로 나아간 인원과 그 지원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고자 부친을 찾은 당종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반문하자 당패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말 그대로다. 사실 너의 나이를 생각하면 조금 늦은 감이 있지 않느냐?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당종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하지만 종남파와의 분쟁이..."
당종의 말에 당패는 안색을 침중히 굳혔다.
"그래, 나도 잘 알고 있단다. 그래서 에비는 당잔의 복수가 끝나는 대로 너의 혼인을 추진할 계획이다."
"분쟁이 끝난 이후에 저의 혼인을?"
당패는 고개를 끄덕이며 굳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종아야, 너를 생각하는 나의 마음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그러니 이번 분쟁에서 너무 다치거나 죽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거라."
"하하! 아버님은 저를 아직도 어린아이로 보시는군요."
당종은 부친의 걱정에 웃으며 말했다.
"걱정마십시오. 저도 당가의 소가주에 걸맞게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허! 너무 자만하지 말거라! 아무튼 너와...아니 너는 당가의 미래를 짊어진 몸이다. 혼인 문제도 막중한 것이니 일찌감치 염두에 두고 있거라."
당종은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더니 곧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아버님, 혼인 문제에 대해서는 좀더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소자는 아직 혼인에 대해 생각해본 바가 없으며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종의 말 대로 지금까지 당종은 정식으로 혼인을 한다는 사실이 약간 꺼려졌다.
물론 당종이 여인을 전혀 모르는 거나 두려워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당종은 종종 기루에 출입하여 기녀를 가지고 당가의 아리따운 시비 몇몇을 여러차례 범하기도 했다.
사실 당종은 혼인을 한다는 것이 여러모로 귀찮고 복잡할 것만 같았던 것이다.
물론 언젠가 하긴 해야겠지만 최대한 미루고 싶은 것이 당종의 심정이었다.
당종의 그런 속내를 까맣게 모른 채 당패는 유쾌한 듯 웃었다.
"하하하, 설마 강압적으로 혼인을 진행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냐? 걱정 말거라. 아직 진행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몇몇 곳을 생각해두고는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너의 의지가 아니겠느냐?"
당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부친이 억지로 혼인을 추진시킨다면 아무리 당종이 필사적으로 반대를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아버지가 자신의 의지를 존중해주어서 천만다행이었다.
"그 말씀 그대로입니다."
당패는 아들을 바라보며 흥미롭다는 얼굴로 물었다.
"흐음, 혹시 이미 장래를 약속한 여인이 있느냐?"
당종은 깜짝 놀라며 강하게 부정했다.
"아...아닙니다. 저는 단지..."
"하하하하! 그저 해본 말이다. 있으면 좋았을 것을...참으로 아쉽구나!"
당패는 웃음을 터뜨리며 부드러운 눈길로 아들을 바라볼 때였다.
돌연 방문이 열리고 차갑고 매서운 미부인의 얼굴이 나타났다.
날카롭지만 대단히 아름다운 중년미부.
당가의 안주인인 구숙정이었다.
홍색 궁장에 감싸인 그녀의 몸매는 가히 우아함과 완숙미의 극치였으며 매혹적인 모습이었다.
"흥! 내가 배 아파 낳은 자식의 혼인 문제를 나에게 알리지도 않고 멋대로 하고 있는 건가요?"
구숙정의 옥용은 싸늘하게 굳어 한기를 풀풀 날리고 있었다.
항시 자신에게 엄한 모친이 갑자기 나타나자 당종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어머님!"
갑작스러운 구숙정의 등장에 잠시 난감해하던 당패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부인, 종아의 혼인 문제는 나중에 그대에게도 알려줄 생각이었소."
구숙정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나중에...라고요? 호호, 당신 그게 정말인가요?"
"부인...나를 못 믿는 것이오? 후우, 당정과 두응향 문제도 그렇고 그저 나를 믿어주면 안 되겠소?"
당패로서는 나날이 불화가 심해지는 구숙정과 어떻게든 화해하고 부부관계를 호전시켜보기 위해 꺼낸 말이었지만 그 말이 더욱 그녀의 마음을 분노케했다.
당패는 여인의 질투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고 그만 두응향을 거론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그 말을 들은 구숙정의 눈이 한층 더 가늘고 날카로워졌다. 당패를 노려보는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어딘가 광기로 빛나는 것 같았다.
"흥, 부자지간에 바쁜 모양인데 제가 방해했군요! 이만 물러가지요!"
차갑게 일갈한 구숙정은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나갔다.
구숙정이 사라지고 당종과 당패만 남은 방안은 싸늘한 분위기와 함께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당종은 어쩔 줄 몰라하며 부친의 눈치를 살폈고 당패는 피곤한 기색으로 두 눈을 감았다.
당종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차분하게 말했다.
"아버님! 소자는 어머님이 얼마나 아버님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어머님은 지금 분명 아버님이 영영 자신을 외면하는 것이 아닌가에 두려워하시어 저렇게..."
"이제 물러가도록 해라."
당패는 굳은 표정으로 외쳤고 당종은 얼른 입을 다물었다.
당종에게 부친의 존재는 가히 하늘, 어찌 반항할 생각이나 할수 있겠는가. 당종은 공손히 예를 취한 후 방에서 물러나올 수 밖에 없었다.
복도를 걸어가는 당종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소가주가 조금 전 부친과 모친의 다툼을 생각할 때였다. 순간 냉랭한 여인의 음성이 당종의 등 뒤에서 터져 나왔다.
"흥! 꽤나 늦었구나."
당종은 흠칫 놀라며 얼른 목소리가 들려 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당종의 얼굴은 은근한 두려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어...어머님!"
뛰어난 미모에 굴곡이 뚜렷한 풍염한 몸매를 소유하고 있는 사십대 중반의 중년미부, 구숙정이 오만하게 서있었다.
당종을 응시하는 구숙정의 눈매는 매우 날카로웠고 그녀의 전신에서는 모든 것을 얼려 버릴 듯한 냉기(冷氣)가 흐르는 듯 했다.
당종은 모친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무슨 중대한 일이라도...”
그러자 구숙정의 입가로 냉혹한 미소가 피어 오르더니 차갑게 소리쳤다.
"종아야!”
"예, 어머님!”
"너의 혼인은 내가 독자적으로 알아보고 결정할 것이다! 혼처(婚處) 또한 그러할 것이니 그렇게 알고 있거라!”
당종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예?”
"귀가 먹었느냐? 흥, 아들의 혼사는 마땅히 이 애미가 맡아 결정해야지!”
당종은 속으로 한숨이 나왔다. 당종이 생각하기에 지금 모친은 단순히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에 자신의 혼인을 알아서 하겠노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주저하던 당종은 난감하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이미 아버님이 저의 혼인에 대해...”
당종이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구숙정의 붉은 입술 사이로 천둥과도 같은 호통이 터져나왔다.
"고얀 것! 니 애비는 중요하고 나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냐? 당가의 안주인이 누구더냐?"
이를 바득 가는 구숙정의 눈에서 새파란 독기가 내뻗혔다.
모친의 분노 어린 목소리와 보는 것만으로도 오싹한 차가운 시선을 마주한 당종은 잔뜩 긴장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원래대로라면 그저 입을 다물고 모친의 결정에 고개를 끄덕여야 마땅했지만 당종은 그럴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당종은 어떻게든 구숙정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이대로 어머님의 뜻대로 놔뒀다가는 최악의 경우 당패가 가주로써의 권한과 권위를 훼손받았다고 여기며 폭발할지도 몰랐다.
"어머님, 비록 혼인 문제이긴 하나 그러한 일로 아버님과 어머님이 서로 대립하게 된다면 시끄러워질 것입니다. 거기에 아버님에게 말했다시피 소자의 혼인 문제는 서두를 일이 아니...”
싸늘함이 감도는 구숙정의 아름다운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언제나처럼 자신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 생각한 당종의 예상 밖 모습에 구숙정의 눈꼬리가 한층 더 위로 치켜올라가며 섬뜩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의 차가운 음성이 주변을 날카롭게 찢었다.
"시끄럽다! 네가 이 어미의 말을 거스를 셈이냐?”
당종이 허둥대며 세차게 고개를 내젓고는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
"아, 아닙니다! 소자가 어찌 감히...”
머리를 조아린 당종의 이마에 굵은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런 아들을 내려다보는 구숙정의 얼굴은 냉랭하기만 했다.
얼마간 차갑고 날카로운 눈으로 당종을 내려다보던 구숙정의 입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 또한 나를 박대하는 것이냐? 감히! 내가 사천당가의 가모(家母)임을 결코 잊지 말거라!”
구숙정의 사나운 성품이 그대로 드러나는 앙칼친 외침에 당종은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소자가 어찌 한시라도 어머님의 은혜를 잊겠습니까?”
당종이 얼른 그렇게 말했지만 구숙정은 여전히 분노가 가시지 않은 듯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아들을 노려보았다.
"흥! 명심하거라! 너의 혼사는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니! 알겠느냐?”
"예, 어머님.”
당종은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문득 당종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자신의 혼사를 전적으로 어머님이 담당한다면 어쩌면 자신의 부인은 어머님처럼 도도하고 독살스러운 성정의 여인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만약 그렇다면 당종이 어머님 앞에서 고양이 앞의 쥐 신세였던 것처럼 꼼짝없이 부인에게 눌려 살아야 될 것이다.
"그만 물러가거라!”
어느새 안색이 창백해진 당종은 모친의 호통에 허둥지둥 쫓기듯 급히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구숙정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그녀는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이며 사천당가의 소가주인 당종의 혼인을 당가 내에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후후!"
구숙정의 붉은 입술로 터져 나온 지극히 차갑고 냉막한 웃음.
