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꿈꾸는 늑대 108부
수혼은 오후가 되어서야 깨어났다. 밤새도록 음양검법(陰陽劍法)과 유수(流水)의 검(劍)을 연구했고 쌍둥이 자매와 뜨거운 사람을 나누어 무척 피곤했던 모양이다. 수혼이 일어나 식당으로 가자 식당에는 부인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고, 길식과 호식 또한 수혼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식사하시면서 말씀 나누시죠.”
수혼이 식탁에 앉자 길식과 호식 또한 식탁에 앉았다. 수혼은 배가 고팠기 때문에 식사를 시작했다.
“천랑. 조금 전에 들었어. 원예를 만나려 간다고 했어?”
“응~ 전해줄 물건도 있고, 원예가 네게 할말이 있는 모양이야.”
“전해줄 물건이라는 것이 천마월영검을 말하는 거야?”
“응~ 내 물건이 아니니 전해주려고.”
“신중하게 생각해. 천마월영검은 원예문의 상징으로 알고 있어. 장문영패 같은 거란 말이야. 그 검으로 화랑들을 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
“호식아. 이건 생각해 봤어~ 지금이 어떤 시대야. 그런 쇳조각에 불과한 검을 가지고 갈치파 화랑들을 어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또 화랑들을 어떻게 할 수 해도 마찬가지야. 그걸로 어떻게 할까? 화랑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까?”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야지. 그게 피를 적게 흘리는 길이야.”
“장인어른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사실 미랑(美狼)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도 그런 쇳조각을 가지고 갈치파 화랑들을 끌어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천랑을 따른다고 갑자기 한 놈이 봉황검을 가지고 와서 우리보고 자신을 따르라고 하면 누가 따르겠습니까?”
“장인어른의 생각도 저와 비슷하군요.”
“그래서 천랑은 그냥 순순히 천마월영검을 돌려주겠다는 말이야. 뭐~ 사실 우리가 그 검에 대해서 왈가불가 할 처지는 아니지. 천마월영검은 천랑 사문의 물건이니 말이야.”
“장인어른, 미랑 그리고 부인들..........제가 천마월영검을 원예문에 돌려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선대에 쌓인 원한(怨恨)을 풀어보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천마월영검은 아시다시피 원예문의 상징입니다. 그 검이 무슨 사연으로 우리 사문에 있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건 확실해요. 원예문에서 자진해서 우리 사문에 맡긴 것은 아닐 거라는 거죠. 분명 선대에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 우리 사문에서 보관하고 있을 겁니다. 전 그걸 해결하고 싶어요. 국선도, 음양도, 원예도은 어차피 모두 뿌리가 하나입니다. 왜 서로 미워하고 싸워야 합니까? 서로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 아닙니까? 전 그래요. 같은 뿌리에서 파행된 문제가 서로 이해하고 화해할 수 있다면 전 그 길을 가려고 합니다. 물론 천마월영검을 우연히 우리 사문이 보관하고 있을 지도 몰라요. 그래도 주인이 나타난 이상 돌려주어야 합니다.”
“하하하~ 그래 역시 천랑이다. 내가 속이 좁았다. ‘군자는 대로행이라’ 얄팍한 꾀를 부리려 했던 내가 미안해. 알았어. 천랑의 뜻대로 해.”
“고맙다. 그리고 부인님들도 이해해 주는 거지.”
“저희들이야 향상 당신편이죠. 혹시 이렇다 또 다른 경쟁자가 생기는 건 아니지 몰라?”
“무슨 말이야?”
“혹시 알아요. 수영씨도 당신에게 넘어갈지.”
“이런~ 내가 바람둥인 줄 알아.”
“당연하죠. 사실 아니가? 옛날 천진난만하고 순수하던 사람은 아니죠. 안 그래요.”
“쩝~ 할 말이 없군.”
법암은 서울에 올라와 수혼의 행방을 찾았지만 수혼의 행방을 찾기란 말처럼 쉽지 않았다. 법암은 성민과 함께 있었던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성민에게서 수혼의 거처에 대해서는 듣질 못했다. 법암은 먼저 성민파가 관할하고 있던 구역을 찾아가 보았다. 하지만 성민파가 관할하던 구역은 성민의 죽음(?)과 함께 급격하게 무너져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지 오래였다. 특별히 지키는 사람도 없고, 혹시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성민파라고 밝히는 놈은 한 놈도 찾을 길이 없었다. 법암은 성민파 구역을 수색하는 것을 포기하고 바로 천랑파 구역으로 갔다. 몇 명을 잡아서 천랑파의 본부를 알아내려 하기 위함이다.
수영은 사부의 명을 어기고 다시 수혼을 만나보기로 했다. 사부의 말보다는 어느 순간 자신의 마음속을 차지하고 있는 수혼에 대한 믿음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무실을 나와 자신의 거처로 들어갔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갈 때 그녀를 감시하는 눈길이 있었다. 그녀를 감시하는 감시자는 그녀가 눈치체지 못하도록 멀리서 그녀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영은 자신의 집에 들어가 먼저 샤워를 하고 옷장의 문을 열었다. 어떤 옷을 입어야 하나. 한참을 망설인다. 그냥 평범하게 입고 나가자. 하지만 손은 꽃무늬 화려한 원피스로 간다. 고개를 흔들고 다시 손을 놀려보지만 이번에는 검은색 원피스로 손이 간다. 쓴 웃음이 나온다. 그래 마음을 속이지 말자. 그녀는 검은색 원피스를 꺼내든다.
수혼은 간단한 면바지에 남방을 걸치고 수영에게 전화를 했다. 그녀와 다시 개인적으로 만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렌다. 수혼은 그녀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나야. 어디서 만났으면 좋겠어.”
“수혼씨가 좋은 곳으로 정해.”
“내가 인천으로 갈까?”
“그건 안돼. 내가 차라리 일산으로 갈게.”
“일산까지 올 거야. 알았어. 그럼 6시에 일산 마두역에서 만나자.”
“그럼 그때 만나.”
수영은 사부의 말 때문에 일산으로 가기로 했다. 이미 무석은 자신이 수혼을 만나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어쩌면 지금도 누군가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을 것이다. 수영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지켜본다. 검은색 원피스에 얼굴에 화장까지 했다. 자신의 핏기 없는 얼굴을 감추기 위해 약간의 색조화장까지 해서 화사하기 그지없다. 이제 자신의 나이 20살이다. 남들이 말하기를 꽃처럼 아름다운 때라고 한다. 하지만 자신은 그런 걸 생각할 여유도 없이 살아오지 않았는가? 조직과 사문의 일에 치여 여자로써의 모든 것을 포기하며 살아오지 않았는가? 지금까지 스스로 자신을 여자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런데 그을 만나고부터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자신을 여자로 만들어준다. 하루 밤만이라도 그의 여자가 되고자 했다. 모든 것을 잊고 그의 품에 안기려 했다. 지금도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가 사부의 말대로 원수의 아들이라면............그가 모든 사실을 알고도 자신을 속인 것이라면..........마음이 복잡하다.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그를 만나고 확인해야 한다.
수영은 창이 넓은 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가까운 전철역으로 가주세요.”
택시는 전철역을 향해 출발했다. 수영은 택시가 출발하자 혹시나 있을지 모를 감시자의 존재를 확인해 본다. 역시나 택시를 따르는 차가 있었다.
“아저씨. 죄송합니다만 저기 교차로에서 차를 세우셨다가 신호등에 황색불이 들어오면 출발해 주세요.”
“왜요? 그렇게 하면 다른 차들 욕먹어요.”
“부탁할게요.”
“음~~~~ 알았어요.”
기사는 비상등을 키고 수영의 말대로 교차로에서 차를 세운다. 수영이 뒤를 돌아보니 역시 자신을 미행하던 차도 멈추었다. 택시는 신호등이 황색불이 깜박이자 급하게 출발한다. 뒤따라오던 차는 당황해서 출발하지 못하고 택시를 놓치고 만다. 수영을 미행하던 녀석은 피식 웃더니 전화기를 들어 수영을 태운 택시의 차량 번호를 상대편에게 말한다.
수영은 자신을 미행하던 차가 멀어지고 가까운 전철역에 도착하자 바로 택시에서 내려서 전철역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런 수영의 뒤를 따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조직에서 쫓겨난 허강기와 몇몇 사람들이다. 수영은 인천에서 출발한 전철이 신도림에 도착하자 바로 전철에서 내려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타고 합정으로 가서 다시 6호선을 갈아타고 연신내로 갔다. 연신내에 도착한 수영은 바로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때까지 허강기와 몇몇 사람들은 그녀의 뒤를 밟고 있다가 그녀가 화장실로 들어가자 멀리서 그녀를 감시하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화장실에 들어간 수영이 나오지 않았다. 허강기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한편 수영은 화장실로 달려가 들고 온 쇼핑백에서 꽃무늬 원피스를 꺼내 갈아입고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버렸다. 그리고 선글라스를 끼고 머리를 풀어 얼굴을 반쯤 가린 다음 화장실을 빠져 나왔다. 그녀는 그길로 다시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일산으로 향했던 것이다. 허강기는 아무리 기다려도 그녀가 나오지 않자 이상하게 생각되어 같이 있던 한명에게 화장실을 수색하게 했고, 화장실에서 수영이 버리고 간 쇼핑백에서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을 발견하고서자 자신들이 속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녁 6시에 수혼이 대화역에 도착해서 잠시 기다리자 한 여인이 다가와 자신의 어깨를 친다. 수혼이 고개를 돌리자 여인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고 흐트러진 머리도 정리했다. 바로 수영이다.
“왔어. 그런데 웬 선글라스까지.........”
“수혼씨.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자.”
“왜 그래.”
“하여튼 빨리 움직여.”
“알았어.”
수혼과 수영은 대화역을 빠져나와 택시를 탔다. 수영은 택시 안에서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불안한 모양이다. 수혼은 수영의 손을 잡아주었다. 수영은 고개를 돌려 본다. 그곳에는 수혼이 자신을 보고 웃고 있었다. 수혼의 미소를 보자 불안한 마음이 약간은 풀리는 것 같다.
“왜~ 그렇게 안절부절 못해.”
“응~ 아니야. 참~ 우리 호수공원으로 가자. 답답한 카페보다는 야외가 좋을 것 같아.”
“아저씨 호수공원으로 가주세요.”
택시는 잠시 후 호수공원에 도착했다. 대화역에서 호수공원까지는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혼과 수영은 택시에서 내려 호수공원 안으로 들어왔다. 공원 안에는 운동하려 나온 사람들도 많았지만 여인들로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예쁜데. 수영씨 멋 좀 부린 모양이야.”
