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실을 정리하고 나온 경숙은 나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엔 싱그러움이 있었고, 너무나 깨끗해 보였지만 이상하게 난 그런 경숙을 보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나를 지나쳐서 안내 데스크로 다가간 경숙을 보니, 그녀의 손엔 비닐가방에 넣은 이불이 들려있었다. 휴게실의 이불을 들고 나온 것이었다. 그녀는 이불을 데스크 옆에 두고는 사무장 실 안으로 들어갔고, 난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이게 꿈인가, 현실인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학원동료와 그것도 학원에서 섹스를 하고 말았다. 조금 전 눈이 뒤집혀서 경숙의 몸을 탐한 나는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그리고 갑작스럽게 결혼하자고 외친 나는 무슨 생각에서 그런 것인가? 내가 시작한 섹스였으면서도 믿을 수 가 없었고, 내가 한 말인데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무나 머리가 어지러웠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대체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사무장 실에서 들릴 때마다, 그리고 또각 거리는 경숙의 구두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 심장이 벌렁거렸다. 심장이 벌렁거리면서 소름이 쫙 돋았고, 주인여자를 강간하려 했을 때처럼 누군가 위에서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것처럼 머리가 쭈뼛거렸다.
구두소리와 함께 경숙이 사무장실을 나왔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우두커니 서있는 내 앞을 오가더니 물수건을 빼들고 몸을 숙였다. 혼란스러운 머리와는 다르게 경숙의 맴 허벅지와 힘줄이 돋은 종아리, 그리고 발등을 보자 또 다시 흥분이 느껴졌다. 도대체 이런 상황에서도 또 다시 반응하는 내 몸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자들의 성욕은 원래 이렇게 즉흥적인 것인가?
경숙은 내가 뭘 생각하는지 모른 채 바닥에 떨어진 정액방울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아침 7시부터 아줌마들이 학원 전 층의 청소를 시작할 것이었지만 경숙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모양인지 바닥을 둘러보며 꼼꼼하게 살폈다. 그 모습이 웃기기도 했지만 웃음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복잡했다.
“후우!~ 뭘 그렇게 우두커니 서있어요? 이제 가야죠, 장 선생님?”
물수건을 휴지통에 집어넣으며 경숙이 나를 보고 그렇게 말했다. 뭔가 대꾸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아무 말도 못했다. 뇌는 정지된 것처럼 한 가지 문제만을 반복적으로 연산했고, 입은 본드라도 바른 것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로비 바닥에 떨어진 정액을 닦고, 흐트러진 안내 데스크까지 정리한 경숙은 볼펜을 들고 메모지에 뭔가를 적더니 이불 가방에 붙였다. 청소 아줌마들에게 세탁을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경숙은 나와 다르게 너무나 침착하면서도 꼼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경숙이라면 완전범죄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경숙이 어느 새 내 앞에 다가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했던 나는 그녀를 보고 당황해서는 더욱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런 나를 뒤로 하고 학원 로비의 불을 끈 경숙이 나를 재촉해서 나는 정문을 나가 복도에 섰다. 그러자 경숙이 학원 문을 닫고는 앞서 걸으며 또 다시 나를 재촉했다.
이상한 일이지만 나도 모르게 복도 천장에 걸려있는 카메라를 바라보고 말았다. 경비실에서는 학원 안을 볼 수 가 없었지만 복도에 있는 나와 경숙은 볼 수 있을 것이었다. 왜 갑자기 그런 것이 생각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상하게 나와 경숙의 섹스를 혹시나 경비원들이 보지는 않았을 까하는 두려움이 들기도 했다.
조금 전 결혼하자던 호기는 사라지고 이제 내 머릿속은 너무나 혼란스러워져서 경숙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설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금 전에 그녀와 학원로비에서 그리고 휴게실에서 짐승 같은 섹스를 했다는 사실이 내 상상 속의 일이거나 꿈처럼 느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비현실적인 일이었다.
“장 선생님...?”
나는 경숙의 말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경숙의 얼굴과 눈을 바라보자 다시 또 좀 전에 벌어졌던 섹스가 확하고 현실로 다가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분명히 미칠 듯한 쾌감을 느꼈었다. 하지만 그 쾌감이 증발해 버리자 나는 경숙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고, 책임을 져야한다는 마음이 밀려왔다. 결혼하자고 호기를 부렸던 마음은 채 10분이 지나기도 전에 이렇게 후회와 두려움이 되어 돌아왔고, 난 그것을 들키기 싫어서 어째야 좋을지 몰랐다.
혼란스러운 내 마음과는 다르게 경숙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표정이 밝았고, 나에 대한 어떤 거리낌도 없어보였다. 저 표정은 무슨 뜻일까? 이제는 내가 자기 것이 됐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나도 종석이처럼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인가? 종석이 말마따나 나도 여자에게 좆 물려서 어쩔 수 없는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인가? 나에게도 이런 이기적이고 천박한 면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어느새 엘리베이터는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멈춰 섰다. 경숙이 먼저 내렸고 나는 우물쭈물 어색한 동작으로 뒤를 따라 내렸다. 경숙이 돌아서려 할 때 요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주차장 안으로 차 한대가 들어왔다. 마티즈였다. 작은 차는 엘리베이터 근처에 차를 세웠는데 보니 헬스클럽 사장, 영훈이었다. 30대인 영훈은 몸의 근육이 장난이 아니었는데, 그 큰 몸을 하고 마티즈에서 내려서는 모습을 보자 너무나 어울리지 않았고, 웃기기까지 했다.
영훈은 내가 이곳에 내려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렇게 엘리베이터에서 봤었다. 그런데 나를 처음 보고는 대뜸 선수로 나가라고 했고, 근 3개월을 학원에 찾아와 졸랐었다. 너무나 들이대는 것이 짜증이 나서 나는 일부러 빌딩 내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았고, 헬스클럽도 시민회관을 이용했을 정도로 짜증나게 했었고, 또 끈질 긴 사람이었다.
우리 쪽으로 영훈이 다가와 경숙과 내가 함께 인사를 했고, 그도 호탕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야!~~이거 오랜만입니다, 사무장님, 장 선생님!~ 이거 한 건물인데도 얼굴 보기가 힘드네, 하하!~ 그래, 장 선생은 정말로 선수가 될 생각이 없는 거요?”
“아이고!~ 사장님도 정말 끈질기시네요. 벌써 몇 년 째에요?”
“사무장님이 모르셔서 그렇지, 장 선생이 마음만 굳히면 내가 세계대회까지 보내 줄 수 있다니까요?”
“평양감사도 자기가 하고 싶어야 하는 거죠, 이제 포기하세요!~~”
“그럼, 경숙씨라도 하세요. 경숙씨도 조금만 하시면 우승은 따 놓은 당상입니다. 어때요?”
“아유!~ 전 몸짱 아줌마 되는 거 그만 둘래요. 그게 어디 사람 사는 거예요? 먹고 싶은 것도 맘대로 못 먹고...후우!~~뭐 몸짱은 아니어도 이정도면 아줌마치고는 괜찮잖아요?... 안 그래요, 장 선생님?”
갑작스런 경숙의 말에 나도 모르게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자 영훈이 껄껄 웃으며 내 어깨를 두 번 치더니 엘리베이터에 올라섰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서서히 닫히자, 웃으며 손을 흔드는 영훈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동안 귀찮아서 일부러 피해 다녔지만 영훈은 언제 봐도 건강했고, 그 모습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장 선생님, 우리 밥이나 먹으러 가죠?...해장국 어때요?”
경숙이 나를 보며 맑은 표정으로 말했다. 도저히 경숙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어서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고, 내 차를 타고 빌딩 밖으로 달려 나갔다. 강한 햇살이 차 안으로 들어와 나와 경숙의 몸을 때렸다.
나는 시내를 벗어나 경숙이 말한 올갱이 해장국 집으로 달려갔다. 이곳은 이 지역뿐만 아니라 외지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곳이어서 그런지 새벽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우리는 홀 중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막상, 경숙과 단둘이 이른 새벽에 해장국을 먹으러 왔다는 사실이 멋쩍게 느껴졌다. 그런 느낌 때문인지 경숙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을 때 고맙게도 종업원이 물병과 잔, 그리고 메뉴판을 들고 왔다.
경숙이 올갱이 해장국과 빈대떡을 시켰는데, 너무나 태연했다. 도대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녀의 모습에 나는 더 어떻게 경숙을 대해야 할지를 몰라서 물병을 들고 잔에 따라서 경숙에게 주었고, 다시 내 잔에 물을 따르고는 목을 축였다. 이상하게 갈증이 심해서 나는 물을 또 따라서 한 잔을 더 마셔야했다.
“장 선생님, 얼굴 좀 펴세요...누가 보면 우리가 진짜 부부라고 생각하겠어요...호호...!”
나를 보고 웃으며 경숙이 말했다. 뭔 말인가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나 보다 나이가 많아서 그런가? 경숙은 나와 섹스를 했으면서도 전혀 의식을 하고 있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조금 뒤 해장국이 나오자 나를 의식하지 않은 채 남성답게 먹었다. 그녀의 모습은 나의 부담감을 덜어주었고, 나도 해장국을 맛있게 먹었다. 앞으로 나와 경숙의 사이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몰랐지만 지금은 배속에 음식을 넣는 행위에 집중해야했다. 그리고 다음을 기다려야 했다.
해장국을 맛이게 먹고 가게를 나온 우리는 자판기 커피를 한 잔씩 뽑아들고 가게 옆에 정원처럼 꾸며진 곳으로 걸어갔다. 커다란 나무 옆엔 벤치가 있었는데 이국적으로 보였다. 우리는 그 벤치에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앉았다. 경숙은 햇살이 들어오는 자리에 앉아 흰 옷이 눈이 부실정도로 빛이 났고, 난 그늘에 앉았다. 햇살이 너무나 강해 경숙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졌고, 그것을 바닥에서 뜯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으러 오길 잘 했네요...아무래도 그냥 헤어지면...장 선생과 너무 불편해질 것 같았는데...”
“...죄송합니다...제가 너무 어린 애처럼 굴었습니다...”
내 말에 경숙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원망의 눈빛이 아니라 내 생각을 이미 모두 알고 있다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경숙의 그런 눈빛을 보자 이상할 정도로 얼굴이 달아올랐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해 할 것 도 없고...책임질 일도 아니에요, 장 선생님...저도 원했던 일이니까요...”
“... ...”
“네...장 선생이 키스했던 날이요...그 날 밤... 한 잠도 못 잤어요...”
경숙의 말에 난 더욱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이 여자는 본의 아니게도 내 키스로 인해 그동안 고민을 많이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날 주인여자를 강간하려 했었다. 이 사실을 알면 경숙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아니어도 된다는 것을 나는 인영과 상인에게서 느끼고 말았었다. 그런데 나는 인영과 상인에게 느꼈던 기분을 경숙에게 주려하고 있었다. 아직은 다행히 그 사실을 경숙이 모르지만 알기라도 한다면 경숙도 나와 같은 상처를 받을 것이었다.
“장 선생님은 생각한 것과는 너무나 다르네요...학원에서는 70대처럼 느껴졌는데...나이는 속일 수 없는 것 같네요...즉흥적인 것이...이제야 장 선생이 저보다 어리게 느껴져요...호호...!...”
“...이제야 제가 사람처럼 느껴지나요?...”
“그래요...사람...그 동안 장 선생은 항상, 1미터 정도의 벽을 앞에다 두고 그 거리만큼만 우리를 허락했었죠...이젠 그 벽이 없어졌어요...”
의식적으로 어른스럽게 굴려고 했던 적도 없고, 누군가를 경계하려고 했던 적도 없었다. 그 동안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제멋대로 나를 판단 한 것뿐이었다. 그것은 마치, 학생들이 내 혈액형을 AB형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장 선생님...정말로 저랑 결혼하고 싶었어요?...”
“... ...”
갑작스런 경숙의 질문에 나는 말을 하지 못했다.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얼굴은 달아올랐다. 나는 지금 이기적이고 더러운 먹물들의 행동을 하고 있었다. 경숙의 말마따나 항상, 나만 옳고 남들은 모두 틀렸다고 생각하면서 막상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에선 발을 빼려고 하기에 급급하고 있었다.
핑계를 대고 싶었다. 없는 핑계도 만들고 싶었다. 핑계를 대자면 나는 경숙이 싫은 것은 아니었고, 그녀에게 아이가 있다는 것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난 아직까지 결혼에 대한 어떤 생각도 해 본적이 없었다. 아주 저급한 먹물들의 자기 합리화였다.
