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
‘자 헤드폰 쓰시고, 소리가 나는 쪽 손을 드세요.’
나는 이 순간이 제일 싫었다. 이건 무슨 운전면허 건강측정도 아니고, 모기 소리 만하게 찌직대는 소리를 들으려고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그런 기분. 그렇다고 검사를 마다할 수는 없는 일이었고…
‘지난 번 보다 청력이 너무 떨어졌는데요?’
‘그런 거 같아요.’
‘아무래도 보청기를 사용해야 할까 봅니다.’
‘아니, 선생님, 제 나이가 몇인데, 그리고 저 장가도 않 갔다니깐요? 총각이 보청기 끼고 에 베베 하고 다니면 결혼은 어떻게 하라고?’
‘아니, 결혼이 문젭니까? 만일 사랑하는 사람의 고백조차 들을 수 없으면 그 결혼, 골로 가는 거 아닌감? 하여튼 보청기 사용을 고려하세요. 그렇지 않고서는 점차 약해지는 청력을 감당할 길이 없어질지도 모르니까요, 아셨죠?’
병원을 나오면서 나는 엄마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어릴적 남들도 하니깐 해야 된다며, 시작한 수영까지는 그런 대로 괜찮았다. 그러나, 수영도 제대로 할 줄도 모르고, 원체 체질적으로도 수영이 맞질 않았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좇털 둥둥 떠다니는 수영장물, 벌컥대며 마시거나 수영 10분하고, 귀에 들어간 물 빼느라 50분을 허비하는 비생산적인 놀음 밖에는 할 게 없었다. 그 와중에 생긴 중이염으로 나는 시시때때로 귓병원을 찾아야 하는 정기검진 환자로 바뀌어 가고 있었고, 귓속에 가득찬 고름을 빼느라 언제나 튜빙(고막 안쪽과 바깥쪽을 작고 미세한 튜브를 심어 고름도 자연적으로 빠지고, 통풍을 시키려는 목적으로 박는 튜브 삽입술)을 해야 했으며, 튜브를 제거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물이 차고, 감기 몸살처럼 열이 오르고 앓는 통에 엄마의 의욕은 좇나 앞서 있었건만 나의 수영강습은 막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난 것은 아니었다. 중이염의 후유증으로 귀밥 조차 건드릴 수 없었던 나는 점차 청력이 약화되어 가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백방으로 애를 써 봐도 한번 망가진 청력은 되돌아 올 줄을 몰랐고, 점점 더 상태는 악화되어 가는 것이었다. 어디 한군데가 뿌러지거나 째졌다면 모를까 이건 어디다 환자라고 얘기할 건덕지도 못되고, 불편하지만 어쩌겠느냐 조심하고 살아야지 하는 처방이 전부였다. 남들 다 들고 다니는 워크맨은 커녕 집에서 조차 TV도 큰소리로 보지 못하게 했던 시절, 나는 듣는 기능의 저하가 가져오는 열나 짱나는 현실을 점점 맞이해 가고 있었다. 학교 에서조차 점차 들리지 않는 선생님의 말소리로 체격과 상관없이 나는 맨 앞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체격이 작을 때는 좋았지만, 사춘기를 넘어서면서 앉은 키가 커지고 나니, 나만 따로 책걸상을 줄에서 튀어나와, 벌 서듯이 사용하고 앉았으니, 그 고충이야 이루 말로 할 수 없었고, 노래를 부를 때면 내 목소리의 음정을 되듣는 기능이 저하되어, 수도 없이 고 앙큼한 음악 꼰대년 앞에 불려 나가, 어째 멱따는 소리로 합창의 분위기를 잡치느냐고 회초리 세례를 받기 일 쑤 였다. 게다가 TV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슈퍼삼총사 만화가 나오고 나서, 내 별명은 말을 잘 알아듣질 못한다고, 볼 것도 없이 바로 사오정으로 명명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런 비탄의 세월을 살아 온 나에게 상태가 호전 되었다는 진단은 커녕, 증상이 악화 되었으니, 노친네 들이나 차고 다니는 걸로 알고 있던 보청기나 끼라니, 이건 청천하늘에 날벼락 과도 같은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병원은 갔다 왔냐?’
‘네. 글쎄, 저보고 보청기 끼래요.’
‘보청기? 아니, 왠 보청기?’
‘왜긴 왜요? 청력이 이제 바닥이니깐 그렇죠, 뭐!.’
나는 대답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쾅 하고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약속된 날짜가 되어 병원에 가면서도 나는 구지 보청기를 해야 되나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콰당! 아구구구…..’
그건 다른 종류의 청천하늘의 날벼락 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어떤 여자가 내 옆구리를 된통 받아 버린 거였다.
‘아저씨, 제가 비키라고 소리쳤잖아요? 사람 말을 들었으면 반응이 있어야지?’
아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어째 지가 받아놓고, 되려 큰소리래, 큰소리는?
‘아니, 아가씨가 받아 놓고도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면 어쩌겠다는 거요?’
‘제가 분명히 비키라고 그렇게 소리를 바락바락 질렀건만, 정신을 어따 팔고 다니시길래 앞만 보고 서 계셨대요? 받은 건 죄송스럽게 생각하는데요, 혹시라도 귀가 안 들리시면 병원에나 가 보세요. 이게 자전거 였기에 망정이지, 차라면 아저씨 벌써 뒤졌, 아니 돌아가셨을 거에요.’
나는 옷을 툭툭 털면서 일어났다.
‘난 괜찮수. 그런데, 아저씨가 아니고, 총각이우, 좀 연식이 되 보여서 그렇지…헐’
나는 속으로 진짜 이제는 쪽팔림을 무릎쓰고 라도, 안전한 사회 생활을 위해서 그 아가씨의 충고처럼, 보청기라도 끼고 살아야 할 판이라고 느꼈다. 하필 이런 때에…….으이그…..
‘자 여기 보시는 것이 보청기 인데, 예전처럼 무식한 스타일이 아니고, 귀 안에 쏙 들어가는 이쁘장한 스타일들이 많이 있죠. 간혹 귀 안에 오래 꽂아 넣고 있으면 귓구녕이 아프기 때문에 다른 모양을 찾는 분들도 있지만서도…. 요즈음 보청기는 옛날과 그 내부의 매커니즘이 많이 달라요. 채널수도 많이 늘었고….’
‘아니, 보청기에 TV채널이 있어요?’
‘그런 게 아니고, 핸폰에도 그런 거 있잖아요? 16채널로 강화되어 단순한 신호음 말고, 사람 목소리라든가, 음악도 발신음으로 사용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뭐 그런 거죠. 들리는 음역폭을 확장하고 다채롭게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면 이해가 쉬울라나? 자연음에 가깝게 들리게 하는 거죠. 게다가 예전의 보청기는 오래된 라디오 틀면 싸하면서 들리는 주파수 발진잡음도 거의 제거해서 아주 청아한 음을 들을 수 있죠. 게다가 사람 목소리의 가청주파수에는 특별히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 있어서 다른 소음과 사람 목소리와의 구분이 예전 보청기 보다 확실하지요. 어때요? 이만하면?’
나는 그 쥐콩알 만한 보청기에도 갖은 기술이 담겨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었다. 그저 소리의 증폭만 시켜줄지 알았던 나의 기대와는 상반된 결과 였다. 사실 보청기를 착용하고 테스트 해본 결과, 예전에 비해 현격하게 청력이 증가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한동안 보청기에 의지해서 나는 달라진 세상을 만끽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예전보다 현격한 속도로 청력은 곤두박질하기에 이르렀고, 나는 다시 정밀 검사를 받기에 이른다.
‘이런 말씀 드리기는 뭐한데, 아무래도 수술로 대치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수술…..이라뇨?’
‘임플란트(Implant:체내이식수술)가 필요하단 야그죠.’
‘임플란트 라뇨?’
‘Mastoid bone과 Inner Ear(내이) 사이에 일종의 음향 전달체를 삽입하는 수술인데, 청력을 잃어가는 분들에게 아주 효과적인 수술 방법입니다. 이걸 전문용어로 Cochlear Implant라고 하는데. 고막으로 전달된 음향의 진동이 전정기관인 세반고리관을 통과하기 어려워 지는 사태가 발생했을 때, 그 밑을 뚫어서 청각세포와 Hifocus Electrode라는 소리 전달체를 아예 직접 연결해 버리는 수술을 말합니다. 이건 미국의 Advanced Bionics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최첨단 기기를 사용하는데, 말하자면 소머즈의 청력으로 되찾아 준다고나 할까요? 이 이론은 1950년도부터 제기되어 왔던 것을 바이오 테크놀러지의 발달로 지금과 같은 형태로 결실을 보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아니, 그것만 삽입하면 만사 오케이 라고요? 외부에 표도 않 나구요?’
