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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여자 이야기 2 - 7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3:42 857회 0건
[벽지 얼룩 지우는 법...

락스를 희석 시킨 물에 물티슈를 담았다가 짜서 톡톡 두드려보세요.]

방안에 남아있던 신혜의 작품들을 함께 치우려 했을때, 신혜는 기겁을 하며 나를 화장실로 몰아냈다. 샤워나 하라고. 하라는대로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때 신혜는 알몸으로 눈물을 머금고 교자상 위에 있는 내 노트북으로 벽지 얼룩 지우는 법을 검색하고 있었다.

"아직 마르지도 않았는데, 닦이겠어요? 마른 다음에 상태 보고 해야죠"

아무런 성의도 없으면서 함께 고민해주는 척을 해본다. 하는김에 좀 적극적으로, 젖은 벽지를 손으로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본다.

"하지마~. 창피하단말야."

신혜를 괴롭히는 것에 중독될것 같다. 반응이 너무 귀엽고 재미있어 멈출수가 없다. 이러다가 진짜 변태가 될거 같다.

"에이, 냄새도 안나고, 색도 없잖아요. 얼룩 좀 남으면 어때요?"

"수지가 보면 어떻게해?"

수지가 보면? 뻔하지. 윤신혜는 아주 약점 제대로 잡히는거 아니겠어? 내가 괴롭히는게 그냥 밍밍한 드립커피라면, 최수지의 악마본능은 에스프레소 정도는 되잖아. 신혜는 그게 두려울거다.

"그냥 놔뒀다가 마르면 락스로 냄새만 빼고 위에다 새로 붙이면 어때요?"

"너 할줄 알아? 풀도 쒀야되고, 도배가 얼마나 어려운데?"

"그냥 스티커같이 붙이는거 있어요. 내일 저랑 같이 사러 가요."

신혜의 얼굴이 금새 환해진다.

"나 그럼 씻을게."

"네"

"맞다"

신혜가 화장실 문을 열다말고 말을 꺼낸다.

"오늘 언제 갈거야?"

"누나 씻고 나올때까지는 기다릴게요."

"자고가면 안돼?"

응? 안될게 뭐있어. 나야 고맙지.

"나 혼자 있기 싫은데. 오늘만 여기서 자면 안돼? 내일은 나도 집에나 갈까 해서. 오늘만, 응?"

내가 제발 재워달라고 빌어도 모자랄판에, 이게 무슨 횡재인지 모르겠다. 고민할거 뭐있나, 쿨하게 그러겠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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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하네"

"그렇네요"

둘이서 침대에 나란히 누워 천장을 보고 있다. 말 그대로 어색하다.

"근데, 신기해"

"뭐가요?"

"이렇게 같이 누워있는거"

"그렇네요"

"그렇네요"

신혜가 내 말을 따라한다. 조금 멍청해보이는 말투까지. 그리고 혼자 킥킥댄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을까.

"처음에 이 방에서 너 봤을때는 진짜 싫어했었는데"

"싫었어요?"

"응. 나쁜놈 같았어"

"왜요?"

"가뜩이나 수지가 좋아하는 사람 생겼다고 해서, 걱정 많이 했었거든. 나쁜사람이면 어쩌나하고."

"근데요?"

"나쁜 사람이었어. 만화방에서 수지한테 그런거 시키고..."

"봤어요?"

봤구나. 그때 대충 눈치가 이상하긴 했는데.

"만화방 카운터에 있으면 다 보여."

"그래서 저 싫어했어요?"

"응"

"지금은요? 완전 좋은놈이죠?"

"아니. 진짜 진짜 나쁜놈이야."

"그래서 싫어요?"

"응"

"근데 이러고 있는거에요, 저랑?"

"헤헤"

살짝 푼수끼가 있는 여자가 귀엽다는게 진리라는걸 이여자를 보면 느끼게 된다.

"나 사실 어제까지도 마음을 못정했었어. 수지는 자꾸 너 좋으면 솔직하게 지내라고 했어도."

"그럼 어제 그게 그렇게 효과가 좋았어요?"

"톡"

신혜가 살짝 내 가슴을 친다.

"그런거 아니야. 니가 대답을 잘해서 그런거야"

"무슨대답요?"

"내가 물어봤었잖아, 수지보다 나 더 좋아할수 있냐고"

"아..."

"니가 아니라고 해서, 나도 마음이 편했어"

그런거였구나. 그자리에 수지가 없었어도 같은 대답을 했을까? 그래. 그랬을거야. 잘했어 문재수.

"근데, 왜 수지누나는 나한테 병신이라고 했어요?"

"수지 원래 그런 표현 부담스러워하잖아... 근데 있잖아."

"네"

"정말로 나 더 좋아해줄수 없어?"

"....."

"바보. 이럴때는 거짓말이라도 하는거야."

