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호는 어릴때부터 유난히 싸우길 좋아했다.
지금껏 누구와 싸워서도 져본적이 없다.
태권도,유도,검도까지 합해서 12단이 되고서도 또다른류의 무예를 찾는다.
그리고 인호가 싸움과 무술만큼 좋아하는게 또하나있다.
아니 그보다 더 좋아한다고 해야할것같다.
뭐냐구???....여자다.
그는 오래된 고서적이 많은 헌책방을 돌아다니길 좋아한다.
예전에 발간된 무술서적이나 한때 불법유통되던 성인소설들을 구해서 보는게
그의 취미생활이다.
시간이 날때면 어김없이 헌책방이 많이 몰려있는 이곳을 들르곤 한다.
"천륭서적"
이곳을 수없이 와봤지만 이런곳이 있었던가???
손을 대면 금방이라도 넘어질것 같은 문짝과 반쯤 열려진 그문짝위로 10년쯤
문을 열지않은듯 수없이 쳐진 거미줄은 이서점의 역사가 적어도 수십년은
되었음을 말해준다.
(이상하다 이런곳을 왜 여지껏 못보고 지나쳤지??)
인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점안쪽을 빼꼼히 들여다본다.
불한나 안켜진 안쪽은 을시년스러울 정도로 어둑어둑함과 칙칙함이 묻어난다.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책더미위에 쪼그리고 앉아서 책에 몰두하고있는 7,80세쯤
되어보이는 할아버지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두려운것없고 궁금한게 많은 인호가 이걸 지나칠리 없다.
미닫이문에 손을 대는순간 위에서 쌓여있던 먼지가 숨쉬기 곤란할정도로 떨어져 내린다.
손으로 거미줄을 걷어내며 안으로 들어선다.
밖에서 볼때와는 달리 안은 꽤나 넓고 셀수없이 많은 책들로 빼곡히 차있다.
노인은 시선조차 주지않는다.
(이노인네 나이가 먹어서 귀가 먹었나???)
할수 없다는듯 인호는 노인을 신경쓰지않고 자신이 원하는 책들을 찾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기 시작한다.
"니가 원하는 책은 그쪽에 없어"
여전히 노인은 자신이 들고있는 책에 시선을 둔체 들릴듯말듯 작은소리로 말한다.
노인은 주름가득한 손을 들더니 한손가락으로 구석진 모퉁이 한곳을 가르킨다.
(이노인이 노망이 들었나...뭘안다고...)
무심결에 인호는 노인이 지시한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얼마나 오래됐는지 제목조차 지워져 보이지 않고 손을 대면 부스러져 버릴것같은
상태의 책들만 책장 한귀퉁이를 채우고있다.
그중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얇은 책한권을 조심스레 책장에서 빼낸다.
원래는 붉은색이었던듯 보이는 겉표지에는 알수없는 한자(漢字)로 된글들이 휘갈겨져있다.
"녀석 책을 보는 안목이 있구나!! 원래는 안파는 물건인데 이제는 주인을 찾은듯하니 그냥주지"
여전히 노인을 책을 보고있다.
(이거야 원 귀신에 홀린 느낌이네...)
"얼마입니까??"
"그냥 준다니까...."
노인은 단한번의 눈길도 인호에게 주지 않는다.
그의 냉담함에 떠밀려 인호는 때묻은 고서적 한권을 들고 서점을 나온다.
두세걸음쯤 걷다가 뒤를 돌아보는데 이게 왠일인가???
사라져버렸다.
눈을 비벼보지만 빈공터만 있을뿐 어디에도 서점은 보이지 않는다.
놀라서 자신의 손을 보지만 책은 그대로다.
자취방으로 돌아와서 책장을 펼친다.
도저히 알아볼수 없는 한자가 마치 술취한 사람이 쓴듯 어지럽게 쓰여져있다.
이상하게도 눈을 뗄수가 없다.
그리고 그 알수없는 글자들이 머리속에 각인되어간다.
"이글을 읽는 인연자여.... 본좌는 음마공자는 사람으로 .....로 시작된 글들은 몇장에 걸쳐 길게 이어진다."
(이게 어찌된일이지...이어려운 한자가 이해가 되다니....)
순식간에 읽어내려간 글은 어느새 마지막장에 도달해있다.
"이책은 본좌가 이혼대법을 펼쳐 쓴것으로 인연자가 본좌를 만나고져 한다면
마지막에 적혀진 구절을 10번 반복해서 읽도록 하라 "
책의 마지막장 아랫부분에 다섯줄의 글을 인호는 무언가에 이끌린듯 작은소리로 이어나가고있다.
신기하게도 배운적도 없는 중국어가 인호의 입에서 술술 터져나온다.
어느샌가 눈을 감고 그 글을 외우고 있다.
갑자기 주위공기가 차갑게 느껴진다.
그느낌에 인호는 눈을 뜬다.
주위가 칠흙같이 어둡다.
그리고 바닥에 느껴지는 이물기는 무언가???
