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정문을 나오며 상인과 통화한 나는 김이 새버렸다. 온몸을 감싸고 확 올라왔던 열기는 상인이 병원이라는 말에 거짓말처럼 가라앉아 버리고 말았다. 그녀의 막내딸이 갑자기 아파서 상인이 병원에 있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전화할 때만해도 상인은 내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그녀가 조금 멀게 느껴졌다. 다른 남자의 아내였고,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내 머리 깊숙이 들어와 정신이 번쩍 들게 하고 말았다. 순간이나마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소유하려고 했었다. 내 여자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던 인영을 다른 남자에게 빼앗긴 주제에 남의 여자를 내 여자라고 착각하다가 보기 좋게 한 방 맞고 만 것이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았는지 나는 광호의 중국집으로 달려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주방에서 광호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광호는 이사를 하면서 그 아파트 근처에 차이니즈 레스토랑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는 3년 전부터 다른 종업원 두 명을 가혹하다시피 훈련을 시키고 있었고, 지금은 모두들 잘 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광호에게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20분 쯤 지나자 광호가 하얀 짬뽕과 빨간 짬뽕을 들고 안으로 들어와 상에 내려놓고, 내 앞에 앉았다. 기분이 좀 그렇긴 했지만 하얀 짬뽕을 보자 식욕이 돌았다. 내가 국물 맛을 본 뒤 면발을 잡고 맛있게 먹기 시작하자, 광호가 웃으며 자신도 먹기 시작했다.
“그기, 그리 맛있나?...”
“후루룩!~~하아!~ 예, 너무 맛있어요, 형.”
“그 자석 하고는...후루룩!~ 하아!~~난 이기 좋다!~~뭐라 해도 조선 놈들에겐 이, 빨간 짬뽕이 제격인기라!~”
한 동안 나와 광호는 아무 말 없이 짬뽕을 먹었다. 뜨거운 것을 먹어서 그런지 나와 광호의 이마엔 땀이 흘러내렸다.
“니...상인이 보고 시퍼, 왔제?...후루룩!~~후룩!~~”
“...후루루룩!~~ 하아!~~...예...”
“하하하!~ 이 자슥!~~ 하하하!~~ 그리 좋나?...”
“... ...”
광호는 짬뽕을 다 먹고는 물을 입에 물고 삼켰다. 그리고는 한 동안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래...당연한기라...하모, 당연한 기제!~~하하하!~”
지금 내가 뭐하고 있나 싶었다. 상인은 광호의 여자였다. 그런데 그 여자의 남편에게 노골적으로 이래도 되나 싶었다. 더군다나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달려간 상황에서 이렇게 욕망을 들이대는 나 자신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태복아...그기 말이다...내도 오래산거는 아이지만 서도 말이다...흐음...!...여자는 돈과 비슷한기다...!...”
“...돈...이요?...”
“그래...!...돈!...내가 칠락~ 팔락!~~살 땐 말이다...발정 걸린 수캐 맨치로 돈을 무지 쫓아다녀 삔기라!~ 근디, 돈이 쫓는다고 내게 오나? 안 온다!~ 돈을 ?으면, 돈은 도망 가삐는 기라!~~”
도대체 광호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 내사 마!~~일을 안 했나? 죽자고 일에 매달리니!~~ 돈이 들오는 기라~~! 웃기제?~ 흐음...!~~ ...근디, 여자도 마찬가지인기라...태복아야...여자, ?지 말거래이~... 가스나가 저절로 오게 만들어야 안 카나? 하하하!~~”
오래전부터 들었던 것 같은 얘기이지만 광호의 말이어서 그런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광호가 나와 상인의 섹스를 허락한 것은 단순한 욕구 때문이 아니었나? 도대체 광호의 생각을 알 수가 없었다.
광호의 가게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밖에서는 찬거리를 팔러 온 트럭장사꾼의 희한한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지만, 내 방 안은 너무나 적막하게 느껴졌다. 그 적막함과 혼란스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나는 빨래바구니를 들고 세탁실로 내려갔다. 대체로 원룸엔 공동세탁기가 있었는데, 보통은 중간층의 복도 끝에 있었다. 하지만 내가 사는 원룸은 특이했다. 아예, 2층 첫 번째 방을 통째로 세탁실로 해 버렸다.
그 방이 나가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주인집 사람들이 개념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빨래를 하는 입장에서는 편한 것이 많았다. 이곳에 내려 온지 얼마 안됐을 때는 학원 일에 집중하느라 빨래방을 이용했지만, 이제는 이렇게 직접 빨래를 하고 있었다. 이 시간엔 원룸에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한 번도 사람들과 마주친 적이 없었다. 거짓말 같지만 3년이나 이곳에 살았으면서도 광호부부를 빼고는 기억나는 사람들이 없었다.
세탁기에 빨래를 넣으려고 하다가 멈췄다. 안에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손을 넣어 꺼내보니 여자팬티였다. 갑자기 그 팬티를 보자 웃음이 나와 버렸다. 나는 그 팬티를 옆에 있는 빨래걸이에 널어놓은 뒤, 내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세제를 푼 다음 시간을 조정했다. 세탁기는 소리를 내며 돌기 시작했고 난 그 모습을 보다가 세탁실을 나왔다.
난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기대고 앉아 책을 보면서 시간을 기다리다가 한 시간이 조금 넘어서 다시 세탁실로 내려가는데, 조금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알았어요!~ 더러워서, 참 내!~”
고개를 돌려보니 204호 앞에 주인아줌마가 서있었고, 그 집 남자가 문을 손으로 잡고 반쯤 연 채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주인아줌마는 그 남자의 고함소리에도 묵묵히 듣기만 하고 있었다.
“그 까짓것 얼마나 된다고!~ 주면되잖아요!~ 원 룸이 여기밖에 없는 줄 알아!~~”
덩지도 크고 꼭 산 도적같이 생긴 남자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문을 쾅!~ 닫아버렸고, 아줌마는 한 참을 가만히 서 있다가 몸을 돌려서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러다가 나를 본 그녀가 조금 당황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아, 안녕하세요...”
상황이 묘해서 난 멋쩍게 인사를 했고, 그녀도 상기된 얼굴로 내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한 뒤 밑으로 내려갔다. 처음 계약하러 왔을 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주인여자는 곱게 나이를 먹은 것이 기품 있고 조신해보였다. 아담한 키에 동글동글한 얼굴이 탤런트 고두심을 꼭 빼닮았고, 분위기도 비슷했다.
근 3년을 살면서 한 번도 이런 상황을 본 적은 없었는데, 살다보니 별 꼴을 다보고 말았다. 나이 먹어서 이렇게 원룸 두 채를 갖고 사는 것도 편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빨래를 꺼내 들고 와 방 안에 널고 보니 좁은 방이 더 좁아보였다. 아무래도 다시, 빨래방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으로 출근해 원장실로 들어가니 정 원장이 유정 옆에 서서 컴퓨터를 보면서 대화를 나누다가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내가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소파에 앉자, 정 원장이 내 앞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장 선생, 커피?...”
유정은 나만 보면 커피를 타주고 싶은 모양인지 항상 물어봤다. 난 사실 원두커피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 집에서도 그냥 국산커피를 타서 마시는 정도였다.
“예, 좋죠...”
“나도 한 잔 마시자...!”
나와 정 원장이 말하자, 유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유정은 어제는 은색의 정장이었는데, 오늘은 검은 색 원피스를 입고, 허리에 굵은 혁대 같은 것을 해서 몸 매가 타이트하게 들어났고, 스타킹은 엷게 살이 비치는 흰색이었다.
“장 선생이 만든 주임들 휴가기획안 말이야, 그거 이달 내로 실행하기로 했네. 그동안 학교장이다, 의원들이다 뭐다 만나러 다니면서 강사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역시, 장 선생은 빈틈이 없구만...”
“강사들이 좋아하겠네요. 다행입니다, 원장님...참, 길 원장님은 잘 계시죠?”
유정이 커피 잔을 들고 와 정 원장과 내 앞에 내려 주었다. 그녀의 몸에선 묘한 향수냄새가 났는데, 그것 때문인지 다시 돌아서서 걸어가는 유정의 뒷모습이 너무나 섹시해보였다. 유정은 자기 잔에 커피를 담아 들고는 다시 걸어와 정 원장 옆에 앉았다.
“여보!~ 나랑 장 선생도 휴가 좀 주라...!...우리는 뭐 기계야?”
“허허, 이 사람도 참!~~”
“안 그래요, 장 선생?”
그러고 보니 난 지난 3년 간 한번도 학원을 벗어나본 적이 없었다. 금요일 까지만 일하고 주말에는 쉬었기 때문에 특별히 학원에 얽매여서 지낸 것이란 느낌은 없었지만 막상, 학원과 이 지역에서만 맴 돌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유정과 정 원장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 원장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기존 주임들의 반란 사건도 겪었고, 또 홍대 근처의 어떤 대형미술학원의 원장부부가 외국여행을 나갔을 때, 그 학원의 강사가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 40여명을 데리고 나가 근처에다가 학원을 차린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일은 전국의 미술학원들도 모두 알았고, 각 학원의 원장들은 심한 충격을 받았다. 정 원장이야 내 덕분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아직도 기존 주임들이 학원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정 원장은 학원에 자신이나 나, 둘 중 하나는 꼭 남기를 바랄 정도로 트라우마가 심했다. 유정도 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체계를 잡은 지금은 조금 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장 선생도 휴가가고 싶어요?...”
“허이구!~ 이이도 참나!~ 아니 그럼 젊은 사람이 이런 시골에 처박혀 사는 게 답답하지 않겠어?”
잘 못하면 부부싸움이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기가 곤란했다. 정 원장은 유정을 살짝 흘겨보다가 한숨을 내 쉬고는 소파에 기대 팔짱을 꼈다.
“좋아, 이 달 안으로 장 선생과 당신 휴가도 해결하는 것으로 하자... 됐지?”
정 원장의 말에 유정이 보조개를 만들며 귀엽게 웃었고, 나도 미소를 지었다. 그런 유정을 보던 정 원장이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고 말았다.
주임강사들과의 회의 시간에 휴가 안건을 발표하자, 환호성을 지르며 난리가 벌어졌다. 그들은 이제 각자의 스케줄을 잡아 다음주부터 한 사람씩 3박 4일의 여행을 다녀올 것이었다. 물론, 장소는 각자가 정했고 모든 경비는 학원에서 부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장 먼저 휴가를 가야하는 것은 나로 결정되고 말았다. 강사들이 장소를 결정하는 시간이 짧다고 불평을 해서, 휴가에 대한 특별한 의식이 없는 내가 먼저 떠나는 것으로 강사들의 시간을 벌어 준 것이었다.
그나저나 오늘은 금요일이었다. 월요일부터 휴가니까 주말까지 합해서 근 일주일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지만 딱히 뭘 해야 좋을지 몰랐다. 외국 여행에 대한 동경도 없었기 때문에 긴 휴가기간 동안 뭘 해야 할지 막막했다.
8시부터 20분간의 휴식시간이 되자, 학원생들이 모두 개미떼처럼 학원을 몰려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녀석들은 한창때라 그런지 끊임없이 먹어댔다. 2년 전만해도 학원 근처엔 변변한 식당조차 없었고, 10층짜리 학원 빌딩 안에도 빈곳이 태반이어서 너무나 썰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학원빌딩엔 분식코너와 마트까지 들어와 있었고, 화방과 함께 서점도 있었다. 확실한 것은 잘 몰랐지만 정 원장은 지역유지들과 친분을 쌓더니 제 작년에 이 빌딩을 인수했고, 이런 식으로 학원을 꾸몄다.
나도 내 사무실에서 주임들이 올린 학생들의 상황을 체크하다가, 잠시 의자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이것저것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인터폰이 울렸다.
<장 선생님, 원장님 호출입니다. 학부형 상담이요!~>
“네, 알겠습니다!~”
정 원장이 혼자서 상담을 하면 되는데도 그는 상담할 때마다 자꾸 나를 자리에 끼게 했다. 유정이 학부형 상담을 질색해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자신이 없을 때 내가 이곳에 원장이라는 사실을 각인 기키기 위해서 그런 것 같았다. 원장실로가 그 안에 있는 상담실로 들어가니, 차림새가 고급스럽고 우아해 보이는 부부가 앉아서 정 원장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 부부의 옆에는 교복을 입고 있는 여자애가 앉아있었다.
난 인사를 하고 정 원장 옆에 앉았다. 정 원장에게 얘기를 듣고 보니 조금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상담 온 여학생은 현재 고3으로 자연계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생각만큼 점수가 잘 나오지 않자 미대 입시로 튼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목표대학은 서울대였고 최하가 홍대라고 했다. 입시 미술학원에서는 이런 어이없는 일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었다.
