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꿈꾸는 늑대 110부
강기는 도청장치에서 들러오는 말을 듣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도청장치에서 들러오는 말은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사실 아닌가? 수영과 수혼이 친남매란다. 천랑파의 수장과 갈치파의 수장이 친남매란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 동생이 오빠를 공격하진 못할 것인 아닌가? 혹시 갈치파가 통째로 천랑파에 흡수되는 것은 아닐까? 강기는 도청장치에서 테이프를 빼내서 무석에게 달려갔다. 시급을 다투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수혼은 부인들을 돌려보내고 아버지와 마주 앉았다. 수혼과 아버지사이에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바로 천마월영검의 처리문제다. 아버지는 당신의 손으로 천마월영검을 원예문을 돌려주고 싶어 하신다. 하지만 자신도 수영과의 약속이 있다.
“아버지는 천마월영검을 가지고 할머니를 찾아가실 작정입니까?”
“천마월영검은 나와 네 어미의 대결결과로 인해 음양도문에 들어온 물건이다. 하지만 그 대결은 정당한 대결이 아니었어. 처음부터 잘못된 대결이지. 그러니까 천마월영검은 원예문에 돌려주어야 한다. 그게 내손에 죽은 네 어미에 대한 예의야.”
“검을 원예문에 돌려주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이의가 없습니다. 사실 아버지가 오시기 전에 수영을 만났어요. 그때 검을 돌려주려 했어요. 현재 원예도의 계승자는 수영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돌려 준 것이냐. 수영이가 아이가 받아 간 거야?”
“그녀는 받질 않았습니다. 수영사부........아니 외할머니는 수영가 절 만나지 못하게 하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들은 외할머니 모르게 계속 만나고 있었죠. 그래서 검을 가져가면 외할머니가 의심하다고 받지 않더군요. 천마월영검이 음양도문에 있다는 것을 뻔히 아는 외할머니가 갑자기 수영이 검을 가져가면 의심하겠죠. 또 다른 이유도 있는데 정정당당한 대결에서 승리해서서 당당하게 찾아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정정당당한 대결? 아니 너희들도 싸운다는 말이냐.”
“그게 양 사문에 내려오는 전통 아닙니까?”
“그건 안 된다. 너희들은 남매야. 한 가족이란 말이다.”
“저도 알아요. 그건 수영의 뜻이죠. 제 뜻이 아닙니다. 현재 음양도 계승자는 접니다. 원예도문과 대결을 펼치던, 펼치지 않던 결정은 제가 하는 겁니다. 전통? 개나 주라고 하세요. 저도 수영에게 말했어요. 대결에 대해서는 아직 별말은 안했지만 선대의 원한은 선대가 해결할 문제로 우리와는 상관없다고 했어요............제 생각이 틀린 건가요?”
“아니다. 네 생각이 맞다. 비극은 나와 내 어미만으로도 충분하다.”
“꼭 천마월영검을 아버지의 손으로 원예문에 돌려주시겠다면 아버지께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아요. 어차피 수영은 우리 가족입니다. 생각해 보면 원예도문이나 음양도문이나 한 가족이란 말입니다. 가족끼리 네 거니, 니 거니 따지는 것도 웃기지 않습니까?”
“허~...........할 말이 없구나. 그 나이에 그렇게 깊은 생각을 하다니..........그래 네 뜻이 그러하다면 굳이 돌려줄 필요도 없겠구나. 천마월영검은 그렇다고 치고,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
“수영과 외할머니를 찾아와야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수영과 외할머니를 찾아오다니? 그들이 어디 가기라도 했어?”
“아집과 편견에 빠진 외할머니와 아무것도 모르고 외할머니에게 조정당하는 수영을 우리 가족의 품으로 찾아오겠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도망 다니는 할아버지도 찾아와야죠.”
“하하하~ 마치 물건처럼 말하는 구나. 그게 말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야.”
“저도 알아요. 일단 먼저 갈치파부터 부셔버리겠습니다. 외할머니의 잘못된 생각으로 만들어진 갈치파가 존재하는 한 수영과 외할머니는 우리 품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 일은 잘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또 다른 원한을 만들 수 있어.”
“음~ 외할머니가 그렇게 앞뒤가 막힌 분인가요?”
“하하하~ 옹고집이야. 사문의 일이라면 앞뒤뿐만 아니라 좌우까지 꽉 막힌 사람이다. 내 이야기를 듣고도 몰라.”
“그래요? 하하하~ 누가 이기나 보세요. 저도 고집이라면 만만치 않아요. 갈치파를 부셔버리고 강제로 끌고 오조 뭐~”
“그 꼬장꼬장한 노인을 강제로 끌고 와~ 하하하~ 그래 두고 보자.”
“자~ 이제 이야기는 끝났죠. 아버지는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음~ 일단 내가 먼저 장모님을 만나보도록 하겠다.”
“왜요? 원예무를 깨버리시게요. 참~ 아직 저와의 대결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요즘 음양검법을 새로 익히고 있거든요. 음양검법이 완성되면 다시 도전하겠습니다.”
“뭐~ 음양검법을 새로 익히고 있어. 그럼 음검을 찾아냈단 말이냐?”
“할아버지가 새로 창안하신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할아버지와는 별도로 새로운 음양검법을 만들고 있어요. 기다하세요. 다음에는 절대지지 않을 겁니다.”
법암은 한숨을 쉬었다. 수혼의 말대로라면 음양검법의 완성을 위해 평생을 받친 아버지의 소원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닌가? 음양검법의 완성과 사문을 위해서라면 자식까지 희생시키던 아버지다. 그런 아버지의 소원이 이루어진다 말인가? 자신은 음양검법과 원예무를 깨버리기 위해 지금까지 무술을 수련했다. 아버지가 그렇게 바라던 음양검법이 얼마나 하찮고 보잘 것 없는 무공인지 보란 듯이 증명하고 싶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당당하게 말하고 싶었다. ‘이런 하찮은 무공의 완성을 위해 자식을 희생시켰습니까?’ 그런데 아버지가 끝내는 음검을 창안하고 수혼이 새로운 음양검법을 수련하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새로운 음양검법이라.............대단한 모양이지.”
“아직은 몰라요. 지금 새로운 음검과 기존의 양검을 합치고 있어요. 완벽한 음양검법을 만들고 있는 거죠. 하지만 전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음양검법에 유수의 검을 합칠 생각입니다.”
“유수의 검은 또 뭐야.”
“국선도 문주님이 저게 전해준 검법입니다. 유수의 검도 어느 정도 감을 잡은 상태죠. 이제 수련만 하면 됩니다.”
“국선도 문주? 그건 나중에 듣도록 하고. 하여튼 대단하군. 나도 네 할아버지도 이루지 못한 경지를 향해 달려가는 구나.”
“대단할 것도 없어요. 음양검법은 할아버지가 완성한 것이고, 유수의 검은 국선도 문주님이 완성한 겁니다. 제가 할 일이라고는 두 분이 완성한 검을 완벽하게 익히는 정도입니다. 물론 나중에 음양검법과 유수의 검이 합쳐지면 좋겠지만 아직은 꿈같은 이야기죠.”
“그것만 해도 대단한 거야. 좋아~ 언제든지 도전해라. 난 밟고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올라봐~”
“기대하세요.”
강기는 무석을 찾아갔다. 무석은 한참 원로원에서 새로운 수장을 뽑기 위해 논의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때 회의장에 화랑이 들어와 무석에게 쪽지 한 장을 전해 주었다. 쪽지에는 강기의 간단한 메모가 들어있었다.
‘무석형님 엄청난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천랑과 원예가 친남매사이랍니다. 제가 지금 원로원 밑에 있으니 바로 나와 보세요. 사안이 다급합니다.’
쪽지를 확인한 무석은 원로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바로 원로원 밑으로 내려갔다. 건물 밑에는 강기가 초조하게 무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석이 내려오는 것을 본 강기는 무석에게 달려왔다.
“무슨 말이야. 천랑과 원예가 친남매라니.......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 거야.”
“제가 어제 원예의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겠다는 말씀드렸죠. 어제 밤에 도청장치를 설치했어요. 이게 좀 전에 녹음한 테이프입니다. 원예와 대사부님의 대화내용이죠. 제가 설명하는 것보다는 직접 듣는 편이 빨라요.”
“정말이야. 천랑과 원예가 친남매가 맞아.”
“원로원에 올라가셔서 직접 들어보세요. 전 밑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좋아. 확인해 보지.”
무석은 바로 원로원으로 올라가 원로원을 지키는 화랑에게 녹음기를 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후 화랑이 녹음기를 가져오자 무석은 녹음기를 들고 원로원으로 들어갔다.
“회의 중에 죄송합니다. 다급한 연락이 와서 잠시 내려갔다 오는 길입니다.”
“무슨 일이야.”
“일단 한번 들어보시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석은 녹음기를 테이블에 올리고 강기에게 받은 테이블을 틀었다. 녹음기에서는 수영과 대사부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회의장은 조용했다.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너무나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무석도 처음에는 강기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녹음기에서 들려오는 말은 대사부의 음성이 확실했고, 대사부는 수혼과 수영이 친남매라는 사실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테이프가 모두 돌아가자 무석은 떨리는 손으로 녹음기를 끈다. 녹음기가 꺼져도 장내는 조용했다.
“모두 들으셨죠. 원예와 천랑이 친남매랍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대사부가 그동안 우릴 기만하고 있었다는 결론입니다. 이런 사실을 원로님들은 알고 계셨던 겁니까?”
“휴~ 그럼 그때 전대 원예가 음양도 전인과 함께 조직과 사문을 버리고 도망쳤었다는 말이 되는군. 그리고 이번에는 그런 원예의 딸에게 갈치파의 수장자리를 맡기고 말이야. 대사부가 우릴 감쪽같이 속이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군.”
