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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9:16 1,087회 0건
-불감증-

‘손님 가시기 전까지는 전화 연결, 시키지 말랬잖아?’

나는 계속해서 울려대는 전화기를 받을 생각도 하질 않고, 인터폰으로 비서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줄곧 거드름을 피워대는 목소리로 회의를 이끌던 나의 모습과 다르게, 감정이 실린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전화 받으시죠.’

방안에는 나 말고 두 사람 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고객이었기에….

‘아닙니다. 비서도 언제나 남들의 거짓말에 잘 속아 넘어가죠. 세상이 온통 거짓말투성이 아니겠습니까? 급한 사람이 전화로 간곡하게 부탁하는 것은 정말 급하지 않을 때 하는 짓거리죠. 정말 급할 때는, 목마른 사람이 샘 판다고, 달려 오는 게 정상입니다. 계속하시죠.’

‘그래서 말씀 드리는 거지만, 사실, 이렇다 할 인물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긴 합니다.’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지요. 이번에 선대 위원장으로 뽑히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경선 도중에 저는 초미의 관심을 집중시킨 위원장님의 조기 사퇴 소식에, 아주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전국 당원들의 선별을 통한 경선이 아주 성공적으로 치러지고 있는 와중에, 어째서 무릎을 스스로 꿇은 채, 바짝 추격을 해오던 김 공동대표 에게 대권 도전의 바통을 넘기셨는가 에 대해서 말이죠. 모든 사람들의 중평은, 당연히 위원장님의 압승과 더불어, 대권 도전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거라고 입을 모았기에 말입니다.’

‘김 의원은 그릇이 틀린 분이죠. 경선을 치루기 전부터, 저의 경선 추진 팀들은 다각도로 저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대권에 적합한 인물임을 내세우는 데에 본인인 제가 보아도, 눈물겹도록 헌신을 했었습니다. 그 열망은 저에 대한 것뿐만이 아니라, 당이 이제는 제 2선에 물러나 앉아서 개나발이나 떨어서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겝니다. 사실 개인적인 야망으로, 대권에 떠밀리듯이 연단에 서기는 해도, 사실 그 뒤에 버티고 있는 정치 객들의 기대감도 적잖이 작용하는 편이죠. 저와 감히 비교해 본다면, 김의원은 대권이라는 화두로 볼 때,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지, 별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어제 사퇴를 발표하는 인터뷰를 하고, 바로 이곳으로 찾아 온 것도, 실장님의 자자한 명성 때문에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이, 김 대표의 대권 도전을 위한 대업을 하루라도 빨리 맡아 주십사 하는 바램에서 온 것 입니다.’

민주화가 있기 전, 국내의 선거전은 별 의미가 없었으며, 관이 개입된 부정 선거는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상식 이었으며, 포한이 져있던 만년 야당에게 잘못 정권이라도 넘어가는 날에는, 지금에사 잡은 정권, 언제 또 잡아볼까 싶은 심정에, 졸나게 해먹는 자슥들 밖에 없을 거라는 지레 짐작에 눌려, 대부분은 군인들의 쿠데타를 오히려 반겼던 것도 사실 이었다. 그나마 비누나, 고무신짝이라도 전해 주는 쪽이, 당선 후에라도 무언가 남는 게 있을 거라고 여기던 낮은 민도는, 그러한 주먹구구식의 밀어부침도 별다른 무리 없이 먹혀 들어갔었다. 쿠데타가 이루어지고, 정권이 총구 속에서 바뀌어지더라도 변화는 없었다. 그 나물에 그 밥들이 벌이는 동네 잔치에, 어차피 들러리와 같은 민초의 의지라는 것은, 처음부터 없는 것과 마찬가지 였으니까. 나는 요즈음도 신문과 방송, 혹은 택시 기사들의 입을 통해 도대체 정치인 이란 작자, 혹은 정권을 쥐고 있다는 인간들이 해 놓은 게 뭐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 정말 웃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표면적이기는 해도, 정권이 평화적으로 교체 되었고, 민선 대통령이 탄생하고, 국민이 나서서 경선을 주도해서 대권 주자를 스스로 밀어 붙이는 그 계기는, 변화 중에서 남다른 것임에도, 사람들은 별 의미를 두려 하질 않았다. 마음에 안 들었다면 뽑지를 말든가, 선거 날은 무신 공휴일인 것 마냥, 골프 치고, 놀러 가고, 오입하러 가고…..결과를 보고는 그 놈이 그 놈이지 하면서 혀나 차고, 선거를 앞두고 휘청대는 레임덕 현상을 대하면서는, 그 놈이 그렇지, 해 놓은 거 하나도 없으면서 빈혈도 아니고 설랑, 비틀대긴 왜 비틀대냐며 아우성이다. 인물 없다고 잔소리뿐이다 가도, 선거철만 되면, 기존의 인물이 탈태환골 해서, 입산수도 하다가 하산한 거 마냥, 꾸미고, 가꾸고 꽃단장 시켜, 얼굴 마담처럼 내세워도, 사람들은 비토 대신, 어떤 마담을 찍어야 룸써비스 중에, 공짜 안주라도 더 나올까 대가리를 좇나 굴리는 세상……사람들은 정치를 통해서는 절대로 되는 일이 없다고 입을 모으기도 하지만, 선거철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기어이 표를 찍으러, 쪽수의 힘을 실감하러 선거를 받아 들인다.

‘위원장님께서는 선거대책본부를 어떻게 이끌어 나가실 생각 이신지요?’

‘저야 뭐 알겠습니까? 당내에 브레인들도 많지만, 저라면 적어도 대권 도전 인물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주고, 판정 내릴 수 있는 기관에다 이미지 메이킹을 의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여깁니다만….’

‘이제는 국민들도 흔한 치장에는 관심도 없죠. 아무리 좋은 켐페인이나 캐치 프레이즈를 내 걸어도 말장난에 불과 하다고 여기는 거는 다 아시죠? 이제는 누가 그 이미지를 만들어 준다기 보다는, 기 형성된 이미지를 고수하면서 나서는 것도 한 방편인 시대가 온 거죠. 전 그래요. 아직 젊고 패기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대권 도전을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분들은 머리부터 염색한다는 말, 들어보셨죠? 그건 정말 웃긴 얘깁니다. 머리가 허옇다고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캐릭터가 바뀝니까? 아니죠! 그럼 머리 숱을 검게 물들였다고 허울 좋은 공약이 정책으로 탈바꿈 하나요? 아니죠. 문제는 이제까지 이미지 메이킹 이네, 선거전략 이네를 담당 했던 사람들이, 외국 물을 흉내만 냈지, 진짜 국민의 마음을 매료시키는 이미지를 창출하는 것에는 실패 했다고 보는 거죠. 보통 사람? 아니 그럼 이제까지 대통령은 특별 사람이었단 얘기 밖에 더 됩니까? 말장난도 분수껏 해야지, 원…….요즈음 여자 연예인들 사이에 유행하는 화장술, 알고 계세요? 화장 한 듯, 안 한 듯, 하는 게 유행이랍니다. 멋모르고, 인물 수준 안 되는 아그 들이야, 떡칠을 해도 모자라지만, 어느 정도 받쳐주는 애들은 굳이 화장을 안 해도, 기본 가락꾸로 밀어 부치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는 거죠. 제 지론은 그겁니다. 어제의 그 인물이 오늘 뿅 하고 딴 세상에서 온 것처럼 만드는 것은, 초짜 들이 하는 짓거리고,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가감 없이 유지하면서, 본연의 이미지를 훼손 시키지 않는 상황에서 밀고 나가자는 것이죠. 그것에 동의 하신다면, 제가 일을 맡아 보겠으나, 다른 메뉴를 기대하신다면 서로가 갈 길이 틀린 것 같네요.’