“수혼씨 만난다고 생각하니까 이런 옷을 입게 되더라. 이상하지. 내가 생각해도 이상해. 참 몸은 괜찮아.”
“많이 좋아졌어. 그런데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아니야. 참~ 들고 있는 물건은 뭐야~”
수영은 수혼의 손에 들린 물건을 그때서야 발견한 모양이다. 수혼의 손에는 긴 나무상자가 들려있었기 때문이다.
“저기 잠깐 앉자.”
수혼이 한쪽에 있는 벤치를 가르치자 수영이 먼저 자리에 앉았다. 수혼은 수영의 옆에 앉아 들고 있던 물건을 수영에게 내밀었다.
“선물이야.”
“선물? 뭔데...........”
“열어봐~”
수영은 수혼이 내민 박스를 열어보았다. 상자 안에는 하나의 검이 들어있었다.
“이거 뭐야.”
“천마월영검이야.”
“뭐........뭐야. 천마월영검?”
“천마월영검은 원예문의 물건으로 알고 있어. 주인에게 돌려주는 거야.”
“어떻게 이걸..............휴~”
수영은 검과 수혼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길게 한숨을 쉬고 상자를 닦았다.
“수혼씨. 묻고 싶은 말이 있어.”
“물어봐~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면 성실하게 답변할게.”
“법암............이란 분 알지.”
“당연히 알지. 수영씨도 봤잖아.”
“그분이 수혼씨 아버님이 맞아.”
“그걸 왜 물어보지. 하여튼 좋아. 얼마 전에 누가 그러더라 그 사람이 우리 아버지고.”
“얼마 전? 언제를 말하는 거야.”
“법암이란 사람과 죽어라 싸우고 난 다음에 들었어. 참~ 그런 사람이 아버지라니.........믿어지지도 않아. 아니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아. 휴~ 그 부분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도 않아.”
“그럼 수혼씨도 최근에 알았단 말이네.”
“당연하지. 내가 그 사람이 아버지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렇게 목숨을 걸고 싸웠겠니. 내가 아무리 아버지라고 인정하지 않더라도 날 태어나게 해주신 분이야. 그런 분에게 칼을 겨누지는 못했을 거야. 그러고 보면 아버지라는 사람도 대단해. 어떻게 자식에게 칼을 겨누니. 그런데 왜 물어보는 거지.”
“아니야.”
수영은 수혼의 진지한 표정과 말투에서 그가 거짓을 말하고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속인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자 답답했던 가슴이 조금은 풀리는 느낌이다. 최소한 그는 자신을 기만(欺瞞)하진 않았던 것이다.
“말해봐~ 할말 있다고 했잖아. 설마 그걸 물어보려고 보자고 한 건 아니지~”
“아니야. 됐어. 더 말하기 싫어.”
“뭔데 그래. 우리 친구하기로 했잖아. 편하게 말해 봐~”
“.....................수혼씨. 법암분에 대해서 아버님이란 말만 들었어? 누구에게 들은 거야.”
“얼마 전에 사매가 찾아왔어. 수영씨도 알거야. 지나라고 알지. 지나가 그동안 사부님께 무공을 배운 모양이야. 사부님이 지나를 통해 전해 온 말이야. 그리고 아버님이란 말만 들었어.”
“지니씨가 왔어. 축하해. 그렇게 찾아 헤매더니. 하여튼 혹시 법암이란 분을 다시 만난적은 없어.”
“없어. 그 전투 이후 만나지 못했어. 말 돌리지 말고 시원하게 말해. 답답하다.”
“..........우리 사부님이 수혼씨 만나지 말라고 했어.”
“새삼스러운 이야기도 아니네.”
“왜 그런지 알아..................수혼씨가 우리 어머니를 죽인 원수의 자식이레.”
“내가 수영씨 어머니를 죽인 원수의 아들이란 말이야. 그럼 아버지가 수영씨 어머니를 죽었다는 말이야.”
“맞아. 법암이란 분이 우리 어머니를 죽었데. 수혼씨도 처음 듣는 말이야.”
“처음 들었어. 갑자기 나타난 아버지가 수영씨 어머니를 죽었다. 참~ 복잡하네. 내가 원수의 아들이라.........”
“수혼씨는 어떻게 생각해. 사부님의 말씀이 진실일까?”
“글쎄.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무슨 상관이야. 그건 아버지와 수영씨의 어머니의 일이야. 그것 때문에 우리사이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수혼씨는 그게 진실이라도 아무렇지 않단 말이야.”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하겠지. 하지만 그 사실로 인해 수영씨를 지금과 다르게 생각하진 않아. 모르겠어. 수영씨 입장은 틀릴 수 있겠지.”
“수혼씨 이럴 때 보면 참 알 수 없는 사람이야. 천마월영검은 내가 듣기로 수혼씨 아버님과 우리 어머니의 대결에서 수혼씨 아버님이 승리해서 음양도에 빼앗긴 것으로 알고 있어. 그런데 그런 물건을 스스럼없이 돌려주는 것도 그렇고.........나와 수혼씨가 선대에 원한이 있다는 말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하고........정말 볼 수로 알 수 없는 사람이야.”
“난 천마월영검이 그런 사연으로 음양도문에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어. 사실 천마월영검도 사매가 가져온 거야. 그전에는 우리 사문에 천마월영검이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어..........그리고 사부님이 천마월영검을 내게 전하며 특별한 말씀이 없었어. 그냥 내 마음대로 하라고 해서 주인 돌려주는 것이 도리일 것 같아서 돌려주는 거야. 그리고 계속 이야기하지만 선대의 원한(怨恨)은 선대의 원한일 뿐이야. 우리가 그런 것에 연연한다는 것도 웃기지 않아. 막말로 말해서 선대의 원한은 선대 사람들보고 풀라고 해. 우린 우리만의 길을 가면 되는 거야.”
“하~ 정말 대단한 사고방식이다. 대담하다고 해야 하나.”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자신의 마음에 충실하면 돼. 네가 싫으면 만나지 않아도 좋아. 원수의 아들이라 복수를 하겠다면 복수해. 하지만 마음속에서 날 거부하지 않는다면 그 마음에 충실해.”
“수혼씨는 향상 만사를 그렇게 단순하게 결정해. 이상하네. 전투에서는 냉절하고 철두철미하면서 그런 문제는 어떻게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지.”
“수영씨.............한 가지만 물어보자. 난 수영씨 적(敵)이야. 그리고 원수의 아들이야. 모두 인정하자. 수영씨 나 미워해. 내가 수영씨 개인에게 잘못한거 있어.”
“없어. 수혼씨 좋은 사람이야. 그리고 수혼씨 좋아해.”
“그럼 된 거야. 다른 생각하지 마. 난 그래. 수영씨 좋아. 수영씨를 보고 있으면 감싸주고 싶어.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어. 수영씨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막~ 화가나. 하하하~ 내가 힘들게 하는데........웃기지. 하지만 사실이야. 난 수영씨가 편안하게..........최소한 그 나이 먹는 여자들처럼 꿈도 꾸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도 하고, 사랑해 해보고.........그런 평범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나도 사실은 천랑파의 수장이란 허울을 벗어버리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야. 수영씨도 그렇지 않아..............날 믿고 따르는 사람들 때문에..........그들의 믿음을 져버릴 수 없어서.........그런 힘든 짐을 지고 산다는 것은 고역이야. 말이 이상하게 꼬인다. 하여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수영씨 마음을 속이지 말라는 말이야.”
“대충 무슨 말인 줄 알겠어. 수혼씨도 힘들구나. 그래~ 나만 힘든 건 아닐 거야? 수혼씨도 수혼씨가 지고 있는 짐이 많은 사람이지.”
“그럼 지금까지 난 고민도 없는 놈일 줄 알았어?”
“아니야. 미안해. 그래도 말이라도 하니까 시원하다.”
“우리 일어나자. 저기 사람들 보이지. 우리도 산책하자.”
수혼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자 수영은 자신의 무릎에 있던 상자를 다시 수혼에게 내밀었다.
“무슨 뜻이야.”
“날보고 이 무거운 걸 들고 다니라는 말이야. 수혼씨는 에티켓도 없어.”
“하하하~ 알았어. 내가 들지. 난 또~~”
수혼이 상자를 들자 수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혼은 팔을 내민다. 수영은 피식 웃더니 수혼의 팔짱을 끼었다. 두 사람은 다정한 여인처럼 공원을 걸었다.
“수혼씨. 나 정말 수혼씨 좋아하나 보다.”
“무슨 말이야.”
“치~ 바보야. 무슨 말인지 몰라.”
“아니. 당연한 걸 새삼스럽게 말하니까 그러지.”
“호호호. 내가 무슨 말을 못해요. 수혼씨도 나 좋아하지.”
수혼은 걸음을 멈춘다. 수혼이 걸음을 멈추자 수영도 걸음을 멈추었다. 수혼은 들고 있던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더니 갑자기 수영을 꼭 안아준다.
“갑자기 왜 이래. 남들이 보잖아.”
“보라고 해.”
수영은 창피하지 얼굴이 붉어져서 수혼의 품을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수혼은 그런 수영을 놓아주지 않더니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덮쳐 버렸다. 수영은 급작스러운 수혼의 행동에 너무나 당황하여 반항도 못하고 입술을 빼앗기고 말았다. 수혼의 달콤한 혀가 자신의 입술을 열고 들어왔다. 수영의 입술은 힘없이 열리고 수혼의 혀는 그녀의 입속에 들어와 그녀의 혀를 찾는다. 혀와 혀가 엉키자 수영은 눈을 감았다. 길 가던 많은 사람들은 두 남녀의 키스장면을 힐긋힐긋 쳐다본다. 수혼이 입술을 때자 수영은 눈을 뜬다.
“수영씨 좋아하는 내 마음 알지.”
“알아. 이제 그만 풀어. 다른 사람들이 보잖아. 창피하단 말이야.”
“하하하~ 알았어.”
수혼이 풀어주자 수영은 그의 팔짱을 끼고 고개를 숙인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힐긋힐긋 쳐다보기에 창피했던 것이다. 하지만 수혼은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갔다.
“배고프지 않아. 우리 밥 먹자.”
“응~ 그래.”
“뭐 먹지. 수영씨가 먹고 싶은 걸로 먹어.”
“아무거나. 수혼씨가 정하고 빨리 나가자.”
“아직도 창피해. 이제 보는 사람 없어.”