만약 그녀의 가문인 섬서구가(陝西邱家)가 큰 힘을 발휘하는 곳을 당종의 혼처로 정한다면 당가의 실권은 서서히 그녀에게 집중될 것이 분명했다.
(단순히 사천당가의 가모가 아니라...내가 당가의 뜻을 대변하게 될 것이다!)
구숙정의 두 눈은 야심(野心)에 찬 빛으로 번들거렸다.
* * *
처마가 마치 하늘을 찌를 듯이 휘어져 맵시를 내고 있었고 낭하(廊下)를 걷는 시비들은 마치 구름을 타고 걷듯이 소리 하나 없이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밖은 종남파와 무력충돌에 대한 열정으로 들떠 있는데 이곳 후원은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이 적막함과 평화스런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허나 수운각의 주인 임미령(任美翎)은 요즈음 깊은 수심에 잠기어 있었다. 해서 시비들도 주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언사를 극히 조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람이 처마를 스치며 지나가는 소리에 임미령은 귀를 기울였다. 밤은 점점 더 깊어만 가고 있었다.
경대 앞에 앉아서 임미령은 자신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삼단 같은 머리는 틀어 올리지 않고 붉은 천으로 한번 묶어서 등뒤에 늘어트리고 있어 앉아 있는 엉덩이 밑까지 늘어져있었다. 분을 바르지 않은 얼굴은 헬쓱해 보였으나 오히려 그 미모를 돋보이게 했다. 거기에 양 뺨은 낙조에 붉게 물들어 더욱 애처러워 보였다. 세간에 병미인(病美人)이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항우의 연인 우미인(虞美人) 우희(虞姬)가 가슴병으로 아미를 찡그리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모든 여인들이 인상을 쓰고 다녔다지 않는가.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요. 이렇게 쓸쓸한 밤에 당신은 어디에 계신가요.)
임미령은 십여 일전에 대원들을 이끌고 사지로 나간 남편 당력을 생각하니, 눈물이 절로 흘러내리었다. 아들 당잔을 잃은 후에 남편이 더욱 그리워지고 기대어지기만 하는 임미령이었다.
그때, 밖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임미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바람은 그새 그쳐있었다.
"거기, 민이냐?"
임미령이 화원 앞에 서있는 검은 그림자를 보고 말을 하자 그 인영은 임미령을 보며 말을 했다.
"저예요. 고모."
임미령의 조카 임민(任敏)이었다. 임미령이 아들을 잃고 상심에 잠기자 그 소식을 들은 임미령의 오빠 임가휘가 자신의 딸인 임민을 동생에게 위로차 보낸 것이다. 어려서부터 임미령을 잘 따르곤 했던 임민이었다. 그 덕에 당가에 자주 놀러와 당가의 사람들과도 누구나 할 것 없이 친근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 조카가 어느덧 이렇게 커서 완전한 숙녀가 되어있었다.
"밤바람이 찬데 왜 밖에 나와 있어. 얼른 들어가렴."
임미령이 걱정스레 말하자 임민은 걱정 말라는 듯이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으며 말을 했다.
"저는 괜찮아요. 고모님이나 어서 들어가 쉬세요."
"그래, 어서 들어가거라."
조카의 애교 섞인 붙임성 있는 말에 임미령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임민도 임미령에게 인사를 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임미령은 침실로 들어와 다시 경대 앞에 앉았다.
(여보, 당신이 없어 쓸쓸한데 그나마 민이가 많은 위안이 되는군요.)
임미령이 남편을 생각하며 상념에 잠겨있을 때, 밖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리어 왔다.
"조용히 들어와요."
좀 전에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던 임민이었다. 임미령은 침실 문으로 다가가 문틈으로 살짝 밖을 보았다.
임민의 뒤를 따라오던 청년이 임민에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었다.
"임매, 왜이리 조심스러워?"
"아이, 가가 고모님이 아직 안 주무시는 것 같아요. 빨리 들어오세요."
임민은 청년의 손을 잡아끌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섰다.
임미령은 청년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청년은 다름아닌 당정이 아닌가.
어려서부터 당가에 출입이 잦았던 임민이 따르던 당정이었다. 전에 당정은 쾌활했고 행동거지가 당당한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서 어린 임민이 특히 잘 따랐었다. 그러던 당정이 하루아침에 가주인 부친을 잃고 폐인이 되어 소주(少主)의 자리에서 축출되었다. 자신은 아들을 잃었다. 임미령은 그런 당정이 더욱 안쓰럽고 정이 갔다.
(정이가 지금은 저리되었지만 민이하고 짝이 되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지.)
임미령는 임민의 방으로 다정하게 들어서는 두 사람을 보며 다시 발길을 돌려 한 벌의 흑의를 꺼내들고는 경대앞에 앉았다.
남편이 즐겨 입던 옷이었다. 옷은 그냥 그 자리에 있건만 사람은 있지를 않았다.
임미령은 남편의 옷에 얼굴을 묻었다. 옷에서 마치 남편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이렇게나 당신이 보고 싶답니다. 아, 너무 힘들어...)
사랑하는 남편의 체취를 상기하며 임미령은 남편과 나누었던 감미로운 사랑을 떠올렸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임미령은 자신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하아... 하아..."
임미령은 침의를 벌리고 자신의 탄력있는 젖가슴을 더듬었다.
임미령의 상상 속에, 남편이 자신의 기다란 목을 혀를 핥으면서 젖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헉!"
육중한 남편의 몸 밑에 깔리어 신음하며 남편의 건장한 등을 끌어안자 남편의 투박하고 커다란 손이 사타구니 사이로 들어와 뜨겁게 애무하면서 젖어있는 옥문사이로 남근이 밀려들어왔다.
"하아... 하아..."
남편이 자신을 올라타고 땀을 흘리면서 헐떡이었다.
"아아... 아...."
임미령은 의자에 앉은 채 젖가슴을 애무하며 가랑이 사이에 손을 끼우고 허벅지를 조이면서 신음을 질렀다.
젖꼭지는 화가 날대로 나서 오똑하니 서 있었다. 임미령은 고개를 뒤로 잔뜩 젖히었다.
"헉! 하아... 하아..."
짧은 파동의 전율이 몸을 스쳐 지나면서 드러난 젖꼭지가 파르르 떨리었다. 입고있던 고의는 젖어서 미끌거렸다. 온몸이 화끈거리면서 땀이 흘러 온몸이 끈적거리는 것만 같았다.
"휴우~~"
나오는 한숨.
잠시 후, 임미령은 젖은 사타구니를 씻기 위해 침실을 나와서 욕실을 가려는데 조카인 임민의 방에서 두런거리는 말소리가 들리었다.
"아이, 가가 안돼요."
"임매, 왜 그래, 우린 곧 혼인할 사이잖아."
"고, 고모님이 듣는단 말예요. 아~ 몰라."
"임매 사랑해. 내 이제 임매 부모님도 만나 뵙고 승낙을 얻고 싶어... 가만히 있어."
실랑이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아이... 몰라요."
임민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리었다. 임미령은 자신도 모르게 임민의 방 앞으로 가서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흡!!)
방안에는 임민과 당정이 어느새 알몸으로 뒹굴고 있는데 당정이 임민의 알몸을 쓰다듬으면서 젖꼭지를 입으로 빨고있었다.
아래쪽에서 보는 임미령의 눈에 임민의 작은 연분홍빛 젖꼭지와 벌어진 가랑이 사이에 난 검은 수림은 물론 부드런 체모 사이에 벌어진 질구에서 흐르는 애액이 흐르는 것도 눈에 들어왔다.
임민의 몸 위에 엎드려 젖꼭지를 빨고있는 당정의 하물이 눈에 들어왔다. 장대하게 발기해서 꺼덕거리고 있는 성기는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있었다.
(으음.....)
임미령은 두눈을 크게 드고 홈쳐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마음과는 달리 눈길이 덜어지지 않았다.
처음으로 홈쳐보는 남녀의 정사.
알몸으로 엉키어 있는 적나라한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입이 벌어지고 좀 전의 여운이 남아있던 몸뚱아리가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누워있던 임민의 음부를 아래쪽에서 보자 길게 찢어진 질구는 임민이 아랫도리를 움직일 때마다 겹겹이 겹쳐진 속살이 이지러지는 것이 같은 여자인 임미령이 보아도 자극적이고 음란해 보였다.
더욱이 당정의 남근이 서서 덜렁거리며 앞 대가리에서 맑은 물이 고이는 모습은 임미령의 아랫도리를 후들거리게 했다.
임미령은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었으나 다리는 마치 사시나무 떨리듯 더욱 심하게 떨리었다.
임미령은 입에서 신음소리가 나올 것 같은 참을 수 없는 욕구에 옷자락을 깨물었다.
당정이 임민의 젖꼭지를 실컷 빨았는지 점차로 아래로 내려오더니 임미령이 예상한데로 임민의 벌어진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묻고는 혀를 내밀어서 쪽쪽 소리까지 내면서 빨았다.
"하으윽...."
임민의 붉은 입술이 벌어지고 달콤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고 간간이 머리를 들고 입가를 핥는 당정의 입가에는 턱까지 음액으로 젖어 번들거리었다.
(아흡!!)
임미령의 손은 어느새 침의를 걷어올리고 속곳사이로 들어가 후끈거리는 자신의 질구를 문지르면서 검지와 집게손가락으로 발기한 음핵을 살짝 살짝 건드리며 자위를 하고 있었다.
너무나 자극적인 장면에 뜨거워진 몸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다리가 덜덜 떨리어서 더 서있기도 힘이 들었다.
당정이 몸을 일으키더니 임민의 몸 위에 올라타고는 남근을 임민의 질구에 대고는 밀어 넣는 것이 보였다. 임민의 가랑이를 벌리고 질구속으로 자연스럽게 장대한 남근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아 그들은 벌써 이 짓을 한 경험이 많은 듯 했다.
