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꿈꾸는 늑대 120부
강화도에 있던 원로는 무석의 전화를 받고 원로들이 걱정이 되어 자리에 앉아있지 못하고 콘도를 빠져나와 콘도 입구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가 한참 고민하고 있는데 멀리서 중년의 미부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이들은 바로 전대사군자로 일천화랑의 훈련을 전담하고 있는 여인들이다. 그녀들은 원로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원로에게 달려왔다.
“안녕하세요. 이곳에서 뭐하세요.”
“사군자들이군요. 잘 주무셨어요.”
“예~ 오랜만에 산을 벗어나 집다운 집에서 자고 일어나니 상쾌하네요. 그런데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요? 안색이 안 좋게 보여요?”
“휴...............조직에 문제가 생긴 모양입니다.”
“예? 조직에 문제가 생겨요. 무슨 문제죠?”
“쩝~ 천랑파 놈들이 원로원을 급습해서 원로들 모두를 잡아갔다고 하네요.”
“예? 원로님들이 납치를 당했다는 말씀이세요. 아니 천랑파 놈들이 어떻게 원로원의 위치를 알고 원로님들을 납치하죠. 그리고 원예는 뭐하고 있었데요?”
“휴~ 아무래도 사군자님께는 사실대로 말씀드려야겠군요. 사군자님들도 전설의 사나이를 기억하시죠. 그 악마 같은 놈 말입니다.”
“당연히 기억하죠. 씹어 먹어도 분이 풀리지 않을 놈인데........어떻게 잊겠어요.”
“또 전대 원예가 갑자기 실종된 사건도 알고 계시죠.”
“그럼요. 기억하죠.”
“그때 원예가 그놈과 눈이 맞아서 도망쳤고 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 지금의 원예와 천랑파의 수장으로 있는 수혼이란 녀석입니다. 이건 대사부가 자신의 입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서.........설마..........원예님이 우릴 배신하고 그놈과 눈이 맞았다는.........말도 안돼.”
“믿어지지 않죠. 아니 믿고 싶지 않겠죠. 하지만 진실입니다. 지금 대사부와 원예는 우린 배신하고 천랑파 놈들에게 붙었어요. 자기들 오빠, 손자에게 붙은 거죠. 안 그러면 어떻게 천랑이란 놈이 원로원의 위치를 알고 기습을 했겠어요.”
“대사부님이 어떤 분인데 조직을 배신해요. 또 원예의 아버지가 전설의 사나이라니 그런 말도 안돼는 말이 어디 있어요. 혹시........그것 때문에 우릴 이곳으로.........”
“예! 제가 사군자님들과 일천화랑을 이곳으로 모신 것도 따지고 보면 대사부와 원예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군자님들과 일천화랑을 대사부와 원예가 우리보다 먼저 다른 곳으로 빼돌릴까 걱정됐기 때문이죠.”
“믿을 수가 없어요. 우리가 직접 확인해 보겠어요. 전대원예님이 우릴 배신했고 이젠 현재의 원예와 대사부까지 우릴 배신했다니.........아닐 겁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조직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믿기 힘들겠죠. 그럼 직접 확인해 보세요. 대신 화랑들에게는 비밀로 해주세요. 그들은 과거의 은원관계에 대해 모르지 않습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화랑들에게 미리 알려서 좋을 것이 없죠. 그런데 이걸 어떻게 확인한다. 원예와 대사부가 지금 어디 있죠.”
“일산에 있는 천랑파 본진에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곳에 가면 법암이란 놈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옛날 전설의 사나이라는 놈이 중이 되서 그들과 함께 있어요.”
“당장 우리가 가서 확인해봐야겠어요. 대사부가 우릴 배신했다니........말도 안돼.”
“참착하세요. 모두 가시겠다는 말은 아니죠.”
그때 멀리서 자동차한대가 콘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차에는 일산을 출발한 대사부와 수영일행이 타고 있었다. 그들 중에서 대사부가 콘도입구에 있는 전대사군자를 발견하고 먼저 문을 박차고 내리려했다. 그때 수영이 대사부의 손을 잡았다.
“할머니 잠깐만 기다려보세요. 저기 사군자와 함께 있는 사람이 남원로 아닙니까?”
“그렇군. 남원로라면 사군자와 친분이 두텁지. 저놈이 일천화랑을 이곳으로 빼돌린 모양이네. 당장 내려가서 저놈의 대가리를 박살내 버려야 속이 시원하겠어.”
“신중해야합니다. 우리가 본 것은 전대사군자와 남원로 뿐입니다. 일단 일천화랑들이 이곳에 모두 있는지부터 확인해야합니다.”
“그럴 필요 있겠어. 남장로부터 박살내버리고 사군자에게 직접 물어보면 돼. 차 세워”
대사부는 성격이 급한 편이고 고집이 있는 여자다. 수영도 할머니가 고집을 부리니 어쩔 수 없이 차를 세우라고 했다. 차가 주차장에 멈추고 대사부와 원예 그리고 사군자가 차에서 내린다. 그들은 바로 전대사군자가 있는 곳으로 갔다. 전대 사군자와 이야기하고 있던 남원로가 먼저 수영과 대사부를 발견했다.
“저런........저것들이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왔지.”
“누군데 그래요.”
전대사군자도 남원로가 보는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원예와 대사부를 비롯하여 현재의 사군자 중 매(梅)를 제외한 나머지 사군자가 자신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빨리 일천화랑에게 연락해서 저들을 잡아야합니다. 아니다. 내가 다녀오죠.”
남장로는 누가 말릴 사이도 없이 건물 안으로 달려갔다. 수영은 남장로를 잡아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앞으로 달려가는데 전대사군자 중 매(梅)가 수영의 앞을 막았다.
“원예님 안녕하세요. 어디 그리 급히 가시죠.”
“비키세요. 남장로를 잡아야합니다.”
“먼저 저희와 대화 좀 하시죠.”
“수영아 물러나라. 우리끼리 싸울 수는 없지 않느냐.”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대사부님.........우리가 이곳에 있는지 용케도 알아내셨네요.”
대사부와 수영은 뭐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전대사군자의 말과 행동이 어딘가 이상했다. 너무 뻣뻣하지 않는가? 옛날 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전대사군자들은 대사부와 수영이 말없이 자신들만 바라보고 있자 사군자중 한명이 입을 열었다.
“조금 전에 남원로에게 믿지 못할 이야기를 들었어요. 대사부와 원예가 우릴 배신하고 천랑파에 붙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그........그건 사정이 있었어요. 먼저 배신한 것은 장로원입니다.”
사군자는 원예의 말을 무시하고 대사부를 바라보며 다시 물어본다.
“전설의 사나이가 원예의 아버지가 맞아요. 그리고 천랑파의 천랑이란 놈과 남매사이가 맞아요. 대사부님 대답해 보세요.”
“그건 사실이지만 우리가 조직을 배신한 것이 아닙니다. 원로원과 무석이가 우릴 먼저 배신했어요.”
“수영아 그만해라. 음~ 그놈이 모두 이야기할 모양이구나................숨기려하지 않겠다. 사실이다.”
“그.........그럴 수가........전대 원예님이 우릴 배신했고 이젠 원예와 대사부님까지 우릴 배신했단 말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우리가 조직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 원로원과 무석이놈이 우릴 배신한 겁니다.”
원예는 답답하다는 듯이 거듭해서 원로원과 무석이가 먼저 자신들을 배신했다고 해명하지만 전대사군자의 귀에는 원예의 말이 들어오지 않았다. 너무나 충격적인 사실에 멍청해진 모양이다. 그때 건물에서 50여명이 한번에 몰려나왔다. 그들의 손에는 모두 검을 들고 있었다. 바로 남장로가 화랑들을 이끌고 나온 것이다.
“대사부와 원예를 포박해. 어서........”
화랑들은 적(敵)이 공격해 왔다는 소리에 정신없이 밖으로 뛰어나왔는데 적(敵)이라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모시는 대사부와 원예일행이란 사실에 공격을 망설이고 있었다.
“사군자님 일단 저들을 잡아놓고 이야기해도 늦지 않아요. 화랑들에게 빨리 저들을 포박하고 하세요. 어서요.”
사군자은 남원로의 말에 조금은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맞아 일단 잡아놓고 천천히 사연을 들어보도록 하자.”
“우리끼리 싸우면 안 됩니다. 사군자님 먼저 우리들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원예는 안타까운 듯이 전대사군자에게 말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의 결정을 한 사군자의 귀에 원예의 이야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들의 생각도 남장로의 생각과 같았기 때문이다. 일단 대사부 일행을 잡아놓고 천천히 사연을 들어봐도 늦지 않을 것이다.
“모두 포박해. 반항하면 죽이지만 말고 공격해.”
화랑들은 사군자의 명령이 떨어지자 대사부와 원해일행 주위를 포위했다. 대사부와 수영일행은 입장이 난처했다.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은가? 먼저 자신들을 배신하고 궁지에 몰아넣은 사람들은 원로원과 무석이다. 그런데 전대사군자는 단편적인 사실만 듣고 자신들의 말을 들으려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순순히 이들에게 잡힌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화랑들과 원예일행이 서로공격하지 못하고 대치하는 사이 건물에서 다른 화랑들이 몰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화랑들의 숫자는 많아질 것이다. 그때 자동차 한대가 화랑들에게 달려왔다. 화랑들은 갑자기 달려든 자동차를 피해 포위망을 풀었다. 자동차는 원예일행이 있는 곳까지 와서 멈추더니 법암이 차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모두 피해. 어서.”
“아버지..........안 돼요. 우리가 피하면 오해만 깊어져요.”
“나도 쭉 지켜보았어. 지금 저들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해. 일단은 피해야 해. 어서..........”
전대사군자도 달려오던 자동차를 보았고 차장 밖으로 고개를 내민 사람의 얼굴도 보았다. 그녀들의 눈에 20년 전 자신들의 동료를 무참히 베어 넘긴 원수의 얼굴이 보였다.
“저놈부터 잡아. 아니다. 내가 간다.”
전대사군자 중 매가 옆에 있던 화랑에게 검을 빼앗아 하늘높이 솟아오른다. 그녀는 하늘에서 떨어지며 검으로 법암의 머리를 베어왔다.
