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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15 1,117회 0건
-비밀-

사람들은 나를 내려다 보면서 웃고 있는 거라고들 했다.

‘대단하지? 역시 기개가 대단하고 출중 했던 사람이야!’

띠발, 그러나, 그건 속을 모르고 하는 좇퉁소 였다.

‘야, 이 씹탱구리들아, 증말 간지러워서 웃었다니깐!’


깊고 깊은 산자락에서 나와 아내가 자리를 틀어 앉은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그건 그야말로 땔감을 얻기에 천혜의 장소였기 때문이었는데, 세인들은 역시나 명인은 명산을 택한다는 별 되도 않는, 좇 같은 소리를 해대면서 나의 궁딩이에 바람을 솔솔 불어댔으니까.

‘나으리, 어찌 요즈음은 두문불출 하십니까?’

‘꿈자리가 뒤숭숭 허다니깐. 이럴 때는 코꾸녕만 열어놓고 숨만 쉬는 거이 상책이야, 알간?’

‘그래도 마을에 내려 가셔서 유락을 즐기실 때가 훨씬 지난지라…’

‘오호라, 님자가 그 생각이 나는 모냥 이구만. 어여, 이리 와 보구려.’

주변에서는 나의 호탕한 성격과 깎아 놓은 듯한 끝맺음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평소 일이 없을 때에는 호시탐탐 마을로 내려가, 어디 노는 씹구녕 없는지, 눈에 불을 켜고 해갈을 하면서 동네를 휘젖고 다녔음에도, 일이 맡겨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100일간 정성으로 천심기도 하면서 밖으로 내돌려져 때가 탄, 내 좇대가리를 정성스럽게 안사람의 보지에 담구어 놓고 열심히 씻어 댔으니 말이다. 평소에 저지른 부정을 씻어내고 신실한 마음으로 일에 임하려는 것이라고 또다시 사람들은 입방아를 찧어 댔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아내는 남들이 모르는 특이한 버릇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천하에 음기를 자랑하는 그녀를 나는 처녀 시절, 마을의 번화가에 나갔다가 길거리에서 대번에 알아 본 것이 인연이었다. 나는 다짜고짜 채소를 고르며, 흥정하고 있는 그녀 앞에 섰다. 바위 같은 체격에, 길다랗게 기른 머리가 온 등을 뒤덮고 있어 산도적 같은 형세의 내가, 연약해 보이는 처자의 앞을 가로 막았으니 놀라 자빠질 것은 분명했었고…

‘어찌 이러 시옵니까? 소저는 댁과 아무런 원한이 없는 터….’

‘원한이 아니라, 업이 놓여 있소이다. 그것도 아주 찐한…’

나는 다짜고짜 아내의 몸에 내 몸을 밀착 시키면서 팔을 뒤로 돌려 옷 속에 숨쉬고 있던 그 탱글한 둔부살을 툭 하니 때렸다.

‘아!……’

명기가 분명했다. 자신도 몰랐을 것이었고, 보통의 평범한 처자라면 소리를 지르거나, 발로 쪼인타를 내질렀을 것이지만, 그녀의 반응은 홍조띤 도화빛 볼따구니의 발흥과 축축히 젖어 목젖을 울려 나오는 탄식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명기로다. 금일부터 너는 내 사람이니…’