인문계나 자연계에서는 부족한 점수지만 예, 체능 계에서는 어마어마한 점수이기 때문에 합격하는 것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단순하게 결정을 하고 오는 학생들은 거의 백 프로 죽도 밥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해보지 않던 것을 다른 학생들보다 늦었다는 생각에 ?기면서 준비해야하니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었고, 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수능점수의 추락으로 이어졌다.
그러면 이런 학생들은 또 조급한 마음에 그림을 등한시하고 공부에 매달리면서 그림에 손을 놓는다. 그렇게 되면 그림은 진도가 나가지 않고 학생 스스로가 다른 학생들의 그림을 보면서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 이런 학생은 학교에서는 그림 걱정을 하고, 미술학원에서는 수능 걱정을 하는 상황으로 진행되는데, 이렇게 되면 그림과 수능 모두 놓치게 되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림을 좋아해서 시작하는 학생들도 그 단순한 기술을 익히고, 수능까지 함께 준비해야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10년 전만해도 미대 입시생들의 성적이 평균적으로 나빴었지만, 요즘은 공부를 잘 하는 친구들도 고1때부터 미대입시를 준비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수능 성적이 높아졌고, 이런 식으로 입시를 치른다고 유리할 것이 없었다.
정 원장이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해하지 못해서 나는 그 동안 서울대를 간 학생들의 성적 데이터를 모니터에 띄웠다. 사실, 지금 이 여학생의 성적은 작년에 서울대 미대에 합격한 학생들보다도 나을 것이 없었다. 여학생의 학부형은 합격생들의 성적을 확인하고는 표정이 굳어져 버렸다.
“그럼...우리 애는 미대에 갈 수가 없는 건가요?”
참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4년 제 대학을 나온 부부였지만 자식의 문제여서 그런지 이성적인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미대에 갈 수 있느냐, 갈 수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여학생이 과연 그림을 좋아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대한 문제였다. 특히나 정 원장은 다른 원장들과는 다르게 이런 식으로 미대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싫어했고, 유정은 이런 학부형들 때문에 상담이라면 질색을 하고 있었다. 사실, 정 원장과 유정의 이런 면 때문에 난 두 사람을 좋아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미대에 갈 수 있느냐, 없느냐 보다는 우선, 자녀분이 왜 미대에 가야하는지를 먼저 생각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애가요...어려서부터 미술에 소질이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초등학교 때 실기대회에서 상도 많이 타고 했거든요.”
정 원장이 안타까운 마음에 말하자, 여학생의 엄마가 반박하듯 대답했다. 정말, 착각도 이런 착각이 없었다. 현재, 초등학교 중학교를 필두로 한 미술대회란 것은 미대입시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런 대회엔 학생이 다니는 학원의 강사들이 총 출동해서 거의 90프로 이상 손을 대주는 허접한 대회 아닌가? 한마디로 동네 축구와 월드컵 축구를 비교하는 것이었고, 초등학교 때 축구를 잘하다가 그만둔 학생이 월드컵 대표에 뽑힐 수 있다고 믿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정 원장이 난처한 얼굴로 나를 바라봐서 어쩔 수 없이 나도 한 마디를 했다.
“안타깝네요. 어릴 때의 재능을 좀 더 꾸준히 발전시켜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저기...다른 학원에서는 우리 애가 갈 수 있다던데요...?”
아무래도 이 부부는 우리학원에 오기 전에 다른 학원에서 상담을 받은 모양이었다.
“홍대하고...서울대를 보낼 수 있다고 했나요?”
정 원장이 당황해서 물었다.
“예...서울대, 홍대도 가능하고...이대는 충분하다고 했어요...”
기가 막혔다. 아무리 돈이 궁해도 해야 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이 있었다. 아무리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막장, 입시공화국이어도 어찌 이럴 수가 있는지 답답했다. 현재, 이 여학생은 홍대와 서울대는 불가능했고, 국민대나 건대등의 발상과 표현이라는 실기전형을 보는 디자인과는 가능성이 50프로 정도는 있었다. 발상과 표현이란 과목의 특성상 얻어걸리는 경우가 많아서 의외로 경력이 짧은 학생들이 합격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곤 했기 때문이었다.
“혹시...홍대 비 실기 전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 예, 예...맞습니다. 우리 애는 성적이 높아서 그 쪽이 훨씬 유리하다더군요...예술학관과 뭔가...”
갈수록 첩첩산중이었다.
“2010학년도부터 홍대에서는 500명 정원 중, 17프로의 학생을 실기 없이 선발합니다. 물론, 말씀하신 예술학과는 비실기로 뽑고요...헌데, 죄송하지만 자녀분의 점수는 생각하시는 것보다 높지 않습니다.”
나는 서울 본원에서 비실기로 홍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성적과 지금 우리학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의 성적 데이터도 보여주었다. 부부는 내가 보여준 데이터를 보고 입을 다물었고, 여학생은 고개를 숙였다. 이런 상담을 할 때가 가장 기분이 더러웠다. 그렇다고 동종업계의 사람들을 욕 할 수도 없고, 학부형들은 이해시키기가 어렵고 해서 너무나 난처했다.
“죄송하지만 왜 서울대, 홍대, 이대만을 고집하시는 거죠? 요즘은 국민대를 필두로 해서 새롭게 디자인이 강한 건대 등의 학교도...”
“개나 소나 다 가는 대학에 가봐야 누가 알아주겠습니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편이 말했다. 이제는 더 이상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이 부부는 그림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미술대학에 대한 아무 지식도 없는데다가 딸의 장래에 대해 너무 간섭하고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 사회는 부모들이 자식을 기다려 줄 수 없게끔 만들고 있었고, 교육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손쉽게 이용하면서 착취에 가까운 돈을 긁어 들이고 있었다.
사실, 보통의 학원에서는 무조건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 학생이 5월부터 다닌다면, 10월까지 5개월...200만원의 수강료를 낼 것이었고, 겨울 특강 비까지 하면 이 학생 한명으로 500만원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학생들의 비율도 꽤 높았기 때문에 이익집단인 학원이 포기할 필요가 없었다. 더군다나 이런 학생들은 떨어져봐야 스스로가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아쉬움에서 재수를 하며 그 학원에 또 다닐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학원으로서는 이중으로 좋은 일이니 이런 식으로 상담할 필요는 전혀 없는 일이었다.
나도 운영을 하는 입장에서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정 원장은 고지식한 사람이어서 그런 식으로 애들을 받지 않았다. 난 너무나 답답했지만 그런 정 원장과 유정이 좋았다. 그래서 이들과 함께 그렇게 고락을 마다하지 않았을 지도 몰랐다.
“갑시다...!”
여자가 남편의 큰소리에 당황해, 나와 정 원장을 번갈아 바라봤고, 딸을 보며 안절부절 했다.
“아니, 보낼 실력이 안 되면 안 된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되는 거지, 뭘 그리 구구절절 말이 많습니까? 학원이 여기밖에 없어요? 참 나, 그래봐야 시골 촌 동네에서 학원이나 하는 주제에...!”
“아니, 이이가 갑자기 왜 그래요?!...”
“내 말이 틀렸어?! 결국, 자기들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잖아! 당신들이 그러고도 선생이야!? 쓰레기 같은 자식들! 탈세나 해쳐먹고 사는 것들이...!”
남편이 인상을 구기며 말하다가 딸의 손을 잡아끌고 상담실을 나가버렸다. 여자는 그런 남편을 보다가 황망한 듯 정 원장과 나를 보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하더니 죄인처럼 상담실을 나갔다.
탈세를 해먹다니... 무슨 소리지? 나는 이곳에 내려올 때 정 원장과 유정에게 조건을 내세운 것이 탈세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서울 길 원장도 내 말 안 듣다가 걸려서 오히려 엄청난 세금을 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흔쾌히 승낙했고, 나도 매 달 장부를 확인했지만 탈세의 흔적은 없었다. 아무래도 이 학원에서 나간 황선생의 학원에서 저 부부가 상담을 받았고, 황선생이 상한 소리를 한 모양이었다.
오늘따라 이상한 꼴을 많이 보고 있었다. 낮에는 주인아줌마가 이런 비슷한 상황을 겪더니 밤에는 내가 당하고 있었다.
"씨발...! ...이 놈의 짓을 때려 치든가 해야지 원...!“
정 원장과 유정은 학원 일을 좋아하지 않았다. 디자인 회사를 하면서 빚진 돈을 갚느라 억지로 했던 것이 여기까지 온 것이었는데, 이제는 빚도 없고 또 이 빌딩도 자신들의 소유였기 때문인지, 두 사람 모두 전과 다르게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모양이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세상 참 만만한 일이 없었다.
정 원장과 나는 학원 옥상으로 올라가 담배를 피워 물었다. 나와 정 원장은 4개월 정도 담배를 끊었었는데, 요즘 들어 다시 피우고 있었다.
“자네 방법을 썼어야 하는 건가?...후우!~~ 이런 상담을 할 때마다 헛갈려...뭐가 옳은 일인지 말이야...”
상담한 학생을 대학에 보낼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각 미술 대학에서 어떠한 실기전형을 만들더라도 빈틈이 나기 마련이었다. 애초에 학생들의 재능을 보자는 시험이 아니라, 그냥 모두 형식적인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빈틈이 적어서 강사들이 틈새를 공략하기 어려운 실기전형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학교는 서울대와 한예종 뿐이었다.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홍대에서 실기를 없앤다는 말이 나온 것이었지만 이것도 그렇게 좋아보이진 않았다.
실기비중을 없애면 학생부나 수능의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미대입시는 사라지고, 인문계나 자연계 입시 같은 흐름이 형성 될 것이었고, 미술학원에서 가져가던 이익이 수능 학원으로 옮겨가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만약, 홍대에서 미술 실기대회 입상실적까지 요구한다면 홍대를 지원하는 학생들은 3중고에 빠질 것이었다.
내게 합리적인 대안이 있는가라고 물어본다면 난 없다고 말 할 수밖에는 없었다. 한번도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해본적도 없고, 기존방식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은 더더군다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도 그렇고, 교수들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내가 왜 신경 써야 하는가? 난 그저 일개 미술학원의 강사일 뿐인데 말이다.
“장 선생...후우!~~~ 나 때문에 힘들지?...”
“아닙니다, 원장님. 별말씀을 요...”
“자네 맘 다 아네...내가 고지식해서 말이야...후우!~~”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나도 담배 연기만 길게 빨아들였다.
“하하하!~ 나도 한 대만 주라!~”
유정이 옥상으로 올라오며 말했고, 정 원장은 그런 유정을 보다가 담배를 꺼내 주었다. 담배를 피워 문 유정이 연기를 빨아들였다가, 길게 내 뿜었다. 우리가 내 뿜는 연기는 위로 올라가 하늘거리다가 이내 사라져 버렸다.
“햐~! 옛날 생각난다... 자기, 그거 기억나?~”
“뭘?...”
“우리 처음 만난 날 말이야...1학년 때였지? 영원한 미소 조각상 앞에서 담배 피우고 있던 당신에게 내가 한대만 좀 달라니까, 놀라서 당신이 피우던 담배를 떨어뜨린 거 말이야, 하하하!~”
“당연하지!~ 웬 중딩 꼬마가 담배를 달라는 줄 알았으니까!”
“미모의 여자가 달라고 해서 그런 거라더니?...”
“야, 꼬시려면 무슨 말을 못하냐?”
여전히 두 사람은 부부이면서도 친구 같았다. 갑자기 이들도 광호와 상인처럼 그런 것을 느끼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더군다나 아직까지 아이도 없으니 훨씬 더 자유로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유정의 몸으로 시선이 옮겨졌다.
수업을 끝내고 정 원장이 술을 마시자고 했지만, 난 상인이 보고 싶어서 거절하고 집으로 달려갔다. 안으로 들어가 불을 켜보니 내 방엔 아무도 없었다. 난 이상하게 조급한 마음이 들어서 문을 열고 광호의 문 앞에 다가가 노크를 하려다가 말았다. 그렇게 몇 번을 두드리려다가 말기를 반복하고는 이내 포기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설마...애들 있는 대서 섹스를 하지는 않겠지?...아니면...이미, 내 방에서 하고 ...잠이 들었나?...]
왜 그런지 모르게 자꾸만 그것이 궁금하고 신경이 쓰였고, 상인을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다. 침대에 누워 몇 번이나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반복하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려서 깜짝 놀라 침대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어, 이제 들왔나?...니, 이리 좀 온 나. 여기 주인집이데이!...>
갑자기 주인집에서 광호가 전화를 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주인집으로 가보니 두 부부가 거실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난 내게 안기는 상인의 큰 딸을 안아들고는 주인부부에게 인사를 하고 상인 옆에 앉았다. 그녀의 막내딸은 옆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손과 발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 괜찮은 모양이었다.