“악~ 아버지 위험해요.”
원예의 외침에 법암은 고개를 안으로 집어넣고 검은 아슬아슬하게 법암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법암은 일이 틀렸다고 보고 차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와 검을 든다. 법암은 혹시라도 일이 잘못될 걸 대비해 이곳에 출발하기 전에 검을 준비했었다. 기사는 화랑들이 자동차를 포위하려고 하자 겁을 먹은 건지 속도를 높여 포위망을 빠져나간다. 매는 법암이 나오자 검으로 가슴으로 베어온다. 법암은 삼체보로 매의 검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검을 반 바퀴 회전시키더니 매의 목을 베어갔다. 화랑들은 자신들이 따르는 매가 공격을 시작하자 자신들도 망설이지 않고 대사부와 원예일행을 공격했다. 란과 매의 몸이 제자리에서 솟구치며 원예각과 원예수가 터진다. 그녀들의 주위에 검은 그림자들이 피어나며 꽃잎이 바람에 날리듯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화랑들의 머리위로 떨어진다.
“퍽..........퍽..........크악!”
원예와 대사부을 공격하던 화랑들이 그림자에 맞아 뒤쪽으로 물려난다. 하지만 화랑들의 숫자는 너무 많았다. 물려난 인원보다 더 많은 인원이 대사부와 원예에게 몰려왔다. 그때까지 대사부와 원예는 마음의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손으로 키워온 화랑들과 싸워야하는 사실에 손을 쓰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대신 사군자중에서는 죽(竹) 혼자서 대사부와 원예의 겉을 떠나지 않고 화랑들을 막고 있었다.
“수영아. 일단 오늘은 물러나자. 조서방 말대로 지금 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을 것 같다. 이미 우리가 자신들을 배신한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어.”
“할머니...........그래도 다시 한번......”
“시간이 지나면 빠져나갈 기회도 없어. 화랑들이 더 몰려오기 전에 빠져나가자.”
대사부는 마음의 결정을 하고 자신에게 달려오는 화랑을 향해 원예권으로 중정혈(가슴)을 공격한다. 화랑들은 대사부의 권이 날아오자 검이 움찔하며 중간에서 멈추고 그사이 대사부의 주먹에 가슴을 가격당하고 피를 토하며 뒤쪽으로 날아갔다. 원예는 대사부까지 나서니 자신도 어쩔 수 없어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원예각을 실천하니 공중에는 그녀가 만들어낸 그림자들이 춤을 추었다. 법암은 전대 사군자중 매의 검을 막는 것과 동시에 음양권으로 그녀의 구미혈(가슴)을 향해 붕권을 날렸다.
“웅~~”
매는 법암의 주먹 주위에 공기가 회오리치며 자신의 가슴으로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고 일자보로 빠르게 뒤로 후퇴하니 매의 가슴을 향해 날아가던 법암의 주먹이 중간에서 변화를 일으키며 손가락을 구부리고 그녀의 비유혈(팔목에 있는 혈도)을 향해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날아와 옷을 길게 찢어버린다. 매는 비유혈을 맞아 검을 잡은 팔에 힘이 빠져버렸다. 법암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검으로 매의 중부혈(왼쪽 어깨에 있는 혈도)를 베어버리니 매는 법암의 검을 피하지 못하고 검을 막고 쓰려진다.
법암과 매의 대결을 지켜보던 나머지 사군자도 매가 법암에게 당하자 세 사람이 한번에 법암에게 달려들었다. 세 자루 검이 법암의 머리와 가슴을 향해 날아온다. 법암은 칠성밟기로 그녀들의 검을 피하며 자신도 음양검법의 분검(分劍)을 실천하니 법암의 검이 수없이 늘어나며 법암 주위를 맴돌았다.
“깡카깡........깡...........”
세 자루 검은 법암이 만들어낸 검막(劍幕)을 뚫지 못하고 모두 튕겨나가고 법암은 분검을 거두는 것과 동시에 검이 한바퀴 회전하니 검영(劍影)이 수없이 피어나며 사군자를 덮쳐갔다. 사군자는 음양검법의 검영(劍影 )의 허와 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지며 뒤쪽으로 몰려났다.
“다들 뭐해. 사군자가 당하고 있잖아. 모두 망설이지 마라. 공격해. 죽어도 좋아. 단체로 덤비란 말이야.”
한쪽에서 싸움을 지켜보던 원로는 아직도 공격을 망설이고 있는 화랑들의 등을 밀어붙인다. 화랑들은 사군자중 매가 당하고 나머지도 사군자도 법암에게 밀리자 모두들 한꺼번에 공격을 감행했다. 아무리 법암과 대사부일행이 강자라 하더라도 인해전술로 나오는 화랑들의 의해 차차 포위망이 좁혀지고 있었다. 더욱이 법암이나 대사부일행은 차마 화랑들을 죽이지 못하고 손에 사정을 두고 있었기에 쓰려진 화랑들도 모두 다시 일어나 공격하니 화랑들의 숫자는 자꾸만 늘어만 갔다. 법암에게 검을 막고 쓰려진 매도 다시 일어나 한쪽으로 비켜나서 화랑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모두 당합니다. 제가 길을 열겠습니다.”
법암은 점점 포위망이 좁혀오자 사군자를 밀어내고 포위망이 허술한 곳으로 공격해 들어갔다.
“막아. 한 놈도 그냥 보내지 마라.”
사군자는 법암의 뒤를 따라오며 화랑들을 독려했다. 이미 콘도에 있던 화랑대부분이 전투에 참여하고 있었다. 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형성한 포위망을 몇몇 사람의 힘으로 뚫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법암과 대사부가 앞으로 나서고 사군자와 원예가 좌우에 포진했지만 포위망은 자꾸만 좁혀지고 있었다.
“아악~”
한 자루 검이 죽(竹)을 베어버리고 죽은 다리를 잡고 비틀거린다. 란(蘭)은 죽을 보호하려 달라갔다. 하지만 그때 란의 머리위로 검이 떨어진다. 원예는 몸을 날려 란의 머리위로 떨어지는 화랑의 곡지혈(팔목)을 걷어차고 화랑이 검을 놓치자 검을 잡아 공중에서 빠르게 회전하며 검을 날리니 몸 주위에 수많은 검영(劍影)이 피어나며 란과 죽의 주위에 있던 화랑들에게 날아갔다. 원예의 원예무가 실천된 것이다. 원예도의 원예무는 원예검무의 줄임말로 음양도문의 음양검법과 함께 신비에 쌓인 검법이다. 원예는 마치 춤을 추듯 아름다운 자태로 검을 휘두르니 검은 화려하고 변화무쌍한 검영들을 만들어내며 죽과 란을 보호한다. 하지만 한 사람이 상대하기에 상대가 너무 많았다. 한 자루 검이 수영의 빈틈을 뚫고 수영의 등을 향해 날아온다.
“원예님 뒤에...........뒤를 보세요.”
란이 다급하게 외쳐보지만 검은 멈추지 않고 수영의 신돌혈(등에 있는 혈도)을 향해 날아온다. 원예도 뒤에서 날아오는 살기를 느끼고 좌우에서 날아오는 검을 쳐내고 제자리에서 빠르게 회전하며 주위에 검막(劍幕)을 친다. 하지만 등을 향해 날아오던 검은 검막을 뚫고 들어와 수영의 팔에 스치며 지나가니 수영은 비틀거리며 땅에 떨어진다.
“원예님.........”
“수........수영아. 이놈들.........”
란은 공중으로 날아올라 원예각과 원예수를 번갈아 실천하며 원예주위에 몰려든 화랑을 공격했다. 한번 화랑들은 원예의 부상을 보고 대사부가 움찔하는 사이 네 명이 동시에 대사부의 가슴과 허리를 공격해 왔다. 법암은 지금까지 살생을 피하기 위해 검등으로 화랑들을 상대했지만 상태가 위급함을 알고 검이 돌려 검날로 대사부를 향해 날아가는 검을 막아낸다.
“깡........깡.......깡~~~”
검에서 불꽃이 일어나며 화랑들의 검은 밀려나고 법암은 다시 분검(分劍)을 실천하며 수많은 검영을 뿌리며 화랑들을 공격한다.
“우........윽~~ 크아악~”
몇 명의 화랑들의 법암의 검에 팔다리가 날아가며 쓰려지고 화랑들은 동료의 피를 보자 더욱 광분하여 법암을 공격한다.
“더 밀어붙여 상대는 이제 지쳤다.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돼. 공격~”
전대사군자와 장로는 화랑들을 독려하며 자신들도 대사부와 법암의 공격에 가담했다. 법암과 대사부일행은 계속된 싸움에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거기다 원예와 죽은 부상까지 당했다. 화랑들은 기세가 올라 포위망을 좁히며 대사부 일행을 공격했다. 이제 희망이 없는 걸까? 이제 포기해야 하는 걸까? 대사부와 법암의 얼굴에도 서서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그때 한쪽 포위망이 칼로 두부를 벤 듯이 좌우로 갈라지며 한 노인이 검을 휘두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노인의 손속은 잔인했다. 그의 검이 춤을 추며 어김없이 화랑들의 팔다리가 날아가고 몸통이 베어져 나갔다.
“인석아!.........빨리 이쪽으로 달려..........”
노인의 고함소리에 법암과 대사부가 노인을 보았다. 노인은 수혼의 할아버지이자 법암의 아버지였다. 그는 숨어서 싸움을 지켜보다가 대사부일행이 위험에 쳐하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모습을 드려낸 것이다.
“장모님! 수영이와 사군자를 이끌고 먼저 가세요. 제가 뒤를 맞겠습니다.”
“알았네. 뒤를 부탁하네. 수영아 가자.”
대사부는 가장 선두에서서 길을 뚫으며 앞으로 나가고 법암은 뒤에서 수영일행을 보호했다.
대사부일행이 타고 왔던 운전기사는 싸움이 시작되고 주차장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때 기사 앞에 노인이 나타났다. 노인은 기사에게 자동차열쇄를 하나 주었다. 바로 주차장에 있던 화물차의 열쇄였다.
