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찰 (羅刹 : RASETSU).
[남성신은 나찰사(羅刹娑:여성신은 羅刹斯) 또는 나차사(羅叉娑:여성신은 羅叉私)라고도
음사하며, 식인귀(食人鬼) ·속질귀(速疾鬼) ·가외(可畏) ·호자(護者) 등으로 번역된다.
원래 악귀로서, 통력(通力)에 의해 사람을 매료시켜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악귀나찰(惡鬼羅刹)이라고 불리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나중에는 불교의 수호신이 되어 십이천(十二天)의 하나로 꼽혀 남서방(南西方)을
지킨다고 하며, 갑옷을 걸치고 백사자(白獅子)에 올라탄 모습으로 표현된다.
《법화경(法華經)》에는 십나찰녀(十羅刹女)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이는 남파(藍婆)
·비람파(毘藍婆) ·곡치(曲齒) ·흑치(黑齒) ·화치(花齒) ·다발(多髮) ·무염족(無厭足)
·지영락(持瓔珞) ·고제(皐帝) ·탈일체중생정기(奪一切衆生精氣) 등 열 가지 나찰을
가리킨다.
- 네이버 백과사전...]
[어처구니가 없군...정말...어처구니가 없어...]
허탈한 웃음이 감도는 가운데 살짝 이마를 짚고 머리를 흔들자 멋들어진 금발이
허공에 흩날렸다.
털썩 안락의자에 앉아 탁자 위에 놓인 잔에 찰랑이는 호박빛 액체를 바라보았다.
[그 엄격하고 빈틈없던 인간이...여성과 관계 끝에...중태라고? 하하하...크크크...]
키득키득 몸을 가늘게 떨며 웃음짓던 남자가 고개를 홱 쳐들었다.
섬뜩한 눈빛이 터져나오며 방 안의 온도를 급냉시켰다.
[이상한 점은 없었나?]
[모든 것을 조사했지만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상대 여자도 철저히 조사했지만
역시...원래 중장께서는 별다른 취미가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광적인 고전 문화...
예를 들어 손 글씨, 미술, 음악, 사교 등에 관심이 많으셨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상대 여성 역시 사교계에서 지명도가 있는 고전문화 애호가였고 살롱이나
동호회 등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던 점이 밝혀진 상태...더우기 부자연스럽다던가
하는 점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끄응...]
[의사들에게 문의했지만 장군은 어떤 약물반응이나 외부의 상처 등은 일체 없었고
평소 건강관리도 철저히 하긴 하셨지만 다소의 부정맥이 있으셨던 터라 이번 같은
문제는 언제든지 있을 수도 있다고 하는 의학적 소견만 들었을 뿐입니다. 더구나...]
[더구나...?]
약간 우물쭈물 거리는 부관을 향해 사내는 매서운 눈빛을 보냈다.
꿀꺽, 침을 삼킨 부관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프로스트 중장은 조사결과 이전에도 종종 사교계에서 알게 된 여성들과
관계를 가진 적이 있다는...]
픽, 금발머리 사내가 웃었다.
[뜻밖이군...얼음덩이 같은 그 작자에게 그런 면이 있을 줄은...하기야 남자라면
뭐 그럴 수도 있기는 하지...하지만 말이야...]
쾅! 우직! 남자의 주먹이 내리쳐진 탁자가 움푹 패었고 이글이글 불꽃이 일 듯
강렬한 눈빛이 뿜어져 나왔다.
[공과 사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하는 법! 자기관리 하나도 못하는 작자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조직에 해가되는 것이다.
쟝 프로스트...그 자를 즉시 제명 처리하도록 하라.]
으드득! 이빨 갈리는 소리와 함께 왈칵 사내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건 그렇고...대체할 만한 인물은 선발이 되어 있겠지?]
[......]
꿀꺽, 부관은 마른침을 삼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삐질...식은땀이 약간 비쳤다.
[그게...아직...중장과 견줄만한 마땅한 일물을 찾지 못했습...]
퍽! 후끈한 감각과 함께 부관이 나뒹굴었고 입 가로 살짝 핏물을 흘리면서도
나뒹군 순간 착 일어나 부복했다.
탈탈 한쪽 손을 털며 일어선 사내가 저벅저벅 다가섰다.
[그 작자가 병원에 실려간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인적자원은
꽤 막강하다.
더구나 우리 인사네트워크는 초자아 컴퓨터로 관리되는 걸로 아는데?]
탁자 위의 술병을 기울여 손수건에 묻힌 뒤에 부관의 입 주변을 닦아주며
묻자 부관은 상당히 안도하는 표정이 되었다.
물론 이 골치아픈 상관의 얼굴에는 겉으로 어떤 미안함 같은 감정은 보이지
않았지만...의외로 자상한 손길이었고 물씬 진한 술 냄새가 풍겼다.
아주 고급인 양주 이어서인지 얼굴이 후끈하다.
[물론 적합한 인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이번 원정에 쓸 만한
인재들이 모두 다른 곳에 동원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호크 가문의 토르라는 그 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지략과
능력을 지닌 사령관이 필요한데...그 정도 레벨의 인물들은...]
팍! 부관의 얼굴에 손수건이 부딛쳐 떨어졌다.
[그렇다면 대안을 찾아야 할 것 아닌가! 변명 말고 대안 말이다 대안!]
[각하, 그 것은 제가 말씀드려도 될까요?]
어느새 이 곳에 들어왔을까?
째앵, 구슬이 구르는 것 같은 맑고 높은 소리가 들리자 움찔, 무엇에도 놀라지 않을 것
같았던 사내가 눈을 부릎뜬 채 몸을 굳혔다가 스르르 고개를 돌렸다.
[이슈타르...네가 왠일인게냐...]
살짝 미소짓는 사내...그의 눈엔 아련한 기쁨마저 흐르고 있었다.
다른 우주세력들도 그렇겠지만 ‘카이텐카이 (會天會)’ 역시 한 두 세력으로
이루어 진 것이 아니라 일종의 연합세력 성격이 강하다.
다만 카이텐카이의 경우 세력 내부를 장악한 핵심 세력 혹은 가문이 대단히
막강하다는 것이 큰 특징이라 할 수 있었다.
카이텐카이의 세력 중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가문이 ‘텐류샤 (天龍寺)’ 당파였고
이 당파는 거의 귀족이라 할 정도의 명망있는 가문에 의해 좌우되고 있었다.
몇 대에 걸쳐 명성과 실력을 쌓아 온 가문...어머니별에서 유래되었다는 가문의
후예인 남녀는 마주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상당히 성급하시더군요...전부터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부하를 구타하는 것은
좋은 버릇이 아니라고 봅니다만...오라버니]
슬쩍 눈초리를 예리하게 하며 부드럽게 질책하는 여자 혹은 소녀에게 사내는
싱글거리며 귀엽다는 혹은 재미있다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것은 너도 마찬가지 아닐까? 어떤 면에선 오히려 네가 나보다 더 무섭다던데...
그보다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다 마신 찻잔을 내려놓으며 여자는 눈을 내리감았다 떳다.
[이번 일을 제게 맡겨주시지 않겠습니까?...]
[......!]
차가우면서 맑은 눈이다.
더구나 깊이를 모를 듯 깊기까지 하다.
한참 그 눈을 들여다본 사내는 쿡쿡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 있는 게냐? 만약 잘못된다면 본가의 명성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물론 너라면 그다지 걱정되지는 않는다만...]
스윽...손을 뻗어 머리를 매만져 주는 사내...여자는 살짝 눈을 감고 사내의 손길을
즐기는 듯 보였다.
