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나 자신이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참의 생각 끝에 결국 방법은 하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내가 변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아내와 나 사이의 관계는 이대로 파탄나 버릴 것이 뻔할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과연 그것이 가능할 지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의 솔직한 모습을 사랑으로 이해하고 감싸주고 배려해준다!
얼핏보면 아주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섹스에 관한 것이라면....
결국 어떤 확실한 결단을 내리지 못한 나는 그대로 몇 주일을 흘려보냈다. 물론 그냥 보낸건 아니었다. 아내에 대한 반발이었을까. 술도 자주 입에 댔고 노래방이나 단란주점, 안마등등 닥치는대로 아무 여자와 어울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내 마음속의 무언가 꺼림찍하게 억눌려 있는 이상한 감정은 좀체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증폭되어 점점 내 정신을 붕괴시킬 지경에까지 이르고 마는 것이었다.
그렇게 미친 듯한 몇 주일을 보내고 난 어느날. 나는 아내가 갑자기 말수가 줄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민이 있는 듯 얼굴표정 또한 어두워지고 있었다.
흥, 그놈이랑 잘 안되는가 보군!
나는 속으로 그렇게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내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나에 대한 분노였다. 이미 아내는 나의 방황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내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도 다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내는 나의 방황을 눈치채고 있었고 나 때문에 고민하고, 나 때문에 슬퍼하고, 나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것을 알게된 나는 양심적인 가책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렇게 된 모든 원인도 따지고 보면 나 때문인 것이다. 내가 뿌려놓은 씨에 내가 이러고 있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조금씩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 이러고 있는 것은 나는 물론 아내에게도 좋지 않다. 과연 나는 아내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걸까? 아내를 사랑한다면 아내의 모든 것을 이해해주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닐까....
비록 힘든 것이 사실이었지만 이제 이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몇 주간의 방황과 고민 끝에 그런 결심을 굳히자 그제서야 비로소 머리가 조금이나마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그날 아침 집을 나오면서 마중나오는 아내를 갑자기 껴안았다. 그리고는 조용히 아내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 동안 힘들었지? 이제 잘할게."
아내는 나의 이 갑작스런 행동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리둥절해 했다. 하지만 내가 등을 돌리자 아내의 눈가에서 빛이 반짝인다. 아침햇살에 반짝이며 이슬처럼 또르륵 떨어지는 그것이 살짝 뒤돌아본 내눈에 바로 잡힌 것이었다.
나는 그때부터 새로운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사내에 대한 오기 비슷한 감정도 생겼다.
그래, 내가 사랑하는 내 와이프를 그렇게 쉽게 넘겨줄까보냐 하는....
그리고 사내에게 전화를 걸어 내 계획을 말했다. 사내 역시 흥미있다는 듯 흔쾌히 응해주었다.
모든 계획을 다 마친 후 어느날 저녁. 나는 모처럼 애를 일찍 재우고는 아내와 술잔을 기울였다. 주거니 받거니 하며 약간 분위기가 좋아지자 아내에게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당신은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없어? 옛날 남자라든지 아니면 숨겨둔 애인이라든지 말야..."
내 질문에 아내의 몸이 딱딱하게 경직된다. 그리고는 얼굴에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한다.
"아이, 또 무슨 쓸데없는 소리하는 거예요. 내가 남자가 어딨어요."
아내는 억지로 얼굴에 웃음을 짓고 있지만 누가 봐도 거짓 웃음이란 걸 알아볼 수 있을만큼 어색했다. 나는 다시 한번 아내를 추궁했다.
"진짜야? 요즘에 애인 없는 유부녀도 없다면서?"
"정말 이이가!"
결국 이젠 화까지 내기 시작하는 아내였다. 하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어차피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었다.
"그래? 그럼 이건 뭐야?"
나는 내 핸드폰을 열어 사내의 전화번호를 보여주었다. 아내 역시 사내의 전화번호를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역시 내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낯익은 전화번호를 본 아내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여보...."
나를 부르는 아내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왜 그래? 왜 그렇게 놀래?"
"여보.... 이건.... 제가 다 설명할께요...."
나는 들을 필요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됐어. 당신 탓하려는거 아냐!"