“자내는 시동을 걸고 대기하고 있다가 내가 저들을 공격하며 바로 차를 몰고 달려와서 우리가 화물칸에 타거든 전속력으로 달리게.”
“누구세요.”
“일단 저들을 구하는 것이 급하니까 그건 차차 이야기하고 내 말대로 할 수 있겠나.”
“예~ 알겠습니다.”
기사는 노인이 화랑들의 포위망을 뚫고 대사부일행이 서서히 포위망을 벗어나자 전속력으로 화랑들을 향해 달려갔다. 화랑들은 갑자기 화물차가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자 화물차를 피해 분분히 흩어졌다.
“모두 차에 타..........어서........”
노인의 고함소리에 대사부가 먼저 수영과 죽을 안고 공중으로 솟구쳐 달려오는 화물차의 짐칸에 떨어졌다.
“너희들은 혼자 탈수 있겠어.”
“제가 먼저 갈게요.”
란이 먼저 몸을 날려 화물차로 날아가고 법암도 국을 안고 몸을 솟구쳤다. 노인은 대사부 일행을 공격하던 화랑 일행을 베어버리고 자신도 몸을 솟구쳐 화물차로 날아갔다.
“출발해.........”
자동차는 광음을 내며 화랑들을 밀어붙이고 앞으로 전진 했다.
“이........이런..........잡아.”
장로가 화랑들을 독려하지만 이미 화물차는 콘도를 벗어나고 있었다.
차에 오른 일행은 화랑들이 멀어지자 그제야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수영아.........어디보자 많이 다친 거야.”
“아~ 아닙니다. 저보다 죽의 상태가 더 심해요. 죽부터 치료해 주세요.”
“장모님은 수영이를 치료해 주세요. 죽은 제가 치료하겠습니다.”
대사부는 수영의 옷을 찢어 상처를 살펴보았다.
“아~”
“이런 상처가 깊어.........당장 병원으로 가야겠다.”
수영의 팔은 검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상처에서는 지금도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하~ 죽의 상태도 좋지 않아요. 기사양반........병원으로 달려요.”
노인은 수영과 죽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때 란이 노인에게 인사를 했다.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구해주셔 감사합니다.”
“험~ 험~ 인석이 놈보다 낮군. 그래 아가씨가 수지라는 아가씨지. 한동안 수혼이 놈 따라다니더니 그놈하고는 잘 됐어.”
“예? 그걸 어떻게...............수혼씨와는 헤어졌어. 그런데 누구세요.”
“쩝~.......안타깝군........난 두 사람이 잘될지 알았는데...........그건 그렇고 이봐 할멈 이거 받아.”
노인은 란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품에서 작은 보자기 하나를 대사부에게 던졌다.
“이거 뭐야.”
“약이야. 상처에 바르면 덧나지도 않고 흉터도 남지 않을 거야. 수영이 바르고 여기 아가씨에게 전해줘”
“영감! 이약 확실한 거야.”
“할멈이 속고만 살아나. 그리고 설마 내가 손녀에게 이상한 약이나 바르라고 하겠어.”
“손녀........수영이가 영감 손녀인걸 알고 있었어.”
“나도 최근에 알았어. 할멈이 이때까지 잘도 우릴 속이고 있었더군.”
“흥~ 할말은 많지만 일단 수영이 치료가 급하니 치료 끝나면 이야기하자. 사위 영감탱이 잘 붙잡고 있어. 또 도망갈지 몰라.”
“이놈의 할망구가 벌써 노망이 들었나. 내가 왜 도망가 할망구야.”
“그럼 지금까지 다 알고 있었으면서 왜 피해 다닌 거야.”
“그거야 내가 없어도 수혼이 놈이 알아서 잘 하니까 나서지 않았던 거지.”
“흥~ 끝까지 지가 잘했다고 하네. 내 이놈의 영감탱이를......”
대사부가 일어나려하자 수영이 대사부의 팔을 잡았다.
“저분이 할아버지세요.”
“그래. 저 영감탱이가 네 조부야..........어! 그냥 있어. 치료해야지.”
“잠시만.........먼저 인사를 드려야죠.”
수영은 대사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노인에게 큰절을 하려고 했다.
“손녀 조수영입니다. 절 받으세요.”
“절은 무슨...............할멈 뭐해. 빨리 치료해.”
“그래 수영아. 치료부터 하자.”
대사부는 수영을 자리에 앉히고 자신의 옷을 찢어 상처의 피를 닦아내고 약을 바른다. 약이 상처에 스며들자 피가 멈춘다. 정말 노인의 말대로 약의 효과는 탁월했다. 이 약은 노인이 전국의 산을 돌아다니며 채집한 약초로 만든 약으로 웬만한 상처는 이약만 바르면 치료가 끝났다. 수혼의 특이체질도 노인이 준 약을 먹었기 때문이다. 대사부는 약을 법암에게 전해준다. 법암은 죽의 상처를 살펴보다 란에게 약을 전해주었다. 죽의 상처가 허벅지 안쪽에 있어 자신이 치료하기 곤란했기 때문이다. 법암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보았다.
“잘 지내셨습니까? 그동안 어디 계셨던 거죠.”
“험~ 험~ 향상 너희들 겉에 있었다.”
“계속 숨어서 저희들을 지켜보고 계셨단 말씀이세요. 그럼 계속 숨어서 지켜보고나 하시지 오늘은 왜 나타나셨어요.”
“너희들이 위험에 쳐해 있는데 가만있을 수가 있어야지.”
“그래요........그럼 이제 위험한 상황도 벗어났으니 다시 도망치시겠네요.”
“도망치다니.........내가 왜 도망친단 말이냐.”
“지금까지 절 피해 도망친 것이 아닌가요.”
“험~ 잠시 피한 건 사실이지만 도망친 건 아니다.”
“허허허~ 좋습니다. 그럼 이제 도망치지 않겠다는 말씀이군요.”
“쩝~ 어차피 모습을 드려냈는데 또 숨는다는 것도 체면이 아니고 어쩔 수 없지.”
“그동안 왜 숨어 지내셨죠.”
“수혼이가 잘 하니 굳이 내가 나설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차가 한쪽에 멈춘다. 앞에 강화대교가 있고 검문소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모두 내리세요.”
운전기사가 밖으로 나오며 말하자 차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내린다.
“어디 들어가서 치료부터 하셔야겠네요. 제가 본부에 연락해서 다른 차를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운전기사의 말에 사람들은 쉴만한 만한 장소를 찾아보았지만 쉬어 갈만한 장소가 없었다. 그들은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해 넓은 잔디밭으로 갔다. 기사는 차를 주차하고 바로 본부에 연락했다.
“영감탱이 구해줘서 고마워.”
“할멈이 그런 말도 할줄 알아. 늙어서 노망이 든 건 아닌 것 같고 그동안 느낀 것이 많았나 보지.”
“이놈의 영감탱이가 고마워서 좋게 이야기하니까 별소리를 다하네. 다시 해보자는 거야.”
“알았어.......하여튼 성질머리 하고는........네가 수영이구나. 그동안 먼발치에서만 봤는데 어디 보자.”
“할아버지 정식으로 인사 올리겠습니다.”
수영은 할아버지 앞으로가서 큰절을 올렸다. 할아버지는 수영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래 예쁘구나. 나에게 이런 예쁜 손녀가 있었어. 그동안 성질 더러운 할멈하고 사느라 고생 많았다.”
“이놈의 영감탱이 당장 일어나. 성질 더러운 할멈하고 한판 붙어.”
“쩝~ 그렇게 싸우고도 힘이 넘치네. 하여튼 기력도 좋아.”
“아버지! 실없는 농담은 그만두시고..........저하고 이야기 좀 해요.”
“난 너와 할 말 없다. 네가 옛날이야기를 듣고 싶은 모양인데 굳이 말하라고 한다면 미안하다는 말밖에 못하겠구나.”
“휴~ 수혼이을 만나고 저도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아버님께 할말은 많지만 모두 그만두기로 하죠. 대신 한 가지만 대답해 주세요. 그때 왜 저에게 처음부터 음양검법을 쓰라고 하셨죠.”
“음~..........꼭 들어야겠다만 이야기해주마. 이것 참........변명하는 것 같군...............당시 네가 산에서 훈련하고 있을 때 할멈이 찾아와 대결을 연기하자고 했다. 결론적으로 난 할멈의 요구를 거절했다. 내가 그때 거절한 것은 원예도문에게 이기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지. 객관적인 실력을 본다면 내가 며느리보다 뛰어났다. 하지만 며느리가 원예무를 완성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난 할멈이 원예무를 완성하기까지의 시간을 벌기 위해 그런 요청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거절한 것이다. 그런데 내가 거절하자 할멈은 내게 악담을 하고 갔다. 난 또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고 네가 말해주었다. 그때는 왜 의심 한번 안하고 할멈 말을 그대로 믿었는지 모르겠다.........하여튼 난 초조했다. 며느리가 원예무를 완벽하게 익혔다면 넌 상대가 안돼. 당시 음양검법은 미완의 검법이지 않았느냐.”
“그럼 아버지는 그녀가 원예무를 완성한 것으로 생각하시고 제게 처음부터 음양검법을 사용하라고 하신 겁니까?”
“그렇지........그런데 며느리가 너무나 허망하게 죽어버렸어. 그때서야 일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사건은 벌어졌고 넌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폭주기관차처럼 행동하다가 절로 들어가 버렸다.”
“하긴 그때는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았죠.”
“그 후 난 사건을 다시 차근차근 조사했다..........그리고 나중에 할멈이 내게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알았지. 하지만 그때도 수영이의 존재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할멈이 수영이 만큼은 꼭꼭 감추고 있었기 때문이지. 그 후 이야기는 너희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난 수혼이를 강철에게 맡겨 수혼이가 가족사의 비밀을 밝혀내고 해결할 수 있도록 겉을 지켜주었다.”
“흥~ 꿈보다 해석이 좋다. 쉽게 말하면 수혼이에게 모든 짐을 맡기고 영감탱이는 숨어 있었다는 말이잖아.”
“험~ 험~ 할멈이 꼭 정곡을 찔러서 말해요. 그래 내가 죽일 놈이다. 죽일 놈이야. 할망구 이 말이 듣고 싶어.”