“하하하!~~ 장 선생이 그렇게 우물쭈물한 모습을 보이니까 너무 재밌네요! 하하하!~~”
나의 비겁함 앞에서 경숙은 크게 웃어주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엔 너무나 추한 모습 같았는데, 오히려 경숙은 재밌어 하고 있었다. 도대체 경숙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좋아요...여기까지 왔으니 아주 손가락이 오그라드는 얘기를 해줄게요.”
“... ...”
“음...전 결혼을 두 번 했었어요. 첫 번째 결혼에서 수오를 얻었는데, 남편이 그만 교통사고로 하늘나라로 떠나버렸죠...그리고 장 선생이 이곳에 오기 전에 재혼을 했었어요...그 남자도 장 선생처럼 즉흥적으로 다가왔었죠...전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했고...앞 뒤 안 가리고 재혼을 했어요...”
경숙은 비극적인 얘기를 남 얘기처럼 하고 있었다. 난 아직까지 과거에 대한 일을 생각하면 심장이 떨릴 정도였는데 경숙은 너무나 침착했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자신을 객관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을 객관화시킨 만큼 성숙해 지는 것인가?
“근데...재혼이란 것이 쉽지가 않더군요...시댁에선 처음부터 저를 못 마땅해 했는데...당연 하죠 제가 나이가 많았으니까...근데, 수오에게도 그것이 전해지더군요...남편이 중간에서 모든 것을 막아줬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더군요...남편도 사람이니까 힘든 것이 당연한대도 ...나도 힘이 드니까 떼를 썼고...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는 매일 싸우게 됐고...결국, 이혼하고 말았어요...웃기죠?”
“...손가락은 오그라들지 않았습니다...”
내 말에 경숙이 피식 웃어버렸다. 뭔지 모르지만 나는 경숙에게 이해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엄마에게도 느껴 본적이 없던 느낌이었다.
“흠...이제 장 선생 얘기도 해봐요...알고 싶어요...”
나는 조금 고민하다가 경숙에게 인영과의 일을 얘기했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 한 적이 없었는데 경숙에게 모든 것을 얘기를 하고 말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었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속이 후련해졌다. 십년 묵은 체증이 쑤욱 내려간다는 말은 바로 이런 느낌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장 선생 얘기는 손가락이 오그라들어요...하하하!~~”
하긴 경숙의 말이 맞았다. 첫사랑에 실패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 같았다. 너 아니면 여자가 없냐? ...라고 단순하게 넘어 갈 수도 있는 문제였지만 이상하게도 난 인영에게 집착을 하고 말았다. 서로 육체관계를 갖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인영에 대한 나의 집착은 사랑을 놓친 안타까움이 아니라 남성들의 속물적인 근성인가?
“이제 돌아가요, 장 선생님. 수오녀석이 징징댈 것 같아요...”
경숙이 그렇게 말하고 벤치에서 일어섰다. 나는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경숙이 의아하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핑계를 댈게요...결혼을 생각하고 그런 것 아닙니다...그냥...그냥!...사무장님 몸을 보고... 하고 싶었어요...너무나 만지고 싶었고...그래서 키스를 했고...그랬습니다...!”
내 말에 경숙이 얼굴을 붉히고 주변을 살폈다. 가게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우리를 보지 않았고 모두들 주차장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경숙의 어깨를 잡고 돌려서 나를 바라보게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어요...사무장님과 하고 싶습니다...제가 너무 이기적인가요?”
경숙은 얼굴을 붉히고 있었지만 표정은 차분했다.
“...사랑 안 할 자신이 있어요?”
그녀의 말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남녀간의 사랑은 항상, 집착을 동반할 수 밖에는 없었다. 나는 인영에게 그랬고, 남편이 있는 상인에게도 그랬다. 경숙의 말대로 완벽하게 서로를 객체화 시킨 만남을 할 수 있을까?
“...전 할 수 있지만...장 선생은 절대로 할 수 없을 거예요...그때는 또 어떤 핑계를 댈 거죠?”
“... ...”
“두 번째 결혼을 할 때도 ...전 ...사랑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었어요...하지만...현실은 다르더군요...제 집착으로 수오가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장 선생 한 테만 수오가 그런 것이 아니에요...녀석은 젊은 남자만 보면 아빠라고 달려들죠...새 아빠를 좋아했었으니까...전...녀석이 클 때까지 절대로 사랑을 하지 않을 거예요...”
나는 돌아서는 경숙의 손을 붙잡았다. 경숙은 이제 돌아서지 않은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절대로...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당신에게 키스했던 날 ...전 다른 여자를 강간하려 했습니다...술에 취했다는 핑계를 대죠...전...이런 놈입니다...사무장님이나 다른 분들이 생각하는 그런 고상한 사람이 아니라...태어날 때부터 쓰레기였고, 이기적인데다가 짐승 같은 놈입니다...!...”
경숙은 내 말에 돌아서지 않은 채 여전히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쿵쿵 뛰는 내 심장의 소리가 크게 들려왔고, 움직임까지 보이는 것 같았다. 약간 떨리는 손으로 잡고 있던 경숙의 손을 놓자, 그녀가 천천히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말을 하고 말았다. 한달도 안 된 사이에 나는 엄청난 일을 겪었고, 또 생각지도 못 할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 경숙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경숙을 ?아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차의 문을 열자 경숙이 조수석에 올랐고, 나는 운전석에 올랐다. 차를 몰아 경숙의 아파트 쪽을 향해 달려가는데 그녀는 말이 없었다. 창 밖을 바라보기만 할 뿐 어떤 표정도 없었다. 괜한 말을 한 것인가? 하지만 핑계를 대고 싶었다. 경숙이 어떤 심정일지 모르겠지만 난 너무나 후련했다. 그리고 어쩌면 주인여자에게도 핑계를 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한마디 말도 없었다. 경숙의 아파트까지는 20분이 걸리지 않았는데 마치 두 시간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나는 아파트로 들어가려 했지만 경숙은 비로써 입을 떼며 내려달라는 말을 했다. 그녀가 원하는 곳에 차를 세우자, 경숙은 나를 보지도 않고 차에서 내렸다. 전면으로 경숙의 아파트가 보이기는 했지만 이곳에서 걸어가려면 4거리의 횡단보도를 건너야 했고, 그곳을 건너고도 꽤 걸어야하는 거리였다. 그렇게 터벅터벅 아파트 쪽으로 걸어가는 경숙의 모습을 보니 불안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반응들이 겹쳐서 머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알 수 없는 경숙의 반응이었다. 괜한 얘기를 꺼낸 것인가? 사람들 사이에서 관계를 맺고, 또 한 발짝 다가설 때마다 나는 너무나 피곤하고 힘이 들었다. 이렇게 힘이 드는 것을 종석은 너무나 쉽게 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것인지는 정말로 내겐 미스터리였다.
경숙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며 나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로 인해 경숙의 머리가 복잡해진 것은 미안한 일이었지만, 나는 오히려 속이 후련할 정도로 기분이 차분해졌다.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관계들이 이도 저도 아닌 관계가 되어버리는 상황에서 경숙과 나 사이에 벌어진 일도 그런 과정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왠지 모르게 심장이 뛰면서 기분이 상승되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살면서 난 한번도 핑계를 댄 적이 없었다. 잘 한 것은 잘 한 것이고, 못 한 것은 못 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오직, 내 판단에 의지해서만 살아왔었다.
<너를 사랑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엄마와 아버지는 나를 떠나면서 저런 핑계를 댔었다. 두 사람이 나를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너무나 끔찍한 것이었다. 그리고 더욱 끔찍했던 것은 나로 인해 엄마와 아버지의 사이가 나빠지는 것이었다. 어차피 두 사람이 나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와 엄마의 친자식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나의 친부는 한 가족을 끔찍스럽게 살해한 살인자로 국가에 의해서 죽음을 당한 사람이었다. 중학생이 되었을 때 친부의 일을 알게 된 나는 더욱 움츠려 들게 됐고, 나 자신에 대해 부정하기 시작했고, 누구도 내게 가깝게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그런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그림이었지만 이상하게 엄마와 아버지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져만 갔다.
엄마와 아버지의 싸움이 치열해지는 것이 내가 그림에 미쳐서 공부를 등한시했기 때문이 아니라 살인자의 자식이라는 원죄를 받고 태어난 쓰레기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난 가출을 해버렸다. 하지만 가출을 해서 만난 나와 비슷한 애들의 사연은 나보다 더 참혹해 보였다. 세상의 모든 불행은 나에게만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았다.
공부하라는 잔소리 때문에 가출한 애들은 너무나 귀여웠고, 또 그런 애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친아버지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여자애들이나 아버지에게 구타당했던 아이들은 이미 독립적인 기질이 있었기 때문에 가출한 상태에서도 잘 버텼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비행을 저지르면서도 자책감이 없었다. 녀석들은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웠고, 술을 마셨고, 약한 녀석들에게 폭행을 저질렀고, 그리고 꼴리면 언제든 섹스를 했다.
여자애들은 본능적으로 반항했지만 남자애들은 본능적으로 때리고 또 때리다가 여자애들이 기절한 상태에서도 자지를 쑤셔댔다. 내가 그렇게도 끔찍스럽게 생각하는 그런 짐승 같은 짓을 나도 주인여자에게 하려고 했었다. 녀석들을 기절할 정도로 패고 또 팼던 나는 결국, 경찰에 끌려가게 됐고, 주인여자를 강간하려던 나 자신을 죽이려 했었다.
나는 가출을 통해 엄마와 아버지에게 느꼈던 벽 보다 훨씬 큰 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갔을 때 엄마가 내 뺨을 때린 것은 엄마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한 것이라고 느꼈고, 앞으로 내게 일어나는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간 다음날부터 나는 다시 범생이의 모습으로 살면서 친자식이 아닌 나를 가슴으로 품어준 아버지와 엄마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사형수의 자식을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 애 써 준 것에 대해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두 사람이 내게 원하는 것이 그렇게 극과 극처럼 달랐냐는 것이었다. 엄마의 뜻대로 내가 상위 1프로로 성장해가는 것을 아버지는 왜 부담스러워 했을까? 엄마는 또 내가 왜 아버지를 닮아가는 것을 두려워했을까? 정말로 억울한 것은 이 모든 것이 내가 원했던 일이 아니고 내가 저지른 일이 아니란 사실이었다.
나는 그때 아버지와 엄마처럼 핑계를 대고 싶었다. 나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핑계를 대면 나 자신이 친부모처럼 하찮고 천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핑계를 대고 후련해하고 있었다. 나의 짐승 같은 행동에 대해 남에게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핑계를 대는 것이 이렇게까지 쉬울 줄은 몰랐고, 또 상쾌함까지 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경숙에게 나의 친부처럼 나도 쓰레기라고 인정을 해버리자 너무나 편해졌고, 이제는 주인여자를 강간하려 했었던 일에 대해서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핑계를 댈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룸으로 들어와 쓰러지듯 침대에 누우니 한 없이 편해졌다. 전과는 다르게 머릿속이 복잡하지 않았고, 내 몸이 침대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다가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낯선 공간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시각적인 자료를 끊임없이 뇌로 전달하자 겨우, 이 공간이 상인의 아파트 거실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상인의 집에 왔나?]
욕실 문이 열리며 여자가 나왔다. 그런데 그 여자는 상인이 아니었다. 테니스 코치 보연이었다. 어떻게 그녀가 이 아파트에 있는 것인지 알 수 가 없었다. 더군다나 알몸을 한 채로 나오며 나를 보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건...꿈 인가?...]
보연이 내게 안기며 뭔가를 말했지만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마치, 소음이 제거된 영상처럼 느껴졌고, 귀가 먹먹할 정도로 고요했다. 그녀가 내게 안겨 알몸을 비벼대자 내 자지가 보연의 다리 사이에 들어가 그녀의 보지 살과 비벼지며 발기하기 시작했다. 옷을 입고 있다고 느꼈는데, 어떻게 된 게 금방 또 내 몸이 알몸이었다. 그리고 꿈속이었지만 촉감도 그렇고 느낌도 너무나 실제와 다름없었다.
내 젖꼭지를 빨아대던 보연이 점점 밑으로 내려가 내 자지를 입에 물고 포르노 속의 여자처럼 익숙한 동작으로 빨기 시작했다. 미칠 것 같은 황홀감이 밀려왔고, 상대가 보연이어서 그런지 흥분감은 더욱 컸다. 지금까지 2년이 넘는 기간동안 보연의 들어난 신체는 얼굴과 손이 전부였다. 심할 정도로 보연은 신체부위를 들어내지 않아서 그녀의 몸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자세하게 그려냈는지 신기했다.