[제 휘하에 적합한 인물이 있습니다. 한번 검토해주십시오 각하.]
멈칫거리는 사내의 손을 여자가 잡아 거기에 살짝 한쪽 볼을 기댔다.
[이...이럴 수가...]
삐질삐질...아까의 부관이 허공에 떠도는 자료 영상을 보며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는 듯 신음 소리를 냈다.
[이렇게 된다면...이건...]
천천히 손목의 단말기를 조작하며 무언가를 심사숙고하던 그가 굳은 표정으로 얼굴을
쳐들었다.
[대단합니다. 이 것이 사실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초자아 컴퓨터 역시
합격 아니 그 이상이라는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헌데...어째서 이런 인재가 알려지지 않고...]
새침한 표정의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그럴 수 밖에요 그 아이는 바로 친위대 소속이기 때문입니다.]
[치...친위대라면...‘다크엔젤’ 말입니까!]
경악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맞은편에 앉았던 금발머리 남자의 얼굴 역시 굳어졌다.
[친위대...그럼 네 휘하의 친위대를 동원할 생각이냐?]
여자는 경악한 사내들의 모습을 즐기듯 눈웃음을 지으며 손을 모았다.
[현재 빈틈없다던 우리의 인력운용에 큰 구멍이 나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그 구멍을 메우자면 당연히 가외의 인원...다시 말해 친위대를
쓸 수 밖에요...물론 각하께서 거느린 친위대 역시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단순한 호위역할 뿐 아니라 각하의 눈과 귀 그리고 수도인 주성 ‘프로메테우스’를
수비하는 역할도 맡고 있으니까요...여유가 있는 것은 제 휘하의 부대뿐이겠지요...]
[......]
[......]
조금 긴 침묵이 이어졌다.
[재미있겠군...좋아 허락하지...]
[가..각하...]
경악한 목소리가 시립하고 있던 부관에게서 터져 나왔다.
[이...이건 과잉화력입니다. 이슈타르님 휘하의 친위단이라면 우주군 함대 몇개와
맞먹습니다. 게다가 ‘라세츠 (羅刹)’까지...자칫 잘못하다가 인도적인 문제가 될 수도...]
척, 사내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부관의 말을 막았다.
[인도적인 문제? 쿡쿡쿡...세상은 인도주의가 아닌 피와 철에 의해 움직인다.
어쨋든 오랜만에 좋은 것을 구경하겠군...한번 잘 해 보거라...전쟁의 여신...하하하...]
유쾌한 웃음과 함께 사내의 손이 허공에 쳐들려 꽉 쥐어졌다.
홀린 듯 사내는 쳐들린 주신의 주먹을 바라보았다.
[장대한 은하의 드라마를 써 나간다...후후후후...다소의 피와 희생은
따르겠지만 당연힌 것 아닌가? 역사엔 피와 희생이 항상 따르는 법이니까...
하하하...으하하하...]
사내의 웃음소리가 길게 여운이 되어 방 안을 울렸다.
* * * * * *
콰득! 중무장을 한 전투 안드로이드가 목 부분이 꺽여 나뒹굴었다.
파지직...잔 전류를 흘리던 안드로이드는 이내 가슴 부분에 무언가가 파고들어
헤집자 축 늘어졌다.
쉬잉 순식간에 사라진 그림자...간발의 차로 한줄기 빔이 날아들어 쾅! 소리를 내며
바닥을 움푹 패이게 했다.
몇 기의 전투머신이 그 자리에 나타났다.
여러 개의 다리가 달린 곤충형태의 다족보행 병기와 그 것을 호위하듯 몇 기의
전투형 드로이드가 함께였다.
갑자기 허공중에서 희미한 그림자 두개가 떨어져 내렸다.
전투 드로이드와 다족보행병기에서 몇 발의 빔과 포탄이 허공을 갈랐다.
콰지직! 콰직!
희미한 그림자가 허공을 가를 때마다 전투 드로이드는 고철로 변했고
우직! 어린아이 손에 짓이겨지듯 곤충모양의 보행병기 역시 위쪽으로부터 움푹 패이며
주저 앉았다.
삽시간에 벌어진 일이다.
[큭...어떻게 레이다에도 경보 시스템에도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는데...]
부들부들 주저앉은 곤충형 보행병기에서 상판이 열리며 겁에 질린 승무원 하나가
구르듯 튀어 나왔다.
그러나...
[으헉!...사...살려줘!]
그의 눈앞에 보이는 무엇...손톱이 비죽거리며 솟은 악마의 손이 그를 움켜쥐고
쥐어짜 버렸다.
방호복 채로 짓이겨진 시체의 피와 체액을 손아귀 사이로 흘리는 그 무엇!
다시 그림자가 되어 사라진 뒤엔 파괴된 병기와 생체의 잔해와 비린내만 가득할 뿐이었다.
[적은 모두 전멸...아군 피해 없음...대승입니다.]
[......]
아무런 감동이나 승리의 기쁨 같은 것은 없는 무미건조한 목소리였다.
아니, 오히려 약간의 공포심마저 어린 듯한 말투였다.
스윽...보고를 받는 누군가의 눈이 차갑게 빛나며 바라보았다.
부들부들 떨며 땀방울을 송글송글 맺고 있는 남자를 향해 경멸의 표정을 지어 보였다.
[부대는 귀환했나요?]
[네! 방금 전 마지막으로 대장과 부대장까지 귀환했다고 보고 되었습니다.]
[그런가요...]
스윽, 함교의 의자에 기대며 여자는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다면 마무리로군요...예정시간이 되면 폭격을 시작하세요...]
[아...알겠습니다. 제독]
사내의 안색은 더더욱 창백해져 갔다.
그 것은 묘령의 여성이 갑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커다랗게 확대시킨 것과 닮았다.
다만 눈이 곤충같이 여러 개의 겹눈으로 되어 있었고 갑옷 사이사이 군데군데 드러난
표면이 흡사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며 움직거리고 있는 것이 다를 뿐이다.
더구나 머리에 쓴 가벼운 투구 사이로 드러난 머리 부분에 몇 개인가의 뿔이 돋아났고
인간으로 치면 귀인 부분이 금속질로 되어 있는 것이 달랐을 뿐이다.
날씬하게 균형잡인 몸매와 사나워 보이긴 했지만 어떤 면으론 아름다워 보이는
얼굴...하지만 그 누구도 이 악마적인 병기를 감탄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꺼림직하고 불편한 어떻게 보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간혹 정비사인 듯 작업복을 입은 이들조차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채 묵묵히 자신의
일만 하고 있었다.
위잉...가벼운 소리와 함께 지금 막 들어온 여성형 병기 두기가 가슴의 갑옷 부분이
열리고 안쪽에 자리한 부위 그러니까 기괴하게 꿈틀거리는 생체 부분이 쩌억 갈라지며
내부를 드러냈다.
[......]
[......]
나란히 서 있는 여성형 병기의 열려진 가슴...꿈틀꿈틀 기괴한 생체조직에 감싸여
있는 어찌보면 가냘픈 몸매의 소녀들...기괴한 생체조직 사이로 그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몸에 딱 붙는 타이즈 형태의 방호복을 입고 있었고 얼굴엔 특이한 형태의 바이저
를 착용한 이들...생체조직에 파묻힌 손과 발을 빼내자 쩌억, 쩍...미끈거리는 젤 형태의
액체가 듬뿍 묻어나며 길게 이어졌다.