"오오!! 드디어..드디어 이뤄졌구나...인연자여 놀라지 마라. 이곳은 본좌가 50년을 갇혀살았던 동굴이다.
내가남긴 글에서 보았듯 본좌는 소위 정파라고 떠들고 다니는 인간들에게 잡혀 이곳에 갇혔다...꼭 이원한을 갚고
싶었으나 본좌로서도 여길벗어날수 없기에 이혼대법(移魂大法)으로 글을 남겨 인연자를
이곳으로 끌어들였다...인연자도 이제는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서 본좌의 진전을 이어받는것이
그나마 유일한 길일것이다."
전방에서 노인의 칼칼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창안하고도 처음 시전해본 것이데 이렇게 이뤄질줄이야....근데 그대의 행색이 어찌그리
이상한 것인가???"
노인은 처음보는 옷차람의 인호를 보고 어리둥절해한다.
"저기 어르신 불부터 좀 켜주시죠"
노인이 가부좌를 튼상태에서 손을 펴자 손바닥위에서 불길이 일어난다.
그리고 주위의 모든것이 인호의 눈에 들어온다.
백평은 넘을것같은 공간의 맞은편에 붉고 화려한 무복을 입은 백발의 노인이 앉아있고 노인의 손바닥은
기름으로 불을 붙여놓은것처럼 활활 타고있다.
노인은 가부좌 상태에서 몸이 떠오르더니 그상태로 인호에게로 다가온다.
아무리 담이큰 인호지만 이상황에서 놀라지 않을수 없다.
"귀...귀신인가요??"
"넌 아무래도 이상한 아이같구나...본좌를 보고 귀신이라니...허허.."
"본좌는 뭐고 또 여기는 어디에요..??"
인호는 이상한상황에 미칠지경이다.
"넌 강호의 인물이 아닌가 보구나??.."
갈수록 알수없는 말들만 늘어놓는다.
노인의 한손이 인호의 어깨를 잡는다.
뼈가 으스러지는듯한 통증이 음습한다.
"호오....이런...천골을 타고났구나...하하하..나의 염원이 헛되지는 않았구나...허허 세상아
기다려라 ...이 음마공자를 여기에 가둔걸 수없이 후회하게 만들어 줄것이다..하하하하"
노인은 뭐가 그리 좋은지 이공간이 울려 인호의 귀가 아플정도로 크게 웃는다.
"이곳은 섬서와 하남지역의 교차지역인 섬서성에 위치한 화산의 조양봉아래쪽에 사람의 발길이 닿을수없는 천험의 절지에 자리한 기형동굴안이다"
"뭐...뭐요!!! 그럼 여기 중국이란 말인가요???"
"중국??? 중국이 뭐냐???..."
인호의 머리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치고 지나간다.
"저기...올해가 몇년이죠???..아..아니 혹시 왕조 시대인가요??"
노인은 어리둥절해한다.
"내가 여기들어올때 조광윤이 패권을 차지해 송인지 뭔지 세웠지 아마...뭐 난 그런것에는 관심이 없다만.."
"뭐..뭐라구요...그럼 여기가 송나라란 말인가요???"
모르긴해도 엄청난 시간을 거슬러 온것같다.
인호는 자신이 살아왔던 시대를 간략하게 노인에게 설명해준다.
노인은 믿지못하겠다는 눈으로 인호를 쳐다본다.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어찌 이런일이..."
노인은 마치 넋이 나간사람처럼 혼자 말을 셉떳객?
"이것도 인연이리라...어차피 본좌는 몇일더 살지못한다. 본좌와 네가 선택할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다."
노인이 손을 천정위로 가르킨다.
희미하게 사람 두세명 드나들 정도의 작은 구멍이 나있고 그나마 조금 위쪽에서 막혀있다.
"나의 무공으로도 막혀버린 일백장의 공간을 뚫고 올라간다는건 무리다."
"그럼 못나간단 말인가요???"
"후후...방법이 왜없겠느냐??? 내생각이 맞다면 내가 익힌 이혼대법을 12성까지 연마한다면 공기가
통할수있는 작은 구멍을 통해서도 나갈수가 있다. 너도 보지 않았느냐 내가 혼으로 쓴책을...
12성까지 연마하면 혼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마져 원하는 공간으로 옮길수가 있는것이다."
그래도 인호는 모든것이 잘 이해가 가질않는다.
"그럼 제가 여기까지 어떻게 온거죠???"
"이혼대법을 10성까지 익히면 주술로 상대를 자신이 있는 공간으로 끌어들일수 있단다..물론 나도 이렇게
성공할수 있으리라 확신하진 않았지만...."
그의 말대로라면 12성까지 익힌다고해도 여길 나갈수있다는 확신은 없는듯하다.
어차피 그가 만들고 그누구도 끝까지 익혀본적이 없으니....
그나마도 무리하게 연마하다 죽을날이 멀지않았다니....
