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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SE2, 기억을 찾으러) - 5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3:42 780회 0건
5.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왜 민희가 여기 있냐는 말이다...잠이 들었고..누군가가 날 들쳐 업고 여기까지 데려온 거 같긴 한데..
어!~.. 그러고 보니 여긴 병원이 아니었다..

"소라누나 여기 어디에요?"
"미니 언니 집..."
"예?? 병원 에는요?"
"니가 반병신 만들어 놨는데.. 강원 애들이 가만히 있겠냐.. 나 끌고 갈 때 전부 다 봤는데....."

소라가 어제의 기억을 떠올리곤 다시 얼굴이 어두워진다..
소라의 슬픔과.. 그리고 분노가 혁이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동조하게 되었다.

"그럼.. 그 양아치들이 무서워서 여기로 온 거에요?"
"그 양아치들이 한두 마리여야지.. 못 잡아도 한 이십 마리는 될 걸.."
"그 정도야 뭐.."
"이제 일어나놓고는....몸은 말라가지고 왜 그리 무겁냐... 꼴에 또 사내라고..."
"참나... 이 꼴에도 어제 좋다고 막 끌어 안아놓고는.."
"야!!!"

소라가 민희의 눈치를 살피며 한대라도 칠 기세로 혁이에게 달려드려했지만.. 혁이의 상태에 대해 소라도 알고 있는지 이내 손을 접는다..
이 모습을 민희가 흥미로운 듯 둘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먼저 어색해한 것은 소라였다...

"언니 왜요?"
"응?? 그냥.. 너 많이 변했다.. 남자라면 치를 떨 더만..."
"제..제가 뭘요.."
"풋... 혁이씨라고 했나?.."

"예.."

"어땠어요? 소라가 남자하고 하는 건 한 번도 본적이 없었는데..."
".... 민희씨가 넘겨준 거 아니에요? 그놈들한테??"

혁이의 말에 무슨 말이냐는 듯 이해하지 못하고 눈만 멀뚱히 혁이를 쳐다보는 민희다.
혁이가 스캔한 소라의 머릿속에는 그렇게 보였기에 혁이는 원망 섞인 말로 민희를 대하고 있었고, 말투에서도 적나라하게 묻어나고 있었다.

"혁이야!.. 무슨 소리야.. 언니 놀라게.."
"소라야 가만..그게 무슨 말이에요?"

"예?......"

소라의 노려보고 있는 눈에 자신이 서무 섯부렀다는 생각을 하며 말을 흐려보지만.. 민희도 소라의 서클 선배로서 지금은 유한 모습을 풍기고 있었지만 본성은 예전에 한따가리 했을 거라는 느낄 정도의 포스를 뿜어내며 혁이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요.. 제가 소라를 어디다 넘겼다고요?"
"아..아닙니다.."
"네가 말해봐.. 그게 무슨 말이니?"
"........."

소라는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자리에 앉는다..
듣지 않아도 대충의 내용을 알수 있다는 듯 민희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주먹을 쥐고는.. 약간은 떨리는 목소리로 소라에게 확인하듯 천천히 말을 이어간다..

"언제 그랬니?? 너 간호사 시험 준비한 게 벌써 3년 전이잖아.. 그럼 4년 전에 갑자기 그만 둔다고 했던 게...... 혹시 민구니??"
".........."
"맞구나....."

민희가 억지로 분노를 참으며 천천히 얘기를 하고 있는데.. 문을 열고 들어온다..
건장한 체격의 기지바지에 반팔티를 입고는 정말로 깡패의 표본을 보여주는 각진 머리카락의 남자가 들어온다.

"역시.. 여기 있었구나.. 소라야~~~ 울 예쁜 소라 먼 짓을 하고 댕긴 거여..."

음흉하게 웃으며 앉아 있는 소라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남자가 민희가 얘기한 민구라는 걸 혁이는 알 수 있었다.
끓어오르는 분노에 당장이라도 달려들려는 채비를 하는 혁이보다.. 먼저 민희가 몸을 일으켜선 민구의 따귀를 소리 나게 갈겼다.

"짝!~~~"

잠시 얼굴이 젖혀진 민구가 아무렇지 않게 방바닥에 침을 뱉고는 간단히 민희를 밀어 넘어트렸다..
넘어진 민희가 입술을 깨물고는 치를 떨며 아무 말도 없이 민구를 노려본다.