주인여자가 부엌 쪽에서 생굴을 들고 오며 내게 인사를 했고, 나도 인사를 했다.
“어서 오게 태복이 총각! 옆에 살면서 가끔씩 이렇게 한 잔도 하고 지내야 하는데 말이야, 하하하!~”
주인남자는 시원스럽게 말하고는 내가 앉자마자 소주를 따라주었다. 난 얼른 그것을 받아 마시고는 다시 주인남자에게 잔을 주고 소주를 따라주었다. 주인여자는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은 채 두 다리를 옆으로 놓고 앉는 여성 특유의 자세로 앉아있었다. 50대의 나이에도 저렇게 우아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얼굴엔 주름이 있었지만 그 주름조차도 예뻐 보였고, 나를 보고 웃는 그녀의 눈웃음은 어찌나 예쁜지 내 몸이 녹을 것 같은 섹시미를 내 뿜고 있었다.
상황을 들어보니 낮에 주인여자에게 폭언을 하던 남자가 저녁에 주인남자가 다시 찾아가자, 심하게 행패를 부리는 것을 광호가 막아 준 것이라고 했다. 상황도 그렇고, 또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광호의 가족이 이사를 가니 겸사겸사 술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다.
“하이고!~ 말도 마소!~ 젊은 놈이 으찌나 싸가지가 바가지 맹키로 해 쌌는지!...내사 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심더...!”
“자네 아니었으면 내가 큰 봉변을 당할 뻔 했지 뭔가...좀 편하자고 이 놈의 원룸을 장만한 건데...흐음...이걸 팔아버리던가 해야지 원!...”
두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서도 난 계속 상인을 살폈다. 흰 티에 청 반바지를 입고 있어 상인의 긴 다리는 반으로 접힌 채, 그녀의 엉덩이 옆으로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가끔씩 움직이는 상인의 발을 보자 미치도록 흥분이 밀려왔다. 당장이라도 그녀의 맨 발을 빨고 싶었고, 금방 열기가 올라와 내 자지에 피가 몰렸다.
“자네가 이사할 아파트가 거 뭐냐, ##동 베르디움인가?...흐음..거기 좋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말이야. 괜찮나?”
“저희야, 원룸에만 살았으니까네, 어디든 안 좋겠습니꺼? 널찍~~ 널찍 한게 고마, 운동장이 따로 없습니더...!”
“차암, 두 부부가 그렇게 열심히 살더니, 기어코 집 장만을 했구만! 하하하!~~나도 그 기분 잘 알지!~~축하하네, 축하해!~~”
두 사람은 건배를 했고, 난 멀뚱히 바라보다가 광호와 주인남자가 쳐다봐서 얼른 내 잔을 부딪쳤다.
“요즘 젊은 사람들 말이야! 너무들 힘든 일을 피해서 탈이야! 편한 것만 찾으니 일자리가 넘쳐도 할 게 없잖아!~~ 다, 그 참여정부니 하는 좌파들이 젊은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었다니까!~~흐음!~~”
주인남자의 말에 당황해서, 안주를 먹으며 광호를 쳐다보았다.
“모다, 맞는 말씀입니더...!...요즘 젊은 사람들 너무 편한 것만 찾는 기라예!~~”
광호는 평상시엔 저렇게 말 한 적이 없었다. 평상시 광호의 말은 좌빨이 분명했는데 지금은 주인남자에게 그런 내색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그 뿐 아니라 주인남자의 말을 들으면서도 연신 맞장구를 치면서 함께 빨갱이들을 욕했다. 주인 남자의 말은 정치에 무관심한 내가 들어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 말이었는데, 광호가 저런 반응을 하니 너무나 신기했다.
주인남자는 베르디움으로 이사한다는 광호에게 연신 칭찬을 해댔고, 자신의 직원들과 회식할 때는 꼭 광호의 새로운 가게에서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난 두 사람의 얘기를 들으며 슬쩍 상인의 맨 발을 잡았다. 상인이 살짝 놀라더니 이내 가만히 있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엄청난 흥분이 밀려왔다. 상인의 발은 너무나 따뜻했고, 부드러웠다. 나는 그녀의 발바닥을 주무르다가 발가락사이에 손가락을 넣고 비볐다. 상인은 간지러운지 살짝 몸을 움직였다. 내 자지는 금방이라도 바지를 뚫고 나올 것처럼 흥분한 상태였다. 부드럽고 따뜻한 상인의 발을 주무르며, 그것을 음미하는데 갑자기 상인이 일어났다.
그녀의 반응에 놀란 나는 어쩔 줄 몰라 가만히 있는데, 상인이 막내 딸 쪽으로 걸어가 안아들었다.
“저는 먼저 가서 애들을 좀 재워야겠어요.”
상인이 붉어진 얼굴로 그렇게 말하자, 주인여자가 일어나 다가갔다.
“그래요...애들이 피곤하겠다...”
주인여자와 상인이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주인남자와 광호는 정치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었다. 큰 딸과 막내딸을 데리고 가는 상인을 보며 나는 어째야 좋을지 몰랐다. 화가 났을까? 그녀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주인남자가 계속 내 잔을 채워주며, 뭐라고 얘기를 하는 바람에 타이밍을 맞출 수가 없었다.
“자네가 &&미술학원에 있었나?”
“예...3년 됐습니다.”
“아, 그렇구만!...원장이...거...뭐냐...정...정 원영이지?...햐!~ 그 친구 말이야!~~아주 젊은 사람이 됐더구만!~~하하하!~”
주인남자는 지금 시청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정 원장이 유지들 뿐 아니라 공무원 접대에도 소홀하지 않았던 모양인지 계속 칭찬을 하고 있었다. 정 원장은 내가 이 남자의 원룸에서 살고 있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방을 구하러 돌아다니다가 주차장도 있고, 주변에 공원이 있는 풍경들이 예뻐서 그냥 즉흥적으로 내가 얻은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정 원장은 보증금을 주었고, 또 월세는 매달 내 월급에 포함해서 주고 있었다.
그렇게 주인 남자가 주는 술을 마다하지 못하고 한 시간쯤 버티고 있을 때, 내 핸드폰이 울렸다. 상인이었다. 나는 급한 일이 생긴 것처럼 둘러대고 그곳을 빠져나와 옆 건물인 내 방으로 미친 듯이 뛰어 올라갔다. 안에는 역시 상인이 있었다. 나는 뛰어와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상인은 왠지 모르게 상기된 얼굴로 숨을 가쁘게 쉬고 있었다.
나는 상인을 와락 끌어안고 그녀의 입에 키스를 했고, 그녀도 기다렸다는 듯이 내 입에 혀를 넣고 미친 듯이 빨아댔다. 나와 상인은 서로의 타액을 빨아대며, 나는 상인의 청반바지를 풀어서 팬티까지 벗겼고, 그녀는 내 바지를 벗긴 뒤 역시 팬티까지 내렸다. 우리는 키스를 하면서 발을 들어 바지와 팬티를 마자 벗은 채 서로의 하체를 비벼댔다. 내 자지는 터질 듯 발기해 있었고, 상인의 보지에서는 물이 흘러나와 내 자지와 비벼지며 찌걱거렸다.
우리는 두 다리를 서로 얽힌 채로 하체를 비벼대며, 각자의 티를 벗어서 던져버렸다.
“하아!~~ 아, 아까!~~자기 때문에!~ 미칠 뻔 했어!~~흐응!~”
다행이었다. 상인은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미칠 듯이 흥분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나는 상인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그녀의 허리를 잡고 하체를 비벼댔고, 상인도 벌개 진 얼굴로 엉덩이를 내게 밀며 비벼댔다.
“후우!~~하!~~형수의 맨발을 보니까 눈이 뒤집혀 버렸어요!~하아!~”
내 말에 상인이 내 머리를 잡고 미친 듯이 내 입을 빨았고, 나도 그녀의 입을 빨아댔다. 그러다가 입을 떼고 내려가면서 상인의 젖가슴을 빨다가, 다시 무릎을 꿇고 앉아 상인의 엉덩이를 움켜잡았다. 그러자 상인이 살짝 다리를 벌렸고, 그녀의 보지 살이 내 눈앞에 훤히 들어나 버렸다.
상인은 흥분한 얼굴로 내 머리를 잡고 내려다보고 있었고,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 시선으로도 흥분을 했는지 상인의 보지 살이 움직이며 액체를 흘리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흥분해서 보지 살을 입에 머금었다.
“아!~~하아아!~~”
클리토리스를 빨다가 다시 보지 살을 빨고, 다시 보지 살을 벌리고 그 안을 혀로 찔러대자 상인이 신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내 머리를 잡은 상인의 손에 힘이 들어가더니 더욱 당겼고, 엉덩이는 내 얼굴 쪽으로 밀며 지분거렸다.
“후루룩!~~쭈욱!~~하아!~~쩌업!~~쩌업, 쩌어업!~~하!~~형수~~후룩!~~”
“흐으으응!~~아!~~아아!~~아응!~~으으응!~~”
난 상인을 밀어 침대에 누이고는 그녀의 두 다리를 벌리고 사이로 들어가 다시 그녀의 보지 살을 입으로 빨아대기 시작했다.
“쭈우우욱!~~쩌업~~! 하아!~~”
“아!~~거기!~~아!~~아아앙!~~좋아!~~흐으으응!~~최고야, 삼촌!~~우웅~”
상인의 말에 더욱 용기가 생긴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받쳐 들고 보지를 빨다가 똥구멍까지 빨고, 찔러댔다. 그녀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보지에서는 연신 시큼한 액체를 흘려대고 있었다. 하지만 내겐 너무나 달콤한 액체였다. 상인의 보지 맛은 너무나 달콤했고, 나를 미치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미 내 입 주변과 코는 상인이 흘린 액체가 묻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움찔거리는 똥구멍을 빨며 손가락을 상인의 보지 속으로 넣자, 그녀가 고양이 같은 소리를 내 질렀다. 보지에선 액체가 흘러나와 내 손을 적셨고, 상인은 두 다리를 자기 손으로 잡고 버텼다. 손가락이 움직이며 찌걱거리는 소리를 냈고, 내가 엉덩이를 혀로 찔러대면 상인이 그 섹시한 발을 오므리면서 코 소리를 요란히 내며 숨을 헐떡거렸다. 내 얼굴 옆에서 꼼지락거리는 상인의 발가락을 입으로 물고 쭉, 쭉 빨아대다가 혀로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누비며 빨고 또 빨아댔다.
“아응!~ 아으응!~~~ 어머, 어떡해!~~흐응!~~흐응!~~하으으으응!~~~”
요란한 소리와 함께 허리를 들썩이던 상인이 보지의 근육으로 내 손가락을 조이는가 싶더니 갑자기 오줌 같은 액체를 뿜어댔다. 너무나 신기한 모습이었다. 내 손은 액체로 번들거렸고 그 모습에 눈이 뒤집힌 나는 상인의 똥구멍을 빨고, 찌르다가 클리토리스를 물고 빨아댔다.
“허으응!~ 자기야!~~빨리!~~ 아!~~하앙!~넣어줘!~~못 참겠어!~흐응!~~ 나 어떡해!~~아!~~흐으응!~~~”
상인의 말에 난 그녀의 보지 속에서 손가락을 꺼냈고, 그녀는 자신의 두 다리를 손으로 잡고 더욱 활짝 벌렸다. 내 정면으로 액체가 묻어 번들거리는 상인의 보지 살이 움찔거리는 것이 보였다. 난 내 자지 대가리를 그녀의 보지 살에 비비다가 쑤욱!~ 안으로 들이밀었다.
“아!~~ 흐응!~ 흐응!~~하아아아아앙!~~”
보지 살을 가르고 내 자지가 상인의 보지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가자, 그녀가 상체를 둥글게 말아 내 허리를 잡고 매달리듯 안겨왔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내 젖꼭지를 빨고 깨물어대기 시작했다. 내 자지를 조이는 상인의 보지 근육의 움직임과 함께 그녀가 젖꼭지를 빨아대자, 눈앞이 캄캄해졌고 온몸이 찌릿 거리는 것이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 같았다. 내 젖꼭지가 나의 성감대라는 것은 오늘 처음 알았다.