‘그렇게만 된다면 노벨상 감이죠. 그렇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멀었구요. 사용하고 계시는 보청기보다 조금 큰 사이즈의 플래티늄 BTE는 스타일을 택일 하셔야 되요. BTE라는 것이 보청기 스타일로 디자인 되어 있는 것이 있고, 삐삐처럼 차고 다닐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두가지가 있어서 말이죠. 그런데 한가지 괴로운 것은 동그랗게 생긴 마이크 같은 것을 귀 뒤쪽에 걸고 다녀야 한다는 점이지요, BTE에 더하여…..귀 옆머리를 조금 길게 길러서 가리면 잘 보이지 않아서 괜찮기는 할 겁니다.’
‘그건 왜 하는데요?’
‘기왕 수술을 하셔야 될 것 같으니 제가 설명을 해 드릴께요. 보통의 보청기와 다르게 이 기기는 아까 말씀 드린 1원짜리 동전만한 마이크가 소리를 받아들이게 되요. 그러면 그 소리는 BTE로 접수되어 소리를 분석하는 프로세싱 단계를 거쳐 그것을 전기적인 신호로 바꾸어 측두골에 이식해 넣은 유도체에 전달하게 됩니다. 이 유도체는 전달 받은 미세한 전기적 신호를 곧바로 청각세포와 연결된 Positioner(세반고리관 고정체)를 통해 Hifocus Electrode를 타고 청각세포에 그 전기적 신호상황을 전달하는 거죠. 그럼으로 인해서 뇌는 전정기관이 물리적인 작용을 하지 않더라도 바로 그 전기적 신호를 이해해서 소리의 구분을 가능하게 해주는 겁니다. 이해가 가세요? 가든가 말든가….’
영어가 디리 섞여 있는 걸 보면 좋은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래도 약자의 입장에서 내지를 수 있는 한마디를 자신 있게 해댔다.
‘부작용은 없나요?’
‘고막이 빵꾸가 나지 않는 다음에야 부작용이 있을 수가 없죠. 인공심장 처럼 배터리를 갈기 위해 정기적으로 부위를 열어야 할 필요도 없어요. 미세동력도 모두 체외에서 공급하니까 부작용이 날 리가 없죠. MTBF(Mean Time Between Failure:기기가 망실될 때 까지 버틸 수 있는 부품의 허용 한도 시간)도 거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니까 거의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가 있죠. 그건 걱정 마세요.’
나는 어머님께 수술 얘기를 했더니만 당장 하라고 성화셨다. 어련 하실려구! 남들 다하는 최첨단 이라면 언제나 몰아가시면서 따라 하셨으니…..아무튼 수술이 끝나고 나는 더 이상 귓병원에 발걸음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집도의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만 싶었다. 귓가에다 그 놈의 보청기와 1원짜리 동전만한 마이크를 같이 부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효과는 정말 기대를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사람들의 조용한 속닥거림 조차 청아하게 들리는 그 수준은 정말 신기하기 이를 데 없었으니까. 한동안 사람을 피해 다니며, 살다가 바뀌어진 감각의 환경이 용기를 갖게 했는지는 몰라도 나는 않 나가던 고등학교 동창회까지 갈 생각을 다 하게 되었다. 언제나 사오정 이라며, 나를 따돌리며, 웃어댔던 샤끼들, 이번 기회에 나가서 변모된 내 모습을 한껏 과시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어, 이게 누구야! 사오정 아니신가? 저팔계랑 손오공은 어디다 두고? 치키 치키 차카 차카초코 초코 쵸…..’
보는 놈들 마다 나를 보고 사오정 어쩌구 하면서 비아냥 대는 멘트를 날리고 있었다. 거기다가 쌍쌍이 참석해서 동창회 라기 보다는 커플 모임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옳았다. 나는 나만을 자랑할 심산으로 참석했는데, 애인이나 부인을 데리고 참석하는데 까지는 생각이 못미쳤던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후였다. 그 중에서도 고등학교 시절 나를 가장 못살게 놀려대던 진철이는 멀리서 나를 보며, 무언가 다른 동창들에게 중얼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예전 같으면 귀가 잘 들리지 않음으로 해서 애써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을 테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렇게 떨어져 있었음에도 내 귀에는 고놈의 지분거림이 다 들리고 있었다.
‘저,저, 꼬락서니 봐라. 겉늙은 게, 귀도 멀어 가지고, 쯧쯧….커플 모임이라는 사전 약속도 못 알아듣고, 여전히 사오정 이구만.’
나는 멀찌감치 에서 진철이의 면상에 대고 소리쳤다.
‘진철아 다 들린다, 이 씨방생이야! 내 얼굴 늙은 거에 뭐 보태준 거라도 있냐? 커플 모임이야, 있는 놈들은 데리고 나오면 되고, 없는 나 같은 사람이야 없으니 혼자 왔지, 아니, 동창회랍시고 되도 않는 여자나 만들어 꿰차고 나올까? 너 다시 한번만 사오정 어쩌구 그러면 머리 깝데기를 홀랑 벗겨서 아주 삼장법사를 만들어 줄 테니 그리 알어!’
주변의 동창들은 물론, 같이 동행한 여자들도 나의 일성에 깜짝 놀라고들 있었다. 이 통쾌감….그러나, 진철이 녀석은 계속 주절댔다.
‘여자가 없는 것도 자랑이냐?’
‘에라이, 니기미 뽕이다, 쇄끼야!’
나는 언성을 높이면서 고등학교때 잘하던 손가락 욕을 진철이를 향해 내질렀다. 다들 잘 알지 않는가? 주먹을 쥐고 엄지 손가락만 중지와 식지사이에 끼워넣는 그 욕 말이다. 나는 흥분한 나머지 팔을 부들부들 떨어가면서 진철이 자식을 향해 팔을 뻗었다. 그때, 찡하는 통증과 함께 손가락 끝에서부터 어깨를 타고 머리끝을 관통하는 찌릿함으로 인해 나는 반사적으로 팔을 오무렸다. 두 사람 사이에서 주먹질이라도 오갈까봐, 동창들이 막아서고 금새 분위기는 냉랭해지고….둘러선 동창들이 우리들의 화해를 주선하는 사이, 같이 온 커플들도 우리 둘의 화해를 부추켰다.
‘아니, 이제 보니?’
나는 진철이의 곁에 서 있는 여자가 하는 중얼거림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어디선가 봤나?
‘저 모르시겠어요? 얼마 전에 횡단보도에서 제 자전거에….’
아, 그때의 그 재숫대가리가 그럼 진철이의 깔치? 이건 또 무슨 엿 같은 지랄! 두 년놈이 내 인생에 좇도 보탬이 되는 법이 없구만. 나는 목례를 하면서 건성으로 진철이에게 앞으로 상소리 하지 말고 잘 지내자고 말을 놓았다. 그러나, 그것은 말뿐, 나는 돌아서면서 바지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 넣으면서 아까의 그 손가락 욕지기를 주머니 속에서 해댔다.
‘니기미 뽕이다 쇄끼야! 씨발, 좇 같은 쇄끼가 깔치만 꿰차고 나오면 뵈는 게….’
나는 그러는 사이, 누군가 속삭이는 소리에 놀라 돌아서면서,
‘누구야! 내 욕하는 게?’
나는 분명히 들었고, 그래서 돌아선 것이었다. 분명히 들렸던 사오정 저 씨발놈 이라는 소리….그러나, 둘러선 동창들은 멀뚱한 표정으로 니가 정말 사오정 행세를 하고 싶어 안달이 났구나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닌가?’
‘진철씨는 아무런 소리도 않 했는데요?’