“그래도..........빨리 나가”
수혼은 그녀의 손을 이끌고 호수공원 근처에 있는 한식집으로 갔다. 한식집에 들어간 수혼은 조용한 룸으로 달라고 부탁해서 두 사람만 들어가는 룸으로 들어갔다. 수혼이 대충 알아서 음식을 주문하고 잠시 후에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수혼씨는 아버님 보고 싶지 않아.”
“그런 마음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굳이 찾고 싶은 마음은 없어. 지금까지 부모 없이도 잘만 살았어. 더구나 자식에게 검을 거누는 아버지라면.............그만 하자. 생각하면 머리만 복잡하다.”
“그래 그만하자. 그리고 그 검은 수혼씨가 가져가.”
“응~ 무슨 말이야. 주인이 가져가야지.”
“그 검은 우리 어머니와 수혼씨 아버님의 대결에서 수혼씨 아버님이 승리해서 음양도문에서 관리하고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현재까지는 음양도문의 물건이야.”
“무슨 소리야. 원 주인이 있는데 왜 우리 거야. 그냥 가져가.”
“싫어. 다음에 정당한 대결에서 내가 승리해서 당당하게 찾아갈 거야. 그때까지 수혼씨가 잘 보관해. 무슨 말이지 알지.”
“다음에 나와 사문의 명예를 걸고 대결하겠다는 말이군. 난 그런 대결을 할 생각이 추호도 없어. 그러니까 그냥 가져가?”
“무슨 말이야. 그건 양 사문의 숙명이야.”
“숙명(宿命)?............그걸 누가 정한 건대. 하늘이 정했어. 다 사람들이 정한거야. 지금 음양도문의 계승자는 나야. 내가 싫다면 싫은 거야.”
“하~ 정말 할말 없다. 수혼씨만 싫다고 하면 모두 끝나는 문제야.”
“그럼 당연하지. 내가 싫은 걸 왜 억지로 해. 수영씨는 나와 대결하고 싶어.”
“나도 싫어. 하지만 그건 숙명이야.”
“산을 내려오기 전에 사부가 당부한 말이 있어. 산을 내려가서 국선도문이나 원예도문의 계승자를 만나게 되면 음양도문의 명예를 지켜달라는 당부였어. 난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어. 음양도문의 명예를 지켜 달라?...........그 약속은 지켜. 하지만 꼭 서로 대결해서 승리해야만 명예가 지켜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얼마든지 다른 길도 있다고 생각해.”
“그건 내가 싫어. 난 어려서부터 음양도문의 계승자와 대결에서 승리해야 된다는 목표만을 위해 살아왔어. 나보고 음양도문의 전승자와 대결을 포기하라는 말은 지금까지 나의 삶의 목표를 포기하라는 말이야.”
“포기해. 그리고 그것보다 더 높은 목표 정해. 삶의 목표란 바꾸면 되는 거야.”
“말처럼 쉬운 문제가 아냐. 난 수혼씨처럼 단순한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내가 단순해............하하하~ 그래 나 단순해. 수영씨도 단순해 봐~”
“관두자. 수혼씨하고 이야기하다보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하여튼 그 검은 수혼씨가 가지고 있어.”
“그냥 가져가.”
“싫어.”
“왜 싫어.”
“왜?..............솔직하게 말해. 사부님께 다시는 수혼씨 만나지 않겠다고 맹세했어. 또 오늘도 누군가가 날 미행하고 있었어. 그런데 그 검을 가지고 가서 날보고 어쩌라는 말이야. 사부님이 물어보면 수혼씨가 주었다고 할까? 물론 처음 한말도 진심이야. 난 정당한 대결에서 승리해서 그 검을 찾아갈 거야.”
“알았어. 무슨 말이지 충분히 알아들었어. 그런데 수영씨를 누가 미행한단 말이야.”
“그건?...........조직에 대한 비밀이야.”
“쩝~ 알았어.”
“그만 일어나자. 가봐야겠어.”
“왜~ 더 놀다 가면 안돼.”
“미안해. 다음에 만나.”
“알았어. 그럼 내가 데려다 줄게”
“혼자 갈수 있어.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
“참~ 알았다. 그럼 차타는 것까지만 보자.”
수영은 음식점에 인천까지 가는 콜택시를 불러 달라고 부탁했다. 콜택시가 도착하자 그녀는 수혼과 아쉬운 작별을 했다. 수혼은 그녀가 떠나자 본부로 돌아갔다. 그의 손에는 끝내 전해주지 못한 천마월영검이 들려 있었다.
늦은 시간에 법암은 힘들게 천랑파의 본부를 알아내서 일산으로 찾아왔다. 법암이 천랑파 저택 정문에 도착하자 경비하는 녀석이 법암에게 다가왔다.
“이곳을 찾아오신 겁니까? 누굴 찾아오신 거죠.”
“이곳에 수혼이 있다고 알고 있네. 아 참~ 자네들은 천랑으로 알고 있지.”
“천랑님을 찾아오셨다는 말씀인가요. 위에 누구라고 말씀드리죠.”
“누구?...............그냥 법암이 찾아왔다만 전해주게.”
법암은 경비하는 놈의 물음에 잠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수혼은 자신이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아마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저번에 만났을 때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달려와 정문을 열었다. 나이 지긋한 노인이다.
“길식이라고 합니다. 법암스님이라고 하셨습니까?”
“아미타불. 예~ 맞습니다. 늦은 시간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안에서 천랑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으로 드시죠.”
수혼은 길식의 보고를 받고 응접실로 내려왔다.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그가 찾아왔다. 아버지라는 사람이 자신을 찾아온 것이다. 자식을 버린 아버지, 자식의 가슴에 검을 거누던 냉정한 아버지가 찾아온 것이다. 수혼은 일부러 부인들에게 법암이 찾아온 사실을 알리지 않고 혼자 내려왔다. 수혼은 테이블에 앉아 아버지라는 사람을 기다렸다.
문이 열리고 법암이 안으로 들어왔다. 수혼은 의자에 앉아 일어나지도 않았다. 법암이 수혼은 보니 수혼은 담담한 시선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두 분이서 말씀 나누도록 하세요.”
이곳까지 안내했던 길식이 자리를 비켜준다. 법암은 수혼은 말없이 계속 자신만 바라보고 있자 수혼에게 다가갔다.
“아미타불. 다친 곳은 잘 치료했소.”
“아니요. 아파요. 몸의 상처는 아무것도 아닌데 마음의 상처가 치료되질 않는군요.”
수혼의 가시 박힌 말에 법암은 흠칫 했다. 혹시 수혼이 자신이 아버지란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상관없지 않는가? 수혼에게 천마월영검을 찾기 위해서는 비밀을 말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수혼의 성격으로 보아서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죽어도 천마월영검을 내놓지 않을 것이다. 그건 수혼의 성격을 보고 자신이 판단한 것이다.
“최소한 손님이 왔으면 식은 차라도 대접해야지 예의 아니가?”
“차요? 하하하~ 일단 앉으시죠. 제가 준비해 오겠습니다.”
수혼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수혼은 쟁반에 차를 얻어 들어오더니 법암의 앞에 내려놓았다. 법암은 수혼이 나가자 의자에 앉아 있었다. 수혼은 차를 내려두고 쟁반을 테이블 위에 던져버리듯 올리고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나요.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려 오셨나요.”
“허허허~ 그게 아니라 물건을 찾으려 왔네.”
“물건? 저에게 주었던 봉황검을 찾으려 오셨나요. 그것 때문이라면 바로 돌려드리겠습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수혼이 자리에서 일어나라했다.
“아니네. 봉황검을 찾으러 온 것이 아니라 천마월영검을 찾으려 왔네.”
“예? 천마월영검? 그걸 왜 이곳에서 찾죠. 제게 그 검을 맡겨 놓기라도 하셨나요?”
“이곳에 있기는 있나.”
“있어요. 하지만 스님의 물건이 아니니 드릴 수는 없습니다. 대신 봉황검을 달라고 하시면 바로 드리겠습니다.”
“휴~ 천마월영검과 봉황검에 내력에 대해 알고 있나.”
“들었습니다. 봉황검은 우리 사문을 상징하는 검이며, 천마월영검은 원예문을 상징하는 검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 천마월영검이 시주의 물건이 아니라는 걸 알지 않나. 그 검은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하네.”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은 제가 판단해서 제가합니다. 그런 문제라면 스님이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난 그 검을 내손으로 원예문을 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라네.”
“그럼 절 죽이고 가져가세요.”
“끝내 내 부탁을 거절하겠다는 말인가?”
“부탁?..........거절? 스님...........아니 아버지. 그런 말씀밖에 못하십니까? 20년 만에 만난 아들에게 하실 말씀이 그것 밖에 없습니까?”
“아..........아.........버지. 시주도 알고 있었나.”
“최근에 알았습니다. 사실 믿어지지도 않아요. 당신이 아버지가 맡기는 맞습니까?”
법암은 수혼의 말에 잠시 눈을 감고 있었다. 이미 수혼이 자신이 아버지란 사실을 알고 있다면 더 이상 숨길 것도 없었다.
“알고 있다니 말하기 쉽겠군. 자네를 태어나게 만든 사람을 아버지라고 부른다면 내가 아버지가 맡네. 하지만 아버지 구실을 한번도 하질 못했으니 아버지라고 불러 달라고 하지 않겠네. 다만 이건 알아주었으면 좋겠네. 나에게도 그만한 사정이 있었어.”
“그 사정이란 것이 뭐죠. 자식을 버릴 만큼 중요합니까? 자식에게 검을 거눌 만큼 중요합니까? 말씀이나 해보세요?”
“휴~ 알았어. 숨김없이 말해 주겠네. 대신 내 말을 모두 들으면 꼭 천마월영검을 돌려주게”
“그건 들어보고 판단하죠.”
“지금으로부터 20년이 넘은 이야기군. 그때 나는 사부의 명을 받고 성철파을 돕고 있었네. 내가 성철파를 돕게 된 것은 갈치파가 원예문의 다른 모습으로 그들의 목적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네. 하여튼 난 성철파를 도와 갈치파를 상대했지. 그때 자네의 어머니를 만났네. 그러니까 내게는 부인이 되겠지.”
“어머니는 누구죠.”
“전대 원예문의 계승자네. 바로 나와 숙명적으로 대결해야 될 여인 이였네.”
“뭐.......뭐요. 전대 원예문의 계승자가 제 어머니?..........그럼 수영은 어떻게 되죠.”
“수영? 아~ 현재 갈치파을 이끌고 있는 아이 말인가?.........일단 내 이야기를 모두 듣고 질문하게.”