그녀는 자신의 심저가 들추어 보인 것이 부끄러웠는지, 콧노래를 부르며, 지나치는 나를 바로 올려다 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떨구고만 있었다. 그렇게 만난 나의 내자는 나를 위해서 태어난 여자 처럼 나의 일을 척척 돕기 시작했다. 그 당시, 나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전쟁에 쓰일 병장기를 생산해 내는 잡일에서 떨려 나와, 특수한 주문만을 받아서 고가로 명검이나 명창을 제조해 주는 도장공(刀匠工) 중에서도 으뜸인 장인의 호칭을 갖고 있던 터, 아내는 나의 명성에 언제나 존경과 감탄의 눈길을 보낼 뿐, 내가 하고 돌아다니는 짓거리에는 한번도 바가지 다운 바가지를 긁어 본 역사가 없는 여자였다. 선조 대대로 물려오는 가내의 비법이 명검에 대한 소문을 탄탄하게 굳혀갔고, 주변에 모여 살고 있던 장수나 관졸들은 자기의 생명이 담기워질 칼이나 무기가 만들어 지는 나의 주변을 철통같이 방비해 주었음은 물론이다. 대개 하급 관졸은 나라에서 내어주는 병장기를 사용했으나, 급이 높아지면 자신의 위세를 자랑하기 위해서 나 같은 도장공에게 머리를 조아리기까지 하면서 명검의 제조를 부탁하는 것이 그들의 관례였다. 내가 우리 내자의 독특한 성품을 까발리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두 가지 인데, 그 하나는 장기간에 걸친 명검의 제조 시에 드리게 되는 정성기도가 그것 이었다. 검의 제조를 부탁 받으면 그 날로부터 백일간 치성을 드리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기 위해 매일 새벽 웅기가 넘친다는 마을 뒷산으로 올라가 그것도 맨 꼭대기에 위치한 파렴호라고 하는 작은 호수 처럼 생긴 샘물에 몸을 씻고 내려오는 일과 때문 이었다. 평소에는 많은 사람이 들락 거리는 그곳이 내가 아내와 새벽에 올라간다고 얘기가 돌고 나면 그 날로부터 그 샘은 출입이 봉쇄되고, 산 아랫자락 에서 부터 눈깔에 시퍼런 불을 켜대면서 우리 두 내외만이 그 샘물에 올라갔다 올 수 있도록 방비를 서주는 장수들의 지극한 노력이 유명했었다. 내자는 그 새벽의 치성 시간을 좇나 즐겼는데, 그야말로 빨가벗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태초의 모습으로 샘에 몸을 담그는 것에 더하여 감히 일반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노출 방사의 진국에 취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으리, 오늘은 한무(寒霧:차가운 안개)가 어제보다 더 심하옵니다.’

‘괜찮지 뭘 그러느냐? 이렇게 교교한 가운데 물 안에서 노니는, 너의 살랑 거리는, 음탕한 샅의 비림을 목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터….’

‘나으리도…’

하면서 물 안에 들어가 불알을 벅벅 닦고 있는 내 좇을 입으로 물기 위해 숨을 깊게 들이 마시는 내자의 흡부릅 뜬 눈동자는 그지 없이 아름다웠다고 할 수 있었다. 멀리서 보면 두 사람이 교대로 물 속에 들어가 정신을 집중하고 치성을 올리기에 숨까지 참으면서 물에 잠기우는 것처럼 보일 테지만, 실상은 교대로 물 속에 들어가 숨을 꼬로록 참아가면서 서로의 발정된 성기를 줘 빨고 핥느라 숨이 막히는 줄도 모르는 기상천외한 장면이 계속되는 것이었는데…

‘나으리, 출수하실 차비가 되었나이다.’

‘그래? 어디 보자.’

나는 샘가 옆의 작은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좌정하고서 내자의 그 희고 탱글한 둔부가 내 좇을 타고 누를 때까지 허공을 쳐다보며, 유유자적 하게 음조를 읊조리기까지 하고…..하늘이 뻥 뚫려 있고, 땅이 입을 쩍 벌리고 있으며, 그 사이로 내자의 음수 같은 샘물이 지천으로 흘러내리는 산중 깊은 곳에서 새벽에 벌리는 노천의 방사야 말로 그 느낌의 환상적인 작열감 이라고 하는 것은 상상을 불허했다.

‘헉헉…윽윽…. 나으리 누가 보는 것은 아닐까요?’

‘보면 또 어떠냐? 너의 이 음탕함을 사람들에게 알려, 세상 맛난 좇대들은 모두 너에게로 달려오게 하여도 너는 마다하지 않을 것이 아니더냐?’

‘윽윽윽윽…. 아니옵니다. 소저, 나으리 만이 유일한 발정의 원천임을 잘 아시면서…..’