꿈이란 것은 내가 실제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뇌가 꼴리는 대로 조합하는 것으로 알 고 있었다. 그런데 보연의 대한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나의 뇌는 지금 어떻게 이렇게 자세하게 보연의 알몸을 그려냈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보연의 몸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그래서 내 자지를 빨고 있는 보연을 일어나게 했다. 그녀의 얼굴은 분명 보연이었고, 피부의 색은 상인보다도 더 까무잡잡했다. 젖가슴은 무척이나 컸고, 배에는 식스 팩이 확연했고, 허리는 잘록했다. 그리고 큼직한 엉덩이와 보지에는 털이 상인처럼 수북하게 나있었다.
검은 피부색이 돌아 굵고 긴 허벅지와 함께 밑으로 쭉 뻗어 내린 종아리는 황홀할 정도였고, 한 마리 검은 색 말처럼 건강하면서도 섹시했다. 눈이 뒤집힐 정도로 황홀한 보연의 몸을 더듬던 나는 그녀를 안아들고 소파로 걸어갔다. 소파에 보연을 내려놓고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가 키스를 했다. 보연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 입에 혀를 집어넣고는 미친 듯이 빨아댔다.
나는 보연의 입을 빨아대며 몸을 비벼댔고, 뇌가 마비될 정도의 새큰함을 즐겼다. 발기된 내 자지는 보연의 보지 살과 비벼지며 금방이라도 안으로 들어갈 것 같았다. 한 참을 그렇게 키스를 하며 몸을 비벼대다가 입을 떼고 큼직한 보연의 젖가슴을 빨았다. 그러자 보연이 입을 벌리고 뭐라고 말했지만 역시,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물컹하면서 탄력이 있는 보연의 젖가슴을 빨다가 근육이 잡힌 배를 빨고 점점 밑으로 내려가 그녀의 두 다리를 들고, 허벅지를 앞으로 밀었다. 그러자 수북한 털에 감싸인 보연의 보지와 똥구멍이 들어났다. 정말로 털이 많았다. 나는 얼굴을 그곳에 들이밀며 코로 털을 헤쳤다. 그러자 보지 살이 점점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눈이 뒤집힌 나는 얼굴을 처박고 미친 듯이 보연의 보지를 빨아댔다.
엄청나게 많은 액체가 보연의 보지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그 액체를 마시며 혀로 계속 찔러댔고, 그럴수록 보연은 엉덩이를 계속 내 쪽으로 밀어왔다. 미친 듯이 보연의 보지 살을 빨아대다가 나는 반대로 몸을 돌려 그녀의 얼굴 쪽으로 내 하체를 올렸다. 그러자 보연이 내 자지를 입으로 물었고, 엄청난 압박감과 함께 새큰함이 밀려왔다.
다시 보연의 보지를 빨다가 그녀의 튼실한 허벅지를 빨았고, 손을 뻗어 종아리를 만져댔다. 자지로부터 전해져오는 새큰함에 죽을 것 같은 쾌감이 계속 전해져 올라왔다. 나와 보연은 한 참 동안 그렇게 서로의 몸을 빨았고, 몸을 비벼대다가 다시 내가 몸을 돌려 그녀의 두 다리를 들고 사이로 들어가 앉았다. 보연은 달아오른 얼굴로 숨을 몰아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터질 듯 발기한 자지를 잡고 수북한 털을 헤쳤다. 들어난 보연의 보지 살은 실룩거렸고, 제발 안으로 들어와 달라는 것 같았다. 내 자지 대가리가 보지 살을 가르고 점점 안으로 들어갔고, 엄청난 조임과 함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느낌이 들면서 보연의 보지는 내 자지 모두를 삼켜버리고 말았다.
엉덩이를 서서히 움직이던 나는 점점 속도를 높였고, 보연은 눈을 감고 입을 벌린 채 뭐라고 계속 소리를 질렀지만 역시, 소리가 들지는 않았다. 감촉은 실제와 다름이 없는데 왜 소리는 들리지 않을까?
미친 듯이 좆 질을 하면서 나는 보연의 발을 잡고 복사뼈를 빨았고, 발가락을 빨아댔다. 혀로 발가락 사이사이를 움직이다가 다시, 입으로 머금고 빨고 또 빨았다. 그러자 보연의 보지 살이 더욱 내 자지를 조여 왔고, 엄청난 쾌감이 전해져왔다. 황홀감에 취해 몽롱한 상태에서 이제 어깨로 보연의 두 다리를 밀면서 내려찍듯이 좆 질을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가 더욱 미친 듯이 발광을 했고, 나는 보연이 흥분할수록 더욱 큰 쾌감을 느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좆 질을 하던 나는 보연의 다리를 내려주고 그녀의 상체에 몸을 포개면서 보연의 입을 빨았다. 그녀도 혀를 내 입에 넣고 빨았고, 나도 타액을 주고받으며 보연의 입을 빨면서 좆 질을 계속했다. 서로의 입을 미친 듯이 빨다가 머리를 들고 보연을 내려다보니 다른 여자가 있었다. 바로 주인여자였다. 보연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주인여자가 내 밑에 깔려서 내 자지를 자기 보지에 끼운 채로 벌개 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신이 없었지만 흥분감은 더욱 커져버리고 말았다. 엄청난 흥분으로 내 자지엔 더욱 많은 량의 피가 몰려서 터질 것 같았고, 조금 전 보연의 보지 조임보다 더욱 강하게 조여 오고 있었다. 나는 주인여자의 두 다리를 잡아들고 좆 질을 하면서 종아리를 빨아댔다. 내 자지가 드나드는 곳을 보니 주인 여자의 보지에도 수북한 보지 털이 있었고, 액체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가 좆 질을 하다가 발을 잡고 발가락 사이사이를 빨아대자 주인여자의 눈이 뒤집혀진 채 입을 벌리고 괴성을 질렀지만 역시, 소리는 들리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꿈속이었지만 제발, 이 꿈이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주인여자의 발가락을 빨다가 내려놓고 그녀의 몸을 옆으로 틀게 한 뒤, 다리 사이로 들어가 허리를 잡고 좆 질을 시작했다. 미칠 것 같은 쾌감이 자지로 전해졌고, 복부와 사타구니 부분에 닿은 주인여자의 엉덩이의 느낌이 너무나 황홀해서 기절할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괴성을 지르며 손을 뻗어 출렁이는 주인여자의 젖가슴을 움켜잡고 주물러댔다.
안타까웠다. 주인여자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너무나... 너무나 안타까웠다. 나는 상체를 주인여자의 등 쪽으로 누이고 좆 질을 계속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잡고 내 쪽으로 돌려 미친 듯이 키스를 했다. 주인여자의 혀와 내 혀가 뒤엉켜서 움직이자 머리가 타 버리는 것 같은 쾌감이 계속 뇌를 자극하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빨아대다가 입을 떼고 주인여자를 바라보니 또다시 여자가 바뀌어 있었다.
경숙이었다. 새벽에 나와 섹스를 해서 그런지 느낌이 어색하지 않았고, 경숙도 뒤에서 내 좆 질을 받으며 입을 벌리고 소리를 내 질렀지만 역시,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나는 다시 경숙을 바로 누이고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가 두 다리를 어깨로 밀면서 좆 질을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엉덩이 양쪽을 누군가 뒤에서 잡는 것이 느껴지더니 똥구멍이 화끈거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놀랍게도 경숙의 엄마였다. 경숙의 엄마도 알몸이었는데 피부가 20대처럼 고왔고, 탱탱해서 너무나 신기했다. 그녀는 머리를 들고 나를 보며 미소를 짓다가 다시 머리를 숙였다. 경숙의 엄마가 내 불알을 빠는지 기분 좋은 따뜻함이 느껴졌고, 똥구멍을 빨다가 혀로 찔러서 나도 모르게 희한한 소리를 내 뱉고 말았다. 내 눈은 계속 감기는 것 같았고, 머리는 하얗게 변해버렸다.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에 나는 미친 듯이 좆 질을 했고, 다시 정신을 차려서 내려다보니 이젠 경숙이 사라지고 나리엄마가 입을 벌린 채 소리를 지르고 있어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내 자지는 나리엄마의 보지에 물려 가만히 있었고, 허연 액체로 번들거리는 나리엄마의 보지 조임은 더욱 강해져서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오직 본능만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미친 듯이 좆 질을 하는데 엉덩이 쪽이 허전하다 싶더니 누군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유정이었다. 잔뜩 붉어진 얼굴로 엉덩이를 나리엄마 얼굴 쪽으로 향하게 하고 상체는 내 쪽을 향한 채로 다가와 내 머리를 잡고 내 입 속으로 자기 혀를 집어넣고 유정이 내 입을 빨아대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머리로 생각할 겨를이 없어서 나리엄마의 두 다리를 잡고 허리를 움직여 좆 질을 하면서 유정의 입을 빨았다. 나리엄마는 유정의 엉덩이를 잡고 그녀의 보지와 똥구멍을 빨아댔다.
유정이 입을 떼자 그녀의 입에서 침이 흘러내렸다. 벌개 진 얼굴로 미소를 짓던 유정은 몸을 일으켜 세워 뒤로 돌아 엉덩이를 내 쪽으로 내 밀고 나리엄마를 안았다. 유정과 나리엄마는 서로의 입을 빨아댔고, 유정의 보지는 나리엄마에게 빨려서 액체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나는 나리엄마의 보지 속에서 자지를 빼고 유정의 보지 속에 찔러 넣었다. 그러자 유정이 고개를 들고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를 내 질렀지만 역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유정의 허리를 잡고 다시 미친 듯이 좆 질을 시작했고, 두 여자는 껴안은 채로 서로의 입을 빨아대고 있었다. 좆 질을 하던 나는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단전으로 뭔가 묵직한 것이 주욱, 하고 내려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나는 미친 듯이 좆 질을 했고, 엄청난 비명을 내 지르며 나는 유정의 보지 속에 왈칵! 사정을 하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나리엄마와 유정은 껴안고 서로의 입을 빨았고, 유정의 보지 살이 내 자지를 물고 오물거리면서 마지막 정액 한 방울까지 받아내려 하고 있었다.
사정의 쾌감을 느끼면서 유정을 보자, 벌개 진 얼굴로 쾌감에 취한 얼굴의 초희가 고개를 돌리고 나를 보고 있었다. 깜짝 놀란 내가 상체를 뒤로 빼고 앉았다. 그러자 초희의 보지에서 내 자지가 빠져나왔고, 그녀의 보지에서 정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초희가 웃으며 거실 바닥으로 내려섰고, 밑에는 초희엄마가 누워서 나를 보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당황한 내가 몸을 세우려는데 누군가 뒤에서 내 몸을 안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알몸의 유정이었다. 뿐만 아니라 소파 앞에는 주인여자와 경숙, 경숙 모, 그리고 베르디움 여자들이 알몸을 한 채로 술을 마시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화들짝 놀라 눈을 번쩍 떠버리고 말았다. 혼란스러운 시선은 점차 정리가 되면서 내 원룸 곳곳의 정보를 뇌로 전해주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 침대에 누운 상태였고, 창 밖을 보자 어느 새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다. 옷은 아직 입은 채였고, 온몸은 땀으로 젖어있었다. 그리고 사타구니가 이상해서 보니 난 바지를 입은 채로 사정을 한 상태였다. 혈기 왕성했던 십대 시절에도 해 본적이 없는 몽정을 28살의 나이에 해버리다니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허탈하고 찝찝한 기분에 난 티를 벗고, 청바지를 벗었다. 헐렁한 사각팬티는 흥건하게 젖어있었고, 그것을 벗자 허연 정액이 털에 묻어서 범벅이 되어있었다. 황홀한 꿈이었지만 상태는 무척이나 찝찝했다. 벗은 옷을 빨래바구니에 넣은 뒤 욕실로 들어갔다. 떨어지는 물줄기를 받으며 머리와 얼굴을 씻다가 사타구니를 씻기 시작했다. 몸에 묻은 정액을 닦아내며 꿈속을 떠올리자 보연과 주인여자 그리고 유정등 다른 여자들의 알몸이 떠오르며 또 다시 내 자지가 발기하기 시작했는데, 무엇보다 나를 흥분하게 만드는 것은 초희엄마와 초희였다. 아무리 꿈속이었어도 모녀와 함께 섹스를 했다는 것은 너무나 놀랍고도 흥분되는 일이었다.
어이없는 일이었지만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비록 꿈이었지만 보연의 알몸을 봤고, 주인여자의 알몸과 유정의 알몸을 봤다. 초희와 K 키스를 했고, 그녀의 보지 속에 사정을 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사정을 참고 다른 여자들과도 섹스를 해 볼걸...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하는데 왜 꿈속에선 당황하고 놀랬을까?
