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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 번외편(기억상실증) - 1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3:43 707회 0건
의외로 야누스를 찾으시는 분들이 계셔서 번외편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1-1



병원에서 이틀 만에 퇴원한 미정은 너무도 값비싼 첫 경험에 자신도 깜짝 놀랐다.
그리고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남자와의 첫 경험에 쇼크로 인한 심장정지라니...생전 처음 들어보는 연구단체라는 바이오테크라인이라는 곳의 의사라는 사람한테서 들은 얘기는..
남에게 말하기도 창피했다. 학계에 보고된 적 없는 사례라고...자신을 친히 방문까지 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의사라는 놈의 면상을 날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의사인 그녀의 눈빛에는 호기심이 가득해...오히려 자신이 당황하게 된다.

이틀 만에 퇴원해 집으로 돌아왔을 때 미정이의 엄마는 난리가 아니었다. 중환자실에서 꼬박 이틀을 보낸 미정이었기에 면회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는 엄마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결국 아무것도 말하지 못한 채 심장이 좀 안 좋다는 걸 알아서 다행이라는 위로만 받게 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법원에서 퇴근하자마자 매일 엄마의 가게로 한걸음에 달려간다.
일이 있고나서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혁이를 생각하면 괘씸함에 당장이라도 귀를 잡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아야지..라는 다짐은 그리움으로 변해 쇼윈도 밖을 하염없이 쳐다보게 된다.

깨어나고 나서 바이오 의사에게서 대충 얘기는 들었다. 혁이의 훌륭한 응급처치로 인해 살 수 있었다는 것과.. 의식불명인 자신을 두 시간 동안 지켜보다가 아쉬워하며 나갔다는..
다음날 병문안을 온다는 혁이는 면회금지라는 의사의 처분에 볼 수 없어서 미정이는 아쉬워했다.

그런데... 퇴원하고 나서 일주일동안 한번쯤은 올 줄 알았던 혁이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괘씸했지만...혁이도 놀랐을 거라는 생각을 스스로 하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 이젠 군대에 들어갔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이럴 줄 알았으면 어디로 훈련을 받으러 가는지..그리고 전화번호나 집주소 같은 거라도 받아 놓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후회하는 미정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한주가 지나고 두주가 지나자 미정이는 혁이를 잊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자신이 생각도 못할 정도의 행복을 느끼게 해줬던 꿈속의 왕자님인 혁이는 역시 꿈속에서 존재해야 된다며 자신을 위로하며 더욱 일에 몰두한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에 달해 삼주가 지났을 땐 자신을 추수리기 위해 자신을 꾸미기 시작했다.
혁이로 인해 여자의 기쁨을 알게 된 미정 이였기에 자신을 꾸미는 행복도 느끼게 되었다. 자신이 예뻐진다면...그리운 혁이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생전 안하던 쇼핑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또 한주가 지나갔다. 한 달째 혁이로부터의 소식은 전혀 없었다.
정말 잊어야 되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힘없이 법원으로 출근을 하는 미정이다.

오후3시 정신없이 강도2건, 상해 1건에 대한 서류를 정리하고 있을 때.. 미정의 핸드폰에 낯선 전화번호가 찍힌다.

"033-xxx-xxxx"

지역번호가 찍힌 핸드폰을 바라보며 "어디지?" 라는 생각을 하며 통화 단추를 누른다.

