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따르릉!
모처럼 쉬는 날의 오전. 한가하게 티비를 보고 있는데 시끄럽게 전화벨이 울려댄다. 아내가 전화를 받는다. 전화벨을 듣는 순간 나는 오늘 또 무슨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내는 전화통화를 하며 계속 나를 바라보며 내 눈치를 보고 있는 폼이 틀림없이 부담스러운 전화를 받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아내가 저렇게 부담스러워할 사람은 딱 하나. 그 사내뿐이 없었다.
"오늘이요? 오늘은 안되요. 남편도 있고...."
간간히 들려오는 아내의 말이 나를 궁금하게 만든다. 아내는 도대체 무엇이 안된다는 것일까....
결국 아내는 한참동안 안된다며 실랑이를 벌이는 듯 하더니 이내 전화를 끊는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사내는 오늘 아예 작심을 한 듯 했다. 곧 내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퍼진다.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사내였다. 나는 흠흠 하며 목을 가다듬고 핸드폰을 열었다.
"형님, 그동안 건강하셨습니까?"
"나야 뭐 늘 그렇지 뭐..."
형식적인 인사치레가 오간다. 그리고 곧 사내가 본론을 꺼낸다.
"형님, 제 부탁 좀 하나만 들어주십쇼."
"부탁?"
"아, 형수님이랑 데이트 한번 하고 싶은데 이거 형수님이 워낙 완강하게 거부를 하셔서 말입니다. 어떻게 형님이 힘 좀 한번 써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이놈이 이제 보니 내 아내가 자꾸 지놈이랑 만나는 것을 거부하니까 아예 대놓고 나한테 이렇게 나오는 모양이었다.
나는 순간 사내의 말을 거절하고 싶었지만 마음 깊숙한 곳 한켠에서 호기심이 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 날의 일 이후로 아내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변해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사내와 섹스를 할까. 그것이 못내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내 마음속에선 또다시 금지된 호기심과 금지된 쾌락이 악마의 뱀머리처럼 서서히 일어나고 있었다.
"글세. 내가 뭐 싫다는 사람 어떻게 할 수 있겠나...."
"형님, 부탁드립니다."
그제서야 나는 마지못해 못이기는 척하며 입을 열었다.
"뭐 확답은 못주겠고 말일세. 일단 한번 아내를 설득해보긴 하겠네. 하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말라고..."
"형님, 고맙습니다. 형님만 믿겠습니다. 그럼 형수님한테 항상 만나던 그곳에서 6시까지 나와달라고 말씀드려 주십시오. 나올때까지 기다린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사내는 핸드폰을 끊고.... 나는 약간은 착잡하면서도 흥분된 마음으로 아내를 불렀다.
"여보, 여보!"
나의 부름에 곧 아내가 다가오고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오늘 당신 그 남자자 만나자고 했다며?"
"네? 네..."
"그럼 오늘 한번 나가봐. 잠깐 얼굴만 보고 들여보내준다는군. 부담없이 나가봐...."
내 말에 아내는 아무런 말이 없다. 나는 슬그머니 불안한 마음으로 아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갑자기 아내가 고개를 들더니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당신은 내가 오늘 그 사람 만났으면 좋겠어요?"
"뭐 꼭 좋다기보다 그 사람이 통사정을 해서 말야."
"여보, 나 궁금한게 있어요."
"어? 궁금해? 뭐가?"
"우리 사랑하는거 맞을까? 그리고 내가 만약 오지 않으면... 내 맘이 변해서 오지 않으면... 그땐 어떻게 할거야?"
나는 그제서야 아내의 마음이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나는 천천히 아내의 손을 끌어당겨 내 손으로 감쌌다.
"여보 걱정마. 당신이 뭘 걱정하는지 나도 좀 알 것 같애. 하지만 지금은 일단 나만 믿어. 지금은 이해가 안갈지 모르지만 나를 믿어줘. 그리고 아무것도 걱정마. 모든건 내가 다 알아서 해. 그리고 당신은 도망칠 수 없어. 당신이 도망치면 하늘 끌까지라도, 아니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당신을 잡아 올거니까!"