법암과 전대 원예는 갈치파와 성철파의 전쟁와중에 계속 마주치게 되었다. 그들은 만나는 획수가 많아지자 서로에 대한 호감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전쟁이 막바지에 다가갈 때쯤에는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벽은 높기만 했다. 서로 갈치파와 성철파로 갈려 싸우는 적이기에 앞서 자신들은 원예문의 계승자와 음양문의 계승자들이 아닌가? 그들은 사문과 사랑사이에서 번민(煩悶)했고 끝내는 사문을 버리고 사랑을 선택했다.
법암은 사문과 성철파를 버렸고, 그녀는 갈치파와 원예문을 버렸다. 둘은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모든 것을 버리고 둘만의 사랑을 위해 사랑의 도피를 하였던 것이다. 그 후 성철파와 갈치파의 싸움은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모든 것을 버린 법암과 원예는 지방의 작은 도시에 가계를 차렸다. 둘은 서로를 아끼며 사랑했다. 한편 그들이 말없이 떠나버리자 원예도 사부와 음양도 사부는 그들을 찾기 위해 전국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년이 조금 지나지 않아 그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사부들이 그들을 찾았을 때는 이미 그들 사이에 막 태어난 아기까지 있었다. 사부들은 충격을 받았고, 그들을 각자의 사문으로 끌고 가려했다. 하지만 그들은 완강하게 거부했다. 사부들은 일단은 그들을 놓아주었다. 사부들이 떠나자 그들은 다시 짐을 챙겨 사부들이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그들 사부들은 그들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1년이란 시간이 흘렸을 때 다시 사부들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이번에도 그들은 사부의 뜻을 거역했다. 어느 날 법암이 일하려 간 사이 부인과 아이가 실종되었다. 바로 원예문의 문주가 원예와 아이를 납치한 것이다. 법암은 그 길로 갈치파가 있는 인천으로 찾아갔지만 그곳에는 그녀가 없었다. 처자식을 찾으려 간 그에게 원예의 사부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처와 자식을 찾고 싶거든 대결을 펼치라는 것이다. 그 대결에서 승리하면 처자식을 돌려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법암은 고민했다. 어떻게 자신의 사랑하는 처와 생사를 건 대결을 펼칠 수 있단 말인가? 법암이 대답 없이 돌아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원예의 사부가 법암을 찾아왔다.
그녀는 법암을 협박했다. 만일 대결을 회피하면...........자신의 자식을 죽어버리겠다는 협박이다. 어차피 원예문은 여자만이 계승자가 될 수 있으니 사내놈은 원예문에 필요 없다는 것이다. 법암은 고민했다. 그리고 끝내는 자신의 사부이자 아버지에게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사부도 대결을 피하지 말라는 말뿐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원예문의 사부와 자신의 사부는 사전에 짜고 대결장소와 시간까지 정하고 나서 자신들을 몰아붙인 것이었다.
대결은 8개월 후였다. 법암이나 원예는 음양검법과 원예무를 완성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사부들이 만나 대결 장소와 시간을 정했을 때는 1년이란 기간이 있었지만 법암이 대결을 회피하는 과정에서 2개월이 지난 것이다.
법암은 끝내 사부의 뜻을 거역할 수 없었다. 법암은 처자식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 밤낮으로 수련에 매달렸다. 만일 자신이 부인에게 지면 처자식을 찾지 못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참 수련에 열중하고 있을 때 사부는 원예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다 말하며 그녀를 잊으라고 했다. 법암은 믿을 수 없었다. 그녀가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할리 없기 때문이다. 법암이 사부에게 계속 물어보자 자신도 원예 사부에게 들은 이야기라 자세한 것은 모른다고 했다.
대결의 시간은 어느 새 다가왔다. 두 사람이 헤어지고 1년 만에 다시 만났다. 그녀는 무슨 일이지 창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막 대결을 시작하려는 순간 사부는 자신에게 처음부터 음양검법으로 원예를 상대하라고 했다. 법암도 그녀의 실력을 알기에 처음부터 음양검법을 사용했다. 아마도 그녀의 실력이면 이정도 초식쯤은 충분히 막을 것으로 생각하고 펼친 초식에 그녀의 가슴에 길게 베어져 버렸다. 깜짝 놀란 법암이 그녀를 안고 모자를 벗겨 보았다. 이미 그녀의 얼굴에는 핏기하나 없었다. 그녀는 법암을 보면 억지로 웃어주며 손을 잡아 주었다. 그렇게 그녀는 법암의 아무 말도 못하고 법암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원예문의 사부는 그녀를 안고 있던 법암에서 천마월영검과 아이를 던져주고 그녀를 데려가려 했다. 법암은 그녀의 곁을 떠나려하지 않았다. 그때 들려오는 원예 사부의 음성을 법암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병자와 대결에서 승리해 이제 만족하느냐. 그래 부인을 잡아먹고서야 이제야 만족하느냐. 네놈의 사부나 네놈의 얼굴을 다시는 보지 않겠다. 그리고 이 복수는 언젠가는 꼭 하고 말리라.”
원예문 사부는 끝내 그녀의 시체를 안고 살아졌고, 법암은 사부에게 원예 사부의 말이 무슨 말이지 끝까지 깨물었다. 사부는 법암의 물음에 답변해 주었다. 대결 날짜를 한달 남기고 원예 사부에게 원예가 병이 깊어 대결하기 곤란하니 대결을 연기하자는 제안이 왔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암의 사부는 끝내 제안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법암은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이 병든 아내를 죽인 것이다. 사부는 자신의 아내가 병이 들었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말하지 않고 끝까지 대결을 고집했던 것이고, 처음부터 음양검법을 사용하게 하여 아내를 죽이게 만든 것이다. 법암은 미쳐 버렸다. 도대체 음양문의 명예가 무엇이고, 원예문의 명예가 무엇이이란 말인가? 음양검법이 무엇이고, 원예무가 무엇이란 말인가?
법암은 사문을 저주했다. 아내의 사부 또한 저주했다. 모두 죽어버리고 자신도 죽으리라. 그렇게 결심한 법암은 자신의 아버지와 대결을 했지만 역시나 자신의 힘으로는 아버지를 이길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원예문의 사부를 찾아갔지만 역시나 그녀의 적수도 되지 못했다. 법암은 그길로 자신의 어린 자식을 사부에게 맡기고 절로 들어갔다. 그때 자신에게 약속한 것이 있었다. 나중에 꼭 원예도와 음양도를 능가하는 무공을 익혀 음양도문과 원예도문을 멸문시켜 버리리라.
긴 이야기가 끝났다. 수혼은 법암을 말을 모두 들었다. 자신의 어머니가 전대 원예이며, 그녀를 죽인 것은 바로 아버지다. 그 충격에 아버지는 절로 들어갔다. 결론은 그것이다.
“그래서 절 죽이려 했나요. 제가 음양도의 전승자기 때문에 절 죽이려 했나요. 당신의 아들을 죽이고 싶었나요? 절 할아버지께 맡기실 때 제가 음양도를 익힐 거란 걸 모르고 맡기신 건가요. 도대체 아버지의 뜻은 뭐죠.”
“거기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구나. 그때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세상에 널 맡길 사람은 아버지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중에야 네가 음양도문의 전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널 만났을 때 사실은 네가 적당히 물러나줄길 바랐다. 난 성민을 보호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산을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와 대결하다보니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는 것이다. 또한 네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덤비지 않았느냐. 적당히 해서는 네가 물러나지 않았을 것 같아 조금 심하게 한 것이다.”
어느새 법암의 말투는 변해 있었다. 그의 말투는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래요. 음양도문을 원망(怨望)하는 마음도 있었겠죠. 그런데 왜 처음부터 밝히지 않으셨죠. 만일 아버지라는 것을 밝혔다면 제가 순순히 몰러나지 않았을 까요?”
“내가 아비로써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데 내가 어떻게 내입으로 아비라고 나설 수 있겠느냐.”
“....................................좋습니다. 두 가지만 여쭈어 보겠습니다.”
“말해라.”
“수영은 누구죠.”
“그건 나도 모른다. 다만 그 아이가 너 어미와 무척 닮은 건 사실이다.”
“아버지도 수영이 누군지 모르세요. 제가 듣기로 수영은 어머니의 자식입니다.”
“뭐........뭐야.................수영이 그녀의 딸이고..........그럼 그 때 병이 든 것이 아니라 출산을 했기 때문이란 말인가? 그럼 그 아이는 누구의 씨란 말인가?”
“아버지도 모르세요.”
“몰라. 내가 그녀와 헤어질 때 그녀에게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도디체 알 수가 없구나.”
“그럼 씨 다른 동생일수도 있겠네요.”
“허허허~ 글세.”
“그건 차차 알아보기로 하죠. 두 번째 질문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죠. 할아버지나 외할머니를 찾아가서 복수하실 건가요.”
“복수?............사실 절을 들어가면 그럴게 다짐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다만 그분들이 평생에 걸쳐 이루고자 했던 음양검법이나 원예무의 완성이 얼마나 덧없는 것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을 뿐이다. 내가 누구에게 복수한단 말이냐. 나도 피해자고 우리 모두 피하자일 뿐이다.”
“그런데 왜 천마월영검이 필요하시죠.”
“그 검은 원예문의 것이다. 나 때문에 빼앗긴 검이다. 내손으로 원예문에 돌려주고 싶다.”
“무슨 뜻이지 알겠어요. 하지만 천마월영검은 드리지 못합니다.”
“그렇게 설명했는데 부족한 것이냐.”
“저도 수영과 약속했어요. 내손으로 천마월영검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이죠.”
“푸하하하~ 그래. 너도 수영을 좋아하는 모양이구나. 이대에 걸친 사랑이라.......하하하~ 하지만 그건 곤란하다. 그녀와 너와는 씨다른 남매야.”
“쩝~ 아쉽네요. 어떻게 해보라고 했는데...........친구로 지내면 되겠죠. 또 사실 아버지가 다르면 상관없지 않아요?”
“푸~ 물건이내. 내가 알기로 넌 이미 부인이 있지 않느냐.”
“쩝~ 한명 더 생기면 좋잖아요. 다다익선(多多益善)아닙니까?”
“허~ 허허허허~ 내 자식이지만 대단한 물건이로고.”
“일단 먼 길 달려오셨으니 쉬도록 하세요. 뜨거운 재회나 천마월영검에 대해서는 내일 다시 논의하시죠.”
“알았다. 밤이 늦었으니 이만 일어나자.”
수혼은 법암에게 건물에 있는 반방으로 안내하고 자신은 5층으로 올라갔다.
ps : 어제는 일이 있어서 지금 올립니다. 그래도 양이 많으니 욕하진 마세요.