"여보세요.."
[김미정씨 되시나요?]
"예. 제가 김미정인데요."
[휴... 안녕하세요. 여긴 강원개인병원입니다.]
"예?? 강원병원이요?"
[예.]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혹시 강서세브란스 병원 502병실에 입원하셨던 적 있으신가요?]
"예?? 아뇨.."
[김미정씨 맞으시죠?.. 한 달 전쯤 응급실에서 계셨던.]
"아~..예. 전 응급실에 있었어요."
[응급실이라도 방 배정 받으셨을텐데요.그게 502병실 아니신가요?]
"예??..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음... 이거 난처하네요.. 겨우 실마리를 찾은 듯 보였는데..]
"실마리라뇨?"
[사실 한달 전쯤에 구급차에 실려 온 신원미상의 환자분이 저희 병원에 오셨는데요. 삼일 전에 의식을 차리셨습니다.]
"근데요?"
[기억상실증으로 전혀 과거에 대해서 알 수가 없었는데 말이죠..]
"예?."
[경찰에서 지문조회해보니까. 나오질 않고,,백발에 유창하게 영어로 깨어나자마자 말하는 거 보고 외국인인거 같아서 조사해보니 오클라호마의 브래드 혁이라는 이름으로 교포2세로 조회가 되더군요.]
"혁이요?? 지금 혁이라고 하셨어요?"
[예.. 브래드 혁이라고 조회 됐습니다. 혹시 아시나요?]
"브래드....혁이는 알고 있어요.. 김혁이라고.."
[그래요?? 다행이 시내요.. 휴.. 저희도 정말 곤란했는데..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경찰에서는 강제 송환시키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하는데..그럼 저희 병원에서 그대로 손해를 보게 돼서요..]
"병원비가 많이 나왔나요?"
[520만원 나왔습니다..개인병원이라서 보상받기도 힘들고요..]
"제가 갈게요.. 주소 좀 불러주세요.."
[예..]


강원도로 향하는 고속버스 안에서 미정은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만약 지금 만나러 가는 사람이 혁이라면...군대에 있을 그가 왜 병원에서 의식불명상태로 한 달이나 있었는지..그리고 브래드 혁은 또 뭐란 말인가..

그러나..그런 것보다 다시 혁이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심호흡을 해본다.

주소가 적힌 쪽지를 여러 번 확인해본다. 강원개인병원..쪽지에 적혀있는 이름과 병원 간판을 몇 번이나 확인 한 미정은 병원의 자동문을 통해 들어가게 된다.
이미 늦은 시간이었기에 로비는 한산했다. 경비에게 다가가 사정을 말하니 3층으로 올라가보라고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미정은 떨리는 가슴을 다시 한 번 가다듬고 데스크에 앉아 있는 간호사를 향해 걸어갔다. 시계가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저..저기요.."
"예?? 면회시간 끝났는데요."
"아뇨.. 저 김혁환자 좀 보러왔어요."
"예?"
"아.. 브래드 혁이요..."
"아!! 잠시 만요.. 당직 선생님 불러 드릴게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슬리퍼를 끌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미정을 보곤 가볍게 인사를 하곤 곧 병실로 안내한다.
4인실 병실엔 등을 돌리고 누워있는 환자 한명만이 있었다. 의사가 다가가 등을 흔들며 깨운다.

"브래드!! 브래드 일어나 봐요.."
"으..음...."

몸을 세우며 그가 일어났다.
윤기가 흐르는 백발은 백발이라기 보단 빛이 나는 은발과 같아 보였다. 많이 상했는지 자신이 알고 있던 혁이와는 너무도 달라보였기에 혁이가 아닌 듯 보였다.
그러나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눈빛에서..혁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혀..혁아...."
"에??...예??? 누..누구세요?"
"나야.. 미정누나..혁아..."

미정이는 달려들듯 침대에 누워있는 혁이의 품에 안긴다. 얼떨결에 미정을 안게 된 혁이는 어리둥절해 하며 의사를 바라본다.
자신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는 여자를 본 혁이는 어딘지 그리운 냄새를 느끼며 울고 있는 미정의 등을 토닥이게 되었다.
한동안 그런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겨우 진정이 된 듯 혁이에게서 떨어진 미정은 침대 옆 의자에 앉아 다시 혁이를 쳐다본다.

외소해진 몸과 좁아진 어깨로 본다면 혁이라고는 생각이 되지 않았지만.. 잘생긴 얼굴에 어딘지 모르게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눈빛만은 변함이 없었다.
미정의 다정한 눈짓에 혁이는 조금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여 침대위에 있는 자신의 발가락을 꼼지락 대며 쳐다본다.