옆에 서 있던 진철이의 그 재숫대가리가 대답했다. 나는 다시 돌아서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자리에 앉았다. 분위기가 가라앉고 탁자에 둘러앉았는데 공교롭게도 진철이 커플이 내 앞에 앉게 되었다. 내 앞에서 서로 느글대면서 들러 붙어 있는 꼴이라니! 완전히 버터왕자 저리 가라의 느물거림과 음흉한 뻐꾸기로 옆에 앉아 있는 여자의 얼굴을 계속해서 벌겋게 만들어 놓는 진철이 자식의 후안무치의 매너로 나는 기분이 다시 상하고 있었다. 속으로,
‘씹탱구리 쇄끼, 자리에 앉아서 욕하면 뵈지는 않겠지!’
나는 탁자 밑으로 손을 집어 넣어서 두 년놈이 눈치 못 채게 그 손가락 욕지기를 다시 겨누었다. 그때였다. 귓속이 멍해질 정도로 온갖 잡음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TV외화의 주인공 입술과 맞지 않는 더빙 성우의 대사처럼 둘러선 동창들의 입과 전혀 맞지 않는 음성들 이었다. 나는 가만이 손가락을 풀었다. 그러자, 그 소음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나는 그제서야, 손가락을 그런 모양으로 하면 평소에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들리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혼재 되어 있어 구분은 가질 않았지만 그것은 지금 내 앞에 앉아서들 점잖은 듯이 얌전을 떨고 있는 동창들의 머리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목소리가 분명했다.
**“도대체 동창회는 언제 끝나는 거야! 내일 출근도 해야 되는데…..’**
**“이 년은 밥도 안 쳐먹고 왔나? 이렇게 안주발을 밝혀? 다음 부터는 떡라면 쌍곱배기에 밥까지 말아 드시게 하고 와야지, 이거 원 쪽 팔려서….”**
**“다음 달 동창회에 나오면 내가 성을 간다. 다른 년들은 저렇게 좇나 잘빠지고, 깔쌈 하게 차리고 왔는데, 이 년은 어떻게 된 게 니주구리 하빠빠 같이, 하고 나와서리 내 속을 이렇게 긁어 놓나?”**
천차만별의 불평과 불만, 저마다의 생각들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이 모임이 즐거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맹한 군상들…..나는 신경을 곤두세워서 진철이와 그 커플의 목소리를 구분하려고 애써 보았다.
**“요년, 오늘만 따먹고 빠이빠이다, 이런 보지가 이름하야 대일 반창고지 뭐겠어? 그래도 지혜년 같은 긴자꾸는 또 없을 거야. 요년 조져 놓고 나면, 내일 지혜나 만나서 오랜만에 빠구리 한판 걸부지게 돌려야 쓰겄다. 왜 이렇게 시간은 빨리 않 가는 거야? 좇대가리 근질거려 죽갔구만…..’**
**“이 새끼는 아까부터 씹질 얘기만 계속하고, 내 다음부터 만나주나 봐라. 부득부득 간청해서리 불쌍타 여기고 나왔드니만 초저녁부터 버터 냄새 나는 뻐꾸기를 연신 날려? 이 자식아! 일 없네!’**
두 사람은 정겨운 듯이 앉아 있었지만 속마음은 그렇게 달랐다. 나는 무슨 영문 인지는 몰랐지만 이렇게 사방에서 흘러 들어오는 숨겨진 속마음의 얘기들로 인해 혼자 였음에도 불구하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나는 은근히 장난이 치고 싶어졌다.
‘진철아, 전에 사귄다던 지혜라는 여자는 아직도 잘 계시냐? 몸에 딱 붙는 옷 같다고 니가 긴자꾸 에미나이 라고 하던 그애 말이야?’
진철이의 얼굴은 한방 크게 얻어맞은 표정으로 어어어 하며 아무 소리 못하고 있었다.
‘니가 지혜를 어떻게?’
모두들 모르는 표정이었다.
‘내가 모르긴 왜 몰라? 너랑 죽자 사자, 그 짓이 직업인줄 알고 해대던 갸를 내가 모를리 있냐?’
벌게진 얼굴에 황당해 할 겨를도 없이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진철이의 파트너는 나와 진철이를 동시에 꼬나보며, 뭐 이런 것들이 다 있냐는 표정으로 탁자를 꽝하고 치며, 일어나는 것이었다. 또다시 불거질 것 같은 나와 진철이의 입씨름을 몸으로 동창들이 막아서고 나와 그 파트너는 공교롭게도 모임을 지속시키려는 다른 사람들의 권유에 따라 그 자리를 뜨게 되었다. 밖으로 둘이 걸어 나오며, 그녀가 나에게 한마디 해댔다.
‘아니, 두 사람, 동창 맞아요?’
‘그렇긴 하죠. 만나기만 하면 들러 붙고, 싸워서 그렇지.’
‘내 참, 어처구니가 없어서…나를 뭘로 보고….’
‘뭘로 보긴요, 대일반창고로 봤지!’
‘대일반창고는 또 뭐래?’
‘모르세요? 여자가 남자를 가리킬 때는 원나?스텐드, 남자가 여자를 가리킬 때는 대일반창고, 참고로 하나 더 알려 드려요? 아까 얘기한 그 지혜라는 애는 일명 한국 타이어라고 하죠.’
‘왜요?’
‘어디든 가리질 않고 싼 값에 굴러다닌다고 해서 그렇죠.’
‘깔깔깔…..’
그녀는 자기가 어떤 상황에 처했었는지 그제서야 감이 오는가 싶었다.
‘저도 대강은 감 잡았어요. 느물대던 꼴이라니….’
‘그래서 제가 구해드려야 겠다는 심정으로 그렇게 까발린 거에요.’
나는 슬그머니 한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알아요. 고마워요.”**
그녀가 대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내 귀에는 그녀가 마음속으로 하고 있는 말들이 들려왔다. 그렇게 무작정 걷는 것도 조금 우스운 감이 들었다.
‘우리 이름도 모르는데….제가 한번 맞춰 볼께요.’
나는 짐짓 퀴즈를 하는 척 폼을 잡았다.
**”세상 천지 남의 여자 이름 맞춘다는 개인기는 처음 보네. 니가 그렇다고 내 이름이 영희인걸 알기나 하겠냐? 날밤 까겠지? 남자들이란 모두 저렇게 바보 같은 짓만 하는지 몰라.”**
‘자, 그럼 맞춰 볼께요! 아마, 진철이의 성격상, 특이한 이름은 좋아하질 않을 테고, 평범하면서도 누구나 들으면 호감이 가는 그런 이름이 아닐까요? 제가 질문 하나만 할께요. 국어책에 많이 나오는 이름 아니에요? 영희 라든가, 촌스럽기는 하지만 순이라든가 말이죠, 어때요? 내 예감이?’
눈이 부릅떠 지면서 그녀가 말을 못한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기절초풍 할 노릇 이었을 테니…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혹시 독심술이나 뭐 그런 거 하세요?’
‘아뇨, 그냥 그 사람에게 관심이 높아지다 보면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거든요.’
**”아휴, 얼굴은 팍 삭아 가지고, 관심은? 눈은 높아 가지고… 하여튼 이 미모를 가만 놔 두는 인간들이 없구만.”**
‘대개 그런 이름을 갖고 있는 여성들이 예상과 달리 엄청 이쁜 것이 사실 이거던요? 안 그래요? 영희씨도 한 인물 하시잖아요? 거기다가 증세까지 더해서….’
‘증세라뇨?’
‘공주병이요, 잘 아시면서….허허’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지? 정말 골 때리네. 사오정 같이 뵈지는 않는데…..”**
‘저도 뭐 예전에는 증세가 있긴 했죠. 사오정 증세라고 아실랑가 모르 겄네. 그거야 물리적으로 청력이 약해져서 못 알아들음으로 인해 생긴 별명 이구요. 이제는 그때 영희씨가 말한대로 이렇게 젊은 나이이기는 하지만 보청기 덕분에 그 별명에서 헤어나오고 있는 중이죠.’
점점 그녀의 얼굴은 놀라움과 경악, 찬탄으로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한쪽 손을 주머니에서 뺄 수가 없었다.
‘만약에, 만약에 말인데요. 진철이가 오늘 저녁에 영희씨에게 대쉬 했다면 어떡 하실려구 그러셨어요?’
**”어떡하긴 못 이기는 척하고 열나 섹스하는 거쥐. 내가 섹스를 얼마나 좋아 한다고! 사람을 좀 가려서 그렇지.”**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었으면서도 그녀는 딴 청을 피운다.
‘그런다고 제가 넘어가나요? 어림 없는 수작이지.’