“영감탱이 알기 아는군.”
“할머니........할아버지.......그리고 아버지.......그만 싸우세요. 서로 이해하고 감싸주어야죠. 그게 가족 아닌가요.”
“험~ 험~ 우리보다 수영이가 더 어른스럽군.”
“이제 가족들이 모두 모인 건가요. 분명 기쁜 일인데 왜 이리 마음이 무겁죠.”
“음~ 수영이가 일천화랑 때문에 고민하는 모양이구나. 참~ 일이 이상하게 꼬여버렸어.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만들어 버렸어. 일단 수혼이를 만나서 의논하도록 하자.”
“알겠습니다...................죽의 상처는 어때요.”
“상처가 깊구나. 한동안 거동하기 불편할 정도야.”
“할아버지도 오셨으니 빨리 오빠에게 돌아가요.”
수혼은 집에 있다가 길식의 연락을 받고 지나와 부인들을 이끌고 강화도로 향했다.
“수혼씨 일이 잘못된 거야.”
“예상하고 있던 일이야. 일천화랑이 그렇게 쉽게 우리 편에 서겠어.”
“그래........그런데 왜 우리들을 모두 데리고 가는 거야.”
“영감이 나타났데. 보고하는 놈이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할머니 일행을 화랑 놈들이 공격했고 아버지가 나섰지만 역부족이라 위험한 지경에 쳐했는데 영감이 나타나서 구해준 모양이야.”
“영감? 혹시 사부님 말하는 거야.”
“쩝~ 지나에게는 사부님이지. 일단 가서 만나보면 알겠지.”
수혼이 강화도에 도착해서 부인들을 대동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수혼이 보니 잔디밭에 할머니 일행이 보이고 하얀 모시적삼을 입은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수혼은 부인들과 함께 먼저 할아버지에게 갔다.
“다들 인사해. 할아버지야.”
여인들은 노인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수혼은 부인들을 차례대로 소개했다.
“허허허~ 다들 멀 발치에서는 다 보았네. 지나야 그동안 지냈어.”
“예~ 사부님.”
“너도 소원대로 저놈의 부인이 된 모양이구나.”
지나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인다.
“사부. 그동안 어디 숨어 있었어. 성질 같으면 수염을 몽땅 뽑아버리고 싶네. 그동안 사부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좀 고쳐지나 했더니 그놈의 말버릇은 여전하구나!”
“참~ 우리가 언제부터 존댓말 했다고.........인사 끝났으면 모두 버스에 타. 이야기는 가면서 해.”
“그래. 일단 돌아가자.”
수혼은 일행을 버스에 태우고 출발했다. 할아버지는 법암에게 했던 이야기를 수혼에게 해주었다. 수혼은 할아버지의 말을 말없이 듣고 있다가 피식 웃어버린다.
“대충 예상하고 있었어. 그동안 쪽팔려서 우리 앞에 나서지 못했다는 말 아니야.”
“험~ 험~ 그래 이놈아. 그런데 손자며느리들 앞에서 꼭 그렇게 말해야겠어.”
“내가 지금 무지 참고 있다는 거 알지. 옛날 같았으면 사부 수염을 몽땅 뽑아버렸을 거야. 죽는다고 공갈이나 치고, 다 알고 있으면서 내가 어떻게 하나 감시나 하고 말이야. 사부가 잘못한 거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어. 그래도 죽지 않고 나타나서 용서하는 거야.”
“허허허~ 고맙다 이놈아~”
“아버지........아버지도 할아버지 원망하지 않는 거지.”
“쩝~ 모두 잊었다. 사실 오늘도 아버지 아니었으면 위험했다.”
“사부. 지금까지 결정적일 때을 기다리고 있었지. 그래서 짠하고 나타난 거지. 하하하~ 하여튼 잘됐어. 이제 가족들이 모두 모인 건가? 휴~ 가족한번 모르기 힘드네.”
버스는 어느 덧 일산저택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버스가 일산저택으로 들어간 시간은 4시가 조금 넘는 시간이었다. 수혼이 계획하고 있는 인천공격까지 앞으로 2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수혼은 저택에 도착해서 수영과 죽을 치료하게 했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강화도에서 있었던 사건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한마디로 일천화랑이 우리 편이 되긴 틀렸다는 말이네요.”
“수혼이 볼 면목이 없다. 우리가 먼저 전대사군자를 만나 자초지정을 설명했으면 어떻게 해볼 수 있었는데 그곳에 남장로놈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구나.”
“쩝~ 대충 예상하고 있었어요. 그들이 쉽게 우리에게 넘어오리라고 기대도 하지 않았죠. 하여튼 모두 수고하셨어요. 치열한 전투를 치루고 오셨으니 다들 피곤하시겠네요. 올라가서 쉬세요.”
“올라가기 전에 할말이 있다. 전대사군자가 모두 우리의 적은 아니야.”
“예? 무슨 말씀이죠.”
“전대사군자 중에서 국(菊)은 딸과 자매처럼 지내던 사이다. 그녀라면 절대 우릴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전대사군자 모두와 싸우고 오셨지 않습니까?”
“다른 사군자들 때문에 공격한 척 한거야. 그녀는 공격하는 척만 했지 직접적으로 우릴 공격하진 않았다.”
“음~ 그래요. 하지만 그녀 혼자 힘으로 일천화랑을 움직일 수는 없지 않습니까?”
“물론 그래..........하지만 이건 가망성이 있다. 일천화랑들은 사군자가 각각 250명씩 전담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일천화랑은 외형상으로 한대 부대지만 내면으로 들어가면 매군(梅軍), 란군(蘭軍), 국군(菊軍), 죽군(竹軍)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말이다.”
“할머니 말씀은 국이란 여인을 따르는 국군(菊軍)이라면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아마 가능한 것이다.”
“그건 차차 생각해 보죠. 다들 먼저 올라가 쉬세요. 그리고 제가 원로들을 잡아두었으니 할머니가 한번 만나보세요. 전 수영이에게 가보고 출동준비 해야 합니다.”
“원로들을 모두 잡아왔어.”
“예~ 모두 잡아왔습니다. 지금 감옥에 있습니다. 쉬시고 내일 만나보세요.”
수혼은 회의실을 빠져나와 수영이 방으로 올라가 보았다. 마침 그녀의 방에서 요코가 나온다.
“수영이 어때 많이 다쳤어.”
“조금.........직접 들어가 보세요.”
수혼이 수영의 방으로 들어가니 수영이 침대에 누워있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괜찮아. 그냥 누워있어.”
“아니에요. 그리 깊은 상처도 아니에요. 회의는 끝났어요. 앞으로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궁금한 것도 많다. 수영이는 그냥 쉬고 있어. 화랑들의 처리는 내가 알아서 할게. 어디 보자 얼마나 다친 거야.”
수혼은 수영의 상처를 살펴본다. 수영의 팔은 붕대로 감겨있어 상처를 볼 수는 없다. 수혼은 상처를 살짝 만져보았다.
“아~ 아파~”
“많이 다쳤구나. 이런 쌍~ 이 새끼들이 죽으려고 내 동생 몸에 흠집을 네. 이것들 가만두지 않을 거야.”
“킥~ 흠집?........하여튼........걱정하지 말아요. 할아버지가 약을 주셨어요. 그거 바르면 상처남지 않는다고 했어요.”
“아~ 그 약........효과 좋지. 음~ 안 되겠다. 수영아 너 원예무 얼마나 익히고 있니.”
“원예무? 완벽하지 않아요. 그냥 전해오는 것까지는 익혔어요.”
“원예무도 음양검법처럼 불 완전히 무공이지........내일부터 나랑 연구 좀 해보자.”
“응~ 무슨 소리에요. 오빠랑 연구해요. 뭘~ 원예무를 오빠랑 연구하자는 말이에요.”
“그래. 아마 천부경 안에서 원예무의 나머지 부분을 찾을 수도 있을 거야.”
“천부경?..........나도 말은 들었지만 그게 해석이 가능해요.”
“방법이 있어. 그러니까 내일부터 서재로 와~.........난 이만 가야겠다. 출동준비 해야 돼.”
“또 출동해요........이번에는 어딜 공격하는 거죠.”
“수영이가 맞혀봐~”
“이번에 서초와 강남을 공격했으니 다음에는 강북을 공격하겠죠.”
“이번에는 틀렸어. 인천을 공격할거야.”
“이........인천? 그곳은 이미 한번 쓸고 왔잖아요.”
“인천에서 아예 갈치파의 씨를 말려버릴 거야.”
“혹시..........초토화 작전? 그건 가요.”
“맞아. 간다. 쉬고 있어.”
수영은 수혼이 나가자 부르르 떨었다. 수혼의 생각을 대충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ps : 다음 편에 기동대의 인천공격과 무석의 반격이 이어지겠습니다.
붉은미르-------------------
120부까정.........
으메...........환장하겠네.
100부까정은 그런대로 인정하겠는데..........
120부가 지나도 끝나질 않네........
이런 쌍~~~
무슨 할말이 그렇게 많은 거야.
이제 끝날 때가 되지 않았어.
수혼이----------------------
아직 안 끝났어.
잔소리하지 말고 손가락이나 놀려.
붉은미르 여기서 맘대로 끝내려고 하면 음양검법으로 베어버리는 수가 있어.
아직 일천화랑도 처리하지 못했고.......
무석이 놈도 때려잡아야 해.........
그리고 우리 불쌍한 영은이도 찾아가 봐야하고.........
그러니까 끽소리 하지 말고 계속 손가락 놀려..........
붉은미르-------------------
야~~~ 아~ 이제 그만하자.
50부로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120부면 많이 왔잖아.
그만 끝내자
지나-----------------------
흥~ 누구 맘대로 끝내.
지금까지 날 그렇게 고생시키고 이제야 좀 편해 질만 하니까 끝내
끝내기만 해봐~~
붉은미르--------------------
좋아 우리 협상하자.
일천화랑 정리하고 무석이 정리하면 끝나는 거지.
더 이상은 없다.
이건 확실하게 하자.
등장인물들-------------------
좋아~
그때까지만 수고해.
대신 중간에 억지로 끝내려하지 마.
이상 등장인물들과 붉은미르의 협상내용입니다.