‘이를 말 이겠습니까? 다만 당내의 시선을 의식해야 되는…….’

‘당내의 시각이라뇨?’

‘정치는 집 밖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죠. 당 내에서의 정치에 있어서 구심점을 흔드는 비 주류계열들의 시선을 잠재우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자신이 먹을 밥은 자신의 손으로 지어 먹어야 제 맛이지, 딴 사람을 시킨다는 것은 그림이 좋질 않다고 판단하는, 뭐 그런 거 말입니다. 이해 하시겠습니까?’

‘그럼 어떻게 하실 계획이십니까?’

‘실장님을 통해 이루어지는 기본 토대를 저희가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외형을 꾸며 가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저 자문기관 정도로, 우리의 선대위를 따라잡는 것처럼 당내에 존재가 각인되기만 하면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그 사이에 업무의 처리나, 수순에 있어서, 다소 불편한 점은 있을 수 있지만, 무슨 재단이네, 뭔사모네 어쩌구 하는 압력 단체처럼 등장하는 것 보다야, 조용하고 깔끔한 구석도 있어 뵈고 해서…. 방법의 묘야 찾으면 가능도 할 것 같은데요.’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용의 정산 문제 인데…. 그 결과에 대해서 당내의 반발이 있으시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허허….. 선거 아닙니까? 선거…..정권의 앞날을 예측한답시고, 내부의 연구소란 연구소 인원들을, 이 잡듯이 들볶으면서, 스스로 물주가 되어, 이른바, 돈줄을 쏴대는 기업의 연례행사…. 다 아실 텐데요? 저마다 준조세 자금들을 풀어대면서도, 정경유착과 손을 완전히 씻을 것처럼 외쳐대는 전경련의 인물들도, 너나 없이 다음 번 벌어질 포커 판에서 배팅자리라도 얻으려는 심산에, 눈에 불을 켜고 눈먼 돈들을 들이댈 텐데요. 그거 하나 주무르지 못한 대서야 어찌 선대 위원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명성대로 그는 베테랑 이었고, 누구 말에 의하면 정치 9단에, 포커 훼이스, 어떤 이들은 백구렁이 라고도 했다. 그는 보좌관 조차 거느리지 않고, 혼자 다니는 것으로 유명했지만, 오늘은 어쩐 일인지, 뻘쭘히 앉아서 내리 대화 내용을 적기만 하는, 고문관 하나까지 대동하고 나타났다. 그의 요구 사항은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대개 선거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고, 정권을 획득한다면 모를까, 패잔병의 위치에 서게 되면, 그 다음은 매맞는 일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그랬던가? 성공한 쿠데타는 구국의 일념이었고, 실패한 쿠데타는 역심의 발로 였다고…..성공했을 때에는 그지 없이 탄탄할 수 밖에 없는 행로가 보장 되지만, 실패 했을 경우에는 굴비 두름 엮이듯이, 떼사리로 몰락하는 경우를 많이도 보아 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희로 봐서는 비영리 사회사업 단체도 아니고, 어떻게 선거가 이루어지는 시점에서 선대위 와의 교류가 아무런 대가 없이 행해졌다고 해명할 수 있겠는지요? 그 방법을 풀어야 손을 대도 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강공으로 맞받아 쳤다.

‘그건 걱정 마십시오. 옆에 앉은 이 친구가 맡아서 잘 할겝니다. 우리 선대위의 전략 팀에서 꽤나 능력을 발휘하게 될, 뉴 훼이스 입니다. 세탁된 돈으로 지급되는, 비 일련 번호 순의 현금 지급에서부터, 실장님의 조력을 선대위의 아이디어로 둔갑시키면서, 내부에서 칼을 휘두르기로 내정된 제 심복 입니다. 이 친구의 머리에서 쏟아지는 아이디어의 본질은 모두 실장님의 코치에 의해서 이루어 진 것을, 이 자리에 있는 우리들 이외에는 알 수가 없을 테니까요. 이 사람에 대해서는 믿으셔도 됩니다. 단지,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전화는 물론, 인터넷, 이멜, 우편, 택배도 이용해서는 안되고, 하루에 한번씩 정해진 지하철 역에 설치된 유료 사물함을 이용하는 것으로 하죠. 계약서야 필요 하겠습니까? 구두로 이 자리에서 정하죠. 아참!, 그리고, 사물함은 언제나 그 장소를 바꾸는 것으로 합니다. 언제나 2개를 빌려서 물건을 넣어 두는 사람이 다음 번에 찾을 물건을 넣어둘 사물함의 열쇠를 같이 넣어 두는 것으로 하죠. 처음에는 저희가 먼저 선수금을 넣어두고, 그 안에 실장님께서 사용하실 다음 번 열쇠를 넣어 두는 거죠. 첫 번째 금고 번호는 이미 저희가 잡아 두었습니다. 이게 그 열쇱니다. 바로 찾아가셔서 열어 보시면 돈이 들어 있을 것이고, 그 안에는 실장님께서 작성해서 넣어 두실, 전략 기획안이 들어가 있게 될, 다음 번 사물함의 열쇠가 들어 있을겝니다. 아직 자금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질 않아서, 제 임의대로 선수금 쪼로 얼마 넣어 두었습니다. 이만하면, 준비는 되었겠지요?’

철저한 인간이었다. 말로만 들었지, 그렇듯 앞뒤 빈틈이 없는 인물 인지는 오늘에서야 처음 알게 된 셈이었다.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겨도 모두가 죽어 나자빠 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 가 목숨은 보존하면서, 콩밥 먹지 않는 버전으로 일을 마무리 하려는 그의 의도…… 꼭 무엇을 멋들어지게 추진해서 남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것도 중요 하지만, 저렇게 치밀한 물밑 작업으로 사전에 문제를 방지하는 것도, 그 만의 독특한 재주라면 재주였다. 그 날 오후 늦게까지, 서로간에 오가게 될 자금과 개략적인 전략에 대한 방대한 협의가 이어졌음은 물론 이다.

‘벌써 12시 군요. 오늘은 이만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러시죠.’

‘실장님 모시고 술이나 한잔 하고 싶은데, 어떠실런지요? 시간이 괜찮으시다면야……’

나야 만류할 까닭이 없었다. 이른바, 우위를 선점한, 그야말로 접대 받는 입장 아닌가? 위원장은 그 심복을 보내고, 자기 차를 이용해서 가자고 권했다. 위원장이 나를 데리고 간 곳은 가정집 이었다. 겉에서 보면, 아무런 표식도 없고, 뚱땅 거리는 가무의 소음도 없는, 고급 주택가의 한가운데에 버티고 있는 그런 곳……

‘아니, 이런 곳에도….’

‘박통이 즐겨 찾았다던 안가를 본떠서 만든 거지요. 지금도 수 많은 굵직한 정, 재계의 내노라 하는 인물들이 여기서 술 한잔 들이키려고 안달 복달을 합지요. 왠지 아십니까?’

‘글쎄요……여자들이 좀 특출날라나?’

