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기태씨. 커요?”
“예? 뭐... 뭐가...”
나는 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생전 두 번째 보는 여자가. 그것도 친구의 와이프가 크냐고 물어보다니. 지금 이런 상황에 생각할 수 있는게 뭐가 있겠는가? 그래도 너무 당황한 티를 낼 수는 없었다.
“예? 뭐 말씀하시는 거죠?”
“아이... 기태씨. 뭐 물어보겠어요?”
은지씨라는 여자는 그렇게 능구렁이같게 정확하게 말해주지 않았다. 나는 계속 움츠러있었으나 내가 이렇게 약하게 나가니 계속 당하기만 할 거 같아서 나도 세게 나가기로 생각했다.
“저요? 꽤 크지요.”
“오!”
은지씨는 내 대답을 듣고는 눈썹을 살짝 위로 들어올리면서 감탄사를 뱉었다. 그것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몰랐다. 그러나 그 다음에 은지씨가 한 말은 더 오해를 살만했다.
“그럼 기태씨. 그거 좋아하세요?”
“아, 그거요? 저 그거 좋아하죠.”
“음... 사실 여자입장으로 봤을 때 좋아하는 것만으로 좋다고 할 수는 없죠. 기태씨 잘... 하세요?”
잘한다... 아직 정확히 뭐를 말하는지 모르겠으나 그것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혹시 은지씨가 장난이었다고 섹스 쪽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뭐 나 또한 그랬다고 하면 되는 거다.
크냐고 물어봤을 때는 발이 크냐고 물어본 줄 알았다고 하면 되고...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뭐 운동 좋아하는 줄 알았냐고 하면 되고... 잘하냐고 물어본 건 운동 잘한다고 답했다고 하면 되는 거니까.
“저 잘 합니다. 지치지도 않아요.”
“오... 좋네요. 그럼 혹시... 모르는 사람하고도 같이 할 수 있어요?”
“예?”
이건 좀 당황하게 만든 질문이었다.
그때였다. ss. 번호키 누르는 소리가 난것이다. 호진이, 호진이가 온 것이다.
“어이~”
호진이는 나를 이렇게 불렀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호진이에게 인사를 했다.
“어, 기태야. 오래 기다렸어?”
“아니, 뭐 별로 안 기다렸어.”
“응, 그래. 은지랑은 잘 얘기해봤고?”
“으... 응?”
이게 무슨 말이지? 은지랑 얘기를 해봤냐니. 잘 얘기해봤다는 건 뭐를 뜻하는 거지?
“으잉? 이거 뭐야? 은지야. 너 기태랑 얘기 안 해봤어?”
호진이는 은지씨에게 물었고, 은지씨는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 기태씨. 아까 다 얘기했잖아요?”
은지씨의 말에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호진이가 말을 이어나갔다.
“너 섹스 안 좋아해?”
“으? 응?”
나는 너무나 당황해서 더듬거리면서 대답했다. 섹스... 섹스에 대해 묻는 거야 둘이서는 얼마든지 할수 있는 상황이겠지만 와이프가 있는 앞에서... 물어보면 당황할 수 밖에 없는 일 아닌가? 게다가 지금 이 상황. 은지씨가 아까 내게 물어봤던 것도 그런 것이라는 사실 아닌가?
“왜? 섹스 싫어해?”
호진이는 다시금 재촉하듯 말했다.
“아니야. 아까 좋아한다고 했어.”
어느새 은지씨까지 나서서 말했다.
“하긴 뭐 남자 중에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호진이가 또 말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말한 은지씨의 말이 가관이었다.
“게다가 물건도 크고, 섹스도 잘한다고 했어.”
나는 또 당황했다.
“아니, 그 그거는... 아까 은지씨는 섹스라고 안 물어봤잖아요.”
은지씨는 또다시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섹스라고 안 물어봤다고요? 크냐고 물으니까 크다고 말하고, 그거하는 거 좋아하냐니까 좋아한다고 말하고, 잘하냐고하니까 잘한다고 말했잖아요. 근데 섹스 얘기인 줄 몰랐다고요? 하하. 그럼 무슨 얘기 하는 줄 아셨는데요?”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까 머리 속으로 생각했을 때는 꽤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웃긴 얘기다. 저 상태에서 운동이니 발크기니 얘기하면 더 비굴해보일 뿐이다.