"저기.. 미정씨.."
"예??"
"원장 선생님한테는 얘기 들었습니다. 혁이씨가 미정씨가 알고 있는 혁이가 맞나요?"
"예..."
"그럼 잠시 나가셔서 얘기 좀 하실까요?"
"예....."

복도에 서서 얘기를 이어가는 의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 미정이다.

"사실 처음 구급차에 실려 온 브래드는 숨이 멈춰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말 그대로 사망했다는 거죠.. 잠시 저희 병원에서 있다가 며칠 후 국과수나 대학병원으로 옮겨질 예정이었는데.. 사망판정 후 18시간 만에 다시 깨어나서 저희도 엄청 놀랐습니다."
".........."
"검사를 해도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것도 저희를 놀라게 했고요. 경찰에서도 조사를 하는데 아무것도 기억을 못해서 난감했습니다."
"영어로 얘길 했다고 하던데요.. 오클라호마인가? 거기 재미교포로 나왔고.,.."
"예..처음엔 영어로 대답을 해서..그것보다 이상한 게 오클라호마의 주소지를 찾아 연락을 했는데 그것도 무산되어 힘들어 하던 중 오늘 아침부터는 갑자기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겁니다. 뭐.. 해리성 기억상실증으로 사례가 있긴 한데..직접 본건 처음이라 서요..근데 유일하게 기억하는 거라곤 강서세브란스 502호라는 것만 반복해서 얘기를 해서 알아봤죠.
지금 입원하고 있는 환자들은 전혀 모른다고 해서 혹시나 저희 병원에 입원한 1주일 전의 환자들까지 조사하게 되었던 거죠.."
"예........ 그럼 지금 혁이는 아무것도 기억 못 하는 건가요?"
"예. 자신의 이름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럼 전 어떻게 해야 되죠?"
"일시적인 기억상실증 이라면 주변 환경과 지인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니까요. 데리고 가서 하나씩 기억을 찾는 단계를 거친다면 예전의 브래드로 돌아올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몸은 어때요? 너무 많이 말랐던데..."
"한 달 동안 거의 영양제로만 살다시피 해서요. 음식물을 섭치하게 노력해봤는데.. 몸에서 받질 않더군요..그래도 지금 상태는 지극히 정상입니다. 몸이 마른 건 사실 처음에 저희 병원에 왔을 때랑 별로 큰 차이도 없었고요."
"예...그럼 당장 지금 데려가도 되나요?"
"그건 좀 곤란하고요.. 내일 원장선생님 출원하시면 좀 뵙고 가시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그럼 저 혁이랑 같이 있어도 되죠?"
"예.."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곤 혁이가 있는 병실로 다시 들어간 미정은 자신을 보자 웃는 혁이를 보며 눈물을 짓게 되었다. 의자를 바짝 당겨 혁이가 앉아 있는 침대 바로 앞에 앉는다.

"왜 웃어!"
"예?? .그..그냥요.."
"참나.. 넌 자신이 지금 어떤 처진지 알기나 해?"
"............."
"군대는?? 너 군대 간다며!"
"군대요? 제가 군대 가야 되요?"
"에휴............. 난 기억나니?"
"모르겠어요.."
"응? 모르다니?? 뭐 기억나는 게 있어?"
"누나를 안았을 때.. 머릿속에 뭔가가...."
"뭔가?? 뭐 생각나는 거 있어?"
"포동포동......"

"퍽!!!!"

혁이의 엉덩이를 주먹으로 있는 힘껏 때렸다.

"읔....환자를 왜 때려요.."
"환자는! 몸은 건강하다고 의사선생님이 다 말해주셨거든!!. 어디서 구라를..."
"참나.. 누난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게 문제라니까요!!"
"응?? 혁아.........."