내 말에 아내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 그런 아내를 뒤로 하고는 핸드폰을 들어 사내에게 전화를 했다.
"어, 이제 들어와!"
짧게 통화를 하고 핸드폰을 끊었다.
"여보, 무슨 일이에요. 어떻게 된거에요?"
"지금 불렀어."
"누구를요?"
"누구긴 누구야. 당신 애인이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내 말에 아내의 얼굴이 핼쑥하게 질린다.
"여보, 이러지 말아요. 제가 다 해명할께요."
아내는 이제 통사정까지 한다. 아마도 아내는 내가 사내를 불러 삼자대면이라도 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당신도 참. 그런거 아니라니까!"
하지만 아내는 이미 정신적 공황에 빠졌는지 내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있었다.
나는 아내를 좀더 진정시키기 위해 아내에게 술을 권했다. 그리고는 침착하게 말했다.
"여보, 나 믿어?"
아내는 아무 말도 없었다.
"나 믿냐고...."
그제서야 아내는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인다.
"그래, 그럼 됐어. 지금 하는 말 잘 들어."
아내는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긴장되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본다.
"나 그렇게 속 좁은 놈 아냐. 요즘같은 세상에 아내의 애인 정도 이해해줄 마인드도 가지고 있다고...."
아내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도저히 알 수 없다는 듯 눈만 깜빡거리며 나를 바라본다.
"요즘 일처다부제도 유행이라며!"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위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한번 말했다. 하지만 아내는 여전히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현관에서 딩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바로 사내가 도착한 것이었다.
나는 얼른 문 앞으로 가서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드디어 아내와 붙어먹은 외간사내를 집안에까지 끌어들인 것이었다. 물론 아내는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이 내 계획인지는 모른다. 나와 사내와의 만남도 초면인 것으로 꾸며놓은 상태였다.
아내는 정말로 사내가 집에까지 찾아오자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듯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여보, 뭐해? 인사 안해?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내 말에 아내는 쭈삣쭈삣하더니 내 옆으로 다가와 사내에게 인사를 한다.
"와... 왔네요..."
그런 아내에게 사내는 쾌활하게 웃어보이며 말한다.
"하하, 형수님, 잘 지냈어요? 이거 항상 보는 얼굴인데도 여전히 이쁘구만!"
아내에게 형수라고 부르며 존댓말과 반말을 적절히 섞어 아내에게 인사한다.
아내는 그런 사내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듯 우물쭈물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다. 나는 얼른 아내에게 말했다.
"아, 뭐해? 손님 왔는데 이대로 놔둘거야? 얼른 가서 안주도 좀 더 차리고 술잔도 놓고 그래야지!"
그제서야 아내는 살았다는 듯 빠르게 부엌으로 가서는 무언가 부산하게 준비하는 척하기 시작했다.
나는 사내를 집안으로 안내하여 식탁에 앉히고는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아내도 어느덧 안주를 다 준비해 식탁에 올려놓았다. 나는 그런 아내의 손을 끌어당겨 내 옆에 앉혔다. 사내가 그런 나와 아내를 번갈아 보더니 히죽 웃으며 말한다.
"형님, 이렇게 보니까 정말 잘 어울리십니다. 특히 형수님은 정말 예뻐보이네요. 이거 저 같은 총각놈들은 어디 부러워서 살 맛이나 나겠습니까!"
"부럽긴.... 나보다 자네가 이 사람이랑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르지...."
나는 묘한 여운을 흘리며 아내의 표정을 곁눈질로 살펴보았다. 아내는 무덤덤하니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나는 더 이상 아내에게 신경쓰지 않고 사내와 술잔을 나눴다. 나중에는 싫다는 아내에게까지 억지로 술을 먹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점점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아내는 혹시나 칼부림이라도 나면 어쩌나 싶은 표정에서 별다른 일이 터지지 않자 안도하는 표정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러다 술이 떨어져 아내가 술을 가지러 부엌에 가자 나는 슬며시 아내의 뒤를 따라가 뒤에서 아내를 껴안았다.
"여보, 저 사람이야? 직접 보니까 괜찮은 놈이네. 질투날만큼 말야!"
그러자 아내는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더니 말한다.