수혼은 오후가 되어서야 깨어났다. 밤새도록 음양검법(陰陽劍法)과 유수(流水)의 검(劍)을 연구했고 쌍둥이 자매와 뜨거운 사람을 나누어 무척 피곤했던 모양이다. 수혼이 일어나 식당으로 가자 식당에는 부인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고, 길식과 호식 또한 수혼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식사하시면서 말씀 나누시죠.”
수혼이 식탁에 앉자 길식과 호식 또한 식탁에 앉았다. 수혼은 배가 고팠기 때문에 식사를 시작했다.
“천랑. 조금 전에 들었어. 원예를 만나려 간다고 했어?”
“응~ 전해줄 물건도 있고, 원예가 네게 할말이 있는 모양이야.”
“전해줄 물건이라는 것이 천마월영검을 말하는 거야?”
“응~ 내 물건이 아니니 전해주려고.”
“신중하게 생각해. 천마월영검은 원예문의 상징으로 알고 있어. 장문영패 같은 거란 말이야. 그 검으로 화랑들을 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
“호식아. 이건 생각해 봤어~ 지금이 어떤 시대야. 그런 쇳조각에 불과한 검을 가지고 갈치파 화랑들을 어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또 화랑들을 어떻게 할 수 해도 마찬가지야. 그걸로 어떻게 할까? 화랑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까?”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야지. 그게 피를 적게 흘리는 길이야.”
“장인어른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사실 미랑(美狼)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도 그런 쇳조각을 가지고 갈치파 화랑들을 끌어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천랑을 따른다고 갑자기 한 놈이 봉황검을 가지고 와서 우리보고 자신을 따르라고 하면 누가 따르겠습니까?”
“장인어른의 생각도 저와 비슷하군요.”
“그래서 천랑은 그냥 순순히 천마월영검을 돌려주겠다는 말이야. 뭐~ 사실 우리가 그 검에 대해서 왈가불가 할 처지는 아니지. 천마월영검은 천랑 사문의 물건이니 말이야.”
“장인어른, 미랑 그리고 부인들..........제가 천마월영검을 원예문에 돌려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선대에 쌓인 원한(怨恨)을 풀어보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천마월영검은 아시다시피 원예문의 상징입니다. 그 검이 무슨 사연으로 우리 사문에 있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건 확실해요. 원예문에서 자진해서 우리 사문에 맡긴 것은 아닐 거라는 거죠. 분명 선대에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 우리 사문에서 보관하고 있을 겁니다. 전 그걸 해결하고 싶어요. 국선도, 음양도, 원예도은 어차피 모두 뿌리가 하나입니다. 왜 서로 미워하고 싸워야 합니까? 서로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 아닙니까? 전 그래요. 같은 뿌리에서 파행된 문제가 서로 이해하고 화해할 수 있다면 전 그 길을 가려고 합니다. 물론 천마월영검을 우연히 우리 사문이 보관하고 있을 지도 몰라요. 그래도 주인이 나타난 이상 돌려주어야 합니다.”
“하하하~ 그래 역시 천랑이다. 내가 속이 좁았다. ‘군자는 대로행이라’ 얄팍한 꾀를 부리려 했던 내가 미안해. 알았어. 천랑의 뜻대로 해.”
“고맙다. 그리고 부인님들도 이해해 주는 거지.”
“저희들이야 향상 당신편이죠. 혹시 이렇다 또 다른 경쟁자가 생기는 건 아니지 몰라?”
“무슨 말이야?”
“혹시 알아요. 수영씨도 당신에게 넘어갈지.”
“이런~ 내가 바람둥인 줄 알아.”
“당연하죠. 사실 아니가? 옛날 천진난만하고 순수하던 사람은 아니죠. 안 그래요.”
“쩝~ 할 말이 없군.”
법암은 서울에 올라와 수혼의 행방을 찾았지만 수혼의 행방을 찾기란 말처럼 쉽지 않았다. 법암은 성민과 함께 있었던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성민에게서 수혼의 거처에 대해서는 듣질 못했다. 법암은 먼저 성민파가 관할하고 있던 구역을 찾아가 보았다. 하지만 성민파가 관할하던 구역은 성민의 죽음(?)과 함께 급격하게 무너져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지 오래였다. 특별히 지키는 사람도 없고, 혹시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성민파라고 밝히는 놈은 한 놈도 찾을 길이 없었다. 법암은 성민파 구역을 수색하는 것을 포기하고 바로 천랑파 구역으로 갔다. 몇 명을 잡아서 천랑파의 본부를 알아내려 하기 위함이다.
수영은 사부의 명을 어기고 다시 수혼을 만나보기로 했다. 사부의 말보다는 어느 순간 자신의 마음속을 차지하고 있는 수혼에 대한 믿음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무실을 나와 자신의 거처로 들어갔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갈 때 그녀를 감시하는 눈길이 있었다. 그녀를 감시하는 감시자는 그녀가 눈치체지 못하도록 멀리서 그녀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영은 자신의 집에 들어가 먼저 샤워를 하고 옷장의 문을 열었다. 어떤 옷을 입어야 하나. 한참을 망설인다. 그냥 평범하게 입고 나가자. 하지만 손은 꽃무늬 화려한 원피스로 간다. 고개를 흔들고 다시 손을 놀려보지만 이번에는 검은색 원피스로 손이 간다. 쓴 웃음이 나온다. 그래 마음을 속이지 말자. 그녀는 검은색 원피스를 꺼내든다.
수혼은 간단한 면바지에 남방을 걸치고 수영에게 전화를 했다. 그녀와 다시 개인적으로 만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렌다. 수혼은 그녀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나야. 어디서 만났으면 좋겠어.”
“수혼씨가 좋은 곳으로 정해.”
“내가 인천으로 갈까?”
“그건 안돼. 내가 차라리 일산으로 갈게.”
“일산까지 올 거야. 알았어. 그럼 6시에 일산 마두역에서 만나자.”
“그럼 그때 만나.”
수영은 사부의 말 때문에 일산으로 가기로 했다. 이미 무석은 자신이 수혼을 만나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어쩌면 지금도 누군가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을 것이다. 수영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지켜본다. 검은색 원피스에 얼굴에 화장까지 했다. 자신의 핏기 없는 얼굴을 감추기 위해 약간의 색조화장까지 해서 화사하기 그지없다. 이제 자신의 나이 20살이다. 남들이 말하기를 꽃처럼 아름다운 때라고 한다. 하지만 자신은 그런 걸 생각할 여유도 없이 살아오지 않았는가? 조직과 사문의 일에 치여 여자로써의 모든 것을 포기하며 살아오지 않았는가? 지금까지 스스로 자신을 여자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런데 그을 만나고부터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자신을 여자로 만들어준다. 하루 밤만이라도 그의 여자가 되고자 했다. 모든 것을 잊고 그의 품에 안기려 했다. 지금도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가 사부의 말대로 원수의 아들이라면............그가 모든 사실을 알고도 자신을 속인 것이라면..........마음이 복잡하다.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그를 만나고 확인해야 한다.
수영은 창이 넓은 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가까운 전철역으로 가주세요.”
택시는 전철역을 향해 출발했다. 수영은 택시가 출발하자 혹시나 있을지 모를 감시자의 존재를 확인해 본다. 역시나 택시를 따르는 차가 있었다.
“아저씨. 죄송합니다만 저기 교차로에서 차를 세우셨다가 신호등에 황색불이 들어오면 출발해 주세요.”
“왜요? 그렇게 하면 다른 차들 욕먹어요.”
“부탁할게요.”
“음~~~~ 알았어요.”
기사는 비상등을 키고 수영의 말대로 교차로에서 차를 세운다. 수영이 뒤를 돌아보니 역시 자신을 미행하던 차도 멈추었다. 택시는 신호등이 황색불이 깜박이자 급하게 출발한다. 뒤따라오던 차는 당황해서 출발하지 못하고 택시를 놓치고 만다. 수영을 미행하던 녀석은 피식 웃더니 전화기를 들어 수영을 태운 택시의 차량 번호를 상대편에게 말한다.
수영은 자신을 미행하던 차가 멀어지고 가까운 전철역에 도착하자 바로 택시에서 내려서 전철역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런 수영의 뒤를 따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조직에서 쫓겨난 허강기와 몇몇 사람들이다. 수영은 인천에서 출발한 전철이 신도림에 도착하자 바로 전철에서 내려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타고 합정으로 가서 다시 6호선을 갈아타고 연신내로 갔다. 연신내에 도착한 수영은 바로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때까지 허강기와 몇몇 사람들은 그녀의 뒤를 밟고 있다가 그녀가 화장실로 들어가자 멀리서 그녀를 감시하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화장실에 들어간 수영이 나오지 않았다. 허강기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한편 수영은 화장실로 달려가 들고 온 쇼핑백에서 꽃무늬 원피스를 꺼내 갈아입고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버렸다. 그리고 선글라스를 끼고 머리를 풀어 얼굴을 반쯤 가린 다음 화장실을 빠져 나왔다. 그녀는 그길로 다시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일산으로 향했던 것이다. 허강기는 아무리 기다려도 그녀가 나오지 않자 이상하게 생각되어 같이 있던 한명에게 화장실을 수색하게 했고, 화장실에서 수영이 버리고 간 쇼핑백에서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을 발견하고서자 자신들이 속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녁 6시에 수혼이 대화역에 도착해서 잠시 기다리자 한 여인이 다가와 자신의 어깨를 친다. 수혼이 고개를 돌리자 여인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고 흐트러진 머리도 정리했다. 바로 수영이다.
“왔어. 그런데 웬 선글라스까지.........”
“수혼씨.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자.”
“왜 그래.”
“하여튼 빨리 움직여.”
“알았어.”
수혼과 수영은 대화역을 빠져나와 택시를 탔다. 수영은 택시 안에서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불안한 모양이다. 수혼은 수영의 손을 잡아주었다. 수영은 고개를 돌려 본다. 그곳에는 수혼이 자신을 보고 웃고 있었다. 수혼의 미소를 보자 불안한 마음이 약간은 풀리는 것 같다.
“왜~ 그렇게 안절부절 못해.”
“응~ 아니야. 참~ 우리 호수공원으로 가자. 답답한 카페보다는 야외가 좋을 것 같아.”
“아저씨 호수공원으로 가주세요.”
택시는 잠시 후 호수공원에 도착했다. 대화역에서 호수공원까지는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혼과 수영은 택시에서 내려 호수공원 안으로 들어왔다. 공원 안에는 운동하려 나온 사람들도 많았지만 여인들로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예쁜데. 수영씨 멋 좀 부린 모양이야.”