난 그녀의 두 다리를 어깨에 올리고 미친 듯이 좆 질을 했고, 상인은 짐승 같은 비명소리를 내 질렀다. 찌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와 상인이 내 뱉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고 침대에서도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하앙!~~하!~~ 우으으으응!~~~ 후응!~ 우응!~~아!~~”
신음소리를 내는 상인을 보며 눈이 뒤집힌 나는 미친 듯이 좆 질을 했고, 그 힘에 점점 상인이 밀려가 움직였다. 그러면 또 나는 더욱 좆 질을 했고, 상인은 밀려나지 않기 위해 침대 끝을 잡고 버티며 자기 엉덩이를 내 쪽으로 밀어댔다.
상인의 다리를 내리고 그녀를 옆으로 튼 뒤, 다리 사이로 들어가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잡고 주무르며 좆 질을 하다가, 다시 그녀의 한쪽 다리를 올리고 발가락을 입에 물고 빨아댔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본능적으로 엉덩이를 움직였고, 난 삽입된 상태에서 하복부에 닿는 상인의 엉덩이 맛에 취해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 같은 것을 겨우 참았다.
“후우!~~ 하아아?~ 하아아!~~했어요?...형이랑...?”
내가 움직임을 멈추고 상인에게 묻자, 그녀가 흥분한 얼굴로 이마에서 땀을 흘리며 신음소리를 내 뱉다가 나를 쳐다보았다. 상인의 눈빛은 내 속을 훤히 다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다리를 풀고 상체를 세우고는 나를 밀어 침대에 뉘였다. 그리고 위로 올라와 내 가슴에 손을 대고 나를 내려다보았다.
“하아!~~ ...!...안 했어...아직, 안 했어...!”
상인은 나를 내려다보며 달래듯 그렇게 말하고는 내 입에 키스를 하며 엉덩이를 지분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허리 움직임에 또 다시 찌걱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상인은 내 젖가슴에 두 손을 대고 신음소리를 내며 숨을 몰아쉬었다. 내 눈으로 그녀의 젖가슴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고, 뱃살의 움직임과 함께 그녀의 보지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허연 액체를 묻히고 나오는 내 자지가 보였다.
“하?~~하아아?~~후우!~~ 사, 사랑해요?...절 사랑해요, 형수?”
“흐으응!~~아!~~사랑해 태복씨!~~흐으으응~! 사랑해!~~”
나는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 그녀를 안은 뒤 흔들리는 그녀의 젖가슴을 입에 물고 빨아댔다. 상인은 한 손으로 내 뒤통수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침대에 받친 뒤 익숙한 동작으로 자신의 엉덩이를 내게 밀어왔다. 나는 마치 그녀의 아기처럼 젖을 물고 빨아대며, 손으로는 다른 젖가슴을 주물렀다.
“하읔!~~아!~~ 여보라고!~~여보라고 불러 봐요!~~흐읔!~~하아!~”
내 말에 상인이 더욱 미친 듯이 엉덩이를 지분거리며 신음을 내 뱉었고, 찌걱대는 소리와 침대의 삐걱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아!~~ 하으응!~~여보!~~~아응~ 아응!~~흐응!~~흐으으응!~~~여보, 사랑해!~~으으으응!~~”
상인은 그 말과 함께 갑자기 몸을 경직시키더니 오줌 같은 물을 뿜었고, 내 자지와 그 주변이 뜨끈해졌다. 눈이 뒤집힐 정도의 쾌감이 밀려와 나도 모르게 상인을 밀어서 누인 뒤 그녀의 한쪽다리를 들고 좆 질을 해댔다. 그러자 상인이 두 손으로 자기 다리를 잡고 더욱 벌렸고, 난 좆 질을 하면서 그녀의 젖가슴을 빨고 깨물어댔다.
그때였다. 열린 창문 사이로 건너편 주인집 창문에 누군가가 있는 모습이 보였다. 좆 질을 하면서 살펴보니 불이 꺼진 채였지만, 밖에서 오는 불 빛 때문인지 실루엣이 보였다. 그리고 창문이 조금 열린 곳으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 누구지? 광호인가?
“아!~ 여보!~~으응!~~쭉!~~쭈욱!~~하아!~~쩌업!~~쩌업~”
상인이 또 다시 상체를 웅크리고 내게 안겨서 내 젖꼭지를 물고 빨아대자,
눈앞에 불이 번쩍했고, 머리는 캄캄해져서 눈이 뒤집혀버리고 말았다. 엄청난 쾌감이 내 온몸을 감싸고 돌아왔고, 난 그만 울컥, 울컥 상인의 보지에 정액을 뿜어댔고, 계속 미친 듯이 좆 질을 했다. 상인은 신음소리를 내 지르며 나를 껴안고 내 귀를 빨아대며 역시, 엉덩이를 지분거렸다. 황홀감에 빠진 채로 주인집 창문을 보자, 누군가 황급히 그 방을 떠나버렸다.
누군가 보고 있다는 상황에 난 엄청난 쾌감이 다시 또 밀려와 남아있는 정액마저, 상인의 보지 속에 토해냈고, 상인은 두 다리로 내 몸을 칭칭 감은 채로 꽉 끌어안고는 미친 듯이 내 입을 빨아대며 몸을 비볐다.
“흐응!~쭈욱!~하아!~~아!~여보!~~흐응!~~사랑해, 여보~~으응!~~아!~”
난 황홀감에 젖어 상인의 몸 위에서 내려와 침대에 대자로 누웠고, 그녀도 숨을 헐떡이며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로 아찔한 쾌감이었고, 온 몸이 나른했지만 그 느낌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러면서 창문에서 나와 상인의 섹스를 본 사람이 누구인지가 궁금해졌다.
“자기...! ...자긴 정말, 최고야!~~나 오르가즘 엄청 느꼈어!...후우!~”
상인이 내 품에 안겨서 젖꼭지를 만지며 그렇게 말했다. 그녀를 보니 아직도 쾌감에 젖은 얼굴이었고, 흥분이 가시지 않은 것 같았다. 여자는 남자가 느끼는 쾌감보다 천배정도가 크고, 오래간다고 하더니 정말로 그런 것 같았다. 상인은 아직도 숨을 몰아쉬며 내 몸에 안긴 채 몸을 비벼대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자 여자로 태어나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나도 엄청난 쾌감을 느끼기는 했지만 사정하는 그 순간에 집중된 것이었고, 또 오래 지속되지도 않았다. 이런 느낌이 오래 지속된다면 남자들이 다른 여자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생각해, 자기야?”
“자기 생각...!...”
내 말에 상인은 코맹맹이 소리까지 내며 내 입을 빨고, 내 자지를 주물러댔다. 상인은 이제 삼촌이란 호칭보다는 자기라는 호칭을 더 사용하고 있었다. 기분이 묘했지만 난 그것이 싫지 않았고, 상인과의 사이가 더 가까운 것 같아서 좋았다. 남자가 섹스를 하는 이유는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완벽하게 이 여자를 소유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하지만 상인은 내 소유가 아니었다. 광호의 소유였다. 결국, 여자를 완벽하게 내 소유로 만드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 것 같았다.
상인과 껴안고 알몸을 비비고 있을 때, 내 핸드폰이 울렸다. 광호였다.
<뭐하노 인마야!~ 다시 온다더만!~ 빨리 와라~ 여기 행님하고, 니 기달리고 안 있나!~>
광호는 어느 새 주인남자를 형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주인집으로 가야했다. 상인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침대에서 일어났고, 나는 상인과 함께 가볍게 샤워를 한 뒤 옷을 입고 내 방을 나왔다. 상인은 웃으며 자기 집으로 들어갔고, 난 다시 주인집으로 향했다.
“이게 우리 마누라가 그린 거라네. 자네가 보기엔 어떤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주인남자는 주인여자의 스케치북을 들이밀고 보여주었다. 주인여자는 얼굴을 붉히며 남편을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주인여자의 소묘실력은 제법이었다. 대체로 성인이 되어서 무언가의 기초를 제대로 연마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제일 재미없는 것이 기초였기 때문이었다.
양도 엄청 많았고, 무엇보다 그 재미없는 연필소묘를 너무나 진지하게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독학으로 이렇게까지 했는지 놀랄 정도였다.
예전 천 선생 화실에 나오던 아줌마들도 연필로 하는 소묘는 질색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간단하게 스케치를 하는 법만 가르쳐 주었고, 바로 물감을 사용하게 했다. 그러다보니 아줌마들은 혼자서 스스로가 생각한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고, 천 선생이 손을 대주기 일쑤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신들도 알 수 없는 형상을 만들어 대면서 추상화라고 말했고, 그런 그림을 전시회를 통해서 남들에게 자랑을 했다. 그들은 그것이 그림이고, 예술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도 그것을 그렇게 생각해야만 했다.
“노력을 많이 하셨네요. 상당한 실력입니다. 이 정도 수준이시라면...화폭에 담으셔도 되겠는데요?”
내 말에 주인여자가 더욱 얼굴을 붉혔고, 주인남자와 광호가 호들갑스럽게 웃었지만 내 말이 과장됐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난 남의 그림을 말 할 때 한 번도 과장되거나 빈 말로 기분 좋게 한 적이 없었다. 아예 말을 안 하면 안 했지, 맞춰주는 그런 말은 해 본적이 없었다. 그런 내 앞에서 광호와 주인남자가 그런 뉘앙스로 말을 하니, 자존심이 확 상해버렸다.
“죄송하지만...혹시, 먹물 있으십니까?”
갑작스런 내 물음에 주인여자와 함께 광호와 주인남자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주인여자는 나를 보다가 이내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은 내 방, 바로 앞에 있는 그 문제의 방이었다. 그렇다면 저 방은 주인여자의 작업실인가?
주인여자는 화방에서 파는 먹물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상 위에는 흰색 플라스틱 접시에 일회용 비닐이 덮여진 채 생굴이 있었다. 나는 남은 굴을 모두 집어먹은 뒤 비닐을 벗기고 접시를 바닥에 놓고, 먹물을 따라 부었다. 세 사람은 도대체 내가 뭘 하는지 궁금한 얼굴로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않고 있었다.
나는 다시, 상 위에 있는 내가 쓰던 나무젓가락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음식이 묻은 부분을 집고 위 머리의 넓은 부분을 먹물에 묻혀서 드로잉을 할 작정이었다.
“죄송하지만, 사모님. 잠시만 그렇게 계셔보세요...”
주인여자는 광호와 주인남자와는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호기심이 아니라 분명 기대감이었다. 난 온 신경을 집중했다. 술을 마셨지만 내 근육들은 금방,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모드로 전환되었고, 시야에 들어온 주인여자의 동세를 파악한 뒤 흰색의 스케치북에 먹물을 찍은 나무젓가락을 움직여댔다.
스케치북은 화선지와 달라서 번짐이 없었기 때문에 맛을 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이미 번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무젓가락의 질감에 의지한 채 강, 중, 약과 선의 굵기에만 집중하면 그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채 5분이되기도 전에 선의 맛을 살린 주인여자의 드로잉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반응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광호와 주인남자가 기대한 것은 얼마나 주인여자와 닮았냐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주인남자와 광호는 의례적인 칭찬을 한 뒤, 술을 마셨지만 주인여자는 내 그림을 보고 상당한 충격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젓가락으로도 이런 표현이 가능하군요...”
주인여자의 소묘가 나의 욕구를 끄집어냈는데, 오히려 내 드로잉이 주인여자의 욕구를 더 부추긴 듯 했다.
“이제...사모님만의 그림을 그리셔도 됩니다...”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오고 말았다. 미대를 졸업한 나도 하고 있지 못하는 주제에 누가 누구보고 작업을 하라, 마라하는 것인지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내 말에 주인여자가 나를 빤히 쳐다봤고, 나는 다시 광호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주인남자는 껄껄 웃으며 내 잔을 채워줬고, 우리는 건배를 했다.
곱게 늙는 다는 것은 주인 부부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주인여자도 고왔지만, 주인남자도 건강해보였고 나이에 비해 피부가 말끔했다.