"여보, 당신 도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난... 난 지금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나는 아내의 말을 중간에서 잘랐다.
"여보,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지마! 그리고 나를 믿어줘. 내가 지금 당신한테 하고 싶은 말은 그것뿐이야!"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다시 사내가 있는 쪽으로 갔고 아내는 여전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렇게 또 몇시간이 흘러 밤은 더욱 깊어졌고 나는 과도하게 술을 마셔 상당히 취한 상태가 되었다. 사내와 아내 역시 상당히 취한 상태였다.
"이봐, 이거 밤도 늦었는데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자고 가!"
"하하, 이거 그래도 될까요? 형수님께 폐 끼치는거나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폐는 무슨!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아내는 약간 안색이 변하더니 얼른 내 말을 제지한다.
"여보, 안되요. 그래도 집이 제일 편하죠. 제가 택시비 줄테니까 집으로 보내도록 해요."
"아니, 이 사람이 지금 무슨 소리 하는거야. 이렇게 늦은 시간에 야박하게 말야!"
나는 아내의 반대를 일언지하에 거절하고는 굳이 사내에게 오늘 우리집에서 자고 가라고 했다. 사내 역시 능글맞게 좋다며 당장 찬성하는 것이었다. 아내만 약간 떫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이미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아내 역시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이내 작은 방에 아내는 사내의 자리를 펴주기 시작했다. 나는 침실로 들어가 자리에 누웠다. 술에 이미 많이 취한 상태였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똑바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사내의 자리를 펴준 아내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침실에 들어왔다. 나는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고 물어보려다가 그냥 그만두었다. 그리고는 이미 잠이 들은 척 했다. 아내는 내가 잠이 들었는지 확인하는 듯 싶더니 조심스럽게 내 옆에 눕는다.
나는 아내가 내 옆에 눕자 약간 마음이 안정되었다. 그러다 어느순간 나도 모르게 퍼뜩 잠이 들고 말았다. 하지만 채 삼십분이 지나지 않아 무언가에 놀라기라도 한 듯 벌떡 잠에서 깨어 일어났다. 옆을 살펴보았다.
아내는.... 아내는 없었다....
계속...
하지만 나는 과연 그것이 가능할 지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의 솔직한 모습을 사랑으로 이해하고 감싸주고 배려해준다!
얼핏보면 아주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섹스에 관한 것이라면....
결국 어떤 확실한 결단을 내리지 못한 나는 그대로 몇 주일을 흘려보냈다. 물론 그냥 보낸건 아니었다. 아내에 대한 반발이었을까. 술도 자주 입에 댔고 노래방이나 단란주점, 안마등등 닥치는대로 아무 여자와 어울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내 마음속의 무언가 꺼림찍하게 억눌려 있는 이상한 감정은 좀체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증폭되어 점점 내 정신을 붕괴시킬 지경에까지 이르고 마는 것이었다.
그렇게 미친 듯한 몇 주일을 보내고 난 어느날. 나는 아내가 갑자기 말수가 줄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민이 있는 듯 얼굴표정 또한 어두워지고 있었다.
흥, 그놈이랑 잘 안되는가 보군!
나는 속으로 그렇게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내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나에 대한 분노였다. 이미 아내는 나의 방황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내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도 다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내는 나의 방황을 눈치채고 있었고 나 때문에 고민하고, 나 때문에 슬퍼하고, 나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것을 알게된 나는 양심적인 가책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렇게 된 모든 원인도 따지고 보면 나 때문인 것이다. 내가 뿌려놓은 씨에 내가 이러고 있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조금씩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 이러고 있는 것은 나는 물론 아내에게도 좋지 않다. 과연 나는 아내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걸까? 아내를 사랑한다면 아내의 모든 것을 이해해주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닐까....
비록 힘든 것이 사실이었지만 이제 이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몇 주간의 방황과 고민 끝에 그런 결심을 굳히자 그제서야 비로소 머리가 조금이나마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그날 아침 집을 나오면서 마중나오는 아내를 갑자기 껴안았다. 그리고는 조용히 아내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 동안 힘들었지? 이제 잘할게."