여자란 동물은 참!
**”내가 괜한 소리를! 진철이야 말로 나에게는 오늘 밤을 밝혀 줄 원나?스텐드 였는데, 이런 사실을 알랑가 몰라?”**
‘혹시, 진철이가 영희씨 에게는 오늘의 사냥감, 그러니까 원나?스텐드나 아니었는가 모르겠네.’
움찔하며, 비틀대는 그녀, 아마도 팬티에 놀라서 오줌 꽤나 지렸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꿩 대신 닭이라고 저라도 사냥하시죠. 면상은 연식이 꽤 된 것 같아도, 신체는 아직 아다라시 에요.’
그녀가 멈추어 섰다.
**”그래, 꿩 대신 닭이라고, 혹시 알아 저 굵고 긴, 가운데 손가락을 본다면 물건 하나는 튼실하고 우람하지 싶은데, 못이기는 척 해봐?”**
‘저를 자랑하기는 싫어도 사람들이 그러데요. 여자의 성기는 입술을 보면 알고, 남자의 성기는 가운데 손가락을 보면 거지반 들어 맞는다고요. 어때요? 제 손가락, 그런대로 물건이 상상이 가질 않나요?’
이제는 싫다 좋다 어쩌고 할 경황도 아닌 상황이 되 버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가까운 모텔의 네온사인을 가리켰다.
‘제 소개가 늦었죠? 저 석훈, 윤석훈 입니다. 어서 들어가죠. 배도 꺼트릴 겸, 우리 운동한다 셈치고…..’
모텔에 들어선 나와 그녀는 척척 손발이 맞아 떨어졌다. 그녀는 점점 말수가 줄어 들었고, 나는 계속해서 주머니에 손을 넣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 갈 수는 없었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그녀의 말소리는 더욱 나의 신경을 집중하도록 요구했지만, 두 사람은 옷을 벗어야 했기에 더 이상 그 자세로 손가락의 욕지기를 한 상태에서 섹스를 할 수는 없는 노릇 이었다. 욕실에 들어가 서로가 등을 돌린 채, 몸을 씻는 도중에 나는 그녀에게,
‘저 영희씨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 주실 수 있어요? 두 가지만….’
‘뭔데요?’
‘몸을 씻느라 벗고 왔는데, 섹스할 때, 보기가 좀 그렇더라도 보청기를 낀 저를 양해해 주십사 하구요. 저는 섹스할 때 상대의 목소리나 말이 들리질 않으면 흥분이 가시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
‘다른 거는 뭔데요?’
‘저 손을 이렇게 해야 성욕이 솟구쳐요. 이것도 보기가 좀 그렇지만….’
‘그거 욕하는 거 아니에요?’
‘맞아요. 그렇지만 싸우기 직전에 흥분 했을 때나, 이렇게 섹스 하려고 할 때 이렇게 요 자세를 잡아 주질 않으면 이내 물건빨이 죽어 들어가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괜찮죠?’
**”괜찮지, 괜찮고 말고, 저 우람하게 벌떡 선 거포 쫌 봐라, 천장 뚫어 지겠네. 내가 사람 볼 쭐은 알아. 구지 저런 물건, 기죽일 일 있남? 나야 눈 딱 감고, 모른 척 하면 홍콩행 인데, 아니 그러셩?”**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의 가슴을 후벼 파면서 졸나게 좇대가리에 살을 찌운다. 나는 한 손으로 그녀의 누워 있는 풍만한 젖을 쥐고 흔들 때는 다른 손으로 욕을 했고, 그 손으로 공알을 문지를 때는 놀고 있는 손으로 욕을 했다.
‘제발, 제발 석훈씨, 넣어줘요. 너무 좇이 커서 목구녕이 터질 것 같아요.’
그녀의 입이 째질 정도로 쑤셔 넣은 내 좇은 이미 그녀의 식도를 장악하다 못해 숨통을 막고 있을 것이 뻔했다.
**”아휴, 목구녕도 이렇게 째질듯이 아픈데, 보지는 어떻게 될까나? 넣어 달라고는 했는데, 이거 일 치루고 보지에 옥도정기 발라야 되는 거 아냐?”**
나는 그녀의 속말에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면서 천천히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허리를 밀어 넣었다.
‘윽.’
**”그렇다고 이렇게 눈 앞이 다 까매지나? 세상은 그래서 공평하다니깐, 얼굴 만들 사이에 아마도 하나님 께서 저 놈의 진저리 나게 커다란 좇몽둥이 만드시느라 신경을 못 쓰셨을 꺼야. 아휴, 보지 찢어 지겄네, 보지만 찢어 트려 봐라. 평생 쑤시도록 아예 빗장을 걸어 번지고 말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맛난 보지는 평생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고 말이다.
‘억억… 영희씨…. 정말 끝내 줍니다. 어쩜 이렇게 몸매가 이쁜 여자가 섹스도 잘하는지, 원… 세상은 불공평 하다니깐요…. 억억… 돌아 누워 봐요. 뒤로 좀 쑤시게. 그 몸서리치게 이쁜 엉덩이랑, 허리 곡선좀 감상하면서 쑤셔봅세.’
돌아누워 보지를 벌리고 엉덩이를 든 채로, 상체를 난짝 낮춘 그녀가 속으로 또 얘기했다.
**”그래서 세상은 공평한 거에요. 이런 몸매가 저런 좇대를 만날 수 밖에 없는 것이 세상 이치 아닐까 싶네요. 우윽….쑤셔도 겁나게 쑤시네…..가랭이가 뻐개지는 것 같은 이 느낌, 아 골반 속으로 좇대가리가 막 부시고 들어오는 것 같네. 아흐 좋아라. 쑤시다가 잠깐씩 빨아줘도 좋은데….”**
연신 신음만 내뿜고 있는 그녀가 말로 하기도 전에 나는 그녀가 원하는 메뉴를 냉큼냉큼 그녀에게 갖다 바쳤다. 씹물이 허옇게 지려 나오는 보지를 뒤에서 쑤시다 말고 쪽쪽 빨아주니 그녀가 눈자위를 휘번덕 하게 돌아 가면서 자지러 지기까지 한다. 이제는 손가락으로 욕을 하고 있어도 그녀의 머릿속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저, 보지, 씨발, 나 미쳐, 억, 좇나 좋아, 엄마, 나 어떻게 해, 보지 불나, 쑤셔, 박아… 이런 단어들이 지랄 나게 쏟아지는 비빔밥 같은 독백이자, 외침들…. 나는 서서히 욕을 하던 손가락을 풀었다. 더 이상 의미가 없었기에…..그리고, 두 손바닥으로 그녀의 허연 엉덩이를 터져라 붙들고는 좇대를 있는 힘껏 내질렀다.
‘억억…. 척..척…척….척……척척척척척척척척…….’
끝도 없이 그녀의 보지 속으로 내 좇대는 그녀의 허연 씹물을 미소처럼 머금고 사라지고, 내 불알은 속절없이 그녀의 둔덕을 시계추처럼 쳐대니, 아마도 이렇게 끝내 주는 섹스는 그녀도 나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ㅇ-ㅏ-ㄱ……….’
두 사람 다 비명 속에 까맣던 머리 속이 하얗게 탈색되는 순간을 맛 보았다. 그녀와 같이 땀에 흠뻑 젖어 엎드려 있는 와중에도 나는 다시금 슬며시 폈던 손가락을 구부려 욕을 해댔다.
**”아, 너무 꿈 같아. 온 몸이 이렇게 나른하게 공중에 붕 뜬 것 같다니! 이런 남자, 놓치면 안돼. 평생 후회 할꺼야. 아직도 얼얼한 이 보지, 평생 이렇게 쑤셔 달라고 해야지. 공주병과도 이젠 이별이야. 보청기 끼고, 구리게시리 손가락으로 욕하며 섹스 하는 게 지랄 같지만, 어쩌겠어? 그가 인생의 반려자가 분명한 거 같은데, 눈 딱 감고 봐 줘야지. 과연 누가 짐작이나 하겠어? 나만 알고 있을텐데….. 아! 또 쑤셔 달라고 하고 싶다.”**
나는 그녀를 내려다 보며, 행복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영희씨, 이렇게 평생 쑤셔도 돼?’
그녀의 고개가 한없이 끄덕이고 있었고, 나는 그제서야 그 보청기 수술의 고마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끝-
‘자 헤드폰 쓰시고, 소리가 나는 쪽 손을 드세요.’