주르르 흘러내리는 꿀 혹은 젤 형태의 체액을 질질 흘리며 몸을 일으켜 세운다.
후우...약속이나 한 듯 가볍게 숨을 내쉬며 천천히 몸을 일으킨 그들은 가볍게
몸을 날려 아래로 뛰어 내렸고, 날렵하면서도 탄력적으로 가볍게 착지했다.
거의 이 삼 미터나 되는 높이였지만 누구도 그들을 제지하거나 하지 않았으며
소녀들은 고양이과 동물 같은 민첩함을 보이고 있었다.
스윽 바이저를 벗고 축축하게 젖은 머리를 후두두 털었다.
하지만 미끈거리는 체액이 듬뿍 묻어난 얼굴과 머리칼은 아무래도 샤워라도
해야 할 듯 하다.
[......]
[......]
10대 중반정도? 귀여운 얼굴이다.
오밀조밀한 코와 입술 거기에 시리고 커다란 눈동자가 살짝 굴려졌다.
꽃잎이 맞물린 듯한 입술과 갈색의 피부 게다가 완연히 굴곡진 아름다운 몸매가
온통 드러나 보였다.
건강함과 야성적인 기운이 넘치는 분위기는 또 어떤가...
게다가 이목구비와 체형이 완전히 똑같은 쌍둥이 들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들에게 눈길조차 주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매력 넘치는 소녀들 주위로 누구도 다가서려하지 않고 있었다.
[아, 대장님들!]
[지금 온거야? 늦었네...]
쌍둥이 소녀들과 비슷한 타이즈 복장의 소녀들...비슷한 연령대의 소녀들 몇이
와르르 다가들었다.
인형 같은 외모에 모두 전신에 젤 형태의 체액을 뒤집어 쓴 듯한 소녀들...
그들 주위에는 아무도 다가 오려하지 않아서인지 뻥 뚫린 공터같이 되어버렸다.
소녀들 중 하나가 쌍둥이에게 수건 하나씩을 내밀었다.
당연하다는 듯 받아 슥, 슥 머리며 얼굴을 닦았다.
[이번에도 시시했지?]
[아아...그러고 보니 또 대장님들이 최고 수훈감이네...]
[당연한거 아냐?]
[그건 그렇다 치고 이따가 불꽃놀이 시작되지 않아?]
[함교에 구경 갈래?]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걸어가는 소녀들...해맑고 밝아 보이는 소녀들이었지만
꺼림직한 기운과 피 비린내가 풍기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 일까?
* * * * * *
촤자자자작...몸 상태에 최적화되어 쏟아지는 샤워 물줄기를 온 몸에 맞으며 피로를
씻어 내렸다.
온 몸에 묻은 미끈한 체액이 더운 물과 함께 가셔진다.
[후우우...]
[으으응...]
손 안에서 통통 튀는 듯한 탄력감이 느껴졌다.
윤기 흐르고 미끄럽기 그지없는 긴 팔이 교미하는 뱀처럼 얽혀들었다.
샤워기의 물줄기가 살짝 잦아들었다.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소녀들...한날한시에 그 것도 똑같은
유전자로 태어난 분신이나 같은 존재다.
쌍둥이 자매...이런 경우 보통 사이가 아주 좋거나 나쁘거나 둘 중의 하나다.
스스로를 거울로 비친 것과 같은 그런 존재가 하나 더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기분이 나쁜 것일 수도 아니면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여기 이들처럼 소중함을 초월해 서로에게 애정을 품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매끌매끌 탄력 있는 살결끼리 부벼졌다.
선홍빛 꽃잎같이 귀여운 입술이 맞물렸다.
꿈틀꿈틀 양 볼에 드러날 정도로 거칠면서도 끈덕지게 깊이 파고든 혀가 휘감겨
움직였다.
츠릅, 츱...서로의 체액이 입 안을 맴돌았고 달작지근한 감로를 서로에게 나눠주며
둘은 그렇게 상대에게 몰입하고 있었다.
날씬하고 매끈한 등줄기에 손 끝이 스쳤다.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가슴이 마주 찌그러지며 부벼졌다.
[하아...칼킨...거...거기...]
[후훗...칼리...기분 좋아?]
파들파들 자신에게 매달린 채 눈가에 이슬을 담뿍 머금고 있는 모습을 홀린 듯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허벅지 깊숙히 항문과 은밀한 꽃잎 사이 계곡과 골반 가장자리가 포인트...
같은 유전자를 나눈 쌍둥이 형제 였지만 유독 민감한 포인트를 지녔고 성격도 다소
수동적이다.
자신과 꼭 같은 이 존재는 스스로의 나르시시즘을 충족시키면서도 가지고 노는
재미가 쏠쏠했다.
자신과 똑같이 닮은 이 살아있는 인형을 부드럽게 안아들고 욕조로 향했다.
짙은 입맞춤을 끈질기게 이어졌고 허벅지 안쪽의 포인트를 파고 든 손은 여전한 채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있는 요리처럼 자신의 쌍둥이 형제를 괴롭히는 일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아주 신중하면서 조심스럽게 욕실로 들어갔다.
약간 뜨거우면서도 장미와 특별한 허브향을 첨가한 욕조의 물은 따가우면서도
간질거리는 감각을 더했다.
[칼킨...귀여워...후후훗...]
[으응..너무해...심술쟁이...]
부르르 자신과 꼭 같은 인형이 몸을 부르르 떨며 경직시킨다.
꽤나 공들여 골반은 물론 꽃잎과 항문 가장자리를 끈기있게 애무한 결과 흠뻑 젖어든
살점의 동굴은 가늘고 긴 손가락 두개 정도는 무리감 없이 쑤욱 받아들인 것이다.
꿈틀꿈틀 파고든 손가락이 움직일 때 마다 살짝 자지러지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윽...우윽...조금 천천히...상냥하게 해줘...]
[후후훗...싫-어 말은 그렇게 하면서 이것 봐...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조이쟎아?]
[칼킨...흐으윽...]
바르작, 바르작 다리를 오므릴 때 마다 오돌도돌한 살점이 손가락을 물고 빨아들이듯
물고 움직거렸다.
[어디...여기던가? 아니 여기였지...네 약점 모두 파악하고 있어...]
쪽, 쪼옥 볼과 목덜미에 짧게 입맞춤을 퍼부으며 흐믓하게 웃었다.
손가락 두 세 마디 쯤 안쪽 돌기들이 밀집해 있는 부분...바로 자신과 똑같은
이 쌍둥이 자매의 포인트다.
파르르, 파르르...몸을 떨던 소녀가 으윽 비명과 함께 몸을 쑤욱 곧추 세웠다.
잔 포말과 함께 활처럼 휜 소녀의 몸이 떠올랐다.
[하아아아...너...너무해.,..]
고통스러운 듯 아니면 황홀한 듯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쭉, 쭈욱 손가락 끝에 안쪽으로부터 무언가 밀려나오는 듯한 감각이 느껴지며
열기와 홍조가 가득한 얼굴과 열락의 감각이 가득한 눈망울이 눈앞에 떠올랐다.
[어땟어? 느꼇지? 쿠쿠쿠쿠...]
[너무해...너말야 정말...나는 네 인형이 아니란...하윽...]
파득, 어디를 어떻게 한 것인지 간신히 정신을 차리려 하던 소녀가 바르작
거리며 포옥 다른 소녀에게 매달렸다.
히죽 악녀같은 웃음이 다른 소녀의 얼굴을 스쳤다.