내 진심이 통했던 것일까? 그제서야 아내는 굳어졌던 얼굴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내 손에서 손을 빼더니 스르르 몸을 일으킨다. 이제 더 이상 말은 필요없다는 듯 조용히 아무말 없이 외출할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일단 아내가 외출준비를 하기 시작하자 아내의 얼굴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 무언가를 기대하는 여인의 설레임이 은연중에 드러났다. 물론 아내도 의도하고서 그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여인의 무의식적인 은밀한 본능이 아내 자신도 모르게 아내를 그렇게 만들고 있을 뿐이리라.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러한 아내는 방금 몇분전과도 다른 이상한, 그리고 아름답고 성숙한 여인의 향기가 나는 듯했다.
나는 그렇게 몇 초만에 아내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다른 모습, 여인의 향기를 내뿜는 아내를 보며 내심 당혹스럽기 그지 없었다.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며 몰래 외치는 수 밖에 없었다.
"여자는 요물이라더니...."
나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은채 아내의 외출준비를 좀더 지켜보았다. 정갈하게 몸을 씻고 곱게 화장을 하고 옷을 입는다. 속옷도 평소 입던 속옷이 아니다. 내 앞에선 한번도 입어본 적이 없는 속옷, 티팬티를 꺼내든다. 손바닥만한 앙증맞은 팬티. 그리고 엉덩이를 가리는 천이라고는 전혀 없이 오로지 엉덩이 틈사이에 끼워지는 가느다란 실같은 끈하나 달랑 달린 그런 팬티다.
그리고 어느새 아내는 모든 외출준비를 마친다. 외간사내를 위해 정성껏 몸을 씻고 정성껏 화장을 하고, 또 그 사내를 기쁘게 해주려는 듯 야한 속옷까지 입고 외출준비를 끝낸 아내.
전체적으로 봤을 때 예쁘고 단정하다는 느낌을 주는 한편 평소때와는 약간 다른 성숙한 여인의 색기를 풍기고 있었다.
나는 정말 이 여자가 지난 번의 일 이후 계속 사내와의 만남을 거부해오던 아내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분명 내 눈앞에 있는 아내는 내 아내가 분명했지만 왠지 딴 사람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내가 낯설게 느껴졌다.
그리고 곧 아내가 내가 이것저것 말해준다. 밥은 다 해놨고 반찬은 어디어디에 있으니 꺼내 먹고 국은 살짝 데워먹으면 된다는 둥... 아이는 어떻게 어떻게 해주라는 둥의 시시콜콜한 주의사항들 말이다. 그럴때는 또 영락없는 내 아내가 분명하다. 하지만 또 고개를 들어 아내의 모습을 보면 내 아내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내 마음을 모르는 아내는 그렇게 열심히 각종 주의사항을 일러주더니 곧 구두를 꺼내어 신는다. 나는 그제서야 마침 생각났다는 듯이 조그마한 캠코더를 들고 나와 아내 손에 쥐어 주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돼? 당신 괜찮겠어요...?"
"말했잖아. 날 믿어.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야... 한치의 비밀도 없기 위한...."
아내는 마지못해서 그것을 받아든다. 나는 다시 아내에게 말했다.
"사용방법은 알지? 그 놈이 모르게 하고..."
내 말에 아내는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마지막으로 또 한마디 했다.
"일찍 들어와. 기다릴게... 그리고 사랑해!"
아내를 한번 품에 꼬옥 안아줬다. 아내 역시 내 품에 안겨오고.... 아내의 몸에서 평소때와는 다른 향긋한 향수 냄새가 은은하게 내 코를 자극했다.
그리고 드디어 아내가 내 품에서 빠져나가더니 문을 나선다. 나는 현관문 밖에까지 아내를 더 배웅해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아내가 부담스러워 할 것도 같고 초조해하는 내 속마음을 들킬 것도 같아 그만두었다.
현관의 문이 쿵하는 무거운 소리와 함께 닫히고 아내와 나는 철문 하나 사이로 갈라지고 말았다.