“아... 아니에요.”
내가 소심하게 대답하자 호진이는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야. 우리끼리 뭐 어때? 섹스 좋아하는게 뭐. 나도 좋아해. 그것도 존나.”
“그... 그래?”
“응. 그게 뭐 쑥스러운 일인가? 이번에 내가 너 시키려고 하는 것도 그런거야. 은지야, 거기까지 얘기했어?”
“아니. 막 그 얘기 하려고 하니까 오빠가 들어왔어.”
“너 처음보는 여자랑 섹스할 수 있어?”
“응?”
나는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물었다.
“너 처음보는 여자랑 섹스 할 수 있냐고!”
“야, 호진아. 지금 그런걸 왜 물어보는건데? 내가 오늘 여기 온 거는 일자리 구하려고 온거야.”
“지금 물어본 게 다 일하고 연결된 거야. 너 대리부라고 들어봤어?”
“응?”
대리부. 그거에 대해 안 들어본 것은 아니다. 대리부가 뭔가. 대리모는 애를 대신 낳아주는 여자이고, 대리부는 그와 반대로 정자를 제공해주는 남자. 근데 그게 쉽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그게 또 조건을 많이 본다고 한다. 근데 내가 보면 뭐 아무 조건이 없다. 대학도 변변찮고...
“대리부 싫어?”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에 호진이가 물었다. 대리부라니.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다.
“아니... 너무 갑작스러워서...”
“야, 너 뭐가 그렇게 걱정이야? 대리부가 진짜 꿈의 직업이다. 너 봐봐. 남자가 제일 좋아하는게 뭐냐? 섹스야 섹스. 근데 그 섹스를 하면서 돈도 버는 거야. 좋지 않아?”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은지씨도 거들었다.
“왜요? 기태씨. 섹스하고 돈도 벌고. 약간 성적으로 보수적이신가?”
내가 성적으로 보수적인 것은 아니었다. 처음보는 여자와 섹스.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도 원나잇 이런 거 해봤다. 그리고 뭐 대리부... 할 수도 있는거다. 다만 지금 이렇게 제안을 받으니 당황스런 것이다.
“아뇨, 뭐... 성적으로 보수적인 건 아닌데...”
“그럼 뭐 대리부라는 거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은지씨가 물었다.
“아니 뭐... 그런 것도 아니에요. 대리부에 뭐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듣는 건 좀 그렇네요. 그런 거는 제가 알아서 하는 거죠. 또 뭐 이런거는 일자리 알아봐주는 것도 아니고...”
내 말을 듣자 호진이가 나섰다.
“일자리 알아봐주는 거야. 내 직업이 뭐야?”
“의사지...”
“거기에서 의사라고 하면 뻑이가. 그리고 너 잘 생겼다. 너랑 나랑 힘을 합치면 잘생긴 의사가 되는 거야. 물론 돈도 엄청 벌거야. 건당 100만원 줄게.”
“건당... 100만원?”
섹스 한번에 100만원... 나같은 백수가 그런 돈을 받는다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대리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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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업에 첫출근, 첫경험이란 떨리기 마련이다. 하물며 그것이 대리부라면 그것이 오죽하겠는가? 나는 카페로 출근을 했다. 이미 상대방은 나에 대한 정보를 다 알고 있다. 그것이 나는 아니더라도...
나의 키, 몸무게, 외모를 전부 다 알고 있다. 물론, 내 직업은 호진이의 직업인 의사. 의사로 속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의사인 사람이 직접 나서서 자신을 바꿔치기하는 것 정도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그저 호진이가 시키는대로 나와서 섹스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약속시간보다 미리 나와 내 고객을 기다렸다. 고객만 마음에 든다면 나는 오늘 보자마자 모텔에 갈 것이다. 모텔에 가서 하는 거야 뻔하지... 섹스... 처음 본 여자와 섹스를 하고 나는 호진이에게서 백만원을 받아갈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것보다 좋은 일은 없었다.