산중에 울려 퍼지며 뿍짝 대는 내자의 옥문피리는 해가 뜨기까지 온 샘물의 냉기를 밀어냈고, 그 색쓰는 음조는 칼이 부딪는 소리와 맞먹었으며, 나의 길고 긴 머리 속을 후벼 파는 그 손끝의 음탕함은 그 끝을 알 수 없었다. 또 하나, 내자의 버릇을 얘기 하자면, 내가 줄창으로 돌리고 다니는 숯검댕이 처럼 검은 내 좇대가리의 영웅담이 그것 이었다. 내자는 언제나 내 좇을 입에 머금으면서 어쩜 이리도, 가지 같이 번들거리고, 시커먼 것인지 감탄에 감탄을 마지 않으면서, 마을에 내려가 벌리고 들어 온, 그 음란한 외도의 춘화지사를 낱낱이 얘기해 달라고 떼를 쓰는 것이었다. 검을 만들기 전에 백일동안 나는 몸을 정결히 하는 의미로 내자의 보지에만 좇을 담그며, 오로지 내자의 보지를 처음 꿰뚫었던 초심에 정진하는 것이 버릇 이었는데, 이때는 거의 환영이 어른 거릴 정도로 방사에 빠져, 하루종일 옷을 벗고 지내는 적도 많았다. 그로 인해 나의 마음은 오로지 한곳에 집중하게 되고, 세상에는 내자의 그 탐스런 보지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믿게 되는 도의 경지에 까지 다다르는 것이었다. 그리고서 만들어지는 검이니 천하제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날도 있었는데….

‘나으리, 어서 그 얘기 좀 해 주시와요….’

‘아니 요분질을 하다가니, 왠 얘기 타령?’

‘음…윽…윽….나으리의 이 흑암 같은 거봉으로 어떤 아낙들을 어떻게 요절 내셨는지….음…억….. 어서요…. 어서….’

‘얘기해 주랴?’

‘윽윽윽….네….. 나으리…억억’

‘음.. 그리하면 너는 나에게 무얼 해 바치겠는고?’

‘무얼 원하시나이까?…..’

‘네 년이 딴 놈들과 떼로 붙어 먹으며, 기절하는 모습을 보고 싶나니…’

‘아니 되옵니다. 그것만은 시키지 마옵소서. 대신…..’

‘대신… 뭐…’

‘이번에는 소저의 특별한 밀실을 구경 시켜 드리겠사옵니다.’

‘그것이 무언가?’

‘바로 이 곳 이옵니다. 어서 그 흑암 같은 나으리의 용물로 저의 후장을 갈갈이 찢어 주시오소서…’

그래서 따먹게 된 것이 내자의 후장 이었다. 세상 살다살다 항문이 교접 중에 옥문처럼 지랄발광을 하며, 좇대가리를 쪼여대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내 좇 앞에 거꾸러지며, 사지 발광을 떤다는 아낙들의 얘기에 내자는 두 눈이 휘딱 돌아가면서 허리가 활처럼 휘는 것이 보통 이었다. 그러고 나면 얼마동안은 정신을 차리질 못하고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헛소리까지 지르는 그 모습은 귀엽기 그지 없었는데…..남정네 들이야 방사를 치루고 나면 매가리가 탁 풀려 온 몸이 후줄끈해 지는 법인데, 내자는 달랐다. 끝나기가 무섭게 허리를 동여매고 가마로 달려 나가 풀무질에 온 힘을 다할 정도로 나를 능가하고 있었다.

‘여봐라! 도장공 간장(干將)은 어서 속히 나와 명을 받들라!’

‘이건 또 뭔 일이래….’

나는 내자의 보지에 좇을 쑤시는 채로 술을 들이키고 있다가 기겁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집 밖에는 얼굴도 익숙한 초계 장수들과 하급 군관들이 도열해서 왕의 명령을 전하기 위해 위엄을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자인 막야(莫耶)도 머리를 조아리며, 바닥에 엎드렸는데, 나는 엎드린 옷섶 사이로 아래로 늘어지면서, 아직 땀이 채 마르지도 않은 내자의 젖골을 따라 훔쳐 보면서 싱긋이 도둑실소를 날려대고 있었다.

‘도장공 간장은 들으라,
일찍이 칼에 대하여 너의 명성이 자자한 바,
이에 왕께서는 오국(吳國)을 대표할 만한
명검의 제조를 명하신바,
이에 간장은 신명을 다 바쳐 일세에 떨쳐질
명검의 제작에 일념 매진하라.
이것은 왕의 명 이니라.’