"뭐?!! 뭐?? 어쩌라고!.."
"너 소라 건드렸니?"
"미친.. 이제 와서 뭔 상관이라고.."
"똑바로 말해.. 너 소라 건드렸어?"
"그래!! 건들인것도 모질라서 애들하고 같이 따 묵었다.. 왜?!!! 콱!!"

발을 들어 민희를 밟으려는 시늉을 하며 가소롭다는 듯 내려다보는 민구였다.. 그때 민희가 발을 꽉 잡고는 있는 힘껏 물기 시작했다.
혁이는 그제서야 민희가 포스는 느껴지지만 그건 카리스마지 몸에서 풍기는 어떠한 격투센스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민희는 싸움보다는 다정함으로 레인나이프의 동료와 후배들을 감싼 어머니 같은 여자였다.
소라와는 좀 다른.. 성 정체성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그저 만날 여자들과 어울려 놀다보니 어느새 남자보다 여자와 가까워졌고, 그 중 1대 민희의 눈에 든 2대 총장인 소라에게 남다른 애정으로 레즈를 했던 후천적인 양성애자였다.

그런 민희였기에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은 혁이와 소라에겐 어처구니없어 보일 질 몰라도 민희로선 필사적이었다..
얼마나 세게 물었는지 소리를 지르며 민구가 고통스러워 하다가 냅다 발을 휘저으며 걷어차게 된다.

민희가 벽에 머리를 찧으며 쓰러진다..

"쿵.."

"윽..."

그러나 기절은 하지 않았다. 바지밑단으로 흘러내리는 빗방울이 민희가 얼마나 필사적이었는질 보여줬고., 다시 달려드려는 행동도 그런 민희의 행동을 더 보태준다.
민구가 거대한 몸을 가볍게 피하며 민희를 넘어 트렸다.

"씁~~ 귀여워 해줄 때 말 들어라.. 어디 감히 서방한테..오늘 너한테 볼일 있는 거 아니니까..너 찌그러져 있고! 소라 네년은 나랑 좀 같이 가줘야겄네."
"너!! 소라한테 손만 대봐!! 다신 안볼 거야!!"
"풋..크하하하하하하.. 뭐? 야.. 이년아.. 너 이거 없이 살 수 있어? 미친년이 어디서 지랄이야.."

남자가 손에 들고는 흔드는 물건은 어제 혁이가 봤고... 소라가 직접 겪었던 흰 가루가 든 비닐봉지였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혁이였기에.. 조용히 일어나 민희를 조롱하고 있는 민구의 바로 앞까지 아무도 눈치 채기도 전에 바짝 붙어선 서 있었다.
혁이는 민희가 날아가 벽에 머리를 찧었을 때.. 이미 한쪽 눈이 은색의 몽롱한 빛을 바라며 변해 있었고, 민희의 행동 때문에 참고만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흰 가루가 든 봉투를 본 순간..
어제의 일과 지금 민희가 겪고 있는 일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기에..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무,,뭐야..너 뭐냐고!"

당황하며 자신의 바로 앞에 서 있는 혁이에 놀란 민구가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선 소리를 지르듯 윽박을 지른다.

"네가 민구냐?"
"미..민구냐?? 이..새끼가.."

민구가 주먹을 날렸다.

"퍽!.."

힘없이..아니 있는 힘을 다해 주먹을 날린 민구였지만.. 꼭 전봇대를 주먹으로 후려갈긴 듯 한 고통을 느끼며 이내 손을 품에 안고는 얼굴을 찡그리기 시작한다.
이럴 리가 없는데.. 자신의 펀치력은 동네에서 하는 편치볼의 만점에서 5점정도 밖에 모지라지 않는 점수를 기록할 정도로 매운 주먹이라고 자부하고 있던 민구였기에 혁이의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에 뻐금거릴 뿐 얼굴이 사색이 되기 시작한다.

"어제.. 너네 보스라는 놈 머리통에 구멍 낸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지?"
"무..뭐??"
"소라 데려가지 말고 날 데려가.. 그게 어제 일에 대한 설명을 들을 방법으로 훨씬 수월 할 테니까."
"그..그럼 네..네가??"
"그건 됐고.. 차마 미니누나 앞이라서 네 머리통에 구멍 내기는 싫으니까.. 이 형님이 하는 말 잘 듣고 거짓말 하나 보태지 말고 대답해 줄래?"
"....."

