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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9:26 2,117회 0건
"가가 무슨 생각해요?"
사랑을 하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진다고 했던가? 경화는 지금 풍운이 하고 있는 생각마저 알고 싶었다.
"그냥 우리 처음 만났던 순간."
경화는 풍운에 품에 안겼다.
"우리가 만난 지 벌써5년이 다 되가네요."


5년 전
경화는 무조건 걸었다. "그 일"은 경화의 마음속을 황폐화시키기 충분했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 후 자신의 아버지에 태도와 조치는 아버지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무너지게 만들었다.
"하하하하."
나오는 건 웃음 밖에 없었다. 너무 웃다가 배가 고팠다. 경화의 눈앞에는 만두가 보였다.
덥석
경화는 만두를 하나 집었다. 그리고 먹었다. 본능적인 움직이었다.
만두가게 종업원인 만식이는 설마 이 예쁘장한 소녀가 돈을 안 내고 먹을줄은 몰랐다. 만두를 먹고 돈을 내는 줄 알았다. 그러나 만식이의 예상은 빗나갔다. 그 소녀는 만두를 먹고 그냥 지나가는 거였다.
"어이 이봐. 돈 내야지."
만식이는 그냥 지나가는 경화를 붙잡았다. 경화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만식이를 보았다.
"무슨 돈이요?"
"이봐 만두를 먹었으니까 돈을 내야지."
"돈 없는데요."
만식이는 어이가 없었다.
"먹었으면 돈을 내야지. 돈도 없이 먹었단 말이냐! 너희 집이 어디냐?"
"저요? 집에서 쫓겨났어요."
만식이는 경화를 쭉 훑어봤다. 과연 그런 건지 옷에는 궂은 때들이 묻어 있었다.
만식이의 시선을 느낀 경화는 갑자기 웃었다.
"왜요? 아저씨도 내 몸에 관심있어요? 아저씨 만두값 대신에 제가 몸으로 갚을까요?"
"얘가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너희 집이 어디냐! 얼른 앞장서라."
만식이는 경화를 철모르는 소녀로 간주하고 부모를 찾아가 한소리 단단히 해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툭툭
"만두값은 여기있다."
아까부터 경화와 만식이를 지켜보던 바로 풍운이었다. 풍운은 경화대신 만두값을 지불했다.
만식이는 만두값을 받았으니 더 이상 자신이 이 소녀와 실갱이를 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 자신의 가게로 돌아갔다.
"아항 아저씨도 내 몸에 관심있구나? 저요 절 강간하던놈이 그랬는데요. 보지구멍이 쪼이는게 명기라고 그러더군요. 왜요 아저씨도 명기가 좋아요?"
주위사람들은 경화의 말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강간이라니. 너무나도 예쁜 이소녀가 강간이라니..... 그러나 그때 또다시 주위사람들은 경악해야 했다.
짝짝짝
풍운이 경화의 얼굴을 때리는 것이었다.
짝짝짝짝짝짝짝
풍운은 경화의 얼굴을 계속 때렸다. 보다 못한 한 사람이 말렸으나 풍운은
"미친것들은 맞아야 제정신을 차리지."
이 말만하고 계속 때렸다.
경화의 얼굴은 풍운에게 맞아서 예전의 그 모습은 코밖에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자.....잘못했어요."
경화는 뭐가 뭐지 모르겠지만 일단 빌고 봐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자신의 아픔도 없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니가 무엇을 잘못했느냐?"
풍운의 물음에 경화는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해야했다. 그러나 자기가 잘못한 것은 아무것이 없다고 생각됐다.
"모....모르겠어요."
경화의 말에 풍운은 경화의 머리채를 잡았다. 그리고 어딘가로 끌고 가며 말했다.
"너는 만두값에 나한테 팔린거다."



"그때는 정말 너무했어요. 얼마나 아팠는지 그 이후로 아무것도 못 먹을 지경이었어요."
경화가 투정부리듯이 말했다. 그러자 풍운은 경화를 끌어안았다.
"그때 너를 보곤 내 누이동생이 생각나서 그랬다."
"가가에게 동생이 있었어요?"
"그래, 살아있으면 딱 너 만한 나이일거다."
"그 동생은 지금 어디있어요?"
"자살했다. 어느날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강간당하고 자살했지."
"미안해요, 싫은 기억을 떠올리게 했군요."