나는 속으로 ‘좇까고 있네’ 라고 얘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철의 기술로 뛰어난 오나라와 월나라의 자존심 싸움의 불똥이 이제는 자신에게 튀고 있음을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월나라의 사신이 고이 들고서 오왕인 합려에게 진상한 그 칼은 월국의 첨예한 금속 제련 기술의 액기스 임을 누구보다 나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령 신하들이 돌아가고 나는 흉흉한 꿈이 어째서 며칠 동안 나를 괴롭히고 있었는지를 짐작케 하고 있었다.

‘나으리, 이것은 가문의 영광이 도래할 상서로운 징조가 아니겠사온지요?’

‘보지 날피리 부는-이름하야 보지 껌 씹는 소리- 소리 하고 있는 자네의 심사는 도대체 어디에 머물고 있는 게요? 보면 모르겠소? 설령 명검을 만들었다 칩시다. 이제 더 이상 우리는 검을 만든다 할 수 없게 된다는 게요.’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인지?’

‘왕께 진상한 검은 세상의 최고 위치에 서 있는 법, 그보다 더 나은 칼을 만들었다가는 그건 모반과 역심의 발현으로 의심 받을 것이고, 그것은 바로 효수(梟首: 모가지를 댕겅 하여 사대문 밖 입구에 걸어놓는 일종의 과시책. 이래서 아가리는 죽어서도 PR한다는 말이 생겼음)도 모자라 거열형(車裂刑 : 사지를 마차에 매달아 찢어 죽이는, 이른바 능지처참이 이에 해당한다. 따로국밥의 효시)에 처해질 게 분명한데, 내 어찌 근심이 되지 않으리! 좇도 제대로 돌리질 못한 세월인데….’

‘나으리, 그렇다고 만들지도 않고, 도망 칠 수도 없질 않사옵니까?’

‘그건 그러하지…..’

나는 오왕의 그 질투와 자만심,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투기적인 대항심리에 대해서 장수들의 입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던 터였다.

‘그래도 어찌 하겠느냐? 이것이 우리의 천직인데….잔말 말고 내일부터 새벽에 몸이나 정결히 하러 올라가자꾸나.’

‘네, 나으리. 소저 기쁘옵니다.’

기쁘기는 개코가 기뻐? 그저 머리통 속에는 그 놈의 쑤시고 박는 방사의 재미 밖에 네 년이 더 있겠냐 마는, 나의 속은 그렇질 않았다. 내자가 한사코 내 좇을 물고 늘어지고, 산속에다 대고 그 옥문피리로 메아리를 뻔질나게 울려대는 통에, 잠자던 닭들이 놀라 인시도 되기 전에 회를 치고 울어대다, 경을 칠 뻔 했던 적도 있었지만, 나의 마음은 구름 낀 하늘처럼 좀처럼 보지 속에 꾸물텅 대고 있어도 초심을 잡아내기가 어렵기만 했다. 제련을 위한 일등품 철광석이 속속 가마로 날라져 오고, 나와 내자는 1년 여에 걸쳐 진짜 진품이 될성 싶은 철광 원석을 가려내는 데에 온 정신을 쏟고 있었다. 1년이 마무리 되어 갈 무렵, 아내는 일꾼들을 부리기 시작해서 산더미 만한 장작들을 모아오기 시작했다. 어차피 왕이 내린 하사금으로 이루어지는 역사이기에 물질적으로 쪼달려 가면서 검을 만들 수는 없었다. 가마 주변에는 세네 겹으로 군관들이 보초를 섰고, 산은 아예 일반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왕은 우회도로를 표지판도 이쁘게 만들어 산 입구에 꽂아 놓기도 했다.-이때부터 산을 우회할 때를 대비한 표지판들이 생겨 났다고 함. 낙석주의, 야생동물출현 주의, 꼬불탕 길 좇나 조심, 산 속에 터널 없음… 이런 표지판도 그때 생겼다고 하는데 믿을 수는 없음-가마에 불이 들어가고, 풀무질은 정확한 간격으로 나와 내자가 밤잠을 설쳐가며 1년 반을 계속해 댔다. 그러던 어느 날….