신혜 쪽으로 돌아눕는다. 신혜는 이미 나를 보고 있다. 머리카락을 쓸어본다. 윤신혜도 바보다. 나 사실 많이 흔들린다고. 당신이 나때문에 힘들어하고, 나때문에 즐거워 하는 모습 볼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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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우리는 계획대로 벽지를 사러갔다. 워낙에 흔한 패턴이라 그런지 같은 무늬의 벽지가 있었다. 것도 스티커처럼 바로 붙일 수 있는것으로. 문제는 그게 수량이 별로 없어서 방안 전체에 붙이는건 고사하고, 한쪽 벽도 다 채우지 못할정도였다는것이었다. 그냥 아쉬운대로 그거라도 사서, 원래 있던 무늬에 맞춰 붙여놓으니 감쪽같았다.

"됐죠, 이제?"

"응"

"이제 집에 갈거에요?"

"응, 갔다가 나도 일요일에나 오려고"

그렇게 개학후의 일주일이 지나갔다. 그 짧은 시간동안 정말 엄청난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졌고. 지금 나는 처음 억지로 SF동아리 입회를 하던 그때의 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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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일 오전수업. 오랜만에 보는 수지가 있다. 오랜만이라고 해봐야 3일 못본건데 이게 이렇게 반갑다. 여전히 수수한 차림에 도수없는 안경. 반가운 마음에 얼른 옆자리에 앉아 인사를 건낸다.

"왔어?"

"저 안보고 싶었어요?"

수지가 웃어준다. 그리고 따뜻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뭐라고 대답할거 같아?"

최수지 스타일이면 뻔하지. 너같은거 보고싶었겠냐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겠지 뭐. 하지만 그대로 말하면 당연히 맞을거니까 대충 둘러댄다.

"솔직하게 보고 싶어 죽는줄 알았다고?"

"아닌거 뻔히 알면서 너도 참 질겨, 그치?"

수지가 내 볼태기를 쥔다. 이 손길이 너무나 그리웠다. 서로 마주보며 웃는다. 그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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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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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이 모두 끝나고, 당연한것처럼 나는 수지의 원룸으로 향했다. 수업이 먼저 끝난 신혜가 혼자 공부를 하고 있었다. 저 자세를 본받아야 하는데, 잘 안된다.

"왔어?"

신혜가 반갑게 나를 맞아준다. 아, 이 주제넘은 행복. 갑자기 불안한 기분이 든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걸까? 딱히 복받을만한 일을 한것도 아닌데. 뭐, 당장에 그런 걱정보다는 실컷 행복하고 싶다. 신혜와 함께 앉아 나도 숙제들을 늘어놓고 하나 하나 정리한다.

저녁시간쯤 되서 수지가 돌아왔다. 함께 식사를 마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최수지의 눈치센서가 당연히 꺼낼 이야기를 꺼낸다.

"벽지가 좀 이상해, 그치?"

"뭐가?"

"새로 바른거 다 티나잖아. 뭐야?"

"그거 그냥 더러워서 그런거야."

"더러웠어? 나 입주하면서 바른거니까 한달 정도밖에 안됐는데?"

"근데, 좀 더럽더라고."

애쓴다 윤신혜. 이미 최수지는 상황을 다 파악한 눈치다.

"어디가 어떻게 더러웠을까? 응? 누가 오줌이라도 싼거 아냐?"

"무슨소리야, 얘가. 말도 안돼"

"야, 찐따. 너 아주 그거 맛들였냐? 나날이 실력이 좋아지나봐?"

헤헤. 뭐 그런 칭찬을 다 해주시나? 부끄럽게.

"이거봐, 이거봐. 이자식 이거 웃는거 봐. 내가 이럴줄 알았어."

신혜가 쪽팔림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방바닥만 긁는다. 그 모습이 귀엽고 재미있어 웃음만 나는데, 수지가 내 등짝을 갈긴다. 이거였어. 분명히 어제 눈치를 챘을텐데, 신혜를 확실히 괴롭히고, 나 한대 때려먹을 심산으로 오늘 이렇게 다 모였을때 얘기를 꺼낸게 분명하다.

"애 좀 그만 괴롭혀 이새끼야"

아프다. 아파서 등을 오무리는데, 수지가 볼태기를 쥔다.

"아껴줘도 모자랄판에, 괴롭히기나 하고"

볼태기가 흔들리며 시선에 뭔가 이질적인게 들어온다. 못보던 기타가 있다.

"저거 뭐에요?"

가서 만져본다.

"비싼거야. 살살만져"

"누나거에요?"

"응"

"치는거 보여줘요."

"가져와봐"

수지가 기타를 잡고 튜닝을 한다. 그릴고 연주와 함께 노래를 불러준다. What a wonderful world. 묶지 않은 수지의 머리, 가늘고 긴 수지의 손가락이 그림같다. 수지 목소리가 이렇게 따뜻하고 맑았었구나싶다.

1절이 끝나고 간주를 하는데, 주머니 속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꺼내보니 문자가 와있다. 빌어먹을 문자가. 6개월 후에 군입대라고. 이렇게 행복한 세상인데,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인데 6개월 남았다고. 수지가 2절을 부르기 시작한다. 그래 what a wonderful world다. 나 슬픈거만 빼고.

수지의 노래가 끝났다. 내 행복도 끝난 기분이다.

"수지 노래 진짜 잘하지?"