카페 문이 열릴 때마다 나는 집중을 했다. 특히, 여자 혼자서 들어올 때는 눈에 불을 켜고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나와 섹스를 하려나? 아니면 저 사람... 처음에는 그런 생각에 계속 설레였으나, 어느새 삼십분이 지났다. 약속시간은 살짝 지난 상태였고, 내 고객에게서는 아무런 연락도 안 왔다. 호진이가 나를 엿먹이려고 그러는 건가? 사실 호진이와 사이도 안 좋았고...
그 때였다. 카페 문이 열렸다. 나는 한순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직감은 여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자에게도, 아니, 인간이라면 누구나 직감이 있고, 딱 보면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처음 들어오자마자 주변을 살피는 저 사람. 카운터를 안보고 매장을 살피는 눈. 단순히 일행을 찾는 얼굴이 아니었다.
저 사람이 분명하다 생각됐다. 그러니 자연스레 그 여자를 살피게 됐다. 나이는 30대 초반에 키는 165 정도... 몸무게는 50정도... 얼굴은 나름 미인형에, 몸매도 상당히 괜찮아보이고... 지적여보이고...
“저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내 앞에 그녀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예?”
나는 갑작스런 물음에 깜짝 놀라 대답했다.
“혹시 김기태씨 맞으시나요?”
“아, 예. 맞습니다. 하하.”
나는 억지로 어색하게 웃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고 웃은 것이었지만, 오히려 어색한 분위기를 더 돋굴 뿐이었다.
“그럼 나가실까요?”
나를 확인한 그녀는 아무 대화도 하지 않은 채, 나가자고 했다. 나에게 선택권이 어딨으랴? 고객이 시키는대로 따르는 것이 나의 일. 나도 바로 자리를 박차고 그녀를 따라나섰다.
카페 밖으로 나온 나에게 그녀는 “앞장 서세요.” 라고 말했다. 나는 갑자기 나오게 됐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몰라서 “예? 무슨 말씀인지...”라고 말꼬리를 흐리며 말했다.
“섹스하러 가야죠.”
그녀는 나지막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었지만 길거리에서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이 약간은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처음이어서요...”
사실 그런 말은 안 하는 게 나을 뻔했다. 섹스 자체는 처음이 아니지만, 어쨌든 이런 일을 처음한다는 자체가 약간은 신뢰를 떨어뜨릴 수도 있겠거니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다행스럽게도, “그래요? 그게 오히려 좋겠네요.” 라고 말했다.
바로 이렇게 섹스를 하게 된다고 호진이라 귀띔이라도 해줬으면 좋았을걸... 그렇다면 좋은 숙박 업소라도 알아보는 건데... 나는 지금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이 근처
에 모텔이 뭐가 있는지도...
“아... 아무데서나 해도 상관없으시죠?”
이 역시 바보같은 질문이었다. 아무데나 가면 뭐 어떠랴? 차라리 그냥 아무데나 가면서도 당당하게, 마치 미리 정해놓고 가는 것처럼 보였다면 더 신뢰를 줬을 것이다.
“예. 장소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그녀는 태연하게 말했다. 나는 근처에 바로 보이는 모텔로 들어갔다. 모텔비를 내가 내야하나 고민했지만 어차피 나는 백만원을 받으니, 이 정도는 거기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맞겠다 싶었다. 게다가, 여자도 마음에 들었다. 이 정도 여자를 따먹으려면 나름대로 고생을 해야할 것이다.
이 여자보다 예쁜 여자는 먹을 수 있다. 나는 나름대로 잘 생겼고... 클럽 같은데에서 꼬시면 나름 꼬실 수 있으니까... 그러나 이런 여자는 꼬시기가 더 어렵다. 지적이고, 무언가 분위기가 있는 여자. 선생이나, 교수, 아니면 사모님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 그런 여자는 단순히 원나잇으로 만나기 힘들다. 그런데, 지금 내 앞에 섹스를 위해, 그런 여자가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먼저 씻으실래요?”