“수혼씨 만난다고 생각하니까 이런 옷을 입게 되더라. 이상하지. 내가 생각해도 이상해. 참 몸은 괜찮아.”
“많이 좋아졌어. 그런데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아니야. 참~ 들고 있는 물건은 뭐야~”
수영은 수혼의 손에 들린 물건을 그때서야 발견한 모양이다. 수혼의 손에는 긴 나무상자가 들려있었기 때문이다.
“저기 잠깐 앉자.”
수혼이 한쪽에 있는 벤치를 가르치자 수영이 먼저 자리에 앉았다. 수혼은 수영의 옆에 앉아 들고 있던 물건을 수영에게 내밀었다.
“선물이야.”
“선물? 뭔데...........”
“열어봐~”
수영은 수혼이 내민 박스를 열어보았다. 상자 안에는 하나의 검이 들어있었다.
“이거 뭐야.”
“천마월영검이야.”
“뭐........뭐야. 천마월영검?”
“천마월영검은 원예문의 물건으로 알고 있어. 주인에게 돌려주는 거야.”
“어떻게 이걸..............휴~”
수영은 검과 수혼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길게 한숨을 쉬고 상자를 닦았다.
“수혼씨. 묻고 싶은 말이 있어.”
“물어봐~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면 성실하게 답변할게.”
“법암............이란 분 알지.”
“당연히 알지. 수영씨도 봤잖아.”
“그분이 수혼씨 아버님이 맞아.”
“그걸 왜 물어보지. 하여튼 좋아. 얼마 전에 누가 그러더라 그 사람이 우리 아버지고.”
“얼마 전? 언제를 말하는 거야.”
“법암이란 사람과 죽어라 싸우고 난 다음에 들었어. 참~ 그런 사람이 아버지라니.........믿어지지도 않아. 아니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아. 휴~ 그 부분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도 않아.”
“그럼 수혼씨도 최근에 알았단 말이네.”
“당연하지. 내가 그 사람이 아버지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렇게 목숨을 걸고 싸웠겠니. 내가 아무리 아버지라고 인정하지 않더라도 날 태어나게 해주신 분이야. 그런 분에게 칼을 겨누지는 못했을 거야. 그러고 보면 아버지라는 사람도 대단해. 어떻게 자식에게 칼을 겨누니. 그런데 왜 물어보는 거지.”
“아니야.”
수영은 수혼의 진지한 표정과 말투에서 그가 거짓을 말하고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속인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자 답답했던 가슴이 조금은 풀리는 느낌이다. 최소한 그는 자신을 기만(欺瞞)하진 않았던 것이다.
“말해봐~ 할말 있다고 했잖아. 설마 그걸 물어보려고 보자고 한 건 아니지~”
“아니야. 됐어. 더 말하기 싫어.”
“뭔데 그래. 우리 친구하기로 했잖아. 편하게 말해 봐~”
“.....................수혼씨. 법암분에 대해서 아버님이란 말만 들었어? 누구에게 들은 거야.”
“얼마 전에 사매가 찾아왔어. 수영씨도 알거야. 지나라고 알지. 지나가 그동안 사부님께 무공을 배운 모양이야. 사부님이 지나를 통해 전해 온 말이야. 그리고 아버님이란 말만 들었어.”
“지니씨가 왔어. 축하해. 그렇게 찾아 헤매더니. 하여튼 혹시 법암이란 분을 다시 만난적은 없어.”
“없어. 그 전투 이후 만나지 못했어. 말 돌리지 말고 시원하게 말해. 답답하다.”
“..........우리 사부님이 수혼씨 만나지 말라고 했어.”
“새삼스러운 이야기도 아니네.”
“왜 그런지 알아..................수혼씨가 우리 어머니를 죽인 원수의 자식이레.”
“내가 수영씨 어머니를 죽인 원수의 아들이란 말이야. 그럼 아버지가 수영씨 어머니를 죽었다는 말이야.”
“맞아. 법암이란 분이 우리 어머니를 죽었데. 수혼씨도 처음 듣는 말이야.”
“처음 들었어. 갑자기 나타난 아버지가 수영씨 어머니를 죽었다. 참~ 복잡하네. 내가 원수의 아들이라.........”
“수혼씨는 어떻게 생각해. 사부님의 말씀이 진실일까?”
“글쎄.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무슨 상관이야. 그건 아버지와 수영씨의 어머니의 일이야. 그것 때문에 우리사이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수혼씨는 그게 진실이라도 아무렇지 않단 말이야.”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하겠지. 하지만 그 사실로 인해 수영씨를 지금과 다르게 생각하진 않아. 모르겠어. 수영씨 입장은 틀릴 수 있겠지.”
“수혼씨 이럴 때 보면 참 알 수 없는 사람이야. 천마월영검은 내가 듣기로 수혼씨 아버님과 우리 어머니의 대결에서 수혼씨 아버님이 승리해서 음양도에 빼앗긴 것으로 알고 있어. 그런데 그런 물건을 스스럼없이 돌려주는 것도 그렇고.........나와 수혼씨가 선대에 원한이 있다는 말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하고........정말 볼 수로 알 수 없는 사람이야.”
“난 천마월영검이 그런 사연으로 음양도문에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어. 사실 천마월영검도 사매가 가져온 거야. 그전에는 우리 사문에 천마월영검이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어..........그리고 사부님이 천마월영검을 내게 전하며 특별한 말씀이 없었어. 그냥 내 마음대로 하라고 해서 주인 돌려주는 것이 도리일 것 같아서 돌려주는 거야. 그리고 계속 이야기하지만 선대의 원한(怨恨)은 선대의 원한일 뿐이야. 우리가 그런 것에 연연한다는 것도 웃기지 않아. 막말로 말해서 선대의 원한은 선대 사람들보고 풀라고 해. 우린 우리만의 길을 가면 되는 거야.”
“하~ 정말 대단한 사고방식이다. 대담하다고 해야 하나.”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자신의 마음에 충실하면 돼. 네가 싫으면 만나지 않아도 좋아. 원수의 아들이라 복수를 하겠다면 복수해. 하지만 마음속에서 날 거부하지 않는다면 그 마음에 충실해.”
“수혼씨는 향상 만사를 그렇게 단순하게 결정해. 이상하네. 전투에서는 냉절하고 철두철미하면서 그런 문제는 어떻게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지.”
“수영씨.............한 가지만 물어보자. 난 수영씨 적(敵)이야. 그리고 원수의 아들이야. 모두 인정하자. 수영씨 나 미워해. 내가 수영씨 개인에게 잘못한거 있어.”
“없어. 수혼씨 좋은 사람이야. 그리고 수혼씨 좋아해.”
“그럼 된 거야. 다른 생각하지 마. 난 그래. 수영씨 좋아. 수영씨를 보고 있으면 감싸주고 싶어.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어. 수영씨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막~ 화가나. 하하하~ 내가 힘들게 하는데........웃기지. 하지만 사실이야. 난 수영씨가 편안하게..........최소한 그 나이 먹는 여자들처럼 꿈도 꾸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도 하고, 사랑해 해보고.........그런 평범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나도 사실은 천랑파의 수장이란 허울을 벗어버리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야. 수영씨도 그렇지 않아..............날 믿고 따르는 사람들 때문에..........그들의 믿음을 져버릴 수 없어서.........그런 힘든 짐을 지고 산다는 것은 고역이야. 말이 이상하게 꼬인다. 하여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수영씨 마음을 속이지 말라는 말이야.”
“대충 무슨 말인 줄 알겠어. 수혼씨도 힘들구나. 그래~ 나만 힘든 건 아닐 거야? 수혼씨도 수혼씨가 지고 있는 짐이 많은 사람이지.”
“그럼 지금까지 난 고민도 없는 놈일 줄 알았어?”
“아니야. 미안해. 그래도 말이라도 하니까 시원하다.”
“우리 일어나자. 저기 사람들 보이지. 우리도 산책하자.”
수혼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자 수영은 자신의 무릎에 있던 상자를 다시 수혼에게 내밀었다.
“무슨 뜻이야.”
“날보고 이 무거운 걸 들고 다니라는 말이야. 수혼씨는 에티켓도 없어.”
“하하하~ 알았어. 내가 들지. 난 또~~”
수혼이 상자를 들자 수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혼은 팔을 내민다. 수영은 피식 웃더니 수혼의 팔짱을 끼었다. 두 사람은 다정한 여인처럼 공원을 걸었다.
“수혼씨. 나 정말 수혼씨 좋아하나 보다.”
“무슨 말이야.”
“치~ 바보야. 무슨 말인지 몰라.”
“아니. 당연한 걸 새삼스럽게 말하니까 그러지.”
“호호호. 내가 무슨 말을 못해요. 수혼씨도 나 좋아하지.”
수혼은 걸음을 멈춘다. 수혼이 걸음을 멈추자 수영도 걸음을 멈추었다. 수혼은 들고 있던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더니 갑자기 수영을 꼭 안아준다.
“갑자기 왜 이래. 남들이 보잖아.”
“보라고 해.”
수영은 창피하지 얼굴이 붉어져서 수혼의 품을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수혼은 그런 수영을 놓아주지 않더니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덮쳐 버렸다. 수영은 급작스러운 수혼의 행동에 너무나 당황하여 반항도 못하고 입술을 빼앗기고 말았다. 수혼의 달콤한 혀가 자신의 입술을 열고 들어왔다. 수영의 입술은 힘없이 열리고 수혼의 혀는 그녀의 입속에 들어와 그녀의 혀를 찾는다. 혀와 혀가 엉키자 수영은 눈을 감았다. 길 가던 많은 사람들은 두 남녀의 키스장면을 힐긋힐긋 쳐다본다. 수혼이 입술을 때자 수영은 눈을 뜬다.
“수영씨 좋아하는 내 마음 알지.”
“알아. 이제 그만 풀어. 다른 사람들이 보잖아. 창피하단 말이야.”
“하하하~ 알았어.”
수혼이 풀어주자 수영은 그의 팔짱을 끼고 고개를 숙인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힐긋힐긋 쳐다보기에 창피했던 것이다. 하지만 수혼은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갔다.
“배고프지 않아. 우리 밥 먹자.”
“응~ 그래.”
“뭐 먹지. 수영씨가 먹고 싶은 걸로 먹어.”
“아무거나. 수혼씨가 정하고 빨리 나가자.”
“아직도 창피해. 이제 보는 사람 없어.”