‘역시……..여기에 나오는 애들은 그야말로 싱싱하기가 이를 데 없지요. 저마다 배우, 탤런트 못지 않은 미모와 체격, 학벌들을 소지하고 있는 명물중의 명물이죠. 다 저마다 살아가는 목적이야 있겠지만, 저희 같은 나이 든 사람들이야, 딸내미 잡아먹는 기분으로 오는 모양이고, 갸들은 그 와중에 챙길 걸, 잽싸게 챙기기도 하지요.’

‘챙기다뇨? 팁을 말씀하시는지요? 여기서는 대우가 좀 짠 편인 모양이지요?’

‘그게 아니죠. 여기 나오는 애들은 사회 초년생 이거나, 연예계, 모델계에 첫발을 담근 신참내기들이 대부분 입지요. 다들 그렇진 않지만, 여기서 힘을 얻어 잠수함처럼 물밑에서 위로 힘차게 솟구치는 애들이 많은 편입니다. 돈이면 돈, 빽이면 빽…. 여기에 와서 술을 자실 정도의 인물에게, 죽었다 셈 치고, 있는 힘껏, 보지 둘러주다 보면, 그네들의 도움을 필히 받게 되어 있지요. 권력에 편승하는 것은 돈 뿐만이 아닙니다. 여자도 무시 못하게 되죠. 다들, 뺏지 달고 거들먹 거리고 다니거나, 계열사 굴린다고 팅팅 대는 인간들도 여기오면, 갸들의 흐드러지는 육체미와 애교에 애간장이 설설 녹는걸, 한 두 번 본 게 아니죠. 웃기는 건, 갸들이 그 치들을 부를 때, 꼭 아빠라고 한다는 겁니다. 마치 애지중지 하는 딸내미의 소원을 기어이 들어주는 성실한 아버지와의 관계처럼, 착 달라붙어서는 정신 못 차리게 한다는 거죠.’

‘그런 식으로 뜬 연예인이 많나요?’

‘이르다 뿐입니까? 대개 이곳에서 연회가 열릴 때에는 지명타자라는 것이 있지요. 이를테면, 불려 올라 오는 겁니다. 대개 그런 경우에는 평소 연줄을 넣어 봐도 금액이 맞지 않거나, 집안이 빵빵 해서 그다지 몸을 굴려야 할 필요성을 느끼질 못하는 여자애들을 대상으로 벌어지게 됩니다. 그런 아이들 일수록 부르는 값이 대대 하지요. 어느 호텔 하나, 어느 백화점 경영권, 잘나가는 쇼핑몰 대지분, 금싸래기 노른 자위 땅…. 등등 엄청난 값을 부르는 게 대부분 입니다. 개중에는 지금의 무명 시절을 벗어날 수 있도록 방송가에 심한 압력을 넣어달라는 애들도 부지기수 입니다. 갑자기 이 방송, 저 방송, 누가 뒤에서 밀어 주는 게 분명하다 싶은 여자 아이들은 대부분 이 과정을 거쳐간 애들 이죠. 게다가 잘 나가다가 한동안 안보이는 구석이 있는 아이들, 중국에서 놀고 있네, 대만에서 잘 나가네, 일본 시장을 내다보네 하면서 사라져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아그들…..십중팔구, 외국에 나가서 애 낳으려고 몸 풀고, 성형하고, 돈 빵빵 하게 챙겨서 금의환향하는 거 많이 보셨을 겁니다. 아예 들어 앉아서 새끼 마님 흉내 내면서, 내가 언제쩍 연예인 이냐 싶게, 돈 굴리고 사는 애들도 많고요. 그 뒤에는 정치가, 권력이, 경제인의 야합이 버티고 있어왔다는 거, 누구나 알고 있지요.’

‘위원장님께서도 마음에 드는 아그들은 있으셨드랬습니까?’

‘있기야 있었죠. 정치 초년병 시절부터 저를 따라 다니던 비서, 당원, 추종세력, 지구당 자금책들 중에서 날 잡아 잡슈 하면서 치근덕 대는 여자들, 안 먹어본 애들이 없지요. 유부녀고, 처녀고 간에, 한번 잡아먹고 나면, 지가 무슨 권력의 핵심에 서 있는 양, 콧대들을 세우는 바람에, 이제는 나이도 있고, 사회적 위치도 있어서 저란 사람을 누구라고 밝히질 않고, 묻지마 섹스 정도로 끝내지요. 아무리 정치에 몸 담고는 있다지만, 살아온 오입의 타성은 쉽사리 없어지질 않드만요. 그러다 보니, 항상 보안이 문제고, 세인의 입에라도 오르내리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질 것은 자명한 이치고……그러다 보니, 이런 비밀스런 장소를 더욱 찾아 들게 되죠. 일단은 아는 얼굴과 마주쳐도, 너도 그게 생각나서 왔구나 싶은 생각에, 아는 체도, 발설도 하질 않습니다. 놀랍죠? 밖에 나가면 당론에 의지해서, 피가 튀도록 헐뜯고, 싸워대는 사이라 할지라도, 여기에서는 서로 나 몰라라 한다는 게 말입니다. 그게 다 섹스의 힘이라고 봐요. 개개인의 사생활도, 모두 공식적으로 내놓기에는 세상이 너무 재미나질 않습니까? 힘 앞에, 권력 앞에, 돈 앞에 아무런 생각 없이 그 미끈한 몸들이 널부러 진다고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려 오지요. 그러다 혹시 압니까? 저도 언젠가 대권을 향한 몸부림에 성공해설 라무네, 청와대 안에 제 2의 안가를 세우고, 재임기간 동안 줄기차게 먹고 싶은 여자애들, TV보다가 지명 타자로 불러내서리, 몽조리 씹구녕 까 잡술지? 허허…. 이거 나이 먹은 사람이 너무 까발려서 주절댔지요?’

‘아닙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보다 더욱 진솔하시고, 가리는 것이 없이 화끈 하시네요. 대령으로 예편 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 군인이 천직인줄 알고 살아 왔는데, 민주화가 되고 나서, 이제까지 보직을 통해 정계로 나갈 수 있기만을 바랬던 별들이 우수수 떨어졌고…... 게다가 군 내부의 위계 질서와 세력의 중심을 흐트려 놓는 진급 시스템의 도입…..그야말로 군의 위상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보고 있자니, 어디 속이 뒤틀려서 볼 수가 있어야 지요. 그래서 과감히 옷을 벗었습니다. 다른 것을 해볼까 싶었는데, 그게 그리 쉬운 것도 아니고…..’

‘정계에 들어 오셔서도 계속해서 국방 위원회에서 몸 담고 오셨었지요?’

‘그렇지요. 배운 도둑질이 그건데……그렇지만, 별로 흔쾌하지만은 않더군요. 차세대 군수장비 선정에 로비의 의혹이 있다는 조사하며, 의문사, 서해 바다 침투 사건 등,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조사와 사건들이 좀 많았습니까? 그 안에 몸 담고 있었던 내 손으로, 군을 까 발리면서 바닥을 캐자니, 그건 좀 그렇두만요.’

‘그래도 훌륭히 일을 처리 하셨다고 명성이 높던데요…….’

‘사람들은 보다 깨끗한 뒷마무리를 원하지만, 어디 그게 그렇습니까? 칼을 들이대도 정도와 분수가 있지, 옛 식구들의 고충을 뻔히 아는 처지에 무작정 다구칠 수도 없고….’

‘어, 이제 술상이 들어 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도중, 널찍한 반상에 한식으로 술상이 보아 져 들어왔다. 사람이 둘 뿐 인데, 여자는 다섯이나 들어오고 있었고…..