"아아... 가가 아파요."
임민이 아픈 듯이 신음소리를 내며 당정의 몸을 힘껏 끌어당기었다.
(........)
사내의 남근이 여인의 옥문을 벌리고 서서히 그러나 막을 수 없는 강력한 힘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 임미령은 충격에 두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아아...."
"음..."
서로의 성기를 섞은 남녀의 입에서 환희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임민의 속살을 음미하던 당정이 서서히 율동을 시작했다. 당정이 몸을 위로 밀어올릴 때마다 임미령은 마치 자신의 자궁속으로 당정의 성기가 밀려들어오는 것만 같은 착각을 느끼며 손가락을 같이 밀어 넣었다.
임미령의 사타구니 사이에서도 질척이는 음란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남들이 하는 자극적인 정사장면을 보는 임미령의 두뇌는 마치 활동을 멈춘채 주체할 수 없는 욕정에 빠져들었다.
임민을 올라타고 방아질을 하던 당정이 돌연 성기를 여체에서 빼내었다. 임미령의 두 눈에 애액으로 젖은채 번들번들 빛나는 거대한 사내의 성기가 하나 가득 들어왔다. 임미령은 한 순간이라도 놓칠새라 두 눈을 부릎뜨고 마치 아쉬운 듯이 꺼떡거리는 성기를 주시했다.
(아아....)
당정이 가랑이를 활짝 벌리고 여인의 비소를 드러내놓고 있는 임민의 몸을 들어 엎드리게 했다.
임미령은 당정과 임민의 정사를 홈쳐보다가 도저히 더 이상 볼 수가 없어서 그만 욕실로 들어갔다.
"학학..."
그동안 참아왔던 거칠고 뜨거운 숨결이 터져 나왔다.
상의를 젖히자 팽팽하게 일어서 있는 젖가슴과 젖꼭지가 마치 용수철에 튕겨지듯이 나왔다. 하의를 내리자 풍만한 엉덩이가 드러나며 알몸이 되자 임미령은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용광로 같이 달아오른 몸에 들이부었다.
그런 임미령의 두 눈에는 아직도 당정과 임민의 음란스런 정사가 보이는 듯했다.
임민의 방은 여전히 뜨거운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아... 가가... 그, 그만... 제, 제발요."
임민은 벌써 몇 번의 절정이 지나갔는지 몰랐다. 몸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쾌락은 마치 해일처럼 일어나 몸 곳곳을 휩쓸고 지나갔다. 해일이 한번 두 번 세 번 몰아치고 임민은 이제 너무나 예민해진 몸에 가해지는 쾌락이 고통스러웠다.
임민은 힘없는 두 손을 들어올려 당정의 가슴에 대고 밀어내었다.
"......"
임민의 하소연에 당정은 욕심을 마저 채우지 못하고 불만족 스런 얼굴로 임민의 몸에서 떨어져 옆자리에 누웠다.
"하아... 하아..."
임민은 사지를 벌린체 뜨거운 숨을 몰아쉬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고 임민은 옆에 누어 있는 당정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아아... 가가 소첩은... 소첩은..."
임민이 미처 말을 잇지 못하고 씩씩거리고 있자 당정은 그런 임민의 작은 몸을 끌어당기자 임민은 담싹 당정의 품에 안긴다.
임민의 복부에 흥건히 젖은체 이직도 발기하고 있는 당정의 성기를 느끼고는 얼굴을 더욱 붉히면서 당정에게 속삭인다.
"아... 가가 소첩은 더 이상... 더 이상 하면 죽을것만 같아요."
임민은 자신의 엉덩이에 밑으로 마치 소피를 싸놓은 듯이 흥건이 젖어있는 요를 느끼며 부끄러움에 말을 잇지못한다.
"가가 사랑해요."
"임매 나도 임매만을 사랑해."
가슴에 묻은 임민의 머리를 끌어안으며 대꾸하는 당정의 두 눈은 마치, 깊디깊은 동굴 속에서 빛나는 등불처럼 요사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잠시 후, 벌어진 임민의 사타구니에 손을 넣고 흥건한 꽃잎을 희롱하던 당정이 일어서자 임민이 고개를 들어 당정을 쳐다보며 말했다.
"어딜 가세요?"
아직도 만족을 못하고 꺼덕거리는 남근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는 당정이 말했다.
"으응. 찬물이라도 끼얹어서 이놈 기를 죽여야 겠어."
꺼덕이는 남근을 보며 얼굴을 붉히며 임민이 말했다.
"아이. 가가 그렇게 벗고... 어떻게...."
"왜?"
"어머! 고모님 나오면 어떻하려고...?"
"지금이 얼마나 밤이 깊은줄 알아. 임매 숙모님은 벌써 주무실거야."
"그래도...."
임민의 우려를 등뒤로 흘리며 당정은 나체로 문을 열고 나가 대청 끝쪽에 있는 욕실문을 열었다.
"앗!"
한 여인이 알몸으로 서서 물을 끼얹고 있는데 바로 숙모인 임미령이었다.
여인은 당정을 보더니,
"끼아아악!"
놀라서 소리치다가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녀의 비명소리를 듣고 경비원들이 들어오면 서로 입장이 난처해지기 때문이었다.
"어엇! 죄송합니다."
당정이 말을 하며 재빨리 문을 닫고 연신 잘못을 빈다.
"죄송합니다. 주무시는 줄 알고 그만...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서둘러 임민의 방으로 도망쳐오자 임민이 핀잔을 주었다.
"소첩은 이제 어떻해요. 그러게 조심하라고 했는데...."
"할 수 없지. 아침에 크게 사죄하고 갈 테니 걱정 말아. 임매."
"어떻해. 난 몰라."
* * *
용정차의 그윽한 향기를 음미하며 구숙정(邱淑貞)은 입가에 찻잔을 대고 입술을 적시었다.
임미령은 시비가 준비해온 다과를 당가의 안주인 구숙정의 앞에 밀어놓으며 말했다.
"마님, 아직도 그이의 소식은 알 수가 없는지요?"
비록 동서지간이지만 구숙정은 어엿한 가주의 부인이었다. 호칭부터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동생, 너무 걱정 마시게 가주님이 어련이 알아서 했을 게야."
중년의 나이에도 마치 신혼인 것처럼 남편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임미령을 보며 구숙정은 혀를 끌끌 찼다.
"이렇게 정숙하고 오로지 서방님만을 위하는 자네가 있는데 무슨 일이 있을라구. 그만 마음을 편히 가지시게."
"하지만...."
"알았네. 알았어. 내 바로 가주를 뵙고 소식을 알아보지."
구숙정이 마지못해 옥체를 일으켜 나가자 임미령은 화원 앞까지 따라 나가 배웅을 한다.
"그럼, 형님 부탁드려요."
"알았네. 이만 들어가게나."
임미령이 고개 숙여 대답하자 구숙정은 사푼거리는 발걸음으로 가주가 있는 취의청으로 향했다.
임미령은 구숙정이 가고 나서 식은 차를 앞에 두고 시름에 잠겨있는데 부르는 소리가 났다.
(누구지?)
임미령은 대청으로 나가며 말했다.
"누구...? 당정이로구나."
당정이 서있는 것을 보자 임미령은 괜히 가슴이 덜컹했다. 임미령의 얼굴이 절로 붉어질 때 당정이 인사를 한다.
"숙모님, 편안 하신지요?"
"무, 무슨 일이지?"
"네. 임매가 보고 싶어서 왔나이다. 임매, 임매 낭군이 왔으니 어서 나와 보라구."
제멋대로인 당정을 쳐다보며 임미령의 가슴이 심하게 뛴다.
"지금 민아는 소연이에게 가있는데...."
"그럼, 숙모님 갈증이 나니 목이나 축이겠나이다. 설마 그 정도는 들어주시겠지요?"
당정이 말을 하자 임미령은 마지못해 옆으로 물러섰다. 당정은 고개를 까딱이면서 임미령을 지나쳐 욕실로 들어선다.
욕실에 들어선 당정은 피식 웃었다. 그런 그의 눈 깊은 곳에서 광기가 번뜩였다.
당정의 눈에 한쪽 구석에 놓인 바구니에 옷가지가 있는 것이 보였다. 다가가서 들은 옷은 여인의 속곳이었다. 어제 당황한 임미령이 미처 챙기지 못했으리라.
속곳을 들고 얼굴에 대고 냄새를 맡던 당정이 문득 소리쳤다.
"숙모님, 여기에 이것이 무어지요?"
욕실에 들어간 당정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임미령은 당정이 외치는 소리는 듣고 문득 자신의 실태를 느끼었다.
황급히 욕실안에 들어가 보니 당정이 자신의 속곳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임미령은 당정의 손에서 속곳을 나꿔체고 한쪽 구석에 놓인 속옷을 마저 집기 위해 허리를 숙이었다.
그때 허리를 펴던 임미령의 몸을 당정이 뒤에서 끌어안았다.
"에그머니!!"
그녀가 놀라 소리를 질렀으나 당정은 아랑곳 않고 임미령의 허리를 뒤에서 강한 힘으로 감싸안았다.
"이게 무슨 짓이야?"
"헤헤헤... 숙모 이 순간을 엄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당정은 음탕하게 말을 하며 임미령의 귀를 혀로 핥았다. 그녀의 몸이 마치 작살을 맞은 듯이 부르르 떨리었다.
귀속이 웅웅거리며 긴 혀가 귀속을 핥는 소리가 뇌리를 흔들었다. 하체가 후들거리었다.
"아, 안돼."
하지만 임미령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여자의 복종을 강요하는 사내의 강력한 힘.
"헉...! 이러지 마아... 허억..."