“그래도..........빨리 나가”
수혼은 그녀의 손을 이끌고 호수공원 근처에 있는 한식집으로 갔다. 한식집에 들어간 수혼은 조용한 룸으로 달라고 부탁해서 두 사람만 들어가는 룸으로 들어갔다. 수혼이 대충 알아서 음식을 주문하고 잠시 후에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수혼씨는 아버님 보고 싶지 않아.”
“그런 마음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굳이 찾고 싶은 마음은 없어. 지금까지 부모 없이도 잘만 살았어. 더구나 자식에게 검을 거누는 아버지라면.............그만 하자. 생각하면 머리만 복잡하다.”
“그래 그만하자. 그리고 그 검은 수혼씨가 가져가.”
“응~ 무슨 말이야. 주인이 가져가야지.”
“그 검은 우리 어머니와 수혼씨 아버님의 대결에서 수혼씨 아버님이 승리해서 음양도문에서 관리하고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현재까지는 음양도문의 물건이야.”
“무슨 소리야. 원 주인이 있는데 왜 우리 거야. 그냥 가져가.”
“싫어. 다음에 정당한 대결에서 내가 승리해서 당당하게 찾아갈 거야. 그때까지 수혼씨가 잘 보관해. 무슨 말이지 알지.”
“다음에 나와 사문의 명예를 걸고 대결하겠다는 말이군. 난 그런 대결을 할 생각이 추호도 없어. 그러니까 그냥 가져가?”
“무슨 말이야. 그건 양 사문의 숙명이야.”
“숙명(宿命)?............그걸 누가 정한 건대. 하늘이 정했어. 다 사람들이 정한거야. 지금 음양도문의 계승자는 나야. 내가 싫다면 싫은 거야.”
“하~ 정말 할말 없다. 수혼씨만 싫다고 하면 모두 끝나는 문제야.”
“그럼 당연하지. 내가 싫은 걸 왜 억지로 해. 수영씨는 나와 대결하고 싶어.”
“나도 싫어. 하지만 그건 숙명이야.”
“산을 내려오기 전에 사부가 당부한 말이 있어. 산을 내려가서 국선도문이나 원예도문의 계승자를 만나게 되면 음양도문의 명예를 지켜달라는 당부였어. 난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어. 음양도문의 명예를 지켜 달라?...........그 약속은 지켜. 하지만 꼭 서로 대결해서 승리해야만 명예가 지켜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얼마든지 다른 길도 있다고 생각해.”
“그건 내가 싫어. 난 어려서부터 음양도문의 계승자와 대결에서 승리해야 된다는 목표만을 위해 살아왔어. 나보고 음양도문의 전승자와 대결을 포기하라는 말은 지금까지 나의 삶의 목표를 포기하라는 말이야.”
“포기해. 그리고 그것보다 더 높은 목표 정해. 삶의 목표란 바꾸면 되는 거야.”
“말처럼 쉬운 문제가 아냐. 난 수혼씨처럼 단순한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내가 단순해............하하하~ 그래 나 단순해. 수영씨도 단순해 봐~”
“관두자. 수혼씨하고 이야기하다보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하여튼 그 검은 수혼씨가 가지고 있어.”
“그냥 가져가.”
“싫어.”
“왜 싫어.”
“왜?..............솔직하게 말해. 사부님께 다시는 수혼씨 만나지 않겠다고 맹세했어. 또 오늘도 누군가가 날 미행하고 있었어. 그런데 그 검을 가지고 가서 날보고 어쩌라는 말이야. 사부님이 물어보면 수혼씨가 주었다고 할까? 물론 처음 한말도 진심이야. 난 정당한 대결에서 승리해서 그 검을 찾아갈 거야.”
“알았어. 무슨 말이지 충분히 알아들었어. 그런데 수영씨를 누가 미행한단 말이야.”
“그건?...........조직에 대한 비밀이야.”
“쩝~ 알았어.”
“그만 일어나자. 가봐야겠어.”
“왜~ 더 놀다 가면 안돼.”
“미안해. 다음에 만나.”
“알았어. 그럼 내가 데려다 줄게”
“혼자 갈수 있어.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
“참~ 알았다. 그럼 차타는 것까지만 보자.”
수영은 음식점에 인천까지 가는 콜택시를 불러 달라고 부탁했다. 콜택시가 도착하자 그녀는 수혼과 아쉬운 작별을 했다. 수혼은 그녀가 떠나자 본부로 돌아갔다. 그의 손에는 끝내 전해주지 못한 천마월영검이 들려 있었다.
늦은 시간에 법암은 힘들게 천랑파의 본부를 알아내서 일산으로 찾아왔다. 법암이 천랑파 저택 정문에 도착하자 경비하는 녀석이 법암에게 다가왔다.
“이곳을 찾아오신 겁니까? 누굴 찾아오신 거죠.”
“이곳에 수혼이 있다고 알고 있네. 아 참~ 자네들은 천랑으로 알고 있지.”
“천랑님을 찾아오셨다는 말씀인가요. 위에 누구라고 말씀드리죠.”
“누구?...............그냥 법암이 찾아왔다만 전해주게.”
법암은 경비하는 놈의 물음에 잠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수혼은 자신이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아마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저번에 만났을 때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달려와 정문을 열었다. 나이 지긋한 노인이다.
“길식이라고 합니다. 법암스님이라고 하셨습니까?”
“아미타불. 예~ 맞습니다. 늦은 시간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안에서 천랑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으로 드시죠.”
수혼은 길식의 보고를 받고 응접실로 내려왔다.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그가 찾아왔다. 아버지라는 사람이 자신을 찾아온 것이다. 자식을 버린 아버지, 자식의 가슴에 검을 거누던 냉정한 아버지가 찾아온 것이다. 수혼은 일부러 부인들에게 법암이 찾아온 사실을 알리지 않고 혼자 내려왔다. 수혼은 테이블에 앉아 아버지라는 사람을 기다렸다.
문이 열리고 법암이 안으로 들어왔다. 수혼은 의자에 앉아 일어나지도 않았다. 법암이 수혼은 보니 수혼은 담담한 시선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두 분이서 말씀 나누도록 하세요.”
이곳까지 안내했던 길식이 자리를 비켜준다. 법암은 수혼은 말없이 계속 자신만 바라보고 있자 수혼에게 다가갔다.
“아미타불. 다친 곳은 잘 치료했소.”
“아니요. 아파요. 몸의 상처는 아무것도 아닌데 마음의 상처가 치료되질 않는군요.”
수혼의 가시 박힌 말에 법암은 흠칫 했다. 혹시 수혼이 자신이 아버지란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상관없지 않는가? 수혼에게 천마월영검을 찾기 위해서는 비밀을 말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수혼의 성격으로 보아서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죽어도 천마월영검을 내놓지 않을 것이다. 그건 수혼의 성격을 보고 자신이 판단한 것이다.
“최소한 손님이 왔으면 식은 차라도 대접해야지 예의 아니가?”
“차요? 하하하~ 일단 앉으시죠. 제가 준비해 오겠습니다.”
수혼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수혼은 쟁반에 차를 얻어 들어오더니 법암의 앞에 내려놓았다. 법암은 수혼이 나가자 의자에 앉아 있었다. 수혼은 차를 내려두고 쟁반을 테이블 위에 던져버리듯 올리고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나요.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려 오셨나요.”
“허허허~ 그게 아니라 물건을 찾으려 왔네.”
“물건? 저에게 주었던 봉황검을 찾으려 오셨나요. 그것 때문이라면 바로 돌려드리겠습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수혼이 자리에서 일어나라했다.
“아니네. 봉황검을 찾으러 온 것이 아니라 천마월영검을 찾으려 왔네.”
“예? 천마월영검? 그걸 왜 이곳에서 찾죠. 제게 그 검을 맡겨 놓기라도 하셨나요?”
“이곳에 있기는 있나.”
“있어요. 하지만 스님의 물건이 아니니 드릴 수는 없습니다. 대신 봉황검을 달라고 하시면 바로 드리겠습니다.”
“휴~ 천마월영검과 봉황검에 내력에 대해 알고 있나.”
“들었습니다. 봉황검은 우리 사문을 상징하는 검이며, 천마월영검은 원예문을 상징하는 검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 천마월영검이 시주의 물건이 아니라는 걸 알지 않나. 그 검은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하네.”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은 제가 판단해서 제가합니다. 그런 문제라면 스님이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난 그 검을 내손으로 원예문을 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라네.”
“그럼 절 죽이고 가져가세요.”
“끝내 내 부탁을 거절하겠다는 말인가?”
“부탁?..........거절? 스님...........아니 아버지. 그런 말씀밖에 못하십니까? 20년 만에 만난 아들에게 하실 말씀이 그것 밖에 없습니까?”
“아..........아.........버지. 시주도 알고 있었나.”
“최근에 알았습니다. 사실 믿어지지도 않아요. 당신이 아버지가 맡기는 맞습니까?”
법암은 수혼의 말에 잠시 눈을 감고 있었다. 이미 수혼이 자신이 아버지란 사실을 알고 있다면 더 이상 숨길 것도 없었다.
“알고 있다니 말하기 쉽겠군. 자네를 태어나게 만든 사람을 아버지라고 부른다면 내가 아버지가 맡네. 하지만 아버지 구실을 한번도 하질 못했으니 아버지라고 불러 달라고 하지 않겠네. 다만 이건 알아주었으면 좋겠네. 나에게도 그만한 사정이 있었어.”
“그 사정이란 것이 뭐죠. 자식을 버릴 만큼 중요합니까? 자식에게 검을 거눌 만큼 중요합니까? 말씀이나 해보세요?”
“휴~ 알았어. 숨김없이 말해 주겠네. 대신 내 말을 모두 들으면 꼭 천마월영검을 돌려주게”
“그건 들어보고 판단하죠.”
“지금으로부터 20년이 넘은 이야기군. 그때 나는 사부의 명을 받고 성철파을 돕고 있었네. 내가 성철파를 돕게 된 것은 갈치파가 원예문의 다른 모습으로 그들의 목적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네. 하여튼 난 성철파를 도와 갈치파를 상대했지. 그때 자네의 어머니를 만났네. 그러니까 내게는 부인이 되겠지.”
“어머니는 누구죠.”
“전대 원예문의 계승자네. 바로 나와 숙명적으로 대결해야 될 여인 이였네.”
“뭐.......뭐요. 전대 원예문의 계승자가 제 어머니?..........그럼 수영은 어떻게 되죠.”
“수영? 아~ 현재 갈치파을 이끌고 있는 아이 말인가?.........일단 내 이야기를 모두 듣고 질문하게.”