주인여자는 스케치북을 들고 일어났다. 그녀가 걸어가면서 치마가 움직이자 그녀의 종아리와 맨 발이 들어나 보였다. 앙증맞은 주인여자의 발은 너무나 깨끗했다. 아줌마들은 보통 뒤꿈치에 각질이 있고, 갈라지기까지 했는데 주인여자의 발은 아이들의 발처럼 깨끗하고 고왔다. 내 그림을 보면서 문제의 그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주인여자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방금 전에 상인과 뼈와 살이 타들어가는 것 같은 섹스를 했음에도 난 또다시 발기하고 말았다.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나는 점점 무언가에 빠져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동안엔 다른 여자들의 몸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마치 고자처럼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상인을 시작으로 내 주변에 있는 여자들의 몸이 내 눈에 가득 들어왔고, 미칠 것처럼 육체가 반응했다. 그리고 이제는 주변 여자들과의 섹스를 꿈꾸고 있었고, 그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게 느껴졌다. 이틀 전만해도 상상도 하지 못하던 일을 나는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전화할 때만해도 상인은 내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그녀가 조금 멀게 느껴졌다. 다른 남자의 아내였고,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내 머리 깊숙이 들어와 정신이 번쩍 들게 하고 말았다. 순간이나마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소유하려고 했었다. 내 여자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던 인영을 다른 남자에게 빼앗긴 주제에 남의 여자를 내 여자라고 착각하다가 보기 좋게 한 방 맞고 만 것이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았는지 나는 광호의 중국집으로 달려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주방에서 광호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광호는 이사를 하면서 그 아파트 근처에 차이니즈 레스토랑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는 3년 전부터 다른 종업원 두 명을 가혹하다시피 훈련을 시키고 있었고, 지금은 모두들 잘 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광호에게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20분 쯤 지나자 광호가 하얀 짬뽕과 빨간 짬뽕을 들고 안으로 들어와 상에 내려놓고, 내 앞에 앉았다. 기분이 좀 그렇긴 했지만 하얀 짬뽕을 보자 식욕이 돌았다. 내가 국물 맛을 본 뒤 면발을 잡고 맛있게 먹기 시작하자, 광호가 웃으며 자신도 먹기 시작했다.
“그기, 그리 맛있나?...”
“후루룩!~~하아!~ 예, 너무 맛있어요, 형.”
“그 자석 하고는...후루룩!~ 하아!~~난 이기 좋다!~~뭐라 해도 조선 놈들에겐 이, 빨간 짬뽕이 제격인기라!~”
한 동안 나와 광호는 아무 말 없이 짬뽕을 먹었다. 뜨거운 것을 먹어서 그런지 나와 광호의 이마엔 땀이 흘러내렸다.
“니...상인이 보고 시퍼, 왔제?...후루룩!~~후룩!~~”
“...후루루룩!~~ 하아!~~...예...”
“하하하!~ 이 자슥!~~ 하하하!~~ 그리 좋나?...”
“... ...”
광호는 짬뽕을 다 먹고는 물을 입에 물고 삼켰다. 그리고는 한 동안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래...당연한기라...하모, 당연한 기제!~~하하하!~”
지금 내가 뭐하고 있나 싶었다. 상인은 광호의 여자였다. 그런데 그 여자의 남편에게 노골적으로 이래도 되나 싶었다. 더군다나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달려간 상황에서 이렇게 욕망을 들이대는 나 자신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태복아...그기 말이다...내도 오래산거는 아이지만 서도 말이다...흐음...!...여자는 돈과 비슷한기다...!...”
“...돈...이요?...”
“그래...!...돈!...내가 칠락~ 팔락!~~살 땐 말이다...발정 걸린 수캐 맨치로 돈을 무지 쫓아다녀 삔기라!~ 근디, 돈이 쫓는다고 내게 오나? 안 온다!~ 돈을 ?으면, 돈은 도망 가삐는 기라!~~”
도대체 광호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 내사 마!~~일을 안 했나? 죽자고 일에 매달리니!~~ 돈이 들오는 기라~~! 웃기제?~ 흐음...!~~ ...근디, 여자도 마찬가지인기라...태복아야...여자, ?지 말거래이~... 가스나가 저절로 오게 만들어야 안 카나? 하하하!~~”
오래전부터 들었던 것 같은 얘기이지만 광호의 말이어서 그런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광호가 나와 상인의 섹스를 허락한 것은 단순한 욕구 때문이 아니었나? 도대체 광호의 생각을 알 수가 없었다.
광호의 가게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밖에서는 찬거리를 팔러 온 트럭장사꾼의 희한한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지만, 내 방 안은 너무나 적막하게 느껴졌다. 그 적막함과 혼란스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나는 빨래바구니를 들고 세탁실로 내려갔다. 대체로 원룸엔 공동세탁기가 있었는데, 보통은 중간층의 복도 끝에 있었다. 하지만 내가 사는 원룸은 특이했다. 아예, 2층 첫 번째 방을 통째로 세탁실로 해 버렸다.
그 방이 나가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주인집 사람들이 개념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빨래를 하는 입장에서는 편한 것이 많았다. 이곳에 내려 온지 얼마 안됐을 때는 학원 일에 집중하느라 빨래방을 이용했지만, 이제는 이렇게 직접 빨래를 하고 있었다. 이 시간엔 원룸에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한 번도 사람들과 마주친 적이 없었다. 거짓말 같지만 3년이나 이곳에 살았으면서도 광호부부를 빼고는 기억나는 사람들이 없었다.
세탁기에 빨래를 넣으려고 하다가 멈췄다. 안에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손을 넣어 꺼내보니 여자팬티였다. 갑자기 그 팬티를 보자 웃음이 나와 버렸다. 나는 그 팬티를 옆에 있는 빨래걸이에 널어놓은 뒤, 내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세제를 푼 다음 시간을 조정했다. 세탁기는 소리를 내며 돌기 시작했고 난 그 모습을 보다가 세탁실을 나왔다.
난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기대고 앉아 책을 보면서 시간을 기다리다가 한 시간이 조금 넘어서 다시 세탁실로 내려가는데, 조금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알았어요!~ 더러워서, 참 내!~”
고개를 돌려보니 204호 앞에 주인아줌마가 서있었고, 그 집 남자가 문을 손으로 잡고 반쯤 연 채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주인아줌마는 그 남자의 고함소리에도 묵묵히 듣기만 하고 있었다.
“그 까짓것 얼마나 된다고!~ 주면되잖아요!~ 원 룸이 여기밖에 없는 줄 알아!~~”
덩지도 크고 꼭 산 도적같이 생긴 남자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문을 쾅!~ 닫아버렸고, 아줌마는 한 참을 가만히 서 있다가 몸을 돌려서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러다가 나를 본 그녀가 조금 당황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아, 안녕하세요...”
상황이 묘해서 난 멋쩍게 인사를 했고, 그녀도 상기된 얼굴로 내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한 뒤 밑으로 내려갔다. 처음 계약하러 왔을 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주인여자는 곱게 나이를 먹은 것이 기품 있고 조신해보였다. 아담한 키에 동글동글한 얼굴이 탤런트 고두심을 꼭 빼닮았고, 분위기도 비슷했다.
근 3년을 살면서 한 번도 이런 상황을 본 적은 없었는데, 살다보니 별 꼴을 다보고 말았다. 나이 먹어서 이렇게 원룸 두 채를 갖고 사는 것도 편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빨래를 꺼내 들고 와 방 안에 널고 보니 좁은 방이 더 좁아보였다. 아무래도 다시, 빨래방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으로 출근해 원장실로 들어가니 정 원장이 유정 옆에 서서 컴퓨터를 보면서 대화를 나누다가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내가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소파에 앉자, 정 원장이 내 앞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장 선생, 커피?...”
유정은 나만 보면 커피를 타주고 싶은 모양인지 항상 물어봤다. 난 사실 원두커피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 집에서도 그냥 국산커피를 타서 마시는 정도였다.
“예, 좋죠...”
“나도 한 잔 마시자...!”
나와 정 원장이 말하자, 유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유정은 어제는 은색의 정장이었는데, 오늘은 검은 색 원피스를 입고, 허리에 굵은 혁대 같은 것을 해서 몸 매가 타이트하게 들어났고, 스타킹은 엷게 살이 비치는 흰색이었다.
“장 선생이 만든 주임들 휴가기획안 말이야, 그거 이달 내로 실행하기로 했네. 그동안 학교장이다, 의원들이다 뭐다 만나러 다니면서 강사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역시, 장 선생은 빈틈이 없구만...”
“강사들이 좋아하겠네요. 다행입니다, 원장님...참, 길 원장님은 잘 계시죠?”
유정이 커피 잔을 들고 와 정 원장과 내 앞에 내려 주었다. 그녀의 몸에선 묘한 향수냄새가 났는데, 그것 때문인지 다시 돌아서서 걸어가는 유정의 뒷모습이 너무나 섹시해보였다. 유정은 자기 잔에 커피를 담아 들고는 다시 걸어와 정 원장 옆에 앉았다.
“여보!~ 나랑 장 선생도 휴가 좀 주라...!...우리는 뭐 기계야?”
“허허, 이 사람도 참!~~”
“안 그래요, 장 선생?”
그러고 보니 난 지난 3년 간 한번도 학원을 벗어나본 적이 없었다. 금요일 까지만 일하고 주말에는 쉬었기 때문에 특별히 학원에 얽매여서 지낸 것이란 느낌은 없었지만 막상, 학원과 이 지역에서만 맴 돌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유정과 정 원장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 원장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기존 주임들의 반란 사건도 겪었고, 또 홍대 근처의 어떤 대형미술학원의 원장부부가 외국여행을 나갔을 때, 그 학원의 강사가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 40여명을 데리고 나가 근처에다가 학원을 차린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일은 전국의 미술학원들도 모두 알았고, 각 학원의 원장들은 심한 충격을 받았다. 정 원장이야 내 덕분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아직도 기존 주임들이 학원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정 원장은 학원에 자신이나 나, 둘 중 하나는 꼭 남기를 바랄 정도로 트라우마가 심했다. 유정도 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체계를 잡은 지금은 조금 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장 선생도 휴가가고 싶어요?...”
“허이구!~ 이이도 참나!~ 아니 그럼 젊은 사람이 이런 시골에 처박혀 사는 게 답답하지 않겠어?”
잘 못하면 부부싸움이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기가 곤란했다. 정 원장은 유정을 살짝 흘겨보다가 한숨을 내 쉬고는 소파에 기대 팔짱을 꼈다.
“좋아, 이 달 안으로 장 선생과 당신 휴가도 해결하는 것으로 하자... 됐지?”
정 원장의 말에 유정이 보조개를 만들며 귀엽게 웃었고, 나도 미소를 지었다. 그런 유정을 보던 정 원장이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고 말았다.
주임강사들과의 회의 시간에 휴가 안건을 발표하자, 환호성을 지르며 난리가 벌어졌다. 그들은 이제 각자의 스케줄을 잡아 다음주부터 한 사람씩 3박 4일의 여행을 다녀올 것이었다. 물론, 장소는 각자가 정했고 모든 경비는 학원에서 부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장 먼저 휴가를 가야하는 것은 나로 결정되고 말았다. 강사들이 장소를 결정하는 시간이 짧다고 불평을 해서, 휴가에 대한 특별한 의식이 없는 내가 먼저 떠나는 것으로 강사들의 시간을 벌어 준 것이었다.
그나저나 오늘은 금요일이었다. 월요일부터 휴가니까 주말까지 합해서 근 일주일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지만 딱히 뭘 해야 좋을지 몰랐다. 외국 여행에 대한 동경도 없었기 때문에 긴 휴가기간 동안 뭘 해야 할지 막막했다.
8시부터 20분간의 휴식시간이 되자, 학원생들이 모두 개미떼처럼 학원을 몰려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녀석들은 한창때라 그런지 끊임없이 먹어댔다. 2년 전만해도 학원 근처엔 변변한 식당조차 없었고, 10층짜리 학원 빌딩 안에도 빈곳이 태반이어서 너무나 썰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학원빌딩엔 분식코너와 마트까지 들어와 있었고, 화방과 함께 서점도 있었다. 확실한 것은 잘 몰랐지만 정 원장은 지역유지들과 친분을 쌓더니 제 작년에 이 빌딩을 인수했고, 이런 식으로 학원을 꾸몄다.
나도 내 사무실에서 주임들이 올린 학생들의 상황을 체크하다가, 잠시 의자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이것저것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인터폰이 울렸다.
<장 선생님, 원장님 호출입니다. 학부형 상담이요!~>
“네, 알겠습니다!~”
정 원장이 혼자서 상담을 하면 되는데도 그는 상담할 때마다 자꾸 나를 자리에 끼게 했다. 유정이 학부형 상담을 질색해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자신이 없을 때 내가 이곳에 원장이라는 사실을 각인 기키기 위해서 그런 것 같았다. 원장실로가 그 안에 있는 상담실로 들어가니, 차림새가 고급스럽고 우아해 보이는 부부가 앉아서 정 원장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 부부의 옆에는 교복을 입고 있는 여자애가 앉아있었다.
난 인사를 하고 정 원장 옆에 앉았다. 정 원장에게 얘기를 듣고 보니 조금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상담 온 여학생은 현재 고3으로 자연계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생각만큼 점수가 잘 나오지 않자 미대 입시로 튼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목표대학은 서울대였고 최하가 홍대라고 했다. 입시 미술학원에서는 이런 어이없는 일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었다.