아내가 집을 나서자마자 이상하게 집안의 공기가 썰렁해지고 그것은 내 마음마저 허전하게 만든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한시간, 두시간, 세시간.... 나는 궁금했다. 아내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지금 쯤 사내를 만났을까? 벌써 두 년놈이 뒹굴고 있는건 아닐까? 못내 궁금했다. 아내에게서 혹시나 핸드폰이 올까봐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도 않고 있었지만 끝내 아내에게선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계속해서 시간은 흐르고 어느덧 자정이 넘어가고 새벽 2시가 되고... 3시가 된다. 하지만 여전히 아내는 들어오기는커녕 연락조차도 없다.
슬슬 졸립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자고 싶지는 않았다. 무료해진 나는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라도 하면서 시간을 때우려는 것이었다.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했다. 그러자 퍼뜩 내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혹시 아내와 사내가 메일을 주고 받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는 즉시 아내가 가입한 사이트에 아내의 ID를 입력했다. 아내의 이메일 비밀번호도 알고 있었던 지라 쉽게 아내의 메일을 볼 수 있었다.
아내의 이메일을 열어 아내가 주고 받은 이메일들을 쭈욱 검색해봤지만 특별히 의심할만한건 없었다.
나는 약간은 맥빠진 기분으로 로그아웃을 했다. 근데 그때 또 퍼뜩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내가 바보가 아닌 이상 내가 알고 있는 ID로 무언가를 했을 것 같진 않았다. 어쩌면 아내는 남편인 내가 모르는 또 하나의 ID를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즉시 무언가 알 수 없는 확신이 생겼고 즉시 이것저것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우선 아내의 주민번호등으로 또 다른 ID가 있는지를 확인해보았다. 그리고 역시나.... 기다렸다는 듯 아내의 이름으로 또 하나의 ID가 검색되는 것이었다.
나는 가슴이 떨려왔다. 남편이 모르는 아내의 비밀 ID.... 분명 거기엔 남편인 내가 모르는, 그리고 남편인 내가 알아서는 안되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 것 같았다.
유감스럽게도 아내의 주민번호로로는 새로운 ID가 있다는 것과 그 ID의 앞부분 영문 네개까진 알 수 있었지만 뒷자리 세 개의 영문은 별표로 표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나는 아내가 평소 좋아하는 단어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도 아내의 ID가 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아내의 ID를 알아낸 나는 이번엔 아내의 비밀번호를 찾아봤다. 아내의 주민번호만 가지고는 비밀번호를 알 수 없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평소 아내가 통장이나 인터넷 등에서 잘 쓰는 비밀번호는 3, 4개 정도로 제한되어 있었고 나는 그것도 거의 다 알고 있었다. 아내가 잘 쓰는 3, 4개의 비밀번호를 입력해봤다. 내 생각이 틀렸는지 아내가 평소 잘 쓰는 그 비밀번호들이 모두 틀렸다고 나온다.
잠깐 고민하던 나는 이번엔 그 비밀번호들을 서로 조합해서 입력해봤다. 그러자 드디어 아내의 ID로 로그인이 되는 것이었다. 생각외로 너무 쉽게 ID와 비밀번호를 풀어버렸다. 몇 번 시도해보고 안되면 그냥 포기해보려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쉽게 풀려버리자 나도 모르게 허탈해졌다.
아마 아내도 내가 이렇게 쉽게 숨겨진 ID와 비밀번호를 찾아내리라곤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내 나름대로 숨겨논다고 숨겨논 모양이지만 10분도 채 안되어 별로 힘도 안들이고 내가 그것을 다 찾아내 버렸으니 말이다. 아내가 알면 분명 기겁을 할 것이 분명했다.
아내의 ID와 비밀번호를 모두 알아내어 로그인까지 마친 나는 즉시 아내의 이메일을 검색해 보았다. 하지만 예상외로 아내의 이메일은 텅텅 비어 있었다.
나는 기운이 쭉 빠지는 것 같았다. 비록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힘이 든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나 애써서 아내의 숨겨진 ID와 비밀번호를 알아냈는데 아무것도 없으니 말이다.