뒤에서 당정이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탱탱한 젖가슴이 이지러지면서 의지도 함께 힘없이 무너지며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 소리는 그녀가 사십년이 되도록 지켜왔던 정조가 무너지는 소리이기도 했다.
"헉! 민이가 알면 어쩌려고 이래?"
"헤헤... 이 순간만큼은 소질... 오직 숙모님만 원합니다."
당정은 말을 하며 그녀의 상의를 걷어올리고 드러난 젖가슴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며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녀는 거절할 힘이 없었다. 그가 쓰다듬는 젖가슴이 뜨거워지고 세포가 일일이 일어서서 환희했다.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그녀의 눈앞에 어제 밤, 당정과 임민의 정사모습이 스쳐 지나가며, 당정의 성기가 임민의 질구에 들어가 삽입하는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마치 그녀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로 들어오는 것만 같은...
당정이 그녀의 젖꼭지를 마음껏 희롱하며 하체를 걷어올렸다.
"이러면 안돼... 아아.... 제발~~"
아이를 낳은 그녀의 젖은 크고 팽팽하였으며 젖꼭지는 크고 굵었다. 허나 탄력이 넘치는 유방이었다. 그녀가 몸을 비틀자 당정은 그녀의 젖꼭지를 비틀었다.
"아~~"
그녀는 자지러지며 다리가 풀리면서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당정이 팔로 그녀의 상체를 받쳤다.
그녀를 앞으로 밀자 그녀는 쓰러지듯이 앞에 있는 선반을 손으로 짚었다.
치마가 걷혀 올라가고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에서 마지막 보루인 속곳을 밑으로 내리었다. 그녀의 아랫도리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었다.
"아... 안돼.....!"
그녀는 허리를 구부린 체 엉덩이를 뒤로 빼고 속곳까지 벗기어져 나체가 되자 거부의 소리를 하나 그 목소리는 이미 힘이 없는 미약한 소리였다. 뒤에서 남자가 바지를 벗고 강한 힘으로 엉덩이를 잡더니 가랑이 밑에 옥문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헉!"
등골을 시리게 하는 전율!
아랫도리에서 철철 흐르는 음액을 느끼며 그녀는 신음을 질렀다. 고개를 숙이자 자신의 새하얀 두 다리가 벌어진 체, 하얀 속곳이 발목에 걸려있다. 그리고 자신의 새하얀 옥주(玉柱) 뒤에 털이 무성한 갈색의 남자 다리가 붙어있다.
"으음..."
그녀는 그 순간에 자신의 옥문 속으로 남자의 성기가 거칠게 밀려들어오는 것을 느끼었다.
"아아아아아아...."
그 힘은 너무나 강하고 충격적인 힘이었다.
자신의 의지로서는 항거할 수 없는 절대적인 힘!
순식간에 사내의 성기가 몸 안쪽 깊숙이 자궁까지 와 닿으며 사내의 배와 허벅지가 자신의 엉덩이에 와 닿는 것을 느끼었다.
"음... 아... 몰라..."
그녀는 충만감을 느끼었다. 그 느낌은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강렬한 것이었다.
그녀는 이 순간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아... 이런 느낌이... 이런 감각이....)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지만 몸 속에 들어온 사내의 성기에 흐르는 혈액 움직임 하나하나 느낄 수 있었다.
당정이 깊이 넣었던 성기를 빼내자 그녀는 안타깝게 소리치며 애원했다.
"아아... 빼지 말아요."
성기가 빠져나가는 상실감에 그녀가 애원하자 사내는 곧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고 그녀를 두 동강낼 것 같은 강렬한 힘으로 비궁 깊숙이 들어와서 자리잡았다.
"아아...."
그녀는 신음했고 환희했다.
욕실 바닥에 엎드려 사내가 엉덩이 뒤에서 남근으로 동굴을 쑤시며 본격적으로 방아질을 했다.
땀에 젖은 엉덩이와 사내의 배가 부딪히며 민망한 소음이 욕실을 가득이 채웠다.
"아아아... 좋아요."
그녀의 의식은 끝이 없는 쾌락의 수렁속으로 한없이 한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황홀한 정사는 한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동생! 동생 있는가?"
임미령의 몸이 벼락을 맞은 듯이 부르르 떨리었다.
구숙정이었다.
임미령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었다.
"아... 나, 난.... 아아..."
임미령은 너무 놀라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그냥 엎드린 체 어쩔 줄 몰라했다.
"어.. 어떻하면 좋아?"
당정이 그녀의 몸에서 성기를 빼어내자 임미령은 후둘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일어나서 허겁지겁 옷을 입었다.
밖에서 구숙정이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리어왔다.
"동생...! 누구와 같이 있는 게야...?"
임미령은 머리를 만진 후에 욕실 문을 열고 황급히 나왔다.
"네... 마님."
"무얼했길래 지금 나오시나? 어디 안 좋은 데라도 있는겐가?"
"네... 저기 욕실에 좀 있느라고..."
"아까 자네가 부탁한 것은 저녁경에 취의청에서 회의가 있을 게야. 가주님이 주관하시니 그때 알 수 있을 테지. 그것을 알려주려 왔네."
구숙정이 차가운 얼굴로 말하자 임미령은 살짝 고개를 숙여서 사의를 표했다.
"통보만 해주어도 될 것을... 이리 직접 알려주시니 송구하기만 합니다."
"내 이 정도야, 못해주겠나. 그래, 민아가 왔다고?"
"예. 지금 수아와 같이 있는 것으로 알고있어요."
임미령의 상기된 얼굴을 바라보며 구숙정의 눈길은 점차로 임미령의 몸을 훑어나갔다. 임미령은 그녀가 자신의 몸을 살피는 듯 하자 더욱 당황하였다.
"내 잠깐 씻고 가겠네."
구숙정은 욕실 쪽으로 걸어갔다.
(하악...!)
임미령은 그 순간 핏기가 가셔 창백한 얼굴로 속으로 절망의 소리를 질렀다.
구숙정의 눈이 의미심장하게 빛나며 욕실문을 열고 들어섰다. 임미령은 따라 들어가지도 못하고 욕실문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절망의 탄식만을 할 뿐이었다.
욕실안은 휭그렁하니 인적하나 없이 조용하기만 하였다. 구숙정의 날카로운 눈이 구석구석을 훑었으나 별다른 이상이 없자 간단하게 손을 씻고는 밖을 나왔다.
구숙정은 거실을 왔다갔다하는 임미령을 보며 말했다.
"날씨가 추워지는데 몸 보중 하시게."
구숙정의 말에 임미령은 이마에 솟은 땀을 닦으며 구숙정의 어깨 넘어로 열린 문으로 욕실안을 확인하였다.
"그래? 별일은 없었던 거지?"
"그.. 그럼요."
구숙정이 풀리지 않는 의문을 안고 나서자 임미령은 따라 나가면서 말한다.
"조심해서 가세요."
구숙정의 몸이 멀어지자 임미령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후~"
십리정(十里亭).
초겨울의 한파가 매섭게 몰아치고 있었다. 밖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모두들 두건을 내려 두 눈만 남기고 온통 칭칭 동여매고도 한기를 느끼는 듯 몸을 움츠리고 동동거리며 잰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실내에는 커다란 구리난로가 놓여져 있고 그 안에는 연기가 밖으로 새지 않게 수탄(獸炭)이 들어있어 안은 마치 한 여름처럼 후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다섯 명의 장한이 웃통을 풀어 제키고 가슴의 검은 털을 드러내놓은 채로 마주보고 앉아서 마작에 정신이 쏠려 있었다.
난로 위에서 뜨거운 물을 덥히고 있던 늙은이가 장한들을 쳐다보며 말을 했다.
"뜨거운 차를 준비할 테니 밖에서 추위에 떨던 보초들이 오면은 속 좀 녹이게 하라고."
늙은이가 말을 하나 장한들은 놀음에 빠져 대꾸도 없고, 늙은이는 그런 장한들을 쳐다보며 혀를 끌끌찼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경계병 한 명이 밖의 매서운 찬 기운을 몰고 안으로 들어섰다. 두 눈만 나온채로 온몸을 피풍으로 둘러싼 모습이었다.
놀음을 하던 장한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투덜대었다.
"아직 교대할 시간도 아닌데 왜 벌써 들어와. 젠장 얼른 문이라도 닫으라고."
웃통을 벗은 장한이 한기를 느끼는 듯이 들어온 사람에게 핀잔을 주었다.
들어온 사내는 문을 닫고는 춥다는 듯이 난로 옆으로 다가와 두 손을 내밀어 얼은 손을 녹이었다. 그것을 본 늙은이가 또 참견을 한다.
"두건이라도 벗고 뜨거운 차로 속을 풀라고."
사내는 낡아빠진 찻잔을 들고는 다른 손으로 주전자의 뚜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가득이 담긴 물이 부글부글 끊고 있었다.
사내가 주전자를 들더니 돌연, 마작에 열중해 있는 사내들에게 뿌렸다. 뜨거운 물을 뒤집어쓴 장한들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펄쩍 뛰어올랐다.
"이크!"
"아앗!"
뜨거운 물에 데인 살갗이 벌겋게 변하고 뜨거움에 참지 못하고 손바닥으로 부빈 부위의 살이 밀리면서 벌건 속살이 드러났다.
"아아앗!"
정신없이 날뛰는 장한들에게 물을 쏟아 부운 사내의 피풍이 쳐들리면서 검은색 묵영들이 뻗어나갔다. 짧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등에 쭈뼛해지는 소리가 날카롭게 귀청을 두둘겼다.
탁! 탁! 퍽! 퍽!
"피해랏."
무언가 틀어박히는 소리, 비명 소리에 실내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장한들이 벌떡 일어나 무의식중에도 검을 찾아 뽑아들고 단전과 요혈들을 가리었다. 허나 대부분의 장한들은 몸에 한 두 개씩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곳에서 이내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훈훈했던 실내에 자욱이 피내음이 흐르고 마치 욕지기를 할 것만 같은 매스꺼움이 치밀어 올랐다.