[정말 귀엽단 말야...칼리. 아니, 언니라고 불러줄까? 몇 십 초 간격이긴 해도
먼저 나왔으니 언니란 말이지...]
쪼옥...약간 뜸들이며 입맞춤을 한 소녀가 눈빛을 흐리며 축 늘어진 소녀의
머리칼 가장자리를 매만졌다.
[좋아해, 언니...]
천천히 안색을 굳힌 소녀의 입술이 바싹 다가들었고 싸아아 벌어진 입술 사이
말랑거리는 혀가 뻗어졌다.
[칼킨...나...나빠...으응...]
마주 내밀어진 혀가 톡톡 마주쳐 졌다가 스르르 얽혀들었다.
휘감긴 혀가 느릿하게 마주친 입술 사이로 사라졌고 역시 양 볼이 꿈틀거릴 정도로
격하게 움직여졌다.
츠릅, 츱 물기어린 소리가 소녀들의 입 가장자리에서 흘러 나왔다.
찰박, 찰박 물소리가 울리며 욕조의 물이 느리게 출렁거렸다.
[학...하악...좀더...세게...]
[으응...칼리, 대단해...]
욕조의 물의 출렁거림이 거세졌다.
서로 비스듬히 몸을 기울인 채 사타구니 안쪽을 찰싹 맞붙이고 있는 자세다.
매끈한 다리가 얽히며 상대의 길고 늘씬한 다리를 쳐들어 단단히 고정시킨 상태다.
[하앙...기분 좋아...]
[흑...흐윽...언니...]
부드럽고 유연성있는 여체들은 빈틈없이 얽혀든 채 긍극적인 쾌락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새큰새큰 야릇한 열기와 함께 부벼지는 은밀한 부위...미친 듯 허리와 엉덩이를
흔들며 상대의 허벅지를 안고 깨물고 괴롭혔다.
돌연...완만하던 감각이 급격히 드높아졌다.
[하악...조...좋아...]
[으응...아아아...가...가아...]
두 소녀의 교성이 욕실안을 크게 메아리쳤다.
포말을 일으키며 넘치는 욕조의 물이 촤르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발갛게 흥분한 기색이 가득한 소녀들의 얼굴...두 눈에 아련하게 열기가 떠 올라있었다.
[후...후후후...좋았어...정말 대단해...]
자신의 언니에게 무차별적으로 입맞춤을 퍼붇는 소녀...그녀의 눈동자엔 감동과
득의함이 넘치고 있었다.
[칼킨...으응...]
모락모락 비릿한 향기와 감칠맛이 듬뿍 입 안에 흘렀다.
[언니말야...인형이 아니라고 했지? 하지만 언니는 내 인형이야...언니만큼 기분 좋고
소중한 인형은 이 세상엔 존재하지 않아...]
[우웅...심술쟁이]
둘의 입술이 떨어지며 서로의 체액이 아치를 그렸다.
살짝 어리광 부리듯 콧소리를 내며 안겨드는 언니를 흐믓하게 마주 안아가는 소녀...
[좋아해 정말 누구보다도...]
흡사 상대를 잡아먹을 듯한 끈적거림과 광기를 담고 있는 목소리다.
둘의 입맞춤은 달콤하면서도 위험한 느낌이었고 오랜동안 계속되었다.
* * * * * *
지이잉...함교를 연결하는 자동문이 열리고 뽀송뽀송해진 얼굴로 가냘프기 까지
한 소녀들이 뛰어들듯 등장했다.
잘 어울리는 평상복 차림이었는데 드러난 연갈색 살결이 눈부시도록 매끈거렸다.
은하계 우주에서도 그 강력함을 공인받고 있는 전함...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전망실
이었다.
[어라? 빠르네...벌써 와 있었어?]
[늦은 건 너희들이야 은하표준시로 귀환한지 반나절이라구...하기야...]
가벼운 음료를 들며 미소짓는 미녀 붉은빛이 살짝 섞인 금발 이른바 로즈골드 라고
불리는 진귀한 머릿칼이 잘 정리되어 옆으로 늘어져 있었다.
[그 동안 많이 참았으니까 회포를 풀긴 풀어야겠지?]
손 안의 유리잔에 담긴 차가운 레몬맛 음료를 건배하듯 쳐들어 보이고는 쭈우욱 마시는
여자...여유로우면서도 자연스러운 관록이 배어나는 동작이다.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쌍둥이 자매의 표정이 머쓱해져 왔다.
쿡쿡 가벼운 웃음이 로즈골드...적금발 여자에게서 흘러 나왔다.
[자 한잔씩 해...열심히 일한 다음의 여유는 당연히 즐기는 거야...더군다나
선택받은 자들의 경우는 더더욱...]
[......]
[......]
차갑게 식힌 레모네이드 두 잔이 선반위에 나타났다.
쌍둥이는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잔씩 집어 들었다.
멀리 장대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행성 하나가 거의 절반 정도 불타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꼬리를 끌며 이어지는 은빛 혹은 금빛 섬광이 부딪치며 마구 소용돌이 쳤다.
[정말 장관이로군...몇 번이나 보는 장면이긴 하지만...]
꿀꺽...차가운 레몬 음료를 마시는 여자는 두 눈에 미칠듯한 환희를 피워올리고 있었다.
‘카이텐카이’ 세력권 안에서 벌어지는 비극...독립과 자치권을 강하게 표장하는 군소
행성정부 하나가 사라지고 있는 장면이다.
본보기로 삼아 엄청난 열과 파괴를 동반하는 융합폭탄의 세례였다.
발사된 특수 폭탄은 대기권에서 일차 폭발이, 분열된 작은 폭탄이 대기를 뚫고
바닥에 충돌하며 이차폭발...다시 폭발과 폭발이 융합되며 삼차폭발이 일어나게된다.
행성 하나가 거의 초토화되는 것이다.
이글거리는 불과 파괴의 축제를 바라보는 여자와 소녀들의 눈에는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나 슬픔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흥미진진한 쇼를 바라보고 있는 듯 즐거움마저 섞인 흥미있다는 눈빛들...
[그건 그렇고 리리아, 다음 일이 결정 되었다면서?]
[어? 벌써? 히잉...난 조금 더 쉬고 싶은걸?]
로즈 골드빛 머리칼을 지닌 여성 리리아의 얼굴에 놀랍다는 빛이 스쳤다.
[빨리도 알았네...정보가 빠른 걸? 맞아, 이번과 비슷한 난이도야...
하지만 조금 더 복잡하지 우주해적의 본거지를 치는 일이니까...]
[해적의 본거지?]
[흐응...해적은 처음인데...어떨까나...]
돌연 쌍둥이의 눈에 약간 흥미롭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피식, 야릇한 미소와 함께 리리아의 눈 가장자리가 미묘하게 꿈틀거렸다.
[글쎄...잘 하면 너희들의 심심함을 달래 줄 수 있지 않을까?
육박전과 기갑전이 장기라고 되어 있으니까 너희 특수군 ‘라세츠 (羅刹)’가 활약해야
할거야...해적 ‘아이언 자이언트’라고 상당한 규모에...행성정부 하나가 관련되어 있어...]
[해적 ‘아이언 자이언트’...]
[들은 적 있어...꽤나 유명하다던데...]
쌍둥이들의 눈이 흥미진진해 졌다.
리리아 라는 여인의 눈 역시 새로운 먹이감을 노리는 듯 끈적거렸다.