‘나으리, 나으리 큰 일 났사옵니다. 어서 나와 보시어요.’

‘뭔 일인데 이리도 호들갑인고?’

‘밤사이 나으리 께서 저와 세 번의 합궁으로 인해 지쳐 보여, 제가 아침 나절까지 풀무질을 하였는데, 끓어 올라도 시원찮을 가마가 도리어 식고 있나이다. 불민한 소저를 죽여 주시옵소서. 나으리’

간혹 이렇게 철을 제련하다 광풍이나, 때 아닌 물의 범람으로 가마의 불이 꺼지고, 제련되기도 전에 녹은 쇳물이 굳어 버리면, 그것을 다시 불을 붙여 녹인다 한들 완죤히 물렁좇 처럼 흐물거리는, 쇠도, 좇도 아닌 게 나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일등 진품으로 철광 원석을 분류하는 데만 1년을 조금 넘게 소모했고, 가마를 달구는 데에 1 년여 정도를 허비 했으니 정작 이제 와서 가마의 열이 식는다면 그것은 곧바로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가마에 가보니 어떤 이유도 없이, 풀무는 제대로 동작하고 있었지만, 아주 천천히 외부의 영향과는 상관 없이 녹아 들어가던 쇳물이 꾸득꾸득 해지려고 개똥폼을 잡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모든 과정을 되짚어 가도 별달리 이상한 실수는 하질 않은 것 같은데도 상황은 점점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어서 심히 괴롭기 그지 없었고…

‘나으리… 그래도 곡기를 끊으시면 아니 되옵니다. 한 술이라도 저으소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봐도 잘못 될 이유가 없었다. 내자의 보지며, 똥꾸멍이며 간에 무차례로 들쑤시면서도 머릿속은 오로지 그 생각 뿐이었다. 내자와의 방사를 끝내고, 좇물과 씹물로 뒤범벅이 된 내 좇을 혀로 깨끗이 쓸어대고 있는 모습을 내려다 보고 있는데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에 나는 자리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아이고, 아부지!’

그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살아 생전, 왕에게 진상할 수 있는 명검을 제조하고자 피나는 노력을 아끼질 않으셨던 부친의 엄명이 생각났기 때문 이었다.

‘아들아, 잘 듣거라. 자고로 왕은 하늘이 점지 하시었고, 그 왕에게 진상 되어야 할 검은 서릿발 같은 위엄과 용맹한 생명이 넘쳐 나야 하는 법, 몸가짐을 조신하게 해야 하느니, 그런 검은 생명을 담게 되기 때문에, 하늘의 기운과 땅의 생동, 그리고 불의 위력을 모듬어 기력을 불어 넣어야 진품을 제조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느니라. 그저 일개 장수 나부랭이가 차고 다니는 검과는 비교가 되질 않는 것이다. 알겠느냐? 만일 하늘이 노하시면 그 검의 제조가 하루 아침에 멈추어 질 수 있다는 점도 명심 하거라.’

나는 그 얘기를 내자에게 들려 주었다.

‘나으리, 그리하면 어찌해야 될런지요? 사람이라도 바쳐 가마 안에 넣어야 하늘의 진노가 풀릴 런가…..’

‘아니다. 내게 생각이 있다. 어서 의원을 모셔 오너라. 얼릉…..’

그 다음 날 저녁부터 달포가 넘게 가마를 지키는 나와 내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음에도 가마는 저절로 끓어 가면서 쇳물을 보기 좋게 녹여대기 시작하고….. 달포가 지난 후, 나와 내자는 끓어 오른 쇳물을 이용해서 한 자루가 아닌, 두 자루의 검을 만들 수 있는 본원금형을 손에 쥐게 된다.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하늘의 조화라고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정확히 량을 달아 한 개의 검을 만들 수 있는 량을 녹였건만, 이상시럽게도 검은 두개를 만들 수 있게끔 틀에서 떨어져 나왔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끝없는 제련의 프로세스가 이어지면서 칼은 그 빛깔도 영롱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하고….가마의 주변을 둘러서서 멀찌감치 방비를 서는 병졸들에게 칼을 보인 적도 없는데, 병졸들은 저마다 우리 가마 주변을 순찰할 때는 마치 칼이 목젖에 와 닿아 있는 것 같은 섬뜩함으로 칼이 거의 되어 간다는 것을 느꼈다고도 했다. 3년이 다 되어가는 그 즈음, 왕은 또 한번 그러니까 마지막 전령을 보냈다. 칼이 다 되어 가느냐는 독촉 이었다. 나는 전령에게 다음 달 초에 내가 직접 칼을 들고 진상을 가겠노라고 최종적인 D-Day를 공표하고…..