“원로님들도 모르고 계셨던 겁니까?”
“아무도 몰랐어. 대사부는 그때 원예가 병이 들어 멀리 요양을 보냈다고 했어. 그리고 몇 년 지난 후에 우리 앞에 수영을 데려왔지. 원예의 딸이라고 소개하면서 말이야. 그동안 우리들은 원예가 병이 들어 요양원에 있다는 사이 결혼을 해서 수영을 출산하고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불쌍한 원예의 딸이고 수영을 예뻐했었어. 그런데 그런 사연이 있었을 줄이야.”
“대사부님께 수영의 아버지에 대해 한번도 물어보지 않았단 말씀입니까?”
“우리가 물어봐도 대답이 없었어. 한번은 원로 중에 한명이 끝까지 깨물어보니 원예를 따라 죽었다고 하더군. 그래서 다들 그런지 알고 있었지.”
“좋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어차피 원예는 수장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결론 났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이상 우릴 속인 대사부와 원예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원예와 대사부를 갈치파에서 추출(抽出)해야 합니다.”
“갈치파는 대사부가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조직이야. 아직 원예와 대사부를 따르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지.”
“그럼 계속 참고 있자는 말씀입니까? 생각해 보세요. 천랑은 대사부의 외손자입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다들 아실 겁니다. 지금이라도 대사부가 마음이 바꿔서 갈치파를 통제로 천랑파의 아가리에 처넣어버리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봐~ 이무석! 이곳은 회의석상이야. 말이 심하지 않나.”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 말도 심중하게 생각할 문제입니다.”
“우리도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우리가 대사부와 원예를 추출하면 조직내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거란 것도 생각해야지.”
“그럼 이대로 가만히 있자는 말씀입니까? 무슨 대책이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자네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자네 의견을 제시해봐~”
“당장 조직에서 ?아내야죠.”
“?아내? 휴~ 조직이 풍비박산(風飛雹散)나는 것은 왜 생각을 못해. 감정적으로 처리할 문제가 아니야.”
“참~ 이 테이프는 누구에게 받은 건가?”
작가 주 : 풍비박산(風飛雹散) - 사방으로 흩어진다는 한자숙어.
허강기의 할아버지가 무석에게 물어본다. 그는 강기가 어제 밤에 수영의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번 일을 기회로 강기도 조직으로 다시 불러들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허 강기에게 받았습니다. 지금 밑에 있습니다.”
“그럼 그놈도 올라오라고 해.”
무석은 직접 내려가 강기를 데리고 들어왔다. 강기는 원로원에 들어서자 먼저 인사를 했다. 원로들도 모두 강기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자네가 도청한 장본인인가?”
“예~ 제가 했습니다.”
“자네 생각은 어때. 자네도 무석의 의견과 마찬가지야.”
“예? 무슨 말씀이죠?”
“아~ 자네는 못 들었지. 무석이 자네가 설명 좀 해죠~”
무석은 강기에게 그동안 논의 되었던 내용을 이야기해 주었다. 강기는 무석의 설명을 듣고 씩 웃는다.
“저에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좋은 생각?.............말해 보게.”
“원예와 대사부를 잡아다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감금시켜 버리는 겁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대사부가 갑자기 쓰려져서 원예와 함께 요양원에 갔다고 하는 겁니다.”
“원예와 대사부를 감금한다. 자네는 대사부와 원예의 실력을 몰라서 하는 말이야. 그 사람들을 누가 잡아들인다는 말인가?”
“꼭 무력을 사용할 필요는 없죠. 약을 먹이는 방법도 있고,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지 않습니까? 원로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음~ 나쁜 방법은 아니군. 그럼 누가 그들을 잡을 건가?”
“제가 하죠. 제가 원예의 사무실을 지키는 녀석을 매수에 두었습니다. 원예와 대사부가 아직까지 사무실에 있는지 모르지만 그들이 먹는 음식에 약을 풀면 간단하지 않겠습니까?”
“좋아. 그럼 그렇게 결정하지. 다른 원로님들은 특별한 의견 있습니까?”
원로들 중에서는 대사분의 편들도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대사부의 편을 들 수 없는 분위기다. 이미 대세는 기울어진 상태라고 해야 할까? 원로들은 강기의 의견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강기는 그길로 다시 원예의 사무실로 향했다.
원예와 사부는 한동안 울다가 조금은 진정되는지 울음을 그쳤다. 수영은 눈물을 닦고 사부를 보았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부의 눈도 붉게 충혈 되어 있었다.
“사부님 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죠. 수혼씨가 친오빠로 밝혀진 이상 전 오빠와 싸우기 싫어요. 할머니 어떻게 하면 좋아요.”
“그래~, 그래~ 이젠 울지 마라. 나도 내 마음 알고 있다. 나도 이제야 알겠어.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사문의 명예도 아니고, 조직도 아니다. 알량한 자존심은 더더욱 아니지. 우리 착한 수영이가 이 할미에게는 가장 소중한 보물이야. 내 뜻대로 하려무나. 이제 이 할미는 무조건 네 편이다. 네 마음대로 해.”
“고마워요. 고마워요 할머니. 그럼~ 앞으로 갈치파를 어떻게 하죠. 조직원 들은 모두들 서울을 장악하고 나아가 전국을 제패하길 바라지고 있어요? 그럼 먼저 천랑파를 상대해야 하는데..........조직원들에게 뭐라고 설명하죠.”
“참~ 미쳐 네가 말하지 못했구나. 지금 원로원에서 새로운 수장을 선출하고 있을 것이다. 네가 수혼과 모텔에 있었다는 사실을 무석이가 밝혀내서 원로들에게 보고 했다. 원로들도 네가 수혼에게 넘어가 갈치파를 배신했을 거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야.”
“아니에요. 전 한번도 그런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어요. 제가 아무리 수혼씨.......아니 오빠를 좋아하지만 공과 사는 구별할 줄 알아요. 배신이라니요? 말도 안돼요.”
“난 널 믿는다. 난 손녀를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다. 암~ 당연하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 생각은 틀린 모양이다. 하여튼 넌 이번 기회에 홀가분하게 갈치파 수장이란 허울을 벗어버려. 그리고 이제부터는 갈치파는 다른 사람에게 맞기고 이 할미와 같이 지내도록 하자.”
“음~ 새로운 수장은 분명 오빠가 이끄는 천랑파를 공격하려 하게 뻔해요. 오빠가 힘들어 할 건데.......우리 때문에........어떻게 하면 좋아요?”
“휴~ 이것도 내 업보구나. 망할 놈의 늙은이? 이것도 다 그 늙은이 때문이야. 수혼이 놈을 강철에게 맡긴 때부터 예상했던 거야. 하여튼 그 놈의 늙은이 만나기만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누굴 말씀하시는 거죠.”
혼자서 중얼거리는 사부에게 수영이 물어보았다. 사부가 이빨을 갈며 말하기 때문이다.
“음양도 늙은이 말하는 거다.”
“혹시 오빠 사부님 말씀하시는 겁니까?”
“왜 아니야. 그 늙은이지. 휴~ 그만하자. 이곳이 있지도 않은 늙은이 욕해서 뭐하겠느냐. 수혼이 놈을 믿어야지. 내가 듣기로 그놈은 혼자 힘으로 지금의 천랑파를 만들었다고 들었다.”
“혼자는 아니고, 오빠를 돕는 사람들이 많아요. 오빠의 부인들 그리고 어둠의 천사들 등등 많은 사람들이 오빠를 돕고 있어요.”
“그래. 그놈은 잘 헤쳐나 갈 거야. 암~ 그렇고 말고. 그놈은 내 외손자가 아니냐.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수혼이 놈을 믿고 기다려보자.”
“사부님이 오빠를 도와주면 안돼요. 저야 수장자리에서 물러나면 힘도 없지만 사부님은 갈치파을 만든 분 아닙니까? 지금도 사부님을 따르는 사람이 많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휴~ 그게 말처럼 쉽지 않구나. 그건 천천히 생각해보자.”
강기는 원로원에서 자동차로 수영의 사무실로 이동했다. 자신이 원예와 대사부를 잡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왔지만 그들을 어떻게 잡은 건지 고민된다. 강기는 차에 있는 콘솔박스를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강기가 검사로 활동할 때 가지고 다니던 호신용품들이 들어 있었다. 수갑과 포승줄, 그리고 가스총도 있었고, 전기 충격기도 들어있었다. 혹시나 마취제나 마약은 없나하고 찾아보았다. 저번에 일산에서 공작을 꾸밀 때 사용했던 엑시터시가 조금 남아 있었다. 강기는 수갑과 포승줄을 주머니에 넣고 혹시나 몰라 전기충격기도 주머니에 넣었다. 차가 수영의 사무실에 도착하자 한쪽에 차를 세우고 두통의 전화를 했다. 한통은 바로 수영을 감시하는 녀석들에게 한 전화고 나머지 한통은 수영의 사무실을 지키는 녀석 중 자신이 매수한 녀석에게 한 전화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먼저 봉고차 한대가 강기가 타고 있는 차 옆으로 다가왔다. 바로 수영을 감시하는 녀석들이다. 강기가 차에서 내려 봉고차를 탄 녀석들에게 몇 가지 지시를 하고 있는데 매수당한 녀석이 건물에서 빠져나와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며 강기에게 달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지금 사무실에 원예하고 대사부님 계시지.”
“예~ 계속 말씀 중입니다.”
“음~ 좋아. 잠시만 기다려.”
강기는 자신의 차로 가서 엑시터시를 꺼내와 녀석에게 내밀었다.