인문계나 자연계에서는 부족한 점수지만 예, 체능 계에서는 어마어마한 점수이기 때문에 합격하는 것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단순하게 결정을 하고 오는 학생들은 거의 백 프로 죽도 밥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해보지 않던 것을 다른 학생들보다 늦었다는 생각에 ?기면서 준비해야하니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었고, 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수능점수의 추락으로 이어졌다.
그러면 이런 학생들은 또 조급한 마음에 그림을 등한시하고 공부에 매달리면서 그림에 손을 놓는다. 그렇게 되면 그림은 진도가 나가지 않고 학생 스스로가 다른 학생들의 그림을 보면서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 이런 학생은 학교에서는 그림 걱정을 하고, 미술학원에서는 수능 걱정을 하는 상황으로 진행되는데, 이렇게 되면 그림과 수능 모두 놓치게 되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림을 좋아해서 시작하는 학생들도 그 단순한 기술을 익히고, 수능까지 함께 준비해야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10년 전만해도 미대 입시생들의 성적이 평균적으로 나빴었지만, 요즘은 공부를 잘 하는 친구들도 고1때부터 미대입시를 준비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수능 성적이 높아졌고, 이런 식으로 입시를 치른다고 유리할 것이 없었다.
정 원장이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해하지 못해서 나는 그 동안 서울대를 간 학생들의 성적 데이터를 모니터에 띄웠다. 사실, 지금 이 여학생의 성적은 작년에 서울대 미대에 합격한 학생들보다도 나을 것이 없었다. 여학생의 학부형은 합격생들의 성적을 확인하고는 표정이 굳어져 버렸다.
“그럼...우리 애는 미대에 갈 수가 없는 건가요?”
참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4년 제 대학을 나온 부부였지만 자식의 문제여서 그런지 이성적인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미대에 갈 수 있느냐, 갈 수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여학생이 과연 그림을 좋아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대한 문제였다. 특히나 정 원장은 다른 원장들과는 다르게 이런 식으로 미대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싫어했고, 유정은 이런 학부형들 때문에 상담이라면 질색을 하고 있었다. 사실, 정 원장과 유정의 이런 면 때문에 난 두 사람을 좋아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미대에 갈 수 있느냐, 없느냐 보다는 우선, 자녀분이 왜 미대에 가야하는지를 먼저 생각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애가요...어려서부터 미술에 소질이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초등학교 때 실기대회에서 상도 많이 타고 했거든요.”
정 원장이 안타까운 마음에 말하자, 여학생의 엄마가 반박하듯 대답했다. 정말, 착각도 이런 착각이 없었다. 현재, 초등학교 중학교를 필두로 한 미술대회란 것은 미대입시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런 대회엔 학생이 다니는 학원의 강사들이 총 출동해서 거의 90프로 이상 손을 대주는 허접한 대회 아닌가? 한마디로 동네 축구와 월드컵 축구를 비교하는 것이었고, 초등학교 때 축구를 잘하다가 그만둔 학생이 월드컵 대표에 뽑힐 수 있다고 믿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정 원장이 난처한 얼굴로 나를 바라봐서 어쩔 수 없이 나도 한 마디를 했다.
“안타깝네요. 어릴 때의 재능을 좀 더 꾸준히 발전시켜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저기...다른 학원에서는 우리 애가 갈 수 있다던데요...?”
아무래도 이 부부는 우리학원에 오기 전에 다른 학원에서 상담을 받은 모양이었다.
“홍대하고...서울대를 보낼 수 있다고 했나요?”
정 원장이 당황해서 물었다.
“예...서울대, 홍대도 가능하고...이대는 충분하다고 했어요...”
기가 막혔다. 아무리 돈이 궁해도 해야 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이 있었다. 아무리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막장, 입시공화국이어도 어찌 이럴 수가 있는지 답답했다. 현재, 이 여학생은 홍대와 서울대는 불가능했고, 국민대나 건대등의 발상과 표현이라는 실기전형을 보는 디자인과는 가능성이 50프로 정도는 있었다. 발상과 표현이란 과목의 특성상 얻어걸리는 경우가 많아서 의외로 경력이 짧은 학생들이 합격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곤 했기 때문이었다.
“혹시...홍대 비 실기 전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 예, 예...맞습니다. 우리 애는 성적이 높아서 그 쪽이 훨씬 유리하다더군요...예술학관과 뭔가...”
갈수록 첩첩산중이었다.
“2010학년도부터 홍대에서는 500명 정원 중, 17프로의 학생을 실기 없이 선발합니다. 물론, 말씀하신 예술학과는 비실기로 뽑고요...헌데, 죄송하지만 자녀분의 점수는 생각하시는 것보다 높지 않습니다.”
나는 서울 본원에서 비실기로 홍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성적과 지금 우리학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의 성적 데이터도 보여주었다. 부부는 내가 보여준 데이터를 보고 입을 다물었고, 여학생은 고개를 숙였다. 이런 상담을 할 때가 가장 기분이 더러웠다. 그렇다고 동종업계의 사람들을 욕 할 수도 없고, 학부형들은 이해시키기가 어렵고 해서 너무나 난처했다.
“죄송하지만 왜 서울대, 홍대, 이대만을 고집하시는 거죠? 요즘은 국민대를 필두로 해서 새롭게 디자인이 강한 건대 등의 학교도...”
“개나 소나 다 가는 대학에 가봐야 누가 알아주겠습니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편이 말했다. 이제는 더 이상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이 부부는 그림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미술대학에 대한 아무 지식도 없는데다가 딸의 장래에 대해 너무 간섭하고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 사회는 부모들이 자식을 기다려 줄 수 없게끔 만들고 있었고, 교육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손쉽게 이용하면서 착취에 가까운 돈을 긁어 들이고 있었다.
사실, 보통의 학원에서는 무조건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 학생이 5월부터 다닌다면, 10월까지 5개월...200만원의 수강료를 낼 것이었고, 겨울 특강 비까지 하면 이 학생 한명으로 500만원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학생들의 비율도 꽤 높았기 때문에 이익집단인 학원이 포기할 필요가 없었다. 더군다나 이런 학생들은 떨어져봐야 스스로가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아쉬움에서 재수를 하며 그 학원에 또 다닐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학원으로서는 이중으로 좋은 일이니 이런 식으로 상담할 필요는 전혀 없는 일이었다.
나도 운영을 하는 입장에서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정 원장은 고지식한 사람이어서 그런 식으로 애들을 받지 않았다. 난 너무나 답답했지만 그런 정 원장과 유정이 좋았다. 그래서 이들과 함께 그렇게 고락을 마다하지 않았을 지도 몰랐다.
“갑시다...!”
여자가 남편의 큰소리에 당황해, 나와 정 원장을 번갈아 바라봤고, 딸을 보며 안절부절 했다.
“아니, 보낼 실력이 안 되면 안 된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되는 거지, 뭘 그리 구구절절 말이 많습니까? 학원이 여기밖에 없어요? 참 나, 그래봐야 시골 촌 동네에서 학원이나 하는 주제에...!”
“아니, 이이가 갑자기 왜 그래요?!...”
“내 말이 틀렸어?! 결국, 자기들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잖아! 당신들이 그러고도 선생이야!? 쓰레기 같은 자식들! 탈세나 해쳐먹고 사는 것들이...!”
남편이 인상을 구기며 말하다가 딸의 손을 잡아끌고 상담실을 나가버렸다. 여자는 그런 남편을 보다가 황망한 듯 정 원장과 나를 보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하더니 죄인처럼 상담실을 나갔다.
탈세를 해먹다니... 무슨 소리지? 나는 이곳에 내려올 때 정 원장과 유정에게 조건을 내세운 것이 탈세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서울 길 원장도 내 말 안 듣다가 걸려서 오히려 엄청난 세금을 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흔쾌히 승낙했고, 나도 매 달 장부를 확인했지만 탈세의 흔적은 없었다. 아무래도 이 학원에서 나간 황선생의 학원에서 저 부부가 상담을 받았고, 황선생이 상한 소리를 한 모양이었다.
오늘따라 이상한 꼴을 많이 보고 있었다. 낮에는 주인아줌마가 이런 비슷한 상황을 겪더니 밤에는 내가 당하고 있었다.
"씨발...! ...이 놈의 짓을 때려 치든가 해야지 원...!“
정 원장과 유정은 학원 일을 좋아하지 않았다. 디자인 회사를 하면서 빚진 돈을 갚느라 억지로 했던 것이 여기까지 온 것이었는데, 이제는 빚도 없고 또 이 빌딩도 자신들의 소유였기 때문인지, 두 사람 모두 전과 다르게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모양이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세상 참 만만한 일이 없었다.
정 원장과 나는 학원 옥상으로 올라가 담배를 피워 물었다. 나와 정 원장은 4개월 정도 담배를 끊었었는데, 요즘 들어 다시 피우고 있었다.
“자네 방법을 썼어야 하는 건가?...후우!~~ 이런 상담을 할 때마다 헛갈려...뭐가 옳은 일인지 말이야...”
상담한 학생을 대학에 보낼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각 미술 대학에서 어떠한 실기전형을 만들더라도 빈틈이 나기 마련이었다. 애초에 학생들의 재능을 보자는 시험이 아니라, 그냥 모두 형식적인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빈틈이 적어서 강사들이 틈새를 공략하기 어려운 실기전형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학교는 서울대와 한예종 뿐이었다.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홍대에서 실기를 없앤다는 말이 나온 것이었지만 이것도 그렇게 좋아보이진 않았다.
실기비중을 없애면 학생부나 수능의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미대입시는 사라지고, 인문계나 자연계 입시 같은 흐름이 형성 될 것이었고, 미술학원에서 가져가던 이익이 수능 학원으로 옮겨가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만약, 홍대에서 미술 실기대회 입상실적까지 요구한다면 홍대를 지원하는 학생들은 3중고에 빠질 것이었다.
내게 합리적인 대안이 있는가라고 물어본다면 난 없다고 말 할 수밖에는 없었다. 한번도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해본적도 없고, 기존방식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은 더더군다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도 그렇고, 교수들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내가 왜 신경 써야 하는가? 난 그저 일개 미술학원의 강사일 뿐인데 말이다.
“장 선생...후우!~~~ 나 때문에 힘들지?...”
“아닙니다, 원장님. 별말씀을 요...”
“자네 맘 다 아네...내가 고지식해서 말이야...후우!~~”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나도 담배 연기만 길게 빨아들였다.
“하하하!~ 나도 한 대만 주라!~”
유정이 옥상으로 올라오며 말했고, 정 원장은 그런 유정을 보다가 담배를 꺼내 주었다. 담배를 피워 문 유정이 연기를 빨아들였다가, 길게 내 뿜었다. 우리가 내 뿜는 연기는 위로 올라가 하늘거리다가 이내 사라져 버렸다.
“햐~! 옛날 생각난다... 자기, 그거 기억나?~”
“뭘?...”
“우리 처음 만난 날 말이야...1학년 때였지? 영원한 미소 조각상 앞에서 담배 피우고 있던 당신에게 내가 한대만 좀 달라니까, 놀라서 당신이 피우던 담배를 떨어뜨린 거 말이야, 하하하!~”
“당연하지!~ 웬 중딩 꼬마가 담배를 달라는 줄 알았으니까!”
“미모의 여자가 달라고 해서 그런 거라더니?...”
“야, 꼬시려면 무슨 말을 못하냐?”
여전히 두 사람은 부부이면서도 친구 같았다. 갑자기 이들도 광호와 상인처럼 그런 것을 느끼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더군다나 아직까지 아이도 없으니 훨씬 더 자유로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유정의 몸으로 시선이 옮겨졌다.
수업을 끝내고 정 원장이 술을 마시자고 했지만, 난 상인이 보고 싶어서 거절하고 집으로 달려갔다. 안으로 들어가 불을 켜보니 내 방엔 아무도 없었다. 난 이상하게 조급한 마음이 들어서 문을 열고 광호의 문 앞에 다가가 노크를 하려다가 말았다. 그렇게 몇 번을 두드리려다가 말기를 반복하고는 이내 포기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설마...애들 있는 대서 섹스를 하지는 않겠지?...아니면...이미, 내 방에서 하고 ...잠이 들었나?...]
왜 그런지 모르게 자꾸만 그것이 궁금하고 신경이 쓰였고, 상인을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다. 침대에 누워 몇 번이나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반복하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려서 깜짝 놀라 침대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어, 이제 들왔나?...니, 이리 좀 온 나. 여기 주인집이데이!...>
갑자기 주인집에서 광호가 전화를 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주인집으로 가보니 두 부부가 거실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난 내게 안기는 상인의 큰 딸을 안아들고는 주인부부에게 인사를 하고 상인 옆에 앉았다. 그녀의 막내딸은 옆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손과 발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 괜찮은 모양이었다.