강화도에 있던 원로는 무석의 전화를 받고 원로들이 걱정이 되어 자리에 앉아있지 못하고 콘도를 빠져나와 콘도 입구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가 한참 고민하고 있는데 멀리서 중년의 미부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이들은 바로 전대사군자로 일천화랑의 훈련을 전담하고 있는 여인들이다. 그녀들은 원로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원로에게 달려왔다.
“안녕하세요. 이곳에서 뭐하세요.”
“사군자들이군요. 잘 주무셨어요.”
“예~ 오랜만에 산을 벗어나 집다운 집에서 자고 일어나니 상쾌하네요. 그런데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요? 안색이 안 좋게 보여요?”
“휴...............조직에 문제가 생긴 모양입니다.”
“예? 조직에 문제가 생겨요. 무슨 문제죠?”
“쩝~ 천랑파 놈들이 원로원을 급습해서 원로들 모두를 잡아갔다고 하네요.”
“예? 원로님들이 납치를 당했다는 말씀이세요. 아니 천랑파 놈들이 어떻게 원로원의 위치를 알고 원로님들을 납치하죠. 그리고 원예는 뭐하고 있었데요?”
“휴~ 아무래도 사군자님께는 사실대로 말씀드려야겠군요. 사군자님들도 전설의 사나이를 기억하시죠. 그 악마 같은 놈 말입니다.”
“당연히 기억하죠. 씹어 먹어도 분이 풀리지 않을 놈인데........어떻게 잊겠어요.”
“또 전대 원예가 갑자기 실종된 사건도 알고 계시죠.”
“그럼요. 기억하죠.”
“그때 원예가 그놈과 눈이 맞아서 도망쳤고 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 지금의 원예와 천랑파의 수장으로 있는 수혼이란 녀석입니다. 이건 대사부가 자신의 입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서.........설마..........원예님이 우릴 배신하고 그놈과 눈이 맞았다는.........말도 안돼.”
“믿어지지 않죠. 아니 믿고 싶지 않겠죠. 하지만 진실입니다. 지금 대사부와 원예는 우린 배신하고 천랑파 놈들에게 붙었어요. 자기들 오빠, 손자에게 붙은 거죠. 안 그러면 어떻게 천랑이란 놈이 원로원의 위치를 알고 기습을 했겠어요.”
“대사부님이 어떤 분인데 조직을 배신해요. 또 원예의 아버지가 전설의 사나이라니 그런 말도 안돼는 말이 어디 있어요. 혹시........그것 때문에 우릴 이곳으로.........”
“예! 제가 사군자님들과 일천화랑을 이곳으로 모신 것도 따지고 보면 대사부와 원예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군자님들과 일천화랑을 대사부와 원예가 우리보다 먼저 다른 곳으로 빼돌릴까 걱정됐기 때문이죠.”
“믿을 수가 없어요. 우리가 직접 확인해 보겠어요. 전대원예님이 우릴 배신했고 이젠 현재의 원예와 대사부까지 우릴 배신했다니.........아닐 겁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조직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믿기 힘들겠죠. 그럼 직접 확인해 보세요. 대신 화랑들에게는 비밀로 해주세요. 그들은 과거의 은원관계에 대해 모르지 않습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화랑들에게 미리 알려서 좋을 것이 없죠. 그런데 이걸 어떻게 확인한다. 원예와 대사부가 지금 어디 있죠.”
“일산에 있는 천랑파 본진에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곳에 가면 법암이란 놈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옛날 전설의 사나이라는 놈이 중이 되서 그들과 함께 있어요.”
“당장 우리가 가서 확인해봐야겠어요. 대사부가 우릴 배신했다니........말도 안돼.”
“참착하세요. 모두 가시겠다는 말은 아니죠.”
그때 멀리서 자동차한대가 콘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차에는 일산을 출발한 대사부와 수영일행이 타고 있었다. 그들 중에서 대사부가 콘도입구에 있는 전대사군자를 발견하고 먼저 문을 박차고 내리려했다. 그때 수영이 대사부의 손을 잡았다.
“할머니 잠깐만 기다려보세요. 저기 사군자와 함께 있는 사람이 남원로 아닙니까?”
“그렇군. 남원로라면 사군자와 친분이 두텁지. 저놈이 일천화랑을 이곳으로 빼돌린 모양이네. 당장 내려가서 저놈의 대가리를 박살내 버려야 속이 시원하겠어.”
“신중해야합니다. 우리가 본 것은 전대사군자와 남원로 뿐입니다. 일단 일천화랑들이 이곳에 모두 있는지부터 확인해야합니다.”
“그럴 필요 있겠어. 남장로부터 박살내버리고 사군자에게 직접 물어보면 돼. 차 세워”
대사부는 성격이 급한 편이고 고집이 있는 여자다. 수영도 할머니가 고집을 부리니 어쩔 수 없이 차를 세우라고 했다. 차가 주차장에 멈추고 대사부와 원예 그리고 사군자가 차에서 내린다. 그들은 바로 전대사군자가 있는 곳으로 갔다. 전대 사군자와 이야기하고 있던 남원로가 먼저 수영과 대사부를 발견했다.
“저런........저것들이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왔지.”
“누군데 그래요.”
전대사군자도 남원로가 보는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원예와 대사부를 비롯하여 현재의 사군자 중 매(梅)를 제외한 나머지 사군자가 자신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빨리 일천화랑에게 연락해서 저들을 잡아야합니다. 아니다. 내가 다녀오죠.”
남장로는 누가 말릴 사이도 없이 건물 안으로 달려갔다. 수영은 남장로를 잡아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앞으로 달려가는데 전대사군자 중 매(梅)가 수영의 앞을 막았다.
“원예님 안녕하세요. 어디 그리 급히 가시죠.”
“비키세요. 남장로를 잡아야합니다.”
“먼저 저희와 대화 좀 하시죠.”
“수영아 물러나라. 우리끼리 싸울 수는 없지 않느냐.”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대사부님.........우리가 이곳에 있는지 용케도 알아내셨네요.”
대사부와 수영은 뭐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전대사군자의 말과 행동이 어딘가 이상했다. 너무 뻣뻣하지 않는가? 옛날 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전대사군자들은 대사부와 수영이 말없이 자신들만 바라보고 있자 사군자중 한명이 입을 열었다.
“조금 전에 남원로에게 믿지 못할 이야기를 들었어요. 대사부와 원예가 우릴 배신하고 천랑파에 붙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그........그건 사정이 있었어요. 먼저 배신한 것은 장로원입니다.”
사군자는 원예의 말을 무시하고 대사부를 바라보며 다시 물어본다.
“전설의 사나이가 원예의 아버지가 맞아요. 그리고 천랑파의 천랑이란 놈과 남매사이가 맞아요. 대사부님 대답해 보세요.”
“그건 사실이지만 우리가 조직을 배신한 것이 아닙니다. 원로원과 무석이가 우릴 먼저 배신했어요.”
“수영아 그만해라. 음~ 그놈이 모두 이야기할 모양이구나................숨기려하지 않겠다. 사실이다.”
“그.........그럴 수가........전대 원예님이 우릴 배신했고 이젠 원예와 대사부님까지 우릴 배신했단 말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우리가 조직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 원로원과 무석이놈이 우릴 배신한 겁니다.”
원예는 답답하다는 듯이 거듭해서 원로원과 무석이가 먼저 자신들을 배신했다고 해명하지만 전대사군자의 귀에는 원예의 말이 들어오지 않았다. 너무나 충격적인 사실에 멍청해진 모양이다. 그때 건물에서 50여명이 한번에 몰려나왔다. 그들의 손에는 모두 검을 들고 있었다. 바로 남장로가 화랑들을 이끌고 나온 것이다.
“대사부와 원예를 포박해. 어서........”
화랑들은 적(敵)이 공격해 왔다는 소리에 정신없이 밖으로 뛰어나왔는데 적(敵)이라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모시는 대사부와 원예일행이란 사실에 공격을 망설이고 있었다.
“사군자님 일단 저들을 잡아놓고 이야기해도 늦지 않아요. 화랑들에게 빨리 저들을 포박하고 하세요. 어서요.”
사군자은 남원로의 말에 조금은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맞아 일단 잡아놓고 천천히 사연을 들어보도록 하자.”
“우리끼리 싸우면 안 됩니다. 사군자님 먼저 우리들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원예는 안타까운 듯이 전대사군자에게 말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의 결정을 한 사군자의 귀에 원예의 이야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들의 생각도 남장로의 생각과 같았기 때문이다. 일단 대사부 일행을 잡아놓고 천천히 사연을 들어봐도 늦지 않을 것이다.
“모두 포박해. 반항하면 죽이지만 말고 공격해.”
화랑들은 사군자의 명령이 떨어지자 대사부와 원해일행 주위를 포위했다. 대사부와 수영일행은 입장이 난처했다.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은가? 먼저 자신들을 배신하고 궁지에 몰아넣은 사람들은 원로원과 무석이다. 그런데 전대사군자는 단편적인 사실만 듣고 자신들의 말을 들으려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순순히 이들에게 잡힌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화랑들과 원예일행이 서로공격하지 못하고 대치하는 사이 건물에서 다른 화랑들이 몰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화랑들의 숫자는 많아질 것이다. 그때 자동차 한대가 화랑들에게 달려왔다. 화랑들은 갑자기 달려든 자동차를 피해 포위망을 풀었다. 자동차는 원예일행이 있는 곳까지 와서 멈추더니 법암이 차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모두 피해. 어서.”
“아버지..........안 돼요. 우리가 피하면 오해만 깊어져요.”
“나도 쭉 지켜보았어. 지금 저들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해. 일단은 피해야 해. 어서..........”
전대사군자도 달려오던 자동차를 보았고 차장 밖으로 고개를 내민 사람의 얼굴도 보았다. 그녀들의 눈에 20년 전 자신들의 동료를 무참히 베어 넘긴 원수의 얼굴이 보였다.
“저놈부터 잡아. 아니다. 내가 간다.”
전대사군자 중 매가 옆에 있던 화랑에게 검을 빼앗아 하늘높이 솟아오른다. 그녀는 하늘에서 떨어지며 검으로 법암의 머리를 베어왔다.