‘얘들아, 나 오늘 개털이다. 이 손님이나 잘 모셔야쥐, 늙은 불알 붙들고 뭔 청승 떨일 있다구, 이렇게 붙어대나, 붙어대길…….’

위원장은 나에 대한 소개를 뻥까지 섞어서 장황하게 늘어 놓았다. 한 명은 화장도 안 한 밋밋한 얼굴로 꽤 나이가 있어 보였다. 그녀는 새끼 마담 이라고 했고, 아그들의 대빵 이라고 불렸다.

‘처음 뵙겠습니다.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장군님께서…..’

‘허허, 이 아주머니가 노망이 들었나? 말똥 세개 달고 옷 벗은 게, 하도 한이 되서, 한번 불러 달라고 했지만 서도, 어디 남들 앞에서까지 쫑알대라고 그랬남?’

‘호호. 내 정신 좀 봐. 아무튼 빈틈이 없으시다니깐! 그렇게 빈틈 없으신 분이, 어찌 여자만 보면 헤벌레 정신을 못 차리시니 원…….’

‘아니, 내가 달리 정신이 나가남? 실장님도 보셔서 아시겠지만 요런 몸매에, 요런 얼굴에 누가 정신 뻑 가지 않겠수? 아님, 빙신 이게?’

그건 그랬다. 내 양쪽에 앉아 있는 여자 애들은 잘 되어 봐야, 스물을 갓 넘긴 얼굴들 이었지만, 그 탱탱해 보이는 살결의 탄력은 완숙미가 넘치고 있어서, 도저히 정확한 나이를 짐작하기도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양쪽에서 교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내 쪽으로 풍겨대는 이름 모를 향수의 풍치는 이미 술자리를 번듯하게 달구어 놓기에 여념이 없었다. 대빵이 인사를 간략하게 올리고 방을 나서자, 양쪽에 들러 붙은 아그들은 나와 위원장의 입을 즐겁게 하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상 위에 차려진 음식에 나는 팔 한번 뻗쳐 보지도 않고, 눈짓만으로 배 그득하게 먹을 수 있었고, 반찬과 술의 대부분은 그녀들의 입을 통해 직접 내 입속으로 밀쳐 들어 오곤 했다. 여자들은 모두 쪽진 머리에 반들거리는 윤기를 자랑하며, 가리마를 이쁘게 탄 모습이 영판 대가집 규수의 품새 였지만, 하고 노는 자세는 색정광인 나의 혀까지 차게 할 정도로 난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얘들아, 우리 실장님, 동동주 맛 쫌 뵈 드려라.’

‘아니, 위원장님, 여기도 동동주를 팝니까?’

‘모르시는 말씀, 잘 드셔 보셔, 절대 잊을 수 없다니깐!’

내 양쪽에 앉아 있던 두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천천히 한복을 벗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하늘하늘한 옷감 이었는데, 알고 보니 저고리와 치마 안에는 아무것도 입질 않은 것이었다. 두 여자는 내 앞에서 서로의 벌거벗은 몸을 끌어 안고, 레즈처럼 진한 키스를 나누며, 몸을 이리저리 꼬기 시작했다. 한 여자가 나를 바라보며, 자리에 누웠고, 상체를 치켜 세운 채로 파트너 여성을 손가락으로 불렀다. 그 여자는 한 입 가득, 정종을 담고는 나의 얼굴에 거의 닿을 정도로 엉덩이를 들이대며, 엎드려서는 앞에 앉아 여성의 보지 쪽으로 얼굴을 이동했다. 얼마 있질 않아서 내 앞에서 벌렁거리던 보지와 똥꾸녕이 사라지고, 앞에 앉아 있던 여자는 나에게 빈 술잔을 손에 들려 주었다. 팔을 앞으로 쭉 펴라는 말에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팔을 폈다. 그 잔 위에 가랭이를 벌리고, 보지구녕을 조준하더니, 이내 참았던 오줌을 지리는 것처럼 아까 상대편 여자가 입으로 뿜어 보지 안으로 넣었던 정종을 씹 밖으로 쏟아내는 것이었다. 여자의 씹구녕 속, 분비물과 씹물이 정종과 뒤엉켜 탁한 모냥새를 이룬 것이 이름 하야 동종주의 형상이었다.

‘쭉 들이키구랴. 맛이 기가 막히지.’

나는 찝찝한 마음도 있었지만, 성의를 생각해서 단숨에 주욱 들이켰다. 집지름한 맛과 함께 침 찌꺼기 같이 엉겨 있던 그 여자의 씹물…….정신이 확 들기까지 했다.

‘왜 동동주라고 하는지 하시오? 씹구녕 안에서, 아가리 안에서 삼켜지지 않고 동동 떠다니다, 낭군님 입으로 들려 들어간다고 해서 동동주라고 한다나? 거 참, 머리들도 좋아!’

그 뿐만이 아니었다. 횟감으로 올라온 것은 초장을 찍는 법이 없었고, 반드시 그녀들의 보지 속으로 들어가 따스해진 채로 밀려나와, 내 입 속으로 들어가는 게 예사였고, 이미 내 바지는 벗겨진 채로 한 년씩 교대로 쭈그린 채로 엎드려, 좇 빨기에 여념이 없었다.

‘요즈음, 공개적으로 매매춘을 해주는 곳이 없다 보니, 이렇게 룸에서 직접 뛴다고 하더이다. 실장은 어디 좋은 데라도 가 본 곳 있으면 소개 쫌 시켜 주구랴.’

‘아무리 좋아도 이곳만 하겠습니까? 벌써 여자분들의 미모가 예사롭질 않은데, 어딜 좋은 곳이라고 입에 올릴 수가…..’

내 옆에 앉아 있던 피부가 까무잡잡한 여자애가 양반다리로 앉아 있던 나의 정면으로 내 목을 감싸 안으면서 좇을 타고, 바로 앉아 버렸다.

‘말씀은 그만 하시고…. 흐흐흑……. 어서 쑤셔나 주세요…… 어머머…. 이제 보니, 정말 경험이 많으신가 봐…….이 정도로 쪼여대면 아빠들은 기냥 싸고 마는데…….얘, 수정아, 오랜만에 걸걸한 양반 오신 모냥이다….흑흑흑….’

내 어깨를 타고 누르면서 연신 허리를 상하로 움직이면서 내 좇대에 씹구녕을 내리 박기에 정신을 쏟는 그녀…..위원장의 얼굴을 볼 수도, 얘기를 할 수도 없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앞에서 진저리 나게, 내 좇 위에서 놀고 있는 년과 같이, 나를 접대하던 년이 일어서서 내 얼굴에 자신의 보지를 화들짝 까발려 입에 물려 버렸기 때문이었다. 아랫도리에서는 지근지근 쫄깃한 긴자꾸가 좇대를 쪼여오고, 입 속에서는 말캉한 속살을 자랑이나 하듯이, 씹물을 질질 흘려대면서, 허리를 내 입에 마구 쓸어대는 두 년의 더블 하모니……..얼굴에 보지를 까고 있는 년은 내 손까지 끌어다가, 자신의 똥꾸녕을 쑤셔달라고 이끌기까지 한다. 나는 예의를 차린답시고, 갈비찜의 걸쭉한 국물을 손가락에 찍어 그 년의 똥꾸녕에 바르고, 슬슬 손가락을 왕복시켰다.

‘얘들아, 손님도 오셨는데, 양수겹장도 보여 드려야지, 개인기는 뒀다 뭐 할래?’