그의 말인즉슨 그는 희대의 색마로 무림의 공적이 되어 이곳까지 쫓겨오다 제압되어 이름모름
이동굴안에 갇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근데 어떻게 너에게 내가쓴 책이 전해지고 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는 본좌로써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어르신께서 50년을 익혀도 다못익히신 그무공을 제가 어찌 익혀서 나간단 말입니까???"
노인은 그자세 그대로 인호의 등뒤로 돌아온다.
그리고 자신의 두손을 그의 등에 가져다댄다.
"이건 본좌가 흡성대법(吸星大法)을 역으로 운용한것으로 정파의 격체전공(隔體傳功)술과 비슷하나
다른게 있다면 내공뿐만아니라 내가알고있는 무공또한 고스란히 전달된다는것이다.다시말해 넌
천하에 손가락으로 꼽을수있는 고수가 된다는 의미다.내가 죽기전에 니가와서 다행이다."
등뒤를 통해 뜨거운 열기가 들어오더니 몸을 휘감아돈다.
그로 인해 생겨나는 고통은 이루말로 표현하기 힘들지경이다.
"부탁이 하나있다. 넌 내가 강호에서 불려지던 음마공자라는 호를 그대로 사용해줬으면 한다.
넌 나의 분신이니까...그래야 내가 세상에대한 복수를 하는거니까....하하하...나의 절륜한
무공들을 마음껏 사용해다오....하하하"
노인의 목소리는 점점작아지고 차츰 고통도 사그러들더니 몸이 한결 가볍게 느껴진다.
서서히 눈을 뜨는데 그렇게 어둡던 동굴안이 환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뒤를 돌아보니 앙상하게 말라버린 노인이 가부좌를 튼상태로 눈을 감은체 앉아있다.
손을 대자 백발만 남긴채 재가되어버린다.
그의 머리속에는 거짓말처럼 음마공자의 무공들이 고스란히 기억되어있다.
미혼술,방중술,음약제조법을 비롯하여 하나같이 사이한 무공들뿐이다.
아니 그중에는 지금껏 음마공자의 천인공노할 행적을 해오면서도 그를 지켜낸
천하일절의 무공들도 다수 포함되어있으나 역시 수많은 해괴한 것들에 가려 인호의 혀를 내두르게한다.
처음 노인이 가부좌를 틀고있던 자리에는 검집과 손잡이 그리고 수술이 모두 붉은색 일색인 검이 놓여져있다.
인호는 노인이 시전한 부신양역의 경공술로 공중에 붕 뜬체로 노인의 자리로 가서 앉는다.
그리고 검을 집어 손잡이를 잡은체 빼낸다.
검신또한 붉은색을 띄고있어 보는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노인이 남긴 검술중 하나인 천마삼절의 제일초인 "절혼검"을 기억해내
단일성의 공력을 실은체 반대편 벽쪽을 향해 뿌린다.
붉은색 검기가 실내를 가득매우고 실내가 들썩이더니 5장앞의 동굴벽은
수십줄기의 깊은 검흔이 생기고 그충격을 이기지못해 동굴천정에서 작은돌들이 부서져 떨어져내린다.
"세...세상에나..."
혹시나해서 공력을 죽였기에 망정이지 12성으로 펼쳤다면 동굴이 무너져 꼼작없이 죽을뻔했다.
"그나 저나 무얼먹고 여기서 살아간다...???"
동굴구석에 방원 2장쯤 되어보이는 작은 연못이 하나 자리하고있다.
아나도 음마공자는 저물을 먹고 살았나 보다.
인호는 우선 배가고파 천천히 연못쪽으로 걸어간다.
넓지는 않지만 깊이가 10장은 족히되고 이런곳에 어떻게 자생하는지 이름모를
물고기들이 그안을 유영하고있다.
"어디한번 시험해볼까???"
손을 뻗어 허공섭물신공을 시전하자 물고기 한마리가 그의 손으로 빨려들어온다.
여기를 벗어날수 없다는건 슬픈일이지만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무예, 그것도
꿈도꾸지못할 절정의 무공을 익혔다는 사실이 인호를 잠시잠깐 즐겁게 만든다.
인호는 그날부터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이혼대법을 익히는것과 기억속에있는 노인의
무공을 몸에 익히는걸로 시간을 보낸다.
벌써 일년이란 시간이 흘렀건만 이혼대법은 노인이 남겨준 10성단계에서 전혀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
"빌어먹을 영감에게 완전히 속아버렸군...이제 꼼작없이 여기서 영감처럼 죽는것 뿐인가..."
회의감에 더이상 무공수련도 하기싫어졌다.
"내나이 이제 겨우 27살이니 영감처럼 죽으려면 앞으로 50년은 더 이동굴에서 물고기나
잡아먹으며 살아야 되는건가.....빌어먹을 늙은이...."
노인이 왜 50년동안 동굴안에서 이무공만 연마하고도 10성의 경지밖에 오를수 없었는지 이해가간다.
10성의 이혼대법으로 고작 동굴밖 조양봉근처에 자신을 혼을 내보내 잠시잠깐 둘러보고 오는것이 고작이다.