풍운이 경화를 끌고 간 곳은 자신의 집이었다. 풍운은 문을 열고 경화를 내 확 던져 버렸다.
"아야야."
경화는 자신이 부딪힌 곳을 문지르며 자신의 아프다는 것을 풍운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래야만 덜 맞을 것 같았다.
풍운은 의자 2개를 갖고 오며 경화에게 앉으라고 했다.
"강간 당했나?"
보통 남자라면 꺼내기도 힘들 그런 얘기를 강간당한 본인 앞에서 얘기 하다니 제정신이 아니라고 경화는 생각했다. 적어도 조금은 돌려 말할 줄 알았고, 떠 올리기도 싫은 얘기를 왜 하는지 이해도 가지 않았다. 그래서 경화는 풍운을 째려봤다.
그러나 경화는 곧바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풍운이 자신을 무시무시한 눈으로 처다보고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대답해라."
"네."
"세상이 살기 싫고, 모든 것이 증오 스럽나?"
"네."
"죽고싶나?"
경화는 망설임이 없었다.
"네."
풍운이 갑자기 일어났다. 그리고는 아까 자신이 엄청나게 때려서 부은 뺨을 또다시 때렸다. 단 이번에는 무지막지하게 때리는 것이 아니라 단 한번 때렸다.

경화는 손으로 자신의 뺨을 감쌌다.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었다. 그런데 계속 맞다니 정말 억울했다. 더 맞더라도 항의는 하고 맞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때려요. 제가 당신한테 뭘 잘못했나요?"
경화는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죽고 싶다며. 그런데 어찌 고통에 민감해 하느냐? 고통은 죽음에 일부이거늘."
경화는 풍운에 말에 말문이 막혔다. 분명 죽음을 원했지만 고통은 원하지 않았다.
"전 고통없이 죽고 싶을 뿐이에요."
"하하하하하. 고통없는 죽음이 있을 줄 아느냐? 물에 빠져도 숨이 막히는 고통이 있고 손목을 칼로 그어도 팔을 긋는 아픔과 피가 빠져나가는 아픔을 느껴야 한다. 그런데 너는 고통없이 죽으려 하다니 어찌 그리 편히 죽으려 하느냐."
"......"
풍운은 경화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강간을 당한 후에도 아픔은 똑같이 느껴지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맛있다고 느껴진다. 결국 자신의 마음가짐에 문제야. 너는 이리 어린데 왜 삶을 포기하려 하느냐?"
"마음가짐에 문제."
경화는 풍운에 말을 되새기며 들었다.
"네가 여기서 살아 간다면 너는 많은 것을 느낄 것이다. 예를들면 연애를 할 때의 설레임이라던가, 결혼을 할때의 기쁨이라던가, 아이를 낳을 때의 아픔이라던가 말이다."
"저는 남자와 살지 않을 거에요."
"그런 것 말고도 다른 기쁜 것은 많다. 여름에 내리는 차가운 비라던가, 첫눈에 차가움이라던가, 가을에 멋진 하늘이라던가, 해지는 저녘 노을을 보고 느끼는 아름다움이라던지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할수 있다. 그러니 벌써부터 삶을 포기 한다든지 하는 말은 하지 말아라."
경화는 이 사내의 말이 왠지 크게 와 닿았다. 이 사내의 말을 믿고 여러 가지를 느껴보고 싶었다. 경화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것은 달아나려는 삶의 의지를 잡으려고 한다고 해도 무방할 그런 행동이었다.


"제가 그 일을 당한후 그런 말을 해주신건 가가가 처음 이었어요."
"나의 누이동생같은 이가 또 생길지 겁이 나서 그랬다."
"그래도 그 덕분에 저는 살아가는 의지를 갖게 되었으니 정말 감사해요."


풍운이 경화를 집에 데려온 다음날 경화는 청기루에 취직했다. 풍운이 경화를 만류했지만 남자들이 자신에게 무릎꿇게 한 다음 다 거절해보고 싶다는 경화의 말에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경화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5년뒤 경화의 사랑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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