“악~ 아버지 위험해요.”
원예의 외침에 법암은 고개를 안으로 집어넣고 검은 아슬아슬하게 법암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법암은 일이 틀렸다고 보고 차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와 검을 든다. 법암은 혹시라도 일이 잘못될 걸 대비해 이곳에 출발하기 전에 검을 준비했었다. 기사는 화랑들이 자동차를 포위하려고 하자 겁을 먹은 건지 속도를 높여 포위망을 빠져나간다. 매는 법암이 나오자 검으로 가슴으로 베어온다. 법암은 삼체보로 매의 검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검을 반 바퀴 회전시키더니 매의 목을 베어갔다. 화랑들은 자신들이 따르는 매가 공격을 시작하자 자신들도 망설이지 않고 대사부와 원예일행을 공격했다. 란과 매의 몸이 제자리에서 솟구치며 원예각과 원예수가 터진다. 그녀들의 주위에 검은 그림자들이 피어나며 꽃잎이 바람에 날리듯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화랑들의 머리위로 떨어진다.
“퍽..........퍽..........크악!”
원예와 대사부을 공격하던 화랑들이 그림자에 맞아 뒤쪽으로 물려난다. 하지만 화랑들의 숫자는 너무 많았다. 물려난 인원보다 더 많은 인원이 대사부와 원예에게 몰려왔다. 그때까지 대사부와 원예는 마음의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손으로 키워온 화랑들과 싸워야하는 사실에 손을 쓰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대신 사군자중에서는 죽(竹) 혼자서 대사부와 원예의 겉을 떠나지 않고 화랑들을 막고 있었다.
“수영아. 일단 오늘은 물러나자. 조서방 말대로 지금 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을 것 같다. 이미 우리가 자신들을 배신한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어.”
“할머니...........그래도 다시 한번......”
“시간이 지나면 빠져나갈 기회도 없어. 화랑들이 더 몰려오기 전에 빠져나가자.”
대사부는 마음의 결정을 하고 자신에게 달려오는 화랑을 향해 원예권으로 중정혈(가슴)을 공격한다. 화랑들은 대사부의 권이 날아오자 검이 움찔하며 중간에서 멈추고 그사이 대사부의 주먹에 가슴을 가격당하고 피를 토하며 뒤쪽으로 날아갔다. 원예는 대사부까지 나서니 자신도 어쩔 수 없어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원예각을 실천하니 공중에는 그녀가 만들어낸 그림자들이 춤을 추었다. 법암은 전대 사군자중 매의 검을 막는 것과 동시에 음양권으로 그녀의 구미혈(가슴)을 향해 붕권을 날렸다.
“웅~~”
매는 법암의 주먹 주위에 공기가 회오리치며 자신의 가슴으로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고 일자보로 빠르게 뒤로 후퇴하니 매의 가슴을 향해 날아가던 법암의 주먹이 중간에서 변화를 일으키며 손가락을 구부리고 그녀의 비유혈(팔목에 있는 혈도)을 향해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날아와 옷을 길게 찢어버린다. 매는 비유혈을 맞아 검을 잡은 팔에 힘이 빠져버렸다. 법암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검으로 매의 중부혈(왼쪽 어깨에 있는 혈도)를 베어버리니 매는 법암의 검을 피하지 못하고 검을 막고 쓰려진다.
법암과 매의 대결을 지켜보던 나머지 사군자도 매가 법암에게 당하자 세 사람이 한번에 법암에게 달려들었다. 세 자루 검이 법암의 머리와 가슴을 향해 날아온다. 법암은 칠성밟기로 그녀들의 검을 피하며 자신도 음양검법의 분검(分劍)을 실천하니 법암의 검이 수없이 늘어나며 법암 주위를 맴돌았다.
“깡카깡........깡...........”
세 자루 검은 법암이 만들어낸 검막(劍幕)을 뚫지 못하고 모두 튕겨나가고 법암은 분검을 거두는 것과 동시에 검이 한바퀴 회전하니 검영(劍影)이 수없이 피어나며 사군자를 덮쳐갔다. 사군자는 음양검법의 검영(劍影 )의 허와 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지며 뒤쪽으로 몰려났다.
“다들 뭐해. 사군자가 당하고 있잖아. 모두 망설이지 마라. 공격해. 죽어도 좋아. 단체로 덤비란 말이야.”
한쪽에서 싸움을 지켜보던 원로는 아직도 공격을 망설이고 있는 화랑들의 등을 밀어붙인다. 화랑들은 사군자중 매가 당하고 나머지도 사군자도 법암에게 밀리자 모두들 한꺼번에 공격을 감행했다. 아무리 법암과 대사부일행이 강자라 하더라도 인해전술로 나오는 화랑들의 의해 차차 포위망이 좁혀지고 있었다. 더욱이 법암이나 대사부일행은 차마 화랑들을 죽이지 못하고 손에 사정을 두고 있었기에 쓰려진 화랑들도 모두 다시 일어나 공격하니 화랑들의 숫자는 자꾸만 늘어만 갔다. 법암에게 검을 막고 쓰려진 매도 다시 일어나 한쪽으로 비켜나서 화랑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모두 당합니다. 제가 길을 열겠습니다.”
법암은 점점 포위망이 좁혀오자 사군자를 밀어내고 포위망이 허술한 곳으로 공격해 들어갔다.
“막아. 한 놈도 그냥 보내지 마라.”
사군자는 법암의 뒤를 따라오며 화랑들을 독려했다. 이미 콘도에 있던 화랑대부분이 전투에 참여하고 있었다. 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형성한 포위망을 몇몇 사람의 힘으로 뚫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법암과 대사부가 앞으로 나서고 사군자와 원예가 좌우에 포진했지만 포위망은 자꾸만 좁혀지고 있었다.
“아악~”
한 자루 검이 죽(竹)을 베어버리고 죽은 다리를 잡고 비틀거린다. 란(蘭)은 죽을 보호하려 달라갔다. 하지만 그때 란의 머리위로 검이 떨어진다. 원예는 몸을 날려 란의 머리위로 떨어지는 화랑의 곡지혈(팔목)을 걷어차고 화랑이 검을 놓치자 검을 잡아 공중에서 빠르게 회전하며 검을 날리니 몸 주위에 수많은 검영(劍影)이 피어나며 란과 죽의 주위에 있던 화랑들에게 날아갔다. 원예의 원예무가 실천된 것이다. 원예도의 원예무는 원예검무의 줄임말로 음양도문의 음양검법과 함께 신비에 쌓인 검법이다. 원예는 마치 춤을 추듯 아름다운 자태로 검을 휘두르니 검은 화려하고 변화무쌍한 검영들을 만들어내며 죽과 란을 보호한다. 하지만 한 사람이 상대하기에 상대가 너무 많았다. 한 자루 검이 수영의 빈틈을 뚫고 수영의 등을 향해 날아온다.
“원예님 뒤에...........뒤를 보세요.”
란이 다급하게 외쳐보지만 검은 멈추지 않고 수영의 신돌혈(등에 있는 혈도)을 향해 날아온다. 원예도 뒤에서 날아오는 살기를 느끼고 좌우에서 날아오는 검을 쳐내고 제자리에서 빠르게 회전하며 주위에 검막(劍幕)을 친다. 하지만 등을 향해 날아오던 검은 검막을 뚫고 들어와 수영의 팔에 스치며 지나가니 수영은 비틀거리며 땅에 떨어진다.
“원예님.........”
“수........수영아. 이놈들.........”
란은 공중으로 날아올라 원예각과 원예수를 번갈아 실천하며 원예주위에 몰려든 화랑을 공격했다. 한번 화랑들은 원예의 부상을 보고 대사부가 움찔하는 사이 네 명이 동시에 대사부의 가슴과 허리를 공격해 왔다. 법암은 지금까지 살생을 피하기 위해 검등으로 화랑들을 상대했지만 상태가 위급함을 알고 검이 돌려 검날로 대사부를 향해 날아가는 검을 막아낸다.
“깡........깡.......깡~~~”
검에서 불꽃이 일어나며 화랑들의 검은 밀려나고 법암은 다시 분검(分劍)을 실천하며 수많은 검영을 뿌리며 화랑들을 공격한다.
“우........윽~~ 크아악~”
몇 명의 화랑들의 법암의 검에 팔다리가 날아가며 쓰려지고 화랑들은 동료의 피를 보자 더욱 광분하여 법암을 공격한다.
“더 밀어붙여 상대는 이제 지쳤다.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돼. 공격~”
전대사군자와 장로는 화랑들을 독려하며 자신들도 대사부와 법암의 공격에 가담했다. 법암과 대사부일행은 계속된 싸움에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거기다 원예와 죽은 부상까지 당했다. 화랑들은 기세가 올라 포위망을 좁히며 대사부 일행을 공격했다. 이제 희망이 없는 걸까? 이제 포기해야 하는 걸까? 대사부와 법암의 얼굴에도 서서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그때 한쪽 포위망이 칼로 두부를 벤 듯이 좌우로 갈라지며 한 노인이 검을 휘두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노인의 손속은 잔인했다. 그의 검이 춤을 추며 어김없이 화랑들의 팔다리가 날아가고 몸통이 베어져 나갔다.
“인석아!.........빨리 이쪽으로 달려..........”
노인의 고함소리에 법암과 대사부가 노인을 보았다. 노인은 수혼의 할아버지이자 법암의 아버지였다. 그는 숨어서 싸움을 지켜보다가 대사부일행이 위험에 쳐하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모습을 드려낸 것이다.
“장모님! 수영이와 사군자를 이끌고 먼저 가세요. 제가 뒤를 맞겠습니다.”
“알았네. 뒤를 부탁하네. 수영아 가자.”
대사부는 가장 선두에서서 길을 뚫으며 앞으로 나가고 법암은 뒤에서 수영일행을 보호했다.
대사부일행이 타고 왔던 운전기사는 싸움이 시작되고 주차장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때 기사 앞에 노인이 나타났다. 노인은 기사에게 자동차열쇄를 하나 주었다. 바로 주차장에 있던 화물차의 열쇄였다.