익숙한 듯 자신을 대하는 혁이를 보며 미정은 다시 눈물짓게 된다. 한 달 동안 속병으로 고생했던 기억은 어느새 전부 사라진 채 혁이가 자길 기억해준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기억하는구나.."
"............................"
"사실 너랑 난... 세 번밖에 안 만났어..."
"예??"
"그리고 너 모습도 많이 변했고..."
"근데 전 줄은 어떻게 아셨어요?"
"그러게...나도 잘 몰라.."
".............."
"다만 한 가지...느낌이...느낌이 왔다고 하면 이상한가?"
"느낌이요?"
"응... 내속에 네가 처음 들어왔을 때..그 느낌은 아마 평생 동안 잊지 못할 거야.. 그리고 오늘 한 달 만에 다시 만났는데도.. 충분히 네가 너라는 걸 알 수 있었고.."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괜찮아.. 천천히 알면 되지..근데 진짜 기억 하나도 안나?"
"예.......... 의사 말로는 제가 21살이라고 하는데...21년이라는 시간을 도둑맞은 거 같아요.."
"영어는? 영어로 말 했다고 하던데.."
"그것도요.. 제가 미국에서 살았다고 하는데.. 아마 그래서 그럴거에요.."
"응.."
"근데 누나.."
"응?"
"오늘 자고 갈거에요?"
"응. 왜?.."
"그냥요.."

이상했다..자신을 처음 본다는 혁이 치고는 너무도 익숙하게 자신을 대한다..혁이도 마찬가지였다. 미정을 대하는 이 익숙함이 전혀 낯설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혁이를 데리고 미정은 집에 돌아왔다.
원장선생님과 함께 경찰을 불러서 신원보증을 하곤 생각보다 간단하게 병원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혁이의 몸에 관심이 있는지 원장선생은 적극적으로 자처하며 신원보증인이 되었고, 물론 미정이도 거짓말을 하면서 혁이를 옹호했다.
문제는 엄마와 여동생 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군대에 가있는 남동생을 제외하곤 이 집안에 남자는 한 번도 들인 적 없었기에 놀랄 엄마와 여동생을 어떻게 설득할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집에 들어갔을 때... 혁이를 본 엄마는 깜짝 놀라했다. 우선 혁이를 동생 방에 데려다 두고 미정은 사정설명을 하려는데 갑자기 엄마가 먼저 말을 꺼낸다.

"혹..혹시 그때 그 학생 아니니?"
"예?? 무슨 학생?"
"그때 있잖아!! 너 병원에 입원할 때!!"
"아~~ 기억나 엄마?"
"근데 둘이 무슨 사이야?"
"엄마는... 그냥 아는 동생이야..."
"아는 동생?? 참나...그냥 아는 동생을 막 집에 들이니?"
"엄마.. 차차 설명할게.. 절대 나쁜 애 아냐.."
"모르겠다..미니 들어오면 그때 다시 얘기해..."
"응.. 고마워.."


저녁상 앞에서 혁이는 엄청 쫄아있다.
미정을 제외한 두 여자가 자신에게 관심이 담긴 시선을 때지 않고 꼭 잡아 먹을 듯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백발이 눈에 거슬리는지 미정의 동생인 미니는 계속해서 얼굴과 머리카락을 번갈아 쳐다보며 젓가락 직을 하고 있다.

"언니..그래서 막둥이 방에서 재운다고?"
"응. 괜찮지??"
"난 별론데...아무리 막둥이가 없다지만 함부로 집에 남자 들이는 건 아닌 거 같은데. 그리고 진짜 기억상실증이란 게 있기는 하는 거야? 혹시 무슨 목적가지고 병걸린거처럼 행동하는지 어떻게 알아?"
"무슨 목적??"
"뻔하지!~~ 남자가 여자들만 사는 집에 들어오려고 하는 게 뭐가 있겠냐!"
"뭐?? 미친지지배.....그걸 말이라고 하냐! 우리 혁이 안 그래.."
"우리혁이??"
"응?..아니 혁이.."
"그래 미니야.. 저 학생 보기에도 많이 아파 보이는데...엄마는 기억 돌아올 때까진 괜찮을 거 같아....혁이 학생 솔직히 말해봐...기억이 아무것도 안 나?"
"예??...예....."
"아무리 봐도 수상한데..."