암기를 뿌린 사내의 몸이 떠오르며 장한들을 짓쳐 들어갔다. 이어 문이 꽈당 쓰러지며 사내들이 밀려 들어왔다.
느닷없는 기습으로 요혈이 뚫린 장한들은 저항조차 못하고 쓰러졌으나 한 장한은 꿋꿋이 서서 짓쳐 들어오는 사내의 수영(手影)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 장한의 요혈에도 이미 손가락 크기만한 비도가 반정도 파고 들어가 있었다.
미처 기공(氣功)을 끌어올리지 못했으리라.
마지막 저항을 하는 장한의 뒤에 또 다른 사내가 접근을 하더니 들고 있는 봉으로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장한의 머리를 내리쳤다. 흡사 북을 치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내리치는 사내의 얼굴로 피가 뿌려졌다. 장한의 입에서 선지피가 덩어리체 울컥 울컥 넘어왔다.
피를 쏟으며 간신히 고개를 돌린 장한의 눈에 피를 흠뻑 뒤집어 쓴체 인상을 쓰는 악귀가 철로 된 봉을 내려치고 있었다.
그 날 흑사회의 분타 대부분이 정체 모를 괴한들에게 습격을 받았다. 이로써 흑사회의 대외 활동은 완전히 중단되는 회생불능의 피해를 입었다.
흉수들은 주로 암기를 썼다. 사천 지역에서 암기를 쓰는 괴한들이라...
명문 정파임에도 불구하고 그 폐쇄성으로 강호에 음습(陰濕)하고 상대못할 상대로 낙인되어 경원시했던 당문이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용트림을 했다. 그리고 그 사건은 당가에 숨어있던 한 이물(異物)이 세상 사람에 선보이는 계기가 되었다.
* * *
당문.
천기문(天機閣)이 열리고 천기각 내에 있던 무기와 장비가 지급되었다. 정보를 취급하는 암사각(暗事閣)에는 수많은 비둘기가 날아올랐고 요원들이 밤의 어둠을 틈타 사방으로 ?어졌다.
세가의 경계가 강화되었고 정문으로 통하는 관도를 제외한 전 지역은 기관과 절진이 발동되었다.
수뇌들은 연일 모여서 대책회의가 벌어지고 있었고 종남파로 파견된 밀정으로부터 속속 들어온 정보를 분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목에 종남파의 도인들이 하산을 하고 속가제자로 구성된 인물들의 심상치 않은 이동이 포착되었다.
종남파가 움직인 것이다.
* * *
위엄이 넘치는 당당한 풍모의 중년인과 사내다우면서도 영준한 외모의 청년이 마주 앉아있었다.
용모가 비슷한 것이 누가 보아도 그들이 한 핏줄임을 알 수 있었다.
당패와 당종.
가주와 소가주가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다.
"아버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혼약이라니요?"
전투에 선발대로 나아간 인원과 그 지원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고자 부친을 찾은 당종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반문하자 당패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말 그대로다. 사실 너의 나이를 생각하면 조금 늦은 감이 있지 않느냐?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당종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하지만 종남파와의 분쟁이..."
당종의 말에 당패는 안색을 침중히 굳혔다.
"그래, 나도 잘 알고 있단다. 그래서 에비는 당잔의 복수가 끝나는 대로 너의 혼인을 추진할 계획이다."
"분쟁이 끝난 이후에 저의 혼인을?"
당패는 고개를 끄덕이며 굳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종아야, 너를 생각하는 나의 마음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그러니 이번 분쟁에서 너무 다치거나 죽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거라."
"하하! 아버님은 저를 아직도 어린아이로 보시는군요."
당종은 부친의 걱정에 웃으며 말했다.
"걱정마십시오. 저도 당가의 소가주에 걸맞게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허! 너무 자만하지 말거라! 아무튼 너와...아니 너는 당가의 미래를 짊어진 몸이다. 혼인 문제도 막중한 것이니 일찌감치 염두에 두고 있거라."
당종은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더니 곧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아버님, 혼인 문제에 대해서는 좀더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소자는 아직 혼인에 대해 생각해본 바가 없으며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종의 말 대로 지금까지 당종은 정식으로 혼인을 한다는 사실이 약간 꺼려졌다.
물론 당종이 여인을 전혀 모르는 거나 두려워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당종은 종종 기루에 출입하여 기녀를 가지고 당가의 아리따운 시비 몇몇을 여러차례 범하기도 했다.
사실 당종은 혼인을 한다는 것이 여러모로 귀찮고 복잡할 것만 같았던 것이다.
물론 언젠가 하긴 해야겠지만 최대한 미루고 싶은 것이 당종의 심정이었다.
당종의 그런 속내를 까맣게 모른 채 당패는 유쾌한 듯 웃었다.
"하하하, 설마 강압적으로 혼인을 진행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냐? 걱정 말거라. 아직 진행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몇몇 곳을 생각해두고는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너의 의지가 아니겠느냐?"
당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부친이 억지로 혼인을 추진시킨다면 아무리 당종이 필사적으로 반대를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아버지가 자신의 의지를 존중해주어서 천만다행이었다.
"그 말씀 그대로입니다."
당패는 아들을 바라보며 흥미롭다는 얼굴로 물었다.
"흐음, 혹시 이미 장래를 약속한 여인이 있느냐?"
당종은 깜짝 놀라며 강하게 부정했다.
"아...아닙니다. 저는 단지..."
"하하하하! 그저 해본 말이다. 있으면 좋았을 것을...참으로 아쉽구나!"
당패는 웃음을 터뜨리며 부드러운 눈길로 아들을 바라볼 때였다.
돌연 방문이 열리고 차갑고 매서운 미부인의 얼굴이 나타났다.
날카롭지만 대단히 아름다운 중년미부.
당가의 안주인인 구숙정이었다.
홍색 궁장에 감싸인 그녀의 몸매는 가히 우아함과 완숙미의 극치였으며 매혹적인 모습이었다.
"흥! 내가 배 아파 낳은 자식의 혼인 문제를 나에게 알리지도 않고 멋대로 하고 있는 건가요?"
구숙정의 옥용은 싸늘하게 굳어 한기를 풀풀 날리고 있었다.
항시 자신에게 엄한 모친이 갑자기 나타나자 당종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어머님!"
갑작스러운 구숙정의 등장에 잠시 난감해하던 당패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부인, 종아의 혼인 문제는 나중에 그대에게도 알려줄 생각이었소."
구숙정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나중에...라고요? 호호, 당신 그게 정말인가요?"
"부인...나를 못 믿는 것이오? 후우, 당정과 두응향 문제도 그렇고 그저 나를 믿어주면 안 되겠소?"
당패로서는 나날이 불화가 심해지는 구숙정과 어떻게든 화해하고 부부관계를 호전시켜보기 위해 꺼낸 말이었지만 그 말이 더욱 그녀의 마음을 분노케했다.
당패는 여인의 질투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고 그만 두응향을 거론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그 말을 들은 구숙정의 눈이 한층 더 가늘고 날카로워졌다. 당패를 노려보는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어딘가 광기로 빛나는 것 같았다.
"흥, 부자지간에 바쁜 모양인데 제가 방해했군요! 이만 물러가지요!"
차갑게 일갈한 구숙정은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나갔다.
구숙정이 사라지고 당종과 당패만 남은 방안은 싸늘한 분위기와 함께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당종은 어쩔 줄 몰라하며 부친의 눈치를 살폈고 당패는 피곤한 기색으로 두 눈을 감았다.
당종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차분하게 말했다.
"아버님! 소자는 어머님이 얼마나 아버님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어머님은 지금 분명 아버님이 영영 자신을 외면하는 것이 아닌가에 두려워하시어 저렇게..."
"이제 물러가도록 해라."
당패는 굳은 표정으로 외쳤고 당종은 얼른 입을 다물었다.
당종에게 부친의 존재는 가히 하늘, 어찌 반항할 생각이나 할수 있겠는가. 당종은 공손히 예를 취한 후 방에서 물러나올 수 밖에 없었다.
복도를 걸어가는 당종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소가주가 조금 전 부친과 모친의 다툼을 생각할 때였다. 순간 냉랭한 여인의 음성이 당종의 등 뒤에서 터져 나왔다.
"흥! 꽤나 늦었구나."
당종은 흠칫 놀라며 얼른 목소리가 들려 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당종의 얼굴은 은근한 두려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어...어머님!"
뛰어난 미모에 굴곡이 뚜렷한 풍염한 몸매를 소유하고 있는 사십대 중반의 중년미부, 구숙정이 오만하게 서있었다.
당종을 응시하는 구숙정의 눈매는 매우 날카로웠고 그녀의 전신에서는 모든 것을 얼려 버릴 듯한 냉기(冷氣)가 흐르는 듯 했다.
당종은 모친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무슨 중대한 일이라도...”
그러자 구숙정의 입가로 냉혹한 미소가 피어 오르더니 차갑게 소리쳤다.
"종아야!”
"예, 어머님!”
"너의 혼인은 내가 독자적으로 알아보고 결정할 것이다! 혼처(婚處) 또한 그러할 것이니 그렇게 알고 있거라!”
당종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예?”
"귀가 먹었느냐? 흥, 아들의 혼사는 마땅히 이 애미가 맡아 결정해야지!”
당종은 속으로 한숨이 나왔다. 당종이 생각하기에 지금 모친은 단순히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에 자신의 혼인을 알아서 하겠노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주저하던 당종은 난감하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이미 아버님이 저의 혼인에 대해...”
당종이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구숙정의 붉은 입술 사이로 천둥과도 같은 호통이 터져나왔다.