허공에 맴돌고 있는 입체영상...자료로 잘 정리된 행성지도와 특히 위맹한 얼굴의
남자...해적 아이언 자이언츠의 우두머리 ‘토르’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남성신은 나찰사(羅刹娑:여성신은 羅刹斯) 또는 나차사(羅叉娑:여성신은 羅叉私)라고도
음사하며, 식인귀(食人鬼) ·속질귀(速疾鬼) ·가외(可畏) ·호자(護者) 등으로 번역된다.
원래 악귀로서, 통력(通力)에 의해 사람을 매료시켜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악귀나찰(惡鬼羅刹)이라고 불리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나중에는 불교의 수호신이 되어 십이천(十二天)의 하나로 꼽혀 남서방(南西方)을
지킨다고 하며, 갑옷을 걸치고 백사자(白獅子)에 올라탄 모습으로 표현된다.
《법화경(法華經)》에는 십나찰녀(十羅刹女)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이는 남파(藍婆)
·비람파(毘藍婆) ·곡치(曲齒) ·흑치(黑齒) ·화치(花齒) ·다발(多髮) ·무염족(無厭足)
·지영락(持瓔珞) ·고제(皐帝) ·탈일체중생정기(奪一切衆生精氣) 등 열 가지 나찰을
가리킨다.
- 네이버 백과사전...]
[어처구니가 없군...정말...어처구니가 없어...]
허탈한 웃음이 감도는 가운데 살짝 이마를 짚고 머리를 흔들자 멋들어진 금발이
허공에 흩날렸다.
털썩 안락의자에 앉아 탁자 위에 놓인 잔에 찰랑이는 호박빛 액체를 바라보았다.
[그 엄격하고 빈틈없던 인간이...여성과 관계 끝에...중태라고? 하하하...크크크...]
키득키득 몸을 가늘게 떨며 웃음짓던 남자가 고개를 홱 쳐들었다.
섬뜩한 눈빛이 터져나오며 방 안의 온도를 급냉시켰다.
[이상한 점은 없었나?]
[모든 것을 조사했지만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상대 여자도 철저히 조사했지만
역시...원래 중장께서는 별다른 취미가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광적인 고전 문화...
예를 들어 손 글씨, 미술, 음악, 사교 등에 관심이 많으셨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상대 여성 역시 사교계에서 지명도가 있는 고전문화 애호가였고 살롱이나
동호회 등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던 점이 밝혀진 상태...더우기 부자연스럽다던가
하는 점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끄응...]
[의사들에게 문의했지만 장군은 어떤 약물반응이나 외부의 상처 등은 일체 없었고
평소 건강관리도 철저히 하긴 하셨지만 다소의 부정맥이 있으셨던 터라 이번 같은
문제는 언제든지 있을 수도 있다고 하는 의학적 소견만 들었을 뿐입니다. 더구나...]
[더구나...?]
약간 우물쭈물 거리는 부관을 향해 사내는 매서운 눈빛을 보냈다.
꿀꺽, 침을 삼킨 부관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프로스트 중장은 조사결과 이전에도 종종 사교계에서 알게 된 여성들과
관계를 가진 적이 있다는...]
픽, 금발머리 사내가 웃었다.
[뜻밖이군...얼음덩이 같은 그 작자에게 그런 면이 있을 줄은...하기야 남자라면
뭐 그럴 수도 있기는 하지...하지만 말이야...]
쾅! 우직! 남자의 주먹이 내리쳐진 탁자가 움푹 패었고 이글이글 불꽃이 일 듯
강렬한 눈빛이 뿜어져 나왔다.
[공과 사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하는 법! 자기관리 하나도 못하는 작자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조직에 해가되는 것이다.
쟝 프로스트...그 자를 즉시 제명 처리하도록 하라.]
으드득! 이빨 갈리는 소리와 함께 왈칵 사내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건 그렇고...대체할 만한 인물은 선발이 되어 있겠지?]
[......]
꿀꺽, 부관은 마른침을 삼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삐질...식은땀이 약간 비쳤다.
[그게...아직...중장과 견줄만한 마땅한 일물을 찾지 못했습...]
퍽! 후끈한 감각과 함께 부관이 나뒹굴었고 입 가로 살짝 핏물을 흘리면서도
나뒹군 순간 착 일어나 부복했다.
탈탈 한쪽 손을 털며 일어선 사내가 저벅저벅 다가섰다.
[그 작자가 병원에 실려간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인적자원은
꽤 막강하다.
더구나 우리 인사네트워크는 초자아 컴퓨터로 관리되는 걸로 아는데?]
탁자 위의 술병을 기울여 손수건에 묻힌 뒤에 부관의 입 주변을 닦아주며
묻자 부관은 상당히 안도하는 표정이 되었다.
물론 이 골치아픈 상관의 얼굴에는 겉으로 어떤 미안함 같은 감정은 보이지
않았지만...의외로 자상한 손길이었고 물씬 진한 술 냄새가 풍겼다.
아주 고급인 양주 이어서인지 얼굴이 후끈하다.
[물론 적합한 인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이번 원정에 쓸 만한
인재들이 모두 다른 곳에 동원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호크 가문의 토르라는 그 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지략과
능력을 지닌 사령관이 필요한데...그 정도 레벨의 인물들은...]
팍! 부관의 얼굴에 손수건이 부딛쳐 떨어졌다.
[그렇다면 대안을 찾아야 할 것 아닌가! 변명 말고 대안 말이다 대안!]
[각하, 그 것은 제가 말씀드려도 될까요?]
어느새 이 곳에 들어왔을까?
째앵, 구슬이 구르는 것 같은 맑고 높은 소리가 들리자 움찔, 무엇에도 놀라지 않을 것
같았던 사내가 눈을 부릎뜬 채 몸을 굳혔다가 스르르 고개를 돌렸다.
[이슈타르...네가 왠일인게냐...]
살짝 미소짓는 사내...그의 눈엔 아련한 기쁨마저 흐르고 있었다.
다른 우주세력들도 그렇겠지만 ‘카이텐카이 (會天會)’ 역시 한 두 세력으로
이루어 진 것이 아니라 일종의 연합세력 성격이 강하다.
다만 카이텐카이의 경우 세력 내부를 장악한 핵심 세력 혹은 가문이 대단히
막강하다는 것이 큰 특징이라 할 수 있었다.
카이텐카이의 세력 중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가문이 ‘텐류샤 (天龍寺)’ 당파였고
이 당파는 거의 귀족이라 할 정도의 명망있는 가문에 의해 좌우되고 있었다.
몇 대에 걸쳐 명성과 실력을 쌓아 온 가문...어머니별에서 유래되었다는 가문의
후예인 남녀는 마주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상당히 성급하시더군요...전부터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부하를 구타하는 것은
좋은 버릇이 아니라고 봅니다만...오라버니]
슬쩍 눈초리를 예리하게 하며 부드럽게 질책하는 여자 혹은 소녀에게 사내는
싱글거리며 귀엽다는 혹은 재미있다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것은 너도 마찬가지 아닐까? 어떤 면에선 오히려 네가 나보다 더 무섭다던데...
그보다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다 마신 찻잔을 내려놓으며 여자는 눈을 내리감았다 떳다.
[이번 일을 제게 맡겨주시지 않겠습니까?...]
[......!]
차가우면서 맑은 눈이다.
더구나 깊이를 모를 듯 깊기까지 하다.
한참 그 눈을 들여다본 사내는 쿡쿡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 있는 게냐? 만약 잘못된다면 본가의 명성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물론 너라면 그다지 걱정되지는 않는다만...]
스윽...손을 뻗어 머리를 매만져 주는 사내...여자는 살짝 눈을 감고 사내의 손길을
즐기는 듯 보였다.