그녀가 물었다. 오늘 아침 당연히 온몸 구석구석을 박박 씻고 나왔다. 섹스 할 것을 알고 나온 건데 그러는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런데 지금 또 씻으라니... 약간은 귀찮았지만, 거절할 수 없었다. 이와중에 ‘저 사실 아침에 씻고 왔는데, 안 씻고하면 안 될까요?’ 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샤워실에 들어가서 구석구석 다시 씻었다. 금방 물로만 헹굴수도 있었으나 어차피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야 나올수 있을 것이다. 그냥 시간을 떼우기도 애매하니, 다시 또 구석구석 씻었다. 특히 그 부분은 더 신경을 써서...
나는 샤워를 마치고 타월을 두르고 나왔다. 그녀는 몸매를 드러내는 회색 원피스 차림이었다. 그 위에는 커다란 보석이 있는 목걸이가 빛났다. 고급스럽다. 그 말이 딱 어울리는 외모였다. 뭐하는 사람일까...
그녀는 샤워를 했다.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고, 잠시 후에는 물이 꺼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샤워를 마치고... 타월을 두르고는 나왔다. 타월 아래로 물기가 있는 다리가 보였다. 매끈했다. 나는 침대에 앉아서 멍하니,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시작할까요?”
그녀는 말했고, 나는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녀를 붙잡아 침대 위에 쓰러뜨렸다. 그러고는 키스를 퍼부었다. 부드러운 키스가 아니라, 맹수가 달려들듯이 거칠게 혀를 이리저리 핥은 것이다.
“잠깐만요!”
그녀는 나를 붙들고 말했다.
“예? 무슨 일이시죠?”
“저... 죄송한데 키스는 하고 싶지 않네요. 바로 섹스나 하면 안 될까요?”
“아? 예... 죄송합니다...”
그렇다. 이건 그냥 섹스가 아니었다. 나는 그저 그녀에게 정자를 주는 일을 할 뿐이었다. 우리 사이에는 전희도, 오르가즘도 필요없었다. 그저 내 정자를 그녀에게 쏟아줘서 임신을 하게 만드는 일. 그것만이 내가 할 일이었다.
나는 손으로 그녀의 보지를 더듬었다. 샤워를 해서 물기가 있기는 했지만, 그 젖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삽입을 하려면 젖어야 하니까...”
나는 꼬리를 살짝 흐리고는 그녀의 젖꼭지를 빨았다.
“아흥!”
“예? 뭐... 뭐가...”
나는 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생전 두 번째 보는 여자가. 그것도 친구의 와이프가 크냐고 물어보다니. 지금 이런 상황에 생각할 수 있는게 뭐가 있겠는가? 그래도 너무 당황한 티를 낼 수는 없었다.
“예? 뭐 말씀하시는 거죠?”
“아이... 기태씨. 뭐 물어보겠어요?”
은지씨라는 여자는 그렇게 능구렁이같게 정확하게 말해주지 않았다. 나는 계속 움츠러있었으나 내가 이렇게 약하게 나가니 계속 당하기만 할 거 같아서 나도 세게 나가기로 생각했다.
“저요? 꽤 크지요.”
“오!”
은지씨는 내 대답을 듣고는 눈썹을 살짝 위로 들어올리면서 감탄사를 뱉었다. 그것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몰랐다. 그러나 그 다음에 은지씨가 한 말은 더 오해를 살만했다.
“그럼 기태씨. 그거 좋아하세요?”
“아, 그거요? 저 그거 좋아하죠.”
“음... 사실 여자입장으로 봤을 때 좋아하는 것만으로 좋다고 할 수는 없죠. 기태씨 잘... 하세요?”
잘한다... 아직 정확히 뭐를 말하는지 모르겠으나 그것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혹시 은지씨가 장난이었다고 섹스 쪽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뭐 나 또한 그랬다고 하면 되는 거다.
크냐고 물어봤을 때는 발이 크냐고 물어본 줄 알았다고 하면 되고...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뭐 운동 좋아하는 줄 알았냐고 하면 되고... 잘하냐고 물어본 건 운동 잘한다고 답했다고 하면 되는 거니까.
“저 잘 합니다. 지치지도 않아요.”
“오... 좋네요. 그럼 혹시... 모르는 사람하고도 같이 할 수 있어요?”
“예?”
이건 좀 당황하게 만든 질문이었다.
그때였다. ss. 번호키 누르는 소리가 난것이다. 호진이, 호진이가 온 것이다.