"고얀 것! 니 애비는 중요하고 나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냐? 당가의 안주인이 누구더냐?"
이를 바득 가는 구숙정의 눈에서 새파란 독기가 내뻗혔다.
모친의 분노 어린 목소리와 보는 것만으로도 오싹한 차가운 시선을 마주한 당종은 잔뜩 긴장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원래대로라면 그저 입을 다물고 모친의 결정에 고개를 끄덕여야 마땅했지만 당종은 그럴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당종은 어떻게든 구숙정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이대로 어머님의 뜻대로 놔뒀다가는 최악의 경우 당패가 가주로써의 권한과 권위를 훼손받았다고 여기며 폭발할지도 몰랐다.
"어머님, 비록 혼인 문제이긴 하나 그러한 일로 아버님과 어머님이 서로 대립하게 된다면 시끄러워질 것입니다. 거기에 아버님에게 말했다시피 소자의 혼인 문제는 서두를 일이 아니...”
싸늘함이 감도는 구숙정의 아름다운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언제나처럼 자신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 생각한 당종의 예상 밖 모습에 구숙정의 눈꼬리가 한층 더 위로 치켜올라가며 섬뜩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의 차가운 음성이 주변을 날카롭게 찢었다.
"시끄럽다! 네가 이 어미의 말을 거스를 셈이냐?”
당종이 허둥대며 세차게 고개를 내젓고는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
"아, 아닙니다! 소자가 어찌 감히...”
머리를 조아린 당종의 이마에 굵은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런 아들을 내려다보는 구숙정의 얼굴은 냉랭하기만 했다.
얼마간 차갑고 날카로운 눈으로 당종을 내려다보던 구숙정의 입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 또한 나를 박대하는 것이냐? 감히! 내가 사천당가의 가모(家母)임을 결코 잊지 말거라!”
구숙정의 사나운 성품이 그대로 드러나는 앙칼친 외침에 당종은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소자가 어찌 한시라도 어머님의 은혜를 잊겠습니까?”
당종이 얼른 그렇게 말했지만 구숙정은 여전히 분노가 가시지 않은 듯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아들을 노려보았다.
"흥! 명심하거라! 너의 혼사는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니! 알겠느냐?”
"예, 어머님.”
당종은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문득 당종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자신의 혼사를 전적으로 어머님이 담당한다면 어쩌면 자신의 부인은 어머님처럼 도도하고 독살스러운 성정의 여인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만약 그렇다면 당종이 어머님 앞에서 고양이 앞의 쥐 신세였던 것처럼 꼼짝없이 부인에게 눌려 살아야 될 것이다.
"그만 물러가거라!”
어느새 안색이 창백해진 당종은 모친의 호통에 허둥지둥 쫓기듯 급히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구숙정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그녀는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이며 사천당가의 소가주인 당종의 혼인을 당가 내에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후후!"
구숙정의 붉은 입술로 터져 나온 지극히 차갑고 냉막한 웃음.
만약 그녀의 가문인 섬서구가(陝西邱家)가 큰 힘을 발휘하는 곳을 당종의 혼처로 정한다면 당가의 실권은 서서히 그녀에게 집중될 것이 분명했다.
(단순히 사천당가의 가모가 아니라...내가 당가의 뜻을 대변하게 될 것이다!)
구숙정의 두 눈은 야심(野心)에 찬 빛으로 번들거렸다.
* * *
처마가 마치 하늘을 찌를 듯이 휘어져 맵시를 내고 있었고 낭하(廊下)를 걷는 시비들은 마치 구름을 타고 걷듯이 소리 하나 없이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밖은 종남파와 무력충돌에 대한 열정으로 들떠 있는데 이곳 후원은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이 적막함과 평화스런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허나 수운각의 주인 임미령(任美翎)은 요즈음 깊은 수심에 잠기어 있었다. 해서 시비들도 주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언사를 극히 조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람이 처마를 스치며 지나가는 소리에 임미령은 귀를 기울였다. 밤은 점점 더 깊어만 가고 있었다.
경대 앞에 앉아서 임미령은 자신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삼단 같은 머리는 틀어 올리지 않고 붉은 천으로 한번 묶어서 등뒤에 늘어트리고 있어 앉아 있는 엉덩이 밑까지 늘어져있었다. 분을 바르지 않은 얼굴은 헬쓱해 보였으나 오히려 그 미모를 돋보이게 했다. 거기에 양 뺨은 낙조에 붉게 물들어 더욱 애처러워 보였다. 세간에 병미인(病美人)이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항우의 연인 우미인(虞美人) 우희(虞姬)가 가슴병으로 아미를 찡그리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모든 여인들이 인상을 쓰고 다녔다지 않는가.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요. 이렇게 쓸쓸한 밤에 당신은 어디에 계신가요.)
임미령은 십여 일전에 대원들을 이끌고 사지로 나간 남편 당력을 생각하니, 눈물이 절로 흘러내리었다. 아들 당잔을 잃은 후에 남편이 더욱 그리워지고 기대어지기만 하는 임미령이었다.
그때, 밖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임미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바람은 그새 그쳐있었다.
"거기, 민이냐?"
임미령이 화원 앞에 서있는 검은 그림자를 보고 말을 하자 그 인영은 임미령을 보며 말을 했다.
"저예요. 고모."
임미령의 조카 임민(任敏)이었다. 임미령이 아들을 잃고 상심에 잠기자 그 소식을 들은 임미령의 오빠 임가휘가 자신의 딸인 임민을 동생에게 위로차 보낸 것이다. 어려서부터 임미령을 잘 따르곤 했던 임민이었다. 그 덕에 당가에 자주 놀러와 당가의 사람들과도 누구나 할 것 없이 친근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 조카가 어느덧 이렇게 커서 완전한 숙녀가 되어있었다.
"밤바람이 찬데 왜 밖에 나와 있어. 얼른 들어가렴."
임미령이 걱정스레 말하자 임민은 걱정 말라는 듯이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으며 말을 했다.
"저는 괜찮아요. 고모님이나 어서 들어가 쉬세요."
"그래, 어서 들어가거라."
조카의 애교 섞인 붙임성 있는 말에 임미령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임민도 임미령에게 인사를 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임미령은 침실로 들어와 다시 경대 앞에 앉았다.
(여보, 당신이 없어 쓸쓸한데 그나마 민이가 많은 위안이 되는군요.)
임미령이 남편을 생각하며 상념에 잠겨있을 때, 밖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리어 왔다.
"조용히 들어와요."
좀 전에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던 임민이었다. 임미령은 침실 문으로 다가가 문틈으로 살짝 밖을 보았다.
임민의 뒤를 따라오던 청년이 임민에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었다.
"임매, 왜이리 조심스러워?"
"아이, 가가 고모님이 아직 안 주무시는 것 같아요. 빨리 들어오세요."
임민은 청년의 손을 잡아끌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섰다.
임미령은 청년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청년은 다름아닌 당정이 아닌가.
어려서부터 당가에 출입이 잦았던 임민이 따르던 당정이었다. 전에 당정은 쾌활했고 행동거지가 당당한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서 어린 임민이 특히 잘 따랐었다. 그러던 당정이 하루아침에 가주인 부친을 잃고 폐인이 되어 소주(少主)의 자리에서 축출되었다. 자신은 아들을 잃었다. 임미령은 그런 당정이 더욱 안쓰럽고 정이 갔다.
(정이가 지금은 저리되었지만 민이하고 짝이 되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지.)
임미령는 임민의 방으로 다정하게 들어서는 두 사람을 보며 다시 발길을 돌려 한 벌의 흑의를 꺼내들고는 경대앞에 앉았다.
남편이 즐겨 입던 옷이었다. 옷은 그냥 그 자리에 있건만 사람은 있지를 않았다.
임미령은 남편의 옷에 얼굴을 묻었다. 옷에서 마치 남편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이렇게나 당신이 보고 싶답니다. 아, 너무 힘들어...)
사랑하는 남편의 체취를 상기하며 임미령은 남편과 나누었던 감미로운 사랑을 떠올렸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임미령은 자신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하아... 하아..."
임미령은 침의를 벌리고 자신의 탄력있는 젖가슴을 더듬었다.
임미령의 상상 속에, 남편이 자신의 기다란 목을 혀를 핥으면서 젖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헉!"
육중한 남편의 몸 밑에 깔리어 신음하며 남편의 건장한 등을 끌어안자 남편의 투박하고 커다란 손이 사타구니 사이로 들어와 뜨겁게 애무하면서 젖어있는 옥문사이로 남근이 밀려들어왔다.
"하아... 하아..."
남편이 자신을 올라타고 땀을 흘리면서 헐떡이었다.
"아아... 아...."
임미령은 의자에 앉은 채 젖가슴을 애무하며 가랑이 사이에 손을 끼우고 허벅지를 조이면서 신음을 질렀다.
젖꼭지는 화가 날대로 나서 오똑하니 서 있었다. 임미령은 고개를 뒤로 잔뜩 젖히었다.
"헉! 하아... 하아..."
짧은 파동의 전율이 몸을 스쳐 지나면서 드러난 젖꼭지가 파르르 떨리었다. 입고있던 고의는 젖어서 미끌거렸다. 온몸이 화끈거리면서 땀이 흘러 온몸이 끈적거리는 것만 같았다.
"휴우~~"
나오는 한숨.
잠시 후, 임미령은 젖은 사타구니를 씻기 위해 침실을 나와서 욕실을 가려는데 조카인 임민의 방에서 두런거리는 말소리가 들리었다.
"아이, 가가 안돼요."
"임매, 왜 그래, 우린 곧 혼인할 사이잖아."
"고, 고모님이 듣는단 말예요. 아~ 몰라."
"임매 사랑해. 내 이제 임매 부모님도 만나 뵙고 승낙을 얻고 싶어... 가만히 있어."