[제 휘하에 적합한 인물이 있습니다. 한번 검토해주십시오 각하.]
멈칫거리는 사내의 손을 여자가 잡아 거기에 살짝 한쪽 볼을 기댔다.
[이...이럴 수가...]
삐질삐질...아까의 부관이 허공에 떠도는 자료 영상을 보며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는 듯 신음 소리를 냈다.
[이렇게 된다면...이건...]
천천히 손목의 단말기를 조작하며 무언가를 심사숙고하던 그가 굳은 표정으로 얼굴을
쳐들었다.
[대단합니다. 이 것이 사실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초자아 컴퓨터 역시
합격 아니 그 이상이라는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헌데...어째서 이런 인재가 알려지지 않고...]
새침한 표정의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그럴 수 밖에요 그 아이는 바로 친위대 소속이기 때문입니다.]
[치...친위대라면...‘다크엔젤’ 말입니까!]
경악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맞은편에 앉았던 금발머리 남자의 얼굴 역시 굳어졌다.
[친위대...그럼 네 휘하의 친위대를 동원할 생각이냐?]
여자는 경악한 사내들의 모습을 즐기듯 눈웃음을 지으며 손을 모았다.
[현재 빈틈없다던 우리의 인력운용에 큰 구멍이 나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그 구멍을 메우자면 당연히 가외의 인원...다시 말해 친위대를
쓸 수 밖에요...물론 각하께서 거느린 친위대 역시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단순한 호위역할 뿐 아니라 각하의 눈과 귀 그리고 수도인 주성 ‘프로메테우스’를
수비하는 역할도 맡고 있으니까요...여유가 있는 것은 제 휘하의 부대뿐이겠지요...]
[......]
[......]
조금 긴 침묵이 이어졌다.
[재미있겠군...좋아 허락하지...]
[가..각하...]
경악한 목소리가 시립하고 있던 부관에게서 터져 나왔다.
[이...이건 과잉화력입니다. 이슈타르님 휘하의 친위단이라면 우주군 함대 몇개와
맞먹습니다. 게다가 ‘라세츠 (羅刹)’까지...자칫 잘못하다가 인도적인 문제가 될 수도...]
척, 사내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부관의 말을 막았다.
[인도적인 문제? 쿡쿡쿡...세상은 인도주의가 아닌 피와 철에 의해 움직인다.
어쨋든 오랜만에 좋은 것을 구경하겠군...한번 잘 해 보거라...전쟁의 여신...하하하...]
유쾌한 웃음과 함께 사내의 손이 허공에 쳐들려 꽉 쥐어졌다.
홀린 듯 사내는 쳐들린 주신의 주먹을 바라보았다.
[장대한 은하의 드라마를 써 나간다...후후후후...다소의 피와 희생은
따르겠지만 당연힌 것 아닌가? 역사엔 피와 희생이 항상 따르는 법이니까...
하하하...으하하하...]
사내의 웃음소리가 길게 여운이 되어 방 안을 울렸다.
* * * * * *
콰득! 중무장을 한 전투 안드로이드가 목 부분이 꺽여 나뒹굴었다.
파지직...잔 전류를 흘리던 안드로이드는 이내 가슴 부분에 무언가가 파고들어
헤집자 축 늘어졌다.
쉬잉 순식간에 사라진 그림자...간발의 차로 한줄기 빔이 날아들어 쾅! 소리를 내며
바닥을 움푹 패이게 했다.
몇 기의 전투머신이 그 자리에 나타났다.
여러 개의 다리가 달린 곤충형태의 다족보행 병기와 그 것을 호위하듯 몇 기의
전투형 드로이드가 함께였다.
갑자기 허공중에서 희미한 그림자 두개가 떨어져 내렸다.
전투 드로이드와 다족보행병기에서 몇 발의 빔과 포탄이 허공을 갈랐다.
콰지직! 콰직!
희미한 그림자가 허공을 가를 때마다 전투 드로이드는 고철로 변했고
우직! 어린아이 손에 짓이겨지듯 곤충모양의 보행병기 역시 위쪽으로부터 움푹 패이며
주저 앉았다.
삽시간에 벌어진 일이다.
[큭...어떻게 레이다에도 경보 시스템에도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는데...]
부들부들 주저앉은 곤충형 보행병기에서 상판이 열리며 겁에 질린 승무원 하나가
구르듯 튀어 나왔다.
그러나...
[으헉!...사...살려줘!]
그의 눈앞에 보이는 무엇...손톱이 비죽거리며 솟은 악마의 손이 그를 움켜쥐고
쥐어짜 버렸다.
방호복 채로 짓이겨진 시체의 피와 체액을 손아귀 사이로 흘리는 그 무엇!
다시 그림자가 되어 사라진 뒤엔 파괴된 병기와 생체의 잔해와 비린내만 가득할 뿐이었다.
[적은 모두 전멸...아군 피해 없음...대승입니다.]
[......]
아무런 감동이나 승리의 기쁨 같은 것은 없는 무미건조한 목소리였다.
아니, 오히려 약간의 공포심마저 어린 듯한 말투였다.
스윽...보고를 받는 누군가의 눈이 차갑게 빛나며 바라보았다.
부들부들 떨며 땀방울을 송글송글 맺고 있는 남자를 향해 경멸의 표정을 지어 보였다.
[부대는 귀환했나요?]
[네! 방금 전 마지막으로 대장과 부대장까지 귀환했다고 보고 되었습니다.]
[그런가요...]
스윽, 함교의 의자에 기대며 여자는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다면 마무리로군요...예정시간이 되면 폭격을 시작하세요...]
[아...알겠습니다. 제독]
사내의 안색은 더더욱 창백해져 갔다.
그 것은 묘령의 여성이 갑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커다랗게 확대시킨 것과 닮았다.
다만 눈이 곤충같이 여러 개의 겹눈으로 되어 있었고 갑옷 사이사이 군데군데 드러난
표면이 흡사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며 움직거리고 있는 것이 다를 뿐이다.
더구나 머리에 쓴 가벼운 투구 사이로 드러난 머리 부분에 몇 개인가의 뿔이 돋아났고
인간으로 치면 귀인 부분이 금속질로 되어 있는 것이 달랐을 뿐이다.
날씬하게 균형잡인 몸매와 사나워 보이긴 했지만 어떤 면으론 아름다워 보이는
얼굴...하지만 그 누구도 이 악마적인 병기를 감탄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꺼림직하고 불편한 어떻게 보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간혹 정비사인 듯 작업복을 입은 이들조차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채 묵묵히 자신의
일만 하고 있었다.
위잉...가벼운 소리와 함께 지금 막 들어온 여성형 병기 두기가 가슴의 갑옷 부분이
열리고 안쪽에 자리한 부위 그러니까 기괴하게 꿈틀거리는 생체 부분이 쩌억 갈라지며
내부를 드러냈다.
[......]
[......]
나란히 서 있는 여성형 병기의 열려진 가슴...꿈틀꿈틀 기괴한 생체조직에 감싸여
있는 어찌보면 가냘픈 몸매의 소녀들...기괴한 생체조직 사이로 그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몸에 딱 붙는 타이즈 형태의 방호복을 입고 있었고 얼굴엔 특이한 형태의 바이저
를 착용한 이들...생체조직에 파묻힌 손과 발을 빼내자 쩌억, 쩍...미끈거리는 젤 형태의
액체가 듬뿍 묻어나며 길게 이어졌다.