나는 이 순간이 제일 싫었다. 이건 무슨 운전면허 건강측정도 아니고, 모기 소리 만하게 찌직대는 소리를 들으려고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그런 기분. 그렇다고 검사를 마다할 수는 없는 일이었고…
‘지난 번 보다 청력이 너무 떨어졌는데요?’
‘그런 거 같아요.’
‘아무래도 보청기를 사용해야 할까 봅니다.’
‘아니, 선생님, 제 나이가 몇인데, 그리고 저 장가도 않 갔다니깐요? 총각이 보청기 끼고 에 베베 하고 다니면 결혼은 어떻게 하라고?’
‘아니, 결혼이 문젭니까? 만일 사랑하는 사람의 고백조차 들을 수 없으면 그 결혼, 골로 가는 거 아닌감? 하여튼 보청기 사용을 고려하세요. 그렇지 않고서는 점차 약해지는 청력을 감당할 길이 없어질지도 모르니까요, 아셨죠?’
병원을 나오면서 나는 엄마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어릴적 남들도 하니깐 해야 된다며, 시작한 수영까지는 그런 대로 괜찮았다. 그러나, 수영도 제대로 할 줄도 모르고, 원체 체질적으로도 수영이 맞질 않았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좇털 둥둥 떠다니는 수영장물, 벌컥대며 마시거나 수영 10분하고, 귀에 들어간 물 빼느라 50분을 허비하는 비생산적인 놀음 밖에는 할 게 없었다. 그 와중에 생긴 중이염으로 나는 시시때때로 귓병원을 찾아야 하는 정기검진 환자로 바뀌어 가고 있었고, 귓속에 가득찬 고름을 빼느라 언제나 튜빙(고막 안쪽과 바깥쪽을 작고 미세한 튜브를 심어 고름도 자연적으로 빠지고, 통풍을 시키려는 목적으로 박는 튜브 삽입술)을 해야 했으며, 튜브를 제거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물이 차고, 감기 몸살처럼 열이 오르고 앓는 통에 엄마의 의욕은 좇나 앞서 있었건만 나의 수영강습은 막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난 것은 아니었다. 중이염의 후유증으로 귀밥 조차 건드릴 수 없었던 나는 점차 청력이 약화되어 가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백방으로 애를 써 봐도 한번 망가진 청력은 되돌아 올 줄을 몰랐고, 점점 더 상태는 악화되어 가는 것이었다. 어디 한군데가 뿌러지거나 째졌다면 모를까 이건 어디다 환자라고 얘기할 건덕지도 못되고, 불편하지만 어쩌겠느냐 조심하고 살아야지 하는 처방이 전부였다. 남들 다 들고 다니는 워크맨은 커녕 집에서 조차 TV도 큰소리로 보지 못하게 했던 시절, 나는 듣는 기능의 저하가 가져오는 열나 짱나는 현실을 점점 맞이해 가고 있었다. 학교 에서조차 점차 들리지 않는 선생님의 말소리로 체격과 상관없이 나는 맨 앞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체격이 작을 때는 좋았지만, 사춘기를 넘어서면서 앉은 키가 커지고 나니, 나만 따로 책걸상을 줄에서 튀어나와, 벌 서듯이 사용하고 앉았으니, 그 고충이야 이루 말로 할 수 없었고, 노래를 부를 때면 내 목소리의 음정을 되듣는 기능이 저하되어, 수도 없이 고 앙큼한 음악 꼰대년 앞에 불려 나가, 어째 멱따는 소리로 합창의 분위기를 잡치느냐고 회초리 세례를 받기 일 쑤 였다. 게다가 TV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슈퍼삼총사 만화가 나오고 나서, 내 별명은 말을 잘 알아듣질 못한다고, 볼 것도 없이 바로 사오정으로 명명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런 비탄의 세월을 살아 온 나에게 상태가 호전 되었다는 진단은 커녕, 증상이 악화 되었으니, 노친네 들이나 차고 다니는 걸로 알고 있던 보청기나 끼라니, 이건 청천하늘에 날벼락 과도 같은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병원은 갔다 왔냐?’
‘네. 글쎄, 저보고 보청기 끼래요.’
‘보청기? 아니, 왠 보청기?’
‘왜긴 왜요? 청력이 이제 바닥이니깐 그렇죠, 뭐!.’
나는 대답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쾅 하고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약속된 날짜가 되어 병원에 가면서도 나는 구지 보청기를 해야 되나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콰당! 아구구구…..’
그건 다른 종류의 청천하늘의 날벼락 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어떤 여자가 내 옆구리를 된통 받아 버린 거였다.
‘아저씨, 제가 비키라고 소리쳤잖아요? 사람 말을 들었으면 반응이 있어야지?’
아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어째 지가 받아놓고, 되려 큰소리래, 큰소리는?
‘아니, 아가씨가 받아 놓고도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면 어쩌겠다는 거요?’
‘제가 분명히 비키라고 그렇게 소리를 바락바락 질렀건만, 정신을 어따 팔고 다니시길래 앞만 보고 서 계셨대요? 받은 건 죄송스럽게 생각하는데요, 혹시라도 귀가 안 들리시면 병원에나 가 보세요. 이게 자전거 였기에 망정이지, 차라면 아저씨 벌써 뒤졌, 아니 돌아가셨을 거에요.’
나는 옷을 툭툭 털면서 일어났다.
‘난 괜찮수. 그런데, 아저씨가 아니고, 총각이우, 좀 연식이 되 보여서 그렇지…헐’
나는 속으로 진짜 이제는 쪽팔림을 무릎쓰고 라도, 안전한 사회 생활을 위해서 그 아가씨의 충고처럼, 보청기라도 끼고 살아야 할 판이라고 느꼈다. 하필 이런 때에…….으이그…..
‘자 여기 보시는 것이 보청기 인데, 예전처럼 무식한 스타일이 아니고, 귀 안에 쏙 들어가는 이쁘장한 스타일들이 많이 있죠. 간혹 귀 안에 오래 꽂아 넣고 있으면 귓구녕이 아프기 때문에 다른 모양을 찾는 분들도 있지만서도…. 요즈음 보청기는 옛날과 그 내부의 매커니즘이 많이 달라요. 채널수도 많이 늘었고….’
‘아니, 보청기에 TV채널이 있어요?’
‘그런 게 아니고, 핸폰에도 그런 거 있잖아요? 16채널로 강화되어 단순한 신호음 말고, 사람 목소리라든가, 음악도 발신음으로 사용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뭐 그런 거죠. 들리는 음역폭을 확장하고 다채롭게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면 이해가 쉬울라나? 자연음에 가깝게 들리게 하는 거죠. 게다가 예전의 보청기는 오래된 라디오 틀면 싸하면서 들리는 주파수 발진잡음도 거의 제거해서 아주 청아한 음을 들을 수 있죠. 게다가 사람 목소리의 가청주파수에는 특별히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 있어서 다른 소음과 사람 목소리와의 구분이 예전 보청기 보다 확실하지요. 어때요? 이만하면?’
나는 그 쥐콩알 만한 보청기에도 갖은 기술이 담겨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었다. 그저 소리의 증폭만 시켜줄지 알았던 나의 기대와는 상반된 결과 였다. 사실 보청기를 착용하고 테스트 해본 결과, 예전에 비해 현격하게 청력이 증가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한동안 보청기에 의지해서 나는 달라진 세상을 만끽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예전보다 현격한 속도로 청력은 곤두박질하기에 이르렀고, 나는 다시 정밀 검사를 받기에 이른다.
‘이런 말씀 드리기는 뭐한데, 아무래도 수술로 대치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수술…..이라뇨?’
‘임플란트(Implant:체내이식수술)가 필요하단 야그죠.’
‘임플란트 라뇨?’
‘Mastoid bone과 Inner Ear(내이) 사이에 일종의 음향 전달체를 삽입하는 수술인데, 청력을 잃어가는 분들에게 아주 효과적인 수술 방법입니다. 이걸 전문용어로 Cochlear Implant라고 하는데. 고막으로 전달된 음향의 진동이 전정기관인 세반고리관을 통과하기 어려워 지는 사태가 발생했을 때, 그 밑을 뚫어서 청각세포와 Hifocus Electrode라는 소리 전달체를 아예 직접 연결해 버리는 수술을 말합니다. 이건 미국의 Advanced Bionics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최첨단 기기를 사용하는데, 말하자면 소머즈의 청력으로 되찾아 준다고나 할까요? 이 이론은 1950년도부터 제기되어 왔던 것을 바이오 테크놀러지의 발달로 지금과 같은 형태로 결실을 보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아니, 그것만 삽입하면 만사 오케이 라고요? 외부에 표도 않 나구요?’