나는 허탈한 마음에 다시 로그아웃을 하려 했다. 그 때 내 눈에 무언가가 번뜩 들어온다. 바로 인터넷 카페였다.
나는 아내가 인터넷 카페에도 가입해있나 싶어서 그것을 살펴보았다. 대충 살펴보니 미시들이 이런저런 정보도 공유하고 남편과 가정에 대한 이야기도 하는 카페인 것 같았다.
마침 할 일도 없고 해서 그 카페에 들어가 이것저것 살펴보기 시작했다.
카페를 이것저것 둘러보는데 유난히 내 눈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다. 바로 <미시들의 불륜과 사랑>이란 제목이 달린 게시판이었다.
<미시들의 불륜과 사랑>이란 제목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거기엔 뭔가가 있을 것 같은 강렬한 직감이 나를 흥분시킨다.
나는 즉시 그 게시판에 들어갔다. 그리고 혹시 아내가 글을 올리지나 않았나 싶어 아내의 ID로 검색해봤다.
그리고 역시나... 아내의 ID로 몇 개의 글들이 주르륵 뜨는 것이었다. 또 한번 나의 직감이 맞아떨어졌다. 아내가 남편인 나 모르게 만든 비밀 ID, 그리고 남편인 나 모르게 가입한 인터넷 카페, 그리고 남편인 나 모르게 올린 불륜에 관련된 글.... 나는 또 한번 아내의 마음속 비밀. 아내의 금단의 영역을 엿보고 있었다...
(계속)
많은 분들이 아내의 입장에서 한번 글을 써달라고 하셨는데 갑작스럽게 시점을 아내의 시점으로 바꿔버리면 극의 현실감도 떨어지고 재미도 반감되는 역효과가 일어나기 쉽더군요. 해서 이렇게 남편이 아내가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을 보는 형식으로 해봤습니다. 한번 읽어보시고 평가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자꾸 쪽지로 3s 신청하시거나 내 좆으로 니 마누라 박아주겠다거나 하는 식의 악플 비슷한 쪽지 보내지 말아주세요. 그런 쪽지 받으면 저도 별로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모처럼 쉬는 날의 오전. 한가하게 티비를 보고 있는데 시끄럽게 전화벨이 울려댄다. 아내가 전화를 받는다. 전화벨을 듣는 순간 나는 오늘 또 무슨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내는 전화통화를 하며 계속 나를 바라보며 내 눈치를 보고 있는 폼이 틀림없이 부담스러운 전화를 받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아내가 저렇게 부담스러워할 사람은 딱 하나. 그 사내뿐이 없었다.
"오늘이요? 오늘은 안되요. 남편도 있고...."
간간히 들려오는 아내의 말이 나를 궁금하게 만든다. 아내는 도대체 무엇이 안된다는 것일까....
결국 아내는 한참동안 안된다며 실랑이를 벌이는 듯 하더니 이내 전화를 끊는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사내는 오늘 아예 작심을 한 듯 했다. 곧 내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퍼진다.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사내였다. 나는 흠흠 하며 목을 가다듬고 핸드폰을 열었다.
"형님, 그동안 건강하셨습니까?"
"나야 뭐 늘 그렇지 뭐..."
형식적인 인사치레가 오간다. 그리고 곧 사내가 본론을 꺼낸다.
"형님, 제 부탁 좀 하나만 들어주십쇼."
"부탁?"
"아, 형수님이랑 데이트 한번 하고 싶은데 이거 형수님이 워낙 완강하게 거부를 하셔서 말입니다. 어떻게 형님이 힘 좀 한번 써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이놈이 이제 보니 내 아내가 자꾸 지놈이랑 만나는 것을 거부하니까 아예 대놓고 나한테 이렇게 나오는 모양이었다.
나는 순간 사내의 말을 거절하고 싶었지만 마음 깊숙한 곳 한켠에서 호기심이 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 날의 일 이후로 아내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변해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사내와 섹스를 할까. 그것이 못내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내 마음속에선 또다시 금지된 호기심과 금지된 쾌락이 악마의 뱀머리처럼 서서히 일어나고 있었다.