인디언들은 꿈속에서 여자를 만나게 되면 상대방이 누구이던 간에 꼭 섹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꿈속에서 상대방과 섹스를 해야 현실에서 그 상대와의 사이가 좋아진다고 생각했고, 만약, 꿈속에서의 여자와 섹스를 하지 않으면 현실에서는 사이가 나빠진다고 믿는 인디언들의 얘기를 어디선가 본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난 보연과 주인여자와 사이가 좋아지는 것인가? 초희와 그녀의 엄마와도 좋아지는 것인가? 특별히 나빠질 것도 없는 상황에서 그런 생각이 들자 괜히 웃음이 나왔다. 꿈과 현실은 엄연히 달랐다. 주인여자의 말대로 현실 속에서는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르게 어긋나는 일의 연속이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땐 옷을 입은 채로 사정을 해서 찝찝했지만 지금은 몽정을 한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현실에서 그런 경험을 할 수 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과연 보연이 꿈속에서처럼 보지에 털이 수북할 것인가에 대해 무척이나 궁금해졌고, 다른 여자들의 보지를 자세하게 보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안타깝게 여겨지면서 계속 웃음이 나왔다.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이상하게 홀가분했다.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기분이었다. 내 몸을 감싸고 있던 단단한 철제 갑옷이 저절로 부서져 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반팔 티에 트레이닝복을 입고 원룸을 나와 산책을 했다. 그런데 몸이 너무나 가볍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뛰기 시작했고, 점점 더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미, 어둑해진 인도를 나는 미친 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내 심장은 엄청난 속도로 뛰었지만 하나도 숨이 차지 않았다. 마치, 그 동안 두 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던 불구의 장애인에서 새로운 다리를 얻기라도 한 거처럼 달리고 또 달렸다. 치타처럼 달려가는 내 모습에 놀라서 인도를 걷던 사람들이 놀라서 옆으로 피했고, 여자들은 비명까지 지르기도 했다.
어디가 어딘지 판단하지 않은 채로 무작정 뛰다보니 이 지역 대학의 후문 근처였고, 경찰서도 보였다. 나는 달리는 것을 멈추고 숨을 몰아쉬었다. 온 몸엔 땀이 흥건했고, 심장 소리가 들릴 정도로 뛰었지만 역시, 하나도 힘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웃음이 절로 나왔다.
“태복씨, 아닙니까? ...”
숨을 몰아쉬며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니 한국이었다.
“아, 태복씨가 맞네! 하하하!~ 난 또 웬 미친 사람인가 했잖아요. 왜 그렇게 뛰었어요?”
한국이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왔고, 나는 한껏 반가운 얼굴로 그에게 인사를 했다.
“후우!~ 새벽에 뛰는 것 보다...하아!~~ 이렇게 밤에 뛰는 것이 편해서요.”
“운동 하신 겁니까? 집에서 여기까지요? 와!~~젊긴 젊으시군요!~~하하!”
땀을 뻘뻘 흘리는 내 모습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 한국이 말했다.
“저녁 드셨어요? ...안 드셨으면 저랑 같이합시다. 혼자 먹으려니 심심하기도 하고...”
한국의 손엔 비닐 봉투가 들려있었는데 보니, 라면이었다. 제법 먼 거리를 미친 듯이 달려서 그런지 배가 고팠다. 나는 흔쾌히 한국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는 나를 데리고 자기 원룸으로 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후끈 열기가 달아올랐다. 한국은 냄비에 물을 받으며 나보고 샤워를 하라고 해서 나는 욕실로 들어가 간단하게 땀을 씻어내고 밖으로 다시 나왔다. 어느새 방 중간엔 상이 펴져있었고, 수저와 함께 김치가 놓여있었다. 한국은 다 익은 라면을 들고 와 상 중간에 냄비를 내려놓고는 옆에 있는 선풍기의 스위치를 눌렀다.
선풍기 바람에 의지한 채 한국이 떠 준 라면을 먹으니 너무나 맛있었다. 군에 있을 때 먹은 뽀글이나 반합에 끓인 라면보다 더 맛있는 것 같았다. 어떤 영화에서 보니 라면을 가장 맛있게 끓이는 방법은, 가장 배가 고플 때 끓이는 것이라고 했었다. 지금 한국이 끓여준 라면이 어떤 음식보다 맛있는 이유는 배가 고프기 때문인가? 아니면 한국과 함께 먹기 때문인가?
“후루룩!~~저녁은 혼자 드세요? 후룩!~~하아!~~”
“예~ 사랑인 새벽에나 일이 끝나요!~후루룩, 후룩!~ 갈비 집에서 일을 하거든요. 하아!~”
“후룩!~ 형님은 일 안 하세요?”
내 말에 한국이 라면을 먹다말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가 나를 쳐다봐서 나도 그를 쳐다봤고 난 멋쩍어서 미소를 지었다.
“저 보다 위시잖아요? ...그럼, 형님이죠 뭐...이상해요?”
“아, 아뇨...조금 ...제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것 같아서요...”
“이제부터 말 놓으세요. 제가 불편하잖아요?”
한국은 그렇게 나를 바라보다가 역시, 기분 좋게 웃었다. 나와 한국은 맛있게 라면을 먹었고, 밥까지 말아서 함께 먹었다. 살아오면서 이렇게 맛있는 라면은 먹은 적이 없는 것 같았고, 너무나 기분 좋은 저녁식사였다.
밥을 다 먹고 나는 한국이 만류하는 것을 뿌리치고 설거지를 했다. 그리고 좁은 원룸을 나와 한국과 함께 산책을 했다. 낮에는 무척이나 더웠지만 밤에는 아직도 조금 쌀쌀한 날씨였다. 그래도 좁은 방에서 더운 음식을 먹다가 나와서 그런지 너무나 시원했고 상쾌했다. 2백 미터쯤 걷다보니 속에서 가스가 올라왔다. 그래서 나는 걸쭉하게 트림을 했고, 방구까지 시원하게 뀌었다. 그러자 한국도 걸쭉하게 트림을 길게 내 뱉었다. 우리는 깔깔대고 웃으며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
6살 때 입양 된 나는 밥을 먹으면 물을 입에 머금고 요란하게 입을 헹궜고, 동시에 트림을 했다. 그리고 수시로 방귀를 뀌어댔고, 화장실 문을 닫지도 않고 똥을 쌌다. 나의 이런 모습에 엄마는 진저리를 쳤고, 아버지는 웃으며 내게 그러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하나씩 설명을 해줬다. 하지만 나는 엄마의 태도에 반발심이 생겨서 한 달이 지난 뒤 복수를 했다.
처음으로 아버지의 엄마인 할머니 댁에 가서 저녁을 먹은 나는 보란 듯이 물을 머금고 입을 헹궜고,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가면서 방귀를 연속해서 13번이나 껴댔다. 그 일로 나는 아버지의 가족들에게 이상한 놈으로 찍히고 말았다. 씨가 나쁘면 어쩔 수 없다는 소리를 들었던 나는 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영어와 일어를 한국어 못지않게 사용하고, 한자도 익숙하게 사용하자 조금 다른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비로써 외가 집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엄마가 나를 외가 집에 데려갔다는 것은 나를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런 평가를 받고 나서야 나는 트림과 방귀를 남 앞에서 끼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껄껄거리고 웃으며 산책을 하다가 투다리가 보여서 안으로 들어가 차가운 생맥주를 마셨다.
“백수나 다름없지 뭐...”
한국은 중소기업을 다니다가 너무나 짜증이 나서 그만두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다고 했다. 친, 인척들로 구성된 간부란 사람들의 말도 안 되는 짓거리들을 보면서도 웬 만하면 참고 견디려고 했는데, 사장이란 놈이 경리부 여직원과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면서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 여직원은 한국보다 나이도 한 참이나 어렸고, 직급도 낮았음에도 점점 사장 마누라라도 된 듯이 굴었기 때문이었다.
막상, 사표를 내고 회사를 나왔지만 공무원시험은 만만치 않다고 했다. 그동안 1점차이로 떨어졌던 것이 수십 번이었다고 했다. 나는 한국과 같은 고민을 해 본적이 없었지만 경숙과 사무 팀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이 지역 대학생들의 70프로가 공시를 준비했는데, 웬 만한 지방대학 친구들은 거의가 그렇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9급 공무원 시험도 경쟁률이 어마어마해서 고시수준이라고 했다.
그런 경쟁률을 뚫고 뽑힌 공무원들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공무수행을 할까 싶었고, 또 그런 대단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사람들인데 왜 공무원 사회는 바뀌지 않는지도 궁금해졌다.
“후우!~~ 이젠 많이 지쳐서 말이야...그냥 우유배달이라도 할 까 생각중이다....”
주인여자에게 발끈했던 한국의 모습과 지금, 밥벌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한국의 모습이 이제야 겹쳐져서 이해가 되었다. 35살의 나이에 사랑하는 여자에게 서포트를 받으면서 9급 공무원이라도 되려고 발버둥치는 한국의 모습은 너무나도 측은해보였다.
나는 운이 좋게도 친부모에게서 폭력성은 빼고 영특함만을 물려받은 것 같았다. 그리고 능력이 좋은 양부모를 만나서 돈에 대한 부담 또한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나도 학업 스트레스는 피할 수가 없었다. 엄마의 욕심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기 때문이었다. 1등!...오직 1등이 아니면 다른 것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여자가 바로 엄마였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내가 맥주를 마시며 그렇게 외치자 한국이 피식 웃어버렸다.
“국가가 내게 해준 게 뭐가 있냐!~~~”
한국이 나를 따라서 그렇게 외쳤고, 우리는 웃으며 맥주잔을 부딪치고 남은 맥주를 모두 마셔버렸다. 초,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12년간을 대학입시에 치여서 살다가 대학에 가서 숨 좀 쉬려고 하면 그마져도 취업준비 때문에 할 수가 없었다. 종석이나 나처럼 운이 좋아서 부모 잘 만난 녀석들은 그렇다 치고 한국 같은 남자들은 지금의 세상에서는 가정을 꾸리고 살기가 쉽지 않아보였다.
생맥주를 마시다가 취기가 오른 나는 한국을 끌고 근처 노래방으로 들어갔다. 엄청난 음치에 고음 불가인 노래 실력이었지만 나는 들어가자마자 노래를 선택했고, 심장을 울리는 전주가 나오자 한국도 탬버린을 들고 일어나 쳐대기 시작했다. 노래가 시작되고 나는 최선을 다해서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살다보면 그런 거지!~ 우후~ 말은 되지!~
모두들의 잘못인가!~난 모두 다 알고 있지!~
닥쳐!!!~
돼지 멱따는 내 노래 소리에 맥주를 들고 들어오던 여주인이 깜짝 놀라다가 웃으며 테이블에 놓고는 밖으로 나갔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웃겼다. 나는 도저히 혼자 부르기가 힘들어서 마이크를 한국에 들려주고는 함께 부르자고 했고, 한국은 마이크를 받아들자마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실력이 장난 아니었다.
노래하면 잊혀지나!~ 사랑하면 사랑받나!~
돈 많으면 성공하나!~ 차있으면 빨리 가지!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치고 내말 들어!!!~
우리는 달려야해!~ 바보 놈이 될 순 없어!~
말~달~리~자아!!!!!!!!!~~
말 달리자!~ 말달리자!~ 말 달리자! 말달리자!~
이러다가 늙는 거지!~ 그땔 위해 일해 야해!~
모든 것은 막혀있어!~ 우리에겐 힘이 없지!~
닥쳐!!!~~
사랑은 어려운거야!~ 복잡하고 예쁜 거지!~
잊으려면 잊혀질까!~ 상처받기 쉬운 거야!~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치고 내말들어!~~~~
우리는 달려야해!~ 거짓에 싸워야해!~
말~달~리~자!!!!~~~~~~~~
말 달리자!~ 말 달리자!~라고 외쳐대는 한국의 목소리가 노래방안을 울렸고, 어설프지만 따라 부르는 내 소리도 섞였다. 우리는 미친 말처럼 뛰면서 탬버린을 부러뜨릴 것처럼 쳐대며 소리를 지르고 또 질러댔다. 28년을 살면서 이렇게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선 적이 없었고, 내 모든 것을 열고 함께 어울려본 적이 없었다. 한국도 답답했겠지만 나도 답답했었다. 나는 물에 뜬 기름처럼 둥둥 뜬 채로 표류하는 삶을 살아서 답답했고, 한국은 거대한 물줄기를 거스를 힘이 없어서 답답했다.