주르르 흘러내리는 꿀 혹은 젤 형태의 체액을 질질 흘리며 몸을 일으켜 세운다.
후우...약속이나 한 듯 가볍게 숨을 내쉬며 천천히 몸을 일으킨 그들은 가볍게
몸을 날려 아래로 뛰어 내렸고, 날렵하면서도 탄력적으로 가볍게 착지했다.
거의 이 삼 미터나 되는 높이였지만 누구도 그들을 제지하거나 하지 않았으며
소녀들은 고양이과 동물 같은 민첩함을 보이고 있었다.
스윽 바이저를 벗고 축축하게 젖은 머리를 후두두 털었다.
하지만 미끈거리는 체액이 듬뿍 묻어난 얼굴과 머리칼은 아무래도 샤워라도
해야 할 듯 하다.
[......]
[......]
10대 중반정도? 귀여운 얼굴이다.
오밀조밀한 코와 입술 거기에 시리고 커다란 눈동자가 살짝 굴려졌다.
꽃잎이 맞물린 듯한 입술과 갈색의 피부 게다가 완연히 굴곡진 아름다운 몸매가
온통 드러나 보였다.
건강함과 야성적인 기운이 넘치는 분위기는 또 어떤가...
게다가 이목구비와 체형이 완전히 똑같은 쌍둥이 들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들에게 눈길조차 주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매력 넘치는 소녀들 주위로 누구도 다가서려하지 않고 있었다.
[아, 대장님들!]
[지금 온거야? 늦었네...]
쌍둥이 소녀들과 비슷한 타이즈 복장의 소녀들...비슷한 연령대의 소녀들 몇이
와르르 다가들었다.
인형 같은 외모에 모두 전신에 젤 형태의 체액을 뒤집어 쓴 듯한 소녀들...
그들 주위에는 아무도 다가 오려하지 않아서인지 뻥 뚫린 공터같이 되어버렸다.
소녀들 중 하나가 쌍둥이에게 수건 하나씩을 내밀었다.
당연하다는 듯 받아 슥, 슥 머리며 얼굴을 닦았다.
[이번에도 시시했지?]
[아아...그러고 보니 또 대장님들이 최고 수훈감이네...]
[당연한거 아냐?]
[그건 그렇다 치고 이따가 불꽃놀이 시작되지 않아?]
[함교에 구경 갈래?]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걸어가는 소녀들...해맑고 밝아 보이는 소녀들이었지만
꺼림직한 기운과 피 비린내가 풍기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 일까?
* * * * * *
촤자자자작...몸 상태에 최적화되어 쏟아지는 샤워 물줄기를 온 몸에 맞으며 피로를
씻어 내렸다.
온 몸에 묻은 미끈한 체액이 더운 물과 함께 가셔진다.
[후우우...]
[으으응...]
손 안에서 통통 튀는 듯한 탄력감이 느껴졌다.
윤기 흐르고 미끄럽기 그지없는 긴 팔이 교미하는 뱀처럼 얽혀들었다.
샤워기의 물줄기가 살짝 잦아들었다.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소녀들...한날한시에 그 것도 똑같은
유전자로 태어난 분신이나 같은 존재다.
쌍둥이 자매...이런 경우 보통 사이가 아주 좋거나 나쁘거나 둘 중의 하나다.
스스로를 거울로 비친 것과 같은 그런 존재가 하나 더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기분이 나쁜 것일 수도 아니면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여기 이들처럼 소중함을 초월해 서로에게 애정을 품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매끌매끌 탄력 있는 살결끼리 부벼졌다.
선홍빛 꽃잎같이 귀여운 입술이 맞물렸다.
꿈틀꿈틀 양 볼에 드러날 정도로 거칠면서도 끈덕지게 깊이 파고든 혀가 휘감겨
움직였다.
츠릅, 츱...서로의 체액이 입 안을 맴돌았고 달작지근한 감로를 서로에게 나눠주며
둘은 그렇게 상대에게 몰입하고 있었다.
날씬하고 매끈한 등줄기에 손 끝이 스쳤다.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가슴이 마주 찌그러지며 부벼졌다.
[하아...칼킨...거...거기...]
[후훗...칼리...기분 좋아?]
파들파들 자신에게 매달린 채 눈가에 이슬을 담뿍 머금고 있는 모습을 홀린 듯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허벅지 깊숙히 항문과 은밀한 꽃잎 사이 계곡과 골반 가장자리가 포인트...
같은 유전자를 나눈 쌍둥이 형제 였지만 유독 민감한 포인트를 지녔고 성격도 다소
수동적이다.
자신과 꼭 같은 이 존재는 스스로의 나르시시즘을 충족시키면서도 가지고 노는
재미가 쏠쏠했다.
자신과 똑같이 닮은 이 살아있는 인형을 부드럽게 안아들고 욕조로 향했다.
짙은 입맞춤을 끈질기게 이어졌고 허벅지 안쪽의 포인트를 파고 든 손은 여전한 채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있는 요리처럼 자신의 쌍둥이 형제를 괴롭히는 일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아주 신중하면서 조심스럽게 욕실로 들어갔다.
약간 뜨거우면서도 장미와 특별한 허브향을 첨가한 욕조의 물은 따가우면서도
간질거리는 감각을 더했다.
[칼킨...귀여워...후후훗...]
[으응..너무해...심술쟁이...]
부르르 자신과 꼭 같은 인형이 몸을 부르르 떨며 경직시킨다.
꽤나 공들여 골반은 물론 꽃잎과 항문 가장자리를 끈기있게 애무한 결과 흠뻑 젖어든
살점의 동굴은 가늘고 긴 손가락 두개 정도는 무리감 없이 쑤욱 받아들인 것이다.
꿈틀꿈틀 파고든 손가락이 움직일 때 마다 살짝 자지러지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윽...우윽...조금 천천히...상냥하게 해줘...]
[후후훗...싫-어 말은 그렇게 하면서 이것 봐...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조이쟎아?]
[칼킨...흐으윽...]
바르작, 바르작 다리를 오므릴 때 마다 오돌도돌한 살점이 손가락을 물고 빨아들이듯
물고 움직거렸다.
[어디...여기던가? 아니 여기였지...네 약점 모두 파악하고 있어...]
쪽, 쪼옥 볼과 목덜미에 짧게 입맞춤을 퍼부으며 흐믓하게 웃었다.
손가락 두 세 마디 쯤 안쪽 돌기들이 밀집해 있는 부분...바로 자신과 똑같은
이 쌍둥이 자매의 포인트다.
파르르, 파르르...몸을 떨던 소녀가 으윽 비명과 함께 몸을 쑤욱 곧추 세웠다.
잔 포말과 함께 활처럼 휜 소녀의 몸이 떠올랐다.
[하아아아...너...너무해.,..]
고통스러운 듯 아니면 황홀한 듯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쭉, 쭈욱 손가락 끝에 안쪽으로부터 무언가 밀려나오는 듯한 감각이 느껴지며
열기와 홍조가 가득한 얼굴과 열락의 감각이 가득한 눈망울이 눈앞에 떠올랐다.
[어땟어? 느꼇지? 쿠쿠쿠쿠...]
[너무해...너말야 정말...나는 네 인형이 아니란...하윽...]
파득, 어디를 어떻게 한 것인지 간신히 정신을 차리려 하던 소녀가 바르작
거리며 포옥 다른 소녀에게 매달렸다.
히죽 악녀같은 웃음이 다른 소녀의 얼굴을 스쳤다.
[정말 귀엽단 말야...칼리. 아니, 언니라고 불러줄까? 몇 십 초 간격이긴 해도
먼저 나왔으니 언니란 말이지...]