잘 뵈지도 않는 위원장의 목소리에, 그 두 여자가 냉큼 내 몸에서 떨어지더니, 한 여자가 밑에 등을 대고 눕고, 그 위에 몸을 포개 엎드리듯이 누워서 있는 힘껏 두 가랭이를 벌렸다. 이름 하야, 양수겹장, 위아래로 겹쳐져 쩍 벌어진 두 개의 씹구녕……예술이었다. 나는 상하로 열린 두 보지에 번갈아 가면서 좇을 꼽아 넣기 시작했다.

‘역시 실장은 젊구만….. 나 같으면 싸도 벌써 쌌을 것인데, 그렇게나 씹구녕을 갈아타도, 꿈쩍을 안 하네……. 대단해…. 저, 저, 물 줄줄 싸는 년 쫌 보소. 야, 이년들아, 너것들은 그렇게 보지에 물이 넘쳐나니까, 방송에 못 내보낸 다고, 내가 얼마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노래 부르디? 물을 싸도 작작 싸야지, 이건 오줌 지리는 것도 아니고설랑…….’

‘장군님은 괜히 그러셔…..좋다고 하실 땐 언제고…..헉헉헉……’

‘조년이 째진 입이라고…. 너도 누구처럼 병풍 뒤에 찍소리 못하고 숨겨져 볼테냐? 병풍으로 몸매 가리고, 보지 구녕만 조질 나게 벌려 보지? 어떻게 되나?’

그들 사이에선 위원장이 장군으로 통하는 모양 이었다.

‘흑흑… 억억…. 어떻게 되긴요? 쑤시는 좇대가리 마다 안 싸고는 못 배기는 거지, 뭐 있겠어요? 내 보지가 보통 보진가? 윽윽윽윽….. 장군님도 그러셨잖아요? 희대의 명물, 마요네즈 보지 라고선…….’

위원장은 벽에 기대 앉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양쪽의 여인들에게 혓바닥으로 정중한 대접을 그것도 좇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그제서야 알게 된 것이지만, 양쪽에 엎드려서 위원장의 좇을 빨고 있는 두 여인의 눈가에 경외스런 표정과 함께, 눈물이 그렁그렁한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이미 두 여자의 보지에서는 피가 맺혀 있었다. 아마도 찢어 놓은 모양 이었다.

‘이 년들, 또 눈물 짜고 지랄이네……’

그 말에 마요네즈 보지라는 여자가 맞받아 쳤다.

‘흐윽흐윽…. 장군님도? 눈물 안 나오고 배길 수 있어요? 명성도 자자한 장군님을 이렇게 지척에서 뵙는 것도 황송한데, 평소에는 손도 대질 못하게 하는, 그 전설 같은 물건을 직접 만지고, 빨게 해주시니, 갸들 이야, 황송할 밖에요…..윽윽윽윽…… 저 어린 것들, 오늘 처음 개통식 하는 날이에요. 둘 다 처녀막도 있어요. 으극으극….. 장군님은 좋겠네…….약병아리 드시고, 회춘까지 하시니…….’

전설의 물건이라니……, 그건 그랬다. 군 시절부터 명성을 날리던 그의 오입 소문은 다름 아닌, 그의 물건에서 유래된 것임을 오늘 에서야 알 수 있었던 것…….어떤 이는 그의 물건을 절구공이 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오함마 라고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내용을 들라면, 어느 여인도 그가 사정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얘기였다. 다 믿을 수는 없었지만, 그와 붙어본 여자들은 모두 그와 섹스를 치르는 도중, 사정하기도 훨씬 전에 그의 가공할 좇대의 위력에 까무러쳐, 정신을 잃기가 다반사 였고, 그로 인해, 여자들만 개벌창이 나고, 정신을 잃고 널부러진 상태에서 바람같이 사라진다고 하여 더 유명한 것이 그 얘기 였다.

‘정말 대단 하시네요. 위원장님…. 나이 어린 제가 더 민망할 정도로 튼실 하셔서, 뭐라고 말씀 드리기 조차…..’

‘실장도 대단 헌데 뭘 그러나!.... 우리 그러지 말고, 그 년 붙들어 놓고, 구멍 동지나 되 봅시다.’

‘구멍동지라뇨?’

‘아니, 대업을 이루기 위해 손을 잡았는데, 한 배를 아니 탈 수 있나?’

그는 반상을 돌아 내 자리로 왔다. 그 흑진주 같은 피부의 마요네즈 보지란 여자를 보더니,

‘오늘 쌍두마차 한번 타자꾸나.’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나머지 세 여자가 짜 맞춘 것처럼 자리를 비우면서, 바닥에 깔려 있던 방석들을 모아서 보료처럼 만들더니만, 인사를 곱게 하고는, 아쉬운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실장이 눕지?’

나는 얼결에 만들어 놓은 자리 위에 등을 대고 누웠다.

‘이제 아실 거에요. 제 별명이 어째서 이유가 있는지……’

그녀는 내 위에 올라 타더니, 미끈덩 하는 느낌과 함께 과감하게 자신의 보지를 열면서 엉덩이를 나를 향해 타고 눌렀다. 질척거리는 느낌이 마치 마요네즈를 듬뿍 쳐 바르고 쑤셔대는 느낌 이었다.

‘하이고 뒤에서 보니 가관이네…..너 혹시 성병이나, 냉대하는 아니냐?’

‘아니, 장군님도…..여기서 그런 거 몸에 숨기고, 일 나올 수 있는 재주 있으면 어디 해보라고 하세요. 하루가 멀다 하고, 소변 검사에, 임신한 년들도 아닌데, 한 달에 한번씩 그것도 공짜로 가랭이 벌려 가며, 산부인과 가는 것도 모자라, 3개월에 한번씩, 에이즈 검사는 또 뭐래…. 하여튼 겁들은 많으셔 갖고 설랑…….어여 마차나 몰아보셔여…….’

‘나 간다잉!’

그녀는 얼굴 하나 꿈쩍하질 않았다. 내 좇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절구공이 같다는 위원장의 좇이 동시에 그녀의 보지를 남대문 만하게 벌리면서 열고 있었지만, 그녀는 뒤를 돌아다 보며, 아픈지도 않은지, 생글생글 웃어가며, 허리마저도 요사스럽게 틀어댄다. 내 좇에 느껴지는 위원장의 나무 막대기 같은 딱딱한 느낌….내가 위아래로 허리를 틀어가며, 쑤걱쑤걱 좇을 쑤셔보고, 위원장은 위원장 나름대로, 뒤에서 내리 꽂듯이, 그녀의 보지를 향해 구멍동지로서의 전우애를 흠씬 날려댄다. 이른바, 쌍두마차의 진기 명기 였다. 위원장은 나와 동시에, 그녀의 씹보지를 벌창 내면서도, 한국 여자들 중에 긴자꾸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이렇게 찐득한 물과 함께, 쌍두마차의 묘기를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여자는 거의 없다고 했다. 기어이 한 배를 탄(?!) 구멍동지로서의 전우애를 실감하며,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사정의 욕구를 주체하질 못하고 그녀의 보지 속으로 장렬한 전사를 하고 만다.

‘허어. 젊은 사람이 이렇게 힘이 없어서야….. 하긴 노장의 솜씨를 당해낼 수야 없지. 얘야, 니 마요네즈 좀 찍어 먹어봐라. 맛이 기가 막힐 게다.’