법암과 전대 원예는 갈치파와 성철파의 전쟁와중에 계속 마주치게 되었다. 그들은 만나는 획수가 많아지자 서로에 대한 호감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전쟁이 막바지에 다가갈 때쯤에는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벽은 높기만 했다. 서로 갈치파와 성철파로 갈려 싸우는 적이기에 앞서 자신들은 원예문의 계승자와 음양문의 계승자들이 아닌가? 그들은 사문과 사랑사이에서 번민(煩悶)했고 끝내는 사문을 버리고 사랑을 선택했다.
법암은 사문과 성철파를 버렸고, 그녀는 갈치파와 원예문을 버렸다. 둘은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모든 것을 버리고 둘만의 사랑을 위해 사랑의 도피를 하였던 것이다. 그 후 성철파와 갈치파의 싸움은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모든 것을 버린 법암과 원예는 지방의 작은 도시에 가계를 차렸다. 둘은 서로를 아끼며 사랑했다. 한편 그들이 말없이 떠나버리자 원예도 사부와 음양도 사부는 그들을 찾기 위해 전국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년이 조금 지나지 않아 그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사부들이 그들을 찾았을 때는 이미 그들 사이에 막 태어난 아기까지 있었다. 사부들은 충격을 받았고, 그들을 각자의 사문으로 끌고 가려했다. 하지만 그들은 완강하게 거부했다. 사부들은 일단은 그들을 놓아주었다. 사부들이 떠나자 그들은 다시 짐을 챙겨 사부들이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그들 사부들은 그들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1년이란 시간이 흘렸을 때 다시 사부들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이번에도 그들은 사부의 뜻을 거역했다. 어느 날 법암이 일하려 간 사이 부인과 아이가 실종되었다. 바로 원예문의 문주가 원예와 아이를 납치한 것이다. 법암은 그 길로 갈치파가 있는 인천으로 찾아갔지만 그곳에는 그녀가 없었다. 처자식을 찾으려 간 그에게 원예의 사부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처와 자식을 찾고 싶거든 대결을 펼치라는 것이다. 그 대결에서 승리하면 처자식을 돌려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법암은 고민했다. 어떻게 자신의 사랑하는 처와 생사를 건 대결을 펼칠 수 있단 말인가? 법암이 대답 없이 돌아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원예의 사부가 법암을 찾아왔다.
그녀는 법암을 협박했다. 만일 대결을 회피하면...........자신의 자식을 죽어버리겠다는 협박이다. 어차피 원예문은 여자만이 계승자가 될 수 있으니 사내놈은 원예문에 필요 없다는 것이다. 법암은 고민했다. 그리고 끝내는 자신의 사부이자 아버지에게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사부도 대결을 피하지 말라는 말뿐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원예문의 사부와 자신의 사부는 사전에 짜고 대결장소와 시간까지 정하고 나서 자신들을 몰아붙인 것이었다.
대결은 8개월 후였다. 법암이나 원예는 음양검법과 원예무를 완성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사부들이 만나 대결 장소와 시간을 정했을 때는 1년이란 기간이 있었지만 법암이 대결을 회피하는 과정에서 2개월이 지난 것이다.
법암은 끝내 사부의 뜻을 거역할 수 없었다. 법암은 처자식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 밤낮으로 수련에 매달렸다. 만일 자신이 부인에게 지면 처자식을 찾지 못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참 수련에 열중하고 있을 때 사부는 원예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다 말하며 그녀를 잊으라고 했다. 법암은 믿을 수 없었다. 그녀가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할리 없기 때문이다. 법암이 사부에게 계속 물어보자 자신도 원예 사부에게 들은 이야기라 자세한 것은 모른다고 했다.
대결의 시간은 어느 새 다가왔다. 두 사람이 헤어지고 1년 만에 다시 만났다. 그녀는 무슨 일이지 창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막 대결을 시작하려는 순간 사부는 자신에게 처음부터 음양검법으로 원예를 상대하라고 했다. 법암도 그녀의 실력을 알기에 처음부터 음양검법을 사용했다. 아마도 그녀의 실력이면 이정도 초식쯤은 충분히 막을 것으로 생각하고 펼친 초식에 그녀의 가슴에 길게 베어져 버렸다. 깜짝 놀란 법암이 그녀를 안고 모자를 벗겨 보았다. 이미 그녀의 얼굴에는 핏기하나 없었다. 그녀는 법암을 보면 억지로 웃어주며 손을 잡아 주었다. 그렇게 그녀는 법암의 아무 말도 못하고 법암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원예문의 사부는 그녀를 안고 있던 법암에서 천마월영검과 아이를 던져주고 그녀를 데려가려 했다. 법암은 그녀의 곁을 떠나려하지 않았다. 그때 들려오는 원예 사부의 음성을 법암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병자와 대결에서 승리해 이제 만족하느냐. 그래 부인을 잡아먹고서야 이제야 만족하느냐. 네놈의 사부나 네놈의 얼굴을 다시는 보지 않겠다. 그리고 이 복수는 언젠가는 꼭 하고 말리라.”
원예문 사부는 끝내 그녀의 시체를 안고 살아졌고, 법암은 사부에게 원예 사부의 말이 무슨 말이지 끝까지 깨물었다. 사부는 법암의 물음에 답변해 주었다. 대결 날짜를 한달 남기고 원예 사부에게 원예가 병이 깊어 대결하기 곤란하니 대결을 연기하자는 제안이 왔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암의 사부는 끝내 제안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법암은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이 병든 아내를 죽인 것이다. 사부는 자신의 아내가 병이 들었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말하지 않고 끝까지 대결을 고집했던 것이고, 처음부터 음양검법을 사용하게 하여 아내를 죽이게 만든 것이다. 법암은 미쳐 버렸다. 도대체 음양문의 명예가 무엇이고, 원예문의 명예가 무엇이이란 말인가? 음양검법이 무엇이고, 원예무가 무엇이란 말인가?
법암은 사문을 저주했다. 아내의 사부 또한 저주했다. 모두 죽어버리고 자신도 죽으리라. 그렇게 결심한 법암은 자신의 아버지와 대결을 했지만 역시나 자신의 힘으로는 아버지를 이길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원예문의 사부를 찾아갔지만 역시나 그녀의 적수도 되지 못했다. 법암은 그길로 자신의 어린 자식을 사부에게 맡기고 절로 들어갔다. 그때 자신에게 약속한 것이 있었다. 나중에 꼭 원예도와 음양도를 능가하는 무공을 익혀 음양도문과 원예도문을 멸문시켜 버리리라.
긴 이야기가 끝났다. 수혼은 법암을 말을 모두 들었다. 자신의 어머니가 전대 원예이며, 그녀를 죽인 것은 바로 아버지다. 그 충격에 아버지는 절로 들어갔다. 결론은 그것이다.
“그래서 절 죽이려 했나요. 제가 음양도의 전승자기 때문에 절 죽이려 했나요. 당신의 아들을 죽이고 싶었나요? 절 할아버지께 맡기실 때 제가 음양도를 익힐 거란 걸 모르고 맡기신 건가요. 도대체 아버지의 뜻은 뭐죠.”
“거기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구나. 그때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세상에 널 맡길 사람은 아버지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중에야 네가 음양도문의 전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널 만났을 때 사실은 네가 적당히 물러나줄길 바랐다. 난 성민을 보호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산을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와 대결하다보니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는 것이다. 또한 네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덤비지 않았느냐. 적당히 해서는 네가 물러나지 않았을 것 같아 조금 심하게 한 것이다.”
어느새 법암의 말투는 변해 있었다. 그의 말투는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래요. 음양도문을 원망(怨望)하는 마음도 있었겠죠. 그런데 왜 처음부터 밝히지 않으셨죠. 만일 아버지라는 것을 밝혔다면 제가 순순히 몰러나지 않았을 까요?”
“내가 아비로써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데 내가 어떻게 내입으로 아비라고 나설 수 있겠느냐.”
“....................................좋습니다. 두 가지만 여쭈어 보겠습니다.”
“말해라.”
“수영은 누구죠.”
“그건 나도 모른다. 다만 그 아이가 너 어미와 무척 닮은 건 사실이다.”
“아버지도 수영이 누군지 모르세요. 제가 듣기로 수영은 어머니의 자식입니다.”
“뭐........뭐야.................수영이 그녀의 딸이고..........그럼 그 때 병이 든 것이 아니라 출산을 했기 때문이란 말인가? 그럼 그 아이는 누구의 씨란 말인가?”
“아버지도 모르세요.”
“몰라. 내가 그녀와 헤어질 때 그녀에게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도디체 알 수가 없구나.”
“그럼 씨 다른 동생일수도 있겠네요.”
“허허허~ 글세.”
“그건 차차 알아보기로 하죠. 두 번째 질문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죠. 할아버지나 외할머니를 찾아가서 복수하실 건가요.”
“복수?............사실 절을 들어가면 그럴게 다짐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다만 그분들이 평생에 걸쳐 이루고자 했던 음양검법이나 원예무의 완성이 얼마나 덧없는 것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을 뿐이다. 내가 누구에게 복수한단 말이냐. 나도 피해자고 우리 모두 피하자일 뿐이다.”
“그런데 왜 천마월영검이 필요하시죠.”
“그 검은 원예문의 것이다. 나 때문에 빼앗긴 검이다. 내손으로 원예문에 돌려주고 싶다.”
“무슨 뜻이지 알겠어요. 하지만 천마월영검은 드리지 못합니다.”
“그렇게 설명했는데 부족한 것이냐.”
“저도 수영과 약속했어요. 내손으로 천마월영검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이죠.”
“푸하하하~ 그래. 너도 수영을 좋아하는 모양이구나. 이대에 걸친 사랑이라.......하하하~ 하지만 그건 곤란하다. 그녀와 너와는 씨다른 남매야.”
“쩝~ 아쉽네요. 어떻게 해보라고 했는데...........친구로 지내면 되겠죠. 또 사실 아버지가 다르면 상관없지 않아요?”
“푸~ 물건이내. 내가 알기로 넌 이미 부인이 있지 않느냐.”
“쩝~ 한명 더 생기면 좋잖아요. 다다익선(多多益善)아닙니까?”
“허~ 허허허허~ 내 자식이지만 대단한 물건이로고.”
“일단 먼 길 달려오셨으니 쉬도록 하세요. 뜨거운 재회나 천마월영검에 대해서는 내일 다시 논의하시죠.”
“알았다. 밤이 늦었으니 이만 일어나자.”
수혼은 법암에게 건물에 있는 반방으로 안내하고 자신은 5층으로 올라갔다.
ps : 어제는 일이 있어서 지금 올립니다. 그래도 양이 많으니 욕하진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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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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