능력과는 상관없이 표류하는 삶이긴 나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너무나 달리고 싶었다. 비록, 노래방에서였지만 나와 한국은 그 어떤 명마 못지않게 달리고 또 달려가고 있었다.
이게 꿈인가, 현실인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학원동료와 그것도 학원에서 섹스를 하고 말았다. 조금 전 눈이 뒤집혀서 경숙의 몸을 탐한 나는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그리고 갑작스럽게 결혼하자고 외친 나는 무슨 생각에서 그런 것인가? 내가 시작한 섹스였으면서도 믿을 수 가 없었고, 내가 한 말인데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무나 머리가 어지러웠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대체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사무장 실에서 들릴 때마다, 그리고 또각 거리는 경숙의 구두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 심장이 벌렁거렸다. 심장이 벌렁거리면서 소름이 쫙 돋았고, 주인여자를 강간하려 했을 때처럼 누군가 위에서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것처럼 머리가 쭈뼛거렸다.
구두소리와 함께 경숙이 사무장실을 나왔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우두커니 서있는 내 앞을 오가더니 물수건을 빼들고 몸을 숙였다. 혼란스러운 머리와는 다르게 경숙의 맴 허벅지와 힘줄이 돋은 종아리, 그리고 발등을 보자 또 다시 흥분이 느껴졌다. 도대체 이런 상황에서도 또 다시 반응하는 내 몸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자들의 성욕은 원래 이렇게 즉흥적인 것인가?
경숙은 내가 뭘 생각하는지 모른 채 바닥에 떨어진 정액방울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아침 7시부터 아줌마들이 학원 전 층의 청소를 시작할 것이었지만 경숙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모양인지 바닥을 둘러보며 꼼꼼하게 살폈다. 그 모습이 웃기기도 했지만 웃음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복잡했다.
“후우!~ 뭘 그렇게 우두커니 서있어요? 이제 가야죠, 장 선생님?”
물수건을 휴지통에 집어넣으며 경숙이 나를 보고 그렇게 말했다. 뭔가 대꾸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아무 말도 못했다. 뇌는 정지된 것처럼 한 가지 문제만을 반복적으로 연산했고, 입은 본드라도 바른 것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로비 바닥에 떨어진 정액을 닦고, 흐트러진 안내 데스크까지 정리한 경숙은 볼펜을 들고 메모지에 뭔가를 적더니 이불 가방에 붙였다. 청소 아줌마들에게 세탁을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경숙은 나와 다르게 너무나 침착하면서도 꼼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경숙이라면 완전범죄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경숙이 어느 새 내 앞에 다가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했던 나는 그녀를 보고 당황해서는 더욱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런 나를 뒤로 하고 학원 로비의 불을 끈 경숙이 나를 재촉해서 나는 정문을 나가 복도에 섰다. 그러자 경숙이 학원 문을 닫고는 앞서 걸으며 또 다시 나를 재촉했다.
이상한 일이지만 나도 모르게 복도 천장에 걸려있는 카메라를 바라보고 말았다. 경비실에서는 학원 안을 볼 수 가 없었지만 복도에 있는 나와 경숙은 볼 수 있을 것이었다. 왜 갑자기 그런 것이 생각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상하게 나와 경숙의 섹스를 혹시나 경비원들이 보지는 않았을 까하는 두려움이 들기도 했다.
조금 전 결혼하자던 호기는 사라지고 이제 내 머릿속은 너무나 혼란스러워져서 경숙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설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금 전에 그녀와 학원로비에서 그리고 휴게실에서 짐승 같은 섹스를 했다는 사실이 내 상상 속의 일이거나 꿈처럼 느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비현실적인 일이었다.
“장 선생님...?”
나는 경숙의 말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경숙의 얼굴과 눈을 바라보자 다시 또 좀 전에 벌어졌던 섹스가 확하고 현실로 다가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분명히 미칠 듯한 쾌감을 느꼈었다. 하지만 그 쾌감이 증발해 버리자 나는 경숙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고, 책임을 져야한다는 마음이 밀려왔다. 결혼하자고 호기를 부렸던 마음은 채 10분이 지나기도 전에 이렇게 후회와 두려움이 되어 돌아왔고, 난 그것을 들키기 싫어서 어째야 좋을지 몰랐다.
혼란스러운 내 마음과는 다르게 경숙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표정이 밝았고, 나에 대한 어떤 거리낌도 없어보였다. 저 표정은 무슨 뜻일까? 이제는 내가 자기 것이 됐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나도 종석이처럼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인가? 종석이 말마따나 나도 여자에게 좆 물려서 어쩔 수 없는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인가? 나에게도 이런 이기적이고 천박한 면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어느새 엘리베이터는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멈춰 섰다. 경숙이 먼저 내렸고 나는 우물쭈물 어색한 동작으로 뒤를 따라 내렸다. 경숙이 돌아서려 할 때 요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주차장 안으로 차 한대가 들어왔다. 마티즈였다. 작은 차는 엘리베이터 근처에 차를 세웠는데 보니 헬스클럽 사장, 영훈이었다. 30대인 영훈은 몸의 근육이 장난이 아니었는데, 그 큰 몸을 하고 마티즈에서 내려서는 모습을 보자 너무나 어울리지 않았고, 웃기기까지 했다.
영훈은 내가 이곳에 내려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렇게 엘리베이터에서 봤었다. 그런데 나를 처음 보고는 대뜸 선수로 나가라고 했고, 근 3개월을 학원에 찾아와 졸랐었다. 너무나 들이대는 것이 짜증이 나서 나는 일부러 빌딩 내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았고, 헬스클럽도 시민회관을 이용했을 정도로 짜증나게 했었고, 또 끈질 긴 사람이었다.
우리 쪽으로 영훈이 다가와 경숙과 내가 함께 인사를 했고, 그도 호탕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야!~~이거 오랜만입니다, 사무장님, 장 선생님!~ 이거 한 건물인데도 얼굴 보기가 힘드네, 하하!~ 그래, 장 선생은 정말로 선수가 될 생각이 없는 거요?”
“아이고!~ 사장님도 정말 끈질기시네요. 벌써 몇 년 째에요?”
“사무장님이 모르셔서 그렇지, 장 선생이 마음만 굳히면 내가 세계대회까지 보내 줄 수 있다니까요?”
“평양감사도 자기가 하고 싶어야 하는 거죠, 이제 포기하세요!~~”
“그럼, 경숙씨라도 하세요. 경숙씨도 조금만 하시면 우승은 따 놓은 당상입니다. 어때요?”
“아유!~ 전 몸짱 아줌마 되는 거 그만 둘래요. 그게 어디 사람 사는 거예요? 먹고 싶은 것도 맘대로 못 먹고...후우!~~뭐 몸짱은 아니어도 이정도면 아줌마치고는 괜찮잖아요?... 안 그래요, 장 선생님?”
갑작스런 경숙의 말에 나도 모르게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자 영훈이 껄껄 웃으며 내 어깨를 두 번 치더니 엘리베이터에 올라섰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서서히 닫히자, 웃으며 손을 흔드는 영훈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동안 귀찮아서 일부러 피해 다녔지만 영훈은 언제 봐도 건강했고, 그 모습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장 선생님, 우리 밥이나 먹으러 가죠?...해장국 어때요?”
경숙이 나를 보며 맑은 표정으로 말했다. 도저히 경숙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어서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고, 내 차를 타고 빌딩 밖으로 달려 나갔다. 강한 햇살이 차 안으로 들어와 나와 경숙의 몸을 때렸다.
나는 시내를 벗어나 경숙이 말한 올갱이 해장국 집으로 달려갔다. 이곳은 이 지역뿐만 아니라 외지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곳이어서 그런지 새벽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우리는 홀 중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막상, 경숙과 단둘이 이른 새벽에 해장국을 먹으러 왔다는 사실이 멋쩍게 느껴졌다. 그런 느낌 때문인지 경숙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을 때 고맙게도 종업원이 물병과 잔, 그리고 메뉴판을 들고 왔다.
경숙이 올갱이 해장국과 빈대떡을 시켰는데, 너무나 태연했다. 도대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녀의 모습에 나는 더 어떻게 경숙을 대해야 할지를 몰라서 물병을 들고 잔에 따라서 경숙에게 주었고, 다시 내 잔에 물을 따르고는 목을 축였다. 이상하게 갈증이 심해서 나는 물을 또 따라서 한 잔을 더 마셔야했다.
“장 선생님, 얼굴 좀 펴세요...누가 보면 우리가 진짜 부부라고 생각하겠어요...호호...!”
나를 보고 웃으며 경숙이 말했다. 뭔 말인가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나 보다 나이가 많아서 그런가? 경숙은 나와 섹스를 했으면서도 전혀 의식을 하고 있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조금 뒤 해장국이 나오자 나를 의식하지 않은 채 남성답게 먹었다. 그녀의 모습은 나의 부담감을 덜어주었고, 나도 해장국을 맛있게 먹었다. 앞으로 나와 경숙의 사이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몰랐지만 지금은 배속에 음식을 넣는 행위에 집중해야했다. 그리고 다음을 기다려야 했다.
해장국을 맛이게 먹고 가게를 나온 우리는 자판기 커피를 한 잔씩 뽑아들고 가게 옆에 정원처럼 꾸며진 곳으로 걸어갔다. 커다란 나무 옆엔 벤치가 있었는데 이국적으로 보였다. 우리는 그 벤치에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앉았다. 경숙은 햇살이 들어오는 자리에 앉아 흰 옷이 눈이 부실정도로 빛이 났고, 난 그늘에 앉았다. 햇살이 너무나 강해 경숙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졌고, 그것을 바닥에서 뜯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으러 오길 잘 했네요...아무래도 그냥 헤어지면...장 선생과 너무 불편해질 것 같았는데...”
“...죄송합니다...제가 너무 어린 애처럼 굴었습니다...”
내 말에 경숙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원망의 눈빛이 아니라 내 생각을 이미 모두 알고 있다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경숙의 그런 눈빛을 보자 이상할 정도로 얼굴이 달아올랐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해 할 것 도 없고...책임질 일도 아니에요, 장 선생님...저도 원했던 일이니까요...”
“... ...”
“네...장 선생이 키스했던 날이요...그 날 밤... 한 잠도 못 잤어요...”
경숙의 말에 난 더욱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이 여자는 본의 아니게도 내 키스로 인해 그동안 고민을 많이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날 주인여자를 강간하려 했었다. 이 사실을 알면 경숙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아니어도 된다는 것을 나는 인영과 상인에게서 느끼고 말았었다. 그런데 나는 인영과 상인에게 느꼈던 기분을 경숙에게 주려하고 있었다. 아직은 다행히 그 사실을 경숙이 모르지만 알기라도 한다면 경숙도 나와 같은 상처를 받을 것이었다.
“장 선생님은 생각한 것과는 너무나 다르네요...학원에서는 70대처럼 느껴졌는데...나이는 속일 수 없는 것 같네요...즉흥적인 것이...이제야 장 선생이 저보다 어리게 느껴져요...호호...!...”
“...이제야 제가 사람처럼 느껴지나요?...”
“그래요...사람...그 동안 장 선생은 항상, 1미터 정도의 벽을 앞에다 두고 그 거리만큼만 우리를 허락했었죠...이젠 그 벽이 없어졌어요...”
의식적으로 어른스럽게 굴려고 했던 적도 없고, 누군가를 경계하려고 했던 적도 없었다. 그 동안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제멋대로 나를 판단 한 것뿐이었다. 그것은 마치, 학생들이 내 혈액형을 AB형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장 선생님...정말로 저랑 결혼하고 싶었어요?...”
“... ...”
갑작스런 경숙의 질문에 나는 말을 하지 못했다.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얼굴은 달아올랐다. 나는 지금 이기적이고 더러운 먹물들의 행동을 하고 있었다. 경숙의 말마따나 항상, 나만 옳고 남들은 모두 틀렸다고 생각하면서 막상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에선 발을 빼려고 하기에 급급하고 있었다.
핑계를 대고 싶었다. 없는 핑계도 만들고 싶었다. 핑계를 대자면 나는 경숙이 싫은 것은 아니었고, 그녀에게 아이가 있다는 것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난 아직까지 결혼에 대한 어떤 생각도 해 본적이 없었다. 아주 저급한 먹물들의 자기 합리화였다.
“하하하!~~ 장 선생이 그렇게 우물쭈물한 모습을 보이니까 너무 재밌네요! 하하하!~~”
나의 비겁함 앞에서 경숙은 크게 웃어주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엔 너무나 추한 모습 같았는데, 오히려 경숙은 재밌어 하고 있었다. 도대체 경숙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좋아요...여기까지 왔으니 아주 손가락이 오그라드는 얘기를 해줄게요.”