음마공자는 마침 절지에 사냥을 위해 들른 사냥꾼을 발견하고 그를 제압해서 그가 들고다니던 책자에
자신의 혼으로 글을 남기고 그책이 우연찮게 인호의 손에 들어온것이다.
인호는 1년동안 동굴근처로 혼을 내보내 보지만 사람은 그림자조차 구경해보지 못했다.
"빌어먹을 차라리 저연못에 빠져서 자살을 하는게 나을듯하다."
그는 너무 답답한 마음에 연못속으로 뛰어든다.
5갑자가 넘는 내공에 금강불괴,한서불침의 신체를 지니게된 그지만 이연못의 물은
너무도 차가워 전에는 들어올 엄두를 못냈었다.
몸이 꽁꽁 얼어붙는것같은 한기를 음마공자의 독문 내공심법을 운용하여 이겨내며 바닥까지 내려가
가부좌를 한체 앉는다.
(그래 차라리 여기서 익사해버리자...이지겨운 삶보다는 그쪽이...)
그때 그의 눈에 사람하나 겨우 들어갈 작은 동굴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희망이라는 한줄기의 빛이 그의 마음에 자리잡고 그는 그동굴 안쪽으로 헤엄쳐서 들어간다.
"푸악!!...."
그가 나온곳도 하나의작은 연못이 있고 자신이 지금껏 지내온곳과 흡사한 장소가 나온다.
아니 오히려 더 좁은 공간이다.
"이런 빌어먹을...."
"똑"
그런 그의 귓전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묘한 형태의 무처럼 생긴 식물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작은 웅덩이같은곳에 홀로 자생하고있는것이 순간 인호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인호는 늘 물고기로만 배를 채워 안그래도 물고기라면 질릴대로 질려있던터라 그것을 뿌리채뽑아
입안으로 가져간다.
입안에 넣자 달콤한 즙이 생겨나고 인호는 그것을 단숨에 다 먹어치운다.
"쩝...더있으면 좋았을걸.....흐윽....."
갑자기 배속에 불이 일어난듯 뜨겁고 그열기가 주는 고통은 이루말로 형용할수가없다.
속을 모두 불로 지지는것같다.
"흐윽...빌어먹을...독초란 말인가...이렇게 죽는건가...으윽..."
뜨거운 뱃속을 식힐마음에 식물이 자라던 웅덩이의 입을 가져가서 그 물을 모조리 마셔버린다.
그러자 서서히 뜨거운 불길이 사그러든다.
헌데 이번에는 다시 극한의 냉기가 몸속에서 일어나 내부를 꽁꽁 얼려버리는듯 추위에 몸서리친다.
이냉기는 그토록 차게 느껴졌던 동굴속 연못의 그것과도 비교가 되지않는다.
인호의 몸은 붉게 변했다 푸르게 변했다를 반복한다.
"하악....이고통을...흐윽..."
인호는 고통을 이겨내려 이혼대법의 신공을 운용한다.
그리고 의식을 잃어버린다.
그가 의식이 없는동안 그의 몸은 열기로 한번 그리고 다시 한기로 한번
뱀이 허물을 벗듯 일곱번을 껍질을 벗은후에야 진정된다.
인호는 자신이 먹은 물이 백년에 한 방울이 맺혀 떨어지는 미타성수(彌陀聖水) 였고 그중간에 자라고있던것이
만년하수오라는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있었다.
그는 지금 오기조원의 경지를 넘어서 무림역사상 전무후무한 내공의 경지에 이르고말았다.
삼일주야가 흐른후 그는 눈을 뜬다.
음마공자의 진전을 잇고 난후 밝게 보이던 동굴안이 이제는 대낮의 세상처럼 밝게보인다.
귀를 기울이니 자연의 소리하나하나까지 모조리 들리는것같다.
심지어 연못안의 물고기들의 지느러미짓까지 느껴질 정도다.
헌데 이게 왠일인가....자신의 얼굴이 전혀 다른 얼굴로 변모해있다.
연못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자신이봐도 넋이 나갈정도로 변해있다.
음마공자 설운악이 미안공을 익히고 있었는데 그의 모든무공이 인호의 몸에는 있었으나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이번의 기연으로 그게 가능해지자 인호의 얼굴은
음마공자의 젊었을때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바뀌어버린것이다.
인호는 그런사실까지는 모르나 자신의 몸속에 무언가 변했음을 감지한다.
그리고 그자리에 앉아 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한다.
아무런 막힘이 없이 모든것이 원활하게 흐른다.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도 요원하게 여겨지던 모든것들이 머리속에 그려지고 그는 지금 조양봉 아래 천험의 절벽앞에 서있다.
발아래에는 자신이 갇혀있던 지긋지긋한 동굴의 틈이 작게 나있다.
"푸하하하...노인네 거짓말은 아니었군요....노인네 소원대로 이세상에 노인네의 이름을 떨쳐드리리다."
200백여장되는 절벽을 단두번만에 올라가버린후 세상을 향해 광소한다.