그녀는 자신의 씹물과 내 좇물이 뒤엉켜 질척대는 것도 모자라, 거품을 부글부글 만드는 그 내용물이 더럽지도 않은지, 손가락을 뒤로 돌려, 푹 찍어서는, 입안에 넣고 오물거리며, 위원장을 뒤로 쳐다 본다.

‘장군님……이거 오늘은 그냥 보내 드릴 수가 없네요. 저 끝까지 견뎌 볼랍니다. 욱욱……아! 창자가 다 끊어 지는 것 같네…… 억억……그 좇… 그 좇대… 아! 뱃속을 뚫고 목구녕으로 튀어 나올 것 같아여………..악악악악……..똥꾸녕 까지 씹 속으로 말려 들 것 같아여….그만… 이제 그만…….나 미쳐… 윽윽윽윽…..아그아그……’

철벅철벅 대며, 밑에 깔려 있는 방석 위로, 그녀의 씹물은 끈적한 형태를 띠면서, 종유석이 밀려 내려 오듯이, 바닥으로 줄줄 끊어져 내려오고, 그 끈끈한 씹물은 바닥에 닿기 전에 흔들거리는 그네를 탄다. 그녀의 가무잡잡한 피부가 땀에 젖어 잔잔하게 반사되고, 그 피부와 대조적으로 그녀의 휘번덕한 흰자위는 검은자위를 온통 잡아먹으며, 허공을 향해 비명을 지르고……….그것은 패대기 질에 가까웠다. 그녀의 들려진 엉덩이가 힘을 잃고서, 바닥에 까불어 졌는데도 불구하고, 위원장은 좇질을 멈추질 않았기에, 그 소리는 곤장을 치는 섬뜩한 느낌 마저 들었고……..

‘휴……아효, 싸발년, 이제야 꼬꾸라 지네….. 이렇게 까지 버티는 년도 거의 없다니깐!’

그러나, 그는 세간의 말처럼 사정을 하질 않고 있었다. 와인병의 코르크 마개 뽑듯이, 뽕 하며, 그녀의 질척한 보지에서 좇을 뽑아 내는데, 그렇게나 길고 굵은 게 한참이나 밀려 나오는데, 나는 머리를 짤래짤래 흔들고 말았다. 저러니 여자들이 제정신을 차릴 수가 있나!

‘이년 정신 차릴 때까지, 담배나 피우자고…..’

이제는 오가는 말이 정말 편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쌍두마차로 다져진 전우애를 담배로 마무리하며, 한 배를 탄 그 느낌을 소중하게 남겨주는 그 오묘함…..

‘우리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까?’

‘아니, 다른 사람이 있는데 그 얘기를 해도 될까요?’

‘쟤는 상관 없어. 지금 자빠져 있는 것처럼 보여도 다 듣고 있다니깐. 어차피 저년도 우리와 한통속인 걸, 뭐…..’

‘그럼 아까 하던 얘기 계속하기로 하죠.’

나는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따뜻한 물수건으로 위원장과 내 좇을 깨끗이 닦아주는 것에도 상관하질 않고 얘기를 계속 해 나갔다. 그와 나의 밀담은 새벽녘이 되서야 겨우 끝이 났고, 그는 체력도 흔들림이 없이 새벽같이 골프 회동 약속이 있다며, 나와 헤어졌다. 위원장의 의도대로 나의 선거전략안과 이미지 메이킹에 대한 세부 사항들이 사서함을 통해 전해지고, 나는 나대로의 안테나를 이용해서 세간의 민심을 추적하면서, 어떻게 하면 보다 적절한 대권 주자의 품세를 갖출 수 있는지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여당의 금권타락 선거를 연일 보도하기에 바빴고, 선거관리 위원회에서 눈에 불을 켜고 감시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부정 행위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이 때, 우리의 전략은 너무도 단순했다. 조용하고 정직한 선거가 그 관건 이었다. 제 1 야당으로서 대권을 향해 달음박질 치고 있었지만, 여당의 금권 불법 선거 운동에도 비평 한마디 없이, 오로지 묵묵히 거리에서, 유세장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이미지를 내세우며, 민중의 한 표를 호소해 나갔다. 사람들은 여당의 지지래에 어떻게 욱하는 심정으로 돈이라도 질러 보는 게, 마땅하질 않겠느냐는 당내 비주류와 지구당 위원들의 나무람도 있었지만, 공개적인 기자회견을 통해, 당내의 의견은 역시 정직하고 조용한 선거로 정면 승부를 하자는 것으로 의견을 결집하는 회의 내용을 공중파로 흘려 보내면서, 국민적인 신망을 차근차근 얻어나가고 있었다. 입후보자 들은 저마다 머리를 검게 염색하고, 한 살이라도 젊게 보이려고 했으며, 장례식 영정 사진 같은 포스터로 일관 했지만, 우리는 평소에 사람들과 만나서 악수하던 2년 전 사진을 끄집어 내서 파격적인 보통 구도와 허연 세치가 그대로 드러난 후보의 사진을 포스터로 삼았다. 선거유세가 불이 붙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말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그 사람들 아무튼, 쿨 한 거 같지 않디?’

‘뭐가?’

‘정직해도 그렇게 정직할 수가 있냐 이 말이지.’

‘그거 다 쑈 아니냐?’

‘너 생각해 봐라. 처음부터 쑈를 한다 해도 그렇지, 경선 도중에 파죽지세로 완승하던 경선후보가 자기는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며, 스스로 대권후보 추대를 고사하고서 다른 사람을 추천하질 않나, 여당 비난을 하길 하나, 그저 지 할 일만 묵묵히 하잖아? 게다가 그 옆에서 추근대는 뭔사모네 하며 거들먹 거리는 떨거지들도 없고……’

‘그건 그래…..그 사람이 정말 대통령 감일까?’

‘모르지, 어쨌든, 기득권을 쥐고 있다는 정부랑, 여당이 저렇게, 앞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똥플레이를 하고 있으니, 어부지리도 그런 어부지리가 없잖아?’

사람들의 대강의 의견은 그러했다. 초반에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는 격차가 벌어져 있었지만, 이제는 초반의 부진세를 면하면서 맹렬한 추격을 보이고 있기도 했다. 진정한 결판은 TV 공개토론이 될 거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았고, 나도, 위원장도 그 사실에는 공감하고 있었다. 나의 선거전략도 이제 종반을 달리고 있었고, 마지막 대금이 전달되는 사물함에는 더 이상 건네 줄 것이 없다는 내 말을 받아들였는지, 감사했다는 쪽지와 함께, 다시 같이 일하고 싶다는 위원장의 친필이 돈과 함께 들어 있었다. 그리고, 다음 번 열쇠도 없었다. 이제는 TV 토론에서 시작되어, 막판으로 치닫는 선거전에서 오점 없이 버텨 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고……. TV 토론이 있는 날, 나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로움으로 집안에서 뒹굴고 있었다.