“... ...”
“음...전 결혼을 두 번 했었어요. 첫 번째 결혼에서 수오를 얻었는데, 남편이 그만 교통사고로 하늘나라로 떠나버렸죠...그리고 장 선생이 이곳에 오기 전에 재혼을 했었어요...그 남자도 장 선생처럼 즉흥적으로 다가왔었죠...전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했고...앞 뒤 안 가리고 재혼을 했어요...”
경숙은 비극적인 얘기를 남 얘기처럼 하고 있었다. 난 아직까지 과거에 대한 일을 생각하면 심장이 떨릴 정도였는데 경숙은 너무나 침착했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자신을 객관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을 객관화시킨 만큼 성숙해 지는 것인가?
“근데...재혼이란 것이 쉽지가 않더군요...시댁에선 처음부터 저를 못 마땅해 했는데...당연 하죠 제가 나이가 많았으니까...근데, 수오에게도 그것이 전해지더군요...남편이 중간에서 모든 것을 막아줬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더군요...남편도 사람이니까 힘든 것이 당연한대도 ...나도 힘이 드니까 떼를 썼고...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는 매일 싸우게 됐고...결국, 이혼하고 말았어요...웃기죠?”
“...손가락은 오그라들지 않았습니다...”
내 말에 경숙이 피식 웃어버렸다. 뭔지 모르지만 나는 경숙에게 이해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엄마에게도 느껴 본적이 없던 느낌이었다.
“흠...이제 장 선생 얘기도 해봐요...알고 싶어요...”
나는 조금 고민하다가 경숙에게 인영과의 일을 얘기했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 한 적이 없었는데 경숙에게 모든 것을 얘기를 하고 말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었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속이 후련해졌다. 십년 묵은 체증이 쑤욱 내려간다는 말은 바로 이런 느낌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장 선생 얘기는 손가락이 오그라들어요...하하하!~~”
하긴 경숙의 말이 맞았다. 첫사랑에 실패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 같았다. 너 아니면 여자가 없냐? ...라고 단순하게 넘어 갈 수도 있는 문제였지만 이상하게도 난 인영에게 집착을 하고 말았다. 서로 육체관계를 갖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인영에 대한 나의 집착은 사랑을 놓친 안타까움이 아니라 남성들의 속물적인 근성인가?
“이제 돌아가요, 장 선생님. 수오녀석이 징징댈 것 같아요...”
경숙이 그렇게 말하고 벤치에서 일어섰다. 나는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경숙이 의아하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핑계를 댈게요...결혼을 생각하고 그런 것 아닙니다...그냥...그냥!...사무장님 몸을 보고... 하고 싶었어요...너무나 만지고 싶었고...그래서 키스를 했고...그랬습니다...!”
내 말에 경숙이 얼굴을 붉히고 주변을 살폈다. 가게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우리를 보지 않았고 모두들 주차장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경숙의 어깨를 잡고 돌려서 나를 바라보게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어요...사무장님과 하고 싶습니다...제가 너무 이기적인가요?”
경숙은 얼굴을 붉히고 있었지만 표정은 차분했다.
“...사랑 안 할 자신이 있어요?”
그녀의 말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남녀간의 사랑은 항상, 집착을 동반할 수 밖에는 없었다. 나는 인영에게 그랬고, 남편이 있는 상인에게도 그랬다. 경숙의 말대로 완벽하게 서로를 객체화 시킨 만남을 할 수 있을까?
“...전 할 수 있지만...장 선생은 절대로 할 수 없을 거예요...그때는 또 어떤 핑계를 댈 거죠?”
“... ...”
“두 번째 결혼을 할 때도 ...전 ...사랑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었어요...하지만...현실은 다르더군요...제 집착으로 수오가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장 선생 한 테만 수오가 그런 것이 아니에요...녀석은 젊은 남자만 보면 아빠라고 달려들죠...새 아빠를 좋아했었으니까...전...녀석이 클 때까지 절대로 사랑을 하지 않을 거예요...”
나는 돌아서는 경숙의 손을 붙잡았다. 경숙은 이제 돌아서지 않은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절대로...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당신에게 키스했던 날 ...전 다른 여자를 강간하려 했습니다...술에 취했다는 핑계를 대죠...전...이런 놈입니다...사무장님이나 다른 분들이 생각하는 그런 고상한 사람이 아니라...태어날 때부터 쓰레기였고, 이기적인데다가 짐승 같은 놈입니다...!...”
경숙은 내 말에 돌아서지 않은 채 여전히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쿵쿵 뛰는 내 심장의 소리가 크게 들려왔고, 움직임까지 보이는 것 같았다. 약간 떨리는 손으로 잡고 있던 경숙의 손을 놓자, 그녀가 천천히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말을 하고 말았다. 한달도 안 된 사이에 나는 엄청난 일을 겪었고, 또 생각지도 못 할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 경숙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경숙을 ?아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차의 문을 열자 경숙이 조수석에 올랐고, 나는 운전석에 올랐다. 차를 몰아 경숙의 아파트 쪽을 향해 달려가는데 그녀는 말이 없었다. 창 밖을 바라보기만 할 뿐 어떤 표정도 없었다. 괜한 말을 한 것인가? 하지만 핑계를 대고 싶었다. 경숙이 어떤 심정일지 모르겠지만 난 너무나 후련했다. 그리고 어쩌면 주인여자에게도 핑계를 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한마디 말도 없었다. 경숙의 아파트까지는 20분이 걸리지 않았는데 마치 두 시간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나는 아파트로 들어가려 했지만 경숙은 비로써 입을 떼며 내려달라는 말을 했다. 그녀가 원하는 곳에 차를 세우자, 경숙은 나를 보지도 않고 차에서 내렸다. 전면으로 경숙의 아파트가 보이기는 했지만 이곳에서 걸어가려면 4거리의 횡단보도를 건너야 했고, 그곳을 건너고도 꽤 걸어야하는 거리였다. 그렇게 터벅터벅 아파트 쪽으로 걸어가는 경숙의 모습을 보니 불안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반응들이 겹쳐서 머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알 수 없는 경숙의 반응이었다. 괜한 얘기를 꺼낸 것인가? 사람들 사이에서 관계를 맺고, 또 한 발짝 다가설 때마다 나는 너무나 피곤하고 힘이 들었다. 이렇게 힘이 드는 것을 종석은 너무나 쉽게 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것인지는 정말로 내겐 미스터리였다.
경숙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며 나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로 인해 경숙의 머리가 복잡해진 것은 미안한 일이었지만, 나는 오히려 속이 후련할 정도로 기분이 차분해졌다.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관계들이 이도 저도 아닌 관계가 되어버리는 상황에서 경숙과 나 사이에 벌어진 일도 그런 과정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왠지 모르게 심장이 뛰면서 기분이 상승되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살면서 난 한번도 핑계를 댄 적이 없었다. 잘 한 것은 잘 한 것이고, 못 한 것은 못 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오직, 내 판단에 의지해서만 살아왔었다.
<너를 사랑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엄마와 아버지는 나를 떠나면서 저런 핑계를 댔었다. 두 사람이 나를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너무나 끔찍한 것이었다. 그리고 더욱 끔찍했던 것은 나로 인해 엄마와 아버지의 사이가 나빠지는 것이었다. 어차피 두 사람이 나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와 엄마의 친자식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나의 친부는 한 가족을 끔찍스럽게 살해한 살인자로 국가에 의해서 죽음을 당한 사람이었다. 중학생이 되었을 때 친부의 일을 알게 된 나는 더욱 움츠려 들게 됐고, 나 자신에 대해 부정하기 시작했고, 누구도 내게 가깝게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그런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그림이었지만 이상하게 엄마와 아버지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져만 갔다.
엄마와 아버지의 싸움이 치열해지는 것이 내가 그림에 미쳐서 공부를 등한시했기 때문이 아니라 살인자의 자식이라는 원죄를 받고 태어난 쓰레기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난 가출을 해버렸다. 하지만 가출을 해서 만난 나와 비슷한 애들의 사연은 나보다 더 참혹해 보였다. 세상의 모든 불행은 나에게만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았다.
공부하라는 잔소리 때문에 가출한 애들은 너무나 귀여웠고, 또 그런 애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친아버지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여자애들이나 아버지에게 구타당했던 아이들은 이미 독립적인 기질이 있었기 때문에 가출한 상태에서도 잘 버텼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비행을 저지르면서도 자책감이 없었다. 녀석들은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웠고, 술을 마셨고, 약한 녀석들에게 폭행을 저질렀고, 그리고 꼴리면 언제든 섹스를 했다.
여자애들은 본능적으로 반항했지만 남자애들은 본능적으로 때리고 또 때리다가 여자애들이 기절한 상태에서도 자지를 쑤셔댔다. 내가 그렇게도 끔찍스럽게 생각하는 그런 짐승 같은 짓을 나도 주인여자에게 하려고 했었다. 녀석들을 기절할 정도로 패고 또 팼던 나는 결국, 경찰에 끌려가게 됐고, 주인여자를 강간하려던 나 자신을 죽이려 했었다.
나는 가출을 통해 엄마와 아버지에게 느꼈던 벽 보다 훨씬 큰 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갔을 때 엄마가 내 뺨을 때린 것은 엄마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한 것이라고 느꼈고, 앞으로 내게 일어나는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간 다음날부터 나는 다시 범생이의 모습으로 살면서 친자식이 아닌 나를 가슴으로 품어준 아버지와 엄마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사형수의 자식을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 애 써 준 것에 대해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두 사람이 내게 원하는 것이 그렇게 극과 극처럼 달랐냐는 것이었다. 엄마의 뜻대로 내가 상위 1프로로 성장해가는 것을 아버지는 왜 부담스러워 했을까? 엄마는 또 내가 왜 아버지를 닮아가는 것을 두려워했을까? 정말로 억울한 것은 이 모든 것이 내가 원했던 일이 아니고 내가 저지른 일이 아니란 사실이었다.
나는 그때 아버지와 엄마처럼 핑계를 대고 싶었다. 나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핑계를 대면 나 자신이 친부모처럼 하찮고 천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핑계를 대고 후련해하고 있었다. 나의 짐승 같은 행동에 대해 남에게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핑계를 대는 것이 이렇게까지 쉬울 줄은 몰랐고, 또 상쾌함까지 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경숙에게 나의 친부처럼 나도 쓰레기라고 인정을 해버리자 너무나 편해졌고, 이제는 주인여자를 강간하려 했었던 일에 대해서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핑계를 댈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룸으로 들어와 쓰러지듯 침대에 누우니 한 없이 편해졌다. 전과는 다르게 머릿속이 복잡하지 않았고, 내 몸이 침대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다가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낯선 공간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시각적인 자료를 끊임없이 뇌로 전달하자 겨우, 이 공간이 상인의 아파트 거실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상인의 집에 왔나?]
욕실 문이 열리며 여자가 나왔다. 그런데 그 여자는 상인이 아니었다. 테니스 코치 보연이었다. 어떻게 그녀가 이 아파트에 있는 것인지 알 수 가 없었다. 더군다나 알몸을 한 채로 나오며 나를 보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건...꿈 인가?...]
보연이 내게 안기며 뭔가를 말했지만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마치, 소음이 제거된 영상처럼 느껴졌고, 귀가 먹먹할 정도로 고요했다. 그녀가 내게 안겨 알몸을 비벼대자 내 자지가 보연의 다리 사이에 들어가 그녀의 보지 살과 비벼지며 발기하기 시작했다. 옷을 입고 있다고 느꼈는데, 어떻게 된 게 금방 또 내 몸이 알몸이었다. 그리고 꿈속이었지만 촉감도 그렇고 느낌도 너무나 실제와 다름없었다.
내 젖꼭지를 빨아대던 보연이 점점 밑으로 내려가 내 자지를 입에 물고 포르노 속의 여자처럼 익숙한 동작으로 빨기 시작했다. 미칠 것 같은 황홀감이 밀려왔고, 상대가 보연이어서 그런지 흥분감은 더욱 컸다. 지금까지 2년이 넘는 기간동안 보연의 들어난 신체는 얼굴과 손이 전부였다. 심할 정도로 보연은 신체부위를 들어내지 않아서 그녀의 몸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자세하게 그려냈는지 신기했다.