“어이~”
호진이는 나를 이렇게 불렀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호진이에게 인사를 했다.
“어, 기태야. 오래 기다렸어?”
“아니, 뭐 별로 안 기다렸어.”
“응, 그래. 은지랑은 잘 얘기해봤고?”
“으... 응?”
이게 무슨 말이지? 은지랑 얘기를 해봤냐니. 잘 얘기해봤다는 건 뭐를 뜻하는 거지?
“으잉? 이거 뭐야? 은지야. 너 기태랑 얘기 안 해봤어?”
호진이는 은지씨에게 물었고, 은지씨는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 기태씨. 아까 다 얘기했잖아요?”
은지씨의 말에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호진이가 말을 이어나갔다.
“너 섹스 안 좋아해?”
“으? 응?”
나는 너무나 당황해서 더듬거리면서 대답했다. 섹스... 섹스에 대해 묻는 거야 둘이서는 얼마든지 할수 있는 상황이겠지만 와이프가 있는 앞에서... 물어보면 당황할 수 밖에 없는 일 아닌가? 게다가 지금 이 상황. 은지씨가 아까 내게 물어봤던 것도 그런 것이라는 사실 아닌가?
“왜? 섹스 싫어해?”
호진이는 다시금 재촉하듯 말했다.
“아니야. 아까 좋아한다고 했어.”
어느새 은지씨까지 나서서 말했다.
“하긴 뭐 남자 중에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호진이가 또 말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말한 은지씨의 말이 가관이었다.
“게다가 물건도 크고, 섹스도 잘한다고 했어.”
나는 또 당황했다.
“아니, 그 그거는... 아까 은지씨는 섹스라고 안 물어봤잖아요.”
은지씨는 또다시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섹스라고 안 물어봤다고요? 크냐고 물으니까 크다고 말하고, 그거하는 거 좋아하냐니까 좋아한다고 말하고, 잘하냐고하니까 잘한다고 말했잖아요. 근데 섹스 얘기인 줄 몰랐다고요? 하하. 그럼 무슨 얘기 하는 줄 아셨는데요?”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까 머리 속으로 생각했을 때는 꽤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웃긴 얘기다. 저 상태에서 운동이니 발크기니 얘기하면 더 비굴해보일 뿐이다.
“아... 아니에요.”
내가 소심하게 대답하자 호진이는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야. 우리끼리 뭐 어때? 섹스 좋아하는게 뭐. 나도 좋아해. 그것도 존나.”
“그... 그래?”
“응. 그게 뭐 쑥스러운 일인가? 이번에 내가 너 시키려고 하는 것도 그런거야. 은지야, 거기까지 얘기했어?”
“아니. 막 그 얘기 하려고 하니까 오빠가 들어왔어.”
“너 처음보는 여자랑 섹스할 수 있어?”
“응?”
나는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물었다.
“너 처음보는 여자랑 섹스 할 수 있냐고!”
“야, 호진아. 지금 그런걸 왜 물어보는건데? 내가 오늘 여기 온 거는 일자리 구하려고 온거야.”
“지금 물어본 게 다 일하고 연결된 거야. 너 대리부라고 들어봤어?”
“응?”
대리부. 그거에 대해 안 들어본 것은 아니다. 대리부가 뭔가. 대리모는 애를 대신 낳아주는 여자이고, 대리부는 그와 반대로 정자를 제공해주는 남자. 근데 그게 쉽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그게 또 조건을 많이 본다고 한다. 근데 내가 보면 뭐 아무 조건이 없다. 대학도 변변찮고...
“대리부 싫어?”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에 호진이가 물었다. 대리부라니.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다.
“아니... 너무 갑작스러워서...”
“야, 너 뭐가 그렇게 걱정이야? 대리부가 진짜 꿈의 직업이다. 너 봐봐. 남자가 제일 좋아하는게 뭐냐? 섹스야 섹스. 근데 그 섹스를 하면서 돈도 버는 거야. 좋지 않아?”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은지씨도 거들었다.
“왜요? 기태씨. 섹스하고 돈도 벌고. 약간 성적으로 보수적이신가?”