지금껏 누구와 싸워서도 져본적이 없다.
태권도,유도,검도까지 합해서 12단이 되고서도 또다른류의 무예를 찾는다.
그리고 인호가 싸움과 무술만큼 좋아하는게 또하나있다.
아니 그보다 더 좋아한다고 해야할것같다.
뭐냐구???....여자다.
그는 오래된 고서적이 많은 헌책방을 돌아다니길 좋아한다.
예전에 발간된 무술서적이나 한때 불법유통되던 성인소설들을 구해서 보는게
그의 취미생활이다.
시간이 날때면 어김없이 헌책방이 많이 몰려있는 이곳을 들르곤 한다.
"천륭서적"
이곳을 수없이 와봤지만 이런곳이 있었던가???
손을 대면 금방이라도 넘어질것 같은 문짝과 반쯤 열려진 그문짝위로 10년쯤
문을 열지않은듯 수없이 쳐진 거미줄은 이서점의 역사가 적어도 수십년은
되었음을 말해준다.
(이상하다 이런곳을 왜 여지껏 못보고 지나쳤지??)
인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점안쪽을 빼꼼히 들여다본다.
불한나 안켜진 안쪽은 을시년스러울 정도로 어둑어둑함과 칙칙함이 묻어난다.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책더미위에 쪼그리고 앉아서 책에 몰두하고있는 7,80세쯤
되어보이는 할아버지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두려운것없고 궁금한게 많은 인호가 이걸 지나칠리 없다.
미닫이문에 손을 대는순간 위에서 쌓여있던 먼지가 숨쉬기 곤란할정도로 떨어져 내린다.
손으로 거미줄을 걷어내며 안으로 들어선다.
밖에서 볼때와는 달리 안은 꽤나 넓고 셀수없이 많은 책들로 빼곡히 차있다.
노인은 시선조차 주지않는다.
(이노인네 나이가 먹어서 귀가 먹었나???)
할수 없다는듯 인호는 노인을 신경쓰지않고 자신이 원하는 책들을 찾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기 시작한다.
"니가 원하는 책은 그쪽에 없어"
여전히 노인은 자신이 들고있는 책에 시선을 둔체 들릴듯말듯 작은소리로 말한다.
노인은 주름가득한 손을 들더니 한손가락으로 구석진 모퉁이 한곳을 가르킨다.
(이노인이 노망이 들었나...뭘안다고...)
무심결에 인호는 노인이 지시한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얼마나 오래됐는지 제목조차 지워져 보이지 않고 손을 대면 부스러져 버릴것같은
상태의 책들만 책장 한귀퉁이를 채우고있다.
그중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얇은 책한권을 조심스레 책장에서 빼낸다.
원래는 붉은색이었던듯 보이는 겉표지에는 알수없는 한자(漢字)로 된글들이 휘갈겨져있다.
"녀석 책을 보는 안목이 있구나!! 원래는 안파는 물건인데 이제는 주인을 찾은듯하니 그냥주지"
여전히 노인을 책을 보고있다.
(이거야 원 귀신에 홀린 느낌이네...)
"얼마입니까??"
"그냥 준다니까...."
노인은 단한번의 눈길도 인호에게 주지 않는다.
그의 냉담함에 떠밀려 인호는 때묻은 고서적 한권을 들고 서점을 나온다.
두세걸음쯤 걷다가 뒤를 돌아보는데 이게 왠일인가???
사라져버렸다.
눈을 비벼보지만 빈공터만 있을뿐 어디에도 서점은 보이지 않는다.
놀라서 자신의 손을 보지만 책은 그대로다.
자취방으로 돌아와서 책장을 펼친다.
도저히 알아볼수 없는 한자가 마치 술취한 사람이 쓴듯 어지럽게 쓰여져있다.
이상하게도 눈을 뗄수가 없다.
그리고 그 알수없는 글자들이 머리속에 각인되어간다.
"이글을 읽는 인연자여.... 본좌는 음마공자는 사람으로 .....로 시작된 글들은 몇장에 걸쳐 길게 이어진다."
(이게 어찌된일이지...이어려운 한자가 이해가 되다니....)
순식간에 읽어내려간 글은 어느새 마지막장에 도달해있다.
"이책은 본좌가 이혼대법을 펼쳐 쓴것으로 인연자가 본좌를 만나고져 한다면
마지막에 적혀진 구절을 10번 반복해서 읽도록 하라 "
책의 마지막장 아랫부분에 다섯줄의 글을 인호는 무언가에 이끌린듯 작은소리로 이어나가고있다.
신기하게도 배운적도 없는 중국어가 인호의 입에서 술술 터져나온다.
어느샌가 눈을 감고 그 글을 외우고 있다.
갑자기 주위공기가 차갑게 느껴진다.
그느낌에 인호는 눈을 뜬다.
주위가 칠흙같이 어둡다.
그리고 바닥에 느껴지는 이물기는 무언가???