“이거 뭡니까?”
“마취제야.”
강기는 엑시터시를 쉽게 마취제로 설명했다.
“마........마취제. 이걸로 어쩌라는 말입니까?”
“원예와 대사부님께 차라도 한잔 대접해 해야지. 차에다가 이 약을 풀어. 이약은 무색, 무취, 무향이기 때문에 눈치체지 못할 거야.”
“전 못합니다. 걸리면 죽어요. 절대 못합니다.”
“자식아. 원로원에서 결정된 사항이야. 잘못되면 내가 책임져. 일만 성공하면 내가 지회장자리 하나 준다.”
“강기님이 무슨 힘이 있다고 저에게 지회장자리를 주겠다는 겁니까?”
“이 자식이 사람을 어떻게 보고.........조금 전에 조직으로 컴백 했어 자식아. 날 못 믿어. 그리고 또 지금까지 처먹은 돈이 얼마야. 너 죽고 싶어.”
“아.......알았어요. 원로원에서 결정된 사항이라면 하겠습니다. 대신 잘못되면 저하고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알았어. 자식아~ 원예하고 대사부가 약을 먹으면 바로 연락해.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
녀석이 망설이다 약을 받아서 사무실로 올라간다.
“개자식~ 야~ 일끝나면 저 새끼 묻어버려. 사내새끼가 겁은 많아가지고 말이야. 저런 새끼는 언제 또 배신할 줄 몰라.”
“알겠습니다. 일 끝나면 저희들이 알아서 적당히 처리하겠습니다.”
“적당히?..........십팔~ 아무도 모르게 묻어버려 새끼야. 아니면 인천 앞바다에 처넣어버리든지. 하여튼 저 새끼 내 눈에 다시는 보이지 않게 만들어. 저 새끼 다시 보이면 너희들이 상어밥이 될 줄 알아. 알았어.”
“알겠습니다. 쩝~ 아까운 청춘한명 또 가는 구나.”
평소에 원예의 사무실은 4명의 사내가 경비를 담당하고 수영의 비서로 여직원 한명이 있었다. 녀석은 사무실로 들어가 탕비실로 들어갔다. 여직원은 평소에도 사내들이 탕비실에 들어가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녀석은 차를 준비해서 강기가 전해준 약을 풀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쟁반에 차를 가지고 나왔다.
“미스 양. 원예님하고 사부님께 차라도 한잔 대접해야지.”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차는 준비하란 말씀도 없었는데요.”
“야~ 야~ 사부님이 오신지 벌써 몇 시간째야. 두 분 모두 목마르지 않겠어. 비서라면 그 정도는 알아서 해야지. 애는 눈치도 없어.”
“그런가. 알았어요. 제가 들고 가죠.”
여직원은 들어보니 사내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닌 것 같아서 사내가 준비한 차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야.”
사무실에 들어온 비서를 보고 원예가 묻자 비서는 빙긋 웃더니 차를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두 분이 목마를 것 같아서 준비했어요. 그럼 전 이만~”
비서의 말대로 원예와 사부는 한참을 울어서 목이 마르던 참이었다. 두 사람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차를 마셨다.
“그럼 사부님은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지금까지도 조직 일은 너에게 맡기고 있었지~ 하지만 이제 네가 물러나면 조금 앞으로 나서야겠지. 아~ 그런데 왜 이렇게 어지럽지. 수영이 넌 괜찮은 거냐.”
“아~ 사부님 저도 느낌이 이상해요. 어떻게 된 거죠? 갑자기 사부님 얼굴이.......아~”
그때 사무실 문을 박차고 강기일행이 들어왔다. 원예와 수영사부는 강기의 얼굴을 보고도 멍하니 있었다. 강기는 혹시나 싶어 주머니에서 전기충격기를 꺼내어 원예와 수영사부를 기절시키고 수갑과 포승줄로 두 사람을 묶어서 봉고차에 실었다. 강기는 봉고차에 오르면 일행 한명을 남도록 했다.
“넌 여기 남아 있어. 네가 사람을 더 불러줄게.”
“예~ 저만 남으라는 말씀인가요.”
“생각해 보니까 내가 원예와 대사부를 납치했단 사실은 아무도 모르고 있어야해. 넌 이곳에 있다가 내가 보내준 사람과 함께 사무실을 지키는 놈들하고 여자아이 처리해.”
“처리? 어떻게 하란 말씀입니까?”
“좀 전이 말했잖아. 모두 인천 앞바다에 처넣어버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거야. 알았어.”
“알겠습니다. 빨리 보내 주세요.”
강기는 자신의 차를 버리고 봉고차로 이동하며 무석에게 전화를 했다.
“형님 접니다. 원예하고 대사부는 제가 모시고 있습니다. 나머지 일은 형님이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
“그래 정말 이냐. 아~ 수고했다. 참~ 원예와 사부님은 어디로 모시작정이냐.”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강기는 전화를 끊고 인천을 벗어나 경기도로 달려갔다.
원로원에서 초조하게 강기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던 무석은 강기가 원예와 대사부 납치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얼굴이 밝아진다. 원로들도 강기의 소식을 들었다.
“이제 대사부와 원예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휴~ 다시 논의하죠. 원로님들은 누가 새로운 갈치파의 수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까?”
“자네 의견을 먼저 제시해 보게. 우리들이야 이곳 원로원에만 있어서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지. 원예 말고 적당한 사람이 없겠나.”
“글쎄요. 조직의 서열로 따지면 원예 다음은 사군자들(四君子)입니다. 하지만 사군자들은 대부분 원예의 편이니 누가 좋을지 감을 못 잡겠군요.”
“쩝~ 하긴 사군자들은 원예의 손발이지. 음~ 그럼 일단은 자네가 수장을 한번 해보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예~ 제가요. 갈치파는 전통적으로 여자를 수장으로 모시지 않았습니까?”
“지금까지야 대사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해기 때문이지. 지금은 원예와 대사부가 없지 않는가? 정 부담스러우면 마땅한 수장감이 나설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맞는 것으로 하지.”
“알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제가 수장이 되는데 다른 의견이 없다면 제가 한시적으로 맞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그렇게 결정하자. 다른 분들도 불만 없죠.”
“좋습니다. 한시적이란 단서가 붙는다면 반대할 사람은 없겠죠. 그럼 원로원의 결정을 조직원들에게 알려주어야 하는데..........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아무래도 우리가 나서야겠지.”
“예~ 제가 통보하는 것보다는 원로님들이 앞에 나서주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좋아. 다들 일어나세.”
하루 사이에 갈치파에는 엄청난 광풍이 쓸고 지나갔다. 원예와 수영의 사부가 강기에 의해 납치당하고 이무석이 새로운 수장이 된 것이다. 하지만 원로들과 무석의 앞에는 조직 내부의 거센 반발이 기다리고 있었다.
수혼은 아버지와의 대화를 끝냈다. 아버지는 끝내 자신이 먼저 외할머니를 만나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수혼도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는지라 끝까지 말릴 수도 없었다. 아버지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수혼과 부인들은 아버지를 정문 앞까지 배웅했다.
“아버지. 저와의 약속을 잊지 마세요.”
“알고 있다. 내가 아들과 한 약속도 지키지 않을까? 걱정하지 말거라.”
“아버님 안녕히 다녀오세요. 장모님 만나서 잘 이야기 해보세요.”
“알았네. 허허~ 참~ 며느리들이 많아서 아직도 누가누군지 모르겠군.”
“호호호~ 저희와 잠시 지내시다 보면 금방 아실 겁니다. 이렇게 하루 만에 다시 길을 떠나신다니 섭섭합니다. 다음에는 꼭 오래도록 모실 수 있도록 해주세요.”
“허허허~ 알았네. 그럼 다녀오마.”
수혼은 멀어지는 아버지를 보며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만난지 하루 만에 다시 길을 떠나는 아버지다. 외할머니를 만나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서지만 어차피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 아닌가? 수혼이 심각한 표정으로 멀어지는 아버지를 보고 있자 지나가 다가와 수혼의 손을 잡아준다. 수혼이 지나를 보니 지나가 수혼의 끌어당겨 안아주었다.
수혼은 아버지를 보내고 체육관으로 향했다. 아버지와 약속하지 않았는가? 아버지에게 다시 도전하겠다고.........수혼은 지금까지 머릿속으로만 정립하고 있던 음양검법과 유수의 검의 수련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수혼이 체육관에 들어서자 친위대가 한참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친위대가 수혼을 발견하고 인사를 하려하자 수혼은 그들을 말리고 한쪽으로 갔다.
“다들 신경 쓰지 말고 훈련에 열중하도록 하세요.”
수혼의 명령에 친위대는 멈추었던 훈련을 다시 시작했다. 수혼은 봉황검을 가지고 체육관에 들어왔다. 그의 손에서 봉황검이 날카로운 예기를 발산하며 모습을 드려낸다. 수혼은 천천히 검을 휘두른다. 처음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음양검법의 양검을 실천했다. 검이 날아오르고 번쩍이는 검영들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검은 울음을 토하듯 창고를 가르며 날아가고 수혼과 검은 하나가 되어 마치 하늘에서 나비가 날 듯 날아오른다. 수혼이 검을 잡은 손을 부르르 떨자 검은 수십 개로 늘어나며 분분히 떨어진다. 바로 음양검법의 분(分)이다. 수혼의 몸은 바닥에 사뿐히 떨어지더니 다시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라 검을 펼치니 검영이 체육관 하늘을 가득 메운다. 음양검법의 변(變)이다. 공중에서 나비처럼 하늘을 날던 수혼이 검을 직선으로 내리그으니 검은 유성처럼 떨어진다. 음양검법의 섬(閃)이다. 수혼은 바닥에 사뿐히 차지하더니 숨을 한번 몰아쉬다. 이제 자신의 머릿속에만 있는 음검을 수련할 차례인 것이다. 검이 춤을 추듯, 물결이 일령이듯 앞으로 나아간다. 한없이 느리고 부드럽다. 검은 직선도 아니고 원을 그리는 것도 아니다. 연어가 물을 박차고 상류로 오르는 것처럼 부드럽고 힘차다. 수혼의 동작이 빨라진다. 검은 폭풍우를 만나듯 다급하게 움직이고 검영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마치 수혼이 음양수를 실천하는 것처럼 검영이 꽃 입처럼 하늘위에 분분히 날아오른다. 화려하고 부드러운 검초식이다.