내가 성적으로 보수적인 것은 아니었다. 처음보는 여자와 섹스.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도 원나잇 이런 거 해봤다. 그리고 뭐 대리부... 할 수도 있는거다. 다만 지금 이렇게 제안을 받으니 당황스런 것이다.
“아뇨, 뭐... 성적으로 보수적인 건 아닌데...”
“그럼 뭐 대리부라는 거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은지씨가 물었다.
“아니 뭐... 그런 것도 아니에요. 대리부에 뭐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듣는 건 좀 그렇네요. 그런 거는 제가 알아서 하는 거죠. 또 뭐 이런거는 일자리 알아봐주는 것도 아니고...”
내 말을 듣자 호진이가 나섰다.
“일자리 알아봐주는 거야. 내 직업이 뭐야?”
“의사지...”
“거기에서 의사라고 하면 뻑이가. 그리고 너 잘 생겼다. 너랑 나랑 힘을 합치면 잘생긴 의사가 되는 거야. 물론 돈도 엄청 벌거야. 건당 100만원 줄게.”
“건당... 100만원?”
섹스 한번에 100만원... 나같은 백수가 그런 돈을 받는다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대리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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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업에 첫출근, 첫경험이란 떨리기 마련이다. 하물며 그것이 대리부라면 그것이 오죽하겠는가? 나는 카페로 출근을 했다. 이미 상대방은 나에 대한 정보를 다 알고 있다. 그것이 나는 아니더라도...
나의 키, 몸무게, 외모를 전부 다 알고 있다. 물론, 내 직업은 호진이의 직업인 의사. 의사로 속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의사인 사람이 직접 나서서 자신을 바꿔치기하는 것 정도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그저 호진이가 시키는대로 나와서 섹스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약속시간보다 미리 나와 내 고객을 기다렸다. 고객만 마음에 든다면 나는 오늘 보자마자 모텔에 갈 것이다. 모텔에 가서 하는 거야 뻔하지... 섹스... 처음 본 여자와 섹스를 하고 나는 호진이에게서 백만원을 받아갈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것보다 좋은 일은 없었다.
카페 문이 열릴 때마다 나는 집중을 했다. 특히, 여자 혼자서 들어올 때는 눈에 불을 켜고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나와 섹스를 하려나? 아니면 저 사람... 처음에는 그런 생각에 계속 설레였으나, 어느새 삼십분이 지났다. 약속시간은 살짝 지난 상태였고, 내 고객에게서는 아무런 연락도 안 왔다. 호진이가 나를 엿먹이려고 그러는 건가? 사실 호진이와 사이도 안 좋았고...
그 때였다. 카페 문이 열렸다. 나는 한순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직감은 여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자에게도, 아니, 인간이라면 누구나 직감이 있고, 딱 보면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처음 들어오자마자 주변을 살피는 저 사람. 카운터를 안보고 매장을 살피는 눈. 단순히 일행을 찾는 얼굴이 아니었다.
저 사람이 분명하다 생각됐다. 그러니 자연스레 그 여자를 살피게 됐다. 나이는 30대 초반에 키는 165 정도... 몸무게는 50정도... 얼굴은 나름 미인형에, 몸매도 상당히 괜찮아보이고... 지적여보이고...
“저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내 앞에 그녀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예?”
나는 갑작스런 물음에 깜짝 놀라 대답했다.
“혹시 김기태씨 맞으시나요?”
“아, 예. 맞습니다. 하하.”
나는 억지로 어색하게 웃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고 웃은 것이었지만, 오히려 어색한 분위기를 더 돋굴 뿐이었다.
“그럼 나가실까요?”
나를 확인한 그녀는 아무 대화도 하지 않은 채, 나가자고 했다. 나에게 선택권이 어딨으랴? 고객이 시키는대로 따르는 것이 나의 일. 나도 바로 자리를 박차고 그녀를 따라나섰다.
카페 밖으로 나온 나에게 그녀는 “앞장 서세요.” 라고 말했다. 나는 갑자기 나오게 됐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몰라서 “예? 무슨 말씀인지...”라고 말꼬리를 흐리며 말했다.
“섹스하러 가야죠.”
그녀는 나지막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었지만 길거리에서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이 약간은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처음이어서요...”