"글세. 내가 뭐 싫다는 사람 어떻게 할 수 있겠나...."
"형님, 부탁드립니다."
그제서야 나는 마지못해 못이기는 척하며 입을 열었다.
"뭐 확답은 못주겠고 말일세. 일단 한번 아내를 설득해보긴 하겠네. 하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말라고..."
"형님, 고맙습니다. 형님만 믿겠습니다. 그럼 형수님한테 항상 만나던 그곳에서 6시까지 나와달라고 말씀드려 주십시오. 나올때까지 기다린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사내는 핸드폰을 끊고.... 나는 약간은 착잡하면서도 흥분된 마음으로 아내를 불렀다.
"여보, 여보!"
나의 부름에 곧 아내가 다가오고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오늘 당신 그 남자자 만나자고 했다며?"
"네? 네..."
"그럼 오늘 한번 나가봐. 잠깐 얼굴만 보고 들여보내준다는군. 부담없이 나가봐...."
내 말에 아내는 아무런 말이 없다. 나는 슬그머니 불안한 마음으로 아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갑자기 아내가 고개를 들더니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당신은 내가 오늘 그 사람 만났으면 좋겠어요?"
"뭐 꼭 좋다기보다 그 사람이 통사정을 해서 말야."
"여보, 나 궁금한게 있어요."
"어? 궁금해? 뭐가?"
"우리 사랑하는거 맞을까? 그리고 내가 만약 오지 않으면... 내 맘이 변해서 오지 않으면... 그땐 어떻게 할거야?"
나는 그제서야 아내의 마음이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나는 천천히 아내의 손을 끌어당겨 내 손으로 감쌌다.
"여보 걱정마. 당신이 뭘 걱정하는지 나도 좀 알 것 같애. 하지만 지금은 일단 나만 믿어. 지금은 이해가 안갈지 모르지만 나를 믿어줘. 그리고 아무것도 걱정마. 모든건 내가 다 알아서 해. 그리고 당신은 도망칠 수 없어. 당신이 도망치면 하늘 끌까지라도, 아니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당신을 잡아 올거니까!"
내 진심이 통했던 것일까? 그제서야 아내는 굳어졌던 얼굴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내 손에서 손을 빼더니 스르르 몸을 일으킨다. 이제 더 이상 말은 필요없다는 듯 조용히 아무말 없이 외출할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일단 아내가 외출준비를 하기 시작하자 아내의 얼굴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 무언가를 기대하는 여인의 설레임이 은연중에 드러났다. 물론 아내도 의도하고서 그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여인의 무의식적인 은밀한 본능이 아내 자신도 모르게 아내를 그렇게 만들고 있을 뿐이리라.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러한 아내는 방금 몇분전과도 다른 이상한, 그리고 아름답고 성숙한 여인의 향기가 나는 듯했다.
나는 그렇게 몇 초만에 아내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다른 모습, 여인의 향기를 내뿜는 아내를 보며 내심 당혹스럽기 그지 없었다.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며 몰래 외치는 수 밖에 없었다.
"여자는 요물이라더니...."
나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은채 아내의 외출준비를 좀더 지켜보았다. 정갈하게 몸을 씻고 곱게 화장을 하고 옷을 입는다. 속옷도 평소 입던 속옷이 아니다. 내 앞에선 한번도 입어본 적이 없는 속옷, 티팬티를 꺼내든다. 손바닥만한 앙증맞은 팬티. 그리고 엉덩이를 가리는 천이라고는 전혀 없이 오로지 엉덩이 틈사이에 끼워지는 가느다란 실같은 끈하나 달랑 달린 그런 팬티다.
그리고 어느새 아내는 모든 외출준비를 마친다. 외간사내를 위해 정성껏 몸을 씻고 정성껏 화장을 하고, 또 그 사내를 기쁘게 해주려는 듯 야한 속옷까지 입고 외출준비를 끝낸 아내.
전체적으로 봤을 때 예쁘고 단정하다는 느낌을 주는 한편 평소때와는 약간 다른 성숙한 여인의 색기를 풍기고 있었다.