‘그렇게만 된다면 노벨상 감이죠. 그렇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멀었구요. 사용하고 계시는 보청기보다 조금 큰 사이즈의 플래티늄 BTE는 스타일을 택일 하셔야 되요. BTE라는 것이 보청기 스타일로 디자인 되어 있는 것이 있고, 삐삐처럼 차고 다닐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두가지가 있어서 말이죠. 그런데 한가지 괴로운 것은 동그랗게 생긴 마이크 같은 것을 귀 뒤쪽에 걸고 다녀야 한다는 점이지요, BTE에 더하여…..귀 옆머리를 조금 길게 길러서 가리면 잘 보이지 않아서 괜찮기는 할 겁니다.’
‘그건 왜 하는데요?’
‘기왕 수술을 하셔야 될 것 같으니 제가 설명을 해 드릴께요. 보통의 보청기와 다르게 이 기기는 아까 말씀 드린 1원짜리 동전만한 마이크가 소리를 받아들이게 되요. 그러면 그 소리는 BTE로 접수되어 소리를 분석하는 프로세싱 단계를 거쳐 그것을 전기적인 신호로 바꾸어 측두골에 이식해 넣은 유도체에 전달하게 됩니다. 이 유도체는 전달 받은 미세한 전기적 신호를 곧바로 청각세포와 연결된 Positioner(세반고리관 고정체)를 통해 Hifocus Electrode를 타고 청각세포에 그 전기적 신호상황을 전달하는 거죠. 그럼으로 인해서 뇌는 전정기관이 물리적인 작용을 하지 않더라도 바로 그 전기적 신호를 이해해서 소리의 구분을 가능하게 해주는 겁니다. 이해가 가세요? 가든가 말든가….’
영어가 디리 섞여 있는 걸 보면 좋은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래도 약자의 입장에서 내지를 수 있는 한마디를 자신 있게 해댔다.
‘부작용은 없나요?’
‘고막이 빵꾸가 나지 않는 다음에야 부작용이 있을 수가 없죠. 인공심장 처럼 배터리를 갈기 위해 정기적으로 부위를 열어야 할 필요도 없어요. 미세동력도 모두 체외에서 공급하니까 부작용이 날 리가 없죠. MTBF(Mean Time Between Failure:기기가 망실될 때 까지 버틸 수 있는 부품의 허용 한도 시간)도 거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니까 거의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가 있죠. 그건 걱정 마세요.’
나는 어머님께 수술 얘기를 했더니만 당장 하라고 성화셨다. 어련 하실려구! 남들 다하는 최첨단 이라면 언제나 몰아가시면서 따라 하셨으니…..아무튼 수술이 끝나고 나는 더 이상 귓병원에 발걸음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집도의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만 싶었다. 귓가에다 그 놈의 보청기와 1원짜리 동전만한 마이크를 같이 부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효과는 정말 기대를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사람들의 조용한 속닥거림 조차 청아하게 들리는 그 수준은 정말 신기하기 이를 데 없었으니까. 한동안 사람을 피해 다니며, 살다가 바뀌어진 감각의 환경이 용기를 갖게 했는지는 몰라도 나는 않 나가던 고등학교 동창회까지 갈 생각을 다 하게 되었다. 언제나 사오정 이라며, 나를 따돌리며, 웃어댔던 샤끼들, 이번 기회에 나가서 변모된 내 모습을 한껏 과시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어, 이게 누구야! 사오정 아니신가? 저팔계랑 손오공은 어디다 두고? 치키 치키 차카 차카초코 초코 쵸…..’
보는 놈들 마다 나를 보고 사오정 어쩌구 하면서 비아냥 대는 멘트를 날리고 있었다. 거기다가 쌍쌍이 참석해서 동창회 라기 보다는 커플 모임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옳았다. 나는 나만을 자랑할 심산으로 참석했는데, 애인이나 부인을 데리고 참석하는데 까지는 생각이 못미쳤던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후였다. 그 중에서도 고등학교 시절 나를 가장 못살게 놀려대던 진철이는 멀리서 나를 보며, 무언가 다른 동창들에게 중얼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예전 같으면 귀가 잘 들리지 않음으로 해서 애써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을 테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렇게 떨어져 있었음에도 내 귀에는 고놈의 지분거림이 다 들리고 있었다.
‘저,저, 꼬락서니 봐라. 겉늙은 게, 귀도 멀어 가지고, 쯧쯧….커플 모임이라는 사전 약속도 못 알아듣고, 여전히 사오정 이구만.’
나는 멀찌감치 에서 진철이의 면상에 대고 소리쳤다.
‘진철아 다 들린다, 이 씨방생이야! 내 얼굴 늙은 거에 뭐 보태준 거라도 있냐? 커플 모임이야, 있는 놈들은 데리고 나오면 되고, 없는 나 같은 사람이야 없으니 혼자 왔지, 아니, 동창회랍시고 되도 않는 여자나 만들어 꿰차고 나올까? 너 다시 한번만 사오정 어쩌구 그러면 머리 깝데기를 홀랑 벗겨서 아주 삼장법사를 만들어 줄 테니 그리 알어!’
주변의 동창들은 물론, 같이 동행한 여자들도 나의 일성에 깜짝 놀라고들 있었다. 이 통쾌감….그러나, 진철이 녀석은 계속 주절댔다.
‘여자가 없는 것도 자랑이냐?’
‘에라이, 니기미 뽕이다, 쇄끼야!’
나는 언성을 높이면서 고등학교때 잘하던 손가락 욕을 진철이를 향해 내질렀다. 다들 잘 알지 않는가? 주먹을 쥐고 엄지 손가락만 중지와 식지사이에 끼워넣는 그 욕 말이다. 나는 흥분한 나머지 팔을 부들부들 떨어가면서 진철이 자식을 향해 팔을 뻗었다. 그때, 찡하는 통증과 함께 손가락 끝에서부터 어깨를 타고 머리끝을 관통하는 찌릿함으로 인해 나는 반사적으로 팔을 오무렸다. 두 사람 사이에서 주먹질이라도 오갈까봐, 동창들이 막아서고 금새 분위기는 냉랭해지고….둘러선 동창들이 우리들의 화해를 주선하는 사이, 같이 온 커플들도 우리 둘의 화해를 부추켰다.
‘아니, 이제 보니?’
나는 진철이의 곁에 서 있는 여자가 하는 중얼거림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어디선가 봤나?
‘저 모르시겠어요? 얼마 전에 횡단보도에서 제 자전거에….’
아, 그때의 그 재숫대가리가 그럼 진철이의 깔치? 이건 또 무슨 엿 같은 지랄! 두 년놈이 내 인생에 좇도 보탬이 되는 법이 없구만. 나는 목례를 하면서 건성으로 진철이에게 앞으로 상소리 하지 말고 잘 지내자고 말을 놓았다. 그러나, 그것은 말뿐, 나는 돌아서면서 바지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 넣으면서 아까의 그 손가락 욕지기를 주머니 속에서 해댔다.
‘니기미 뽕이다 쇄끼야! 씨발, 좇 같은 쇄끼가 깔치만 꿰차고 나오면 뵈는 게….’
나는 그러는 사이, 누군가 속삭이는 소리에 놀라 돌아서면서,
‘누구야! 내 욕하는 게?’
나는 분명히 들었고, 그래서 돌아선 것이었다. 분명히 들렸던 사오정 저 씨발놈 이라는 소리….그러나, 둘러선 동창들은 멀뚱한 표정으로 니가 정말 사오정 행세를 하고 싶어 안달이 났구나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닌가?’
‘진철씨는 아무런 소리도 않 했는데요?’