쥐고 있는 주먹의 고통에 민구는 이미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다. 지금 약지와 중지가 부러져 이상한 형태로 민구의 품에 안겨있다는 걸 민희나 소라는 모르고 있었다.
사실 거대한 민구가 주먹을 날릴 때 혁이는 그 짧은 시간에 가볍게 머리를 이동해 이마로 날아오는 주먹에 정확히 맞춰 가격을 한 것이다.

그러나 민구는 마지막 허세를 부리려는 듯 꿇고 있던 무릎을 세워 일어나려 했다.
가만히..그리고 천천히 혁이가 손을 올려 민구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꿈쩍도 못하고 그대로 어중간하게 무릎을 굽힌 민구는 다시 한 번 혁이를 올려다본다.
안간힘을 쓰며 혁이의 손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혁이의 손은 꼭 자석과 같이 민구의 몸을 누른 채 움직이지도 않았기에 이내 민구는 무릎을 꿇고 혁이의 앞에 정좌하게 된다.

식은땀을 흘리며 반팔 티까지 다 적시고 앉아 있는 민구의 모습에 민희는 많은 충격을 받고 있다.
소라야.. 어제 혁이의 정체에 대해서 조금은 엿볼 수 있었지만..
기껏해야 175정도로 보이는 혁이의 키와 상체를 벗고 있어 보이는 왜소한 몸매로 머리하나는 더 있어 보이는 100kg의 민구를 간단히 제압하고 있는 지금 상황은 민희 뿐만이 아니라 일반인이라면 입을 벌리고 그저 쳐다보고만 있게 만드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기에 민희는 혁이의 모습을 놀래며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야 혁이의 한쪽 눈이 은색으로 아름답고도 괴의하게 빛을 바라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소라와 달리 민희는 등에 소름이 돋는걸 느낄 수 있었고.. 자신도 모르게 주저앉은 채 조금씩 뒤로 엉덩이를 끌며 물러나고 있었다..
이런 반응이 사실 일반적이라는 생각에 혁이는 힘을 풀며 다소 부드럽게 민구의 앞에 양반다리로 앉는다.

무릎을 꿇고 식은땀을 흘리며 정좌를 하고 있는 민구의 앞에 양반다리로 어른처럼 앉는 혁이의 모습으로 방안의 공기는 좀 어색하게 변해버렸다.

"그래서.. 지금 전부 우리 찾고 다니는 거냐?"
"...으..응.."
"응?"
"에...예.."

혁이의 눈만은 살기를 거두지 않았기에 반말로 대답한 민구는 곧 존댓말로 얌전한 한 마리의 양이 되어 간다.

"몇 명이냐? 남은 사람이."
"2..20명정도.."
"네 머릿속에 구멍 뚫고 직접 기억 꺼내기 전에 바른대로 말해라.. 어제 그 보스라는 놈 봤겠지만.. 그놈 머릿속에 있는 정보로 대충 알고 있으니까.."
"그..그게 지금은 20명 정도고.. 고딩들까지 동원한다는 말이.."
"고딩??"
"예..예..."
"권홍만 그 새끼는? 그 새끼도 지금 발칵 뒤집혀졌을 텐데.."
"......."

혁이의 입에서 국회의원이 이름이 나오자 더 놀란 민구가 빤히 쳐다보고 앉아 있다.

"얘기 했지.. 니 보스새끼 머릿속에서 다 끄집어냈다고.... 그 국회의원 새끼는 지금 어디 있어?"
"과..관서에요.."
"관서?"
"예..예....."
"국회의원이 관서가 있어?"
"우..워낙 힘이 있으신 분이라서...."
"혼자 있냐?"
"아..아뇨.. 저희 애들 3명하고.. 의원님 지키는 놈 두 명 정도가...."
"그럼.. 지금 너한테 부탁하나 할께..이건 부탁이니까.. 안 들어줘도 나중에 너 대가리만 딸거니까... 크게 부담 갖지 말고 잘 들어라.."

혁이의 친절한 협박에 민구가 조용히 침을 삼킨다..
혁이의 말에는 거짓은 전혀 없어 보였고, 혁이의 지금 모습이라면.. 자신의 목이 쉽게 날아가는 상상이 되었기에 혁이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지금 바로 병원에 가서 너 손가락부터 고치고.. 그 관서라는 곳에 가서 정확히 몇명있나 하고, 그 국회의원이 어디에서 쳐 자는지 정확히 나한테 전화해.. 알았니?"
"예..예...."
"아!.. 그리고 딴 짓은 안하겠지만.. 지금 보여주는 거 꼭 기억하면서 내 부탁 들어줘라.."