‘나으리, 이제 내일 이면 궁궐을 향해 길을 떠나셔야 하옵니다. 몸 조심 하옵소서.’

나는 잠잠한 가운데 입을 열었다.

‘내자, 나를 만나, 사시사철 그 불볕 같은 가마 앞에서 평생 너무도 고생만 시켰구료. 게다가 시도 때도 없이 들쑤셔 대는 내 좇대가리로 인해 그 보지는 얼마나 수모를 당했을꼬?’

‘아닙니다. 나으리, 소저, 나으리를 만나 여인의 참된 기쁨을 알고 살았고, 하늘을 우러르는 명검을 제조하신 나으리 같은 장인을 지아비로 모신 것, 또한 무한한 영광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 일러 두거니와 내가 가면 아마 돌아오지 못할 것이 분명하오. 그러니…’

‘어찌 그런 불운한 말씀을 하시는 지요? 저는 이곳에서 그럼 지아비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 보아야 한단 말씀 이십니까?’

‘그렇소. 다만 내가 이렇게 결연히 떠나는 것은 두 검을 같이 갖고 가지 않으려 함이오. 그래서 검의 이름도 나와 당신의 이름을 따서 짓지 않았소? 내가 사라져, 검의 주인이 왕이 된다 할지라도, 내가 만든 나머지, 내자의 이름으로 된 검은 당신의 손에서 영원히 살아 남아 나의 죽음을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결정한 것이오. 부탁 이외다.’

그 날, 휘영청 달이 뜬 한밤 중에 나를 이끄는 내자의 손길에 이끌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산보를 나가게 되었다.

‘아니, 산보는 뭐 하러?’

‘그래도 이제까지 우리의 몸을 씻기워 주고, 우리 두 사람의 나신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 샘터와 숲속에 칼을 들고 이별의 치례를 드리는 것이 가한 것 같아서….’

딴은 그랬다. 나는 두 칼을 들고서 내자를 따라 나섰다. 교교히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검푸르게 펼쳐진 샘물터의 물결 위로 달이 떠 있었다. 내자는 언제나 둘이 미친 듯이 엉겨 방사를 치루었던 그루터기에 나를 앉히고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손에 그 장검을 거머쥔 채로 달빛을 받으며, 화려한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멀리서 봐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 수북하던 내자의 보지 털은 간데 없고, 민둥한 둔덕이 너울대며, 춤을 추며, 달빛에 비추인 내자의 눈망울에서는 반짝이는 이슬이 흩뿌려 대고……그러나, 나 또한 그런 광경을 보고 있었으나, 벌떡여야 할 양물이 이제는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이제까지 검을 만드는 것을 빙자해서 육신에 탐닉해 온 그 세월이 장구함으로 인해 하늘이 스스로 꺼트릴려고 했던 가마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 이었다. 나는 의원을 밖에 세워 놓은 채로 양물을 잘랐고, 내자의 보지주변의 살은 둔덕을 포함해서 어여쁘게 포를 떠서 양물과 함께 가마에 넣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하늘의 노여움이 가라앉고 이제야 손에 쥐게 된 두 신검. 그 신검이 오늘 밤, 마주하고 있는 부부간에 마지막으로 너울 대면서 춤을 추고 있다.