친위대 대원들은 하던 훈련을 멈추고 멍하니 수혼의 모습을 치켜보고 있었다. 수혼이 손에는 펼쳐지는 검법은 너무나 화려하고 멋지다. 제게 검법이란 말인가? 저건 검법이 아니라 화려한 춤이었다. 검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 펼치는 화려한 춤........
수혼은 머릿속으로만 그리고 있던 초식들을 실천하며 음검의 오의를 하나씩 터듯하기 시작했다. 음검은 양검과 다르다. 변(變)의 바탕위에 강(强)이 접목되었던 양검과는 다르게 음검은 변(變)의 토대위에 유(柔)를 접목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음양검법은 변(變), 강(强), 유(柔)이 세 가지 바탕위에 완성되는 것이다. 수혼은 나머지 초식들을 모두 시행해보고 동작을 마무리한다. 수혼은 고개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뭐가 불만이 많은 표정이다. 머릿속에서 그리던 초식을 막상 실천해 보니 생각대로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수혼은 한동안 제자리에 눈을 감고 서 있었다. 그러더니 다시 고개를 흔들고 검을 들었다. 이번에는 봉황검이 답답한 정도로 천천히 움직인다. 마치 어린아이가 나뭇가지를 가지고 장난하듯 검은 힘도 없고 느리게만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유수의 검이다. 유수의 검은 중(重)과 유(柔)를 중요시 한다. 보는 사람은 봉황검이 천천히 움직인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상대방은 절대 그렇게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 느리게만 보이는 검은 물이 땅이 스며들 듯 상대방의 허점을 노리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또한 검에 엄청난 힘이 실려 있어 맞받아치기도 힘든 것이 유수의 검이다. 유수의 검은 일정한 초식이 없다. 상대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자유자재로 변하는 것이 유수의 검이다. 수혼은 유수의 검을 수련하며 저번에 사방신과의 대결을 생각했다. 사방신 중 현무에게 마지막으로 펼친 검이 바로 유수의 검이다. 수혼은 그때의 느낌을 살려 유수의 검을 수련한다.
수혼은 다시 동작을 마무리 한다. 역시 음양검법도 유수의 검도 미흡한 부분이 많다. 다시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은 모양이다. 수혼은 검을 거두고 체육관을 나선다. 수혼이 체육관을 떠나고서야 친위대의 훈련은 다시 시작되었다.
강기는 수영과 수영사부를 데리고 경기도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강기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번호를 찾았다. 자신이 검찰에서 마약사범들을 잡아들이는 마약담당 검사였다. 그 당시 마약사범 중 아주 악질적인 놈이 있었다. 마약 중간 판매상을 하는 놈인데 경기도 일대에서 작은 조직까지 거느리고 있는 놈이다. 강기는 그놈을 두 번이나 잡아들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증거불충분으로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놈은 아주 지능적인 놈이다. 또한 아주 이기적인 놈이다. 놈은 모든 죄를 부하들에게 전가하고 자신은 유유히 빠져나가는 악질적이고 이기적인 놈이다. 강기는 놈을 잡기위해 노력하다가 나중에는 녀석을 잡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놈의 약점을 이용해서 다른 마약판매상에 대한 정보를 빼내었다. 놈은 자신과 경쟁하는 다른 판매상에 대한 정보를 강기에게 제공했고, 강기는 그 정보를 토대로 녀석의 경쟁 상대들을 처리해 주었다. 강기와 녀석은 악어가 악어새의 사이처럼 지냈던 것이다.
“오철이냐. 나 강기다.”
“어~ 형님~ 웬일이세요. 소문에 들으니 검사 때려치웠다고 하던데.......”
“그래 검사 때려 치웠다. 네게 부탁이 좀 있어서 전화했다.”
“아~ 검사 때려 치웠는데 아직도 제게 볼일이 있어요. 쩝~ 그래 무슨 부탁이죠.”
“사람 좀 데리고 있어라. 한 몇 달만 데리고 있어 주었으면 좋겠는데.........”
“사람을 데리고 있어요. 무슨 말이죠.”
“내가 지금 두 사람을 데리고 네게 달려가고 있어. 이 사람들을 감금하고 감시하란 말이야.”
“참~! 여기가 탁아소에요. 고아원이에요. 그런 부탁이라면 관두셔.”
“야 새끼야. 돈 주면 될 거 아니야. 선불로 줄게~”
“돈? 검사도 때려 치웠다면 무슨 돈이 있 수. 형님 집안이 갑부 유~”
“빈정거리지 마라. 내가 검사 때려치웠다고 이제 우습게 보이냐. 지금이라도 너 같은 새끼는 당장이라도 유치장에 처넣을 힘은 있어 새끼야.”
“십팔~ 겁주지 맙시다. 알았어요. 누군데 그래요.”
“노파 한명하고 나이어린 계집애 한명이다.”
“나이어린 계집애. 호~ 얼굴은 봐줄만 합니까?”
“꿈 깨. 새끼야. 가시가 잔뜩 박힌 장미라 잘못 건드리며 네가 죽어. 하여튼 지금 다와 가니까 밖으로 나와라.”
“알았수다. 쩝~ 이젠 별짓을 다하네.”
봉고차는 한 허름한 건물 앞에 멈추었다. 강기가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오자 몇 명의 사내가 강기에게 다가왔다. 그 중 한명이 바로 강기의 전화를 받은 오철이라는 놈이다. 놈은 머리에 기름기가 좔좔 흐르고 옷은 올 칼라로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
“안녕하쇼. 그래~ 어떤 물건이요.”
“야~ 대리고 나와.”
강기의 지시에 사내들이 기절한 수영과 수영사부를 안고 나왔다. 오철은 수영사부는 본 척도 하지 않고 수영의 얼굴을 보더니 입맛을 다신다. 놈은 손으로 입술을 한번 쓴 문지르고 강기에게 말했다.
“형님~ 이년 물건인데요. 쩝~ 고년 삼삼하게 생겨 먹은 것이 벗겨먹으면 비린하나 안 나겠네. 쩝~ 누구요.”
“갈치파 원예다 새끼야.”
“뭐...........뭐요. 가.......갈치파 원예. 그럼 이년이 갈치파 대가리란 말이유~”
“그래~ 새끼야. 그러니까 딴 짓거리 할 생각은 하지마라. 이년 깨어나면 여기 있는 놈들 한꺼번에 덤벼도 상대가 안돼. 그리고 저 노파는 더 무서운 사람이야. 그러니까 감금하고 감시만 하고 있어. 알았어.”
“하~ 십팔~ 형님~ 누구 죽을 꼴 보려고 이러우. 갈치파가 이 사실은 알면 난 그 자리에서 죽은 목숨이유. 난 못해. 차라리 날보고 죽으라고 햐슈~”
“개새끼 겁대가리는 좆나 많아요. 그러니까 독방에 처넣고 감시만 하라고 했잖아. 새끼야. 얼마주면 되겠냐.”
“십팔 못한다고 했어요. 죽으면 돈이 무슨 소용이유~ 난 짧고 길게 살고 싶은 놈이란 말이유~”
“그래. 검찰청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더라. 아직 동기새끼들 있으니 너 하나 집어넣는 거야 일도 아니지 뭐~ 정 안 되면.........저기 있는 새끼들 모두 영창 보내면 되겠지.”
“아 십팔~ 알았어요. 알았어. 내 더러워서. 데리고 올라와요.”
강기는 피식 웃더니 수영과 수영사부를 데리고 건물로 들어갔다. 오철이라 불리는 사내는 건물 지하로 일행을 안내했다. 건물지하에는 몇 개의 방이 있었다.
“여기에 처넣어요.”
“오호~ 여기 뭐하는 곳이냐. 비교적 깨끗한데. 침대에 화장실까지 있고 말이야.”
“가끔 약 처먹고 정신 못 차리는 놈들 가두는 곳이유~ 그런 새끼들 경찰이 잡아가면 골치 아프니까 이곳에 한 몇 칠 처박아 놓고 정신 좀 차리면 내보내지요.”
“참~ 약 파는 새끼가 별짓을 다하네. 하여튼 좋아. 던져 버려.”
수영과 수영의 사부는 각각 다른 방에 넣어졌다. 그리고 포승줄과 수갑을 풀어주고 두꺼운 철문이 잠긴다.
“좀 전에도 말했지만 딴 짓거리 할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는 것이 좋을 거야. 잘못하면 너희들이 죽어 알았지.”
“알았수. 그런데 언제까지 이곳에 둘 거유. 십팔 다리가 후들거려서 미치겠네.”
“몇 달이면 돼. 돈은 섭섭하지 않게 통장으로 솟아줄게.”
“형님은 이제 갈 거유.”
“가야지. 내가 가끔 올 거야. 간수 잘하고 있어.”