바늘방석이었다. 혁이의 문제점을 찾아내려는 듯 미니는 계속해서 혁이를 쳐다보며 밥을 먹는데 하마터면 채할 뻔 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가족과 혁이는 거실에 앉아 텔레비전을 봤고, 미정이가 설거지를 다하자 각자 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일종의 집안의 룰 같았다.
순번을 정하고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를 할 때까진 전부 거실에서 모여 있는...
각자 방으로 흩어질 때 혁이도 미정이의 손에 이끌려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미정이가 미니의 눈치를 받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자 혁이는 막둥이라 불리는 막내의 낯선 방에서 침대에 누워 과거를 떠 올려보려 노력하고 있다.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눈을 떴을 때 시계가 새벽3시를 가리키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혁이는 멍한 표정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잠시 두리번거린다.
낯선 방안에서 혼자 있는걸 알게 된 혁이는 거울에 비췬 자신을 바라본다. 왠지 모를 어색한 얼굴의 혁이는 자신이 누군지도 모른 채 미정이에게 익숙함을 느껴 온 이 집안에서 앞으로의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을 하게 된다.

답이 없다...
그리고 찌뿌등한 몸을 느끼며 목욕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그러고 보니 깨어나고 나서 세수는 했어도 목욕을 한 번도 안했다는 걸 알게 된다.

조심히 방문을 열고 화장실로 향한다. 이미 미정이 엄마가 막둥이 옷을 입어도 된다는 허락을 했기에 혁이의 손에는 추리닝이 들려있었다.
깜깜한 거실을 지나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 낮에 안내받았던 화장실로 향해 불을 켜고 들어간다.
작은 욕실에 맞지 않게 욕조가 있다.
욕조를 보니 몸을 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 혁이는 뜨거운 물을 받으며 이빨을 닦기 시작했고. 어느새 채워진 욕조를 본 혁이는 옷을 벗기 시작한다.
백발의 머리카락이 빛을 받아 투명하게 보이자 자신도 신기한 듯 거울을 쳐다보는 혁이다.

얼굴에 여러 가지 표정을 지어본다.
웃어도 보고 찡그려도 본다. 왠지 모를 낯선... 자신이 봐도 잘생겨 보이긴 한데..어딘지 모르게 이질감이 느껴지는 얼굴에 머리가 혼란스럽다.

천천히 뜨거운 물의 온기를 느끼며 발을 집어넣는다.
몸이 나른해 진다. 작은 욕조라서 무릎이 잠기지 않았지만 그런 건 상관이 없었다. 뜨거운 물속에 들어가자 혁이의 몸이 풀린다는 느낌을 받으며 고개를 젖히게 된다.

그때...
문이 열리고 미정이가 들어왔다. 눈을 감은 채 욕조 옆 변기 앞에 서서는 그대로 반바지를 내리고 앉는다.

"졸졸졸졸졸졸~~~"

혁이는 뽀얗고 이쁜 엉덩이를 보곤 말문이 막혀 욕조 안에서 몸이 굳어진 채 좌변기에 앉아 볼일을 보는 미정이를 바라본다.
하품을 크게 한번 하고는 손을 뻗어 휴지를 잡아끊고는 뒤처리를 하려는 듯 엉덩이를 살짝 들다 말고 혁이와 눈이 마주쳤다..


"................"
"꺄악~~~~~~~~~~~~~~~~~~~~~!"

내리던 손을 멈춘 채 바지도 올리지 않고 미정이는 달아나려는 듯 허겁지겁 몸을 돌리다 그대로 욕조바닥에 넘어지게 된다.
놀란 혁이가 욕조에서 몸을 성급히 일으켜 넘어진 미정이를 부축한다.

"누..누나 괜찮아요."
"읔....허리 아파.."
"일어나 봐요.."