옆에 서 있던 진철이의 그 재숫대가리가 대답했다. 나는 다시 돌아서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자리에 앉았다. 분위기가 가라앉고 탁자에 둘러앉았는데 공교롭게도 진철이 커플이 내 앞에 앉게 되었다. 내 앞에서 서로 느글대면서 들러 붙어 있는 꼴이라니! 완전히 버터왕자 저리 가라의 느물거림과 음흉한 뻐꾸기로 옆에 앉아 있는 여자의 얼굴을 계속해서 벌겋게 만들어 놓는 진철이 자식의 후안무치의 매너로 나는 기분이 다시 상하고 있었다. 속으로,
‘씹탱구리 쇄끼, 자리에 앉아서 욕하면 뵈지는 않겠지!’
나는 탁자 밑으로 손을 집어 넣어서 두 년놈이 눈치 못 채게 그 손가락 욕지기를 다시 겨누었다. 그때였다. 귓속이 멍해질 정도로 온갖 잡음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TV외화의 주인공 입술과 맞지 않는 더빙 성우의 대사처럼 둘러선 동창들의 입과 전혀 맞지 않는 음성들 이었다. 나는 가만이 손가락을 풀었다. 그러자, 그 소음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나는 그제서야, 손가락을 그런 모양으로 하면 평소에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들리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혼재 되어 있어 구분은 가질 않았지만 그것은 지금 내 앞에 앉아서들 점잖은 듯이 얌전을 떨고 있는 동창들의 머리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목소리가 분명했다.
**“도대체 동창회는 언제 끝나는 거야! 내일 출근도 해야 되는데…..’**
**“이 년은 밥도 안 쳐먹고 왔나? 이렇게 안주발을 밝혀? 다음 부터는 떡라면 쌍곱배기에 밥까지 말아 드시게 하고 와야지, 이거 원 쪽 팔려서….”**
**“다음 달 동창회에 나오면 내가 성을 간다. 다른 년들은 저렇게 좇나 잘빠지고, 깔쌈 하게 차리고 왔는데, 이 년은 어떻게 된 게 니주구리 하빠빠 같이, 하고 나와서리 내 속을 이렇게 긁어 놓나?”**
천차만별의 불평과 불만, 저마다의 생각들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이 모임이 즐거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맹한 군상들…..나는 신경을 곤두세워서 진철이와 그 커플의 목소리를 구분하려고 애써 보았다.
**“요년, 오늘만 따먹고 빠이빠이다, 이런 보지가 이름하야 대일 반창고지 뭐겠어? 그래도 지혜년 같은 긴자꾸는 또 없을 거야. 요년 조져 놓고 나면, 내일 지혜나 만나서 오랜만에 빠구리 한판 걸부지게 돌려야 쓰겄다. 왜 이렇게 시간은 빨리 않 가는 거야? 좇대가리 근질거려 죽갔구만…..’**
**“이 새끼는 아까부터 씹질 얘기만 계속하고, 내 다음부터 만나주나 봐라. 부득부득 간청해서리 불쌍타 여기고 나왔드니만 초저녁부터 버터 냄새 나는 뻐꾸기를 연신 날려? 이 자식아! 일 없네!’**
두 사람은 정겨운 듯이 앉아 있었지만 속마음은 그렇게 달랐다. 나는 무슨 영문 인지는 몰랐지만 이렇게 사방에서 흘러 들어오는 숨겨진 속마음의 얘기들로 인해 혼자 였음에도 불구하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나는 은근히 장난이 치고 싶어졌다.
‘진철아, 전에 사귄다던 지혜라는 여자는 아직도 잘 계시냐? 몸에 딱 붙는 옷 같다고 니가 긴자꾸 에미나이 라고 하던 그애 말이야?’
진철이의 얼굴은 한방 크게 얻어맞은 표정으로 어어어 하며 아무 소리 못하고 있었다.
‘니가 지혜를 어떻게?’
모두들 모르는 표정이었다.
‘내가 모르긴 왜 몰라? 너랑 죽자 사자, 그 짓이 직업인줄 알고 해대던 갸를 내가 모를리 있냐?’
벌게진 얼굴에 황당해 할 겨를도 없이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진철이의 파트너는 나와 진철이를 동시에 꼬나보며, 뭐 이런 것들이 다 있냐는 표정으로 탁자를 꽝하고 치며, 일어나는 것이었다. 또다시 불거질 것 같은 나와 진철이의 입씨름을 몸으로 동창들이 막아서고 나와 그 파트너는 공교롭게도 모임을 지속시키려는 다른 사람들의 권유에 따라 그 자리를 뜨게 되었다. 밖으로 둘이 걸어 나오며, 그녀가 나에게 한마디 해댔다.
‘아니, 두 사람, 동창 맞아요?’
‘그렇긴 하죠. 만나기만 하면 들러 붙고, 싸워서 그렇지.’
‘내 참, 어처구니가 없어서…나를 뭘로 보고….’
‘뭘로 보긴요, 대일반창고로 봤지!’
‘대일반창고는 또 뭐래?’
‘모르세요? 여자가 남자를 가리킬 때는 원나?스텐드, 남자가 여자를 가리킬 때는 대일반창고, 참고로 하나 더 알려 드려요? 아까 얘기한 그 지혜라는 애는 일명 한국 타이어라고 하죠.’
‘왜요?’
‘어디든 가리질 않고 싼 값에 굴러다닌다고 해서 그렇죠.’
‘깔깔깔…..’
그녀는 자기가 어떤 상황에 처했었는지 그제서야 감이 오는가 싶었다.
‘저도 대강은 감 잡았어요. 느물대던 꼴이라니….’
‘그래서 제가 구해드려야 겠다는 심정으로 그렇게 까발린 거에요.’
나는 슬그머니 한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알아요. 고마워요.”**
그녀가 대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내 귀에는 그녀가 마음속으로 하고 있는 말들이 들려왔다. 그렇게 무작정 걷는 것도 조금 우스운 감이 들었다.
‘우리 이름도 모르는데….제가 한번 맞춰 볼께요.’
나는 짐짓 퀴즈를 하는 척 폼을 잡았다.
**”세상 천지 남의 여자 이름 맞춘다는 개인기는 처음 보네. 니가 그렇다고 내 이름이 영희인걸 알기나 하겠냐? 날밤 까겠지? 남자들이란 모두 저렇게 바보 같은 짓만 하는지 몰라.”**
‘자, 그럼 맞춰 볼께요! 아마, 진철이의 성격상, 특이한 이름은 좋아하질 않을 테고, 평범하면서도 누구나 들으면 호감이 가는 그런 이름이 아닐까요? 제가 질문 하나만 할께요. 국어책에 많이 나오는 이름 아니에요? 영희 라든가, 촌스럽기는 하지만 순이라든가 말이죠, 어때요? 내 예감이?’
눈이 부릅떠 지면서 그녀가 말을 못한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기절초풍 할 노릇 이었을 테니…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혹시 독심술이나 뭐 그런 거 하세요?’
‘아뇨, 그냥 그 사람에게 관심이 높아지다 보면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거든요.’
**”아휴, 얼굴은 팍 삭아 가지고, 관심은? 눈은 높아 가지고… 하여튼 이 미모를 가만 놔 두는 인간들이 없구만.”**
‘대개 그런 이름을 갖고 있는 여성들이 예상과 달리 엄청 이쁜 것이 사실 이거던요? 안 그래요? 영희씨도 한 인물 하시잖아요? 거기다가 증세까지 더해서….’
‘증세라뇨?’
‘공주병이요, 잘 아시면서….허허’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지? 정말 골 때리네. 사오정 같이 뵈지는 않는데…..”**
‘저도 뭐 예전에는 증세가 있긴 했죠. 사오정 증세라고 아실랑가 모르 겄네. 그거야 물리적으로 청력이 약해져서 못 알아들음으로 인해 생긴 별명 이구요. 이제는 그때 영희씨가 말한대로 이렇게 젊은 나이이기는 하지만 보청기 덕분에 그 별명에서 헤어나오고 있는 중이죠.’
점점 그녀의 얼굴은 놀라움과 경악, 찬탄으로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한쪽 손을 주머니에서 뺄 수가 없었다.
‘만약에, 만약에 말인데요. 진철이가 오늘 저녁에 영희씨에게 대쉬 했다면 어떡 하실려구 그러셨어요?’
**”어떡하긴 못 이기는 척하고 열나 섹스하는 거쥐. 내가 섹스를 얼마나 좋아 한다고! 사람을 좀 가려서 그렇지.”**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었으면서도 그녀는 딴 청을 피운다.
‘그런다고 제가 넘어가나요? 어림 없는 수작이지.’