나는 정말 이 여자가 지난 번의 일 이후 계속 사내와의 만남을 거부해오던 아내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분명 내 눈앞에 있는 아내는 내 아내가 분명했지만 왠지 딴 사람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내가 낯설게 느껴졌다.
그리고 곧 아내가 내가 이것저것 말해준다. 밥은 다 해놨고 반찬은 어디어디에 있으니 꺼내 먹고 국은 살짝 데워먹으면 된다는 둥... 아이는 어떻게 어떻게 해주라는 둥의 시시콜콜한 주의사항들 말이다. 그럴때는 또 영락없는 내 아내가 분명하다. 하지만 또 고개를 들어 아내의 모습을 보면 내 아내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내 마음을 모르는 아내는 그렇게 열심히 각종 주의사항을 일러주더니 곧 구두를 꺼내어 신는다. 나는 그제서야 마침 생각났다는 듯이 조그마한 캠코더를 들고 나와 아내 손에 쥐어 주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돼? 당신 괜찮겠어요...?"
"말했잖아. 날 믿어.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야... 한치의 비밀도 없기 위한...."
아내는 마지못해서 그것을 받아든다. 나는 다시 아내에게 말했다.
"사용방법은 알지? 그 놈이 모르게 하고..."
내 말에 아내는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마지막으로 또 한마디 했다.
"일찍 들어와. 기다릴게... 그리고 사랑해!"
아내를 한번 품에 꼬옥 안아줬다. 아내 역시 내 품에 안겨오고.... 아내의 몸에서 평소때와는 다른 향긋한 향수 냄새가 은은하게 내 코를 자극했다.
그리고 드디어 아내가 내 품에서 빠져나가더니 문을 나선다. 나는 현관문 밖에까지 아내를 더 배웅해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아내가 부담스러워 할 것도 같고 초조해하는 내 속마음을 들킬 것도 같아 그만두었다.
현관의 문이 쿵하는 무거운 소리와 함께 닫히고 아내와 나는 철문 하나 사이로 갈라지고 말았다.
아내가 집을 나서자마자 이상하게 집안의 공기가 썰렁해지고 그것은 내 마음마저 허전하게 만든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한시간, 두시간, 세시간.... 나는 궁금했다. 아내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지금 쯤 사내를 만났을까? 벌써 두 년놈이 뒹굴고 있는건 아닐까? 못내 궁금했다. 아내에게서 혹시나 핸드폰이 올까봐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도 않고 있었지만 끝내 아내에게선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계속해서 시간은 흐르고 어느덧 자정이 넘어가고 새벽 2시가 되고... 3시가 된다. 하지만 여전히 아내는 들어오기는커녕 연락조차도 없다.
슬슬 졸립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자고 싶지는 않았다. 무료해진 나는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라도 하면서 시간을 때우려는 것이었다.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했다. 그러자 퍼뜩 내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혹시 아내와 사내가 메일을 주고 받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는 즉시 아내가 가입한 사이트에 아내의 ID를 입력했다. 아내의 이메일 비밀번호도 알고 있었던 지라 쉽게 아내의 메일을 볼 수 있었다.
아내의 이메일을 열어 아내가 주고 받은 이메일들을 쭈욱 검색해봤지만 특별히 의심할만한건 없었다.
나는 약간은 맥빠진 기분으로 로그아웃을 했다. 근데 그때 또 퍼뜩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내가 바보가 아닌 이상 내가 알고 있는 ID로 무언가를 했을 것 같진 않았다. 어쩌면 아내는 남편인 내가 모르는 또 하나의 ID를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즉시 무언가 알 수 없는 확신이 생겼고 즉시 이것저것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우선 아내의 주민번호등으로 또 다른 ID가 있는지를 확인해보았다. 그리고 역시나.... 기다렸다는 듯 아내의 이름으로 또 하나의 ID가 검색되는 것이었다.
나는 가슴이 떨려왔다. 남편이 모르는 아내의 비밀 ID.... 분명 거기엔 남편인 내가 모르는, 그리고 남편인 내가 알아서는 안되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 것 같았다.