주인여자가 부엌 쪽에서 생굴을 들고 오며 내게 인사를 했고, 나도 인사를 했다.
“어서 오게 태복이 총각! 옆에 살면서 가끔씩 이렇게 한 잔도 하고 지내야 하는데 말이야, 하하하!~”
주인남자는 시원스럽게 말하고는 내가 앉자마자 소주를 따라주었다. 난 얼른 그것을 받아 마시고는 다시 주인남자에게 잔을 주고 소주를 따라주었다. 주인여자는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은 채 두 다리를 옆으로 놓고 앉는 여성 특유의 자세로 앉아있었다. 50대의 나이에도 저렇게 우아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얼굴엔 주름이 있었지만 그 주름조차도 예뻐 보였고, 나를 보고 웃는 그녀의 눈웃음은 어찌나 예쁜지 내 몸이 녹을 것 같은 섹시미를 내 뿜고 있었다.
상황을 들어보니 낮에 주인여자에게 폭언을 하던 남자가 저녁에 주인남자가 다시 찾아가자, 심하게 행패를 부리는 것을 광호가 막아 준 것이라고 했다. 상황도 그렇고, 또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광호의 가족이 이사를 가니 겸사겸사 술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다.
“하이고!~ 말도 마소!~ 젊은 놈이 으찌나 싸가지가 바가지 맹키로 해 쌌는지!...내사 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심더...!”
“자네 아니었으면 내가 큰 봉변을 당할 뻔 했지 뭔가...좀 편하자고 이 놈의 원룸을 장만한 건데...흐음...이걸 팔아버리던가 해야지 원!...”
두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서도 난 계속 상인을 살폈다. 흰 티에 청 반바지를 입고 있어 상인의 긴 다리는 반으로 접힌 채, 그녀의 엉덩이 옆으로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가끔씩 움직이는 상인의 발을 보자 미치도록 흥분이 밀려왔다. 당장이라도 그녀의 맨 발을 빨고 싶었고, 금방 열기가 올라와 내 자지에 피가 몰렸다.
“자네가 이사할 아파트가 거 뭐냐, ##동 베르디움인가?...흐음..거기 좋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말이야. 괜찮나?”
“저희야, 원룸에만 살았으니까네, 어디든 안 좋겠습니꺼? 널찍~~ 널찍 한게 고마, 운동장이 따로 없습니더...!”
“차암, 두 부부가 그렇게 열심히 살더니, 기어코 집 장만을 했구만! 하하하!~~나도 그 기분 잘 알지!~~축하하네, 축하해!~~”
두 사람은 건배를 했고, 난 멀뚱히 바라보다가 광호와 주인남자가 쳐다봐서 얼른 내 잔을 부딪쳤다.
“요즘 젊은 사람들 말이야! 너무들 힘든 일을 피해서 탈이야! 편한 것만 찾으니 일자리가 넘쳐도 할 게 없잖아!~~ 다, 그 참여정부니 하는 좌파들이 젊은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었다니까!~~흐음!~~”
주인남자의 말에 당황해서, 안주를 먹으며 광호를 쳐다보았다.
“모다, 맞는 말씀입니더...!...요즘 젊은 사람들 너무 편한 것만 찾는 기라예!~~”
광호는 평상시엔 저렇게 말 한 적이 없었다. 평상시 광호의 말은 좌빨이 분명했는데 지금은 주인남자에게 그런 내색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그 뿐 아니라 주인남자의 말을 들으면서도 연신 맞장구를 치면서 함께 빨갱이들을 욕했다. 주인 남자의 말은 정치에 무관심한 내가 들어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 말이었는데, 광호가 저런 반응을 하니 너무나 신기했다.
주인남자는 베르디움으로 이사한다는 광호에게 연신 칭찬을 해댔고, 자신의 직원들과 회식할 때는 꼭 광호의 새로운 가게에서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난 두 사람의 얘기를 들으며 슬쩍 상인의 맨 발을 잡았다. 상인이 살짝 놀라더니 이내 가만히 있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엄청난 흥분이 밀려왔다. 상인의 발은 너무나 따뜻했고, 부드러웠다. 나는 그녀의 발바닥을 주무르다가 발가락사이에 손가락을 넣고 비볐다. 상인은 간지러운지 살짝 몸을 움직였다. 내 자지는 금방이라도 바지를 뚫고 나올 것처럼 흥분한 상태였다. 부드럽고 따뜻한 상인의 발을 주무르며, 그것을 음미하는데 갑자기 상인이 일어났다.
그녀의 반응에 놀란 나는 어쩔 줄 몰라 가만히 있는데, 상인이 막내 딸 쪽으로 걸어가 안아들었다.
“저는 먼저 가서 애들을 좀 재워야겠어요.”
상인이 붉어진 얼굴로 그렇게 말하자, 주인여자가 일어나 다가갔다.
“그래요...애들이 피곤하겠다...”
주인여자와 상인이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주인남자와 광호는 정치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었다. 큰 딸과 막내딸을 데리고 가는 상인을 보며 나는 어째야 좋을지 몰랐다. 화가 났을까? 그녀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주인남자가 계속 내 잔을 채워주며, 뭐라고 얘기를 하는 바람에 타이밍을 맞출 수가 없었다.
“자네가 &&미술학원에 있었나?”
“예...3년 됐습니다.”
“아, 그렇구만!...원장이...거...뭐냐...정...정 원영이지?...햐!~ 그 친구 말이야!~~아주 젊은 사람이 됐더구만!~~하하하!~”
주인남자는 지금 시청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정 원장이 유지들 뿐 아니라 공무원 접대에도 소홀하지 않았던 모양인지 계속 칭찬을 하고 있었다. 정 원장은 내가 이 남자의 원룸에서 살고 있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방을 구하러 돌아다니다가 주차장도 있고, 주변에 공원이 있는 풍경들이 예뻐서 그냥 즉흥적으로 내가 얻은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정 원장은 보증금을 주었고, 또 월세는 매달 내 월급에 포함해서 주고 있었다.
그렇게 주인 남자가 주는 술을 마다하지 못하고 한 시간쯤 버티고 있을 때, 내 핸드폰이 울렸다. 상인이었다. 나는 급한 일이 생긴 것처럼 둘러대고 그곳을 빠져나와 옆 건물인 내 방으로 미친 듯이 뛰어 올라갔다. 안에는 역시 상인이 있었다. 나는 뛰어와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상인은 왠지 모르게 상기된 얼굴로 숨을 가쁘게 쉬고 있었다.
나는 상인을 와락 끌어안고 그녀의 입에 키스를 했고, 그녀도 기다렸다는 듯이 내 입에 혀를 넣고 미친 듯이 빨아댔다. 나와 상인은 서로의 타액을 빨아대며, 나는 상인의 청반바지를 풀어서 팬티까지 벗겼고, 그녀는 내 바지를 벗긴 뒤 역시 팬티까지 내렸다. 우리는 키스를 하면서 발을 들어 바지와 팬티를 마자 벗은 채 서로의 하체를 비벼댔다. 내 자지는 터질 듯 발기해 있었고, 상인의 보지에서는 물이 흘러나와 내 자지와 비벼지며 찌걱거렸다.
우리는 두 다리를 서로 얽힌 채로 하체를 비벼대며, 각자의 티를 벗어서 던져버렸다.
“하아!~~ 아, 아까!~~자기 때문에!~ 미칠 뻔 했어!~~흐응!~”
다행이었다. 상인은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미칠 듯이 흥분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나는 상인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그녀의 허리를 잡고 하체를 비벼댔고, 상인도 벌개 진 얼굴로 엉덩이를 내게 밀며 비벼댔다.
“후우!~~하!~~형수의 맨발을 보니까 눈이 뒤집혀 버렸어요!~하아!~”
내 말에 상인이 내 머리를 잡고 미친 듯이 내 입을 빨았고, 나도 그녀의 입을 빨아댔다. 그러다가 입을 떼고 내려가면서 상인의 젖가슴을 빨다가, 다시 무릎을 꿇고 앉아 상인의 엉덩이를 움켜잡았다. 그러자 상인이 살짝 다리를 벌렸고, 그녀의 보지 살이 내 눈앞에 훤히 들어나 버렸다.
상인은 흥분한 얼굴로 내 머리를 잡고 내려다보고 있었고,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 시선으로도 흥분을 했는지 상인의 보지 살이 움직이며 액체를 흘리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흥분해서 보지 살을 입에 머금었다.
“아!~~하아아!~~”
클리토리스를 빨다가 다시 보지 살을 빨고, 다시 보지 살을 벌리고 그 안을 혀로 찔러대자 상인이 신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내 머리를 잡은 상인의 손에 힘이 들어가더니 더욱 당겼고, 엉덩이는 내 얼굴 쪽으로 밀며 지분거렸다.
“후루룩!~~쭈욱!~~하아!~~쩌업!~~쩌업, 쩌어업!~~하!~~형수~~후룩!~~”
“흐으으응!~~아!~~아아!~~아응!~~으으응!~~”
난 상인을 밀어 침대에 누이고는 그녀의 두 다리를 벌리고 사이로 들어가 다시 그녀의 보지 살을 입으로 빨아대기 시작했다.
“쭈우우욱!~~쩌업~~! 하아!~~”
“아!~~거기!~~아!~~아아앙!~~좋아!~~흐으으응!~~최고야, 삼촌!~~우웅~”
상인의 말에 더욱 용기가 생긴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받쳐 들고 보지를 빨다가 똥구멍까지 빨고, 찔러댔다. 그녀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보지에서는 연신 시큼한 액체를 흘려대고 있었다. 하지만 내겐 너무나 달콤한 액체였다. 상인의 보지 맛은 너무나 달콤했고, 나를 미치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미 내 입 주변과 코는 상인이 흘린 액체가 묻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움찔거리는 똥구멍을 빨며 손가락을 상인의 보지 속으로 넣자, 그녀가 고양이 같은 소리를 내 질렀다. 보지에선 액체가 흘러나와 내 손을 적셨고, 상인은 두 다리를 자기 손으로 잡고 버텼다. 손가락이 움직이며 찌걱거리는 소리를 냈고, 내가 엉덩이를 혀로 찔러대면 상인이 그 섹시한 발을 오므리면서 코 소리를 요란히 내며 숨을 헐떡거렸다. 내 얼굴 옆에서 꼼지락거리는 상인의 발가락을 입으로 물고 쭉, 쭉 빨아대다가 혀로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누비며 빨고 또 빨아댔다.
“아응!~ 아으응!~~~ 어머, 어떡해!~~흐응!~~흐응!~~하으으으응!~~~”
요란한 소리와 함께 허리를 들썩이던 상인이 보지의 근육으로 내 손가락을 조이는가 싶더니 갑자기 오줌 같은 액체를 뿜어댔다. 너무나 신기한 모습이었다. 내 손은 액체로 번들거렸고 그 모습에 눈이 뒤집힌 나는 상인의 똥구멍을 빨고, 찌르다가 클리토리스를 물고 빨아댔다.
“허으응!~ 자기야!~~빨리!~~ 아!~~하앙!~넣어줘!~~못 참겠어!~흐응!~~ 나 어떡해!~~아!~~흐으응!~~~”
상인의 말에 난 그녀의 보지 속에서 손가락을 꺼냈고, 그녀는 자신의 두 다리를 손으로 잡고 더욱 활짝 벌렸다. 내 정면으로 액체가 묻어 번들거리는 상인의 보지 살이 움찔거리는 것이 보였다. 난 내 자지 대가리를 그녀의 보지 살에 비비다가 쑤욱!~ 안으로 들이밀었다.
“아!~~ 흐응!~ 흐응!~~하아아아아앙!~~”
보지 살을 가르고 내 자지가 상인의 보지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가자, 그녀가 상체를 둥글게 말아 내 허리를 잡고 매달리듯 안겨왔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내 젖꼭지를 빨고 깨물어대기 시작했다. 내 자지를 조이는 상인의 보지 근육의 움직임과 함께 그녀가 젖꼭지를 빨아대자, 눈앞이 캄캄해졌고 온몸이 찌릿 거리는 것이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 같았다. 내 젖꼭지가 나의 성감대라는 것은 오늘 처음 알았다.
난 그녀의 두 다리를 어깨에 올리고 미친 듯이 좆 질을 했고, 상인은 짐승 같은 비명소리를 내 질렀다. 찌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와 상인이 내 뱉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고 침대에서도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하앙!~~하!~~ 우으으으응!~~~ 후응!~ 우응!~~아!~~”
신음소리를 내는 상인을 보며 눈이 뒤집힌 나는 미친 듯이 좆 질을 했고, 그 힘에 점점 상인이 밀려가 움직였다. 그러면 또 나는 더욱 좆 질을 했고, 상인은 밀려나지 않기 위해 침대 끝을 잡고 버티며 자기 엉덩이를 내 쪽으로 밀어댔다.