실랑이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아이... 몰라요."
임민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리었다. 임미령은 자신도 모르게 임민의 방 앞으로 가서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흡!!)
방안에는 임민과 당정이 어느새 알몸으로 뒹굴고 있는데 당정이 임민의 알몸을 쓰다듬으면서 젖꼭지를 입으로 빨고있었다.
아래쪽에서 보는 임미령의 눈에 임민의 작은 연분홍빛 젖꼭지와 벌어진 가랑이 사이에 난 검은 수림은 물론 부드런 체모 사이에 벌어진 질구에서 흐르는 애액이 흐르는 것도 눈에 들어왔다.
임민의 몸 위에 엎드려 젖꼭지를 빨고있는 당정의 하물이 눈에 들어왔다. 장대하게 발기해서 꺼덕거리고 있는 성기는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있었다.
(으음.....)
임미령은 두눈을 크게 드고 홈쳐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마음과는 달리 눈길이 덜어지지 않았다.
처음으로 홈쳐보는 남녀의 정사.
알몸으로 엉키어 있는 적나라한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입이 벌어지고 좀 전의 여운이 남아있던 몸뚱아리가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누워있던 임민의 음부를 아래쪽에서 보자 길게 찢어진 질구는 임민이 아랫도리를 움직일 때마다 겹겹이 겹쳐진 속살이 이지러지는 것이 같은 여자인 임미령이 보아도 자극적이고 음란해 보였다.
더욱이 당정의 남근이 서서 덜렁거리며 앞 대가리에서 맑은 물이 고이는 모습은 임미령의 아랫도리를 후들거리게 했다.
임미령은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었으나 다리는 마치 사시나무 떨리듯 더욱 심하게 떨리었다.
임미령은 입에서 신음소리가 나올 것 같은 참을 수 없는 욕구에 옷자락을 깨물었다.
당정이 임민의 젖꼭지를 실컷 빨았는지 점차로 아래로 내려오더니 임미령이 예상한데로 임민의 벌어진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묻고는 혀를 내밀어서 쪽쪽 소리까지 내면서 빨았다.
"하으윽...."
임민의 붉은 입술이 벌어지고 달콤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고 간간이 머리를 들고 입가를 핥는 당정의 입가에는 턱까지 음액으로 젖어 번들거리었다.
(아흡!!)
임미령의 손은 어느새 침의를 걷어올리고 속곳사이로 들어가 후끈거리는 자신의 질구를 문지르면서 검지와 집게손가락으로 발기한 음핵을 살짝 살짝 건드리며 자위를 하고 있었다.
너무나 자극적인 장면에 뜨거워진 몸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다리가 덜덜 떨리어서 더 서있기도 힘이 들었다.
당정이 몸을 일으키더니 임민의 몸 위에 올라타고는 남근을 임민의 질구에 대고는 밀어 넣는 것이 보였다. 임민의 가랑이를 벌리고 질구속으로 자연스럽게 장대한 남근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아 그들은 벌써 이 짓을 한 경험이 많은 듯 했다.
"아아... 가가 아파요."
임민이 아픈 듯이 신음소리를 내며 당정의 몸을 힘껏 끌어당기었다.
(........)
사내의 남근이 여인의 옥문을 벌리고 서서히 그러나 막을 수 없는 강력한 힘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 임미령은 충격에 두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아아...."
"음..."
서로의 성기를 섞은 남녀의 입에서 환희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임민의 속살을 음미하던 당정이 서서히 율동을 시작했다. 당정이 몸을 위로 밀어올릴 때마다 임미령은 마치 자신의 자궁속으로 당정의 성기가 밀려들어오는 것만 같은 착각을 느끼며 손가락을 같이 밀어 넣었다.
임미령의 사타구니 사이에서도 질척이는 음란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남들이 하는 자극적인 정사장면을 보는 임미령의 두뇌는 마치 활동을 멈춘채 주체할 수 없는 욕정에 빠져들었다.
임민을 올라타고 방아질을 하던 당정이 돌연 성기를 여체에서 빼내었다. 임미령의 두 눈에 애액으로 젖은채 번들번들 빛나는 거대한 사내의 성기가 하나 가득 들어왔다. 임미령은 한 순간이라도 놓칠새라 두 눈을 부릎뜨고 마치 아쉬운 듯이 꺼떡거리는 성기를 주시했다.
(아아....)
당정이 가랑이를 활짝 벌리고 여인의 비소를 드러내놓고 있는 임민의 몸을 들어 엎드리게 했다.
임미령은 당정과 임민의 정사를 홈쳐보다가 도저히 더 이상 볼 수가 없어서 그만 욕실로 들어갔다.
"학학..."
그동안 참아왔던 거칠고 뜨거운 숨결이 터져 나왔다.
상의를 젖히자 팽팽하게 일어서 있는 젖가슴과 젖꼭지가 마치 용수철에 튕겨지듯이 나왔다. 하의를 내리자 풍만한 엉덩이가 드러나며 알몸이 되자 임미령은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용광로 같이 달아오른 몸에 들이부었다.
그런 임미령의 두 눈에는 아직도 당정과 임민의 음란스런 정사가 보이는 듯했다.
임민의 방은 여전히 뜨거운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아... 가가... 그, 그만... 제, 제발요."
임민은 벌써 몇 번의 절정이 지나갔는지 몰랐다. 몸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쾌락은 마치 해일처럼 일어나 몸 곳곳을 휩쓸고 지나갔다. 해일이 한번 두 번 세 번 몰아치고 임민은 이제 너무나 예민해진 몸에 가해지는 쾌락이 고통스러웠다.
임민은 힘없는 두 손을 들어올려 당정의 가슴에 대고 밀어내었다.
"......"
임민의 하소연에 당정은 욕심을 마저 채우지 못하고 불만족 스런 얼굴로 임민의 몸에서 떨어져 옆자리에 누웠다.
"하아... 하아..."
임민은 사지를 벌린체 뜨거운 숨을 몰아쉬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고 임민은 옆에 누어 있는 당정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아아... 가가 소첩은... 소첩은..."
임민이 미처 말을 잇지 못하고 씩씩거리고 있자 당정은 그런 임민의 작은 몸을 끌어당기자 임민은 담싹 당정의 품에 안긴다.
임민의 복부에 흥건히 젖은체 이직도 발기하고 있는 당정의 성기를 느끼고는 얼굴을 더욱 붉히면서 당정에게 속삭인다.
"아... 가가 소첩은 더 이상... 더 이상 하면 죽을것만 같아요."
임민은 자신의 엉덩이에 밑으로 마치 소피를 싸놓은 듯이 흥건이 젖어있는 요를 느끼며 부끄러움에 말을 잇지못한다.
"가가 사랑해요."
"임매 나도 임매만을 사랑해."
가슴에 묻은 임민의 머리를 끌어안으며 대꾸하는 당정의 두 눈은 마치, 깊디깊은 동굴 속에서 빛나는 등불처럼 요사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잠시 후, 벌어진 임민의 사타구니에 손을 넣고 흥건한 꽃잎을 희롱하던 당정이 일어서자 임민이 고개를 들어 당정을 쳐다보며 말했다.
"어딜 가세요?"
아직도 만족을 못하고 꺼덕거리는 남근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는 당정이 말했다.
"으응. 찬물이라도 끼얹어서 이놈 기를 죽여야 겠어."
꺼덕이는 남근을 보며 얼굴을 붉히며 임민이 말했다.
"아이. 가가 그렇게 벗고... 어떻게...."
"왜?"
"어머! 고모님 나오면 어떻하려고...?"
"지금이 얼마나 밤이 깊은줄 알아. 임매 숙모님은 벌써 주무실거야."
"그래도...."
임민의 우려를 등뒤로 흘리며 당정은 나체로 문을 열고 나가 대청 끝쪽에 있는 욕실문을 열었다.
"앗!"
한 여인이 알몸으로 서서 물을 끼얹고 있는데 바로 숙모인 임미령이었다.
여인은 당정을 보더니,
"끼아아악!"
놀라서 소리치다가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녀의 비명소리를 듣고 경비원들이 들어오면 서로 입장이 난처해지기 때문이었다.
"어엇! 죄송합니다."
당정이 말을 하며 재빨리 문을 닫고 연신 잘못을 빈다.
"죄송합니다. 주무시는 줄 알고 그만...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서둘러 임민의 방으로 도망쳐오자 임민이 핀잔을 주었다.
"소첩은 이제 어떻해요. 그러게 조심하라고 했는데...."
"할 수 없지. 아침에 크게 사죄하고 갈 테니 걱정 말아. 임매."
"어떻해. 난 몰라."
* * *
용정차의 그윽한 향기를 음미하며 구숙정(邱淑貞)은 입가에 찻잔을 대고 입술을 적시었다.
임미령은 시비가 준비해온 다과를 당가의 안주인 구숙정의 앞에 밀어놓으며 말했다.
"마님, 아직도 그이의 소식은 알 수가 없는지요?"
비록 동서지간이지만 구숙정은 어엿한 가주의 부인이었다. 호칭부터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동생, 너무 걱정 마시게 가주님이 어련이 알아서 했을 게야."
중년의 나이에도 마치 신혼인 것처럼 남편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임미령을 보며 구숙정은 혀를 끌끌 찼다.
"이렇게 정숙하고 오로지 서방님만을 위하는 자네가 있는데 무슨 일이 있을라구. 그만 마음을 편히 가지시게."
"하지만...."
"알았네. 알았어. 내 바로 가주를 뵙고 소식을 알아보지."
구숙정이 마지못해 옥체를 일으켜 나가자 임미령은 화원 앞까지 따라 나가 배웅을 한다.
"그럼, 형님 부탁드려요."
"알았네. 이만 들어가게나."