아내는 나의 이 갑작스런 행동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리둥절해 했다. 하지만 내가 등을 돌리자 아내의 눈가에서 빛이 반짝인다. 아침햇살에 반짝이며 이슬처럼 또르륵 떨어지는 그것이 살짝 뒤돌아본 내눈에 바로 잡힌 것이었다.
나는 그때부터 새로운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사내에 대한 오기 비슷한 감정도 생겼다.
그래, 내가 사랑하는 내 와이프를 그렇게 쉽게 넘겨줄까보냐 하는....
그리고 사내에게 전화를 걸어 내 계획을 말했다. 사내 역시 흥미있다는 듯 흔쾌히 응해주었다.
모든 계획을 다 마친 후 어느날 저녁. 나는 모처럼 애를 일찍 재우고는 아내와 술잔을 기울였다. 주거니 받거니 하며 약간 분위기가 좋아지자 아내에게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당신은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없어? 옛날 남자라든지 아니면 숨겨둔 애인이라든지 말야..."
내 질문에 아내의 몸이 딱딱하게 경직된다. 그리고는 얼굴에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한다.
"아이, 또 무슨 쓸데없는 소리하는 거예요. 내가 남자가 어딨어요."
아내는 억지로 얼굴에 웃음을 짓고 있지만 누가 봐도 거짓 웃음이란 걸 알아볼 수 있을만큼 어색했다. 나는 다시 한번 아내를 추궁했다.
"진짜야? 요즘에 애인 없는 유부녀도 없다면서?"
"정말 이이가!"
결국 이젠 화까지 내기 시작하는 아내였다. 하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어차피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었다.
"그래? 그럼 이건 뭐야?"
나는 내 핸드폰을 열어 사내의 전화번호를 보여주었다. 아내 역시 사내의 전화번호를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역시 내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낯익은 전화번호를 본 아내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여보...."
나를 부르는 아내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왜 그래? 왜 그렇게 놀래?"
"여보.... 이건.... 제가 다 설명할께요...."
나는 들을 필요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됐어. 당신 탓하려는거 아냐!"
내 말에 아내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 그런 아내를 뒤로 하고는 핸드폰을 들어 사내에게 전화를 했다.
"어, 이제 들어와!"
짧게 통화를 하고 핸드폰을 끊었다.
"여보, 무슨 일이에요. 어떻게 된거에요?"
"지금 불렀어."
"누구를요?"
"누구긴 누구야. 당신 애인이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내 말에 아내의 얼굴이 핼쑥하게 질린다.
"여보, 이러지 말아요. 제가 다 해명할께요."
아내는 이제 통사정까지 한다. 아마도 아내는 내가 사내를 불러 삼자대면이라도 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당신도 참. 그런거 아니라니까!"
하지만 아내는 이미 정신적 공황에 빠졌는지 내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있었다.
나는 아내를 좀더 진정시키기 위해 아내에게 술을 권했다. 그리고는 침착하게 말했다.
"여보, 나 믿어?"
아내는 아무 말도 없었다.
"나 믿냐고...."
그제서야 아내는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인다.
"그래, 그럼 됐어. 지금 하는 말 잘 들어."
아내는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긴장되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본다.
"나 그렇게 속 좁은 놈 아냐. 요즘같은 세상에 아내의 애인 정도 이해해줄 마인드도 가지고 있다고...."
아내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도저히 알 수 없다는 듯 눈만 깜빡거리며 나를 바라본다.
"요즘 일처다부제도 유행이라며!"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위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한번 말했다. 하지만 아내는 여전히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현관에서 딩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바로 사내가 도착한 것이었다.
나는 얼른 문 앞으로 가서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드디어 아내와 붙어먹은 외간사내를 집안에까지 끌어들인 것이었다. 물론 아내는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이 내 계획인지는 모른다. 나와 사내와의 만남도 초면인 것으로 꾸며놓은 상태였다.
아내는 정말로 사내가 집에까지 찾아오자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듯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여보, 뭐해? 인사 안해?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내 말에 아내는 쭈삣쭈삣하더니 내 옆으로 다가와 사내에게 인사를 한다.
"와... 왔네요..."
그런 아내에게 사내는 쾌활하게 웃어보이며 말한다.