혁이가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바닥에 뒹굴고 있는 목침을 민구의 바로 눈앞에 들어 쥐고는 다른 손의 검지를 세우곤 천천히 목침의 정 가운데에 손가락을 밀어 넣기 시작한다.

"뿌..지..지..직....."

손가락이 꼭 스펀지를 뚫고 들어가 듯.. 들고 있는 목침의 중앙에 숨어들어가기 시작한다..
민구는 혁이가 조금의 찡그림 없이 가볍고 부드럽게 손을 조금씩 들이밀며 목침에 구멍을 내는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차력을 하는 사람 중 순간의 가속도를 이용해 단단한 수박이나 호박에 구멍을 내는 건 본적이 있었지만.. 지금 혁이는 오로지 힘만을 사용해.. 그것도 천천히 이 단단한 목침에 구멍을 내고 있었다. 민구는 더 식은땀을 흘리며.. 어느새 목침에 다 사라져버린 혁이의 검지를 찾으려는 듯 눈을 때지 못하고 있다.

"봤으면.. 얼른 일어나라.. 이 손가락이 네 보스처럼 네 머릿속에 들어가서 휘졌기 전에.."
"예...예........."

서둘러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간 민구를 보며 길게 한숨을 쉬며 손가락을 빼는 혁이었다.
목침을 내려놓자.. 민희가 조심스럽게 다가와..목침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구멍이 정 중앙에 나 있는 목침에 민희도 눈이 휘둥그레져선 혁이와 목침을 번갈아 쳐다본다..

"언니.. 혁이가 힘이 많이 좋아요.."
"이..이게 단순히 힘이 좋은 거니...??"
".........."

"민희누나.. 저 사실 돌연변이 같아요.. 소라누나가 저 맨 처음에 발견했을 때,... 그 이전의 기억이 하나도 없어서 여기 찾아 온 거거든요.."
"그..그럼.. 옛 기억이 하나도 없단 말이에요?"
"예..."

씁쓸하게 웃는 혁이의 미소에 조금씩 겁먹었던 민희의 마음이 수그러들기 시작한다...
이것도 혁이의 호르몬 작용이긴 했지만.. 그걸 모를 민희와 소라였기에 지금 혁이의 미소만으로 안도감이 드는 이유를 쉽게 찾지 못한 채 그냥 몸에 힘이 빠지는 이유를 긴장감이 풀렸기에 그럴 거라고 생각을 한다..

"그럼.. 혁이씨는 기억 찾으러 여기 온 건가요?"
"예... 그런 셈이죠.."

"언니..."

민희와 혁이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고개를 숙여 바닥을 바라본 채 소라가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지도 못하고 민희를 부른다..

"응?.."
"언니.. 이거 언제부터 했어?"
"뭘??..앗...."

서둘러 바닥에 떨어져있던 흰색가루가 든 봉투를 숨겨보지만.. 이미 다 본걸 모른 채 할 소라가 아니었다.

"언니 미쳤어?!! 저 새끼랑 잘 산다며!! 나랑 헤어질 때.. 나도 좋은 남자 만나라며!! 이게 뭐야!!"

절규와 같은.....
소라의 목소리에 고개를 떨군 민희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민희의 팔을 거칠게 잡아 챈 소라가 입고 있는 민희의 소매를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
많은 주사바늘 자국이 혁이의 눈에도 보인다..

그리곤 소라가 민희의 양말까지도 벗겨 버리자.. 엄지와 검지 발가락 사이에도 다량의 주사바늘 자국을 볼 수 있었다..

이 많은 양의 자국들로.. 이미 민희의 몸이 그 흰색 가루에 몸을 맡긴지 오래 됐음을 짐작 할 수 있었다..

"이..이게 뭐야!.. 저번달만해도 잘 사니까.. 나만 걱정하라며!!."
".........."

흐느끼는 소라와.. 그리고 애써 눈물을 참는 민희를 본 혁이는 조금 물러앉게 되었다. 당장이라도 밖으로 나가야 했지만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혁이의 몸이었다.
일어나자마자 또 한 번의 변신은 혁이의 몸에 많은 무리를 줬던 것이 사실이다..
애써 표시내지 않는 혁이었지만.. 차마 일어나서 방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뭐라도 먹어야 신진대사율을 보충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은 지금의 분위기에서 그냥 생각만으로 남겨두고 있었다.