사실 그런 말은 안 하는 게 나을 뻔했다. 섹스 자체는 처음이 아니지만, 어쨌든 이런 일을 처음한다는 자체가 약간은 신뢰를 떨어뜨릴 수도 있겠거니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다행스럽게도, “그래요? 그게 오히려 좋겠네요.” 라고 말했다.
바로 이렇게 섹스를 하게 된다고 호진이라 귀띔이라도 해줬으면 좋았을걸... 그렇다면 좋은 숙박 업소라도 알아보는 건데... 나는 지금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이 근처
에 모텔이 뭐가 있는지도...
“아... 아무데서나 해도 상관없으시죠?”
이 역시 바보같은 질문이었다. 아무데나 가면 뭐 어떠랴? 차라리 그냥 아무데나 가면서도 당당하게, 마치 미리 정해놓고 가는 것처럼 보였다면 더 신뢰를 줬을 것이다.
“예. 장소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그녀는 태연하게 말했다. 나는 근처에 바로 보이는 모텔로 들어갔다. 모텔비를 내가 내야하나 고민했지만 어차피 나는 백만원을 받으니, 이 정도는 거기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맞겠다 싶었다. 게다가, 여자도 마음에 들었다. 이 정도 여자를 따먹으려면 나름대로 고생을 해야할 것이다.
이 여자보다 예쁜 여자는 먹을 수 있다. 나는 나름대로 잘 생겼고... 클럽 같은데에서 꼬시면 나름 꼬실 수 있으니까... 그러나 이런 여자는 꼬시기가 더 어렵다. 지적이고, 무언가 분위기가 있는 여자. 선생이나, 교수, 아니면 사모님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 그런 여자는 단순히 원나잇으로 만나기 힘들다. 그런데, 지금 내 앞에 섹스를 위해, 그런 여자가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먼저 씻으실래요?”
그녀가 물었다. 오늘 아침 당연히 온몸 구석구석을 박박 씻고 나왔다. 섹스 할 것을 알고 나온 건데 그러는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런데 지금 또 씻으라니... 약간은 귀찮았지만, 거절할 수 없었다. 이와중에 ‘저 사실 아침에 씻고 왔는데, 안 씻고하면 안 될까요?’ 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샤워실에 들어가서 구석구석 다시 씻었다. 금방 물로만 헹굴수도 있었으나 어차피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야 나올수 있을 것이다. 그냥 시간을 떼우기도 애매하니, 다시 또 구석구석 씻었다. 특히 그 부분은 더 신경을 써서...
나는 샤워를 마치고 타월을 두르고 나왔다. 그녀는 몸매를 드러내는 회색 원피스 차림이었다. 그 위에는 커다란 보석이 있는 목걸이가 빛났다. 고급스럽다. 그 말이 딱 어울리는 외모였다. 뭐하는 사람일까...
그녀는 샤워를 했다.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고, 잠시 후에는 물이 꺼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샤워를 마치고... 타월을 두르고는 나왔다. 타월 아래로 물기가 있는 다리가 보였다. 매끈했다. 나는 침대에 앉아서 멍하니,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시작할까요?”
그녀는 말했고, 나는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녀를 붙잡아 침대 위에 쓰러뜨렸다. 그러고는 키스를 퍼부었다. 부드러운 키스가 아니라, 맹수가 달려들듯이 거칠게 혀를 이리저리 핥은 것이다.
“잠깐만요!”
그녀는 나를 붙들고 말했다.
“예? 무슨 일이시죠?”
“저... 죄송한데 키스는 하고 싶지 않네요. 바로 섹스나 하면 안 될까요?”
“아? 예... 죄송합니다...”
그렇다. 이건 그냥 섹스가 아니었다. 나는 그저 그녀에게 정자를 주는 일을 할 뿐이었다. 우리 사이에는 전희도, 오르가즘도 필요없었다. 그저 내 정자를 그녀에게 쏟아줘서 임신을 하게 만드는 일. 그것만이 내가 할 일이었다.
나는 손으로 그녀의 보지를 더듬었다. 샤워를 해서 물기가 있기는 했지만, 그 젖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삽입을 하려면 젖어야 하니까...”
나는 꼬리를 살짝 흐리고는 그녀의 젖꼭지를 빨았다.
“아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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