“자내는 시동을 걸고 대기하고 있다가 내가 저들을 공격하며 바로 차를 몰고 달려와서 우리가 화물칸에 타거든 전속력으로 달리게.”
“누구세요.”
“일단 저들을 구하는 것이 급하니까 그건 차차 이야기하고 내 말대로 할 수 있겠나.”
“예~ 알겠습니다.”
기사는 노인이 화랑들의 포위망을 뚫고 대사부일행이 서서히 포위망을 벗어나자 전속력으로 화랑들을 향해 달려갔다. 화랑들은 갑자기 화물차가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자 화물차를 피해 분분히 흩어졌다.
“모두 차에 타..........어서........”
노인의 고함소리에 대사부가 먼저 수영과 죽을 안고 공중으로 솟구쳐 달려오는 화물차의 짐칸에 떨어졌다.
“너희들은 혼자 탈수 있겠어.”
“제가 먼저 갈게요.”
란이 먼저 몸을 날려 화물차로 날아가고 법암도 국을 안고 몸을 솟구쳤다. 노인은 대사부 일행을 공격하던 화랑 일행을 베어버리고 자신도 몸을 솟구쳐 화물차로 날아갔다.
“출발해.........”
자동차는 광음을 내며 화랑들을 밀어붙이고 앞으로 전진 했다.
“이........이런..........잡아.”
장로가 화랑들을 독려하지만 이미 화물차는 콘도를 벗어나고 있었다.
차에 오른 일행은 화랑들이 멀어지자 그제야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수영아.........어디보자 많이 다친 거야.”
“아~ 아닙니다. 저보다 죽의 상태가 더 심해요. 죽부터 치료해 주세요.”
“장모님은 수영이를 치료해 주세요. 죽은 제가 치료하겠습니다.”
대사부는 수영의 옷을 찢어 상처를 살펴보았다.
“아~”
“이런 상처가 깊어.........당장 병원으로 가야겠다.”
수영의 팔은 검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상처에서는 지금도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하~ 죽의 상태도 좋지 않아요. 기사양반........병원으로 달려요.”
노인은 수영과 죽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때 란이 노인에게 인사를 했다.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구해주셔 감사합니다.”
“험~ 험~ 인석이 놈보다 낮군. 그래 아가씨가 수지라는 아가씨지. 한동안 수혼이 놈 따라다니더니 그놈하고는 잘 됐어.”
“예? 그걸 어떻게...............수혼씨와는 헤어졌어. 그런데 누구세요.”
“쩝~.......안타깝군........난 두 사람이 잘될지 알았는데...........그건 그렇고 이봐 할멈 이거 받아.”
노인은 란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품에서 작은 보자기 하나를 대사부에게 던졌다.
“이거 뭐야.”
“약이야. 상처에 바르면 덧나지도 않고 흉터도 남지 않을 거야. 수영이 바르고 여기 아가씨에게 전해줘”
“영감! 이약 확실한 거야.”
“할멈이 속고만 살아나. 그리고 설마 내가 손녀에게 이상한 약이나 바르라고 하겠어.”
“손녀........수영이가 영감 손녀인걸 알고 있었어.”
“나도 최근에 알았어. 할멈이 이때까지 잘도 우릴 속이고 있었더군.”
“흥~ 할말은 많지만 일단 수영이 치료가 급하니 치료 끝나면 이야기하자. 사위 영감탱이 잘 붙잡고 있어. 또 도망갈지 몰라.”
“이놈의 할망구가 벌써 노망이 들었나. 내가 왜 도망가 할망구야.”
“그럼 지금까지 다 알고 있었으면서 왜 피해 다닌 거야.”
“그거야 내가 없어도 수혼이 놈이 알아서 잘 하니까 나서지 않았던 거지.”
“흥~ 끝까지 지가 잘했다고 하네. 내 이놈의 영감탱이를......”
대사부가 일어나려하자 수영이 대사부의 팔을 잡았다.
“저분이 할아버지세요.”
“그래. 저 영감탱이가 네 조부야..........어! 그냥 있어. 치료해야지.”
“잠시만.........먼저 인사를 드려야죠.”
수영은 대사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노인에게 큰절을 하려고 했다.
“손녀 조수영입니다. 절 받으세요.”
“절은 무슨...............할멈 뭐해. 빨리 치료해.”
“그래 수영아. 치료부터 하자.”
대사부는 수영을 자리에 앉히고 자신의 옷을 찢어 상처의 피를 닦아내고 약을 바른다. 약이 상처에 스며들자 피가 멈춘다. 정말 노인의 말대로 약의 효과는 탁월했다. 이 약은 노인이 전국의 산을 돌아다니며 채집한 약초로 만든 약으로 웬만한 상처는 이약만 바르면 치료가 끝났다. 수혼의 특이체질도 노인이 준 약을 먹었기 때문이다. 대사부는 약을 법암에게 전해준다. 법암은 죽의 상처를 살펴보다 란에게 약을 전해주었다. 죽의 상처가 허벅지 안쪽에 있어 자신이 치료하기 곤란했기 때문이다. 법암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보았다.
“잘 지내셨습니까? 그동안 어디 계셨던 거죠.”
“험~ 험~ 향상 너희들 겉에 있었다.”
“계속 숨어서 저희들을 지켜보고 계셨단 말씀이세요. 그럼 계속 숨어서 지켜보고나 하시지 오늘은 왜 나타나셨어요.”
“너희들이 위험에 쳐해 있는데 가만있을 수가 있어야지.”
“그래요........그럼 이제 위험한 상황도 벗어났으니 다시 도망치시겠네요.”
“도망치다니.........내가 왜 도망친단 말이냐.”
“지금까지 절 피해 도망친 것이 아닌가요.”
“험~ 잠시 피한 건 사실이지만 도망친 건 아니다.”
“허허허~ 좋습니다. 그럼 이제 도망치지 않겠다는 말씀이군요.”
“쩝~ 어차피 모습을 드려냈는데 또 숨는다는 것도 체면이 아니고 어쩔 수 없지.”
“그동안 왜 숨어 지내셨죠.”
“수혼이가 잘 하니 굳이 내가 나설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차가 한쪽에 멈춘다. 앞에 강화대교가 있고 검문소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모두 내리세요.”
운전기사가 밖으로 나오며 말하자 차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내린다.
“어디 들어가서 치료부터 하셔야겠네요. 제가 본부에 연락해서 다른 차를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운전기사의 말에 사람들은 쉴만한 만한 장소를 찾아보았지만 쉬어 갈만한 장소가 없었다. 그들은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해 넓은 잔디밭으로 갔다. 기사는 차를 주차하고 바로 본부에 연락했다.
“영감탱이 구해줘서 고마워.”
“할멈이 그런 말도 할줄 알아. 늙어서 노망이 든 건 아닌 것 같고 그동안 느낀 것이 많았나 보지.”
“이놈의 영감탱이가 고마워서 좋게 이야기하니까 별소리를 다하네. 다시 해보자는 거야.”
“알았어.......하여튼 성질머리 하고는........네가 수영이구나. 그동안 먼발치에서만 봤는데 어디 보자.”
“할아버지 정식으로 인사 올리겠습니다.”
수영은 할아버지 앞으로가서 큰절을 올렸다. 할아버지는 수영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래 예쁘구나. 나에게 이런 예쁜 손녀가 있었어. 그동안 성질 더러운 할멈하고 사느라 고생 많았다.”
“이놈의 영감탱이 당장 일어나. 성질 더러운 할멈하고 한판 붙어.”
“쩝~ 그렇게 싸우고도 힘이 넘치네. 하여튼 기력도 좋아.”
“아버지! 실없는 농담은 그만두시고..........저하고 이야기 좀 해요.”
“난 너와 할 말 없다. 네가 옛날이야기를 듣고 싶은 모양인데 굳이 말하라고 한다면 미안하다는 말밖에 못하겠구나.”
“휴~ 수혼이을 만나고 저도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아버님께 할말은 많지만 모두 그만두기로 하죠. 대신 한 가지만 대답해 주세요. 그때 왜 저에게 처음부터 음양검법을 쓰라고 하셨죠.”
“음~..........꼭 들어야겠다만 이야기해주마. 이것 참........변명하는 것 같군...............당시 네가 산에서 훈련하고 있을 때 할멈이 찾아와 대결을 연기하자고 했다. 결론적으로 난 할멈의 요구를 거절했다. 내가 그때 거절한 것은 원예도문에게 이기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지. 객관적인 실력을 본다면 내가 며느리보다 뛰어났다. 하지만 며느리가 원예무를 완성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난 할멈이 원예무를 완성하기까지의 시간을 벌기 위해 그런 요청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거절한 것이다. 그런데 내가 거절하자 할멈은 내게 악담을 하고 갔다. 난 또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고 네가 말해주었다. 그때는 왜 의심 한번 안하고 할멈 말을 그대로 믿었는지 모르겠다.........하여튼 난 초조했다. 며느리가 원예무를 완벽하게 익혔다면 넌 상대가 안돼. 당시 음양검법은 미완의 검법이지 않았느냐.”
“그럼 아버지는 그녀가 원예무를 완성한 것으로 생각하시고 제게 처음부터 음양검법을 사용하라고 하신 겁니까?”
“그렇지........그런데 며느리가 너무나 허망하게 죽어버렸어. 그때서야 일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사건은 벌어졌고 넌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폭주기관차처럼 행동하다가 절로 들어가 버렸다.”
“하긴 그때는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았죠.”
“그 후 난 사건을 다시 차근차근 조사했다..........그리고 나중에 할멈이 내게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알았지. 하지만 그때도 수영이의 존재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할멈이 수영이 만큼은 꼭꼭 감추고 있었기 때문이지. 그 후 이야기는 너희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난 수혼이를 강철에게 맡겨 수혼이가 가족사의 비밀을 밝혀내고 해결할 수 있도록 겉을 지켜주었다.”
“흥~ 꿈보다 해석이 좋다. 쉽게 말하면 수혼이에게 모든 짐을 맡기고 영감탱이는 숨어 있었다는 말이잖아.”
“험~ 험~ 할멈이 꼭 정곡을 찔러서 말해요. 그래 내가 죽일 놈이다. 죽일 놈이야. 할망구 이 말이 듣고 싶어.”