"오오!! 드디어..드디어 이뤄졌구나...인연자여 놀라지 마라. 이곳은 본좌가 50년을 갇혀살았던 동굴이다.
내가남긴 글에서 보았듯 본좌는 소위 정파라고 떠들고 다니는 인간들에게 잡혀 이곳에 갇혔다...꼭 이원한을 갚고
싶었으나 본좌로서도 여길벗어날수 없기에 이혼대법(移魂大法)으로 글을 남겨 인연자를
이곳으로 끌어들였다...인연자도 이제는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서 본좌의 진전을 이어받는것이
그나마 유일한 길일것이다."
전방에서 노인의 칼칼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창안하고도 처음 시전해본 것이데 이렇게 이뤄질줄이야....근데 그대의 행색이 어찌그리
이상한 것인가???"
노인은 처음보는 옷차람의 인호를 보고 어리둥절해한다.
"저기 어르신 불부터 좀 켜주시죠"
노인이 가부좌를 튼상태에서 손을 펴자 손바닥위에서 불길이 일어난다.
그리고 주위의 모든것이 인호의 눈에 들어온다.
백평은 넘을것같은 공간의 맞은편에 붉고 화려한 무복을 입은 백발의 노인이 앉아있고 노인의 손바닥은
기름으로 불을 붙여놓은것처럼 활활 타고있다.
노인은 가부좌 상태에서 몸이 떠오르더니 그상태로 인호에게로 다가온다.
아무리 담이큰 인호지만 이상황에서 놀라지 않을수 없다.
"귀...귀신인가요??"
"넌 아무래도 이상한 아이같구나...본좌를 보고 귀신이라니...허허.."
"본좌는 뭐고 또 여기는 어디에요..??"
인호는 이상한상황에 미칠지경이다.
"넌 강호의 인물이 아닌가 보구나??.."
갈수록 알수없는 말들만 늘어놓는다.
노인의 한손이 인호의 어깨를 잡는다.
뼈가 으스러지는듯한 통증이 음습한다.
"호오....이런...천골을 타고났구나...하하하..나의 염원이 헛되지는 않았구나...허허 세상아
기다려라 ...이 음마공자를 여기에 가둔걸 수없이 후회하게 만들어 줄것이다..하하하하"
노인은 뭐가 그리 좋은지 이공간이 울려 인호의 귀가 아플정도로 크게 웃는다.
"이곳은 섬서와 하남지역의 교차지역인 섬서성에 위치한 화산의 조양봉아래쪽에 사람의 발길이 닿을수없는 천험의 절지에 자리한 기형동굴안이다"
"뭐...뭐요!!! 그럼 여기 중국이란 말인가요???"
"중국??? 중국이 뭐냐???..."
인호의 머리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치고 지나간다.
"저기...올해가 몇년이죠???..아..아니 혹시 왕조 시대인가요??"
노인은 어리둥절해한다.
"내가 여기들어올때 조광윤이 패권을 차지해 송인지 뭔지 세웠지 아마...뭐 난 그런것에는 관심이 없다만.."
"뭐..뭐라구요...그럼 여기가 송나라란 말인가요???"
모르긴해도 엄청난 시간을 거슬러 온것같다.
인호는 자신이 살아왔던 시대를 간략하게 노인에게 설명해준다.
노인은 믿지못하겠다는 눈으로 인호를 쳐다본다.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어찌 이런일이..."
노인은 마치 넋이 나간사람처럼 혼자 말을 셉떳객?
"이것도 인연이리라...어차피 본좌는 몇일더 살지못한다. 본좌와 네가 선택할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다."
노인이 손을 천정위로 가르킨다.
희미하게 사람 두세명 드나들 정도의 작은 구멍이 나있고 그나마 조금 위쪽에서 막혀있다.
"나의 무공으로도 막혀버린 일백장의 공간을 뚫고 올라간다는건 무리다."
"그럼 못나간단 말인가요???"
"후후...방법이 왜없겠느냐??? 내생각이 맞다면 내가 익힌 이혼대법을 12성까지 연마한다면 공기가
통할수있는 작은 구멍을 통해서도 나갈수가 있다. 너도 보지 않았느냐 내가 혼으로 쓴책을...
12성까지 연마하면 혼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마져 원하는 공간으로 옮길수가 있는것이다."
그래도 인호는 모든것이 잘 이해가 가질않는다.
"그럼 제가 여기까지 어떻게 온거죠???"
"이혼대법을 10성까지 익히면 주술로 상대를 자신이 있는 공간으로 끌어들일수 있단다..물론 나도 이렇게
성공할수 있으리라 확신하진 않았지만...."
그의 말대로라면 12성까지 익힌다고해도 여길 나갈수있다는 확신은 없는듯하다.
어차피 그가 만들고 그누구도 끝까지 익혀본적이 없으니....
그나마도 무리하게 연마하다 죽을날이 멀지않았다니....