그때 또 문이 열리고 미니가 들어오다 말고는 그대로 굳어진 채 둘을 바라본다.
발가벗은 채 엎어져 있는 미정이를 부축하는 혁이를 본 미니는 먼저 너무도 하얀 혁이의 머리와 몸을 보고 굳어졌고, 그리고 중심에 덜렁거리며 자태를 뽐내고 있는 혁이의 자지를 보고 굳어졌다.
소리도 지르지 않은 채 둘을 본 미니는 성급히 미정이게서 혁이를 때어놓는다.

"너!! 미쳤냐!!"
"예??..예??"
"이 치한새끼! 은혜를 원수로 갚아?!!"

미정이를 뒤로 무르곤 미니가 서둘러 변기 옆에 있는 막대기를 들어 혁이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아!!아파요!!"
"아파? 이 새끼가 뚫린 입이라고 그럼 아프라고 때리지!! 죽어라!!"
"?~~"

뚫어뽕으로 한참 쳐 맞던 혁이를 말린 것은 미정이였다.

"야!. 왜 말리는데?!"
"미니야.. 상황을 봐..혁이 목욕하고 있는데 내가 들어온 거야.."
"뭐??"

미니는 내리치던 뚫어뽕을 잠시 멈추고 혁이와 미정을 바라본다.

"미친년.. 너 너무 굶어서 돌았냐?!"
"야! 언니한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혁이 앞에서.."
"그럼..이 시추에이션은 먼데!!?"
"잠결에 소변보러 왔다.. 평소처럼 울만 있는 줄 착각하고...."
"..................미친년.. 소리는 왜 지른 겨.....에씨....이준기 만나고 있었는데..."

멀쑥해졌는지 들고 있던 봉을 다시 원위치 시키곤 그대로 욕실을 나선다. 그러나 미정이는 미니가 나가면서 혁이의 사타구니를 한 번 더 확인한 것을 분명히 두 눈으로 봤기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털며 일어서는 혁이의 사타구니를 쳐다보게 된다.
자신을 처음으로 여자로 만들어준 혁이의 물건은 작아 있었지만 분명히 탐스러울 정도로 큰 크기였다.
무엇보다 저 굵은 자지 위를 두르고 있는 핏줄은 첫 경험 후 호기심으로 몇 번 보게 된 남자의 사진들과는 너무도 달랐다.

"괘..괜찮아?"
"예... 아~~ 놀래라..."
"미..미안.."
"미안은요..문을 안 잠근 제 책임이죠."
"응..."

혁이가 완전히 몸을 세우자 그 형태는 더 눈부셨다. 남자경험이라곤 딱 한번 뿐인 미정이였지만... 이미 머릿속에 혁이의 자지로 꽉 차있게 된다.
아무렇지 않은 듯 몸을 털던 혁이는 대놓고 자신의 사타구니를 바라보는 미정의 시선에 부담을 느끼는지 몸을 조금 돌려 욕조 안으로 다시 들어간다..
그래도 떠날 줄 모르는 미정이였다.

"저..저기 누나.."
"............"
"누나...저 목욕해야 되는데요.."
"으..응??? 아!~~ 미..미안..."

서둘러 욕실 문을 닫고 나와 방으로 들어간 미정은 침대에 눕고는 애써 딴 생각을 하려 노력한다.
소리에 놀란 미니는 이미 잠이 깼는지 미정이를 추궁하기 시작한다.

"너 솔직히 불어라..."
"응?? 뭘?"
"언니. 너!! 저 새끼랑 썸씽 있었지?!"
"응..뭐?? 아..아냐.."
"세상물정 모르는 줄 알았더만... 어디서 영계 질이냐?!"
"아니라니까..."
"좋았어?"
"응? 뭐가?....."
"좋았냐고!! 보니까 삐쩍꼴은것 치곤 물건이 참 실하던데..."
"야!~ 말도 안 되는 말 하지 말고.. 언능 디비자!!"
"잠깐... 혹시 한 달 전에 엄마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그새끼가 저새끼냐?"
"..............."
"흠.. 대답없는거 보니까.. 맞나 보내.."
".................."
"아니야?? 그럼 내가 뺏어버려도 돼?"
"야!!"
"놀래라...크크크크..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더니.. 집까지 끌어들이냐.."
"아냐..진짜 병원에서 연락받고 우선 데려 온 거야.."
"그래서..좋았어?"
"참나.. 언능 잠이나 자..이상한 거 묻지 말고.."
"앗!! 진짜 너 했구나!! 와!! 김미정 너도 이제 여자가 됐구나!!! 호호호호호.. 이 동생이 얼마나 걱정했는줄 아냐! 평생 거미줄 치고 혼자서 독수공방 할 줄 알았더만..크?"
"얘가 점점...."
"어때?? 나도 영계는 못 먹어 봤는데.."
";...................."
"크크크크크크크.. 내일 혁이한테 물어봐야지.."
"야!!!"
"???.."