‘이제 선거열기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이 시기에, 이렇게 대권 후보로 자리에 오르신 분들을 모시고, 대국민 토론회를 열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청와대로 가는 길이 멀고 험하다고들 합니다. 가기도 힘들고, 가서도 힘들고, 나와서도 힘들다고 하는 그 곳을 어째서 온 생애의 열정을 다 바쳐 가시려고 하시는지, 후보들의 열띤 토론과 함께, 스스로에게 마음의 한 표를 결정 지으시는 유익한 시간이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사회를 맡아 보는 어느 대학 교수님의 말씀이 전파를 타고 있었다. 정해진 순서에 입각해서 참석 후보들에 대한 간단한 약력소개와 함께, 요즈음 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정치, 경제, 국방, 외교, 민생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객관성 있는 질문들이 주어졌다. 모두 다 선거전략 팀에서 마련한 예상문제들을 가지고 밤을 새워가며, 연습들을 한 모양 이었다. 아마 위원장도 가슴을 졸이며, 당사에서 동료 의원들과 함께, 당을 대표하는 대권 후보의 선전을 기대하며, 화면을 주시하고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나는 밤이 되기 전에 떠나려는 생각에서 TV를 보면서 여행에 필요한 짐을 싸고 있었다. 선대위 와의 조율에 의거해서 작성 되었던 Q&A는 보기 좋게 적중률을 보이고 있어서, 나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일을 했다는 생각을 아울러 하고 있었고……이제 TV 토론의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참석한 기자들의 첨예한 질문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부분은 누구도 알 수 없었고, 기자들은 후보의 옥석을 가리기 위한, 곤란한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악명 높았고, 그 질문으로 인해, 치명적인 결정타를 먹는 일도 흔한 부분 이어서, 이에 대한 준비에 더욱 철저를 기했던 것도 사실 이었다. 거지반 질문이 마무리 되어갈 즈음에, 기자석의 구석에 있던 어느 여기자가 일어났다.

‘저, 여성과 만남의 기자, 윤미혜 입니다. 네 분 후보님들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대권후보로서 도덕성의 검증은 어느 선까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사회자가 네 사람에게 각각 질문을 했지만, 꿀 먹은 벙어리처럼 모든 후보들은 말 문을 닫아 버렸다. 뻘쭘히 서 있던 그 여기자는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회피한 채, 그 여기자를 넋을 잃고 바라다 보는 후보들이 괘씸했던지, 쓰고 있던 뿔테 안경을 벗고 씩씩대고 있었다. 마이크가 다시 그 여기자에게 돌아가고,

‘네분, 후보님께 다시 한번 여쭙겠습니다. 대권 후보에 대한 도덕성은 어느 선에 기준을 두어야 하겠습니까? 대답하기 곤란하시면 제가 마련한 이 테잎을 보시고, 그에 합당한 답변을 부탁 드립니다.’

나는 짐을 싸다 말고, 흥미진진 하다 못해, 숨이 막히는 지경이었다. 화면에 비친 그 여기자는 정장 차림에 긴 생머리를 하고는 있었지만 어디선가 본듯한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웅성대고 있었지만, 생방송 이었고,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 때문인지, 토론 회장 안에서는 FD가 바쁘게 그 기자로부터 테잎을 받아 들고, 주조정실로 뛰어가고 있었다.

‘자 그럼, 어떤 내용인지, 모두 보고 나서 후보 여러분의 답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 녹화 테잎이 방영되면서 1분도 채 못되어 토론 회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후보를 둘러싼 보좌관 및 당론 지지자들, 그리고, 기자들의 아우성과 난장판이 되어버린 지경으로 인해, 방송은 급기야 중단되고 말았다. 보안 카메라로 찍은 것 같은 그 화면은 4등분이 되어 있었는데, 그것은 동시에 이루어 진 것을 녹화한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 내에 그 장면을 모두에게 보여 주고자, 보안 카메라의 형상처럼 화면을 4등분하여 재편집한 것이었다. 그러나, 희미한 영상 속에서 등장하는 여자는 같은 사람 이었고, 상대 남은 바로 지금 엄격한 표정과 자세로 바른 생활 지표를 외워대고 있던 그 후보님 들이었다. 스피커를 통해 4개의 영상에서 쏟아지던 소리들은 서로 뒤섞여 구분이 잘 가지는 않았지만, 똑똑히 들리던 것은 거나한 섹스를 하면서 서로가 서로의 후보를 비하하는 내용 이었다. 이래도 내 좇이 그 후보보다 못하냐는 얘기를 교묘히 편집해서 만들어 놓은 걸작품…….나는 짐을 싸면서 웃음이 절로 흘러 나왔다….좇됐군…..그 여기자는 다름 아닌, 그 까무잡잡의 마요네즈 보지였고, 후보들은 그 사실을 모른 채, 각기 후보들에게 버림 받았다고 속이며, 일일이 접근해서는 기어이 보지를 바치는 것처럼 연기한 것이었다. 음흉스런 위로와 함께 밀려들었던, 그 보지에 자신의 라이벌 후보의 좇대가 쑤셔졌었다는 생각은 가히 쾌감의 극치를 자아냈을 터, 한 여자를 두고 네 후보가 얼굴을 마주하지는 않았지만, 위원장의 말처럼 구멍동지로서의 전우애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던 것이었고…….후보 스스로가 셀프 서비스로 구딩이에 쳐 박히는 멋진 마무리……방송을 보고 있다가 중지된 상황은 사람들로 하여금, 역시 후보치고 믿을 쇄끼 한 마리 없는 건 예전과 다름 없고, 이래도 선거를 해서, 억지 춘향처럼, 도덕성에 조차 금이 간 후보를, 청와대로 등 떠밀듯이 보내야 하는 가에 대한, 격앙된 음성이 일고 있음이 분명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지….. 나는 탁자 위의 비행기표를 들고 집을 나왔다. 택시를 타고 나는 공항으로 가는 긴 시간 동안,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운명의 굴레가 다시 한번 신 세대에게 그 부모 세대 처럼 살아 가도록 요구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역사도 그와 다를 바 없다는 의미를 되씹고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 높이, 비행기가 이륙하면서 나는 폭풍의 눈을 빠져 나왔다는 실감을 그제야 할 수 있었다. 9시간 반에 걸쳐서 날아간 휴양지 공항에 내려서, 나는 이미 예약된 호텔로 가는 도중, 밀려드는 잠을 주체할 수 없었다.

‘따르릉!’

‘헬로?’

‘헬로는 무신 헬로? 응, 날세…….잘 놀고 있나?’

‘네, 어쩐 일로……’

‘응, 일이 잘 마무리 되었네……언제쯤 돌아 올거야?’

‘가야죠. 이렇게 노는 것도 지겨워서리……..’

‘자네 할 일이 아주 많아. 예전처럼 짓고 까불면서 아가리 주절대는 기자 쇄끼들 이랑, 방송국, 신문사 떨거지들 아가리에 똥 좀 퍼 넣어 줘야 하거든, 한동안 찍 소리 못하게시리…..’

‘못 뵌 지가 3개월은 넘지 싶습니다. 이 곳 생활도 쫌 지겨울라 하네요.’

‘어서 와. 이제는 귀빈실로 입국하는 거 알고 있나? 내 차랑, 사람도 보냄세.’

‘그럼, 언제쯤?......’

‘일주일 정도 있다가 말이야. 내일이 자네가 나가고 혁명이 일어난 지, 만 3개월 째 되는 날이야. 그 비상계엄군 사령관 짜슥, 내 동긴데, 빨랑빨랑 일 쫌 진행하라니깐, 무신 거드름을 피우는지, 겨우 전역 후, 기업체 우두머리 자리 하나 봐 준다고 하니깐 두루, 내일로 정권 이양일로 잡았지 뭔가? 하여간 아가리에 뭘 쳐 넣어 줘야 대가리들이 돌아는 거 하고는……어여 빨리 들어와서, 내 취임식 때는 자리에 앉아서 축하 쫌 해 줘야쥐, 안 그래?’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각하.’