그의 말인즉슨 그는 희대의 색마로 무림의 공적이 되어 이곳까지 쫓겨오다 제압되어 이름모름
이동굴안에 갇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근데 어떻게 너에게 내가쓴 책이 전해지고 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는 본좌로써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어르신께서 50년을 익혀도 다못익히신 그무공을 제가 어찌 익혀서 나간단 말입니까???"
노인은 그자세 그대로 인호의 등뒤로 돌아온다.
그리고 자신의 두손을 그의 등에 가져다댄다.
"이건 본좌가 흡성대법(吸星大法)을 역으로 운용한것으로 정파의 격체전공(隔體傳功)술과 비슷하나
다른게 있다면 내공뿐만아니라 내가알고있는 무공또한 고스란히 전달된다는것이다.다시말해 넌
천하에 손가락으로 꼽을수있는 고수가 된다는 의미다.내가 죽기전에 니가와서 다행이다."
등뒤를 통해 뜨거운 열기가 들어오더니 몸을 휘감아돈다.
그로 인해 생겨나는 고통은 이루말로 표현하기 힘들지경이다.
"부탁이 하나있다. 넌 내가 강호에서 불려지던 음마공자라는 호를 그대로 사용해줬으면 한다.
넌 나의 분신이니까...그래야 내가 세상에대한 복수를 하는거니까....하하하...나의 절륜한
무공들을 마음껏 사용해다오....하하하"
노인의 목소리는 점점작아지고 차츰 고통도 사그러들더니 몸이 한결 가볍게 느껴진다.
서서히 눈을 뜨는데 그렇게 어둡던 동굴안이 환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뒤를 돌아보니 앙상하게 말라버린 노인이 가부좌를 튼상태로 눈을 감은체 앉아있다.
손을 대자 백발만 남긴채 재가되어버린다.
그의 머리속에는 거짓말처럼 음마공자의 무공들이 고스란히 기억되어있다.
미혼술,방중술,음약제조법을 비롯하여 하나같이 사이한 무공들뿐이다.
아니 그중에는 지금껏 음마공자의 천인공노할 행적을 해오면서도 그를 지켜낸
천하일절의 무공들도 다수 포함되어있으나 역시 수많은 해괴한 것들에 가려 인호의 혀를 내두르게한다.
처음 노인이 가부좌를 틀고있던 자리에는 검집과 손잡이 그리고 수술이 모두 붉은색 일색인 검이 놓여져있다.
인호는 노인이 시전한 부신양역의 경공술로 공중에 붕 뜬체로 노인의 자리로 가서 앉는다.
그리고 검을 집어 손잡이를 잡은체 빼낸다.
검신또한 붉은색을 띄고있어 보는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노인이 남긴 검술중 하나인 천마삼절의 제일초인 "절혼검"을 기억해내
단일성의 공력을 실은체 반대편 벽쪽을 향해 뿌린다.
붉은색 검기가 실내를 가득매우고 실내가 들썩이더니 5장앞의 동굴벽은
수십줄기의 깊은 검흔이 생기고 그충격을 이기지못해 동굴천정에서 작은돌들이 부서져 떨어져내린다.
"세...세상에나..."
혹시나해서 공력을 죽였기에 망정이지 12성으로 펼쳤다면 동굴이 무너져 꼼작없이 죽을뻔했다.
"그나 저나 무얼먹고 여기서 살아간다...???"
동굴구석에 방원 2장쯤 되어보이는 작은 연못이 하나 자리하고있다.
아나도 음마공자는 저물을 먹고 살았나 보다.
인호는 우선 배가고파 천천히 연못쪽으로 걸어간다.
넓지는 않지만 깊이가 10장은 족히되고 이런곳에 어떻게 자생하는지 이름모를
물고기들이 그안을 유영하고있다.
"어디한번 시험해볼까???"
손을 뻗어 허공섭물신공을 시전하자 물고기 한마리가 그의 손으로 빨려들어온다.
여기를 벗어날수 없다는건 슬픈일이지만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무예, 그것도
꿈도꾸지못할 절정의 무공을 익혔다는 사실이 인호를 잠시잠깐 즐겁게 만든다.
인호는 그날부터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이혼대법을 익히는것과 기억속에있는 노인의
무공을 몸에 익히는걸로 시간을 보낸다.
벌써 일년이란 시간이 흘렀건만 이혼대법은 노인이 남겨준 10성단계에서 전혀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
"빌어먹을 영감에게 완전히 속아버렸군...이제 꼼작없이 여기서 영감처럼 죽는것 뿐인가..."
회의감에 더이상 무공수련도 하기싫어졌다.
"내나이 이제 겨우 27살이니 영감처럼 죽으려면 앞으로 50년은 더 이동굴에서 물고기나
잡아먹으며 살아야 되는건가.....빌어먹을 늙은이...."
노인이 왜 50년동안 동굴안에서 이무공만 연마하고도 10성의 경지밖에 오를수 없었는지 이해가간다.
10성의 이혼대법으로 고작 동굴밖 조양봉근처에 자신을 혼을 내보내 잠시잠깐 둘러보고 오는것이 고작이다.