미정이는 미니한테 콤플렉스가 있었다.
뻔 한 스토리겠지만 미정이내 집도 공부를 잘했던 언니와 얼굴이 예쁜 동생이었다. 미정이가 공부에 신경 쓸 때 미니는 외모에 신경을 더 썼다.
요가에 벨리댄스..거기다가 헬스까지 일주일에 두 번씩 빼먹지 않고 다니는 미니의 직업은 미모에 어울리는 연예컨설턴트였다.
목표는 돈을 많이 벌어 가슴수술을 받는 것이다.. 유일한 자신의 약점인 가슴.. 운동으로 몸에 군살 없이 탄탄한 몸매를 유지했고 거기다가 얼굴도 일찍 가꾸기 시작해서 한 미모 했지만 역시 가슴만은 어쩔 수가 없었다. 누워 있으나 서있으나 변함이 없는 아주 곧은 성격의 가슴으로 인해 슈퍼왕뽕브라의 마니아가 된 미니였다.

미모에 자신이 있는 만큼 옌애경험도 풍부했다. 가끔 자신이 짝을 찾아줘야 하는 남자하고도 놀아나는 약간은 문란한 생활을 하는 미니였지만 그런 그녀도 규칙이 있었다.
불륜.치한.변태등의 이상성애자에게는 가차 없는 행동을 보이며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고, 이해하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상대라도 임자가 있다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만약 상대방이 거짓으로 자신을 대한 것을 알게 된다면 그에 합당한 응징을 해버렸다.

그리고 미니의 언니사랑은 대단했다. 공부만 알고 인생의 유일한 낙을 공부에서 찾은 언니였기에... 세상 물정 모르는 그런 언니를 위해서라면 굳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나서는 그녀였다. 너무 순진해서 평생 남자라고는 모르고 지낸 언니가 갑자기 남자를 집으로 불러들여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안심도 되는 미니였다.
한 때 혹시 언니가 동성애적인 경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로 언니의 연애사에 관심을 주던 시절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자를 소개시켜줘도 흥미를 못 느끼는 언니는 그저 아직 짝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결론으로 반쯤 포기하고 살아갔다.

------------

며칠 동안은 그냥 평상시와 별반 다를 거 없는 생활이 이어졌다.
한 가지 혁이의 등장에 엄마와 미정이는 조금 조심하는 듯 보였지만.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 혁이의 특별한 상황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그런 혁이였기에 어느새 가족과 쉽게 동화대어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한 가족이 되어 집안일의 순번표에도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월요일 집안에는 미니와 혁이만 있게 된다.
전부 출근을 하고 연애컨설턴트라는 직업으로 인해 일요일에 일하고 월,화에 돌아가면서 쉬는 미니였다.

혁이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
미니가 요가용 매트를 들고 짧은 민소매나시와 몸에 붙어 하늘거리는 바지를 입고 거실로 나온다.

"야. 좀 비켜봐..쇼파두고 왜 바닥에 앉아 있는데!"
"예?..아,,, 예..."