강기는 다시 인천으로 향했다.
ps : 쩝~ 106부터 야설이 없군요. 다음 편은 야설을 첨가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수혼은 아니고.......아마도 무석이나 다른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여러분의 예상과는 약간 다르게 흘려가네요. 수영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강기는 도청장치에서 들러오는 말을 듣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도청장치에서 들러오는 말은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사실 아닌가? 수영과 수혼이 친남매란다. 천랑파의 수장과 갈치파의 수장이 친남매란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 동생이 오빠를 공격하진 못할 것인 아닌가? 혹시 갈치파가 통째로 천랑파에 흡수되는 것은 아닐까? 강기는 도청장치에서 테이프를 빼내서 무석에게 달려갔다. 시급을 다투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수혼은 부인들을 돌려보내고 아버지와 마주 앉았다. 수혼과 아버지사이에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바로 천마월영검의 처리문제다. 아버지는 당신의 손으로 천마월영검을 원예문을 돌려주고 싶어 하신다. 하지만 자신도 수영과의 약속이 있다.
“아버지는 천마월영검을 가지고 할머니를 찾아가실 작정입니까?”
“천마월영검은 나와 네 어미의 대결결과로 인해 음양도문에 들어온 물건이다. 하지만 그 대결은 정당한 대결이 아니었어. 처음부터 잘못된 대결이지. 그러니까 천마월영검은 원예문에 돌려주어야 한다. 그게 내손에 죽은 네 어미에 대한 예의야.”
“검을 원예문에 돌려주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이의가 없습니다. 사실 아버지가 오시기 전에 수영을 만났어요. 그때 검을 돌려주려 했어요. 현재 원예도의 계승자는 수영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돌려 준 것이냐. 수영이가 아이가 받아 간 거야?”
“그녀는 받질 않았습니다. 수영사부........아니 외할머니는 수영가 절 만나지 못하게 하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들은 외할머니 모르게 계속 만나고 있었죠. 그래서 검을 가져가면 외할머니가 의심하다고 받지 않더군요. 천마월영검이 음양도문에 있다는 것을 뻔히 아는 외할머니가 갑자기 수영이 검을 가져가면 의심하겠죠. 또 다른 이유도 있는데 정정당당한 대결에서 승리해서서 당당하게 찾아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정정당당한 대결? 아니 너희들도 싸운다는 말이냐.”
“그게 양 사문에 내려오는 전통 아닙니까?”
“그건 안 된다. 너희들은 남매야. 한 가족이란 말이다.”
“저도 알아요. 그건 수영의 뜻이죠. 제 뜻이 아닙니다. 현재 음양도 계승자는 접니다. 원예도문과 대결을 펼치던, 펼치지 않던 결정은 제가 하는 겁니다. 전통? 개나 주라고 하세요. 저도 수영에게 말했어요. 대결에 대해서는 아직 별말은 안했지만 선대의 원한은 선대가 해결할 문제로 우리와는 상관없다고 했어요............제 생각이 틀린 건가요?”
“아니다. 네 생각이 맞다. 비극은 나와 내 어미만으로도 충분하다.”
“꼭 천마월영검을 아버지의 손으로 원예문에 돌려주시겠다면 아버지께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아요. 어차피 수영은 우리 가족입니다. 생각해 보면 원예도문이나 음양도문이나 한 가족이란 말입니다. 가족끼리 네 거니, 니 거니 따지는 것도 웃기지 않습니까?”
“허~...........할 말이 없구나. 그 나이에 그렇게 깊은 생각을 하다니..........그래 네 뜻이 그러하다면 굳이 돌려줄 필요도 없겠구나. 천마월영검은 그렇다고 치고,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
“수영과 외할머니를 찾아와야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수영과 외할머니를 찾아오다니? 그들이 어디 가기라도 했어?”
“아집과 편견에 빠진 외할머니와 아무것도 모르고 외할머니에게 조정당하는 수영을 우리 가족의 품으로 찾아오겠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도망 다니는 할아버지도 찾아와야죠.”
“하하하~ 마치 물건처럼 말하는 구나. 그게 말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야.”
“저도 알아요. 일단 먼저 갈치파부터 부셔버리겠습니다. 외할머니의 잘못된 생각으로 만들어진 갈치파가 존재하는 한 수영과 외할머니는 우리 품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 일은 잘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또 다른 원한을 만들 수 있어.”
“음~ 외할머니가 그렇게 앞뒤가 막힌 분인가요?”
“하하하~ 옹고집이야. 사문의 일이라면 앞뒤뿐만 아니라 좌우까지 꽉 막힌 사람이다. 내 이야기를 듣고도 몰라.”
“그래요? 하하하~ 누가 이기나 보세요. 저도 고집이라면 만만치 않아요. 갈치파를 부셔버리고 강제로 끌고 오조 뭐~”
“그 꼬장꼬장한 노인을 강제로 끌고 와~ 하하하~ 그래 두고 보자.”
“자~ 이제 이야기는 끝났죠. 아버지는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음~ 일단 내가 먼저 장모님을 만나보도록 하겠다.”
“왜요? 원예무를 깨버리시게요. 참~ 아직 저와의 대결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요즘 음양검법을 새로 익히고 있거든요. 음양검법이 완성되면 다시 도전하겠습니다.”
“뭐~ 음양검법을 새로 익히고 있어. 그럼 음검을 찾아냈단 말이냐?”
“할아버지가 새로 창안하신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할아버지와는 별도로 새로운 음양검법을 만들고 있어요. 기다하세요. 다음에는 절대지지 않을 겁니다.”
법암은 한숨을 쉬었다. 수혼의 말대로라면 음양검법의 완성을 위해 평생을 받친 아버지의 소원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닌가? 음양검법의 완성과 사문을 위해서라면 자식까지 희생시키던 아버지다. 그런 아버지의 소원이 이루어진다 말인가? 자신은 음양검법과 원예무를 깨버리기 위해 지금까지 무술을 수련했다. 아버지가 그렇게 바라던 음양검법이 얼마나 하찮고 보잘 것 없는 무공인지 보란 듯이 증명하고 싶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당당하게 말하고 싶었다. ‘이런 하찮은 무공의 완성을 위해 자식을 희생시켰습니까?’ 그런데 아버지가 끝내는 음검을 창안하고 수혼이 새로운 음양검법을 수련하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새로운 음양검법이라.............대단한 모양이지.”
“아직은 몰라요. 지금 새로운 음검과 기존의 양검을 합치고 있어요. 완벽한 음양검법을 만들고 있는 거죠. 하지만 전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음양검법에 유수의 검을 합칠 생각입니다.”
“유수의 검은 또 뭐야.”
“국선도 문주님이 저게 전해준 검법입니다. 유수의 검도 어느 정도 감을 잡은 상태죠. 이제 수련만 하면 됩니다.”
“국선도 문주? 그건 나중에 듣도록 하고. 하여튼 대단하군. 나도 네 할아버지도 이루지 못한 경지를 향해 달려가는 구나.”
“대단할 것도 없어요. 음양검법은 할아버지가 완성한 것이고, 유수의 검은 국선도 문주님이 완성한 겁니다. 제가 할 일이라고는 두 분이 완성한 검을 완벽하게 익히는 정도입니다. 물론 나중에 음양검법과 유수의 검이 합쳐지면 좋겠지만 아직은 꿈같은 이야기죠.”
“그것만 해도 대단한 거야. 좋아~ 언제든지 도전해라. 난 밟고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올라봐~”
“기대하세요.”
강기는 무석을 찾아갔다. 무석은 한참 원로원에서 새로운 수장을 뽑기 위해 논의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때 회의장에 화랑이 들어와 무석에게 쪽지 한 장을 전해 주었다. 쪽지에는 강기의 간단한 메모가 들어있었다.
‘무석형님 엄청난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천랑과 원예가 친남매사이랍니다. 제가 지금 원로원 밑에 있으니 바로 나와 보세요. 사안이 다급합니다.’
쪽지를 확인한 무석은 원로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바로 원로원 밑으로 내려갔다. 건물 밑에는 강기가 초조하게 무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석이 내려오는 것을 본 강기는 무석에게 달려왔다.
“무슨 말이야. 천랑과 원예가 친남매라니.......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 거야.”
“제가 어제 원예의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겠다는 말씀드렸죠. 어제 밤에 도청장치를 설치했어요. 이게 좀 전에 녹음한 테이프입니다. 원예와 대사부님의 대화내용이죠. 제가 설명하는 것보다는 직접 듣는 편이 빨라요.”
“정말이야. 천랑과 원예가 친남매가 맞아.”
“원로원에 올라가셔서 직접 들어보세요. 전 밑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좋아. 확인해 보지.”
무석은 바로 원로원으로 올라가 원로원을 지키는 화랑에게 녹음기를 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후 화랑이 녹음기를 가져오자 무석은 녹음기를 들고 원로원으로 들어갔다.
“회의 중에 죄송합니다. 다급한 연락이 와서 잠시 내려갔다 오는 길입니다.”
“무슨 일이야.”
“일단 한번 들어보시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석은 녹음기를 테이블에 올리고 강기에게 받은 테이블을 틀었다. 녹음기에서는 수영과 대사부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회의장은 조용했다.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너무나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무석도 처음에는 강기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녹음기에서 들려오는 말은 대사부의 음성이 확실했고, 대사부는 수혼과 수영이 친남매라는 사실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테이프가 모두 돌아가자 무석은 떨리는 손으로 녹음기를 끈다. 녹음기가 꺼져도 장내는 조용했다.
“모두 들으셨죠. 원예와 천랑이 친남매랍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대사부가 그동안 우릴 기만하고 있었다는 결론입니다. 이런 사실을 원로님들은 알고 계셨던 겁니까?”
“휴~ 그럼 그때 전대 원예가 음양도 전인과 함께 조직과 사문을 버리고 도망쳤었다는 말이 되는군. 그리고 이번에는 그런 원예의 딸에게 갈치파의 수장자리를 맡기고 말이야. 대사부가 우릴 감쪽같이 속이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군.”