꿈이란 것은 내가 실제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뇌가 꼴리는 대로 조합하는 것으로 알 고 있었다. 그런데 보연의 대한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나의 뇌는 지금 어떻게 이렇게 자세하게 보연의 알몸을 그려냈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보연의 몸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그래서 내 자지를 빨고 있는 보연을 일어나게 했다. 그녀의 얼굴은 분명 보연이었고, 피부의 색은 상인보다도 더 까무잡잡했다. 젖가슴은 무척이나 컸고, 배에는 식스 팩이 확연했고, 허리는 잘록했다. 그리고 큼직한 엉덩이와 보지에는 털이 상인처럼 수북하게 나있었다.
검은 피부색이 돌아 굵고 긴 허벅지와 함께 밑으로 쭉 뻗어 내린 종아리는 황홀할 정도였고, 한 마리 검은 색 말처럼 건강하면서도 섹시했다. 눈이 뒤집힐 정도로 황홀한 보연의 몸을 더듬던 나는 그녀를 안아들고 소파로 걸어갔다. 소파에 보연을 내려놓고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가 키스를 했다. 보연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 입에 혀를 집어넣고는 미친 듯이 빨아댔다.
나는 보연의 입을 빨아대며 몸을 비벼댔고, 뇌가 마비될 정도의 새큰함을 즐겼다. 발기된 내 자지는 보연의 보지 살과 비벼지며 금방이라도 안으로 들어갈 것 같았다. 한 참을 그렇게 키스를 하며 몸을 비벼대다가 입을 떼고 큼직한 보연의 젖가슴을 빨았다. 그러자 보연이 입을 벌리고 뭐라고 말했지만 역시,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물컹하면서 탄력이 있는 보연의 젖가슴을 빨다가 근육이 잡힌 배를 빨고 점점 밑으로 내려가 그녀의 두 다리를 들고, 허벅지를 앞으로 밀었다. 그러자 수북한 털에 감싸인 보연의 보지와 똥구멍이 들어났다. 정말로 털이 많았다. 나는 얼굴을 그곳에 들이밀며 코로 털을 헤쳤다. 그러자 보지 살이 점점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눈이 뒤집힌 나는 얼굴을 처박고 미친 듯이 보연의 보지를 빨아댔다.
엄청나게 많은 액체가 보연의 보지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그 액체를 마시며 혀로 계속 찔러댔고, 그럴수록 보연은 엉덩이를 계속 내 쪽으로 밀어왔다. 미친 듯이 보연의 보지 살을 빨아대다가 나는 반대로 몸을 돌려 그녀의 얼굴 쪽으로 내 하체를 올렸다. 그러자 보연이 내 자지를 입으로 물었고, 엄청난 압박감과 함께 새큰함이 밀려왔다.
다시 보연의 보지를 빨다가 그녀의 튼실한 허벅지를 빨았고, 손을 뻗어 종아리를 만져댔다. 자지로부터 전해져오는 새큰함에 죽을 것 같은 쾌감이 계속 전해져 올라왔다. 나와 보연은 한 참 동안 그렇게 서로의 몸을 빨았고, 몸을 비벼대다가 다시 내가 몸을 돌려 그녀의 두 다리를 들고 사이로 들어가 앉았다. 보연은 달아오른 얼굴로 숨을 몰아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터질 듯 발기한 자지를 잡고 수북한 털을 헤쳤다. 들어난 보연의 보지 살은 실룩거렸고, 제발 안으로 들어와 달라는 것 같았다. 내 자지 대가리가 보지 살을 가르고 점점 안으로 들어갔고, 엄청난 조임과 함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느낌이 들면서 보연의 보지는 내 자지 모두를 삼켜버리고 말았다.
엉덩이를 서서히 움직이던 나는 점점 속도를 높였고, 보연은 눈을 감고 입을 벌린 채 뭐라고 계속 소리를 질렀지만 역시, 소리가 들지는 않았다. 감촉은 실제와 다름이 없는데 왜 소리는 들리지 않을까?
미친 듯이 좆 질을 하면서 나는 보연의 발을 잡고 복사뼈를 빨았고, 발가락을 빨아댔다. 혀로 발가락 사이사이를 움직이다가 다시, 입으로 머금고 빨고 또 빨았다. 그러자 보연의 보지 살이 더욱 내 자지를 조여 왔고, 엄청난 쾌감이 전해져왔다. 황홀감에 취해 몽롱한 상태에서 이제 어깨로 보연의 두 다리를 밀면서 내려찍듯이 좆 질을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가 더욱 미친 듯이 발광을 했고, 나는 보연이 흥분할수록 더욱 큰 쾌감을 느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좆 질을 하던 나는 보연의 다리를 내려주고 그녀의 상체에 몸을 포개면서 보연의 입을 빨았다. 그녀도 혀를 내 입에 넣고 빨았고, 나도 타액을 주고받으며 보연의 입을 빨면서 좆 질을 계속했다. 서로의 입을 미친 듯이 빨다가 머리를 들고 보연을 내려다보니 다른 여자가 있었다. 바로 주인여자였다. 보연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주인여자가 내 밑에 깔려서 내 자지를 자기 보지에 끼운 채로 벌개 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신이 없었지만 흥분감은 더욱 커져버리고 말았다. 엄청난 흥분으로 내 자지엔 더욱 많은 량의 피가 몰려서 터질 것 같았고, 조금 전 보연의 보지 조임보다 더욱 강하게 조여 오고 있었다. 나는 주인여자의 두 다리를 잡아들고 좆 질을 하면서 종아리를 빨아댔다. 내 자지가 드나드는 곳을 보니 주인 여자의 보지에도 수북한 보지 털이 있었고, 액체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가 좆 질을 하다가 발을 잡고 발가락 사이사이를 빨아대자 주인여자의 눈이 뒤집혀진 채 입을 벌리고 괴성을 질렀지만 역시, 소리는 들리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꿈속이었지만 제발, 이 꿈이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주인여자의 발가락을 빨다가 내려놓고 그녀의 몸을 옆으로 틀게 한 뒤, 다리 사이로 들어가 허리를 잡고 좆 질을 시작했다. 미칠 것 같은 쾌감이 자지로 전해졌고, 복부와 사타구니 부분에 닿은 주인여자의 엉덩이의 느낌이 너무나 황홀해서 기절할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괴성을 지르며 손을 뻗어 출렁이는 주인여자의 젖가슴을 움켜잡고 주물러댔다.
안타까웠다. 주인여자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너무나... 너무나 안타까웠다. 나는 상체를 주인여자의 등 쪽으로 누이고 좆 질을 계속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잡고 내 쪽으로 돌려 미친 듯이 키스를 했다. 주인여자의 혀와 내 혀가 뒤엉켜서 움직이자 머리가 타 버리는 것 같은 쾌감이 계속 뇌를 자극하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빨아대다가 입을 떼고 주인여자를 바라보니 또다시 여자가 바뀌어 있었다.
경숙이었다. 새벽에 나와 섹스를 해서 그런지 느낌이 어색하지 않았고, 경숙도 뒤에서 내 좆 질을 받으며 입을 벌리고 소리를 내 질렀지만 역시,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나는 다시 경숙을 바로 누이고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가 두 다리를 어깨로 밀면서 좆 질을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엉덩이 양쪽을 누군가 뒤에서 잡는 것이 느껴지더니 똥구멍이 화끈거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놀랍게도 경숙의 엄마였다. 경숙의 엄마도 알몸이었는데 피부가 20대처럼 고왔고, 탱탱해서 너무나 신기했다. 그녀는 머리를 들고 나를 보며 미소를 짓다가 다시 머리를 숙였다. 경숙의 엄마가 내 불알을 빠는지 기분 좋은 따뜻함이 느껴졌고, 똥구멍을 빨다가 혀로 찔러서 나도 모르게 희한한 소리를 내 뱉고 말았다. 내 눈은 계속 감기는 것 같았고, 머리는 하얗게 변해버렸다.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에 나는 미친 듯이 좆 질을 했고, 다시 정신을 차려서 내려다보니 이젠 경숙이 사라지고 나리엄마가 입을 벌린 채 소리를 지르고 있어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내 자지는 나리엄마의 보지에 물려 가만히 있었고, 허연 액체로 번들거리는 나리엄마의 보지 조임은 더욱 강해져서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오직 본능만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미친 듯이 좆 질을 하는데 엉덩이 쪽이 허전하다 싶더니 누군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유정이었다. 잔뜩 붉어진 얼굴로 엉덩이를 나리엄마 얼굴 쪽으로 향하게 하고 상체는 내 쪽을 향한 채로 다가와 내 머리를 잡고 내 입 속으로 자기 혀를 집어넣고 유정이 내 입을 빨아대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머리로 생각할 겨를이 없어서 나리엄마의 두 다리를 잡고 허리를 움직여 좆 질을 하면서 유정의 입을 빨았다. 나리엄마는 유정의 엉덩이를 잡고 그녀의 보지와 똥구멍을 빨아댔다.
유정이 입을 떼자 그녀의 입에서 침이 흘러내렸다. 벌개 진 얼굴로 미소를 짓던 유정은 몸을 일으켜 세워 뒤로 돌아 엉덩이를 내 쪽으로 내 밀고 나리엄마를 안았다. 유정과 나리엄마는 서로의 입을 빨아댔고, 유정의 보지는 나리엄마에게 빨려서 액체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나는 나리엄마의 보지 속에서 자지를 빼고 유정의 보지 속에 찔러 넣었다. 그러자 유정이 고개를 들고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를 내 질렀지만 역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유정의 허리를 잡고 다시 미친 듯이 좆 질을 시작했고, 두 여자는 껴안은 채로 서로의 입을 빨아대고 있었다. 좆 질을 하던 나는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단전으로 뭔가 묵직한 것이 주욱, 하고 내려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나는 미친 듯이 좆 질을 했고, 엄청난 비명을 내 지르며 나는 유정의 보지 속에 왈칵! 사정을 하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나리엄마와 유정은 껴안고 서로의 입을 빨았고, 유정의 보지 살이 내 자지를 물고 오물거리면서 마지막 정액 한 방울까지 받아내려 하고 있었다.
사정의 쾌감을 느끼면서 유정을 보자, 벌개 진 얼굴로 쾌감에 취한 얼굴의 초희가 고개를 돌리고 나를 보고 있었다. 깜짝 놀란 내가 상체를 뒤로 빼고 앉았다. 그러자 초희의 보지에서 내 자지가 빠져나왔고, 그녀의 보지에서 정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초희가 웃으며 거실 바닥으로 내려섰고, 밑에는 초희엄마가 누워서 나를 보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당황한 내가 몸을 세우려는데 누군가 뒤에서 내 몸을 안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알몸의 유정이었다. 뿐만 아니라 소파 앞에는 주인여자와 경숙, 경숙 모, 그리고 베르디움 여자들이 알몸을 한 채로 술을 마시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화들짝 놀라 눈을 번쩍 떠버리고 말았다. 혼란스러운 시선은 점차 정리가 되면서 내 원룸 곳곳의 정보를 뇌로 전해주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 침대에 누운 상태였고, 창 밖을 보자 어느 새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다. 옷은 아직 입은 채였고, 온몸은 땀으로 젖어있었다. 그리고 사타구니가 이상해서 보니 난 바지를 입은 채로 사정을 한 상태였다. 혈기 왕성했던 십대 시절에도 해 본적이 없는 몽정을 28살의 나이에 해버리다니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허탈하고 찝찝한 기분에 난 티를 벗고, 청바지를 벗었다. 헐렁한 사각팬티는 흥건하게 젖어있었고, 그것을 벗자 허연 정액이 털에 묻어서 범벅이 되어있었다. 황홀한 꿈이었지만 상태는 무척이나 찝찝했다. 벗은 옷을 빨래바구니에 넣은 뒤 욕실로 들어갔다. 떨어지는 물줄기를 받으며 머리와 얼굴을 씻다가 사타구니를 씻기 시작했다. 몸에 묻은 정액을 닦아내며 꿈속을 떠올리자 보연과 주인여자 그리고 유정등 다른 여자들의 알몸이 떠오르며 또 다시 내 자지가 발기하기 시작했는데, 무엇보다 나를 흥분하게 만드는 것은 초희엄마와 초희였다. 아무리 꿈속이었어도 모녀와 함께 섹스를 했다는 것은 너무나 놀랍고도 흥분되는 일이었다.
어이없는 일이었지만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비록 꿈이었지만 보연의 알몸을 봤고, 주인여자의 알몸과 유정의 알몸을 봤다. 초희와 K 키스를 했고, 그녀의 보지 속에 사정을 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사정을 참고 다른 여자들과도 섹스를 해 볼걸...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하는데 왜 꿈속에선 당황하고 놀랬을까?