"하하, 형수님, 잘 지냈어요? 이거 항상 보는 얼굴인데도 여전히 이쁘구만!"
아내에게 형수라고 부르며 존댓말과 반말을 적절히 섞어 아내에게 인사한다.
아내는 그런 사내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듯 우물쭈물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다. 나는 얼른 아내에게 말했다.
"아, 뭐해? 손님 왔는데 이대로 놔둘거야? 얼른 가서 안주도 좀 더 차리고 술잔도 놓고 그래야지!"
그제서야 아내는 살았다는 듯 빠르게 부엌으로 가서는 무언가 부산하게 준비하는 척하기 시작했다.
나는 사내를 집안으로 안내하여 식탁에 앉히고는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아내도 어느덧 안주를 다 준비해 식탁에 올려놓았다. 나는 그런 아내의 손을 끌어당겨 내 옆에 앉혔다. 사내가 그런 나와 아내를 번갈아 보더니 히죽 웃으며 말한다.
"형님, 이렇게 보니까 정말 잘 어울리십니다. 특히 형수님은 정말 예뻐보이네요. 이거 저 같은 총각놈들은 어디 부러워서 살 맛이나 나겠습니까!"
"부럽긴.... 나보다 자네가 이 사람이랑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르지...."
나는 묘한 여운을 흘리며 아내의 표정을 곁눈질로 살펴보았다. 아내는 무덤덤하니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나는 더 이상 아내에게 신경쓰지 않고 사내와 술잔을 나눴다. 나중에는 싫다는 아내에게까지 억지로 술을 먹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점점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아내는 혹시나 칼부림이라도 나면 어쩌나 싶은 표정에서 별다른 일이 터지지 않자 안도하는 표정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러다 술이 떨어져 아내가 술을 가지러 부엌에 가자 나는 슬며시 아내의 뒤를 따라가 뒤에서 아내를 껴안았다.
"여보, 저 사람이야? 직접 보니까 괜찮은 놈이네. 질투날만큼 말야!"
그러자 아내는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더니 말한다.
"여보, 당신 도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난... 난 지금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나는 아내의 말을 중간에서 잘랐다.
"여보,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지마! 그리고 나를 믿어줘. 내가 지금 당신한테 하고 싶은 말은 그것뿐이야!"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다시 사내가 있는 쪽으로 갔고 아내는 여전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렇게 또 몇시간이 흘러 밤은 더욱 깊어졌고 나는 과도하게 술을 마셔 상당히 취한 상태가 되었다. 사내와 아내 역시 상당히 취한 상태였다.
"이봐, 이거 밤도 늦었는데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자고 가!"
"하하, 이거 그래도 될까요? 형수님께 폐 끼치는거나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폐는 무슨!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아내는 약간 안색이 변하더니 얼른 내 말을 제지한다.
"여보, 안되요. 그래도 집이 제일 편하죠. 제가 택시비 줄테니까 집으로 보내도록 해요."
"아니, 이 사람이 지금 무슨 소리 하는거야. 이렇게 늦은 시간에 야박하게 말야!"
나는 아내의 반대를 일언지하에 거절하고는 굳이 사내에게 오늘 우리집에서 자고 가라고 했다. 사내 역시 능글맞게 좋다며 당장 찬성하는 것이었다. 아내만 약간 떫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이미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아내 역시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이내 작은 방에 아내는 사내의 자리를 펴주기 시작했다. 나는 침실로 들어가 자리에 누웠다. 술에 이미 많이 취한 상태였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똑바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사내의 자리를 펴준 아내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침실에 들어왔다. 나는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고 물어보려다가 그냥 그만두었다. 그리고는 이미 잠이 들은 척 했다. 아내는 내가 잠이 들었는지 확인하는 듯 싶더니 조심스럽게 내 옆에 눕는다.
나는 아내가 내 옆에 눕자 약간 마음이 안정되었다. 그러다 어느순간 나도 모르게 퍼뜩 잠이 들고 말았다. 하지만 채 삼십분이 지나지 않아 무언가에 놀라기라도 한 듯 벌떡 잠에서 깨어 일어났다. 옆을 살펴보았다.
아내는.... 아내는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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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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