“원로님들도 모르고 계셨던 겁니까?”
“아무도 몰랐어. 대사부는 그때 원예가 병이 들어 멀리 요양을 보냈다고 했어. 그리고 몇 년 지난 후에 우리 앞에 수영을 데려왔지. 원예의 딸이라고 소개하면서 말이야. 그동안 우리들은 원예가 병이 들어 요양원에 있다는 사이 결혼을 해서 수영을 출산하고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불쌍한 원예의 딸이고 수영을 예뻐했었어. 그런데 그런 사연이 있었을 줄이야.”
“대사부님께 수영의 아버지에 대해 한번도 물어보지 않았단 말씀입니까?”
“우리가 물어봐도 대답이 없었어. 한번은 원로 중에 한명이 끝까지 깨물어보니 원예를 따라 죽었다고 하더군. 그래서 다들 그런지 알고 있었지.”
“좋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어차피 원예는 수장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결론 났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이상 우릴 속인 대사부와 원예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원예와 대사부를 갈치파에서 추출(抽出)해야 합니다.”
“갈치파는 대사부가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조직이야. 아직 원예와 대사부를 따르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지.”
“그럼 계속 참고 있자는 말씀입니까? 생각해 보세요. 천랑은 대사부의 외손자입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다들 아실 겁니다. 지금이라도 대사부가 마음이 바꿔서 갈치파를 통제로 천랑파의 아가리에 처넣어버리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봐~ 이무석! 이곳은 회의석상이야. 말이 심하지 않나.”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 말도 심중하게 생각할 문제입니다.”
“우리도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우리가 대사부와 원예를 추출하면 조직내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거란 것도 생각해야지.”
“그럼 이대로 가만히 있자는 말씀입니까? 무슨 대책이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자네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자네 의견을 제시해봐~”
“당장 조직에서 ?아내야죠.”
“?아내? 휴~ 조직이 풍비박산(風飛雹散)나는 것은 왜 생각을 못해. 감정적으로 처리할 문제가 아니야.”
“참~ 이 테이프는 누구에게 받은 건가?”
작가 주 : 풍비박산(風飛雹散) - 사방으로 흩어진다는 한자숙어.
허강기의 할아버지가 무석에게 물어본다. 그는 강기가 어제 밤에 수영의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번 일을 기회로 강기도 조직으로 다시 불러들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허 강기에게 받았습니다. 지금 밑에 있습니다.”
“그럼 그놈도 올라오라고 해.”
무석은 직접 내려가 강기를 데리고 들어왔다. 강기는 원로원에 들어서자 먼저 인사를 했다. 원로들도 모두 강기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자네가 도청한 장본인인가?”
“예~ 제가 했습니다.”
“자네 생각은 어때. 자네도 무석의 의견과 마찬가지야.”
“예? 무슨 말씀이죠?”
“아~ 자네는 못 들었지. 무석이 자네가 설명 좀 해죠~”
무석은 강기에게 그동안 논의 되었던 내용을 이야기해 주었다. 강기는 무석의 설명을 듣고 씩 웃는다.
“저에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좋은 생각?.............말해 보게.”
“원예와 대사부를 잡아다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감금시켜 버리는 겁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대사부가 갑자기 쓰려져서 원예와 함께 요양원에 갔다고 하는 겁니다.”
“원예와 대사부를 감금한다. 자네는 대사부와 원예의 실력을 몰라서 하는 말이야. 그 사람들을 누가 잡아들인다는 말인가?”
“꼭 무력을 사용할 필요는 없죠. 약을 먹이는 방법도 있고,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지 않습니까? 원로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음~ 나쁜 방법은 아니군. 그럼 누가 그들을 잡을 건가?”
“제가 하죠. 제가 원예의 사무실을 지키는 녀석을 매수에 두었습니다. 원예와 대사부가 아직까지 사무실에 있는지 모르지만 그들이 먹는 음식에 약을 풀면 간단하지 않겠습니까?”
“좋아. 그럼 그렇게 결정하지. 다른 원로님들은 특별한 의견 있습니까?”
원로들 중에서는 대사분의 편들도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대사부의 편을 들 수 없는 분위기다. 이미 대세는 기울어진 상태라고 해야 할까? 원로들은 강기의 의견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강기는 그길로 다시 원예의 사무실로 향했다.
원예와 사부는 한동안 울다가 조금은 진정되는지 울음을 그쳤다. 수영은 눈물을 닦고 사부를 보았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부의 눈도 붉게 충혈 되어 있었다.
“사부님 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죠. 수혼씨가 친오빠로 밝혀진 이상 전 오빠와 싸우기 싫어요. 할머니 어떻게 하면 좋아요.”
“그래~, 그래~ 이젠 울지 마라. 나도 내 마음 알고 있다. 나도 이제야 알겠어.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사문의 명예도 아니고, 조직도 아니다. 알량한 자존심은 더더욱 아니지. 우리 착한 수영이가 이 할미에게는 가장 소중한 보물이야. 내 뜻대로 하려무나. 이제 이 할미는 무조건 네 편이다. 네 마음대로 해.”
“고마워요. 고마워요 할머니. 그럼~ 앞으로 갈치파를 어떻게 하죠. 조직원 들은 모두들 서울을 장악하고 나아가 전국을 제패하길 바라지고 있어요? 그럼 먼저 천랑파를 상대해야 하는데..........조직원들에게 뭐라고 설명하죠.”
“참~ 미쳐 네가 말하지 못했구나. 지금 원로원에서 새로운 수장을 선출하고 있을 것이다. 네가 수혼과 모텔에 있었다는 사실을 무석이가 밝혀내서 원로들에게 보고 했다. 원로들도 네가 수혼에게 넘어가 갈치파를 배신했을 거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야.”
“아니에요. 전 한번도 그런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어요. 제가 아무리 수혼씨.......아니 오빠를 좋아하지만 공과 사는 구별할 줄 알아요. 배신이라니요? 말도 안돼요.”
“난 널 믿는다. 난 손녀를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다. 암~ 당연하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 생각은 틀린 모양이다. 하여튼 넌 이번 기회에 홀가분하게 갈치파 수장이란 허울을 벗어버려. 그리고 이제부터는 갈치파는 다른 사람에게 맞기고 이 할미와 같이 지내도록 하자.”
“음~ 새로운 수장은 분명 오빠가 이끄는 천랑파를 공격하려 하게 뻔해요. 오빠가 힘들어 할 건데.......우리 때문에........어떻게 하면 좋아요?”
“휴~ 이것도 내 업보구나. 망할 놈의 늙은이? 이것도 다 그 늙은이 때문이야. 수혼이 놈을 강철에게 맡긴 때부터 예상했던 거야. 하여튼 그 놈의 늙은이 만나기만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누굴 말씀하시는 거죠.”
혼자서 중얼거리는 사부에게 수영이 물어보았다. 사부가 이빨을 갈며 말하기 때문이다.
“음양도 늙은이 말하는 거다.”
“혹시 오빠 사부님 말씀하시는 겁니까?”
“왜 아니야. 그 늙은이지. 휴~ 그만하자. 이곳이 있지도 않은 늙은이 욕해서 뭐하겠느냐. 수혼이 놈을 믿어야지. 내가 듣기로 그놈은 혼자 힘으로 지금의 천랑파를 만들었다고 들었다.”
“혼자는 아니고, 오빠를 돕는 사람들이 많아요. 오빠의 부인들 그리고 어둠의 천사들 등등 많은 사람들이 오빠를 돕고 있어요.”
“그래. 그놈은 잘 헤쳐나 갈 거야. 암~ 그렇고 말고. 그놈은 내 외손자가 아니냐.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수혼이 놈을 믿고 기다려보자.”
“사부님이 오빠를 도와주면 안돼요. 저야 수장자리에서 물러나면 힘도 없지만 사부님은 갈치파을 만든 분 아닙니까? 지금도 사부님을 따르는 사람이 많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휴~ 그게 말처럼 쉽지 않구나. 그건 천천히 생각해보자.”
강기는 원로원에서 자동차로 수영의 사무실로 이동했다. 자신이 원예와 대사부를 잡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왔지만 그들을 어떻게 잡은 건지 고민된다. 강기는 차에 있는 콘솔박스를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강기가 검사로 활동할 때 가지고 다니던 호신용품들이 들어 있었다. 수갑과 포승줄, 그리고 가스총도 있었고, 전기 충격기도 들어있었다. 혹시나 마취제나 마약은 없나하고 찾아보았다. 저번에 일산에서 공작을 꾸밀 때 사용했던 엑시터시가 조금 남아 있었다. 강기는 수갑과 포승줄을 주머니에 넣고 혹시나 몰라 전기충격기도 주머니에 넣었다. 차가 수영의 사무실에 도착하자 한쪽에 차를 세우고 두통의 전화를 했다. 한통은 바로 수영을 감시하는 녀석들에게 한 전화고 나머지 한통은 수영의 사무실을 지키는 녀석 중 자신이 매수한 녀석에게 한 전화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먼저 봉고차 한대가 강기가 타고 있는 차 옆으로 다가왔다. 바로 수영을 감시하는 녀석들이다. 강기가 차에서 내려 봉고차를 탄 녀석들에게 몇 가지 지시를 하고 있는데 매수당한 녀석이 건물에서 빠져나와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며 강기에게 달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지금 사무실에 원예하고 대사부님 계시지.”
“예~ 계속 말씀 중입니다.”
“음~ 좋아. 잠시만 기다려.”
강기는 자신의 차로 가서 엑시터시를 꺼내와 녀석에게 내밀었다.
“이거 뭡니까?”