임미령이 고개 숙여 대답하자 구숙정은 사푼거리는 발걸음으로 가주가 있는 취의청으로 향했다.
임미령은 구숙정이 가고 나서 식은 차를 앞에 두고 시름에 잠겨있는데 부르는 소리가 났다.
(누구지?)
임미령은 대청으로 나가며 말했다.
"누구...? 당정이로구나."
당정이 서있는 것을 보자 임미령은 괜히 가슴이 덜컹했다. 임미령의 얼굴이 절로 붉어질 때 당정이 인사를 한다.
"숙모님, 편안 하신지요?"
"무, 무슨 일이지?"
"네. 임매가 보고 싶어서 왔나이다. 임매, 임매 낭군이 왔으니 어서 나와 보라구."
제멋대로인 당정을 쳐다보며 임미령의 가슴이 심하게 뛴다.
"지금 민아는 소연이에게 가있는데...."
"그럼, 숙모님 갈증이 나니 목이나 축이겠나이다. 설마 그 정도는 들어주시겠지요?"
당정이 말을 하자 임미령은 마지못해 옆으로 물러섰다. 당정은 고개를 까딱이면서 임미령을 지나쳐 욕실로 들어선다.
욕실에 들어선 당정은 피식 웃었다. 그런 그의 눈 깊은 곳에서 광기가 번뜩였다.
당정의 눈에 한쪽 구석에 놓인 바구니에 옷가지가 있는 것이 보였다. 다가가서 들은 옷은 여인의 속곳이었다. 어제 당황한 임미령이 미처 챙기지 못했으리라.
속곳을 들고 얼굴에 대고 냄새를 맡던 당정이 문득 소리쳤다.
"숙모님, 여기에 이것이 무어지요?"
욕실에 들어간 당정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임미령은 당정이 외치는 소리는 듣고 문득 자신의 실태를 느끼었다.
황급히 욕실안에 들어가 보니 당정이 자신의 속곳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임미령은 당정의 손에서 속곳을 나꿔체고 한쪽 구석에 놓인 속옷을 마저 집기 위해 허리를 숙이었다.
그때 허리를 펴던 임미령의 몸을 당정이 뒤에서 끌어안았다.
"에그머니!!"
그녀가 놀라 소리를 질렀으나 당정은 아랑곳 않고 임미령의 허리를 뒤에서 강한 힘으로 감싸안았다.
"이게 무슨 짓이야?"
"헤헤헤... 숙모 이 순간을 엄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당정은 음탕하게 말을 하며 임미령의 귀를 혀로 핥았다. 그녀의 몸이 마치 작살을 맞은 듯이 부르르 떨리었다.
귀속이 웅웅거리며 긴 혀가 귀속을 핥는 소리가 뇌리를 흔들었다. 하체가 후들거리었다.
"아, 안돼."
하지만 임미령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여자의 복종을 강요하는 사내의 강력한 힘.
"헉...! 이러지 마아... 허억..."
뒤에서 당정이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탱탱한 젖가슴이 이지러지면서 의지도 함께 힘없이 무너지며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 소리는 그녀가 사십년이 되도록 지켜왔던 정조가 무너지는 소리이기도 했다.
"헉! 민이가 알면 어쩌려고 이래?"
"헤헤... 이 순간만큼은 소질... 오직 숙모님만 원합니다."
당정은 말을 하며 그녀의 상의를 걷어올리고 드러난 젖가슴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며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녀는 거절할 힘이 없었다. 그가 쓰다듬는 젖가슴이 뜨거워지고 세포가 일일이 일어서서 환희했다.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그녀의 눈앞에 어제 밤, 당정과 임민의 정사모습이 스쳐 지나가며, 당정의 성기가 임민의 질구에 들어가 삽입하는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마치 그녀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로 들어오는 것만 같은...
당정이 그녀의 젖꼭지를 마음껏 희롱하며 하체를 걷어올렸다.
"이러면 안돼... 아아.... 제발~~"
아이를 낳은 그녀의 젖은 크고 팽팽하였으며 젖꼭지는 크고 굵었다. 허나 탄력이 넘치는 유방이었다. 그녀가 몸을 비틀자 당정은 그녀의 젖꼭지를 비틀었다.
"아~~"
그녀는 자지러지며 다리가 풀리면서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당정이 팔로 그녀의 상체를 받쳤다.
그녀를 앞으로 밀자 그녀는 쓰러지듯이 앞에 있는 선반을 손으로 짚었다.
치마가 걷혀 올라가고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에서 마지막 보루인 속곳을 밑으로 내리었다. 그녀의 아랫도리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었다.
"아... 안돼.....!"
그녀는 허리를 구부린 체 엉덩이를 뒤로 빼고 속곳까지 벗기어져 나체가 되자 거부의 소리를 하나 그 목소리는 이미 힘이 없는 미약한 소리였다. 뒤에서 남자가 바지를 벗고 강한 힘으로 엉덩이를 잡더니 가랑이 밑에 옥문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헉!"
등골을 시리게 하는 전율!
아랫도리에서 철철 흐르는 음액을 느끼며 그녀는 신음을 질렀다. 고개를 숙이자 자신의 새하얀 두 다리가 벌어진 체, 하얀 속곳이 발목에 걸려있다. 그리고 자신의 새하얀 옥주(玉柱) 뒤에 털이 무성한 갈색의 남자 다리가 붙어있다.
"으음..."
그녀는 그 순간에 자신의 옥문 속으로 남자의 성기가 거칠게 밀려들어오는 것을 느끼었다.
"아아아아아아...."
그 힘은 너무나 강하고 충격적인 힘이었다.
자신의 의지로서는 항거할 수 없는 절대적인 힘!
순식간에 사내의 성기가 몸 안쪽 깊숙이 자궁까지 와 닿으며 사내의 배와 허벅지가 자신의 엉덩이에 와 닿는 것을 느끼었다.
"음... 아... 몰라..."
그녀는 충만감을 느끼었다. 그 느낌은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강렬한 것이었다.
그녀는 이 순간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아... 이런 느낌이... 이런 감각이....)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지만 몸 속에 들어온 사내의 성기에 흐르는 혈액 움직임 하나하나 느낄 수 있었다.
당정이 깊이 넣었던 성기를 빼내자 그녀는 안타깝게 소리치며 애원했다.
"아아... 빼지 말아요."
성기가 빠져나가는 상실감에 그녀가 애원하자 사내는 곧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고 그녀를 두 동강낼 것 같은 강렬한 힘으로 비궁 깊숙이 들어와서 자리잡았다.
"아아...."
그녀는 신음했고 환희했다.
욕실 바닥에 엎드려 사내가 엉덩이 뒤에서 남근으로 동굴을 쑤시며 본격적으로 방아질을 했다.
땀에 젖은 엉덩이와 사내의 배가 부딪히며 민망한 소음이 욕실을 가득이 채웠다.
"아아아... 좋아요."
그녀의 의식은 끝이 없는 쾌락의 수렁속으로 한없이 한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황홀한 정사는 한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동생! 동생 있는가?"
임미령의 몸이 벼락을 맞은 듯이 부르르 떨리었다.
구숙정이었다.
임미령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었다.
"아... 나, 난.... 아아..."
임미령은 너무 놀라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그냥 엎드린 체 어쩔 줄 몰라했다.
"어.. 어떻하면 좋아?"
당정이 그녀의 몸에서 성기를 빼어내자 임미령은 후둘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일어나서 허겁지겁 옷을 입었다.
밖에서 구숙정이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리어왔다.
"동생...! 누구와 같이 있는 게야...?"
임미령은 머리를 만진 후에 욕실 문을 열고 황급히 나왔다.
"네... 마님."
"무얼했길래 지금 나오시나? 어디 안 좋은 데라도 있는겐가?"
"네... 저기 욕실에 좀 있느라고..."
"아까 자네가 부탁한 것은 저녁경에 취의청에서 회의가 있을 게야. 가주님이 주관하시니 그때 알 수 있을 테지. 그것을 알려주려 왔네."
구숙정이 차가운 얼굴로 말하자 임미령은 살짝 고개를 숙여서 사의를 표했다.
"통보만 해주어도 될 것을... 이리 직접 알려주시니 송구하기만 합니다."
"내 이 정도야, 못해주겠나. 그래, 민아가 왔다고?"
"예. 지금 수아와 같이 있는 것으로 알고있어요."
임미령의 상기된 얼굴을 바라보며 구숙정의 눈길은 점차로 임미령의 몸을 훑어나갔다. 임미령은 그녀가 자신의 몸을 살피는 듯 하자 더욱 당황하였다.
"내 잠깐 씻고 가겠네."
구숙정은 욕실 쪽으로 걸어갔다.
(하악...!)
임미령은 그 순간 핏기가 가셔 창백한 얼굴로 속으로 절망의 소리를 질렀다.
구숙정의 눈이 의미심장하게 빛나며 욕실문을 열고 들어섰다. 임미령은 따라 들어가지도 못하고 욕실문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절망의 탄식만을 할 뿐이었다.
욕실안은 휭그렁하니 인적하나 없이 조용하기만 하였다. 구숙정의 날카로운 눈이 구석구석을 훑었으나 별다른 이상이 없자 간단하게 손을 씻고는 밖을 나왔다.
구숙정은 거실을 왔다갔다하는 임미령을 보며 말했다.
"날씨가 추워지는데 몸 보중 하시게."
구숙정의 말에 임미령은 이마에 솟은 땀을 닦으며 구숙정의 어깨 넘어로 열린 문으로 욕실안을 확인하였다.
"그래? 별일은 없었던 거지?"
"그.. 그럼요."
구숙정이 풀리지 않는 의문을 안고 나서자 임미령은 따라 나가면서 말한다.
"조심해서 가세요."
구숙정의 몸이 멀어지자 임미령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후~"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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