"언니.. 혹시 너 저 새끼한테 속아서 몸도 팔았어?"
"......"
"진짜 뭐야!! 이게 말이 돼!! 나랑 헤어지면서 민구는 좋은 놈이라며...이 새끼.. 내가 죽일래.. 당장 이 새끼를.."

흥분하며 몸을 일으키는 소라의 손을 잡는 민희였다. 어느새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린 채.. 소라를 어렵게 올려다보며 겨우 말문을 연다.

"하지마.. 죽여도 내가 죽일 거야... 난 정말 너까지 그렇게 만든지 몰랐어...그냥 민구랑 살다보니까... 돈이 필요했고... 도저히 맨 정신으로는 딴 남자들하고 몸 섞을 자신이 없어서..."
"............"

둘은 잠시 그렇게 주저앉아선 울기 시작한다.
소리도 내지 않고.. 입술을 깨물고는 흐느낌을 참는 그런 그녀들의 모습에 혁이의 가슴이 더 아파왔다.
두 여자는 서로를 배려하려는지 눈물을 참고 있는 듯 보였다.. 누구 한명이라도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한다면.. 아마도 따라 울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지 혁이 앞에서 그렇게 둘은 눈물을 힘겹게 참고 있었다.

한참을 흐느낌마저 없는 울음을 쏟아낸 둘은 결국 참지 못하고 배에서 꼬르륵 소리를 낸 혁이로 인해 멈추게 되었다...

"죄..죄송해요.. 어제부터 아무것도 안 먹고.. 계속 무리만 했더니.."
"... 잠깐만 기다려요.. 나가서 먹을 거 사올께요."
"예? 아니에요 집에 있는거 아무거나 주세요.. 지금 밖에 나가면 위험해요.."
"괜찮아요.. 여긴.. 여기 아는 사람은 민구밖에 없어요.. 지금 도망간 민구놈 보니까.. 아마 까발리진 않을거에요.."

말을 끝내고 말릴 틈도 없이 민희가 밖으로 걸어 나갔다..
더 이상 민희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자..그제야 소라가 엎드리며 한없이 울기 시작한다.

많이 참았던 만큼.. 한없이 엉엉거리며 울기 시작한다.. 몇 분이나 계속 그렇게 울고 있는 소라였기에 이제는 숨쉬기도 힘이 드는지 기침까지 시작했다.
혁이가 다가가 소라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일으켜 세웠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된 채 여전히 울고 있는 소라의 얼굴에 혁이가 손을 가져가 닦아주기 시작했다.

"에잇... 디러....다 큰 처녀가 이게 뭐에요.."
"흑~~흑~~ . 너... 너 뒤질래..."
"큭큭큭. 역시 누나는 이래야 누나지.."
"흑... 지금 웃음이 나와?"
"민희 누나도 소라누나만큼 힘들었잖아요.. 그럼 서로 위로해줘야지...이렇게 혼자들만 끙끙거리면 뭐해요.. 제가 누나들 편히 살 수 있도록 정리 해 놓을게요..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

소라가 혁이를 빤히 쳐다본다.
그리곤 조용히 말을 이어간다.

"넌.. 안 무서워?"
"무섭죠.. 왜 안 무서워요.. 어제도 칼침을 제대로 맞았는데..살아있고 상처가 다 아물었지만.. 그땐 얼마나 아팠는데요.."

혁이는 변신을 하며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한다..
예전이라면 이미 이성이 날아가 끊어졌을 때의 기억도 못했다면 지금은 어렴풋이 기억을 하고 있다.

"그..근데.. 왜 이렇게 나한테 잘 해줘?"
"몰라요..."
"몰라?"
"음... 누나 보지가 너무 맛있어.."

"퍽!~"

"윽~"

듣고 있던 소라가 보지라는 단어에 혁이의 뒤통수를 후려 쳤다.

"이게 어디서 맞먹을라고.."
"아파요.,."
"왜?! 나도 아까 그 돼지새끼처럼 힘을 굴복시키려고?!!"

무섭게 노려보지만.. 귀엽다는 생각이 드는 소라였다.

"제가 이 세상에서 절대로 안 때리는 사람이 있는데요..첫 번째는 어린이고요.. 두 번째는 예쁜 여자에요.. 그리고 세 번째가 착한 사람이고요."
"그럼 난 예쁘니까 안 때린다는 거야?"
"아뇨.. 착하니까요.."