“마취제야.”
강기는 엑시터시를 쉽게 마취제로 설명했다.
“마........마취제. 이걸로 어쩌라는 말입니까?”
“원예와 대사부님께 차라도 한잔 대접해 해야지. 차에다가 이 약을 풀어. 이약은 무색, 무취, 무향이기 때문에 눈치체지 못할 거야.”
“전 못합니다. 걸리면 죽어요. 절대 못합니다.”
“자식아. 원로원에서 결정된 사항이야. 잘못되면 내가 책임져. 일만 성공하면 내가 지회장자리 하나 준다.”
“강기님이 무슨 힘이 있다고 저에게 지회장자리를 주겠다는 겁니까?”
“이 자식이 사람을 어떻게 보고.........조금 전에 조직으로 컴백 했어 자식아. 날 못 믿어. 그리고 또 지금까지 처먹은 돈이 얼마야. 너 죽고 싶어.”
“아.......알았어요. 원로원에서 결정된 사항이라면 하겠습니다. 대신 잘못되면 저하고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알았어. 자식아~ 원예하고 대사부가 약을 먹으면 바로 연락해.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
녀석이 망설이다 약을 받아서 사무실로 올라간다.
“개자식~ 야~ 일끝나면 저 새끼 묻어버려. 사내새끼가 겁은 많아가지고 말이야. 저런 새끼는 언제 또 배신할 줄 몰라.”
“알겠습니다. 일 끝나면 저희들이 알아서 적당히 처리하겠습니다.”
“적당히?..........십팔~ 아무도 모르게 묻어버려 새끼야. 아니면 인천 앞바다에 처넣어버리든지. 하여튼 저 새끼 내 눈에 다시는 보이지 않게 만들어. 저 새끼 다시 보이면 너희들이 상어밥이 될 줄 알아. 알았어.”
“알겠습니다. 쩝~ 아까운 청춘한명 또 가는 구나.”
평소에 원예의 사무실은 4명의 사내가 경비를 담당하고 수영의 비서로 여직원 한명이 있었다. 녀석은 사무실로 들어가 탕비실로 들어갔다. 여직원은 평소에도 사내들이 탕비실에 들어가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녀석은 차를 준비해서 강기가 전해준 약을 풀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쟁반에 차를 가지고 나왔다.
“미스 양. 원예님하고 사부님께 차라도 한잔 대접해야지.”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차는 준비하란 말씀도 없었는데요.”
“야~ 야~ 사부님이 오신지 벌써 몇 시간째야. 두 분 모두 목마르지 않겠어. 비서라면 그 정도는 알아서 해야지. 애는 눈치도 없어.”
“그런가. 알았어요. 제가 들고 가죠.”
여직원은 들어보니 사내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닌 것 같아서 사내가 준비한 차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야.”
사무실에 들어온 비서를 보고 원예가 묻자 비서는 빙긋 웃더니 차를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두 분이 목마를 것 같아서 준비했어요. 그럼 전 이만~”
비서의 말대로 원예와 사부는 한참을 울어서 목이 마르던 참이었다. 두 사람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차를 마셨다.
“그럼 사부님은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지금까지도 조직 일은 너에게 맡기고 있었지~ 하지만 이제 네가 물러나면 조금 앞으로 나서야겠지. 아~ 그런데 왜 이렇게 어지럽지. 수영이 넌 괜찮은 거냐.”
“아~ 사부님 저도 느낌이 이상해요. 어떻게 된 거죠? 갑자기 사부님 얼굴이.......아~”
그때 사무실 문을 박차고 강기일행이 들어왔다. 원예와 수영사부는 강기의 얼굴을 보고도 멍하니 있었다. 강기는 혹시나 싶어 주머니에서 전기충격기를 꺼내어 원예와 수영사부를 기절시키고 수갑과 포승줄로 두 사람을 묶어서 봉고차에 실었다. 강기는 봉고차에 오르면 일행 한명을 남도록 했다.
“넌 여기 남아 있어. 네가 사람을 더 불러줄게.”
“예~ 저만 남으라는 말씀인가요.”
“생각해 보니까 내가 원예와 대사부를 납치했단 사실은 아무도 모르고 있어야해. 넌 이곳에 있다가 내가 보내준 사람과 함께 사무실을 지키는 놈들하고 여자아이 처리해.”
“처리? 어떻게 하란 말씀입니까?”
“좀 전이 말했잖아. 모두 인천 앞바다에 처넣어버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거야. 알았어.”
“알겠습니다. 빨리 보내 주세요.”
강기는 자신의 차를 버리고 봉고차로 이동하며 무석에게 전화를 했다.
“형님 접니다. 원예하고 대사부는 제가 모시고 있습니다. 나머지 일은 형님이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
“그래 정말 이냐. 아~ 수고했다. 참~ 원예와 사부님은 어디로 모시작정이냐.”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강기는 전화를 끊고 인천을 벗어나 경기도로 달려갔다.
원로원에서 초조하게 강기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던 무석은 강기가 원예와 대사부 납치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얼굴이 밝아진다. 원로들도 강기의 소식을 들었다.
“이제 대사부와 원예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휴~ 다시 논의하죠. 원로님들은 누가 새로운 갈치파의 수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까?”
“자네 의견을 먼저 제시해 보게. 우리들이야 이곳 원로원에만 있어서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지. 원예 말고 적당한 사람이 없겠나.”
“글쎄요. 조직의 서열로 따지면 원예 다음은 사군자들(四君子)입니다. 하지만 사군자들은 대부분 원예의 편이니 누가 좋을지 감을 못 잡겠군요.”
“쩝~ 하긴 사군자들은 원예의 손발이지. 음~ 그럼 일단은 자네가 수장을 한번 해보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예~ 제가요. 갈치파는 전통적으로 여자를 수장으로 모시지 않았습니까?”
“지금까지야 대사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해기 때문이지. 지금은 원예와 대사부가 없지 않는가? 정 부담스러우면 마땅한 수장감이 나설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맞는 것으로 하지.”
“알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제가 수장이 되는데 다른 의견이 없다면 제가 한시적으로 맞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그렇게 결정하자. 다른 분들도 불만 없죠.”
“좋습니다. 한시적이란 단서가 붙는다면 반대할 사람은 없겠죠. 그럼 원로원의 결정을 조직원들에게 알려주어야 하는데..........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아무래도 우리가 나서야겠지.”
“예~ 제가 통보하는 것보다는 원로님들이 앞에 나서주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좋아. 다들 일어나세.”
하루 사이에 갈치파에는 엄청난 광풍이 쓸고 지나갔다. 원예와 수영의 사부가 강기에 의해 납치당하고 이무석이 새로운 수장이 된 것이다. 하지만 원로들과 무석의 앞에는 조직 내부의 거센 반발이 기다리고 있었다.
수혼은 아버지와의 대화를 끝냈다. 아버지는 끝내 자신이 먼저 외할머니를 만나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수혼도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는지라 끝까지 말릴 수도 없었다. 아버지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수혼과 부인들은 아버지를 정문 앞까지 배웅했다.
“아버지. 저와의 약속을 잊지 마세요.”
“알고 있다. 내가 아들과 한 약속도 지키지 않을까? 걱정하지 말거라.”
“아버님 안녕히 다녀오세요. 장모님 만나서 잘 이야기 해보세요.”
“알았네. 허허~ 참~ 며느리들이 많아서 아직도 누가누군지 모르겠군.”
“호호호~ 저희와 잠시 지내시다 보면 금방 아실 겁니다. 이렇게 하루 만에 다시 길을 떠나신다니 섭섭합니다. 다음에는 꼭 오래도록 모실 수 있도록 해주세요.”
“허허허~ 알았네. 그럼 다녀오마.”
수혼은 멀어지는 아버지를 보며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만난지 하루 만에 다시 길을 떠나는 아버지다. 외할머니를 만나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서지만 어차피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 아닌가? 수혼이 심각한 표정으로 멀어지는 아버지를 보고 있자 지나가 다가와 수혼의 손을 잡아준다. 수혼이 지나를 보니 지나가 수혼의 끌어당겨 안아주었다.
수혼은 아버지를 보내고 체육관으로 향했다. 아버지와 약속하지 않았는가? 아버지에게 다시 도전하겠다고.........수혼은 지금까지 머릿속으로만 정립하고 있던 음양검법과 유수의 검의 수련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수혼이 체육관에 들어서자 친위대가 한참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친위대가 수혼을 발견하고 인사를 하려하자 수혼은 그들을 말리고 한쪽으로 갔다.
“다들 신경 쓰지 말고 훈련에 열중하도록 하세요.”
수혼의 명령에 친위대는 멈추었던 훈련을 다시 시작했다. 수혼은 봉황검을 가지고 체육관에 들어왔다. 그의 손에서 봉황검이 날카로운 예기를 발산하며 모습을 드려낸다. 수혼은 천천히 검을 휘두른다. 처음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음양검법의 양검을 실천했다. 검이 날아오르고 번쩍이는 검영들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검은 울음을 토하듯 창고를 가르며 날아가고 수혼과 검은 하나가 되어 마치 하늘에서 나비가 날 듯 날아오른다. 수혼이 검을 잡은 손을 부르르 떨자 검은 수십 개로 늘어나며 분분히 떨어진다. 바로 음양검법의 분(分)이다. 수혼의 몸은 바닥에 사뿐히 떨어지더니 다시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라 검을 펼치니 검영이 체육관 하늘을 가득 메운다. 음양검법의 변(變)이다. 공중에서 나비처럼 하늘을 날던 수혼이 검을 직선으로 내리그으니 검은 유성처럼 떨어진다. 음양검법의 섬(閃)이다. 수혼은 바닥에 사뿐히 차지하더니 숨을 한번 몰아쉬다. 이제 자신의 머릿속에만 있는 음검을 수련할 차례인 것이다. 검이 춤을 추듯, 물결이 일령이듯 앞으로 나아간다. 한없이 느리고 부드럽다. 검은 직선도 아니고 원을 그리는 것도 아니다. 연어가 물을 박차고 상류로 오르는 것처럼 부드럽고 힘차다. 수혼의 동작이 빨라진다. 검은 폭풍우를 만나듯 다급하게 움직이고 검영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마치 수혼이 음양수를 실천하는 것처럼 검영이 꽃 입처럼 하늘위에 분분히 날아오른다. 화려하고 부드러운 검초식이다.