상인의 다리를 내리고 그녀를 옆으로 튼 뒤, 다리 사이로 들어가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잡고 주무르며 좆 질을 하다가, 다시 그녀의 한쪽 다리를 올리고 발가락을 입에 물고 빨아댔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본능적으로 엉덩이를 움직였고, 난 삽입된 상태에서 하복부에 닿는 상인의 엉덩이 맛에 취해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 같은 것을 겨우 참았다.
“후우!~~ 하아아?~ 하아아!~~했어요?...형이랑...?”
내가 움직임을 멈추고 상인에게 묻자, 그녀가 흥분한 얼굴로 이마에서 땀을 흘리며 신음소리를 내 뱉다가 나를 쳐다보았다. 상인의 눈빛은 내 속을 훤히 다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다리를 풀고 상체를 세우고는 나를 밀어 침대에 뉘였다. 그리고 위로 올라와 내 가슴에 손을 대고 나를 내려다보았다.
“하아!~~ ...!...안 했어...아직, 안 했어...!”
상인은 나를 내려다보며 달래듯 그렇게 말하고는 내 입에 키스를 하며 엉덩이를 지분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허리 움직임에 또 다시 찌걱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상인은 내 젖가슴에 두 손을 대고 신음소리를 내며 숨을 몰아쉬었다. 내 눈으로 그녀의 젖가슴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고, 뱃살의 움직임과 함께 그녀의 보지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허연 액체를 묻히고 나오는 내 자지가 보였다.
“하?~~하아아?~~후우!~~ 사, 사랑해요?...절 사랑해요, 형수?”
“흐으응!~~아!~~사랑해 태복씨!~~흐으으응~! 사랑해!~~”
나는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 그녀를 안은 뒤 흔들리는 그녀의 젖가슴을 입에 물고 빨아댔다. 상인은 한 손으로 내 뒤통수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침대에 받친 뒤 익숙한 동작으로 자신의 엉덩이를 내게 밀어왔다. 나는 마치 그녀의 아기처럼 젖을 물고 빨아대며, 손으로는 다른 젖가슴을 주물렀다.
“하읔!~~아!~~ 여보라고!~~여보라고 불러 봐요!~~흐읔!~~하아!~”
내 말에 상인이 더욱 미친 듯이 엉덩이를 지분거리며 신음을 내 뱉었고, 찌걱대는 소리와 침대의 삐걱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아!~~ 하으응!~~여보!~~~아응~ 아응!~~흐응!~~흐으으응!~~~여보, 사랑해!~~으으으응!~~”
상인은 그 말과 함께 갑자기 몸을 경직시키더니 오줌 같은 물을 뿜었고, 내 자지와 그 주변이 뜨끈해졌다. 눈이 뒤집힐 정도의 쾌감이 밀려와 나도 모르게 상인을 밀어서 누인 뒤 그녀의 한쪽다리를 들고 좆 질을 해댔다. 그러자 상인이 두 손으로 자기 다리를 잡고 더욱 벌렸고, 난 좆 질을 하면서 그녀의 젖가슴을 빨고 깨물어댔다.
그때였다. 열린 창문 사이로 건너편 주인집 창문에 누군가가 있는 모습이 보였다. 좆 질을 하면서 살펴보니 불이 꺼진 채였지만, 밖에서 오는 불 빛 때문인지 실루엣이 보였다. 그리고 창문이 조금 열린 곳으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 누구지? 광호인가?
“아!~ 여보!~~으응!~~쭉!~~쭈욱!~~하아!~~쩌업!~~쩌업~”
상인이 또 다시 상체를 웅크리고 내게 안겨서 내 젖꼭지를 물고 빨아대자,
눈앞에 불이 번쩍했고, 머리는 캄캄해져서 눈이 뒤집혀버리고 말았다. 엄청난 쾌감이 내 온몸을 감싸고 돌아왔고, 난 그만 울컥, 울컥 상인의 보지에 정액을 뿜어댔고, 계속 미친 듯이 좆 질을 했다. 상인은 신음소리를 내 지르며 나를 껴안고 내 귀를 빨아대며 역시, 엉덩이를 지분거렸다. 황홀감에 빠진 채로 주인집 창문을 보자, 누군가 황급히 그 방을 떠나버렸다.
누군가 보고 있다는 상황에 난 엄청난 쾌감이 다시 또 밀려와 남아있는 정액마저, 상인의 보지 속에 토해냈고, 상인은 두 다리로 내 몸을 칭칭 감은 채로 꽉 끌어안고는 미친 듯이 내 입을 빨아대며 몸을 비볐다.
“흐응!~쭈욱!~하아!~~아!~여보!~~흐응!~~사랑해, 여보~~으응!~~아!~”
난 황홀감에 젖어 상인의 몸 위에서 내려와 침대에 대자로 누웠고, 그녀도 숨을 헐떡이며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로 아찔한 쾌감이었고, 온 몸이 나른했지만 그 느낌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러면서 창문에서 나와 상인의 섹스를 본 사람이 누구인지가 궁금해졌다.
“자기...! ...자긴 정말, 최고야!~~나 오르가즘 엄청 느꼈어!...후우!~”
상인이 내 품에 안겨서 젖꼭지를 만지며 그렇게 말했다. 그녀를 보니 아직도 쾌감에 젖은 얼굴이었고, 흥분이 가시지 않은 것 같았다. 여자는 남자가 느끼는 쾌감보다 천배정도가 크고, 오래간다고 하더니 정말로 그런 것 같았다. 상인은 아직도 숨을 몰아쉬며 내 몸에 안긴 채 몸을 비벼대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자 여자로 태어나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나도 엄청난 쾌감을 느끼기는 했지만 사정하는 그 순간에 집중된 것이었고, 또 오래 지속되지도 않았다. 이런 느낌이 오래 지속된다면 남자들이 다른 여자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생각해, 자기야?”
“자기 생각...!...”
내 말에 상인은 코맹맹이 소리까지 내며 내 입을 빨고, 내 자지를 주물러댔다. 상인은 이제 삼촌이란 호칭보다는 자기라는 호칭을 더 사용하고 있었다. 기분이 묘했지만 난 그것이 싫지 않았고, 상인과의 사이가 더 가까운 것 같아서 좋았다. 남자가 섹스를 하는 이유는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완벽하게 이 여자를 소유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하지만 상인은 내 소유가 아니었다. 광호의 소유였다. 결국, 여자를 완벽하게 내 소유로 만드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 것 같았다.
상인과 껴안고 알몸을 비비고 있을 때, 내 핸드폰이 울렸다. 광호였다.
<뭐하노 인마야!~ 다시 온다더만!~ 빨리 와라~ 여기 행님하고, 니 기달리고 안 있나!~>
광호는 어느 새 주인남자를 형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주인집으로 가야했다. 상인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침대에서 일어났고, 나는 상인과 함께 가볍게 샤워를 한 뒤 옷을 입고 내 방을 나왔다. 상인은 웃으며 자기 집으로 들어갔고, 난 다시 주인집으로 향했다.
“이게 우리 마누라가 그린 거라네. 자네가 보기엔 어떤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주인남자는 주인여자의 스케치북을 들이밀고 보여주었다. 주인여자는 얼굴을 붉히며 남편을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주인여자의 소묘실력은 제법이었다. 대체로 성인이 되어서 무언가의 기초를 제대로 연마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제일 재미없는 것이 기초였기 때문이었다.
양도 엄청 많았고, 무엇보다 그 재미없는 연필소묘를 너무나 진지하게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독학으로 이렇게까지 했는지 놀랄 정도였다.
예전 천 선생 화실에 나오던 아줌마들도 연필로 하는 소묘는 질색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간단하게 스케치를 하는 법만 가르쳐 주었고, 바로 물감을 사용하게 했다. 그러다보니 아줌마들은 혼자서 스스로가 생각한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고, 천 선생이 손을 대주기 일쑤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신들도 알 수 없는 형상을 만들어 대면서 추상화라고 말했고, 그런 그림을 전시회를 통해서 남들에게 자랑을 했다. 그들은 그것이 그림이고, 예술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도 그것을 그렇게 생각해야만 했다.
“노력을 많이 하셨네요. 상당한 실력입니다. 이 정도 수준이시라면...화폭에 담으셔도 되겠는데요?”
내 말에 주인여자가 더욱 얼굴을 붉혔고, 주인남자와 광호가 호들갑스럽게 웃었지만 내 말이 과장됐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난 남의 그림을 말 할 때 한 번도 과장되거나 빈 말로 기분 좋게 한 적이 없었다. 아예 말을 안 하면 안 했지, 맞춰주는 그런 말은 해 본적이 없었다. 그런 내 앞에서 광호와 주인남자가 그런 뉘앙스로 말을 하니, 자존심이 확 상해버렸다.
“죄송하지만...혹시, 먹물 있으십니까?”
갑작스런 내 물음에 주인여자와 함께 광호와 주인남자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주인여자는 나를 보다가 이내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은 내 방, 바로 앞에 있는 그 문제의 방이었다. 그렇다면 저 방은 주인여자의 작업실인가?
주인여자는 화방에서 파는 먹물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상 위에는 흰색 플라스틱 접시에 일회용 비닐이 덮여진 채 생굴이 있었다. 나는 남은 굴을 모두 집어먹은 뒤 비닐을 벗기고 접시를 바닥에 놓고, 먹물을 따라 부었다. 세 사람은 도대체 내가 뭘 하는지 궁금한 얼굴로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않고 있었다.
나는 다시, 상 위에 있는 내가 쓰던 나무젓가락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음식이 묻은 부분을 집고 위 머리의 넓은 부분을 먹물에 묻혀서 드로잉을 할 작정이었다.
“죄송하지만, 사모님. 잠시만 그렇게 계셔보세요...”
주인여자는 광호와 주인남자와는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호기심이 아니라 분명 기대감이었다. 난 온 신경을 집중했다. 술을 마셨지만 내 근육들은 금방,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모드로 전환되었고, 시야에 들어온 주인여자의 동세를 파악한 뒤 흰색의 스케치북에 먹물을 찍은 나무젓가락을 움직여댔다.
스케치북은 화선지와 달라서 번짐이 없었기 때문에 맛을 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이미 번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무젓가락의 질감에 의지한 채 강, 중, 약과 선의 굵기에만 집중하면 그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채 5분이되기도 전에 선의 맛을 살린 주인여자의 드로잉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반응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광호와 주인남자가 기대한 것은 얼마나 주인여자와 닮았냐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주인남자와 광호는 의례적인 칭찬을 한 뒤, 술을 마셨지만 주인여자는 내 그림을 보고 상당한 충격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젓가락으로도 이런 표현이 가능하군요...”
주인여자의 소묘가 나의 욕구를 끄집어냈는데, 오히려 내 드로잉이 주인여자의 욕구를 더 부추긴 듯 했다.
“이제...사모님만의 그림을 그리셔도 됩니다...”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오고 말았다. 미대를 졸업한 나도 하고 있지 못하는 주제에 누가 누구보고 작업을 하라, 마라하는 것인지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내 말에 주인여자가 나를 빤히 쳐다봤고, 나는 다시 광호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주인남자는 껄껄 웃으며 내 잔을 채워줬고, 우리는 건배를 했다.
곱게 늙는 다는 것은 주인 부부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주인여자도 고왔지만, 주인남자도 건강해보였고 나이에 비해 피부가 말끔했다.
주인여자는 스케치북을 들고 일어났다. 그녀가 걸어가면서 치마가 움직이자 그녀의 종아리와 맨 발이 들어나 보였다. 앙증맞은 주인여자의 발은 너무나 깨끗했다. 아줌마들은 보통 뒤꿈치에 각질이 있고, 갈라지기까지 했는데 주인여자의 발은 아이들의 발처럼 깨끗하고 고왔다. 내 그림을 보면서 문제의 그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주인여자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방금 전에 상인과 뼈와 살이 타들어가는 것 같은 섹스를 했음에도 난 또다시 발기하고 말았다.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나는 점점 무언가에 빠져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동안엔 다른 여자들의 몸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마치 고자처럼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상인을 시작으로 내 주변에 있는 여자들의 몸이 내 눈에 가득 들어왔고, 미칠 것처럼 육체가 반응했다. 그리고 이제는 주변 여자들과의 섹스를 꿈꾸고 있었고, 그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게 느껴졌다. 이틀 전만해도 상상도 하지 못하던 일을 나는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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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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