"퍽!~"

"아씨!! 자꾸 때린데 또 때릴래요?!!"
"말!! 말 진짜 예쁘게 한다!!"
"참나...솔직히 예쁜 걸로 치면 누나보다 민희누나가.."

또 날아올 줄 알았던 소라의 손에 혁이가 움찔거리며 머리를 피하는데.. 생각과 달리 그저 혁이만 바라본다.

"왜 안 때려요?"
"미니 언니 예쁘지?"
"예??...그야... 그래도 소라 누나가 더 예뻐요.."
"아냐.. 미니 언니가 얼마나 예쁜데.. 지금은 저렇게 말라서 많이 수척해져서 그렇지...옛날에는 진짜 예뻤어..."
"지금보다 더 예뻤어요?? 와!~~"

소라가 눈을 흘긴다..

"그래서.. 혁이야."
"예??"
"어제 나한테 해줬던 거.. 미니 언니한테 해주면 안 돼?"
"예?? 뭘요?"
"그..그거...어떻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약에 취해서 정신 못 차리고 있을 때...너랑....그거 하니까 몸안에 있던 약이 다 사라졌잖아.. 그리고.. 상식적으로 벌써 몇번을 약을 찾았을텐데..
그런 것도 없고.."
"........"
"혁이야.. 제발 부탁이야...응?!!"
"참나.. 지금 저보고 이 여자 저 여자 다 따먹으라는거에요?"
"그..그게 아니잖아!!"

이번에는 혁이의 말이 좀 거슬렸는지.. 소라의 말에 짜증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싫어요.. 아니 정확히는 아마 어제 같은 일은 없을거에요.. 민희누나랑 몸을 섞어도.."
"왜?"
"어제는 솔직히 누나가 꼭 제 여친처럼 보였고,,, 필사적으로 누나 살려야 된다는 생각밖에 없었기에 그런 반응이 일어났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아니 그게 확실할거에요.."
"근데?"
"민희 누나는 솔직히 지금 처음 보는 사인데.. 그런 감정이 드는 게 이상한 거죠.."
".... 너 몰랐는데...냉정하구나.."
"예? 아니.. 뭐가 냉정해요.. 그럼 제가 여자만 보면 연민부터 느끼는 그런 바람둥이였으면 좋겠어요?"
"그..그건 아닌데.. 그래도 미니 언니가 얼마나 나한테 소중한지 알잖아.. 나 저런 언니 더 이상 못 보겠어...이미 약 없으면 못 사는 몸이 됐는데.. "
"재활원에 가면 되죠.."
"넌.. 마약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 내가 왜 간호사가 됐는지 아니? 알고 있겠구나.."
"몰라요.. 제가 보고싶은것만 보는 게 아니고 보여지는 것만 보는거에요.. 근데 왜 간호원이 된건데요?"
"내...가...... 5년 전에 그 돼지새끼들한테 강간당하고도.. 며칠 동안을 알몸,,,으..로.... 약에 절어 있었는지.,. 그리고 꼬박 1년 동안 재활원하고 지금 원장선생님의 도움으로 겨우 약에서 해어날 수 있었단 말이야.. 그래도 가끔 생각나서 미쳐버릴 거 같은데.... 근데 어제 너랑 그렇게 좋은 섹스하고 나서 지금은 약이라면 혐오감까지 든단 말이야..
뭐..뭐가.. 내 몸에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하옇튼...... 그러니까 혁이야.. 응?!!"

소라의 애원이 담긴 부탁에 혁이가 조금 흔들리기 시작한다.
혁이도.. 민희의 팔과 발가락 사이의 자국을 봤고,, 민구라는 놈을 봤기에 민희가 측은하게 느껴지긴 했다.
하지만 사실 혁이는 자신의 정체도 정확히 모르는데 자신의 몸에 의해 상대방 여자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서 두려워하고 있었다.

소라의 경우는 특별한 케이스였기에 앞뒤 가릴 처지가 아니었지만.. 되도록이면 민희는 정상적인 병원에서 치료를 통해 약을 끊게 하고 싶은 심정이 사실이었다.

계속되는 소라의 애원에 곤란해 할 때.. 문이 열렸고 민희가 한봉다리 가득 빵과 음료수를 사 들고는 들어온다.
소라의 행동에 들어오다 멈칫하고는 둘을 쳐다본다.