인디언들은 꿈속에서 여자를 만나게 되면 상대방이 누구이던 간에 꼭 섹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꿈속에서 상대방과 섹스를 해야 현실에서 그 상대와의 사이가 좋아진다고 생각했고, 만약, 꿈속에서의 여자와 섹스를 하지 않으면 현실에서는 사이가 나빠진다고 믿는 인디언들의 얘기를 어디선가 본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난 보연과 주인여자와 사이가 좋아지는 것인가? 초희와 그녀의 엄마와도 좋아지는 것인가? 특별히 나빠질 것도 없는 상황에서 그런 생각이 들자 괜히 웃음이 나왔다. 꿈과 현실은 엄연히 달랐다. 주인여자의 말대로 현실 속에서는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르게 어긋나는 일의 연속이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땐 옷을 입은 채로 사정을 해서 찝찝했지만 지금은 몽정을 한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현실에서 그런 경험을 할 수 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과연 보연이 꿈속에서처럼 보지에 털이 수북할 것인가에 대해 무척이나 궁금해졌고, 다른 여자들의 보지를 자세하게 보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안타깝게 여겨지면서 계속 웃음이 나왔다.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이상하게 홀가분했다.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기분이었다. 내 몸을 감싸고 있던 단단한 철제 갑옷이 저절로 부서져 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반팔 티에 트레이닝복을 입고 원룸을 나와 산책을 했다. 그런데 몸이 너무나 가볍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뛰기 시작했고, 점점 더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미, 어둑해진 인도를 나는 미친 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내 심장은 엄청난 속도로 뛰었지만 하나도 숨이 차지 않았다. 마치, 그 동안 두 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던 불구의 장애인에서 새로운 다리를 얻기라도 한 거처럼 달리고 또 달렸다. 치타처럼 달려가는 내 모습에 놀라서 인도를 걷던 사람들이 놀라서 옆으로 피했고, 여자들은 비명까지 지르기도 했다.
어디가 어딘지 판단하지 않은 채로 무작정 뛰다보니 이 지역 대학의 후문 근처였고, 경찰서도 보였다. 나는 달리는 것을 멈추고 숨을 몰아쉬었다. 온 몸엔 땀이 흥건했고, 심장 소리가 들릴 정도로 뛰었지만 역시, 하나도 힘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웃음이 절로 나왔다.
“태복씨, 아닙니까? ...”
숨을 몰아쉬며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니 한국이었다.
“아, 태복씨가 맞네! 하하하!~ 난 또 웬 미친 사람인가 했잖아요. 왜 그렇게 뛰었어요?”
한국이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왔고, 나는 한껏 반가운 얼굴로 그에게 인사를 했다.
“후우!~ 새벽에 뛰는 것 보다...하아!~~ 이렇게 밤에 뛰는 것이 편해서요.”
“운동 하신 겁니까? 집에서 여기까지요? 와!~~젊긴 젊으시군요!~~하하!”
땀을 뻘뻘 흘리는 내 모습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 한국이 말했다.
“저녁 드셨어요? ...안 드셨으면 저랑 같이합시다. 혼자 먹으려니 심심하기도 하고...”
한국의 손엔 비닐 봉투가 들려있었는데 보니, 라면이었다. 제법 먼 거리를 미친 듯이 달려서 그런지 배가 고팠다. 나는 흔쾌히 한국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는 나를 데리고 자기 원룸으로 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후끈 열기가 달아올랐다. 한국은 냄비에 물을 받으며 나보고 샤워를 하라고 해서 나는 욕실로 들어가 간단하게 땀을 씻어내고 밖으로 다시 나왔다. 어느새 방 중간엔 상이 펴져있었고, 수저와 함께 김치가 놓여있었다. 한국은 다 익은 라면을 들고 와 상 중간에 냄비를 내려놓고는 옆에 있는 선풍기의 스위치를 눌렀다.
선풍기 바람에 의지한 채 한국이 떠 준 라면을 먹으니 너무나 맛있었다. 군에 있을 때 먹은 뽀글이나 반합에 끓인 라면보다 더 맛있는 것 같았다. 어떤 영화에서 보니 라면을 가장 맛있게 끓이는 방법은, 가장 배가 고플 때 끓이는 것이라고 했었다. 지금 한국이 끓여준 라면이 어떤 음식보다 맛있는 이유는 배가 고프기 때문인가? 아니면 한국과 함께 먹기 때문인가?
“후루룩!~~저녁은 혼자 드세요? 후룩!~~하아!~~”
“예~ 사랑인 새벽에나 일이 끝나요!~후루룩, 후룩!~ 갈비 집에서 일을 하거든요. 하아!~”
“후룩!~ 형님은 일 안 하세요?”
내 말에 한국이 라면을 먹다말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가 나를 쳐다봐서 나도 그를 쳐다봤고 난 멋쩍어서 미소를 지었다.
“저 보다 위시잖아요? ...그럼, 형님이죠 뭐...이상해요?”
“아, 아뇨...조금 ...제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것 같아서요...”
“이제부터 말 놓으세요. 제가 불편하잖아요?”
한국은 그렇게 나를 바라보다가 역시, 기분 좋게 웃었다. 나와 한국은 맛있게 라면을 먹었고, 밥까지 말아서 함께 먹었다. 살아오면서 이렇게 맛있는 라면은 먹은 적이 없는 것 같았고, 너무나 기분 좋은 저녁식사였다.
밥을 다 먹고 나는 한국이 만류하는 것을 뿌리치고 설거지를 했다. 그리고 좁은 원룸을 나와 한국과 함께 산책을 했다. 낮에는 무척이나 더웠지만 밤에는 아직도 조금 쌀쌀한 날씨였다. 그래도 좁은 방에서 더운 음식을 먹다가 나와서 그런지 너무나 시원했고 상쾌했다. 2백 미터쯤 걷다보니 속에서 가스가 올라왔다. 그래서 나는 걸쭉하게 트림을 했고, 방구까지 시원하게 뀌었다. 그러자 한국도 걸쭉하게 트림을 길게 내 뱉었다. 우리는 깔깔대고 웃으며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
6살 때 입양 된 나는 밥을 먹으면 물을 입에 머금고 요란하게 입을 헹궜고, 동시에 트림을 했다. 그리고 수시로 방귀를 뀌어댔고, 화장실 문을 닫지도 않고 똥을 쌌다. 나의 이런 모습에 엄마는 진저리를 쳤고, 아버지는 웃으며 내게 그러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하나씩 설명을 해줬다. 하지만 나는 엄마의 태도에 반발심이 생겨서 한 달이 지난 뒤 복수를 했다.
처음으로 아버지의 엄마인 할머니 댁에 가서 저녁을 먹은 나는 보란 듯이 물을 머금고 입을 헹궜고,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가면서 방귀를 연속해서 13번이나 껴댔다. 그 일로 나는 아버지의 가족들에게 이상한 놈으로 찍히고 말았다. 씨가 나쁘면 어쩔 수 없다는 소리를 들었던 나는 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영어와 일어를 한국어 못지않게 사용하고, 한자도 익숙하게 사용하자 조금 다른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비로써 외가 집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엄마가 나를 외가 집에 데려갔다는 것은 나를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런 평가를 받고 나서야 나는 트림과 방귀를 남 앞에서 끼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껄껄거리고 웃으며 산책을 하다가 투다리가 보여서 안으로 들어가 차가운 생맥주를 마셨다.
“백수나 다름없지 뭐...”
한국은 중소기업을 다니다가 너무나 짜증이 나서 그만두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다고 했다. 친, 인척들로 구성된 간부란 사람들의 말도 안 되는 짓거리들을 보면서도 웬 만하면 참고 견디려고 했는데, 사장이란 놈이 경리부 여직원과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면서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 여직원은 한국보다 나이도 한 참이나 어렸고, 직급도 낮았음에도 점점 사장 마누라라도 된 듯이 굴었기 때문이었다.
막상, 사표를 내고 회사를 나왔지만 공무원시험은 만만치 않다고 했다. 그동안 1점차이로 떨어졌던 것이 수십 번이었다고 했다. 나는 한국과 같은 고민을 해 본적이 없었지만 경숙과 사무 팀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이 지역 대학생들의 70프로가 공시를 준비했는데, 웬 만한 지방대학 친구들은 거의가 그렇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9급 공무원 시험도 경쟁률이 어마어마해서 고시수준이라고 했다.
그런 경쟁률을 뚫고 뽑힌 공무원들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공무수행을 할까 싶었고, 또 그런 대단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사람들인데 왜 공무원 사회는 바뀌지 않는지도 궁금해졌다.
“후우!~~ 이젠 많이 지쳐서 말이야...그냥 우유배달이라도 할 까 생각중이다....”
주인여자에게 발끈했던 한국의 모습과 지금, 밥벌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한국의 모습이 이제야 겹쳐져서 이해가 되었다. 35살의 나이에 사랑하는 여자에게 서포트를 받으면서 9급 공무원이라도 되려고 발버둥치는 한국의 모습은 너무나도 측은해보였다.
나는 운이 좋게도 친부모에게서 폭력성은 빼고 영특함만을 물려받은 것 같았다. 그리고 능력이 좋은 양부모를 만나서 돈에 대한 부담 또한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나도 학업 스트레스는 피할 수가 없었다. 엄마의 욕심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기 때문이었다. 1등!...오직 1등이 아니면 다른 것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여자가 바로 엄마였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내가 맥주를 마시며 그렇게 외치자 한국이 피식 웃어버렸다.
“국가가 내게 해준 게 뭐가 있냐!~~~”
한국이 나를 따라서 그렇게 외쳤고, 우리는 웃으며 맥주잔을 부딪치고 남은 맥주를 모두 마셔버렸다. 초,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12년간을 대학입시에 치여서 살다가 대학에 가서 숨 좀 쉬려고 하면 그마져도 취업준비 때문에 할 수가 없었다. 종석이나 나처럼 운이 좋아서 부모 잘 만난 녀석들은 그렇다 치고 한국 같은 남자들은 지금의 세상에서는 가정을 꾸리고 살기가 쉽지 않아보였다.
생맥주를 마시다가 취기가 오른 나는 한국을 끌고 근처 노래방으로 들어갔다. 엄청난 음치에 고음 불가인 노래 실력이었지만 나는 들어가자마자 노래를 선택했고, 심장을 울리는 전주가 나오자 한국도 탬버린을 들고 일어나 쳐대기 시작했다. 노래가 시작되고 나는 최선을 다해서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살다보면 그런 거지!~ 우후~ 말은 되지!~
모두들의 잘못인가!~난 모두 다 알고 있지!~
닥쳐!!!~
돼지 멱따는 내 노래 소리에 맥주를 들고 들어오던 여주인이 깜짝 놀라다가 웃으며 테이블에 놓고는 밖으로 나갔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웃겼다. 나는 도저히 혼자 부르기가 힘들어서 마이크를 한국에 들려주고는 함께 부르자고 했고, 한국은 마이크를 받아들자마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실력이 장난 아니었다.
노래하면 잊혀지나!~ 사랑하면 사랑받나!~
돈 많으면 성공하나!~ 차있으면 빨리 가지!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치고 내말 들어!!!~
우리는 달려야해!~ 바보 놈이 될 순 없어!~
말~달~리~자아!!!!!!!!!~~
말 달리자!~ 말달리자!~ 말 달리자! 말달리자!~
이러다가 늙는 거지!~ 그땔 위해 일해 야해!~
모든 것은 막혀있어!~ 우리에겐 힘이 없지!~
닥쳐!!!~~
사랑은 어려운거야!~ 복잡하고 예쁜 거지!~
잊으려면 잊혀질까!~ 상처받기 쉬운 거야!~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치고 내말들어!~~~~
우리는 달려야해!~ 거짓에 싸워야해!~
말~달~리~자!!!!~~~~~~~~
말 달리자!~ 말 달리자!~라고 외쳐대는 한국의 목소리가 노래방안을 울렸고, 어설프지만 따라 부르는 내 소리도 섞였다. 우리는 미친 말처럼 뛰면서 탬버린을 부러뜨릴 것처럼 쳐대며 소리를 지르고 또 질러댔다. 28년을 살면서 이렇게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선 적이 없었고, 내 모든 것을 열고 함께 어울려본 적이 없었다. 한국도 답답했겠지만 나도 답답했었다. 나는 물에 뜬 기름처럼 둥둥 뜬 채로 표류하는 삶을 살아서 답답했고, 한국은 거대한 물줄기를 거스를 힘이 없어서 답답했다.
능력과는 상관없이 표류하는 삶이긴 나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너무나 달리고 싶었다. 비록, 노래방에서였지만 나와 한국은 그 어떤 명마 못지않게 달리고 또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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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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