“영감탱이 알기 아는군.”
“할머니........할아버지.......그리고 아버지.......그만 싸우세요. 서로 이해하고 감싸주어야죠. 그게 가족 아닌가요.”
“험~ 험~ 우리보다 수영이가 더 어른스럽군.”
“이제 가족들이 모두 모인 건가요. 분명 기쁜 일인데 왜 이리 마음이 무겁죠.”
“음~ 수영이가 일천화랑 때문에 고민하는 모양이구나. 참~ 일이 이상하게 꼬여버렸어.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만들어 버렸어. 일단 수혼이를 만나서 의논하도록 하자.”
“알겠습니다...................죽의 상처는 어때요.”
“상처가 깊구나. 한동안 거동하기 불편할 정도야.”
“할아버지도 오셨으니 빨리 오빠에게 돌아가요.”
수혼은 집에 있다가 길식의 연락을 받고 지나와 부인들을 이끌고 강화도로 향했다.
“수혼씨 일이 잘못된 거야.”
“예상하고 있던 일이야. 일천화랑이 그렇게 쉽게 우리 편에 서겠어.”
“그래........그런데 왜 우리들을 모두 데리고 가는 거야.”
“영감이 나타났데. 보고하는 놈이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할머니 일행을 화랑 놈들이 공격했고 아버지가 나섰지만 역부족이라 위험한 지경에 쳐했는데 영감이 나타나서 구해준 모양이야.”
“영감? 혹시 사부님 말하는 거야.”
“쩝~ 지나에게는 사부님이지. 일단 가서 만나보면 알겠지.”
수혼이 강화도에 도착해서 부인들을 대동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수혼이 보니 잔디밭에 할머니 일행이 보이고 하얀 모시적삼을 입은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수혼은 부인들과 함께 먼저 할아버지에게 갔다.
“다들 인사해. 할아버지야.”
여인들은 노인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수혼은 부인들을 차례대로 소개했다.
“허허허~ 다들 멀 발치에서는 다 보았네. 지나야 그동안 지냈어.”
“예~ 사부님.”
“너도 소원대로 저놈의 부인이 된 모양이구나.”
지나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인다.
“사부. 그동안 어디 숨어 있었어. 성질 같으면 수염을 몽땅 뽑아버리고 싶네. 그동안 사부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좀 고쳐지나 했더니 그놈의 말버릇은 여전하구나!”
“참~ 우리가 언제부터 존댓말 했다고.........인사 끝났으면 모두 버스에 타. 이야기는 가면서 해.”
“그래. 일단 돌아가자.”
수혼은 일행을 버스에 태우고 출발했다. 할아버지는 법암에게 했던 이야기를 수혼에게 해주었다. 수혼은 할아버지의 말을 말없이 듣고 있다가 피식 웃어버린다.
“대충 예상하고 있었어. 그동안 쪽팔려서 우리 앞에 나서지 못했다는 말 아니야.”
“험~ 험~ 그래 이놈아. 그런데 손자며느리들 앞에서 꼭 그렇게 말해야겠어.”
“내가 지금 무지 참고 있다는 거 알지. 옛날 같았으면 사부 수염을 몽땅 뽑아버렸을 거야. 죽는다고 공갈이나 치고, 다 알고 있으면서 내가 어떻게 하나 감시나 하고 말이야. 사부가 잘못한 거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어. 그래도 죽지 않고 나타나서 용서하는 거야.”
“허허허~ 고맙다 이놈아~”
“아버지........아버지도 할아버지 원망하지 않는 거지.”
“쩝~ 모두 잊었다. 사실 오늘도 아버지 아니었으면 위험했다.”
“사부. 지금까지 결정적일 때을 기다리고 있었지. 그래서 짠하고 나타난 거지. 하하하~ 하여튼 잘됐어. 이제 가족들이 모두 모인 건가? 휴~ 가족한번 모르기 힘드네.”
버스는 어느 덧 일산저택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버스가 일산저택으로 들어간 시간은 4시가 조금 넘는 시간이었다. 수혼이 계획하고 있는 인천공격까지 앞으로 2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수혼은 저택에 도착해서 수영과 죽을 치료하게 했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강화도에서 있었던 사건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한마디로 일천화랑이 우리 편이 되긴 틀렸다는 말이네요.”
“수혼이 볼 면목이 없다. 우리가 먼저 전대사군자를 만나 자초지정을 설명했으면 어떻게 해볼 수 있었는데 그곳에 남장로놈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구나.”
“쩝~ 대충 예상하고 있었어요. 그들이 쉽게 우리에게 넘어오리라고 기대도 하지 않았죠. 하여튼 모두 수고하셨어요. 치열한 전투를 치루고 오셨으니 다들 피곤하시겠네요. 올라가서 쉬세요.”
“올라가기 전에 할말이 있다. 전대사군자가 모두 우리의 적은 아니야.”
“예? 무슨 말씀이죠.”
“전대사군자 중에서 국(菊)은 딸과 자매처럼 지내던 사이다. 그녀라면 절대 우릴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전대사군자 모두와 싸우고 오셨지 않습니까?”
“다른 사군자들 때문에 공격한 척 한거야. 그녀는 공격하는 척만 했지 직접적으로 우릴 공격하진 않았다.”
“음~ 그래요. 하지만 그녀 혼자 힘으로 일천화랑을 움직일 수는 없지 않습니까?”
“물론 그래..........하지만 이건 가망성이 있다. 일천화랑들은 사군자가 각각 250명씩 전담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일천화랑은 외형상으로 한대 부대지만 내면으로 들어가면 매군(梅軍), 란군(蘭軍), 국군(菊軍), 죽군(竹軍)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말이다.”
“할머니 말씀은 국이란 여인을 따르는 국군(菊軍)이라면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아마 가능한 것이다.”
“그건 차차 생각해 보죠. 다들 먼저 올라가 쉬세요. 그리고 제가 원로들을 잡아두었으니 할머니가 한번 만나보세요. 전 수영이에게 가보고 출동준비 해야 합니다.”
“원로들을 모두 잡아왔어.”
“예~ 모두 잡아왔습니다. 지금 감옥에 있습니다. 쉬시고 내일 만나보세요.”
수혼은 회의실을 빠져나와 수영이 방으로 올라가 보았다. 마침 그녀의 방에서 요코가 나온다.
“수영이 어때 많이 다쳤어.”
“조금.........직접 들어가 보세요.”
수혼이 수영의 방으로 들어가니 수영이 침대에 누워있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괜찮아. 그냥 누워있어.”
“아니에요. 그리 깊은 상처도 아니에요. 회의는 끝났어요. 앞으로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궁금한 것도 많다. 수영이는 그냥 쉬고 있어. 화랑들의 처리는 내가 알아서 할게. 어디 보자 얼마나 다친 거야.”
수혼은 수영의 상처를 살펴본다. 수영의 팔은 붕대로 감겨있어 상처를 볼 수는 없다. 수혼은 상처를 살짝 만져보았다.
“아~ 아파~”
“많이 다쳤구나. 이런 쌍~ 이 새끼들이 죽으려고 내 동생 몸에 흠집을 네. 이것들 가만두지 않을 거야.”
“킥~ 흠집?........하여튼........걱정하지 말아요. 할아버지가 약을 주셨어요. 그거 바르면 상처남지 않는다고 했어요.”
“아~ 그 약........효과 좋지. 음~ 안 되겠다. 수영아 너 원예무 얼마나 익히고 있니.”
“원예무? 완벽하지 않아요. 그냥 전해오는 것까지는 익혔어요.”
“원예무도 음양검법처럼 불 완전히 무공이지........내일부터 나랑 연구 좀 해보자.”
“응~ 무슨 소리에요. 오빠랑 연구해요. 뭘~ 원예무를 오빠랑 연구하자는 말이에요.”
“그래. 아마 천부경 안에서 원예무의 나머지 부분을 찾을 수도 있을 거야.”
“천부경?..........나도 말은 들었지만 그게 해석이 가능해요.”
“방법이 있어. 그러니까 내일부터 서재로 와~.........난 이만 가야겠다. 출동준비 해야 돼.”
“또 출동해요........이번에는 어딜 공격하는 거죠.”
“수영이가 맞혀봐~”
“이번에 서초와 강남을 공격했으니 다음에는 강북을 공격하겠죠.”
“이번에는 틀렸어. 인천을 공격할거야.”
“이........인천? 그곳은 이미 한번 쓸고 왔잖아요.”
“인천에서 아예 갈치파의 씨를 말려버릴 거야.”
“혹시..........초토화 작전? 그건 가요.”
“맞아. 간다. 쉬고 있어.”
수영은 수혼이 나가자 부르르 떨었다. 수혼의 생각을 대충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ps : 다음 편에 기동대의 인천공격과 무석의 반격이 이어지겠습니다.
붉은미르-------------------
120부까정.........
으메...........환장하겠네.
100부까정은 그런대로 인정하겠는데..........
120부가 지나도 끝나질 않네........
이런 쌍~~~
무슨 할말이 그렇게 많은 거야.
이제 끝날 때가 되지 않았어.
수혼이----------------------
아직 안 끝났어.
잔소리하지 말고 손가락이나 놀려.
붉은미르 여기서 맘대로 끝내려고 하면 음양검법으로 베어버리는 수가 있어.
아직 일천화랑도 처리하지 못했고.......
무석이 놈도 때려잡아야 해.........
그리고 우리 불쌍한 영은이도 찾아가 봐야하고.........
그러니까 끽소리 하지 말고 계속 손가락 놀려..........
붉은미르-------------------
야~~~ 아~ 이제 그만하자.
50부로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120부면 많이 왔잖아.
그만 끝내자
지나-----------------------
흥~ 누구 맘대로 끝내.
지금까지 날 그렇게 고생시키고 이제야 좀 편해 질만 하니까 끝내
끝내기만 해봐~~
붉은미르--------------------
좋아 우리 협상하자.
일천화랑 정리하고 무석이 정리하면 끝나는 거지.
더 이상은 없다.
이건 확실하게 하자.
등장인물들-------------------
좋아~
그때까지만 수고해.
대신 중간에 억지로 끝내려하지 마.
이상 등장인물들과 붉은미르의 협상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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