아무리 일주일동안 같이 지낸 사이라도 여자가 남자 앞에서 요가를 한다는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당사자가 아니면 잘 모른다.
거기에 유혹할 목적이 없다면 더군다나 말이다. 그러나 월요일엔 집에서 화요일엔 일주일에 한 번가는 요가 학원에서 꾸준히 요가를 하는 미니였기에 어찌 보면 혁이야 말로 방해물일 수 있었다. 그렇기에 굳이 혁이의 눈치를 살필 필요 없다는 생각에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미니였다.
동생한테 요가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던 생각을 하며 아무리 언니와 썸씽이 있는 의심이 드는 혁이였지만 그저 나이어린 동생으로 취부하며 요가에 열중한다.

뒤에서 텔레비전에 시선을 두려고 노력하는 혁이다.
미니가 여러 자세를 취하는 모습을 훔쳐보지 않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 혁이였지만..남자란 여자가 앞에서 다리를 벌리고 허리를 젖히는..그런 자세에 자연스럽게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미니의 뒷덜미에 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정지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미니의 자태는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힘든 운동을 하는지 혁이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정지된 모습으로 미니의 뒷덜미를 타고 흘러내려 민소매 나시를 적시고 있는 땀을 보며 묘한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162의 대한민국 표준 키의 미니가 몸을 점점 더 꼬는 고난이도의 요가동작을 하기 시작하자.
혁이는 자신도 모르게 밑에 있는 자신의 분신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챈다.

"누나.. 전 낮잠 좀 잘께요.."
"음~~~응?? 그러던지.."

한쪽다리를 뒷머리에 잡고 당기던 미니가 무성의하게 혁이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을 한다.
혁이는 일부러 크게 돌아 미니에게 뒷모습을 보이며 방으로 향했다. 당연히 앞쪽은 텐트를 치고 있었기에 미니에게 보여선 큰일이 생길게 뻔했기에 그랬다.

혁이가 사라지자.. 미니가 갑자기 자세를 풀고는 길게 숨을 가다듬는다.
놀라웠다..
자신의 모습을 다른 남자에게 보여주며 요가를 한다는 것이 이렇게 흥분되는 일인 줄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아니...다른 남자가 아닌 혁이에게 보여주는 것이 이상하게 흥분되는 미니였다. 분명히 요가 학원에는 한두 명의 호기심 많은 남자들이 가끔 들어왔다.
그 앞에서 다른 여자와 달리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요가를 했던 미니였기에 이 상황이 당황스럽기까지 한 것이다.

미니가 요가를 하면 할수록 이상하게 뒤에서 혁이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었다. 그와 함께.. 어느 순간 혁이의 시선이 자신을 빨아드리고 있는 듯 한 착각을 일으키며 자신도 모르게 집에선 하지 않던 약간은 야한 동작을 시작하게 되었다. 결코 자기보다 5살이나 어린 혁이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고 있는 미니가 아니었기에 혁이의 시선을 가볍게 넘기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나...시간이 갈수록 혁이의 시선에 몸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다.

남자 경험이 풍부한 미니였지만 이렇게 자극적인 요가를 해본 적은 없었다.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린 땀 같은 건 이미 안중에도 없이 자신의 팬티를 서서히 적시고 있는 이유모를 애액으로 인해 혁이가 사라진 지금 더 이상 요가를 이어갈 수 없었다.
혁이가 사라진 방으로 잠시 쳐다보던 미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러고 보니 남자와 몸을 섞은 지 좀 됐다. 약 한달 전의 짝을 찾는 남자와 가볍게 시작한 맥주 집에서의 미팅이 결국 사고를 치게 만들었는데..나름 썩 괜찮았던 남자의 테크닉에 한 번 더 몸을 섞은 게 대략 삼주 전이었으니.. 남자에 고파질 때가 됐을 거라고 스스로 생각하며 하던 요가를 끝내고 화장실로 향한다.
그리곤 샤워기를 틀어 가볍게 땀을 닦기 시작했다.
애써 흥분을 식히기 위해 찬물로 샤워를 한 미니는 참지 못하고 전화기를 든다.. 업무상 만난 사람과는 절대 만나지 않는다는 자신의 규칙을 어기게 된다.

"동석씨?? 저 미니에요...예..안녕하세요..오늘 시간 어떠세요? 저 쉬는데..그래요? 그럼 지금 나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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