음마공자는 마침 절지에 사냥을 위해 들른 사냥꾼을 발견하고 그를 제압해서 그가 들고다니던 책자에
자신의 혼으로 글을 남기고 그책이 우연찮게 인호의 손에 들어온것이다.
인호는 1년동안 동굴근처로 혼을 내보내 보지만 사람은 그림자조차 구경해보지 못했다.
"빌어먹을 차라리 저연못에 빠져서 자살을 하는게 나을듯하다."
그는 너무 답답한 마음에 연못속으로 뛰어든다.
5갑자가 넘는 내공에 금강불괴,한서불침의 신체를 지니게된 그지만 이연못의 물은
너무도 차가워 전에는 들어올 엄두를 못냈었다.
몸이 꽁꽁 얼어붙는것같은 한기를 음마공자의 독문 내공심법을 운용하여 이겨내며 바닥까지 내려가
가부좌를 한체 앉는다.
(그래 차라리 여기서 익사해버리자...이지겨운 삶보다는 그쪽이...)
그때 그의 눈에 사람하나 겨우 들어갈 작은 동굴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희망이라는 한줄기의 빛이 그의 마음에 자리잡고 그는 그동굴 안쪽으로 헤엄쳐서 들어간다.
"푸악!!...."
그가 나온곳도 하나의작은 연못이 있고 자신이 지금껏 지내온곳과 흡사한 장소가 나온다.
아니 오히려 더 좁은 공간이다.
"이런 빌어먹을...."
"똑"
그런 그의 귓전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묘한 형태의 무처럼 생긴 식물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작은 웅덩이같은곳에 홀로 자생하고있는것이 순간 인호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인호는 늘 물고기로만 배를 채워 안그래도 물고기라면 질릴대로 질려있던터라 그것을 뿌리채뽑아
입안으로 가져간다.
입안에 넣자 달콤한 즙이 생겨나고 인호는 그것을 단숨에 다 먹어치운다.
"쩝...더있으면 좋았을걸.....흐윽....."
갑자기 배속에 불이 일어난듯 뜨겁고 그열기가 주는 고통은 이루말로 형용할수가없다.
속을 모두 불로 지지는것같다.
"흐윽...빌어먹을...독초란 말인가...이렇게 죽는건가...으윽..."
뜨거운 뱃속을 식힐마음에 식물이 자라던 웅덩이의 입을 가져가서 그 물을 모조리 마셔버린다.
그러자 서서히 뜨거운 불길이 사그러든다.
헌데 이번에는 다시 극한의 냉기가 몸속에서 일어나 내부를 꽁꽁 얼려버리는듯 추위에 몸서리친다.
이냉기는 그토록 차게 느껴졌던 동굴속 연못의 그것과도 비교가 되지않는다.
인호의 몸은 붉게 변했다 푸르게 변했다를 반복한다.
"하악....이고통을...흐윽..."
인호는 고통을 이겨내려 이혼대법의 신공을 운용한다.
그리고 의식을 잃어버린다.
그가 의식이 없는동안 그의 몸은 열기로 한번 그리고 다시 한기로 한번
뱀이 허물을 벗듯 일곱번을 껍질을 벗은후에야 진정된다.
인호는 자신이 먹은 물이 백년에 한 방울이 맺혀 떨어지는 미타성수(彌陀聖水) 였고 그중간에 자라고있던것이
만년하수오라는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있었다.
그는 지금 오기조원의 경지를 넘어서 무림역사상 전무후무한 내공의 경지에 이르고말았다.
삼일주야가 흐른후 그는 눈을 뜬다.
음마공자의 진전을 잇고 난후 밝게 보이던 동굴안이 이제는 대낮의 세상처럼 밝게보인다.
귀를 기울이니 자연의 소리하나하나까지 모조리 들리는것같다.
심지어 연못안의 물고기들의 지느러미짓까지 느껴질 정도다.
헌데 이게 왠일인가....자신의 얼굴이 전혀 다른 얼굴로 변모해있다.
연못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자신이봐도 넋이 나갈정도로 변해있다.
음마공자 설운악이 미안공을 익히고 있었는데 그의 모든무공이 인호의 몸에는 있었으나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이번의 기연으로 그게 가능해지자 인호의 얼굴은
음마공자의 젊었을때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바뀌어버린것이다.
인호는 그런사실까지는 모르나 자신의 몸속에 무언가 변했음을 감지한다.
그리고 그자리에 앉아 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한다.
아무런 막힘이 없이 모든것이 원활하게 흐른다.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도 요원하게 여겨지던 모든것들이 머리속에 그려지고 그는 지금 조양봉 아래 천험의 절벽앞에 서있다.
발아래에는 자신이 갇혀있던 지긋지긋한 동굴의 틈이 작게 나있다.
"푸하하하...노인네 거짓말은 아니었군요....노인네 소원대로 이세상에 노인네의 이름을 떨쳐드리리다."
200백여장되는 절벽을 단두번만에 올라가버린후 세상을 향해 광소한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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