"네"

"근데, 너 표정이 왜그러냐? 감동먹어서 넋이 나갔냐? 내 노래가 그렇게 감동적이야?"

"네. 그런가봐요. 노래 너무 좋네요"

신혜가 옆으로 와서 앉더니 내 손에 있는 전화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나를 빤히 본다. 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한다.

"뭔데?"

전화기를 건내줬다. 수지가 문자를 보더니, 아련한 미소를 짓는다.

"남자 맞네. 근데, 미안해서 어쩌냐? 너 들어가는거 못보겠다"

응? 그건 왜?

"너는 또 어디가는데?"

신혜가 눈물을 닦으며 물어본다.

"나 다음달에 몽고 갈거야."

"몽고는 왜요?"

"봉사활동"

"갔다 언제오는데, 재수 군대가는 거 못봐?"

"한 3개월. 갔다와서 바로 동티모르 갈거야. 예전에 나 과외해주던 언니 기억나?"

"어. 의대 다니던 언니?"

"그 언니 거기서 의료봉사 하거든. 내가 할 일 없냐고 물어봤는데, 할 수 있는게 많더라고"

"갑자기 무슨 얘기에요 그게?"

"갑자기가 아니야. 대학 들어오기 전부터 하고 싶었던거야."

단 몇분 사이에 세상의 공기가, 공기의 색이 달라진 기분이다.

"재수 잠깐 나랑 얘기좀 할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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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룸 옥상. 노을이 지는 붉은 하늘. 아직 육안으로 확실히 보이는 세상. 하지만 왠지 기분은 꿈을 꾸고 있는것만 같다.

"많이 놀랐어?"

"아뇨"

솔직히 놀라지는 않았다. 수지는 항상 공기처럼 머물러 있어도 잡을수는 없는 사람 같았으니까.

평상에 앉아 앞에 서있는 수지를 올려다본다. 참 제멋대로인 여자. 수지가 내 볼태기를 쥔다. 그런 수지의 손을 만져본다. 차갑다. 차갑다기 보다는 시원하다. 나를 내려다 보던 수지는 내 이마에 입술을 맞댄다. 그리고 나를 꼭 껴안는다.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

"그냥 막연하게 꾸던 꿈이었어. 고등학교때 신혜하고 그렇게 지내면서 세상이 너무나 두려웠고, 누가 나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던 적이 있어. 그시간 보내면서, 그때부터 꾸던 꿈이야. 너 만나서, 내가 행복해지면서 그리고 신혜가 행복해지면서 이제 그래야 겠다고 생각했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잡고 싶지가 않다. 수지가 가고 싶다면 보내주고 싶다.

자리에서 일어나 수지를 꼭 껴안는다. 그리고 수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본다. 수지가 내 눈을 보고 있다.

"사랑해"

평생 들어보지 못할것 같던 말을 들었다. 아무래도 꿈이 맞는것만 같다.

.
.
.


2주 후, 수지는 교문 앞에서 우리와 헤어졌다.

3개월 후에 돌아오면 잠깐 얼굴이라도 보기로 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시간이 더 흘러 내가 훈련소에 들어가던날, 신혜는 참 많이도 울었다. 그날 처음 봤던 내 가족들 앞에서. 2년 6개월 동안 한결같이 나를 기다려줬고, 어느샌가 나보다는 어머니와 더 가까운 사람이 되어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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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현진이 또다시 엄청난 호투에도 불구하고 승을 챙기지 못하는 투수가 됐다. TV를 보며, 마음같아서는 타자들에게 욕이라도 시원하게 하고 싶지만 내 옆에는 임신한 아내가 있다. 지난 13년간 작은 다툼도 많았고, 내가 힘들었을때 이유없이 화풀이를 하기도 했지만, 그 투정을 다 받아주며 옆을 지켜준 여자.

"맨날 지는거 보면서 또 표정이 그게 뭐야? 차라리 응원하는 팀을 바꾸던가?"

"류현진 미국가면 그때는 돈 준다고 해도 한화 응원 안해"

"그만봐. 시작하겠다."

신혜가 채널을 돌린다. 평소에는 때려 죽여도 안본다고 할 다큐멘터리가 시작한다. 전쟁의 상처가 아물어가는 땅 동티모르. 거기에 아이들과 함께 커피를 따고,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쳐 주고, 아픈 아이들을 간호하고 있는 그옛날 나의 첫여자가 있었다. 가끔 아이들의 볼태기를 쥐면서 짖궂게 웃고 있는...


......................................................................................................................................

끝입니다. 뭔가 에피소드 더 집어넣어서 조금 더 길게 가볼까 생각했었는데, 큰 의미가 없을거 같아서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글의 시작은 답답해서 내가 쓴다였습니다.

즐겨보는 소설이 몇개 있었는데, 몇년째 연재를 안하셔서 차라리 내가 쓰고 말지 하면서 쓴겁니다. 그분들 심경이 이해가 갑니다. 시간도 많이 들고, 다른 소설 볼 시간도 없어지고... 그래도 처음 써보는 글에 다들 좋은 말씀만 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댓글들 읽어보면서 감사한 마음 느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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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Lv : 10   Point : 9300

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03
서명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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