‘나으리, 소저, 끝끝내 나으리를 잊을 수 없어…… 먼저 세상을 하직 합니다. 저를 이 칼과 함께 아무도 모르는 곳에….. 묻어 주소서. 용서 하시… ㅇ.ㅏ.ㄱ…’

순식간에 일어난 일. 나는 달려 나가 내자를 일으키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자는 막야검을 자신의 보지 속으로 쑤욱 박아 넣으면서 나에게 하직 인사를 했던 것이다.-그래서 세인들은 여자의 보지를 가리켜 칼집이라고 했었나?- 단칼에 보지를 가르면서 내장과 심장을 꿰뚫어 버린 그 명검. 이미 내자의 보지 앞에는 칼 손잡이만이 댕그렁 나와 있었다. 어차피 지아비가 죽고 나면, 나머지 검을 차지하기 위해 벌떼 처럼 강호의 검객들과 정객들이 들이 닥칠 것은 뻔한 일, 아무도 모르게 두 사람의 혼신이 담긴 칼을 몸 속에 품은 채, 지아비와의 이별을 준비한 내자………나는 그 밤, 아무도 모르는 곳 산 기슭에 내자를 묻었다. 칼이 꽂힌 채로…..

‘여봐라. 들랍신다.’

왕의 근처에는 암살의 위험으로 인해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40보 밖에서 조아리고 왕의 평가를 기다려야만 했다.

‘검을 올리랍신다.’

나는 검을 두 손으로 받쳐 대전 내시에게 전했다. 그 때였다. 어디선가 산속 깊은 곳에서 노인네가 흐느끼는 듯한 기괴한, 그리고 기분 나쁜 곡소리가 징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호위 군졸들이 칼을 뽑아 들었지만 결국에 가서 알게 된 것은 칼이 스스로 내는 소리 였다. 주인을 떠난 칼의 외로움 이었다.

‘도장공 간장은 말해보라. 이 곡소리는 무슨 연유인고?’

‘감히 말씀 드리옵니다. 원래 왕께 올리는 검은 생명이 있다 하였습니다. 하늘의 기운, 땅의 생동, 불의 위력을 지녀 생명과도 같다고 하였지요. 그 검이 자신을 만든 주인을 떠나면 언제나 저렇듯 운다고 역사책에 기록되어 있는 줄 압니다. 그래서 자명검(自鳴劍 : 스스로 곡소리를 낸다는 검, 자명종 시계의 유래가 여기서 부턴가?) 이라고도 하지요. 그 검은 제 이름을 딴 간장 이라고 불리워 지기를 간청 드리옵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불러주지. 그런데 이것이 명검인지 어찌 알겠느뇨?’

‘명검은 첫째, 쇠도, 바위도 베어진다고 합니다. 둘째로 사람을 베어도 순식간에 칼날이 모든 것을 자르기에 피가 비칠 사이가 없어, 피 또한 묻질 않는다고 합지요.’

‘그래, 사족은 떼고, 월나라의 검보다 낫다는 말이더냐?’

‘그러 하옵니다.’

그 말과 동시에 옥좌에서 좌정하고 있는 오왕 합려(闔閭)가 공중을 친히 날아 올라 나에게로 사뿐히 내려 앉으며, 내가 만들어 올린 그 칼을 나를 향해 휘둘렀다.

‘오호라, 역시 피가 한 방울도 묻지를 않는 걸 보니 명검은 명검이로구나. 껄껄껄….혹시나 이 놈의 장인이 월나라로 튀어 버리고 나면, 나를 겨눌 명검이 또 나오질 않겠느냐 말이다!’

바닥에 나 뒹글고 있는 내 목은 웃음을 지은 채, 몸과 떨어져 허공을 쳐다보고 있었다.

‘왕이시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시는 구려. 그 검이 울고 있는 것은 다른 한 짝을 그리워 하기에 울고 있는 것이외다. 아마도 영원히 짝을 찾질 못하는 그 곡소리에 미쳐 돌아가실 거요. 그리고 또 한가지, 내가 왜 웃고 있는지 궁금하질 않소? 그건… 그건 나중에 누군가 그 칼로 당신의 목을 내려 칠 때 쯤이면 깨닫게 될 꺼요. 내가 만들었지만 칼로 베었는데도 어찌나 목이 간지럽던지…..’

-끝-

P.S.: 중국 고대로 역사 속에 전해지는 간장(干將)과 막야(莫耶) 라는 명검의 얘기를 조금 각색해서 올려 봤습니다. 즐감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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