"뭐하냐.. 벌써 사랑놀이 하는 겨? 참나.. 언제부터 네가 그렇게 애교가 많았냐..2대 총장 소라양!!~~"
"아..아니에요.."
"아니긴.. 아주 좋아 죽는구먼.."
"참.. 아니라니까 언니는.."
"나한테 뺄 필요 없고... 혁이씨 이거라도 먹어요.. 지금 마땅한 게 없어서 우선 빵하고 우유등 몇 가지 사왔어요.."
"감사합니다.. 사실 지금 아사직전이었어요.."

혁이가 황급히 봉투를 받아 들고는 거의 폭풍 흡입하듯 빵들을 단숨에 입에 집어넣기 시작한다.
소라와 민희가 혁이의 행동에 멍하니 또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비닐봉지를 가득 채우고 있던 빵들이 1/3로 줄었을 때.. 그제야 두 여자의 시선을 느낀 혁이가 멋쩍은지 봉지 안에 있던 빵을 꺼내 내민다..

"죄...죄송해요.."
"쿡호호호호호호호.. 많이 드세요. 또 사올게요."
"아니에요.. 이제 배도 반 이상 찼어요.."
"반이요? 하하하하하하하"

"에고 저 비렁뱅이 새끼.. 남자 망신 혼자 다 시킨다.."

"배고픈데.. 체면이 중요해요.."
"큭큭.. 맞아요.."

"근데 소라야.. 혁이씨 얘기 들어보니까 온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벌써 그렇고 그런 사이니?"
"아..아니에요.."
"흠~~ 너 남자한테는 전혀 그런 거 못 느낀다고 하더니...날 속인 거네.."
"언니는..."
"호호.. 너 은근히 귀엽다..멋없는 계집앤 줄로만 알았는데..진작 이랬으면 민구 선택 안하고 너 선택...."

말을 하던 민희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애써 잊으려던 걸.. 농담을 하며 무의식중에 과거를 떠올린 민희였기에, 하던 말의 아픔을 느끼곤 더 이상 잇지 못한다..
듣고 있던 소라도 같은 심정인지.. 잠시 망설이곤 이내 결심한 듯 민희의 손을 잡고는 진지하게 말을 꺼낸다.

"언니.. 언니 약 끊을 거죠?"
"응?? 끊어야지...근데... 지금 병원에 들어가면..아마 학교부터 들어갈 걸..."
"약 끊고 싶은 거 맞죠?"
"............응.."
"그럼 혁이한테 한번 맡겨 봐요."
"혁이씨?? 뭘?"

민희가 소라의 말뜻을 이해 못하고 혁이를 바라본다.. 괜히 머쓱해진 혁이가 고개를 숙인다.

"혁이 몸이 이상한 건 봤죠? 언니.. 저 사실 어제 끌려가서 강제로 뽕을 한 번에 두 방이나 맞았어요. 근데 혁이랑 자고 나니..까.."
"뭐? 어제 끌려서가 뭘 맞았다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혁이랑 몸을 섞고 나니까.. 약이 전부 없어졌어요.. 아니 몸에서 분출 됐다고 해야 하나.. 하옇튼 약생각도 안 나고 오히려 구역질까지 나요.."
"........무슨 말이야?"
"언니 약 끊을 거죠? 그럼 제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얘는.. 갑자기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리야."

"누나.. 제가 무슨 접붙이는 개도 아니고."

"넌 닥쳐.. 언니..예~~~?!!! 제 말 한번 믿어 봐요.."
"넌 혁이씨 좋아하는거 아니었니?"
"아..아니에요.."
"됐어.. 어차피 썩어 문들어질 몸인데.. 얼마나 오래 살겠다고..그래도 소라 만나서 오해 풀었으니까 여한이 없다.."
"언니!!"

혁이는 어이없었지만.. 소라의 간절한 부탁을 쉽게 거절할 수 없었기에 그저 소라의 말을 듣고만 있다.


--계속--
쓰고 있는 네가지를 돌려막기식으로 올리다보니 ㅡㅡ;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이제야 시즌1원에 나왔던 주요 인물하고 제회가 이뤄지는 장면으로 들어가내요.. 시즌2에서 혁이가 기억이 돌아오는 과정을 그려내는 중요한 힌트를 주는 장면으로 불행한 민희의 운명을 비춰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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