여자란 동물은 참!
**”내가 괜한 소리를! 진철이야 말로 나에게는 오늘 밤을 밝혀 줄 원나?스텐드 였는데, 이런 사실을 알랑가 몰라?”**
‘혹시, 진철이가 영희씨 에게는 오늘의 사냥감, 그러니까 원나?스텐드나 아니었는가 모르겠네.’
움찔하며, 비틀대는 그녀, 아마도 팬티에 놀라서 오줌 꽤나 지렸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꿩 대신 닭이라고 저라도 사냥하시죠. 면상은 연식이 꽤 된 것 같아도, 신체는 아직 아다라시 에요.’
그녀가 멈추어 섰다.
**”그래, 꿩 대신 닭이라고, 혹시 알아 저 굵고 긴, 가운데 손가락을 본다면 물건 하나는 튼실하고 우람하지 싶은데, 못이기는 척 해봐?”**
‘저를 자랑하기는 싫어도 사람들이 그러데요. 여자의 성기는 입술을 보면 알고, 남자의 성기는 가운데 손가락을 보면 거지반 들어 맞는다고요. 어때요? 제 손가락, 그런대로 물건이 상상이 가질 않나요?’
이제는 싫다 좋다 어쩌고 할 경황도 아닌 상황이 되 버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가까운 모텔의 네온사인을 가리켰다.
‘제 소개가 늦었죠? 저 석훈, 윤석훈 입니다. 어서 들어가죠. 배도 꺼트릴 겸, 우리 운동한다 셈치고…..’
모텔에 들어선 나와 그녀는 척척 손발이 맞아 떨어졌다. 그녀는 점점 말수가 줄어 들었고, 나는 계속해서 주머니에 손을 넣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 갈 수는 없었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그녀의 말소리는 더욱 나의 신경을 집중하도록 요구했지만, 두 사람은 옷을 벗어야 했기에 더 이상 그 자세로 손가락의 욕지기를 한 상태에서 섹스를 할 수는 없는 노릇 이었다. 욕실에 들어가 서로가 등을 돌린 채, 몸을 씻는 도중에 나는 그녀에게,
‘저 영희씨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 주실 수 있어요? 두 가지만….’
‘뭔데요?’
‘몸을 씻느라 벗고 왔는데, 섹스할 때, 보기가 좀 그렇더라도 보청기를 낀 저를 양해해 주십사 하구요. 저는 섹스할 때 상대의 목소리나 말이 들리질 않으면 흥분이 가시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
‘다른 거는 뭔데요?’
‘저 손을 이렇게 해야 성욕이 솟구쳐요. 이것도 보기가 좀 그렇지만….’
‘그거 욕하는 거 아니에요?’
‘맞아요. 그렇지만 싸우기 직전에 흥분 했을 때나, 이렇게 섹스 하려고 할 때 이렇게 요 자세를 잡아 주질 않으면 이내 물건빨이 죽어 들어가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괜찮죠?’
**”괜찮지, 괜찮고 말고, 저 우람하게 벌떡 선 거포 쫌 봐라, 천장 뚫어 지겠네. 내가 사람 볼 쭐은 알아. 구지 저런 물건, 기죽일 일 있남? 나야 눈 딱 감고, 모른 척 하면 홍콩행 인데, 아니 그러셩?”**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의 가슴을 후벼 파면서 졸나게 좇대가리에 살을 찌운다. 나는 한 손으로 그녀의 누워 있는 풍만한 젖을 쥐고 흔들 때는 다른 손으로 욕을 했고, 그 손으로 공알을 문지를 때는 놀고 있는 손으로 욕을 했다.
‘제발, 제발 석훈씨, 넣어줘요. 너무 좇이 커서 목구녕이 터질 것 같아요.’
그녀의 입이 째질 정도로 쑤셔 넣은 내 좇은 이미 그녀의 식도를 장악하다 못해 숨통을 막고 있을 것이 뻔했다.
**”아휴, 목구녕도 이렇게 째질듯이 아픈데, 보지는 어떻게 될까나? 넣어 달라고는 했는데, 이거 일 치루고 보지에 옥도정기 발라야 되는 거 아냐?”**
나는 그녀의 속말에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면서 천천히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허리를 밀어 넣었다.
‘윽.’
**”그렇다고 이렇게 눈 앞이 다 까매지나? 세상은 그래서 공평하다니깐, 얼굴 만들 사이에 아마도 하나님 께서 저 놈의 진저리 나게 커다란 좇몽둥이 만드시느라 신경을 못 쓰셨을 꺼야. 아휴, 보지 찢어 지겄네, 보지만 찢어 트려 봐라. 평생 쑤시도록 아예 빗장을 걸어 번지고 말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맛난 보지는 평생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고 말이다.
‘억억… 영희씨…. 정말 끝내 줍니다. 어쩜 이렇게 몸매가 이쁜 여자가 섹스도 잘하는지, 원… 세상은 불공평 하다니깐요…. 억억… 돌아 누워 봐요. 뒤로 좀 쑤시게. 그 몸서리치게 이쁜 엉덩이랑, 허리 곡선좀 감상하면서 쑤셔봅세.’
돌아누워 보지를 벌리고 엉덩이를 든 채로, 상체를 난짝 낮춘 그녀가 속으로 또 얘기했다.
**”그래서 세상은 공평한 거에요. 이런 몸매가 저런 좇대를 만날 수 밖에 없는 것이 세상 이치 아닐까 싶네요. 우윽….쑤셔도 겁나게 쑤시네…..가랭이가 뻐개지는 것 같은 이 느낌, 아 골반 속으로 좇대가리가 막 부시고 들어오는 것 같네. 아흐 좋아라. 쑤시다가 잠깐씩 빨아줘도 좋은데….”**
연신 신음만 내뿜고 있는 그녀가 말로 하기도 전에 나는 그녀가 원하는 메뉴를 냉큼냉큼 그녀에게 갖다 바쳤다. 씹물이 허옇게 지려 나오는 보지를 뒤에서 쑤시다 말고 쪽쪽 빨아주니 그녀가 눈자위를 휘번덕 하게 돌아 가면서 자지러 지기까지 한다. 이제는 손가락으로 욕을 하고 있어도 그녀의 머릿속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저, 보지, 씨발, 나 미쳐, 억, 좇나 좋아, 엄마, 나 어떻게 해, 보지 불나, 쑤셔, 박아… 이런 단어들이 지랄 나게 쏟아지는 비빔밥 같은 독백이자, 외침들…. 나는 서서히 욕을 하던 손가락을 풀었다. 더 이상 의미가 없었기에…..그리고, 두 손바닥으로 그녀의 허연 엉덩이를 터져라 붙들고는 좇대를 있는 힘껏 내질렀다.
‘억억…. 척..척…척….척……척척척척척척척척…….’
끝도 없이 그녀의 보지 속으로 내 좇대는 그녀의 허연 씹물을 미소처럼 머금고 사라지고, 내 불알은 속절없이 그녀의 둔덕을 시계추처럼 쳐대니, 아마도 이렇게 끝내 주는 섹스는 그녀도 나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ㅇ-ㅏ-ㄱ……….’
두 사람 다 비명 속에 까맣던 머리 속이 하얗게 탈색되는 순간을 맛 보았다. 그녀와 같이 땀에 흠뻑 젖어 엎드려 있는 와중에도 나는 다시금 슬며시 폈던 손가락을 구부려 욕을 해댔다.
**”아, 너무 꿈 같아. 온 몸이 이렇게 나른하게 공중에 붕 뜬 것 같다니! 이런 남자, 놓치면 안돼. 평생 후회 할꺼야. 아직도 얼얼한 이 보지, 평생 이렇게 쑤셔 달라고 해야지. 공주병과도 이젠 이별이야. 보청기 끼고, 구리게시리 손가락으로 욕하며 섹스 하는 게 지랄 같지만, 어쩌겠어? 그가 인생의 반려자가 분명한 거 같은데, 눈 딱 감고 봐 줘야지. 과연 누가 짐작이나 하겠어? 나만 알고 있을텐데….. 아! 또 쑤셔 달라고 하고 싶다.”**
나는 그녀를 내려다 보며, 행복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영희씨, 이렇게 평생 쑤셔도 돼?’
그녀의 고개가 한없이 끄덕이고 있었고, 나는 그제서야 그 보청기 수술의 고마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끝-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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