언제쩍 없어지고 쓰지 않던 그 각하라는 경칭……사람들 사이에서 일고 있던, 이제 더 이상의 쿠데타는 없을 거라는 안이한 생각에서 나의 아이디어는 출발점을 두었다. 남북이 대치되어 있는 현 시점에서 추운 혹한과 찌는 듯한 폭염 속에서 야전을 지키고 있는, 군의 위상을 천박하게 실추 시킨 것을 곱씹어 하던 군의 내부와 결탁하는 방법은, 인물이 없어도 더럽게 없다는 결정타를 국민에게 멕이는 일이었다. 그건 일종의 명분 이었다. 쿠데타가 성공한 혁명으로 자리잡는 일은, 바로 그 명분을 찾는 일이었는데, 문민정부가 그토록 이나 내세우던 도덕성에 금을 가게 하는 일은, 더없이 좋은 고깃밥 이었다. 국민들로 하여금 저러니 쿠데타가 일어나지 하는 심사를 불러 일으키게 했던, 그 대권 후보들의 파란만장 했던 TV공개 토론회……그것은 혁명의 도화선 이었다. 이른바, 나의 지론은 무혈 입성, 무혈 쿠데타 였다. 이미 공개 토론회를 통해 후보자들의 얼굴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쳤고, 군 내부에서는 위원장의 손길에 감사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며, 다시 한번 도래할, 무관 시대의 득세를 은근히 바라오던 혁명의 주체 세력들은 조용히 이를 갈고 있었다. 우방 국가들 조차 쿠데타가 성공하고 12시간여가 지나도록 상황을 파악하질 못하고 있었으며, 지금까지도 누가 이 혁명을 주도 했으며, 배후의 인물이 누구인가 궁금해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부분까지 나와 위원장은 머리를 싸매가며, 여파를 계산하기에 바빴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낸 것은 비상 계엄을 발표한 이후에, 그 혁명의 주도 세력이 정권을 인수해, 날름 잡아먹으면서 잘못된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역사 속에서 언제나 있어왔던, 옹립이라는 방법을 사용하자는 것에 관심이 멈추었다. 군을 통해 상실된 민심을 수습하고, 대권과 전혀 초연할 것 같은, 정직성이 엿보이는 정계의 인물을, 차기 청와대의 주인으로 추대하여 정권을 이양 시키는 것이, 바로 그 옹립의 핵심이었다. 위원장은 대권의 줄다리기에서 이미 당내 경선에서부터 스스로를 고사를 시키면서, 세인들의 관심 속에 큰 그릇 이라는 강한 인상을 남긴 채, 사라져 있었고, 그와 결탁되어 일사불란 하게 움직여 시절을 뒤바꾼 군과의 전력을 이미 간파한 정,재계의 우두머리들은 저마다 계엄군의 위원장 옹립에 대하여 거짓말처럼 찬사를 늘어 놓고 있었다. 명분에 무릎을 꿇은 사방의 칼끝 들….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혁명의 일등공신은 다름 아닌 드라마 였다. 그 예전, 총뿌리로 문민 정부의 기대를 엎어버린 5 공화국의 다큐드라마의 촬영과 그 당시의 재현을 위해, 군 부대에 협조 요청 공문이 전달 되었고, 야밤에 실시되기로 한 드라마의 촬영은 그야말로 혁명이 바로 옆에서 이루어 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강 건너 불 구경 하듯이, 정말 그때 그랬지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만 있었기에….. 이상하게 여길 수도 없도록 혁명군은 촬영을 위해 이미 점령한 방송국의 내부를 제압한 뒤에 혁명군 스스로, 방송국 직원의 복장으로 위장하고, 장비 차량에는 무기와 탄약을 잔뜩 실어 놓은 뒤에, 중요 기관을 방문하고, 보란 듯이, 그럴싸 하게 촬영을 하는 것처럼, 해당 거점을 야금야금, 속전속결로 접수하며, 탱크를, 혁명군을 상주시켜 나갔다. 게다가 팽배해 있던 군 내부의 불만은 접수가 아니라 환영회의 수준으로 응하고 있었지만, 일반인들 만이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움직이지 않는 탱크와 무장한 군인의 모습을 보면서도, 허긴 그 당시 주구장창 상주했던 혁명군의 대낮 촬영도 있어야지 하면서, 통제된 교통까지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였던 것은, 예상치 못한 수확이었다. 지 살기 바빠서, 지 섹스에 빠져들기 바빠서, 땡크야 오던 말던, 쑤셔 박을 보지와 벌려줄 좇대만 쫓아다니는 문민정부 하의 한심한 민초 들의 불감증….. 시대의 개화가 몰고 온, 불감증은 급기야 급변하는 상황에 대한 불감증으로 이어졌고, 나와 위원장은 그 틈을 파고든 것 뿐이었다. 그에 대한 의심의 화살이 불거질 즈음, 북핵의 위험성을 확대 시사하면서, 지병으로 인해 더 이상의 업무 수행이 어렵다는 대국민 대통령의 담화문이 발표되고, 이어지는 사임……감히 은밀하게 성공하여, 등 뒤에 총뿌리가 겨누어져 있는데, 국무총리고 나발이고 간에 남아 있는 대통령의 임기를 마저 성실시럽게 채울란다 하는 입바른 소리는 내질 못하고, 북한의 핵공격 위협을 확대, 조작, 고조 시켜, 기어이 계엄상황을 일으키는 것이 나의 쿠데타 시나리오의 전모 였다. 그 다음이야 일사천리로 계엄 사령관이 알아서 청소해 주고, 옹립의 수순을 밟아 나가면 그 뿐이고…….서울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바뀌어진 세상을 실감한다. 나올 때는 이코노미 좌석 이었건만, 돌아갈 때는 일등석으로 두발 쭈욱 뻗고, 즐겨 보는 그 여유로움…… 권력의 힘이었다. 내 옆에는 내가 휴양지에 도착하고, 일주일 후에 바로 따라 온 그 마요네즈가 쌔근대며 자고 있다. 나는 그 귀에 대고 속삭였다.

‘각하랑 이번에 쌍두마차 타면 뭘 해달라고 그럴 꺼야?’

‘요번엔 기어이 장군님 좇물 이나 내 보지로 직접 받아야쥐. 그래야, 나도 숙원사업 꺼리나 좀 얻을 꺼 아니겠어?, 맨날 쌍두마차에, 양수겹장에, 동동주나 퍼 재끼고 있을 까봐?’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삶에 대한 불감증으로 해롱대고 있기에, 별다른 죄책감은 없었다. 내가 아니라 누군가는 똑 같은 일을 했을 테니…….헐……

-끝-

P.S.: 갈수록 눈에 불을 켜고, 밤중에 잠 안자고 헤매는 나를 감시하는, 아내의 눈초리가 매서워 가는 군요. 점점 글을 쓴다는 것에 어려움을 느껴가고, 내가 누구라는 것을 아내에게 밝힌다는 것도 힘들긴 마찬가지 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예전처럼 자주 글을 올리질 못해, 읽어주시는 분들께 송구스러운 심정, 금할 길 없습니다. 이런 자리를 빌어 양해를 구해 봅니다. 허구 헌날, 밥벌이에 도움도 안 되는, 딴 여자 꺼나, 주구장창, 눈이 벌게서리, 잠도 설친 채, 찾고 다닌다는 집사람의 오해로 버텨봅니다만, 언제까지 갈는지 잘 모르겠네요. 하는데 까진 해야 되겠지요. 누군가 그랬듯이, 쑈는 계속되어야 하니까요….읽어 주시는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블루스맨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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