쪼옥...약간 뜸들이며 입맞춤을 한 소녀가 눈빛을 흐리며 축 늘어진 소녀의
머리칼 가장자리를 매만졌다.
[좋아해, 언니...]
천천히 안색을 굳힌 소녀의 입술이 바싹 다가들었고 싸아아 벌어진 입술 사이
말랑거리는 혀가 뻗어졌다.
[칼킨...나...나빠...으응...]
마주 내밀어진 혀가 톡톡 마주쳐 졌다가 스르르 얽혀들었다.
휘감긴 혀가 느릿하게 마주친 입술 사이로 사라졌고 역시 양 볼이 꿈틀거릴 정도로
격하게 움직여졌다.
츠릅, 츱 물기어린 소리가 소녀들의 입 가장자리에서 흘러 나왔다.
찰박, 찰박 물소리가 울리며 욕조의 물이 느리게 출렁거렸다.
[학...하악...좀더...세게...]
[으응...칼리, 대단해...]
욕조의 물의 출렁거림이 거세졌다.
서로 비스듬히 몸을 기울인 채 사타구니 안쪽을 찰싹 맞붙이고 있는 자세다.
매끈한 다리가 얽히며 상대의 길고 늘씬한 다리를 쳐들어 단단히 고정시킨 상태다.
[하앙...기분 좋아...]
[흑...흐윽...언니...]
부드럽고 유연성있는 여체들은 빈틈없이 얽혀든 채 긍극적인 쾌락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새큰새큰 야릇한 열기와 함께 부벼지는 은밀한 부위...미친 듯 허리와 엉덩이를
흔들며 상대의 허벅지를 안고 깨물고 괴롭혔다.
돌연...완만하던 감각이 급격히 드높아졌다.
[하악...조...좋아...]
[으응...아아아...가...가아...]
두 소녀의 교성이 욕실안을 크게 메아리쳤다.
포말을 일으키며 넘치는 욕조의 물이 촤르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발갛게 흥분한 기색이 가득한 소녀들의 얼굴...두 눈에 아련하게 열기가 떠 올라있었다.
[후...후후후...좋았어...정말 대단해...]
자신의 언니에게 무차별적으로 입맞춤을 퍼붇는 소녀...그녀의 눈동자엔 감동과
득의함이 넘치고 있었다.
[칼킨...으응...]
모락모락 비릿한 향기와 감칠맛이 듬뿍 입 안에 흘렀다.
[언니말야...인형이 아니라고 했지? 하지만 언니는 내 인형이야...언니만큼 기분 좋고
소중한 인형은 이 세상엔 존재하지 않아...]
[우웅...심술쟁이]
둘의 입술이 떨어지며 서로의 체액이 아치를 그렸다.
살짝 어리광 부리듯 콧소리를 내며 안겨드는 언니를 흐믓하게 마주 안아가는 소녀...
[좋아해 정말 누구보다도...]
흡사 상대를 잡아먹을 듯한 끈적거림과 광기를 담고 있는 목소리다.
둘의 입맞춤은 달콤하면서도 위험한 느낌이었고 오랜동안 계속되었다.
* * * * * *
지이잉...함교를 연결하는 자동문이 열리고 뽀송뽀송해진 얼굴로 가냘프기 까지
한 소녀들이 뛰어들듯 등장했다.
잘 어울리는 평상복 차림이었는데 드러난 연갈색 살결이 눈부시도록 매끈거렸다.
은하계 우주에서도 그 강력함을 공인받고 있는 전함...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전망실
이었다.
[어라? 빠르네...벌써 와 있었어?]
[늦은 건 너희들이야 은하표준시로 귀환한지 반나절이라구...하기야...]
가벼운 음료를 들며 미소짓는 미녀 붉은빛이 살짝 섞인 금발 이른바 로즈골드 라고
불리는 진귀한 머릿칼이 잘 정리되어 옆으로 늘어져 있었다.
[그 동안 많이 참았으니까 회포를 풀긴 풀어야겠지?]
손 안의 유리잔에 담긴 차가운 레몬맛 음료를 건배하듯 쳐들어 보이고는 쭈우욱 마시는
여자...여유로우면서도 자연스러운 관록이 배어나는 동작이다.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쌍둥이 자매의 표정이 머쓱해져 왔다.
쿡쿡 가벼운 웃음이 로즈골드...적금발 여자에게서 흘러 나왔다.
[자 한잔씩 해...열심히 일한 다음의 여유는 당연히 즐기는 거야...더군다나
선택받은 자들의 경우는 더더욱...]
[......]
[......]
차갑게 식힌 레모네이드 두 잔이 선반위에 나타났다.
쌍둥이는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잔씩 집어 들었다.
멀리 장대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행성 하나가 거의 절반 정도 불타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꼬리를 끌며 이어지는 은빛 혹은 금빛 섬광이 부딪치며 마구 소용돌이 쳤다.
[정말 장관이로군...몇 번이나 보는 장면이긴 하지만...]
꿀꺽...차가운 레몬 음료를 마시는 여자는 두 눈에 미칠듯한 환희를 피워올리고 있었다.
‘카이텐카이’ 세력권 안에서 벌어지는 비극...독립과 자치권을 강하게 표장하는 군소
행성정부 하나가 사라지고 있는 장면이다.
본보기로 삼아 엄청난 열과 파괴를 동반하는 융합폭탄의 세례였다.
발사된 특수 폭탄은 대기권에서 일차 폭발이, 분열된 작은 폭탄이 대기를 뚫고
바닥에 충돌하며 이차폭발...다시 폭발과 폭발이 융합되며 삼차폭발이 일어나게된다.
행성 하나가 거의 초토화되는 것이다.
이글거리는 불과 파괴의 축제를 바라보는 여자와 소녀들의 눈에는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나 슬픔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흥미진진한 쇼를 바라보고 있는 듯 즐거움마저 섞인 흥미있다는 눈빛들...
[그건 그렇고 리리아, 다음 일이 결정 되었다면서?]
[어? 벌써? 히잉...난 조금 더 쉬고 싶은걸?]
로즈 골드빛 머리칼을 지닌 여성 리리아의 얼굴에 놀랍다는 빛이 스쳤다.
[빨리도 알았네...정보가 빠른 걸? 맞아, 이번과 비슷한 난이도야...
하지만 조금 더 복잡하지 우주해적의 본거지를 치는 일이니까...]
[해적의 본거지?]
[흐응...해적은 처음인데...어떨까나...]
돌연 쌍둥이의 눈에 약간 흥미롭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피식, 야릇한 미소와 함께 리리아의 눈 가장자리가 미묘하게 꿈틀거렸다.
[글쎄...잘 하면 너희들의 심심함을 달래 줄 수 있지 않을까?
육박전과 기갑전이 장기라고 되어 있으니까 너희 특수군 ‘라세츠 (羅刹)’가 활약해야
할거야...해적 ‘아이언 자이언트’라고 상당한 규모에...행성정부 하나가 관련되어 있어...]
[해적 ‘아이언 자이언트’...]
[들은 적 있어...꽤나 유명하다던데...]
쌍둥이들의 눈이 흥미진진해 졌다.
리리아 라는 여인의 눈 역시 새로운 먹이감을 노리는 듯 끈적거렸다.
허공에 맴돌고 있는 입체영상...자료로 잘 정리된 행성지도와 특히 위맹한 얼굴의
남자...해적 아이언 자이언츠의 우두머리 ‘토르’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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