유감스럽게도 아내의 주민번호로로는 새로운 ID가 있다는 것과 그 ID의 앞부분 영문 네개까진 알 수 있었지만 뒷자리 세 개의 영문은 별표로 표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나는 아내가 평소 좋아하는 단어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도 아내의 ID가 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아내의 ID를 알아낸 나는 이번엔 아내의 비밀번호를 찾아봤다. 아내의 주민번호만 가지고는 비밀번호를 알 수 없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평소 아내가 통장이나 인터넷 등에서 잘 쓰는 비밀번호는 3, 4개 정도로 제한되어 있었고 나는 그것도 거의 다 알고 있었다. 아내가 잘 쓰는 3, 4개의 비밀번호를 입력해봤다. 내 생각이 틀렸는지 아내가 평소 잘 쓰는 그 비밀번호들이 모두 틀렸다고 나온다.
잠깐 고민하던 나는 이번엔 그 비밀번호들을 서로 조합해서 입력해봤다. 그러자 드디어 아내의 ID로 로그인이 되는 것이었다. 생각외로 너무 쉽게 ID와 비밀번호를 풀어버렸다. 몇 번 시도해보고 안되면 그냥 포기해보려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쉽게 풀려버리자 나도 모르게 허탈해졌다.
아마 아내도 내가 이렇게 쉽게 숨겨진 ID와 비밀번호를 찾아내리라곤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내 나름대로 숨겨논다고 숨겨논 모양이지만 10분도 채 안되어 별로 힘도 안들이고 내가 그것을 다 찾아내 버렸으니 말이다. 아내가 알면 분명 기겁을 할 것이 분명했다.
아내의 ID와 비밀번호를 모두 알아내어 로그인까지 마친 나는 즉시 아내의 이메일을 검색해 보았다. 하지만 예상외로 아내의 이메일은 텅텅 비어 있었다.
나는 기운이 쭉 빠지는 것 같았다. 비록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힘이 든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나 애써서 아내의 숨겨진 ID와 비밀번호를 알아냈는데 아무것도 없으니 말이다.
나는 허탈한 마음에 다시 로그아웃을 하려 했다. 그 때 내 눈에 무언가가 번뜩 들어온다. 바로 인터넷 카페였다.
나는 아내가 인터넷 카페에도 가입해있나 싶어서 그것을 살펴보았다. 대충 살펴보니 미시들이 이런저런 정보도 공유하고 남편과 가정에 대한 이야기도 하는 카페인 것 같았다.
마침 할 일도 없고 해서 그 카페에 들어가 이것저것 살펴보기 시작했다.
카페를 이것저것 둘러보는데 유난히 내 눈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다. 바로 <미시들의 불륜과 사랑>이란 제목이 달린 게시판이었다.
<미시들의 불륜과 사랑>이란 제목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거기엔 뭔가가 있을 것 같은 강렬한 직감이 나를 흥분시킨다.
나는 즉시 그 게시판에 들어갔다. 그리고 혹시 아내가 글을 올리지나 않았나 싶어 아내의 ID로 검색해봤다.
그리고 역시나... 아내의 ID로 몇 개의 글들이 주르륵 뜨는 것이었다. 또 한번 나의 직감이 맞아떨어졌다. 아내가 남편인 나 모르게 만든 비밀 ID, 그리고 남편인 나 모르게 가입한 인터넷 카페, 그리고 남편인 나 모르게 올린 불륜에 관련된 글.... 나는 또 한번 아내의 마음속 비밀. 아내의 금단의 영역을 엿보고 있었다...
(계속)
많은 분들이 아내의 입장에서 한번 글을 써달라고 하셨는데 갑작스럽게 시점을 아내의 시점으로 바꿔버리면 극의 현실감도 떨어지고 재미도 반감되는 역효과가 일어나기 쉽더군요. 해서 이렇게 남편이 아내가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을 보는 형식으로 해봤습니다. 한번 읽어보시고 평가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자꾸 쪽지로 3s 신청하시거나 내 좆으로 니 마누라 박아주겠다거나 하는 식의 악플 비슷한 쪽지 보내지 말아주세요. 그런 쪽지 받으면 저도 별로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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