친위대 대원들은 하던 훈련을 멈추고 멍하니 수혼의 모습을 치켜보고 있었다. 수혼이 손에는 펼쳐지는 검법은 너무나 화려하고 멋지다. 제게 검법이란 말인가? 저건 검법이 아니라 화려한 춤이었다. 검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 펼치는 화려한 춤........
수혼은 머릿속으로만 그리고 있던 초식들을 실천하며 음검의 오의를 하나씩 터듯하기 시작했다. 음검은 양검과 다르다. 변(變)의 바탕위에 강(强)이 접목되었던 양검과는 다르게 음검은 변(變)의 토대위에 유(柔)를 접목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음양검법은 변(變), 강(强), 유(柔)이 세 가지 바탕위에 완성되는 것이다. 수혼은 나머지 초식들을 모두 시행해보고 동작을 마무리한다. 수혼은 고개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뭐가 불만이 많은 표정이다. 머릿속에서 그리던 초식을 막상 실천해 보니 생각대로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수혼은 한동안 제자리에 눈을 감고 서 있었다. 그러더니 다시 고개를 흔들고 검을 들었다. 이번에는 봉황검이 답답한 정도로 천천히 움직인다. 마치 어린아이가 나뭇가지를 가지고 장난하듯 검은 힘도 없고 느리게만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유수의 검이다. 유수의 검은 중(重)과 유(柔)를 중요시 한다. 보는 사람은 봉황검이 천천히 움직인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상대방은 절대 그렇게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 느리게만 보이는 검은 물이 땅이 스며들 듯 상대방의 허점을 노리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또한 검에 엄청난 힘이 실려 있어 맞받아치기도 힘든 것이 유수의 검이다. 유수의 검은 일정한 초식이 없다. 상대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자유자재로 변하는 것이 유수의 검이다. 수혼은 유수의 검을 수련하며 저번에 사방신과의 대결을 생각했다. 사방신 중 현무에게 마지막으로 펼친 검이 바로 유수의 검이다. 수혼은 그때의 느낌을 살려 유수의 검을 수련한다.
수혼은 다시 동작을 마무리 한다. 역시 음양검법도 유수의 검도 미흡한 부분이 많다. 다시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은 모양이다. 수혼은 검을 거두고 체육관을 나선다. 수혼이 체육관을 떠나고서야 친위대의 훈련은 다시 시작되었다.
강기는 수영과 수영사부를 데리고 경기도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강기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번호를 찾았다. 자신이 검찰에서 마약사범들을 잡아들이는 마약담당 검사였다. 그 당시 마약사범 중 아주 악질적인 놈이 있었다. 마약 중간 판매상을 하는 놈인데 경기도 일대에서 작은 조직까지 거느리고 있는 놈이다. 강기는 그놈을 두 번이나 잡아들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증거불충분으로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놈은 아주 지능적인 놈이다. 또한 아주 이기적인 놈이다. 놈은 모든 죄를 부하들에게 전가하고 자신은 유유히 빠져나가는 악질적이고 이기적인 놈이다. 강기는 놈을 잡기위해 노력하다가 나중에는 녀석을 잡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놈의 약점을 이용해서 다른 마약판매상에 대한 정보를 빼내었다. 놈은 자신과 경쟁하는 다른 판매상에 대한 정보를 강기에게 제공했고, 강기는 그 정보를 토대로 녀석의 경쟁 상대들을 처리해 주었다. 강기와 녀석은 악어가 악어새의 사이처럼 지냈던 것이다.
“오철이냐. 나 강기다.”
“어~ 형님~ 웬일이세요. 소문에 들으니 검사 때려치웠다고 하던데.......”
“그래 검사 때려 치웠다. 네게 부탁이 좀 있어서 전화했다.”
“아~ 검사 때려 치웠는데 아직도 제게 볼일이 있어요. 쩝~ 그래 무슨 부탁이죠.”
“사람 좀 데리고 있어라. 한 몇 달만 데리고 있어 주었으면 좋겠는데.........”
“사람을 데리고 있어요. 무슨 말이죠.”
“내가 지금 두 사람을 데리고 네게 달려가고 있어. 이 사람들을 감금하고 감시하란 말이야.”
“참~! 여기가 탁아소에요. 고아원이에요. 그런 부탁이라면 관두셔.”
“야 새끼야. 돈 주면 될 거 아니야. 선불로 줄게~”
“돈? 검사도 때려 치웠다면 무슨 돈이 있 수. 형님 집안이 갑부 유~”
“빈정거리지 마라. 내가 검사 때려치웠다고 이제 우습게 보이냐. 지금이라도 너 같은 새끼는 당장이라도 유치장에 처넣을 힘은 있어 새끼야.”
“십팔~ 겁주지 맙시다. 알았어요. 누군데 그래요.”
“노파 한명하고 나이어린 계집애 한명이다.”
“나이어린 계집애. 호~ 얼굴은 봐줄만 합니까?”
“꿈 깨. 새끼야. 가시가 잔뜩 박힌 장미라 잘못 건드리며 네가 죽어. 하여튼 지금 다와 가니까 밖으로 나와라.”
“알았수다. 쩝~ 이젠 별짓을 다하네.”
봉고차는 한 허름한 건물 앞에 멈추었다. 강기가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오자 몇 명의 사내가 강기에게 다가왔다. 그 중 한명이 바로 강기의 전화를 받은 오철이라는 놈이다. 놈은 머리에 기름기가 좔좔 흐르고 옷은 올 칼라로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
“안녕하쇼. 그래~ 어떤 물건이요.”
“야~ 대리고 나와.”
강기의 지시에 사내들이 기절한 수영과 수영사부를 안고 나왔다. 오철은 수영사부는 본 척도 하지 않고 수영의 얼굴을 보더니 입맛을 다신다. 놈은 손으로 입술을 한번 쓴 문지르고 강기에게 말했다.
“형님~ 이년 물건인데요. 쩝~ 고년 삼삼하게 생겨 먹은 것이 벗겨먹으면 비린하나 안 나겠네. 쩝~ 누구요.”
“갈치파 원예다 새끼야.”
“뭐...........뭐요. 가.......갈치파 원예. 그럼 이년이 갈치파 대가리란 말이유~”
“그래~ 새끼야. 그러니까 딴 짓거리 할 생각은 하지마라. 이년 깨어나면 여기 있는 놈들 한꺼번에 덤벼도 상대가 안돼. 그리고 저 노파는 더 무서운 사람이야. 그러니까 감금하고 감시만 하고 있어. 알았어.”
“하~ 십팔~ 형님~ 누구 죽을 꼴 보려고 이러우. 갈치파가 이 사실은 알면 난 그 자리에서 죽은 목숨이유. 난 못해. 차라리 날보고 죽으라고 햐슈~”
“개새끼 겁대가리는 좆나 많아요. 그러니까 독방에 처넣고 감시만 하라고 했잖아. 새끼야. 얼마주면 되겠냐.”
“십팔 못한다고 했어요. 죽으면 돈이 무슨 소용이유~ 난 짧고 길게 살고 싶은 놈이란 말이유~”
“그래. 검찰청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더라. 아직 동기새끼들 있으니 너 하나 집어넣는 거야 일도 아니지 뭐~ 정 안 되면.........저기 있는 새끼들 모두 영창 보내면 되겠지.”
“아 십팔~ 알았어요. 알았어. 내 더러워서. 데리고 올라와요.”
강기는 피식 웃더니 수영과 수영사부를 데리고 건물로 들어갔다. 오철이라 불리는 사내는 건물 지하로 일행을 안내했다. 건물지하에는 몇 개의 방이 있었다.
“여기에 처넣어요.”
“오호~ 여기 뭐하는 곳이냐. 비교적 깨끗한데. 침대에 화장실까지 있고 말이야.”
“가끔 약 처먹고 정신 못 차리는 놈들 가두는 곳이유~ 그런 새끼들 경찰이 잡아가면 골치 아프니까 이곳에 한 몇 칠 처박아 놓고 정신 좀 차리면 내보내지요.”
“참~ 약 파는 새끼가 별짓을 다하네. 하여튼 좋아. 던져 버려.”
수영과 수영의 사부는 각각 다른 방에 넣어졌다. 그리고 포승줄과 수갑을 풀어주고 두꺼운 철문이 잠긴다.
“좀 전에도 말했지만 딴 짓거리 할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는 것이 좋을 거야. 잘못하면 너희들이 죽어 알았지.”
“알았수. 그런데 언제까지 이곳에 둘 거유. 십팔 다리가 후들거려서 미치겠네.”
“몇 달이면 돼. 돈은 섭섭하지 않게 통장으로 솟아줄게.”
“형님은 이제 갈 거유.”
“가야지. 내가 가끔 올 거야. 간수 잘하고 있어.”
강기는 다시 인천으로 향했다.
ps : 쩝~ 106부터 야설이 없군요. 다음 편은 야설을 첨가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수혼은 아니고.......아마도 무석이나 다른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여러분의 예상과는 약간 다르게 흘려가네요. 수영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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